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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지경 수입 식품들

醉月 2008. 11. 3. 11:35
요지경 수입 식품들 어제 먹은 삼겹살이 칠레産?
▲ 서울 시내 한 마트의 수입육 코너
전주비빔밥을 즐겨 먹는 김모씨는 최근 한 음식점에서 비빔밥을 먹다가 참기름 맛이 국산 같지 않아 원산지를 물어봤다. 대답은 ‘수단산 참기름’이라는 깜짝 놀랄 만한 것이었다. “중국산 참기름이 많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수단에서까지 참깨를 수입해서 기름을 짠다는 건 처음 알았습니다.”

우리네 식탁을 중국산이 점령한 것은 이미 뉴스도 아니다. 그러나 중국산 외에도 여러 나라에서 먹을거리들이 속속 들어오고 있다. 먹을거리만 놓고 보면 넓은 의미의 국경은 사라진 지 오래다. 현재 국내에는 전세계 89개국에서 130여가지의 식품 원재료가 수입되고 있다. 농업대국인 칠레와 2004년 체결한 FTA(자유무역협정)도 수입산 식품의 기폭제가 됐다. 이후 제철과일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형형색색의 과일들이 계절에 구애 받지 않고 식탁 위에 오르고 있다. 유기농으로 생산된 국산농산물만 골라 먹는 특별한 가정이 아니라면 밥상에 올라온 먹을거리 중 65%는 수입산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수입식품 의존도는 전체 열량의 65%, 가공식품으로만 따지면 80%가 넘기 때문이다. 어느새 우리네 식탁을 점령하고 있는 이들 외국산 먹을거리들을 알아봤다.

이란산 무화과
작년 800톤으로 전체 수입량의 95%… 터키·독일산도 들어와


구약성서에 최초로 등장하는 식물인 무화과는 당도와 열량이 높고 식이섬유 함량이 많은 데다 비타민, 단백질, 미네랄 등이 풍부하게 함유된 식품이다. 원산지는 소아시아 등 지중해 지역이다. 여러분이 무화과 애호가라면 무심코 이란산 무화과를 먹을 확률이 높다. 국내에서는 영산강 유역에서 전국 생산량의 70%를 재배하며 충남 지역에서도 6년 전부터 무화과를 본격 재배하기 시작했다. 국내 연간 생산량은 5400톤 정도.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무화과는 1999년부터 재작년까지 500톤에서 700톤가량 꾸준히 수입되어 오다가 지난해 800톤을 넘어섰다. 국내 수입되는 무화과의 95% 이상이 이란에서 온 것이고 나머지는 터키산, 독일산이다.

칠레산 삼겹살
국내 소비량 30%가 수입산… FTA 체결 후 칠레산 크게 늘어


한국육류유통수출입협회 통계에 따르면 2007년 국내 1인 평균 고기 섭취량은 쇠고기 7.6㎏, 돼지고기 19.2㎏, 닭고기 9.0㎏이다. 또한 1인당 돼지고기 소비량 19.2㎏ 중 삼겹살이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한국인의 삼겹살 선호도는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전 세계 삼겹살을 한국인이 다 먹는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다. 당연히 국내에서는 구이용 삼겹살이 가장 많이 팔린다. 한국육류유통수출입협회가 작년 1월부터 10월까지 육류 유통소비실태를 조사한 것에 따르면 전체 돼지고기 판매 중 39%가 삼겹살이었다. 주로 구이용으로 이용되는 목심도 18%를 차지해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구이용 돼지고기의 판매가 70%에 달했다.

이처럼 한국인의 유별난 사랑을 받는 돼지고기는 지난해 국내 총 소비량 93만톤 중 30% 가까이에 해당하는 25만톤이 수입산으로 2003년 13만톤(15%)에 비하여 큰 폭의 수입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돼지고기 수입 증가는 2003년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발생으로 인한 대체수요 증가와 국내 양돈가구 및 사육두수 감소에 따른 공급 부족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통계에 따르면 2007년 돼지고기 수입은 미국산이 9만 2217톤으로 가장 많았고 칠레가 4만 5059톤으로 그 뒤를 이었다.

2003년만 해도 돼지고기는 미국(23%), 캐나다(21%), 칠레(12%), 프랑스 (8%), 벨기에(6%) 등의 순으로 수입되었다. 삼겹살의 경우 미국(72%), 캐나다(17%), 호주(8%) 등 일부 국가에서의 수입이 전체의 95%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2004년 한국과 칠레 간 FTA 체결 이후 점차 칠레 삼겹살의 수입량이 늘어나 2005년부터 현재까지 수입산 삼겹살 중 칠레산이 20~30%를 유지하고 있다. 칠레산 삼겹살은 백화점, 할인점 등 대형 유통업체보다는 동네 정육점이나 음식점, 베이컨 공장 등으로 들어간다. 가격은 국산 냉동 삼겹살이 1㎏에 9000원 선이라면 칠레산은 7000원대. 이 가격대는 FTA 이전보다 오히려 뛴 것이다. 최근 일본이 칠레산 돼지고기 수입을 늘리면서 물량이 부족하기 때문. 칠레산 삼겹살의 맛은 국산 삼겹살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얘기다.

▲ 1.무화과 / 2.수입생수 / 3.골뱅이 / 4.호두 / 5.수입 활어 / photo 조선일보 DB

피지산 물

프랑스 이어 두 번째 수입국… 청정지역으로 인기 높아


먹거리가 글로벌화 되는 추세에 ‘물’ 또한 예외일 수 없다. 관세청은 2006년 한 해 동안 한국은 288만달러어치의 물을 수출한 반면 349만달러어치의 물을 수입하였다고 밝혔다. 2005년의 경우 물 수출이 수입보다 39%가량 많아 처음으로 물 수출국이 되었으나 2006년에는 물 수입과 수출이 다시 역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물 수입이 수출보다 많아진 원인은 최대 수출대상국인 일본과 미국으로의 수출액이 각각 1.4%와 2.2% 감소한 반면 최대 물 수입대상국인 프랑스로부터 수입액이 32.5%나 증가하였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수입되는 생수는 국내산에 비해 고가이지만 먹는 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매년 20% 정도의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프랑스가 전체 생수 수입의 75.5%를 차지하였으며 그 다음으로 피지, 이탈리아 순으로 나타났다. 피지산 생수의 경우 2005년까지 수입이 없었으나 해양심층수로 만든 깨끗한 생수라는 브랜드 이미지와 피지 생수가 등장하는 X파일 등 외국드라마에 열광하는 20~30대의 인기에 힘입어 2006년부터 수입되고 있다. 2008년 10월 현재까지 올 한 해 피지 생수 수입은 15만리터에 달한다.

 

브라질산 닭, 대만산 오리
국내 오리 값 오르면서 1년 새 대만 수입 13배로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닭고기 수입량은 6만30톤에 이른다. 수입닭고기 중 미국산은 46.3%로 절반에 육박했고 이어 브라질 37%, 태국 7.2% 등이었다. 특히 2005년 0.2%밖에 수입되지 않았던 브라질산 닭고기는 닭고기 시장을 개방한 지 불과 2년 만인 2007년에 전체 수입량의 37%를 차지했다. 브라질은 미국에 이어 세계 굴지의 닭고기 수출국이다.

또한 오리고기 수입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2007년 오리고기 수입량은 총789톤으로, 2005년과 2006년 오리고기 수입량이 각각 57톤, 59톤이었던 데 비해 굉장히 큰 폭으로 늘어난 수치다. 이 중 94%가 대만산이다. 국내 시장에 수입된 오리고기는 대부분이 대만산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올 들어 대만산 오리고기 수입이 급증한 이유에 대해 지난해부터 국내 오리가격이 높아짐에 따라 수입업체들이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대만산 오리고기를 들여오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오리협회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면서 “그러나 앞으로 언제든지 수입산이 국내산으로 둔갑해 판매될 수 있다는 점에서 수입산 오리고기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영국·아일랜드산 골뱅이
한국이 세계 소비량의 80%… 영국·아일랜드선 안 먹어

국내 맥주 안주 중 으뜸으로 손꼽히는 골뱅이는 양식이 없다. 따라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골뱅이 통조림 표면의 ‘자연산’이라는 표시는 사실 별 의미가 없다. 국내 골뱅이는 대부분 영국과 아일랜드산으로, 한 해에 3600톤 정도 수입된다. 전 세계 골뱅이 소비량의 80%가량이 한국에서 소비되고 있다고 한다. 외국에서는 일본인과 프랑스인 일부가 골뱅이를 먹는 정도다. 한국 골뱅이의 명가로 불리는 업체는 동표, 샘표, 유동표 등이 있다. 동표는 국내 생산량이 급격히 적어지며 업체가 문 닫을 위기에 몰렸다가 최근 원료를 북한산 및 러시아산으로 확대하며 생산량을 늘린 덕분에 일반 판매를 확대 중이다. 산지는 다양해졌지만 품질이 좋은 것을 선별해 사용한다. 동표가 북태평양산 골뱅이를 쓰는 반면 샘표와 유동표는 북대서양산(아일랜드, 영국)을 사용한다. 업계에서 제일 많은 판매량을 자랑하는 것은 지난해 320억원의 매출을 올린 유성물산교역의 유동 골뱅이. 골뱅이 통조림 분야 국내 시장점유율 63%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1980년대 중반 이후 골뱅이 통조림이 인기를 끌자 얼마 되지 않던 골뱅이 가공업체는 20여개로 늘어났다. 때문에 1990년 이후부터 동해안에서 잡히던 골뱅이가 고갈되기 시작했고 골뱅이의 구입 가격도 뛰었다.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린 업체들은 국산 골뱅이와 견줄 만한 영국산, 아일랜드산 골뱅이를 1993년 초부터 들여오기 시작했다.

유동골뱅이 관계자는 “당시 영국에서는 한국에 수출할 골뱅이 가공 공장만 20여곳이 생길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고 말했다. 아일랜드인들과 영국인들은 골뱅이를 식용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농림수산식품부의 통계에 따르면 2007년 수입된 4505톤의 골뱅이 중 영국산이 2177톤, 아일랜드산이 1026톤으로 영국과 아일랜드산 골뱅이가 전체 수입량의 70%를 넘었다.

2008년 9월 현재 전체 3313톤의 수입량 중 영국산은 2045톤, 아일랜드산은 947톤으로 지난해 대비 영국이 18%, 아일랜드가 10% 증가한 수준이다. 앞으로 한·EU FTA가 체결되면 수입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베트남산 냉동 주꾸미
낙지·갑오징어·새우… 상반기에만 2만8000톤 들어와


대형 마트에서 쉽게 살 수 있는 ‘포장 해물탕’은 각종 해산물이 들어있어 물만 붓고 끓이면 간편하게 요리할 수 있는 제품이다. 해물탕 재료를 이루는 것들은 대부분 냉동제품으로 최근 제품에는 십중팔구 베트남산 냉동주꾸미가 들어있다. 국립수산물품질검사원의 통계에 따르면 2008년 1월에서 7월 말까지 국내로 수입된 베트남산 수산물의 수입 물량이 2만7794톤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동기 2만7496톤에 비해 약 1% 증가한 수치이다. 올해 수입된 물량 중 가장 많은 수입물량을 차지한 품목은 냉동 주꾸미, 냉동 낙지, 냉동 갑오징어, 냉동 블랙타이거 새우 등이다. 2008년 7월 말까지 베트남 냉동 주꾸미의 수입물량은 9226톤에 달하였으며, 수입 금액은 2288만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이는 전년 동기의 수입 물량인 9478톤에 비해 약 2.6% 감소한 것이지만 수입금액은 전년 동기 2646만달러에 비해 약 10% 증가한 수치이다. 2008년 1월부터 7월 말까지 국내로 수입된 베트남산 수산물 중 부적합 판정을 받은 사례는 총 13건. 물량으로는 20톤에 달하여 지난해 동기의 69톤에 비해 약 7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일본산 활어
올 1~5월 1만9000톤 수입… 작년보다 6% 늘어


관세청은 2008년 1~5월 활어의 수입동향을 분석한 결과 횟감으로 인기가 많은 돔(42.1%), 볼락(73.9%), 넙치류(1266%)가 크게 증가한 데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5.5% 증가한 1만8931톤이 수입되는 등 활어 수입이 지난해보다 전반적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올해 활어 수입물량(5.5%)은 지난해의 둔화(3.1%) 추세에서 반전된 것으로 특히 돔 등 대중적 인기 품목이 크게 증가했다. 이는 최근 조류독감 및 광우병 등으로 인한 육류 소비부진에 따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국가별로는 중국(1만5562톤, 82.2%)과 일본(2936톤, 15.5%)의 수입량이 97.7%로 전체 수입량의 대부분을 차지하였으며, 활어 전체 수입량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미꾸라지, 돔, 농어, 민어 등은 전량 중국과 일본에서 수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라오스산 호두
올해부터 본격 반입… 중국산 수입금지로 위장 가능성도


10년 전만 해도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나 볼 수 있었던 호두과자는 최근 호두과자 열풍이 불면서 도심에서도 쉽게 만나볼 수 있는 간식거리가 되었다. 국내에서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한 호두과자 체인은 미국 캘리포니아산의 신선한 호두만을 취급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관세청에 따르면 라오스산 호두는 지난해까지 반입된 적이 없었으나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반입돼 7월 말까지 수입된 전체물량 3000여톤 중 283톤이 라오스에서 수입됐다. 나머지 2700여톤은 미국에서 수입됐다. 그러나 지난 7월 31일 국립식물검역원은 수입금지 지역인 중국산 호두가 라오스산으로 원산지를 속이고 수입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8월5일부터 라오스산 호두에 대한 긴급 수입제한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한국 농가에 치명적인 해충인 코드린나방이 서식하는 중국에서 생산된 호두의 경우 식물방역법상 수입이 금지되어 있는데 문제는 이 중국산 호두가 라오스산으로 위장해 국내 수입되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반면 미국의 경우 코드린나방 분포 지역으로 식물방역법상 수입이 금지됐으나 미국에서 해충을 막을 수 있는 과학적인 방법을 제시함에 따라 협의를 거쳐 수입하고 있다. 우리 측은 미국이 제시한 방법을 현지검역과 소독 의무화 등의 강화된 검역을 거친 뒤 수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