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연료전지시스템의 군 기동분야 활용방안
김 희 육군종합군수학교 지상수송학과장 육군 대령
조인국 육군종합군수학교 지상수송학과 철도수송교관 (예)육군 중령
오영식 육군종합군수학교 지상수송학과 차륜형장갑차 운전교관 육군 상사
김성경 육군종합군수학교 지상수송학과 견인차량운전 교관 (예) 육군 소령
김재용 육군종합군수학교 수송교육단 과학기술병 육군 일병
우리는 첨단과학기술의 시대에 살고 있다. 눈부시게 발전한 수많은 과학기술은 우리의 삶을 한층 더 윤택하고 편안하게 바꾸어 놓았다. 하지만 이러한 발전은 우리에게 필요한 에너지의 양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시키고 있다. 이에 더해 기존의 주요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던 화석연료가 가지는 여러 문제점이 드러나기 시작하였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기 위해 우리 인류는 화석연료를 대체할 새로운 에너지원을 찾기 시작했다.
태양광, 태양열, 풍력, 수력, 원자력 등 수많은 대체 에너지 원들이 제시되었지만, 자연력에 의존한 에너지원은 공급이 불안정하다는 단점 때문에 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어 화석연료를 대체하기에는 부족했다. 원자력에너지의 경우 막대한 양의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폭발사고나 후쿠시마 제1 원자력 발전소 폭발사고로 인한 대중의 두려움과 방사능으로 인한 위험성으로 인해 사용이 기피되고 있다.
우리 군 역시 막대한 양의 에너지를 소모하는 집단으로 연간 약 250만MWh의 전력을 사용한다. 이는 오직 전력 소모량으로, 화석연료의 사용량을 포함한다면 군이 사용하는 에너지의 양은 더 증가할 것이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새로운 무기체계와 운송수단이 만들어지고 있고, 이러한 새로운 장비들로 인해 급변하는 미래 전장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선 우리 군 역시 발 빠르게 신기술로 무장하여 적에게 대응할 태세를 갖추어야 한다. 이로 인해 군에 필요한 에너지의 양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에너지 수요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에너지를 공급해 주는 기존의 화석연료 기반 내연기관이나 2차전지(리튬이온배터리)체계는 이미 여러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은 작전 지속능력의 감소로 이어지기에, 우리 군은 미래 에너지원을 도입하여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도모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안전하면서도 안정적으로 군의 미래 에너지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에너지원으로 꼽히는 것이 바로 ‘수소(H)’이다.
수소에너지의 특성
원자번호 1번에 해당하는 수소는 우주에서 가장 가벼운 원소이다. 또한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의 질량 중 75%를 차지하고, 원자 개수로는 90%를 차지하는 등 가장 많이 존재하는 원소라고 할 수 있다. 수소 분자(H2)는 두 개의 수소 원자가 공유결합을 통해서 형성되며, 우리가 수소로부터 얻는 에너지는 이 공유결합을 끊고 산소(O2)와 결합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이 에너지 생산과정에서 오직 물(H2O)만이 부산물로 발생하게 되는데,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다양한 온실가스와 여러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화석연료와는 대비되는 점이다. 이러한 이유로 수소는 오염물질을 배출하지 않는 청정 연료로 불리며 대체 에너지원으로써 주목받고 있다. 또한 [그림 1]을 보면 같은 질량 당 얻을 수 있는 에너지의 양도 다른 연료들과 비교하였을 때 월등히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수소는 현 인류가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원 중 원자력을 제외하고는 질량 당 얻을 수 있는 에너지의 양, 다시 말해 에너지밀도가 가장 높은 에너지원이다.
[그림 1] 여러 연료의 에너지밀도 *출처 : Pablo J. Calvo(2019)
화석연료를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로 변환하기 위해 내연기관이 필요하듯이, 수소 역시 수소를 에너지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장치가 필요하며 현재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수소와 산소의 전기 화학 반응을 통해 전기에너지를 생산하는 수소연료전지와 기존의 화석연료 내연기관과 마찬가지로 수소가 산소와 만나 연소하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화학적 에너지를 동력으로 전환하는 수소내연기관이 있다. 수소내연기관은 기존 가솔린, 디젤 내연기관과 비교하여 인프라의 변경이 많이 필요하지 않기에 현대 사회에 더 빠르게 적용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수소는 가솔린, 디젤에 비해 그 폭발력이 훨씬 크기 때문에 제어가 쉽지 않고, 수소 분자의 크기가 작아서 내연기관 내부에서 밀폐를 유지하기가 힘들고, 환기가 어려워 효율이 감소한다는 단점이 있다. 그뿐만 아니라 수소연료전지에 비해 효율이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으며, 내연기관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발열 문제 또한 군 적용에 문제가 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현재까지는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이 군의 새로운 에너지 체계에 더 적합한 에너지 공급원이라고 할 수 있다.
수소연료전지
수소연료전지는 수소와 산소의 전기 화학 반응을 통해 전기에너지를 생성하는 장치이다. 앞에서 언급하였듯이 수소를 직접 연소시키게 되면, 폭발적인 반응이 일어나기 때문에 에너지 전환 효율이 떨어지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연소과정 없이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할 새로운 장치의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그 역할을 할 장치가 바로 수소연료 전지(Hydrogen fuel cell)이다. 수소연료전지는 산화제를 통하여 수소 분자가 가지는 화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꾸어 주는 전기화학적 장치로, 가동 온도에 따라 저온형 연료전지와 고온형 연료전지로 나뉜다.
[그림 2] 수소연료전지의 원리 및 구조 *출처 : 현대 모터 그룹 TECH
고온형 연료전지의 경우 800~1,200℃ 정도의 고온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적 감시로부터의 노출을 최소화해야 하는 군용차량에는 주로 저온형 연료전지가 사용된다. 차량과 같은 이동수단에 주로 사용되는 연료전지는 고분자 전해질 연료전지(Polymer Electrolyte Membrane Fuel Cell) 또는 양성자 교환막 연료전지(Proton-Exchange Membrane Fuel Cell)라고 부르는 저온형 연료전지로 줄여서 PEMFC라고 부른다. PEMFC는 보통 50~100℃ 사이에서 작동한다. 이러한 연료전지는 단위 전지(Unit Cell)를 기본적인 형태로 하여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단위 전지만으로는 우리가 원하는 출력의 에너지를 공급할 수 없기에, 단위 전지들을 서로 연결하여 강한 출력을 내도록 만든 장치가 바로 ‘스택’이다. 현대자동차에서 개발한 차량용 연료전지 시스템 역시 PEMFC를 기반으로 제작된 수소연료전지 스택이다.
[그림 3] PEMFC 주요 부품 및 구조 *출처 : 현대 모터 그룹 TECH
PEMFC의 단위 전지(Unit Cell)는 분리판(Bipolar plate), 기체확산층(GDL : Gas Diffusion Layer), 그리고 촉매층과 고분자 전해질막(PEM : Polymer Electrolyte Membrane)을 포괄적으로 부르는 막전극합체(MEA : Membrane Electrods Assembly)로 구성되어 있다. 분리판은 여러 개의 단위 전지를 서로 연결하는 역할과 함께 기체를 공급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이때 기체확산층과 분리판의 전기적 접촉면이 넓을수록 에너지 효율이 좋아지기 때문에, 분리판의 설계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실제 연료전지 스택 부피의 80% 정도를 분리판이 차지하기 때문에, 분리판이 차지하는 부피를 줄이기 위해 얇고 전기 저항이 작은 형태로의 개발이 진행중이다. 기체확산층은 분리판에서 공급된 반응물을 전해질막까지 확산시켜줌과 동시에 촉매에서의 반응을 통해 나온 전자를 집전체로 수송하는 역할을 한다. 주로 탄소 섬유를 직조하여 만들기 때문에 다공성 구조와 좋은 전기전도성을 가지고 있다. 또한 소수성을 띄기 때문에 막 내부의 물의 유출을 방지함과 동시에 전해질막에 적절한 양의 수분을 공급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막전극합체는 [촉매 - 양극 - 전해질막 - 음극 - 촉매]과 같이 구성된 층을 아울러 말한다. 촉매로는 주로 백금이 사용되고, PEMFC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고분자 전해질 막은 양성자(수소 이온)만을 선택적으로 투과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는 전해질막을 구성하는 고분자(Polymer)가 친수성 작용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인데, 이러한 물질이 물을 만나게 되면 친수성 작용기끼리 모이게 되며 이온이 움직일 수 있는 통로를 형성하게 된다. 수소 이온의 이동을 위해선 액체 상태의 물이 필수적인 요소이기에, PEMFC는 물의 끓는점보다 낮은 온도(50~100℃)에서 작동하게 된다. 또한 전해질막은 전지의 양극 사이의 전자 또는 수소나 산소 같은 기체의 이동을 막아 양극과 음극을 분리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양성자가 막을 통과한 후 산소와 반응하는 과정에서 전자를 끌어당기기 때문에 양극과 음극 사이에 전위차가 발생하게 되는데, 이때 전자가 막을 직접 통과할 수 있게 되면, 도선을 따라 전자가 흐르지 못하게 되어 에너지를 얻을 수 없게 된다. 기체가 직접 막을 통해 이동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의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에 고분자 전해질막의 선택적 투과성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PEMFC는 다른 연료전지에 비해서 간단한 구조와 긴 작동시간을 가지고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가벼운 무게가 운송수단에 적용되는데 이점을 가진다. PEMFC 단위 전지 하나당 약 0.8V의 전압을 만들어내고, 이러한 단위 전지를 모아 하나의 ‘연료전지 스택’을 구성하게 된다. 연료전지 스택이 바로 우리가 차량을 비롯한 여러 기기에 사용할 수 있는 수소연료전지의 기본적인 형태이다.
수소연료전지 핵심기술과 현재 기술수준
국내 차량용 수소연료전지 기술은 현대가 선도하고 있다. 1998년부터 수소전기차 연구를 시작한 현대는 2005년도에 순수 국내기술만으로 1세대 연료전지스택을 개발하는데 성공하였고, 이후 2013년도에 세계 최초의 수소전기차 모델인 ‘투싼ix Fuel Cell’을 양산하였다. 5년 뒤인 2018년에는 2세대 연료전지스택을 탑재한 ‘넥쏘’를 공개하며, 현재까지 세계 수소전기차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더 나아가 2020년에는 수소연료전지로 구동되는 대형 트럭 ‘XCIENT Fuel Cell’의 양산체제를 갖추는 등 활발하게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현대와 함께 세계 수소전기차 시장을 양분하는 도요타는 2014년에 ‘미라이’ 1세대 모델을, 2020년에는 미라이 2세대 모델과 대형트럭모델 ‘Class 8’을 공개하며 뒤를 바짝 추격중이다.
[그림 4] 넥쏘, 엑시언트 Fuel Cell과 미라이 2세대, Class 8 *출처 : 현대자동차 / 도요타
[표 1] 넥쏘, 미라이 성능 비교
그렇다면 현대와 도요타의 수소연료전지 스택은 어떻게 다를까? [표 1]에서 볼 수 있듯이 2018년도에 개발된 현대의 2세대 연료전지스택은 95kW의 출력과 611.5km의 주행거리를 갖는다. 이와 비교해서 2020년에 개발된 도요타의 2세대 연료전지스택은 128kW의 출력과 643.7km의 주행거리를 가진다. 2년 뒤에 개발된 만큼 도요타의 연료 전지스택의 성능이 약간 더 좋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더해 차체 모양으로 인한 공기저항의 차이가 주행거리의 차이로 이어졌다.
[그림 5] 현대 수소연료전지 스택 *출처 : 현대 모터 그룹 TECH
현재 현대는 [그림 5]에 나온 것처럼 차세대 연료전지스택을 개발하고 있다. 2023년도에 개발이 완료될 예정으로, 승용차용 100kW급과 대형 트럭 또는 버스용으로 200kW급 연료전지스택이 제작중이다. 스택의 내구성은 기존 16만km에서 50만km로 3배 개선되고, 생산단가는 1세대 연료전지의 20%, 2세대 연료전지의 절반 정도로 감소했다.
[그림 6] 현대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수명 *출처 : 현대 모터 그룹 TECH
[그림 7] 현대 수소연료전지 생산단가 추이 *출처 : 현대 모터 그룹 TECH
이에 더해 ‘풀 플랫형 연료전지 시스템’이 개발중이다. 높이가 25cm에 불과한 작은 크기로 부피를 줄였지만, 출력은 200~300kW로 트램, 버스, 소형 선박 등의 다양한 모빌리티에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림 8] 풀 플랫형 연료전지 시스템
미래 군 기동분야 활용방안
지상 기동분야
국내 차량용 수소연료전지 기술은 해외의 기술과 비교해서 전혀 부족함이 없다. 이러한 순수 국산 기술을 국방 수송 분야에 적용하게 된다면 어떠한 이점을 가질 수 있을까? 2021년도 기준으로 우리 군이 운용중인 차량은 총 54,320대로 표준 차량이 28,325대 상용 차량이 25,995대이다. 군용차량에서 기존의 가솔린이나 디젤의 연비는 소형전술차량(K151)이나 군용 1¼톤 트럭(K311A1)의 경우 7km/ℓ, 군용 2.5톤 트럭(K511A1)의 경우 5.5km/ℓ, 군용 5톤 트럭(K711A1)의 경우에는 3.5km/ℓ 정도이다. 이에 비해 수소는 넥쏘 기준으로 약 90km/kg 이상의 연비를 가진다.
군용차량의 특성상 차체가 무겁고 험지를 주행하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수소의 연비가 월등히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수소의 수요가 증가하고 생산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계속 가격이 낮아지고 있고, 정부는 2040년까지 수소 1kg당 3,000원으로 생산단가를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는 만큼,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화석연료에서 수소로의 전환은 상당한 비용을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2차 전지 기반 차량과 비교하더라도, 충전속도와 주행가능거리면에서 월등하며, 이는 기존 내연기관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다.
단순히 연료 비용이나 기동성 측면에서만 장점이 있는 것은 아니다. 저온형 연료전지인 PEMFC를 기반으로 하므로, 동력원으로부터 나오는 열이 내연기관에 비해서 매우 적은 편이다. 그리고 내연기관과는 달리 소음도 거의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기동 중 은밀성이 확보된다. 전장에서의 은밀 기동은 탑승자의 생존력을 상승시킴과 동시에 적지에 침투하는 데에 유리하므로, 전술적인 활용도 역시 높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림 9] 미군 군용 수소전기차 개발 방향 *출처 : US Army
세계적 군사 강국인 미군에서는 미 육군 전차차량연구개발센터(TARDEC : Tank Automotive Research, Devel opment and Engineering Center)와 GM Defense, 하이드로텍(HYDROTEC)의 주도로 수소연료전지를 활용한 군용차량 개발을 진행중이다. [그림 9]에서 확인할 수 있듯, 미군은 JLTV, FMTV, HEMTT와 같이 차량의 무게와 크기에 따라 다르게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차체 무게와 험지 주행에 따른 연비 감소를 고려하여 수소충전량 역시 각각 25kg, 35kg, 80kg으로 일반 승용차인 넥쏘(6.33kg)나 미라이(5.6kg)에 비해 한 번에 많은 양을 충전할 수 있도록 설계하여 충분한 항속거리를 유지하도록 설계되었다. M1A2 SEPV3와 같이 전차의 경우에는 더 많은 양인 250kg에 달하는 수소충전량을 가지도록 설계되고 있다.
GM에서는 이러한 수소연료전지 차량의 장점을 알아보기 위해 열과 소음 부분에서 일반 내연기관 차량과 비교하는 실험을 진행하였다. 두 차량 모두 시속 16km로 주행할 때 온도와 소음을 측정했고, 소음의 경우 수소 차량이 90%까지 감소하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그림 10]의 적외선 촬영 사진에서 확인할 수 있듯, 차량 온도도 수소 차량에서 더 낮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림 10] 내연기관 차량과 수소 전기 차량의 표면 온도 적외선 사진 비교 *출처 : US Army
우리 군도 미군의 경우처럼 수소연료전지 차량을 도입하고 실제로 운용하기 위한 계획이 필요하다. 현재 현대에서 차세대 수소연료전지 스택을 개발중이다. 그 중에서도 200kW급 수소연료전지 스택이나 풀 플랫형 연료전지 시스템의 경우에는 차륜형 장갑차나 HET 차량과 같이 크고 무거운 차량에 더욱 적합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차세대 수소연료전지스택을 앞으로 만들어질 군용차량에 적용할 수 있다면, 연비 상승과 은밀 기동이 가능할 것이며, 자율 주행 키트나 능동방어체계와 같이 전력 소모가 많은 첨단 장비의 탑재도 수월해질 것으로 기대한다.
해상/해저 기동분야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의 적용은 지상 기동분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함정이나 잠수정에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다. 특히 잠수정의 경우, 적의 감시체계를 피해 작전 수행을 해야 하는 만큼 은밀한 항해 능력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데, 기존의 디젤 엔진이나 가스터빈을 이용한 기계식 추진 방식의 경우 소음과 배기가스가 필연적으로 발생하여 잠항 능력에 문제가 된다.
이러한 이유로 현재 수소연료전지를 사용한 전동식 추진 체계와 기존의 기계식 추진체계를 병용하는 하이브리드 추진 시스템이 개발되었다. 고속 기동이 필요할 때에는 기존의 기계식 추진을 사용하고, 적지에 접근 혹은 진입 시에는 소음과 발열 및 배기가스 배출이 없는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활용하여 은밀 기동을 할 수 있다. 실제로 3천톤급 잠수함인 도산 안창호함은 150kW급 수소연료전지 4대를 장착하여 기존의 잠수함보다 50% 향상된 3주 이상의 잠항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 역시도 향후 대용량 수소연료전지를 탑재하여 더 오랜 기간 빠르고 은밀하게 작전 수행이 가능해질 것이라 기대한다.
[그림 11] 도산 안창호함(왼쪽)과 안창호함에 탑재된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오른쪽) *출처 : 가스신문
장기적인 측면에서 보았을 때, 함정이나 잠수함의 경우에는 무게의 제한에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에, 액체 상태의 수소를 넘어 고체인 금속에 흡착하는 형태로 수소를 저장하여 활용하거나, 함정 내부에서 해수를 사용하여 수전해 방식으로 수소를 자체 공급하는 방안이 계획중이다. 이러한 기술이 상용화가 된다면, 기존의 잠항 가능 기간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오랜 기간 부상이나 연료 보급 없이도 지속 적으로 작전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공중/우주 기동분야
항공/우주 분야에도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의 적용은 필수적이다. 그 중에서도 무인항공기와 같은 UAV에 이미 많은 부분 적용되어 시험중에 있다. 기존의 2차전지 시스템은 그 무게와 충전 용량의 한계로 인해 UAV의 충분한 항속거리와 이동 시간을 확보하기 어려웠다. 이에 비해 수소연료 전지 시스템에는 이러한 단점을 상쇄할 여러 가지 장점들이 있다. 우선, 단위 전지의 개수를 조절하는 것을 통해서 전력량과 연료전지의 크기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다. UAV는 목적에 따라 여러 종류가 있는데, 이에 따라 무인기의 크기와 무게가 천차만별로 나뉘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크기와 무게의 조절이 자유로운 동력원이 필요하며,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이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더해, 2차전지 시스템에 비해 적은 무게와 많은 전력량은 UAV의 항속거리와 기동력, 그리고 작전 지속능력을 강화하는 데 있어 장점으로 작용한다.
[그림 12] SK E&S의 액화수소드론 *출처 : SK E&S
실제로 2021년도에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드론쇼코리아에서 SK E&S에서 개발한 액화수소드론이 자체시연을 통해 13시간 24분간 연속비행에 성공하여 세계 최장 연속비행 시간을 달성하였다. 기존 드론의 운용시간이 길어야 4시간 정도였음을 고려했을 때, 10시간이 넘는 운용시간은 비약적인 발전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수소연료전지는 우주 공간으로 군의 영역을 확장할 때에도 필수 전력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세계 최초로 달에 착륙한 아폴로 11호에는 3개의 수소연료전지가 탑재되어 주요 전력원으로 사용되었으며, 현재도 우주왕복선에서는 선내 전력 공급원으로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사용한다. 미래 전장이 지상을 넘어 우주로 확장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우주 공간에서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의 연구가 더욱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림 13] 아폴로 11호에 사용된 수소연료전지(왼쪽), 우주왕복선에 사용되는 수소연료전지(오른쪽) *출처 : NASA
이러한 수소 연료의 높은 에너지밀도와 가벼운 무게, 그리고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의 에너지 전환 효율은 다양한 기동 장비에 적용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다. 하지만 군사적인 활용을 위해서는 여러 가지 필요한 사항들이 많다.
군사적 활용을 위해 필요한 제반 사항
수소에너지를 차량에 사용하기 위해서는 여러 제반 사항이 필요하다. 우선 수소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유통하는 시스템을 확립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사항이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수소의 95% 이상이 화석연료를 개질하여 만들어진다. 결국, 화석연료의 수입량에 따라 수소 생산량은 큰 영향을 받게 되고, 국제 정세에 따라 수소 공급은 불안정해질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화석연료 개질 이외에 안정적인 수소 생산 방식이 보급되어야 한다.
특히, 전시 상황에서는 화석연료 수입이 불안정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군에서는 수소를 자급자족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물로부터 수소를 생산하는 수전해 방식과 군내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여러 바이오매스 폐기물을 분해하여 얻는 방식이 가능성이 있어 보이며, 이러한 수소 생산 방식을 점진적으로 군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핵심기술 연구와 관련 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수소 연료의 단점 중 하나가 기체이기에 가지는 큰 부피이다. 아무리 700bar 이상의 높은 압력으로 압축하더라도 액체 상태로 유통되는 화석연료에 비해서 부피가 크다. 그래서 액화 수소를 사용하는 방법이 제시되었는데, 부피는 1/800으로 감소하나, 영하 253도의 극저온이 필요하며 여러 문제가 수반된다. 저장과 운송에 드는 비용이 증가할뿐만 아니라 운용 간 위험성도 커진다.
[그림 14] LOHC의 수소 저장 및 운송 *출처 : Ximeng Chen et.al.(2021)
그래서 현재 연구되고 있는 새로운 방안이 액상유기수소 운반체(LOHC : Liquid Organic Hydrogen Carriers)나 액상 암모니아와 같은 액체 형태로 운반하고 사용하는 방법이다. 이렇게 되면 기존에 사용하던 화석연료 저장시설을 거의 그대로 사용할 수 있게 되고, 고압이나 극저온 상태가 아니기에 저장과 운송 간에도 위험성이 확연하게 감소한다. 수소의 운송과 저장이 편리해지게 된다면, 그 이후에는 수소 충전시설과 같은 인프라 확충에 드는 노력도 감소할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수소와 연료전지 자체의 단가 절감까지 이어지게 된다면, 화석연료 체계에서 수소 연료 기반으로 바뀌는 일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이에 더해 더욱 중요한 점은, 수소연료전지 정비체계의 확립이다. 현재 군의 차량 정비는 당연히 내연기관 차량에만 국한되어 있다. 새롭게 도입될 수소연료전지 차량에 대한 정비 매뉴얼의 정립과 관련 교육 계획이 차량 도입과 함께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맺는 말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은 많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나, 아직은 상용화되기에 걸림돌이 되는 몇 가지 단점이 있다. 앞서 언급한 수소의 생산, 저장, 운송 등의 인프라의 미흡함도 문제이지만, 연료전지 자체의 문제도 있다. PEMFC의 경우 전해질막과 촉매로 주로 사용되는 백금의 가격이 비싸다. 또한 전해질막은 오염에 취약하여 효율이 쉽게 떨어지기 때문에, 고순도의 수소를 사용해야 한다는 단점들이 있다. 그래서 전해질막의 원가절감을 위한 연구와, 백금을 대체한 새로운 촉매를 개발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고순도의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 역시 연구 진행중이다.
이러한 노력으로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의 가격은 계속해서 낮아지고 있으며, 이러한 발전과 함께 인프라의 확충이 더해진다면 정말로 화석연료 위주의 에너지 체계가 수소 기반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우리 군 역시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을 지상, 바다, 그리고 하늘을 넘어서 우주까지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 새로운 에너지원은 격동하는 미래 전장환경에서 소음과 발열 그리고 배기가스로 인해 적에게 노출될 위협을 최소화하고, 고출력의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통해 향상된 은밀 기동능력과 작전 지속능력도 보장해 줄 것이다. 세계적으로 손에 꼽히는 수소연료전지 기술을 보유한 대한민국이기에 신속한 도입으로 첨단 국군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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