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사투리 전성시대

醉月 2008. 9. 29. 19:43
사투리가 뜬다 아입니꺼! “배꼬마리<배꼽 단단히 잡으세요> 단디 잡으소”
사투리 방송도 뜬다
KNN 등 지역민방 9곳 공동제작 ‘사투리쇼 얼룩말’ 인기
풍물 소개하며 구수한 팔도 말 소개… 재미·정보를 한 번에
과거 촌스럽고 정리되어야 할 대상으로 여겨져 변방에서 홀대 받으며 존재 자체를 위협 받던 사투리에 새 바람이 불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사투리 대회가 열리고, 팔도 사투리를 테마로 한 공중파 방송도 인기를 얻고 있다. 사투리를 내세워 고객과 손님의 눈과 귀를 유혹하는 마케팅 전략도 적지 않다.

지난 7월 고려대에서 열린 세계언어학자대회의 주제는 ‘인간 언어의 통일성과 다양성’이었다. 70여개국 1500여명의 언어학자가 참가한 이번 행사는 세계화에 따른 언어의 획일화와 다양한 언어 존립의 문제를 집중 논의했다. 이상규 국립국어원장은 “언어의 통일성이 하나의 구심력 역할을, 다양성은 원심력 역할을 하는데 이러한 통일성과 다양성이 현재 당면한 언어 소멸이라는 문제를 풀 수 있는 단초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투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대목이다. 구수하고 푸근한 고향의 맛과 멋이 오롯이 살아있는 우리 탯말 사투리의 오늘을 들여다봤다.

팔도 사투리 대회
“사라져가는 고유 언어 지키자” 전국 곳곳서 말 잔치 한마당
 남해 베트남 새댁 “우리 아는 단단이 깨끔시리 키겠심더”


지난 9월 7일 전북 정읍시 정읍문화원에서는 웃음과 박수가 끊이지 않은 유쾌한 행사가 펼쳐졌다. ‘2008 전북 민속문화의 해’를 맞아 국립국어원이 주최하고 전주대가 주관한 ‘전북방언 경연대회’. 학생부와 일반부에서 10여개 팀이 나와 전북의 민속과 설화, 일상 속의 짧은 이야기를 구수한 전북 사투리에 녹여 발표했다.

‘우리 엄마 어렸을 적’이란 이야기를 준비한 김제 부용초등학교 5학년 최보영 어린이는 나이답지 않은 걸쭉한 입담으로 좌중을 휘어잡았다. “그럼 지는 지금부터 울 엄니 어릴 때 야그를 해 볼라요. 먼 멀인지 몰것더라도 잘 들으소” 하더니 벌떼에게 봉변을 당한 엄마 이야기를 능청스럽게 이어갔다.

“점순이 엄니, 큰일낫슈. 똘가상(도랑 가)에 영글지도 않은 시퍼런 복성(복숭아)을 간짓대(장대)로 훌트리다가 벌집을 쑤셔대서 대걸빡이고 죄다 조솨 놨네여…. 아이고 자식이 아니고 웬수덩어리네, 웬수여. 어  저꺼는 배까테(바깥)를 선머시매처럼 담박질허고 댕기다가 나빤닥(얼굴)을 싹 깨껴서 시커먼디. 몸뚱아리가 성헐 날이 없구먼…. 우리 엄니가 된장으로 여거저거 맥질혀주고(발라주고) 방구석에 처박혀서 꼼짝달싹도 말라는디, 포도시(간신히) 반나절을 이기다봉께 좀이 쑤시고 아랫도리가 근질근질혀갖고 거시기 뭐시냐 마실이라도 좀 댕겨 오야 건는디, 아까 문구멍으로 봉께 할매가 맴생이(염소)를 끄시고(끌고) 나가던디, 빈집 가서 물외(오이)나 까지(가지) 따서 골마리(허리춤)다가 꾸불쳐갖고 올까말까 되게 심심허구먼….”

소강춘 전주대 한국어문화원장은 “전북 방언은 전남 방언과 함께 전라 방언으로 구분되지만 전주를 중심으로 한 전북 방언만의 독특한 차이가 부각되지 못해왔다”면서 “사라져가는 전북 방언을 보존하자는 노력의 하나로 이번 행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앞서 9월 5일 경남 함안군 문화예술회관에서는 ‘제2회 경상도 사투리 말하기 대회’가 열렸다. 경남 도내 20개 시·군에서 한가락 한다는 사투리의 달인 30여명이 모여 입담을 겨룬 자리. 경남 남해로 시집 온 베트남 출신 판티환씨는 떡두꺼비 같은 아들을 목욕시킬 때 있었던 일화를 소개해 웃음을 자아냈다.

“아를 목욕시키면 우리 시어무이는 ‘아는 우짜던지 야무지게 매매 단단이 깨끔시리 키아라. 안 그러모 아 냄시나고 땀띠래기 생긴다’ 합니더. 내는 시어무이가 허는 말을 잘 몬알아 무서 답답해 미치겠데예. 아한테 깨를 바르라고 하는 긴지 단단히 묶어라고 하는 긴지 참말로 땁땁해서 죽겠데예. … 할 수 없이 선생님께 물어봤지예. 우리 선생님께서 ‘아기를 깨끗하게 목욕시키고 잘 키우라는 말이라’고 하데예. 그 좋은 말 나두고 와 그리 애럽고로 말허는지 참말로 우습데예….”

양산에서 온 권순자 주부는 ‘사투리 드라마도 만들어주이소’라는 제목으로 열변을 토했다.
“요새 사극 드라마 마이 하지예. 근데 드라마에서 나오는 배우들은 와 전부다 표준말을 쓰는교? 백제는 전라도, 신라는 갱상도, 고구려는 북한 지역 아인요? … 옆집에 아는 언니가 사는데예. 그 언니 말이예 처음 서울말을 들었을 때는 억수로 좋다하다예. 서울 사람은 마다 천사인 줄 알았따꼬 했심니다. 근데 시이가이 갈수록 그기 아이다고 하다예. 정이 없다고 하다예. … 지는예 이황 선생이나 율곡 선생도 사투리를 썼다고 생각합니더. 얼매나 재미있는교. 여러분도 재미나지예. 사투리는 당당하게 대한민국의 문화유산이라 이말입니더. 앞으로 방송을 통해서 더 많은 사투리를 접했으면 좋겠심더.”

지난 8월에는 민예총 속초지부가 속초시립박물관 실향민문화촌 마당에서 이북사투리 경연대회를 열었다. 당시 청대초등학교 1학년 김하은 어린이는 영랑호에서 열린 함경남도 한마당 큰잔치에 다녀온 일을 회상하며 “아바이, 어마이, 오라바이의 손잡고 할아바이의 아름다운 고향에 물놀이 가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고마”하고 얘기해 노년층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앞서 6월 강릉단오장에서는 강릉 사투리 경연대회가 열리기도 했다.


드라마를 제외한 쇼 프로그램 방송에서 사투리를 듣기란 쉽지 않다. 방송언어는 원칙적으로 표준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방송심의 규정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아예 사투리를 테마로 내세우는 방송 프로그램이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부산·경남 대표방송인 KNN 등 전국 9곳의 민영방송사가 공동 제작해 방송하는 ‘사투리쇼 얼룩말’이 그것이다. 작년 5월 ‘사투리쇼 이구동심’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전파를 탄 뒤, 올 봄 개편 때 이름을 바꿨다. 방송 시간은 KNN의 경우, 황금시간대인 월요일 오후 8시50분. 화끈한 경상도 사투리는 인제대 교수인 천하장사 이만기씨가, 정감있는 제주 사투리는 ‘낭랑 18세’의 트로트 가수 한서경씨가 선보인다. 이들과 개그맨 김기수(서울), 연기자 김말숙(강원) 등 8명의 패널이 개성 있는 팔도 말 잔치를 펼친다.

지난 9월 8일 방송 중 ‘열려라 사투리’ 코너에는 백제의 부소산성 주변의 풍물과 함께 ‘충청도 사투리로 성(城)은 무엇이라고 부를까’ 하는 문제가 나왔다. 보기로 나온 ①성낭 ②성냥 ③성투리 ④성터울 중 정답은 ①번.

팔도의 사투리 달인을 스튜디오로 초청, 직접 문제를 내고 정답을 맞히는 ‘사투리 스피드 퀴즈’도 인기다. 이번에는 민속놀이 닭싸움을 사투리로 중계하는 낙안읍성의 문화영씨가 나와 출제했다. “야는 무시무시헌디 힘이 겁나게 쎄부러. 작년에 왔던 각설이 죽지도 않고 또 왔네… 처럼 해년마다 오는디…”(정답은 ‘태풍’). “이것은 겁나게 시끄러부러. 머입마(남자) 가잇나(여자) 나와서 시끄럽게 하면 아줌마들 중독되부러…”(정답은 ‘홈쇼핑’) 등 웃음과 함께 사투리 상식을 배울 수 있다.

제주에서는 서귀포시 세계 자동차 제주박물관을 무대로 단어 퀴즈를 보내왔다. “박물관에 세계 최초의 내연기관 자동차가 전시돼 있는데  어린 아이들이 큰 세발 자전거인 줄 알고 막 타보겠다고 흥젱이 허믄 잘도 난처해 마씸”이란 박물관 관계자의 이야기 중 제주 사투리인 ‘흥젱이   다’의 뜻을 묻는 문제다. 정답은 ‘어린 아이가 무엇을 달라고 떼쓰는 것’으로, 표준어로는 ‘보채다’ 정도가 된다.

전남 보성군 득량만 앞바다에서는 현지 사람들이 ‘싸대미’라 부르는 가을철의 귀한 손님 전어를 소개하며 문제를 냈다. ①넙데기 ②멜따구 ③깔때기 ④맵때기 중 전라도 사투리로 생선 이름이 아닌 것은 무엇일까. 정답은 ④번 맵때기. 넙데기는 넙치, 멜따구는 멸치, 깔때기는 농어를 가리키는 말이지만 맵때기는 메뚜기를 가리키는 말이라고 한다.

KNN 오상민 PD는 “우리말 자체가 표준어와 사투리로 구성돼 있는데, 흰색과 검정색이 어우러진 얼룩말의 무늬와 같다”면서 “두 개가 잘 어울려야만 우리말이 더욱 풍성하고 아름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각 지역 민방이 지역성을 가장 잘 구현할 수 있는 부분 중 하나가 지역의 사투리입니다. 지역의 감정과 정서, 문화가 배경이 돼야 나올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죠. 산 하나 넘고 강 하나 건너면 달라지는 것이 말이고 사투리 아닙니까.”

▲ KNN 등 민방 9곳에서 공동 제작하는 ‘사투리쇼 얼룩말’ 프로그램. photo KNN / 영남권 은행 3곳이 내놓은 ‘단디카드’.
‘사투리 마케팅’ 이거 돈 되네!
 영남권 은행서 ‘단디 카드’… 경남도는 ‘한우지예’ 선보여
‘탄다 디비라’ ‘소물래’ ‘꼬장’ 등 재미난 상호도 눈길 끌어


따뜻한 정감과 후끈한 소속감.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는 마케팅판에서 사투리의 강점을 놓칠 리 없다. 사투리를 함께 쓰며 통하는 끈적함과 충성심이 사투리 마케팅의 핵심 포인트. 지난 4월 대구·부산·경남은행 등 영남 지방의 은행 3곳이 내놓은 ‘단디(Dandi) 카드’가 그런 사례다. ‘단디’라는 말은 ‘단단히’ ‘확실히’ ‘빈틈 없이 야무지게’를 뜻하는 경상도 사투리.

통상적인 카드 혜택에 더해 △부산등대콜택시 5% 할인 △대구·부산지역 일부 대형서점 5% 할인 △지역 백화점·할인마트 5% 할인 등을 덤으로 내걸었다. ‘갱상도 문디’들이라면 한번쯤 가입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카드다.

‘한우지예(韓牛之藝)’는 경상남도가 최근 선보인 한우 공동 브랜드의 이름이다. 도내 18개 축협의 1150여 농가가 참여해 우수 한우만을 골라 내놓는다는 한우지예는 ‘~예’라는 다정다감한 경상도 사투리와 최고의 명품 한우라는 의미가 잘 어우러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매년 10월 열리는 부산 남포동 자갈치시장의 축제의 구호는 ‘오이소! 보이소! 사이소!’. 펄떡거리는 싱싱한 해산물을 권하는 자갈치 아지매들의 정겨운 목소리가 그대로 담겨있다.

음식점이나 가게처럼 길 가는 소비자들의 눈길을 단박에 끌어야 하는 업소들의 사투리 마케팅도 후끈하다. 114 생활정보기업 코이드(koid)가 지난해 여름 각 지역 114상담원 2500여명을 대상으로 ‘전국적으로 특이하고 웃긴 상호’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경상도 사투리를 이용한 고깃집 ‘탄다 디비라(탄다, 뒤집어라)’가 경남에서 가장 웃긴 상호로 뽑혔다. 컴퓨터 수리점인 ‘컴퓨터여 그기 머시라꼬 보자보자 고치보자’도 눈길을 끌었다.

‘간판으로 배워보는 경상도 사투리’는 최근 인터넷 블로그를 통해 소개되며 네티즌의 폭소를 자아냈다. 통갈비와 옛날 대갈비를 전문으로 한다는 ‘아지야’는 친척 중 아버지 항렬에 속하는 사람들을 부르는 ‘아제’ 중 결혼을 하지 않았거나 나이 차가 많지 않을 때 통상적으로 쓰이는 호칭. ‘참숯불 뭉티기’의 ‘뭉티기’는 뭉텅이를 가리키는 말이다. ‘소고기 먹을래?’의 사투리 버전인 ‘소물래’, 고추장의 경상도 사투리인 ‘꼬장’을 쓰는 ‘옛날 꼬장 양념’이라는 상호도 나와 있다.
 
 사투리 전성시대] 전라도·경상도의 우리 탯말들 “한간 데로 모타진께 무자게 겁나브요” “욜로 쫄로리하게 서봐라”
탯말. 어머니와 고향의 품처럼 포근하고 편안하다는 뜻에서, 탯말두레 회원들은 사투리를 이렇게 고쳐 부른다. 이들은 탯말을 ‘우리 언어와 국어의 제대혈’이라고 부른다. 고유의 삶과 정서, 역사와 관습이 오롯이 녹아있다는 것이다. 표준어 위주의 언어 정책에 따라 변두리로 몰려 사라져가던 탯말을 하나하나 모아 기록한 이들의 작업은 이런 생각에서 시작됐다. ‘전라도 우리 탯말’과 ‘경상도 우리 탯말’(소금나무)은 그 결실이다. 아래에서는 전라·경상도 ‘탯말 독해’ 부분 중 각각 25개를 추려 모았다. 표준어로는 결코 그 분위기와 말맛을 제대로 재현할 수 없는, 은근하면서 해학적이고, 생생하며 감칠맛 나는 남도 탯말의 잔칫상이 따로 없다.

전라도 우리 탯말
1. 산고랑당에선 눈 우게로 동박꽃이 뻘건 꽃봉다리를 맺었다.
 (산골짜기에선 눈 위로 동백꽃이 빨간 꽃망울을 맺었다.)

2. 장에는 달롱게와 나숭개 같은 봄보꾸들이 겁나게 나왔다.
 (장에는 달래와 냉이 같은 봄나물들이 아주 많이 나왔다.)

3. 꼴창마다 흐르는 물이 여그로 한간 데로 모타진께 무자게 겁나브요.
 (골짜기마다 흐르는 물이 여기 한곳으로 모이니 무지하게 겁난다.)

4. 쌀가지가 몬네몬네함서 달구를 방구고 있다.
 (살쾡이가 기회를 엿보면서 닭을 노리고 있다.)

5. 청소하는 참에 진태미가 낀 살강까정도 칼칼이 비껴라.
 (청소하는 김에 먼지가 낀 찬장까지도 깨끗이 닦아라.)

6. 쩌그 저 꼬랑창에는 모구둘 새끼인 곤자리가 허벌나다.
 (저기 저 시궁창에는 모기들 새끼인 장구벌레가 무척 많다.)

7. 외막 와상에서 요리저리 궁굴거림시롱 여름 한철을 보냈다.
 (원두막 평상에서 이리저리 뒹굴며 여름 한철을 보냈다.)

8. 오매 으짠디야, 장깡에 있는 오가리 속에 달이 빠졌어랑.
 (아이고 어쩌나, 장독대에 있는 항아리 속에 달이 빠졌어요.)

9. 바람이 우허니 불어 자빠라지면 으짤라고 요년하게 있냐.
 (바람이 우루루 불어 자빠지면 어떻게 하려고 위험하게 있느냐.)

10. 원체 실덕벌덕한 넘이라 술을 작파했다고 해도 꼬나허지도 않았다.
   (워낙 변덕이 심한 놈이라 술을 끊었다고 해도 기대조차 하지 않았다.)

11. 원칸 아름탕스럽고 수말스러워서 내뿔 것 없는디 흠결은 먹보다.
   (워낙 야무지고 착해서 내버릴 것 없는데 흠은 귀가 잘 안 들린다.)

12. 원체 철철한께 지천하지 깨까시 댕기면 모다 몰뚝다 한다.
   (워낙 지저분하니까 나무라지 깨끗이 다니면 모두 귀엽다 한다.)

13. 땀숙하게 있어라고 혔는디 요참에 본께 솔찬이 시망스럽다.
     (얌전히 있으라고 했는데 이번에 보니까 대단히 나댄다.)

14. 쪼깐만 이뻐하믄 도방정맞음시롱 도시는 통에 이쁘단 말도 못하긋다.
   (조금만 예뻐하면 경솔하게 까부는 통에 예쁘다는 말도 못하겠다.)

15. 모 다 숭것다고 깽매기를 막 쳐댕께 온 삭신이 징구장구하네.
   (모내기를 다 했다고 꽹과리를 막 쳐대니까 온몸이 들썩들썩하네.)

16. 느시렁대지 말고 싸게 일 끝내고 욜로 모태라.
   (꾸물대지 말고 빨리 일을 끝내고 이리로 모여라.)

17. 고로코롬 볼태기 찜질해서 묵으면 누삼네도 엉친다.
   (그렇게 볼 가득 먹으면 누구라도 체한다.)

18. 남이사 저븜으로 이빨을 쭈시든 말근 지비가 멋인데 신청하요.
   (남이야 젓가락으로 이를 쑤시든 말든 당신이 무엇이기에 참견하오.)

19. 울 하나씨는 이가 실하지 못해 늘상 날상한 뱁만 잡순다.
   (우리 할아버지는 이가 튼튼하지 못해 늘 무른 밥만 드신다.)

20. 으쩐 일인지 가스나그만 보믄 가심이 통개통개한디 병일까랑.
   (어쩐 일인지 아가씨만 보면 가슴이 두근두근거리는데 병일까요.)

21. 수업시간에 쪼깐 자울르다가 선생님한테 앵켜서 졸갱이를 당했다.
   (수업시간에 조금 졸다가 선생님께 들켜서 벌을 받았다.)

22. 일 한나는 이정스럽게 한디 벅수같이 둑만 부리지 마라.
   (일 하나는 꼼꼼히 하는데 답답하게 고집만 부리지 마라.)

23. 저 자슥은 실덕벌덕 해쌈서 으째서 몽니를 부린디야.
   (저 자식은 이랬다저랬다 하면서 왜 오기를 부릴까.)

24. 가끔 생뚱마저도 속창시 하나는 디게 으지렁스럽다.
   (가끔 엉뚱해도 마음 쓰는 것 하나는 되게 속이 찼다.)

25. 되나케나 앵기래본께 시울태기가 썽썽한 날이 없다.
   (누구든지 노려보니까 눈과 입 언저리가 성할 날이 없다.)


경상도 우리 탯말

1. 사투리 쓰모 숭을 보고 잇어 사니께 안쓰제.
 (사투리 쓰면 흉보고 웃으니까 안 쓰지.)

2. 배네끼 오라고 글키나 캐도 기꾸도 안 하네. 배삐 안 올 끼가.
 (빨리 오라고 그렇게 말해도 들은 척도 안 하네. 빨리 안 올 거냐.)

3. 허뻐 안 올 줄 알면서도 지다리는 것이 늙은 오메 맘인기라.
 (행여나 안 올 줄 알면서도 기다리는 것이 늙은 어미 맘이야.)

4. 인자 살이 멍치가 되가꼬 피가 씨버서 머구도 안 물어 떼더라.
 (이제 살이 감각이 없어서 피가 써서 그런지 모기도 안 물어 뜯더라.)

5. 조 옴마가 새파래 가꼬 왔는데 아를 뚜까패서 반피를 맨드러 놨다 쿠네.
(그 애 엄마가 파랗게 질려서 왔는데 애를 때려서 바보를 만들어 놨다고 하네.)

6. 딸딸이 신고 자아 갔다 왔디 호래기도 억수로 헐더라.
 (슬리퍼 신고 시장 갔다 왔는데 갑오징어가 굉장히 싸더라.)

7. 아가 얼겄다. 두디로 볼끈 보듬아 조라. 너무 쎄게 안아가꼬 숨 매킬라.
 (아기가 얼겠어. 포대기로 꼭 안아 줘라. 너무 세게 안아서 숨 막힐라.)

8. 가는 시부적 와 가꼬는 지 단도리 다 해가꼬 가네.
 (그 애는 슬며시 와서는 자기 챙길 거 다 챙겨 가네.)

9. 날이 더버니까 짱배기 불나지예. 부치 가꼬 부치도 영 시언치 않고 더버 죽겠어요.
(날이 더우니 머리 꼭대기에 불나지요. 부채 가지고 부쳐도 영 시원하지 않고 더워 죽겠어요.)

10. 암만 봐도 행상머리가 알분스럽다.
   (아무리 봐도 행동거지가 이것저것 참견하려고 한다.)

11. 이할배집에 가면 이가 올매나 반지르르한지 너그 이할매 또 한 보따리 챙기리 주겠다.
(외할아버지 집에 가면 참외가 얼마나 반들반들한지 너희 외할머니가 또 한 보따리 챙겨 주겠다.)

12. 지줌 와서는 아무것도 안 하고 흐치 놓고 갔다.
  (각자 와서는 아무것도 안 하고 흩어 놓고 갔다.)

13. 이 주리 세어 줄까예? 참 기사님이 준 기라서 안 세알리도 되지예.
  (이 거스름돈 세어 드릴까요? 참 기사님이 준 것이라 안 세어도 되죠.)

14. 지낭개는 콩이 오지게 열리띠마는 올개는 쭈구리만 수두룩 뻑뻑하네.
   (지난해는 콩이 알차게 열렸더니 올해는 쭉정이만 수두룩하네.)

15. 메르치를 말릴라꼬 판때기에 올려놨디마는 안즉도 피득피득하다.
   (멸치를 말리려고 널빤지에 올려놨는데 아직도 축축하다.)

16. 무시 쫑갈리가꼬 저라가 껀지 나따가 새비젓 너어 가꼬 담그면 되지예.
 (무 썰어서 절여서 건져 놓았다가 새우젓 넣어 담그면 되죠.)

17. 갈 전애는 맛있기는 한데 빼가지가 항금 있어서 파이다.
   (가을 전어는 맛있긴 한데 가시가 많아서 안 좋다.)

18. 아이 만다꼬예. 만다꼬 그 캅니꺼?
   (아이 뭐 하려고요. 쓸데없이 뭐하러 그럽니까?)

19. 머스마는 자고로 터레기가 항거석 나야 된다. 맨숭맨숭 민둥산이라 캐봐라 얌새이 같다.
(사내는 자고로 털이 많이 나야 한다. 맨송맨송 민둥산이라 해봐야 염소 같지.)

20. 가들은 집이 솔더라. 그래도 개잡아서 다행아이가.
   (그 애들은 집이 비좁더라. 그래도 가까워서 다행이야.)

21. 야들아 마카다 욜로 쫄로리하게 서봐라.
   (얘들아 모두 이리로 쭉 나란히 서봐.)

22. 히야 시언나? 시언체?
   (언니야 시원해? 시원하지?)

23. 저 만디는 억수로 깨글막지데이.
   (저 언덕은 경사가 무척 가파르다.)

24. 비얄에서 빵개이 살다가 비암이 나와서 시껍했다.
   (비탈에서 소꿉놀이 하다가 뱀이 나와서 놀랐다.)

25. 온 전신에 벌거지가 물 떼서 빠꼼한 구석이 없데이.
   (온몸을 벌레가 물어 뜯어서 성한 데가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