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史관련

사망선고’ 받은 KFX 사업 부활시켜라

醉月 2008. 6. 16. 20:20
‘사망선고’ 받은 KFX 사업 부활시켜라!
중급 전투기 개발 →소형·저급 전투기 개발
 
독자 개발했다 시장 확보 못해 곤욕 치르는 라팔
공동개발 덕에 시장 확보하고 성공 향해 가는 타이푼
일본, 이스라엘, 대만의 전투기 사업은 왜 실패했나
대형·중형·준중형 전투기 시장은 미국이 장악
한국은 단발·소형 전투기 개발에 비교우위 있다
사브, 록히드마틴, 보잉, EADS “KFX 사업에 관심”
크루즈 미사일 개발로 스텔스기 가치 하락
 
 

한국은 미국과 공동으로 개발한 T-50 고등훈련기(사진) 사업에 이어 제3국을 끌어들여 수출 가능한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 사업을 성공시킬 수 있을까.

“KFX 사업을 아십니까?”

“아, F-15K 전투기 40대를 도입한 데 이어 21대를 추가 도입하기로 한 사업 아닙니까? 최근 한국은 미국 보잉사(社)와 F-15K 21대를 추가 도입하는 계약을 맺었지요. 아마….”

“아닙니다. 그것은 FX 사업이고 따로 KFX 사업이 있습니다.”

“… KFX가 뭐지. 과거에 KF-16을 미국 록히드마틴사로부터 120대+20대로 총 140대 도입한 사업 말인가요? 그것은 KFP 사업으로 불렸는데….”

잊힌 단어 ‘KFX’

KFX는 매우 친숙한 단어이지만 사회적으로는 그 의미가 실종된 말이다. KFX는 한국형 전투기 개발이라는 뜻을 가진 영문 Korea Fighter eXperimental을 줄인 것이다. 이 사업은 외국에서 전투기를 사오는 것이 아니라 한국에서 전투기를 개발해서 쓰자는 것이다. 이렇게 숭고한 뜻을 가진 KFX 사업이 ‘버려진 자식’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KFX 사업도 태어날 땐 그 울음소리가 정말 ‘양양’했었다. KFX 사업은 2001년 3월20일 공군사관학교 49기 생도 졸업식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우리 공군은 21세기 항공우주군 건설이라는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거시적인 안목과 치밀한 준비를 갖춰야 한다”며 “늦어도 2015년까지 (한국은) 최신예 국산 전투기를 개발할 것”이라고 선언하면서 탄생했다.

그러나 KFX 사업은 비슷한 시기 공군이 추진한 FX사업에 가려졌다. FX 사업이란 장거리 투사작전 능력을 가진 최신예 전투기를 외국에서 도입하는 것이다. FX 사업은 미국 보잉사의 F-15K, 영국을 중심으로 유럽 4개국이 뭉친 유러파이터사의 타이푼, 프랑스 다쏘사의 라팔, 러시아 수호이사의 수호이-35가 도전함으로써 한순간에 ‘세계적인 빅 매치’가 됐다.

당시 미국의 F-15K(F-15E를 일부 변형한 것)와 러시아의 수호이-35는 개발이 끝난 단계에 있었다. 반면 프랑스의 라팔(Rafale·돌풍)은 시제기를 만들어 시험비행 중이었고, 유럽의 타이푼(Typhoon·태풍)은 시제기 개발을 완료한 시점에 있었다. 개발 완료 시점에는 차이가 있지만, 이들은 하나같이 ‘세계 최강’을 자랑했다.

운동 경기에서는 결승전에서 패해도 ‘자랑스러운 은메달’을 목에 걸 수 있다. 그러나 실전(實戰) 세계에서 2위는 죽음을 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동물의 세계에서도 왕위 쟁탈전에 도전했다 패한 짐승은 죽임을 당하거나 조직 밖으로 쫓겨나 방랑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1위 앞에서 꼬리를 내린 3위 이하는 그런대로 권한을 행사하며 존재한다.

타이푼과 수호이-35는 세계 지존(至尊)을 뽑는 무대에 참여했다는 ‘타이틀’이 중요했으므로, 한국 무대에서 승리하겠다는 강한 목표의식이 없었다. 유럽과 러시아는 ‘현명하게도’ 한국이 미국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다는 것을 의식하고 있었으므로, FX 사업은 F-15K와 라팔의 난타전이 됐다.

1949년 10월1일 육군 항공사령부를 모태로 창설된 한국 공군은, 이제까지 단 한 번도 비(非)미국제 전투기를 사용한 적이 없다. 훈련기와 수송기 등은 캐나다나 영국, 인도네시아, 스페인에서 수입했어도 전투기만은 100% 미국제를 사용했다. 공군은 3군 가운데에서 미군과 가장 많이 연합작전을 펼친다. 한국 공군은 주한 미7공군과 함께 공군 작전의 중추부인 중앙방공통제소(MCRC)와 한국전투작전정보센터(K-COIC)를 운영하고 있다.

라팔은 기동능력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탑재무장과 장거리 투사능력에서는 F-15K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그 결과 2002년 4월19일 내려진 결론은 F-15K의 판정승. KO로 이기든 신승(辛勝)을 하든 승자는 독식한다. 미국 보잉사는 40대 규모의 FX 사업을 몽땅 가져갔다. 프랑스 다쏘사에 돌아간 것은 ‘은메달’이 아니라 고통스러운 후유증이었다.

   

‘실패한 전투기’ 길 걷는 라팔

프랑스가 독자개발한 라팔(왼쪽)은 시장개발에 실패했으나 4개국이 공동개발한 유러파이터 타이푼(오른쪽)은 시장 개척에 성공하고 한때 한국의 KFX사업에도 ‘러브콜’을 보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격언이 있지만 그것은 희망사항이고, 실제 세계에서는 ‘실패는 실패의 어머니’가 되는 경우가 많다. 한국의 FX 사업이 뜨겁게 진행될 때 싱가포르도 FX 사업을 펼쳤다. 싱가포르의 FX 사업에서도 F-15와 라팔이 격렬히 맞붙었다. 싱가포르 공군은 한국 공군만큼 친미(親美) 일변도가 아니다.

땅이 좁은 싱가포르는 프랑스 공군의 카조(Cazaux)기지에 고등훈련기를 갖다 놓고 조종사를 양성해왔고, 미국에서는 루크 공군기지 등을 빌려 F-16 전투기를 배치하고 조종사 훈련을 반복해왔다. 프랑스는 한국에서의 패배를 만회하기 위해 자국과도 연(緣)이 닿는 싱가포르를 상대로 전력을 기울였다.

한국 공군은 전선(戰線)을 갖고 있는 군대다. 따라서 다른 나라 공군보다 전투기에 대한 정보가 많다. 싱가포르 공군은 이러한 자료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이에 싱가포르 공군은 한국 공군에 도움을 요청했다. 한국 공군의 기종 선정 기준을 알려달라고 한 것이다. 한국 자료를 검토한 싱가포르 공군은 그들의 기준을 만들어 마침내 F-15를 선택했다.

화불단행(禍不單行), 연패 쇼크를 받은 다쏘사의 불행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라팔은 기본적으로 프랑스 공군과 해군을 위해 개발된 것이다. 라팔은 냉전 시기 개발에 들어갔으므로 프랑스 해·공군은 라팔을 상당히 많이 사줄 것처럼 이야기했다. 그러나 냉전이 끝난 후 개발이 완료됐기에, 예산 부족을 이유로 공군은 16대, 해군은 26대를 줄여버렸다. 336대의 라팔을 사갈 것으로 예상되던 프랑스 해·공군은 도입 규모를 294대로 줄였다.

새로 개발한 전투기의 손익 분기점으로는 300대 생산이 자주 거론된다. 라팔은 손익분기점도 넘기지 못할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이다. 다쏘사는 한국에서 패배했을 때 “한국의 결정 기준이 공정하지 못했다. 한국에서 벌이는 사업에 다시는 참여하지 않겠다”며 분노를 터뜨렸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판단을 잘못 내린 데 대해 크게 후회했다고 한다.

라팔과 타이푼은 F-15K보다 탑재무장이나 장거리 투사능력이 달린다. 굳이 비교한다면 ‘슈퍼 호넷’이라는 별명을 가진 미국 보잉사의 F-8E/F와 동급으로 보아야 한다. 이러한 약점 때문에 다쏘사는 한국의 FX 사업 막바지에, 시제기 4대를 무료로 제공할 것을 검토했다고 한다. 시제기 4대를 보태 44대를 40대 가격에 한국에 제공하자고 한 것이다.

어느 회사에서든 무조건 회사 이익만 대변하는 ‘과잉 충성파’가 있게 마련이다. 이들은 “한국에 4대를 공짜로 제공하면 다쏘사는 다른 나라에 대해서도 같은 조건을 제시해야 한다. 이는 공들여 만든 라팔의 가격을 스스로 하락시키는 행위다. 한국에 대해 너무 고개를 숙일 필요는 없다. 자존심을 지키자”는 요지로 반발해, 이를 관철시켰다. 시제기 4대 무료 제공은 없던 일이 되었고 라팔은 한국 시장에서 패배했다.

인도 시장 개척에 운명 건 다쏘

한국은 FX 사업을 할 때 이미 “2차 FX 사업이 있을 것이다”라고 공언했다. 1차 FX 사업에서 패하더라도 권토중래하면 2차 FX 사업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암시를 준 것이다. 그러나 다쏘사는 한국 시장에 대해 판단을 잘못했다는 기억과 과거의 선언 때문인지 2007년 한국의 2차 FX 사업에 참여하지 않았다. 패자부활전의 기회도 포기한 것이다.

한국의 2차 FX 사업은 타이푼과 F-15K만 참여해 싱겁게 진행된 끝에 2008년 4월25일 F-15K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한국과 싱가포르에서 실패하고 프랑스에서도 재미를 보지 못한 다쏘사는 지금 인도를 상대로 라팔 판매전을 펼치려고 한다. 그러나 인도도 만만한 시장이 아니다. 인도는 프랑스 전투기와 인연이 적기 때문이다.

1970년대 초 영국과 프랑스는 ‘재규어’라는 이름의 경전투기를 공동 개발했다. 그리고 두 나라는 재규어를 독자적으로 생산하고 독자적으로 개량했다. 영국 공군이 필요로 하는 재규어는 영국 항공기 제작사가, 프랑스 공군을 위한 재규어는 프랑스 항공기 제작사가 제작과 개량을 맡기로 한 것이다. 두 나라는 재규어 수출도 독자적으로 하기로 했다.

   

스웨덴의 사브사는 F-404와 F-414 엔진을 각각으로 이용한 단발기 그리펜(위)과 그리펜 NG(아래)를 개발해놓고 한국과 소형 전투기 개발을 함께 하자고 제의했다.

인도는 영국의 식민지였기 때문에 영국의 입김이 제법 작용한다. 인도는 아시아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수직이착함기인 시해리어를 탑재한 항공모함을 갖고 있다. 인도 해군이 보유한 ‘비라트(Viraat·‘거인’, 2만8000t급)함’은 영국 해군이 35년간 사용하다 퇴역시킨 ‘허미즈(Hermes·神들의 使者)함’을 1986년 구입해 개조한 것이다. 비라트 항공모함을 도입하기 직전 인도는 영국으로부터 131대의 재규어 전투기를 도입했다.

인도는 같은 인구 대국인 중국에 대해 경쟁 의식을 갖고 있다. 인도는 네루 총리 시절(1961) 유고슬라비아의 티토 대통령 등과 함께 미국과 소련이 주도하는 블록에 가담하지 않는 비동맹 운동을 펼쳤다. 그리고 중국의 최초 핵실험(1964)을 의식해, 캐나다에서 도입한 원자로(중수로)에서 나온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해 얻은 플루토늄으로 1974년 핵실험을 했다. 이 실험 직후 미국은 인도에 경제 제재를 가했기에 인도의 비동맹 운동은 반미(反美)-반중(反中) 색채가 강한 것으로 이해됐다.

중국·미국과 불편하게 된 인도에 접근한 나라가 소련이었다. 인도는 ‘러브콜’을 보내온 소련으로부터 전투기를 많이 구입했다. 1950년대 후반 소련에서 개발된 미그-21은 1만대 이상 제작된, 2차 세계대전 이후 ‘최고의 베스트셀러’다. 인도는 미그-21을 비롯해 미그-27과 29를 도입했다. 그리고 한국 FX사업에 도전했던 최신예기 수호이-35의 원형인 수호이-30도 도입했다.

인도 핵 문제 해결과 라팔의 운명

인도는 프랑스가 미라지-2000을 개발했을 때 이 전투기를 제일 먼저 수입했다. 그러나 미라지-2000의 가격이 높은 데 불만을 품고 도중에 소련의 미그-29로 바꿔버렸다. 좋아질 뻔하던 인도-프랑스 관계가 식어버린 것이다. 이러한 과거가 있는 다쏘사가 인도에 라팔을 판매하려면, 영국과 러시아라는 인도의 전통적인 우방국을 제쳐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파키스탄은 인도와 종교·영토 문제로 갈등해왔다. 이 때문에 파키스탄은 인도와 사이가 좋지 않은 중국·미국과 괜찮은 관계를 유지했다. 미·중 양국은 1971년 키신저 미 국무장관의 비밀 방중을 계기로 1972년 닉슨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고, 1979년 수교했다. 미중 수교의 계기가 된 키신저의 비밀 방중을 주선한 나라가 바로 파키스탄이다. 이러한 기여 덕분에 파키스탄은 미국으로부터 F-16을 공급받는 데 성공했다.

파키스탄이 인도의 핵개발에 자극받아 1998년 핵실험을 성공시키자 미국은 제재에 나섰다. 그러나 2001년 9·11테러를 당한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감행하면서, 파키스탄을 설득해 전초기지를 제공받았다. 이로써 핵실험으로 인해 소원해졌던 미국과 파키스탄 관계가 복원됐다.

냉전이 끝난 후 미국은 세계 유일의 강대국이 됐는데, 이러한 미국이 파키스탄과 밀월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인도에 좋은 징조가 아니다. 지금 인도의 과제는 경제개발이다. 다행히 인도는 ‘친디아(차이나+인디아)’와 ‘브릭스(브라질+러시아+인디아+차이나)’란 조어가 나올 정도로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러한 성장을 위해서는 전력이 풍부해야 한다.

핵개발과 원자력발전은 완전 별개 분야다. 1974년 핵실험 이후 인도는 미국의 경제 제재를 받았기에 원자력발전 기술을 발전시키지 못했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가입하지 않고 핵비확산조약(NPT)도 비준하지 않은 나라다. 그런데 지금 북한과 이란은 인도와 파키스탄처럼 IAEA에 가입하지 않고 NPT를 비준하지 않은 상태에서 핵개발을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북한과 이란을 제압하려면 미국은 ‘머리가 큰’ 인도부터 주저앉혀야 한다. 이를 위해 미국은 인도에 원자력발전 기술을 제공할 테니 IAEA에 가입하고 NPT를 비준하라고 요구했다. 미국은 현재 이러한 목적을 가진 협상을 인도와 벌이고 있는데, 이에 대해 인도의 야당들은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것은 인도의 주권을 포기하는 것이다”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인도의 여당과 정부가 이러한 반발을 뚫고 미국과의 협상을 타결지어 IAEA에 가입하고 NPT를 비준케 하려면, 미국은 새로운 ‘당근’을 던져줄 필요가 있다. 이 당근이 바로 인도가 단 한 번도 타보지 못한 미국제 전투기의 공급이 될 수 있다. 인도 핵문제 해결을 이유로 미국이 개입하면 다쏘사는 또 한 번 ‘쓴물’을 들이켤 가능성이 높다.

   

공동개발 덕본 타이푼

라팔이 F-15K를 따돌리고 한국 FX 사업을 따냈다면, 다쏘사는 지금 ‘붉은 카펫’ 위를 질주하고 있을 것이다. 한국 FX 사업 이후 라팔이 처했거나 처하게 될 ‘곤란한 운명’을 소개하는 것은 KFX에 대한 전략을 풀어나가기 위해서다. KFX 전투기는 성능이 좋아야 할 뿐만 아니라 수출도 할 수 있어야 한다.

라팔의 실패에 비교되는 것이 타이푼의 성공이다. 라팔은 프랑스가 독자개발했지만 타이푼은 영국을 중심으로 한 유럽 4개국이 공동개발한 전투기다. 사실 라팔과 타이푼은 한 둥지에서 태어난 ‘이란성 쌍둥이’라고 할 수 있다. 1980년대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이라고 하는 유럽의 5대 강국은 유럽형 전투기를 만든다는 데 합의하고 구체안 작성에 들어갔다. 전투기의 핵심은 전체 가격의 40% 정도를 차지하는 엔진이다.

프랑스는 ‘스네크마’라는 엔진 제작사를, 영국은 ‘롤스로이스’란 이름의 엔진 제작사를 갖고 있다. 프랑스는 유럽형 전투기에는 자국산 엔진을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이에 대해 모든 나라가 반대했다. 반면 영국은 유럽형 전투기에는 5개국이 공동으로 만든 엔진을 탑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프랑스는 자국에 유럽형 전투기 조립공장을 지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영국은 최종조립 공장은 5개국에 모두 지어야 한다고 주장해 3개국의 지지를 받았다.

이러한 갈등 때문에 프랑스는 유럽형 전투기 개발 사업에서 탈퇴했다. 그리고 이미 밑그림을 그려둔 미라지-4000 모델에 스네크마사가 새로 개발하기로 한 M-88 엔진을 더한 신형 전투기 개발에 착수했다. 비슷한 시기에 영국 등 4개국은 공동의 전투기를 만들기 위해 ‘유러파이터사’를 만들고, 이 전투기에 쓰일 엔진을 개발하기 위해 ‘유러제트’라는 회사도 만들었다.

유러제트사는 독립된 회사이므로 제트엔진 분야에서는 앞선 기술을 갖고 있는 영국의 롤스로이스사 등으로부터 기술을 구입해 신형 엔진 개발에 들어갔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EJ-2000 엔진이다. 유러파이터사는 이 엔진을 토대로 타이푼을 만들어냈다.

라팔과 타이푼은 비슷한 시기 비슷한 외양을 갖고 등장했으나, 둘의 운명은 확연히 달라졌다. 라팔은 앞에서 정리했듯 프랑스 해·공군을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시장을 만들지 못해 손익분기점 돌파도 어려워졌다. 그러나 타이푼은 4개국 시장을 확보했기에 단숨에 손익분기점을 넘었다.

타이푼도 냉전기에 개발에 착수했다가 냉전이 끝난 후 개발이 완료됐기에 예상보다 주문량이 크게 줄었다. 하지만 4개국 공군이 모두 구입하기에 600여 대의 주문을 확보할 수 있었다. 타이푼은 4개사가 투자한 비율에 따라 부품을 맡아 제작하나, 최종조립은 4개사가 모두 한다.

영국 공군이 200대의 타이푼을 구입한다고 했으면 영국에서는 BAE사가 자사를 포함한 4개 사에 부품 제작을 의뢰하고, 이를 받아 200대의 타이푼을 조립해 영국 공군에 제공하는 것이다. 수출도 국가별로 시장을 나눠 독자적으로 추진한다. 영국은 집중적으로 사우디아라비아를 두드렸다.

그 결과 2007년 사우디아라비아와 타이푼을 수입한다는 양해각서(MOU)를 맺는 데 성공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48~72대의 타이푼을 수입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각서를 체결할 무렵 영국에서는 과거 영국이 무기를 팔기 위해 독재를 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왕족에게 뇌물을 주었다는 폭로가 터져나와 큰 파문이 일기도 했다.

유럽 4개국이 공동개발했다는 것 때문에 타이푼은 ‘유럽의 전투기’로 인식됐다. 냉전 시절 유럽을 대표하는 기구는 미국이 중심이 돼 만든 NATO(북대서양조약기구)였으나 지금은 순수하게 유럽국가들이 만든 EU로 인식이 바뀌고 있다.

오스트리아는 제2차 세계대전 때 독일 편에 섰다가 패전해, 독일처럼 미·영·불·소 4개국에 점령됐다. 그리고 10년간 4개국의 신탁통치를 받다 “중립노선을 걷겠다”고 약속함으로써 독일처럼 분단되지 않고 한 나라로 살아남을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오스트리아는 NATO와 소련이 주도한 WTO(바르샤바조약기구)에 가입하지 않고 철저한 중립 노선을 걸었다. 하지만 1991년 WTO가 붕괴됨으로써 유럽의 냉전이 끝나자, 1995년 EU에 가입했다. 이러한 오스트리아 의회는 2002년 오스트리아 공군이 전투기를 도입한다면 유럽이 공동개발한 타이푼으로 한다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4개국을 확실한 도입국, 사우디아라비아를 사실상의 수입국, 오스트리아를 잠재적 고객으로 확보한 유러파이터사는 EU 회원 자격을 유지하고자 하는 그리스를 상대로 타이푼 수출을 타진하고 있다. 그러나 그리스는 경제 사정이 좋지 않아 타이푼을 도입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러한 타이푼은 2007년 한국의 2차 FX 사업에 다시 도전해 F-15K에 패배했다. 그리고 한국이 쌍발엔진에 KF-16보다 나은 전투기 개발을 목표로 KFX 사업 추진을 검토할 때 “많은 돈을 들여 새로 전투기를 개발하지 말라. 타이푼은 KF-16보다 뛰어난 쌍발 전투기이니 한국은 타이푼을 KFX 전투기로 선택해 공동생산하라”고 강력히 권유했다.

단독개발한 라팔의 비운과 공동개발한 타이푼의 선전은 KFX 사업과 관련해 주목해야 할 대목이 아닐 수 없다. FX 사업을 소재로 한 세계 첨단 항공기 산업의 흐름 분석은 이쯤에서 마치고, 이를 토대로 KFX 사업을 분석해보기로 하자.

   

박리다매로 구축한 F-16 시장

2006년을 넘기면서 KFX 사업의 개념은, 엔진 두 개에 스텔스 기능을 갖춘 지금의 KF-16보다 나은 전투기 개발을 목표로 한다는 것으로 잡혔다. 그리고 공군은 이 전투기를 120대가량 도입한다는 계획도 설정됐다. 그러자 도처에서 반대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스텔스 개념은 두 개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기체에 ‘레이더파 흡수 도료’를 바르고 레이더파가 덜 반사되도록 기체 표면에 복잡한 각도를 주는 단순한 스텔스다. 이러한 처리를 한 전투기는 그렇지 않은 전투기보다 레이더파를 적게 반사한다.

그러나 미사일과 폭탄, 외부연료탱크를 다는 순간 이 전투기의 스텔스 기능은 완전히 사라진다. 미사일과 폭탄, 연료탱크는 레이더를 많이 반사하는 물체이기 때문. 전투를 하려면 무장을 달아야 하는데 무장을 다는 순간 스텔스 불능이 되는 것이 일반적인 의미의 스텔스다. 이러한 전투기는 스텔스기로 여기지 않는다.

진정한 스텔스기는 미사일과 폭탄, 연료탱크가 레이더파를 반사하지 못하도록 기체 안에 넣고, 역시 레이더파를 많이 발사하는 엔진의 배기구는 날개 위에 배치한 전투기다. 이러한 기능을 갖추고 현대전에 필요한 첨단 항공전자장비까지 갖춘 전투기를 개발하는 데는 대단히 많은 돈이 들어간다. 이러한 개념으로 미국이 개발한 것이 F-35 스텔스 전투기인데 미국은 이 전투기의 개발비용으로 30조원을 지출했다고 한다.

엔진 두 개를 탑재하고 스텔스 기능을 갖추고 있으며 KF-16보다 좋은 전투기는 현재 F-22뿐이다. F-22를 개발하는데 미국은 65조원 정도를 지출했다고 한다. 과거 한국 공군은 2조원에 이른 T-50의 개발비가 비싸다고 해 벌벌 떤 적이 있다. 이러한 공군에 30조원 이상을 부담시키겠다고 하는 것은 누가 봐도 ‘흰소리’가 아닐 수 없다.

한국형 전투기는 2020년쯤 양산에 들어갈 것으로 보였는데 그때 나오는 KF-16급 수준의 한국형 전투기를 사줄 수 있는 나라가 있겠느냐는 것도 중요한 반론이었다. KF-16의 원형인 F-16을 개발한 미국의 록히드마틴사는 F-16을 잇는 후속기로 스텔스 기능을 가진 F-35를 개발했으나 F-35의 가격이 너무 비싸 고민하고 있다.

‘지갑이 얇은’ 나라는 F-35를 살 수 없다고 판단한 록히드마틴은, F-35와 함께 F-16을 병행 생산할 예정이다. 록히드마틴은 KF-16보다 성능이 훨씬 좋은 F-16E/F를 이미 내놓았으니 2020년이 되면 더 좋은 F-16을 생산할 것이다. F-16 시리즈는 4400대 이상 판매되었으므로 록히드마틴은 벌써 본전을 뽑았다.

록히드마틴사가 2020년 내놓을 F-16은 가격 경쟁력이 매우 높을 것인데, 한국이 내놓은 전투기가 어찌 이것과 경쟁할 수 있겠느냐가 반론의 핵심이었다. 세계 전투기 시장에서는 ‘박리다매’ 전략을 구사하는 F-16 때문에 ‘출생 신고’만 하고 사라진 전투기가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경우가 일본과 대만, 이스라엘이 개발한 전투기다.

F-2, 경국호, F-20, 라비의 실패

1980년대 일본은 F-16급 전투기를 개발하겠다며 FSX 사업을 추진한 바 있다. 이렇게 해서 1990년대 F-2 전투기를 탄생시켰는데, F-2는 개발비용이 많이 들어가 대당 가격이 F-15K보다 비쌌다.

그로 인해 자국산 전투기 개발에 고무됐던 일본 항공자위대는 130대 구입 계획을 취소하고 98대로 확 줄여버렸다.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나라이기에 무기를 수출하지 않는다. 설사 수출한다고 해도 비싼 가격 때문에 사줄 나라가 없으니, F-2는 출생신고만 하고 사라지는 신세가 되었다. F-2를 생산한 미쓰비시(三菱) 중공업은 ‘쓴잔’을 들이켠 것이다.

1979년 미국은 중국과 수교하면서 대만과의 외교관계를 끊고 대만에 주둔해온 미군을 철수시켰다. 그로 인해 안보 위기를 느낀 대만은 IDF라는 닉네임을 가진 국산 전투기 개발 사업에 들어갔다.

일본은 FSX 사업을 하면서 엔진은 미국제를 썼으나, 대만은 엔진까지 독자개발하기로 했다. 이러한 노력 끝에 대만은 장경국 당시 총통의 이름을 딴 ‘경국호(經國號)’ 개발에 성공했다. 그러나 경국호의 가격이 너무 높아 대만 공군은 256대를 도입하려던 계획을 축소해 130대만 도입했다.

물론 경국호는 단 한 대도 수출되지 못했다. 그로 인해 뜨거운 애국심으로 시작됐던 경국호 사업은 ‘미운 오리새끼’로 전락해 2000년 종결되고 말았다. 경국호를 만든 한상(漢翔)항공공업은 호된 구조조정을 겪었다.

   

[표1] 최대 추력에 따른 전투기 구분
전투기 종류
(최대 추력 : 파운드)
기존형 신형
대형 전투기
(5만 이상)
F-15(미국)
수호이-27, 30(러시아)
F-15E(미국
)F-22(미국)
수호이-35(러시아)
중형 전투기
(5만~3만5000)
F-18(미국) F-18E/F(미국)
타이푼(유럽)
라팔(프랑스)
F-35(미국)
준중형 전투기
(3만5000~2만)
미그-25, 27, 31(러시아)
F-16(미국)
F-4(미국)
해리어(영국)
미라지-2000(프랑스)
F-16E/F(미국)
그리펜NG(스웨덴)
소형 전투기
(2만~1만)
미그-23, 29(러시아)
F-117(미국)
토네이도(영국)
수퍼 에탕타르(프랑스)
미라지-Ⅲ,Ⅳ,Ⅴ,F1, 50(프랑스)
그리펜(스웨덴)
FA-50(한국)
경전투기
(1만 이하)
F-5(미국)
미그-21(러시아)
재규어(영국+프랑스)

1980년대 미국 노스롭사도 F-20전투기 개발에 도전했다가 실패해 아예 항공산업 자체를 접은 적이 있다.

1986년 이스라엘의 IAI사는 라비(LAVI·이스라엘어로 ‘사자’)라는 이름의 전투기 개발에 성공했으나, F-16만큼 싼 가격에 생산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바로 이 사업을 접어버렸다. 재빠른 판단 덕분에 이스라엘은 일본이나 대만만큼 큰 경제적 부담을 안지 않았다.

F-16 성능을 가진 전투기는 만들 수 있어도, F-16보다 싼 전투기를 만들 수 없다는 것 때문에 많은 나라가 꿈을 접었다. 이러한 전례가 있는데 KF-16 수준을 목표로 한국이 전투기를 개발하는 것은 ‘섶을 지고 불에 뛰어드는 것’과 같다.

이러한 지적이 늘자 정부는 한국개발연구원(KDI)에 KFX 사업 타당성 검토를 맡겼는데, 2007년말 KDI는 경제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로써 KFX 사업은 사실상의 ‘사망 선고’를 받게 됐다.

그런데 KDI가 타당성 검토를 하던 무렵 KFX 사업은 KF-16급이 아니라 그보다 못한 수준의 전투기 개발을 목표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KFX 사업은 F-5를 이을 수 있는 ‘로 엔드(Low End)’의 저급 전투기를 개발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 것이다.

승용차는 엔진 배기량에 따라 등급을 구분하고, 전투기는 엔진이 내는 힘을 뜻하는 ‘추력(推力)’에 따라 등급을 나눈다. 추력이 큰 전투기는 덩치가 크므로 ‘대형 전투기’, 추력이 아주 작은 전투기는 ‘경전투기’ 식이다. 전투기에는 두 개의 엔진을 장착한 쌍발기와 한 개를 탑재한 단발기가 있으나, 쌍발과 단발을 구분하지 않고 세계의 주요 전투기 추력을 분류하면 ‘표1’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최대 추력이 5만파운드 이상인 전투기는 대형 전투기에 속하는데 미국 보잉사의 F-15와 록히드마틴사의 F-22, 러시아의 수호이-27, 30, 32, 35 시리즈가 이에 속한다. 미국은 F-15를 대체하기 위해 스텔스기인 F-22를 개발했으나, 가격이 너무 비싸 고민하고 있다. 또 현존 전투기 중에 F-15를 이길 수 있는 전투기도 흔치 않아, 보잉사는 최신형인 F-15E를 계속 생산하려고 한다.

다음이 5만에서 3만5000파운드 사이의 추력을 가진 중형 전투기인데, 여기에는 미국 보잉사의 F-18과 그 개량형인 F-18E/F, 스텔스기인 미국 록히드마틴사의 F-35, 유럽의 타이푼과 프랑스의 라팔을 넣을 수 있다.

F-35는 F-16 후계기로 개발됐기에 단발기다. 하지만 F-35에 탑재하는 엔진의 최대 추력은 쌍발기인 F-18E/F나 타이푼, 라팔에 못지않은 4만파운드를 기록하고 있어 중형으로 분류했다.

3만5000에서 2만파운드 사이의 추력을 가진 준중형 전투기에는 러시아의 미그-25, 27, 31, 미국 록히드마틴사의 F-16과 그 개량형인 F-16E/F, ‘팬텀’이라는 별명을 가진 F-4, 영국의 해리어, 프랑스의 미라지-2000을 들 수 있다. 준중형 가운데에서 추력이 가장 큰 것은 미그-31과 F-16E/F로, 이들은 3만5000 파운드의 추력을 갖고 있다. 스웨덴의 사브사는 2만2000파운드 추력을 가진 그리펜 NG 개발을 추진해 완료단계에 있다.

2만에서 1만파운드 사이의 추력을 가진 소형 전투기는 종류가 매우 많은데, 대부분 구형이라 사라져가고 있다. 지금 미국과 러시아 영국 프랑스는 소형 전투기와 경전투기 개발에는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KFX 사업, 저급 전투기 개발 목표로

이런 가운데 스웨덴의 사브사는 1990년대 중반 1만8000파운드 추력을 가진 그리펜 전투기를 내놓았다. 한국은 그리펜과 같은 엔진을 사용하는 고등훈련기 T-50을 토대로, 공격기 FA-50 개발을 눈앞에 두고 있다.

공격기는 전투기보다 레이더 성능이 밀려 전투능력이 떨어지니 여기서는 소형 전투기로 분류했다. 한국 공군은 작전수명이 다한 경전투기 F-5를 잇기 위해 FA-50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표1’을 정리하면 대형에서 준중형에 이르는 전투기 시장은 ‘미국이 독점’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형 전투기 시장에서 타이푼이 그런대로 선전하고 라팔은 고전하는 것이 작금의 상황이다. 러시아는 과거의 사회주의권 국가를 상대로 약간의 시장만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소형과 경전투기 시장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 않다. 소형과 경전투기는 중급 국가에서는 ‘2급 전투기’로, ‘지갑이 얇은’ 3세계 국가들에서는 ‘1급 전투기’로 사용되는데, 영국과 프랑스 러시아도 이 시장에 대해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강대국이 비워놓은 이 시장에 진입한 유일한 국가가 그리펜을 제작한 스웨덴이다. 한국의 T-50은 훈련기로 교관과 학생조종사가 함께 탈 수 있도록 좌석이 두 개 설치된 복좌기다. FA-50은 T-50에 레이더를 다는 정도의 개량만 했기에 역시 ‘복좌기’다. 한국 공군은 예산이 없어 FA-50을 단좌기로 개발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리펜은 여엿한 전투기이자 단좌기다. 성능도 훈련기를 모체로 한 FA-50보다 뛰어나다.

한국이 전투기 개발에 뛰어든다면 상대적으로 ‘강한 적수’가 적은 소형이나 경전투기 시장을 노리는 것이 현명하다. 미국이 개발한 경전투기 F-5는 세계 25개국에 2400여 대가 공급됐다. F-5는 현재 작전수명이 다해 전세계적으로 도태되고 있다. 그러나 F-5를 이을 전투기는 그리펜을 제외하곤 없는 실정이다. 한국의 비교우위는 소형 전투기 개발에 있다.

전투기보다 개발하기 힘든 것이 전투기용 제트 엔진이다. 전투기 개발은 어떤 엔진을 선택할 것인지로부터 시작한다. 전투기를 생산한 나라는 제법 있어도 자력으로 엔진을 개발할 수 있는 나라는 서방국가 가운데는 미국·영국·프랑스뿐이다. ‘표2’는 서방국가에서 생산되는 전투기용 엔진에 따른 전투기 분류다.

전투기용 엔진 가운데 가장 추력이 큰 것은 스텔스기인 F-35에 한 개 탑재하는 F-135와 F-136이다. 미국은 프랫앤드 휘트니(P&W)와 제너럴일렉트릭(GE)이라는 두 회사에 엔진 제작을 맡기고 있다. F-135는 P&W에서 제작하고, F-136은 GE에서 만드는데 성능은 같다. 미국은 한 회사가 가동 불능 상태에 직면했을 때와, 경쟁을 통한 창의성 도출을 위해 두 개의 엔진 제작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다음으로 센 것은 스텔스기인 F-22전투기에 탑재되는 F-119 엔진이다. F-22전투기에는 F-119 엔진이 두 개 장착되므로 F-22전투기의 추력은 F-35전투기보다 강하다. F-135(F-136)와 F-119 엔진은 스텔스기를 위해 새로 개발한 것이라 미국은 수출하지 않는다. 한국은 이 엔진을 토대로 전투기를 만들 수 없다.

[표2] 엔진 추력에 따른 전투기 구분
엔진 추력(파운드) 엔진 이름 탑재 전투기 엔진 수
4만 F-135(F-136) F-35 단발
3만5000 F-119 F-22 쌍발
3만2000 F-100(F-110) F-15
F-16
쌍발
단발
2만2000 F-414 F-18E/F
그리펜NG
쌍발
단발
2만 EJ-2000
M-88
타이푼
라팔
쌍발
쌍발
1만8000 F-404 F-18
그리펜
FA-50
쌍발
단발
단발

   

소형 전투기 개발의 선두주자 사브

그 다음이 F-16 전투기에 한 개, F-15전투기에 두 개 들어가는 F-100(F-110)엔진이다. 한국이 이 엔진을 토대로 전투기를 만든다면, 이 전투기는 세계 시장에서 F-16(단발)이나 F-15(쌍발)와 경쟁해야 한다. F-15는 미국을 제외하고 5개국, F-16은 미국을 제외하고 17개국에 수출된 베스트셀러인데 한국이 개발한 전투기가 이들을 이길 수 있을까. 따라서 F-100(F-110) 엔진을 토대로 한 전투기 개발은 경제성이 없다고 보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다.

그 아래에 있는 2만2000과 2만파운드, 그리고 1만8000파운드의 엔진은 동급으로 볼 수 있는데, 이 엔진들은 쌍발기인 F-18E/F와 라팔, 타이푼, F-18전투기에 탑재되었다. F-18E/F 전투기에 실린 F-414와 F-18 전투기에 실린 F-404엔진은 그리펜NG와 그리펜 전투기에 한 발씩 탑재되었다. 그러나 타이푼과 라팔에 탑재된 EJ-2000과 M-88 엔진을 이용한 단발기는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F-18 시리즈는 8개국에 공급된 전투기이고, 타이푼은 4개국, 라팔은 프랑스에 공급되는 전투기다. 한국이 이 엔진 두 개를 이용한 쌍발기를 개발한다면 역시 이들과 경쟁해야 하니 시장 창출이 힘들어진다.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이 엔진을 하나 탑재한 단발기를 개발해 세계 소형 전투기와 경전투기 시장을 노려보는 것이다.

2만파운드 전후의 추력을 가진 단발기는 경제성이 있을까. 그리펜을 개발한 스웨덴 사브사를 살펴보면 어느 정도 해답을 찾을 수 있다. 1990년대 중반 그리펜이 개발되자 스웨덴 공군은 120대를 주문하고 이어 70대를 더 주문했다. 경제사정이 나쁜 헝가리와 체코는 임차(리스) 형식으로 각각 14대 도입 주문을 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이 26대, 태국이 6대를 주문했고 영국의 ‘엠파이어 시험비행조종사 회사’도 주문해, 총 주문량은 250대를 약간 넘길 것으로 보인다.

개발된 지 10년이 넘는 그리펜의 총 주문량이 250대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소형 및 경전투기 시장도 쉽게 열리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조만간 한국이 작전수명을 넘긴 200대 이상의 F-5와 F-4 전투기를 퇴역시키면, 이 시장은 갑자기 커질 수 있다. 한국이 F-5를 퇴역시키고 새로운 전투기를 도입하면 F-5를 보유한 나머지 20여 개국도 작전수명이 다한 F-5를 퇴역시키고 새 전투기를 도입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스웨덴의 사브사는 이러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한국의 KFX 사업에 참여하고자 한다. 록히드마틴도 오래전부터 한국이 소형 전투기를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해왔고 한국이 소형 전투기 개발에 도전하면 참여할 의사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보잉과 한국에서는 유러파이터사를 대신하는 EADS사도 한국이 KFX 사업을 부활시키면 적극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홈런 대신 안타를 노려라

스텔스 전투기의 가치는 전쟁 초기 1차로 적진에 침투해 적 방공망을 초토화하는 데 있다. 적 방공망이 파괴되면 아군은 안심하고 모든 전투기를 투입할 수 있다. 그런데 토마호크를 필두로 한 크루즈 미사일 분야가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개전 초기 적 방공망을 부수는 공격은 주로 크루즈 미사일이 맡게 되었다. 한국은 토마호크에 견줄 만한 크루즈 미사일 ‘현무-3(일명 천룡)’을 개발해 정확도를 높이는 개량을 하고 있다. 크루즈 미사일의 발전은 스텔스 전투기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다.

소형 전투기는 적진 침투보다는 아군 지역에 침투하는 적기를 방어하는 ‘요격기’로 주로 쓰인다. 아군 지역에서는 아군 레이더의 지원을 받을 수 있으므로 굳이 완벽한 스텔스로 개발할 필요가 없다. ‘눈높이를 낮추는’ 것이 KFX 사업 성공의 지름길이다.

한국이 2만파운드 내외의 추력을 가진 엔진을 생산하는 미·영·불 회사를 상대로 KFX용 엔진 경쟁을 시키고, 미국의 록히드마틴과 보잉, 유럽의 EADS와 사브사 등을 대상으로 비행 제어와 낮은 단계의 스텔스 기술 제공 경쟁을, 미국의 노스롭과 유럽의 탈레스사 등을 상대로는 전자식인 AESA 레이더 기술 제공 경쟁을 시킨다면 KFX 사업은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사업으로 떠오를 수 있다.

KFX 사업으로 개발되는 전투기는 T-50과 유사한 크기이므로, 한국은 T-50 개발에서 습득한 기술을 재활용할 수 있다.

한국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씨의 등장으로 “한국도 우주산업을 일으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항공산업 발전 없이 우주산업 발전은 있을 수 없다.

한국 항공산업은 미국 등 선진국과 충돌을 피할 수 있는 곳에 둥지를 틀어야 한다. 니치마켓, 불루 오션을 창출해야 하는 것이다.

새로운 KFX 사업은 라팔이 아니라 타이푼의 길을 걸어야 한다. 공군은 ‘지갑이 얇은’ 만큼 KFX 사업에 참여하는 국가를 늘림으로써, 손익분기점이 넘는 시장을 확보해놓고 소형 전투기를 개발해야 한다. 중급과 고급 전투기는 수입하고 저급 전투기(소형 전투기)는 국산화하는 것이다. 그리고 수출도 성사시킨다.

한국은 방망이를 짧게 잡고 안타를 노려야 한다. 출루한 후 득점을 노리는 것이 한국 항공산업이 활로를 찾아가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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