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에서는 '달빛'이 자원이다. 무한한 달빛을 이용해 '문탠로드(Moontan Road)'라는 걷기행사를 만들었다. 문탠은 선탠(Suntan)에서 착안한 말. 문탠로드는 '달빛을 받으며 가볍게 걷는 길'이란 의미다. 배덕광 해운대구청장의 아이디어로 지난해 4월 처음 시작했는데 매달 400~600명이 참가할 정도로 호응이 높다. 코스는 미포에서 달맞이 어울마당까지 약 2.2㎞. 중간중간에 열리는 건강강좌, 기체조, 음악회 등도 인기다.
문탠로드는 한물간 줄 알았던 달맞이고개의 존재를 새삼 부각시켰고 해운대의 감성을 깨우는 효과를 가져왔다.
그런데 뭔가 허전하다. '걷기 콘텐츠'를 좀더 확장할 수 없을까. 원폭 투하 도시인 일본 규슈 나가사키(長崎)시에 맞춤한 비교 사례가 있다. 2006년 4월에 시작된 나가사키 사루쿠 박람회다. 사루쿠(さるく)는 '어슬렁거리며 걷는다'는 뜻의 현지 사투리. 행사의 콘텐츠들을 보면 왜 박람회란 말이 붙었는지 알게 된다. '거리걷기'를 기본으로 볼거리+먹을거리+쇼핑을 절묘하게 결합했다. 걷기코스만 42개에 이르고 '그 사람과 걷고 싶다' '여름 한정 납량 사루쿠' '신사에서 점보기'같은 특별기획까지 흥미로운 이벤트가 가득하다.
더 놀라운 것은 행사의 성과다. 행사기간 중 전체 관광객이 355만 명(숙박객 151만 명, 당일 귀가자 204만 명), 관광객 소비지출이 484억 엔, 지역경제 파급효과가 총 865억 엔(약 1조2900억 원, 2007년 기준)에 달했다. 지난해 현지 조사를 했던 문화콘텐츠연구회 김종세 회장은 "사루쿠 축제는 지역의 역사 문화 자산을 어떻게 꿰어 보석으로 만드는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나가사키시는 이밖에도 16세기 이후 중국 포르투갈 네덜란드 등과의 교류 흔적을 복원해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지역자원의 브랜드화다. 인구 45만 명의 나가사키시가 그 8배의 관광객을 끌어들인 비결이 여기에 있다. 360만의 부산이 105만 명의 관광객(2008년 기준)을 끌어들인 것과 확연히 비교된다.
하지만 부산에도 쓸 만한 '브랜드 원석(原石)'이 많다는 게 본지 '명품부산 자문단'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해운대에 신라말 세계인이었던 해운(海雲) 최치원이 있고, 자갈치와 용두산 주변엔 왜관, 신사터 등 일본 자취가 남아 있다. 초량동의 청관거리와 화교도 달리 보면 관광 자원이다. PIFF(부산국제영화제)와 불꽃놀이·해상관광을 결합하는 방법도 있다. 임시정부기념관과 UN공원, APEC이 열린 누리마루를 연결하면 평화도시라는 산뜻한 그림도 나온다.
부산문화재단 강남주 대표이사는 "이런 브랜드 원석들을 꿰어야만 세계가 주목하는 '명품 부산'이 된다"고 말했다.
PIFF·문탠로드·자갈치 등 原石은 풍족, 콘텐츠 결합 세계명소 키우기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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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은 다이내믹한가
역동적 콘텐츠 많아 가공만 잘하면 '대박상품'
몇십년째 우려먹는 식상한 관광메뉴
바다·야구장 문화 등 경쟁력 있는 原石 제대로 살려내야 외국인 발길 붙잡아, 명소 따라하기'보단 부산의 色 강조를
해운대와 최치원
'해운대' 브랜드 가치 충분…놀거리·볼거리 채워라
특색있는 공간은 없고 거리엔 술집·모텔만, 인프라 훌륭하나 콘텐츠 다양성 부족, 무분별 개발도 지양을
해운대는 부산 사람보다 외지인들이 더 잘 안다. 부산하면 떠오르는 첫째 이미지도 해운대다. 어떤 면에선 '부산'보다 더 흡입력이 강한 브랜드다. 해운대가 가진 문화·관광·비즈니스 인프라는 다채롭고 다이내믹하다. 산(장산) 바다(해수욕장) 강(수영강, 춘천) 온천이 있고, 벡스코와 쇼핑몰, 특급호텔 갤러리 영화관 등 각종 문화인프라까지 '없는 게 없을' 정도다. 3일 개장되는 '신세계 센텀시티점'은 백화점과 온천이 결합된 리조트형 복합쇼핑물로, 또 하나의 해운대 명물이 될 전망이다. 관광특구(1994년 지정)에다 컨벤션·영상·해양레저특구(2005년 지정)라는 지위까지 얻고 있으니, 도약의 틀은 모두 갖춘 셈이다. 그렇다면 해운대는 '명품'인가. 그러한 이미지가 충만한가. 답을 미루고 해운대의 정체성과 과제, 비전을 탐색해보자. ■'해운'을 찾아서 해운대란 이름에는 신라말의 대학자 최치원(崔致遠·857~?)의 문기(文氣)가 서려 있다. 자가 고운(孤雲) 또는 해운(海雲)인 최치원은 12세 때 당나라에 조기 유학하여 문명을 떨쳤다. 황소의 난 때 '토황소격문(討黃巢檄文)'이란 글로 난적을 제압한 얘기는 시공을 초월해 회자되는 전설이다.
동백섬 정상에는 최치원 동상과 시비, 해운정이란 정자가 있다. 그러나 '해운'의 의미는 동상 주변에서만 맴돌고 있다. 주민들에겐 이 공간이 체육공원이며 외지인들에겐 지명유래담을 전해주는 장소일 뿐이다. ■탁 트인 '명품 바다' 해운대 바다는 다른 바다와 다르다. 동백섬 남동쪽의 해안 산책길로 내려가면 그 바다의 진면목을 마주한다. 보고만 있어도 막힌 가슴이 확 뚫린다. 송유미 시인은 해운대 바다에서 미래, 청춘, 나비를 찾아낸다. "이곳 바다는 아침이 다르고 저녁이 다르다. 그 다음날 새벽에 오면 또 다르다. 봄비 오는 날, 해운대는 요술바다가 된다. 그 어떤 화가도 그리기 어려운 신의 바다, 미래가 넘실대는 바다, 청춘이 춤추는 바다, 나비가 건너는 바다가 된다." 해안 산책로를 돌아 누리마루 옆 등대광장에 이르면 오륙도가 코 앞에 다가온다. 이곳에 서면 마치 다른 나라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경치가 곱고 부드럽다. 여기서 보는 광안대교는 멋진 경관을 선사한다. 즐거움은 여기까지다. 광안대교에서 시계 방향으로 시선을 옮겨오면 센텀시티, 마린시티라 불리는 신흥개발지를 보는데 스카이라인이 너무 요란하다. 수영만 매립지에 들어선 마린시티의 초고층 아파트 단지는 누굴 위해 저토록 높이 섰는지 의문이 든다. 바다에 핀 한송이 동백같은 동백섬과 어울리지 않는 디자인 조합이다. ■"좋다" vs. "좋기는 뭐~" 전문가들이 해운대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살기 좋은 곳이다. 충분히 명품도시가 될만하다." "과대포장 됐다. 난개발이나 막아달라." 이같은 상반된 시각은 해운대가 갖는 장점과 단점, 바꿔나가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말해준다. 부경대 김명수(디자인학부) 교수는 "해수욕장과 동백섬, 특급호텔 등 이미 구축된 관광 인프라가 좋다. 센텀시티를 중심으로 영상·컨벤션·쇼핑 분야의 새로운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명품도시의 그림이 그려진다"고 말했다. 반면 '해운대를 사랑하는 모임' 서세욱 회장은 "해수욕장과 특급호텔이 무슨 큰 자랑거리냐. 하루만 둘러 보면 볼 것이 없다고 한다"면서 "혁신적 마인드로 겉과 속을 일류로 바꾸지 않으면 국제적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해운대에 부산적인 요소와 차별화된 문화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뒷골목을 가 보면 온통 식당과 모텔이다. 부산디자인센터 김재명 원장은 "외국인들은 호텔이나 바다를 좋아하기보다 부산 정취와 냄새가 풍기는 뒷골목의 술집이나 전통 문화공간을 가 보고 싶어한다"며 관광전략을 마련할 때 골목문화 개념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브랜드로 승부를 해운대는 대중적 인기가 높다. 손인호의 '해운대 엘레지', 전철의 '해운대 연가'는 해운대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준다.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는 해운대 동백섬을 영원히 '꽃피게 만든' 국민 가요다. 이만한 문화적 브랜드가 형성된 곳은 전국적으로 흔치 않다. 해운대구는 2007년 문화도시에 이어 2009년 디자인도시를 선포했다. 달빛을 활용한 걷기행사인 문탠로드(Moontan-Road)와 달빛음악제, 모래축제, 북극곰 수영대회, 장산제 등은 컬처노믹스가 가미된 해운대의 축제 콘텐츠들이다. 해운대의 변화 움직임들이다. PIFF(부산국제영화제)와 벡스코, APEC 정상회담이 열린 누리마루의 덕도 톡톡히 보고 있다. 벡스코는 지난해 행사 633건, 국제회의 48건을 소화했다. 동백섬 누리마루는 지난해 123만5837명이 구경했고, 요즘도 평일 2300명, 주말 6000여 명이 찾고 있다. 부산아쿠아리움은 지난해 96만 명이 입장해 3년 연속 매출 100억대를 달성했다. 채수동 해운대구 문화축제팀장은 "제2벡스코와 영상센터(두레라움), 해양레저시설 등이 들어서면 해운대는 명실공히 관광 비즈니스 휴양도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명품 해운대가 되기 위해선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않다. 무분별한 스카이라인과 가로의 간판, 조명 등이 정비돼야 하고, 볼거리·먹을거리·놀거리 콘텐츠가 더 채워져야 한다. 주민들의 친절함이나 영어 구사력도 떨어진다. 부산대 김기홍(경제학과) 교수는 흥미로운 제안을 한다. "컨벤션·영상·해양레저 특구를 무엇으로 채워야할까 고민하면 답이 나옵니다. 'PIFF+불꽃놀이+광안대교+해상유람선'을 하나의 패키지 상품으로 그랜드 세일을 하는 겁니다. 컨벤션시설과 호텔, 쇼핑몰이 받쳐주고 있으니 일체형 휴양상품이 됩니다. 영화제 기간을 겨냥, 브랜드 마케팅을 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지 않을까요." 지난해 PIFF때 비슷한 상품이 선보이긴 했지만, 사람·돈·상품·정보가 오가는 지식서비스산업의 불꽃을 크게 피워보자는 제안이다. ◆ 중국에서 더 대접받는 최치원
"최치원 선생 유적비는 1965년에, 동상은 1971년에 세워졌어요. 종친회가 십시일반 경비를 모았지요. 부지가 국방부 소유였는데, 박정희 대통령이 풀어주면서 금일봉까지 내린 거예요. 내로라는 정치인·관료들이 줄줄이 금일봉을 냈고요. 이곳 비문은 노산 이은상 선생이 썼어요." 최 사무총장은 "동상 뒤편의 배드민턴장을 없애야 하며, 훼손되고 있는 '해운대' 각석의 보호시설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경주최씨 부산종친회는 동백섬 해운정에 사무실을 두고 유적관리를 맡고 있다. 최치원은 세기적 역사 인물이다. 그가 유학 가서 5년 가량 관리생활을 한 중국 장쑤성(江蘇省) 양저우(楊州)시는 과하다 할 정도로 최치원을 띄우고 있다. 중앙정부 지원하에 동상과 기념관을 세웠고, 현지 TV는 최치원 다큐멘터리를 제작 방영했다. 양저우 시민 중 최치원을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라고 한다. 한국측의 관심은 미약하다. 해운대구는 2007년 초 뿌리찾기 일환으로 '최치원 기념사업회'와 함께 양저우시를 방문, 최치원 동상 제작비(2500만 원)를 지원하고 현지에 해운대 홍보관을 마련했다. 동북공정에 데인 우리로선 중국의 최치원 띄우기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처지. 해운대구 관계자는 "중국측도 최치원이 신라 인물임을 인정한다"고 했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 해운대구는 올해 '최치원 학술회의'를 열 예정이나 적극적이지는 않다. '최치원 기념사업회'도 해체된 상태다. 문화콘텐츠연구회 김종세 회장은 "최치원은 충분히 의미있는 역사·문화 콘텐츠로서 선점이 중요하다"면서 '최치원 연구소'를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
전쟁과 평화
곳곳 수많은 전쟁상흔도 새로운 관광테마 자산
왜구침탈… 임진왜란… 일제수탈과 6·25… 끊임없는 아픔의 역사, 평화체험 상품 만들 역발상이 필요
왜관·왜성 등 콘텐츠 상품화만 잘 하면 日손님 유치 쉬울 것
전흔(戰痕)은 곳곳에 남아 있다. 동래 복천동고분과 동래읍성, 서구 부민동 임시수도기념관, 중구 동광동의 40계단 그리고 용두산, 국제시장, 영도다리…. 이러한 전흔은 유적으로, 삶의 현장으로 남아 오늘날 부산의 유전자 혹은 정체성이 되고 있다. 많은 전쟁만큼이나 평화의 표징도 적지 않다. 한일 우호의 상징인 조선통신사들은 반드시 부산을 거쳐 일본으로 들어갔고, 양국은 '왜관'을 통해 교역질서를 만들어갔다. 6·25 참전 전사자들을 위한 유엔기념공원(남구 대연동)과 2005년 APEC 정상회담이 열린 해운대 '누리마루'는 세계가 인정하는 평화 공간이다. 전쟁과 평화라는 모티브로 부산을 보면 의외로 많은 이야깃거리와 교훈을 얻게 된다. 이른바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 역사교훈관광)'이다. 이 부분에서 부산은 세계 어느 도시 못지않은 의미있는 자산을 갖고 있다. ■번지수 바뀐 영선고개 '40계단'(부산 중구 동광동) 층층대는 언제 가봐도 애처롭다. '경상도 아가씨' 때문이다. 계단 밑의 기념석 뒷면에 노래가사가 적혀 있다. '사십계단 층층대에 앉아우는 나그네/울지말고 속시원히 말좀하세요….' 노래를 흥얼거리다 보면 40계단 중간쯤에 앉은 '아코디언맨'이 반주를 해준다. 전쟁시절의 애환과 궁상을 이야기하는 조형물들도 따뜻하게 다가온다. 뻥튀기 아저씨와 지게꾼, 물동이를 인 아낙 등은 모두 동포요, 이웃이다. 먼지와 포연 가득한 '도떼기 시장(구호물자 시장)'이 키치적 상상에 실려 동화로 피어난다. 두 남자가 기다리고 있다. 김한근 씨(51)와 이영근(80) 씨. 김 씨는 향토사료연구가이고, 이 씨는 동광동 동장을 지낸 중구 토박이다. "전쟁과 평화라…. 영선고개를 봐야 하겠네요." 김 씨가 앞장서 40계단을 오른다. -이곳은 언제부터 40계단이라 불렀습니까. "원래 영선산(일명 쌍산)이 있던 자리라서 계단이 많았어요. 착평공사를 하면서 소라계단, 반달계단하는 것들이 생겼고요. 40계단은 부산역에서 지름길로 오면 바로 닿습니다. 6·25때 피란민들이 들끓었던 곳이기도 했고요. '경상도 아가씨'란 가요가 40계단을 전국에 알렸어요."(이영근 씨) 동광동 인쇄골목길을 따라 영주동 쪽으로 걷는다. 일본인들이 쌓은 축대와 가옥들이 군데군데 남아 있다. 김한근 씨가 동광동 5가 1번지의 공터에 있었다는 '부산대교 희생자 위령탑' 자리를 짚어준다. 영도다리 공사 때 숨진 조선인 16명을 기리는 탑이 있었던 자리란다. 김 씨는 "영선고개는 지금의 인쇄골목길을 말하며 부산항의 역사를 전해주고 있다"면서 "현재 보수동 책방골목 입구~메리놀병원 앞 도로를 영선고개라 부르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사라지는 근대 자취 동광동에서 영주동 쪽으로 접어드는 내리막. 이영근 씨가 뭔가를 발견한듯 일행을 부른다. "저거야. 그 유명한 장춘(長春)여관이에요. 일제 때 지어져 자유당 시절 고관대작들이 부산 오면 머물던 곳이지." 허름한 ㅁ자형 가옥이지만 내력이 깊다. 가옥을 살피고 있으니 이웃 주민이라는 이모(70) 씨가 내력을 설명해준다. "유명하다마다. 부지가 120평 정도되는데, 70년대 초까지 영업을 했어요. 그 후로는 주인이 살았고 최근엔 영화촬영 무대로도 이용됐어요. 그런데 곧 헐린다고 해." 이 씨의 집도 원래 적산가옥이었는데 90년대 중반 연립주택으로 고쳐 지었다. 집 짓기 전 일본에서 낯선 손님이 찾아왔다. 이 씨가 주섬주섬 얘기했다. "아 글쎄, 우리 집에 일제 때 그 일본인 영감이 살았던 거라. 이름이 다까마스라고 했지 아마. 찾아올 때 나이가 여든쯤 됐는데, 옛날 지도와 사진을 들고 왔더라구. 여기서 아들을 결혼시켰다고 하더군. 지금은 오사카 공무원이래요. 30여년 살았던 옛 동네가 그립다면서 이리저리 한참을 돌아보고 갔어요. " 대동아전쟁 막바지에 일본군은 동광동 영주동 산기슭에 요새사령부를 설치했다. 원주민들이 쫓겨났고 그 자리에 일본 군속이 자리잡았다. 그후 패전으로 쫓겨나면서도 일본인들은 '부산 복귀'를 믿었다고 한다. 다까마스라는 사람도 그렇게 믿은 한 명이었을 것 같다. ■'부산 속 일본' 발굴 가야시대 이후 일본은 왜·왜구·왜적·일제 등으로 얼굴을 바꾸며 줄곧 부산을 두드렸고, 지금까지 애증의 관계를 지속하고 있다. 최근 환율 급등으로 엔화 가치가 높아지면서 일본 관광객이 급증하고 있다. 이들은 자갈치나 국제시장, 시내의 면세점 등을 돌며 부산을 탐식하면서도, 볼거리·즐길거리엔 허기를 느낀다. "복천동고분이나 동래읍성 그리고 왜관, 왜성같은 곳을 관광상품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일본사람들은 역사체험을 좋아해요. 유적과 온천, 동래파전 등을 엮어놓으면 인기를 끌 겁니다."(권만우 경성대 디지털콘텐츠학부 교수) '부산 속 일본'을 팔아먹자는 얘기였다. 우리가 당한 아픈 역사를 숨길 게 아니라, 당당히 드러내 관광상품화함으로써 실리를 얻자는 지적이다. '부산 속 일본' 유형의 콘텐츠는 널려 있다. 부산은 임진왜란 때 첫 격전지로서 왜군이 7년가량 주둔한 곳이다. 왜군은 구포와 김해 죽도, 기장 죽성리 등 11곳에 성을 쌓았다. 왜군의 부산진-동래성 진격과 잔혹한 만행, 당시 조선인의 의병활동 등을 알려주는 '다크 투어리즘'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를 위한 정교한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 ■평화도시의 꿈 부산 최고의 사찰인 금정산 범어사에는 흥미로운 창건 설화가 전해진다. '신라 흥덕왕 10년(835), 동남해안에 10만여 척의 배를 거느린 왜구가 나타났다. 그때 왕의 꿈에 신인이 나타나 "의상대사로 하여금 금정산에 가 기도하게 하면 왜구가 물러난다"고 했다. 그렇게 했더니 과연 왜구가 물러났다. 이를 기려 범어사가 세워졌다….' 왜구를 기도로 쫓아냈다는 것은 평화의 원력(願力)이다. 임진왜란과 일제 강점기에 범어사 승려들은 승병으로, 독립운동가로 나서 싸웠다.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평화의 사절인 조선통신사가 출발한 곳도 부산이다. 통신사 일행은 부산 동구 영가대에서 해신제를 지내고 대장정의 돛을 올렸다. 조선 영조때 통신사 정사였던 조엄은 일본 대마도에서 고구마를 발견해 종자를 비선(일종의 연락선)을 통해 절영도(영도)에 보냈는데 이것이 전국에 퍼졌다.(아쉽게도 '조엄 고구마'는 부산이 아닌 그가 죽은 강원도 원주에서 브랜드화 하고 있다) 유엔기념공원은 부산의 평화 이미지를 세계화하는 텃밭이다. 1951년 1월 유엔군 사령부가 처음 조성한 후 1959년 유엔과 한국 간에 협정이 체결되어 유엔기념공원이 되었다. 부지가 4만5000평이며 11개국 2300명이 안장돼 있다. 손길현 유엔기념공원 행정실장은 "세계 유일의 유엔군 묘지인 만큼 인근의 부산박물관과 문화회관 등과 연계하면 의미있는 관광코스가 된다"고 말했다. 부산명예시민으로서 유엔 등에서 평화운동가로 활동하는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이승헌 총장은 "부산은 지정학적으로 평화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는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다. '국제평화회의'같은 것을 창설하면 도시 브랜드를 한껏 높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 임시수도 기념거리 부민동에 조성 추진 기념관~ 동아대박물관
인근의 임시수도 정부청사(등록문화재 제41호)는 동아대박물관으로 옷을 갈아입고 있다. 1925년 경남도청사로 건립됐는데 르네상스 양식의 붉은 벽돌이 인상적이다. 때맞춰 서구청은 임시수도기념관~동아대박물관 사이 500m를 '임시수도 기념거리'로 조성할 계획이다. 옮겨온 동아대 부민캠퍼스가 지역상권을 살리면서 관광객까지 불러모을 조짐이다. 부산근대역사관 이해련 관장은 "지금까지 해온 근대유적답사를 발전시켜 올해는 임시수도기념관(기념거리)-동아대박물관-백산기념관-세관박물관-40계단 문화관-민주공원을 잇는 '박물관 투어'를 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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