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삽화 권미영
서백후 희창 등은 천자가 姜桓楚강환초의 상소도 보지 않고, 마침내 까닭 없이 강환초를 오문으로 끌어내어 그 시체를 부수어 젓갈을 담으라고 하자 마음속으로 크게 놀랐으며, 천자가 얼마나 무도한지를 알게 되었다.
서백후 등 세 명은 엎드려 폐하를 외치면서 아뢰었다.
“임금은 신하의 머리가 되고, 신하는 임금의 팔다리가 됩니다. 폐하께서는 신 등이 올린 상소를 보지 않으시고, 곧 대신을 죽이시니 이를 일러 신하를 학대한다고 하옵나이다. 문무관원들이 어떻게 기꺼이 복종하겠사옵니까? 임금과 신하의 도가 끊어졌습니다! 바라옵건대 폐하께서는 통촉해주십시오.”
아상 比干비간은 희창 등이 올린 상소를 펼쳤다. 주왕은 상소문을 볼 수밖에 없었다.
“신 鄂崇禹악숭우 ․ 姬昌희창 ․ 崇侯虎숭후호 등이 아뢰옵니다. 나라와 법을 바르게 하기위해서 아첨하는 자를 물러나게 하고 간사한 자를 제거해야 하오며, 쌓이고 쌓인 억울한 죄를 씻어 밝히고, 바르게 하는 것을 대신할 수 없으며, 다시 三綱삼강을 세우고, 안으로 알랑거려 남을 홀리는 것들을 소탕해야 하옵니다.
신 등이 듣자오니 성스런 왕은 천하를 다스림에 부지런히 힘써 정무를 충실히 하고, 호화스런 누각과 정자나 연못 등을 만드는데 힘쓰지 않았습니다. 현명한 사람을 가까이 하고 간사한 자를 멀리 하며, 사냥놀이에 빠져들지 아니하고, 술과 여색에 탐닉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오직 경건하게 천명을 닦아서 六府육부와 三事삼사를 공평하게 다스려야 합니다. 이런고로 堯舜요순 임금이 계단을 내려오지 않고, 옷소매를 늘어뜨리고 팔짱을 끼고 있어도 천하가 태평하여, 만민이 생업을 즐겼사옵니다.
이제 폐하께서 대통을 이으신 이래, 아름다운 정치를 듣지 못하였고, 날마다 게으름을 피우면서 일을 하지 않는 것을 따르고, 참언을 믿으시고 현자를 멀리하시며, 주색에 빠져있사옵니다.
강 황후는 어질며 예절을 갖추었고, 아울러 덕을 잃는 적이 없었는데, 마침내 참혹한 형벌을 받았사옵니다. 달기는 궁중을 더럽혔는데도 오히려 총애로서 그 지위를 높게 하였습니다. 太史태사를 억울하게 죽여, 司天사천의 우두머리를 잃었사옵니다.
가볍게 대신을 고기 젓갈을 만드는데, 국가의 팔다리를 없애는 것이옵니다. 炮烙포락의 형벌을 만들어 충성스럽게 간언하는 입을 막고 있사옵니다. 어린 자식을 죽이어 자애의 마음을 끊었습니다. 신 등은 폐하께서 비중과 우혼을 벌하시고, 오직 군자만을 가까이 하시기를 바라옵니다.
달기를 베어서 궁궐을 정숙하게 하면, 천심을 회복하시어 가히 천하가 편안해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신 등은 그 끝이 어떻게 될는지 모르겠사옵니다.
신 등은 도끼를 피하지 않으며, 죽음을 무릅쓰고 간언을 올리고 있사옵니다. 폐하 앞에서 간절히 애걸하오니, 신들의 직간을 받아들여 속히 시행해 주시옵소서. 그러 하오면 천하가 다행이요, 만민에게도 큰 다행이겠습니다!
신 등은 임금의 명을 기다리며 전율을 이기지 못 하겠나이다!
삼가 상소를 갖추어 올립니다.”
주왕은 읽기를 마치자 대노하여 상소를 갈기갈기 찢고, 책상을 치면서 큰 소리로 부르짖는다.
“이 역적들의 목을 베고, 어지에 회답하라!”
시립해 있던 무사들이 일제히 손을 움직여 세 명의 대신들을 결박하여 오문으로 끌고 나간다.
주왕은 魯雄노웅을 형벌 감독관으로 명하고, 서둘러 형을 집행하라는 어지를 내렸다. 그때 왼쪽 반열에서 中諫大夫중간대부 비중 ․ 우혼이 대열에서 나와 엎드리면서 아뢰었다.
“신들이 아뢸 말씀이 있사온데, 임금을 모독하는 것일지라도 들어 주시기 바라옵니다.”
주왕이 대답했다.
“두 분 경들께서는 무슨 아뢸 말씀이라도 있는가?”
신이 폐하께 아뢰옵니다.
“희창 등 네 명의 신하는 천자를 범하는 죄를 지었는데, 그 죄는 용서받을 수 없사옵니다. 강환초는 임금을 시해하려는 죄가 있고, 악숭우는 임금을 꾸짖는 허물이 있으며, 희창은 유창한 입으로 임금을 모독하였고, 숭후호는 무리를 따라 임금을 비방했습니다.
신이 공론에 의거해 보았습니다. 숭후호는 본디 충직을 품고 힘을 내어 나라에 보답했으며, 摘星樓적성루를 짓는데 충성을 다했습니다. 壽仙宮수선궁을 세우는데,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몸과 마음을 다 바쳤습니다. 일찍이 국가를 위해 진력했는데, 추호도 허물이 없었습니다.
숭후호는 무리에 따라 부화뇌동하는 것에 불과하오며, 실제로 본심이 아니옵니다. 만약 흑백을 가리지 않는다면, 옥과 돌이 함께 불타는 것으로 이는 공이 있지만 공이 없어지는 것과 같사온데, 그러면 인심이 반드시 복종하지 않을 것입니다.
원컨대 폐하께서 숭후호의 터럭 같은 목숨을 용서해 주시면, 이후 공을 세워 오늘의 죄를 갚을 것입니다.”
주왕은 비중과 우혼 두 신하가 숭후호를 용서하라고 간언을 올리자, 총애하는 신하인 비중과 우혼 두 사람의 말을 듣지 않을 수 없었다.
▲ 삽화 권미영
주왕이 대답했다.
“경들의 말에 따라, 옛날에 숭후호는 이미 사직에 공로가 있었는데, 짐이 그 공로를 저버릴 수 없도다.”
봉어관을 불러 어지를 전달했다.
“숭후호를 특별히 사면한다.” 비중 등은 천자의 은혜에 감사를 표하면서 자리로 돌아갔다.
그때 전각 동쪽에서 고민에 빠져있던 무성왕 황비호가 笏홀을 손에 들고 반열에서 나오는데, 동시에 아상 비간 ․ 미자 ․ 기자 ․ 미자계 ․ 미자연 ․ 백이 ․ 숙제 등 일곱 명이 반열에서 나와 바닥에 엎드렸다.
비간이 아뢰었다.
“신이 폐하께 아뢰옵니다. 대신이라고 하는 사람은 천자의 팔과 다리입니다. 강환초는 동로를 진압하여 전공이 무수하며, 만약 임금을 시해하려고 했는데도 증거라곤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런데 어찌 극형에 처하려 하십니까? 하물며 희창은 충성스러워 두 마음이 없으며, 국가와 백성을 위하는 것이 실로 나라의 복된 신하입니다.
희창이 다스리는 곳에는 도는 천지에 합하고, 덕은 음양과 짝을 이루고, 어짐(仁)으로 제후를 결속시키고, 의로움으로 문무를 시행하며, 예도로 나라와 가정을 다스리며, 지혜로 반역을 복종시키며, 믿음으로 군인과 백성을 통하게 합니다.
그리하여 기강은 엄숙하고 맑으며, 정사는 엄정하게 처리하며, 신하는 어질고 임금은 바르며, 자식은 효도하고 아버지는 자애롭고, 형은 우애 있고 아우는 공손하며, 임금과 신하의 마음이 하나가 되어, 창과 칼을 마구 휘두르지 않고, 함부로 죽이지 않습니다.
길가는 사람들은 길을 양보하며, 야간에도 문을 닫지 않으며, 길에 떨어진 물건을 줍지도 않는 등 여러 사실로 사방에서 우러러 보는데, 소위 서방의 성인(聖人)이라 칭합니다. 또한 악숭우는 일방으로 몸에 과중한 임무를 맡아 밤낮으로 왕실을 위해 몸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이들 모두 사직에 공로가 있는 신하입니다. 폐하께서 하나같이 불쌍히 여기시어 사면해주면 여러 신하들은 감격을 이기지 못할 것입니다!”
주왕이 대답했다.
“강환초는 역모를 했고, 악숭우와 희창은 입으로 혹됨을 고취하고, 망령된 말로 임금을 기만했다. 모두 그 죄를 사면할 수 없는데, 여러 신하들은 어찌 망령되게 보호하려고 하는가!”
황비호가 아뢰었다.
“강환초와 악숭호는 모두 이름이 난 대신이오며, 본래 들추어낼 허물이 없습니다. 또한 희창은 양심 있는 군자로 선천(先天)의 수를 잘 추산해내는데, 모두 국가를 짊어질 동량의 재주를 갖춘 사람입니다. 오늘 일단 무죄인데 죽임을 당하면, 어찌 천하의 신하와 백성의 마음을 복종시키겠습니까? 하물며 삼로의 제후들은 모두 갑옷을 갖춘 수십만의 정병이 날쌔고 용감합니다.
만약 그들의 신하와 백성이 그들의 주군이 그 죄가 아닌데도 죽임을 당한 것을 안다면, 또 어찌 그 주군이 이러한 무고함을 당한 것을 참을 수 있겠습니까? 만약 혹 간교한 마음이 일어나 하고 싶은 대로 한다면, 군사를 일으켜 온통 나라를 소란스럽게 할까 두려운데, 그러면 사방의 서민들은 극도의 곤경에 처하게 될 것입니다. 하물며 聞太師문태사는 멀리 북해로 원정을 나가 있는데, 이제 다시 안으로 재앙의 싹을 만든다면, 나라가 어찌 편안할 수 있겠습니까? 원컨대 폐하께서 불쌍히 여기시어 사면한다면, 국가적으로 다행이라 여겨집니다!”
주왕은 비간이 아뢰는 것을 들었고 또 미자 등 일곱 명 왕들이 힘써 간언하는 것을 보고는 말했다.
“짐 또한 희창이 충성스럽고 어질다는 것을 들었는데, 다만 부화뇌동하지 말아야 하며, 본래 처신을 신중히 해야만 하는 것이오. 잠시 경들이 상주하는 것처럼 사면하겠소. 그러나 희창이 귀국하여 변심이 있을까 두려우니, 그때는 경들이 그 책임을 면하지 못할 것이오. 강환초와 악숭우가 역모한 것은 사면할 수 없으니, 속히 형을 집행하라! 경들은 더 이상 어지를 모독하는 상주를 하지 말라.”
바로 “희창을 사면하라.”는 어지가 전달되었다.
천자가 봉어관에게 속히 형을 집행하라는 명령을 내리자, 강환초와 악숭우를 국법에 따라 처리하려고 했다. 그때 좌측 반열에서 상대부 膠鬲교격 ․ 楊任양임 등 6명의 대신들이 앞으로 나와 폐하를 외친다.
“신에게는 가히 천하를 편안하게 할 수 있는 계책이 있사옵니다.”
주왕이 물었다.
“경들은 무슨 상주할 것이 있는가?”
양임이 아뢰었다.
“네 명의 대신에게 죄가 있는데도, 폐하께서 희창을 사면하였는데, 이는 비자 등 일곱 왕이 국가를 위하고 현인들을 위한다는 것입니다. 또 강환초와 악숭우도 모두 으뜸 되는 신하들입니다. 강환초는 임무가 막중하고 공이 많으며, 덕을 잃은 것이 없으며, 모반한 증거도 없는데, 어찌 무고죄를 얻을 수 있겠습니까? 악숭우는 성품이 덜렁대나 굽히는 것이 없고, 임금께 직간하는데, 헛되거나 사리에 맞지 않은 적이 없었습니다. 신이 듣기로는 임금이 밝으면 곧 신하가 바르다고 합니다. 임금의 허물을 직간하는 자를 충신이라고 하며, 임금에게 아첨하는 자를 간사한 신하라고 합니다.”
▲ 삽화 권미영
楊任양임이 계속해서 주왕에게 아뢰었다.
“신 등이 보건대 나라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어 부득불 폐하를 번거롭게 하여 무례가 되더라도 아뢰옵니다. 바라옵건대 폐하께서 두 신하의 무고함을 불쌍히 여기시어 사면해서 본국으로 돌아가게 하여 자기 땅으로 돌려보내면, 요임금의 성덕을 기뻐하듯이 임금과 신하를 기쁘고 즐겁게 할 것이며, 만백성들도 폐하의 교화를 칭송하여 노래 부를 것이옵니다.
신하와 백성은 폐하께서 넓은 도량으로 물 흐르듯이 간언을 받아드린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신하된 자로서 나라를 위하고 백성을 위하는 본심을 저버리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 하오면 신 등은 그 지극한 감격을 이기지 못할 것이옵니다.”
주왕이 노하여 말했다.
“난신이 역모를 만들고, 간악한 무리들이 제멋대로 비방했소. 강환초는 임금을 죽이려고 하였는데, 시체를 소금에 절여도 그 죄를 씻기에 부족하오. 악숭우는 또한 임금을 비방했으니 효수에 처하는 것이 그 죄에 합당하오. 여러 신하들이 무리하게 간언하는데, 무리를 지어 임금을 속이고 국법과 기강을 모독하고 있소. 만약 다시 짐의 말을 막는 자는 곧 두 역신과 같은 죄로 처벌하겠소!”
이어서 어지를 전했다.
“속히 서둘러 국법대로 형을 집행하라!”
양임 등은 천자의 노기를 보자 감히 어찌할 바를 몰랐다. 더 이상 간언하는 신하가 없었다. 악숭우는 효수에 처해졌고, 강환초는 손과 발에 큰 못이 박히고 난도질당했는데, 이름하여 시체를 잘게 썰어 젓갈을 담는다는 醢尸해시라는 형벌이었다.
형벌을 감독한 노웅이 돌아와 주왕에게 그 결과를 보고하자, 어가에 올라 궁궐로 돌아갔다.
이때 서백후 희창은 비간 ․ 미자 ․ 기자 등 일곱 분의 전하에게 절을 하여 감사를 표시하고, 울면서 호소했다.
“강환초는 무고하게 처참히 죽었고, 악숭우는 충성을 다하여 간언하다가 몸을 잃었습니다. 그들이 다스리던 동쪽과 남쪽 두 곳은 이로부터 이제 편안한 날이 없을 것입니다!”
그 말에 비간 등 여러 사람들도 슬퍼서 눈물을 흘리면서 말했다.
“두 제후의 시체를 수습하여 임시로 매장해 두었다가 훗날 일이 결정되는 대로 다시 장례를 치르도록 합시다.”
한편 죽임을 당한 두 제후의 가병장들은 야밤을 틈타 도망쳤으며, 각기 그들의 나라로 돌아가 두 제후의 아들들에게 보고했다.
다음날 주왕이 현경전에 오르자, 아상 비간이 상소를 갖추어 두 시체를 수습하여 줄 것과 희창을 석방하여 귀국시킬 것을 간청하니, 천자가 이를 허락했다.
비간이 명을 받고 조정을 떠나자, 옆에 있던 비중이 주왕에게 간했다.
“희창이 겉으로 충성하는 것 같지만, 안으로는 간사한 마음을 품고서 유창한 말로 여러 신하들을 미혹시키고 있습니다. 낯빛은 그럴듯하지만 마음속은 바르지 못하여 종래 선량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희창을 석방하여 귀국시키면 동로의 姜文煥과 남도의 鄂順악순과 모반을 결탁하여 병사를 일으켜 천하를 어지럽힐까 두렵습니다.
전쟁이라도 일어나면 창을 잡아야 하는 고통이 있고, 갑옷을 입어야 하는 어려움이 따르는데, 그러면 백성들은 놀라 당황할 것이고, 도성은 온통 소란스러울 것입니다.
진실로 이른바 용을 놓아주어 바다에 들어가게 하고, 호랑이를 풀어주어 산으로 돌아가게 하는 것이니, 반드시 후회할 일이 생길 것입니다.”
주왕이 대답했다.
“사면하는 조칙이 이미 내려가고, 여러 신하들이 모두 알고 있는데, 어찌 명으로 내린 조칙을 거두어 드리는 일이 있겠소?”
비중이 아뢰었다.
“신에게 한 가지 계책이 있사오니, 희창을 제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주왕이 물었다.
“그 계책이란 것이 무엇이오?”
비중이 대답했다.
“이미 희창을 사면했으니, 반드시 대궐에 인사를 하고 고향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백관들도 희창에게 송별연을 베풀 것입니다. 신이 그곳에 가서 허실을 염탐해 보겠사오며, 만약 희창이 과연 진심으로 나라를 위한다면, 폐하께서 그를 사면해 주십시오. 그렇지 않고 만약 거짓이 있다면 즉시 희창의 머리를 베어서 후환을 제거 하시옵소서.”
주왕이 말했다.
“경의 말이 옳도다.”
한편, 비간은 조정을 나와 희창을 만나기 위해 곧장 역관으로 왔다. 좌우에 통보하니 희창이 문을 열고 나와 영접하면서 예를 갖추어 맞이했다.
비간이 말했다.
“못난 제가 오늘 편전에서 주왕을 알현하고, 두 제후의 시체를 거두고, 군후를 석방하여 귀국시킬 것을 상주했습니다.”
희창은 사례의 절을 올리면서 말했다.
“모두가 노 전하의 후덕 때문입니다. 희창이 어느 날에 생명을 구해 준 이 은혜를 갚을 수 있으리오!”
비간이 다시 희창을 손을 잡고서 낮은 소리로 말했다.
“나라 안에는 이미 기강이 없어져, 지금 까닭 없이 대신을 죽이는데, 모두가 좋은 조짐이 아닙니다. 현후께서는 내일 대궐에 예를 갖추고, 급히 서둘러 떠나십시오. 지체하면 간사한 무리들이 박정하고 냉혹하여 또 다른 변고가 생길까 두렵습니다. 간곡히 당부 드리며, 간곡히 당부 드릴 뿐입니다!
▲ 삽화 권미영
희창이 몸을 굽혀 감사를 표명했다.
“승상의 말씀은 진실로 금석과 같사옵니다. 그 넉넉한 덕을 어찌 잊을 수 있겠습니까!”
다음날 일찍이 희창은 오문에 이르러 대궐을 바라보며 작별 인사를 올리고 나서 함께 온 가병들과 장수들을 데리고 마침내 서문을 벗어나 송별장소인 십리장정에 도착했다.
백관들이 희창을 흠모하였으므로 무성왕 황비호,미자,기자,비간 등이 십리장정에서 기다린 지 오래였다.
희창이 말에서 내리자 황비호와 미자가 위로의 말을 건넸다.
“오늘 현후께서 귀국하시는데, 저희들이 술 한 잔 갖추어 기다렸습니다. 군후를 위해 송별연을 베풀고 외람되이 한 말씀 올릴까 합니다.”
희창이 말했다.
“듣기를 원합니다.”
미자가 말했다.
“천자께서 현후를 저버렸다고 해도, 바라건대 선천자의 덕을 염두에 두시기 바랍니다. 신하의 절의를 잃거나 망령되이 이단을 만드는 것은 불가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러 하오면 저희들은 매우 다행일 것이며, 만민도 매우 다행일 것입니다!”
희창이 머리를 조아리며 대답했다.
“천자께서 죄를 사면해 준 은혜에 감동했고, 여러분께 다시 살려준 덕을 입었으니, 희창은 죽을 때까지도 천자의 덕을 갚을 수 없는데, 어찌 다른 생각을 품을 수 있겠습니까?”
백관이 술잔에 술을 따랐다. 희창은 주량이 커서 일백 잔의 술을 마셨다. 바야흐로 지기를 만났으니 그 기쁨을 말로는 다하지 못 한다는 말처럼 피차간에 다시 정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한창 즐겁게 마시고 있는데, 비중과 우혼이 말을 타고 나타나 희창을 위해 술자리를 준비해 왔다며 송별연을 하고자 했다.
그 자리에 있던 백관들은 비중과 우혼 두 사람이 온 것을 보자 즐거운 기분이 사리지고 하나둘씩 몸을 빼내 피해버렸다.
희창이 감사를 표명했다.
“두 분 대인 어서 오십시오. 희창에게 무슨 능력이 있어 멀리 전송까지 나오는 대접을 받을 수 있겠습니까!”
비중이 대답했다.
“현후께서 영광스럽게 귀국하는 소식을 듣고, 소인이 일부러 전송하러 오는데, 일이 생겨 지체하였으니 늦은 죄를 용서하시기 바라옵니다.”
희창은 인의를 갖춘 군자로서 사람을 대하는 것이 진실한데, 어찌 허튼 것이 있으리오? 두 사람을 보자 은근히 기뻐했다. 그러나 백관들은 이 두 사람을 두려워하여 모두 흩어졌고, 다만 그들 세 사람만 술잔을 잡고 있었다.
술이 몇 순배 왔다 갔다 하자 비중과 우혼 두 사람은 큰 잔을 가져오라고 했다. 두 사람이 큰 잔에 술을 가득 부어서 희창에게 올렸다. 희창은 술을 받자 몸을 굽혀 사례했다.
“큰 덕을 많이 입었는데, 어느 날에 은혜를 갚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어서 술잔을 들어 단번에 다 마셨다.
희창은 주량이 커서 자신도 모르게 연달아 여러 잔을 마셨다.
비중이 말했다.
“현후께 묻사옵니다. 비중은 평소에 현후께서 先天數선천수(운명 등을 연역하여 점치는 것)를 잘 추산해 낸다고 들었는데, 감정한 것과 실제 결과에는 어떤 차이가 있지는 않았는지요?”
희창이 대답했다.
“음양의 이치는 스스로 정해진 운수가 있습니다. 어찌 표준이 없을 수 있겠습니까? 단 사람이 이를 돌아보며 행동하여 잘 대처해가면 이를 피해서, 또한 벗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비중이 다시 물었다.
“만약 당금 천자의 소행이 모두 잘못된 것이라면, 장래 마침내 어떻게 될 것이라고 예견하시는지요?”
이때 희창은 술에 반쯤 취해 있었으므로 비중 등 두 사람이 이곳에 온 은밀한 뜻을 잊어버렸다. 천자의 길흉을 묻는 질문을 듣자 희창은 곧 얼굴을 찡그리고 훌쩍거리며 울더니, 탄식하면서 말했다.
“나라의 운수가 암담하여 다만 이번 한번만 전해지고 끊어지는데, 그 마침이 좋이 못합니다. 지금 천자가 한 행위가 이와 같은데, 그 망하는 것을 가속화 할 것입니다. 신하된 자로서 어찌 차마 입에 올리겠습니까?”
희창은 말을 마치자 자신도 모르게 슬퍼졌다.
비중이 또 물었다.
“그 운세가 어느 해까지 입니까?”
희창이 대답했다.
“불과 4년에서 7년간 정도일 것이니, 戊午무오년 甲子갑자일일 것입니다.”
비중과 우혼 두 사람은 길게 탄식하고 다시 서백후 희창의 잔에 술을 채워주었다. 잠시 뒤 두 사람은 다시 물었다.
“저희 두 사람이 또한 현후께 운수를 묻습니다. 저들의 장래가 어떠한지 한번 보아 주십시오?”
희창은 원래 현인군자인데, 어찌 그들의 허튼 속셈을 알리요? 즉시 소매 속에서 점괘로 운수를 점쳐보는데, 한참을 망설이다가 말했다.
“이 운세는 몹시 기이하고도 괴상하군요!”
두 사람은 웃으면서 물었다.
“운수가 어떠합니까? 저희 두 사람의 운수 안에 무슨 기괴한 것이라도 있습니까?”
희창이 대답했다.
“사람이 죽고 삶에 있어서 비록 정해진 운수가 있지만, 어떤 사람은 반신불수가 되어 온갖 병에 시달리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형벌에 처해져 포승줄에 묶인 채로 끌려 다니며 넘어지고 자빠져서 비명에 목숨이 끝납니다. 그러나 추측하건대 두 분 대부께서는 참으로 기이하게 죽는데, 괴상하기 짝이 없습니다.”
비중과 우혼 두 사람이 웃으면서 물었다.
“마침내 어떻게 된다는 것입니까? 어디에서 죽게 됩니까?”
▲ 삽화 권미영
비중과 우혼이 자신들이 어느 곳에서 죽는지를 묻자, 서백후 희창이 대답했다.
“장래에 무슨 연고인지는 모르겠으나 눈과 얼음에 온 몸이 파묻히어 얼음 속에서 얼어서 죽게 될 것입니다.”
나중에 강태공이 岐山기산을 몽땅 눈과 얼음으로 얼어붙도록 하여 魯雄노웅을 붙잡을 때, 비중과 우혼 두 사람도 사로잡혀 죽게 되었으며, 모두 封神臺봉신대에 이름이 올랐다.
비중과 우혼은 듣기를 마치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태어날 때는 때가있고, 죽음에는 죽을 자리가 있다고 하는데, 그럴지도 모르겠지요.”
세 사람은 다시 통쾌하게 술을 마셨다.
비중과 우혼 두 사람은 기회를 엿보아 다시 말했다.
“현후께서는 평소에 자신의 운세를 점쳐 보아 마침내 어떻게 되는지 아시는지요?”
희창이 “옛날에 운명을 추산해 본 일이 있습니다.” 했다.
비중이 물었다.
“현후께서는 운명의 禍福화복이 어떠합니까?”
희창이 대답했다.
“불초는 천수를 누리다가 집에서 죽을 것입니다.”
비중과 우혼 두 사람은 다시 빈말로 축하했다.
“현후께서는 복록과 수명을 나란히 갖추었습니다.”
서백후는 그들에게 감사를 올리고, 세 사람은 다시 술을 몇 순배 돌렸다. 비중과 우혼 두 사람이 말했다. “저희들은 조정에 일이 있어서 감히 더 이상 머물 수 없습니다. 현후께서는 전도에 부디 몸 보중 하소서!” 이어서 각기 헤어졌다.
비중과 우혼 두 사람은 말위에서 욕을 했다.
“저 축생과 같은 놈! 자기 목숨이 눈앞에 있는데, 도리어 천수를 누리다가 집에서 죽는다고? 그리고 우리들은 반대로 차가운 얼음에서 얼어 죽는다고 한다. 분명 우리를 모독하고 있는데, 이런 악랄한 놈 같으니라고!”
두 사람이 이런 저런 말을 주고받는 사이에 이미 궁궐 오문에 도착하여 말에서 내렸다. 편전으로 들어가 천자를 알현했다.
주왕이 물었다.
“희창이 무슨 말을 하든가?”
두 사람이 아뢰었다.
“희창은 원망하고 있었사오며, 어지러운 말로 임금을 모욕하였는데, 그 죄는 불경죄에 해당됩니다.”
주왕이 크게 노하여 말했다.
“이 필부 같은 놈! 짐이 사면하여 그자를 귀국하도록 했는데, 덕에 감동 하지는 못할망정, 도리어 짐을 모욕을 하다니, 참으로 고약한 놈이로다! 그는 무슨 말로 짐을 모욕하였는가?”
두 사람이 아뢰었다.
“희창이 운명을 점쳐 보았는데, 은 나라는 이번 한대 만 전해지고 끊어지며, 길어야 4년에서 7년이라고 했사옵니다. 또 폐하께서 천수를 누리지 못한다고 하였사옵니다.”
주왕은 노하여 욕설을 퍼부었다.
“그대들은 그 필부가 어떻게 죽게 되는지를 물어보지 않았던가?”
비중이 대답했다.
“신 두 사람은 그에게 물었습니다. 그는 천수를 다하고 집에서 죽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대저 희창은 교묘하고도 망령된 말로서 사람들의 눈과 귀를 미혹시키고 있습니다. 그의 죽음과 삶은 폐하께 달려 있는데도, 오히려 모르고, 자신은 천수를 누릴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것은 자신이 자신을 기만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또 저희 두 사람의 운수를 추산해 보라고 하니, 저희 두 사람은 얼음 속에서 동사할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다만 폐하의 복록에 의지하고 있고, 상민으로서 얼음 속에서 동사할 아무런 이유가 없사옵니다. 곧 이는 황당하고 허황된 말을 가지고 혹세무민하는 것인데, 이보다 더 심한 것은 없사옵니다. 하오니 폐하께서는 속히 처벌하심이 좋겠사옵니다.”
주왕이 말했다.
“짐의 어지를 전하라! 晁田조전에 명하여 서둘러 그 놈을 붙잡아 와서 즉시 효수에 처하고, 도성에는 요망스런 말을 경계하도록 포고하라!”
조전이 어지를 받고 서백후 희창을 체포하러 갔다.
한편, 희창은 말위에서 술이 깬 후에야 실언 한 것을 깨닫고, 가병들에게 서둘러 가자고 명을 내렸다.
“속히 이곳을 떠나자, 나중에 다른 변고가 있을까 두렵구나!”
모두들 출발을 재촉하여 줄을 지어 떠났다. 희창은 말위에서 스스로 생각해본다.
“내가 점쳐본 것에는 7년간의 재앙이 있는데, 어찌하여 편안히 되돌아 갈 수 있을까? 필시 이번 실언이 빌미 거리가 되어 반드시 일이 생기고 말 것이다.”
이래저래 고민하면서 가고 있는데, 그때 한 마리 말이 나는 듯이 달려왔다. 면전에 다가오는데, 바로 조전이었다.
조전이 크게 소리쳤다.
“희백! 폐하의 어지가 있으니 행렬을 돌리시오!”
희창이 대답했다.
“조장군, 나는 이미 알고 있었소이다.”
희창은 여러 가병들에게 말했다.
“나는 오늘 재앙을 만났는데 피하기가 어렵다. 너희들은 속히 돌아가라, 나는 7년 후 자연히 편안하게 귀국할 것이다. 돌아가서 伯邑考백읍고에게 위로는 어머님의 명에 순종하고, 아래로는 형제간에 화목할 것이며, 西岐서기의 법도를 고쳐서는 안 된다고 일러라. 더 이상 할 말이 없으니 너희들은 떠나도록 하라!”
희창의 가병들은 눈물을 뿌리며 서기로 돌아가고, 서백후 희창은 조전과 나란히 조가로 돌아왔다.
▲ 삽화 권미영
희창이 조전과 함께 오문으로 되돌아오자 연락병이 나는 듯이 황비호에게 보고했다. 황비호는 깜짝 놀라면서 생각에 사로잡혔다.
“무엇 때문에 귀국하다가 되돌아 왔단 말인가? 비중과 우혼 두 간사한 역신들이 희창을 해치려 하는 것인가?”
황비호가 주기에게 명을 내렸다.
“서둘러 여러 전하들께 청하여 오문으로 오시게 하라!” 주기는 바로 기별하러 떠났다.
황비호는 오색신우를 타고 서둘러서 오문으로 갔다.
이때 희창은 이미 오문에 도착하여 어지를 기다리고 있었다. 황비호가 급히 물었다.
“현후께서는 귀국하다가 다시 되돌아 왔는데, 무엇 때문입니까?”
희창이 대답했다.
“성상께서 부르시어 되돌아 왔는데,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습니다.”
조전이 주왕을 알현하고 복명했다. 주왕이 크게 노하여 부르짖듯이 말했다.
“속히 희창을 불러들이라!”
희창이 붉은 섬돌 밑에 이르러 엎드려 아뢰었다.
“성은을 베푸시어 신을 석방하여 귀국토록 하였는데, 이제 다시 신을 되돌아오도록 하였사옵니다. 폐하의 뜻이 무엇인지를 모르겠사옵니다.”
천자가 희창을 크게 꾸짖었다.
“이 늙은 필부 같은 놈! 너를 석방하여 귀국케 하였는데, 임금의 은혜를 갚을 생각은 하지 않고 도리어 천자를 모욕하다니, 그래도 무슨 할 말이 있느냐?”
희창이 아뢰었다.
“신이 비록 지극히 어리석지만, 위로는 하늘이 있음을 알고, 아래로는 땅이 있음을 알며, 중간에는 임금이 있음을 알고, 내 몸을 낳은 부모가 있음을 알며, 훈육하고 가르침을 주는 스승이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이 하늘 ․ 땅 ․ 임금 ․ 부모 ․ 스승 다섯 가지는 신이 시시각각 감히 잊어본 적이 없는데, 어찌 감히 폐하를 모욕하겠나이까? 만약 그러한 일이 있다면 스스로 죽음을 택하겠습니다.”
천자가 노해서 말했다.
“너는 아직도 이러한 교묘한 말로 억지 변명을 하는구나! 너는 어떻게 선천수(운명)를 풀어냈기에 짐을 모욕했단 말이냐? 그 죄를 용서하지 않겠다!”
희창이 아뢰었다.
“先天數선천수는 神農신농과 伏羲복희가 연역하여 八卦팔괘를 만들었고, 인간사의 길흉화복을 정한 것으로 신이 날조한 것이 아니옵니다. 신은 선천수에 의거해 말을 한 것에 불과하온데, 어찌 감히 망령되이 옳고 그름을 논할 수 있겠습니까?”
주왕이 말했다.
“그대는 짐의 운수를 한번 점쳐보고, 또 천하가 어떠한지를 점쳐 보아라!”
서백후가 아뢰었다.
“일전에 폐하의 운수를 풀어보니 불길하였사온데, 이미 비중과 우혼 두 대부에게 불길하다고 말했사옵니다. 아울러 일찍이 무슨 시비를 말한 것이 아니며, 신이 어찌 감히 망령되이 거론할 수 있겠습니까?”
주왕이 몸을 일으키면서 큰 소리로 말했다.
“네 놈은 짐이 편안히 죽지 못할 것이라고 하고, 네 놈은 천수를 다하여 집에서 죽을 것이라고 자랑했는데, 어찌 임금을 모욕한 것이 아니란 말인가!
이것은 바로 요망한 말로 백성을 미혹하게 하고, 이후에 반드시 화란을 일으킬 것이다. 짐이 먼저 네 놈에게 선천수가 영험하지 않으며, 네 놈이 천수를 다할 수 없다는 것을 가르쳐 주겠다!”
천자가 어지를 내렸다.
“희창을 오문으로 끌어내어 효수를 하고, 국법을 바로 잡도록 하라!”
좌우 시립해 있던 무사들이 희창을 끌어내려 하는데, 어전 밖에서 크게 소리치는 사람이 있었다.
“폐하, 희창을 베어서는 아니 되옵니다! 신 등에게 간언드릴 상주문이 있사옵니다.”
주왕이 시선을 돌려보니, 황비호 ․ 미자 등 일곱 명의 대신들이 대전에 엎드려 주청했다.
“폐하, 천자께서 희창을 사면하여 귀국하게 하니 신하와 백성들이 그 덕을 산처럼 우러르고 있사옵니다. 또 先天數선천수는 성인 복희께서 풀어낸 것이지 희창이 날조한 것이 아니옵니다.
만약 맞지 않는다 해도, 역시 운수에 의해 추산해 낸 것입니다. 만약 차이가 없이 정확히 맞아 떨어진다면. 희창 역시 직언을 한 군자인 것이지, 교활한 소인은 아니옵니다. 폐하께서 역시 그 작은 허물을 용서하시옵소서.”
주왕이 말했다.
“요망한 술수에 의거하여 감당할 수 없는 말로 임금을 비방했는데, 이를 어찌 무죄로 사면할 수 있으랴!”
비간이 아뢰었다.
“신 등은 희창을 위한 것이 아니라 실로 나라를 위한 것이옵니다. 지금 폐하께서 희창을 베는 것은 작은 일이며, 사직의 안위에 관한 일은 큰 것이옵니다. 희창은 평소에 명성이 높아 제후들이 우러러 보며, 군대와 백성들이 기꺼이 복종하고 있습니다.
또 희창이 운명을 추산하는 선천수는 이치에 의거하여 직접 추리하는 것이지, 망령되이 날조한 것이 아닙니다. 만약 성상께서 믿지 못하시면, 희창에게 명하여 눈앞의 길흉을 추산하도록 하시옵소서. 만약 맞는다면 희창을 사면하시고, 틀린다면 곧 요망한 말을 날조한 죄로 처벌 하시옵소서.”
주왕은 대신들이 힘껏 간언하는 것을 보고 주청을 허락했다. 그리하여 희창에게 명하여 눈앞의 길흉을 추산해 보라고 했다.
희창은 금전을 꺼내어 획 한 번 던지고는 크게 놀라서 말했다. “폐하, 내일 太廟태묘에 화재가 발생하는데, 속히 종사의 신주를 옮겨두소서, 사직의 근본이 훼손될까 두렵사옵니다!”
주왕이 물었다.
“네가 추산한 것에 따르면 내일 화재가 응당 몇 시에 일어나느냐?”
희창이 대답했다.
“정오 입니다.”
주왕이 말했다. “내일의 운수가 이렇다고 하니, 희창을 구금하여 두었다가, 내일의 예언이 영험한지 기다려 보자.”
주왕의 말에 따라 여러 관원들은 오문을 나왔다. 희창은 자신을 도와준 일곱 명의 전하들께 감사를 표시했다.
황비호가 말했다.
“현후, 내일이 위태합니다. 반드시 잘 헤아리셔야 합니다!”
희창이 말했다. “하늘의 운수가 어떠한지 두고 봅시다.”
여러 관원들은 각기 흩어졌다.
한편, 주왕이 비중에게 일렀다.
“희창이 내일 태묘에 화재가 난다고 했는데, 만약 그 말이 사실이라면 이를 어떻게 처리하면 좋겠소?”
우혼이 아뢰었다.
“어지를 내리소서. 내일 태묘궁을 지키는 관원에게 자세히 일러 방비하고 막으라고 하십시오. 그리고 분향을 하지 않으면, 그 화재가 어디로부터 오겠습니까?”
주왕이 말했다.
“그 말이 옳구나.” 곧 주왕은 궁으로 돌아갔다. 비중과 우혼 등 두 사람도 조정을 나와 집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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