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백(姬伯)이 연산에서 뇌진(雷震)을 거두다
▲ 삽화 권미영
승상 商容상용이 대전 기둥에 머리를 받아 죽자 주왕은 말을 잃었다. 이때 대부 趙啓조계가 상용이 비명에 죽고 그 시체를 성문 밖에 버리라고 하는 주왕의 명령을 보고,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극심한 불평에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자신도 모르게 눈을 치켜뜨고 눈썹을 일으켜 세우면서 자리에서 나와 고함을 질렀다.
“신, 조계 감히 선왕의 유지를 받은 것은 아니지만, 오늘 대전에서 죽음으로써 나라의 은혜를 보답하겠사오며, 죽어서 상용 승상과 함께 지하에서 노니는 것에 만족할 뿐이옵니다.”
이어서 주왕을 향해 손가락질하면서 욕을 하였다.
“무도한 어리석은 임금아! 수상이 목숨을 끊고, 충성스런 신하를 물러나게 하여, 제후들이 실망하고 있다. 妲己달기를 총애하고, 참언하고 아첨하는 자를 믿어 사직을 끊어서 무너지게 하였다.
나는 또 어리석은 임금이 쌓은 악을 열거해 보겠다. 황후가 억울하고 가혹하게 죽임을 당하였고, 달기를 세워 정궁으로 삼으려 했다. 도망가는 태자를 추격하여 죽이려 하자 종적도 없이 사라졌다. 국가에 근본이 없어 머지않아 폐허로 될 것이다.
어리석은 임금아! 어리석은 임금아! 너는 의리도 몰라 처를 주살하고, 자비가 없어 자식을 죽이고, 도가 없이 나라를 다스리고, 덕이 없이 대신을 죽이고, 밝지 못하여 사악하고 아첨하는 무리들을 가까이 하였으며, 바르지 못하여 주색을 탐하고, 지혜롭지 못하여 三綱삼강을 어기고, 부끄러운 줄 모르고 五常오상을 어그러지게 하였다.
어리석은 임금아! 인륜도덕이라곤 하나도 찾아볼 수 없는데, 헛되이 사람의 임금이 되어 제왕자리도 쓸모없는 것이 되었으며, 成湯성탕을 욕보이게 하였으니 이다음에 죽어서도 부끄러움이 남을 것이다!”
주왕이 크게 노하여 책상을 치며 욕을 하였다. “필부가 어찌 감히 임금을 모욕하고 욕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곧장 어지를 전했다. “이 역적을 속히 끌고 가서 炮烙포락의 형벌을 가하라!”
조계가 대답했다.
“나는 죽어도 아까울 것이 없고 다만 충효를 인간 세상에 남겨둘 것이다. 어찌 너와 같은 이러한 어리석은 임금이 강산을 끊어지게 하고, 오명을 만세에 남기는 것과 같을 수 있겠는가!”
주왕은 하늘을 찌를 듯 화가 나있었다. 이때 포락의 형벌을 가하기 위해 양쪽에서 구리 기둥 안에 숯불을 피우자 구리 기둥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조계의 모자를 벗기고 쇠줄로 몸을 묶어서 구리기둥에 묶으니 근육이 끊어지고 살갗이 타는데, 뼈마저 타서 연기가 되어 날아갔다. 구간전에서는 냄새조차 맡을 수 없었는데, 여러 신하들은 입을 틀어막고 상심할 뿐이었다.
주왕은 이 참혹한 형벌을 보고서야 자신이 마음먹은 대로 되자, 어지를 내리고난 후 수레를 타고 돌아갔다.
이 장면을 읊은 시가 남아있다.
“포락의 형구를 궁전 뜰에 설치하니, 숯불의 화력이 승세를 타 열기를 더한다. 四肢사지로 포락의 기둥을 안기도 전에 너울거리는 불길이 먼저 강직한 기상을 꺾는다. 잠깐 사이에 뼈와 근육이 녹고, 순식간에 피고름으로 변했다. 은나라 강산의 앞날을 알고자 하면, 이 포락 형벌의 연기를 따라 타고 남은 재조차 사라지고 없을 것이다.”
구간전에서 다시 대신에게 포락의 형벌을 가하자, 신하들은 가슴이 떨리고 혼이 빠져 나가는 것 같았다.
한편, 주왕이 회궁하자 달기가 접견했다. 주왕이 달기를 손을 잡아끌고 서로 부축하여 용이 새겨진 의자위에 앉았다.
주왕이 말했다.
“오늘 재상 상용이 스스로 기둥에 머리를 부딪쳐 죽었고, 조계에게 포락의 형벌을 가했다. 짐은 이 두 필부의 모욕과 욕설을 견딜 수 없었다. 그래서 이러한 참혹한 형벌을 가했는데, 백관들이 모두 두려워하지 않으니 필경은 다시 기이한 방법을 생각하여 이 고집불통인 무리들을 다스려야 하겠다.”
달기가 대답했다.
“첩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도록 해주십시오.”
주왕이 말을 이었다.
“미인의 황후직위가 이미 정해졌소. 조정 내 백관은 감히 반대하는 간언을 올리지 못할 것이오. 그러나 짐이 東伯侯동백후 姜桓楚강환초를 우려하고 있소. 그가 그의 딸인 강 황후가 참혹하게 죽은 것을 알면, 병사를 거느리고 반역을 하고, 제후들을 끌어 들려서 이곳 朝歌조가로 돌진해오지 않을까 염려되오. 지금 태사 聞仲문중은 북해로 정벌을 떠나 돌아오지 않았으니 이를 어찌하면 좋단 말이오?”
달기가 대답했다.
“첩은 아녀자로써 보고 듣는 것이 제한이 있으나 폐하께서는 급히 費仲비중을 불러들여 상의하시면, 반드시 기이한 방책이 있어 천하를 가히 편안히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주왕이 말했다.
“미인의 말에 일리가 있소이다.” 바로 ‘비중을 불러들이라.’라는 어지를 전했다.
얼마 되지 않아 비중이 입궁하여 주왕에게 절을 올렸다.
주왕이 말했다.
“강 황후가 이미 죽었으니, 강환초가 소식을 듣고 병사를 거느려 반역하면, 강환초의 관할 하에 있는 동방이 편하지 못할까 두렵소. 경은 세상을 태평하게 할 무슨 방책이라도 있소?”
▲ 삽화 권미영
費仲비중이 무릎을 꿇고 아뢰었다.
“강 황후는 이미 없어졌고, 태자 전하 또한 실종되었습니다. 재상 상용은 기둥에 머리를 들이받아 죽었고, 대부 조계는 포락의 형벌을 받았습니다. 이에 문무관원들은 모두 속으로는 원망하는 말을 하고 있습니다. 다만 은밀히 서찰을 강환초에게 전하여 강환초가 병사를 거느리고 쳐들어온다면 반드시 화란이 생길 것입니다.
폐하께서 몰래 네 방위로 어지를 전달하여, 四鎭사진의 대 제후들을 속여서 도성으로 불러들이고, 호령하여 목을 베는 것이 마치 풀을 베고 뿌리를 제거하는 것과 같으므로 이것이 나을 것 같사옵니다.
그 팔백진의 작은 제후들은 네 명의 대 제후가 이미 죽은 것을 알면, 마치 蛟龍교룡이 머리가 없어지고, 사나운 호랑이가 이빨이 없는 것과 같아 절대로 창궐하지 못할 것이옵니다. 그러면 천하가 가히 안녕할 것이옵니다. 폐하의 뜻은 어떠하신지 모르겠사옵나이다.”
주왕은 비중의 그 말을 듣고 크게 기뻐하였다.
“경이야말로 세상을 덮을 만한 奇才기재이고, 과연 나라를 편안하게 할 방책을 가지고 있는데, 소 황후의 천거를 저버리지 않았구려.”
비중은 궁궐을 물러나왔다. 주왕은 몰래 네 곳으로 어지를 보내기 위해 네 명의 사명관을 뽑아 네 곳으로 보내어 姜桓楚강환초 ․ 顎崇禹악숭후 ․ 姬昌희창 ․ 崇侯虎숭후오 등 네 명의 대 제후들을 불러들였다.
조가를 출발한 관원 하나가 바로 西岐서기를 향해 가는데, 도중에 바람과 먼지가 흩날리고, 길가의 芳草방초를 휩쓸면서 크고 작은 州府주부를 통과하고 여인숙과 시골을 지나는데, 사실 그대로 아침에 해 돋는 언덕을 오르고, 저녁에는 붉은 티끌을 밟는다는 말 그대로였다. 며칠 지나지 않아 西岐山서기산 칠십 리를 지나 도성으로 들어갔다.
사명관이 도성내의 광경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물자가 풍부하고 백성들의 생활이 풍요로웠는데, 백성이 사는 시가가 편안하고 한가로웠으며, 물건을 사고파는 사람들도 평화스런 얼굴과 기쁜 모습이었고, 내왕하는 행인들도 높고 낮음에 대해 겸손과 예의가 있었다.
사명관이 탄식했다.
“西伯侯서백후 姬昌희창이 어질고 덕이 있다고 들었는데, 과연 이곳 풍경이 평화로워 진실로 요순의 치세와 같구나.”
사명관이 금정관역에 도착하여 말에서 내렸다.
다음날 西伯侯서백후 姬昌희창이 조정을 열고, 문무관원들을 모아 치국과 안민의 도리를 강론하고 있었다. 정문을 지키는 관리가 “어지가 하달되었다.”고 보고했다.
희백이 문무 관리를 대동하고 천자의 어지를 접수했다. 사명관이 대전에 도착하자 희백 등은 무릎을 꿇고 사신의 어지 낭독을 들었다.
조서에 이르노라.
“북쪽의 북해지방이 창궐하여 제멋대로 흉악하게 날뛰고, 백성들은 도탄에 빠져 있다. 문무관원들은 조치할 바를 모르니, 짐이 몹시 근심스러울 뿐이다. 안으로 보필할 사람이 없고, 밖으로 화합이 부족하므로 특별히 너희 사대 대 제후들을 조정으로 불렀으니 모두가 국정을 도와 禍亂화란을 평정하기 바라노라.
조서가 도착하는 날, 서백후 희창은 속히 도성으로 와서 짐을 위로하도록 하라. 말고삐를 지체하여, 짐이 오랫동안 서서 그대가 오는 것을 기다리도록 하지 말라, 성공하는 그날을 기다려 벼슬과 봉토를 더해 줄 것이며, 무덤의 흙을 넓게 덮도록 하겠다. 삼가 천자의 명을 받도록 하라, 짐은 식언하지 않노라. 그대는 천자의 명을 받들라!
이에 특별히 조칙하노라.”
희창은 조서를 받드는 예를 마치고, 잔치를 베풀어 천자의 사자를 접대했다. 다음날 금은으로 예물을 준비하여 천자의 사자에게 보내어 예를 표시했다.
희창이 말했다.
“天使천사 대인, 조가에서 만날 수 있을 것이오, 희창은 행장을 수습하여 곧 뒤따라 갈 것이오.”
사명관이 이별을 고하고 감사를 표명하면서 먼저 떠났다.
한편, 희창은 端明殿단명전에 앉아서 신하들에게 당부를 했다. 상대부 散宜生산의생에게 말했다.
“孤고(제후가 자신을 낮추는 말)가 이번에 가면, 안의 일(內事)은 산 대부에게 부탁하고, 밖의 일(外事)은 南宮适남궁괄 ․ 辛甲신갑에게 부탁하겠오.”
이어서 사람을 시켜 장남인 伯邑考백읍고를 불러오게 하여 분부했다.
“어제 천자의 조서를 받고, 내가 점을 한번 쳐 보았다. 이번에 가는 것은 흉이 많고 길함은 적다. 비록 몸을 잃을 정도는 아니지만 칠년 동안 큰 화가 있을 것이다. 너는 서기에 있으면서 모름지기 법을 지키고, 국정을 변화시키지 말고, 옛 법도를 따르도록 하라.
형제가 화목하고, 군신이 서로 안녕을 도모해야 하며, 한 몸의 사사로움이나 일신의 좋은 것에만 맡기지 말라. 무릇 모든 일을 행할 때는 모름지기 심사숙고하여라. 서기의 백성으로 아내가 없는 자는 돈을 주어 아내를 얻도록 하고, 가난하여 혼기를 놓쳐 시집가지 못한 사람은 돈을 주어 시집가게 하며, 외롭고 가난하여 의지할 자가 없는 사람은 매월 식량을 주어서 조금도 빠지는 것이 없게 하라.
나는 칠년이 지난 후 재앙이 가득차서 다 지나가고 나면, 자연히 영광스럽게 돌아올 것이다. 너는 절대로 사람을 파견하여 나를 영접하러 오지 말라. 이것은 너에 대한 간곡한 당부이고 당부이니라.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 삽화 권미영
백읍고는 아버지인 姬昌희창의 간곡한 당부의 말을 듣고는 무릎을 꿇고 말했다.
“父王부왕께서는 앞으로 칠년간의 어려움이 있다면 당연히 자식이 대신 가야하는 것이니, 부왕께서 친히 가실 필요가 없사옵니다.”
희창이 대답했다.
“아이야! 군자는 어려움을 보고서, 어찌 피할 줄을 모르겠느냐? 다만 天數천수가 이미 정해졌으므로 결코 피하여 공연히 스스로 많은 일을 만들 수는 없구나. 너희들은 전심하여 아비가 부탁한 여러 가지 말들을 지켜라. 이것이 바로 큰 효도이다. 하필 너희들이 나를 대신할 필요가 있겠는가?”
희창은 그 자리를 물러나와 후궁으로 갔다. 모친인 太姜태강을 찾아뵙고 인사를 올렸다.
어머니인 태강이 말했다.
“내 아들아! 어머니인 내가 너를 위해 선천수로 운명을 풀어보니, 너에게 칠년간의 재난이 있더구나.”
희창이 무릎을 꿇고 대답했다.
“오늘 천자의 조서가 도착했습니다. 저도 선천수를 풀어보니 안으로 상스럽지 못한 칠년간의 허물이 있었으나 목숨을 잃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방금 안의 일과 밖의 일은 문무관원들에게 부탁하였으며, 국정은 장자인 백읍고에게 일러두었습니다. 아들인 제가 특별히 궁으로 들어와 어머님에게 이별을 고하고, 내일 천자가 계신 朝歌조가로 가고자 합니다.”
태강이 말을 이었다.
“자네가 조가에 가면, 백가지 일을 잘 짐작하여 처리하고, 결코 경솔해서는 아니 되니라.”
희창이 대답했다.
“삼가 어머님의 가르침과 같이 하겠습니다.”
이어서 내궁으로가 원비인 太姬태희와 작별하였다. 서백후 희창에게는 네 명의 유모가 있고, 24명의 妃비가 있으며, 99명의 자식을 낳았다. 장남이 伯邑考백읍고이고, 차남이 嬉發희발이며 바로 나중의 주나라 武王무왕이다. 주나라에는 세 명의 어머니가 있는데, 희창의 어머니인 太姜태강, 희창의 원비인 太姬태희, 무왕의 본부인인 太姙태임이다. 이들을 三母삼모라고 하는데, 모두 크게 어질고 성스런 어머니들이었다. 희창은 다음날 행장을 점검하고 조가로 향하는데, 분주한 행색에 시종50명만 거느렸다.
문무관원들이 송별하는 모습이 보였다. 상대부 散宜生산의생, 대장군 南宮适남궁괄,
모공수 ․ 주공단 ․ 소공석 ․ 필공 ․ 영공 ․ 신갑 ․ 신면 ․ 태전 ․ 굉요 등 四賢사현 ․ 八俊팔준이 세자 백읍고와 동생 희발과 함께 군인과 백성들을 거느리고 뒤따르고 있었다.
서기성에서 십리쯤 떨어져 있는 十里長亭십리장정에서 전별을 하는데, 九龍御席구룡어석을 벌려 놓고, 백관과 세자가 잔을 잡았다.
희창이 말했다.
“오늘 여러 대신들과 한번 이별하면 칠년 후에나 군신이 다시 만날 것이오.”
희창이 손으로 장남인 백읍고를 가르치며 말했다.
“내 아들아! 다만 너의 형제가 화목해야 나 역시 근심이 없을 것이다.”
희창이 술을 여러 잔 마시고 말에 오르니, 아버지와 아들, 임금과 신하가 눈물을 뿌리며 작별했다.
서백후 희창이 첫날 길에 올라 칠십여리를 갔는데, 岐山기산을 지났다. 길을 가면서
밤에는 머물러 쉬고 새벽에 출발했다. 하루도 거르지 않았다. 그날 하루 걸어서 燕山연산에 이르렀을 때, 희창이 말위에서 말했다. “여봐라! 앞쪽에 비를 피할 수 있는 마을이나 무성한 수풀이 있는지 살펴보아라. 지척지간에 반드시 큰 비가 내릴 것이니라.”
수행하는 사람들은 이 말에 의론이 분분하였다.
“하늘이 이렇게 맑고, 구름이라곤 없다. 붉은 해가 햇볕을 품어내는데 비가 어디에서 온단 말인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갑자기 구름과 안개가 일제히 일어났다.
희창은 말을 몰면서 서둘러 숲으로 들어가 비를 피했다. 시종들도 바로 숲으로 들어와 내리는 비를 바라보았다.
구름이 동남쪽에서 시작하고, 안개는 서북쪽에서 일어났다. 삽시간에 바람이 몰아쳐 차가운 기운을 만드는데, 잠깐 사이에 비의 습한 기운이 사람을 침입한다. 처음에는 미미하고 가늘던 빗줄기가 점차 굵어졌다.
벼와 농작물에 영양을 주고, 꽃가지 위에 옥 같은 영롱한 구슬이 비스듬히 걸려있다. 대지를 살찌우며, 풀끝에는 뚝뚝 보배 같은 구슬이 구르고 있다. 높은 산에는 천 갈래 물줄기가 떨어져 내리고, 낮은 곳의 오목한 평야지대에는 하얀 명주 같은 물이 가득 찼다.
도처에 풀들이 파란 기러기 머리처럼 푸른 것을 뿌린 듯하고, 온 산의 돌이 빗물에 씻기어 부처머리처럼 파르라니 빛이 난다. 비단 강을 밀어 무너뜨리니 꽃이 온 사방에 널려 있는 듯하고, 때맞추어 내리는 좋은 비가 은하수를 아래로 내려 쏟는 것 같았다.
희창이 무성한 숲에서 비를 피하고 있는데, 세차게 내리는 빗줄기가 마치 물동이에 물을 쏟아 붓듯이 반 시진 동안 내렸다.
희창이 아랫사람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정신들을 차려라, 번개가 올 것이다!” 수행한 여러 사람들이 소리쳤다. “주공께서 분부하셨다. 번개가 내려 칠 것이니 정신을 차려라!”
말을 마치기도 전에 소리가 울려 퍼지는데, 뇌성벽력이 한꺼번에 울려온다. 산하대지가 진동하여, 華嶽화악의 높은 산을 무너뜨리는 것 같았다.
▲ 삽화 권미영
여러 사람들은 산천을 무너뜨릴 것 같은 갑작스런 뇌성벽력에 대경실색하여 모두 한곳으로 빽빽이 모여들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구름이 흩어지고 비가 멎었으며, 해가 하늘에 나타나자 사람들은 숲속에서 나왔다.
서백후 희창은 말위에서 온 몸이 비에 흠뻑 젖은 채로 탄성을 지르면서 말했다.
“번개가 지나가고 햇빛이 나왔으니, 大將대장의 별인 將星장성이 출현했다. 이 일대를 두루 살펴서 나에게 장성을 찾아오도록 하라!”
이 분부에 대해 여러 수행원들은 냉소를 보내며 생각 한다.
“장성이 누구란 말인가? 어디에 가서 찾아 온 단 말인가?”
그러나 감히 명령을 어기지 못하고, 사방으로 장성을 찾으러 나갔다.
여러 사람들이 장성을 찾고 있는데, 갑자기 아주 오래된 묘 옆에서 아이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앞으로 나아가 살펴보니 과연 아이 하나가 울고 있었다.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이 묵은 무덤, 어찌 이런 곳에 아이가 있단 말인가? 반드시 괴이한 일이니, 이 아이가 장성일지도 모른다. 이 아이를 안고 가서 희창 전하께 올려보는 것이 어떠한가?”
사람들은 그 아이를 안고 와서 희창에게 넘겨주었다.
희창은 그 아이를 보자 기뻐서 얼굴이 복숭아꽃 봉우리와 같았으며, 눈에는 번쩍하는 빛이 떠올랐다. 희창은 크게 기뻐하면서 생각한다.
“나에게는 응당 백 명의 아이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 99명이다. 이 아이를 얻었으니 비로소 백 명의 아들이 있을 조짐인데, 진실로 아름다운 일이로다.”
이어서 희창은 좌우에 명령을 내렸다.
“이 아이를 앞마을로 보내 잠시 의탁하여 양육하도록 하라. 내가 칠년이 지나 돌아올 때 西岐서기로 데려가자. 장래에 이 아이의 복분이 얕지는 않을 것이다.”
희창이 말고삐를 느슨히 하고 앞으로 나아가는데, 산을 오르고 고개를 지나 서둘러 燕山연산을 지났다. 앞을 향해 나간 지 일 이 십리쯤에서 도인 한 사람을 만났다. 그 풍채가 청수하고 생김새가 특이했으며, 道家도가의 풍취가 물씬 풍겼는데, 큰 소매의 너른 도포를 입고 있었다.
그 도인은 나부끼는 바람처럼 세상에 나온 자태였는데, 희창의 말 앞에서 머리를 숙여 예의를 표시하고 말했다.
“군후, 貧道빈도가 인사를 올립니다.”
희창은 황망히 말에서 내려 답례를 했다.
“못난 희창이 실례를 했습니다. 도인은 어쩐 일로 이곳에 오셨는지 삼가 묻사옵니다?
어느 산, 어느 洞府동부에 계시는지요? 못난 저에게 깨우쳐 주실 일이라도 있으신지요? 원컨대 그 상세한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그 도인이 대답했다.
“빈도는 終南山종남산 玉柱洞옥주동의 연기도사 雲中子운중자입니다. 방금 비가 지나고 뇌성이 울리더니 장성이 출현했습니다. 빈도가 천리를 멀다 않고 장성을 찾아 왔습니다. 이제 尊顔존안을 뵙게 되니 빈도는 심히 다행입니다.”
희창이 듣기를 마치자, 좌우에 명령하여 아이를 도인에게 보여주라고 했다. 도인이 그 아이를 보더니 말했다.
“將星장성이라, 네가 이제야 막 출현했구나!”
운중자가 말했다.
“어진 제후여! 빈도가 지금 이 아이를 종남산으로 데려가 제자로 삼을까 합니다. 어진 제후께서 조가에서 서기로 돌아오기를 기다려 그때 돌려 드리겠습니다. 賢侯현후의 뜻은 어떠하신지요?”
희창이 대답했다.
“도인께서 데려가시면 무방합니다. 다만 세월이 한참 지나서 서로 상봉하게 되는데, 무엇으로서 증명을 삼아야 하겠는지요?”
도인이 말했다.
“번개가 친 뒤에 몸을 드러냈으니 나중에 만날 때 ‘雷震’뇌진이라 이름 부르면 될 것
입니다.”
희창이 말했다.
“못난 저는 가르침을 따르겠습니다.”
운중자가 뇌진자를 품에 안고 종남산으로 떠났다. 아마 칠년 후 희창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뇌진자가 하산하여 그들은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이 일이 있고난 후 희창은 가는 내내 말이 없었으며, 五關오관과 澠池縣민지현을 지나고, 黃河황하를 건너서 孟津맹진을 지나 은나라의 수도인 朝歌조가로 들어가 金庭館금정관 역에 도착했다.
역관에는 이미 삼로의 제후인 東伯侯동백후 姜桓楚강환초, 南伯侯남백후 鄂崇禹악숭후, 北伯候북백후 崇侯虎숭후호가 도착해 있었다.
세 사람의 대 제후들이 금정역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는데, 이때 서백후가 도착하자 세 제후가 영접했다.
강환초가 말했다.
“희창 제후께서는 어찌하여 늦었습니까?”
희창이 대댑했다.
“길이 멀어 말고삐를 재촉하였으나 이렇게 늦게 당도하였으니, 실례했습니다.”
네 명의 대제후가 상견례를 마치고, 다시 자리 하나를 더 마련하여 잔을 돌리며 즐겁게 마시는데, 술이 몇 순배 돌았다.
이때 희창이 물었다.
“세분 어진 제후님들, 천자가 무슨 긴급한 일이 있어 우리 네 명의 제후를 이곳으로 소환했습니까? 제가 생각하기로는 무슨 큰 일이 있을 듯합니다. 도성에는 무성왕 황비호가 있고, 천자의 棟樑동량들이 있어서, 나라를 다스리는 방책이 있을 것입니다. 또 아상 비간이 있어 국정을 잘 조정하여 백성을 다스리는 법도가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무슨 일이 있어 우리들에게 조서를 내려 조가로 부르셨는지요?”
▲ 삽화 권미영
네 명의 대 제후들은 술을 돌려 마셔 반쯤 얼근히 취했다. 남백후 악숭후는 평소에 숭후호가 권력에 빌붙어 잇속을 채우고, 費仲비중 ․ 尤渾우혼 등과 당파를 지어 천자의 눈과 귀를 어지럽히고, 토목공사를 널리 일으켜 백성을 수고롭게 하고 재물을 손상시키는 것을 알았다. 그것이 나라와 백성을 위한 것이 아니고 다만 자신이 뇌물을 받아 사리사욕을 채우는 것과 같았다.
이때 술은 이미 취하였고, 악숭후가 우연히 과거의 이 일이 떠올라 말했다.
“강 현백! 희 현백! 소생이 숭후호 현백에게 한마디 올릴 말씀이 있습니다.”
숭후호가 웃으면서 말했다.
“현백께서는 어떤 일을 가르쳐 주시겠습니까? 소생이 감히 명을 따르지 않겠습니까?”
악숭후가 말했다.
“천하에 제후들의 우두머리는 우리 네 명입니다. 듣자하니 숭 현백께서는 여러 가지 과오가 많아 대신으로서 체면을 잃었고, 백성을 착취하여 사욕을 채우면서 오직 비중 ․ 우혼 같은 자들과 왕래한다고 합니다.
또한 摘星樓적성루 축조를 감독할 때에도 듣자니 장정들을 징발하면서 삼명의 장정에서 두 명만 뽑았는데, 돈이 있는 자들은 한가로이 집에 있고, 가난한 자들은 거듭되는 부역에 고통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대는 사사로이 재물받기를 즐겨 만백성을 고통으로 죽게 하였고, 살육을 멋대로 하는데, 여우가 호랑이의 위세를 빌리는 듯했습니다. 행동은 승냥이처럼 사납고, 마음은 굶주린 호랑이와 같았습니다. 하여 조가의 성내 백성들은 감히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했으며, 일천 집안에서 이를 갈고, 만 가구에서 원한을 품었습니다. 숭 현백! 늘 하는 말이 있는데, ‘화는 악에서 만들어지고, 복은 덕에서 생겨난다’고 했습니다. 이제부터 허물을 고치고, 절대로 다시 그런 일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숭후호가 그 말을 듣더니 두 눈에 가득히 연기가 피어나고, 입안에서 불을 내뿜듯이 화를 내며 고함을 질렀다.
“악숭우! 네가 미친 망령된 말을 함부로 지껄이는가? 나와 너는 똑같은 대신인데, 너는 어찌하여 내 앞에서 나를 능욕하는가! 너는 무슨 능력이 있기에 면전에서 무고한 말로 나를 능멸하는가?”
숭후호는 비중 ․ 우혼에 의지하여 궁궐에는 믿는 사람이 있었으므로, 술 좌석에서 악숭우와 한판 붙어 보려고 했다.
다만 희창이 숭후호를 가르치며 말했다.
“숭 현백! 악숭후 현백이 당신에게 권한 것은 모두 좋은 말들인데, 당신은 어찌 이렇게 횡포하단 말이오! 우리들이 이곳에 있는데, 설마 숭 현백은 악 현백과 맞잡고 싸우지는 않겠지요! 악 현백의 이번 말은 숭 현백을 아끼는 충고의 말에 불과합니다. 만약 그러한 일이 있으면 통쾌하게 허물을 고치도록 하고, 만약 그런 일이 없다면 스스로 더욱 힘쓰면 될 것이오. 바로 악 현백의 말은 구구절절 어진 말이오, 말마다 금석과 같습니다. 이제 숭 공께서는 자책할 줄 모르고, 도리어 바른 말하는 것을 괴이쩍게 여기시니 예가 아닙니다.”
숭후호는 희창의 말을 듣고는 감히 손을 움직일 수 없었다. 그런데 숭후호가 방비하지 않고 있던 틈을 타 악숭우가 호리병으로 내리쳐 정면으로 숭후호의 얼굴을 때렸다.
숭후호가 몸을 앞으로 내밀면서 악숭우를 낚아채는데, 그때 강환초가 가로막고서 고함을 질렀다. “대신들이 서로 맞잡고 싸우다니, 체면이란 것이 무엇이오! 숭 현백, 밤이 깊었으니 돌아가서 주무시도록 하시오.”
숭후호는 노기를 참고 화를 삼키면서 관사로 돌아가 잠들었다.
이 장면을 읊은 시가 남아 있다.
“역관에서 사대 제후가 술잔을 돌리며 간신이 계략을 꾸며 어진 신하를 해치는 일 등 정치의 득실을 논했다. 칼과 군대가 이때부터 분분히 일어나는데, 조가에 어지러움이 전파되고 만백성이 재앙을 받게 되었다.”
남은 세 명의 제후는 그동안 오랫동안 만나지 못하였기에 회포를 풀기 위해 다시 좌석을 정리하고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곧 이경의 북소리가 울릴 때쯤, 안에 역졸 한명이 있었는데, 세 명의 대신이 술을 마시는 것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탄식한다.
“대 제후님들! 대 제후님들! 당신들은 오늘 밤에는 술잔을 돌리며 즐겁게 술을 마시지만, 다만 내일이면 아마 붉은 피가 시가를 물들일 것이오!”
밤이 깊어 조용한데, 사람의 말이 몹시 뚜렷하게 들렸다. 희창이 이 말을 분명히 듣고, 바로 물었다.
“어떤 사람이 말을 하였는가? 당장 나오너라.”
좌우에서 술시중 드는 사람들이 있어 모두 양쪽으로 서면서, 앞으로 다가와서 단정하게 무릎을 꿇었다.
희창이 물었다.
“방금 누가 ‘오늘 밤에는 술잔을 돌리며 즐겁게 술을 마시지만, 다만 내일이면 아마 붉은 피가 시가를 물들일 것이오!’라고 말하였는가?”
여러 사람들이 대답했다.
“저희들은 그런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때 강환초나 악숭우도 그 말을 듣지 못한 듯하였다.
희창이 말했다. “구절구절이 분명하였는데,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고 하는가? 家將가장은 들어오라, 이들을 모두 끌어내어 목을 베도록 하라!”
▲ 삽화 권미영
역졸들이 희창의 명령을 듣고, 누가 기꺼이 목숨을 죽음으로 바꾸려고 하겠는가! 그때 하는 수없이 말한 사람을 밀어내면서 여러 사람이 일제히 소리쳤다.
“제후 나으리! 소인들이 말한 것이 아니며, 바로 저 姚福요복의 입에서 나온 말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물러가게 하고, 희창은 요복을 불러 물었다.
“너는 무엇 때문에 그런 말을 하였더냐? 사실을 고하면 상이 있을 것이고, 거짓이면 벌이 따를 것이다.”
요복이 대답했다.
“「시비는 입을 벌려 말을 많이 하는데서 생기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제후 나으리께서 위에 계시지만, 이 일은 기밀사항입니다. 소인은 궁중에서 명령을 전달하는 벼슬아치 집안의 하인입니다. 그래서 알게 되었는데, 姜皇后강황후가 억울하게 서궁에서 죽었고, 두 분 태자 전하 형제가 큰 바람에 날려 사라졌으며, 천자는 달기마마를 신임하여 은밀히 성지를 전달했습니다. 사대 제후인 대신들이 내일 조정에 입조하면, 흑백을 가리지 말고, 일률적으로 한꺼번에 참수하라 하셨습니다. 오늘 저녁 소인은 참지 못하고, 자신도 모르게 이 말을 뱉어냈습니다.”
강환초는 듣기를 마치자, 서둘러 물었다.
“강 황후가 왜 억울하게 서궁에서 죽었는가?
요복은 말을 이미 쏟아 내었으므로 거두어들일 수 없었으며, 처음부터 자초지종을 말할 수밖에 없었다.
“紂王주왕은 무도하여 자식을 죽이고 아내를 살해하고, 스스로 妲己달기를 정궁으로 삼았습니다.” 하면서 그간의 있었던 일을 자세히 알려주었다.
강황후는 바로 東伯侯동백후 姜桓楚강환초의 여식이고, 딸이 죽었으니, 마음이 어찌 아프지 않으랴! 몸은 칼로 난도질당하는 것 같았고, 마음은 기름으로 볶는 것 같았다. 크게 신음을 내지르더니 땅바닥에 넘어졌다.
희창이 강환초를 부축하여 일으키라고 명을 내렸다. 강환초가 통곡하면서 말했다.
“내 딸이 두 눈이 도려내지고, 두 손은 炮烙포락의 형벌을 받았다고 합니다. 예부터 지금까지 어찌 이런 일이 있겠습니까!”
희창이 설득하며 말했다.
“황후가 억울함을 당하고, 전하들이 종적도 없이 사라졌는데, 사람이 죽으면 다시 살아날 수 없습니다. 오늘 밤에 우리들이 각자 상소를 준비하고, 내일 아침 천자를 알현하여 천자의 안색에 개의치 말고 힘써 간언합시다. 반드시 淸白청백을 분명히 하여 인륜을 바르게 합시다.”
강환초가 울면서 말을 이었다.
“강씨 문중의 불행으로 인한 것을 어떻게 감히 여러 제후님들을 수고롭게 하여 천자께 상소하도록 할 수 있겠습니까? 저 강환초 단독으로 임금을 대면하고 억울함을 밝히도록 하겠습니다.”
희창이 대답했다.
“현백은 별도로 상소를 준비하시고, 우리 세 명의 제후들도 각자가 상소를 갖추도록 하겠습니다.” 강환초는 눈물이 빗물인양 줄기줄기 흘러내리는 가운데, 밤새도록 상소를 작성했다.
한편, 간신 費仲비중은 네 명의 대신들이 역관에 머물고 있는 것을 알았다. 간신 비중이 몰래 편전으로 들어가 주왕을 알현하고, 사방의 제후들이 모두 도착했다는 것을 보고했더니, 주왕은 크게 기뻐했다.
비중이 아뢰었다.
“내일 대전에 오르면, 네 명의 대신들은 반드시 상소가 있을 것이며, 상소를 올려 간언으로 막으려 할 것 입니다. 신이 폐하께 아뢰옵니다. 내일 네 명의 제후가 상소를 올리면, 폐하께서는 상소를 볼 필요가 없사오며, 흑백을 구분하지 마시고, 어지를 내려 오문으로 끌어내어 목을 치도록 하시옵소서. 이것이 상책이라 여겨집니다.”
주왕이 말했다.
“경의 말이 심히 옳도다.”
비중은 주왕께 퇴궐인사를 올리고 집으로 돌아갔으며, 이로써 하루 밤이 끝나가고 있었다.
다음 날, 이른 아침 주왕이 대전에 오르자 문무양반이 모두 모였다. 오문을 관장하는 책임자가 어전에 아뢰었다.
“四鎭사진의 제후들이 어지를 기다립니다.”
주왕이 대답했다. “들라고 하라.”
네 명의 제후가 부름을 받고 곧 대전 앞에 도착했다. 동백후 강환초 등이 상아 笏홀을 높이 들고 신하로서 상견례를 마쳤다.
강환초가 상소를 올리니, 아상 比干비간이 상소를 접수했다. 주왕이 말했다.
“강환초, 너는 네 죄를 알렸다!”
강환초가 아뢰었다.
“신은 東魯동로를 맡아서 변방을 엄하게 다스렸고, 법도를 받들어 공무를 잘 처리하였으며, 스스로 신하의 책임을 다하였사온데, 무슨 죄가 있사옵니까? 오히려 폐하께서는 참언을 들으시고 여색을 총애하셔서, 원래의 정궁을 조금도 생각하지 않으시고 참혹한 형벌을 가했으며, 자식을 죽여 인륜을 없애는 등 스스로 宗嗣종사를 끊었사옵니다.
요사한 달기의 음모와 시기 질투를 믿었으며, 아첨하는 신하의 말을 듣고 어진 신하를 포락의 형벌을 가하여 죽였다고 합니다. 신은 이미 선왕의 두터운 은혜를 받았사온데, 이제 천자를 알현하고, 도끼로 몸을 쪼개는 극형도 피하지 않겠사옵니다.
그리하여 직접 직언을 아뢰오니, 실로 임금께서 미천한 신하를 저버린 것이지, 신이 임금을 저버린 것이 아닌 줄을 아시옵소서. 간절히 바라옵건대 부디 불쌍히 여겨 황후와 태자의 억울함을 밝혀 주시옵소서. 그러면 살아 있는 자도 다행이요, 죽은 자도 다행이라 여겨집니다!”
주왕이 크게 노하여 꾸짖었다.
“이 늙은 역적아! 딸을 시켜 임금을 시해하고 임금 자리를 찬탈하려 하였으니 그 죄악이 산처럼 크다. 이제 도리어 억지 변명을 꾸미어 법망을 벗어나기를 바라고 있느냐?”
시립해 있던 무사에게 명령을 내렸다.
“오문으로 끌어내어 그 시체를 부수어 젓갈을 만들도록 하고, 국법을 바르게 하라!”
창과 비슷한 金瓜금과를 든 무사들이 강환초의 제후 모자를 벗기고, 새끼줄로 묶는데, 강환초의 욕설이 그치지 않았다. 변명할 기회도 없이 다짜고짜로 강환초를 오문으로 끌고 나갔다.
서백후 희창, 남백후 악숭후, 북백후 숭후오 등이 자리에서 나와 아뢰었다.
“폐하, 신 등은 상소를 갖추어 올립니다. 강환초는 진심으로 국가를 위해서였으며, 아울러 천자의 자리를 찬탈하려는 음모도 없었습니다. 그러하오니 자세히 살펴주시기 바라옵나이다.”
주왕은 안심하고 네 명의 제후를 죽이려고 하였는데, 희창 등이 올린 상소가 어탁 위에 놓여졌다. 희창 등의 운명이 어찌될 지 알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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