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난세와 치세의 반복
三國志演義삼국지연의 서문에 “나누어 진지 오래면 반드시 합쳐지고(分久必合) 합쳐진지 오래면 반드시 나누어진다(合久必分)”라고 하는 말이 있다. 이것은 통합과 분산이라는 離合集散이합집산의 세상사를 단적으로 표한한 것이다. 하나의 국가와 조직은 모두 사람이 움직이는데 세력의 이합집산에 따라 세를 얻으면 역사 무대에서 주도권을 잡고, 세가 약하면 퇴장하는 것은 필연의 이치다.
이때 이 주도권을 잡은 주체가 역사의식과 도덕을 겸비하여 평화로운 治世치세를 열면 한동안 천하는 태평하다. 평온이 지속되다가 그 시대의 전성기가 지나고 나면 부패와 도덕적 타락 등이 漫然만연하여 점차 혼란한 亂世난세로 접어든다. 이러한 치세와 난세가 연속되는 것이 바로 크게 보면 한 나라의 역사이고, 작게 보면 하나의 조직 또는 가정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역사를 다룬 演義연의 형태의 소설이 등장
중국 상하 오천년 역사에서는 이러한 치세와 난세가 반복되는 가운데 운명이 다한 왕조가 멸망하고 대신 새로운 왕조가 일어나곤 하였다. 난세의 혼란기와 천명을 받은 새로운 왕조가 일어나는 과정을 소설화한 것들이 나타났는데 이를 演義연의 소설이라고 한다.
즉 연의란 역사적인 사실을 부연하여 재미있고 알기 쉽게 설명한 것을 말하는데, 널리 알려진 것으로 ‘封神演義’봉신연의, ‘楚漢演義’초한연의(초한지), ‘三國志演義’삼국지연의 등이다. 기타 장편 역사소설로는 東周列國志동주열국지 등이 있다.
이들은 모두 한 시대의 혼란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과정을 赤裸裸적나라하게 소설화 한 것으로 인류가 읽어야할 영원한 고전이 되었고 때로는 우리들에게 지대한 교훈을 주고 있다.
봉신연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들 열국지, 초한지, 삼국지연 등 연의소설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봉신연의에 대해서는 다음의 별도 항목에서 소개한다.
‘東周 列國志’ 동주 열국지는 보통 ‘列國志’열국지라고 부르는데, 이는 동주시대(기원전 770년)부터 진시황이 중국을 통일한 기원전 221년까지 약 550년간의 역사를 기록한 것이다. 이 책은 명나라 문장가 풍몽룡이 민간에서 전해져 오던 것을 개작하여 현재의 형태로 완성한 것이다.
춘추시대와 전국시대를 아우르고 있는데, 春秋五覇춘추오패, 戰國七雄전국칠웅을 위시하여 명신, 현인, 영웅호걸, 의협 및 자객, 풍운아 등 온갖 인간의 군상들이 등장하고 있다.
가지가지 인간의 유형을 통해 治國치국, 천도와 인도, 역사와 인간의 삶, 개인의 처세, 각종 고사 등이 망라된 동양고전의 정수가 되었다. 이 책을 통해 諸子百家제자백가, 管鮑之交관포지교, 吳越同舟오월동주, 臥薪嘗膽와신상담, 脣亡齒寒순망치한, 鷄鳴狗盜계명구도, 完璧완벽, 刻舟求劍각주구검, 結草報恩결초보은, 合縱連衡합종연횡… 등의 단어들은 지금도 우리들에게 익숙하다.
楚漢演義초한연의는 일반적으로 楚漢志초한지라고 한다. 진시황의 폭정과 돌연한 죽음으로 천하는 혼란에 빠지고 천하의 영웅들이 봉기함에 따라 시작된 천하 쟁탈전이다. 기원전 약 210년(진시황의 죽음)부터 기원전 202년(항우 패사)까지의 기간에 전개된 사건이다.
楚초나라의 項羽항우와 漢한의 劉邦유방이 천하를 놓고 한바탕 싸움을 벌이는 과정이 그려져 있다. 여기에 등장하는 力拔山역발산 氣蓋勢기개세, 多多益善다다익선, 背水之陣배수지진, 四面楚歌사면초가, 鴻門宴홍문연, 垓河戰해하전, 斗酒不辭두주불사, 兎死狗烹토사구팽… 등 각종 고사성어를 지금도 많이 사용하고 있다.
三國志演義삼국지연의는 東漢동한시대 말기 혼란이 계속되고 황건적의 난이 일어나는 등 천하가 도탄에 빠졌다. 이때 세상을 구하기 위해 일어난 魏蜀吳위촉오 세 나라의 역사를 바탕으로 그동안 전승되어 온 이야기들을 모아 元明원명교체기 사람 羅貫中나관중이 소설형식으로 편찬한 장편 역사소설이다.
위의 曹操조조, 촉의 劉備유비, 오의 孫權손권 등이 주축이 되어 삼국시대(220∼265)를 열고 천하를 놓고 龍虎相搏용호상박 결전을 하였다. 중국역사상 대중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소설이며, 한국·일본을 위시하여 전 세계적으로 널리 읽혀진다.
桃園結義도원결의, 水魚之交수어지교, 三顧草廬삼고초려, 刮目相對괄목상대, 泣斬馬謖읍참마속, 鷄肋계륵, 白眉 백미, 七縱七擒칠종칠금, 天下三分之計천하삼분지계, 三國鼎立삼국정립…등 수많은 고사가 등장한다. 젊어서는 삼국지를 읽어 權謀術數권모술수를 배우고, 나이 들어서는 紅樓夢홍루몽을 읽어 인간의 부귀영화, 또 그것의 덧없음을 배운다고 한다.
封神演義봉신연의의 출현과 배경
封神演義봉신연의는 殷은나라의 멸망과 周주나라 건국에 얽힌 사실과신화적 이야기를 ‘演義’연의라는 소설형태를 빌려 쓴 戰爭神怪전쟁신괴 소설이다. 武王무왕이 은나라 紂주왕을 토벌한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하고, 天命천명사상을 중심으로 하였다.
이 봉신연의에는 보통사람들이 상상해낼 수 없는 많고 많은 신선과 妖怪요괴가 출현하고, 변화를 예측할 수없는 法術법술이 등장한다. 또 한 장면 한 장면 전개되는 치열한 전쟁이야기가 들어있다. 이러한 다양한 이야기를 소재로 6∼70만자라는 방대한 문장을 거침없이 써내려간 한편의 대하드라마이다.
아득한 상고시대 3황 5제를 거쳐 첫 王朝왕조가 출현했다. 舜순임금때 홍수가 극심하여 생존조차 어려웠다. 물을 다스리는 일(治水)에 성공한 禹王우왕이 제위를 물려받았다. 이때에는 천하를 다스릴만한 사람이 있으면 전임자가 혈통에 상관없이 이 사람에게 임금 자리를 禪讓선양하는 형식이었다. 우임금이 제위를 물려 받고난 후 황하유역에 夏王朝하왕조(기원전 2,000∼기원전 1,650)를 세웠는데, 이때부터 왕위세습제가 시작되었다.
우임금 이래 400년의 태평성세가 이어지다가 하 왕조 마지막 임금인 桀王걸왕에 이르러 폭정 때문에 하 왕조가 무너졌다. 기원전 1,650년경 成湯성탕이 폭군 걸 왕을 몰아내고 商상(기원전 1,650∼기원전1,070, 나중에 은허로 도읍을 옮겨 흔히 殷은이라 부름)왕조를 열었다. 이 은 왕조가 27대 600여 년 동안 잘 이어오다가 제28대 紂王주왕이 제위에 올랐다. 이때가 기원전 11세기 무렵이므로 지금부터 3천 년 전의 일이다.
은나라 28대 주왕은 초기에는 휼륭한 정치를 했으나 나중에 달기를 후궁으로 맞아들이면서 타락하여 無道무도한 폭군정치를 서슴지 않았다. 당시 천하는 이미 전성기를 지나 평온한 형세가 아니었고, 은 왕조는 서서히 붕괴의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西岐서기(현재 섬서성)땅의 제후로 있던 文王문왕이 太公望태공망 姜尙강상을 군사로 맞이하여 국력을 키웠다. 문왕의 아들 무왕 때 무왕과 강태공은 孟津맹진에서 천하의 제후들과 모임을 갖고, 牧野목야에서 은나라 주왕을 물리쳤다. 주왕이 전쟁에 패하자 자살함으로써 6백 년 동안 이어져 내려온 은 왕조는 멸망한다. 싸움에서 이긴 무왕이 은 왕조에 이어 周王朝주왕조를 개창하는데, 역사에서는 이 왕조의 교체를 ‘殷周易姓革命’은주역성혁명이라고 한다. 역성혁명이란 말 그대로 지배자의 姓氏성씨가 바뀐다(易)는 의미이다.
이 ‘은주역성혁명’을 소재로 해서 시간이 흐름에 따라 도교적으로 채색되고 각색되었다. 16세기 중반인 명나라 중엽에 이르자 당시에 유행하던 이야기의 형태를 빌려서 은 왕조를 뜻하는 商상자를 따서 ‘商周演義’상주연의로 집대성 되었다. 언제부터인가 ‘封神演義’봉사연의, ‘封神榜’봉신방, ‘商周列國全傳’상주열국전전, ‘武王伐紂外史’무왕벌주외사, ‘西周演義’서주연의, ‘封神傳’봉신전 등의 명칭으로 불려 지기도 하였다.
이 봉신연의 작자에 대해서는 두 가지 설이 있다. 명나라 시대 許仲琳허중림이라는 설도 있고, 명대 도사 陸西星육서성이라는 설도 있으나 분명하지 않다.
금번 대기원에 연재되는 ‘봉신연의’ 는 소설 ‘封神演義’봉신연의 전 100회로 끝나는 대만 三民書局삼민서국 陸西星육서성 撰찬 ‘封神演義(上下)’봉신연의(상하)를 저본으로 삼아 옮긴다는 것을 미리 밝혀둔다.
封神榜봉신방, 封神봉신계획
封神봉신이라는 말은 ‘신으로 책봉한다’는 의미이고, ‘榜’방은 名簿명부라는 뜻이다. 즉 ‘봉신방’은 신들로 봉해지기 위해 죽음을 미리 예고 받은 자들의 명단이라는 뜻이다.
일찍이 우주는 天界천계, 仙界선계, 下界하계(인간계)로 나누어져 있었다. 천계는 별 문제가 없었지만, 선계에는 선인으로서 자질이 부족한 자들이 뒤섞여 있었고, 인간계에는 지나치게 우수한 사람들이 있었다. 또 선계와 인간계가 서로 내왕이 가능하여 인간들이 선계를 더럽히는 일도 있었다. 그래서 선계와 인간계 중간에 神界신계를 만들어 그곳에 질이 나쁜 선인과 상당히 우수한 인간을 이주시킨다는 계획을 세운다.
이 계획에 따라 홍균도인의 제자인 노자, 원시천존, 통천교주가 합의하여 봉신방(봉신명부)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러한 우주재편 계획의 일환을 이루는 신계창설 계획에 따라 신계를 만드는 과정에서 혹자는 노자와 원시천존의 천교(서융족을 미는 신들)가 합세하여 통천교주의 절교(동이족을 지원하는 신들)를 없애려는 속셈도 있었다고 주장한다.
한편, 신계에 누군가를 집단적으로 이주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신을 만들어야 했다. 신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목숨을 빼앗아야 했기 때문에 인간계의 은주역성혁명과 시기를 맞추어 신계의 창설이 계획되고 추진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봉신의 주역을 강태공이 맡게 되었는데, 그는 일찍이 곤륜산 원시천존 문하에서 40년 동안 선술을 수행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인간계의 군사와 선계의 司祭사제라는 임무를 맡아 성공적으로 수행하였다. 결국 곤륜산파가 승리하여 주나라가 세워지고, 은나라의 지원세력인 통천교주 문하의 절교가 패배하여 은나라가 멸망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서방교의 선인들은 천교에게 손을 들어주어 천교가 승리하게끔 하는데 일조를 한다.
은나라와 주나라의 전쟁 와중에서 목숨을 잃은 365명의 혼백은 封神臺봉신대로 모여들고, 강자아가 원시천존을 대신하여 신의 직책을 부여 한다는 것인데, 이것이 바로 신계 창설인 ‘封神’봉신이다. 이들 365神으로 하여금 인간의 길흉화복을 맡도록 하였다.
주요 내용
봉신연의는 실제 역사적 사건인 주나라 武王무왕이 은천자 紂王주왕을 정벌하는 ‘武王伐紂’무왕벌주라는 殷周易姓革命은주혁성혁명을 바탕으로 한다. 수많은 실제인물과 가공인물을 등장시켜 작자의 상상과 환상을 마음껏 발휘하여 만들어진 기이한 환타지 장편소설이다. 그 주요 내용은 크게 다음 몇 개 부분으로 나누어볼 수 있다.
첫 번째 서막 부문으로 맨 첫머리에 장편의 옛 시 한편을 내걸어 전체의 내용을 개괄하고 있다. 천지가 생김으로부터 3황 5제, 은나라의 무도한 정치, 강태공의 출현, 주나라의 개창이라는 역사적 사실 등을 장편시(7언 60행)로 나타냈다. 이어서 은천자가 女와宮여와궁에 헌향하러 갔다가 아름다운 여와상에 반해 ‘데리고 돌아가 오랫동안 즐기겠다’고 하는 시를 짓는다. 이에 노한 여와가 세 요괴에게 궁궐로 들어가 천자를 미혹시켜 은나라를 망하게 하여 주나라를 도우라고 한다.
두 번째는 제 2회부터 30회까지로 九尾弧구미호가 달기를 죽이고 대신 궁궐에 들어가고, 계속되는 은천자의 잔인무도한 폭정, 강태공의 등장, 西伯서백 文王문왕의 투옥과 석방, 황비호의 은나라 배반 등으로 은나라와 주나라가 사실상 전쟁상태에 빠져 들었다.
세 번째는 제31회부터 66회까지로 은나라가 36路로의 제후들을 소집하여 서주토벌에 나서고, 강자아가 이들과 맞서서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고 결국에는 36로의 대군을 격퇴시킨다. 주요 내용으로 문태사의 황비호 추적, 장계방·문태사 등의 서기 정벌, 곤륜산 연등도인 등의 십절진 격파, 태사 문중의 죽음 등이다.
네 번째는 제 67회부터 97회까지로 우선 강자아가 금대에서 장수로 임명되어 주무왕과 함께 군사를 일으킨다. 8백 천하 제후들과 연합하여 孟津맹진에 모여 은나라를 토벌한다. 이때 주나라의 등장을 지원하는 원시천존 문하인 仙佛선불의 闡敎천교와 은나라를 수호하는 통천교주 문하인 神魔신마의 截敎절교가 일대 접전을 벌인다.
각각 기상천외한 무기와 도술을 사용하여 전투를 벌이다가 결국에는 절교가 패하고 만다. 이에 통천교주가 원시천존 등과 최후의 결전을 하려고할 때 이들의 스승인 鴻鈞홍균도인이 출현하여 싸움을 멈추게 되고, 각자 자신들의 동부로 돌아간다.
이후 은나라 군인과 백성들이 조정에 등을 돌리고 도성을 주나라 군대에게 받친다. 결국 은나라 주왕은 분신자살하고 주 무왕이 입성하여 은나라는 멸망한다. 이 부분이 가장 흥미있고 환상의 극치를 보여주어 봉신연의의 특성을 잘 나타내고 있다.
마지막 3회(98회∼100회)는 주 무왕이 녹대에서 재물을 나누어 주고, 강자아는 죽은 사람 365명의 혼백을 모아 봉신대에서 封神봉신한다. 끝으로 주 무왕이 은나라를 토벌하는 과정에서 공을 세운 공신들에 대해 논공행상을 하는 것으로 대미를 장식한다.
주요 등장 인물
봉신연의에 등장하는 인물은 대강 네 가지 부류로 나누어볼 수 있다.
인간계의 인물로 역사적 기록에 따르면 이들은 대부분 실존했던 인물들이다. 주인공인 강자아(태공)를 비롯하여 은천자, 강황후, 서백후 희창 등 4대 제후, 황비호, 달기, 재상 상용, 태사 문중, 비간, 기자, 미자, 백이, 숙제, 주 무왕, 주공 단, 매백, 조계, 산의생, 남궁괄… 등이다.
闡敎천교의 무리로 산악파 또는 곤륜산파라고 할 수 있다. 교주인 元始天尊원시천존과 그의 사형인 老子를 비롯하여, 구선산 도원동 廣成子광성자·적정자·태을진인·문수광법천존 등 곤륜산 12대선이 있다. 기타 나타·금타·목타·양전·토행손·뇌진자 등이 이에 속한다. 천명에 따라 주 무왕을 도와 주나라 건국에 공을 세운 자들이다.
截敎절교의 무리로 海島派해도파라고 한다. 교주는 通天敎主통천교주이며, 벽유궁에 기거하고 있다. 4대 제자인 금령성모·귀령성모·다보도인·무당성모, 금광선 등 4선, 금광성모와 진천군 등 9군, 구룡도 4선, 함지선·여악·우익선·일기선·화령성모·조공명·석기낭랑 등이 있다. 이들은 하나같이 동물이나 사물의 정령이 오랜 수련을 쌓아 인간으로 변한 무리들이다. 은나라를 끝까지 도와 천교와 대립하고 있다.
西方敎서방교의 무리로 교주인 接引접인도인, 준제도인 등이 이에 속한다. 기본적으로 천교를 돕지만 서방과 인연이 있는 자라면 천교나 절교를 가리지 않고 구제하여 서방으로 인도한다.
사실 천교와 절교는 鴻鈞홍균도인으로부터 갈라져 나왔으므로 원래는 같은 교파라 할 수 있다. 이 서방교를 불교라고도 주장하나 역사적으로 보면 불교가 東漢동한말에 전래되었으므로 시간적으로 보아 무리라고 한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천교·절교·서방교 등 세 교파는 모두 도교의 분파로서 이들의 다툼이 곧 도교내의 갈등을 의미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상상을 넘어서는 기상천외한 각종 무기들
封神演義봉신연의를 읽다보면 수백 명의 신선·요괴·사람들이 등장하면서 각자 奇想天外기상천외한 비밀무기를 휘두르며 하늘과 땅에서 상상을 불허하는 전투를 벌이는데 깜짝 놀란다.
이들 선인·도사·요괴·사람들이 패를 갈라서 지혜와 神出鬼沒신출귀몰한 仙術선술·도술·요술을 펼치고, 저마다 무서운 비밀무기인 寶貝보패를 사용하여 사생결단하는 싸움 장면에서는 독자들로 하여금 숨을 죽이게 하고 흥분 속으로 몰아넣기도 한다.
작자의 기발한 상상력에 탄성을 내지를 수밖에 없는 痛快無比통쾌무비한 공상소설이며,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비밀무기는 공상 과학소설에서나 가능한 것이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무기만 해도 그 다양성과 성능에서 놀랄 뿐이다.
나아가 실제 각종 비밀무기의 종류와 숫자가 하도 많아 헤아리기조차 어렵다. 그러한 무기의 존재 유무를 떠나 그 造語조어능력에 감탄할 뿐이다. 다음은 비밀무기인 보패와 현대무기를 비교하여 알기 쉽게 설명한 것들이 시중에 나돌고 있어 한번 소개해 본다.
현대전의 미사일과 같은 것으로 하늘로 날아올라가 상대편을 공격하는 乾坤尺건곤척, 金蛟剪금교전, 番天印번천인, 乾坤圈건곤권, 定海珠정해주, 降魔杵항마저, 飛刀비도, 吳鉤劍오구검 등의 다양한 무기가 등장한다.
그리고 직접적인 공격능력은 없으나 이른바 공격해 들어오는 미사일을 떨어뜨리는 落寶金錢낙보금전은 대항 미사일이며, 陰陽鏡 음양경이 살인 광선기이고, 照妖鑑조요감은 X선 투시기이며, 掌中目장중목은 지하탐색이 가능한 고성능 레이더라고 할 수 있다.
萬里起雲煙만리기운연을 로켓탄이라고 할 수 있고, 風火輪풍화륜은 로켓추진차이며, 모든 것을 순식간에 초토화시키는 五火神焰扇오화신염선은 원자 화염방사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菡萏陣함담진이 일종의 기뢰역할을, 劈面雷벽면뢰와 雷公鞭뇌공편은 수류탄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白光백광과 黃氣황기는 일종의 최면가스이고, 吸魂烟흡혼연은 신경가스이며, 頭痛磬두통경은 신경착란 음향기이다. 나아가 毒痘독두는 세균폭탄이고, 散瘟鞭산온편은 또 다른 종류의 세균무기라고 할 수 있는데, 마치 현대전에서나 가능한 화생방 또는 생화학 전쟁을 연상케 한다. 또 명령만 내리면 달려와 무엇이든 제압해 묶어 버리는 黃巾力士황건역사는 요즘의 만능 로봇이라고 해도 좋지 않을까?
한편, 인조인간 이라할 수 있는 나타의 蓮花化身術연화화신술, 토행손의 地行術지행술, 양전의 변신술 등 變化莫測변화막측한 술법들이 전개되는가 하면 十絶大陣십절대진, 萬仙陣만선진, 誅仙陣주선진, 黃河陣황하진 등을 통해 펼쳐지는 변화무쌍한 전투장면 등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이상 봉신연의에 대한 개괄적 소개를 마치고 다음부터 본격적으로 소설 봉신연의로 들어간다.
봉신연의(封神演義) _은 주왕이 여와궁에 나아가 향을 사르다
(책 첫머리에 7자 60행의 장편시가 있어 봉신연의 전체 내용을 개괄하고 있다)
우주의 혼돈이 처음 나누어질 때 盤古반고가 먼저 나왔는데 太極태극에서 陰陽음양인 兩儀양의가 나오고 四象사상이 생겨났다. 子方자방에서 하늘이, 丑方축방에서 땅이, 寅方인방에서 사람이 나왔으며 집을 지어 짐승들의 환난을 피하게 한 것은 有巢유소씨의 현명함이다.
燧人수인씨는 불을 만들어 날 음식 먹는 것을 면하게 했으며 伏羲복희씨는 음양을 앞에 놓고 八卦팔괘를 그렸다. 神農신농씨는 세상을 다스리면서 백가지 풀을 맛보았으며 軒轅헌원황제는 禮樂예악과 婚姻혼인 제도를 제정했다.
少昊소호·전욱·제곡·요·순 등 五帝오제때는 백성과 만물이 풍성했고 禹王우왕은 물을 다스려 홍수를 막았다. 대대로 평화로운 치세가 계속되어 나라를 다스린 지 4백년이 되자 무도한 桀王걸왕이 나와 하늘과 땅을 뒤집었다. 날마다 妺喜말희와 제멋대로 놀아나 酒色주색에 탐닉하니
成湯성탕이 亳박에 도읍을 하고 더러운 비린내를 씻었다.
걸왕을 南巢남소로 추방하고 포악한 학정에서 백성을 구하니 큰 가뭄에 구름 무지개를 바라듯이 성탕이 걸왕을 정벌하여 백성을 구하니 소원대로 다시 소생하게 되었다. 성탕으로부터 왕위가 전해져 31세인 紂王주왕에 이르자 商상나라 왕실의 脈絡맥락이 끊어진 활시위와 같았다.
조정의 기강이 문란해지고, 윤리와 기강이 끊어졌으며 처와 자식을 죽이고 讒言참언만을 믿었다.
궁전을 더럽혀가며 妲己달기를 총애하였고 蠆盆채분과 炮烙포락의 형벌로 충직한 신하들을 억울하게 죽게 했다. 鹿臺녹대를 짓기 위해 苛斂誅求가렴주구로 만백성을 괴롭혔는데 근심스런 소리와 원망의 기운이 하늘을 가렸다. 직간하는 신하의 심장을 갈라 불에다 굽고 임신한 여자의 배를 가르고, 아침에 냇물을 건너는 죄 없는 사람을 죽였다. 간신배의 말만 신임하여 조정의 정사를 모두 내 팽개치고 왕실의 스승을 내쫒으니 성정은 어찌 그리 편벽되었는가!
교외의 사직단은 고쳐지지 않고, 宗廟종묘도 황폐하게 되었는데 기이하고 음란한 기교만을 마음을 다해 연구했다. 죄인들과 거리낌 없이 지내면서 두려움조차 없었고 술주정에 빠지고 방자하여 포학한 것이 새매(鸇鳶)와 같았다.
서백 희창이 상나라에 조회하러 왔다가 羑里城유리성에 갇히었고 微子미자는 은나라 조상의 제기를 안고 바람연기처럼 달아났다. 하늘이 진노하여 독한 재앙을 내리니 마치 끝없이 넓은 큰 바다를 건너는 것과 같았다.
천하가 황폐해지고 만백성이 원망할 제 인간속의 신선인 姜子牙강자아가 세상에 출현했다.
위수 가에서 종일 낚시 드리우고 섬길 임금을 낚을 때 서백은 나르는 곰(飛熊)을 꿈속에서 본 후 岐山기산의 들에서 사냥했다. 함께 수레를 타고 돌아와 조정의 정사를 보필하니 천하의 3분의 2를 얻고 날로 세력이 퍼졌다.
文王문왕 서백이 대업을 이루지 못하고 죽으니 아들 武王무왕이 왕업을 잘 이어받아 날마다 힘들여 노력했다. 孟津맹진의 큰 회합에 팔백의 제후들이 모여들고 저 흉악한 자, 은 紂王주왕을 붙잡아 그 죄악을 징벌했다. 甲子日갑자일 동틀 무렵에 牧野목야에서 대 회전을 할 때 앞에서 나아가던 은나라 병사들은 창을 거꾸로 들고 반대로 돌아섰다. 마치 머리 뿔이 무너진 것처럼 무왕의 군사를 환영하여 머리를 조아리며 맞았으며 피가 흘러 넘쳐 절굿공이가 떠다녔고, 기름이 샘처럼 흘러내렸다.
군복(戎衣)을 막 입자 천하가 평정되었는데 상나라 시조인 成湯성탕에 비해 더욱 찬란하였다.
華山화산에서 말을 쉬게 하여 전쟁이 끝났음을 천하에 알리고 우리 周주나라 팔백년의 역사를 열었다. 太白태백 깃발에 어리석은 獨夫독부의 머리를 매달고 나니 전쟁에서 죽은 장수와 병졸들의 떠도는 幽魂유혼들이 잠잠해졌다.
하늘이 낳은 현인 강태공(자아)을 尙父상보라고 불렀으며 封神봉신하는 봉신대 단상에는 화려한 上奏文상주문을 벌려 놓았다. 크고 작은 英靈영령들을 순서에 따라 모셨는데 이로부터 商周演義상주연의가 고금에 전해진다.
成湯성탕은 黃帝황제의 후손이며, 성은 子氏 자씨이다. 처음에 帝嚳제곡의 두 번째 비였던 簡狄간적이 高禖神고매신에게 아들을 낳아 달라고 기도하자 검은 새(玄鳥)의 상서로운 조짐이 있었다. 그리고 나서 契설을 낳았다. 설은 요임금인 唐당과 순임금인 虞우를 섬겨 司徒사도벼슬을 하였고, 백성을 교화하는데 공이 있어 商상 땅에 봉해졌다.
이로부터 13대가 이어져 오다가 太乙태을이 태어났는데, 이 사람이 바로 成湯이다. 성탕은 伊尹이윤이라는 사람이 有莘유신의 들녘에서 밭을 갈고 있는데, 요순의 도를 즐기는 위대한 현인이라는 소문을 들었다. 이 소문을 듣고 돈과 비단을 갖추어 세 번이나 사람을 보내어서야 겨우 초빙해올 수 있었다.
그러나 성탕은 이 큰 인물인 이윤을 감히 수하로 삼지 못하고, 천자인 걸왕에게 추천하였다. 걸왕은 무도하여 참언만을 믿고 어진사람을 내쫓았기에 이윤도 등용되지 못하고 다시 성탕에게로 돌아왔다.
나중에 걸왕은 날마다 荒淫황음을 일삼았고, 직언하는 신하인 關龍逄관용방을 죽였는데도 감히 바른 소리하는 신하가 없었다.
성탕이 사람을 보내 관용방을 위해 곡을 하자, 이에 노한 걸왕이 성탕을 夏臺하대에 가두었다. 연금생활을 한지 한참이 지나서 성탕은 석방되어 귀국할 수 있었다.
어느 날 하루 성탕은 교외에 나갔다가 어떤 사람이 그물을 사면에 쳐놓고 기도하는 것을 보았다. “하늘로부터 떨어지는 것이나 땅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나, 사방에서 오는 것이나 모두 나의 그물에 걸리게 하소서!”
이에 성탕은 그물의 3면을 풀고 다만 한 면만 남겨둔 채로 다시 기도했다. “좌로 가려고 하는 것은 좌로 가고, 우로 가려고 하는 것은 우로 가고, 높이 올라가려고 하는 것은 높이 올라가고, 아래로 가려는 것은 아래로 내려가라. 다만 天命천명을 받들지 못하는 것만 나의 그물에 들어오게 하소서!”
漢南한남이라는 사람이 이 사실을 전해 듣고 “성탕의 덕이 지극하도다!”하고 탄성을 질렀다. 성탕의 어짐을 가히 알 만하였다. 이 일이 있고난 후 성탕에게 귀순한 나라가 40여개나 되었다.
걸왕의 악정이 날로 포악해져 백성들이 편안히 살 수가 없었다. 이윤이 성탕과 상의하여 걸왕을 토벌하고, 걸왕을 南巢남소지방으로 추방했다. 걸왕을 타도한 후 천하의 제후들이 모두 모였을 때 성탕은 물러나 제후의 지위에 있었다. 그 자리에 모인 제후들이 만장일치로 성탕을 추대하여 천자로 삼았다.
그리하여 성탕이 비로소 천자에 즉위하고, 亳박에 도읍을 정했다. 즉위 원년 乙未을미에 성탕이 임금 자리에 있으면서 걸왕의 학정을 제거하고, 백성들이 기뻐하는 바를 따르자 원근의 사람들이 모두 귀순해 왔다. 그 당시 걸왕이 무도하여 7년 동안의 큰 가뭄이 들었는데, 성탕이 桑林상림에서 기도하자 하늘에서 큰 비를 내려 주었다. 또한 성탕은 莊山장산의 금과 재화를 풀어서 백성들의 목숨을 구해 주었다. 大濩대호라는 음악을 만들었는데, 이 ‘濩’호는 보호한다는 ‘護’호라는 뜻이다. 즉 성탕의 너그러운 인자함과 큰 덕으로 백성들을 구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성탕이 임금 자리에 오른 지 13년 만에 붕어하니 세수 100세였다. 이로부터 이 나라는 640년 동안 이어져 오다가 商受상수에 이르러 멈추고 말았다.
1대 成湯성탕, 2대 太甲태갑, 3대 沃丁옥정……27대 帝乙제을, 28대 紂王주왕이다. 紂王주왕 受수는 제을의 셋째 아들이다. 제을에게는 세 아들이 있었다. 장자가 微子啓미자계, 둘째가 微子衍미자연, 셋째가 壽王수왕이다. 셋째 수왕이 형들을 물리치고 왕위를 이어 받게 된 사연이 있다.
어느 봄날 천자인 제을이 문무백관을 거느리고 궁중 동산을 거닐면서 모란꽃을 감상하고 있었다. 이때 갑자기 정자 飛雲閣비운각에서 들보하나가 제을을 향해 떨어져 내려오는데, 그 자리에 있던 문무백관 모두가 깜짝 놀랄 뿐 어찌할 바를 모른 채 누구하나 선뜻 나서서 해결해 보려는 사람이 없었다. 그때 수왕이 자리를 박차고 뛰어나가 한손으로 들보를 떠받치고 다른 한손으로 기둥을 바꾸어 세웠다. 들보를 한손으로 떠받치는 그 힘으로 말해도 무적의 장사였으며, 이 모든 것이 실로 눈 깜짝할 사이에 이루어진 일이었다. 그 자리에 시립해 있던 문무백관들은 그저 탄복할 뿐이었다.
이 일이 있고난 후 재상 商容상용, 상대부 梅伯매백·趙啓조계 등이 수왕을 동궁으로 세울 것을 건의하여 막내아들인 수왕을 太子태자로 책봉하였다. 후에 제을이 재위 30년 만에 붕어하면서 태자를 태사 聞仲문중에게 부탁하였다. 드디어 수왕을 천자로 옹립하였는데 이 사람이 바로 紂王주왕이다.
주왕은 朝歌조가에 도읍을 정했다. 문관에는 대표적으로 태사 문중이 있었고, 무관에는 鎭國武成王진국무성왕 黃飛虎황비호가 있었다. 휼륭한 문무백관이 구름처럼 많아 나라가 안으로 평안하였고, 밖으로 안정되었다.
궁중에는 중궁의 원비인 황후 姜氏강씨와 서궁의 비 黃氏황씨 그리고 현경궁의 비 楊氏양씨 등 세궁의 비들이 모두 덕성을 갖추어 바르고 조용하였으며, 온화하고 현숙하였다.
紂王주왕 7년 봄 2월 홀연 朝歌조가에 변방의 보고가 올라왔는데, 북해의 72로 제후인 袁福通원복통 등이 모반을 했다고 한다. 이에 태사 聞仲문중이 군사를 이끌고 북쪽 정벌에 나섰다.
어느 하루 주왕이 이른 아침 정전에 올라 문무백관을 모아놓고 조회를 하였다. 천자가 시립해 있는 신하에게 “상주할 것이 있으면 出班출반하여 아뢰고, 일이 없으면 조회를 마친다” 한다. 천자의 말이 끝나기 전에 文班문반 중에 서있는 한사람이 대열 밖으로 나와 황금계단에 엎드려 상아笏홀을 높이 받쳐 들고 만세를 외치면서 아뢴다.
“신 商容상용이 분수에 넘치게 재상으로 있으면서 조정의 기강을 관장하고 있는데, 일이 있어 감히 아뢰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내일이 3월 15일인데, 女와娘娘여와낭낭의 성스러운 탄신일 입니다. 청컨대 폐하께서는 여와궁에 납시어 분향하시기를 주청합니다.”한다.
주왕이 “여와에게 도대체 무슨 공덕이 있어, 전쟁에 전차 1만대를 낼 수 있는 만승의 천자로서 짐이 몸을 가벼이 하여 그곳에 가서 향을 피우고 참배해야한단 말이오?”한다.
이에 상용이 아뢴다. “여와낭낭은 상고의 神女신녀이고, 태어나면서부터 성스러운 덕이 있었습니다. 아득한 옛날에 共工氏공공씨가 머리로 不周山부주산을 들이받았을 때 하늘이 서북으로 기울고, 땅은 동남으로 함몰되었습니다. 이때 여와께서 五色石오색석을 캐어서 이를 잘 연마하여 구멍이 난 푸른 하늘을 보수하였습니다. 고로 그녀의 공덕이 백성들에게 미치게 되어 모든 백성들이 사당을 세워 제사를 지내므로 은덕에 보답하고 있습니다. 이제 조가에서 이러한 福神복신에게 제사지내게 되면 四時사시가 편하여 태평하고, 국가의 복이 길게 이어지며, 바람이 고르고 비가 순조로우며, 각종 재해가 물속으로 잠기듯 사라집니다. 이는 국가에 복을 내리고 백성을 비호하는 正神정신이므로 폐하께서는 마땅히 납시어 분향해야 합니다.”
주왕이 말했다. “경의 주청을 허락하오!” 주왕은 궁으로 돌아가고, 왕의 뜻이 전달되었다.
다음날 주왕은 수레를 타고, 문무양반을 대동하여 여와궁으로 향했다. 사실 이번 행차에 주왕이 오지 않는 것이 오히려 좋았을 것이다. 분향하러 왔기 때문에 장차 四海사해가 거칠게 되었고, 살아있는 백성들은 그 바탕을 잃게 될 줄이야 그 누가 알았겠는가?
이것이야말로 바로 ‘강 가득히 갈고리와 낚시 줄을 던져놓았는데, 이 낚시로부터 是非시비가 생겨나왔다’는 의미라 하겠다.
이때 출궁행렬을 묘사한 시가 있다. “천자가 연을 타고 황궁을 떠나는데, 갖가지 깃발에서 상서로운 기색이 번뜩인다. 龍光劍용광검은 바람과 구름의 기운을 토해내고, 붉은 깃의 깃발들이 흔들릴 때마다 해와 달의 기운이 움직이는 듯하다.……(중략)”
주왕의 수레가 조가의 남문을 나오는데, 집집마다 향을 사르고 불을 지폈으며, 대문마다 색깔 있는 비단을 매달아 놓고 융단으로 바닥을 깔아 놓았다. 3천명의 鐵騎철기병과 8백 명의 어림군을 거느린 무성왕 黃飛虎황비호가 주왕의 수레를 보호하고 있고, 그 뒤로 만조백관들이 뒤따르고 있었다.
여와궁에 도착하자 천자가 수레에서 내려 대전으로 올라가 향에 불을 댕겨 향로에 꽂았다. 따라온 문무관원들도 순서에 따라 하례를 올렸다. 분향이 끝나자 주왕이 여와궁의 화려함을 둘러본다. 다음과 같은 글이 남아 있어 여와궁의 면모를 짐작케 한다.
궁전 앞은 화려하여, 다섯 가지 색과 황금으로 장식되었네.
金童금동이 짝을 지어 깃발을 쥐고 있고, 玉女옥녀가 쌍을 이루어 여의주를 받들고 있네.
옥 갈고리가 비스듬히 걸려있어 마치 반원의 새달이 허공에 걸려 있는 것 같다.
보화로 장식한 휘장이 바람에 흔들리는데, 만 쌍의 채색된 鸞난새는 북두칠성(斗星)을 경배하네.
여와낭낭의 침상인 碧落床벽낙상 가에는 학이 춤추고 난새가 비상하는 모습이 새겨져 있고
앉는 곳인 沈香寶座침향보좌에는 용이 솟아오르고 봉황이 날아오르는 모양이 새겨져 있다네.
바람에 나부끼는 기이한 광채는 보통의 것과 다르고, 황금향로에는 상서로운 기운이 피어오른다네.
하늘거리는 상서로운 길상이 자줏빛 안개를 타고 오르는데, 은촛대는 휘황찬란하다네.
진정으로 신선이 살고 있다는 蕊宮예궁의 선녀가 이 세상에 임한 듯하고, 월궁의 항아가 세상에 내려온 듯 했다.
옛말에 “국가가 장차 흥하려고 하면 반드시 상서로운 조짐이 있고, 국가가 망하려고 하면 반드시 괴이하고 불길한 조짐이 있다.” 고 했다.
그런데 주왕은 여와성상을 한번 보자 곧 정신이 혼미해져 갑자기 음탕한 마음이 일어났다.
스스로 ‘짐은 귀하기로는 천자이고, 부유하기로는 사해를 다가졌다. 비록 여섯 院원과 세 宮궁이 있다고 하나 이러한 절색이 하나도 없다니!’한다.
주왕이 “文房四寶문방사보를 가져오라”한다. 시종관이 서둘러 가져와 주왕에게 받친다. 천자는 자주색 털의 붓에 먹을 듬뿍 묻혀서 행궁의 흰 벽에 시 한수를 써 내려간다.
봉황과 난새가 그려진 보배로운 휘장 모습이 특이한데
모두 금칠을 하여 교묘하게 단장한 것이다.
굽이굽이 먼 산은 푸른 비취색이요
너울너울 춤추는 소매는 아름다운 치마에 비친다.
배꽃이 빗속에서 고운 자태를 다투고
작약 꽃이 안개에 둘러싸여 아름다운 단장을 뽐내고 있다.
다만 이 요염한 여인을 얻어 함께 움직일 수 있다면
데리고 돌아가 군왕을 모시게 하여 오랫동안 즐기리라.
천자가 시를 짓고 쓰기를 마치자 首相수상 상용이 이를 보고 주청한다.
“여와는 상고의 바른 신이며, 조가에 복을 내리는 주인입니다. 노신이 폐하께 분향하시라고 청한 것은 복덕을 빌어 만민에게 생업을 즐기게 하고, 바람과 비가 순조롭도록 하고, 전쟁의 참화를 그치게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폐하께서는 시를 지어 여와의 성스러운 밝음을 모독하고, 추호도 경건한 정성이 없으니 이는 神聖신성에게 죄를 지은 것으로 천자가 순행하여 기도드리는 예가 아닙니다. 원컨대 폐하께서는 물로서 이를 깨끗이 씻어내소서. 천하의 백성들이 이를 보고 성상께서 어진 정치가 없다는 말이 전해질까 두렵습니다.”
주왕이 말했다. “짐이 여와의 용모를 보니, 절세의 자태가 있으므로 시를 지어 찬미하는데 여기에 무슨 다른 뜻이 있겠는가? 경은 더 이상 말하지 마라. 하물며 짐은 만승의 존귀한 사람인데, 시를 남겨 만백성이 이를 본다면 여와낭낭의 절세미모를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역시 짐의 필적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말에 문무백관들은 묵묵히 고개만 끄덕일 뿐 누구하나 감히 나서지 못했으며, 모두 입을 다물고 궁궐로 되돌아 왔다.
이에 대한 시가 남아 있어 앞날을 미리 내다보고 있는 것 같았다.
천자의 수레가 궁궐을 나와, 향을 불살라 여와낭낭을 축원했다.
단지 백성들의 평안을 빌 줄 알았는데, 시를 읊어 만백성을 놀라게 하리라는 것을 누가 짐작이나 했겠는가?
장차 여우(狐狸)가 太后태후가 되고, 눈앞에서 간사한 자들이 높은 벼슬을 다 차지할 줄이야!
하늘에서 징후를 드리운 것이 이와 같은데, 한갓 영웅으로 하여금 탄식하여 불평하게 한다.
천자가 환궁하여 龍德殿용덕전에 오르자 만조백관들이 하례를 마치고 흩어졌다.
한편 여와낭낭은 자신의 탄생일인 3월 15일을 맞아 火雲宮화운궁으로 가서 伏羲복희·炎帝염제·軒轅헌원 등 세분 성인에게 인사를 올리고 돌아왔다. 타고 갔던 푸른 난새에서 내려 寶殿보전에 앉았다. 옥녀와 금동이 하례를 마쳤다. 여와낭낭이 갑자기 고개를 들다가 궁전의 흰 벽 위에 씌어진 시구를 보고는 크게 노하면서 꾸짖는다.
“殷은천자 受수는 무도하고 어리석은 임금이로다. 몸을 닦고 덕을 세워 천하를 평안히 할 생각은 하지 않고, 이제 도리어 하늘을 두려워하지 않고 시를 지어 나를 모욕하다니 심히 가증스럽도다! 생각해보니 成湯성탕이 桀걸왕을 토벌하고 천하의 왕이 되어, 은나라가 6백여 년 동안을 누렸는데, 이제 그 운수가 다했구나. 내가 응당 그에게 보응을 주어서 나의 영험함을 보여주리라.”
여와는 碧霞벽하동자를 불러 푸른 난새를 타고 은나라 도읍인 朝歌조가로 날아갔다. 이때 조가에서는 천자의 두 아들인 殷郊은교와 殷洪은홍이 아버지인 부왕 주왕을 배알하고 있었다. 두 아들이 예를 행하고 있는데, 머리위로 두 갈래의 붉은 빛이 나와 하늘을 찌른다. 여와가 이곳을 막 지나가려하다가 이 기운 때문에 구름길이 꽉 막혔다. 아래를 내려 보다가 주왕 수에게 아직 28년의 운수가 남아 있음을 알았다. 그래서 더 이상 경솔하게 행동할 수 없어 행궁으로 되돌아 왔으나 마음이 유쾌하지 못했다.
얼마 있지 않아 슬픈 바람이 스산하게 불어오고 어둑어둑한 안개가 자욱해지면서 음산한 구름이 사방에서 모인다. 바람이 몇 차례 불고 지나가자, 세상의 온갖 요괴들이 행궁에 모여들었다. 모여든 각종 요괴들은 여와낭낭의 法旨법지를 기다리고 있었다.
여와는 채운에게 분부한다. “천하 각처에서 온 요마들은 모두 물러가고, 다만 軒轅헌원의 무덤에서 나온 온 세 요괴만 남아서 법지를 기다리도록 하라”
이에 세 요괴는 궁전으로 들어와서 여와에게 인사를 올리고 외친다. “여와낭낭이시여, 聖壽無疆성수무강하소서!”
이 세 요괴는 하나는 천년 묵은 여우의 정령이고, 다른 하나는 머리가 아홉 달린 꿩의 정령이고, 또 다른 하나는 玉石옥석으로된 琵琶비파의 정령이다.
세 요괴가 붉은 섬돌아래 엎드리자, 여와낭낭이 분부한다.
“세 요괴는 나의 밀지를 받들어라. 성탕의 왕기가 암담하여 마땅히 천하를 잃는다. 봉황이 岐山기산에서 울어 西周서주에 이미 성군이 태어났다. 하늘의 뜻은 이미 정해졌고, 운수는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너희 세 요괴는 그 요괴의 형상을 감추고 몸을 궁궐에 맡겨 임금의 마음을 미혹시켜라. 周주 武王무왕이 紂王주왕을 토벌할 때까지 기다려 무왕의 성공을 돕도록 하라. 그러나 백성들을 해쳐서는 안 된다. 일이 성사된 후에는 너희 세 요괴에게도 수행하여 얻은 깨달음의 결과인 正果정과를 이루도록 하겠다.”
분부가 끝나자 세 요괴는 머리를 조아리며 은혜에 감사드리고 한줄기 맑은 바람으로 변해서 사라진다.
바야흐로 여우가 여와의 밀지를 받고, 요술을 펼쳐 성탕의 육백년 사직을 잃게 했다는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를 증명하듯이 시가 남아있다
“3월 중순 여와궁에서 분향을 하였는데, 시를 한수 읊어 재앙을 초래했다네.
다만 붓으로 재주를 편 줄 알았는데, 이번에 사직을 망하게 할 줄을 몰랐네.”
한편 주왕은 분향을 다녀온 후 여와낭낭의 미모를 잊지 못하여 아침저녁으로 사모하면서 추위와 더위도 잊고, 자고 먹는 것도 폐하였다. 6원 3궁의 많은 여인들을 보아도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이라 여겨져 눈길조차 주기 싫었다. 하루 종일 여와의 자태가 마음에 떠나지 않아 우울하여 즐겁지가 않았다.
하루는 천자가 현경전에 행차했는데, 늘 옆에서 따라다니던 신하가 시립해 있었다. 바로 奉御宣봉어선 中諫大夫중간대부 費仲비중이었다. 비중은 주왕의 총애를 받는 신하였다. 근자에 태사 문중이 칙명을 받들어 대병을 이끌고 북해정벌에 나섰을 때 변방이외의 일에서 공로를 세웠기 때문에 주왕이 비중과 尤渾우혼 두 사람을 총애하였다.
이 두 사람은 날이면 날마다 임금의 눈과 귀를 미혹시켰는데, 참언과 아첨을 일삼아 주왕이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대저 천하가 장차 위태해지려고 하니 간사한 신하가 권력을 잡고 있는 형국이었다.
잠시 뒤 비중이 알현하자, 주왕이 말했다. “짐이 여와궁에 분향하러 가서 우연히 여와의 용모가 빼어난 것을 보았는데, 절세미인이었소. 3궁 6원에는 짐의 마음을 흡족하게 해줄 미인이 없으니 장차 이를 어찌하면 좋겠소? 경은 짐의 마음을 위로해줄 무슨 방책이라도 있겠는가?”
비중이 아뢴다. “폐하께서는 만승의 존귀한 분이시고, 부유하기로는 사해를 소유하였으며, 德덕은 堯舜요순에 짝할 만하고, 천하의 모든 것은 다 폐하의 소유입니다. 어찌 얻지 못함을 두려워하시며, 이런 일에 무슨 어려움이 있겠습니까?
폐하께서는 내일 당장 교지를 내리소서. 사로의 제후들에게 매 일 鎭진에서 미녀 백 명을 뽑아 궁중에 충원하라고 공포하소서. 그러신다면 천하의 절색이 어찌 임금의 간택에 뽑히지 않을 것을 걱정하십니까?”
주왕은 크게 기뻐하면서 말했다. “경이 아뢴 것이 짐의 뜻에 심히 합당하도다. 내일 아침 일찍 교지를 내릴 것이니, 경은 잠시 돌아가시오.” 곧 천자도 수레에 올라 환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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