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史관련

미 국방부의 리플리케이터 구상… 대중국 필승전략이자 산업체를 위한 조치

醉月 2024. 1. 18. 12:18
미 국방부의 리플리케이터 구상
대중국 필승전략이자 산업체를 위한 조치
 
 
최현호 밀리돔 대표/군사칼럼니스트
 
 
 
[그림 0] 미국은 무인전투기 등 다양한 무인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은 전 세계에 군사력을 전개하다 보니 서태평양에서 중국의 군사력에 양적으로 뒤지고 있다.
이런 상황을 만회하기 위해 미 국방부가 ‘리플리케이터 구상’이라는 대규모 무인 시스템 도입 계획을 발표했다. 리플리케이터 구상은 현재 진행중인 육·해·공군의 무인 시스템 도입 계획을 전반적으로 통합하여 진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산업계의 역량 등 산재한 문제도 많이 있다. 리플리케이터 구상이 무엇이며,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알아보았다.
 
 
미국이 고민하는 4차 상쇄전략
 
신냉전이 시작된 이후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라는 대등한 적과의 싸움을 위해 고민하고 있다. 미국은 과거 냉전시대에도 소련에 대응하기 위해 세 차례에 걸쳐 상쇄전략(Offset Strategy)을 마련한 적이 있다. 상쇄전략은 경쟁의 조건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구축함으로써 우위를 담보하는 전략으로 정의된다.
1차 상쇄전략은 1950년대 나왔는데, 소련의 압도적인 재래식 군사력을 전술핵무기와 ICBM 등 핵 전력으로 압도한다는 내용이었다. 소련이 핵무기를 대량생산하면서 두 나라의 핵 균형이 이루어진 1970년대 들어서는 압도적인 소련의 기계화 부대를 상대하기 위해 첨단기술로 대응하는 2차 상쇄전략이 만들어졌다. 이때 수립된 전략을 통해 미국은 걸프전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고 러시아와 중국은 큰 충격을 받았다.
 
 
 
[그림 1] 미국이 거쳐 온 세 번의 상쇄전략
 
 
3차 상쇄전략은 9·11 사건 이후 테러와의 전쟁에 매달리던 미국이 다시 강대국 경쟁으로 복귀할 것을 검토하던 2010년대 초반에 처음 입안되었다. 2014년 말 척 헤이글 국방장관이 제안한 3차 상쇄전략은 경쟁국들의 반접근/지역거부(A2/AD) 체계를 극복하기 위한 작전개념의 혁신과 국방과학기술의 혁신을 추구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핵심은 로봇, 3D 프린 팅,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선점하여 경쟁자보다 앞서는 것이었다.
하지만 중국이 발전하면서 미국이 그 동안 누렸던 기술적 우위가 위협받게 되면서 이를 극복할 새로운 상쇄전략, 이른바 ‘4차 상쇄전략’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하원 군사위 부의장이면서 전술 공군 및 지상군 소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롭 위트먼 의원은 4차 상쇄전략을 위한 전략으로 유무인 팀워크 ‘MUM-T’를 꼽았다.
그는 최근 매체에 기고한 글에서 첨단기술을 활용한 제3차 상쇄전략에서처럼 소수의 뛰어난 성능을 가진 시스템의 기술적 우위에 의존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중국의 산업역량, 지식재산권 도용, 낮은 무기개발 비용 등을 상쇄할 수 있는 솔루션이 필요하다며 MUM-T를 꼽았다.(Rep. Rob Wittman, “Wittman:Why manned-unmanned teaming could be the Fourth Offset for America’s military”, breakingdefense.com, 2023.5.30.)
일부 싱크탱크에서는 미 국방부가 기술에 대한 생각을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워싱턴 국방계의 유명인사들이 참여하고 있는 민간재단인 ‘특별경쟁연구프로젝트(SCSP)’가 대표적이다. SCSP는 국방부가 기술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변화시킬 것을 촉구하는 새로운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오프셋-X’라는 특별경쟁연구 프로젝트를 소개했다.(Justin Lynch and JungJu Lee, “Offset-X: Now is the time for the Pentagon to change how it approaches technology”, breakingdefense.com, 2023.6.16.)
 
 
 
[그림 2] SCSP가 제안하는 오프셋-X
 
 
오프셋-X는 미국이 중국에게 활용할 수 있는 지속적인 비대칭성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중국을 지속적으로 억제하고 경쟁할 수 있는 적응력을 갖춘 군대를 위한 토대 마련을 목표로 한다. SCSP는 오프셋-X에 해당하는 것으로 상호운용성을 갖춘 모듈식으로 설계된 저비용 드론과 탄력성을 갖춘 소프트웨어 정의 무전기 등을 예로 들었다.
 
 
현재 추진중인 미국의 무인 시스템들
 
지금까지 미 국방부는 3차 상쇄전략의 일환으로 다양한 무인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각 군별로 알아보면, 미 육군은 경량, 중형, 대형의 세 가지 로봇전투차량(RCV)을 도입하는 RCV-L, RCV-M, RCV-H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https://crsreports.congress.gov/product/pdf/IF/IF11876)
 
 
 
[그림 3] 미 육군이 추진하고 있는 세 가지 RCV 사업
 
 
미 육군은 여단 전투팀에서 운용하고 있는 RQ-7 쉐도우 전술 무인기를 대체할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미래 전술 무인항공기 시스템(FTUAS)을 도입하기 위해 업체선정 과정에 있다.
2022년 8월, 1개 여단 전투팀에 납품하기 위한 1단계(increment) 사업자로 에어로바이론먼트의 점프(Jump)-20을 선정했다.(Ashley Roque, “US Army picks AeroVironment’s Jump 20 for FTUAS Increment 1”, janes.com, 2022.8.22.) 2023년 9월 말에는 2단계 사업자 선정의 최종단계로 그리폰 에어로스페이스와 텍스트론 시스템을 최종 경쟁업체로 선정했다.(Mikayla Easley, “Army picks Griffon, Textron to build tactical unmanned VTOL aircraft prototypes”, defensescoop.com, 2023.9.26.)
여단보다 상위제대에서는 MQ-1C 그레이이글 무인공격기를 운용하고 있으며, 기본형에 이어 항속거리를 연장한 MQ-1C 그레이이글/ER을 도입하는 등 운용능력 확대를 위해 노력 하고 있다.(“ENDURANCE UNMANNED AIRCRAFT SYSTEMS(EUAS)–MQ-1C GRAY EAGLE/ER”, army.mil, 2022.)
미 해군은 함정 숫자에서 미 해군을 능가해버린 중국 해군에 대응하기 위해 단독 또는 합동 작전이 가능한 중형 무인수상함(MUSV)과 대형 무인수상함(LUSV)을 개발하고 있다.
 
 
 
[그림 4] 미 해군에서 함대 통합시험중인 무인함선 ‘씨헌터’
 
 
이 가운데, LUSV는 이지스 전투시스템을 탑재하고 있어 함대 내 다른 유인 전투함과 연계하여 작전할 수 있다. 기본구성은 비무장이지만, 2021년 9월 레인저함에서 컨테이너화된 SM-6 미사일 모듈을 탑재하여 발사시험을 했다. 무인 잠수정은 부두에서 출발하여 장기간 단독작전이 가능한 초대형 무인잠수정(XLUUV) 오르카(Orca)를 개발하고 있다.(https://sgp.fas.org/crs/ weapons/R45757.pdf)
미 공군은 유인 전투기와 함께 작전할 무인전투기인 협업 전투항공기(CCA)와 전투기나 수송기에서 발진하고 공대공 미사일을 탑재한 롱샷(Longshot) 공중발진 무인항공기가 대표적이다.(“Collaborative Combat Aircraft(CCA), USA”, airforcetechnology.com, 2023.7.17.Col. John Casey, “LongShot”, darpa.mil.)
 
 
 
[그림 5] 인공지능 무인전투기 개발을 위한 미 공군의 스카이보그 프로그램
 
 
이들 무인체계는 유인 플랫폼 대비 저렴하지만 대량도입을 위해서는 비용이 부담된다.
미 국방부는 기존 무인 시스템의 비용문제도 겪고 있는데 예를 들어, 미 공군의 MQ-9 리퍼 무인공격기는 대당 3,200만 달러지만 센서, 지상스테이션 등을 더하면 5,650만 달러로 더 비싸진다.(“MQ-9 Reaper : All about the US drone that crashed into the Black Sea”, economictimes.indiatimes.com, 2023.3.16.) 게다가 이들 모두 장기 프로그램으로 미 국방부의 긴급한 수요를 충족하기 어렵다.
롭 위트먼 의원의 4차 상쇄전략과 SCSP의 오프셋-X에서 모두 언급하고 있는 무인 시스템은 소모를 감내할 정도로 저렴하고 자율성을 갖춘 다수의 플랫폼을 말한다. 즉, 새로운 무인 시스템이 필요하다.
 
 
리플리케이터 구상
 
미 국방부는 기존 방식으로는 중국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판단으로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2023년 8월 28일, 미 국방부의 캐슬린 힉스 신흥기술 차관은 미국 방위산업협회 신흥 기술 컨퍼런스에서 중국과의 경쟁을 위해 2년 내에 여러 영역에 걸쳐 수천 대의 저렴한 자율 시스템을 배치한다는 ‘리플리케이터(Replicator)’ 구상을 발표했다.(Lee Ferran and Jaspreet Gill, “‘Replicator’ revealed :
Pentagon initiative to counter China with mass-produced autonomous systems”, breakingdefense.com, 2023.8.28.)
 
 
 
[그림 6] 리플리케이터 구상을 발표하는 힉스 차관
 
 
힉스 차관은 연설에서 스텔스기와 같은 정교한 기능이 여전히 필요하지만 작고 스마트하며 저렴하고 많은 플랫폼을 활용할 필요도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작고, 똑똑하고, 저렴하고, 많은 플랫폼을 활용하는 리플리케이터 구상이 미국 군사혁신의 너무 느린 변화에 진전을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상이 발표된 이후 자금 조달 문제, 산업계의 역할, 왜 이 구상을 시작하는지에 대해서 다양한 의문이 쏟아졌다. 9월 6일 힉스 차관은 자금조달 문제에 대해서 새로운 자금이 필요 하지 않으며 이미 자금을 받은 군 프로그램을 통합할 것이라고 밝혔다.
차관보는 2024 회계연도에 새로운 자금을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고, 이 구상을 뒷받침할 국방부 혁신부서(DIU)의 더그 벡 국장은 각 군이 앞으로 도입할 프로그램에 대해서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Noah Robertson, “Replicator drone program needs no new money, Hicks says”, defensenews.com, 2023.9.7.)
구상을 진행하는 이유로는 중국을 꼽았고 두 가지 목표를 설명했다. 하나는 대만해협에서 분쟁을 예방하는 억지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분쟁이 발생했을 때 미국이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리플리케이터 구상을 추진하는가? 미 국방부는 그 동안 여러 혁신과 실험을 계속해 왔다. 우크라이나의 교훈을 통해 저비용의 시스템을 대량으로 운용하고, 경쟁이 치열한 환경에서 생존에 필요한 자율성의 중요성을 확인했다.
 
 
 
[그림 7] 미 해군 무인테스트포스에서 운용하고 있는 해양 데이터 수집용 무인함선
 
 
다수의 시스템은 아군 지휘관에게 작전의 유연성을 제공하는데,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자원이 얼마나 있는가를 고민하기보다 많은 시스템을 얼마나 사용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할 수 있다.
대규모의 드론은 적에게 여러 가지 작전적 딜레마를 불러올 수 있다. 적이 드론을 요격할 경우 표적 탐지 자산과 요격 자산은 다른 움직임에 대응할 수 없게 된다. 만약 적이 드론을 무시하거나 탐지하지 못한다면 그 자체로도 적에게 위협이 된다.
 
 
 
[그림 8] 대량의 드론은 적에게는 작전적 딜레마를, 아군 지휘관에게는 유연성을 가져다 준다
 
 
대량의 저렴한 시스템은 우크라이나전에서 나온 해답 중 하나다. 우크라이나군은 한 달에 1만여 대의 드론이 손실되고 있지만, 여전히 드론을 사용하면서 효과를 거두고 있다.
자율성은 리플리케이터 구상의 성공을 위해 필수적이다. 아군이 소수의 인원으로 대량의 시스템을 동시에 제어할 수 있다면, 나머지 병력들은 예정된 작전에 투입될 수 있다.
또한 강대국 경쟁에서 예상되는 극심한 전파방해 상황에서 무인 시스템이 운영자의 제어없이 작동하기 위해서도 자율성이 필요하다.
리플리케이터 구상에 포함되는 무인 시스템은 지상, 공중, 수상, 수중, 그리고 우주까지 모든 영역의 것들이 대상이다. 중요한 것은 저렴하지만 소모품은 아니라는 점이다. 힉스 차관은 도입된 시스템의 사용기간을 다음단계로 넘어가기 전까지 3~5년으로 언급했다.
또한 이 시스템들은 항법 및 제어기능을 갖추고 미국 또는 동맹국의 통제 하에 복귀하여 재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전투중 또는 신뢰성 문제로 일부가 손실되는 것은 용인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리플리케이터 구상에 대해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힉스 차관은 국방부가 관료주의에 빠지지 않고 민첩하게 움직여 기록 프로그램 없이 업계가 2년이라는 야심찬 일정을 맞추게 할 수 있을지 우려했다.
다음 문제는 국방부가 요구하는 역량을 산업계가 충족시킬 수 있는지다. 9월 말, 빌 라플란테 국방부 획득 및 유지 담당 차관은 새로운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보유하고 있느냐가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만 인도가 지연되고 있는 F-16 전투기를 예로 들었고, 제조업이 핵심 관심사라고 말했다. 현재 미국 방위산업계는 미 국방부의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생산라인을 안정화하기 위해서는 다년 간 계약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Megan Eckstein, “Pentagon acquisition chief LaPlante focused on boosting manufacturing”, defensenews.com, 2023.9.27.)
리플리케이터 구상을 위한 시스템을 누가 제작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도 뜨겁다.
9월 초와 중순에 미국 국방 매체 브레이킹디펜스에는 리플리케이터 구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방부가 생산해야 한다는 사설과 반대로 정부가 생산에서 손을 떼야 한다는 사설이 각각 실렸다.
국방부가 생산해야 한다고 주장한 미국 국립과학원(CNAS)의 앤드류 메트릭 펠로우는 국방부가 단순히 시스템 자체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정부 소유 생산시설에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에서 사용하는 드론과 인도-태평양에서 사용하는 드론은 근본적으로 다르며 더 크고 복잡하다고 했다. 미국에는 그런 시스템을 위해 필요한 생산능력이 부족하고, 어떤 기업이 이를 위해 막대한 투자를 할 의향이 있는지 알기 어렵다고 했다.(Andrew Metrick, “For Replicator to work, the Pentagon needs to directly help with production”, breakingdefense.com, 2023.9.7.)
정부가 손을 떼야 한다고 주장한 스탠포드 대학교 프레코트 에너지 연구소의 제프 데커 박사와 국방 기술 컨설턴트인 노아 셰인바움은 엔드류 메트릭의 주장은 국방용 상용품 조달을 목표로 해왔던 지난 8년 간의 국방혁신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뿐만 아니라, 항공기와 컴퓨터 같은 신흥기술을 선도해 온 미국 정부의 역사적 역할을 잘못 해석했다고 주장했다.(Jeff Decker and Noah Sheinbaum, “For Replicator to succeed, the government must stay out of the production business”, breakingdefense.com, 2023.9.19.)
그들은 리플리케이터 구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방부가 지난 8년 동안 만든 프로그램과 경로를 간소화해야 하며, 이를 수행할 수 있는 기업을 식별하기 위해 미 공군이 만든 혁신벤처 프로그램인 AFWERX, 국방부 내 혁신조직 DIU와 전략능력실같은 조직을 활용하고 전쟁터에서 신속하게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계약할 수 있는 상용 솔루션 제공 또는 기타 거래권한과 같은 도구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상으로 미국이 중국의 군사력에 대응하기 위해 준비한 리플리케이터 구상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리플리케이터는 1~2년 안에 2,000개 이상의 시스템을 획득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일회성 구상이 아니라 앞으로 계속해서 다음 단계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 구상을 통해서 어떤 무인 시스템들이 도입될 지도 중요하지만, 미국 산업계를 어떻게 변화시킬 지도 주목해야 한다.
무인 시스템 도입이 늘어나고 있는 우리 군 입장에서도 리플리케이터 구상에 대해서 연구하여 우리에게 필요한 부분은 받아들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