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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특급호텔 요지경 풍속도

醉月 2008. 8. 8. 14:14

만취해 남자와 당당히 동숙한 톱스타 K양, ‘엘리베이터 키스’ 끝내주는 탤런트 N씨

●키 두 개 요구하는 경우 99.9%가 불륜관계
●일부 특급호텔들, 대낮에 은밀히 대실(貸室)제도 운영
●호텔 식당과 커피숍 즐겨 찾는 정치인들, 투숙은 절대 안 해
●호텔에서 발생한 자살·사망사건은 경찰도 쉬쉬
●톱스타 결혼식은 홍보효과 만점
●김현철·김홍업 구속된 후 썰렁해진 휘트니스클럽
●롯데호텔에 투숙하는 박찬호, 매번 방에 키 두고 나와
●호텔 로비 서성이는 일본인 상대 다찌(매춘녀)들

“방있어? 방 있냐니까.”

“아, 예. 손님. 잠깐만요.”

“빨리 객실로 안내해. 엉? 내가 누구랑 왔는지 안 보여? 안 보이냐고?”

지난해 6월 어느날 새벽 3시. 서울 남산 자락에 위치한 특1급 호텔(무궁화 다섯 개. 이하 특급호텔) 프런트는 남녀 한 쌍 때문에 술렁이기 시작했다. 연예계에 솔직 담백(?)하기로 소문난 여자 톱탤런트 K양과 동행한 30대의 남자가 ‘당당하게’ 객실을 이용하겠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당시 프런트에 있던 호텔 직원들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대한민국의 성인이라면 그녀의 얼굴만 봐도 금방 이름 석 자를 댈 만큼 유명 톱스타인 K양을 옆에 낀 남자는 빨리 방을 달라고 아우성을 쳤다. 이날 K양과 남자는 모두 만취 상태였고 특히 K양은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할 정도였다.

두 사람이 호텔에 처음 도착한 것은 자정 무렵. 이들은 먼저 호텔 내에 위치한 나이트클럽에 들러 음주가무를 즐기다 나이트클럽의 영업이 끝나자 곧바로 호텔 프런트로 향했다. 남자는 술 취한 자신 때문에 입실 수속이 늦어졌음에도 막무가내로 “내가 ○○○와 같이 자려고 왔는데 빨리 방을 달라”면서 소란을 피웠다.

 

이 사실을 전해들은 당직지배인은 즉각 프런트로 달려왔고 그가 두 사람을 객실까지 ‘정중히’ 안내하면서 그날의 해프닝은 막을 내렸다.

이 미혼의 톱스타는 여자연예인이 호텔 객실을 이용할 때는 일반인은 물론 호텔 직원들 눈에 띄지 않게 주로 뒷문을 이용하는 철칙(?)을 깨고 ‘당당히’ 호텔 지배인의 안내를 받아가며 객실로 들어갔다. 연예인이 호텔 커피숍만 이용해도 “호텔에서 잤다더라” 하는 소문으로 확대 재생산되는 실정을 생각하면 파격적인 사건이다.

 

하지만 K양은 술이 깬 뒤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질렀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당황한 K양은 호텔 직원의 눈에 띄지 않게 쥐도 새도 모르게 호텔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호텔측은 직원들에게 ‘K양 사건’에 대해 함구령을 내렸다. K양과 동행한 남자 모두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벌어진 이 사건은 아직도 호텔 관계자들 사이에는 ‘전대미문’의 사건으로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톱스타 K양 투숙 소동

서울의 강남·북을 가리지 않고 요지에 우뚝 솟은 특급호텔들. 보통사람들에게는 그림의 떡인 특급호텔 내에서는 이런 대형사건(?)말고도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현재 전국적으로 운영중인 특급호텔은 총 39개(객실수 1만6293개)로 서울에만 15개(객실수 8556개)가 성업중에 있다. 무궁화 5개가 상징하는 바와 같이 근엄해 보이는 특급호텔은 그 명성에 걸맞게 국빈급 VIP, 외국 유명인사들, 그리고 인기스타들의 숙소로 활용될 뿐만 아니라 88올림픽, 2002월드컵 때에는 세계 스포츠계 거물들의 사교장이기도 했다.

그러나 특급호텔에서는 K양의 사건처럼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채 묻힌 사건이 적지 않다.

 

지난 2월3일 밤 10시15분, 위의 K양과 유명 연예인들이 자주 드나든다는 A(호텔 이니셜과는 무관함)호텔 나이트클럽. 이날은 비교적 손님이 적은 월요일 저녁이었지만 100여 명이 생음악실과 유럽풍의 아일랜드 바를 중심으로 춤을 추거나 술을 마시고 있었다.

손님들 중에는 20대 초·중반의 여성과 20대 후반, 30대 초반의 남자가 많았다. 바 한쪽에 자리잡은 한 커플은 외국인 혼성밴드의 라이브 연주를 들으며 주변을 의식하지 않은 채 키스에 열중하고 있었다. 스테이지 앞쪽 안락한 소파를 갖춘 테이블에는 남녀 머릿수대로 짝지어 조용히 술을 마시는 가운데 디스코 테크에선 현란한 사이키델릭 조명 아래 온몸을 흔들어대는 젊은이들이 북적댔다.

홀 중앙에 위치한 테이블에서는 한 신인 여자 탤런트가 친구인 듯한 여자 한 명과 두 명의 남자와 함께 앉아 있었다. 오가는 사람들이 가끔 쳐다보기도 했지만 그녀는 주위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은 채 맥주잔을 주고받고 있었다.

 

나이트클럽 입구에서 만난 이아무개(25·여)씨는 “분위기가 부킹에 열을 올리는 강남과는 달리 비슷한 수준의 남녀가 모여 놀기 때문에 편안해서 친구들과 함께 가끔 찾는다”고 했다.

그는 “올 때마다 연예인들도 마주치지만 서로 신경 쓰지 않고 각자 노는 분위기”라며 “다른 곳에 비해 행동이 자유롭기 때문에 연예인들도 자주 찾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날 찾아온 손님은 한국인과 동행한 외국인이 대여섯 명 정도였고 나머지는 모두 내국인이었다.   

 

여자 연예인 투숙은 동행남자가 체크인

 

특급호텔의 경우 나이트클럽 등 부대시설과 식음료 파트는 내국인 이용자가 많은 반면 객실 이용객은 외국인이 압도적으로 많다. 청와대, 정부종합청사, 미국대사관과 대기업 본사 등이 자리 잡고 있는 서울시청 인근과 남산 등 강북에 위치한 특급호텔의 경우 외국인 투숙객 비율이 90%를 넘는다.

 

객실단가가 자율화된 이후 호텔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하루 객실료는 ‘더블베드 룸 (Double Bed Room)’ 일반실을 기준으로 30만∼40만원(부가세와 봉사료 미포함)이다. 하룻밤에 적잖은 숙박비를 지불하고 특급호텔을 이용하는 만큼 내국인의 행태도 요지경이다.

서울 소공동에 위치한 롯데호텔의 직원들은 탤런트 N씨가 호텔에 들어서면 웃음을 참느라 애를 쓴다. N씨는 이 호텔의 단골손님. 체크인을 마친 N씨는 룸 키를 받아들고 로비 한 쪽에서 기다리고 있던 여인과 함께 몰래 엘리베이터에 오른다.

직원들이 배꼽을 움켜쥐고 웃는 일은 바로 엘리베이터 안에서 일어난다. 엘리베이터 내부에 CCTV가 설치된 줄 모르는 N씨는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기가 무섭게 키스를 나누고 여인의 몸을 더듬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이 호텔의 관계자는 “직원들끼리 N씨에게 CCTV가 설치돼 있다고 알려주는 게 좋지 않겠냐는 농담을 주고받기도 한다”며 “N씨는 데리고 오는 여자가 수시로 바뀌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최근에도 못보던 새 여자와 함께 찾아왔는데 그때도 엘리베이터 안에서 거리낌없이 ‘뜨거운’ 행동을 보여주었다”고 말하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연예인들이 이성과 함께 호텔 객실을 찾을 때는 남자든 여자든 N씨처럼 연예인이 직접 체크인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남자 연예인의 경우 매니저나 친한 친구가 대신 체크인을 한다. 반면 여자 연예인은 동행한 남자가 프런트에서 체크인한 후 키 두 개를 받아 다른 장소에서 하나를 건네주고 먼저 객실로 간다. 여자는 주위 사람들이 전혀 눈치채지 못하게 모자를 푹 눌러쓰고 몰래 따라간다.

특급호텔 안에서 벌어지는 ‘깊은 이야기’는 일반인들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는다. 호텔 직원들은 고객과 관련된 일과 사건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어야 한다는 사전교육을 철저히 받기 때문이다. 만약 고객의 사생활이 외부에 알려졌을 경우 사규 위반에 해당돼 징계도 감수해야 한다.

“특급호텔과 일명 러브호텔이라 불리는 모텔의 공통점은 잠을 자는 곳이라는 겁니다. 주머니 사정에 따라서 몇만원짜리 모텔을 이용하는 사람이 있을 테고 돈 많은 사람은 호텔을 이용하지 않겠습니까. 비교적 비밀이 철저히 보장되고 ‘공식적으로’ 드나들기에 무리가 없는 부대시설이 많아서인지 돈 있는 내국인들이 특급호텔을 불륜의 장소로 많이 이용하는 실정입니다.”

 

강남의 한 특급호텔에서 5년째 근무중인 이아무개(35)씨의 말이다. 이씨는 “‘부적절한’ 관계의 내국인 투숙객들은 비즈니스센터 같은 느낌이 강한 강북보다는 강남 쪽을 더 선호한다”며 “호텔의 영업전략에서도 그 차이점은 확연히 드러난다”고 덧붙였다.

이씨의 말을 뒷받침하듯 한국관광호텔업협회가 발간한 2001년 서울지역 특1급 관광호텔 운영 실적을 살펴보면 강북에 비해 강남에 위치한 호텔들의 내국인 투숙객 비율이 월등히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강남의 호텔에서는 고객이 원할 경우 두 개의 룸 키를 줍니다. 강북에도 두 개의 키를 주는 곳이 있지만 강남보다는 적은 것으로 알고 있어요. 두 개의 키를 요구하는 경우 99.9%가 부적절한 관계라고 보면 틀림없어요. 미혼남녀의 경우는 대개 객실로 함께 올라가기 때문에 두 개의 키가 필요치 않아요. 프런트에서 키 두 개를 받은 남자는 곧바로 객실로 가지 않고 호텔 내의 바나 식당, 또는 주차장 등에서 여자에게 키를 건넨 후 먼저 객실로 갑니다.”   

 

“쉬었다 가실 겁니까?”

 

특급호텔들은 톱스타 결혼식을 유치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한다. 2001년 11월 서울 힐튼호텔에서 식을 올린 김호진·김지호 커플

이씨에 따르면 불륜관계인 경우 남녀의 나이 차이가 많이 난다고 한다.

“나이 든 남자와 젊은 여자가 함께 투숙하는 경우 두 개의 키를 선호하는 편이죠. 물론 개의치 않고 함께 객실로 향하는 고객도 적지 않습니다만 상대 여자가 연예인일 경우에는 100% 키 두 개를 요구합니다. 강남의 상당수 특급호텔은 그런 고객들의 심리를 감안해 ‘쌍 키’를 만들어 영업에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특급호텔에 설치된 엘리베이터는 누구나 탈 수는 있지만 마음대로 내릴 수는 없다. 그래서 ‘쌍 키’가 필요한 것이다.

 

특급호텔은 도난방지 및 고객의 안전과 신변보호 차원에서 룸 키를 소지한 사람만이 해당 객실 층의 엘리베이터에서 내릴 수 있게 해놓았다. 예컨대 1701호의 키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17층에서만 내릴 수 있는 보안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다. 때문에 룸 키를 소지하지 않은 고객은 객실로 들어갈 수가 없다.

20년 넘게 특급호텔에 몸담고 있는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내국인 투숙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쌍 키’를 주는 호텔은 외국의 비즈니스맨들이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는 “지역적으로 볼 때 강남권은 부자가 많은 동네라 그곳 수요에 따른 독특한 분위기가 있다. 돈이 있으면 명품 차를 타고 온몸을 명품으로 치장하는 것처럼 바람을 피울 때나 숙박이 필요할 경우 비싸고 서비스가 좋은 특급호텔을 이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손님, 잠시 쉬었다 가실 겁니까?”

대낮에 여관이나 모텔을 찾는 남녀를 향해 주인이 꼭 물어보는 질문이다. 그렇다면 특급호텔에도 일반 숙박업소에서 공공연하게 이뤄지는 ‘대실(貸室) 제도’가 있을까? 뜻밖에도 대답은 ‘있다’이다. 특히 외국인 투숙객보다는 내국인 이용객이 많은 강남권의 호텔에서 성행하고 있다.

대실은 원래 외국인 관광객이나 고객이 비행기 탑승시간에 맞추기 위해 호텔에서 잠시 쉬었다 가기 위해 만든 제도이지만 언제부턴가 불륜 남녀가 잠시 ‘쉬었다’ 가는 장소로 바뀌어가고 있다. 대실이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는 몇몇 특급호텔의 홍보실 담당자는 한결같이 “대실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발뺌한다.

하지만 이 호텔들에 직접 전화를 걸어 “대실이 되느냐”고 문의했더니 “낮 12시부터 4시까지 가능하며 요금은 객실 요금의 50%”라고 친절히 안내했다.

대실을 하고 있는 특급호텔들은 값싼 여관처럼 대실을 한다는 사실이 공개적으로 알려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특급호텔의 주요 수입원이 객실 판매인데 외국계 기업인이나 관광객을 유치하는 데 힘에 부친 업체는 남아도는 객실을 판매하기 위한 방편으로 대실을 허용하면서도 대외적으로는 숨기고 있는 실정이다.

 

노무현과 코리아나 호텔

호텔을 많이 이용하는 사람들로는 정치인들을 빼놓을 수 없다. 이들이 호텔에서 가장 많이 이용하는 공간은 커피숍과 식당. 국회와 여야 중앙당이 밀집해 있는 여의도 맨하탄호텔, 마포의 홀리데이인 서울, 서울시청 앞에 위치한 프라자호텔 커피숍 등이 정치인들의 약속 장소로 각광받고 있다.

서로 밀담이 필요한 경우에는 주로 일식 또는 중식당의 룸을 이용한다. 선거 때 전략캠프 등을 호텔 객실 내에 설치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정치인들이 객실을 이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어떤 경우든 뉴스거리가 되거나 구설수에 오르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프라자호텔에 근무하고 있는 한 직원(25)은 “연예인보다도 객실 사용을 더 무서워하는 사람들이 정치인이다. 이유를 불문하고 이용했다간 구설수에 휘말리기 때문이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호텔 커피숍과 함께 정치인들이 비교적 자유롭게 드나드는 공간으로 사우나를 들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당선자도 대선 직전까지 코리아나호텔(특2급)의 사우나를 많이 이용했고 그곳의 이발소에서 머리를 깎았다. 노당선자는 4년 전부터 매주 월요일이면 아침 8시∼9시께 이곳 사우나를 찾았다.

이발소, 헬스장, 식당 등의 부대시설을 갖춘 이곳 사우나는 시쳇말로 정치인들 사이에서는 ‘물이 좋기로’ 소문난 곳이다. 이 사우나를 자주 이용한 정치인은 이한동, 김상현, 한광옥, 김원길, 이인제, 정대철씨 등.

5년째 코리아나호텔 사우나를 이용하고 있다는 영화배우 이대근씨는 “이곳 물에 몸을 담근 정치인들은 한결같이 잘됐다. 대통령도 나왔고 총리나 청와대 비서실장을 배출하지 않았냐”며 웃었다.   

 

그는 “값도 싸고(사우나와 이발비는 각 1만7000원·세금봉사료 미포함) 서울시청을 비롯해 주요 중앙언론사, 대기업, 관공서가 밀집한 서울의 심장 광화문로에 위치해 지리적으로 정치인들이 이용하기에 편한 곳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앞날이 잘 풀린다’는 분위기를 정치인들이 알게 모르게 좋아하는 것 같다. 탤런트 이정길, 서유석, 송승환도 이곳의 단골 멤버다”고 귀띔했다.

코리아나호텔은 조선일보의 계열사. 노당선자와 조선일보가 ‘껄끄러운’ 관계임을 감안할 때 흥미로운 것이 또 하나 있다. 8:2 가리마로 유명한 노당선자의 헤어스타일이 사우나 안에 있는 이발사 김용찬(65)씨의 작품이라는 사실.

“머리를 잘 깎는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왔다고 합디다. 가리마는 일부러 만든 게 아니라 타고난 거죠. 노당선자는 보통사람들과는 달리 머리카락이 몹시 두껍고 제대로 손질을 하지 않으면 뻗치는 머리더라고요.

‘여기서 딱 세 번만 이발하면 머리가 자리를 잡겠다’고 했는데 처음 머리를 깎자마자 단번에 마음에 든다고 하대요. 민주당 경선이나 대선 기간에도 일주일에 한 번씩 찾아왔어요. 당선된 이후에는 안 오셨지만. 대선 전엔 ‘내가 대통령이 되면 대통령 이발사로 만들어 드리겠다’며 농반 진반으로 얘기도 건넵디다.”

 

복상사 사건 은밀히 처리

특급호텔이 고객을 맞이하며 가장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은 여자 혼자 찾아와 객실을 요구하는 경우. 동행인 없이 홀로 호텔 방을 찾는 여자는 실연을 당했다거나 말할 수 없는 ‘사연’을 간직한 고객일 가능성이 높다.

‘나 홀로 여성 고객’이 투숙하면 프런트에서는 이 사실을 즉시 당직지배인에게 보고한다. 사건사고를 예방하는 차원에서다. 투숙한 후에도 벨맨이 3시간마다 “뭐 필요한 게 없냐”고 이상 유무를 확인한다.

손님이 곤히 잠들어 있을 시간인 새벽에도 벨맨의 점검은 어김없이 계속된다. 고객이 원하지 않아도 이른 아침에 배달된 신문을 건네주는가 하면 수시로 “불편한 점은 없느냐”고 묻는다.

 

손님이 전화를 받지 않거나 벨이 울려도 문을 열어주지 않을 경우 담당자는 즉시 당직지배인에게 보고하고 마스터키를 통해 문을 따고 들어간다. 이렇게 나 홀로 여성 고객을 중점 관리하는 이유는 자해나 자살이 종종 벌어지기 때문이다.

특급호텔 내에서 일어난 자살사건이나 사망사고는 그 동안 언론에 보도된 적이 거의 없다. 객실에서 자살했다는 사실이 알려질 경우 호텔 이미지에 먹칠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객실 판매에도 치명타를 입기 때문에 극비리에 사고처리를 하는 것이다. 특급호텔에서 10년 동안 근무한 김아무개(38)씨는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줬다.

“일단 자살사건이 터지면 당직지배인의 지휘 아래 관할 경찰서에 먼저 신고를 합니다. 경찰은 경고등을 켜지 않고 비상 사이렌도 울리지 않은 채 출동해 호텔 후문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 차를 세운 후 호텔로 들어옵니다. 고객과 일반인들이 호텔 내에서 사고가 일어난 것을 눈치채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지요.

 

현장조사를 마치면 고객들의 발길이 뜸한 시간에 시신을 옮깁니다. 호텔의 엘리베이터 중에는 좌우 폭보다 길이가 더 긴 엘리베이터가 있어요. 주 용도는 룸 청소 담당자들의 수레를 이동시키기 위한 것이지만 들것의 크기에 맞춰져 있기도 합니다.”

김씨에 따르면 극히 드물기는 하지만 호텔 내에서 발생한 사망사고 중 심장계 질환을 앓고 있는 고객이 복상사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 경우 사고 수습절차는 자살사건과 동일하게 처리되지만 혹시 있을지도 모를 타살 가능성을 수사하기 위해 동숙한 여자도 조사한다.

김씨는 “아내와 함께 투숙해서 복상사한 경우는 없다”며 “호텔측이 가족에게 사망 사실을 알리기도 참 난감하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어느 고객이 자살이나 사망사건이 발생한 객실을 이용하고 싶겠어요? 그래서 호텔측은 소수의 직원에게만 이 사실을 알리고 외부에 얘기가 퍼져나가지 않도록 최대한 주의를 기울입니다. 홍보실은 사고가 보도될까봐 전전긍긍하면서 경찰의 수사 사실이 언론에 흘러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무진장 애를 쓰죠.”   

톱스타 결혼식 유치 경쟁

 

박찬호가 즐겨 투숙하는 롯데호텔의 로열 스위트룸 거실

서울 남대문경찰서 형사과의 한 형사는 “특급호텔에서 자살사건과 사망사건이 발생해 수사를 한 적이 몇 번 있지만 호텔 이름을 밝힐 수 없다”고 전제한 뒤 “호텔에서 발생하는 미미한 사건사고는 호텔이 고용한 공안요원이 처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형사들도 호텔에서 발생하는 사건사고에 대해서는 말하기를 꺼리는 실정이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호텔에서 발생한 사건사고에 대해 함구하기는 남대문경찰서뿐만 아니라 서울의 강남, 서초, 방배, 중부경찰서의 형사과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처럼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이면’을 제외한다면 특급호텔은 역시 세련미와 화려함으로 특정 계층의 전유물로 인식돼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특급호텔에서 치러지는 각종 연회와 결혼식이다. 호텔에서 결혼식이 허용된 1999년 8월부터 부유층 및 상류층은 결혼식 장소로 특급호텔을 선호한다. 호텔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결혼식을 올리는 비용은 대략 1300만∼1500만원선(하객 300명 기준).

그러나 돈과 명예가 있어도 사회적인 시선을 의식해 선뜻 호텔에서 결혼식을 올리기를 꺼리는 부류가 있다. 바로 고위공직자들이다. 이들은 주로 서울 양재동에 위치한 서울교육문화회관을 이용한다.

 

대한교원공제회가 출자한 교육문화회관은 호텔과는 전혀 관련 없는 듯한 명칭을 사용하고 있어 일반인이 호텔임을 알아채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교육문화회관은 237개의 객실을 보유한 어엿한 특2급 호텔이다.

호텔업계에서는 교육문화회관측에 ‘○○호텔’로 이름을 변경하는 것이 영업에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고 조언했지만 이들은 ‘이름 때문에 장사가 더 잘 된다’며 현재의 명칭을 바꿀 이유가 없음을 밝혔다고 한다.

 

고위공직자들이 결혼식 장소로 교육문화회관을 선호하는 이유는 청첩장에 ‘○○호텔’이라고 ‘찍히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이곳의 예식비용은 특급호텔과 큰 차이가 없다. 한마디로 공직자들이 호텔에서 결혼식을 치른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눈 가리고 아웅’하는 셈이다.

호텔 결혼식을 선호하기는 연예인도 마찬가지다. 톱스타의 결혼 소식이 알려지면 호텔에서도 발 빠르게 움직이며 톱스타의 결혼식을 유치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예식부의 홍보효과로는 연예인의 결혼식만한 게 없기 때문이다. 최진실·조성민, 최수종·하희라, 개그맨 남희석 등은 각 호텔의 관계자들이 총출동해 줄 대기에 바빴던 대표적인 연예인들이다.

인기 연예인의 출입을 반기기는 호텔의 휘트니스클럽(체력단련장, 에어로빅장, 다목적체육실, 수영장, 사우나, 골프연습장, 스쿼시장, 이·미용실 포함)도 마찬가지다. 톱스타가 드나드는 경우 현재의 인기도에 상관없이 영업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호텔 휘트니스클럽이 붐비는 까닭

하지만 정치권 인물의 경우에는 부침이 심하다. 한 예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현철씨와 김대중 대통령의 아들 홍업씨가 ‘잘나가던’ 당시에 그들이 이용하는 휘트니스클럽에는 이른바 ‘눈 도장’을 찍기 위해 주요 인사들이 잔뜩 몰려들어 성황이었지만 비리사건에 연루된 이후에는 갑자기 발길이 뚝 끊어졌다.

JW메리어트호텔 7층에 위치한 멤버십 클럽인 클래식 세븐. 한 검찰총장이 이 클럽의 회원(가입비 500만원)이었다. 그가 검찰총장에 임명되자 이 클럽도 호황을 누렸다는 게 호텔업계의 정설이다.

정작 그 총장은 이 클럽을 별로 이용하지 않았지만 그를 만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인사들이 너도나도 가입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가 총장직에서 불명예 퇴진한 후 북적댔던 클럽도 조용해졌다.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은 박찬호 선수가 한국을 방문할 때 주로 이용한다. 한때 박찬호 선수를 담당했던 20대(여)의 GRO(Guest Relation Officer·VIP 객실을 이용하는 투숙객을 위해 호텔 내에서의 일상적인 서비스는 물론이고 항공권 구입이나 물품 구입까지 대신해주는 등 비서 노릇을 하기도 한다)는 “그의 호텔 귀가 시간은 주로 새벽 두세 시경이었으며 언제나 건장한 보디가드 두 명과 함께 호텔로 들어온다”고 비화를 소개했다.   

 

“박찬호 선수는 매번 키를 방에 두고 나와요. 외출하고 돌아올 때면 보조키를 주는데 다음날 외출한 땐 그것마저도 놓고 나올 때가 많아요.

키 두 개를 모두 객실에 놓고 나온 날은 어쩔 수 없이 마스터키로 문을 열어주죠. ‘다음에는 꼭 키를 가지고 나오세요’라고 부탁하면 웃으면서 ‘알았다’고 고개는 끄덕이는데 키를 객실에 놓고 나오는 버릇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어요. 그는 호텔 직원들이건 일반인이건 자기를 알아보고 인사 건네는 것을 무지 좋아해요.

하지만 그가 지금까지 여자와 함께 들어온 적은 없어요. 호텔 직원들 사이에서도 박찬호 선수 팬이 많아서 늘 관심을 기울이며 ‘혹시나’ 하고 눈을 부릅뜨고 살펴보고 있거든요. 혹시 여자친구가 있다고 해도 워낙 유명한 사람이라 호텔에 여자를 데리고 오지는 않겠지만요.”

 

호텔 노래방 찾는 고관대작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은 예고 없이 삼성 계열사인 신라호텔을 종종 찾는다. 이회장은 호텔 내 식당에 들러 음식의 맛을 점검하기도 하고 직접 투숙해 직원들의 서비스를 꼼꼼히 체크하기도 한다고.

재벌 2세와 여자연예인들의 만남도 호텔 내 식당의 룸에서 종종 이뤄진다. 이들은 호텔 직원들의 눈을 크게 의식하지 않고 양주보다는 와인을 즐겨 마시는 편이다.

일반인들이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즐겨 찾는 노래방. 하지만 장·차관 등 정부의 고위관료들은 ‘동네 노래방’ 대신 힐튼, 하이얏트, 리츠칼튼 등 일류 호텔의 노래방을 즐겨 찾는다. 호텔 노래방의 경우 ‘○○바’라고 이름이 붙여졌을 뿐 일반 노래방 기기와 별반 다를 게 없지만 인테리어가 독특하고 아늑한 분위기가 특징이다.

지난 2월 초순 강북에 소재한 한 특급호텔의 로비. 미모의 20∼30대 여인 대여섯 명이 대낮에 로비를 서성거리고 있었다. 필자를 안내한 호텔리어는 그들을 보자 “다찌예요. 다찌”라고 나지막이 속삭였다. ‘다찌’는 호텔리어들 사이에 통용되는 은어다. 일본어 도모다찌(친구)에서 따온 말로 주로 일본인 관광객을 상대로 매춘을 하는 여성을 일컫는다.

호텔리어들은 한눈에 다찌인지 아닌지 구별할 수 있다고 한다. 그들은 호텔 커피숍을 이용하지 않고 로비에 있는 의자에 앉아 있거나 무리를 지어 서성거리다 일본인 관광객들이 객실로 올라가면 조금의 여유를 두고 뒤따라서 엘리베이터로 향한다.

다찌는 밖으로 드러나지 않게 조직적이고 치밀하게 움직인다. 일본인 관광객들이 한국에 들어올 때 국내 여행사는 가능한 한 매춘 의사를 타진한다. 이때 ‘OK’ 의사를 비치면 여행사는 즉시 여러 명의 다찌를 확보하고 있는 ‘다찌 대모(이하 대모)’에게 연락을 취한다. 대모는 그 대가로 여행사에 뒷돈을 건넨다.

 

불사조 ‘기생관광’

일본인 관광객들이 매춘 의사를 밝히지 않거나 “일반적인 관광을 하고 싶다”고 해도 여행사는 그들의 입·출국 날짜와 여행 일정을 대모에게 넘겨준다.

여행사를 통해 관광객들의 성향과 면면을 파악한 대모는 그들이 입국하는 시간에 맞춰 공항으로 직접 달려가 관광객들에게 유창한 일본어 실력을 바탕으로 ‘기생관광’을 하도록 영업활동을 펼치기도 한다.

이러한 매춘은 주로 일본인 관광객이 입국한 직후에 이뤄진다. 매춘 의사를 가진 관광객들이 오후 2∼3시쯤 호텔에 도착하면 여행사 가이드는 “호텔에서 잠시 여정을 풀라면서 3∼4시간 후에 오겠다”고 말하고 유유히 사라진다. 물론 다찌는 사전에 대기시켜놓은 상태다. 이때 다찌가 받는 금액은 대개 2만엔 수준이다.

롯데관광 인바운드팀(외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관광객을 취급하는 부서) 관계자는 “매춘을 알선한 경우 영업정지 등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되기 때문에 규모가 큰 여행사에서는 매춘관광을 알선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잘라 말했다.

“예전에 관광객들에 대한 정보를 항공사와 호텔 관계자들이 빼돌린 것으로 드러나 사회적인 문제가 된 적이 있어요. 그 이후로는 항공사에서도 탑승자 명단을 공개하지 않아요.

여행사로 ‘내가 일본인 아무개씨의 친군데 몇월 몇일에 한국에 들어온다고 했는데 어느 호텔에 묵느냐’고 물어오는 사람이 종종 있어요. 그런 경우에도 만에 하나 있을지도 모를 사태에 대비해 투숙하는 호텔을 가르쳐주지 않고 관광객에게 확인을 거친 후 전화를 걸어온 사람의 연락처만 가르쳐줍니다.”

특급호텔은 일반인과는 거리가 먼 딴 나라 사람들의 ‘놀이터’쯤으로 군림하며 위풍당당하게 서 있지만 보이지 않는 뒷모습은 요지경 속이다.

‘우리는 최고의 신사숙녀를 모시는 최고의 신사숙녀’라는 어느 호텔의 사훈이 귓전을 맴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