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전략핵 보복공격시 사망률 90% 낙진피해 반경 10km”
● 대북 공격용 유력후보 탄두는 10~300kt 위력의 B61-7
● 화학무기에는 전술핵 보복, 서울 핵 공격에는 전략핵 보복
● 전술핵 공격 담당하는 미 본토 4비행단 F-15E와 태평양 오하이오급 잠수함
● 관통형 핵폭탄 북창기지 보복 공격시 북측 낙진피해자 40만명
● 전략사령부 1급기밀 문서에 등장한 대포동1호
● 전략사령부 ‘작계8044’, 전략핵 타깃으로 북한 지목
● 북한 노리는 작계8044의 ‘新 3원체제(triad)’
● 한국 의사 반영될 여지 없는 전략핵 작계의 문제
워싱턴의 북한 테러지원국 해제 결정. 이는 부시 행정부가 임기 말을 향하면서 비관적인 전망이 우세했던 북한 핵 문제 해결 2단계 국면이 가까스로 마무리되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그간 제기된 북한의 핵 의혹 가운데 일부에 불과한 플루토늄 생산시설에 대해서만 검증이 진행되는 합의내용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가 적지 않다. ‘미국은 북한이 중동이나 테러단체에 핵을 수출하는 상황을 염려할 뿐, 평양이 이미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를 제거하는 데에는 큰 관심이 없는 것 아니냐’는 것이 그 핵심 논지다. 이는 북핵에 대한 중국의 태도와도 관련이 있다. 2006년 북한 핵실험 당시만 해도 중국은 북한 비핵화에 매우 적극적이었고, 이는 북한의 핵 보유를 빌미로 일본이 핵무장에 나설 우려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2년여의 시간이 흐른 지금, 중국 측 관변 전문가들의 뉘앙스는 사뭇 달라졌다. 북한이 조악한 핵폭탄을 몇 기 가졌다 해서 과연 ‘진주만 기습’의 아픈 기억을 가진 미국이 일본의 핵무장을 용인해주겠느냐는 것이다. 다양한 경로를 통해 표출되는 이러한 견해의 골자는 북한 핵이 현 상황만 유지한다면 중국으로서도 나쁠 게 없다는 것에 가깝다. ‘확산 방지’를 중심 목표로 두고 있는 미국과 현재 상황에 큰 불만이 없다는 중국. 그렇다면 남은 것은 ‘이미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6~7기의 핵폭탄’을 이고 살아야 하는 한국의 처지다. 북측이 최소한 향후 수년간 모호하나마 현재 알려진 수준의 핵 능력이라도 계속 보유한다면, 이에 대한 불안은 고스란히 한국의 몫으로 남는다. 북한이 아직 핵폭탄을 장거리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게 소형화하는 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 현재 상황에서, 북한 핵에 대한 실존적인 두려움은 오로지 한국의 몫이다.
‘확장된 억제’ 물론 북한이 초보적인 수준의 핵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서 당장 남과 북의 군사적 균형이 깨졌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북한 핵 보유 추진이 가시화한 1990년대 이래 한국군은 유사시 이를 초기에 무력화할 수 있는 다양한 무기체계를 확보해왔다. F-15K 전투기에 탑재되는 공대지유도탄(SLAM-ER, 사거리 270km), 2011년 도입 예정인 합동공대지미사일(JASSM, 사거리 400km), 미국에서 수입한 에이태킴스(ATACMS) 미사일과 한국이 독자 개발한 현무1, 2 미사일(사거리 180~300km) 등이 그것이다. 최근에는 사거리 500km와 1000km 수준의 크루즈미사일 보유 사실이 공개되기도 했다. 이렇듯 2010년대 초반까지 한국군은 사거리별로 촘촘한 정밀유도 무기 공격망을 형성하게 된다. 이들 미사일은 유사시 북한의 핵 공격 징후가 확인될 경우 이를 선제 타격하는 역할을 맡는다. 그러나 북한이 기습적인 핵 공격에 성공하는 경우는 이 같은 장거리 미사일이 감당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더욱 큰 보복, 특히 핵을 이용한 반격이 있을 것이라고 선언해 섣불리 북한이 핵 사용을 생각하지 못하게 만드는 ‘억제효과’는 고스란히 미국의 핵우산에 맡겨져 있다. 이는 비핵화 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피할 수 없는 딜레마이기도 하다. 박정희 정부의 독자적 핵 보유 시도가 수포로 돌아간 1978년 이래 한미 양국은 매년 가을 열리는 연례안보협의회(SCM) 공동성명을 통해 ‘핵우산의 제공(provision of a nuclear umbrella) 지속’을 재확인한 바 있다. 핵실험이 있었던 2006년 38차 SCM부터는 표현을 바꾸어 ‘확장된 억제(extended deterrence)’라는 문구를 공동선언에 포함시켰다. 미국이 자국 영토뿐 아니라 동맹국이 핵 공격을 받는 경우에도 대신 보복한다는 이 ‘확장 억제’라는 개념은 우방국의 자체 핵무장을 막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이렇듯 핵우산의 존재 자체는 잘 알려져 있지만, 북한의 핵이 실제로 한반도에서 사용될 경우 구체적으로 미국의 어떤 부대가, 어떤 절차를 거쳐, 어떤 핵무기로 이를 ‘응징’하는지에 대해서는 국내에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 말하자면 ‘핵우산의 군사적 실체’에 관한 정보다. 이는 물론 미국의 핵무기 운용에 대한 대부분의 정보가 엄중한 군사기밀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찾아보면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미 국방부 등은 상당량의 간접자료를 공개하고 있고, 특히 미국의 많은 전문연구기관은 FOIA(정보공개법)에 의거해 관련 자료의 비밀해제를 꾸준히 추진해 축적해왔다. 전미과학자연합(FAS·Federation of American Scientists)의 한스 크리스텐슨 연구원, 천연자원보호협회(NRDC·Natural Resources Defense Council)의 토머스 코크란 박사 등이 대표적인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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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gional States of Concern’ 이러한 과정을 거쳐 비밀 해제된 미 국방부와 관련 군 사령부의 공식문서 및 크리스텐슨 등 전문가들의 분석을 중심으로, 한국에 제공되는 미국의 핵우산은 어떤 무기체계로 구성되어 있으며 어떤 작전계획하에 가동하는지 하나하나 들여다보기로 한다. 지난 9월 미 국방부와 에너지부는 ‘국가안보와 21세기 핵무기(National Security and Nuclear Weapons in the 21st century)’라는 제목의 문서를 공동으로 발표했다. 언론의 주목을 거의 받지 못한 이 문서는, 그러나 발표문서로는 이채롭게도 핵우산에 관한 흥미로운 내용을 담고 있다. 러시아, 중국과는 별도로 북한과 이란을 ‘지역 내 우려 국가(regional states of concern)’로 지목해 꽤 길게 설명한 뒤, 이들의 위협에 대비하는 것을 미국이 최고(second to none)의 핵 보유수준을 유지해야 할 이유로 꼽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이 문서는 미국 핵 능력이 NATO, 일본, 한국, 오스트레일리아 등과의 동맹을 유지하는 핵심요소라고 설명하고 있다.
전술핵무기와 전략핵무기 이렇듯 냉전종식 이후에도 미국은 북한 등의 새로운 위협과 동맹국에 대한 핵우산 제공을 이유로 엄청난 수준의 핵탄두를 계속 보유하고 있다. 핵무기 생산과 해체, 운용에 관여하고 있는 인사들의 정보를 취합해 FAS와 NRDC가 펴낸 평가보고서는, 2007년 현재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핵탄두의 전체 숫자가 9938기로, 이 가운데 5163기가 실전 배치돼 있다고 전하고 있다. 다만 부시 행정부가 2004년 발표한 핵무기 감축 계획에 따라 해체가 진행될 경우 2012년까지 총 핵탄두 숫자는 5047기로 줄어들 예정이며, 실전배치 숫자도 절반가량인 2592기로 줄어들게 된다. 뒤에서 다시 설명하겠지만, 이 가운데 북한 지역 공격용으로 작전계획이 작성되거나 가상훈련이 진행된 바 있는 탄두는 주로 B61 계열이다. B61-3, 4, 7, 10, 11까지 크게 다섯 종류가 있지만, B61-10은 2007년 현재 실전에 배치돼 있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지며 B61-3, 4, 10은 전술핵무기로, B61-7은 전략핵무기로 분류된다. 특히 이들 탄두는 감축계획에도 불구하고 2012년까지 숫자가 거의 줄어들지 않는 것으로 돼 있어 당분간 미군의 주력 핵탄두로 쓰일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잠시 설명이 필요할 듯하다. 전술(tactical)핵무기란 비교적 제한된 범위 내에서 당면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사용하는 핵무기를 말한다. 반면 전략(strategic)핵무기란 전쟁 전체의 승패를 결정짓는 데 사용하는 핵무기다. 간단히 말해 한방으로 적의 핵심을 섬멸해 전쟁을 끝낼 목적으로 사용하는 강력한 핵무기가 전략무기이고, 전선 돌파나 군사시설 폭격 등 제한적인 용도로 사용하는 상대적으로 낮은 위력의 핵무기가 전술무기다. 국가별로 기준이 다르긴 하지만 파괴력으로 따져 통상 100kt이 넘는 경우를 전략핵무기로 부른다. B61 계열의 핵탄두 가운데 0.3kt부터 170kt까지 네 가지 파괴력 옵션이 가능한 B61-3은 B-52와 F-15E 등 다양한 항공기에 장착할 수 있어 한반도에서 전술핵을 사용할 경우 가장 유력한 후보라는 게 미국 측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B61-3은 2007년 현재 200기의 탄두가 실전 배치돼 있고, 186기가 재고로 남아 있다. 전략핵무기의 경우 10kt부터 300kt까지 파괴력 옵션이 가능한 B61-7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현재 215기가 실전 배치돼 있다. 한편 부시 행정부는 미사일 기지나 군 지휘소 등의 상당수를 지하화한 북한군의 특성상 이를 타격할 수 있는 지하 관통형 핵무기 사용을 구체적으로 검토한 바 있다. 현재로서는 6m 깊이까지 지하를 관통할 수 있는 B61-11이 이러한 목적으로 사용 가능한 탄두다. 1996년 개발이 완료된 것으로 알려진 이 탄두는 현재 20기가 실전 배치돼 있는데, 부시 행정부는 2003년 더 깊숙이 관통할 수 있는 새로운 전술핵폭탄을 개발하기 위해 관련법을 통과시킨 바 있다.
‘핵 대 핵’ 아닌 ‘WMD 대 WMD’ 미국은 1958년부터 주한미군기지에도 핵무기를 배치했지만, 1991년 냉전종식과 함께 해외기지의 전술핵을 전면 철수하는 과정에서 한국에서 모든 핵무기를 반출했다. 다시 말해 북한에 대한 핵 보복공격 임무는 주한미군사령부나 한미연합사령부 예하부대가 담당하는 것이 아니다. 그간에는 한반도 전면전에 대비해 연합사가 작성하는 작전계획 5027에도 핵 사용 관련 내용은 반영되어 있지 않으며, 5027에 따라 미 본토에서 증원되는 전력에도 핵무기는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이는 기본적으로 미국의 대북 핵 공격이 ‘선제불용’ 원칙의 적용을 받는 보복공격 전용이기 때문이다. 2006년 북한 핵실험 이후 작전계획 5027에 관련내용 추가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게 군 관계자들의 설명이지만, 기본적으로 핵우산에 해당하는 보복공격 임무는 전략사령부 같은 다른 지휘계통 소관사항이다(그 구체적인 내역에 대해서는 뒤에 다시 설명하겠다). 다만 유념할 것은 클린턴 행정부 이후 미국은 핵무기가 아닌 대량살상무기(WMD), 즉 화학무기나 생물무기의 대규모 사용에 대해서도 핵무기를 사용해 보복할 수 있다는 원칙을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핵 보복’은 단순히 ‘핵에는 핵으로’라기보다는 ‘WMD에는 WMD로’에 가깝게 진화해온 것이 1990년대 이후의 흐름이다. 적(敵)이 종류가 무엇이든 갖고 있는 WMD를 쓰면 미국도 미국이 보유한 WMD인 핵으로 보복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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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상대가 사용하는 WMD의 수준에 따라 미국 측이 사용하는 핵무기의 종류도 달라진다. 미군 공군기지가 화학가스 공격을 받았다고 해서 수백만의 민간인 인명피해를 낳을 수 있는 전략핵 공격을 가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를 한반도 상황에 대입해보면 북한이 전선지역에서 화학무기를 사용할 경우 미국은 전술핵무기를 전선지역에서 사용함으로써 보복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반대로 북한이 서울에 핵 공격을 가한다면 미국 역시 전략핵 사용을 검토하게 될 것이다.
F-15E와 트라이덴트 먼저 미국이 핵보복용으로 전술핵을 사용하게 되는 경우를 살펴보자. 이와 관련해 공개된 미국 측 공식자료는 199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무렵 군산 공군기지에 주둔하고 있던 미 공군 제8전투비행단은 B61 탄두를 자체 보유하고 있었다. NRDC가 입수, 공개한 ‘제8전투비행단사(史)’ 문서는 이 비행단이 그해 1월부터 6월 사이에 실시된 핵무기 취급 및 공습 검열훈련을 통과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기지에 배치돼 있던 48대의 F-16C/D가 B61 탄두를 탑재한 채 유사시 북한에 대한 전술핵 보복공격을 수행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1991년 주한미군 기지의 핵무기가 철수하면서, 북한에 대한 미국의 전술핵 보복공격 임무는 미 본토의 비행단으로 이관됐다. 1998년 12월9일자 ‘제4전투비행단사(史)’ 문서는 노스캐롤라이나 세이무어존슨 기지에 주둔 중이던 이 비행단이 그해 1월부터 6월까지 F-15E 전투폭격기 18대를 동원해, ‘북한에 대한 핵무기 사용’ 상황을 명시하고 모의탄두 BDU-38 탑재 및 투하훈련과 검열을 실시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플로리다 애번파크 사격장을 태평양사령부와 주한미군이 선정한 북한 지역 핵심 타깃으로 가상해 이뤄진 이때의 훈련은 북한의 화학무기 공격 직후를 상정해 조종사들이 보호장비를 완비한 채로 진행됐다. 이는 앞서 설명한 대로 북한이 핵 이외의 WMD를 사용하는 경우에도 전술핵 공격을 가할 수 있다는 클린턴 행정부 이래의 보복공격 원칙을 반영한 내용이다. 이와 함께 태평양에 배치된 오하이오급 전략핵잠수함도 북한에 대한 전술핵 공격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미 국방부의 종합검열보고서는 1998년 이래 이 잠수함에 탑재된 트라이덴트 D5 미사일 시스템이 태평양사령부와 주한미군이 설정한 핵심 임무를 담당하고 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명령 후 13분 이내에 발사가 가능한 이 핵 장착 미사일은, 앞서 설명한 제4전투비행단의 F-15E 대대가 태평양을 건너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것을 감안하면 유사시 북한에 대해 가장 먼저 전술핵 보복을 가할 수 있는 무기체계다. 앞서 설명한 대로 북한의 지하 군사시설을 공격하기 위한 관통형 핵탄두로는 B61-11이 사용되는데, 이 탄두는 B-2 스텔스 전폭기가 운반하도록 설정돼 있다. B-2 전폭기의 임무 가운데 하나로 미 본토에서 북한 지역까지 날아가 폭격을 가하고 돌아오는 미 국방부 문서의 도판이 공개된 바 있다.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25시간에 달하던 B-2의 북한 공습 시간은 거듭된 장비 및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에 힘입어 최근에는 8시간 미만으로 줄어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B61-11 탄두를 탑재한 B-2 폭격기는 미주리 주 화이트먼 공군기지에 배치돼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정한 쓰임새 때문에 통상 전술핵탄두로 분류되긴 하지만, B61-11은 최대 340kt에 이르는 위력을 갖고 있다. 지하를 관통하므로 직접적인 피해범위는 좁은 편이나 폭발과 함께 방사능에 오염된 파편과 토사가 공기 중에 흩어져 엄청난 양의 낙진을 만들어낸다. NRDC가 2004년 미 국방부의 시뮬레이션 프로그램 HPAC (Hazard Prediction and Assessment Capability)를 이용해 분석한 바에 따르면, 400kt 위력의 관통형 핵탄두가 평양 북동쪽 80km 지점의 북창 공군기지에 떨어지는 경우 원산과 문천 등 함경남도 동남부에서 40만명에 가까운 방사능 낙진 피해자가 발생한다. 전술핵무기만으로도 이렇듯 엄청난 보복이 가능하다면, 과연 전략핵무기는 어느 정도 수준일까. 전술핵무기와 전략핵무기는 그 위력과 쓰임새가 가장 큰 차이지만, 미국의 경우 아예 이를 관장하는 조직체계가 다르다. 전술핵무기의 경우 태평양사령부와 유럽사령부 등 각 지역사령부가 운용하지만, 전략핵무기는 대륙간탄도미사일부대를 지휘하에 둔 전략사령부(STRATCOM)가 전세계를 통틀어 관장한다. 전략사령부는 특수전사령부, 우주사령부 등과 함께 지역에 구애하지 않고 전세계를 통틀어 특정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창설된 4개 기능사령부 가운데 하나다.
냉전시기 SIOP 대체한 작계 8044 전략핵무기를 어떤 목표를 상대로, 언제,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사전에 설정해둔 관련 작전계획도 당연히 전략사령부가 마련해 국방부와 대통령에게 보고한다. ‘작계(OPLAN) 8044’로 알려진 이 전략핵무기 사용 작전계획은 냉전시기 구(舊) 소련을 주요대상으로 설정했던 전략핵 작전계획 SIOP(Single Integrated Operation Plan)를 대체한 것이다. 이 계획은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각각의 주요 국가가 이를 사용할 경우를 상정해 전략사령부가 어디에 배치돼 있는 어떤 전략핵무기를 어떤 방식으로 날려 보내 보복공격을 가할 것인지 시나리오별로 구성돼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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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대한 미국의 핵우산과 관련해 눈여겨볼 부분은 전략사령부가 작계 8044 제3개정판 작성과 관련해 2002년 10월 백악관 보고용으로 작성한 1급기밀(Top Secret) 문서다. FAS의 정보공개요청에 따라 총 123쪽의 브리핑 자료 가운데 26쪽이 공개된 이 문서는 중국과 러시아 등 핵 강국에 대한 보복 핵 공격 시나리오와 함께 ‘지역국가(regional state)’의 핵 사용을 설정하고 있다. 이렇게 작성된 작계 8044 제3개정판은 미 합참의장과 국방장관의 승인을 거쳐 2003년 3월1일자로 발효됐다. 앞서 살펴본 에너지부와 국방부 공동문서에도 등장한 지역국가라는 표현은 중국과 러시아 외에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한 중동과 동아시아의 군사강국을 의미한다. 해당 페이지의 많은 내용이 삭제됐지만, 문서는 지역국가 관련 부분에서 리비아의 지하 군사시설, 이라크의 스커드B 미사일과 함께 북한 대포동1 미사일의 발사장면을 포착한 이미지를 사용하고 있다. 이들 국가가 작계 8044의 구체적인 타격대상을 설정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다시 말해 작계 8044는 북한이 미국이나 동맹국에 대량살상무기를 사용하는 경우의 시나리오를 만들고 이에 전략핵을 사용한 핵우산 보복공격을 가하는 구체적인 방안을 규정하고 있다는 뜻이다. 문서는 구체적인 전략핵 투사방식으로 B-2, B-52H 장거리 폭격기와 트라이덴트(Trident) 1, 2 등 잠수함발사탄도탄(SLBM), 미니트맨3(Minuteman Ⅲ)와 피스키퍼(Peacekeeper) 등 대륙간탄도탄(ICBM)을 모두 열거하고 있다. 이들 세 종류 무기체계는 냉전시기 미국이 소련에 대항해 구축해놓은 이른바 ‘3원체제(Triad)’의 구성요소다. 다시 말해 북한 등 우려국가에 대한 전략핵 공격의 범주가 ‘새로운 3원체제’를 모두 포함하는 수준인 셈이다.
평양에 전략핵이 사용된다면 전문용어로 써놓으면 다소 복잡해 보이지만, 그 의미는 명확하다. 앞서 설명한대로 전략핵무기란 단순히 전선(戰線)에서의 우세를 위해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핵심시설이나 국가지휘부, 군수산업단지 밀집지역을 완전히 초토화해 전쟁수행능력을 일거에 날려버리는 것을 말한다. 전략핵무기 사용 작계인 8044가 북한을 보복공격의 대상으로 설정했다는 사실은, 북한이 WMD를 사용할 경우 미국은 핵우산 차원에서 최대 300kt급 B61-7 등을 대륙간탄도탄이나 잠수함탑재탄도탄에 실어 발사해 평양을 단번에 초토화할 수 있도록 군사적인 준비를 마쳤다는 뜻이다. 이는 전술핵무기를 통한 보복 공격과는 사뭇 의미가 다르다. 전술핵 공격이 전선에 있는 북한군이나 후방의 작전지휘소 등을 주요 타깃으로 노린다면 전략핵 공격은 1945년 히로시마·나가사키 원폭 투하를 훨씬 능가하는 국가적 피해를 북한에 주게 된다. FAS가 사용하고 있는 핵폭발시 낙진 피해범위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에 300kt 급 핵폭탄이 평양에 투하되는 경우를 대입해 분석하면, 초속 6m 내외의 미풍이 부는 경우에도 사망률이 최대 90%에 이르는 치명적인 수준의 방사능 낙진 범위가 폭발지점 주변 10km에 달한다. 초속 10m 이상의 바람이 부는 경우에는 일상생활에 장애를 주는 정도의 방사능 낙진이 서울 지역까지 날아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전략핵 공격을 수행하는 주체가 한미 연합작계 5027을 통해 한반도 전면전 수행에 대비하는 한미연합사령부가 아니라 미군 전략사령부라는 점은 곱씹어볼 대목이다. 이러한 차이가 한국 정부의 견해나 입장이 북한에 대한 전략핵 보복공격에 반영될 여지를 매우 좁게 만들기 때문이다. 연합작계 5027의 경우 기본 콘셉트와 주요 공격목표, 작전 전개양상 등이 한국군 합동참모본부와 협의를 거쳐 완성되지만, 전략사령부의 작계 8044 작성과정에는 이러한 협의가 공식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전략핵으로 보복할 것인지 여부는 한미 최고통수권자 간의 정치적 협의대상이 될 수 있어도 구체적인 전략핵 작계의 내용에 관해서는 논의 채널이 없는 것이다.
철회된 선제공격 계획 핵우산은 기본적으로 보복공격 가능성을 그 핵심으로 삼는다. 상대가 때리면 우리는 더 세게 때리겠다는 것이 그 핵심이다. 그러나 그게 전부는 아니다.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상대가 때릴 ‘기미’가 보여도 먼저 때릴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왔고, 부시 행정부는 동맹국에 대한 핵우산을 포함해 이를 구체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살펴볼 것이 2003년 11월부터 전략사령부가 검토했던 개념계획(CONPLAN) 8022다. 8044와 달리 ‘적의 WMD 사용 징후가 확인됐을 때 이를 조기에 타격하는’ 내용을 담은 이 개념계획은 9·11 테러사건의 여파로 작성된 것으로 전해진다. 전세계 어느 지역에서든 이 같은 징후가 발견될 경우 미군 지역사령부가 아닌 전략사령부가 핵무기를 이용해 해당 WMD 기지를 신속하게 파괴한다는 ‘전지구적 타격(Global Strike)’이 이 개념계획의 핵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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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북한, 리비아, 시리아 등 우려국가들을 타깃으로 설정했던 개념계획8022는 2004년 7월 도널드 럼스펠드 당시 국방장관의 결재와 의회 보고까지 마치고 발효됐다. 이를 한반도 상황에 적용해보면, 휴전선 주변에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 상태에서 북한이 미국 영토나 서울을 향해 핵무기나 화학무기 등을 사용하려는 발사 준비작업에 돌입했을 때 위성사진이나 감청정보로 이를 확인한 미국 측은 전략사령부의 자산을 이용해 이들 발사시설이나 핵무기 기지를 파괴하는 개념이 된다. 그러나 이러한 개념계획 8022의 기본 콘셉트는 상대방이 미사일을 발사하기도 전에 단지 그 징후가 확인됐다는 이유로 재래식 무기도 아닌 핵 공격을 가한다는 점에서 국제법적 정당성이 없다는 비판이 강하게 제기됐다. 특히 이 무렵은 미국의 이른바 ‘선제공격(preemptive strike)’ 방침에 대해 유럽 등 각국에서 비난이 쏟아져 나오던 시점이었다. 이에 따라 결국 미 국방부와 전략사령부는 선제공격 개념의 실행계획에 해당하는 개념계획 8022를 완전 철회한 것으로 2007년 7월 최종 확인하기에 이른다. 이후 현재까지 미국이 선제공격을 포함하는 핵우산 관련 군사계획을 작성했다는 징후는 확인되지 않는다.
방어능력과 보복능력 지금까지 미국이 말하는 핵우산의 실체란 무엇인지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그러나 앞서 상정한 모든 경우가 보여주듯, 미국의 핵우산이 실질적으로 가동하는 경우란 한국 내에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피해가 발생한 경우를 의미한다. 작계 8044가 상정하고 있는 전략핵무기의 위력이 아무리 강하다 해도, 일단 서울에서 벌어진 핵폭발을 돌이킬 수는 없다. 북한이 핵 사용을 결심하지 못하게 만드는 애초의 목표가 실패한 후라면 핵우산의 가동은 더 큰 인명피해를 부르는 것에 불과할 수도 있다. 이러한 딜레마는 냉전시기 핵 보복에 관해 연구해온 서방의 국제정치학자들에게는 숙명이나 다름없는 고민이었다. 이들의 결론이 그러했듯, 같은 의미에서 한국에도 북한 핵 문제의 해결은 핵우산이 얼마나 강력한지에 관계없는 지상명제일 수밖에 없다. 미국의 핵우산 관련 대비태세가 아무리 튼튼하다 해도 한국이 그저 안심하고 있을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핵우산은 방어능력이 아니라 보복능력일 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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