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전 각오 탄도탄 반격 外 대응수단 없어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우리 군은 서북도서방위사령부를 창설하고, 백령도와 연평도 등지에 K-9 자주포, K130 구룡 다련장 로켓, ARTHUR 대포병레이더 등을 증강 배치하는 등 북괴군의 포격 도발에 대한 대응 능력 향상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왔다.
연평도 포격 도발로부터 약 2년여 시간이 지난 지금, 김정은은 서북도서 최전선 부대와 포병부대들을 잇따라 방문하며 이 지역에서의 긴장을 다시 고조시키고 있다. 이번에는 또 무엇일까?
수도권 포격용 장사정포 이동배치
지난
11일 북한 관영 매체들은 김정은이 '제641군부대 관하 장거리 포병 구분대'를 시찰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김정은이 이날 시찰한 부대의 보도
사진들에서 나타난 이 부대의 화포는 북한명 '주체포', 한미연합사 식별부호 M1978 '곡산' 170mm
자행곡사포(자주곡사포)였다.
북한이 개발한 M1978은 T-54/55(또는 59식)의 차체에 장포신의 170mm 곡사포를 얹는
방식으로 개발되었는데, 차체에 비해 포탑이 지나치게 커서 차량의 전방과 후방이 바뀐 형태로 개발되었다. 즉, 조종수가 폐쇄기 밑에 앉아
'후진'을 밟아야 '전진'하는 형태로 만들었다는 것인데, 이러한 형태는 기동성이나 조종성이 형편없고, 좁은 차체로 자체 탄약 휴대도 불가능한
문제점이 있었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북한은 후일 VTT-323 장갑차를 개조해 전용 차대를 만든 개량형을 배치했는데
이것이 M1989 자행곡사포이다. 이 포는 기동성이 개선되었고, 넓어진 차체에 12발의 탄을 적재할 수도
있었다.
M1978/1989 자행곡사포는 일반 군단에 편제되지 않고, 중포병여단(重砲兵旅團)에 편제되어 운용되는데, 1개
중포병여단은 약 72문의 화포를 보유하고 있는데, 주로 제620포병군단과 강동포병군단 예하에 배속되어 전방에 추진 배치된 형태로 운용하고 있다.
수도권을 향해 배치된 수량은 약 150여 문으로 알려지고 있다.
제620포병군단과 강동포병군단은 최고사령부 직할의 전략예비대 성격을
가지고 있는데, 예하 전력 중 상당수는 전연군단에 복종변경되어 유사시 군포군의 일부로 공격준비사격에 동원되며, 수도권에 대한 집중 포격 임무와
함께 제2제대로 투입되는 기동부대에 대한 화력지원 임무도 수행하는 부대다.
문제는 이들 부대의 예하 전력으로써 임진강 하류에 위치한
평화리, 월정리 등지에 배치되어 있어야 할 170mm 장사정포가 백령도와 맞닿아 있는 황해남도 장연군 일대에서 모습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북한 당국이 김정은의 이동 시간대와
이로써 '제641군부대 관하 장거리포병구분대'의 위치를 가늠하는 것을 방지코자 현지시찰 사진 일부의 그림자와 태양의 위치 등을 조작하여
발표했지만, 사진 정밀 분석 결과 김정은이 11일 방문한 '제641군부대 관하 장거리 포병구분대'는 김정은이 오전에 월내도 방어대(좌표 :
38° 05' 75" N 124° 81' 72" E)를 방문하고 정오 시간대를 전후하여 방문했던 룡정양어장(좌표 : 38° 12' 41" N
125° 00' 24" E)으로부터 1시간 이내의 거리에 위치한 바위산으로 둘러쌓인 'ㄷ'자형 지형을 가진 곳에 주둔하고 있는 것이
확인되었다.
이 지역은 황해남도 장연군 시가지로부터 북쪽으로 약 6km 가량 떨어진 곳으로 백령도에 배치된 우리 군 K-9
포상으로부터 약 50km 가량 이격되어 있는 지역이다. 이들이 맡는 전연군단 일반지원과도 맞지 않고, 수도권 포격도 불가능한 위치에 이들 전력을
배치하고 김정은을 비롯한 주요 인사들이 집중적인 시찰을 벌이고 있다는 것은 차후 있을 도발에서 이들 부대에게 모종의 임무가 주어졌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연평도 포격 도발의 교훈 : "더 멀리서
쏴라"
지난
2010년 11월에 있었던 연평도 포격 도발 당시 일부 몰상식한 언론과 네티즌, 정치인들은 "연평도가 불바다가 되는데 해병대 K-9은 뭐
했느냐"며 당시 포격전을 수행했던 해병 제6여단 포중대를 비난했었다. 북한의 무차별 포격으로 군인과 민간인 피해가 속출했는데, 북한에 아무런
피해를 입히지 못했다는 것이 그것이다.
북한 역시 연평도 포격 도발에서 자신들의 피해가 없었다고 발표하며 당시
포격전을 자신들의 승리로 주장했지만, 실상은 정 반대였다.
당시 해병대 K-9 포중대는 불의의
기습을 받았고, 화포가 기능고장을 일으켰음에도 불구하고 침착하게 대응 사격을 실시, 카탈로그 데이터에 나온 것보다 더욱 정확한 정밀도로 적
진지를 포격했다.
당시 해병대는 약 17km의 사거리에서 불과 260여 미터에 불과한 탄착군을 형성하며 적 포대를 포격했는데, 당시
조사 결과 해병대에 차후 수정에 필요한 '눈', 즉 정찰자산이 주어지고 차후 수정 후 효력사가 이루어졌다면 적 방사포대는 전멸했을 것이라는
결과가 도출된 바 있었다.
실제로 지난 2011년 귀순한 前 국가안전보위부 고위 간부의 증언에 따르면 당시 00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00명이 전사하여 관련자들이 줄줄이 철칙(보직해임) 당하거나 처형당했다. 패전의 책임을 혹독하게 물었던 것이다.
연평도
포격전 이후 북한은 자신들이 보유한 화포의 심각한 노후화에 따른 포구확장 문제, 장약 노후화 등의 문제 등으로 정밀한 포격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이 때문에 상호 포격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의 포격전은 한국군에게 크게 밀린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지했다. 즉, 앞으로 는 지난 연평도 포격전과
같은 형태의 도발은 시도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문제는 김정은이 '포병'이라는 것이다. 김정은은 김일성종합대학 재학 중 리영호
前 총참모장으로부터 포병학에 대한 개인 과외를 받았고, 북한은 김정은은 포병전술에 있어서 천재적 두각을 나타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평도
포격도발을 배후에서 조종했으면서, 포격전이 패배하자 그 책임을 물어 김격식을 해임하고 강등시켰다는 설도 있다.
그렇다. 김정은은
'포병'이다. 북한이 제1차 연평해전의 참패를 설욕하고자 와신상담하다가 제2차 연평해전을 일으켰듯이 북한은 지난 연평도 포격전의 패배를 설욕하고
다시금 김정은의 군사적 천재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또다시 포병으로 도발해 올 것이다.
북한군은 기존의 해안포병들이 보유한 화포들은
포격 도발을 자행할 경우 아군 K-9으로부터 반격탄을 얻어 맞을 것이기 때문에 우리 군이 대응 사격을 할 수 없을만큼 먼 곳에서 포격을 날리는
방안을 생각했을 것이다. 또한 미사일보다는 정치적 부담이 덜한 재래식 포병 전력으로 백령도를 때릴 방법을 강구해야 했는데, 이러한 고민은
황해남도 장연군 일대에 사거리 54km의 M1978/1989를 배치하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이미
김정은이 여러차례 직접 포병 부대를 시찰하며 내부적으로 대대적인 '선전'을 벌여놓은만큼 주민들에게 김정은의 군사적 천재성을 보여줄만한 무엇인가를
'화끈하게' 보여주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명분'도 확실하다. 북한은 NLL의 합법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대외적으로
자국의 영해에 대한 한국군의 도발에 대한 정당한 자위권 행사를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연군 일대에 배치된
M1978/1989가 45~50km 거리에서 포격을 개시할 경우 백령도에 배치된 아군 K-9은 이들을 제압할 재간이 없다. K307 HEBB탄과
K676 모듈장약을 사용해도 최대사거리가 40.6km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일부 네티즌들은 "K315 HEBB RAP 복합추진탄이 배치되어
K-9 역시 54km의 사거리를 보유했기 때문에 원거리 포격전은 문제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K-9을 운용하고 있는 대화력전 TF대대
사격지휘장교, 사격제원통제관들에게 설문 결과 야전 포병부대들은 이 탄의 존재 자체도 모르고 있었다.
여기에 대해 또 일부는 "즉각
포탄을 공급하면 해결된다"고 주장하지만, 신형 포탄의 사격을 위해서는 사표 작성 및 배부, BTCS 데이터 업데이트 등, 추가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실사격이 먼저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하루 이틀 안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즉, 현재로서는 북한이 백령도 일대에
M1978/1989 자행곡사포를 동원해 포격을 가해 올 경우 일대에 배치된 아군 포병 전력으로는 대응 사격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군 전력으로 타격? "어림 없는
소리"
황해남도 장연군 일대에 M1978이 배치되었고, 이를 동원해 백령도를 포격할 경우 반격할 수단이
없다는 본회의 경고를 모 언론기자를 통해 접한 국방부 관계자 5명(모두 육군)은 "어림 없는 소리"라며 "전혀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이들은 "곡산포는 78년도에 만들어진 똥포다. 명중률도 형편없고 성능도 떨어져 위협이 되지 않는다"면서 "그렇게 문제가
된다면 공군 전력이 타격하면 된다. 한미연합자산이 가동 중이고 도발하면 쑥대밭을 만든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문제되지 않는다"는 태도를
보였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그 '똥포'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대화력전 수행 능력을 강화한답시고 수십조원을 퍼부어가며 '포병 강국
건설 프로젝트'에 매진하고 있는지 되묻고 싶었고, 3년전 그 '똥포'보다 못한 2차 대전 때 쓰던 76밀리포가 연평도를 불바다로 만들었던 사실은
벌써 잊고 있는건지 묻고 싶었다.
지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적이 장연군
일대의 장사정포로 포격을 가해 올 경우 백령도에서 포병화력을 통한 반격은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해서 공군 전력이 '도발원점'을 타격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우리 공군기가 작전 가능한 NLL 상공에서 장연군 일대의 적 포병진지까지 너무 멀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 2011년부터 황해남도 일대에 SA-2/5 지대공 미사일을 전진 배치하기 시작했다. 옹진군과 강령군, 장연군 등 해안에 위치한 지역과
해안선으로부터 10~30km 지역까지 SA-2 지대공 미사일의 사정권에 포함되며, SA-5가 황해남도에 배치될 경우 그 사정권은 격렬비열도
인근까지 확대된다. 그러나 이들 미사일은 구형이기 때문에 간단한 재밍 만으로도 회피가 용이하여 큰 위협은 되지 않는다.
문제는
북한이 황해남도 지역에 KN-06 지대공 미사일을 배치했을 경우다. KN-06은 러시아의 S-300의 카피판인 중국제 HQ-9(수출형
FT2000)의 변형이거나 해당 기술이 적용된 이란의 장거리 지대공 미사일의 파생형일 것으로 보인다. KN-06이 S-300을 응용해 개발된
미사일일 경우 사거리는 100~110km, 명중률 등의 전반적인 성능은 패트리어트 체계에 버금갈 것으로 추정된다. 즉, NLL 일대에서 아군
항공기의 활동이 대단히 위축될 수밖에 없다.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공군은 F-15K(SLAM ER+JDAM)와
KF-16(JDAM)의 전력을 상시 대기 시키며 긴급 상황에 대기하고 있는데, 문제는 사거리 24km에 불과한 JDAM을 투발하기 위해서는
적의 방공망을 뚫고 옹진군 이북까지 진출해야 한다. 앞서 언급했던 국방부 관계자는 "전투기 격추돼도 원점은 타격한다"고 주장했다. F-15K
1대면 K-9 자주포 1개 대대분을 구입할 수 있다는 사실은 잘 모르는 것 같았다.
미사일을 이용한 타격도 불가능하다.
SLAM-ER이나 해군의 함대지 순항 미사일은 기본적으로 '아음속'이다. 황해남도 일대에 수천문이 깔려있는 적의 대공포와 단거리 지대공 미사일이
저공을 저속으로 날아가는 이들 미사일을 요격하지 못할 것이라는 기대는 넌센스에 가깝다.
포격전을 벌여 백령도가 불바다가 되고,
도발을 한 M1978 포대를 제압하려 투입됐던 전투기까지 격추한다면 그깟 장사정포 1~2개 포대 궤멸해도 북한으로서는 '남는 장사'다. 더군다나
추락한 전투기 잔해를 가지고 '남조선 괴뢰가 공화국 영토를 침범해왔다'고 선전하며 체제 결속을 다지기에도 용이하다.
마지막으로 그
'관계자'가 언급한 것이 ATACMS다. 서북도서에는 ATACMS가 배치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장연군 일대를 타격하기 위해서는 충청 지역에
배치된 부대에서 ATACMS Block IA를 발사해야 한다. 북한 영토로 탄도 미사일 공격을 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자칫 잘못하면 북한의
탄도탄 반격이나 우발적 확전을 불러올 수 있어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기 때문에 쉽게 꺼낼 수 없는 카드다.
정리하자면 장연군 일대의
장사정 포병이 백령도를 포격할 경우 탄도탄을 제외한 재래식 전력으로는 대응할 수단이 마땅하지 않으며, 반격을 가한다 하더라도 이후 상황 전개가
북한 정권에 유리하게 흘러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해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이어
지난달 제3차 핵실험까지 국가적 이벤트를 성공적으로 벌여왔고, 이로 인해 악화된 국제정세를 불안정한 국내정치 안정화에 이용하고 있다. 김정은의
업적과 지도자로서의 천재성을 내부적으로 과시하고, 전쟁 분위기를 고조시켜 주민들을 결속시키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정은이 포병 부대를 수 차례 방문하여 온갖 도발적 언사를 섞어 전쟁 분위기를 고취시켜놓은 만큼 북한은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주민들에게
전쟁을 공언해 놓은 마당에 여기서 도발을 포기하면 김정은이 정치적으로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역시 '안보'를
강조하며 출범한 박근혜 정부였기에 북한의 도발에 강경하게 나갈 수밖에 없었고, 이러한 강경 정책들이 충돌할 경우 대규모 무력 충돌과 인명ㆍ재산
피해가 불가피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북한이 '장연군 170mm 장사정포 이동 배치 카드'를 꺼내든 것은 이러한 물밑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에 올라서기 위한 북한의 사전 포석으로 해석된다. 현재로서는 한국측이 꺼낼 수 있는 마땅한 대응 카드가 마땅치 않고, 우연인지
필연인지 야당의 발목 잡기로 인해 박근혜 정부의 안보 정책 컨트롤 타워가 한달 넘게 공석인 것도 북한으로서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었을 것이다.
과연 김정은이 내민 '장군'에 안보정책 컨트롤 타워가 없는 박근혜 정부가 과연 어떤 '멍군'을 꺼내들 수 있을지 향후 전개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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