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전력증강 사업 '싹둑'
미 의회가 연방정부 예산 자동 삭감, 이른바 Sequester 발효를 이틀 앞두고 아직까지 이를 회피할 수 있는 방안에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천문학적 규모의 국방예산 삭감 가능성 현실와에 따른 한반도 및 동북아시아 안보 공백 사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美 최대의 군함건조사인 Newport news의 잠수함 건조창에서 시퀘스터의 문제점을 이야기하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
Barack Obama 대통령 행정부는 美 의회가 28일까지 균형 예산 달성을 위한 Sequester 회피 방안에 합의하지 못할 경우 3월 1일부터 2013회계연도가 끝나는 9월 30일까지 7개월간 850억 달러(약 92조원)의 지출을 무조건 줄여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표면적으로는 예산 절감이지만 실제로는 연방 부처 및 기관의 예산의 일부분을 강제로 몰수하는 것으로 그 주요 타겟은 역시 국방부다.
예산통제법(Budget Control Act)에 따라 국방예산에서는 460억 달러(약 50조 2천억원)이 삭감될 예정인데, 미 국방부는 군인 급여를 제외한 모든 항목을 삭감할 예정이며, 작전능력목표(OCO : Operational Capability Objective) 향상 예산, 즉 전력 증강 예산 역시 대규모 삭감을 단행할 예정이다.
이런 식으로 미 국방부는 2014회계연도(2013. 10. 1 ~ 2014. 9. 30)부터 2021회계연도까지 매년 500~550억 달러 규모의 예산을 삭감할 예정인데, 이 같은 막대한 예산 감축이 불러올 후폭풍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먼저 미 육군은 약 8만명의 병력을 감축하고, 신규 채용을 동결하며, 비정규직으로 고용된 군무원 3,100명을 임시 해고하는 등 병력 규모 감축을 추진한다. 또한 아프가니스탄 전투 병력을 제외한 지상군 80%에 대한 훈련을 대폭 축소하고, 주둔지 및 해외 기지 수리비도 70% 삭감하며, 신규 장비 구매도 대폭 줄일 예정이다. 특히 지난해 미군은 '허리 둘레가 전투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약 1,600여명을 해고하기도 했다
전력 증강 부분에서는 M2/3 보병전투장갑차를 대체할 차세대 신형 지상전투차량(GCV : Ground Combat Vehicle) 도입 사업이 휘청거리고 있다. 미 육군은 신형 GCV 1904대를 도입하는데 약 320억 달러를 책정해 놓고 있는데 이 사업은 의회와 언론의 질타를 받으며 폐기ㆍ축소 압력을 받고 있어 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해군 역시 계획된 건함 계획을 대폭 수정해 차세대 항공모함 전력화 일정을 조정하고, 신규 함정 및 항공기 구매를 줄이며, 페르시아만에 파견된 항공모함을 1척으로 줄이고 함재기 비행 시간도 절반 이하로 줄였다. 미 해군 해상 전력의 핵심인 차세대 항공모함 건조는 중단됐고, 오버홀 중인 항공모함은 수리 작업이 중단됐으며, 현재 민간 조선소에서 정비를 받을 예정이었던 군함 25척의 정비 계획도 취소됐다.
또한 현재 건조가 진행 중인 연안전투함(LCS : Littoral Combat Ship) 역시 당초에는 저가의 다목적 연안 초계정으로 계획되었지만 현재는 척당 건조비가 어지간한 중소국의 주력 전투함과 맞먹는 4억 4천만 달러까지 치솟았으며, 총사업비용도 80억 달러 이상으로 불어났다.
해병대는 2만여 명의 병력을 삭감하고, 아프가니스탄 등 최전방에 전개된 병력을 제외하고 일반 병력의 전투 준비태세를 대폭 낮출 예정이다. 특히 태평양 등지에서의 경계 작전 등을 3분의 1 수준까지 축소할 예정이다.
공군은 F-35 등 신규 장비 구매 사업을 조정하고, 비행 시간을 대폭 축소했으며, 정비 예정 항공기 327대의 정비 계획을 취소하고, 심지어 에어쇼 비행 지원도 중단했다.
특히 최근 의회와 언론으로부터 엄청난 비난을 받고 있는 F-35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전면적인 손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당초 F-35는 2443대 도입 비용으로 약 2,330억원이 예상되었지만, 현재는 3,957억 달러로 크게 증가해 사업 자체의 재검토 논의도 오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 밖에 최근 말리 사태 등으로 주목받고 있는 아프리카 지역에 전투함과 항공기를 증파한다는 계획은 백지화됐고, 콜롬비아 마약 단속 임무를 증원할 예정이었던 초계 전력 배치 역시 당초 계획이었던 6척에서 1척으로 줄어드는 등 한때 '럭셔리의 상징'과도 같은 미군이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기 시작했다.
급격한 예산 감축에 미군은 휘청거리고 있다. 미 국방부 관계자들은 "이렇게 예산이 깎이면 임무 수행 능력 저하로 대비태세가 위험해지고 2,500여개 투자 사업의 상당수가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우려했고, Raymond T. Odierno 육군참모총장 역시 "2013회계연도 국방비 감축이 이미 태평양군사령부 전력을 크게 약화시키고 있으며 향후 몇 년간 태평양 지역에서의 군사 운용 능력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특히 Odierno 총장은 2011년 11월 하원 군사위 청문회에서 "대규모 국방비 삭감은 미군에 재앙적인 일이 될 것"이라고 막대한 규모의 국방예산 삭감에 반대의 뜻을 밝혔고, Leon Panetta 국방장관 역시 "국방비 삭감으로 승조원 없는 군함, 실탄 없는 여단, 숙련된 파일럿 없는 비행단이 되고 미군은 종이 호랑이가 될 것"이라며 "사기 저하와 준비태세 미흡은 적의 침공을 자초한다"라며 미 의회와 행정부의 거센 국방비 삭감 압력에 강경하게 반대 입장을 밝혔다.
실제로 미군은 늘어가는 재정적자와 지난 이라크ㆍ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의 막대한 전비 지출 압박으로 인해 안팎으로 적지않은 곤란을 겪어 왔는데 이번 시퀘스터로 인해 국방비 삭감이 현실화될 경우 주요 전력 증강 사업이 치명타를 입고 좌초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러한 예산 삭감으로 유사시에 대비한 즉각 가용 전력이 급감한다는 점과, 미군이 추진하고 있던 주요 전력 증강 사업의 상당 부분이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에서의 군사적 재균형(rebalance)를 맞추기 위한 것이었다는 점이다.
韓, 방위비 증액 압박 커져
먼저 유사시 대비 즉각 가용 전력의 급감 문제는 우리나라의 안보와 직결되는 심각한 문제이다. 미국은 시차별전개제원(TPFDD : Time Phased Forces Deployment Data)에 맞춰 한반도 유사시 최대 69만명의 병력과 2,000여대의 전술기, 160여 척의 함정을 파견하겠다고 약속하고 있으나, 이것의 실현 가능성이 급격히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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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17 수송기로부터 긴급 전개되는 스트라이커 장갑차. 이러한 긴급 증원 전력조차 줄어들고 있다.>
먼저, 가용 병력이 없다. 2010년 TPFDD에서 미국이 밝힌 69만 병력, 2,000대 전술기, 160여 척의 함정은 미 해군 전력의 40%, 미 공군 전력의 50% 이상, 미 해병대 전체 전력의 70%에 육박하는 막대한 전력이다. 미국이 한반도 방위를 위해 자국 본토 방어와 핵심적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중동을 포기하고 사실상 가용한 모든 전력을 동원해 줄 것이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일뿐더러, 보유 전력의 100%가 전투 대기 상태에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경제연구원 이춘근 박사와 국방대학교 합동참모대학 권혁철 박사는 지난해 발표한 『미 신전략지침에 따른 지상군 능력 향상 방안』이라는 논문에서 유사시 미군이 한반도에 증원할 수 있는 최대 규모의 전력은 기껏해야 3~4개 사단 미만일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라크ㆍ아프가니스탄 전쟁으로 인해 해외에 전개되었던 전력 위주로 10만여 명의 병력이 추가로 감축될 예정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2~3개 사단 정도만이 가용한 최대 병력일 것이다.
전술기 전력 역시 현재 보유하고 있는 4,000여대 가운데 본토 방공과 중동 지역 임무에 묶여 있는 전력을 제외하면 가용 전력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어 본토 방공 임무조차 캐나다 공군의 협조를 얻어 수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설상가상으로 차세대 전투기 프로그램인 F-35 개발이 7년 이상 지연되고, 비용도 1.5배 이상 상승해 도입 규모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에 한반도 유사시 대규모 항공기 지원은 기대하기 어렵다. 실제로 주일미군 항공전력은 지속적으로 감소를 거듭해 최근 10여년 사이 전투기 전력은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공군은 "전투기 숫자가 계속 줄어들어 Pre-ATO(Prepositioned Air Tasking Order : 기계획공중임무명령서) 작성이 힘들다"며 고충을 토로하고 있는데, 우리 군의 가용 전투기 숫자도 하한선을 넘어 곤두박칠치고 있는 상황에서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의 증원 항공전력마저 매년 감소하고 있어 현재도 임무수행이 곤란할만큼 심각한 수준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즉, 미 국방예산의 급격한 삭감은 한반도 유사시에 대비한 한미연합전력의 약화를 초래하고, 과거 미군 자산이 담당했던 억지력의 일부를 우리 군이 떠맡아야하는 상황을 초래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국방예산 증액이 불가피해진다는 것이다.
日, 기회 틈타 재군비ㆍ군국주의 가속화할 듯
또한 한반도 증원 전력 미국은 최근 급격한 군사력 확장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중국에 대한 우려를 감추지 않으면서, 중국이 미국의 서태평양 진출을 거부하기 위해 마련 중인 A2/AD(Anti-Access/ Area Denial) 전략에 맞서는 새로운 전략인 JOAC(Joint Operational Access Concept)을 구상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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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AC은 전혀 새로운 신형 무기체계들을 필요로 하지만, 대규모 예산 감축으로 인해 이러한 무기의 확보가 어려워졌다.>
3단계로 구상되고 있는 JOAC은 1단계에서 중국의 선제 공격을 피해 주일미군과 서태평양 미군 전력을 Guam과 Tinian으로 옮기고, 항모를 중국 대함 탄도 미사일 사거리 밖으로 이동시킨뒤 2단계에서 잠수함과 스텔스 함재기, 무인공격기 등을 이용, 중국의 레이더망과 방공시설, 탄도탄 전력과 우주 전력을 파괴하고, 이와 동시에 사이버 공격을 통해 중국의 중추신경을 마비시킨다. 마지막으로 3단계에서 모든 영역에서의 주도권을 탈환하고 원거리 봉쇄 작전을 수행하여 전쟁을 장기전으로 끌고 가 중국을 고사시킨다.
이 전략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주일미군과 괌 등에 배치된 서태평양 미군 군사시설에 대한 재정비와 함께 해군 항공대의 F-35, X-47 등의 항공 전력이 적기에 필요한 양만큼 전력화되어야 하고, Zumwalt급 구축함과 차기 항공모함, 신형 이지스 구축함의 전력화가 예정대로 진행되어야 한다.
또한 해상 봉쇄를 위한 Virginia급 공격용 원자력 잠수함 사업 역시 당초 계획대로 진행되어야 하며, 공군이 구상하고 있는 차세대 전략 폭격기와 위성 무기체계도 2020년 이전에는 사업이 본궤도에 올라야 한다.
물론 JOAC은 본토가 적의 공격으로부터 안전하다는 전제 하에 실행되기 때문에 MD(Missile Defense) 역시 조속히 완료되어야 하며, 대중국 봉쇄 작전을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지역내 동맹국들과의 적절한 역할 분담이 필수적이다.
문제는 현재 시퀘스터 발동 이후 삭감의 칼날이 들이닥칠 주요 사업들이 바로 JOAC을 구현하기 위한 핵심 무기체계 획득 사업들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다. 급격히 성장하는 중국의 도전으로부터 패권을 지키고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를 유지하는 것이 지상명제인데, 군사적 대응 수단을 마련할 재원이 없다면 미국이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은 하나뿐이다. 바로 이 지역의 핵심 동맹이자 중국과 이해관계 충돌을 빚고 있는 일본을 활용하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미 행정부 시퀘스터 발동에 의한 대규모 국방예산 삭감이 예고된 다음날, 일본 총리 직속 안보법제간담회의 Yanai Shunji 위원장은 "지금까지는 호주나 한국처럼 동맹국은 아니지만 관계가 매우 긴밀한 국가와도 해상교통로 방위 문제에서 협력할 수 없었지만, 집단적 자위권 행사라는 생각에서는 한국ㆍ호주와의 해상교통로 방위 협력은 당연한 얘기"라며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적용 대상에 한국과 호주도 포함된다는 발표를 내놓는다.
일본은 미국의 지지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재군비를 추진하며 미국으로부터 일정 부분 헤게모니를 넘겨 받아 지역 패권국으로서 대중국 견제의 선봉에 설 가능성이 농후하며, 실제로 최근 급격히 우경화되고 있는 일본 여론은 그것을 지지하고 있다.
대형 전투함과 잠수함을 속속 건조하며, 보유가 금지되었던 항모형 호위함을 도입하는가 하면, 공격용 무기로 분류된 순항 미사일 도입도 추진되고 있다. 선언하지 않았을 뿐이지 실질적으로 재군비에 들어간 것이다.
독자적 방위력 확보 위한 국방예산 증액 시급
미 정부 고위 관료들이 한국과의 외교 마찰이 발생할 때마다 가끔 불만섞인 어조로 자주 내뱉는 문장이 있다. "한국은 안보에 무임승차하려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대한민국은 국민소득 2만 달러와 세계 10대 경제대국 반열에 들어섰음에도 불구하고 GDP 대비 국방예산 지출 규모는 세계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며, 세계적으로 가장 안보 위협이 높은 고위험군 국가로 분류됨에도 불구하고 국방예산은 분쟁국 평균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만 지출하고 있다.
현대전에 필요한 핵심 정보자산, 즉 고성능 정찰위성이나 정찰기는 물론, 전략적 억지력 구현을 위한 항공전력과 해상 전력까지도 가치에 비해 대단히 적은 방위비분담금만 내고 미군의 자산을 활용하고 있으니 안보 무임승차도 이 정도면 대단히 심각한 수준이다.
이제 우리가 무임승차를 해 왔던 미국이 짐을 내려놓고 한발짝 뒤로 물러서려는 조짐이 보이고 있다. 그 뒤에서는 지난 5,000여년간 정권이 바뀔 때마다 한반도를 침략했던 중국과, 4년에 한번꼴로 침략하며 한민족에 대한 약탈을 업(業)으로 삼아왔던 해적들의 후손인 일본이 동북아 패권과 경제적 이익을 놓고 한반도를 향해 칼을 갈며 다가오고 있다.
주변의 군사적 위협은 차치하더라도 우리나라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이자 자국민 300만 이상을 굶겨 죽이며 전쟁 놀음에 혈안이 된 미치광이 집단과 60년 넘게 대치하고 있으면서 그동안 세계최강대국과의 동맹이라는 점을 활용해 우리 스스로를 지킬 힘을 갖추는데 너무도 소홀했고, 특히 냉전이 끝난 이후에는 스스로를 지킬 최소한의 힘을 갖추는 것조차도 북한과 주변국에 자극이 될까 우려하며 군비 증강을 죄악시하는 분위기마저 형성됐다.
지금 시작해도 늦다. 삼천리 금수강산이 외적에 의해 980회 이상 짓밟혀왔고, '화냥년'과 '위안부'의 치욕적인 과거가 그리 오래 전 일이 아니라는 점을 상기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