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史관련

“2025년에도 전쟁은 계속되고 또 일어날 수 있다”

醉月 2024. 5. 21. 11:07

워랩, 두 번째 북 토크… 《보이지 않는 군대》 역자 조상근 박사 진행

 이경훈  월간조선 기자

사진=워랩

국내 유일 전쟁/군사 전문 독립서점인 ‘워랩(War Lab, 대표 천종웅, 서울시 용산구, www.warlabkorea.com)’이 지난 4월 26일 책 《보이지 않는 군대》(Invisible Armies)를 주제로 두 번째 북 토크(Book talk)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현역‧예비역 장성, 군 간부, 병사, 일반인 등 약 20명이 참가했다. 

 

 

《보이지 않는 군대》는 군사사학자이자 외교정책 분석가인 맥스 부트(Max Boot)가 2013년에 낸 책이다. 고대부터 현재까지 5000년 동안 게릴라전, 테러, 반란‧대(對)반란전이 어떻게 발전했는지, 비정규군이 정규군을 어떻게 상대해 왔는지를 ‘12가지 틀’로 정리한다.

 

한국에서는 카이스트 국가미래전략 정책연구소 조상근 연구교수(육군대학 명예교수, 육사 56기)와 문상준 육군 중령이 이 책을 2023년 한국어로 번역했다.

 

이날 북토크 강연자인 조상근 박사는 육군 대대급 이하 소부대 전술을 주로 연구한다.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6‧25 전쟁사(석사)와 베트남전쟁사(박사)를 전공했다. 드론, 로봇 등 신기술을 군에 적용하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육군 보병의 대대(大隊, battalion)급 부대(지휘관 중령급)는 독립 작전을 할 수 있는 최소 단위다. 기본 전술 단위부대(Basic tactical unit)라고도 한다. 보병을 ‘창’으로 비유하면 대대급 이하 부대는 ‘창끝’에 해당한다.

 

조 박사는 “2020년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전쟁, 2021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2023년 이스라엘-하마스 분쟁 등 2020년부터 매년 전쟁이 일어나 진행 중”이라며 “이런 추세를 봤을 때 2025년에도 전쟁이 날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했다.

 

최근 전쟁, 모든 수단 동원하는 배합전

 

이어 “최근 전쟁은 정규군끼리 싸우는 전통적인 정규전이 아닌, 북한 등 공산권에서 주로 쓰는 ‘배합전(Composite Warfare)’ 양상을 띠고 있다. 비정규전과 정규전이 혼재돼 있다”고 했다.

 

‘과거의 배합전’이 ‘(지‧해‧공) 군사적 수단의 통합 활용’이었다면 현대의 배합전은 ▲목표(공산 혁명 등)를 달성하기 위해 그 수단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는 의미인 ‘초한전(超限戰, Unrestricted Warfare, 중국)’ ▲군사적/비군사적 수단을 모두 동원하는 ‘하이브리드전(Hybrid Warfare, 러시아)’과 같은 개념이다.

 

조상근 박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배합전 성격을 띠고 있다고 했다. 러시아는 국면마다 수단을 달리하며 단계적으로 전쟁을 벌였다. 러시아에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는 ‘인지전(認知戰·Cognitive Warfare)’이 전쟁의 첫 단계였다.

 

“러시아의 2022년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은 ‘하이브리드전’에 근거해 단계별로 진행됐다. 2008년 벌어진 러시아-조지아 침공 사례처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2014년 크림반도 합병에서 출발한다. 러시아는 전면전에 앞서 정보기관을 활용해 우크라이나 현지 정치인 매수, 거짓 정보에 기반한 여론전 등 비군사적(비정규전) 수단을 동원했다. 자국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한 뒤 2022년 2월 군사력을 동원했다. 전면전에 앞서 벌어진 일련의 과정을 우크라이나는 전쟁으로 인식하지 못 했다.”

 

“인지전과 정보심리전 명확히 구분해야”

 

조상근 박사는 “‘인지전’과 ‘정보심리전(Information & Psychological Warfare)’을 명확히 구분해 사용해야 한다”며 “적(敵)이 아군을 상대로 펴는 정보심리전을 인지전이라고 표현해선 안 된다”고 했다.

 

인지전은 사실(fact, 백색 정보)에 기반해 자국민, 동맹국, 국제사회, 적국 등을 대상으로 한다. 자국에 유리한 상황을 조성하는 게 목적이다. 정보심리전은 적대 세력을 상대하기 위해 적국‧국제사회에 백색, 흑색, 회색 정보를 모두 사용한다. 아군이나 자국민, 동맹국에 써서는 안 된다. 적국의 의사결정 혼선과 저항 의지를 무력화해 전황을 유리한 국면으로 이끌기 위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군대》에 담은 12가지 교훈

 

《보이지 않는 군대》는 64개 전쟁(전투) 사례를 분석해 12가지 교훈을 도출했다.

 

▲게릴라전은 유사 이래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효과가 큰 전쟁의 형태였다 ▲게릴라전은 ‘동양의 전쟁 방식’이 아닌 약자의 보편적인 전쟁 방식이다 ▲1945년 이후로 반란군의 성공 확률은 높아졌다 ▲게릴라전은 과소평가 되기도 하고 과대평가 되기도 했다 ▲지난 200년간 게릴라전에서 가장 눈에 띄는 발전은 바로 여론 조성이다 ▲정규전 전술은 비정규전 위협에 효과가 없다 ▲적어도 외국에서 대규모 테러를 자행하고 성공한 반란군은 거의 없다 ▲주민 중심의 대반란전은 종종 성공하는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만큼 즉시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정당성 확립은 대반란전의 성공을 위해 아주 중요하지만, 현대에는 외국의 단체나 정부가 달성하기 어렵다 ▲반란은 대부분 오래 지속되며 신속하게 승리를 달성하려는 시도는 역효과를 낳는다 ▲게릴라는 외부의 지원을 받으며 작전할 때, 특히 정규군 부대와 함께 작전할 때 가장 효과적이다 ▲정규전처럼 게릴라전에서도 과학기술이 중요해지고 있다

 

조상근 박사는 “게릴라전, 비정규전을 두고 중국, 동양의 사상에 영향을 받았다고 강조하지만 게릴라전은 성경에도 많이 나왔다”며 “약자가 강자를 상대할 때 쓰는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다”며 “저자 역시 게릴라전은 동양의 전매특허가 아니라고 분석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게릴라가 정규군을 상대로 효과적으로 싸울 수 있었던 이유는 ‘안방의 이점’, ‘현지인과의 결탁’ 때문”이라며 초대 주베트남 한국군사령관인 채명신 장군의 경험을 소개했다.

 

“채명신 장군은 (베트남전에서 베트콩과 주민의 관계를) ‘수어지교(水魚之交)’라고 설명했습니다. ‘베트콩(Viet Cong)은 물고기, 주민(국민)은 물이다’. 물고기는 물에서 벗어나 살 수 없죠. 게릴라에게 주민은 정보원이자 보급원, 병력원입니다. 게릴라는 철저히 주민에게 기생하며 정보, 물자, 병력을 빼냈죠. 여기에 지형에 대한 이점까지 있습니다. 이 때문에 채 장군은 ‘게릴라와 싸워 이기려면 물과 물고기를 분리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조상근 박사는 당시 주베트남한국군이 현지인의 민심을 얻기 위해 민사 작전에 힘썼다고 했다. 미군이 주민에게 쌀을 포대 자루째로 던져줬다면 한국군은 손을 잡아가며 한 바가지씩 정성스럽게 퍼줬다는 것이다. 특별한 정보를 얻기 위해 화장품을 주며 현지인의 마음을 얻는 작전을 폈다고 한다.

 

1945년 이후 반란 성공률 높아진 이유

 

조 박사는 1945년 이후 반란군, 비정규군의 성공 확률은 높아진 이유로 여론을 들었다.

 

“과거에는 게릴라 세력이 외부 침입에 맞서 정치적 정당성을 자국 내에서만 확보하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1945년 이후에는 외부 세계와 연계해 여론전을 펴 정규군의 잔혹함이나 윤리 문제를 국제 사회에 알리고 자신을 약자로 포장해 동정심을 유발했습니다. 일종의 인지전, 정보심리전입니다. (정규군의 활동이 지속되기 위해선) 군수와 예산 지원이 중요한데, 비정규군, 게릴라가 퍼뜨리는 가짜뉴스 때문에 여론전에 밀려 전쟁을 계속할 수 없게 된 것입니다. 우리도 유사시 다양한 영역(전장, 사이버 등)에서 벌어질 정보심리전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조 박사는 “정규군은 현지에서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성과를 빨리 내야 하는, 빨리 내고자 하는’ 한계가 있다”며 “반란은 대부분 오래 지속되기에 정규군의 신속하게 승리를 달성하려는 시도가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반란의 종류를 ‘짧은 시간에 전면적인 성과를 내고자 하는 반란’과 ‘소규모 분쟁으로 오랜 시간을 거치며 세력 확장을 추구하는 반란’을 나눈다면, (친이란 성향) 예멘 후티 반군은 후자에 속한다”고 했다.

 

또 “대반란군이 반란군을 물리치기 위해서는 반란군과 직접 맞서기보다는 민심 확보 등 다른 접근 방식을 취해야 한다. ‘롱 텀(long term) 프로젝트’로 교육, 행정, 보건의료 분야를 지원해 현지에 지원 세력을 늘려야 한다”면서도 “현지 주민이 중심이 돼 게릴라에 맞서는 ‘대반란전’이 성공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효과가 크진 않다”고 했다.

 

민족주의, 게릴라·테러리스트에게 동기 부여

 

책은 게릴라와 테러리스트에게 동기 부여를 주는 이데올로기는 민족주의라고 말한다.

 

조상근 박사는 “대반란전에서는 정당성을 확보하는 게 아주 중요하다”면서도 “외국 정부나 단체가 정당성을 갖는 것은 어렵기에 (외부에서는) 현지 대반란 세력을 지원하는 ‘안보지원군’ 형식으로 개입한다”고 했다. 

 

이어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이 탈레반에 맞서 대반란전을 수행할 현지 세력을 정규군 형태로 편성했다. 하지만 유목 생활을 하는 현지 사정을 고려해 아프가니스탄군을 특수전 부대 형태로 육성했다면 탈레반을 상대로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책은 게릴라가 외부 지원을 받거나 정규군 부대와 함께 작전할 때 가장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그 사례로 ▲미국 독립전쟁 당시 영국에 대항한 프랑스군(정규군)과 이에 협력한 미국 독립군(반란군) ▲프랑스 나폴레옹에 대항한 웰링턴(영국, 외부 세력)과 이에 협력한 스페인 게레로(비정규군) ▲제1차세계대전 당시 오스만제국을 붕괴하는 데 기여한 알렌비(영국), 아랍 반군(게릴라)을 조직한 로렌스(영국)가 있다.

 

저자 맥스 부트는 외부 세력의 지원이 게릴라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외국의 지원을 과장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아일랜드 독립전쟁을 벌인 마이클 콜린스 사례처럼 외부 지원이 없어도 승리할 수 있고 그 반대 사례(이라크 알카에다, 팔레스타인해방인민전선)도 있기 때문이다.

 

중국, 러시아, 이란 등 권위주의 국가 간의 가치 사슬

 

조상근 박사는 중국, 러시아, 이란 등 권위주의 국가끼리 가치 사슬(VC)을 맺어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민주 진영의 힘을 분산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권위주의 국가는 과학 기술에 기반한 무기체계를 비정규군, 게릴라, 테러 세력에 전파해 관련 기술이 보편화되도록 한다고 했다. 

 

맥스 부트는 책에서 “과학기술을 활용한 저강도 분쟁으로 인해 더 큰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고 했다.

 

조 박사는 중국이 대만 침공을 주저하는 이유를 ‘권위주의 국가 간의 상호 연결성’으로 설명했다. 권위주의 국가마다 일종의 역할이 있기에 진행 중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선결되지 않고서는 새로운 전쟁을 치르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홍해 사태 등도 미국의 힘을 분산시키기 위한 권위주의 국가 집단의 전략이라고 말했다.

 

이란이 개발해 수출하는 자폭 드론. 사진=이란 국방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