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당 낮추는 ‘바다 국수’ 꼬시래기
항산화 효과 뛰어난 생강나무
◇ 꼬시래기
20년 전 어느 날, 귀가 중이던 강영두(79) 씨는 운전하던 차가 한쪽으로 자꾸만 쏠리는 기이한 경험을 했다. 보름 전에 잰 강씨의 혈당수치는 300~400(정상수치 70~110)mg/dℓ을 넘나드는 위험한 수준이었다. 몸이 좀 피로하긴 했지만 생활하는 데에는 큰 지장이 없었기에 그리 심각한 일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때 바로 병원에 갔었다면 지금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텐데….”
아직도 그날만 생각하면 후회스럽다는 강씨. 과연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뇌경색에 이은 실명
일주일 뒤, 잠자리에서 일어난 강씨는 갑자기 찾아온 극심한 어지럼증에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구급차로 실려 가는 동안 강씨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말은 머리에서만 맴돌 뿐 입 밖으로는 도무지 알 수 없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당뇨 합병증인 뇌경색. 이후 강씨의 삶은 송두리째 흔들렸다.
전남 장흥에 살던 강씨는 서울의 병원으로 옮겨와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혼자서는 걸을 수도 없고, 알아들을 수 없는 말만 되뇌는 날이 늘어만 갔다. 그런 강씨의 재활을 위해 아내와 자녀들이 직접 나섰다. 강씨의 마비된 왼쪽 팔을 고무줄로 묶어 억지로 끌고 다녔다. 마비된 팔도 펴지고, 스스로 걸을 수 있도록 한 가족들의 고육지책이었다.
또한 강씨가 말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매일 산에 올라 아내와 손자의 이름을 500번씩 부르도록 했다. 처음엔 그런 강씨를 이상하게 쳐다보던 등산객들도 사정을 알고 나서는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오며 가며 건네는 등산객들의 격려에 강씨는 더욱 힘이 났다. 그렇게 강씨는 신체와 언어장애를 조금씩 극복해나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3개월 동안의 병원 치료를 마치고 고향 집으로 돌아온 강씨는 오랜 세월 끊지 못한 술과 담배의 유혹에 다시 빠져들었다. 그렇게 3개월이 지난 어느 날, 강씨는 또다시 쓰러졌고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태로 악화된 뒤였다.
당뇨에 의한 2차 합병증. 뇌경색이 시신경을 건드려 실명했다는 것이 의사의 소견이었다. 그렇게 오른쪽 눈을 잃은 데 이어 양쪽 눈에 녹내장과 백내장이 함께 찾아왔다. 각막을 기증받기 위해 여기저기 알아봤지만 엄청난 수술비 때문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정말 내 인생은 끝났구나.’ 막막한 절망감이 강씨를 덮쳤다.
어머니와 외할아버지를 당뇨로 떠나보낸 강씨는 자신까지 당뇨 때문에 이렇게 고생하리라고는 상상조차 못했다. 병원에서는 혈당수치를 잘 유지해야 녹내장과 백내장이 더 심해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아내는 강씨의 건강을 위해 쌀밥 대신 보리밥과 현미밥을, 육류 대신 해산물을 밥상에 올렸다.
그즈음 우연히 라디오에서 당뇨에 도움 되는 음식으로 꼬시래기를 소개하는 것을 듣게 됐다. 꼬시래기는 늦봄부터 초여름까지 남도의 바다에서 서식하는 해조류. 강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근처 식당에 가서 꼬시래기를 맛보기로 했다. 오독오독 씹히는 맛이 제법 괜찮았다.
하늘이 내려준 ‘천초(天草)’
10년이 넘도록 징그럽게 따라붙던 당뇨를 음식으로 이겨보자고 결심한 그는 그때부터 매일 아내에게 부탁해 모든 음식에 조미료처럼 꼬시래기를 넣어 먹었다. 꼬시래기는 오래 끓이면 끈적끈적한 점액질이 나와 먹는 데 거부감이 들었다.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친 결과 약한 불에서 살짝만 데쳐야 먹기 좋은 식감이 나왔다. 꼬시래기 가루를 넣고 고추장을 담그기도 했다. 꼬시래기를 더 많이 먹기 위한 강씨의 아이디어였다.
한 달이 지난 후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혈당치를 검사했다. 결과는 130. 평균수치 300을 넘나들던 이전에 비하면 놀라운 변화였다. 아침, 저녁으로 하루 2번씩 먹던 당뇨약도 하루 1회로 줄이고, 심하던 변비도 꼬시래기를 먹고 난 뒤부터 많이 좋아졌다. 지난 5월 진료 때는 의사로부터 혈당 조절을 잘하고 있다는 칭찬을 들었다.
비록 한쪽 눈은 잃었지만, 꼬시래기와 함께라면 이제 당뇨도 두렵지 않다는 강씨는 조금 더 일찍 꼬시래기를 만나지 못한 게 아쉬울 뿐이란다.
“꼬시래기는 제 혈당을 조절해주고 녹내장과 백내장이 더 심해지지 않게 도와주는 고마운 음식이죠. 하늘이 내려준 천초(天草)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 꼬시래기의 효능
꼬시래기는 늦봄부터 초여름까지가 제철인 해조류로 전라남도 바닷가에 서식한다. 2~3m로 자라며 가늘고 긴 모양이 마치 면발 같아 ‘바다의 국수’라고도 불린다. 단백질과 지방 함유량이 적은 대신 식이섬유, 칼슘, 철분 함량이 많다. 특히 식이섬유인 알긴산은 체내 중금속 및 노폐물을 흡착, 배출시켜 혈액순환을 도와주며 칼슘은 혈관을 깨끗하게 해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와 같은 성인병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다. 다만 요오드 함량이 높아 갑상샘 관련 치료를 받거나 장이 약해 설사를 자주 하는 경우에는 섭취에 주의해야 한다.
강영두 씨의 꼬시래기 건강밥상
■ 꼬시래기 냉면
꼬시래기는 제철이 짧아 염장한 상태로 판매된다. 염장 꼬시래기는 물에 씻은 뒤 찬물에 20~30분 담가 소금기를 빼고 물이 팔팔 끓기 전에 넣어 살짝 데쳐낸다. 이것을 다시 찬물에 헹군 뒤 그대로 국수 사리로 사용하면 다이어트식으로도 훌륭하다. 곁들이는 재료에 따라 냉면, 콩국수, 비빔냉면으로 다양하게 먹을 수 있다.
■ 꼬시래기 밥
꼬시래기는 오래 삶거나 익히면 특유의 점액질이 나오기 때문에 함께 넣어서 밥을 지으면 꼬시래기가 죽처럼 퍼진다. 살짝 데친 꼬시래기를 적당한 크기로 썰어 밥 위에 올린 후 양념간장을 곁들여 비벼 먹으면 맛과 영양을 동시에 잡을 수 있다.
■ 꼬시래기 홍어매운탕
생선을 좋아하는 강영두 씨가 가장 잘 먹는 꼬시래기 음식. 홍어 뼈와 돼지고기로 우려낸 육수에 각종 채소를 넣고 끓인 뒤, 마지막에 홍어살과 꼬시래기를 넣고 한소끔 끓인다. 홍어살과 꼬시래기 모두 살짝만 끓이는 것이 포인트. 꼬시래기가 생선의 비린내를 없애줘 맛이 더욱 좋다.
■ 꼬시래기 무침
꼬시래기 요리 중 가장 많이 알려졌다. 살짝 데친 꼬시래기에 양배추, 미나리, 오이, 배 등 제철 채소와 초고추장을 넣어 무친다. 더위에 달아난 입맛도 돌아올 만큼 새콤달콤한 맛이 일품이다.
“10년 넘게 진통제를 달고 살았어요. 나중엔 약을 먹어도 소용이 없었죠.”
30대 때부터 극심한 두통에 시달리던 천각규(70) 씨는 40대에 들어서면서 약을 먹어도 듣지 않는 날이 점차 많아졌다. 유독 비가 오기 전이면 두통이 심해졌다. 그의 운명이 바뀐 날, 지인들과 저녁식사를 하던 그날도 바로 그런 날이었다.
“밥을 왜 그렇게 복 달아나게 먹나!”
음식을 앞에 놓고 깨작거리는 천씨를 보다 못한 지인이 꾸짖었다. 두통이 심한 탓에 음식을 제대로 넘기기 힘들었다. 사정을 얘기하자 마침 일행 중에 끼어 있던 의사가 자기 병원에 한번 찾아오라고 권유했다. 평소 형처럼 따르던 분이었다.
10년 이상 두통에 시달렸지만 한 번도 병원을 찾지 않았던 천씨는 얼마 뒤 별일이야 있겠냐 싶으면서도 뭔가에 이끌리듯 병원으로 향했다. 검사를 마치고도 한참 동안 말꼬리를 돌리던 의사는 천씨가 재촉하자 말없이 사진 한 장을 내밀었다. 머리에 뭔가 박혀 있는 듯 보였다.
“종양 성장이 멈췄다!”
가운뎃손가락 한 마디 크기의 종양이었다. 수술을 하면 전신마비가 올 가능성이 높고, 자칫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고 했다. 의사는 천씨의 두 손을 꼭 잡으며 “내가 너 하나 수술 못 해주는 것이 부끄럽다”며 착잡해했다.
그 순간 세 살도 되기 전에 세상을 떴다는, 얼굴도 보지 못한 친형이 떠올랐다. ‘그래도 형보다 40년이나 더 살았으니 이만하면 장수한 거다’ 싶었다. 안타까워하는 의사를 도리어 위로하고 병원 문을 나섰다. 전신마비의 위험을 안고 수술을 강행할 수는 없었다. 드러누워서 평생을 사느니, 사는 데까지 살다가 생을 마감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아이 때 사망한 친형과 태어날 때부터 몸이 약한 자신 때문에 천씨의 집 안은 그가 어릴 적부터 온갖 약초로 가득했다. 덕분에 약초에 대한 지식이 해박한 천씨는 어차피 수술이 어렵다면 약초를 꾸준히 달여 먹어보기로 했다. 혈액순환에 도움이 된다는 생강나무와 항암 효과가 있다는 겨우살이를 함께 달여서 마시기 시작했다.
수술을 못 해준 것이 계속 마음에 걸렸던지 얼마 뒤 의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캐나다에 뇌종양 분야의 유명한 의사가 있으니 찾아가보라는 것이었다. 소견서를 받아들고 무작정 캐나다로 향했다. 그렇게 그의 인생을 바꿔줄 두 번째 의사를 만났다.
검사를 마친 후 다음 날 새벽, 뇌를 촬영한 사진을 앞에 놓고 고개를 갸우뚱하는 의사와 마주했다. 의사는 “어느 시점부터 종양이 성장을 멈췄다”면서 한국에서 특별히 먹은 것이 있느냐고 물었다. 생강나무를 주로 복용했다고 하니 의사는 천씨를 끌어안으며 기뻐했다. 당황해서 영문을 모르는 천씨에게 의사는 “당신이 그것을 먹은 덕분에 종양의 성장이 멈췄을 것”이라고 말했다. 몸에 잘 맞는 것 같으니 꾸준히 먹으라는 말도 덧붙였다.
절망의 끝에서 희망을 만난 듯했다. 혈액순환에 좋다고 해서 먹은 것뿐인데 이런 놀라운 결과라니…. 성장이 멈췄다면 종양의 크기가 줄어들 수도 있겠다는 희망이 생겼다.
‘약용식물 공원’이 꿈
한국으로 돌아온 천씨는 이전보다 더 열심히 생강나무를 찾아다녔다. 처음에는 야생 생강나무를 조금씩 채취해서 먹었지만, 복용량이 늘면서 직접 화단에 생강나무를 심고 키우기 시작했다. 줄기와 가지는 말려서 차로 끓여 마시고, 잎은 장아찌나 쌈 채소 대용으로 먹었다. 이른 봄, 이파리보다 먼저 피는 생강나무 꽃도 말려서 차로 우려내면 향(香)이 일품이었다.
생강나무의 효능을 극대화하기 위해 효소 담그는 법도 배웠다. 생강나무에 오갈피, 마가목, 두충잎 등 직접 키우는 다양한 약초를 넣고 담근 효소는 천씨의 보물이 됐다. 이 효소를 음식에 넣으면 감칠맛이 더 난다.
이렇게 생강나무를 복용한 지 3년이 지나자 두통이 사라졌고, 다시 5년 후 사실상 완치 판정을 받았다. 지난해 검사에서는 ‘흔적만 남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스무 살 때부터 한복을 입고 다녀 ‘영감’이라는 별명을 얻었다는 천씨. 단지 우리 것이 좋아서 한복을 입고, 약초를 공부한 천씨는 그 덕분에 뇌종양을 극복하고 건강한 삶을 얻었다. 천씨에게는 남다른 꿈이 있다.
“암 환자가 많이 늘어나 안타까워요. 그들과 더불어 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약용식물 공원을 만드는 것이 제 꿈입니다.”
♧ 생강나무의 효능
잘라진 나무의 가지에서 생강향이 난다고 해서 ‘생강나무’라는 이름이 붙었다. 한방에서는 나무껍질을 ‘삼첩풍’이라는 약재로 쓴다. 생강나무는 옵투실산이라는 산(酸) 성분을 함유하고 있는데, 몸을 따뜻하게 해주고 어혈을 풀어 혈액순환을 돕는다. 산후에 몸이 붓고 팔다리가 아픈 증세, 해열, 신경통 등 예부터 여러 질환의 민간요법 약재로 쓰였다. 다만 생강나무는 맛이 맵고 성질이 따뜻하므로 열이 많은 체질의 사람이 한꺼번에 많은 양을 먹거나 오랜 기간 복용할 경우 몸에 무리가 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천각규 씨의 생강나무 건강밥상
■ 생강나무 차
햇볕에 이틀 동안 말린 생강나무 가지 10~20g에 물 1L를 붓고 센 불로 끓인 뒤 약한 불로 줄여 10분 동안 더 끓인다. 생강나무는 차로 끓여 마시면 해열, 진통 효과를 낼 수 있고 어혈을 풀어주며 몸의 부종을 내리는 해독 효과가 있다.
■ 생강나무 쌈밥
생강나무의 잎 중 어리고 연한 잎을 골라 끓는 물에 1~2분 동안 살짝 데친다. 어린 잎은 생으로도 먹을 수 있지만 데쳐내면 풋내가 사라져 맛이 더욱 좋다. 생강나무 달인 물로 지은 밥과 직접 담근 된장을 곁들이면 건강 쌈밥이 완성된다.
■ 생강나무 잎 장아찌
생강나무 잎 중 크고 강한 잎은 장아찌용으로 쓰인다. 씻어서 물기를 닦은 뒤 겹쳐놓고 실로 10개씩 꼭지를 묶어 된장독 깊숙이 박는다. 겨울에도 먹기 위한 방법으로 6개월 동안 숙성시킨 뒤 꺼내 먹는다.
■ 생강나무 효소 겉절이
집 앞 텃밭에서 키우는 상추, 깻잎, 부추, 고추 등은 매 끼니 훌륭한 찬거리. 그때마다 당기는 채소를 뜯어다가 생강나무 효소와 된장, 참기름으로 무쳐내면 많은 양념 없이도 충분히 입맛을 돋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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