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까지 주력전차로 2차 세계대전 때 개발된 M4A3E8 “셔먼(Sherman)” 전차를 운용하던 대한민국 육군은 북한에 비해 군 장비나 화력에 있어서 열세였으며, M4가 M47 및 M48 패튼(Patton) 전차로 교체된 후에도 여전히 상대적으로 신형 전차인 T-62를 운용하는 북한군에 비해 전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됐다. 특히 6·25 전쟁 초전 당시 보유 전차가 전무했던 국군은 압도적인 북한군 기갑 전력에 고전했었기 때문에 기갑 자산의 열세는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여졌다. 이에 대한민국 육군은 M60A1 “패튼(Patton)” 전차를 도입하여 기술 및 화력의 우위를 회복하고자 했으나 M60A1으로는 북한군 전차를 압도하기엔 역부족으로 판단이 되었다. 국방부는, 동시에 독일의 레오파르트(Leopard) 1 전차의 면허 생산을 실시하면서 전차 개발 기술을 축적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T-62에 바탕한 북한의 '천마호' 전차 <출처: Public Domain>
한편 미국은 베트남전쟁이 격화되면서 병력 수급이 어려워지자 1971년 3월 자로 미 제7사단을 한반도에서 철수시키며 주한미군 숫자를 4만 3천 명 수준으로 감군해버렸다. 하지만 대한민국 또한 베트남전쟁에 참전하면서 적지 않은 병력을 파병 중이었기 때문에 주한미군의 감축은 한반도 안보에 심각한 공백 현상을 초래한다고 판단됐으므로 대한민국 정부는 이에 본격적인 전력증강사업을 실시하게 되었다. 이에 박정희 행정부는 1976년 말에 국방부 전차관리사업단을 설치한 후 본격적인 한국형 전차 개발에 돌입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주력전차 개발은 고사하고 설계 경험이 있는 인력조차 전무했으므로 국내 기술력만으로는 개발 및 생산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했고, 이에 따라 해외 업체와의 기술 협력이나 면허 생산을 실시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어 사업을 진행하게 되었다. 국방부는 우선 기존 M48 전차를 자체 기술로 M48A3 및 M48A5K로 업그레이드하고, M60A1을 면허 생산하면서 자체 기술력을 쌓아 이를 바탕으로 한국형 전차를 개발하겠다는 복안을 내놓았다.
북한이 신형전차를 생산함에 따라 한국군의 주력인 M48 전차를 교체할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출처: Public Domain>
하지만 미 정부에 M60A1을 면허 생산 형태로 소량의 전차만 도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미국은 한국의 M60A1 도입 의도를 의심하였고, 면허 생산을 통한 소량의 전차 도입 비용 또한 만만치 않았기 때문에 결국 사업은 무산되고 말았다. 한국 정부는 이에 별도로 독일 KMW사와 접촉하면서 레오파르트 1의 면허 생산 가능 여부를 타진했으나, 당시 독일의 방침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맹국을 대상으로만 방산 수출이 가능했기 때문에 협상은 결론이 나지 않고 표류해버리고 말았다. 그뿐만 아니라 그 당시 레오파르트 2가 실전 배치되기 시작했으므로 이 시점에 레오파르트 1을 도입해봐야 한 세대 뒤처진 전차를 도입하는 셈이 되므로 레오파르트 1의 면허 생산 계획은 결국 취소되었다. 국방부는 다시 방침을 바꾸어 순수 자체 기술력으로 레오파르트 2나 M1 에이브럼스 수준의 전차를 개발하겠다는 쪽으로 선회했으며, 이에 따라 여러 해외 방산업체와 접촉을 시도하였다. 그 와중에 1980년대 초 미국의 크라이슬러 디펜스(Chrysler Defense)가 한국형 전차 개발 사업에 참여 의사를 밝혔고, 크라이슬러가 제출한 KM-1 전차 제안서를 검토한 국방부는 해당 설계를 바탕으로 한 국산 전차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다.
KM-1 전차의 시제1호차량 <출처: Public Domain>
XK-1으로 명명된 KM-1은 일명 ROKIT(The Republic of Korea Indigenous Tank)이라는 사업명이 붙었으며, 대한민국 정부는 1978년 5월에 미 정부와 정식으로 ROKIT 전차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였다. XK-1 본 사업은 1981년 말부터 시작되었으며, 그 사이에 사업 주체였던 크라이슬러 디펜스가 제네럴 다이내믹스 랜드 시스템즈(General Dynamics Land Systems, GDLS)사에 합병되었으므로 설계 감독 주체가 GDLS로 변경되었다. XK-1의 설계는 M1 에이브럼스(Abrams) 전차와 유사한 면이 많았으나 한국 지형과 국군 요구도에 맞춰 더 작고 가볍게 차체를 설계했으며, 현가장치로는 가격 대비 효율성이 높고 이미 메르카바(Markava) III 전차에 채택되어 성능이 입증된 텔레다인(Teledyne)사의 콘티넨털(Continental) LSG 3000을 설치했다. 전차포는 작은 차체 때문에 반동과 안정성을 고려하여 M68E1 105mm 강선포를 채택했으며, 이는 K68이라는 명칭으로 면허 생산한 후 휴즈(Hughes) 항공의 사통장치와 Nd:YAG 레이저 거리측정기를 추가했다.
K1 전차의 개발은 1983년에 종료했으며, 양산 업체로 현대정공(現 현대 로템)이 선정되어 국방과학연구소(ADD)와 함께 제네럴 다이내믹스사에서 설계 지도 및 기술 이전을 받았다. 개발 과정 중 미제 디젤 엔진이 문제를 일으키자 독일 MTU사의 1,200마력 엔진을 면허 생산하는 방식으로 전환하여 개발을 재개했으며, 사통장치를 비롯한 일부 핵심 장비는 국방과학연구소에서 한반도 환경에 맞게 별도 개발을 한 후 장착했다. XK-1 차량은 1984년에 시제 차량이 완성됐으며, 해당 차량은 1년간 시험 평가를 거친 후 같은 해 말부터 양산에 들어갔다. 공식적으로 88전차는 1984년 4월 미국 셀프릿지(Selfridge) 공군기지에서 처음 출고식을 실시하면서 개발 사실을 알렸으나, 일반에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가 1988년 서울올림픽 개최에 앞서 대한민국의 국방력을 과시할 목적으로 1987년 국군의날 퍼레이드 행사에 처음 일반 공개했다. 이는 처음으로 세계적인 규모의 국제 대회인 올림픽을 개최하면서 한국의 안보 상황에 문제가 없음을 전 세계에 증명해야만 행사의 성공을 담보할 수 있었기에 내린 조치였다. 당시 전두환 대통령은 올림픽 개최를 기념하는 의미로 XK-1에 “88”전차라는 명칭을 붙였으며, 88전차로 명칭이 확정된 XK-1은 1988년부터 실전 배치에 들어가면서 제식 번호로 K-1이 부여되었다. K1 전차는 초도 물량으로 210대가 계약되어 1986년부터 인도되었으며 수도기계화사단을 시작으로 총 4개 기계화 보병사단과 3개 기갑여단에 배치되었다. K-1 시리즈는 1998년까지 총 1,027대가 창원 공장에서 양산됐으며, 양산이 한창일 당시 연간 100대가 생산되고 대당 가격은 25억 원까지 내려갔었다.
K1 전차는 한국군의 주력으로 약 1천여 대가 생산되었다. <출처: 대한민국 국방부>
이후 K1 전차는 대한민국 육군과 해병대에 배치되어 국군 기갑 전력의 중핵으로 자리 잡았고, 실전 배치 이후에도 단계적인 개량과 업그레이드가 꾸준히 실시되었다. 본격적인 수준의 첫 업그레이드 형상인 K1A1은 북한이 125mm 2A46 활강포를 갖춘 T-72를 대량으로 도입함에 따라 화력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소요 제기를 통해 개발이 시작되었으며, 여기에는 불곰사업으로 도입된 T-80/T80U 전차를 통해 습득한 노하우가 어느 정도 반영되었다. K1A1의 시제 차량은 1997년부터 출고가 시작되어 2001년부터 실전 배치에 들어갔으며, A1 형상은 주포를 대구경 120mm로 활강포로 교체했고 장갑 또한 한국형 복합장갑(KSAP: Korean Special Armor Plate)으로 교체했다. 군은 총 484대의 K1 차량에 대해서만 K1A1 형상으로 업그레이드를 단행했으며, 이후 K2 흑표 전차가 개발됨에 따라 K2의 기술을 K1A1에 적용하는 “K1A2” 업그레이드를 2012년부터 단행하게 되었다. 현재 K1A2는 전 K1A1 차량을 대상으로 업그레이드를 실시 중이며, 이들 차량은 2022년까지 모두 작업을 마친 후 실전에 배치할 예정이다.
육군 제11기계화보병사단 K1 전차 공개 <유용원의 군사세계 유튜브 채널>
특징
호국훈련에 참가 중인 11기계화보병 사단 소속 K1A1 전차. <출처: 대한민국 국군 Flickr>
K1 전차의 차체와 팔각형 모양의 포탑 부분은 M1 에이브럼스 전차와 유사한 형태이며, 포탑 연결 부위와 완만한 경사의 상부, 넓고 비스듬한 형태의 포탑 후면, 높게 올라온 엔진실, 사이드 스커트 부분 등이 특히 외양 면에서 흡사하다. K1의 차체 핵심부는 압연균질강판(RHA)을 기본 골격으로 삼았으며, 그 사이에 복합재질의 장갑을 충전시킨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K1의 차체를 M1 시리즈보다 작게 설계한 이유는 한국 지형 때문인데, 기본적으로 한반도 지형은 산악 지역이 많은 데다 기동 공간이 협소하기 때문이다. K1의 장갑은 대전차고폭탄(HEAT)과 날개안정분리철갑탄(APFSDS) 방어에 특화되어 있으며, 포탑 양옆에는 독특한 거치용 바구니가 설치되어 있어 RPG 로켓 방어용 바(Bar) 역할을 겸한다. K1 시리즈에는 레이저 경고장치(LWS: Laser Warning System)가 장착되어 있으며, 포탑 전면부에 6연장 연막탄 발사기가 설치되어 있어 유사시 차량의 은폐를 위한 연막탄이나 유탄 등을 발사할 수 있다. K1에는 또한 화재진압용 자동 소화장치가 설치되어 있으며, 소화장치는 차량 내부 센서와 연결되어 있어 승무원 좌석이나 엔진실에 화재가 감지되면 자동으로 분말이 분사되어 화재를 진압한다.
기동성을 자랑하는 K1 전차 <출처: imgur.com>
K1 시제 차량은 엔진으로 M1의 엔진보다 출력이 작지만 연료 소모가 덜한 텔레다인 콘티넨털의 1,200 마력 AVCR-1790을 채택했으나 양산 단계부터는 독일 MTU사가 레오파르트 2 엔진으로 채택한 1,500 마력급 MB-873 Ka-503 엔진의 소형화 형상인 MB Ka-501 1,200 마력 엔진을 면허 생산 형태로 장착했다. 변속장치로는 전진 4단, 후진 2단형 ZF LSG 3000을 장착했으며, 출력대비중량은 23.4 마력/톤에 달한다. K1은 전방 경사 60%, 측면 경사는 30%까지 등판이 가능할 뿐 아니라 1m 높이의 수직장애물과 2.74m의 참호를 극복할 수 있다. 도하 능력 또한 도하용 키트를 장착하면 최대 2.2m 깊이의 하천을 건널 수 있으며, 장비가 없는 상태로도 1.2m 깊이까지 도섭이 가능하다. K1은 양쪽에 각각 6륜 바퀴를 채택했으며,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현가장치를 채택해 1번, 2번 및 6번 바퀴는 유기압 현가장치를, 나머지 바퀴는 토션 바를 채택해 필요에 따라 차량을 앞뒤로 최대 20도까지 올리거나 -9.7도까지 낮출 수 있다. 이는 차체를 낮게 낮추거나 혹은 주포를 최대한 높여 쏴야 할 경우에 유용하며, 마치 무릎을 꿇듯이 앞뒤 차체를 높이거나 낮출 수 있으므로 산악 지형 위의 경사 면에 정차한 상태로 산의 위아래를 향한 사격이 가능하다.
국군 제11사단 9연대 56대대 3중대 소속 K-1 전차가 2012년 KR/FE 연습에 참가하여 포탑을 측면으로 돌려놓고 있다. <출처: 미 육군/Maj. Gabriel Zinni, 2nd BCT, 25th ID>
K1은 최초 주포로 KM68A1 105mm 강선포를 장착했으며, 최대 47발까지 예비 포탄을 적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북한이 125mm 주포급의 전차를 도입하기 시작함에 따라 K1A1 형상부터는 120mm 활강포로 교체되었다. 부무장으로는 12.7mm K6 중기관총을 지휘관석에, 7.62mm M60D 기관총을 탄약수석에 갖추고 있으며, 포수가 운용할 수 있는 공축 기관총으로 7.62mm M60E2-1 기관총이 설치되어 있다. 사통장치는 레오파르트에 설치된 것과 유사한 제품이 장착됨에 따라 초탄 명중률이 전천후 상황에서 90% 이상으로 유지된다. K1에는 열상 조준경이 설치되지 않아 야간투시경에 의존해야 했으나, K1A1 업그레이드부터는 조준경이 모두 장착되었을 뿐 아니라 양산용 K1부터는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exas Instrument)사의 GPTTS(Gunner’s Primary Tank Thermal Sight)가 설치됐다.
대한민국 육군 제30사단 소속 K1A1이 설상용 위장포를 쓴 채 혹한기 훈련에 참가하고 있다. <출처: 대한민국 국군 Flickr>
K1 시리즈의 첫 대규모 업그레이드 차량인 K1A1은 엔진, 장갑, 변속장치, 사통장치 등이 크게 개선되었으며, 가장 대표적인 변화는 앞서 언급한 바처럼 105mm 주포가 관통력과 사거리가 두 배 정도 향상된 120mm 활강포로 바뀐 것이다. K1A1의 주포는 M1A1 및 M1A2 에이브럼스 전차에 장착된 M256 포를 WIA에서 면허 생산 형태로 제작했다. K1 시리즈에는 자동급탄장치가 설치되어 있지 않으므로 탄약수가 수동으로 포탄을 장전해야 한다. 이는 K1이 등장하던 당시로써는 아직 자동급탄장치가 일반적이지 않았고, 자동 급탄 기술도 초창기 단계였던 시절이므로 처음부터 설계에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K1의 업그레이드 형상인 K1E2부터 자동급탄장치가 설치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으나 구조적인 공간 문제로 실현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K1A1과 K1은 주포의 모양, 공축 기관총 위치, 전차장석 파노라마 사이트 모양으로 구분이 가능하며, K1A1의 포탑이 전반적으로 K1에 비해 곡면이 많아졌다.
미 제25사단 21연대 1대대 소속 스트라이커 MBS와 함께 훈련 중인 국군 11사단 소속 K1 전차의 모습. <출처: 미 육군/Maj. Gabriel Zinni, 2nd BCT, 25th ID>
국방부는 2008년부터 K1A1 시리즈에 대한 업그레이드를 다시 한 번 단행하여 K1A1 성능개량(PIP: Product Improvement Program) 사업을 실시했으며, 2012년부터 해당 차량의 양산을 시작하면서 K1A2로 명명했다. A2 형상에는 양압장치, 피아식별장치(IFF: Identification Friend and Foe) 연동 지휘통제체계, GPS 및 관성항법장치(INS), 디지털 통신 장비 등이 개선되었을 뿐 아니라 근거리에서 날아오는 로켓 공격 등을 막기 위한 능동방어체계(APS: Active Protection System)가 장착됐다. K1A2 사업은 현 대한민국 육군과 해병대가 보유 중인 전 K1 및 K1A1을 대상으로 진행 중이며, 2022년까지 완료할 예정에 있다. K1 시리즈의 도태 시기에 대해서는 아직 확정된 바가 없는 듯 하나, K2 흑표 전차의 배치 일정과 생산 물량이 파워팩 문제로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에 E1, E2 업그레이드를 실시한 후 당분간 계속 현역으로 운용될 것으로 보인다.
육군 제6군단 K1 전차 사격 훈련 <유용원의 군사세계 유튜브 채널>
운용 현황
88전차는 1987년에 외신 기자들까지 초청하면서 대대적으로 전차의 개발 사실을 일반에 공개했으며, 그동안 북한에 열세였던 국군의 기갑전력이 북한과 대등해졌거나 역전했다는 의미를 가졌다. 당시 88전차의 개발 사실을 대대적으로 홍보한 것은 북한의 위협 때문에 대한민국에 안보 문제가 상존한다는 외부의 인식을 불식하기 위한 목적도 컸다. 따라서 당시 대한민국 정부는 88전차를 대대적으로 공개한 후 곧이어 대규모 전차 기동연습을 실시하면서 국군이 강력한 전차 전력을 보유하게 되었음을 과시했다. 88전차는 2010년경 파주에서 실사격 훈련을 실시하던 중 장전 문제로 한차례 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으나 사고 직후 장전 절차를 개선하면서 그 이후로는 더 이상의 사고 이력이 없다. 또한 88전차는 국내 교전에 투입된 적도 없고, 해외 수출 이력도 없는 관계로 적 전차와의 교전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2016년 2월, 태국에서 실시된 코브라 골드(Cobra Gold) 연습에 참가 중인 대한민국 해병대의 K1 전차. <출처: 미 해병대/Lance Cpl. Eryn Edelman>
현재까지 K1 시리즈는 단 한차례의 해외 수출 시도가 있었다. 1997년, 말레이시아가 전차도입사업을 실시하면서 7억 3천만 달러 규모로 약 210대의 전차 획득을 추진함에 따라 현대정공(현 현대로템)은 105mm 주포가 장착된 K1 전차를 제안했다. 경쟁 제품으로는 폴란드 부마르-와벵디(Bumar Łabędy)사가 T-72 전차를 개량한 PT-91M과 우크라이나 KMDB사의 T-84 전차가 참가했다. 당시 최초로 K-1 전차의 수출을 시도하게 된 현대는 말레이시아 요구도를 반영한 K-1M 형상을 제안했으며, K-1M은 정글이 많은 말레이시아 지형 조건에 맞춰 전투중량을 가볍게 한 대신 레이저 경고장치와 에어컨을 기본 사양으로 제안서에 포함했다. 당시 말레이시아 육군은 88전차에 미국 기술이 녹아있었기 때문에 세 전차 중 K-1M 전차를 선호했으며, 내부 평가 또한 “실제로는 미국 기술이지만 아시아 국가 가격으로 판매되는 전차”라는 호의적인 평을 받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말레이시아는 구 소련제 T-72 전차를 개량한 PT-91M을 선택했는데, 가장 결정적인 변수는 가격 때문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훗날 총리를 지낸 나지프 라자크(Najib Razak, 1953~) 당시 국방장관은 PT-91을 선택하면서 “우리에겐 메르세데스 벤츠를 살 돈은 없다. 그러니 프로톤(Proton: 말레이시아 현지 생산 차량)이라도 감지덕지해야 할 판.”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말레이시아 사업 실주 후 현대로템은 더 이상 K1 시리즈의 해외 수출을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데, 우선 K1의 생산 라인 자체를 걷어낸 상황이고, 주력 제품 또한 K2로 넘어간 상황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더 이상의 수출 시도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1987년 K1 전차 소개 행사 <출처: 유튜브 채널>
파생형
XK-1: 대한민국 국산전차사업(ROKIT)용으로 개발된 시제 전차.
K1: 첫 양산용 형상.
K1M: 1997년 말레이시아 수출용으로 제안했던 형상. 레이저 경고장치 및 양압 장치, 에어컨을 비롯해 기존 K1보다 다양한 장비를 제안했으며, 적재 포탄 수는 41발로 줄었으나 전투중량도 49.7톤으로 가벼워졌다. 최초 210대 판매를 제안했으나 말레이시아 측에서 정치적인 이유로 2003년 PT-91M 전차를 선택해 실주했다.
K1 PIP(Product Improvement Program): K1의 업그레이드 형상. SAP를 KSAP으로 GPS를 GPTTS로, nd:Yag를 CO2 거리측정기로 변경했다. 이후 K1A2 개발로 이어졌다.
K1A1: K1 시리즈의 첫 대규모 업그레이드 형상. 1999년에 업그레이드가 시작되어 2010년까지 마쳤으며, 총 484대가 개조되었다. 전량 모두 2022년까지 K1A2로 업그레이드할 예정이다.
K1A1 전차 <출처: 현대 로템>
K1A2: K1A1의 업그레이드 형상으로, 사실상 3.5세대 전차 사양이다. 최초 K1A1 PIP로 출발했다. 2008년~2010년 사이에 개발했으며, 2012년부터 양산에 들어갔다. 첫 차량은 2013년 12월 20일부터 출고했으며, 그 사이에 개발된 K2 흑표 전차의 기술이 상당수 적용됐다. 양압장치, 피아식별장치(IFF)와 연결된 자동 지휘통제체계, GPS/INS, 디지털 무선 통신장비 및 디스플레이 시스템이 채택됐다. 기본적으로 차량에 에어컨이 설치되었으며, 근거리에서 날아오는 미사일과 로켓에 대응하기 위해 능동방어체계(APS: Active Protection System)가 추가되었다. 현재 K1A2는 대한민국 육군과 해병대가 운용 중인 전 K1/K1A1 차량에 업그레이드가 적용될 예정이며, 모두 2022년까지 개량을 완료할 계획이다.
K1A2 전차 <출처: 대한민국 국방부>
K1E1: K1의 추가 업그레이드 형상. 2014년부터 양산을 시작했으며, 2014년 7월부터 출고되었다. 결과적으로는 K1A2와 유사한 형태가 되었으며, 2026년까지 전 K1을 모두 K1E1 형상으로 업그레이드할 예정이다.
K1E1 전차 <출처: 대한민국 국방부>
K1E2: 2018년 8월을 기준으로 제안된 업그레이드 형상. 2024년까지 대규모 수리 정비를 실시하면서 업그레이드할 예정이며, 신형 장갑 교체, 신형 양압장치 장착, 엔진 출력 향상(1,500마력), RWS 장착 등이 제안되어 있다.
K1 구난구호차 <출처: 대한민국 국방부>
K1 구난구호차: K1 차체를 사용한 구난구호차로, 크레인과 삽날이 설치되어있다. 최초 독일 크루프사(Krupp: 현 라인메탈)가 공동으로 1988년부터 1992년까지 개발했으며, 1993년부터 첫 실전 배치에 들어갔다.
K1 AVLB 교량전차 <출처: 유용원의 군사세계>
K1 AVLB 교량전차: 가위처럼 접혔다 펼쳐지는 임시 교량을 탑재한 형상으로, 영국 비커스(Vickers) 디펜스에서 1988년부터 1992년까지 개발했다.
K600 전투공병차량 <출처: reddit.com>
K600 장애물 개척전차: 공병용 개척전차 형상으로, K1A1/A2 차대를 사용했으며 전면에 대형 삽날과 위치 표시장치 등이 설치됐다. 2018년까지 개발이 완료되었으며, 2019년부터 실전 배치에 들어갈 예정이다.
예비역 대위로 현재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미국 머서스버그 아카데미(Mercersburg Academy) 및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으며, 동 대학 국제대학원에서 국제관계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육군 통역사관 2기로 임관하여 육군 제3야전군사령부에서 군사령관 전속 통역장교로 근무했으며, 미 육군성에서 수여하는 육군근무유공훈장(Army Achievement Medal)을 수훈했다. 주간 경제지인 《이코노믹 리뷰》에 칼럼 ‘밀리터리 노트’를 연재 중이며, 역서로는 『명장의 코드』, 『영화 속의 국제정치』(공역), 『아메리칸 스나이퍼』(공역)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