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해상도 현미경으로 쥐의 뇌 촬영, 3D로 재구성… 새겨진 기억들 탐색 이론적으로는 사람에도 적용 가능
"생명의 핵심은 정신과 의식이다, 진짜 永生 위해서 뇌 보존 필요… 머잖아 肉體 필요없는 시대 올 것"
“미래를 내버려두는 사람, 미래를 만들어가는 사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르는 사람…미래를 대하는 인간은 세 종류로 나뉜다.” 미국의 사회학자 존 리처드슨의 말이다. 빠르게 발전하는 디지털 기술, 인간과 생명에 대한 패러다임의 변화, 그동안 등한시했던 달의 무한 가능성 등 수십 년 후 다가올 인류 미래의 모습을 5회에 걸쳐 추적한다. 앨빈 토플러, 존 나이스빗 같은 저명한 미래학자들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는 세계미래학회의 미래 전망을 바탕으로 삼았다.
미국 케임브리지 하버드대의 뇌과학 연구소 'ATLUM'. 뇌과학자들이 빛이 들어오지 않는 지하 4층의 창 없는 연구실에서 전자현미경을 들여다보고 있다. 연구실 켄 헤이워스 박사는 샬레(실험용 유리 접시)에 담긴 투명 테이프 위에 붙은 얇고 검은 얼룩들을 가리켰다.
"현미경으로 보기 편하도록 4나노미터(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 두께로 얇게 잘라낸 쥐의 뇌입니다."
헤이워스 박사는 쥐의 뇌를 고해상도 전자현미경으로 확대해 뇌를 구성하는 신경세포를 촬영한 다음 이를 3D 디지털 이미지로 재구성한다.
"아주 작은 부분이기는 하지만 이것으로 쥐의 뇌에 새겨진 기억의 흔적을 살펴보는 겁니다. 이론적으로는 인간의 뇌에도 적용 가능한 방식이지요."
헤이워스 박사가 회장을 맡고 있는 '뇌 보존 재단'은 인간의 뇌를 효율적으로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한 콘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이들은 뇌의 신경세포인 '뉴런'과 이를 연결하는 '시냅스'를 손상하지 않고 뇌를 보관한다면, 사람의 의식도 소멸하지 않고 영원히 살아남을 수 있다고 믿는다.
이 프로젝트엔 하버드대·매사추세츠공대(MIT)·영국 리버풀대 등의 저명한 뇌과학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대형 포유류의 뇌를 완벽하게 저장하는 팀에겐 10만달러(약 1억1500만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헤이워스 박사를 지난달 초 하버드대 연구실에서 만났다.
- 미국 하버드대 뇌과학 연구소‘ATLUM’의 켄 헤이워스 박사가 노트북 화면으로 쥐의 뇌 조직 슬라이드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케임브리지=김신영 특파원
"나의 연구는 인간과 삶, 그리고 죽음이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서 시작된다. 유전자를 추출해 복제인간을 계속 만든다고 해서 자신이 영원히 산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 인간 생명의 핵심은 결국 정신과 의식이다. 정신이 계속 살아남는다면 인간의 생명은 연장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음악이 적혀 있는 악보의 종이가 낡으면, 음표만 다른 오선지에 옮겨 적으면 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지금까지 과학과 의학계는 몸의 수명을 늘리는 방법을 연구하는 데 주력해 왔다. 그러나 나는 지금의 기술로는 정신의 지속성을 연장하는 방법이 훨씬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뇌를 물리적으로 저장만 하면 인간의 기억을 언제고 꺼내 볼 수 있다고 믿는 건가.
"뇌과학자들은 인간의 의식을 뇌의 신경세포들이 상호 작용해 만들어내는 물리적 현상으로 본다. 이 사실을 반박하지 못할 만큼 방대한 연구 결과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우리가 누군가의 전화번호를 외운다고 치자. 번호를 듣는 순간 뇌의 특정 뉴런들이 전기를 방출하면서 다른 뉴런에 신호를 보낸다. 자극을 보낸 뉴런과 받은 뉴런 사이에는 단백질이 모여 만들어진 물리적인 연결 끈이 형성된다. 인간의 뇌에는 약 10조개의 뉴런이 존재하며, 각각의 뉴런은 평균 약 1만개의 연결 끈을 형성한다. 이 수많은 연결 구조가 바로 기억이다. 만약 어떤 뉴런이 어떤 기억에 관여하는지를 모두 알아내고, 이 연결 네트워크를 재생할 수 있다면 기억과 의식도 되살려낼 수 있다. 네트워크의 복원과 의식의 재생은 모두 디지털로 이뤄진다."
―조금 전 쥐의 뉴런과 연결 구조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지 않았나. 인간의 뇌도 똑같은 방식으로 재구성하면 안 되나.
"쥐의 뇌를 관찰 가능한 상태로 만들기 위해 우리 연구팀은 수분(水分)을 모두 빼내고 뇌를 고체로 고정하는 물질을 투입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극도로 독성을 지닌 화학물질이 살아 있는 쥐에 투여된다. 아무리 사망 직전의 인간이라고 해도 사람에겐 적용할 수 없는 방식이다. 뇌 보존 재단의 콘테스트는 안전하면서도 효율적으로 뇌 전체를 저장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시작됐다."
- 아바타로 인체 한계 초월… 더 이상 꿈이 아니다 - 영화 아바타에 등장하는 캐릭터들. 주인공 제이크(위 사진 오른쪽)가 자신의 정신을 고스란히 옮겨 담게 될 수조 속 아바타(avatar·분신)를 바라보고 있다. 영화에서 하반신 마비로 휠체어를 타는 상이군인 제이크는 아바타(아래 사진 왼쪽)의 몸에 자신의 영혼을 옮겨 싣고 여주인공인 네이티리(아래 사진 오른쪽)와 만나 사랑과 모험의 드라마를 펼친다. 가까운 미래에 정신과 의식을 보존하고 이식하는 기술이 실현되면 영화 속 주인공 제이크처럼 신체의 한계를 뛰어넘는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영화 속 장면들.
"뇌과학자들은 뇌에 관한 많은 사실을 빠르게 알아내고 있다. 수백 개의 인지과학 연구소가 참여 중인 'ACT-R'이라는 뇌 반응 연구는 뉴런의 활동을 측정해 한 사람이 어떤 계산 착오를 일으킬지 예측하는 단계까지 발전했다. 스위스 로잔공대 뇌·정신 연구소의 프로젝트 '블루 브레인(푸른 뇌)' 연구팀은 포유류의 뇌와 비슷한 방식으로 작동하는 컴퓨터 모델을 만들어냈다. 뇌과학계도 이미 디지털 시뮬레이션을 통해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지식을 축적한 상태다."
―뇌를 저장한 후 디지털로 뉴런과 연결 네트워크를 되살려 의식을 복원했다고 치자. 몸은 어떻게 하나. 몸이 없는 정신은 의식만 깨어 있는 식물인간처럼 비참할 텐데.
"이미 인공지능으로 움직이는 로봇이 개발되지 않았나. 뇌의 신호를 통해 작동이 가능한 인공 팔과 다리도 상용화했다. 뇌를 저장해 기억을 완전히 복원하는 시기가 되면 디지털 의식으로 조종이 가능하며 인간의 몸과 유사한, 자연스러운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가 만들어질지도 모른다. 혹은 물리적인 아날로그 몸이 아예 필요 없어질 가능성도 있다. 지금의 기억과 의식을 통해 가상의 디지털 세상에서 가상의 '나'를 움직이며 살아갈 수도 있다는 뜻이다."
뇌 보존 나선 각국 연구팀들 - 獨, 쥐의 뇌 전체 보존하는데 성공… 美, 동물 뇌로 뉴런 연관 관계 밝혀
뇌 보존에는 화학 보존과 저온 보존 등 크게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어느 쪽이 먼저 성공할지는 알 수 없지만 두 기술 모두 빠르게 발전하면서 동물 실험 단계에서는 눈에 띄는 성과를 낸 상태다.화학적 보존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인체 표본 제작에 쓰이는 '플라스틱화' 방식을 주로 사용한다. 뇌에 있는 물기를 빼낸 다음 그 자리를 특수 제작한 플라스틱으로 채워 넣는다.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션 미쿨라 박사팀의 '브레인 맵스(BrainMaps)' 프로젝트는 플라스틱화 방식으로 고정한 동물의 뇌를 초정밀 망원경으로 관찰해 '뇌의 지도'를 그리는 연구다.
연구팀은 지난해 11월 신경과학협회 연례 회의에서 쥐의 뇌 전체를 보존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 방식이 인간에 적용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하면 인간 뇌를 고체로 바꿔 상온에 저장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저온 저장법은 뇌를 아주 낮은 온도에 보관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냉동 인간'을 만들려던 사람들처럼 인간을 단순히 얼리기만 해서는 뇌 보존이 불가능하다. 뇌의 물 분자가 결정을 만들어 신경세포를 파괴하기 때문이다. 아주 낮은 온도에서도 결정이 생기지 않도록 과학자들은 특수한 화학물질을 생체 조직에 사전 주입한다.
미국 '냉동보존 연구소' 벤 베스트 소장 연구팀은 2009년 토끼의 신장을 꺼내 영하 145도에서 보관했다가 다시 토끼에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 이 밖에 캘리포니아대 뇌신경 이미지 연구소가 추진 중인 '휴먼 코넥톰 프로젝트'는 살아 있는 동물의 뇌를 특수 제작한 스캐너 등으로 촬영해 뉴런들 사이의 연관 관계를 밝혀내는 연구를 한다. 이는 뇌의 신경세포가 기억을 저장하는 방식을 알아내기 위한 유용한 밑그림으로 활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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