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무인체계의 군사적 활용방안과 한국형 유령함대 건설을 위한 과제
미 해군 유령함대를 중심으로
김수민 국방대학교 무기체계 전공 석사과정 해군 소령
김경수 국방대학교 무기체계 전공 교수 육군 중령
2022년 7월 환태평양훈련(RIMPAC)에서는 미 해군의 첨단무기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시헌터와 시호크로 명명된 무인수상함의 훈련 참가는 변화하는 미래 전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으로 부상하는 중국의 위협으로부터 미국과 동맹국들을 보호하기 위한 미 해군의 미래전 개념의 일환인 일명 「유령함대」의 핵심전력이다. 이미, 미국은 2020년 10월,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이 ‘해양무인체계 140~240척’을 포함한 ‘500척 함대’ 개념을 발표한데 이어 2022년 2월 마이크 길데이 미 해군 참모총장 또한 무인전력 150척이 포함된 500척 함대가 미래 미 해군의 청사진임을 분명히 했다. 유령함대에 대한 설명에 앞서 우리는 먼저 중국의 해양정책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림 1] 림팩훈련 참가를 위해 입항중인 ‘시헌터’ *출처 : US Navy Photo, https://news.usni.org/2022/07/14/ rimpac-2022-navy-teaming-warships-with-unmanned-surface-vessels
중국의 성장과 ‘A2/AD 전략’
중국은 아·태지역에서 미국의 간섭을 배제하기 위한 방안으로 태평양에 3개의 도련선을 설정하고, 2025년까지 1도련선과(일본-대만-필리핀) 2도련선의(괌-사이판 등 서태평양 연안) 재해권을 장악, 2040년에는 3도련선(하와이, 뉴질랜드 일대)을 장악하여 서태평양의 실질적 지배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중국은 막대한 경제력과 제조능력을 바탕으로 항모, 구축함, 전투기 등의 전력을 급속히 팽창시키고 있으며, 둥펑-21 등 장거리 초음속미사일을 연안에 배치하였다.
실제, 2012년에는 첫 항공모함 랴오닝함을 2017년 2번째 항공모함 산둥함을 취역했으며, 2022년 3번째 항공모함 푸젠함을 진수하였다. 현 기준 2,000톤이 넘는 호위함급 이상 해군 수상전투함은 총 98척으로 89척의 미국을 앞질렀다. 즉, 중국은 다수의 함정과 원거리에서 미 항모 강습단 등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함으로써 미 전력이 서태평양 해역으로 접근하는 것을 지연/방해하고(AntiAccess), 진입 시는 미군이나 미 동맹군의 합동작전의 효율성을 저하 및 자유를 박탈함으로써 개입 자체를 거부한 다는 것이다.(Area Denial)
[그림 2] 중국 해양정책 기조 도련전략 개요도 *출처 : 미국 국방부 ‘2011 중국 군사력 연례 보고서’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은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중국 해군은 전력의 우세 속에서 근해 작전을 하는 반면, 미 해군은 수적 열세 하에 원정 작전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또, 중국의 초음속 대함미사일은 미 해군 항모강습단에게 치명적 위협으로 다가왔다.
이에 미 해군은 수적열세를 극복하면서도 함정의 생존성을 보장하며 전력을 투사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이 필요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미 해군은 이러한 중국의 위협을 어떻게 극복하고자 하였을까?
미 해군의 분산해양작전과 유령함대의 등장
아·태지역에서 중국의 도전에 맞서기 위해 미 해군은 ‘분산해양작전’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하였다. 미 해군이 중국 해군에 비해 수적 열세에 있으므로 이를 상쇄하기 위해 ‘기존의 항모강습단 중심의 고가치 전력보다는 다수의 이동플랫폼을 넓게 분산시켜 중국의 정보·정찰·감시 및 표적화 능력을 복잡하게 압박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혁신기술에 기반한 살상력을 모든 플랫폼에 탑재하여 중국의 중심을 타격함으로써 심각한 딜레마를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미 해군은 이러한 분산해양 작전을 수행하기 위한 강력한 도구로써 해양무인체계를(USV/UUV/UAV) 중심으로 한 유령함대를 선택하였다. 센서와 무장이 탑재된 다수의 해양무인체계에 신기술(AI/기계학습 등)을 적용하고, 이를 네트워킹으로 연결하여 탐지가 어렵토록 분산하며 필요시 화력 집중으로 전장을 압도하겠다는 것이다. 또 이러한 해양무인체계를 우선 운용하여 생존성을 확보한 가운데 기존 항모 등의 전력을 복합 운용하여 적에게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림 3] A2/AD 전략에 대응한 미 해군 유령함대 개념 *출처 : 중앙일보, 2025년 미국 유령함대와 중국 항모전단이 맞선다,(2020.1.31.)
지금까지 우리는 중국의 부상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미 해군의 작전개념 변화, 해양무인체계 기반의 유령함대의 등장 과정을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미 해군은 유령함대 건설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미 해군의 유령함대 구축 현황
미 해군은 2025년까지 해양무인체계 150척이 포함된 유령함대를 구현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먼저,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일반회계 방식을 넘어서 특별 회계 방식을 도입하였고, 2020년에는 2016년 대비 예산을 10배로 늘렸으며 2020~2024년까지 45억 달러의 예산을 배정하였다. 연구개발 측면에서는 이미 2,000년 초반부터 기존 유인무기체계를 대체할 해양무인체계 개발에 힘써왔다. 그 대표적인 예로 배수량 130톤, 쌍동선형, 속력 27Knot(50,004km/h), 최대 파고 6m에서 약 70일간 작전이 가능한 중형 무인수상정(MUSV) 시헌터를 건조하였다. 시헌터는 대잠전, 대기뢰전, 대수상전, 전자전, 정찰 및 감시작전을 수행할 수 있으며, 미 해군은 시헌터 건조 능력을 바탕으로 2023년부터 2,000톤 규모의 대형 무인수상함(LUSV)을 건조할 계획이다.
[그림 4] 미 해군 무인수상함(USV) 비전 로드맵 *출처 : https://www.navalnews.com/naval-news/2021/08/update-onthe-u-s-navys-musv-and-lusv-programs/
보잉사가 개발한 대형 무인잠수정(LUUV) 에코 보이저는 배수량 50톤, 전장 20m, 수중속력 3~5Knot, 약 3개월간 수중작전이 가능하며, 대잠전, 대수상전, 대기뢰전, 전자전, 대지타격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 보잉사는 에코 보이저를 기반으로 2019년부터 초대형 무인잠수함(XLUUV) 오르카를 개발중이며, 2022년 4월에 시제함이 미 해군으로 인도되어 각종 시험평가를 실시중이다.
[그림 5] 미 해군 무인잠수함(UUV) 비전 로드맵 *출처 : https://www.navalnews.com/naval-news/2022/05/here-is-ourfirst-look-at-the-us-navys-orca-xluuv/
최근 미 해군 태평양 함대사령부는 3함대 내 ‘21 무인 시스템의 해상전투통합 계획’을 서태평양 해양 환경에서 적용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또 미 중부사령부는 5함대 내 ‘유·무인수상함 기동부대 59’를 창설하고 훈련을 실시하였다. 3함대와 5함대가 실시한 유·무인 수상함 복합 함대 개념을 향후 미래 수상함 전투전단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프로젝트가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림 6] MH-60과 기동 훈련중인 무인수상정 시헌터 *출처 : https://www.navalnews.com/naval-news/2021/09/u-s-navys-new-task-force-59-teams-manned-with-unmanned-systems-for-centcoms-middle-east/
이렇듯 미 해군은 유령함대 구현을 위해 예산 확보에서부터 해양무인체계 개발, 부대 편성과 실전부대 적용, 개념 정립에 이르기까지 총력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렇다면 유령함대는 어떠한 이점이 있기에 세계적 해양 기술강국 미국이 이러한 노력을 기울일까? 이를 해양무인체계의 이점을 통해 살펴보자.
해양무인체계의 이점
첫째, 수적 우위를 통한 전장 압도
영국의 항공학자인 란체스터가 제1차 세계대전 공중전 결과를 분석하여 제시한 ‘란체스터 제곱 법칙’은 「쌍방 간의 전투는 단순히 개체의 숫자가 아닌 그 숫자의 제곱에 비례한다」는 이론이다. 2배의 전력 차이는 4배의 전투력 증가와 같다는 것으로 열세의 전력이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4배에 달하는 화력이(무기의 질적 성능 차)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기존 유인무기체계는 건조 및 운용, 유지에 많은 비용이 소모되어 충분한 수적 우위를 확보하기 어렵다. 반면, 해양무인체계는 저렴한 비용으로 인원 확보와 훈련 없이도 즉각 전장에 투입할 수 있어 많은 전력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즉, 충분한 해양무인체계를 확보하여 군집 운용함으로써 수적 우위를 통한 전장 압도가 가능해진다.
[그림 7] 란체스터 제곱법칙 *출처 : Paul Scharre, 2014, P.18.
둘째, 불확실성 강요 및 적 의사결정 능력 마비
미 DARPA 전략기술국장 티모시 그레이슨이 제시한 모자이크전은 ‘지정된 위치에 딱 들어 맞아야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특정 모양의 퍼즐 조각이(기존 유인 무기체계) 아니라 호환 가능한 타일이(무인체계) 복합체계로 구성된 전투방식’임을 말한다. 일부 조각이 없어 도전체 그림을 구성하는데 큰 문제가 없으며, 다른 조각으로 대체가 가능하다. 또 임무에 따라 전력을 자유롭고 신속하게 구성함으로써 상대방이 우리의 실체를 파악하기 어렵게 만들어 적의 의사결정에 불확실성과 복잡성을 강요할 수 있다. 즉, 기존의 유인무기체계처럼 용도가 정확히 정해진 것이 아니라 다양한 해양무인체계를 임무에 따라 다르게 조합 및 운용 하여 아군 전력의 노출을 피하고 의도파악을 어렵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림 8] 퍼즐과 모자이크 차이 *출처 :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모자이크 전쟁, 남두현, 2020.9.
또 이러한 해양무인체계에 인공지능을 탑재하여 임무와 적 상황에 맞게 부대편성, 방책, 세부 임무 수행을 권고 받음으로써 적보다 빠르게 탐지-식별-결심-행동의 Loop를 수행하여 압도적 작전 템포로 적 의사결정 능력을 마비시킬 수 있다.
셋째, 작전 공백 최소화
해양무인체계는 저수심, 깊은 해저, 적 매복가능 지역 등유인무기체계가 가기 어렵고 위험한 환경에서 임무를 수행 수 있다. 또, 공중·수상·수중 등 넓은 영역에 분산된 전력이 실시간 감시 임무를 수행하고 즉각 대응 가능하여 작전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다. 특히, 실시간 감시 임무를 사람이 수행할 시 집중력 저하로 인한 작전 공백이 발생할 수 있지만, 해양무인체계는 이러한 문제없이 24시간 내내 지정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넷째, 병력부족 문제의 해결과 생존성 향상
우리나라 20세 남성 인구는 2021년 29만 명을 시작으로 2040년에는 절반 이하인 13만 5천 명으로 급격히 감소하는 추세이다. 즉, 병력감소는 이미 직면한 문제로 현 병력 중심의 군 구조 개편은 불가피하다.
더욱이 유인무기체계는 1척 손실 시 많은 인적·물적 피해가 발생할 뿐 아니라 큰 심리적 충격을(공포, 국민 여론 등) 동반한다. 특히, 해상에서는 조류, 수심 등의 영향으로 인명구조의 제한이 커 승조원 생존성 보장이 어렵다. 인권에 대한 관심과 중요도가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많은 사상자를 동반하는 유인무기체계는 점차 해양무인체계로 대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림 9] 자폭용 보트에 의한 미 이지스 USS 콜함 테러사건(2000.10월 / 58명 사상자 발생)
다섯째, 전투 지속 능력 향상
유인무기체계는 단일 플랫폼 손상 시 전투력이 급격하게 감소하며, 건조에도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모되어 즉각적인 보충이 어렵다. 반면, 해양무인체계는 군집 내 개체를 줄이는 형태이기 때문에 손상 시에도 전투력 감소가 완만하다. 또, 전력의 보충이 용이하여 신속한 전투력 복원이 가능해진다.
이렇듯 해양무인체계는 기존 유인무기체계 대비 다양한 이점을 가지고 있어 미래 해양전의 핵심으로 자리할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아직 미 해군이 유령함대를 어떻게 운용할지에 대해 발표한 바 없으며, 미 해군 또한 실무부대 적용을 통한 개념을 정립중인 단계이다. 이에 해양무인체계의 세부적 운용개념보다는 그 이점을 중심으로 군사적 활용 방안을 살펴보고자 한다.
해양무인체계의 군사적 활용방안
첫째, 억제의 수단으로 활용
앞서 언급했듯이 해양무인체계는 기존 무기체계 대비 많은 이점을 가지고 있다. 특히, 네트워크로 연결된 무수히 많은 해양무인체계의 파괴력에 인공지능을 탑재하여 압도적 템포로 적을 무력화 할 수 있다. 또, 피격 시에도 인명피해 등이 없어 적이 체제 결속, 공포감 조성 등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 최근 미 국방부 인공지능국가안보 위원회의 보고서에는 “미국이 윤리적 문제 때문에 완전 자율 무기 개발에 주저한다면 그 사이 적국이 군사력의 균형을 역전시킬 것이고, 인공지능을 활용하지 않고는 인공지능 기반 자율무기를 사용하는 적국을 상대하기 힘들다”는 내용이 포함되었다. 즉, 인공지능 기반의 해양무인체계는 존재 자체만으로 억제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에 자국 해역 전역에 해양 무인체계를 배치하고 언론 등을 통해 그 사실을 적절히 알리는 것 자체로 큰 효과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감시 및 정찰 자산으로 활용
해양무인체계의 경우, 저렴한 비용으로 많은 전력을 동시 운용 가능하여 넓은 해역을 실시간 감시할 수 있다. 또, 전투원의 생존성 보장이 가능하고, 일부 전력 손상 시에도 보충과 전투력 감소가 완만하여 감시·정찰 자산으로 활용이 용이하다. 특히, 레이다가 탐지하기 어려운 스텔스 무인기와 적이 타격하기 어려운 고고도 무인기, 격추시켜도 피해가 경미한 다수의 저사양 무인기 등을 복합 운용하여 전 해상에 대한 실시간 감시와 정찰이 가능하다.
[그림 10] 미 해군 고고도 무인정찰기 MQ-4C 트리톤 *출처 : 국방일보, 미국 해군 MQ-4C 트리톤 무인항공기 시험비행 완료(’21.8.29.)
무인잠수정의 경우, 기존 잠수함의 은밀성에 전투원 생존성 보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더 위험하고 민감한 임무 수행이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적 잠수함 주요 출·입항 기지에 대한 감시와 적 해역에 대한 주기적 정찰 등을 통해 해양에서의 적 특이동향을 사전에 파악할 수 있다. 만약 발각 시에는 자폭기능을 통해 증거를 없앰으로써 책임소재를 회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림 11] 미 무인수상정 Ranger함의 탑재된 SM-6 미사일 *출처 : 미 국방부 트위터(2021.9.4.)
셋째, 확장된 타격 수단으로 활용
현재는 제한된 전력으로 넓은 해역에 대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어 일부 상황은 전력이 해당 해역으로 이동하는데 많은 시간이 소모된다. 그러나 해양무인체계는 다수의 전력으로 넓은 해역을 동시 감시할 수 있어 즉각적인 대처가 가능해진다. 더욱이 해양무인체계는 사람을 위한 공간을 할애할 필요가 없어 크기에 비해 충분한 무장을 탑재할 수 있다. 이에 다수의 해양무인체계가 보유한 다양하고 충분한 무장을 상황에 맞게 운용할 수 있다. 인공지능을 활용 하여 대함, 대공, 대잠, 대지타격 및 탄도탄 방어, 기뢰부설 등 임무에 맞게 해양무인체계를 할당하고, 신속하게 타격 한다면 적의 위협이 우리 영토에 도달하기 이전에 차단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여기에 벌 떼와 같이 작지만 강한 군집 기술의 충격력이 더해진다면 적을 더 효과적으로 무력화할 수 있다.
현재 미 해군은 해양무인체계에 적용하기 위한 각종 군집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2021년에는 탄도탄 종말 요격이 가능한 SM-6를 무인수상정에 탑재하고 이를 활용하기 위한 테스트를 진행한 바 있다.
넷째, 기만·교란 작전에 활용
손자병법에는 병자궤도야(兵者詭道也)라는 말이 있다. 이는 ‘전쟁은 상대방을 속이는 것’이라는 뜻으로 전쟁은 국가의 존망이 달려있는 중대사이기 때문에 적을 속여서라도 반드시 이겨야 함을 이야기한다. 또, 손자병법에는 전쟁의 유리한 여건을 만드는 14궤가 있는데 그 중 10궤가 기만과 교란에 관한 이야기로써 전쟁에서 적을 속이는 일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기만·교란 작전의 대표적인 예가 바로 ‘인천 상륙작전’으로 연합군은 적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 군산, 삼척, 남포 등에 폭격을 가하는 한편 거짓 뉴스를 통해 후방부대를 낙동강 전선으로 집중시킨 바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해양 무인체계는 모자이크 조각처럼 정해진 형식이 없어 적이 우리의 실체를 파악하기 어렵다.
이에 다양한 해양무인체계를 조합하여 양동작전, 유인작전 등 변칙적으로 운용한다면 적을 혼란스럽게 만들어 우리 에게 유리한 상황을 조성할 수 있을 것이다.
다섯째, 탐색 및 구조, 지원작전에 활용
해양무인체계는 인명살상의 위험이 없어 기뢰 탐지와 제거에 많이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유인무기체계 투입이 제한되는 수중 깊은 곳에서도 24시간 탐색 및 구조 임무가 가능하며, 해상 화재 등의 재난상황 발생시에도 신속하게 접근하여 인원 이송 등의 구조활동이 가능하다. 보급 등이 취약한 전방기지, 함정 등에 무인기를 활용하면 의료 물자, 식량 등의 물자 수송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형 유령함대 건설을 위한 과제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현재 우리는 세계 유일의 강대국이였던 미국 주도의 질서를 지나 미·중 간 패권경쟁의 가운데에 있다. 이러한 경쟁은 미래 해양전 양상에도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해양무인체계가 있다. 해군에서도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해양무인체계 기반의 첨단 전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먼저, 해군 창설 100주년이 되는 2045년까지 해군비전 2045를 구현하기 위한 ‘SMART NAVY’를(Strong Maritime forces Accomplished with Revolutionary Technology) 추진중에 있으며, 현재 3개로 편성된 함대사령부를 2040년까지 2개로 줄이는 대신 무인수상함전대·무인잠수정전대·무인항공기전대로 구성된 해양 무인전력사령부를 창설할 계획이다.
다만, 현재의 해양무인체계 기반 전력 건설은 다소 추상적 개념만이 제시되어 있는 수준이다. 강대국들이 경쟁적으로 AI 기반 무인전력을 개발하는 현 시점에 ‘해양무인체계로의 중심 전환’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반드시 추진해야 하는 과제이다. 이에 한국형 유령함대 건설을 위한 시급한 과제 몇 가지를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해양무인체계에 대한 명확한 개념 정립
해양무인체계를 포함한 무인전력은 아직 개발 초기 단계로 기관마다 사용하는 용어도 다르며,(무인무기체계, 자율 무기체계, 무인자율무기체계 등) 정확한 개념이 정립되지 않은 상태이다. 이에 해군 차원에서 해양무인체계에 대한 개념을 정립하고, 개념에 따른 해양무인체계의 분류와 운용개념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그림 12] 해양무인체계 분류 예시 *출처 : 배학영, 한국형 유령함대 운용개념 및 전력 발전방향, 한국 방위산업학회, 2022.
만약 해양무인체계에 대한 명확한 개념과 분류, 운용개념을 정립하지 않는다면 해양무인체계를 기존의 유인무기 체계와 동일하게 인식하여 과도한 성능이 요구될 수 있다.
실제 미국 과학위원회에서 차세대 무인잠수정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면서, 무인잠수정을 잠수함과 동일하게 인식 하여 과도한 성능이 요구되어 개발비용 증가, 전력화 지연, 중복투자 등의 문제점이 발생하였다. 이에 개발 이전에 명확한 개념을 정립하여 향후 발생할 문제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해양무인체계와 인간의 역할 구분
인공지능 기반의 해양무인체계의 경우, 기계가 스스로 판단하여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윤리적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또, 전문가들은 인간의 통제를 벗어난 인공지능의 치명적 살상력에 대한 우려가 크다.
실제 2015년 7월에는 스티븐 호킹 등 전 세계 인공지능 및 로봇 전문가 1,000여 명이 서명한 ‘인공지능 기반 무인무기체계 개발과 확산 금지를 촉구하는 공개서한’이 발표된 바 있으며, 2018년 4월에는 30여 개국의 인공지능 연구자들이 우리나라의 주요 대학인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총장에게 킬러 로봇 개발 금지를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보낸 적도 있다.
이에, 윤리적 문제를 최소화하고 전장의 강력한 도구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양무인체계와 인간의 역할 구분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해양무인체계는 위험 지역, 인간 능력 초월영역, 반복임무 등에 투입하고, 인간은 해양무인 체계를 통제하는 역할과 할 수 없는 업무를 식별하여 투입이 필요하다.
셋째, 군 주도의 해양무인체계 개발
현 무기체계의 경우, 군에서 제기한 작전운용성능을 충족할 수 있도록 방사청과 연구개발기관 주도로 개발을 실시하고 군에서 작전개념에 맞게 운용한다.
다만, 해양무인체계의 경우는 탑재되는 알고리즘 자체에 탐지, 식별, 교전 등의 작전개념의 반영이 필요하여 단순 요구사항에 의해 개발되는 현 획득 체계로는 개발이 제한될 수 있다. 또, 변화하는 상황에 맞게 지속적 업데이트가 필요하여 개발이 완료된다는 현 개념이 모호해질 수 있다.
실제 미 국방성은 무인체계의 특성에 맞는 고유의 획득·개발체계를 도입하고, 시험평가 및 검증기술과 절차를 새로이 개발하였다. 다만, 현 무기체계 개발 프로세스는 법적인 부분으로 묶여 있어 이를 단기간에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에 장기적으로는 법적, 제도적 부분을 바꿔나가되, 현재의 체제에서 벗어나 군 주도로 방사청-연구개발기관을 한 팀으로 편성하여 군의 의견이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여야 한다.
넷째, 보안 관련 기술 확보
2011년 11월 미 스텔스 무인정찰기 RQ-170이 이란에 포획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란은 GPS 교란을 통해 RQ-170을 자국 공항에 착륙시켰다고 발표했으며, 더 큰 문제는 이란이 RQ-170을 역설계하는 방식으로 공격용 무인기 ‘사에게’를 개발했다는 것이다.
[그림 13] 미 RQ-170을 역설계 개발한 이란의 무인공격기 사에게 *출처 : 연합뉴스, “이란 5년전 포획한 美드론 본떠 공격용 드론 개발, 2016.10.1.
이렇듯 무인전력의 가장 큰 약점은 보안에 있다.
인간이 직접 통제하지 않기 때문에 한 번 탈취되면 곧바로 통제력을 상실하고 적의 전력으로 활용되어 아군에 대한 공격이 가능하다. 최근 선진국들은 사이버전과 전자전을 결합한 사이버전자전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이는 전자전을 통해 시스템에 침투하고 침투 후 사이버전 방식으로 무인전력의 통제권을 가져오는 방식으로 사이버전과 전자전의 장점만을 융합한 방식이다. 이렇듯 우리는 변화하는 기술추세에 맞춰 양자 암호통신 기술 등의 신기술을 적극 개발하여 문제점을 신속히 해결할 필요가 있다.
맺는 말
지금까지 우리는 중국의 부상과 미 유령함대의 등장, 해양무인체계의 이점과 그 활용방안 등을 살펴보았다. 이제 인공지능 기반의 해양무인체계의 등장은 더 이상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다만, 제한된 시간과 예산 속에서 전력을 효율적으로 건설하기 위해서는 해양무인체계에 대한 명확한 개념을 정립하고, 관련 기술의 조속한 확보와 군 주도의 개발이 필요하다. 물론 이러한 과제들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들이 모여 한국형 유령함대 건설의 초석이 될 것이다. 앞으로 해양무인체계가 해군의 충성스러운 일원으로써 미래 해양전의 승리를 보장할 것을 기대하며, 한국형 유령함대의 힘찬 항진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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