形形色色(형형색색) 단풍 물결이 설악산과 오대산 능선을 따라 끝없이 이어진다. 힘있게 굽이진 소양강 줄기는 두메산골을 휘감아 흐른다. 추수 끝낸 논밭은 넓은 조각보 같은 민얼굴을 드러내 하늘과 對面(대면)하고, 계곡따라 이어지는 옛길은 숲을 들락거리며 하늘과 숨바꼭질 중이다. ‘壯觀(장관)’이란 표현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말인 것 같다.
강원도 강릉시 외곽의 조각보처럼 펼쳐진 논밭 사이로 남대천 물줄기가 동해를 향해 이어지고 있다. |
가을걷이를 마친 농민이 누렇게 익은 옥수수를 앞 마당에 내놓는다. 갈아엎은 배추밭은 한 달새 반 토막 난 배춧값에 가슴 아픈 農心(농심)을 보여준다. 火田民(화전민)이 일궈놓은 밭들은 어느새 결실을 맺었고, 五色(오색)단풍 물든 산골 마을은 大豊(대풍) 예감에 들떴다.
李承晩(이승만) 前(전) 대통령이 6·25 당시 적군의 水葬(수장)을 기념해 명명한 破虜湖(파로호)에 4만2000㎡ 크기의 한반도 모양 인공섬이 모습을 드러냈다. 萬海(만해) 韓龍雲(한용운)이 入山修道(입산수도)해 독립운동을 구상했던 百潭寺(백담사)에는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의 의미를 찾고자 온 방문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내설악 깊은 터에 자리잡은 백담사에 방문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647년 창건된 천년 고찰로, 시인 만해 한용운이 입산 수도해 독립운동을 구상했던 곳이다. |
설악산 대청봉 정상에 오른 등산객들이 반가움에 손을 흔들며 인사한다. 오대산 비로봉에서 시작된 붉은 단풍은 어느새 千年古刹(천년고찰) 月精寺(월정사)에 당도했다.
높은 하늘 위에서 이 광경을 내려다 볼 신의 관심사는 복잡한 세상만사가 아니라 그저 오색으로 물들어가는 단풍에 있지 않을까. 하늘에 올라오니 신이 하늘에 있는 이유를 알 만하다.⊙
영월에서 정선으로 이어지는 東江(동강) 사이로 추수를 끝낸 논밭이 민얼굴을 드러내 하늘과 대면하고 있다. |
형형색색 물든 오대산 단풍. 한 폭의 거대한 유채화를 떠오르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