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위협 증가로 연내 선제공격 가능성 제기…
작전거리 멀고 미국 협조 변수
이스라엘이 중동전쟁에서 승리해 동예루살렘을 점령한지 41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전운은 유전 연기처럼 짙기만 하다. 5월28일부터 6월12일까지 이스라엘은 비밀리에 대규모 공군훈련을 실시했다. 이를 두고 6월20일자 ‘뉴욕타임스’는 ‘이란의 핵시설을 독자적으로 선제공격하기 위한 리허설’이라고 보도했다. 이를 시작으로 이스라엘 안팎에서는 올해 안에 공격이 있을 것이라는 보도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익명의 펜타곤 관리의 말을 인용해 가장 먼저 훈련 사실을 보도한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지중해 동부와 그리스 영공에서 실시된 이번 훈련에 100기가 넘는 F-16, F-15 전투기가 동원됐고, 헬기와 공중급유기에 의한 인명구조 훈련과 공중급유 훈련이 병행됐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훈련거리가 약 1500km에 이르며, 이는 이란의 나탄즈에 자리한 핵시설까지의 거리에 근접한다고 보도했다.
전투기 공격하려면 한 번의 중간급유 필요
이란에 대한 이스라엘의 선제공격 가능성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란의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유대국가(이스라엘)를 지도상에서 없앨 것”이라고 공언해온 데다, 이스라엘은 이란 중장거리 미사일의 사정권에 들어 있다. 따라서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할 경우 가장 큰 위협을 받게 되는 나라는 단연 이스라엘이다. 이 때문에 이란 핵에 대한 국제사회의 모든 외교적 해결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고, 미국이 대신 짐(?)을 져주지 않을 게 확실해지면 이스라엘이 어떤 식으로든 독자행동에 나서리라는 것은 기정사실로 여겨져왔다.
또한 이스라엘은 과거 유사한 위협에 독자공격으로 대응한 전례가 있다. 1981년 이라크의 오시라크 원자로를 폭격했고, 지난해 9월에는 핵시설로 의심되는 시리아의 군사시설을 폭격했다. 이란 선제공격 시기가 ‘올해 안’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은, 이스라엘 정보기관이 이란의 핵무기 개발 성공을 내년 중으로 보는 데다 올 11월 백악관의 주인이 바뀌기 때문에 그 전에 ‘거사’를 감행하리라 예측되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이란을 칠 수 있을까. 많은 군사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이 이란 전역에 산재한 4개 주요 핵시설과 20여 개 관련시설을 동시에 폭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데 동의한다. 과거 이라크나 시리아 공격과 달리 이스라엘과 이란은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데, 핵무기 개발의 핵심시설인 나탄즈의 우라늄 농축시설이 그 목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경우도 거리가 멀다는 점은 여전히 문제로 남는다. 이스라엘의 주력전투기 F-16I, F-15I의 최대 작전거리는 1000km 정도로 추정된다. 작전거리란 중간급유 없이 전투기가 작전을 펼칠 수 있는 거리를 뜻하는데, 이는 어디까지나 평균 추정치에 불과하다. 상황에 따라 작전거리의 편차가 크기 때문이다. 예컨대 전투기에 탑재된 장비의 무게가 무거울수록, 적의 방공망을 피하기 위해 속도와 고도에 급격한 변화를 줄수록 그만큼 작전거리는 짧아지게 된다.
결론적으로 이스라엘 전투기가 이란의 핵시설을 공격하려면 보조 연료통을 탑재한다 해도 적어도 한 번은 중간급유를 받아야 한다. 따라서 군사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시설을 공격할 경우 가능한 공격 루트에 주목해왔다.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는 데 가장 손쉬운 방법은 중장거리 미사일로 요격하는 것이다. 그러나 장거리를 날아가는 만큼 요격당할 위험이 크고, 탄두를 무겁게 장착하지 못한다는 약점이 있다. 적은 양의 탄두로는 지하 깊숙이 엄폐된 시설에 결정적인 타격을 주기 어렵다. 따라서 항공기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데, 이 경우 가장 용이한 방법은 이란과 근접한 페르시아만에 정박한 미국의 항공모함이나 이라크에 있는 미 공군기지를 이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모두 미국의 협조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스라엘이 독자적으로 작전을 펼칠 때는 고려될 수 없는 방법이다.
국제사회 반응과 이란 내 정치환경 변화도 영향 미칠 듯
과거 공군사령관 출신인 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 단 할루츠는 이란을 공격할 경우 최소 비행거리가 2000km는 돼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왕복 직선거리는 1500여 km지만 적의 방공망에 포착될 경우 이를 피하기 위해 항로를 변경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공중급유를 받더라도 한계치까지의 비행을 감수해야 하는,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운 작전이다. 게다가 이란은 러시아 기술로 도입한 신형 방공망을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스라엘의 작전실행 능력과는 별개로 실제 ‘결정’을 내리는 데 영향을 끼칠, 그러나 이스라엘이 관여할 수 없는 여러 변수도 고려해야 한다. 이스라엘의 일간 ‘하아레츠’는 뉴욕발(發) 기사를 보도하며 ‘실행능력’ 외에 이스라엘의 판단에 영향을 끼칠 세 지 변수를 더 언급했다.
첫째는 미국과의 협조다. 이스라엘이 이 계획을 실행에 옮기려면 미국의 적극적인 협조를 끌어내지는 못한다 해도 최소한 동의나 묵인이 있어야 가능하다. 이는 전적으로 올해 11월 누가 백악관의 주인이 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둘째, 국제사회의 반응이다. 유엔 안보리상임이사국 중 러시아와 중국은 이란에 결정적 타격을 줄 수 있는 제재안을 거부해왔다. 이들 국가의 태도 변화에 따라 이스라엘의 판단은 영향을 받게 된다. 셋째는 이란 내 정치환경의 변화 여부다. 이란은 내년 5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다. 현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이 연임될지 혹은 다른 인물이 권좌에 오를지에 따라, 또 이들의 핵문제에 대한 태도에 따라 이스라엘의 판단은 영향을 받게 된다.
이처럼 이스라엘의 이란 폭격은 실행능력과 함께 많은 변수를 고려해 결정될 문제이기에 전문가들은 지중해에서의 이스라엘 공군훈련을 이란 폭격에 대한 리허설로 보지 않으며, 가까운 시일에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할 가능성도 낮게 평가한다. 이번 이스라엘 공군훈련의 의도는 미국과 국제사회, 이란 앞에 무력시위를 벌인 것으로 보는 관점이 우세하다. 즉 이란의 핵개발을 이른 시일에 효과적으로 저지해달라는 요구이자, 그렇지 못했을 경우 직접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협박의 메시지라는 것이다.
이스라엘의 훈련 사실이 보도된 뒤 이란은 이스라엘이 공격하면 미사일로 대응할 것이며, 페르시아만에 자리한 호르무즈 해협의 송유관을 폐쇄할 것이라고 반응했다. 이란은 세계 4위 석유생산국이고 전 세계 석유의 약 60%가 호르무즈 해협을 지난다. 중동의 핵위기가 우리에게도 남의 일이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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