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맞춤여행|통영·거제]
[첫째 날] 07:00 서울 출발→11:00 대전-통영간고속도로 통영IC(서울 양재IC에서 346km) 도착→11:20~11:40 세병관 관람→11:50~12:30 남망산공원 산책→12:30~13:10 점심식사(굴솥밥 또는 충무김밥)→13:20~14:00 서호시장(각종 해산물이 풍부한 통영 제일의 재래시장) 구경→14:30~17:30 미륵도 일주(풍화리 해안도로, 달아공원, 통영수산과학관)→18:00~19:00 저녁식사(해물뚝배기 또는 다찌집)→19:00~20:30 여항산 북포루(통영 야경 조망포인트)→22:00~ 취침
[둘째 날] 06:00 기상→06:30~07:10 통영어항 어판장 구경→07:30~09:00 짐 정리 및 아침식사(도다리쑥국 추천)→09:00~11:00 거제도로 이동(거제도 서쪽 해안을 따라가는 1018번 지방도 이용)→11:00 거제시 남부면 저구항에서 매물도해운(055-633-0051)의 소매물도행 여객선 승선→11:30 소매물도 도착→11:30~14:00 소매물도와 등대섬 구경→14:00 소매물도 출발→14:30 저구항 도착→14:40~15:20 여차-홍포 간 해안도로(남해안 제일의 해안도로)→16:30 대전-통영간고속도로 동통영IC 출발
통영은 미항(美港)이다. ‘한국의 나폴리’라는 수사가 어김없이 따라붙을 만큼 아름답다. 지난해 말 대전-통영간고속도로가 완전 개통되기 전까지만 해도 수도권 사람들에게 통영은 큰맘 먹어야 한번 찾아갈 수 있는 곳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수도권에서 당일 일정도 가능할 만큼 가까워졌고, ‘놀토(노는 토요일)’와 일요일을 이용해 거제도까지 아우른다면 1박2일의 가족여행 코스로 가히 환상적이다.
통영은 또한 예항(藝港)이다. 남망산공원의 팔각전망대나 여항산의 북포루에 올라서면 아무리 가슴이 메마른 사람도 감수성이 용솟음칠 만큼 서정적인 통영 바다가 눈앞에 펼쳐진다. 그 바다의 빼어난 풍경과 탁월한 서정미가 세계적인 음악가 윤이상, ‘깃발’의 시인 유치환과 극작가 유치진 형제, 대하소설 ‘토지’의 작가 박경리, 시인 김상옥과 김춘수 등을 낳았다.
통영 바다의 진면목을 보려면 미륵도를 둘러봐야 한다. 통영항 남쪽에 주머니처럼 매달린 이 섬은 봄날 여행지로 제격이다. 섬을 한 바퀴 돌아오는 산양일주도로(1021번 지방도)의 길가 양쪽에는 아리따운 동백꽃과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피어나고, 나그네의 상기된 볼에 와 닿는 해풍에는 따사롭고 싱그러운 봄기운이 물씬 배어난다.
23km에 이르는 산양일주도로의 하이라이트 구간은 산양읍 원항마을부터 달아공원까지의 약 5km다. 비췻빛 바다와 아련히 떠 있는 섬들이 시야를 가득 채우고, 길을 굽이굽이 돌 때마다 갯마을과 포구의 아담한 풍경이 불쑥불쑥 나타난다. 달아공원과 인근 통영수산과학관에서는 해넘이와 해돋이를 감상하기에 좋다.
천혜의 바다전망대인 달아공원에서 바라보는 한려수도는 참으로 곱다. 하지만 400여 년 전 이곳 바다는 이순신 장군과 조선 수군이 왜군을 크게 무찌른 전쟁터, 바로 임진왜란 3대 대첩의 하나로 꼽히는 한산대첩의 현장이다.
달아공원에서 손에 잡힐 듯 가까운 한산도 저편에는 거제도의 우람한 산줄기가 불끈 솟아 있다. 거제도는 제주도 다음으로 큰 섬이지만, 막상 그곳에 가보면 섬이라는 느낌이 별로 없다. 거제도와 통영 사이의 견내량 해협에는 한강다리만큼 큰 신거제대교가 놓여 있고, 이 다리를 지나 장승포항까지는 고속도로처럼 넓은 14번 국도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거제도의 아름다운 자연을 실감하려면, 섬의 서쪽 해안을 구불구불 돌아가는 1018번 지방도를 이용해야 한다. 주변에 명소는 없어도 섬 특유의 아늑하고 서정 넘치는 풍경이 줄지어 나타난다. 1018번 지방도를 타고 거제도 최고봉인 가리산(580m)을 넘어서면 남부면 저구항에 다다른다. 이 작은 항구에서는 우리나라 섬 가운데 최고 절경을 자랑하는 소매물도행 여객선이 출항한다.
저구항에서 소매물도까지는 약 3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소매물도는 본섬과 등대섬으로 나뉘는데, 두 섬 간의 거리는 30여m에 불과하다. 썰물 때에는 드러난 몽돌해변을 통해 두 섬 사이를 걸어서 왕래할 수 있다. 등대섬은 그림엽서의 풍경처럼 아름답다. 하늘빛을 고스란히 담은 바다, 기암절벽, 융단 같은 초원, 철 따라 피고 지는 야생화, 그리고 언덕 위의 하얀 등대…. 소매물도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이라는 찬사를 받는 것은 순전히 이 등대섬 덕택이다. 본섬의 4분의 1 크기에 불과해 걸어서 20~30분이면 섬 전체를 둘러볼 수 있다. 그러나 용바위, 부처바위, 거북바위, 촛대바위 따위의 기암괴석과 신비한 전설이 전하는 글씽이굴 등의 절경은 유람선을 타야만 구경할 수가 있다.
소매물도와 등대섬 여행은 깨어나고 싶지 않은 봄꿈이다. 그야말로 일장춘몽 같은 소매물도 구경을 마치고, 거제도를 떠나기 전에 꼭 들러볼 곳이 하나 더 있다. 남부면 여차마을과 홍포(무지개)마을 사이의 깎아지른 절벽을 따라가는 해안도로다. 거제도는 물론이고 남해안 전역을 뒤져도 이곳만큼 풍광 빼어난 해안도로는 찾기 어렵다. 수십 길 높이의 가파른 절벽, 원시림처럼 울창한 숲, 눈이 시도록 푸른 바다의 조화가 절묘하기 그지없다. 더군다나 대·소병태도, 가왕도, 다포도, 대·소매물도 등의 섬들이 오롱조롱 떠 있는 바다 풍광은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을 장관이다.
[통영] 미륵도 도남관광단지의 금호마리나리조트(055-646-7001)는 객실에서도 해돋이를 감상할 수 있을 정도로 바다 전망이 좋다. 그밖에 도남동의 카리브콘도모텔(055-644-4070), 산양일주도로변의 엔터콘도모텔(055-646-4789) 등이 시설 좋고 깔끔하다. 새벽에 어판장을 둘러보려면 서호동의 통영비치호텔(055-642-8181)이나 항남동의 넥슨모텔(055-643-6568)을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거제] 산달도, 한산도 등의 섬들과 한려수도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거제면 소량리의 산타모니카펜션(055-632-1571)은 바다 전망이 좋고 늘 한가로워서 자연을 벗삼아 쉬기에 더없이 좋다. 그밖에 학동 몽돌해변의 몽돌비치호텔(055-635-8883), 해금강 어귀의 솔레미오펜션(055-633-4233), 해금강의 해금강호텔(055-632-1100), 홍포마을의 외도펜션(055-633-0351~2, 5745)도 바다 전망이 좋은 곳이다.
맛집
[통영] 향토집(굴요리 전문점, 055-645-2619), 터미널횟집(도다리쑥국, 055-641-0711), 십오야숯불장어구이(055-649-9292), 이화식당(물메기탕, 055-645-7253), 도남식당(굴밥과 해물뚝배기, 055-643-5888), 충무식당(가자미찜, 055-643-3765), 분소식당(복엇국, 055-644-0495), 뚱보할매김밥(충무김밥 원조집, 055-645-2619), 원조시락국(시래깃국, 055-646-5973), 오미사꿀빵집(꿀빵 원조집, 645-3230), 울산다찌(싱싱한 해물 안주가 푸짐하게 나오는 선술집, 645-1350)
[가족 맞춤여행|용인·안성]
[당일 코스] 07:00 서울 출발→08:20 영동고속도로 양지IC 도착→08:40~09:10 백암면 소재지에서 아침식사(순댓국밥)→09:30~12:00 한택식물원(031-333-3558, www.hantaek.com) 관람→12:00~13:00 한택식물원 ‘미담’에서 점심식사→13:40~15:00 대덕면 모산리, 소현리 일대의 배꽃 구경→16:00~17:00 태평무전수관(031-676-0141, www.taepyungmu.net)에서 토요상설공연 관람→15:40 남사당전수관(031-675-3925, www.baudeogi.com)에 도착, 임시 난장에서 간단하게 저녁식사(잔치국수·떡 등)→18:30~21:00 남사당 토요상설공연 관람→21:30 경부고속도로 안성IC 출발
봄바람은 꽃바람이다. 봄을 시샘하는 바람이 아무리 모질어도 제철을 만난 들꽃들은 어김없이 꽃망울을 터뜨린다. 복수초, 얼레지, 깽깽이풀, 노루귀, 꿩의바람꽃, 홀아비바람꽃, 괭이눈, 동의나물, 노랑제비꽃, 처녀치마…. 이름만 들어도 친밀감이 느껴지는 이 봄꽃들은 대개 인적 드문 첩첩산중에서 수줍은 듯 피고 진다. 게다가 꽃잎이 작고 꽃 빛깔도 수수해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도 않는다. 하지만 경기 용인시 한택식물원에서는 우리 땅에 자생하는 식물의 대부분을 쉽게 관찰할 수 있다.
한택식물원은 용인시 백암면 옥산리 비봉산 기슭에 자리한 사설 식물원이다. 이 식물원에는 튤립·수선화·크로커스(사프란) 등 구근식물 수백 종이 심어진 구근원, 우아하고 탐스런 꽃을 피우는 모란 작약원,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 나오는 바오밥나무 등 호주 자생식물을 모아놓은 호주식물원, 1000여 종의 자생식물이 실제와 똑같은 생태환경에서 자라는 자연생태원, 절개지 석축을 이용한 월가든(wall garden), 고산식물 500여 종이 심어져 있는 암석원 등을 비롯해 30여 개의 테마정원이 조성돼 있다.
총면적 30여만 평에 8000여 종, 720만 그루의 식물을 보유한 이 식물원에서는 사시사철 꽃구경이 가능하다. 특히 유난히 꽃잎이 크고 빛깔도 화려한 튤립, 모란, 작약 등이 만개하는 4월 중순에서 5월 말 사이에 보기 드문 장관이 연출된다. 이맘때쯤이면 온갖 들꽃들도 앞 다투어 피어나 눈부시게 화사한 꽃 세상을 만든다. 젊은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도 손색이 없고, 호기심 많은 자녀들의 현장학습장으로도 안성맞춤이다.
남사당놀이 권원태 씨 줄타기 안 보면 후회
한택식물원은 용인과 안성의 경계 지점에 위치한다. 주차장에서 나와 몇 걸음만 옮기면 ‘안성맞춤의 고장’ 안성 땅이다. 춘광춘색(春光春色) 완연한 4월 중순, 안성 땅 산비탈과 들녘은 온통 새하얗다. 때늦은 서설(瑞雪)이라도 쏟아진 듯 눈부시게 하얀 배꽃이 만발하기 때문이다. 특히 배밭이 밀집된 안성시 대덕면 모산리와 소현리 일대는 맑은 봄 햇살 아래 무리 지어 핀 배꽃이 꽃 멀미조차 일으킬 지경이다.
안성은 전통문화의 원형이 오롯이 살아 있는 고장이다. 다른 지방에서는 만만치 않은 관람료를 내고서도 볼 수 없는 전통공연을 여기서는 무료로 관람할 수가 있다. 공짜라고 그저 그럴 거라는 선입관을 갖는다면 큰 오산이다. 공연 수준이 전문가들도 감탄할 만큼 높을 뿐더러 처음부터 끝까지 잠시도 자리를 뜰 수 없을 정도로 감동과 재미를 안겨준다.
먼저 찾아볼 곳은 안성시 사곡동의 태평무전수관. 이곳에서는 4월에서 11월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4시부터 약 1시간 동안 토요상설공연이 열린다. 수백 회 해외공연을 통해 우리나라 전통 춤의 진수를 보여준 강선영무용단의 공연무대다. 왕과 왕비가 나라의 풍년과 태평성대를 기원하며 추었다는 태평무(중요무형문화재 제92호)를 비롯해 검무, 북춤, 장구춤, 향발무, 무당춤, 공작과 학, 한량무, 미얄할미, 황진이 등의 다채로운 전통 춤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가 있다.
태평무전수관의 전통 춤 공연이 끝나면 안성시 보개면 복평리의 남사당전수관으로 자리를 옮긴다. 이곳에서는 오후 6시30분부터 약 2시간 동안 남사당놀이가 펼쳐진다. 남사당놀이 공연에 앞서 시간 여유가 있다면, 남사당전수관과 같은 공간 안에 자리잡은 ‘아트센터 마노’를 둘러볼 만하다. 2만평 규모의 대지에 미술관, 아트숍, 세미나실, 펜션, 야외전시장, 야외예식장, 레스토랑, 산책로 등을 두루 갖춘 복합문화 공간이다.
‘안성시립 남사당바우덕이풍물단’ 단원들이 펼치는 남사당놀이는 공연자와 구경꾼이 따로 없다. 함께 어우러져 유쾌하게 놀아보는 한바탕 놀이마당이다. 그래서 처음부터 끝까지 숨돌릴 틈조차 없을 만큼 활기차고 발랄하다. 해거름 녘부터 시작되는 공연에서는 고사굿, 설장구 합주, 사물놀이, 살판(땅재주놀이), 덧뵈기(탈놀이), 버나놀이(가죽접시돌리기), 덜미(인형극), 어름(줄타기), 상모놀이, 북춤, 풍물놀이, 무동놀이 등이 순차적으로 선보인다. 그중 어릿광대와 재주꾼이 재담과 묘기를 주고받는 살판, 각각 1, 3, 5, 7명의 어린이를 어깨에 태운 채 덩실덩실 춤을 추는 무동놀이가 인상적이다. 서커스단 공연 같은 기교와 재주가 이어지면서 관객들로 하여금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남사당놀이의 압권은 역시 줄타기. 어름산이(줄타기 명인) 권원태 씨가 펼쳐 보이는 줄타기에 관객들의 탄성과 박수가 끊임없이 터진다. 권 씨는 몇 해 전쯤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열린 세계줄타기대회에서 우승했는가 하면, 최근 한국영화 사상 최고 흥행기록을 돌파한 영화 ‘왕의 남자’에서 장생(감우성 역)의 대역으로 출연해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2시간가량 이어진 공연이 끝날 즈음에는 관객들이 무대로 나가 공연자들과 함께 어깨춤을 추는 뒤풀이 마당이 이어진다. 그마저도 모두 끝나면 가슴이 휑할 만큼 아쉬우면서도 머릿속까지 맑아지는 듯한 카타르시스를 맛보게 된다. 돌이켜보면 봄날 하루의 여정이 꿈결처럼 아름답고 아련하다. 오래도록 깨어나고 싶지 않은 일장춘몽 같다.
남사당놀이 토요상설공연을 관람한 뒤 안성에서 하룻밤 묵을 생각이면, 아트센터 마노(031-676-7815)의 펜션을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그밖에도 안성에는 레이크힐스골프텔(031-671-2881), 안성비치호텔(031-671-0147), 샤넬파크(031-677-7373), 너리굴문화마을(031-675-5171), 안성퓨전펜션(031-675-1807), 펜션아미고(031-618-3415), 레이크펜션(031-676-7799), 프로방스모텔(031-676-9905) 등 숙박업소가 많아서 숙소를 구하기는 어렵지 않다.
맛집
[첫째 날] 07:00 서울 출발→10:30 서해안고속도로 목포IC(서서울톨게이트에서 320km) 도착→ 12:00~13:00 완도군 군외면 불목리의 ‘해신’ 촬영지(061-550-5745)와 장좌리의 청해진 유적지 관람→13:20~14:15 점심식사(완도항 활어회 센터)→14:30 청산도행 청산고속카페리호(061-552-9388) 승선→15:20 청산도 도착→15:20~19:00→청산도 일주관광 및 ‘봄의 왈츠’ 촬영지 관람→19:00~20:00 저녁식사(해물탕) 후 취침
[둘째 날] 05:00 기상→05:20~05:40 진산리-신흥리 간의 해변이나 해안도로에서 해돋이 감상→06:00~08:00 짐 정리 후 아침식사(전복죽)→08:00~09:30 도청리 초분 답사 및 당리 돌담길 산책→09:50 완도행 청산고속카페리호 승선→10:40 완도항 도착→11:00~12:10 신지도 일주관광→12:20~13:10 완도 읍내에서 점심식사(해물한정식)→13:30~15:30 정도리 구계등 탐방과 소세포(061-554-2216)의 ‘해신’ 촬영지 구경→17:00 서해안고속도로 목포IC 진입
완도가 뜨고 있다. 두어 해 전에 방영된 TV 드라마 ‘해신’과 현재 방영 중인 ‘봄의 왈츠’의 오픈세트장이 들어선 뒤로 완도를 찾는 관광객의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특히 ‘가을동화’ ‘겨울연가’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은 윤석호 PD의 계절 연작 완결편인 ‘봄의 왈츠’가 촬영 중인 청산도에는 주말과 휴일마다 수천 명의 관광객들이 몰려든다. 수도권에서 청산도까지는 찾아가는 데만도 꼬박 한나절이 걸리는 먼 길이다. 그럼에도 수많은 관광객들이 몰리는 이유는 드라마 속의 청산도 풍경이 그야말로 동화처럼 아름답기 때문이다.
완도항과 청산도를 오가는 철부선이 닿는 곳은 청산면 소재지인 도청리. 당리, 읍리, 신흥, 국화, 진산, 지리 등 청산도의 거의 모든 마을을 둘러 가는 일주도로의 시점이자 종점이기도 하다. 여기서부터 일주도로를 따라 느긋하게 서너 시간만 돌면, 섬 전체가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 속하는 청산도의 아름다운 자연풍광과 향토색 짙은 풍물을 대부분 구경할 수 있다.
도청리에서 남동쪽으로 1km쯤 떨어진 당리에는 아직까지도 아담한 초가와 돌담길이 남아 있다. 그래서 임권택 감독의 대표 작품인 영화 ‘서편제’의 주요 촬영지가 되기도 했다. 지금도 영화가 촬영됐던 초가집은 옛 모습 그대로 보존돼 있다. 이 초가에서 어린 동호(김규철), 송화(오정해) 남매가 아버지 유봉(현 문화관광부 장관인 김명곤)에게 야단맞으며 소리를 배우는 장면이 촬영됐다고 한다.
당리마을 동구 밖 언덕에는 ‘봄의 왈츠’ 세트장이 세워져 있다. 초록빛 보리밭과 노란 유채꽃, 그리고 짙은 갈색 돌담길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언덕에 다소 생뚱맞은 유럽풍의 ‘봄의 왈츠’ 세트장이 자리 잡았다. 합판으로 겉모습만 그럴싸하게 지은 여느 세트장과는 달리 7억원의 예산을 들여서 건축한 진짜 2층 건물이라고 한다. 이곳 언덕은 ‘서편제’에서 유봉과 그의 자식들이 구성진 진도아리랑 가락에 맞춰 어깨춤을 추며 걸어가는 장면을 찍은 곳으로도 유명하다. 5분 20초 동안의 롱테이크(long-take) 기법으로 촬영된 ‘진도아리랑’ 장면은 “한국 영화사상 가장 아름다운 장면”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사실 당리마을 언덕배기를 상쾌한 초록과 현란한 노랑으로 수놓은 보리밭과 유채밭은 영화의 한 장면보다 더 영화 같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찬찬히 이 길을 걷노라면 “보리밭 사잇길로 걸어가면 뉘 부르는 소리 있어…”라는 가곡이 절로 웅얼거려진다. 게다가 산 중턱까지 구불구불 이어진 돌담길에서 바라보는 당리마을과 읍리마을의 전경, 그리고 도락포와 도청항 저편의 바다를 오렌지 빛으로 물들인 저녁노을은 가슴 뭉클할 정도로 서정미가 넘친다.
길가 보리밭 옆 선사시대 지석묘와 조선시대 하마비가 있는 읍리마을을 지나고 야트막한 고개를 하나 넘어서면, 청산도 맨 동쪽 마을인 신흥리가 한눈에 들어온다. 양중리, 부흥리 등의 산비탈에서 신흥리 바닷가까지 이어지는 들녘이 제법 넓다. 이 논들은 모두 청산도 주민들이 피땀 흘려 일군 ‘구들장논’이다. 구들장논은 바로 청산도 사람들의 억척스런 생활력과 근면성을 상징한다.
청산도의 대표적인 풍물 중 하나로 다도해 지방 특유의 장례 습속을 보여주는 초분(草墳)도 빼놓을 수 없다. 지역에 따라 초빈, 초장, 외분, 고름장, 구토 등으로도 불리는 초분은 글자 그대로 ‘풀무덤’이다. 다도해 섬사람들은 시신을 곧바로 땅에 묻으면 지신이 노한다고 여겼을 뿐만 아니라, 돌아가신 부모의 시신을 초분으로 모시는 것이 자식 된 도리라고 여겼다. 초분을 두는 기간은 대체로 3년이지만, 이장할 곳이 여의치 않거나 집안의 애경사가 겹치면 4~5년, 심지어는 10년을 넘기는 경우도 있다. 지금도 청산도 도청리에는 두어 기의 초분을 찾아볼 수 있다.
청산도를 오가는 길에 완도에서 잠시 들러볼 만한 곳으로는 신지도, 장좌리의 청해진 유적지, 정도리 구계등, ‘해신’ 촬영지 등이 있다. 명사십리해수욕장으로 유명한 신지도는 2005년 12월에 길이 840m의 신지대교가 완공된 뒤로 배를 타지 않고서도 드나들 수 있게 됐다.
신지대교 부근의 완도읍 장좌리는 통일신라 때 ‘해상왕’ 장보고가 청해진을 설치했던 곳이다. 지금도 마을 앞 장도에는 당시 목책 흔적과 토성, 장보고를 신으로 모신 당집 등이 남아 있다. 그리고 완도읍 정도리 구계등(명승 제3호)은 ‘자그르르~ 쏴아~, 자그르르~ 쏴아~’ 하며 쉴 새 없이 해조음을 쏟아내는 몽돌해변과 울창한 상록수림이 퍽 운치 있는 곳이다.
여행 정보
청산도에는 호텔이나 콘도는 없고 등대모텔(061-554-8558), 칠성장(061-552-8507), 멤버스모텔(061-555-0660) 등의 모텔 몇 곳이 도청항에 몰려 있다. 전체 객실 수가 많지 않아 청산도에서 하룻밤 묵으려면 예약하는 것이 좋다. 완도 읍내에는 씨월드관광호텔(061-554-0225), 씨애틀모텔(061-555-5500), 두바이모텔(061-553-0688), 제우스모텔(061-554-0070), 시드니모텔(061-555-1076) 등 숙박업소가 많다.
청산도 도청항의 청산도식당(061-552-8600)은 전복죽(사진)이 맛있는 집이다. 청산도 해역에서 양식해 육질 좋은 전복을 푸짐하게 넣은 죽맛이 일품이며 매운탕, 아구찜, 생선회 등의 메뉴도 있다. 읍리에서 권덕리 넘어가는 도로에 위치한 보적산장(061-555-5210)은 생선회, 불고기, 백반 등을 잘한다. 완도 읍내 대도한정식(061-553-5029)은 한정식(4인 기본, 한 상에 10만원)을 주문하면 전복젓, 키조개젓, 전복 넣은 삼계탕, 병어회, 해삼물회 등의 해물요리를 비롯한 40~50가지 음식을 상다리 휘어지도록 차려내는 ‘남도별미집’이다.
배편 완도항 제1부두에서 청산농협(061-552-9388)의 청산고속카페리호가 하루 4회(08:00, 11:20, 14:30, 18:00) 출항. 약 50분 소요. ※ 날씨, 계절, 요일에 따라 출항 시간과 횟수가 바뀔 수 있으니 반드시 사전에 확인할 것.
[첫째 날] 07:00 서울 출발→09:30 동해고속도로 강릉IC(동서울톨게이트에서 201km) 도착→09:30~10:00 남대천 둔치 단오장(단오제 일정 문의/ 강릉단오제위원회 033-641-1593, www.danojefestival.or.kr)으로 이동→10:00~12:00 조전제 및 단오굿 관람→12:00~15:00 단오장 내 향토음식점에서 점심식사 후 단오장 구경→15:30~17:30 학산리(범일국사의 고향)의 굴산사터 및 내곡동의 신복사터 답사→18:00~19:00 저녁식사(강릉식 한정식, 또는 생선회)→19:30~21:00 단오장의 야간 산책 후 취침
[둘째 날] 05:00 기상 후 경포해변에서 해돋이 감상→05:30~06:30 경포호 산책→07:00~08:30 짐 정리 후 아침식사(초당두부마을의 순두부)→09:00~11:30 경포 주변의 문화유적 답사(선교장, 경포대, 허균 생가, 강문동 진또배기 등)→12:00~17:00 단오장에서 점심식사 후 단오굿을 비롯한 단오제 행사 관람→17:30 동해고속도로 강릉IC 진입
해마다 단오(음력 5월5일)가 가까워지면 대관령 동쪽 강릉 땅에서는 축제의 열기가 점차 고조된다. 무려 천년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는 강릉단오제 본행사가 머지않은 탓이다.
천중절, 수릿날으로도 불리는 단오는 1년 365일 중에서 양기가 가장 왕성한 날이라고 한다. 단오는 옛날부터 설, 추석, 한식과 함께 우리 민족의 4대 명절 중 하나로도 꼽혀왔다. 이날에는 수리취를 넣어 만든 수리취떡(일명 ‘애엽병’)과 쑥떡 등을 만들어 먹었고 그네뛰기, 씨름, 탈춤 등의 전통놀이도 즐겼다.
언젠가부터 단오는 잊혀진 명절이 되었다. 액을 물리치기 위해 단옷날에 남자들이 창포뿌리를 허리춤에 차고 다니던 모습도, 여자들이 창포물로 머리를 감고 붉게 물들인 창포뿌리로 비녀를 만들어 꽂던 단오 풍속도 어느 틈엔가 슬그머니 사라져버렸다. 하지만 강릉단오제는 여전히 해마다 열린다. 심지어 군중집회가 엄격히 금지됐던 일제강점기에도 한 해도 빠짐없이 열렸다고 한다.
오늘날 강릉단오제는 우리나라 수많은 향토축제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고 유서도 깊어 1967년에 중요무형문화재 제13호로 지정됐다. 또 지난해 11월에는 유네스코 ‘인류 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에 선정됨으로써 세계적인 전통축제로 인정받았다. 유네스코 선정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올 강릉단오제는 전통에 충실하면서도 더욱 성대한 축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강릉단오제는 이미 5월2일부터 시작됐다. 음력 4월5일인 이날에는 옛 강릉시청 옆 칠사당에서 단오제에 쓰일 술을 빚는 신주근양(신주빚기) 의식이 엄숙하게 거행됐다. 그리고 음력 4월15일에는 대관령 산신당과 국사성황당에서 산신제와 국사성황제가 열렸고 이어 구산서낭제, 학산서낭제, 국사여성황사봉안제 등의 제의가 온종일 계속됐다. 본행사는 강릉 남대천 둔치 단오장에서 단오 전후로 닷새동안 열린다. 올해는 5월29일 저녁 영신제로 시작, 6월2일 저녁 송신제와 함께 막을 내린다.
강릉단오제 핵심내용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유교식 제사와 단오굿으로 이루어진 종교의례, 관노가면극·농악·그네타기·씨름 등의 민속놀이, 그리고 연인원 100만명 이상의 구경꾼들을 상대로 하는 난장(亂場)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단오굿.
단오굿은 대관령국사성황신과 국사여성황신에게 지역 주민의 안녕과 태평, 풍년과 풍어, 그리고 대관령 고갯길의 안전행로를 기원하는 무속이다. 단오제 기간에 아침부터 저녁까지 계속되는 이 굿에서는 대체로 부정굿, 축원굿, 조상굿, 세존굿, 성주굿, 군웅굿, 지신굿, 심청굿 등을 포함해 열두 거리의 굿판이 벌어진다. 물론 굿거리 수와 순서가 달라지는 경우도 있다.
단오굿을 이끄는 무당들은 모두 사설, 춤사위 등의 예술적 기량이 뛰어난 세습무다. 그래서 굿당에 운집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굿판 분위기를 쥐락펴락한다. 관객들은 무당의 사설에 따라 울고 웃고 굿거리 장단에 맞춰 추임새를 보이기도 하며 몰입한다. 난장에서 파는 올챙이국수나 팥죽 한 그릇을 사먹는 데는 그지없이 인색한 아낙네들이지만, 가족들의 건강과 안녕을 빌며 소지 한 장 올리거나 무당에게 복전을 건넬 때는 허리춤 깊이 감춰둔 쌈짓돈도 아까워하지 않는다.
단오제에 참여하는 강릉 주민들은 단순한 구경꾼이 아니다. 신에 대한 외경심, 그리고 ‘강릉단오제’라는 전통축제에 대한 남다른 자부심을 가지고 있어 이 축제의 중요한 주체이기도 하다. 강릉시민뿐만 아니라 외지 관광객들도 5월29일의 영신행렬에 단오등을 들고 동참할 수 있다. 그리고 강릉시민들이 내놓은 신주미(神酒米)로 빚은 ‘단오신주’를 무료로 맞볼 수 있는 시음장이 강릉 시내 곳곳에 마련된다.
단오굿과 함께 강릉단오제의 대표적인 민속놀이인 관노가면극은 대사 없이 춤과 동작만으로 펼지는, 국내 유일의 가면무언극이다. 구한말 말까지는 관노라는 특수한 신분 계층에 의해 행해졌으나, 현재는 ‘관노가면극보존회’라는 민간단체에 의해 전승되고 있다. 양반광대, 소매각시, 장자마리, 시시딱딱이 등이 등장하는 이 탈놀이는 소매각시를 둘러싸고 양반과 시시딱딱이가 사랑싸움을 벌이다가 양반이 이긴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모두 다섯 마당으로 진행된다. 그밖에도 각종 특산품과 공산품, 그리고 팔도 향토음식을 파는 단오 난장과 해마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서커스단도 강릉 단오장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구경거리다.
강릉단오제의 볼거리가 아무리 많다고 해도, 닷새간이나 계속되는 본행사 기간에 단오장에만 머물 수는 없다. 예로부터 영동지방의 행정, 경제의 중심지였던 강릉에는 수려한 자연풍광과 유서 깊은 문화유적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강원도 제일의 양반가옥으로 손꼽히는 선교장과 율곡 이이가 탄생한 오죽헌, 당대의 혁명가이자 소설 ‘홍길동전’의 저자인 허균의 초당동 생가, 대관령국사성황신으로 추앙받는 범일국사가 세웠다는 굴산사 옛터, 우리나라 옛길 가운데 가장 아름답다는 대관령 옛길 등은 일부러라도 꼭 한번 찾아가볼 만하다.
경포에는 경포대현대호텔(033-651-2233), 르호텔경포비치(033-643-6699), 마리나모텔(033-644-2882), 경포토마토모텔(033-644-1359), 경포바다펜션(033-644-6222), 바젤펜션(033-644-4191) 등을 비롯한 호텔과 모텔, 펜션 등이 몰려 있다. 그리고 경포대 부근에 자리한 휴심펜션(033-642-5075, hyusim.com)의 건물은 모두 나무와 흙으로 지은 전통한옥이다. 그래서 시골 외갓집처럼 편안한 온돌방에서 하룻밤 자고 나면 심신의 피로가 말끔히 씻기는 듯하다. 예약하면 선교장(033-648-5303, www.knsgj.net)의 고풍스런 한옥에서도 숙박이 가능하다.
맛집
강릉에는 오랜 전통의 맛집이 많다. 난곡동 서지마을의 서지초가뜰(033-646-4430)은 강릉식 한정식으로 유명하고, 초당두부마을 내의 그옛날초당순두부(033-653-1547)에서는 우리 콩을 갈아서 바닷물 간수로 굳힌 초당두부의 담백하고도 고소한 풍미를 맛볼 수 있다. 그밖에 임당동의 감자옹심이(033-648-0340), 중앙시장 2층의 해성집(삼숙이탕, 033-648-4313), 성남동 로얄호텔 앞 골목의 옛날집(오색약수돌솥밥, 033-646-8624), 임당동 사거리 근처의 전원일기(곤드레나물밥, 033-646-3733), 옥천동 현대자동차빌딩 맞은편의 왕숯불구이(한우구이와 김치두루치기, 033-646-0901) 등도 강릉의 맛집으로 소문나 있다.
[첫째날] 07:00 서울 출발→09:00 영동고속도로 동해IC(동서울톨게이트에서 163km) 도착→09:30~12:00 장전계곡(야생화 탐사, 이끼계곡 촬영)→12:00~13:00 점심식사(황기백숙)→13:00~17:00(식사 1시간 후 오대천 래프팅 체험)→17:30 펜션 입실
[둘째날] 08:00 펜션 출발→08:40 구절리역 도착→09:00~10:00 구절리역-아우라지역 간 레일바이크(문의 KTX관광레저 033-563-8787) 탑승→10:00~10:30 무료 셔틀버스를 이용해 구절리역으로 이동→10:30~11:10 구절리역과 오장폭포 구경 후 아우라지로 이동→11:30~12:10 아우라지 나룻배 타기→12:10~12:30 정선 읍내로 이동→12:30~13:20 점심식사(정선오일장 내의 향토음식이나 황기족발)→13:20~16:00 정선오일장과 아라리촌(033-560-2059) 구경→16:00~17:40 영월, 제천우회도로를 경유해 중앙고속도로 제천IC 진입 ※ 정선오일장(끝수가 2, 7일)이 서는 날에는 정선문화예술회관(033-563-3664)에서 정선아리랑 창극 무료공연 관람(16:40~17:20) 후 출발
물 따라 가는 길은 어디나 편안하다. 억겁의 세월 동안 물과 바위가 서로 보듬고, 깎고 쓸리면서 빚어낸 풍광도 가히 절경이다. 그래서 물길을 따라 가노라면 아무리 갈 길 바쁜 나그네라도 발걸음이 저절로 느긋해진다. 59번 국도 오대천 구간도 그처럼 마음 편한 길 중 하나다.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소재지에서 정선군 북평면 나전삼거리까지 80리쯤 이어지는 이 길은 풍광 좋은 오대천 물길과 나란히 달린다. 특히 진부면 수항리-북평면 숙암리 구간의 오대천은 해발 1000m 이상의 높은 봉우리들을 비집고 흐르기 때문에 물살이 세고 여울목과 소가 유난히 많다. 그래서 스릴 만점의 래프팅을 즐기기에는 제격이다.
오대천 래프팅의 출발지인 장전교 아래에서는 한 줄기의 맑고 차가운 계류가 오대천으로 흘러든다. 장전계곡의 명경지수다. 진부면 장전리에 위치한 이 계곡은 초입의 장전교에서 가리왕산(1561m) 기슭의 발원지까지 거리가 7.5km밖에 되지 않는다. 그나마 커다란 바위들 사이로 흐르는 계류가 폭포와 못을 이뤄 탁족이나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구간은 3km 정도다. 하지만 암자골, 솔봉골 등의 여러 지류에서 물이 흘러드는 덕택에 수량은 언제나 풍부한 편이다. 또한 원시림에 둘러싸인 상류 계곡에는 녹색 융단처럼 파릇파릇한 이끼가 물가의 바위와 돌을 뒤덮고 있다. 그래서 피서철 이외에는 관광객들보다도 이끼 사진을 찍으려는 사진작가들의 발길이 더 잦다.
오대천은 정선군 북평면 나전리에서 한강 본류인 조양강에 합류된다. 줄곧 오대천을 따라온 길도 나전삼거리부터는 조양강을 따라간다. 나전삼거리에서 왼쪽으로 꺾어 10여 분 달리면 북면 여량리 아우라지다. 북쪽 구절리에서 흘러온 송천과 태백 검룡소에서 발원한 골지천이 여기에서 합해져 조양강을 이룬다. 두 물길이 만나는 강가에는 정선 아라리 노래비와 댕기머리 곱게 따고 흐르는 강물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아우라지 처녀상’이 세워져 있다. 그리고 지금도 능수버들이 늘어진 아우라지 강변에는 나룻배가 오가고 징검다리도 놓여 있어 관광객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진다.
오대천에서 즐기는 스릴 넘치는 래프팅.
아우라지 나루에서 다시 송천을 거슬러 오르면 정선선 철도의 종점인 구절리역에 당도한다. 노추산, 오장산, 다락산 등에 에워싸여서 하늘조차 손바닥만하게 보이는 오지의 간이역이다. 구절리역은 석탄을 실어 나르기 위해 만들어졌으나, 폐광 이후 이용객이 급감하는 바람에 2004년 9월 구절리역-아우라지역 구간의 열차 운행이 중단됐다. 그러나 구절리역은 지난해 7월부터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레일바이크(철로자전거)를 타려고 날마다 수백 명의 관광객이 몰려들기 때문이다.
산 높고 골 깊은 강원도 매력 흠뻑
구절리역에서 아우라지역까지의 7.2km 구간을 편도 운행하는 레일바이크는 냉장고처럼 서늘한 터널을 3개 통과하고, 오금이 저릴 정도로 아득한 철교도 4개나 건넌다. 때로는 송천의 물길을 따라가기도 하고, 때로는 옥수수밭과 감자밭 사이를 달리기도 한다. 산 높고 골 깊은 정선 땅의 속내를 고스란히 들여다볼 수 있는 멋진 여정이다. 레일바이크의 출발지인 구절리역에는 열차를 개조해서 만든, ‘여치의 꿈’이라는 이색 카페도 있다. 그리고 구절리역에서 가까운 송천변의 산비탈에는 높이 209m의 인공폭포인 오장폭포가 있어서 비단결 같은 폭포수가 물보라를 일으키며 쏟아지는 장관을 감상할 수 있다.
때마침 끝수가 2, 7일인 날이면 일부러라도 짬을 내서 정선오일장을 둘러볼 만하다. 정선오일장은 정선아리랑과 함께 정선군의 대표적인 문화상품으로 꼽힌다. 장터에는 전국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황기를 비롯해 각종 약초와 산나물, 콩, 메밀, 옥수수, 과일 등의 농산물을 들고 나온 촌로(村老)들이 유독 많아서 옛 시골장터 같은 풍경과 인정이 오롯이 느껴진다. 올챙이국수(옥수수국수), 콧등치기국수(메밀국수), 살미적(메밀부침), 강냉이술 등을 파는 노점은 장터 구경하느라 출출해진 사람들로 늘 북적거린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강원도 산골의 전통가옥과 생활도구를 한자리에 모아놓은 ‘아라리촌’도 구경해볼 만하다.
여행 정보
‘달과 물안개’(033-333-1177·사진)는 오대천에서 피어나는 물안개가 몽환적인 풍경을 자아내는 산비탈에 자리잡은 통나무집 펜션이다. 주인이 직접 담근 오가피술이 무료로 제공되며, 패러글라이딩과 대형 오토바이 승차 체험도 가능하다. 장전계곡 안의 우미정(033-334-0739)은 황기백숙, 송어회 등의 음식도 팔고 황토방 민박집도 운영한다. 그밖에 오대천 래프팅 전문업체인 오대천레저(016-9650-8666), 파워레포츠(033-333-6631), 오대산레저(033-335-6623), 래프팅700클럽(033-333-9956) 등은 숙소를 알선, 예약해준다. 정선의 숙박업소 중에는 아우라지의 옥산장(033-562-0739)과 사계절민박(563-8876), 구절리역 가는 길에 있는 행복휴양림(033-563-2148), 정선 읍내의 아라리모텔(033-562-1554) 등이 권할 만하다.
정선 읍내의 동광식당(황기족발·사진)과 콧등치기국수, 033-563-0437), 싸리골식당(곤드레나물밥, 033-562-4554), 정선골황기보쌈(황기보쌈, 033-563-8114), 처갓집식당(산초두부전골, 033-562-9600), 국향(가시오가피밥, 033-563-9967) 등의 맛집에서는 지역 특산물로 개발한 향토음식을 맛볼 수 있다. 그리고 정선오일장이 서는 날에는 주변 골목과 길가에 올챙이국수, 메밀부침, 메밀묵, 콧등치기국수, 곤드레나물밥 등 향토음식을 파는 식당들도 즐비하다.
정선아리랑 관광열차 정선오일장이 서는 날만 하루 한 차례 운행. 07:40 서울역 출발→08:10 청량리역 →12:37 정선역 도착, 17:45 정선역 출발→22:12 청량리역 → 22:42 서울역 도착
첫째 날 07:00 서울 출발→08:20 서해안고속도로 홍성IC(서서울톨게이트에서 102km) 통과→08:50 서산A·B지구 방조제, 원청삼거리, 안면교를 거쳐 수련못(승언1저수지)에 도착→08:50~10:30 수련못 관찰→10:30~12:00 승언1저수지나 안면도자연휴양림 주변의 안면송 숲 산책→12:00~13:00 점심식사(영양굴밥이나 조개탕)→13:20~14:00 안면암 앞 바다 부교 걸어보기→14:20~15:30 기지포해수욕장 자연관찰로(문의: 태안해안국립공원 관리사무소 041-672-9738) 탐방→15:30~17:00 물 빠진 모래벌판에서 맛조개 잡기→17:20~20:00 꽃지해변이나 방포항 일대에서 일몰 감상→20:00~21:00 저녁식사(꽃게장 또는 생선회) 후 취침
둘째 날 06:00~07:30 안개 자욱한 수련못과 안면송 숲 산책하기→07:30~08:30 짐 정리, 식사 후 숙소 출발→08:30~09:00 꽃지-백사장 간 해안도로 드라이브→09:00~10:00 원북면 신두리 해변으로 이동→10:00~11:00 신두리 사구 지대 탐방→11:00~11:20 최근 개설된 해안도로를 이용해 소원면 의항리로 이동→11:20~ 12:30 구름포, 의항, 백리포, 천리포 등 의항리 일대 해수욕장 구경→12:30~13:30 점심식사(박속밀국낙지탕)→14:00~15:00 천일염 제조과정 관찰 및 염전 체험(문의: 소원면 모항리 중화염전 041-672-9071)→15:30~16:00 태안읍 백화산 중턱 태안마애삼존불(국보 제307호) 답사→16:40 서해안고속도로 서산IC 진입
태안 안면도를 다시 찾았다. 올해 들어서만 벌써 네 번째다. 너무나 빠르고 무질서하게 변해버린 지금의 안면도 풍경은 볼 때마다 씁쓸함과 실망감을 안겨준다. 하지만 이 섬에 대한 애정과 관심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다. 실망감을 상쇄하고도 남을 ‘뭔가’가 있기 때문이다. 대여섯 해 전쯤에 처음 알게 된 수련못도 그 ‘뭔가’ 중 하나다.
안면읍 소재지 승언리 일대에는 세 개의 인공저수지가 있다. 그중 가장 먼저 조성된 저수지가 승언1저수지로, 간척공사로 조성된 논에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1945년에 만들어졌다. 이 저수지가 들어선 자리는 원래 바닷가였다. 조선시대 때 안면송(安眠松)으로 배를 만들어 군량미를 실어 나르던 곳이라 해서 ‘조군막터’라고 불렸던 곳이다. 그러나 오늘날 승언1저수지는 안면도 내륙 한복판에 위치한다.
수만 평에 이르는 승언1저수지는 수면의 절반가량이 수련으로 뒤덮여 있어 ‘수련못’으로도 불린다. 수련은 대규모 군락지가 흔치 않다. 뿌리부터 꽃까지 버릴 데가 없어 농민들이 특용작물로도 재배하는 연꽃과는 달리, 사찰이나 가정집의 작은 연못에서 관상용으로만 심기 때문이다. 그래서 승언1저수지의 수련은 일단 엄청난 규모만으로도 사람들을 압도한다. 게다가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수련의 품종이 한자리에 다 있다. 가장 흔한 흰 꽃과 연분홍 꽃은 물론이고 보기 드문 진분홍, 빨강 등 다양한 빛깔의 수련꽃들이 끼리끼리 영역을 형성하여 피고 진다.
수만 송이 수련이 한꺼번에 꽃을 피운 장관은 5월부터 8월까지, 그것도 햇볕 좋은 날 아침부터 오후 서너 시 사이에 찾아가야 구경할 수가 있다. 수련은 날씨가 흐리거나 햇살이 약해지면 꽃잎을 닫아버리는 습성을 지닌 탓이다. 그래서 이름도 ‘잠자는 연’이라는 뜻의 수련(垂蓮)이다.
승언1저수지에는 핫도그 모양의 꽃이삭이 달리는 부들이 갈대처럼 빽빽하게 자란다. 또한 마름, 가래, 개구리밥, 달뿌리풀 등의 수초가 우거진 물가에는 잠자리, 소금쟁이, 노린재 따위의 곤충들이 헤엄치거나 날아다니며 먹이를 찾는다. 간혹 수면을 미끄러지듯 헤엄치는 무자치(물뱀)도 발견된다. 그래서 자연에 대한 호기심이 충만한 어린이들에게 천혜의 자연학습장이다.
② 아직도 전통방식으로 천일염을 생산하는 소원면모항리 염전지대.
수련못에는 쇠물닭, 물닭, 논병아리, 개개비 등의 야생 조류도 많다. 마침 새들의 번식기인지라, 아직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는 새끼들과 함께 헤엄치는 어미 물닭이 흔히 눈에 띈다. 이따금씩 찾아오는 낚시꾼 말고는 사람의 발길조차 뜸한 편이다. 들리는 것은 개구리나 새들의 울음소리 같은 자연의 소리뿐이다. 수련못 주변에는 반듯하게 뻗은 안면송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고, 숲 속에는 조붓한 산책로가 구불구불 이어진다. 진한 솔 향기를 맡으며 찬찬히 솔숲 길을 걷노라면 우화등선(羽化登仙·사람이 신선이 되어 하늘로 올라감)의 경지에 이른 것처럼 심신이 가뿐해진다.
안면송은 사람으로 치자면 헌헌장부(軒軒丈夫)라고 할 만큼 자태가 훤칠하고 늠름한 소나무다. 그래서 조선시대부터 경북 봉화의 춘양목과 함께 독자적인 이름을 얻었다. 줄기가 유난히 붉고 옹이가 적은 안면송은 육지의 적송보다 훨씬 잘 자라고 키도 크다. 조선시대에는 백성들이 함부로 안면송을 베지 못하고 궁궐을 짓거나 배를 만드는 재목으로만 이용하게 했다. 그러다 일제강점기와 광복 직후 혼란기를 틈타 마구잡이로 벌목되는 바람에 숲 면적이 크게 줄었다. 오늘날 제대로 된 안면송은 안면도자연휴양림과 승언1저수지 주변, 그리고 안면암 초입의 도로변에서나 볼 수 있다.
천혜의 자연학습장 오감 대만족
안면암은 안면도에서 가장 큰 사찰인데, 암자 앞 천수만 바다에는 두 개의 작은 무인도가 떠 있다. 그 섬들까지는 스티로폼 부표로 만든 부교가 설치돼 있다. 밀물 때 맞춰 가면 바다에 뜬 채 출렁거리는 부교를 건너 섬까지 걸어갈 수 있다. 안면암은 또 일출 감상포인트이기도 하다. 특히 6월경에는 두 무인도 사이로 떠오르는 해를 감상할 수 있다.
섬 전체가 모래섬이나 다름없는 안면도에는 사구(砂丘·모래언덕) 지대가 많다. 특히 서쪽 해안에는 파도와 조수, 바람에 의해 약 8000~ 1만년 동안 형성된 사구가 길게 늘어서 있다. 그 길이만도 총 20여km에 이른다. 현재 자연상태의 사구를 관찰하기에 가장 좋은 곳은 삼봉해수욕장에서 기지포, 안면 해수욕장을 거쳐 두여해수욕장에 이르는 구간이다. 특히 기지포해수욕장에는 해안사구와 곰솔 숲 사이로 구불구불 이어지는 자연관찰로가 개설돼 있다. 걷기 편한 나무데크 관찰로를 따라 곰솔, 갯메꽃, 두메지치, 갯완두, 좀보리사초, 갯방풍, 해당화 등의 염생식물(鹽生植物)에 대한 안내판이 군데군데 세워져 있어 아이들도 쉽게 보고 배울 수가 있다. 또한 바닷물이 빠져나간 모래벌판에는 숨구멍만 빠끔히 내놓은 맛조개가 지천이어서 온 가족이 직접 조개를 잡는 재미도 즐길 수 있다.
태안반도 북서쪽 원북면 신두리에도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해안사구가 남아 있다. 길이 3.4km, 폭 0.5~1.3km에 이르는 신두리 사구는 2001년에 천연기념물 제431호로 지정됐다. 띠나 사초 같은 풀에 뒤덮인 신두리 일대 모래언덕에는 야생 해당화가 유달리 많아 여름철 내내 환한 꽃을 감상할 수 있다. 보존지역과 개발지역의 경계가 매우 뚜렷하다는 점도 신두리 사구 지대의 특징이다.
전체 해안선 길이 530km, 총면적 328km2에 이르는 태안해안국립공원에는 무려 31개의 해수욕장이 있다. 모래해변도 있고 자갈해변도 있으며 끝이 보이지 않는 백사장도, 아쿠아월드처럼 아담한 해변도 있다. 장바닥처럼 북적거리는 곳이 있는가 하면, 쓸쓸하리만큼 한가로운 해수욕장도 있다. 개인의 기호나 가족의 취향에 따라서 다양한 해수욕장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은 태안해안국립공원의 가장 큰 매력이다. 또한 안면염전, 중화염전 등과 같이 지금껏 천일염을 생산하는 염전도 있고 볏가리마을(이원면 관1리), ‘노을지는갯마을’(소원면 법산2리) 등 다채로운 체험 프로그램을 운용하는 농어촌체험마을도 있다. 그러니 어떤 구성원들끼리 가도 모두 만족스러워한다. 특히 자녀들의 체험과 학습에 주안점을 두는 가족 여행객들에게는 우리나라 최고의 여행지로 꼽힐 만하다.
▶맛집
안면대교 옆의 안면비치하우스 2층에 위치한 맛동산굴밥(041-673-1920)은 영양굴밥 전문점이다. 돌솥에 굴과 호두, 대추, 콩 등을 넣고 지은 굴밥과, 발명특허를 받았다는 냄새 없는 청국장이 나온다. 이 건물 1층의 안면식당(041-673-7736)은 살이 통통하고 달금한 맛의 ‘디웅조개’로 끓인 조개탕과 칼국수가 일품이다. 그밖에 일송게장백반(041-674-0777), 오뚜기횟집(041-672-8659), 바보성(숯불갈비, 041-674-9288) 등의 맛집이 있다. 태안의 대표적 향토음식인 박속밀국낙지탕잘하는 곳으로는 원북면 소재지의 원풍식당(041-672-5057)과 이원면 소재지의 이원식당(041-672-8024)이 있다.
첫째 날07:00 서울 출발 → 10:00 동해고속도로 동해나들목(동서울톨게이트에서 242km) 통과 → 10:20~12:00 무릉계곡 매표소(033-534-7306)~옥류교~용추폭포 코스 산행(총 3.1km) → 12:00~14:00 용추폭포~하늘문~관음사~무릉계곡 매표소 코스 산행(총 4.3km) → 14:00~15:00 점심식사(대나무통밥정식 추천) 후 천곡동으로 이동 → 15:20~16:30 천곡동굴(관리소 033-532-7303) 관람 → 16:40~19:00 망상해수욕장~어달동~묵호항 해안도로 드라이브 및 묵호항 구경 → 19:00~20:00 묵호항에서 저녁식사(싸고 싱싱한 오징어회 추천) 후 숙소로 이동
둘째 날 04:50 기상 → 05:10~06:30 추암해변에서 해돋이 감상 및 해안 산책 → 06:30~07:20 추암해변의 횟집에서 아침식사(전복죽이나 생선찌개 추천. 미리 주문해놓을 것) → 07:30~08:10 세면 및 짐 정리 → 08:30~09:30 삼척 증산해수욕장~삼척해수욕장~삼척항 간의 새천년도로 드라이브 → 09:30~09:50 육향산 정상의 척주동해비 답사 후 죽서루로 이동 → 10:00~12:00 죽서루(관리소 033-570-3670)와 동굴엑스포타운(관리소 033-574-6828) 관람 후 오십천 천변도로의 쉼터에서 남산인공폭포를 감상하며 휴식 → 12:00~12:40 점심식사(막국수와 수육 추천) → 13:00~13:40 ‘제왕운기’의 산실 천은사(033-572-0221) 방문 → 14:00~16:00 미로면 활기리의 준경묘 금강송숲 둘러보기 → 17:00 동해고속도로 동해나들목 진입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여행지나 여행 추억 하나쯤은 가슴에 간직한 채 살아간다. 비가 억수같이 내리는 날 유독 애틋하게 그리워지는 추억도 있을 테고, 마른장마 속의 후텁지근한 날씨를 일거에 날려줄 여행지를 알고 있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나에게는 강원도 동해시의 무릉계곡이 바로 그런 여행지다. 연일 찜통더위가 계속되거나 잠시 번잡한 세상사를 잊고 싶을 때, 또 바쁜 도시생활에 숨이 턱 막힐 즈음이면 그곳에 대한 동경의 념(念)은 절정으로 치닫는다. 그럴 때는 도리가 없다. 당장 짐을 꾸려서 무릉계곡으로 들어가는 수밖에.
무릉계곡은 백두대간의 준봉들인 두타산(1353m)과 청옥산(1404m) 자락의 심산유곡이다. 일단 이름부터가 범상치 않다. ‘무릉’은 낙원을 뜻하고, ‘두타’는 ‘속세의 번뇌에서 벗어나 맑고 깨끗하게 불도(佛道)를 닦는 산’이다. 한마디로 신선들의 땅이라는 말이다. 실제로 명경지수가 굽이쳐 흐르고, 천태만상의 기암괴석이 즐비하며, 소나무와 참나무가 빼곡하게 들어찬 무릉계곡은 누가 봐도 선경(仙境)이다. 일찍이 조선의 명필 양사언도 이곳에 들렀다가 “유불선(儒佛仙) 삼합(三合)의 이상향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감탄했다.
무릉계곡의 절경은 매표소를 지나자마자 시작된다. 너비가 무려 2000평쯤 되는 무릉반석이 계곡 초입의 물길을 죄다 뒤덮었다. 크고 작은 와폭과 소를 이루며 흘러내리는 계류가 마치 은쟁반에 구르는 옥구슬처럼 청아하다. 탁족(濯足)을 즐기기에 딱 좋은 무릉반석의 곳곳에는 한때 신선놀음에 빠졌던 옛 시인 묵객들의 이름이 또렷이 각인돼 있다.
무릉반석과 삼화사를 둘러본 뒤 숲길에 접어들면 계곡의 풍취는 점입가경이다. 병풍 속의 진경산수 같은 풍경이 줄을 잇는다. 발길 닿는 곳마다 펼쳐지는 별유천지비인간(別有天地非人間)의 비경 앞에 사람들은 한결같이 감탄사만 연발한다. 깎아지른 바위벼랑을 타고 가느다란 폭포수가 미끄러지듯 흘러내리는 학소대를 구경하고, 천상의 선녀가 내려와서 교교한 달빛 아래 목욕했다는 선녀탕도 구경할 수 있다. 무릉계곡의 아름다움은 상류로 올라갈수록 고조되다가 마침내 남성미 넘치는 쌍폭과 단아한 미인형의 용추폭포에서 최고조에 달한다.
매표소에서 계곡 길을 따라 용추폭포까지 오르는 데는 쉬엄쉬엄 걸어도 1시간 30분 안팎이면 충분하다. 골짜기가 깊은데도 등산로의 경사는 완만해서 대여섯 살 먹은 아이들도 어렵지 않게 오르내릴 수 있다. 하지만 무릉계곡의 또 다른 탐방 코스인 하늘문 길은 어린이나 노약자, 고소공포증이 심한 사람은 아예 발을 들여놓지 않는 게 좋다. 무려 280계단이 70도 이상의 급경사를 이루는 하늘문의 철제계단은 사다리에 가깝기 때문이다. 담대한 장정들도 다리가 후들거릴 지경이다. 하지만 천연 전망대인 하늘문 정상과 신선바위에 올라서면 무릉계곡과 두타산 일대의 풍광이 조감도처럼 펼쳐진다. 계곡 길에서는 맛보지 못한 웅장함과 장쾌함에 심신이 날아갈 듯 가뿐해진다.
도심 속 천곡동굴·추암해변 일출 잊지 못할 추억
신선의 땅 무릉계곡을 빠져나와 인간의 삶터인 도시에 들어서면, 금세 후끈한 열기가 온몸으로 감지된다. 그러나 국내 유일의 ‘도심 속 천연동굴’이라는 천곡동굴에서는 도시의 열기나 분주함을 전혀 느낄 수 없다. 동굴 내부의 온도가 사시사철 14~15℃를 유지하기 때문에 피서지로도 안성맞춤이다. 1991년 시가지 기반공사 중에 우연히 발견된 천곡동굴의 전체 길이는 1400m이지만, 그 절반인 700m 구간만 관광동굴로 개발됐다. 내부에는 국내 최장의 천정 용식구도 있고, ‘베이컨시트’라고도 불리는 커튼형 종유석, 독특한 형상의 방패종유석과 석주, 벽면을 타고 폭포수처럼 흘러내리는 종유폭포 등 20여 종의 진귀한 생성물들이 눈길을 붙잡는다.
동해시의 맨 남쪽에 위치한 추암해변은 동해안 제일의 해돋이 명소다. 이 바닷가에는 촛대 형상의 추암(錐岩)이 우뚝하고, 수많은 바위들이 뾰족뾰족 솟아오른 바닷가 한쪽에는 해암정이라는 옛 정자가 남아 있다. 거기에다 병풍처럼 둘러쳐진 기암괴석과 고운 모래가 깔린 백사장, 몇 길의 물속까지도 훤히 들여다보일 만큼 투명한 비췻빛 바다가 그림처럼 아름답다.
직업 여행작가의 길에 들어선 지 15년째인 필자에게 누군가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고장이 어디냐?”고 물을 때면 주저 없이 “삼척”이라고 대답한다. 사실 ‘산다운 산, 바다다운 바다’를 품은 삼척 땅을 제대로 둘러보려면 2박3일의 일정도 부족할 지경이다. 그러니 동해시와 연계하는 1박2일의 여정에서는 새천년도로, 죽서루, 오십천변의 엑스포타운 정도만 둘러볼 수 있겠다. 만일 한나절 정도의 여유가 생기면 고려 때 이승휴가 은둔하며 ‘제왕운기’를 썼던 고찰 천은사와 준수한 금강송림에 둘러싸인 준경묘를 추가할 수 있다. 특히 준경묘의 금강송림은 일부러 시간을 내서라도 꼭 한 번 찾아볼 만한 곳이다.
삼척시 미로면 활기리의 첩첩산중에 자리잡은 준경묘는 조선 태조 이성계의 5대조인 이양무의 묘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묘 자체보다도 주변의 소나무 숲이 더 인상적이다. 두세 아름은 될 성싶을 정도로 둥치가 굵은 금강소나무만 빽빽하게 들어찬 금강송림이다. 숲의 전체 분위기만 따진다면 경북 울진군 소광리 일대의 금강송림보다 훨씬 윗길이다. 그런데도 워낙 외진 곳이라 사람들의 발길은 뜸한 편이다. 활기리에서 준경묘까지는 제법 가파른 산길을 30분쯤 걸어야 된다.
여행 정보
무릉계곡 상가지구에는 무릉프라자모텔(033-534-8855), 청옥산장(033-534-8866) 등의 장급 여관이 있다. 이밖에 모텔이 있고 동해시 천곡동에는 뉴동해관광호텔(033-533-9215), 이스턴관광호텔(033-532-1940), 피카소모텔(033-533-2500), 메르디앙모텔(033-533-7800) 등 시설 좋은 숙박업소가 많다. 넓고 시원스런 백사장과 솔숲을 거느린 망상해수욕장 내 망상오토캠핑리조트(033-530-2690)에는 유럽풍 건물의 통나무집과 최신식 캠핑카, 오토캠핑장 등이 갖춰져 있다. 삼척시 새천년도로변의 펠리스호텔(033-575-7000)과 파라다이스모텔(033-576-0411)은 객실 안에서 해돋이와 바다를 감상할 수 있다.
맛집
주로 산채비빔밥, 토종닭백숙, 청국장 등을 내놓는 무릉계곡의 음식점들 중에는 용추식당(033-534-9133)과 무릉회관(033-534-9990)이 권할 만하다. 무릉계곡 초입의 굴뚝촌(033-534-9199)은 버섯전골이 딸려나오는 대나무통밥정식과 오리바비큐가 맛있는 집이다. 동해안 유수의 어항인 묵호항을 찾으면 도다리, 가자미, 오징어 등의 싱싱한 횟감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요즘은 오징어회가 제철이다. 삼척의 맛집으로는 시내 외곽의 태백 방면 국도변에 자리한 부일막국수(033-572-1277), 시내 한복판의 오신다식당(삼보잡탕, 033-574-4521), 새천년도로변의 삼척수협 옆에 위치한 바다횟집(물회, 033-574-3543) 등을 꼽을 수 있다.
첫째 날06:00 서울 출발 → 08:00~08:20 제주공항 도착 후 렌터카 수령→08:40~09:20 아침식사 → 09:30~10:10 제주국립박물관 사거리-동부산업도로(97번 국가지원지방도)-대천동 사거리(좌회전, 비자림로=1112번 지방도)를 경유해 아부오름 입구에 도착 → 10:10~10:40 아부오름 등정 → 10:40~10:50 구좌읍 송당리를 거쳐 비자림(관리소 064-783-3857)으로 이동 → 10:50~12:00 비자림 탐방 → 12:00~12:40 만장굴(관리소 064-783-4818) 부근 협죽도 가로수 길을 거쳐 구좌읍 동복리로 이동 → 12:40~13:30 점심식사 → 13:30~14:20 세화해수욕장, 별방성, 굴동포구(토끼섬), 하도리 저수지를 거쳐 종달리 조개잡이 체험장에 도착 → 14:20~15:40 조개잡이 체험 → 16:00 성산포항(064-782-5671)에서 우도행 카페리호 승선 → 16:20 우도 하우목항에 도착 → 16:30~18:30 산호사해변에서 해수욕 → 19:00~20:30 저녁식사 → 20:30~22:30 산호사해변과 우도등대 야경 감상
둘째 날 06:00 기상 → 06:00~07:00 산호사해변 산책 → 07:40~08:20 아침식사 → 08:30~10:50 우도 일주(산호사해변-답다니탑 망대-하고수동해수욕장-비양도-검멀래동굴-우도등대-돌깐이해안-천진항) → 11:00 성산포행 카페리호 승선 → 11:20 성산포항 도착 → 11:30~13:00 성산일출봉(관리소 064-784-0959) 등정 → 13:00~13:40 점심식사 → 13:40~15:00 섭지코지, 신양-신산 간 해안도로를 거쳐 성산읍 삼달리에 도착 → 15:00~15:30 김영갑갤러리(064-784-9907) 관람 → 15:40~17:00 성읍민속마을 답사 및 제주조이ATV(064-787-2040) 체험 → 17:00~17:30 성읍-표선-세화-남원을 경유해 신영영화박물관(064-764-7777)으로 이동 → 17:30~18:30 신영영화박물관 관람 → 18:30~18:50 남원읍에서 남조로(1118번 지방도)를 타고 수망교차로로 이동 → 18:50~19:30 ‘제주도의 아우토반’ 서성로(1119번 지방도)를 거쳐 서귀포 시내 도착 → 19:30~21:00 저녁식사 → 21:20~22:30 천지연폭포(관리소 064-733-1528) 야경 관람
올여름 휴가 때는 가족과 함께 제주도에 다녀오고 싶다는 친구의 전화를 받았다. 그가 먼저 말하지 않아도 내게 전화한 까닭을 짐작할 수 있다. 실은 다른 친구들도 이미 같은 목적으로 전화를 걸어왔기 때문이다. 십중팔구 ‘제주도 여행의 모범코스’를 묻기 위해서다.
하지만 여행 스타일과 취향이 저마다 다르기 때문에 똑떨어지는 모범답안을 내놓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래도 감히 이렇게 ‘제주도 3박4일 여름휴가의 모범코스’를 내놓는 이유는 제주도 여행코스에 대한 전문가의 조언을 원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고, 이대로 따라하기만 해도 최소한 실패한 여행은 안 될 것이라는 나름의 믿음과 자신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한정된 지면에 3박4일 일정을 다 늘어놓기가 어려우므로 동부와 서부, 두 차례로 나누어 소개한다.
제주도 일주여행의 동선은 해가 뜨는 동쪽에서 시작해 해 지는 서쪽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따라서 제주 시내를 벗어나자마자 성산 방면으로 가는 동회선 일주도로(12번 국도)로 접어드는 것이 좋다. 또한 비자림로(1112번 지방도)나 동부관광도로(97번 국가지원지방도)를 타고 가면, 광활한 초원에 숱한 오름들이 봉긋봉긋 솟아오른 제주도만의 독특한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 하지만 왕복 4차선 구간의 일주도로에서는 드라이브의 묘미를 느끼기 어렵다.
특히 비자림로는 2002년 건설교통부가 실시한 ‘제1회 아름다운 도로’ 평가에서 대상을 차지했을 만큼 멋진 도로다. 비자림로 주변의 오름들 가운데 하나만 올라보고 싶다면 구좌읍 송당리의 아부오름을 추천한다. 찻길에서 5분만 오르면 거짓말처럼 웅장한 풍광과 거대한 분화구가 눈앞에 펼쳐지는 오름이다.
비자림로라는 이름을 낳은 비자림(천연기념물 제374호)은 세계 최대의 비자나무 순림(純林)이다. 총 13만6000평의 숲에 수령 300~600년의 비자나무 2500여 그루와 각종 난초류, 덩굴식물 등이 열대밀림처럼 울창해서 최상의 생태학습장이자 산책코스로 손꼽힌다. 비자림 어귀에서 자동차로 10여 분 거리인 만장굴은 동굴 자체도 볼 만하지만, 여름철이면 진입로의 양쪽에 가로수로 심어진 협죽도가 붉은 꽃부리를 펼쳐 일대 장관을 연출한다.
협죽도 길의 끝에서는 다시 일주도로를 만난다. 일주도로를 타고 성산 방면으로 가다가 구좌읍 소재지인 세화리에서는 해안도로로 들어서는 것이 좋다. 세화리에서 세화해수욕장, 하도리, 종달리를 거쳐 성산포까지 이어지는 해안도로는 제주도의 여러 해안도로 중에서 가장 다채로운 풍광을 보여준다. 왜구를 막기 위해 쌓았다는 별방성, 우리나라 유일의 문주란 자생지인 토끼섬(천연기념물 제19호), 전통 원시 어구의 하나인 ‘원’(독살의 일종), 제주도의 대표적 철새도래지인 하도리 저수지, 제주도에서 가장 조개가 많이 난다는 종달리의 조개잡이 체험어장 등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바다 저편에는 우도가 시종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바라보인다.
아무리 일정이 바빠도 우도를 먼발치에서 바라보고 있을 수만은 없다. 우도에서는 우리나라 유일의 산호사해변, 검은 모래가 깔린 검멀래해변과 광장처럼 커다란 동안경굴, 폭포수 같은 용암절벽과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가 인상적인 돌깐이해안, 천연의 바다전망대인 우도봉과 세 개의 등대가 서 있는 우도등대 등 발길 닿는 곳마다 이국적 풍광이 펼쳐진다. 게다가 지세가 완만해 하이킹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고, 고깃배들의 불빛이 자아내는 밤 풍경도 기막히게 운치 있다. 그러니 우도에서는 천생 하룻밤 묵을 수밖에 없다. 우도를 들고 나는 길에는 성산일출봉도 한번 올라보기를 권한다. 특히 쾌청한 날에는 제주 동부의 최고 전망대인 이곳에 꼭 올라야 한다.
몇 해 전부터 제주도에 갈 때마다 반드시 들러보는 곳이 하나 생겼다. 성산읍 삼달리의 옛 삼달초교에 자리한 김영갑갤러리 ‘두모악’이다. 주인 김영갑 씨는 루게릭병과 싸우다가 지난해에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그가 병마와 싸우며 만든 갤러리에는 제주도의 고요와 평화를 담은 그의 작품이 걸려 있다. 그의 사진들은, 바람처럼 제주도의 겉모습만 훑고 떠나는 관광객들은 좀처럼 느껴보기 어려운 제주도의 아름다운 속살과 왠지 모를 쓸쓸함까지 제주도의 모든 것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 진한 여운을 안겨준다.
성산포에서 서귀포로 가는 길에는 신영영화박물관이 자리잡은 남원큰엉에서 잠시 쉬어 가는 것이 좋다. 남원큰엉은 바다를 집어삼킬 듯한 형상의 해안절벽인데, 이 절벽 위에 서서 태평양까지 확 트인 바다를 바라보노라면 가슴이 뻥 뚫리고 머릿속까지도 맑아지는 듯하다.
남녘의 항구도시 서귀포는 밤 풍경이 아름답다. 대양을 질러 온 밤바람을 맞으며 낯선 도시의 한적한 길을 걷는 기분이 아주 상쾌하다. 특히 서귀포 어항을 지나 천지연폭포까지 이어지는 길은 풍광과 느낌이 독특해서 야간 산책코스로 제격이다. 울창한 난대림에 둘러싸인 천지연폭포는 밤 11시까지 개방되는 데다가 조명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인기가 높다.
맛집
조천읍 북촌리 바닷가에 위치한 일해횟집(064-783-9907)은 생선회 맛도 좋지만, 여름철에 다려도 너머로 지는 해를 감상하기 좋다. 그리고 서귀포 시내의 대우정(064-733-0137)은 오분자기, 해물, 영양, 콩나물 등을 주재료로 한 돌솥밥이 일품이다. 그밖에 성산읍의 해오름식당(전복죽, 064-782-2256)과 시흥해녀의집(갱이죽, 064-782-9230), 우도의 우도횟집(성게미역국, 064-783-0508)과 ‘해와 달, 그리고 섬’(우럭조림, 064-784-0941), 표선해수욕장 앞의 탐라촌흑돼지(064-787-2383), 남원읍 공천포의 공천포식당(자리물회, 064-767-2425), 서귀포 시내의 해궁미락(갈치조림, 762-762-7587)과 원덕성원(꿩깐풍기, 064-762-2402), 갯바위횟집(생선회, 064-763-3392) 등도 소문난 맛집들이다.
첫째 날 06:00 기상 → 06:20~07:00 서귀포항의 어판장 구경 → 07:00~07:40 세면 및 짐 정리 → 07:40~08:20 아침식사(갈치조림 또는 성게미역국) → 08:30 생태체험 및 트레킹 전문여행사인 제주에코(www.jejueco.com) 대표 빅토르 라쉔체브 씨와의 만남 → 08:50~09:40 쇠소깍에서 테우 타기 → 10:00~11:30 황우지해안에서 스노클링 체험 → 11:30~12:00 외돌개-돔베낭골 해안산책로 걷기 → 12:00~12:30 돔베낭골에서 용천수로 몸 씻기 → 12:30~13:10 점심식사(자리물회) → 13:30~14:30 예래동(동사무소 064-738-1542) 갯깍 일대의 주상절리해안 트레킹→ 14:30~15:30 예래동 해안도로변의 논짓물에서 담수욕 즐기기 → 15:30~17:00 예래동 질시슴해안-대평포구-박수기정 등의 해안절경 둘러보기 → 17:00~18:00 안덕계곡의 비경을 둘러본 뒤 빅토르 씨와의 일정 정리 → 18:00~19:00 화순, 산방산 입구를 경유해 사계-송악산 해안도로 드라이브 → 19:00~19:30 모슬포시장에서 두 끼니용 부식 구입 → 19:30 숙소(펜션)로 이동해 여장을 푼 뒤 저녁식사(제주 흑돼지오겹살 숯불바비큐)
둘째 날 06:00~07:00 기상 후 펜션 주변 산책 → 07:00~08:30 아침식사(직접 취사) 후 짐 정리 → 08:30~11:00 한경면 고산리 자구내포구로 이동하여 배낚시(문의:수용횟집 064-773-2288) 체험 → 11:00~11:30 수월봉 정상에서 자구내포구와 차귀도 일대 조망 → 11:30~12:30 서회선일주도로(12번 국도)를 타고 선인장마을인 월령리, 비췻빛 바다가 아름다운 금릉해수욕장과 협재해수욕장을 경유해 한림으로 이동 → 12:30~13:20 점심식사 → 13:40~16:00 곽지해수욕장에서 해수욕한 뒤 과물에서 멱감기 → 16:00~17:30 애월-신엄-구엄-하귀 해안도로를 거쳐 제주공항으로 이동
나는 늘 서귀포를 꿈꾼다. 사시사철 푸른 그 항구의 바다를 꿈꾸고, 한겨울에도 따사롭게 온몸을 감싸는 그곳의 해풍이 그립다. 서귀포가 그리운 까닭은 또 있다. 서귀포 바다처럼 해맑은 러시아인 친구 빅토르 라쉔체브 씨의 삶 터라는 점도 간과할 수가 없다. 깍듯이 “양 선배님”이라고 부르며 늘 환하게 웃는 그의 얼굴을 잠시 떠올리기만 해도 기분이 절로 좋아지곤 한다.
블라디보스토크 극동대학에서 한국어를 전공한 빅토르 씨는 1994년에 친구들과 함께 제주도를 처음 찾았다가 첫눈에 반했다고 한다. 그러다 서울에서 몇 년 동안 계속해오던 러시아어 강사직을 그만두고 2001년에는 아예 부인과 함께 제주도에 정착했다.
제주도에 대한 빅토르 씨의 애정과 지식은 웬만한 토박이를 훨씬 능가한다. 270여 쪽 분량의 제주여행 가이드북을 펴낸 필자조차도 제주도에 관한 의문이 생길 때면 수시로 그에게 자문한다. 그는 외국인과 한국인 관광객들에게 제주도의 독특한 절경과 자연생태를 오감(五感)으로 느끼게 하는 생태체험 및 트레킹을 전문으로 하는 여행사를 운영하고 있다. 예컨대 효돈천 하류에 위치한 ‘비밀의 연못’ 쇠소깍, 서귀포시 예래동의 갯깍 주상절리해안, 천연해수풀장이 형성돼 있는 황우지해안, 날마다 ‘신비의 바닷길’이 열리는 강정동의 서건도 등과 같이 일반 관광객들에게는 이름조차 낯선 비경들을 그는 즐겨 찾는다.
빅토르 씨의 투어 코스에는 스노클링, 바다 카약, 해안 트레킹 등과 같은 레포츠 체험프로그램도 한둘쯤 포함돼 있는가 하면, 제주 토박이들만의 맛집을 찾는 별미기행도 곁들여진다. 물론 가이드는 영어, 러시아어, 한국어 등의 3개 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빅토르 씨가 직접 맡는다. 가이드 비용도 놀랄 정도로 저렴하므로 서귀포에서 하루 이틀 정도의 일정은 빅토르 씨에게 의뢰해볼 만하다.
빅토르 씨의 가이드를 받지 않더라도 그가 즐겨 찾는 비경들은 꼭 한 번쯤 찾아볼 만하다. 거기에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닷가 산책코스인 외돌개-돔베낭골 해안산책로, 촘촘한 주상절리 돌기둥과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용천수가 인상적인 돔베낭골, 아이들도 안심하고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천연담수풀장 논짓물, 중문관광단지와 산방산(395m)뿐만 아니라 멀리 송악산과 마라도까지도 한눈에 들어오는 군산(334m), 기암절벽과 상록수림에 둘러싸인 안덕계곡 등은 제주도가 세계적인 생태관광지로 꼽히는 이유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해수욕·낚시 즐길 곳 즐비 … 돔베낭골·안덕계곡도 가볼 만
제주도 3박4일 여정의 마지막 날은 다소 느긋하고 여유 있게 운용한다. 한경면 고산리의 자구내포구는 제주도에서 바다낚시를 즐기기에 가장 좋은 조건을 갖춘 곳이다. 포구 앞 바다에 떠 있는 차귀도에는 대물의 입질이 잦은 일급 포인트가 즐비하고, 자구내포구와 차귀도 주변 바다는 배낚시의 최적지다. 요즘 낮에는 쥐치, 노래미, 볼락 등이 올라오고 밤에는 한치, 고등어가 곧잘 낚인다. 간혹 참돔(황돔), 돌돔, 혹돔, 감성돔, 벵에돔 등 고급 횟감이 되는 어종도 짜릿한 손맛을 안겨준다. 자구내포구는 포구의 풍경도 매우 아름답다. 옛 등대인 도대불이 지금도 남아 있고, 포구 주변에서 한치를 널어 말리는 광경도 이채롭다. 그리고 손에 닿을 듯 가까운 차귀도, 천혜의 바다전망대인 수월봉도 자구내포구의 매력을 한층 돋워준다.
서회선일주도로(12번 국도)를 타고 다시 제주 방면으로 달린다. 길가에는 한창 피어난 붉은 협죽도 꽃과 주황색의 칸나 꽃이 화사하다. 우리나라 유일의 선인장 자생지가 형성돼 있는 한경면 월령리부터는 왕복 4차선의 확장구간을 벗어나 왕복 2차선의 옛 국도를 따라가는 것이 좋다. 그래야 바다가 더 가깝고, 환상적인 물빛을 자랑하는 금릉해수욕장과 협재해수욕장에 쉽게 진입할 수 있다. 앞바다에 비양도를 띄워둔 채 서로 이웃한 두 해수욕장의 물빛과 백사장은 그림엽서의 풍경처럼 아름답다. 그래서 오히려 더 낯설게 느껴진다. 달력에서나 봤던 남태평양 어느 섬나라 해변처럼 이국적이다. 선뜻 발을 담그는 것조차 망설여질 정도로 바다가 투명하다.
제주도를 떠나기 앞서 마지막으로 바다에 온몸을 던져보고 싶다면 애월읍 곽지해수욕장으로 달려가라. 이곳은 협재, 중문, 함덕 해수욕장과 함께 제주도의 대표적인 해수욕장으로 손꼽힌다. 조개껍데기가 곱게 부스러져 형성된 모래해변은 눈부시도록 새하얗고, 옥빛을 띤 바닷물은 깊은 산중의 계곡 물처럼 깨끗하다. 하지만 최고의 매력 포인트는 백사장 서쪽 ‘과물’이라는 용천수다. 차가운 샘물이 풍부하게 솟아나는 과물 주변에는 네모진 돌담이 둘러쳐져 있는데, 이곳은 여름철에 피서객들이 바닷물과 모래를 씻어내는 샤워장으로 활용된다. 여유가 있다면 곽지해수욕장의 수평선 너머로 오메가(Ω)를 그리며 떨어지는 해넘이 광경도 감상해볼 만하다.
애월읍 유수암리의 로그캐빈(064-799-2070·사진) 펜션은 잠시나마 번잡한 세상사를 잊고 느긋하게 쉬는 데 딱 좋다. 바다 전망을 숙소 선정의 첫 번째 기준으로 삼는다면 서귀포시 대포동 포구의 나폴리펜션(064-738-4820), 한경면 금등리의 IGH펜션(064-772-3340), 한경면 판포리의 스위스콘도(064-773-0700), 한림읍 월령리의 월령코지펜션(064-796-7138)과 ‘풍차와 바다’(064-796-9966), 협재해수욕장의 ‘꿈의 바다’(064-796-7272) 등을 권할 만하다.
▶ 맛집
사계-송악산 해안도로변에 자리잡은 성원식당(794-0085)은 현지 택시기사들이 제주 최고의 맛집 중 하나로 꼽는다. 게, 낙지, 새우, 조개 등 각종 해물이 푸짐하게 들어간 해물탕을 하나 시키면 값비싸고 귀한 전복회와 옥돔구이가 덤으로 딸려 나온다. 그밖에 서귀포시 법환동 포구의 포구식당(자리물회, 064-739-2987), 서귀포시 상예동의 쉬는팡가든(흑돼지구이·동치미국수, 064-738-5833), 안덕면 사계리의 남경미락(다금바리회, 064-794-0055), 대정읍 모슬포항 어귀의 해녀식당(회덮밥, 064-794-3597), 자구내포구의 수용횟집(생선회, 064-773-2288), 한림읍의 보영반점(냉우동 및 중화요리, 064-796-2042) 등도 토박이들이 인정하는 맛집들이다.
첫째 날 07:00 서울`→`09:40 중앙고속도로 서안동IC(동서울톨게이트에서 211km)`→`09:40~11:30 서안동IC(34번 국도)~안동 시내(35번 국도)~길안(914번 지방도)~청송(31번 국도)~청운삼거리(914번 지방도)~부동~피나무재~설티삼거리(우회전)~옛 내룡초교 삼거리(932번 지방도) 등을 경유해 청송 얼음골에 도착``→`11:30~13:30 휴식과 점심식사`→`13:30~15:00 옥계계곡에서 68번 국지도 타고 하옥계곡(=대서천)으로 이동`→`15:00~ 안전한 장소에 텐트 설치.
둘째 날 07:00~08:00 기상 후 아침식사`→`08:00~09:00 짐 정리 후 출발`→`09:00~10:30 포항시 북구 죽장면 상옥리를 거쳐 샘재 정상의 경북도수목원(내연산수목원 054-262-6110)에 도착`→`10:30~11:30 경북도수목원 관람`→`11:30~12:10 샘재~서정삼거리(930번 지방도)~청하면 소재지~청하교차로(7번 국도)~송라면 소재지를 거쳐 보경사 입구에 도착`→`12:10~13:00 점심식사`→`13:00~16:30 보경사(054-262-1117) 관람 후 보경사~관음폭포~보경사 구간의 계곡트레킹`→`16:30~17:00 보경사~송라면 소재지(7번 국도)를 경유해 영덕군 강구면 삼사해상공원에 도착`→`17:00~18:00 여장을 푼 뒤 강구항으로 이동`→`18:00~21:00 저녁식사 및 바닷가 산책 후 취침
셋째 날 05:20~06:00 해돋이 감상`→`06:00~07:00 짐 정리 후 체크아웃`→`07:00~08:00 강구항 어판장(054-732-9177)의 경매 구경`→`08:00~09:00 아침식사`→`09:00~10:00 강축해안도로(20번 국지도) 타고 이동해 영덕해맞이공원, 영덕풍력발전단지(1544-3506) 둘러보기`→`10:00~10:30 해맞이공원~오보~노물~경정삼거리(우회전)~사진 등을 거쳐 대진해수욕장에 도착`→`10:30~12:30 대진해수욕장에서 해수욕`→`12:30~13:20 점심식사(물회)`→`13:20~14:00 영해읍 괴시전통마을 방문`→`14:00~16:20 영해읍(918번 지방도)~창수령~영양읍(31번 국도)~월전삼거리(34번 국도)~진보 우회도로~가랫재~임동면 소재지~안동 시내(예천 방면)를 거쳐 중앙고속도로 서안동IC에 진입
태양이 작열하는 8월의 도심은 그야말로 열(熱)섬이나 다름없다. 그 속에서 지독한 무더위에 시달리다 보면 시원한 물가가 사무치게 그리워진다. 심산유곡의 차가운 계류에서 탁족(濯足)을 즐기거나, 맑고 시원한 동해바다에 몸을 담그고픈 생각이 간절하다. 그럴 때마다 생각나는 곳 중의 하나가 경북 포항의 하옥계곡이다. 하옥계곡은 산자락 하나를 경계로 내연산 청하골과 이웃하고, 하나의 물길로 청송 얼음골·영덕 옥계계곡과 맞닿은 계곡이다. 게다가 동해안 최고의 해안 드라이브코스인 강축해안도로도 가까워 산과 바다가 절묘히 어우러진 최고의 피서여행을 즐길 수 있다.
영덕군 영해읍 대진해수욕장(우).
하옥계곡으로 가는 길에 맨 먼저 발길을 붙잡는 곳은 청송군 부동면 내룡리 얼음골. 삼복염천 불볕더위에도 바위틈에서 얼음이 언다는 곳이다. 바위틈에서 흘러내리는 샘물도 얼음처럼 차갑다. 게다가 잘 관리된 야영장과 높이 62m의 인공폭포까지 설치돼 있다.
얼음골의 물길을 따라서 하류 쪽으로 조금만 가면 영덕군 달산면의 옥계계곡에 당도한다. 계곡의 물빛이 어찌나 투명한지, 물속의 고기 떼와 자갈이 마치 어항 속처럼 훤히 들여다보인다. 물가에는 넓고 평탄한 자갈밭이 형성돼 있어서 야영하며 물놀이를 즐기기에 더없이 좋다.
옥계계곡은 30여 리의 하옥계곡이 끝나는 곳이기도 하다. 때묻지 않은 자연미를 자랑하는 하옥계곡은 강원도 어느 심산유곡보다도 더 깊고 맑으며 외진 곳이다. 약 15년간이나 전국 방방곡곡의 명소를 이 잡듯이 뒤져온 필자가 이 계곡을 처음 찾은 지도 이제 3년밖에 안 됐다. 지금도 이곳은 피서철만 아니면 무인지경이나 다름없다.
하옥계곡은 최적의 오프로드코스이기도 하다. 차를 타고 계곡과 나란히 이어지는 비포장도로를 한번 달려보기만 해도 심신이 맑아진 듯한 기분이 든다. 하지만 하옥계곡은 주마간산 식으로 둘러보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곳이다. 대자연의 품에서 별빛 헤아리는 하룻밤을 보내기에 더없이 좋기 때문이다. 이곳은 텐트 칠 공간만 확보하면 어디서나 캠핑이 가능하다. 귀에 거슬리는 소음이나 공해도 없다. 오로지 물과 새와 바람이 만들어내는 자연의 소리만 밤새도록 들려온다.
청송 얼음골, 내연산 청하골 꼭 한번 가볼 만
하옥계곡은 동대산(791m), 내연산(710m), 향로봉(930m), 삿갓봉(718m)으로 이어지는 산줄기의 서쪽에 형성된 계곡이다. 백두대간 못지않게 산세가 듬직하고 골짜기가 깊은 이 산줄기의 동쪽에는 흔히 ‘12폭포골’로도 불리는 청하골이 있다. 하옥계곡에서 죽장면 상옥리와 샘재를 거쳐 청하골로 가는 길에는 샘재 정상에 자리한 경북도수목원에 잠시 들러볼 만하다. ‘내연산수목원’으로 더 잘 알려진 이 수목원은 광릉의 국립수목원보다 3배나 더 넓다. 게다가 1510종, 17만9226그루의 식물이 자라고 있어서 꽃구경하며 산책하기도 좋고, 호기심 많은 아이들의 자연생태학습장으로도 안성맞춤이다.
내연산 청하골은 그야말로 ‘폭포전시장’이다. 쌍생폭포, 보현폭포, 삼보폭포, 잠룡폭포, 무봉폭포, 관음폭포, 연산폭포 등 저마다 형태와 크기가 다른 폭포들이 잇따라 나타난다. 그러나 등산로 경사는 의외로 험하지 않아 온 가족이 함께 가볍게 오르내릴 수 있다. 산행 기점인 보경사에서 청하골 제일의 절경인 관음폭포까지의 거리는 왕복 5km쯤 되는데, 쉬엄쉬엄 걸어도 서너 시간이면 충분하다.
청하골을 벗어나면 이제 탁 트인 동해바다의 품에 안길 차례다. 7번 국도를 타고 영덕대게 본고장 강구항으로 들어간다. 오십천 하구에 위치한 강구항에는 온통 대게 전문점들이다. 하지만 금어기(매년 6월1일~10월31일) 중인 여름철에는 살아 있는 영덕대게를 맛볼 수 없다. 근래에는 맛과 형태에서 홍게와 대게를 절반씩 섞어놓은 듯한 ‘너도대게(청게)’가 새롭게 인기를 끌고 있다.
강구항에서 영해읍 대진해수욕장까지의 바닷가에는 강축해안도로가 달린다. 이 길은 동해안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안도로로 유명하다. 쪽빛으로 일렁이는 바다가 가슴까지 뻥 뚫리게 하고, 굽잇길을 돌아설 적마다 나타나는 갯마을의 풍경은 고향처럼 아늑하고도 정겹다. 이 해안도로변에는 하저, 대탄, 오보, 경정, 대진 등의 아담하고도 깨끗한 해수욕장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강축해안도로가 지나는 영덕읍 창포리에는 바다 전망이 탁월하고 일출을 감상하기에 좋은 해맞이공원이 있다. 하얀 무인등대인 창포등대 주변에는 야생화 꽃밭도 곳곳에 조성돼 있고, 뒤편 산등성이에는 총 24기의 풍차(풍력발전기)가 세워진 풍력발전단지도 있다. 그리고 강축해안도로의 맨 북쪽에 위치한 대진해수욕장에서는 해수욕과 담수욕을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다.
숙박 영덕 옥계계곡과 포항 하옥계곡에는 민박집 이외의 숙박시설은 없다. 호텔이나 모텔을 이용하려면 동해해상호텔(733-5445), 글로리모텔(733-6450), 삼사파크(733-3001) 등이 있는 강구항 옆의 삼사해상공원으로 나가야 한다. 내연산 보경사 어귀에는 연산온천파크(262-5200), 춘원여관(262-1170) 등이 있고 강축해안도로 변에는 파라다이스모텔(734-1320), 해맞이모텔(734-1205), 노물펜션(732-7757), 화이트하우스펜션(733-3525), 파도소리펜션(733-7471), 대경민박(733-6379) 등 바다 전망이 좋은 숙박업소가 많다.
추천 일정) 당일 07:00 서울 출발 → 08:00 서해안고속도로 목감IC 통과 → 08:00~08:15 목감사거리~물왕교차로~나분들교차로(우회전) 등을 경유해 관곡지(연꽃테마파크)로 이동 → 08:15~09:20 연꽃 감상 및 연꽃길 산책 → 09:20~09:40 나분들교차로(우회전)~범배터널~둔대교차로~장현교차로 등을 경유해 장곡동의 시흥갯골생태공원(문의 갯물해안학습교실 031-310-2985)에 도착 → 09:40~11:00 시흥갯골생태공원의 염습지식물 관찰 및 염전 체험 → 11:00~12:00 연성1교차로~벌말교차로~월곶교차로(직진, 77번 국도)~시화방조제~대부도 등을 거쳐 선재도에 도착 → 12:00~12:40 점심식사 → 12:40~13:00 영흥대교 건너 영흥도의 십리포해수욕장으로 이동 → 13:00~15:00 국내 유일한 소사나무 인공림에서 휴식(돗자리를 준비할 것) → 15:00~17:00 장경리해수욕장, 검은여선착장, 영흥수협직판장(032-886-4330) 등 영흥도 구석구석 둘러보기 → 17:00~18:00 영흥대교~대부도~시화방조제~월곶 입구(좌회전) 등을 거쳐 소래대교 삼거리 부근의 주차장(주차비는 하루에 3000원)에 도착. 주차 후 옛 수인선 철교를 건너 소래포구로 이동 → 18:00~20:00 소래포구 어시장 구경 및 저녁식사 → 20:20 영동고속도로 월곶IC 진입
온몸이 물에 젖은 솜처럼 무겁다. 하루 종일 졸음만 쏟아진다. 목덜미가 뻐근하고 소화도 잘 안 된다. 몸이 이러니 일도 손에 잡히질 않는다. 여름 휴가철이 사실상 끝난 요즘 ‘휴가 후유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나 역시 그런 사람들 가운데 하나였다. 일은 하기 싫고, 모처럼 만에 가족들과 오랜 시간을 함께했던 휴가지에서의 추억만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또 어디론가 떠나야만 치유될 성싶었다. 그러나 긴 여행을 할 처지도 못 되거니와 다시 먼 길을 떠나고 싶진 않았다. 그저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딱 하루 동안만 ‘바람’을 쐬며 무력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래서 길을 나선 곳이 서울 근교에 위치한 시흥시와 옹진군 영흥도.
토요일 새벽 일찍 집을 나섰다. 시흥시 하중동의 연밭을 첫 목적지로 삼았다. 연꽃은 이른 아침부터 활짝 꽃을 피웠다가 오후 3~4시경이면 꽃잎을 닫아버린다. 집을 나선 지 40여 분 만에 상쾌한 아침 공기에 섞인 연꽃 향기가 은은히 후각을 자극한다. 이곳 연밭은 ‘관곡지’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진짜 관곡지는 연꽃 재배단지 옆의 안동 권씨 사유지 내에 있는 작은 연못이다. 조선 전기의 문신이자 농학자인 강희맹(1424~1483) 선생이 중국 난징에서 가져온 연꽃 씨앗을 여기서 시험재배한 뒤로 온 나라에 연꽃이 퍼졌다고 한다.
관곡지 옆 아담한 정자에 올라서면 근래 조성된 연밭이 한눈에 들어온다. 약 3만 평에 달하는 연밭은 25년여 동안 연꽃농사를 지은 오국진 씨가 연근 채취를 목적으로 조성한 개인농장이다. 그런데도 웬만한 수생식물원 못지않게 잘 꾸며져 있다. 백련, 홍련, 수련, 가시연, 어리연 등 연꽃과 수생식물의 종류도 다양하고 넓은 연밭 곳곳에 산책로와 쉼터도 마련돼 있다. 게다가 입장료와 울타리도 없다. 아주 가까이에서 연꽃의 향기와 빛깔을 오롯이 즐길 수 있다. 연꽃 개화기인 6월 중순에서 9월 초순 사이에는 꼭두새벽부터 구경꾼들의 발길이 줄을 잇는다.
시흥시 관곡지, 갯골생태공원 웰빙 여행 최적지
온몸을 휘감는 듯한 연꽃 향기에 기분이 절로 좋아진다. 어느새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장곡동 시흥갯골생태공원으로 발길을 돌렸다. 강처럼 구불거리는 갯골 양쪽의 드넓은 염습지(鹽濕地)에 조성된 이 공원에는 한때 남동염전, 군자염전과 함께 우리나라 천일염의 30% 이상을 생산하던 소래염전이 들어서 있었다. 최근 경기도 3대 생태공원 중 하나로 개발되기 시작했지만 아직까지는 볼거리나 체험프로그램이 다양하지 않다. 그래도 칠면초, 나문재, 퉁퉁마디, 산조풀 등의 염생식물과 농게, 방게 같은 갯벌 생물을 관찰할 수 있는 나무데크 산책로와 갈대 숲길이 잘 단장돼 있다. 또한 뱁새(붉은머리오목눈이)·흰뺨검둥오리·백로 등의 야생조류가 흔하고, 족제비 같은 포유류도 드물게 발견돼 어린이들의 자연생태학습장으로는 제격이다. 깔끔하게 복원된 염전에서는 소금 만들기, 수차 돌리기 등의 생생한 체험도 가능하다.
시흥갯골생태공원을 나와 시흥, 안산 일대의 벽해(碧海)를 상전(桑田)으로 만든 시화방조제를 건넜다. 이내 대부도와 선재도를 징검다리 삼아 영흥도에 들어섰다. 이 섬도 역시 2001년에 개통된 영흥대교 덕택으로 배를 타지 않고서도 드나들 수 있게 되었다.
영흥도에는 장경리, 용담리, 십리포 등의 해수욕장이 있다. 그중 첫손에 꼽히는 곳은 국내 유일한 소사나무 군락이 있는 십리포해수욕장이다. 활처럼 휘어진 백사장을 따라서 길이 400여m의 소사나무숲이 띠처럼 둘러쳐져 있다. 130년 전쯤 농작물을 보호하기 위해 조성한 인공 방풍림이라고 한다. 쾌청한 날인데도 숲에 들어서니 한줄기 햇살조차 스며들지 않는다. 수령 100년 안팎의 소사나무 350여 그루가 가지를 넓게 펼친 채 촘촘히 들어차 있기 때문이다.
소사나무는 서어나무의 일종이다. 하지만 서어나무는 높이가 10~15m에 이르지만, 소사나무는 10m 이상 자라지 않는다. 이곳 나무들의 평균 키도 8m쯤 된다. 대체로 소사나무는 줄기가 뒤틀리고 울퉁불퉁해서 분재로 많이 활용되는데, 영흥도 소사나무 고목들도 하나같이 몸통과 줄기가 다이내믹하고 그로테스크한 형용이다. 날씨가 흐리거나 어둑한 밤중이면 음산한 기운마저 느껴질 법하다. 그늘이 짙고 바닷바람이 쉼 없이 살랑대는 이 숲은 피서지로도 손색이 없다. 돗자리를 하나 깔고 누우면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솔직히 이 소사나무숲 하나만으로도 영흥도까지의 다리품이 전혀 아깝지 않다.
바닷가, 특히 조수간만의 차이가 큰 서해안을 여행할 때는 미리 물때를 확인해두는 것이 좋다. 국립해양조사원의 홈페이지나 조석예보 ARS(1588-9822)를 이용하면 쉽게 물때를 알 수 있다. 선재도와 대부도 주변에도 화성 제부도, 서산 웅도, 통영 소매물도의 등대섬처럼 썰물 때마다 바닷길이 열리는 섬이 여럿 있다. 선재도의 새끼 섬인 목섬과 측도, 선감도 옆의 탄도에 딸린 누에섬 등이 바로 그곳이다.
선재우리밀칼국숫집에서 손에 잡힐 듯 가까운 목섬은 드넓은 갯벌의 한가운데에 떠 있는 모래섬이다. 선재도에서 목섬까지의 약 500m에 이르는 모랫길 양쪽에는 바지락 양식장으로 활용되는 진흙 갯벌이 펼쳐져 있다. 영흥도, 선재도, 대부도의 어딜 가나 눈에 띄는 바지락칼국숫집의 바지락은 여기서 채취한 것이다. 그리고 탄도에서 1.2km 떨어진 누에섬은 총면적 7000평의 작은 무인도다. 썰물 때만 열리는 바닷길을 통해 누에섬에 들어가면 지상 3층, 높이 16.8m의 등대전망대(010-3038-2331)에 올라설 수 있다. 운이 좋으면 멋진 일몰까지도 볼 수 있다. 이맘때 늦여름에는 영흥도의 장경리해수욕장, 대부도의 방아머리에서 황홀한 낙조와 저녁노을을 감상할 수 있다.
선재도 선재우리밀칼국수(032-889-7044)는 해초를 섞은 우리 밀 국수와 진한 바지락 육수가 잘 어우러진 칼국수도 일품이지만, 창문 너머로 보이는 목섬 일대의 바다 풍광이 기막히게 아름답다. 선재도 바다향기(032-889-8300)는 휴먼 다큐멘터리 ‘인간극장’에서 장님 아버지와 사진가 아들의 이야기로 유명해진 김선호 씨 가족이 운영하는 민박집 겸 음식점이다. 이 집도 석양에 물든 바다 풍경이 인상적이다. 돌아오는 길에는 소래포구에 들러서 생선회나 조개구이로 저녁식사를 하면서 짧은 여정을 마무리한다.
숙박
하룻밤을 묵으려면 비교적 조용하고 한가로운 영흥도나 선재도에 숙소를 잡는 것이 좋다. 지역 포털사이트인 선재도(www.seonjaedo.com)나 영흥도닷컴(www. youngheungdo.com)에는 해당 지역의 숙박업소에 관한 정보가 상세하게 올려져 있다.
[가족 맞춤여행|여수·거문도]
첫째 날) 07:40 김포공항 도착 → 08:20 김포공항 이륙 → 09:15 여수공항 도착 → 09:15~10:00 여수 오동도(관리사무소 061-690-7301)로 이동 → 10:00~11:50 오동도 등대 관람 및 난대림 숲길 산책 → 11:50~12:50 점심식사→ 12:50~13:00 → 여수여객선터미널(061-663-0116)로 이동 → 13:40 여수항 출발 → 15:50~16:30 거문도항 도착 → 16:30~18:40 쾌속유람선(061-666-2801)을 이용해 백도 비경 감상 → 18:40~19:30 저녁식사 → 19:30~21:30 거문도항의 야경 감상 후 취침
둘째 날) 04:30 기상 → 04:40~06:00 삼호교~서도 유림해수욕장~목넘어~동백숲길 등을 거쳐 거문도등대(061-666-0906)에 도착 ※ 반드시 손전등과 생수 지참할 것 → 06:00~06:30 해돋이 감상 및 거문도등대 구경 → 06:30~08:30 신선바위 트레킹코스(거문도등대~동백숲길~목넘어~365계단~보로봉~신선바위~유림해수욕장)를 섭렵한 뒤 거문도항 도착 ※일정이 빠듯할 경우 유림해수욕장으로 하산해서 택시(017-608-1681) 이용 → 08:40~09:40 아침식사 후 거문도수협 은갈치공판장 구경 → 09:40~10:30 숙소에서 여객선터미널로 이동 → 10:30 거문도항 출발 → 11:30~13:00 나로도항에 도착해 보성 대한다원 차밭으로 이동 → 13:00~15:00 점심식사 및 녹차밭 구경 → 15:00~16:00 순천 낙안읍성민속마을(관리사무소 061-749-3347)로 이동 → 16:00~17:00 낙안읍성민속마을 관람 → 17:00~18:00 여수공항 이동→ 18:30 여수공항 이륙 → 19:25 서울 김포공항 도착
여행 관련업체 사람들이 1년 중 가장 한가할 때는 언제일까. 십중팔구는 9월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여름 휴가철 직후인 데다, 계절적으로는 여름도 가을도 아닌 어정쩡한 때다. 여행객이 급감하다 보니 여행업체와 관광업 종사자들에게는 보릿고개다. 반면 여행 마니아들에게는 오히려 여행하기 가장 좋은 달이다. 교통 정체나 번잡함도 덜하고 바가지요금도 없다. 여름철 내내 인파로 들끓던 관광지들도 한가롭고 여유 있다. 덕분에 어딜 가나 손님이 왕이다. 그래서 9월에 떠나는 여행은 유쾌하다.
9월은 섬 여행의 적기다. 우리나라 작은 섬들은 대체로 식수와 숙식업소가 부족하고 교통 사정도 열악하다. 그러니 한꺼번에 사람들이 몰리는 피서철 섬 여행은 고행길이기 십상이다. 섬 여행을 하기에는 이맘때가 딱 좋다.
거문도에 가기 위해 내 차 타고 머나먼 여수항까지 오가는 일은 어리석기 그지없다. 더욱이 자가용을 이용해 서울에서 여수까지 왕복하는 데 드는 기름값이 같은 구간의 왕복 항공료와 거의 비슷하거나 더 비싸졌다. 그래서 거문도와 남해안 전문여행사인 남해안투어(080-665-4477)의 패키지 상품을 이용하기로 했다. 마침 여수 오동도, 거문도와 백도, 나로도, 보성차밭, 순천 낙안읍성 등을 1박2일 일정으로 둘러보는 ‘감동만점 남도스카이’라는 상품이 내 눈길을 끌었다.
여수공항에 도착한 뒤의 첫 행선지는 오동도. 남해안 제일의 동백꽃 명소로 소문난 곳이라, 대개 겨울부터 초봄 사이에 많이 찾는다. 하지만 섬 전체가 상록수림과 조릿대로 뒤덮인 오동도는 사시사철 언제 가도 상쾌하다. 한 줄기 햇살조차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울창한 숲길을 거닐기에도 좋고, 등대 전망대에 올라 여수항과 바다 건너의 남해도를 조망하는 기분도 시원스럽다.
거문도도 오동도 못지않은 동백섬이다. 이미 동백꽃을 구경하러 서너 번쯤 찾았던 섬이다. 하지만 여름철 뒤끝의 거문도 풍광은 처음 본 것처럼 새로웠다. 먼저 거문도항에서 ‘대한민국 7대 비경 중 하나’이자 ‘다도해의 해금강’인 백도를 보기 위해 유람선에 올랐다. 사실 백도를 보지 못한 거문도 여행은 헛일이다. 거문도 절경의 절반 이상이 백도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왕복 4~5시간이나 걸리던 백도유람 코스가 약 2시간으로 줄어들어 찾아가기도 퍽 수월해졌다.
기묘한 형상의 섬들, 울창한 상록수 그리고 거문도등대
상백도와 하백도로 나뉘는 백도는 모두 36개의 바위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비췻빛 바다 위에 보석처럼 흩뿌려진 서방바위, 각시바위, 부처바위, 도끼바위, 매바위, 병풍바위, 곰바위, 삼선바위 등의 다양하고도 독특한 형상이 절로 탄성을 쏟아내게 만든다. 규모가 큰 바위섬의 위쪽에는 사시사철 푸른 상록수가 울창해서 원시적인 자연미를 물씬 풍긴다. 백도 비경만 제대로 구경해도 거문도 여행에서는 더 바랄 것이 없어진다. 그래도 거문도등대를 빼놓을 수는 없다.
거문도등대는 거문도의 세 섬 중 하나인 서도 남쪽 끄트머리에 자리잡고 있다. 찻길의 종점에서 ‘목넘어’라는 갯바위 지대를 지나면 1.6km의 동백숲길을 통과해야 등대에 당도한다. 거문도등대로 가는 동백숲길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답고 울창하다. 동백꽃이 한창 피고 질 즈음이면 숲길 바닥에 통째로 낙화한 동백꽃이 낙엽처럼 수북하다.
긴 터널 같은 동백숲길을 빠져나오면 1905년 남해안에서는 처음 불을 밝혔다는 거문도등대에 당도한다. 등대 건립 101년째인 올해 여름에는 높이 34m의 새 등대가 준공됐다. 154계단을 통해 등대전망대에 오르면 사방으로 시원하게 펼쳐진 망망대해가 한눈에 들어온다. 쾌청한 날에는 멀리 백도까지도 시야에 들어온다. 이맘때에는 백도의 여러 섬들 위로 뜨거운 태양이 불끈 치솟는 장관을 감상할 수도 있다.
서도의 보로봉(전수월산) 트레킹코스도 꼭 한번 걸어볼 만하다. 기암괴석과 해안 절경이 한눈에 들어오고, 동백꽃과 수선화가 흐드러지게 핀 능선에 올라서면 저절로 콧노래가 나올 정도로 편안하고 아름답다. 일정이 빠듯할 경우, 거문도등대에서 목넘어→365계단→보로봉→신선바위→유림해수욕장 등을 거쳐 거문도항으로 돌아오는 코스를 이용하는 것이 무난하다.
거문도항을 출발한 여수행 여객선은 고흥 나로도항을 경유한다. 한국 최초의 우주센터 공사가 한창인 나로도는 섬 전체가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 속할 정도로 풍광이 빼어나다. 다음 행선지는 보성차밭. 거제도 외도해상농원과 함께 남해안에서 가장 인기 있는 관광지다. 보성차밭은 비수기가 따로 없이 번잡하지만, 초록이 물결치는 차밭은 싱그럽다.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순천의 낙안읍성민속마을. 둥그런 석성 안에 수십 채의 초가가 올망졸망 들어앉은 이 마을은 언제 가도 고향처럼 아늑하고 정겹다. 크고 작은 초가집들, 낮은 돌담을 따라 이어지는 고샅길, 처마에 매달린 시래기 묶음, 마당 한쪽의 손바닥만한 채마밭…. 분주한 세상살이에 이미 기억에서조차 희미해진 옛 고향 풍경이 고스란히 살아 있다.
해산물이 풍부한 여수에는 해물요리를 잘하는 집이 유난히 많다. 중앙동 로터리 근처의 구백식당(061-662-0900)은 생선구이와 서대회무침, 그 맞은편의 복춘식당(061-662-5260)은 아구찜, 여객선터미널 맞은편 골목길에 위치한 원앙식당(061-664-5567)은 게장백반, 오동도 어귀의 동백식당(061-664-1487) 등이 소문난 맛집이다. 거문도항 주변에는 백도횟집(061-666-8017), 산호횟집(061-665-5802), 매일횟집(061-666-8478), 여성호횟집(061-665-6372) 등이 몰려 있다. 요즘 같은 갈치잡이철에는 은갈치회(사진)가 별미다.
▶숙박
거문장(061-666-8052), 백도장(061-666-8150), 뉴백도장(061-666-1874) 등 숙식시설은 대부분 거문도항에 몰려 있다. 최근 개방형 숙소를 신축한 거문도등대에서도 숙박이 가능하다. 문의 여수지방해양수산청(061-650-6093)
▶추천 여행사
남해안투어/ 거문도 토박이인 박춘길 씨가 운영하는 거문도와 다도해를 비롯한 남해안관광 전문여행. 거문도와 여수뿐 아니라 거제, 남해, 보성, 완도, 하동, 구례, 남원 등지의 남해안 일대와 지리산 권역을 연계한 1박2일~3박4일 일정의 다양한 패키지 여행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080-665-4477, www.geomundo.co.kr
첫째 날) 05:30 서울 덕수궁 정문 앞, 또는 05:50 강남 신사역 사거리 대아여행사(02-514-6766)의 묵호행 버스 탑승 → 09:10 묵호항 여객선터미널(033-531-5891) 도착 → 10:00 울릉도행 여객선 출항 → 12:30 울릉도 도동항 도착 → 12:30~13:20 점심식사 → 14:00~16:30 유람선을 이용 해상일주관광 →16:30~19:00 행남해안산책로를 이용 행남등대까지 트레킹 → 19:00~20:00 저녁식사 → 20:00~21:30 독도전망케이블카(054-791-7160)를 이용 독도전망대 올라 도동항 야경 감상 → 21:30 취침
둘째 날) 06:30~07:00 기상 후 세면 → 07:00~07:40 아침식사 → 07:40~08:00 독도관광선(054-791-0801) 탑승→ 08:00~11:00 독도 관광 후 울릉도 도착 → 11:00~ 13:00 도동에서 해안일주도로 타고 사동, 통구미, 남양, 태하, 현포, 천부를 거쳐 나리분지에 도착 → 13:00~13:40 점심식사 → 13:40~14:30 나리분지를 출발, 천부~죽암~선창 등을 경유해 석포에 도착 → 14:30~16:30 석포~내수전 사이의 옛길 걷기 → 16:30~18:00 내수전전망대에서 내수전 일대를 조망한 뒤 도동으로 이동 → 18:00~19:30 저녁식사 후 숙소로 이동
셋째 날) 07:00~08:20 기상 후 세면 및 아침식사 → 08:20~08:40 택시(054-791-2612)를 타고 안평전마을로 이동 ※도동에서 간식 및 음료수 준비 → 08:40~11:00 안평전을 출발, 바람등대를 경유해 성인봉 정상 도착 → 11:00~11:30 성인봉 전망대에서 원시림과 알봉분지 조망 → 11:30~13:30 성인봉 출발, 바람등대~팔각정~사다리꼴~작은등대휴게소 등을 경유 도동으로 하산 → 13:30~14:20 점심식사 → 14:20~15:00 여객선터미널로 이동 → 15:30 묵호행 여객선 출항 → 18:00 묵호항 도착 후 버스 탑승 → 21:30 서울 도착
화산섬 울릉도는 젊다. 섬 나이는 물론이고, 불끈 치솟은 산봉우리와 천태만상의 형상도 젊고 기운차다. 울릉도의 자연은 싱그럽고 건강하다. 우리나라 유일의 천연 원시림이 있는가 하면, 생수보다 더 물맛 좋고 시원한 자연수가 곳곳에 흐른다. 게다가 섬 전체를 에워싼 바다는 쪽빛, 비췻빛, 에메랄드빛을 띤다. 산 좋고 물 맑고 바다가 아름다운 울릉도를 여행하기에는 계절의 여왕 5월과 가을빛이 절정에 이르는 이맘때가 가장 좋다. 무엇보다도 울릉도 여행의 성패를 좌우하는 바다 날씨가 가장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맘때 울릉도 곳곳에는 보랏빛 왕해국과 샛노란 털머위 꽃이 무리 지어 피어나고, 우리나라 최고의 천연림인 성인봉 원시림은 만산홍엽의 장관을 연출한다.
하지만 울릉도는 지금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여행하기 힘든 지역 중 하나다. 교통편이라고는 여객선밖에 없는 데다 바다 날씨가 갑자기 나빠지면 그나마도 끊기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가급적이면 울릉도 여정은 실제보다 1~2일 더 여유 있게 잡아두는 것이 좋다.
울릉도 여정은 크게 육로 일주, 해상유람선 관광, 성인봉 등산 셋으로 나눌 수 있다. 지난해 3월부터는 독도 관광도 자유로워졌다. 하지만 울릉도 여행의 중심은 역시 육로 일주다. 울릉도의 관문인 도동항을 출발해 사동리와 가두봉 등대를 돌아서면 통구미마을이 지척이다. 갯마을 통구미에서는 고깃배들이 뭍에 올려진 독특한 풍경과 칼날처럼 뾰족한 암벽에 뿌리내린 자생 향나무를 볼 수가 있다.
통구미를 뒤로하고 신호등이 설치된 터널을 몇 개 지나면 울릉군 서면의 소재지인 남양리다. 해마다 이맘때 남양해수욕장을 비롯해 서면 태하리, 북면 천부리 등의 어촌에서는 오징어 말리는 작업이 한창이다.
맑고도 깊은 울릉도 바다에서 잡아 올린 오징어 맛은 그 바다처럼 맑고 깊다.
일주도로에서 약간 벗어나 있는 태하리는 한적한 갯마을이다. 아름답고도 슬픈 전설을 간직한 해신당이 있고, 근처 대풍감 절벽 위에는 태하등대가 자리잡고 있어 일부러라도 한번쯤 들러볼 만하다. 태하리에서 현포령을 넘어서면 북면이다. 보은 속리산의 말티재처럼 구불구불한 현포령 고갯길에서는 그림처럼 아름다운 현포항 일대의 풍광이 눈앞에 펼쳐진다. 아담한 현포항과 우뚝한 송곳산, 그리고 돌기둥 같은 노인봉과 앞바다에 떠 있는 공암(또는 코끼리바위) 등이 한데 어우러져 숨막힐 듯한 장관을 연출한다.
천태만상 간직한 섬 … 볼수록 신비롭고 장관
북면 일대의 해안풍광은 울릉도에서 가장 웅장하고도 다채롭다. 그도 그럴 것이 수천 개의 돌기둥을 묶어놓은 듯한 공암, 하늘을 찌를 듯이 뾰족한 송곳산, 세 선녀의 전설을 간직한 삼선암, 두 개의 해식동굴이 뚫려 있는 관음도 등 울릉도를 대표하는 해안절경의 대부분이 북면 해안에 있다. 더욱이 일주도로변의 깎아지른 듯한 수직절벽은 온통 보랏빛의 해국 꽃밭으로 탈바꿈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일주도로는 북면 섬목에서 끝난다. 섬목과 저동 사이는 찻길이 나 있지 않기 때문이다. 도동항으로 되돌아가는 길에는 반드시 나리분지를 들러봐야 한다.
울릉군 북면 소재지 천부리에서 몹시 가파르고 구불거리는 시멘트도로를 한참 동안 오르다 보면 갑자기 눈앞이 훤해진다. 나리분지가 한눈에 들어오는 고갯마루에 올라선 것이다. 울릉도를 처음 찾은 사람들은 여기서 두 번 놀란다. 먼저 나리분지가 의외로 넓고 평평한 사실에 놀라고, 그곳을 둘러싼 성인봉 원시림(천연기념물 제189호)에 다시 놀란다. 이 원시림의 깊은 속내를 들여다보려면 구슬땀 훔쳐가며 성인봉에 직접 오르는 것이 상책이다.
나리분지와 이웃한 알봉분지를 지나면서부터 성인봉 원시림 지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한낮에도 어둑할 정도로 울창한 숲에는 너도밤나무가 지천이다. 육지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울릉도 특산식물이다. 탐스러운 붉은 열매가 주절주절 매달린 마가목나무도 흔하다.
성인봉 능선에는 가슴 높이의 둥치가 몇 아름씩이나 됨직한 고목도 자주 눈에 띈다. 나이가 너무 많은 탓에 속까지 텅 빈, 그래서 몸집이 작은 사람 하나는 거뜬히 품을 정도로 굵은 고목도 보인다. 이윽고 성인봉 정상(984m)에 올라서면 내내 닫혀 있던 하늘이 빠끔히 열리며 오색으로 물든 수해(樹海)와 쪽빛으로 일렁이는 창해(蒼海)가 시야에 가득 찬다. 마지막으로 유람선을 타고 울릉도를 한 바퀴 돌아보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험준한 절벽으로 이루어진 울릉도 해안 가운데에는 육로로 접근하는 것이 불가능한 곳도 적지 않다. 게다가 해안선을 따라서 기암괴석과 해안절경이 즐비한 울릉도에서는 유람선 일주가 필수코스 중 하나다. 대체로 도동항에서 출발해 시계 방향으로 울릉도를 한 바퀴 도는 해상유람선 일주 코스의 운항거리는 약 41km이며, 1시간 40분~2시간20분 정도 걸린다.
‘울릉5미’로 꼽히는 울릉약소, 홍합밥, 산채비빔밥, 오징어, 호박엿 모두를 꼭 한번 맛봐야 울릉도를 제대로 여행했다고 말할 수 있다. 울릉도의 소문난 맛집으로는 산마을식당(산채비빔밥, 054-791-6326), 99식당(따개비밥과 약초해장국, 054-791-2287), 보배식당(홍합밥, 054-791-2683), 암소한마리(울릉약소구이, 054-791-4898), 우성식당(오징어물회, 054-791-3127), 신애분식(따개비칼국수, 054-791-0095) 등을 꼽을 수 있다. 나리분지의 산마을식당과 천부의 신애분식을 제외하고는 모두 도동에 위치한다.
숙박
사동리에 위치한 울릉대아리조트(054-791-8800)는 140여 개의 객실을 비롯해 커피숍, 한식당, 사우나, 노래방, 세미나실, 야외극장 등의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춘 종합리조트다. 그밖에 사동리의 울창한 상록수림에 둘러싸인 울릉마리나관광호텔(054-791-0020), 북면 추산마을의 전망 좋은 해안절벽 위에 올라앉은 전통가옥 펜션 추산일가(054-791-7788), 나리분지의 산마을식당민박(054-791-6326)도 권할 만하다. 도동의 칸모텔(054-791-8600)과 성인모텔(054-791-2677), 저동의 황제모텔(054-791-8900)은 근래에 신축해서 시설이 비교적 깔끔하다.
여객선
대아고속의 쾌속선은 포항(054-242-5111)과 동해 묵호(033-531-5891), 독도관광해운(054-791-8111)의 나리호는 포항에서 매일 1회 왕복 운항한다. 여객선의 운항시간과 횟수는 자주 변동되므로 선사나 여객선터미널을 통해 확인한 뒤 예매하는 것이 좋다. ※대아여행사(02-514-6766)에 문의하면 서울-묵호항 간을 매일 왕복 운행하는 셔틀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편도요금 1만8000원.
첫째 날) 07:00 서울 출발`→`09:20 중앙고속도로 영주IC(동서울톨게이트에서 186km) 통과`→`09:20~09:50 영주IC(28번 국도)~영주시내(36번 국도)~봉화 교차로(915번 지방도)~봉화읍내~삼계사거리(직진)를 지나 석천정사 입구에 도착`→`09:50~10:40 석천정사 답사`→`10:40~10:50 석천정사 입구에서 삼계사거리(좌회전)와 서곡교를 경유, 봉화읍 유곡리 닭실마을로 이동`→`10:50~12:00 청암정, 권벌종택, 닭실한과공장 탐방`→`12:00~13:00 봉화군 봉성면 동양리로 이동, 용두식당(054-673-3144)에서 점심식사`→`13:00~13:30 동양리(36번 국도, 봉화 방면)~유곡삼거리(우회전, 918번 지방도)~도천삼거리(우회전, 35번 국도) 등을 지나 청량산도립공원(054-672-4994)에 도착`→`13:30~16:00 청량산 산행(입석~응진전~총명수~산꾼의집~청량사~주차장 코스)`→`16:00~16:20 청량산박물관 관람`→`16:20~17:20 청량산삼거리(35번 국도, 봉화 방면)~명호면 소재지~범바위 전망대(낙동강 조망)~옥천삼거리(36번 국도, 봉화 방면)~춘양삼거리(우회전, 88번 국지도) 등을 거쳐 춘양면 소재지 만산고택에 도착 후 여장을 풂`→`18:00~19:30 한약우촌식육식당에서 저녁식사→ 19:30~ 만산고택에서 고구마 구워먹기
둘째 날) 07:00~08:00 기상 후 산책 및 세면`→`08:00~08:40 아침식사`→`08:40~10:00 춘양면 석현리의 각화사(054-672-6120)와 태백산사고지 답사`→`10:00~12:00 춘양면 서벽리로 이동, 두내약수터와 금강소나무숲(문의/ 영주국유림관리소 054-633-7278) 탐방`→`12:00~13:20 두내약수터에서 915번 지방도를 타고 약 10분 거리의 오전약수터로 이동 후 점심식사`→`13:20~13:50 오전약수(915번 지방도, 봉화 방면)~물야면 소재지(931번 지방도, 부석 방면)~부석사거리(935번 지방도, 우회전)를 경유해 부석사(054-633-3464)에 도착`→`13:50~15:10 부석사 관람`→`15:10~15:30 부석사거리(직진)~소천사거리(931번 지방도, 풍기 방면)~단산면 소재지를 거쳐 소수서원(054-639-6693)에 도착`→`15:30~17:00 소수서원과 선비촌(054-638-7114) 탐방`→`17:00~17:20 소수서원~순흥 읍내사거리~풍기읍내 등을 거쳐 중앙고속도로 풍기IC에 진입
봉화군은 경상북도의 삼수갑산(三水甲山)이다. 백두대간의 험산준봉들이 즐비하게 솟아 있어 평지가 드물고 산세가 험하다. 백두대간 산줄기와 낙동강 물줄기가 어우러진 봉화군은 우리나라에서 정자가 가장 많은 고장으로 알려져 있다. 또 곳곳에 수백 년 내력을 이어온 종가(宗家)와 반촌(班村)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데, 그 대표적인 곳이 봉화읍 유곡리의 닭실마을이다.
안동의 내앞마을과 하회마을, 경주의 양동마을과 함께 영남 4대 길지의 하나로 꼽힌다는 닭실마을은 안동 권씨 집성촌이다. 조선 중종 때 기묘사화로 쫓겨난 충재 권벌이 처음 들어와 세웠다는 이 마을은 풍수지리상으로 금계포란형, 즉 닭이 알을 품고 있는 듯한 형국이어서 닭실이라 불리게 됐다. 고래등 같은 기와집과 예스러운 돌담이 빼곡히 들어찬 닭실마을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역시 충재의 유적 청암정이다. 둥그런 연못 한복판 거북바위에 청암정이 올라앉았는데, 마치 커다란 거북이 등에 정자를 지고 물에서 헤엄치는 형상이다. 정자에 오르려면 멋스럽고 운치 있는 돌다리를 건너야 한다. 다리를 건너 청암정 마루에 올라서면 삼면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상쾌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아쉽게도 지금은 보수공사가 한창이라 청암정의 옛 풍류를 느낄 수가 없다. 그 대신 청암정 옆으로 흐르는 개천 하류에 세워진 석천정사를 꼭 한번 찾아볼 만하다. 권벌의 아들 권동보가 지었다는 이 정자는 주변의 빼어난 풍광을 죄다 끌어안았다. 개울가에 축대를 쌓고 그 위에 건물을 올렸는데, 개울가 쪽으로 담을 세우지 않아 문을 모두 열어젖히면 석천계곡 일대의 풍광이 한눈에 들어온다. 너럭바위를 타고 넘는 냇물과 아름드리 솔숲이 정원이나 다름없다.
청량산·춘양목·송이 등 때 묻지 않은 자연 만끽
봉화군에는 경북 제일의 단풍 명소 청량산이 있다. 참나무와 단풍나무가 많아서 단풍이 유난히 고울 뿐만 아니라, 병풍처럼 둘러쳐진 암봉에 등을 기댄 천년고찰 청량사가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운 곳이다. 게다가 산세는 험해도 산행코스는 비교적 순탄하고 편안하다. 입석을 출발해 참나무와 소나무가 적당히 혼재된 숲길을 걷다 보면 청량산 제일의 단풍 감상포인트 응진전에 이른다. 다시 길을 재촉하면 최치원이 마셨다는 총명수, 9가지 약초로 달인 구정차를 무료로 내놓는 산꾼의집, 퇴계 이황이 머무르며 후학을 양성했다는 청량정사가 잇따라 나온다. 청량정사에서 청량사까지는 지척이다. 청량사에서는 매년 단풍철에 산사음악회를 열었으나 올해는 사정이 있어 열지 않는다고 한다.
청량산을 내려와 다시 35번 국도를 타고 낙동강 물길을 거슬러 오른다. 봉화 땅에는 낙동강물과 산자락이 서로 부둥켜안고 태극 형상을 이루는 곳이 여럿 있다. 명호면 도천리 매호유원지도 그런 곳 가운데 하나다. 35번 국도변 범바위 전망대에서는 매화유원지 일대의 낙동강 물길이 ‘산태극수태극’을 이루며 굽이치는 광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옛날부터 토종소나무 춘양목의 집산지로 유명한 춘양면의 태백산 자락에는 각화사가 있다. 신라 문무왕 때 원효대사가 창건했다는 고찰이지만, 근래 지은 건물이 많다. 주변의 활엽수림과 부근의 태백산사고지가 인상 깊은 곳이다. 조선 5대 사고 중 하나였던 태백산사고는 유일하게 조선왕조실록을 완벽하게 보존하여 오늘날까지 전하도록 했다.
춘양면 서벽리 문수산 자락의 금강소나무숲도 들러볼 만하다. 첩첩산중인데도 차량 통행이 가능한 임도가 개설돼 있어 찾아가기도 쉽다. 1974년에 소나무 채종림으로 지정된 이 숲에는 평균 수령 50년의 금강소나무가 약 1500그루 자라고 있다. 금강소나무숲 진입로 초입에는 두내약수터가 있다. 설탕을 뺀 사이다처럼 톡 쏘는 약수를 한 모금만 마셔도 단번에 갈증이 달아난다.
돌아오는 길에 시간 여유가 있다면 봉화 제일의 약수라는 오전약수, 경북 제일의 명찰이자 만추의 은행나무 단풍길이 아름다운 영주 부석사, 조선시대 반촌의 정취와 풍경을 고스란히 재현한 영주 선비촌, 우리나라 최초의 서원인 소수서원 등을 둘러보기를 권한다.
당귀, 천궁, 작약 등의 한약재로 사육한다는 봉화한약우는 춘양면 한약우촌식육식당(054-673-5381), 봉화읍 봉화한약우본점(054-672-1091) 등 지정점에서만 맛볼 수 있다. 봉성면 동양초등학교 부근 36번 국도변에 있는 용두식당(054-673-3444)은 자연산 송이를 푸짐하게 넣은 송이돌솥밥(사진)이 맛있다. 봉성면 소재지 오시오식당(054-672-9012), 청봉숯불구이(054-672-1116) 등에서는 소나무숯불에 구워 솔향기 그윽하고 씹는 맛이 쫄깃한 돼지숯불구이를 내놓는다. 그 밖에 닭실마을 닭실종가유과(054-673-9541)에서는 안동 권씨 종가에서 500여 년 동안 이어왔다는 제조법으로 한과를 만들어 판다.
숙박
춘양면 소재지 만산고택(054-672-3206)은 약 130년 전에 춘양목만 사용해 지었다는 전통가옥이면서도 화장실에 양변기를 갖춰 도시인들도 불편 없이 지낼 수 있다. 널뛰기, 투호놀이, 모닥불에 고구마 구워먹기 등을 체험할 수 있고 아침식사도 가능하다. 그 밖에 봉화읍내에는 궁전모텔(054-674-0300), 신라장(054-673-2049), 낙원장(054-673-2351) 등 장급 여관이 많다. 청량산 입구 낙동강변에는 근래에 신축해 비교적 깔끔한 청량산쉼터민박(054-673-2654), 강변민박(054-673-6744), 황토방민박(054-673-9777) 등 민박집이 많다.
첫째 날) 08:00 서울 김포공항 출발`→`09:00~09:30 제주공항 도착 후 렌터카 수령`→`09:30~11:00 서부관광도로(=95번 국도)를 이용해 애월읍 봉성리로 이동, 새별오름과 이시돌목장 일대 억새길 드라이브`→`11:00~11:20 95번 국도~서광사거리~안성리(12번 국도) 등을 거쳐 서귀포시 대정읍 산이수동으로 이동`→`11:20~12:00`→`산이수동 포구, ‘대장금’ 촬영지(일오동굴), 송악산 등 탐방`→`12:00~13:00 송악산~사계해안도로 타고 사계리로 이동, 점심식사`→ 13:00~13:20 사계리~산방산 입구~화순~안덕계곡 입구~감산리 삼거리(우회전) 등 경유, 안덕면 용왕난드르마을(sora.go2vil.org)로 이동`→`13:20~15:30 테우 타고 바다낚시(문의/대평리이장 016-693-7360)`→`15:30~16:50 인근 서귀포시 예래동 해안의 갯깍 주상절리대, 천연동굴, 환해장성 등 둘러보기`→`16:50~17:00 용왕난드르마을로 이동, 제주펜션 진입로를 통해 군산 정상 직전에 도착`→`17:00~17:50 5분 거리의 정상에 올라 제주 서남부해안 해넘이 감상`→`17:50~18:20 일주도로(=12번 국도)를 타고 서귀포 시내로 이동`→`18:20~19:20 저녁식사 후 숙소로 이동
둘째 날) 05:30 기상`→`05:30~06:00 12번 국도~16번 국도(=중산간도로)~성읍(1119번 지방도, 성산 방면)~수산(16번 국도, 송당 방면) 등 경유, 제주시와 서귀포시 경계지점에 도착, 도로변 공터에 주차`→`06:00~07:30 10분 거리에 있는 용눈이오름 정상에서 새벽달과 해돋이 감상`→`07:30~08:00 숙소로 귀환`→`08:00~09:00 세면 및 짐 정리 후 아침식사(죽과 보리빵)`→`09:00~10:00 서귀포시 효돈천 하구로 이동, 전통 테우 타고 쇠소깍 절경 감상`→`10:00~12:00 남부농업기술센터(064-735-0825)로 이동, 농업생태원 탐방 및 감귤 따기, 감귤 염색, 감귤비누와 감귤잼 만들기 등 체험`→`12:00~12:40 남원으로 이동해 점심식사→ 12:40~13:30 남원큰엉 해안절경과 신영영화박물관 구경`→`13:30~14:00 12번 국도와 온평~신양 해안도로를 타고 섭지코지로 이동`→`14:00~15:00 섭지코지의 산국 군락과 올인기념관 관람`→`15:00~16:00 섭지코지~고성(1119번 지방도)~수산~수산2리~대천동(1112번 지방도) 등을 거쳐 산굼부리 주차장에 도착`→`16:00~17:00 산굼부리(064-783-9900) 일대 은빛 억새물결 감상`→`17:00~18:00 산굼부리~교래 사거리~비자림로 입구 삼거리(11번 국도, 제주 방면)~제주시내를 거쳐 공항에 도착`→`18:00~19:00 렌터카 반납 후 항공편 탑승 수속`→`19:00 제주공항 출발
지금 제주도는 감귤 수확이 한창이다. 어딜 가나 푸른 나뭇잎 사이로 샛노란 감귤이 주렁주렁 매달린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런 풍경은 감귤 수확으로 몹시 바쁜 토박이 농민들뿐 아니라 모처럼 제주도를 찾은 육지 관광객들의 마음까지도 풍성하게 한다. 하지만 오늘날 감귤밭은 관광객과 신혼부부들에게 더 이상 눈요깃거리나 기념 촬영지만은 아니다. 외지 관광객들도 직접 감귤을 따서 맛보거나 감귤 염색, 감귤비누와 감귤잼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서귀포시 안덕면 용왕난드르마을의 ‘박수기정’ 앞바다에 떠 있는 테우에서 바다낚시를 즐기는 체험객.(아래).
발길 닿는 곳곳마다 일렁이는 억새물결도 이맘때 제주도를 대표하는 풍경 중 하나다. 특히 바다처럼 드넓은 초원과 억새밭이 펼쳐진 중산간지대에서는 가을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 억새의 은빛 물결을 감상할 수 있다. 아무리 모진 바람이 불어도 잠깐 쓰러졌다가 다시 일어서는 억새의 근성은 제주 토박이들의 결기를 고스란히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가을 풍광에 탄성 절로 … 바다낚시·감귤 따기 체험도 해볼 만
제주시내를 벗어나 서부관광도로(95번 국도)에 들어서자마자 광활한 억새밭이 양쪽 길가에 끝없이 펼쳐진다. 하지만 고속도로 같은 왕복4차선의 서부관광도로에서는 억새밭의 서정과 낭만을 제대로 음미하기 어렵다. 마침 서부관광도로 주변의 애월읍 봉성리와 금악리 일대에 가없이 펼쳐진 억새밭도 구경하고 드라이브도 즐길 수 있는 억새길이 거미줄처럼 뻗어 있다. 내친김에 서부 중산간지대의 맏형 격인 새별오름, 전망이 탁월한 정상까지도 차량 진입이 수월한 금오름도 올라가보자.
새별오름 정상에서는 한낮의 햇살 아래 비늘처럼 반짝이는 제주바다와 ‘국토의 막내’ 마라도가 아스라이 보인다. 불현듯 맑고 찬란한 그 바다에 안기고 싶어진다. 흔히들 ‘용왕난드르마을’이라 일컫는 서귀포시 안덕면 대평리에 가면 독특한 바다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제주바다의 아늑한 품에 안길 수 있다. 바로 ‘테우(떼) 타고 바다낚시 하기’다.
테우는 제주도의 전통 뗏목이다. 원래 한라산 구상나무를 엮어 만든 테우는 가까운 바다에서 자리돔을 잡거나 미역, 톳 등의 해초를 채취할 때 타던 무동력선이다. 하지만 용왕난드르마을의 테우는 전통 테우보다 훨씬 더 크고 안전하다. 또한 ‘박수기정’이라는 해안 절경 근처에 정박해 있어 주변 풍광도 아름답고 놀래기, 쥐치, 노래미, 부시리 등 다양한 물고기가 줄줄이 올라오는 낚시 일급포인트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짜릿한 손맛을 한 번 보면, 평소 뱃멀미가 심한 사람도 뱃멀미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낚시 삼매경에 빠져든다.
테우 바다낚시 체험이 끝난 뒤에는 대평리 마을의 전경과 주변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군산(334m) 정상에 올라 산방산 너머 바다로 떨어지는 해넘이를 감상해 봄직하다. 시간 여유가 있으면 대평리 이웃 마을인 서귀포시 예래동 해안의 갯깍 주상절리대와 천연동굴을 둘러보는 일정도 추가할 수 있다. 그리고 서귀포시 하효동의 효돈천 하구에 형성된 쇠소깍에서도 테우 체험이 가능하다. 전통방식 그대로 복원된 테우배에 몸을 실으면 약 40분 동안 선장 김봉선 씨의 구수한 입담과 설명을 들으면서 쇠소깍의 비경을 찬찬히 감상할 수 있다. 승선료는 어른 1인당 5000원.
제주도에서만 할 수 있는 농촌체험 프로그램 중 가장 인기 있는 감귤 따기는 제주특별자치도 농업기술원 산하 남부농업기술센터에서도 체험할 수 있다. 유기농으로 재배된 이곳 감귤은 현장에서 직접 따먹기 때문에 유달리 달고 싱싱하다. 또한 감귤을 원료로 비누나 잼을 직접 만들어보거나 하얀 명주를 천연염색해서 은은한 감귤빛이 도는 스카프를 만들 수도 있다. 이곳의 체험프로그램은 대부분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고 내용도 알찬 데다 비용까지 저렴해 남녀노소 모두 부담 없이 체험해볼 수 있다. 또한 남부농업기술센터 내의 농업생태원에는 감귤 품종 전시실, 감귤숲 터널, 감귤상품 판매전시관, 허브동산, 미로원, 녹차원, 야생화 꽃동산, 잔디 썰매장 등 다양한 체험시설과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어 한나절쯤 시간은 쏜살처럼 흘러간다.
서귀포시 남원읍 의귀리 ‘티파니에서 아침을’(064-764-9669)은 주인이 핀란드산 홍송으로 직접 지은 북유럽식 정통 목조펜션이다. 객실 안에 들어서면 진한 피톤치드 향기가 온몸 가득히 스며들어 기분이 상쾌해진다. 14실의 객실은 대부분 취사시설이 갖춰진 콘도형이지만 손님들에게 보리빵, 전복죽, 구운 계란, 커피와 주스 등의 아침식사 메뉴가 기본적으로 제공된다. 또한 주변이 온통 감귤밭인 데다 정원에는 야자수, 소철나무가 울창해 이국적 정취가 물씬 풍긴다. 서귀포시 예래동의 재즈마을(064-738-9300)은 안팎이 모두 고급 천연목재로 마감된 건물 5채가 모여 있는 펜션공동체로, 복층형으로 꾸며진 객실이 고급스럽고 내 집처럼 편안한 느낌을 준다.
맛집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포구에 자리한 진미명가(064-794-3639)는 생선회의 귀족으로 꼽히는 ‘다금바리회의 조성물 및 그 제조 방법’에 관한 특허를 따낸 집으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자연산 다금바리는 언제라도 맛볼 수 있는 횟감이 아닌 데다 워낙 값이 비싸 비교적 부담 없는 회정식(3만원)과 돔지리(1만원)도 내놓는다. 어촌체험마을인 용왕난드르마을(사무장 011-690-8016)에서는 1인당 6000~1만원대의 물회, 정식, 용왕정식 등을 정성껏 차려준다. 그 밖에 서귀포시 서귀포제일교회 앞의 오멍가멍(064-763-4034)은 토박이들이 추천하는 쌈밥집인데, 기본으로 나오는 고등어조림과 추가메뉴인 제주흑돼지 수육이 입맛을 돋운다. 서귀포시 남원읍의 현대자동차 남원영업소 앞에 자리잡은 식도락식당(064-764-6004)도 제주 향토음식인 옥돔국, 갈칫국, 몸국 등의 맛을 제대로 내는 집이다.
첫째 날) 07:30 서울 출발`→`9:00 경부고속도로 영동IC(서울톨게이트에서 146km) 통과`→`09:30~10:00 옥천IC~옥천읍내(4번 국도)~옥계폭포 입구를 거쳐 난계국악박물관(043-740-3229)에 도착`→`10:00~11:20 난계국악박물관 관람 후 난계국악기제작촌(043-742-7288)에서 국악기 제작 체험`→`11:20~11:30 옥계폭포로 이동`→`11:30~12:00 옥계폭포 풍경 감상`→`12:00~12:40 옥계폭포 입구에서 점심식사→ 12:40~13:10 옥계폭포 입구(4번 국도, 황간 방면)~고당교~영동읍내~와인코리아(043-744-3211) 입구를 거쳐 노근리에 도착`→`13:10~13:30 ‘노근리 사건’의 역사현장 답사`→`13:30~13:40 노근리~황간지하차도~마산삼거리(좌회전)~월유잠수교를 경유, 월유봉소개비 앞에 도착`→`13:40~14:20 월유봉과 한천팔경 감상`→`14:20~15:00 월유봉~황간읍(49번 국지도, 무주 방면)~상촌면 소재지~상촌삼거리(901번 지방도, 우두령 방면)를 거쳐 궁촌리 황운농장(043-743-9650)에 도착`→`15:00~15:30 황운농장 곶감 제조과정 견학`→`15:30~16:20 궁촌~상촌삼거리(49번 국지도, 무주 방면)~도마령~상촌리를 거쳐 민주지산자연휴양림(043-740-3437)에 도착`→`16:20~ 휴양림에 여장을 푼 뒤 저녁식사
둘째 날) 07:00~08:00 기상 후 산책`→`08:00~08:40 세면 및 짐 정리`→`08:40~09:20 아침식사→ 09:20~10:00 민주지산자연휴양림~상촌리(49번 국지도, 무주 방면)~용화면 소재지~무항삼거리(30번 국도, 무주 방면)~오산삼거리(19번 국도, 영동 방면)~학산면 소재지(505번 지방도, 양산 방면)~송호국민관광지에 도착`→`10:00~10:30 송호국민관광지의 솔숲과 금강 물길, 양산팔경 감상`→`10:30~10:40 송호국민관광지~양산면 소재지(68번 국지도, 금산 방면)~호탄교삼거리(501번 지방도)를 거쳐 영국사에 도착`→`11:30~12:00 영국사 산길 트레킹`→`12:00~12:10 영국사~호탄교삼거리(68번 국지도, 금산 방면)를 거쳐 양산면 가선리에 도착`→`12:10~13:00 점심식사`→`13:00~13:20 가선리~제원대교~제원삼거리(직진)를 거쳐 중부내륙고속도로 금산IC에 진입
충북 영동군은 산골이다. 그러면서도 궁벽하다거나 외졌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의외로 찾아가기도 쉽다. 대전에서 30~40분 거리, 서울에서도 2시간만 달리면 영동 땅에 들어선다. 그럼에도 바람처럼 스쳐간 적은 몇 차례 있었어도 영동군을 두루 섭렵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작년에서야 여기저기 둘러볼 기회가 있었지만 갑작스런 폭설과 추위에 적잖이 고생했던 기억만 생생하다. 그래서 올해에는 가을빛이 모두 스러지기 전에 영동 땅을 다시 한 번 둘러보기로 작심했다.
영동군이 국악의 고장임을 아는 외지인은 많지 않다. 오늘날 영동군이 국악의 고장으로 자리잡은 것은 무엇보다도 난계 박연(1378~1458) 선생의 고향인 덕택이다. 심천면 고당리에서 태어난 박연은 석경·편경 등의 아악기를 만들고 향악·아악·당악 등의 악보와 악기, 악곡을 정리한 인물로 우륵, 왕산악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악성으로 꼽힌다. 또한 벼슬이 대제학과 이조판서까지 오른 큰 선비이기도 했다. 그동안 영동군에서는 난계사당 재건, 난계국악축제 개최, 난계국악단 창단, 난계국악박물관과 난계국악기제작촌의 건립 등을 통해 난계의 업적을 부각하는 사업을 계속해왔다.
옥천에서 4번 국도를 타고 영동으로 가다 보면, 고당교 직전의 왼쪽 길가에 들어선 난계국악박물관과 난계국악기제작촌을 만날 수 있다. 난계국악박물관에서는 국악의 변천과 난계의 업적, 그리고 다양한 국악기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옆에는 우리나라 유일의 국악기제작촌이 이웃해 있는데 가야금, 거문고, 아쟁, 북, 장구, 소고, 대금, 단소 등의 제작과정을 지켜보거나 직접 만들어 기념품으로 챙겨갈 수도 있다.
난계국악박물관 근처 월이산 기슭에는 충청도 폭포 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웅장하다는 옥계폭포가 있다. 박연이 낙향한 뒤 자주 찾아와 피리를 불던 곳이라 해서 ‘박연폭포’로도 불린다. 폭포는 높이가 20여 m에 불과한데도 깎아지른 암벽이 양쪽에 우뚝해서 실제보다 훨씬 높아 보인다. 수량이 풍부한 여름철에는 비단결처럼 가지런히 쏟아지는 폭포수의 위세가 대단하다. 하지만 한겨울에는 꽁꽁 얼어붙어 거대한 얼음벽으로 탈바꿈한다. 영동군에서는 내년 말까지 이곳에 연못과 분수를 만들고 구름다리를 놓아 관광지로 본격 개발할 계획이라고 한다. 자연은 그대로 두는 것이 최선의 개발인데, 괜히 혈세만 낭비하는 것은 아닌지 지레 걱정부터 앞선다.
와인코리아·곶감 건조장 반드시 들러볼 만
금강의 물길과 백두대간의 산줄기가 어우러진 영동군에는 한 폭의 진경산수처럼 수려한 절경이 여기저기 산재한다. 대표적인 것이 황간면 한천팔경이다. 민주지산에서 발원한 초강천이 깎아놓은 암봉 월유봉을 휘감아 돌면서 절묘한 풍광을 빚어낸다. 영동읍에서 한천팔경을 찾아가는 길에는 영동읍 주곡리와 황간면 노근리를 지나게 된다. 주곡리 4번 국도에 자리한 와인코리아는 토종 포도 와인의 자존심을 지켜온 곳이다. 언제 가도 와인 시음과 오크통 저장고 구경이 가능하다. 노근리는 6·25전쟁 당시인 1950년 7월26일 미군에 의해 무고한 양민 250여 명이 무참히 살해된 역사현장이다. 지금도 노근리 쌍굴다리에는 당시의 총탄 흔적이 무수히 남아 있다.
영동군 양산면 일대에는 양산팔경도 있다. 제1경은 천태산 중턱의 천년고찰 영국사다. 양산면 누교리의 주차장에서 영국사에 이르기까지 20분 남짓 걷는 숲길이 아늑하고 호젓해서 초겨울의 삭풍조차도 상쾌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영국사를 제외한 양산팔경의 나머지 절경들은 모두 금강이 굽이쳐 흐르는 송호관광지 주변에 산재한다. 양산팔경에 속하진 않지만 8만5000여 평의 부지에 수천 그루의 소나무가 빼곡히 우거진 송호리 솔숲에는 언제나 청징한 기운이 가득 차 있는 듯하다.
곶감은 포도와 함께 영동의 대표적인 특산물이다. 이맘때쯤 영동군의 어느 산골을 찾아가더라도 집 안팎에 먹음직스런 곶감이 주렁주렁 매달린 광경을 흔히 보게 된다. 산이 많은 영동군에서도 소문난 두메산골 중 하나인 상촌면 궁촌리 일대에 특히 대규모의 곶감 건조장이 많다. 도마령 너머 용화면 민주지산자연휴양림을 오가는 길이거든 잠시 짬을 내서 궁촌리에도 들러보기를 권한다. 수십만 개의 곶감이 매달린 광경도 감상하고 꿀처럼 달콤한 영동곶감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그리고 궁촌리 점마마을과 지통마마을은 영화 ‘집으로’의 촬영지로 알음알음 찾아오는 관광객들의 모습이 간간이 눈에 띈다.
충북 영동군과 전북 무주군의 경계지점에 우뚝 솟은 민주지산 북서쪽 골짜기에는 최신 건물의 숙박시설과 통나무집, 세미나실 등을 갖춘 민주지산자연휴양림(043-740-3437)이 조성돼 있다. 숲이 좋고 공기도 깨끗해서 하룻밤만 묵어도 온몸의 찌꺼기가 말끔히 씻겨나간 듯 개운하다. 심천면 고당리 난계국악박물관 부근에는 나이스파크(043-742-8788), 한천팔경 인근 황간면 마산리에는 황간파크텔(043-744-6416)과 힐탑파크(043-744-9172), 양산면 송호국민관광지 인근에는 송호파크(043-745-0048)가 있다. 양산면 누교리 영국사 초입에 자리한 푸른산민박(043-744-4659)은 시설이 깔끔한 편이다.
맛집
옥계폭포 아래 폭포가든(043-742-1777)은 우렁쌈밥정식과 우렁돌구이를 내놓는데, 각종 채소와 우렁이를 고추장으로 양념한 뒤 곱돌그릇에다 구워낸 우렁돌구이가 특히 입맛을 돋운다. 양산면 가선리 금강변에 자리잡은 가선식당(043-743-8665)은 금강에서 잡은 민물고기로 조리한 도리뱅뱅이와 어죽(사진), 징게미(민물새우)튀김 등을 잘하기로 소문난 집이다. 그 밖에 영동읍내 뒷골집(043-744-0505)은 올갱이(다슬기) 요리 전문점이고, 금강산식당(043-744-8877)은 항정살, 등심, 삼겹살 등의 생고기구이가 괜찮다. 민주지산자연휴양림 입구에 자리한 휴양림식당(043-745-1332)은 올갱잇국 정식에 딸려 나오는 밑반찬이 맛깔스럽다.
당일) 09:20 파주 임진각 도착, DMZ 관광매표소(031-954-0303)에서 DMZ 출입신청 및 매표 → 09:30 DMZ 관광셔틀버스에 승차 → 09:40~12:30 제3땅굴, 도라산전망대, 도라산역 등 DMZ 관광 후 임진각에 도착 → 12:30~14:00 민통선 내 장단콩마을(031-954-3443)에서 각종 콩요리로 점심식사 → 14:00~14:50 장단콩마을~통일대교(1번 국도, 문산 방면)~통일고가교(=여우고개사거리, 37번 국도, 적성 방면)~율곡리(율곡 이이의 고향)~적성면 소재지(310번 지방도, 장남교 방면)를 거쳐 두지나루에 도착 → 15:00~15:50 황포돛배(매표소 031-958-2557) 타고 임진강 유람 → 15:50~16:00 두지나루~장남교~원당리~고랑포를 경유, 경순왕릉 주차장에 도착 → 16:00~16:30 경순왕릉 답사 → 16:30 경순왕릉을 출발, 귀로에 오름
서울 광화문에서 북녘 땅 개성까지의 거리는 약 70km에 불과하다. 지구촌 마지막 냉전 현장인 DMZ(군사분계선)는 그보다 훨씬 더 가깝다. 그런데도 한번 찾기가 쉽지 않았다. 사실 그동안에는 팽팽한 긴장감과 섬뜩한 경계심만 넘쳐나는 DMZ 지역을 찾고픈 마음이 별로 없었다. 몸과 마음이 자유로워야 여행도 즐겁기 때문이다. 그래서 금강산조차도 먼 훗날 통일된 뒤에 내 마음대로 쏘다녀보자며 여태 한번 찾아가지 않았다. 그런데 이달 초에 우연히 경기도 파주시 DMZ 내의 관광명소 몇 곳을 둘러볼 기회가 생겼다.
DMZ 관광지를 둘러보려면 반드시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을 챙겨가야 한다. 성인은 주민등 록증이나 운전면허증이 없으면 민통선(민간인출입통제선)과 DMZ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다. 제3땅굴, 도라산전망대와 도라산역 등 파주 지역의 DMZ 관광지에 들어가려면 먼저 임진각 내의 DMZ 관광매표소(땅굴사업소)에서 출입신청과 매표를 해야 한다. DMZ 관광지는 개인 승용차를 이용해서 둘러볼 수가 없다. 임진각에서 셔틀버스를 타야 한다.
남쪽 경의선 구간의 마지막 역인 도라산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우).
임진각을 출발한 셔틀버스는 통일대교를 건너자마자 민통선 안으로 들어선다. 개성까지 이어지는 왕복4차선 국도가 시원스럽게 뚫려 있다. 셔틀버스의 이동경로는 현지 사정에 따라 달라진다. 상대적으로 한산한 곳을 먼저 둘러본다고 한다. 첫 경유지는 대개 제3땅굴인 경우가 많다. 남북출입사무소 직전에 국도를 벗어나 2~3분만 달리면 제3땅굴 주차장에 도착한다. 1978년에 처음 발견된 제3땅굴은 서울에서 불과 52k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폭과 높이가 각각 2m, 총길이가 1635m인 제3땅굴은 1시간당 1만명의 무장병력이 이동할 수 있을 정도로 큰 규모다.
땅굴 내부에서 사진촬영은 엄격히 금지된다. 관리인은 카메라를 아예 땅굴 입구의 보관함에 넣어두기를 권유한다. 셔틀승강기를 타고 약 250m 길이의 우리 측 역갱도를 내려가는 동안에는 왠지 모를 긴장감이 차츰 고조된다. 약 5분 만에 도착하는 하부탑승장은 북한 측이 굴착한 갱도에 자리한다. 관광객들은 작업중단 지점까지 편도 265m 구간의 땅굴 내부를 걸어서 왕복한다. 곳곳마다 안전시설물이 설치된 땅굴은 실제보다 훨씬 낮아 보인다. 키 큰 사람들은 고개를 숙인 채 다니느라 뒷목이 뻐근할 지경이다. 음습하고 비좁은 땅굴을 오가며 마주치는 사람들은 내국인보다 외국인이 훨씬 더 많다. 걸음을 멈추고 진지하게 안내문을 읽는 외국인들의 모습이 퍽 인상적이다.
제3땅굴 부근의 도라산전망대는 시야가 활달하다. 나지막한 야산인데도 사방팔방으로 훤히 트여 있다. 개성공단이 코앞이고 군사분계선을 가로질러 남북을 연결하는 신설도로와 경의선 철도, 그리고 전력공급선까지 죄다 시야에 들어온다. 개성 시가지와 그 너머 송악산도 지척이다. 오른쪽으로 눈길을 돌리면 DMZ 내 남북한 선전마을인 기정동마을과 대성동마을의 국기게양대도 보인다. 임진강 지류인 사천강 물길은 남북의 마을과 들녘을 들락거리며 말없이 흐른다.
도라산전망대 근처에는 남한 경의선 구간의 마지막 역인 도라산역이 있다. DMZ 남방한계선에서 700m 떨어진 이 역에서 서울까지의 거리는 55.7km, 개성까지는 14.2km, 평양까지는 256km라고 한다. 경의선 철도 복원공사의 하나로 2002년 4월부터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한 도라산역 안에는 그해 이곳을 방문한 부시 미국 대통령이 평화의 메시지를 쓴 철도침목이 전시돼 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방문 기념 스탬프를 받기 위해 창구 앞에 줄지어 늘어선 광경이 눈길을 끈다.
관광객 신분증 필수 … 제3땅굴, 도라산역 등 외국인 ‘북적’
제3땅굴, 도라산전망대, 도라산역을 둘러본 뒤에는 일단 셔틀버스를 타고 다시 임진각으로 나가야 한다. 그리고 두부 만들기 체험이나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민통선 내 장단콩마을(파주시 군내면 백련리)로 들어가려면, 자신의 승용차를 타고 임진각 옆의 통일대교 검문소를 찾아간다. 그곳 경비병들에게 신분증을 제시하고 장단콩마을에 전화를 하면 곧바로 마을 주민이 나와서 데려간다.
해가 진 뒤에는 대체로 식당 문을 닫으므로 늦어도 오후 5시까지는 통일대교 검문소에 도착해야 한다.
콩(大豆)은 우리나라가 원산지인 유일한 곡물이다. 약 4000년 전부터 한반도와 만주 남부 일대에서 재배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보다 연평균 기온이 4℃ 가량 낮고 물빠짐이 좋은 마사토 땅이 대부분인 장단콩마을에서는 옛날부터 ‘장단백목’이라는 우수한 품질의 콩이 생산되었다.
점심식사를 마친 뒤 파주군 적성면 두지나루로 이동한다. 임진각에서 자동차로 30분도 걸리지 않는 곳으로 도중에 파평면 율곡리를 잠시 들러볼 만하다. 율곡리는 조선의 대학자이자 정치가인 율곡 이이의 고향마을이다. 율곡리 주변에 율곡이 낙향한 뒤 즐겨 찾던 화석정과 그를 배향한 자운서원, 율곡 집안의 묘소가 모두 자리잡고 있다. 그중 화석정은 임진왜란 당시 의주로 피난 가던 선조 임금이 캄캄한 밤중에 임진강을 건너기 위해 불살랐다는 이야기로 유명하다.
임진강가의 두지나루에는 황포돛배가 떠 있다. 길이 15m, 폭 3m의 몸체에 높이 12.3m의 돛을 단 이 황포돛배는 조선시대 조운선을 전통방식대로 재현한 것이라고 한다. 외형만 황포돛배이고 실제로는 디젤엔진으로 움직이는 동력선이다. 대형 황포돛은 순풍일 경우에만 ‘폼’으로 올린다. 그래도 이 배에 올라탄 사람들은 모두 즐겁다. 돛배를 타고 유유히 흐르는 임진강의 적벽을 구경하는 일은 그 옛날 임진팔경의 하나로 꼽히던 풍류였다. 두지나루를 출발한 황포돛배는 자장리석벽을 감상하면서 3km쯤 내려가다, 수심이 발목을 적실 정도로 낮아지는 고랑포 여울목 직전에 배를 돌려 나루터로 돌아온다.
황포돛배에서 내리면 어느덧 짧은 겨울 해가 설핏 기울게 마련이다. 그래도 잠시 짬을 내서 고랑포 여울목 북쪽의 산기슭에 자리한 경순왕릉을 들러봄직하다. 민통선 지역인 경기도 연천군 장남면 고랑포리에 자리하고 있어서 2005년 말까지도 사전허가를 받고 출입했던 곳이다. 이 경순왕릉은 경주 밖의 유일한 신라왕릉이다. 왕의 능묘라지만 언뜻 봐서는 양반 가문의 묘처럼 작고 소박하다. 어쩌면 재위 9년 만에 고려 태조에게 나라를 바친 그의 말년이 평범한 양반의 처지나 다를 바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민통선 내에서는 숙박하기가 어렵다. 두지나루 인근의 파주시 적성면 객현1리 산머루마을(031-959-0932)에서는 원룸형 통나무집 펜션(총 4실)을 직영한다. 오두산통일전망대 부근 파주시 탄현면 성동리에는 조아텔(031-945-1155), 칼튼모텔(031-942-3955), 듀오텔(031-945-3086) 등 비교적 깔끔한 숙박업소가 몰려 있다.
맛집
통일대교 건너편의 민통선 내에 자리한 장단콩마을(031-954-3443) 직영 식당에서는 정식, 두부전골, 두부보쌈, 손두부김치, 콩비지, 된장찌개, 순두부, 청국장 등 갖가지 콩요리를 맛볼 수 있다. 두부를 만드는 콩뿐만 아니라 각종 채소와 버섯도 주민들이 직접 농사지은 것만 사용해서 음식 맛이 깊고 깔끔하다. 그 밖에 적성면 두지나루 부근의 두지매운탕집(031-959-4508), 자유로 성동IC 주변의 약산정(참게장, 031-945-3369)과 프로방스(경양식, 031-945-0230), 법원읍 법원리의 초릿골초계탕집(031-958-5250), 자유로 문산IC 근처 반구정의 반구정나루터집(장어구이, 031-953-2472) 등은 파주의 대표적인 맛집으로 꼽힌다.
첫째 날) 08:00 서울 출발`→`10:20 중부내륙고속도로 점촌함창IC(동서울톨게이트에서 151km) 통과`→`10:20~10:50 점촌함창톨게이트~윤직교차로~영강주유소 삼거리(34번 국도, 예천 방면)~용궁면 소재지(924번 지방도, 회룡포 방면) 등 경유, 장안사(054-655-1400) 도착`→`10:50~11:40 회룡포전망대에 올라 회룡포 조망`→`11:40~13:00 회룡포마을로 이동, ‘뿅뿅다리’ 건너서 회룡포마을 둘러보기`→`13:00~14:00 용궁면 소재지로 이동, 점심식사`→`14:00~14:40 용궁면 소재지~금남교~왕태리(59번 국도)~삼강나루~풍양면 소재지(925번 지방도)~풍지교(28번 국도)~지보면 소재지~본포삼거리(924번 지방도)~백송리 등 거쳐 선몽대 도착`→`14:40~15:30 선몽대 탐방`→`15:30~16:00 선몽대~호명면 소재지(927번 지방도, 예천 방면)~청복교차로(34번 국도)~남본삼거리 등 거쳐 개심사터 도착`→`16:00~16:20 개심사터 삼층석탑 답사`→`16:20~17:00 개심사터 입구의 삼거리(좌회전, 예천읍내 방면)~예천교(건너자마자 우회전)~둑방길을 따라가 동본동 석불과 삼층석탑 답사`→`17:00~18:00 저녁식사`→`18:00~ 감천면 덕율리 예천천문과학문화센터(054-654-1710)에서 별자리 관측 후 취침
둘째 날) 08:30~09:30 예천읍내로 이동, 아침식사`→`09:30~11:00 예천읍내(928번 지방도)에서 용문면으로 이동해 TV 드라마 ‘황진이’의 촬영지 병암정 구경, 금당실마을 골목길 산책, 죽림리 초간종택 답사 후 초간정으로 이동`→`11:00~11:20 초간정 둘러보기`→`11:20~12:30 천년고찰 용문사(054-655-8695) 성보박물관 관람 및 대장전 윤장대 돌려보기`→`12:30~13:00 예천읍내 이동`→`13:00~13:40 점심식사→ 13:40~14:00 예천읍내(28번 국도, 영주 방면)~덕율삼거리(좌회전, 931번 지방도) 거쳐 감천면 관현리의 예천온천(054-654-6588) 도착`→`14:00~15:30 온천욕`→`15:30~16:00 감천면 석평마을 세금 내는 소나무 석송령 구경`→`16:00~16:20 석평마을(931번 지방도)~벌방리~유전리~대촌리 등 경유, 중앙고속도로 풍기IC 진입
경북 봉화군 물야면 선달산(1235m) 기슭에서 발원한 내성천의 양쪽 물가는 온통 금빛 모래밭이다. 그래서 물길의 폭은 대단히 넓고 수심은 얕다. 어느 구간이나 바짓가랑이를 조금만 걷어올리면 옷을 적시지 않고서도 쉽게 건널 수 있다. 이 내성천이 낙동강 본류와 하나 되기 직전에 350도로 굽이쳐 흐르며 육지 속의 섬 하나를 만들었다. 바로 예천군 용문면의 회룡포마을이다. 높이 15m, 폭 80m의 산줄기 덕택에 간신히 섬 신세를 면한 강변마을이다. 하지만 모래 한 삽만 뜨면 금방이라도 섬이 될 것처럼 위태로워 보인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회룡포마을은 나룻배를 타지 않으면 드나들 수 없는 오지였다. 평소 주민들은 바지를 걷어올린 채 걸어서 강을 건넜지만 강물이 불어나면 나룻배를 이용했다.
현재 회룡포마을에는 9가구 열댓 명의 주민이 6만6000평의 농토를 일구며 살아간다. 근래에는 관광객을 상대로 한 민박집도 몇 군데 생겨났다. 2000년에 방영된 TV 드라마 ‘가을동화’의 주요 촬영지가 된 뒤로 이 마을을 찾는 외지 관광객 수도 폭발적으로 늘었다.
회룡포마을로 들어가려면 이른바 ‘뿅뿅다리’를 건너야 한다. 살랑거리는 강바람을 맞으며 조금씩 출렁거리는 뿅뿅다리를 건너는 재미가 독특하다. 이 마을 풍광을 한눈에 감상하려면 맞은편 절벽 위의 회룡대에 올라야 한다. 등산로가 시작되는 장안사 주차장까지 차량 진입이 가능해서 쉽게 오를 수 있다.
회룡대는 우리나라에서 첫손에 꼽힐 만큼 시원하고 활달한 강변 조망대다.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이 숨막힐 정도로 웅장하고도 상쾌하다. 이곳에서는 회룡포마을의 지형지세가 한눈에 들어온다. 내성천 물길에 에워싸인 회룡포의 지세가 마치 나뭇잎 끝에 대롱대롱 매달린 물방울 같기도 하고 목이 잘록한 조롱박처럼 보이기도 한다. 낙동강과 내성천의 물길을 품은 예천에는 회룡포 말고도 강변 절승이 여럿 있다. 낙동강, 내성천, 금천의 세 물길이 만나는 곳이자 옛 낙동강 뱃길의 종점이던 삼강나루, 지난달 국가지정문화재인 ‘명승 제19호’로 지정됐을 만큼 노송 숲과 내성천 물길의 조화가 절묘한 선몽대도 꼭 한번 찾아볼 만한 곳이다. 그중 삼강나루 옆에는 재작년까지만 해도 70년 동안이나 한자리를 지켜온 주모 할머니가 과객들에게 술과 밥상을 내놓던 삼강주막이 남아 있다.
회룡포 천혜의 절경 … 초간종택·석송령 안 보면 후회
예천읍내에 들렀다가 시간 여유가 있거든 동본리 석조여래입상(보물 제427호)과 삼층석탑(보물 제426호), 남본리 개심사터 오층석탑(보물 제53호)을 찾아보기를 권한다.
예부터 십승지(十勝地) 중 하나로 꼽혔고, 천석꾼 부자가 많아서 ‘반 서울’로도 불렸다던 예천군 용문면에는 내력 깊은 마을과 고택이 여럿 있다. 특히 죽림리 대수마을의 낮은 산자락에 들어앉은 예천 권씨 종택(중요민속자료 제210호)은 일부러 들러볼 만하다. 흔히 ‘초간종택’으로 불리는데 우리나라 최초의 백과사전인 ‘대동운부군옥’을 쓴 초간 권문해가 임진왜란 전에 지었다고 한다. 고졸한 멋이 풍기는 별당 건물(보물 제457호)을 비롯해 ‘대동운부군옥’ 책판 부고본(보물 제878호), ‘초간일기’(보물 제879호) 등의 귀중한 문화재를 소장하고 있다.
예천 권씨 종택에서 10여 리 떨어진 용문면 원류마을의 금곡천변에는 권문해가 1582년에 세운 초간정이 있다. 건물 자체의 문화재적 가치는 대단하지 않아도 정자 앞을 휘돌아 흐르는 물길과 울창한 숲이 한데 어우러진 풍광은 볼수록 절승이다. 초간정에서 자동차로 5분 거리에는 통일신라 때인 870년에 창건된 용문사가 있다. 이곳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대장전(보물 제145호)에 있는 윤장대(보물 제684호)와 목불좌상 및 목각탱(보물 제989호)이다.
윤장대는 일종의 회전식 경장(經藏)으로 ‘전륜장’ 또는 ‘윤대장’이라고도 불린다. 내부에 불경을 넣고 손잡이를 돌리면서 극락정토를 기원하거나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고 한다. 대장전 안의 불단 좌우에 하나씩 놓인 윤장대에는 각기 화려한 꽃무늬 창살과 간결한 빗살무늬 창살이 정교한 투조기법으로 표현돼 있어 화사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그러므로 우리나라 유일의 이 윤장대 하나만을 보기 위해서라도 용문사까지의 다리품이 결코 아깝지 않다.
예천에는 세금 내는 소나무도 있다. 감천면 천향리 석평마을의 석송령(石松靈, 천연기념물 제294호)이다. 수령이 600년 이상으로 추정되는데 높이가 10m에 불과한데도 옆으로 뻗은 가지의 길이가 남북으로 22m, 동서로 32m에 이른다. 나무 그늘의 면적만도 324평이나 된다고 한다. 지금도 석송령은 매년 세금도 내고 몇몇 학생들에게는 장학금으로 나눠주는 부자나무라고 한다. 사람보다 더 사람다운 일을 하는 소나무인 셈이다.
감천면 덕율리 28번 국도변에 자리잡은 예천천문과학문화센터(054-654-1710)는 20인치 반사망원경과 6인치 굴절망원경이 설치된 대형 관측실과 10인용 숙소까지 갖추고 있어 밤늦게까지 편안히 별자리를 관측할 수 있다. 예천읍내에는 파라다이스호텔(054-652-1108), 크리스탈모텔(054-655-2000) 등이 있고 용궁면 월오리 34번 국도변에는 오케이모텔(054-652-2345)이 있다. 그 밖에 보문면 학가산우래자연휴양림(054-652-0114)에는 솔향기 그윽한 통나무집과 숲 속의 집이 여러 채 있어 자연의 너른 품 안에서 하룻밤 지샐 수 있다.
맛집
‘예천참우’는 마블링이 골고루 퍼져 있고 육즙이 풍부해서 최고급 한우로 대접받는다. 예천읍내 백수식당(054-652-7777), 산호식당(054-654-2277), 낙원갈비(054-654-3432) 등을 찾아가면 육회, 육회비빔밥, 로스구이, 주물럭 등으로 다양하게 조리된 예천참우를 맛볼 수 있다. 예천읍 남본리 전국을달리는청포집(사진·054-655-0264)은 청포묵 하나로 50년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그 밖에 예천읍내 전통복어집(복어요리, 054-654-6622), 회룡포 오가는 길에 지나는 용궁면 흥부네순대(토종순대와 오징어불고기, 054-653-6220)도 일부러 찾아볼 만한 맛집이다.
부안 변산반도에서는 산과 바다가 하나다. 고개 들면 내변산의 수려한 산봉우리가 우뚝하고, 몸을 돌리면 외변산의 드넓은 바다가 펼쳐진다. 산과 바다의 조화가 절묘한 변산반도에는 역사유적, 고찰, 호수, 기암절벽, 해수욕장, 갯벌, 계곡, 폭포, 영화 세트장, 포구 등 다채로운 볼거리가 산재해 서해안의 어느 관광지보다도 풍성한 여정을 안겨준다. 겨울의 변산반도는 의외로 적설량이 많다. 서해에서 만들어진 눈구름이 맨 처음 마주치는 육지이기 때문이다. 운이 좋으면 영동 산간지방 못지않게 근사한 설경도 감상할 수 있다.
서해안고속도로 개통 이후 변산반도를 찾아가기가 한결 수월해졌다. 부안IC에서 부안읍내를 거쳐 외변산의 해안선을 따라 이어지는 30번 국도만 타고 가면 변산반도의 절경을 대부분 감상할 수 있다. 부안읍내를 벗어난 국도가 맨 처음 바다를 만나는 곳은 ‘바람모퉁이’다. 여기서부터는 찻길과 바다가 어깨를 나란히 맞댄 채 이어진다. 바람모퉁이에 서서 바라보는 개펄은 바다보다도 넓다. 갯마을 사람들에게는 황금들녘이다. 하지만 장대한 새만금방조제 완공으로 머지않아 뭍으로 변할 처지에 놓였다.
격포~격포우회도로 격포교차로 거쳐 부안영상테마파크로 이동`→`14:00~14:30 부안영상테마파크~격포교차로~도남삼거리(직진)~상록해수욕장 입구~모항~마동삼거리~석포삼거리(직진) 등 거쳐 내소사(063-583-7281) 주차장 도착`→`14:30~16:00 전나무숲길 거쳐 내소사 탐방`→`16:00~16:20 내소사 주차장~용동교~연동삼거리~우동마을~영전사거리(23번 국도, 고창 방면)~줄포농공단지 앞의 삼거리(우회전) 경유해 줄포저수지 도착`→16:20~17:20 줄포저수지의 10리 갈대숲길 걷고 TV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 세트장 둘러보기`→`17:20~17:30 줄포저수지~줄포면 소재지(710번 지방도) 거쳐 서해안고속도로 줄포IC 진입
새만금간척지 전시관을 지나 위도, 하도, 고군산열도 등의 섬들이 시야에 들어오는 모롱이 길을 서너 굽이쯤 돌아서면 변산해수욕장이다. 서해안 3대 해수욕장이지만, 겨울철에는 섬뜩하리만큼 쓸쓸하다. 그래도 광활한 백사장과 개펄, 아스라한 위도의 하늘에 부챗살처럼 퍼지는 주황빛 낙조는 언제 보아도 황홀하고 장엄하다. 변산반도 최고 명소로 손꼽히는 격포에는 1년 내내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잿빛 뻘흙 대신에 고운 모래해변이 깔려 있는 데다가 맑고 깊은 바다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사람들의 눈길과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채석강이다.
채석강은 오랜 세월 동안 파도의 침식작용으로 형성된 수성암 절벽이다. 마치 수만 권의 책을 쌓아놓은 듯한 절벽 아래에는 해식동굴도 뚫려 있다. 그 아름다운 경치가 중국 당나라의 시인 이태백이 물에 비친 달을 잡으려다 빠져 죽었다는 채석강과 비슷하다고 한다. 또 해질 무렵 칠산바다를 불사를 듯한 노을이 장관을 이루는 곳이라, 젊은 연인들의 발길이 유난히 잦다. 채석강 북쪽 적벽강도 중국 송나라 때 시인 소동파가 노닐었다는 적벽강만큼 수려하다는 절경이다. 이름 그대로 붉은 바위절벽으로 이루어진 이곳 역시 해질 녘 풍광이 퍽 아름답다. 격포 우회도로변에는 영화 ‘왕의 남자’, 남쪽의 궁항 바닷가에는 TV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세트장이 조성돼 있다. 그럴싸한 가건물들로 채워진 세트장이지만, 해당 영화나 드라마를 인상 깊게 본 사람이라면 지나는 길에 잠시 들러볼 만하다.
격포를 지나 내소사 어귀까지 이어지는 30번 국도는 줄곧 줄포만과 고창 선운산을 바라보며 달린다. 호수처럼 잔잔한 곰소만 바다, 손에 잡힐 듯 가까운 선운산 자락, 점점이 이어지는 갯마을들의 한가로운 정경, 은빛으로 부서지는 햇살을 안고 호수 같은 바다 위를 항해하는 고깃배들…. 변산반도 남쪽 해안을 따라가는 30번 국도변의 풍경은 시원스레 시야가 트인 동해안의 7번 국도와는 사뭇 다른 정취를 자아낸다. 이 길에서는 안도현 시인의 ‘모항 가는 길’로 유명해진 모항마을도 지나게 된다.
‘…세상이 우리를 내버렸다는 생각이 들 때/ 우리 스스로 세상을 한 번쯤 내동댕이쳐 보는 거야/ 오른쪽 옆구리에 변산 앞바다를 끼고 모항에 가는 거야….’
아늑하고 평온한 차창 밖의 풍광에 빠지다 보면 격포에서 내소사까지 50여 리 길이 오히려 짧게만 느껴진다. 그래도 아쉬움은 없다. 길이 끝날 즈음이면 내소사 어귀에 다다르기 때문이다.
채석강, 적벽강, 내소사, 곰소항 등 갈 때마다 새 느낌
백제 무왕 34년(633)에 창건되었다는 내소사는 초입의 전나무 숲길이 먼저 길손의 마음을 빼앗는다. 하늘을 찌를 듯 곧게 뻗은 수백 그루의 전나무들이 일주문에서 천왕문까지 이르는 길에 600m의 터널을 이뤄놓았다. 이 숲길을 느긋하게 걷노라면, 침엽수 특유의 청신한 기운이 온몸에 퍼지며 번잡한 세상사를 잠시나마 잊게 한다. 겨울날의 삭풍에 나뭇가지가 흔들릴 때마다 하얗게 휘날리는 눈보라도 가히 환상적이다.
천왕문을 지나 내소사 경내에 들어서면 솜이불처럼 하얀 눈에 뒤덮인 절집이 사람들의 마음을 푸근하게 한다. 눈 오는 날이면 인적마저 뜸해서 산사 특유의 고즈넉함과 여유를 모처럼 누릴 수 있다. 경내에 들어서는 길은 야트막한 축대와 계단을 몇 차례 지나면서 조금씩 높아진다. 느티나무, 전나무, 보리수나무, 산수유나무 등의 고목들이 심어진 축대를 하나씩 오를 때마다 나무 뒤에 숨어 있던 건물들도 하나 둘씩 모습을 드러낸다. 그중 유난히 돋보이는 것은 대웅보전(보물 제291호)이다.
조선 인조 11년(1633)에 건립된 대웅보전은 못 하나 쓰지 않고 순전히 나무토막을 끼워 맞춰서 세웠다고 한다. 단청을 칠하지 않은 외관은 나뭇결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어 소박하고 단아하다. 반면 법당 내부의 벽과 천장은 갖가지 그림과 조각으로 화려하게 꾸며져 있다. 대웅보전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정면 문짝이다. 문살에 연꽃과 국화꽃이 가득 수놓여 있어 사시사철 화사한 꽃밭을 연출한다.
내소사 길을 되돌아 나와 줄포 쪽으로 조금 가면 젓갈과 염전으로 유명한 곰소항이다. 한때는 제법 융성했던 어항이지만 지금은 뻘흙이 너무 두꺼워 어항으로서의 기능을 크게 상실했다. 포구로 들고나는 바닷길도 강줄기처럼 좁아졌다. 게다가 포구 주변의 드넓은 염전들도 값싼 중국산 소금에 밀려 대부분 폐업했다. 그래서인지 곰소항의 풍경은 오래된 흑백사진 같다. 하지만 곰소는 여전히 전라도 제일의 젓갈 산지다. 먼 동구 밖에서부터 짭짜름한 젓갈 냄새가 바람결에 묻어난다. 곰소항을 지나온 찻길은 바다와 멀어진다. 곰소항과 이웃한 보안면 우동리에서 ‘바드재’라는 고갯길을 하나 넘어서면 변산반도의 또 다른 얼굴인 내변산에 들어선다. 사실 변산반도는 실제 넓이보다 훨씬 더 크고 깊은 곳이다. 그래서 변산 땅은 찾을 때마다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변산반도의 바닷가 곳곳에는 채석강리조트(격포, 063-583-1234), 좌수영휴게소펜션(궁항, 063-583-6700), 첼로모텔(궁항, 063-584-1584), 모항비치모텔(모항, 063-583-5545), 썬리치랜드(모항, 063-584-8030) 등 괜찮은 숙박업소가 많다. 그 밖에 도청리의 상록해수욕장 인근에는 솔섬펜션(063-584-0550)과 바다사랑펜션(063-584-0058)이 있고 내변산의 청림리에도 궁전모텔(063-582-8100), 청림모텔(063-582-4604) 등이 있다.
맛집
산과 바다가 맞닿아 있는 변산반도에는 손맛 좋은 맛집도 많다. 변산온천 부근의 변산온천산장(063-584-4874)은 바지락죽의 원조집이고, 내소사 어귀의 국도변에 자리한 부령쌈밥(063-584-9128)은 쌈 채소와 쌈장 맛이 좋은 집이다. 곰소항 우회도로변의 칠산꽃게장집(063-581-3471)에서는 짜지 않으면서도 간이 잘 밴 꽃게장을 맛볼 수 있다. 그리고 곰소항의 도로변에는 창란젓, 황석어젓, 전어속젓, 갈창젓 등 9가지 젓갈이 기본으로 나오는 젓갈백반집들이 몰려 있다. 부안읍내 외곽의 변산 가는 국도변에 자리한 계화회관(063-584-3075)은 부안의 대표적 향토음식인 백합죽의 원조집이다. 그 밖에 모항마을 국도변의 모항횟집(백합탕, 063-582-5544), 격포항의 군산식당(꽃게탕, 063-583-3234)과 바다식당(해물탕, 063-582-8754) 등도 알아주는 맛집이다.
첫째 날) 07:00 서울 출발`→`09:30 영동고속도로 진부IC(동서울톨게이트에서 163km)→`10:00 오대산국립공원 월정매표소(033-332-6919)`→`10:30~11:20 월정사와 전나무 숲길 탐방`→`11:30~11:40 월정사 부도밭`→`12:10 상원사 도착`→`12:10~13:00 상원사 탐방`→`13:30~14:20 오대산 입구의 상가지구에서 점심식사`→ 14:20~15:00 오대산 입구~병내삼거리(직진)~월정삼거리(좌회전, 456번 지방도)~횡계리 거쳐 대관령양떼목장(033-335-1966) 도착`→`15:00~17:00 양 먹이 주기, 눈썰매 타기. ※ 대관령눈꽃축제 때는 눈꽃축제장에서 얼음과 눈을 이용한 놀이 즐기기`→`17:10~18:00 저녁식사`→ 18:00~18:40 영동고속도로 횡계IC~강릉분기점~동해고속도로 현남IC(7번 국도, 속초 방면) 등 경유해 하조대해수욕장 부근 숙소 도착
둘째 날) 07:00~08:00 기상 후 하조대 해돋이 감상`→`08:00~08:30 세면 및 짐 정리`→`08:30~09:30 주문진항으로 이동해 아침식사`→`09:30~10:00 주문진항 구경`→`10:00~10:30 주문진항에서 해안도로 타고 영진~연곡해수욕장~사천 등 경유해 강릉 경포로 이동`→`10:30~11:30 경포호 겨울철새 관찰 및 선교장 관람`→`12:00 동해고속도로 강릉IC 진입
겨울철 내내 강원도 평창 땅은 온통 눈밭이다. 해발고도가 평균 700m에 이르는 고지대인 데다 백두대간의 굵은 산줄기에 가로막힌 눈구름이 무시로 큰 눈을 쏟아붓기 때문이다. 그래서 ‘눈의 고장’으로 이름난 평창에는 스키장도 많고 해마다 1월 하순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눈꽃축제가 열리기도 한다.
눈 많은 평창군에서도 설경이 아름답기로는 역시 명산 오대산이 으뜸이다. 오대산의 설경은 수묵화처럼 고졸하고도 담백한 멋을 풍긴다. 더욱이 육중한 몸집에 비해 산세가 부드러워서 가족들과 함께 겨울 산행을 즐기기에도 제격이다.
오대산 설경은 월정사 일주문에서부터 장관을 이룬다. 일주문에 들어서자마자 멋진 전나무 숲길이 시작된다. 사시사철 언제 찾아가도 머릿속까지 맑게 해주는 이 숲길은 특히 눈 내린 날의 경치가 환상적이다. 하늘을 찌를 듯 우뚝한 전나무 가지는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축 늘어져 있고, 바람이 가지를 흔들 때마다 안개 같은 눈보라가 숲의 정적을 깨우곤 한다. 눈길을 헤치고 월정사 경내에 들어서면 눈에 묻혀 인적조차 드문 산사가 시야를 가득 채운다.
오대산의 두 고찰 월정사와 상원사는 연륜은 깊어도 겉보기에는 고색창연한 멋이 느껴지지 않는다. 대부분 건물들이 6·25전쟁 중에 소실되어 근래 새로 지어진 탓이다. 그래도 흰 눈에 덮인 절집은 어느 때보다도 고즈넉하고 경건해 보인다. 게다가 월정사에는 팔각구층석탑(국보 제48호)과 상원사중창권선문(국보 제292호), 상원사에는 동종(국보 제36호)과 문수동자상(국보 제221호) 등의 귀중한 문화재가 남아 있어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또한 상원사 경내에서는 곤줄박이, 박새 등의 산새들이 과자 부스러기나 알곡을 먹으려고 사람의 손에 내려앉는 독특한 경험도 할 수 있다. 이 모습은 특히 아이들에게 평생토록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는다.
눈과 얼음의 고장 곳곳서 겨울 정취 ‘물씬’
오대산을 뒤로하고 도암면 횡계리로 이동한다. 횡계리는 울릉도 나리분지 다음으로 적설량이 많은 곳이다. 국내 최대 규모의 스키장과 인접해 있고 대관령눈꽃축제도 열리는 횡계리의 주민들에게 풍부한 눈은 곧 생업의 밑천이다. 그래서 이곳은 한겨울에 가장 활력이 넘치고 관광객도 많이 찾는다.
눈 내리는 겨울 횡계리로 몰려드는 것은 사람만이 아니다. 눈 구경하거나 스키 타러 오는 사람들보다 더 많은 것은 명태다. 한겨울 횡계리로 들어온 명태는 겨우내 얼고 녹기를 반복하다가 봄기운이 완연한 3월경이면 노르스름한 황태로 변신, 이곳을 빠져나간다. 겨울철 횡계 읍내를 거쳐 용평스키장이나 대관령 양떼목장으로 가다 보면 양쪽 길가에 빼곡히 들어찬 황태덕장이 눈에 띈다. 수천 수만 마리의 명태가 흰 눈을 머리에 가득 인 채 대롱대롱 매달린 풍경은 스산함과 매서운 추위를 잊게 할 만큼 서정적이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겨울축제 중 하나로 꼽히는 대관령눈꽃축제는 1993년에 처음 개최됐다. 축제의 이벤트와 프로그램은 대부분 눈이나 얼음을 이용한 것들이다. 축제장에는 눈썰매장과 얼음미끄럼틀이 만들어지고 쇠발구, 설피, 전통스키, 앉은뱅이썰매 등의 전통도구들을 직접 신거나 타볼 수 있는 프로그램도 운용된다. 그 밖에 팽이치기, 콩 볶아먹기, 양에게 먹이 주기, 감자 구워먹기, 황태덕장 체험, 조랑말 타기, 스노모빌 타기, 눈꽃등반대회 등의 체험행사도 마련돼 있다. 가족과 함께 다양한 놀이와 체험에 열중하다 보면 한나절쯤은 쏜살처럼 흘러간다. 올해 대관령눈꽃축제는 1월31일부터 2월6일까지 열릴 예정이다.
2~3년 전부터 인기 여행지로 급부상한 대관령 양떼목장도 꼭 들러볼 만하다. 양떼가 한가로이 풀을 뜯는 광경은 볼 수 없지만, 설원으로 탈바꿈한 초원에서 가족이 눈썰매나 비료부대썰매를 타며 색다른 재미를 즐길 수 있다.
하룻밤 묵을 숙소는 겨우내 스키어들로 붐비는 횡계리보다 비교적 한가로운 동해 바닷가에 미리 구해두는 것이 좋다. 그래야 이튿날 새벽에 일어나 해돋이를 감상하기도 편리하다. 동해안 해돋이는 어느 곳에서든 장엄하고 화려하지만, 특히 양양군 현북면 하조대의 해돋이가 오래 기억에 남을 만하다.
하조대 정자 앞의 우뚝한 기암괴석에는 ‘백년송’이라고 불리는 해송 한 그루가 뿌리박고 있다. 바위 꼭대기에서 검푸른 동해바다를 배경으로 서 있는 백년송의 자태가 학처럼 준수하고 고고하다. 더욱이 백년송 너머의 아득한 수평선 위로 뜨거운 태양이 기운차게 솟아오르는 광경은 숨막힐 듯 아름답다. 불끈 치솟은 태양이 새날에 대한 사람들의 꿈과 희망만큼이나 크고 또렷해 보인다.
횡계리와 그 주변에는 그린앤블루호텔(033-335-4450), 신세계대관령리조트(033-335-5011), 대관령옛길펜션(033-336-1026), 대관령배영만펜션(033-335-0770), 대관령가는길펜션(033-336-8169), 스위스샬레펜션(033-335-3920) 등의 호텔, 콘도, 펜션이 밀집해 있다. 하조대 주변에는 올리브비치(033-672-0088), 하조펜션(033-672-0333), 하조대비치하우스(033-672-2285), 블루비치모텔(033-671-2450), 하조대롯지펜션(033-671-7109) 등의 숙박업소가 많다.
맛집
오대산 입구의 상가지구에 자리한 오대산통일식당(033-333-8855)은 취나물, 참나물, 얼레지, 더덕 등의 자연산 산나물이 푸짐하게 나오는 산채정식이 맛깔스럽다. 황태의 본고장 횡계리에는 황태회관(033-335-5795), 송천회관(033-335-5943) 등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유명한 황태 전문점이 여럿 있다. 횡계리의 별미 중 하나인 오삼(오징어+삼겹살)불고기는 납작식당(033-335-5477), 횡계식당(033-335-5388)이 잘한다. 원조맷돌순두부(033-336-2386)집은 맷돌로 직접 갈아 만든 손두부전골과 오삼불고기가 맛있다. 강릉 주문진항의 파도식당(사진·033-662-4140)은 물곰, 생태, 복어 등으로 끓인 맑은 탕(지리)과 고등어, 도루묵 등의 생선구이가 일품이다.
당일) 06:30 서울 출발`→`07:20 서해안고속도로 송악IC(서서울톨게이트에서 65km) 통과`→`07:20~08:00 당진 한진나루로 이동, 서해대교 일출 감상`→`08:00~09:00 삽교호방조제(34번 국도)~세원교차로(우회전, 39번 국도)를 거쳐 아산 시내(온양)로 이동`→`09:00~09:40 아침식사`→ 09:40~10:00 39번 국도(공주 방면)를 이용, 송악면 외암리민속마을(041-544-8290)로 이동`→`10:00~11:30 외암리민속마을 답사``→`11:40~12:30 송악면 유곡리의 봉곡사 탐방 및 솔숲길 산책`→`12:30~13:00 송남휴게소(041-542-8189)에서 점심식사`→`13:00~13:40 배방면 중리 맹씨행단 둘러보기`→`13:40~14:00 배방면 중리(623번 지방도)~좌부교(39번 국도)~온양온천역 앞 삼거리(우회전) 등을 경유, 아산시 권곡동 온양민속박물관(041-542-6001)에 도착`→`14:00~15:30 온양민속박물관 관람`→`15:30~16:00 온양민속박물관 사거리(우회전, 21번 국도)~방축동 사거리(우회전, 예산 방면)~금산사거리 등을 경유, 도고면 봉농리 세계꽃식물원(041-544-0746)에 도착`→`16:00~17:00 세계꽃식물원 관람`→`17:00~17:30 세계꽃식물원~도고온천역~선장 사거리(직진, 623번 지방도)~선인대교~선인교 삼거리(좌회전) 등을 경유, 문방리 장어촌 도착`→`17:30~19:00 저녁식사→19:30 문방리~인주공단 교차로(34번 국도)~세원교차로(좌회전, 39번 국도)~현덕교차로(좌회전, 서평택IC 방면) 등을 거쳐 서해안고속도로 서평택IC 진입
예로부터 가야산을 중심으로 한 서산, 당진, 예산, 홍성, 아산 등의 충청도 서북부 지방을 내포(內浦)라 일컬었다. 높고 험한 산이 적고 완만한 언덕과 넓은 들판이 많은 내포 땅은 고향처럼 아늑함을 느끼고 싶을 때 한번 찾아볼 만한 여행지다. 특히 아산 땅은 어느 때 찾더라도 심신이 따뜻하고 푸근하다. 온양, 도고, 아산 등과 같은 천혜의 온천 휴양지가 있어서 몸이 따뜻하고, 고향마을 같은 정경을 간직한 외암리민속마을과 맹씨행단이 있어 마음이 푸근하다. 더욱이 수도권 지역에서 한두 시간밖에 걸리지 않을 만큼 가까워 당일 가족 나들이 코스로 제격이다.
아산으로의 여행은 시간여행이다. 빛보다 훨씬 빠르다는 타임머신을 타고 순식간에 몇백 년의 세월을 거슬러온 듯하다. 아산으로 떠나는 시간여행의 첫 행선지는 송악면 외암리민속마을. 관광객에게 보여주기 위해 인위적으로 조성된 민속마을이 아니라 조상 대대로 뿌리를 내리며 살아온 토박이들의 온기와 체취가 흠씬 배어나는 곳이다. 전체 60가구쯤 되는 외암리에는 송화댁, 참판댁, 영암군수댁, 참봉댁 등 100년 이상 된 기와집이 10여 채 있다. 그래서 마을 풍경이 정겹고도 편안하다. 돌담을 따라 끝없이 이어지는 고샅길은 길고도 깊숙하다. 마을 전체가 커다란 돌담에 둘러싸인 듯한 느낌이 든다. 마을 돌담의 길이를 모두 이으면 5000m나 된다고 하니 골목을 쏘다니는 재미가 각별하다.
1000만 송이 한데 모인 세계꽃식물원도 필수 코스
외암리민속마을에서 그리 멀지 않은 송악면 봉수산 기슭에는 천년고찰 봉곡사가 자리잡고 있다. 신라시대인 887년 도선국사가 창건했으니 역사가 오래된 고찰이지만 외지 사람들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사실 절집 자체보다도 입구의 솔숲길이 더 마음을 잡아끈다. 경사가 완만한 진입로 양쪽으로 너비 150~200m 솔숲이 절집의 바로 아래까지 700m가량 이어진다. 솔숲 바닥에는 키 작은 잡목과 덩굴식물이 뒤섞여 있어 자연 그대로의 멋을 느끼게 한다. 솔숲 한쪽에는 실낱같은 계곡물이 청량한 물소리를 내며 쉼 없이 흘러내린다. 운치 좋은 솔숲과 깨끗한 청류(淸流), 그리고 아담하고 소박한 절집이 찾는 사람들의 마음을 맑게 해준다.
설화산을 사이에 두고 외암리민속마을과 이웃한 배방면 중리에는 조선 초기의 명재상이자 청백리로 유명한 맹사성(孟思誠, 1360~1438)의 옛집이 있다. 마당 한쪽에 수령 600여 년의 커다란 은행나무가 있어 ‘맹씨행단’이라 불리는 이 집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살림집으로 꼽힌다. 원래는 최영 장군이 살던 집이었으나 일찍이 맹사성의 사람됨을 간파한 장군이 그를 손녀사위로 삼은 뒤 이 집마저 물려줬다고 전한다. ‘H’자 형의 평면구조와 눈꼽재기창, 바라지창, 기와굴뚝 등 전통가옥의 구조물이 독특하다.
아산 시내에 있는 온양민속박물관도 아이들과 함께 둘러볼 만하다. 총 2만5000여 평의 대지에 들어선 이 박물관에는 2만여 점의 각종 민속유물과 생활용품이 전시돼 있다. 4개 전시실마다 가득한 민속유물과 생활도구는 중년 세대에겐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아이들에겐 옛 생활문화를 알게 해준다.
도고면 봉농리의 세계꽃식물원은 짧은 연륜에도 아산의 대표적인 관광명소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2004년 봄에 문을 연 이 식물원은 8000평가량의 유리온실에 1000여 종류의 꽃 1000만 송이를 한데 모아놓았다. 사시사철 밤낮으로 숱한 꽃들이 피고 지기를 거듭하는, 그야말로 ‘꽃천지’다. 1년 내내 동백축제, 튤립축제, 베고니아축제, 백합축제, 달리아축제 등 20여 가지 테마의 꽃축제가 계속된다. 겨울이 끝날 즈음에는 동백축제가 열리는데, 이 식물원의 세계동백관에는 100여 종의 동백나무가 향기 그윽한 허브식물들과 어우러져 꽃을 피운다. ‘구근관-초호화관’에서 자라는 수십 종의 백합이 하나 둘씩 꽃망울을 터뜨리며 내뿜는 향기도 코끝에 진동한다. 이 식물원에서는 꽃물로 손수건 염색하기, 예쁜 화분 만들기, 압화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운용한다. 한겨울에도 향기롭고 예쁜 꽃들을 오감으로 느끼고 체험할 수 있어 특히 아이들에게 진한 여운과 추억을 안겨준다.
북풍한설 속에서 이곳저곳 돌아다니다 보면 여독이 쌓일 수밖에 없다. 한겨울날 심신의 피로를 푸는 데는 온천욕만한 것이 없다. 아산의 여러 온천들 중 역사는 온양온천이 제일 오래됐지만 시설과 욕탕 규모에서는 근래 개발된 아산온천도 뒤지지 않는다. 인체에 유익한 20여 가지 성분이 함유된 알칼리성 온천이라 신경통이나 관절염, 중풍 등의 성인 질환에 효험이 있다고 한다. 특히 아산스파비스(041-539-2000)는 남녀대욕장, 대형 실내바데풀, 실외온천풀, 유수(流水)풀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어 온 가족이 함께 온천욕을 즐기기에 좋다.
아산시의 온천단지에는 시설 좋고 물 좋은 숙박업소가 많다. 그중 아산온천에는 아산레저호텔(041-541-5526), 리빙텔(041-541-3423), 스파텔(041-543-2065) 등이 권할 만하다. 펜션으로는 송악면 마곡리의 마실펜션(041-541-7819), 외암리민속마을과 가까운 강당골에 자리한 산새들펜션(041-543-3887)이 추천할 만하다. 호텔급 숙소로는 온양온천의 온양관광호텔(041-540-1000), 도고온천의 파라다이스도고호텔(041-542-6031) 등이 있다.
[가족 맞춤여행|진도·해남]
첫째 날) 07:00 서울 출발`→`11:00 서해안고속도로 목포IC(서서울톨게이트에서 320km) 통과`→`11:00~11:40 영산강하구언~영암방조제~금호방조제~문내삼거리(18번 국도, 진도 방면) 등을 경유 진도대교 통과`→`11:40~12:00 녹진전망대에서 진도대교와 울돌목 조망`→`12:00~13:00 진도 읍내로 이동, 점심식사`→ 13:00~14:20 왕무덤재를 넘어 의신면 사천리 첨찰산 자락의 쌍계사(061-542-1165), 상록수림, 운림산방(매표소/061-543-0088) 등 탐방`→`14:20~15:30 운림산방~의신면 소재지~금갑해수욕장 입구~죽림리~국립남도국악원(061-540-4033)~송월삼거리(좌회전)~신동삼거리(우회전)~배중손 사당~굴포삼거리 등을 거쳐 남도석성에 도착`→`15:30~16:10 남도석성 답사`→`16:10~16:40 남도석성~연동리~심동리(동석산)~가학리를 경유 세방리로 이동`→`16:40~19:30 낙조 감상 및 저녁식사 후 숙소로 이동
둘째 날) 07:00~08:00 기상 후 짐정리`→`08:00~08:40 아침식사`→08:40~09:20 진도대교~문내삼거리(우회전, 해남 방면)~황산면 소재지 등을 거쳐 우항리 공룡화석지(061-532-7225)에 도착`→`09:20~10:20 공룡화석지 탐방`→`10:20~12:00 우항리~황산면~고천암호(조수보호 자원봉사자 김정웅 씨/011-344-7144) 순환도로~삼산면 봉학리~어성교~어성교삼거리(좌회전)~삼산면 신리삼거리(우회전, 두륜산 방면) 등을 경유해 대흥사(061-534-5502)에 도착`→`12:00~13:00 점심식사`→ 13:00~14:00 대흥사 탐방`→`14:00~15:30 두륜산케이블카(061-534-8992) 관광`→`15:30~16:20 해남읍 연동리 녹우당(고산유적지관리사무소/061-530-5548) 관람`→`16:20~17:00 녹우당 입구(우회전)~평동교차로(13번 국도, 성전 방면)~월산교차로(2번 국도, 목포 방면)~영산강하구언 등을 거쳐 서해안고속도로 목포IC 진입
머나먼 남녘의 진도, 해남 땅에는 겨울이 없다. 천지만물이 꽁꽁 얼어붙고 온 세상이 눈에 덮인 엄동설한에도 나른한 봄기운과 싱그러운 초록빛만 가득하다. 어딜 가나 대파, 마늘, 봄동 등의 채소가 파릇하게 자라는 남도의 들녘은 아예 겨울을 건너뛴 채 봄날의 향연에 빠진 듯하다.
오늘날 진도에서는 섬이라는 공간의 제약을 실감하기 어렵다. 서해안고속도로 개통 이후 찾아가기도 훨씬 수월해졌거니와 그러께 연말에는 진도와 뭍을 잇는 진도대교도 쌍둥이다리로 확장됐기 때문이다. 진도대교 아래 울돌목에는 홍수 난 강물처럼 거센 조류가 흐른다. 1597년 9월16일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12척의 군선으로 왜선 133척을 격파한 명량대첩도 바로 이 조류를 활용해 얻은 승리였다. 다리 건너편 녹진전망대(150m)에 올라서면, 명량대첩의 역사현장인 울돌목과 해남 우수영 일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진도에서 가장 높은 첨찰산(485m) 자락에는 아담한 쌍계사와 ‘한국 남화의 성지’라 불리는 운림산방이 있다. 쌍계사는 통일신라 때 도선국사가 창건했다는 고찰이지만, 절집 자체보다도 뒤편의 첨찰산 상록수림이 더 인상적이다. 동백나무, 후박나무, 감탕나무, 생달나무를 비롯해 50여 종의 상록수가 우거진 이 숲은 천연기념물 제107호로 지정됐을 정도로 생태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요즘에는 춘흥(春興)을 못 이긴 동백이 한꺼번에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어 파릇한 잎과 붉은 꽃이 절묘하게 조화된 장관을 구경할 수 있다.
진도에는 매우 독특하고도 아름다운 절경이 많다. 내륙과 동남부 해안을 한 바퀴 도는 18번 국도를 타면 진도 땅의 빼어난 절경을 대부분 만날 수 있다. 신비의 바닷길이 열리는 회동마을, 소박한 무지개다리와 아담한 석성이 있는 낙도석성, 조도군도의 수많은 섬을 오가는 여객선 출항지인 팽목항도 모두 이 국도변에 자리한다. 그 가운데서도 임회면 남동리 남도석성(사적 제127호)은 꼭 한 번 들러볼 만한 역사유적이다. 고려 때 진도 용장산성을 거점 삼아 몽고침략군에 대항한 삼별초군의 지도자 배중손 장군이 최후를 맞았던 곳이다.
진도 이곳저곳을 둘러보다가 해가 설핏 기울기 시작할 즈음이면, 지산면 세방리로 달려가야 한다. 진도의 서쪽 끄트머리에 있는 이 외딴 마을은 몇 해 전 기상청이 우리나라에서 낙조가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선정한 뒤 전국적으로 유명해졌다.
진도를 오가려면 해남 땅을 안 밟을 수가 없고, 해남에 가면 고천암호를 빼놓을 수가 없다. 고천암호를 찾아가는 길에서는 황산면 우항리 공룡화석지를 먼저 들러보는 것이 좋다. 해남간척지 호수 중 하나인 금호호 가에 자리한 공룡화석지는 중생대 백악기(1억4000만~6500만년 전)에도 커다란 호수 옆이었다고 한다. 당시 형성된 퇴적암층 절벽이 오늘날까지도 금호호 가를 따라 5km가량 이어져 있다. 바로 이 퇴적암층에 공룡, 익룡, 물새 등의 발자국이 선명하게 찍혀 있어 아이를 동반한 가족 여행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눈길 닿는 곳곳이 절경 … 녹우당엔 윤선도 숨결이
해남읍, 황산면, 화산면에 걸쳐 있는 고천암호는 대규모 간척공사로 생겨난 인공호수이자 국내 최대 겨울철새 도래지 중 하나로 손꼽힌다. 여기서 월동한 가창오리, 청둥오리, 기러기 등의 겨울철새들은 대체로 3월 중순쯤이면 모두 북쪽으로 날아간다.
해남 우항리의 공룡발자국 화석지.
고천암호에서 동쪽 들녘 저편에 우뚝한 두륜산이 가깝게 보인다. 실제로도 자동차를 이용하면 20~30분 만에 닿을 수 있다. 두륜산 동쪽 기슭에 천년고찰 대흥사가 자리잡고 있는데, 절 초입의 숲길이 마음을 끈다.
신라 법흥왕 원년(514)에 창건됐다는 대흥사는 임진왜란 당시 서산대사의 승병부대가 주둔하던 곳이다. 그리고 조선 말기에는 ‘한국 다도의 시조’라 일컫는 초의선사가 머무른 뒤 지금과 같은 큰 절로 번창했다. 대흥사를 에워싼 두륜산(690m), 대둔산(671m), 고계봉(638m)은 활엽수와 상록수가 혼재된 숲이 울창해서 사시사철 생기발랄하다.
대흥사와 해남 읍내 중간쯤에는 고산 윤선도의 옛집인 녹우당(綠雨堂, 사적 제167호)이 있다. 해남읍 연동리의 덕음산 자락에 들어앉은 녹우당은 명문가인 해남 윤씨의 종가답게 안채, 사랑채, 행랑채 등이 정연한 ‘ㅁ’자형을 이룬다. 여러 채의 건물 가운데 ‘녹우당’이라는 현판이 걸린 사랑채는, 효종이 왕위에 오르기 전 스승으로 모셨던 고산에게 하사한 수원집의 일부를 옮겨온 것이다.
녹우당의 유물전시관에는 해남 윤씨 집안에서 대대손손 전해오는 유물들이 전시돼 있다. 그중에는 고산의 증손자인 공재 윤두서의 자화상(국보 제240호), 옛 화첩(보물 제481호), 고산의 육필원고와 문서(보물 제482호), 고려 말기의 노비문서(보물 제483호) 등 국가지정문화재도 여럿이다. 특히 윤두서의 자화상은 우리나라 최고의 자화상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유물 도난 위험으로 녹우당 유물전시관에는 영인본이 걸려 있다.
여행 정보
진도의 숙박업소로는 진도 읍내의 남강모텔(061-544-6300)과 프린스모텔(061-542-2251), 의신면 초사리의 진도마린빌리지(061-544-7999) 등이 권할 만하다. 해남 대흥사 부근에서는 두륜산온천랜드(061-534-0900), 해남 읍내에서는 사파이어모텔(해남 읍내, 061-537-4825)과 티파니모텔(해남 읍내, 061-537-0080)이 비교적 깔끔하고 시설이 좋은 편이다.
맛집
진도, 해남 땅에는 남도 맛의 진수를 보여주는 맛집들이 즐비하다. 진도의 맛집으로는 돌담한정식(한정식과 보리쌈밥, 061-544-1170), 제진관(간제미찜, 061-544-2419), 사랑방식당(바지락회, 061-544-4117), 다도해관광회센터(생선회, 061-543-7227) 등을 꼽을 수 있다. 명산과 너른 들녘, 깨끗한 바다를 품은 해남군에는 내로라하는 맛집이 더 많다. 대흥사 입구의 전주식당(표고버섯전골, 061-532-8774), 해남 읍내의 용궁해물탕(해물탕, 061-535-5161)과 진일관(한정식, 061-535-5500), 청운정(조갯살구이, 061-533-6633), 해남읍에서 대흥사 가는 도로변의 장수통닭(닭모둠요리, 061-535-1003) 등은 해남을 대표하는 맛집들이다.
첫째 날) 07:00 서울 출발`→`11:00 경부고속도로와 대전통영고속도로를 거쳐 남해고속도로 하동IC 통과`→`11:00~12:00 19번 국도를 이용해 하동읍으로 이동, 섬진강변의 하동송림 산책`→`12:00~15:00 섬진교를 건너 광양 섬진마을로 이동 후 점심식사 및 청매실농원(061-772-4066) 산책`→`15:00~15:30 섬진마을(861번 지방도)~남도대교 삼거리(직진) 등을 거쳐 사성암(061-781-5462)에 도착`→`15:30~16:30 사성암에서 지리산과 섬진강 조망`→`16:30~17:40 구례 화엄사(061-782-7600)로 이동, 화엄사 답사`→`17:40~18:00 구례군 산동면으로 이동, 지리산온천단지 내 숙소나 그 주변 민박집에 여장을 풂
둘째 날) 07:30~08:30 기상 후 산책`→`08:30~09:20 아침식사`→`09:20~11:00 산동면 대평리, 위안리 일대의 산수유꽃 구경`→`11:00~12:00 산동면 소재지를 경유해 산동면 현천, 계척마을 산수유 군락 감상`→`12:00~12:30 19번 국도를 이용, 밤재터널을 경유해 남원시내 도착`→`12:30~13:20 점심식사`→`13:20~14:20 남원(17번 국도, 전주 방면)~전주 우회도로를 경유해 호남고속도로 전주IC 진입
바야흐로 봄이다. 하지만 봄의 문턱에서 때늦은 눈보라가 몰아치고 엄동설한보다 더 싸늘한 꽃샘추위가 찾아왔다. 살짝 머리를 내민 봄이 찬바람에 한순간 움찔한다. 그래도 성큼성큼 다가오는 새봄의 기세를 막을 수는 없다. 남녘 섬진강변에는 이미 봄의 시작을 알리는 매화가 만개했다. 예년에는 대체로 3월15일 이후에야 절정기를 구가하던 섬진강 매화가 올해에는 무려 열흘에서 보름 정도나 일찍 피었다. 봄볕이 따사로운 섬진강 언덕에 앞다투어 핀 매화를 제대로 감상하려면 지금 당장 길을 나서야 한다.
전통 방식에 따라 지었다는 초가도 보인다(왼쪽).
구례군 문척면 죽마리 오산 정상 아래의 가파른 암벽에 자리잡은 사성암.
오늘날 남도대교와 섬진교 사이, 섬진강변의 양쪽 산비탈과 마을 주변은 온통 매화밭이다. 차창을 열어둔 채 섬진강을 따라 달리노라면 그윽한 매향(梅香)이 코끝에 진동한다. 섬진강변 매화마을의 원조는 광양시 다압면 섬진마을이다. 전체 70여 농가 중 60여 가구가 매화농사를 짓는 이 마을의 춘삼월 풍경은 함박눈 내린 겨울날처럼 새하얗다. 산비탈과 골짜기, 논두렁과 밭둑, 개울가와 강변도 제철 맞은 매화가 한꺼번에 꽃망울을 터뜨리기 때문이다. 강 건너 하동 땅에서 바라보면 마치 섬진강에서 피어오른 물안개가 산중턱에 걸려 있는 듯하다.
한국 최고 강변 드라이브코스 빼어난 풍광 자랑
매화는 시각보다 후각을 먼저 매혹한다. 몇 송이만 피어도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알릴 만큼 진한 향기를 발산하기 때문이다. 매화꽃에 에워싸인 섬진마을의 이곳저곳을 찬찬히 걷노라면, 머릿속까지 스며드는 매향에 정신마저 혼몽해질 지경이다.
섬진마을에서 가장 풍광이 빼어난 곳은 청매실농원이다. 이 마을에 매화나무를 처음 심었던 고(故) 김오천 씨의 며느리 홍쌍리 씨가 대를 이어 매화농사를 짓는 곳이다. 푸른 섬진강과 듬직한 지리산이 한눈에 들어오는 곳에 자리잡고 있어 그림처럼 수려한 풍광을 자랑한다. 수 만 평에 이르는 이 농원의 매화밭에는 싱그럽고 풋풋한 느낌을 주는 보리도 심어져 있다. 하얀 매화꽃과 잿빛의 매화나무 가지, 그리고 초록빛 보리가 어우러져 담백하고 격조 있는 수묵화 같은 풍경을 연출한다.
3, 4월의 섬진강변은 봄꽃의 경연장이다. 매화꽃이 절정에 이를 즈음이면 산수유꽃이 앞다투어 피기 시작하고, 산수유꽃이 시들해지면 벚꽃이 뒤를 잇는다. 그리고 벚꽃이 모두 자취를 감추면 다시 배꽃이 만발한다. 운이 좋으면 매화와 산수유꽃, 벚꽃과 배꽃을 한꺼번에 감상할 수도 있다.
광양 매화마을에서 구례 산수유마을로 가려면 861번 지방도와 19번 국도를 타고 섬진강 물길을 거슬러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강변 드라이브코스로 손꼽히는 이 길에서는 마음을 붙잡는 풍경을 잇따라 만나게 된다. 대하소설 ‘토지’의 무대인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 가수 조영남이 ‘고운 정 미운 정 주고받는’ 곳이라 노래했던 화개장터도 이 길가에 자리잡고 있다. 조선 3대 명당 중 하나를 차지한 운조루(중요민속자료 제8호, 구례군 토지면 오미리)와 지리산 제일의 명찰 화엄사, 섬진강 물길과 지리산 능선이 한눈에 조망되는 사성암도 이 길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우리나라 산수유(열매)의 절반가량이 생산된다는 구례군 산동면은 거대한 산수유마을이다. 산수유꽃이 피는 3월 중순부터 하순까지 산동면의 여러 마을은 샛노란 꽃세상으로 탈바꿈한다. 길가와 집 주변은 말할 것도 없고 산기슭과 골짜기, 논두렁과 밭둑 등 눈길 닿는 곳곳마다 온통 황금빛의 꽃구름이 내려앉은 듯하다. 지리산 봉우리에는 겨우내 쌓인 눈이 아직도 희끗희끗한데, 그 산자락에 등을 기댄 마을들은 눈부시게 화사한 꽃마을을 이룬다.
꽃이 활짝 핀 봄날에는 아무리 모진 꽃샘추위에도 심신이 위축되지 않는다. 무르익은 봄기운이 사람의 몸 깊숙한 곳까지 스며들어 기를 북돋워주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른 봄에 남녘으로 떠나는 꽃구경은 몸과 마음을 튼실하게 다지는 ‘참살이 여행’인 셈이다.
섬진마을에는 민박집 이외의 숙박시설이 없다. 호텔이나 모텔을 이용하려면 강 건너 하동으로 나가야 한다. 섬진강을 끼고 달리는 하동 땅의 19번 국도변에는 미리내호텔(055-884-7292), 섬진강펜션(055-884-8052), 알프스모텔(055-884-6427), 에덴궁전모텔(055-884-6777), 월드파크(055-883-2022) 등이 있다. 상위, 대평 등의 구례 산수유마을과 가까운 지리산온천관광지에는 지리산온천관광호텔(061-783-2900), 송원리조트(061-780-8000), 화야평모텔(061-783-7800), 상아파크(061-783-7770) 등의 숙박업소가 많다.
맛집
청매실농원(061-772-4066)에서는 전통식품 명인인 홍쌍리 씨가 오랫동안 연구, 개발한 매실음식과 건강식품을 시식하거나 구입할 수 있다. 모든 식품은 친환경농법으로 재배된 매실을 원료로 사용해 농원 앞마당에 빼곡한 2500여 개의 전통옹기에 숙성시킨다. 이 농원의 식당에서는 매돈(매실 먹여 키운 돼지), 매실소스 비빔밥, 김치파전, 매실아이스크림 등도 맛볼 수 있다. 참게탕, 재첩국, 은어회는 섬진강의 3대 별미로 꼽힌다. 하동 화개장터 근처의 강남횟집(055-883-2147)과 동백횟집(055-883-2439) 등이 섬진강의 별미를 내놓는 맛집으로 유명하다. 그리고 지리산온천관광지에 자리한 지리산2대순두부집(061-783-0481)은 국산 콩으로 직접 만든다는 모두부와 순두부의 부드럽고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남원 추어탕과 추어숙회는 광한루 근처의 새집(063-625-2443)과 부산집(063-632-7823)이 잘하기로 소문나 있다.
당일 06:00 서울`→`06:30 중부고속도로 서이천IC(동서울톨게이트에서 31km) 통과`→`06:30~07:00 서이천IC 삼거리(우회전)~도드람교차로(42번 국도, 이천 방면)~장록교차로(70번 국지도, 모가 방면) 등을 거쳐 이천테르메덴(031-645-2000) 도착`→`07:00~10:00 이천테르메덴 각종 탕과 풀에서 온천욕 즐기기`→`10:00~11:00 이천테르메덴~장록교차로(42번 국도, 여주 방면)~여주 시내~여주대교를 거쳐 신륵사(031-885-2505) 도착`→`11:00~12:20 신륵사 관람`→`12:20~13:20 신륵사~신륵사사거리(37번 국도, 양평 방면) 거쳐 여주군 북내면 오금리로 이동해 점심식사`→`13:20~13:50 오금리(37번 국도, 양평 방면)~양평군 대신면 소재지(88번 국지도)~블루헤런CC 입구 등을 거쳐 고달사지 도착 →13:50~15:00 고달사지 답사`→`15:00~16:00 고달사지~대신면 소재지(37번 국도)~천서사거리(좌회전, 70번 국지도)~이포대교 등을 경유해 이천시 백사면 경사리, 도립리 일대 산수유 군락지 도착`→`16:00~18:00 산수유꽃 감상 및 ‘이천 백사 산수유꽃 축제’(추진위원회/031-633-0100) 참관`→`18:00~19:00 이천시 신둔면 수광리로 이동해 저녁식사→ 19:20 중부고속도로 곤지암IC 진입
기나긴 겨울날의 묵은 때를 벗고, 생동하는 봄기운을 온몸으로 느낄 때다. 무르익은 봄기운을 실감하기에는 뭐니 뭐니 해도 꽃구경이 제일이다. 그리고 묵은 때를 단숨에 떨어내고 원기를 되살리기에는 온천욕만한 것이 없다. 봄의 전령사 산수유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조선시대 임금들도 찾아와 온천욕을 즐겼다는 경기 이천시는 수도권 지역의 봄맞이 여행지로 안성맞춤이다.
이 석탑 자리에서 고려 공민왕의 왕사였던 나옹화상의 다비식이 치러졌다고 한다.
2. 이천시 백사면 천대리의 백송. 210여 년 전에 심은 것이라고 한다.
이천의 온천수는 상대적으로 나트륨 함량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각종 피부질환과 신경통, 부인병 등에 효험이 있다고 한다. 한동안 ‘이천의 온천’ 하면 호텔미란다의 스파플러스를 지칭했다. 그러나 모가면 신갈리 이천테르메덴이 개장한 뒤로는 이천의 대표 온천 자리를 놓고 두 업체 간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치열해졌다.
지난해 초 문을 연 테르메덴은 독일식 종합온천리조트다. ‘테르메덴’이라는 이름도 독일어로 온천을 의미하는 ‘테르메(therme)’와 지상낙원을 뜻하는 ‘에덴(eden)’의 합성어다. 13만 평 규모의 울창한 숲에 둘러싸인 이곳의 온천수 원탕은 온도 40℃, pH9 정도의 나트륨 알칼리수다. 온천탕과 물놀이시설은 바데풀(bathe pool·마사지나 지압효과가 있는 온천풀)을 중심으로 실외 온천풀, 아이템탕, 정자탕, 닥터피시탕, 워터슬라이드, 전통한증막 등이 갖춰져 있다.
이천시 백사면 8000여 그루 산수유나무 꽃잔치 ‘장관’
테르메덴의 여러 온천탕 중 가장 인기 있는 곳은 닥터피시탕이다. 130여 평의 이 온천탕에 방류된 닥터피시(doctor fish)는 중국 하이난섬(海南島)에서 들여온 ‘친친어(親親魚)’다. 사람의 환부 각질을 뜯어먹는 모습이 마치 연인이 뽀뽀하는 모습을 닮았대서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밤새도록 굶주린 상태였던 1만여 마리의 친친어는 탕 안으로 들어온 사람들에게 떼지어 달려들어 각질을 쉼 없이 쪼아댄다. 처음에는 조금 징그럽거나 무섭기도 하지만, 금세 사람 몸의 여기저기를 간질이며 부지런히 각질을 쪼아먹는 물고기가 귀여워 보인다. 시간이 흐를수록 마사지를 받는 것과 비슷한 시원함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닥터피시탕보다 워터슬라이드가 더 인기 있다.
쌀 좋기로 유명한 이천, 여주 쌀로 지은 밥으로 점심식사를 한 뒤에는 여주 땅으로 들어선다. 남한강 물길이 에돌아 흐르는 여주에는 명성황후의 생가, 세종과 왕비 소헌왕후의 합장릉인 영릉(英陵), 강변 사찰인 신륵사,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웅장한 부도가 있는 고달사지 등의 문화유적이 산재해 답사를 겸한 봄나들이 코스로 제격이다. 그중 영릉은 세종 당시 발명된 자격루(물시계), 앙부일귀(해시계), 측우기, 풍기대 등의 과학기기 모형이 입구에 전시돼 있어 어린이들의 현장학습장으로도 알맞다. 여주군 북내면 상교리의 해목산 기슭에 자리한 고달사터에서는 부도(국보 제4호), 원종대사 혜진탑비 귀부와 이수(보물 제6호), 원종대사 혜진탑(보물 제7호), 석불대좌(보물 제8호) 등 국보급 문화재도 볼만하지만, 산수유 고목이 많아서 산수유꽃 필 무렵의 풍광이 그린 듯 아름답다.
아름답고 화사한 산수유 군락지가 경기 이천시 백사면 일대에도 있다. 8000여 그루의 산수유나무가 일제히 꽃망울을 터뜨리는 3월 말~ 4월 초순에는 마을과 들녘, 산비탈이 온통 샛노란 꽃세상으로 탈바꿈한다. 도립리, 경사리, 송말리 등 백사면의 여러 산수유마을 가운데서도 가장 오랜 역사를 간직한 곳은 도립리다. 조선 중종 때 기묘사화(1519년)로 조광조가 죽음을 당하자, 그를 따르던 엄용순이란 선비가 도립리로 숨어들었다. 그는 뜻을 같이하는 몇몇 선비와 함께 육괴정이라는 정자를 짓고 여러 그루의 느티나무와 산수유를 심었다고 한다. 지금도 육괴정과 수령 500여 년의 느티나무 두 그루가 남아 있다.
이천 산수유마을을 찾아간 김에 단정한 비구니 사찰인 영원사, 승천하는 용의 형상을 닮은 반룡송(천연기념물 제381호), 희귀한 소나무인 백송(천연기념물 제283호) 등도 찾아볼 만하다. 그리고 산수유꽃이 한창 절정에 이를 즈음이면 ‘이천 백사 산수유꽃 축제’(www.2104 sansooyou. com)도 열린다. 올해는 3월30일~4월1일에 개최된다. 이천 백사면에서 자동차로 약 20분 거리인 양평군 개군면 내리, 주읍리에도 약 1만2000그루의 산수유나무 군락지가 형성돼 있다. 역시 이곳에서도 3월30일~4월1일에 ‘제5회 양평 산수유마을 개군한우 축제’가 열릴 예정이다.
이천에는 호텔미란다(031-633-2001), 설봉호텔(031-635-5701), 들꽃마을(031-631-6832), 아로마모텔(031-637-4225) 등 숙박업소가 많다. 여주에는 일성콘도(031-883-1198), 남강호텔(031-886-0132), 드라마모텔(031-885-1171), 쟈스민모텔(031-881-5200), 하이텔모텔(031-884-3677) 등 숙박업소가 여주 읍내와 신륵사 부근의 남한강변에 밀집해 있다. 여주군 금사면에는 빛고을(031-886-1129), 귀담재(031-881-4341) 등의 펜션이 여럿 있다.
맛집
이천시 사음동과 신둔면 일대의 3번 국도변에는 고미정쌀밥집(031-634-4811)을 비롯해 이천쌀밥 전문점이 몰려 있다. 여주 읍내에도 맛 좋기로 소문난 여주쌀밥과 밑반찬이 푸짐하게 나오는 여주쌀밥 전문점이 여럿 있는데, 그중 여주군청 뒤편의 여주쌀밥집(031-885-9544)이 유명하다. 그리고 여주군 북내면 오금리의 37번 국도 부근에 자리잡은 (구)보배네집(031-884-4243)은 송송 썬 신 김치에 두부를 으깨 넣고, 돼지고기와 마늘·파를 다져 소를 만든 뒤 만두피로 싸서 쪄낸 손만두가 일품이다. 직접 쑤어 만든 도토리묵밥과 보리밥도 맛있는데, 입구의 ‘원조 보배네집’과 혼동하지 않게 주의할 것. 그 밖에 여주 읍내의 마을식당(해장국, 031-885-2450)과 고명갈비(돼지갈비, 031-883-9922), 여주 이포대교 부근의 천서리 막국수촌에 자리한 봉진막국수(031-882-8300)와 홍원막국수(031-882-8259) 등도 이름난 별미집이다.
2. 관산읍 방촌마을 동구의 돌장승. 환하게 웃는 장승의 얼굴이 보는 사람의 마음까지 밝게 해준다.
첫째 날 07:00 서울 출발`→`10:00 경부고속도로~논산~천안고속도로 거쳐 호남고속도로 광산IC(서울톨게이트에서 271km)`→`11:20 광산IC(13번 국도)~송정~나주 이창동삼거리(좌회전, 23번 국도)~장흥 유치면 소재지~늑룡삼거리 등 거쳐 보림사(061-864-2055) 도착`→`11:20~12:20 보림사 탐방`→`12:20~12:40 보림사~늑룡삼거리(23번 국도, 장흥 방면)~지천삼거리~장흥댐 물문화관 등 거쳐 장흥읍내의 정남진 토요시장 도착`→`12:40~15:00 점심식사 및 정남진 토요시장 구경`→`15:00~15:20 장흥읍(18번 국도, 안양 방면)~안양면 소재지 거쳐 안양면 율산마을 앞의 여닫이해변 도착`→`15:20~16:30 ‘한승원 문학산책로’ 걷기`→`16:30~17:00 여닫이해변~수문포~보성 율포~회천면 소재지 등 거쳐 보성다원 제2농장(061-853-2870) 도착`→`17:00~18:00 보성 녹차밭 산책`→`18:00~19:30 수문포로 이동, 숙소에 여장 푼 뒤 저녁식사
둘째 날 05:40 기상`→`05:40~06:30 득량만 바다 해돋이 감상 및 수문포해변 산책`→`06:30~08:00 세면 및 짐정리`→`08:00~08:40 아침식사→ 08:40~09:00 수문포(18번 국도, 장흥 방면)~운정사거리(좌회전)~풍암삼거리(77번 국도, 관산 방면)~용산면 차동리삼거리(좌회전)~풍길삼거리(좌회전)~산정삼거리(좌회전) 등을 거쳐 용산면 남포마을 도착`→`09:00~09:40 임권택 감독의 영화 ‘축제’ 촬영지 남포마을과 소등섬 구경`→`09:40~10:00 남포마을~산정삼거리~관산읍 소재지(23번 국도) 등 거쳐 방촌마을 도착`→`10:00~11:00 방촌마을의 전통가옥, 유물전시관, 장천재 등 관람`→`11:00~12:00 방촌마을(23번 국도, 대덕 방면)~탑산사 입구 거쳐 천관산문학공원 탐방`→`12:00~13:00 회진항(회진면 소재지)으로 이동, 점심식사→`13:00~15:00 회진항 인근 이회진마을의 영화 ‘천년학’ 세트장과 유채밭 산책로, 진목마을의 소설가 이청준 생가 등 방문`→`15:00~17:00 진목리~대덕읍 소재지(23번 국도)~강진 마량~강진 고려청자 도요지~강진읍 목리IC(2번 국도, 목포 방면)~영산강 하구언 등 거쳐 서해안고속도로 목포IC 진입
‘장흥’ 하면 수도권 사람들의 십중팔구는 경기 양주시 장흥유원지를 먼저 떠올릴 것이다. 머나먼 남도 땅, 그것도 서울에서 정남쪽 바닷가에 자리한 장흥군을 연상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장흥군은 강진군과 보성군 사이에 있다. 이웃한 강진은 ‘남도답사 일번지’라 불리고, 녹차밭이 많은 보성군은 최근 폭발적 인기를 누리는 여행지로 부상했다. 그래서 1년 내내 외지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강진이나 보성을 여행하는 이들에게 장흥은 언제인지도 모르게 스쳐가는 곳이다. 오랜 역사와 그윽한 문학적 향취, 때묻지 않은 자연과 인정을 간직한 장흥군의 매력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맘때쯤 무르익은 봄날의 장흥 땅에서는 발길 닿는 곳마다 문학적 감수성을 자극하는 풍경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4. 정남진 바닷가에 조성된 유채밭. 뒤에 천관산이 우뚝하다.
광주 나주를 거쳐 장흥군에 들어서면 맨 먼저 통일신라 때 구산선문 중 하나였던 보림사를 둘러본다. 유치면 봉덕리 가지산(510m) 기슭에 자리한 보림사는 860년경 헌안왕의 권유로 보조선사 체징이 세웠다고 한다. 한때는 전라도에서 가장 큰 사찰로 꼽혔으나, 광복 이후 좌우익의 격렬한 대립으로 국보 제204호였던 대웅전을 비롯한 옛 건물들이 대부분 불타버렸다. 천왕문과 외호문(外護門)만 남기고 폐허로 변했던 보림사는 근래 대적광전, 대웅전, 요사채, 종루 등이 복원됐다.
현재 보림사에는 육중하면서도 당당한 모습의 철조비로자나불좌상(국보 제117호), 불국사 석가탑을 닮은 삼층석탑 및 석등(국보 제44호) 등의 국보 2점과 보물 4점 등의 국보급 문화재가 있다. 경내 보림약수는 대웅보전 뒤편의 울창한 비자나무숲에서부터 흘러내린다. 우리나라에서 열 손가락에 들 정도로 빼어난 물맛을 자랑하는데 여느 유명 약수처럼 혀끝을 톡 쏘는 등의 별난 맛이 아니라 아무 맛도 없는, 좋은 물맛의 진수(眞髓)를 보여준다.
남도의 푸근한 정취 물씬 … 영화 ‘천년학’ 세트장 둘러볼 만
장흥댐 위의 근사한 물문화관도 건성으로 둘러본 뒤 장흥읍내 정남진 토요시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장흥이 초행이거나 오랜만에 다시 찾은 사람들은 대부분 토요시장을 가장 인상적인 곳으로 꼽는다. 매주 토요일 10시에 열리는 토요시장에는 보고 먹고 놀고 살 것이 많다. 떡메로 친 찹쌀떡, 방금 잡은 장흥 한우, 청정해역 득량만에서 키운 키조개, 시골 노인들이 직접 캐온 봄나물 등 먹을거리가 즐비하다.
장흥은 ‘문림의향(文林義鄕)’이라 일컬어지기도 한다. 문인과 의병이 많이 배출됐기 때문이다. 오늘날 장흥을 대표하는 문인으로는 이청준 한승원 송기숙 등이 있다. 그중 이청준과 한승원의 고향인 회진면에는 두 작가의 생가뿐만 아니라, 여러 작품과 영화의 무대가 됐던 지명이 수두룩해서 문학지망생들의 필수코스로 자리잡았다. 최근에는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영화인 ‘천년학’의 주막집 세트장이 회진면 이회진마을의 바닷가에 세워져 새로운 관광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한승원 씨가 ‘해산토굴’이라는 작업실을 지어놓고 사는 안양면 율산마을 앞 바닷가에는 ‘한승원 문학산책로’도 조성돼 있다. 무지개처럼 휘움한 여닫이해변의 모래언덕에 600m 길이의 산책로를 만들고, 그 길을 따라 20m 간격으로 30기의 시비가 놓여 있다. 호수 같은 득량만 바다를 옆구리에 끼고 느릿느릿 걸으며 소리내어 시나 소설을 읽노라면, 자신도 모르게 가슴이 절로 따뜻해짐을 느끼게 된다.
요즘 들어 장흥군은 ‘정남진’이라는 지명을 널리 알리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정남진’이란 ‘서울의 정남쪽에 자리한 바닷가’라는 뜻이다. 정남진의 정확한 위치는 장흥군 관산읍 신동리 사금마을이다. 서쪽으로는 호남 5대 명산 중 하나인 천관산(723m)이 우뚝하고, 동쪽으로는 금당도와 고흥반도가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보이는 곳이다. 그 밖에 50여 기의 자연석 문학비가 늘어선 천관산문학공원과 전통가옥, 유물전시관 등이 있는 600년 역사의 장흥위씨 집성촌은 지나는 길에 꼭 들러볼 만하다.
장흥읍내 진송관광호텔(061-864-7775)이나 안양면 수문포 부근의 옥섬워터파크(061-862-2102)가 권할 만하다. 특히 지상 13층의 대형건물에 모텔, 식당, 스카이라운지, 찜질방, 음식점, 노래방 등을 두루 갖춘 옥섬워터파크는 바다 전망이 탁월하고 숙박비가 비교적 저렴하다. 관산읍 천관산 중턱의 울창한 상록수림에는 통나무집, 야영장, 몰놀이장 등을 갖춘 국립천관산자연휴양림(061-867-6974)이 들어서 있다.
맛집
정남진 토요시장의 한우 판매점(3곳)에서는 육질 좋기로 소문난 장흥 한우(수소)가 1근(600g)에 1만~1만4000원이다. 판매점에서 구입한 쇠고기를 정남진음식사랑(061-864-9876)을 비롯한 인근 식당으로 갖고 가면, 근당 6000원에 맛깔스럽고 푸짐한 밑반찬과 함께 쌈장, 쌈채소 등을 한 상 가득 차려준다. 물론 육회는 먹기 좋게 썰어서 내놓고, 등심을 구워 먹는 가스레인지와 불판도 준다. 청정해역인 득량만 바닷가에 자리한 안양면 수문포는 전체 250가구 중 100가구가 키조개 양식업에 종사하는 ‘키조개마을’이다. 이 마을의 갯마을횟집(061-862-1203), 바다하우스(061-862-1021) 등 식당에서는 죽, 회무침, 구이, 미역국 등으로 다양하게 요리된 키조개를 맛볼 수 있다. 그 밖에 장흥의 맛집으로 장흥군청 앞 신녹원관(한정식, 061-863-6622), 안양면 ‘한승원 문학산책로’ 종점의 여닫이회마을(조개구이, 061-862-1041), 회진항의 갯바위횟집(061-867-8211) 등이 있다.
첫째 날 07:00 서울 출발`→`09:20 중부내륙고속도로 연풍IC(동서울톨게이트에서 123km) 지나 괴산군 연풍면 고사리 주차장 도착`→`09:20~13:00 고사리 출발, 조령산자연휴양림(043-833-7994)~조령관~조곡관~주흘관(문경새재 제1관문) 거쳐 새재 초입 ‘문경새재 옛길 트레킹’`→`13:00~13:40 점심식사`→`13:40~16:30 새재 초입 국도변의 문경도자기전시관(054-550-6416)에서 도자기 제작 체험 또는 한국전통찻사발축제 참관`→`16:30~18:30 진남역(054-550-6478), 가은농공단지 앞 승차장(054-550-6578)에서 철로자전거 타기`→`18:30~20:00 저녁식사 후 문경온천지구 숙소로 이동
둘째 날 06:00~08:30 아침식사`→`08:30~09:10 문경온천(3번 국도)~불정1교 교차로(34번 국도)~호계면~산북 달곡교삼거리(923번 지방도) 등 거쳐 김룡사(054-552-7006) 도착`→`09:10~10:00 김룡사 관람`→`10:00~12:00 김룡사~거산리~전두리 등 거쳐 대승사(054-552-7105), 윤필암(054-552-7110) 관람`→`12:00~13:30 대승사~김룡삼거리~달곡교삼거리~대하삼거리(59번 국도) 등 거쳐 대하리 소나무(천연기념물 제426호) 관람 후 점심식사`→`13:30~14:10 거송가든(59번 국도)~경천댐~동로면 소재지(921번 지방도)~여우목고개~갈평리 등 거쳐 관음리 도착`→`14:10~14:40 전통 망댕이가마 관람`→`14:40~16:00 하늘재 트레킹 후 미륵리 절터 답사`→`16:00~16:20 미륵리 절터(597번 지방도)~수안보~방곡삼거리 등 거쳐 중부내륙고속도로 괴산IC 진입
봄빛이 절정에 이르렀다. 무르익은 봄날, 산길이나 들길을 무작정 걷고 싶어진다. 같은 길이라도 걸어갈 때와 차를 타고 지날 때의 느낌은 비교할 수 없이 큰 차이를 보인다. 자동차를 타면 빠르고 편리하지만 무심코 지나치는 게 너무나 많다. 길가에 소담스레 핀 들꽃도, 생동감 넘치는 대자연의 속살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오로지 앞만 보고 달리게 된다.
반면 걸어갈 경우엔 눈에 들어오는 것이 많다. 앞만 보는 게 아니라 때로는 양옆과 뒤도 돌아본다. 가끔 하늘을 올려다보기도 한다. 대자연의 소리와 형상, 향기가 오감으로 느껴진다. 당연히 감성이 꿈틀거린다. 대자연의 모든 존재에 관심과 애정도 더욱 깊어지게 마련이다. 자동차로는 감히 엄두내기 어려운 험로까지 거뜬히 통과할 수 있다는 점도 걷기의 장점이다. 트레킹은 가장 쉽고 자연스러우며, 마침내 자연과 하나 되는 레포츠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이맘때 꼭 한번 걷고 싶은 곳으로는 풍광 좋고 오랜 역사와 숱한 사연을 간직한 문경새재가 첫손에 꼽힌다. 문경새재 옛길 트레킹은 충북 괴산군 조령산자연휴양림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자연휴양림의 울창한 숲길을 빠져나오면 이내 문경새재 제3관문인 조령관에 도착한다. 문경새재 세 관문 중 가장 높은 조령관은 해발 650m쯤 된다. 제1관문인 주흘관이 해발 244m이므로 조령관과 주흘관 사이는 400여 m의 고도차가 난다. 6.5km 거리니 오르는 것도 별로 힘들지 않고 내려가기도 편안한 길이다.
게다가 이 길 곳곳에는 과거 보러 한양 가던 옛 선비들이 장원급제를 기원하며 쌓아올린 책바위, 임진왜란 당시 신립 장군 휘하 군대의 2진 본부가 잠시 설치돼 있었다는 이진터, 신·구 경상감사가 만나 업무를 인수인계하던 교귀정, 새재를 넘는 관리들과 백성이 쉬어가던 조령원터와 주막, 긴 여정의 무사안녕을 빌던 성황당 등 옛 선인들의 발자취와 역사 유적이 남아 있어 조금도 지루함을 느낄 수 없다.
문경새재 초입 3번 국도변에는 도자기전시관과 유교문화관이 있다. 도자기전시관에서는 오늘날 가장 전통에 충실하다는 평을 받는 문경 도자기의 과거와 현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또한 개인이나 가족들도 언제나 도자기 체험을 할 수 있다. 체험비는 1인당 1만원이다. 매년 한국전통찻사발축제(054-550-6393)도 열리는데 ‘다시 피는 천년의 불꽃’이라는 테마의 올해 축제는 4월28일부터 5월6일까지 9일간 열릴 예정이다. 유교문화관에서는 지금도 유교적 전통이 강한 문경 안동 예천 영주 등 경북 북부지방의 문화와 풍속을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다.
봄날 트레킹 코스로 최고 … 볼거리, 즐길 거리 넘쳐
문경시에는 철로자전거, 클레이사격, 패러글라이딩, 래프팅 등 다양한 레포츠 체험장이 마련돼 있다. 그중에서 석탄산업 합리화 이후 폐선된 문경선과 가은선 철로를 활용한 철로자전거는 꼭 한 번 타볼 것을 권한다. 왕복 4km 코스의 풍광 좋은 철길을 따라 달리노라면 그윽한 꽃향기와 풋풋한 봄바람이 온몸을 파고든다. 주말과 휴일에는 선착순으로 이용할 수 있어 되도록 오전 일찍 찾아가는 것이 좋다.
문경에는 김룡사 대승사 윤필암 등 고찰이 여럿 있다. 김룡사는 아름다운 소나무와 전나무, 활엽수림이 어우러진 숲에 둘러싸여 있고, 대승사는 정교하게 조각된 목각탱(보물 제575호)과 대웅전 정면의 꽃문살이 인상적이다. 세 곳 모두 문경시 산북면에 자리해 한걸음에 둘러보기도 수월하다.
문경에는 백두대간을 넘는 고갯길이 문경새재뿐만 아니라 불란치, 이화령, 하늘재, 벌재 등이 있다. 그중 하늘재는 우리나라 옛길 가운데 맨 처음 열린 고갯길이다. ‘삼국사기’에 “신라 아달라왕 3년(156)에 북진을 위해 계립령을 열었다”는 기록이 나오는데, 그 계립령이 바로 하늘재다. 하늘과 맞닿아 있어 이런 이름이 붙었다지만, 실제로는 해발 525m의 나지막한 고개에 지나지 않는다. 자동차가 없던 시절에는 많은 사람들이 새재나 이화령보다 이 고갯길을 넘나들었다.
오늘날 하늘재를 넘어가는 과객(過客)이 별로 없다. 아예 자동차가 진입할 수 없게 길 양쪽 입구를 통제하는 날이 많은 데다 멀지 않은 곳에 중부내륙고속도로와 3번 국도 이화령터널이 뚫려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걷기에 아주 운치 있는 고갯길이 되었다. 문경읍 관음리 쪽 고갯마루에서 충주시 상모면 미륵리 절터까지 3.2km 구간이 줄곧 적당한 경사의 내리막길로 이루어져 있다.
하늘재 아래 미륵리 절터에는 원래 신라 말과 고려 초 사이에 창건된 것으로 추정되는 미륵대원(彌勒大院)이라는 석굴사원이 자리했던 곳이라고 한다. 하지만 언젠가 당우(堂宇)는 모두 사라지고 지금은 석불입상(보물 제96호), 오층석탑(보물 제95호), 삼층석탑, 석등, 당간지주, 돌거북 등의 석물만 덩그러니 남아 있어 쓸쓸하고도 허전해 보인다.
문경새재 입구에는 문경관광호텔(054-571-8001), 새재유스호스텔(054-571-1988), 새재모텔(054-571-1919) 등이 있다. 문경종합온천(054-571-2002)과 문경온천(054-572-3333)이 영업 중인 문경온천단지에는 알리앙스(054-572-2326), 썬(054-571-0235), 하얀성(054-572-1040), M빌리지(054-572-2428) 등의 비교적 깔끔한 모텔이 많다. 그 밖에 문경읍에는 벤투스(054-571-7766), 예인과샘터(010-6211-4643) 등의 펜션도 있다.
맛집
문경새재 상가지구의 새재초곡관식당(054-571-2020)은 ‘약돌(거정석)’을 먹여 키웠다는 약돌돼지를 참나무 숯불에 맛있게 구워내는 집이다. 그 옆의 새재할매집(버섯전골과 손두부, 054-571-5600)과 김태희청국장(054-572-2400)도 음식 맛이 괜찮은 집이다. 산북면 대하리의 천연기념물 소나무 옆에 자리한 거송가든(054-553-1362)에서는 쫀득하면서도 담백한 인삼송어회와 역돔회, 기름기 쫙 뺀 한방오리가 일품이다. 그 밖에 문경온천단지의 황토담(올갱잇국과 능이족살찌개, 054-571-3974)과 금강산가든(약돌돼지화로구이, 054-571-7200), 진남교반의 진남매운탕(민물매운탕과 버섯전골, 054-552-7777)도 들러볼 만하다.
춘천은 ‘호반의 도시’다. 도심 옆에 의암호 물결이 찰랑거리고, 동북쪽에는 ‘내륙의 바다’ 소양호가 드넓게 펼쳐진다. 춘천으로 가는 길에서는 청평호, 춘천을 지나 화천으로 가다 보면 춘천호를 만난다. 사람들은 대체로 호수나 바다, 강처럼 물이 많은 곳에서는 왠지 평온해진다. 열정이 들끓는 청춘들이나, 살아갈 날보다 살아온 날이 더 많은 중년들이나 북한강 물길을 따라 춘천으로 향하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느긋해짐을 실감한다.
춘천 여행의 일정이 1박2일 이상이라면 남이섬을 가장 먼저 들러보는 것이 좋다. 춘천 땅이면서도 가평읍에서 지척거리의 북한강에 떠 있는 남이섬은 산책로 양쪽에 메타세쿼이아, 전나무, 은행나무 등이 늘어선 풍경이 그림처럼 아름다운 곳이다. 최근에는 내국인보다 일본 중국 대만 등지에서 온 외국인 관광객이 더 많이 찾는다. TV 드라마 ‘겨울연가’의 촬영지로 유명해진 덕택이다.
춘천은 젊고 활기찬 도시다. 그러면서도 의외로 오랜 역사를 간직한 곳이기도 하다.
춘천의 역사유적 가운데 가장 눈여겨볼 만한 곳은 청평사다. 춘천시 북산면 청평리에 자리한 이 절은 고려 광종 24년(973년)에 창건됐다. 그러나 지금은 천년 역사를 지닌 고찰다운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6·25전쟁 당시 회전문(보물 제164호)만 남기고 모두 불타버렸기 때문이다. 한동안 거대한 석축(石築)과 회전문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가 근래 들어 새로운 건물이 잇따라 들어서고 있다. 그래서 절 자체보다는 그곳에 전해오는 옛이야기와 절로 들어가는 길이 더 인상적이다.
중도유원지에는 통나무 방갈로 6평형과 9평형이 각각 11동씩 들어선 중도펜션(033-242-4881)이 있다. 객실마다 싱크대, 화장실 겸 욕실, 침구, TV, 냉장고 등을 갖췄으며 중도관광리조트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할 수 있다. 중도 맞은편의 의암호 호반에는 두산리조트 춘천콘도(033-240-8000)가 자리잡고 있다. 춘천시내에는 춘천관광호텔(033-255-2222), IMT호텔 춘천점(033-257-6111), 아이모텔(033-257-0700) 등 숙박업소가 많다. 강촌유원지와 강촌리조트 주변에도 아리아스모텔(033-261-9010), 벨라지오펜션(033-261-1115), 호숫가의 아침펜션(033-263-2310) 등이 있다.
맛집
춘천은 닭갈비와 막국수의 본고장이다. 춘천시청 앞의 명동 닭갈비골목에는 역사가 가장 오래된 우미닭갈비(033-253-2428)를 비롯해 명동본가닭갈비(033-241-4400), 명물닭갈비(033-257-2961), 복천닭갈비(033-254-0891) 등 20여 곳이 성업 중이다. 춘천의 새로운 닭갈비촌으로 자리잡은 강원대 부근에는 솔터닭갈비(033-241-7734), 1.5닭갈비(033-253-8635), 우성닭갈비(033-254-0053) 등이 있다. 춘천의 또 다른 별미 막국수는 소양강댐 아래 샘밭막국수촌의 샘밭막국수(033-242-1702), 춘천시 후평동 부안막국수(033-254-0654)와 소양로2가의 실비막국수(033-254-2472) 등이 맛있기로 소문났다.
호반의 도시 감성 자극 … 마음 편한 휴식공간
청평사로 가려면 소양강 선착장에서 배를 타야 한다. 선착장에서 청평사까지는 걸어서 30분쯤 걸린다. 오봉산(779m) 자락의 아담한 계곡을 따라가는 오솔길의 운치가 그윽하다. 이맘때에는 철쭉, 돌단풍 등의 야생화가 곳곳에 소담스레 피어난다. 이 오솔길에서는 아홉 가지 소리가 들린다는 구성폭포도 만난다.
2_ 의암호를 시원하게 가르며 수상스키를 즐기는 모습.
3_ 중도야영장을 찾은 가족 야영객이 화롯가에 둘러앉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
청평사 계곡에는 한때 거대한 정원이 꾸며졌다고 한다. 고려시대 청평사를 중창한 이자현이 이 계곡 전체에 자연 그대로의 경관을 살린 ‘문수원(文殊院) 고려정원’을 조성했다는 것이다. 이 정원은 절 아래 구성폭포에서 오봉산 정상 바로 아래까지 약 3km에 이르는 방대한 지역에 조성됐다. 계곡에 수로를 만들어 물을 끌어들이고, 오봉산 그림자가 비치도록 영지(影池)를 만들었으며, 물레방아도 설치했다고 한다. 지금까지도 남아 있는 영지라는 이름도 오봉산의 부용봉이 비친다 해서 붙여졌다고 한다.
춘천의 호수들은 저마다 느낌이 다르다. 예컨대 소양호는 주변 산세가 우뚝하고 수심이 깊어 공포감과 위압감을 준다. 반면 춘천 시가지를 껴안은 의암호는 고요히 흐르는 강줄기처럼 편안하고 부드럽다.
의암호에 떠 있는 중도는 춘천 토박이들에게는 잊지 못할 추억의 장소다. 학창시절 소풍이나 가족 나들이 여행지로 즐겨 찾던 곳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중도는 춘천 토박이들뿐 아니라, 어쩌다 마음먹고 찾아온 외지인들도 편히 쉴 수 있는 휴식공간이다. 깨끗하게 가꿔진 잔디밭과 숲 속으로 구불구불 이어지는 산책로, 발길 닿는 곳마다 놓인 벤치, 그리고 의암호의 고요한 수면이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한없이 편안하게 해준다. 또한 넓은 잔디밭에서는 축구 족구 농구 등의 공놀이를 즐길 수 있고, 중도레저센터(033-251-0709)에서는 모터보트, 바나나보트, 수상스키 등을 탈 수 있다.
중도의 가장 큰 매력은 최고의 하이킹 코스라는 점이다. 중도선착장에 도착해 배에서 내리면, 먼저 자전거 대여점에서 자전거를 빌리는 것이 좋다. 중도의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연인이나 친구끼리, 또는 부녀간이나 모녀 사이의 가족끼리 나란히 자전거 타고 가는 모습은 그지없이 아름답고 평화롭다. 중도는 오토캠핑 마니아들 사이에서 최고 캠핑 명소 로 꼽힌다. 섬 전체가 평평한 데다 잔디밭과 산책로가 잘 단장돼 있어 가족 캠핑족에게 인기가 높다. 섬이라 밤의 정취가 유난히 호젓하고 근사하다. 물안개가 솜처럼 내려앉은 새벽 풍경도 인상적이다.
춘천은 낙조와 야경도 근사하다. 춘천 토박이들이 첫손가락에 꼽는 낙조와 야경 감상포인트는 동면 만천리 46번 국도변의 구봉산전망대다. 근사한 카페와 레스토랑 몇몇이 자리잡은 구봉산전망대에서는 춘천 시가지와 의암호, 소양제1·2교까지 또렷이 보인다. 또 의암호 저편에 우뚝 솟은 북배산(867m) 가덕산(858m) 계관산(665m) 등의 우람한 산줄기도 한눈에 들어온다. 붉은 태양이 서쪽 북배산 너머로 자취를 감추면, 의암호를 붉게 물들인 노을빛이 황홀하다. 그리고 마침내 노을마저 스러지고 나면 도심의 네온간판이 춤추듯 현란한 불빛을 쉼없이 내뿜는다. 불빛 환한 춘천 도심이 산과 호수에 둘러싸인 불야성 같다. 젊은 도시 춘천의 변신이 눈부시다.
[첫째 날] 06:30 서울 동서울톨게이트`→`10:00 동해고속도로 동해IC(동서울톨게이트에서 142km)`→`10:00~11:00 동해IC(7번 국도, 삼척 방면)~갈천삼거리(좌회전)~삼척해수욕장~새천년해안도로~정라항~정라삼거리(직진)~삼척교사거리(우회전) 등을 거쳐 죽서루(관리소 033-570-3670) 도착`→`11:00~12:00 죽서루 관람`→`12:00~12:40 점심식사`→`12:40~13:00 삼척(7번 국도, 울진 방면)~근덕교차로~근덕면(424번 지방도, 덕산 방면)~덕봉대교(건너자마자 우회전) 등을 거쳐 부남2리 도착`→`13:00~14:00 부남해수욕장`→`14:00~14:20 부남2리~대진삼거리~동막교차로~금메달광장휴게소 등을 거쳐 장호항 도착`→`14:20~18:00 장호어촌체험마을(어촌계장 018-284-4204)에서 가자미 배낚시 체험`→`18:00~18:40 장호항(7번 국도, 삼척 방면)~금메달광장휴게소(7번 국도 확장구간)~동막교차로(427번 지방도, 신리 방면)~마읍~문의재터널 등을 경유해 신리너와마을(민박 예약 033-552-5967)에 도착한 뒤 저녁식사
[둘째 날] 06:00 기상`→`06:00~08:00 짐 정리와 아침식사`→`08:00~09:00 신리너와마을(427번 지방도, 태백 방면)~신리재삼거리(우회전, 도계 방면)~도계(38번 국도, 삼척 방면)~신기삼거리(좌회전, 환선굴 방면) 등을 거쳐 대이리군립공원(대이동굴관리소 033-541-7600) 주차장 도착`→`09:00~12:00 대금굴(6월5일부터 개방 예정) 또는 환선굴 관람`→`12:00~13:00 점심식사`→`13:00~13:20 대이리~신기삼거리(38번 국도, 삼척 방면)~영경묘 입구 등을 거쳐 미로면 하사전리 도착`→`13:20~15:30 영경묘 소나무숲 산책`→`15:30~16:30 하사전리~영경묘 입구(38번 국도, 동해 방면)~미로면 소재지~단봉삼거리(7번 국도, 강릉 방면)~동해(북평) 등을 거쳐 동해고속도로 동해IC 진입
강원도 삼척시만큼 관광자원이 풍부한 곳도 흔치 않다. 산은 산답고 바다는 바다답다. 백두대간의 허리를 이루는 산자락에는 억겁의 신비를 간직한 석회동굴도 즐비하다. 게다가 지금까지 원형이 고스란히 보전된 민속유물도 수려한 자연 못지않게 인상적이다. 지금도 삼척의 어느 두메에서는 송판이나 참나무 껍질로 지붕 올린 너와집과 굴피집을 볼 수 있고, 동해안 작은 어촌에는 해마다 용왕제를 올리는 해신당도 남아 있다.
삼척 땅의 명소는 대부분 7번 국도와 38번 국도 주변에 자리한다. 그래서 찾아가기도 수월하다. 7번 국도를 타면 바닷가 명소들을 손쉽게 둘러볼 수 있고, 오십천 물길 따라가는 38번 국도를 이용하면 삼척 첩첩산중의 은밀한 속살을 들여다보기가 편리하다. 그리고 이 두 개의 국도를 번갈아 타고 한 바퀴 돌면 완벽한 순환여행 코스가 만들어진다.
7번 국도를 타고 동해시를 지나 삼척 땅에 들어서면, 새천년해안도로를 먼저 둘러보는 것이 좋다. 삼척해수욕장과 삼척항 사이의 아름다운 바닷가를 따라 이어진다. 도로변에는 해변조각공원과 ‘소망의 탑’ 공원이 조성돼 있어 바다를 감상하며 잠시 쉬어가기에 좋다. 삼척시내에는 관동팔경 중 제1경인 죽서루(보물 제213호)를 찾아볼 만하다.
삼척 바닷가에는 이름난 해수욕장이 많다. 가장 북쪽의 증산해수욕장에서부터 남쪽 끝 월천해수욕장까지 저마다 규모와 분위기가 다른 해수욕장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그중에서도 근덕면 부남2리에 자리한 부남해수욕장은 아담하고 수려하며, 너무 고즈넉해서 신비감마저 느껴진다. 더욱이 해신당이 있는 갯바위동산을 가운데 두고 양쪽에 전혀 다른 분위기의 두 해변이 공존한다. 남쪽 해변에는 다양한 형태의 갯바위가 즐비하고, 북쪽에는 밀가루처럼 고운 모래해변이 펼쳐진다.
2. 장호항 앞바다에서 하는 가자미 배낚시 체험. 짜릿한 손맛과 함께 싱싱한 횟감을 얻을 수 있다.
3. 새천년해안도로 가에 조성된 해변조각공원. 잠시 차를 세우고 바다를 감상하기에 좋다.
6월5일 … 개장 하루 관람객 720명으로 제한
부남해수욕장에서 다시 7번 국도로 나와 조금만 남쪽으로 달리면 용화해수욕장과 장호항이 한눈에 들어오는 말국재 전망대에 당도한다. 비췻빛 바다와 은빛 백사장이 발 아래 드리워진, 동해안 제일의 천연전망대다. 장호항을 품은 근덕면 장호마을은 가장 모범적이고 성공적인 어촌체험마을로 꼽힌다. 이맘때쯤 가족체험 프로그램으로는 가자미 배낚시를 추천할 만하다. 4인, 3시간 기본인 체험비용은 10만원 선. 운 좋으면 짜릿한 손맛도 보고 푸짐하게 가자미를 잡을 수 있다.
‘동굴의 도시’ 삼척에서 동굴관광을 빼놓을 수 없다. 신기면 대이리의 덕항산 중턱에 자리한 환선굴을 관광동굴로 개발해 크게 성공한 삼척시에서는 6월5일 대금굴을 공식 개장할 예정이다. 매표소에서 동굴까지 가는 길이 만만치 않지만 환선굴은 1997년 개장 이후 지금까지 약 800만명이 관람할 정도로 아름다운 석회동굴로 유명했다.
그런데 인근 대금굴이 동양 최고의 동굴이라는 환선굴을 능가할 만큼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좀 과장하면 우리나라 모든 석회동굴의 아름다움을 한자리에 모아놓은 듯하다. 게다가 2003년 처음 발견된 덕에 아직 사람의 손을 타지 않았다. 종유석, 석순, 석회화단구, 베이컨시트, 동굴진주, 휴석 등 2차 생성물의 종류와 크기, 모양이 매우 다양한 데다 보존상태도 완벽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감탄사를 연발하게 하는 자연의 조각품들이 끊임없이 나타나며 모노레일을 탄 채 동굴 내부 140m 지점까지 진입하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다. 하지만 대금굴은 관람객 수를 하루 720명으로 제한할 예정이어서 한 번 구경하는 일조차 쉽지 않을 듯싶다.
너와집과 물레방아가 있는 도계읍 신리에는 주민들이 공동 운영하는 전통 너와집 펜션인 신리너와마을(033-552-5967)이 있다. 이곳 숙박 이용객들에게는 돌그림 그리기, 천연염색하기, 산나물 캐기 등의 체험행사가 무료로 제공된다. 그 밖에 새천년해안도로변의 펠리스호텔(033-575-7000)과 파라다이스모텔(033-576-0411)은 객실에서도 바다와 일출을 감상할 수 있다. 환선굴과 대금굴이 있는 신기면 대이리에는 신기파크(033-541-5600), 대이리 아래 고무릉리에는 궁전모텔(033-541-0035)이 있다.
맛집
적극적으로 권할 만한 맛집은 드물지만, 삼척 토박이들은 장호항영기횟집(전복죽 033-572-3719), 부일막국수(033-572-1277), 오신다식당(삼보잡탕 033-574-4521), 바다횟집(곰칫국 033-573-3670), 외갓집보리밥(보리쌈밥 033-574-7669), 신기식당(잡고기추어탕 033-541-1524), 무릉가든(토종흑돼지구이 033-541-6625) 등을 추천한다. 삼척항(정라진항)과 임원항의 활어회타운에 가면 싱싱한 생선회를 싼값으로 푸짐하게 맛볼 수 있다.
[가족 맞춤여행|영광]
[첫째 날] 07:00 서해안고속도로 서서울톨게이트 진입`→`10:00 영광IC(서서울톨게이트에서 269km)`→`10:30 영광IC(22번 국도)에서 묘량면 소재지를 지나 불갑사(061-352-8097) 도착`→`10:30~12:00 불갑사 관람`→`12:00~13:00 점심식사`→`13:00~14:30 불갑(23번 국도)~함평 신광(838번 지방도)~손불~월천방조제(해당화 꽃길)~염산 옥실삼거리(77번 국도)~염산~두우리 염전지대~백수 상사리 등을 거쳐 하사리 염전지대 도착`→`14:30~16:00 염전 관찰과 체험`→`16:00~16:30 하사리(77번 국도)에서 대전삼거리를 거쳐 백암전망대 도착 `→`16:30~19:00 백수해안도로변 절경과 동백마을의 영화 ‘마파도’ 세트장을 구경한 뒤 저녁식사`→`19:00 백수해안도로에서 해넘이와 저녁노을을 감상한 뒤 숙소로 이동
[둘째 날] 07:30~08:30 아침식사`→`08:30~11:00 조개잡이 체험(물때를 미리 확인)`→`11:00~11:30 백암리~모래미~군민생활체육공원(842번 지방도로) 등을 거쳐 법성포 도착`→`11:30~13:00 영광굴비 쇼핑과 점심식사`→`13:00~14:30 법성포~숲쟁이공원~백제 불교 최초 도래지~목맥마을(77번 국도)~칠곡삼거리(842번 지방도) 등을 거쳐 가마미해수욕장 도착`→`14:30~16:00 가마미해수욕장 산책과 계마항 구경`→`16:00~17:00 가마미~칠곡삼거리(77번 국도)~홍농~상하~팔형치삼거리(22번 국도)~심원~선운사 입구 등을 거쳐 서해안고속도로 선운산IC 진입
병어가 한창이다. 요즘 잡힌 병어는 알이 통통하고 뱃살이 두둑해 유달리 쫄깃하고 고소하다. 영광 칠산바다와 신안 임자도, 증도, 지도, 우이도 일대 얕은 바다가 병어의 주산지다. 하지만 그곳에서 잡힌 병어는 대부분 신안군 지도읍 송도위판장에서 경매에 부쳐져 전국으로 팔려나간다. 송도위판장 어시장에 가면 물 좋은 병어를 저렴하게 살 수 있다. 그러나 찾아가는 길이 만만치 않다. 원행(遠行)의 목적이 병어회 맛을 보는 데 있다면 상대적으로 가깝고 찾아가기도 쉬운 영광 설도포구, 법성포, 계마항 등을 고려해볼 만하다. 내친걸음에 서해안 최고의 해안드라이브 코스로 손꼽히는 백수해안도로를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백수해안도로는 해질녘에 찾아가는 것이 좋다. 오전에는 영광군 불갑면 모악리 불갑산 자락의 울창한 숲에 자리잡은 불갑사를 먼저 둘러본다. 이 절은 백제 침류왕 원년(384)에 중국 동진에서 건너와 백제에 처음 불교를 전해준 인도승 마라난타가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불갑사는 절집 자체보다도 주변 자연에 마음과 눈길이 더 쏠린다. 울창한 숲 터널 아래의 맑은 개울을 따라가는 진입로와 참식나무, 개상사화, 석산(꽃무릇), 굴참나무, 비자나무, 송악, 자귀나무 등이 자생하는 숲도 인상적이다.
천년고찰 불갑사를 껴안은 불갑산의 정상은 연실봉(516m)이다. 천혜의 전망대 연실봉에 올라서면 남쪽으로는 함평들녘과 나주평야가 시원스레 펼쳐지고, 서쪽으로는 영광군 염산면과 백수읍 일대의 드넓은 갯벌과 칠산바다가 시야에 들어온다. 염산면과 백수읍 해안에는 지금도 천일염을 생산하는 염전이 널려 있다. 특히 이름까지 ‘소금산’이라 붙여진 염산면(鹽山面)의 두우리, 야월리, 송암리 일대에는 바다처럼 광활한 소금밭이 펼쳐진다. 염산면과 이웃한 백수읍 사리에도 대규모 염전지대가 있다. 햇볕 좋은 날 늦은 오후에 가면 검은 소금밭에 활짝 핀, 눈부시도록 새하얀 소금꽃 전경을 볼 수 있다. 몇몇 염전에서는 외지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무료 염전체험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굴비, 황금빛 노을 일품 … 요즘엔 병어가 한창
영광군 백수읍 대전리에서 구수리까지 약 16km 떨어진 바닷가에는 백수해안도로가 개설돼 있다. 77번 국도의 일부 구간과 겹치는데, 칠산바다와 숱한 섬들을 바라보면서 달리게 된다. 길은 해안절벽 위쪽의 산허리를 따라 이어진다. 서해안은 대체로 경사가 완만하지만, 이곳만큼은 동해안의 융기된 해안단구처럼 절벽과 산비탈이 가파르다.
5월부터 8월까지 해당화 꽃길로 변신하는 백수해안도로는 탁 트인 전망이 일품이다. 해안도로변의 전망 좋은 언덕 두 곳에는 팔각전망대도 세워져 있다. 그곳에 서면 칠산도, 안마도, 송이도, 낙월도 등 섬들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다가온다. 해질녘 칠산바다를 붉게 물들이는 일몰과 저녁노을도 장엄하기 그지없다. 썰물 때는 해안선에서 10여 리나 뻗어나가는 갯벌이 장대한 실체를 드러내기도 한다. 밀물 때 바다에 잠기는 갯벌 곳곳에 인근 주민들이 병어, 숭어, 갑오징어, 광어, 낙지 등을 잡기 위해 설치해둔 ‘이강망’과 ‘정치망’이 복병처럼 흩어져 있다.
백수해안도로가 지나는 백암리 동백마을은 영화 ‘마파도’ 때문에 하루아침에 유명해졌다. 현재 15~16가구만 남은 이 마을에는 영화 세트장으로 지어진 5채의 집을 비롯해 절구, 우물 등의 영화 소품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지난해 개통된 덕산~대치미의 군도14호선은 건설교통부가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 중 아홉 번째로 선정한 길이다.
대치미마을을 지나고 모래미해수욕장이 시야에 들어올 즈음부터는 강처럼 좁아진 바다 저편에 백제 불교 최초 도래지가 빤히 보인다. 마라난타가 불교를 전파하기 위해 처음 상륙했던 곳이다. 이곳 진내리 좌우두의 바닷가 언덕에는 최근 인도 간다라양식의 불상과 간다라유물관, 거대한 정자와 석불 등이 들어서 있다. 인근 법성포(法聖浦) 지명의 ‘법’은 불법, ‘성’은 마라난타를 지칭한다.
법성포에 들어서면 짭조름하고 비릿한 굴비 냄새가 코끝에 진동한다. 쭛쭛수산, △△굴비 등의 간판을 내건 가게마다 가지런히 엮은 굴비 두름이 빈틈없이 들어차 있다. 조기 중에서도 법성포 앞 칠산바다에서 잡힌 참조기를 염산과 백수 일대에서 생산된 천일염으로 ‘섭장’한 뒤 법성포 해풍에 말린 것이 진짜 영광굴비다.
법성포에서 숲쟁이공원, 진내리 백제 불교 최초 도래지, 목맥마을, 칠곡삼거리 등을 거쳐 홍농읍 가마미해수욕장에 이르는 길도 줄곧 바닷가를 끼고 도는 아늑하고 정겨운 해안도로다. 가마미해수욕장 앞쪽으로는 고만고만한 크기와 모양의 섬 7개가 일자로 떠 있는 칠산바다가 펼쳐진다. 해질 무렵 붉은 노을이 내려앉은 칠산바다 위로 고깃배가 한가로이 떠가는 광경은 영화의 한 장면 같다.
백수해안도로변 석구미마을 바닷가 언덕에는 최근에 지어져 깔끔하고 전망이 좋은 답동펜션(061-352-7806)이 있다. 금강산가는길(061-352-6875), 해변민박(061-351-5799), 칠산민박(061-352-0571) 등도 백수해안도로변의 민박집이다. 법성포에는 반도모텔(061-356-0993), 청수장(061-356-6700) 등의 모텔이 있다. 인터넷 사용이 가능하고 시설이 괜찮은 숙소를 원한다면 영광읍의 팔레스모텔(061-351-5300), 그리스모텔(061-351-1010) 등을 권할 만하다.
맛집
백수해안도로변 금강산가는길에서는 병어, 광어, 우럭 등 진짜 자연산 활어회를 맛볼 수 있다. 주인이 직접 잡은 생선만 내놓는다. 백암전망대 옆 레스토랑 노을(061-353-1122)에서는 칠산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창가에 앉아 지는 해를 바라보며 식사를 할 수 있어 연인들이 많이 찾는다. 법성포에는 굴비구이, 굴비조림, 자리고비(통보리 속에서 말린 굴비) 등의 굴비 요리와 갖가지 해산물 요리를 푸짐하게 차려 내는 굴비정식집이 많다. 일번지식당(061-356-2268)은 ‘남도음식명가’로 지정된 맛집이고, 다랑가지식당(061-356-5588)은 꽃게장과 병어찜이 특히 맛있다. 불갑사 입구 할매보리밥(061-352-7844), 민속정(061-353-5507), 가오리회관(061-353-6327) 등에서는 산채보리밥이 먹을 만하다.
[가족 맞춤여행|전북 순창]
억겁의 세월 동안 강물에 깎여 만들어진 요강바위. 장구목의 상징인 이 바위는 한때 도난당하기도 했다.
[둘째 날] 09:00~10:00 회문산자연휴양림~일중리사거리(직진)~장산(김용택 시인의 고향)~천담교(717번 지방도)~임실, 순창 경계지점의 장구목(장군목) 입구(우회전)~내룡마을 등을 거쳐 장구목 도착`→`10:00~12:00 장구목에서 탁족 또는 낚시 즐기기`→`12:00~13:00 장구목~장구목 입구(좌회전, 717번 지방도)~강진사거리(직진, 27번 국도)~운암대교~신정삼거리(좌회전, 49번 국지도) 등을 지나 정읍시 산외면 산외한우마을 도착`→`13:00~14:00 점심식사`→`14:00~14:30 산외한우마을~산외삼거리(우회전)~용두교~산성삼거리(직진, 30번 국도)~태인 피향정사거리(좌회전)~태인사거리(직진, 부안 방면) 등을 거쳐 호남고속도로 태인IC 진입
‘순창’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고추장이다. 너무 짜거나 맵지 않으면서도 알큰하고 달큼한 맛이 신비스럽기까지 하다. 조선 태조 이성계가 순창 만일사에 기거하던 무학대사를 찾아가다 한 농가에서 먹어본 순창 고추장의 독특한 풍미에 반해 훗날 진상품이 됐다는 이야기도 전해온다. 순창 고추장 맛이 다른 지방의 그것과 크게 다른 것은 순창의 메주콩과 고추 품질이 좋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 순창은 전국 어느 곳보다 공기 중에 효모 효소균이 많아 메주가 잘 뜬다고 한다.
순창군에서는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고추장 제조 농가를 순창읍 백산리에 한데 모아 ‘순창전통고추장민속마을’로 이름지었다. 장류산업특구로도 지정된 이 마을의 고추장 가게들은 모두 기와집으로 지어져 민속마을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집 안에 들어가면 수십, 수백 개 장독이 독특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그 자리에서 고추장을 비롯해 된장, 쌈장, 각종 장아찌 등의 전통 장류를 시식해보고 구입할 수 있다. 고추장마을 맨 위쪽에 자리한 장류체험관에서는 직접 고추장을 담가서 가져가는 체험 프로그램이 연중 운영된다. 또한 고추장을 주재료로 활용한 요리강습도 있고, 손수 떡메를 쳐서 만든 찰떡을 맛보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순창장류체험관에는 직접 떡메를 쳐서 인절미를 만들어 먹는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회문산자연휴양림·섬진강 그림 같은 풍광 자랑
순창에 간 김에 우리나라 최초의 군립공원(郡立公園)인 강천산군립공원을 들러보는 것도 좋다. 순창읍에서 강천산 가는 길 양쪽에는 미끈하게 뻗은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가 늘어서 있어 마치 의장대 사열을 받는 것처럼 기분이 좋다. 순창과 담양의 경계를 짓는 강천산(583m)은 크고 작은 암봉과 아담하면서 수려한 계곡을 품은 명산이다. 계곡 중간쯤에는 신라 진성여왕 때 도선국사가 창건했다는 강천사가 있다. 절 위쪽 까마득한 절벽에는 높이 50m, 길이 75m의 구름다리 ‘현수교’도 걸려 있어 산행하는 재미가 다양하고도 아기자기하다.
강천산에는 최근 병풍폭포, 구장군폭포 등의 인공폭포가 조성돼 삼복의 불볕더위도 느끼지 못할 정도로 계곡 전체가 시원하다. 병풍폭포는 높이 30~40m의 병풍바위 암벽에서 너비 5~15m의 폭포수 세 줄기가 안개 같은 포말을 흩날리며 쏟아진다. 높이 120m의 암벽에 자리한 구장군폭포는 원래 자연적으로 생겨난 폭포지만, 수량이 적어 폭포수가 말라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아예 전기모터로 물을 끌어올려 분당 6t씩 떨어지게 만들었다고 한다.
병풍폭포와 구장군폭포 사이의 약 2.5km 구간에는 맨발체험로가 조성돼 있다. 울퉁불퉁한 등산로를 정비한 뒤에 적당히 굵은 마사토와 모래를 깔아놓아 맨발로 걷기에 제격이다. 건강을 챙길 수 있어 웰빙 산책로 또는 러브 산책로라 부르기도 한다. 길이 완만해 남녀노소 누구나 편안하게 걸을 수 있다. 발바닥에 전해오는 길의 감촉은 처음에 까칠하고 약간 따끔하기도 하다. 하지만 발바닥 곳곳의 혈(穴)이 자연스럽게 지압되면서 온몸이 날아갈 듯 가뿐해진다.
순창군 구림면 안정리 회문산(830m) 자락에 조성된 국립회문산자연휴양림도 빼놓을 수 없다. 회문산은 조선 말기에 면암 최익현 선생을 비롯한 의병들의 본거지였고, 6·25전쟁 때는 지리산과 함께 빨치산의 최대 근거지였다. 6·25전쟁 당시 이곳 울창한 숲에는 ‘사령트’라 불린 전북도당 유격대사령부와 빨치산 간부들의 정치학습장이던 ‘노령학원’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회문산자연휴양림에서는 섬진강이 지척이다. 초입에서 만나는 강줄기를 따라가면 ‘섬진강 시인’ 김용택의 고향 장산(진메)마을, 한가로운 강변마을인 천담리와 구담리, 기묘한 모양의 바위들로 뒤덮인 장구목(장군목)유원지 등이 잇따라 나타난다. 500여 리 섬진강 물길 가운데서도 가장 향토적이고 서정미 넘치는 강변 풍경이 그림처럼 눈앞에 펼쳐진다. 산자락과 강줄기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섬진강의 풍광은 순창군 동계면 내룡마을의 장구목에서 절정에 이른다.
장구목 일대에는 진짜 요강처럼 생긴 요강바위를 비롯해 천태만상의 바위들이 강줄기를 따라 3km나 늘어서 있다. 하나같이 일부러 조각해놓은 듯 섬세하고 정교하지만, 실은 수천 수만 년의 세월 동안 강물이 쓰다듬고 어루만져 태어난 작품들이다. 장구목 주변에는 소와 여울이 많아 낚시를 즐기기에도 좋다.
순창전통고추장마을 내의 장류체험관(063-650-1813)에서도 숙박이 가능한데, 시설이 깨끗하고 값도 저렴한 편이다. 2인용 침대방이나 4인용 온돌방의 하룻밤 숙박료가 3만원 선. 강천산군립공원에는 붐모텔(063-653-4728), 강천각(063-652-9920) 등이 있고 장구목 주변에는 산수풍경(063-653-8948), 장구목가든민박(063-653-3917) 등의 민박집이 있다. 국립회문산자연휴양림(063-653-4779)에도 총 16실 규모의 숙박시설이 있지만, 주말이나 휴일 전날은 객실이 한 달 전쯤 예약이 완료된다. 7~8월에는 야영장을 이용하는 것도 괜찮다.
맛집
고추장 맛이 좋은 순창에는 별미집도 여럿이다. 순창 읍내의 새집(063-653-2271), 남원집(063-653-2376), 우정식당(063-653-2627) 등은 순창 고추장에 무친 각종 장아찌와 쇠불고기, 제육볶음, 조기구이, 갈치조림, 홍어무침 등의 맛깔스런 반찬을 한 상 푸짐하게 차려내는 한정식집이다. 순창5일장터의 이대째순대집(063-653-0456)과 금과면 방축리의 방축리토종순대(063-652-1560)는 전라도식 암뽕순대 맛이 일품이다. 강천산 부근에서는 산호가든농원(민물새우탕 063-652-4035), 신천지가든(해물탕 063-652-5344) 등이 권할 만하다. 귀로에는 일부러라도 정읍시 산외면의 산외한우마을을 들러봄직하다. 작은 면소재지 마을에 40여 개의 정육점이 밀집해 있는데, 당일 도축한 한우(비거세 수소)의 등심, 안심, 치맛살, 제비추리 부위를 근(600g)당 1만4000원에 구입할 수 있다.
국토 최서남단 가거도가 뜨고 있다. 그동안 짝수일에만 1회 왕복 운항되던 목포항과 가거도를 잇는 여객선이 5월1일부터 매일 1회씩으로 증편된 덕분이다. 그래도 가거도까지 가는 길은 만만치 않다. 수도권 지역에서 다녀오려면 적어도 2박3일은 필요하다. 가거도행 여객선이 목포항에서 아침 8시에 출발하기 때문에 그 전날은 목포에서 하룻밤을 묵어야 한다.
다도해의 관문 목포에는 의외로 다양한 문화공간이 조성돼 있다. 특히 용해동 ‘갓바위 문화의 거리’는 대도시에도 흔치 않은 전시공간 밀집지역이다. 우리나라 유일의 해양박물관이자 수중발굴조사 전문기관인 국립해양유물전시관도 이곳에 있다. 6073평(2만75m2) 대지에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로 지어진 건물에는 신안선실을 비롯해 완도선실, 어촌민속실, 선박사실, 체험실 등이 들어서 있다. 그중 1976년부터 신안군 증도 앞바다에서 인양된 ‘신안선’의 실물을 볼 수 있는 신안선실이 눈에 띈다. 84년까지 진행된 신안해저유물 발굴조사에서는 도자기, 동전, 금속유물, 향신료 등의 유물이 총 2만3502점이나 인양됐는데, 바로 그 유물들을 신안실에서 직접 볼 수 있는 것이다.
국립해양유물전시관 맞은편에는 목포자연사박물관의 자연사관과 문예역사관이 들어서 있다. 목포자연사박물관 옆에는 목포 지역 도자기 산업의 역사와 현황을 보여주는 한국산업도자전시관이 있고, 그 앞쪽에는 소치 허련의 손자이자 한국 남화의 대가인 남농 허건의 작품들을 소장한 남농기념관이 자리잡고 있다.
목포는 1897년 10월 우리나라에서 네 번째로 개항한 근대도시이자 일제강점기 수탈의 전초기지였다. 당시 목포의 중심지던 대의동, 중앙동, 유달동 일대에는 지금까지도 일제의 자취가 짙게 남아 있다. 그중 대의동의 목포문화원(사적 제289호) 건물은 일본영사관으로 사용하기 위해 1900년 목포에서 처음 서양식으로 지은 근대 역사유적이다. 옛 일본영사관 건물에서 200m 내외의 거리에는 일제의 수탈기관이었던 동양척식주식회사 목포 지점(현재 목포근대역사관) 건물, 일본식 정원과 가옥의 원형을 고스란히 간직한 이훈동 정원도 있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이 붙인 ‘소흑산도’라는 지명으로 더 유명한 가거도는 행정구역상 전남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리에 속한다. 목포에서 직선거리로는 145km, 뱃길로는 233km다. 중국과 가장 가까운 땅이어서 ‘중국의 닭 울음소리가 들리는 섬’으로 불린다. 또 ‘가도 가도 뱃길의 끝이 보이지 않는 섬’이라고도 한다. 사람들은 다시 뭍으로 나오기도 쉽지 않은 탓에 “가거든 오지 마라”는 우스갯소리를 곧잘 한다. 6·25전쟁 당시에도 가거도 주민들은 아무 피해 없이 전쟁 관련 소식을 남의 일처럼 전해들었다고 한다.
때 묻지 않은 ‘가거도 8경’ 빼어난 절경 자랑
가거도는 그렇게 먼 뱃길조차도 기꺼울 만큼 매력적인 섬이다. 숲이 울창하고 해안마다 절경을 이루고 있어 ‘다도해 최고의 관광지’ 홍도 못지않다. 홍도가 섬세하고 아기자기한 여성미를 보여준다면, 가거도는 굵고 힘찬 남성미를 느끼게 한다. 특히 신안군 최고봉(639m)인 독실산 정상, 장군봉과 회룡산, 돛단바위와 기둥바위, 병풍바위와 망부석, 구정골짝, 소등과 망향바위, 남문과 고랫여, 국흘도와 칼바위 등의 ‘가거도 8경’은 홍도 33경에 비견될 정도로 빼어난 절경을 자랑한다. 거기에다 가거도 사람들과 자연은 아직까지도 외딴섬 특유의 순박한 인심과 때 묻지 않은 자연미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9.18km2 면적에 해안선 길이가 22km밖에 되지 않는 가거도에는 대리(1구), 항리(2구), 대풍리(3구) 세 자연부락이 있다. 면 출장소, 우체국, 보건소, 초·중학교 등의 공공기관과 여관, 슈퍼마켓, 음식점, 항만 등이 들어선 대리에 주민 대다수가 거주한다. 그러나 자연풍광만 따지면 항리가 단연 으뜸이다. 깎아지른 듯한 해안절벽의 중간쯤에 자리잡은 항리마을의 풍경은 우리나라 어디에서도 볼 수 없을 정도로 독특하다. 게다가 넓은 풀밭과 바위가 어우러진 섬등반도는 이국적 정취가 물씬 풍겨 영화 ‘극락도 살인사건’의 주요 촬영지로도 활용됐다. 가거도에서 하룻밤 묵기에도 항리가 가장 좋다. 이곳 선착장에서는 초보 낚시꾼들에게도 팔뚝만한 우럭이나 노래미가 곧잘 걸려든다. 요즘에는 주민들의 정치망 날치잡이를 구경하면서 직접 그물을 당기거나 그물에 걸린 날치를 떼어내는 일일 어부체험도 할 수 있다.
가거도는 섬 전역에 갯바위와 여(礖)가 산재한 천혜의 낚시 포인트다. 특히 이맘때는 팔뚝만한 농어와 돌돔(갯돔)이 심심찮게 걸려들고, 1월 말부터 이듬해 3월 초까지는 ‘5짜’(50cm) 이상의 감성돔이 속출, 강태공들을 흥분시킨다. 그래서 가거도를 한 번 찾은 ‘꾼’들은 짜릿한 손맛을 잊지 못해 다시 찾는다고 한다. 심지어 10~20년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찾아오는 단골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이런 색다른 체험이 있기에 가거도 여정은 최대한 여유 있게 잡기를 권한다.
[둘째 날] 06:00~06:40 기상 후 세면 및 숙소 체크아웃`→`06:40~07:20 아침식사→`07:20~08:00 목포 여객선터미널로 이동, 가거도행 여객선 출발`→`12:30~13:00 가거도항 도착 후 민박집으로 이동`→`13:00~ 가거도 해상일주 및 독실산 등산, 바다낚시 체험
[셋째 날] 12:00까지 가거도 자유여행`→`12:30 목포행 여객선 출발`→`17:00 목포항 도착`→`17:00~18:30 저녁식사 후 목포역으로 이동`→`19:00 서울 용산행 KTX 출발`→`22:18 용산역 도착
숙박
목포시내의 하당 신도시와 북항 일대에는 시설 좋고 깔끔한 숙박업소가 많다. 그래도 아침식사를 한 뒤 목포여객선터미널로 이동하려면 북항 쪽의 업소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민박집뿐인 가거도에서는 항리(가거도2구)의 섬누리리조트(061-246-3418)가 권할 만하다. 선착장 위쪽의 해안절벽 중간쯤에 자리잡고 있어 창문만 열면 항리 부근의 쪽빛바다와 섬등반도의 기암절벽이 한눈에 들어올 만큼 조망이 상쾌하다. 미리 부탁하면 식사도 차려주는데 날치회덮밥, 우럭찜, 전복회, 노래미탕 등의 진귀하고 값비싼 해물요리가 끼니때마다 밥상에 오른다.
맛집
목포에는 해물을 주재료로 한 별미집이 많다. 장터(꽃게무침 061-244-8880), 독도해물탕(061-283-1057), 남도밥상(가정식백반 061-285-3677), 영란횟집(민어회 061-243-7311), 금메달식당(홍어요리 061-272-0606), 호산회관(061-278-0050) 등은 목포뿐 아니라 남도의 미각을 대표하는 맛집들이다. 특히 중동 초원관광호텔 부근의 골목에 자리잡은 장터의 꽃게무침은 살이 꽉 찬 꽃게와 새빨가면서도 맵지 않은 양념의 조화가 아주 맛깔스럽다.
[가족 맞춤여행 평창|대관령]
마른장마가 계속되던 예년과는 달리 올해 장마철은 비가 잦고 후텁지근하다. 언제 폭우를 만날지 모르니 큰마음 먹고 먼 길을 떠나기도 부담스럽다. 이럴 땐 장맛비가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든 틈을 이용해 ‘번개나들이’를 떠나는 것이 제격이다. 출발지가 수도권이라면 당일 일정도 가능한 평창 대관령을 추천하고 싶다. 평균 해발고도가 사람 살기에 가장 좋다는 700m 이상인 데다 이맘때쯤 여름철 풍경이 더없이 시원하고 아름답기 때문이다.
해발 832m의 대관령은 백두대간의 한 준령이다. 봄부터 가을까지 수많은 야생화가 잇따라 피고 진다. 한여름인 7월 중순에는 하늘나리, 참나리, 말나리 등 백합과 야생화가 사람들의 눈길을 잡아끈다.
지형적으로 ‘고위평탄면’을 이루는 대관령 일대에는 양, 한우, 젖소 등을 방목하는 목장이 많다. 특히 대관령양떼목장과 대관령삼양목장은 주말과 휴일이면 수천~수만명의 관광객이 찾아오는 명소다. 옛 대관령휴게소(상행선) 뒤편에 자리한 대관령양떼목장은 마치 동화 속의 목장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부챗살처럼 퍼진 산비탈에 조성된 6만여 평의 초원에서 양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는 광경은 정말 아름답다. 목장 한가운데 축사에는 관광객이 직접 양들에게 먹이를 주는 체험장도 마련돼 있다. 또 여러 편의 영화가 촬영됐을 정도로 멋진 초원길을 걸어서 한 바퀴 둘러보기도 좋고, 자연적으로 생겨난 야생화 꽃밭에서 형형색색의 들꽃을 감상할 수도 있다. 노루오줌, 동자꽃을 비롯해 눈에 들어오는 들꽃마다 때깔 곱고 빛깔도 싱그럽다.
‘해발 700m’ 이국적 풍광 환상 … 오대산도 꼭 들러볼 코스
해발 850~1470m대의 고원에 자리잡은 대관령삼양목장은 상쾌하다. 600만 평 규모의 광활한 초원에 서면 백두대간의 등줄기를 타고 넘어오는 바람의 힘찬 기상과 서늘한 기운이 고스란히 피부에 와 닿는다. 한여름에도 한기가 느껴질 만큼 고지대여서 피서지로 안성맞춤이다. 게다가 파란 하늘과 맞닿은 초원에서 수십 마리의 소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는 모습은 우리나라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목가적 풍광이다. 또 대관령삼양목장과 그 주변 백두대간 능선에는 총 49기의 풍력발전기가 있어 이국적인 풍광을 자아낸다. 지름 50m의 초대형 날개가 있는 이 발전기는 강릉 경포대에서도 또렷이 보일 정도로 엄청난 규모를 자랑한다.
초대형 풍력발전기들이 늘어서서 온몸에 바람을 맞는 능선까지는 셔틀버스가 운행한다. 버스를 타고 바다가 보이는 동해전망대(해발 1140m)까지 올라간 다음, 내려올 때는 4km의 초원길을 찬찬히 걸어보는 것이 좋다. 똑같은 길도 차를 타고 갈 때보다는 걸어갈 때 훨씬 많은 것이 눈에 들어온다. 길가에 소담스레 핀 야생화와 바람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구름, 안개도 더 생생하게 관찰할 수 있다. 또 ‘태극기 휘날리며’ ‘가을동화’ ‘연애소설’ 등의 영화나 TV 드라마가 촬영된 명소들을 찾아볼 수 있고,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주인공처럼 흥겹게 노래하며 초원을 거닐 수도 있다.
대관령의 두 목장을 둘러본 뒤에도 시간 여유가 있다면, 여정은 자연스레 오대산으로 이어진다. 천년고찰 월정사와 상원사를 품은 오대산은 우리나라 어느 명산보다 아늑한 느낌을 준다. 숲이 깊고 산자락이 부드러워 마치 어머니 품속처럼 편안해진다. 또한 산자락 곳곳마다 불교 설화와 사연들이 짙게 배어 있어 불교 성지로서의 신비감과 경건함을 느끼게 한다.
오대산 어귀 병내삼거리 부근에 자리한 한국자생식물원도 지나는 길에 잠시 들러볼 만하다. 총면적 3만3000여 평의 식물원에는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식물 1000여 종이 자라고 있는데, 이맘때는 분홍바늘꽃이 장관을 이룬다. 그리고 분홍바늘꽃이 절정을 넘어설 즈음이면 다시 한국 특산식물인 벌개미취가 산비탈 전체를 뒤덮는 진풍경이 연출된다.
| 여행 정보 |
[맛집] 횡계리 황태회관(033-335-5795)은 황태구이, 황태찜, 황태해장국 등을 내놓는 황태요리 전문점이다. 횡계리 향토별미 오삼(오징어+삼겹살)불고기는 납작식당(033-335-5477)이 잘한다. 횡계리에서 월정사로 가는 456번 지방도변에 자리한 도암면 유천리에는 꿩만둣국, 돼지편육, 막국수 등을 잘하기로 소문난 유천막국수집(033-332-6423)이 있다. 그 밖에 오대산 월정사 어귀의 오대산통일식당(033-333-8855), 오대산식당(033-332-6808), 비로봉식당(033-332-6597) 등 산채요리 전문점도 들러볼 만하다.
경북 울진을 찾아가는 길은 크게 두 갈래다. 중앙고속도로 풍기IC에서 36번 국도를 타고 불영계곡 쪽으로 가는 길과 동해고속도로 동해IC에서 7번 국도를 타고 동해안을 따라가는 길이 그것이다.
제각기 내륙과 해안을 종횡으로 내달리는 두 길의 느낌은 서로 판이하다. 그러므로 두 길을 번갈아 이용하면 울진 여행의 모범코스가 된다. 그래도 먼저 7번 국도변의 동해안 풍경을 감상하면서 울진 땅을 찾아가는 것이 상대적으로 덜 지루할 듯하다.
강원도와 경상북도의 경계를 넘어서자마자 맨 처음 만나는 마을은 울진군 북면의 고포마을이다. 조선시대에 임금에게 진상할 정도로 맛 좋은 자연산 미역인 ‘화포’의 산지로 유명한 마을이다. 하지만 오늘날의 고포마을은 복개된 실개천을 사이에 두고 강원도와 경상북도로 분단돼 있다. 불과 2~3m 앞의 이웃에게 전화를 걸어도 시외전화 요금을 내야 한다. 한 마을이 두 개의 행정구역으로 분리된 탓에 겪는 불편은 한둘이 아니다.
고포마을 남쪽에는 나곡해수욕장이 있다. 자연풍광이 아름다운 곳이지만, 피서철 성수기에도 비교적 한가롭게 해수욕이나 갯바위낚시를 즐길 수 있다. 나곡해수욕장과 울진 원자력발전소를 지나면 어느새 죽변항에 들어선다.
울진대게 본고장인 죽변항에서는 어디서나 죽변등대가 눈에 띈다. 1910년 세워졌다는 이 등대 주변에는 대나무(산죽)가 지천이다. 그래서 지명도 ‘대가실’이다. 바람이 불 때마다 대나무끼리 줄기와 잎을 비비며 쏟아내는 소리가 파도소리에 뒤섞여 묘한 울림을 전한다. 죽변등대 북쪽 바닷가 언덕 위에는 빨간 지붕의 교회 건물과 아주 오래된 듯한 일본식 집이 눈길을 끈다. TV 드라마 ‘폭풍 속으로’의 오픈세트다. 대가실의 쪽빛 바다와 빨간 지붕의 교회, 이국적 형태의 집이 어우러져 영화의 한 장면 같은 풍광을 연출한다.
죽변항과 이웃한 봉평리에는 1988년 발견된 봉평신라비가 있다. 높이 204cm가량의 자연석 빗돌을 다듬어 약 400자의 한자를 새겨놓은 신라시대 비석이다. 당시 울진 지역에 대군(大軍)을 파견할 만한 어떤 사건이 벌어졌는데, 그 사건을 해결한 뒤의 조처와 행형(行刑)에 관한 내용이 기록돼 있다. 현존하는 신라 비석 중 가장 오래됐다는 이 비석은 역사자료로서 가치가 커 국보 제242호로 지정됐다. 그리고 봉평리의 봉평해수욕장은 7번 국도의 옛 구간과 맞닿아 있어 찾아가기 편리한 데다 물빛이 맑고 모래가 고와 피서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봉평해수욕장에서 울진읍내까지는 지척이고, 읍내를 벗어나 조금만 남쪽으로 내려가면 수산교 사거리에 이른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꺾어지면 구불구불한 불영천 물길을 따라가는 36번 국도에 들어선다. 이 길은 우리나라에서 손꼽힐 정도로 풍광이 수려한 계곡 드라이브코스다. 더욱이 길가의 산비탈에는 준수한 자태의 소나무가 빼곡히 들어찼다. 하나같이 밑동이 굵고 줄기가 곧으며 수피(樹皮)가 붉다. 춘양목, 황장목, 강송 등으로도 불리는 금강송이다. 미인처럼 곱고 향기로운 금강송이 군락을 이룬 숲은 아름답고 청징(淸澄)하다.
풍광 뛰어난 해수욕장 즐비 … 금강송숲·죽변항도 가볼 만
왕피천에 합류된 불영계곡의 물길이 동해바다로 흘러드는 하구 근처에는 관동팔경 중 하나인 망양정(望洋亭)이 있다. 바닷가 솔숲 언덕에 자리잡은 이 정자에서는 푸른 동해바다가 장쾌하게 조망된다. 하지만 지금의 망양정은 본래 자리에 있지도 않은 데다 건물도 근래 지어진 것이어서 예스러운 멋이 없다.
망양정이 자리한 근남면 산포리에서 원남면 오산리에 이르는 917번 지방도는 시종 그림 같은 해안을 끼고 달린다. 이 길을 따라가다 보면 물 맑고 모래 고운 해변이 군데군데 눈에 띈다. 망양해수욕장 외에 딱히 해수욕장이라 명명된 곳은 없어도 해수욕을 즐길 만한 조건은 두루 갖춘 해변들이다. 이 해안도로는 오산리에서 다시 7번 국도와 만나게 된다. 여기서 옛 망양정 터에 자리한 망양휴게소를 거쳐 울진 땅의 또 다른 관동팔경인 월송정까지의 거리는 17km쯤 된다. 월송정은 정자 자체보다도 주변 솔숲이 더 인상적이다. 특히 교교한 달빛이 솔숲에 스며드는 보름날 밤의 정취가 유난히 아름답다고 한다.
월송정까지 둘러봤다면 울진에서의 여정은 얼추 마무리된 셈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일정이 넉넉한 여름 휴가철에는 먼 길을 달려 울진 땅만 둘러보고 오기에는 정말 아쉽다. 북쪽의 삼척이나 남쪽의 영덕, 봉화 영양 같은 경북 내륙지방과 연계해 3박4일 정도 넉넉하게 일정을 잡는 것이 좋다.
하지만 굳이 많은 곳을 둘러보려고 바삐 움직일 필요는 없다. 가다가 마음 끌리는 곳이 있으면 그곳에서 자리잡고 며칠 동안 머무르는 것이 진정한 휴가다. 이번 호의 ‘가족 맞춤여행’에서 세부적인 추천 일정을 제시하지 않고, 기본적인 이동경로만 제시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 여행 정보 |
[가족 맞춤여행|전남 담양]
전남 담양군은 대나무골이다. 어디를 가도 대숲이 있다. 무성한 대숲은 사람들 기분을 상쾌하게 만든다. 담양에는 옛 시인묵객과 선비들의 자취가 서린 정자와 원림(園林)이 유달리 많다. 대나무는 선비들이 목숨보다 소중히 여겼던 지조와 절개의 상징이니만큼, 어쩌면 대나무골 담양에 조선 선비들의 자취가 많은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담양 땅에 남은 정자나 원림으로는 소쇄원, 식영정, 환벽당, 명옥헌, 면앙정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짜임새 있고 멋스럽기로 첫손 꼽히는 곳은 남곡 지곡리에 자리한 소쇄원이다. 조광조의 제자였던 소쇄옹 양산보(1503~1557)가 조성한 이 정원은 ‘우리나라 전통 원림의 백미’로 평가된다. 그렇다고 해서 규모가 대단한 곳은 아니다. 전체 면적이 1400평에 불과하지만 무엇보다 자연과 인공의 조화가 완벽하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한때 10여 채에 이르던 소쇄원 부속건물은 이제 제월당, 광풍각, 대봉대만 남았다. 쓸쓸해 보일지 모른다는 우려가 앞섰지만 오히려 건물과 자연 사이의 공간이 넉넉해서 전체 분위기가 훨씬 자연스럽고 여유롭다. 이런 소쇄원을 처음 찾은 사람들은 마치 딴 세상에 들어선 듯한 감흥에 젖는다. 그리 길지 않은 대숲 길과 산책로를 찬찬히 걸으며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노라면, 자신과 옛 건물과 자연이 하나 된 듯한 경지도 잠깐이나마 누릴 수 있다.
소쇄원 들머리에서 큰길을 따라 광주호 쪽으로 조금 내려가면, 개울 건너편의 언덕에 자리잡은 환벽당이 보인다. 인근의 식영정, 고서면 원강리의 송강정과 함께 송강 정철(1536~1593)의 대표적인 유적으로 꼽히는 환벽당은 송강이 어린 시절 학문을 익힌 곳이다. 환벽당 맞은편의 가사문학관 앞을 지나면 금세 식영정 어귀에 이른다. 송강은 이곳 솔숲에 자리잡은 식영정에서 자신의 대표작 ‘성산별곡’을 지었다.
소쇄원·식영정·환벽당 등 멋스럽고 운치있는 유적 가득
식영정에서 자동차로 10여 분 거리인 고서면 후산마을에는 수백 년 묵은 배롱나무와 노송이 장관을 이루는 명옥헌이 옛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사실 삼복염천에 굳이 담양의 원림을 둘러보는 것은 명옥헌의 배롱나무꽃을 구경하기 위함이다.
자미화(紫薇花), 백일홍, 목백일홍 등으로 불리는 배롱나무는 초여름부터 초가을까지 약 100일 동안이나 잇따라 피고 지는 붉은 꽃이 매혹적이다. 정열의 춤을 추는 무희 같기도 하고, 지체 높은 가문의 조신한 규수 같은 분위기도 풍긴다. 무희든 규수든, 만개한 배롱나무꽃은 사람들의 마음을 들뜨게 한다. 바로 이곳 명옥헌은 오래된 배롱나무 고목들이 숲처럼 우거져 있어 여름 내내 섬뜩한 꽃불이 사그라지지 않는 곳이다.
명옥헌의 지척에 자리한 창평은 송강이 감성과 시심(詩心)을 키운 땅이다. 16세 때 할아버지 묘가 있는 창평으로 내려온 송강은 기대승 김인후 송순 임억령 등 호남의 여러 대학자와 문인들에게 학문과 시를 체계적으로 배웠다. 지금도 창평에 가면 고풍스런 멋이 느껴진다. 옛날 방식으로 창평엿과 창평한과가 제조되고, 지난해 6월 등록문화재 제265호로 지정된 삼천리 삼지천마을의 오래된 돌담길도 운치 있다.
우리나라 가사문학 중 최고봉으로 꼽히는 ‘면앙정가’의 산실인 면앙정(봉산면 제월리)을 둘러본 뒤에는 담양읍내로 향한다. 담양은 가로수길이 근사하기로 대한민국에서 첫손가락 꼽히는 고장이다. 소쇄원 근처 자미탄 개울가에는 배롱나무꽃이 여름 내내 피고 지고, 담양읍을 중심으로 사통팔달 뻗은 여러 국도변에는 원추형으로 곧게 뻗은 메타세쿼이아가 열병하듯 늘어섰다.
담양의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 가운데 꼭 가봐야 할 곳은 담양읍에서 순창군 경계지점까지의 24번 국도 구간이다. 아름드리 고목이 촘촘히 늘어서 근사한 숲 터널을 이뤘다. 이곳에는 메타세쿼이아길 못지않게 아름답고 운치 있는 산책로가 또 있다. 담양읍내를 휘감아 도는 담양천 제방에 2km쯤 늘어선 관방제림(천연기념물 제366호)이 그것이다.
관방제림이 있는 담양읍내에서 서북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호남의 5대 명산 중 하나인 추월산(731m)과 금성산(603m)이 우뚝하다. 그중 금성산 정상 부근의 암봉과 산허리에는 삼한시대 처음 축조됐다는 금성산성이 둘러져 있다. 튼실하게 축조된 성 자체도 볼만하지만, 무엇보다 주변의 산자락과 들녘과 마을을 죄다 끌어앉은 조망이 일품이다.
찻길이 끝나는 곳에서 산책하듯 가벼운 기분으로 20여 분만 걸으면 이 산성 관문인 외남문에 당도할 수 있다. 일단 이곳에만 올라서도 가슴이 뻥 뚫릴 듯 상쾌한 조망을 누릴 수 있다. 담양호 건너편 추월산은 손에 닿을 듯 가깝고, 멀리 광주 무등산과 광양 백운산까지도 아스라이 눈에 들어온다. 2km 가까운 성벽길은 지형에 따라 율동감 있게 오르내려 산책을 겸한 등산코스로도 안성맞춤이다.
[둘째 날] 08:00~08:30 담양읍(24번 국도, 순창 방면)~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을 거쳐 금성면 석현리 도착`→`08:30~09:20 아침식사(댓잎두부전골)`→`09:20~09:30 석현리(24번 국도, 순창 방면)~원율삼거리(좌회전, 금성산성 방면) 거쳐 금성산성 주차장 도착`→`09:30~12:00 금성산성 성벽 일주 후 주차장 도착`→`12:00~12:20 금성산성 주차장~원율삼거리~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을 거쳐 담양읍내 도착`→`12:20~13:20 점심식사(대통밥과 죽순회무침)→ 13:30 88올림픽고속도로 담양IC 진입
| 여행 정보 |
[맛집] 대나무골 담양에는 죽순요리 전문점과 내력 깊은 떡갈비집이 여럿 있다. 담양읍 외곽의 한상근대통밥집(061-382-1999)과 민속식당(061-381-2515), 월산면 소재지의 죽림원(061-383-1292) 등은 대통밥과 죽순요리를 잘하는 집이고, 신식당(061-382-9901)과 덕인관(061-381-7881)은 떡갈비 전문점이다.
그 밖에 관방제림 어귀의 진우네집국수(잔치국수 061-381-5344), 담양읍사무소 근처의 승일식당(돼지숯불갈비 061-382-9011), 소쇄원 근처의 달맞이흑두부(흑두부요리 061-381-5255)와 성산산장(붕어찜 061-383-1045), 창평시장 안의 창평국밥(061-381-8253) 등도 남도의 깊은 손맛과 푸짐한 인심을 맛볼 수 있는 집들이다.
[가족 맞춤여행|강원도 영월]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대부분 7월25일에서 8월15일 사이에 여름휴가를 결정한다. 이 때문에 유명 해수욕장과 관광명소는 물론 1년 내내 한적하던 계곡과 작은 해변까지도 피서인파로 북새통을 이룬다. 그런데 8월15일이 지나면 피서지들은 거짓말처럼 한산해지기 시작한다. 피서지 상인들이야 아쉽겠지만 늦은 휴가를 떠나는 사람들에게는 쾌적한 피서를 즐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피서란 주말여행과 달리 한자리에 눌러앉아 모처럼의 여유와 휴가를 즐기는 방식이 이상적이다. 늦은 피서를 결심했다면 이왕이면 오래 머물고 싶을 정도로 안락한 ‘장소 선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필자의 경우 산 좋고 물 맑은, 게다가 음식까지 뛰어난 강원도 영월 땅을 나만의 피서지로 삼고 있다. 특히 영월군 수주면 법흥리는 산이 높고 골이 깊어 번잡한 세상사를 잊고 오래 쉬어갈 만한 곳이다.
사자산(1120m) 기슭에서 발원한 법흥계곡 물길은 법흥사를 거쳐 요선정 아래에서 서만이강과 합류해 주천강으로 흘러든다. 주천강은 다시 평창 쪽에서 흘러온 평창강의 물길을 보태 영월 서강을 이룬다. 서강의 최상류인 법흥계곡은 사자산과 백덕산(1350m) 기슭의 숱한 골짜기에서 청정옥수가 흘러든다. 1급수 맑은 물에만 서식한다는 옆새우, 열목어 등도 이곳에서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또한 골짜기가 깊으면서도 물길 양쪽에 넓은 솔숲과 논밭이 형성돼 궁벽한 두메산골 느낌을 주지 않는다.
단종의 숨결 느껴지는 관음송·금표비 등 답사 필수
법흥계곡은 물놀이나 야영을 즐기기에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췄다. 최상류 계류인데도 물살이 느릿하고 군데군데 적당한 깊이의 소(沼)나 웅덩이가 형성돼 있다. 법흥사 가는 진입로가 계곡의 물길을 따라 이어지기 때문에 접근성도 좋다. 또한 양쪽의 울창한 솔숲은 삼복염천의 따가운 햇살까지 차단한다. 법흥계곡을 거슬러 오르다 보면 솔밭캠프장 우리들캠프장 정든오토캠프장 남강캠프장 등 각종 편의시설을 갖춘 야영장과 오토캠핑장, 그리고 유럽식 펜션 건물이 잇따라 나타난다. 법흥계곡의 깊숙한 곳에 자리잡은 법흥사는 신라 선덕여왕 12년(643)에 자장율사가 중국 당나라에서 가져온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봉안하기 위해 창건한 고찰(古刹)이다. 오늘날 오대산 상원사, 태백산 정암사, 영취산 통도사, 설악산 봉정암 등과 함께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으로 꼽힌다. 그래서 적멸보궁 건물 안에는 불상이 없고, 대신 뒤쪽 풍경이 훤히 보이는 유리창 하나가 뚫려 있다. 그 창을 통해 보이는 언덕이 바로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봉안된 곳이다.
법흥계곡의 물길이 흘러드는 영월 서강 주변에는 요선정, 한반도지형, 선돌, 청령포 등의 절경이 산재한다. 이 가운데 법흥계곡과 서만이강의 합수머리 부근에 있는 요선정은 우뚝 솟은 절벽 위에 자리잡은 정자다. 그 옆에 있는 물방울 모양의 바위에는 동안의 마애불이 조각돼 있고, 앞쪽에는 작고 소박한 삼층석탑을 만날 수 있다.
뜻밖의 장소에서 만난 마애불과 석탑은 사람의 마음을 살포시 잡아챈다. 하지만 무엇보다 사람들의 마음을 끄는 것은 정자에서 바라보는 주천강의 상쾌한 풍경이다. 겹겹이 둘러쳐진 산줄기 사이로 흐르는 강물의 기상에 시선을 빼앗길 것이다. 요선정 아래 강가에는 억겁의 세월 동안 강물에 침하된 바위들이 즐비하다.
영월군 서면 옹정리 선암마을에 형성된 한반도지형은 서강의 물길이 굽이치면서 만들어놓은 걸작이다. 맞은편 산등성이의 전망대에서 바라보면 영락없이 한반도의 축소판이다. 동쪽의 급경사와 깊은 바다, 서쪽의 완만한 평야지대, 그리고 백두대간의 무성한 숲과 땅끝 해남, 포항 호미곶까지 또렷이 표현돼 있다. 이맘때쯤에는 한반도지형이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대 주변에 근래 심어놓은 무궁화가 만개해 장관을 이룬다.
선돌은 단종의 능묘인 장릉 가는 길의 소나기재 정상 부근에 자리한 절경이다. 소나기재 정상에서 숲길을 따라 50m가량 들어가면 선돌의 장관이 펼쳐진다. 물길과 산자락의 조화가 빼어난 영월 땅에서도 가장 수려하고 장엄한 경관이다. 까마득히 높은 절벽에 서면 태극을 이루며 굽이치는 서강의 짙푸른 물길과 끝없이 중첩된 백두대간의 산줄기가 한 폭의 진경산수처럼 장대한 경관을 펼쳐 보인다.
선돌에서 아스라이 보이는 청령포 역시 서강의 대표적인 절경이다. 청령포는 동, 남, 북 삼면으로 강물이 흐르고, 서쪽에는 ‘육육봉’이라 불리는 암벽이 솟아 있어 나룻배 없이는 드나들기 어려운 곳이다. 그야말로 ‘육지 속의 섬’인 이곳은 단종의 유배지로도 유명하다.
지금도 단종의 생전 모습을 지켜본 관음송(천연기념물 제349호)과 단종이 매일 해거름마다 올라서 한양 쪽을 바라보며 슬픔에 잠겼다는 노산대, 단종 유배 당시 세웠다는 금표비, 영조 때 세운 단묘유지비가 있어 단종애사를 좇는 답사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그 밖에도 영월에는 산과 강이 어우러진 절경과 억겁의 세월을 고스란히 담은 석회동굴이 산재한다. 하지만 한꺼번에 모든 것을 섭렵할 필요는 없다. 눈이 즐겁기보다는 몸과 마음이 두루 편한 여행이 삶의 활력소가 되기 때문이다.
둘째 날 10:00 캠핑장 출발→10:00~11:00 법흥사 적멸보궁 참배→11:00~11:40 요선정과 그 아래의 강변 산책→11:40~12:10 요선정 입구~도원교~섬안교(좌회전, 411번 지방도) 등을 거쳐 황둔마을 도착→12:10~13:00 점심식사(막국수)→13:30 황둔마을(88번 국지도)~신림터널 등을 지나 중앙고속도로 신림IC 진입
여행정보
해마다 9월 중하순이면 전북 고창 선운사 주변의 숲과 계곡이 벌겋게 물든다. 여인의 입술보다도 더 붉은 빛깔의 꽃무릇이 만개하기 때문이다. 선운사는 영광 불갑사, 함평 용천사와 함께 우리나라 3대 꽃무릇 자생지로 유명하다. 이 가운데 특히 선운사 주변의 꽃무릇은 울창한 숲, 정갈한 계곡, 고풍스런 절집 등과 절묘하게 어우러져 가장 운치 있고 멋스럽다.
꽃무릇은 수선화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그러나 꽃의 생김새는 수선화보다는 오히려 백합을 닮았다. 흔히들 ‘꽃무릇’ 또는 ‘상사화’라 부르지만, 정식 명칭은 ‘돌 틈에서 돋는 달래(또는 무릇)’라는 뜻의 ‘석산(石蒜)’이다. 게다가 진짜 상사화는 따로 있다. 상사화, 개상사화, 위도상사화, 백양꽃 등의 상사화류는 대체로 음력 7월 칠석을 전후해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반면 9월 초순 뿌리에서 꽃대가 올라온 꽃무릇은 백로(양력 9월8일경) 무렵부터 꽃이 피기 시작한다. 그리고 꽃이 진 뒤에 돋아난 잎은 모진 겨울을 이겨내지만 이듬해 봄이면 허망하게 시들어버린다. 이처럼 꽃무릇은 꽃과 잎이 서로 만나지 못한 채 진한 그리움만 삭이는 꽃이라 해서 ‘상사화(相思花)’로 잘못 알려졌다.
선운사의 꽃무릇은 대개 9월20일 전후로 절정의 개화상태를 보인다. 그러나 윤달이 낀 지난해에는 9월 말에 절정을 보였고, 늦더위와 가을장마가 기승을 부린 올해는 추석 연휴 무렵 가장 아름다운 자태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선운산 골짜기에 촘촘히 뿌리내린 꽃무릇이 만발할 즈음이면 송악(천연기념물 제367호) 고목이 있는 주차장 부근의 개울가부터 도솔암 마애불 주변에 이르기까지 수 킬로미터의 붉은 띠가 드리워진다. 특히 선운사 담장 앞쪽의 냇가와 부도밭 주변에 빽빽하게 들어찬 꽃무릇 군락은 현란하고 몽환적인 풍광을 자아낸다. 한꺼번에 핀 꽃무릇의 붉은 꽃은 아름답다 못해 처연하기까지 하다.
꽃구경에 눈멀고 마음까지 빼앗긴 사람들은 대개 절 구경은 뒷전이다. 그래도 여기까지 온 김에 천년고찰 선운사와 도솔암을 제대로 보지 않고 발길을 돌릴 수는 없다. 선운사는 백제 위덕왕 24년(577)에 검단선사가 창건했다는 고찰이다. 한때 3000여 명의 승려가 머물렀다는 대가람이었다고 하나 오늘날에는 천왕문, 만세루, 대웅전, 영산전 등 10여 채의 건물과 4개 암자만 남을 정도로 위축됐다. 하지만 가람의 전체적인 규모가 넘치거나 모자라지 않고, 지나치게 화려하거나 초라해 보이지 않는다.
추석 전후 선운사 ‘꽃무릇’ 장관 … 세계 최고 고인돌 꼭 들러볼 만
선운사를 품은 선운산(355m)은 숲이 울창하고 기암괴석이 많아 옛날부터 ‘호남의 내금강’이라 불릴 정도로 풍광이 수려하다. 산세도 별로 험하지 않아 남녀노소 모두 쉽게 오를 수 있다. 대부분의 등산객들은 도솔암과 용문굴을 거쳐 낙조대에 올랐다가 곧장 도솔암으로 하산하는 코스를 이용한다.
이 코스는 완만하게 이어지는 능선길의 조망이 빼어나고, 낙조대에서는 장려한 서해의 일몰까지 감상할 수 있어 놓쳐서는 안 될 장소다. 게다가 신라 진흥왕의 수도처라는 진흥굴과 TV 드라마 ‘대장금’의 촬영지였던 용문굴을 비롯해 민불, 장사송(천연기념물 제354호), 도솔암, 마애불(보물 제1200호), 낙조대, 천마봉 등의 다양한 절경과 역사 유적을 감상할 수 있다. 산행 소요시간도 3~4시간이면 충분하다.
선운사 골짜기에서 꽃무릇의 현란한 잔치가 연일 계속되는 동안 고창군 공음면 선동리의 학원농장에서도 하얀 메밀꽃이 소금을 흩뿌린 듯한 장관을 연출한다. 면적이 무려 12만 평에 이른다는 학원농장의 메밀밭은 이효석의 단편소설 ‘메밀꽃 필 무렵’으로 유명한 평창 봉평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봉평의 메밀밭은 대체로 평평한 들녘이나 비좁은 산비탈로 이뤄져 있지만, 학원농장 메밀밭은 어머니의 젖무덤처럼 부드럽고 편안한 구릉지대에 자리잡았다. 아래쪽에서 바라보면 하얀 메밀밭과 푸른 가을하늘이 맞닿은 것처럼 보인다. 또한 메밀꽃이 가장 흐드러지게 피는 9월15~30일에는 마치 흰 눈에 뒤덮인 설원 같은 진풍경이 연출된다. 2005년도 한국 영화 최고의 흥행작이었던 ‘웰컴 투 동막골’의 메밀밭 장면도 바로 여기서 촬영됐다.
선운사와 학원농장을 모두 둘러본 뒤에도 시간여유가 있거든 무장읍성(사적 제346호)과 고인돌 유적을 둘러볼 만하다. 한적한 면소재지 시골마을인 무장읍 성내리에 자리한 무장읍성은 1894년 갑오농민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봉기 현장으로 알려져 있다. 오늘날에도 읍성 안에는 객사, 동헌, 진무루 등의 옛 건물이 그대로 남아 있고, 주변에는 석성이 둘러쳐져 있다. 늘 인적이 뜸한 무장읍성은 여유 있게 소요(逍遙)하며 고즈넉한 정취를 즐기기에 좋다.
고창군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고인돌 밀집지역이다. 특히 서로 이웃한 고창읍 매산리, 죽림리, 도산리와 아산면 상갑리 일대에만 약 450기의 고인돌이 있다. 이 일대 길가나 산비탈 솔숲에 나뒹구는 바위덩이는 대부분 고인돌로 봐도 좋을 만큼 고인돌이 많다. 게다가 지상석곽식, 남방식, 북방식 등 고인돌의 양식도 다양해서 ‘야외 고인돌박물관’이라 불릴 만하다.
맛집 선운사 입구와 풍천 일대에는 고창의 대표적 별미인 풍천장어와 복분자술을 내놓는 장어 전문점이 40여 군데나 몰려 있다. 그중 선운사 초입의 삼거리에 자리한 풍천장어쌈밥(063-562-7520)과 연기식당(063-562-1537), 선운사 상가단지의 동백식당(063-562-1560) 등이 상대적으로 괜찮은 맛집이다. 선운사와 학원농장을 오가는 길에 지나는 심원면 소재지의 수궁회관(063-564-5035)은 게장정식과 굴밥정식이 맛깔스럽고, 학원농장 내의 식당에서는 메밀묵, 메밀국수, 메밀부침개 등의 메밀요리와 보리밥을 맛볼 수 있다.
고향집 지붕 위로 먹음직스런 감들이 노랗게 익어가는 가을이다. 샛노란 감이 주렁주렁 매달린 풍경은 보는 사람들의 마음까지도 풍요롭게 한다. 그래서 경북 청도군으로 떠나는 가을여행은 꺼지지 않는 포만감과 고향 같은 아늑함으로 충만하다. 어딜 가나 감나무를 찾아볼 수 있는 ‘감마을’이기 때문이다.
시골 농가의 뒤뜰이나 돌담 옆에 한두 그루 서 있는 것이 아니라 수십, 수백 그루의 감나무 과수원이 눈길 닿는 곳마다 조성됐다. 가파른 산비탈이나 너른 들녘은 물론, 심지어 도로 양쪽에 늘어선 감나무가 자동차로 몇 분을 달려도 사라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청도의 감은 쟁반처럼 납작하게 생긴 반시(盤枾)다. 씨 없는 감인 반시는 육질이 부드러운 데다 당도가 높고 수분까지 많아 최고의 홍시로 꼽힌다. 하지만 수분이 많은 탓에 곶감으로 만들기 힘들어 홍시로만 먹어야 한다. 그러나 요즘에는 청도반시를 다양한 형태로 맛볼 수 있다. 홍시뿐만 아니라 쫄깃하고 달콤한 감말랭이, 곶감보다 부드러운 반건시, 아이스크림 대용으로 각광받는 아이스홍시 등이 그것이다.
근래에는 감 와인도 개발되었다. ㈜청도와인 연구소에서 5년간의 연구 끝에 개발했다는 감 와인은 숙취가 없고, 레드와인과 화이트와인의 특성을 모두 지녔다. 감 와인은 한식요리와 잘 어울리는 순수 국산이라는 점 때문에 2005년 부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가대표단의 환영만찬주로 선정되기도 했다.
감 와인의 숙성고는 대한제국 말기인 1904년에 완공된 옛 남성현터널이다. 청도군 화양읍 송금리 남성현역 부근에 자리한 이 터널은 원래 경부선 철도용으로 개설됐지만 37년 새로운 터널이 개설된 이후 오랫동안 방치됐다. 길이 1km의 터널 내부는 1년 내내 13~15°C, 습도 70~80%를 유지하기 때문에 와인숙성고로는 최상의 조건을 갖추었다. 현재 와인터널 내부에는 누구나 감 와인을 음미하며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쉼터가 마련돼 있어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눈길 닿는 곳마다 감 과수원 … 고택 등 유적도 많아
청도반시의 풋감은 훌륭한 천연염색 재료이기도 하다. 현재 청도군에는 총 17개의 천연염색 공방에서 감물염색 제품을 생산한다. 감즙으로 염색한 제품은 항균성과 방습성이 뛰어나 좀이나 벌레가 슬지 않고 아토피성피부염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양읍 유등리에 자리잡은 염색공방 ‘꼭두서니’에서는 매주 월~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감물염색 체험을 할 수 있다.
청도읍을 휘감아 흐르는 청도천의 둔치에서는 10월26(금)~28일(일)까지 2007청도반시축제가 열린다. 올해로 2회째를 맞이하는 이 축제에서는 청도반시와 관련된 모든 것을 직접 보고 먹고 즐길 수 있다.
청도반시축제를 참관하기 위해 청도까지 갔다면 전국 제일의 비구니 도량인 운문사를 찾아볼 것을 권한다. 신라 진흥왕 때 창건된 운문사에는 여느 사찰에서는 보기 어려운 보물이 많다. 맨 먼저 사람들의 마음을 잡아끄는 것은 동구의 소나무숲이다. 제멋대로 휘어진 노송이 빼곡하게 들어찬 숲의 청신한 기운과 솔향기가 머릿속까지 맑게 해준다.
범종루를 지나 경내에 들어서면 운문사의 명물인 ‘처진소나무(천연기념물 제180호)’, 작압전의 석조여래좌상(보물 제317호)과 사천왕석주(보물 제318호), 삼층석탑(보물 제678호)과 석등, 원응국사비(보물 제316호) 등이 줄지어 나타난다. 비로전 내부의 천장에 매달려 있는 ‘악착동자’의 악착스런 모습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저절로 미소짓게 한다. 그리고 비구니 사찰답게 정갈하고 단아한 절집 분위기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운문사를 오가는 길에는 운강고택(중요민속자료 제106호)과 임당리김씨고택(중요민속자료 제245호)을 잠시 둘러볼 만하다. 금천면 신지리에 자리한 운강고택은 1809년 쌍ㅁ자 모양으로 지어진 양반집으로 조선시대 상류층의 가옥구조를 엿볼 수 있다. 운강고택에서 자동차로 2~3분 거리에 있는 ‘임당리 김씨고택’은 임진왜란 이후 400여 년 동안 16대에 걸쳐 이어온 내시집안의 옛집이다. 몸채가 임금이 계시는 서북쪽으로 틀어져 있고, 사랑채가 안채를 한눈에 감시하고 통제하는 구조라는 점이 이채롭다. 예부터 청도는 물과 산과 인심이 맑은 ‘삼청(三淸)의 고장’으로 알려졌다. 또한 청도의 토박이들은 아무리 욕심나는 물건이 길에 떨어져 있어도 자기 것이 아니면 절대 줍지 않는다는 도불습유(道不拾遺)의 미풍양속이 남아 있다. 그와 같은 청도 땅으로의 여행은 심신이 두루 튼실하고 정갈해지는 웰빙여행이라 할 수 있다.
둘째 날 09:00~10:00 아침식사(추어탕 추천) 후 청도읍(20번 국도)~청도교~원정사거리(직진)~매전교 삼거리(우회전, 919번 지방도) 등을 거쳐 금천면 신지리의 운강고택에 도착 → 10:00~10:30 운강고택과 만화정 관람 → 10:30~11:30 신지리에서 임당리로 이동, 내시의 고택인 임당리 김씨고택 구경 → 11:30~12:40 임당리~운문면소재지(69번 국지도) 등을 경유해 운문사 입구에 도착한 후 점심식사(버섯전골 또는 산채비빔밥) → 12:40~15:00 북대암과 운문사(054-372-8400, www.unmunsa.or.kr) 관람 → 15:00~15:30 운문사~운문면소재지(20번 국도, 경주 방면) 등을 경유해 경부고속도로 건천IC 진입
맛집 청도읍내의 큰길가에 자리한 코보식당(054-373-5588)은 돼지수육이 맛깔스런 집이다. 간장과 된장을 넣고 삶아낸다는 사태가 족발처럼 쫄깃하면서도 부드럽게 씹힌다. 수육과 함께 시켜 먹는 돼지국밥과 물국수도 저렴하고 맛있다. 화양읍 유등리의 알미뜸(054-373-5245)은 생오리숯불구이 전문점인데, 숯불에 구워 먹는 생오리 고기가 담백하고 고소하다. 그 밖에 용암온천 앞의 옛날손칼국시(054-373-6230), 가마솥두부촌(고등어조림 054-370-3355), 하늘과땅사이(해물수제비 054-373-2542), 청도추어탕(054-371-510), 하얀집(버섯전골 054-372-5599), 강남반점(웰빙짜장 054-373-1569) 등도 들러볼 만한 음식점들이다.
어느덧 가을빛이 절정이다. 이때쯤이면 무서리가 내리기 시작하고 이따금씩 불어오는 갈바람에 한기도 함께 느껴진다. 겨울철새를 구경하기에 적당한 때가 된 셈이다.
전북 군산시와 충남 서천군의 경계를 이루는 ‘금강하구’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겨울철새도래지 가운데 하나다. 청둥오리 기러기 흰죽지 고방오리 쇠오리 가창오리 고니 개리 등을 비롯해 40여 종, 70여만 마리의 겨울철새가 이곳에서 겨울을 난다.
‘철새로 가득 찬 바다’를 상상하기 쉽지만, 금강하구의 수면 면적이 워낙 넓은 데다 철새들의 이동이 빈번해 현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철새를 만나지 못할 수도 있다. 군산시 나포면 소재지 근처의 십자들녘에는 기러기가 쉽게 눈에 띄고, 이 들녘 부근의 금강 수면에는 가창오리가 내려앉기도 한다. 운이 좋으면 수만 마리 가창오리가 펼치는 군무(群舞)를 볼 수 있다. 십자들녘과 금강하구언 사이의 도로변에 들어선 철새조망대에는 철새에 관련된 자료가 다양하게 전시돼 있고, 고배율 망원경을 이용한 탐조(探鳥)도 가능해 꼭 한번 들러볼 만하다.
금강하구에 자리한 군산항은 일제강점기 당시 호남지방에서 수탈한 쌀을 일본으로 반출하던 장소다. 지금도 내항 주변을 비롯한 군산시내에는 유럽풍으로 지어진 옛 군산세관 본관, 국내 유일의 일본식 사찰인 동국사, 일본 무사의 투구 모양인 옛 조선은행, 군산시내와 내항을 연결하기 위한 해망굴, 일제강점기 크게 번성했던 째보선창 등 식민지 시절의 유적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유적들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억압과 수난의 우리 근대사를 절로 배울 수 있다.
군산 내항에는 선유도 유람선 선착장이 있다. 주말과 휴일은 말할 것도 없고, 비수기 평일에도 유람선이 수시로 출항한다. 하지만 유람선을 타고 주마간산 식으로 떠나는 섬 여행은 진정한 여행이라 할 수 없다. 섬에서는 적어도 하룻밤 이상을 묵어야 한다. 섬의 낮 풍경보다도 밤의 정취가 더 매혹적이기 때문이다.
고군산군도 일몰과 낙조 장관 … 철새도래지 금강하구 들러볼 만
선유도는 고군산군도(古群山群島)의 여러 섬 가운데 하나다. 선유도를 비롯해 야미도 신시도 대장도 장자도 무녀도 방축도 말도 횡경도 비안도 등 무려 63개의 섬이 모여 고군산군도를 이룬다. 바다에 올망졸망 떠 있는 섬들이 떼지어 있는 산처럼 보여서 그런 지명이 붙었다. 섬들이 워낙 많다 보니 바다가 섬을 에워싼 게 아니라 섬들이 바다를 껴안은 듯하다. 섬과 섬 사이에 드리운 바다도 산중의 호수처럼 잔잔하고 아늑하다.
선유도에는 자동차를 갖고 들어갈 수 없다. 차량통행이 자유로울 정도로 넓은 도로가 별로 없어 섬 안에 선착장과 민박집을 오가는 승합차 몇 대만 눈에 띈다. 대신 전동카트, 삼발이 오토바이, 자전거 등 교통수단이 갖춰져 있다. 이 가운데 가장 권할 만한 교통수단은 자전거다. 대여료가 1시간 3000원, 하루 1만원으로 저렴할 뿐 아니라 작은 다리를 통해 선유도와 연결된 장자도 대장도 무녀도 등의 구석구석까지 둘러볼 수 있다. 선유도와 그 이웃 섬들은 면적이 넓지 않고 가파른 오르막길이 없어서 ‘하이킹의 천국’이라 불릴 만하다.
선유도에서는 해넘이를 놓쳐서는 안 된다. 고군산군도의 서쪽 바다와 하늘을 불사르는 듯한 일몰은 화려함을 넘어 장엄하기까지 하다. 특히 망주봉 정상에서 바라보는 해넘이가 일대 장관이지만, 요즘에는 선유도와 무녀도를 잇는 무녀교나 그 아래 해안도로에서도 아름다운 일몰과 낙조를 감상할 수 있다.
신선이 노닐 정도로 풍광 빼어난 선유도의 전경을 조망하려면 대장도의 대장봉(143m)에 올라야 한다. 선유도에서 장자도를 징검다리 삼아 건너가는 대장도에는 서울로 떠난 지아비를 기다리다 돌이 되었다는 할매바위와 길이 30m의 작은 몽돌해변도 있다. 몽돌밭 근처의 바위틈에서는 실낱같은 석간수가 흘러내린다. 마을 뒤편에 우뚝 솟은 대장봉은 가파른 암봉이지만 최근 군산시청에서 새로운 등산로를 닦아놓은 덕에 오르내리기가 수월해졌다. 마을에서 약 20분 만에 올라서는 대장봉 정상에서는 고군산군도의 숱한 섬들과 변산반도, 새만금방조제까지도 한눈에 들어온다. 문자 그대로 일망무애(一望無涯)의 장쾌한 조망이 온갖 시름을 날려주는 듯하다.
선유팔경을 비롯한 절경이 있고 낚시, 하이킹, 조개잡이, 암봉트레킹 등 다양한 체험이 가능한 선유도에서는 1박2일의 시간이 쏜살같이 흘러간다. 그래서 아쉬움과 미련이 남아 언젠가 다시 찾을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시간 여유가 있다면 서해안고속도로 군산IC에서 차로 30~40분 거리에 불과한 고창읍 석정온천단지에서 펼쳐지는 ‘고창국화축제’에 참여할 것을 권한다.
둘째 날 09:40~11:00 선유도 출발 군산행 여객선 이용`→`11:00~12:00 서해안고속도로 동군산IC~선운산IC를 거쳐 고창 선운사 들목에 도착`→`12:00~13:00 점심식사(풍천장어구이)`→`13:00~14:30 선운사 들목(22번 국도, 심원 방면)~용선삼거리(우회전, 734번 지방도)를 거쳐 미당기념관, 돋음볕마을(안현마을) 주변의 국화꽃 감상`→`14:30~16:30 돋음볕마을~선운사 입구~탑정삼거리(우회전, 19번 국지도)~아산교차로(15번 국지도)~고창우회도로 등을 경유해 고창국화축제(063-564-9779) 주행사장(석정온천단지) 구경`→`16:30~16:40 고창우회도로를 거쳐 서해안고속도로 고창IC 진입
맛집 군산에는 계곡가든(063-453-0608), 유성가든(063-453-6670), 군산횟집(063-442-1114) 등 꽃게장을 맛있게 담그는 집이 많다. 간이 적당한 데다 살이 싱싱하면서도 비릿한 맛이 전혀 없다. 가시리(생선탕 063-446-4613), 군산할머니해장국집(063-442-4777), 해연(한정식 063-451-0111), 서울면옥(냉면 063-452-6464) 등도 군산 토박이들이 추천하는 맛집이다. 선유도에는 상설 식당도 몇 곳 있고, 민박집에 미리 부탁하면 식사를 차려준다.
울릉도는 제주도와 같은 화산섬이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풍광이나 마음으로 느껴지는 정취는 제주도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우선 제주도의 자연풍광이 수평 구도라면 울릉도는 대체로 수직적이다. 눈에 들어오는 풍광마다 날카롭고 우뚝하다.
섬의 한복판에 자리한 성인봉(984m)은 물론, 바닷가 절벽 꼭대기까지 울창한 숲에 뒤덮여 있는 점도 광활한 초원지대를 이루는 제주도와 뚜렷이 구별되는 풍경이다. 섬을 둘러싼 바다의 느낌도 독특하다. 뭍과 인접한 바다까지도 아득한 심연(深淵)처럼 검푸른 빛깔을 띤다. 그러면서도 간간이 드러나는 비췻빛, 에메랄드빛 바다는 제주도의 어느 바다보다 빛깔이 아름답다.
이처럼 독특한 풍광을 보여주는 울릉도는 사시사철 어느 때 가도 만족스런 여행지다. 그런데 이맘때쯤 만추에 일부러 울릉도를 찾는 것은 성인봉 자락의 만산홍엽과 행남등대(도동항로표지관리소) 가는 길의 샛노란 털머위꽃을 감상하기 위함이다.
사실 성인봉은 울릉도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울릉도가 성인봉이고, 성인봉이 곧 울릉도인 셈이다. 성인봉 산자락이 바다와 맞닿은 곳에 마을과 일주도로가 있고, 마을과 일주도로 옆의 산자락을 거슬러 오르면 어김없이 성인봉 정상에 다다른다.
이처럼 성인봉은 울릉도를 낳은 어머니요, 울릉도에 솟은 모든 산봉(山峰)들의 지존(至尊)이다. 그러니 멀고 험한 뱃길을 달려 울릉도까지 간 김에 성인봉 정상을 밟아보지 않을 수 없다. 성인봉에 오르지 않는 울릉도 여행은 반쪽짜리에 불과하다.
성인봉에 올라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우리나라의 유일한 ‘진짜’ 원시림이 그곳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육지에도 ‘마지막 원시림’ 또는 ‘처녀림’ 등의 수식어가 따라붙는 천연림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은 아름드리 나무가 울창한 숲에 대해 상투적으로 붙이는 헌사(獻辭)일 뿐이다. 실제로 태곳적부터 한 번도 훼손되지 않고 천연의 상태를 고스란히 간직한 숲은 성인봉뿐이다.
성인봉 원시림에는 활엽수가 빼곡히 들어차 있어 단풍 빛깔이 유난히 곱다. 대체로 10월 중순경 성인봉 정상부터 물들기 시작한 단풍은 11월 초까지도 울릉도 전역을 울긋불긋한 원색으로 치장한다. 그러나 올해는 예년보다 10일가량이나 단풍이 늦은 덕택에 11월 중순까지도 성인봉 자락의 단풍을 구경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11월6일 현재 해발 700m 이상의 등산로에서는 이미 단풍터널보다도 낙엽길의 운치가 더 돋보였지만, 해발 500m 내외 지역에서는 성인봉 원시림 특유의 현란한 단풍이 절정기를 누리고 있었다.
만추 여행지로 적격 … 대규모 털머위 군락도 장관
설령 단풍이 모두 졌다 해도 성인봉은 만추의 산행지로 아주 매력적이다. 너도밤나무 섬피나무 마가목 섬단풍나무 우산고로쇠 등의 활엽수가 원시림의 주종을 이루고 있어서 수북한 낙엽을 밟으며 산길을 걷는 맛이 일품이다. 게다가 등산로 주변의 나무들은 십중팔구 울릉도에만 자생하는 특산식물이거나 육지에는 흔치 않은 수종(樹種)이다. 파릇파릇한 고비 군락이 겨울의 문턱에 들어선 원시림의 비탈을 뒤덮은 광경도 이곳 아니면 보기 어려운 진풍경이다.
산행 기점과 정상까지의 직선거리가 약 3km에 불과한 성인봉의 등산로는 경사가 몹시 가파르다. 웬만한 곳은 45도 이상이고, 평탄하다 싶은 곳도 30도를 넘기 일쑤다. 더욱이 몇십 m 앞도 볼 수 없을 정도로 짙은 안개가 순식간에 몰려오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등산로가 또렷하고 군데군데 이정표와 쉼터가 설치돼 있어 안전하게 산행을 즐길 수 있다. 게다가 성인봉과 나리분지 사이의 급경사 등산로에는 최근 튼튼하고 걷기 편한 나무계단이 설치돼 한결 수월하게 성인봉을 오르내릴 수 있다.
울릉도 해안지역의 산비탈과 숲 속을 화사한 꽃밭으로 탈바꿈시키는 털머위 군락도 성인봉 원시림지대의 오색단풍에 뒤지지 않을 장관이다. 10~11월에 샛노란 꽃이 피는 털머위는 울릉도뿐 아니라 제주도나 남해안의 섬 지역에도 자생한다. 하지만 수천 그루의 털머위가 군락을 이룬 광경은 울릉도 이외의 지역에는 흔치 않다. 울릉도 털머위 군락은 행남등대 가는 길에 만날 수 있다.
도동항에서 행남해안 산책로를 따라 30분쯤 걷다 보면 도동항과 저동항 사이의 돌출한 해안절벽 위에 자리잡은 행남등대에 이른다. 대규모의 털머위 군락은 등대 바로 앞의 해송숲에 형성돼 있다. 비탈진 숲을 뒤덮은 털머위 군락이 마치 봄날의 제주도 유채밭처럼 샛노랗다. 국화과 식물 특유의 진한 꽃향기가 코끝에 진동한다. 늦가을에 뜻하지 않게 만난 꽃밭이 꿈속의 풍경인 듯 몽환적이다. 동해 먼바다 화산섬에서의 때아닌 일장춘몽이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을 성싶다.
둘째 날 육로일주 관광 후 성인봉 등산, 또는 독도관광 후 육로일주 관광
셋째 날 해상유람선(054-791-4477) 일주 및 독도전망케이블카(054-791-7160) 탑승. 15:00 묵호행 여객선 출항`→`18:00 묵호항에 도착 후 셔틀버스 탑승`→`21:20 서울 도착 ※ 울릉도에서의 세부 일정은 날씨를 고려해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것이 좋다. 예컨대 적당하게 구름 끼고 바람이 선선한 날은 성인봉에 오르기가 좋고, 시야가 쾌청하고 파도까지 잔잔하다면 해상 유람선 일주나 독도관광에 나서는 것이 좋다.
맛집 도동에 자리한 99식당(054-791-2287)은 약초해장국, 홍합밥, 따개비밥, 오징어내장탕, 오징어불고기, 산채백반 등 울릉도 향토음식을 맛있게 차려내는 집이다. 그리고 산마을식당민박(054-791-6326)은 각종 산나물이 푸짐하게 나오는 산채정식, 더덕으로 속을 채운 토종닭 백숙, 담백하고 고소한 산채전 등 내놓는 음식마다 입맛을 사로잡는다. 그밖에 도동항의 보배식당(홍합밥 054-791-2683)과 우성식당(오삼불고기 054-791-3127), 혜솔식당(약소구이 054-791-1146), 북면 천부리의 신애식당(따개비칼국수 054-791-0095) 등이 한 번쯤 들러볼 만한 맛집이다.
[가족 맞춤여행|충남 보령]
온종일 매서운 삭풍이 불더니 밤에는 첫눈이 내렸다. 가을의 끝자락을 붙든 채 서성이던 계절이 일순간에 겨울 한복판으로 질주해버린 듯하다. 본격적인 겨울철에 들어서면 굴맛이 꿀맛이다. 굴이나 키조개 등의 조개류는 날씨가 추워질수록 속이 알차서 맛도 좋다. 게다가 비브리오 같은 패류 독소도 자연스레 제거돼 아무리 먹어도 탈나는 일이 드물다.
‘굴’ 하면 흔히 경남 통영을 떠올리지만, 천수만을 끼고 있는 충남 보령시 천북면 장은포구도 굴맛 좋기로 유명하다. 이름하여 ‘천북굴’이다. 장은포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서해안 키조개의 집산지인 오천항이 자리한다. 두 곳 모두 수도권 가까이에 있어 하루 코스 주말여행지로 안성맞춤이다.
서해안고속도로의 서울 종점에서 보령 장은포구까지는 2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물론 고속도로 사정이 원활한 경우에 한해서다. 주말과 휴일에는 새벽부터 서둘러야 정체를 피할 수 있다. 또한 11월 하순의 일출시각은 오전 7시20분 전후이므로 새벽에 길을 나선다면 당진군 송악면 한진포구 부근의 해안도로에서 서해대교를 배경 삼아 펼쳐지는 해돋이나 아침노을까지 감상할 수 있다.
사실 장은포구의 풍광은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 방조제 완공 이후 새로 조성된 포구는 깊은 연륜이 느껴지지 않고, 포구 주변에는 비닐하우스로 급조된 굴구이집만 빼곡하게 들어섰기 때문이다. 그래서 굴이나 대하(왕새우)가 잡히지 않는 5~8월에는 썰렁한 분위기마저 풍긴다. 하지만 겨울철만 되면 굴을 맛보려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줄이어 흥이 난다.
장은포구 주변의 천수만 갯벌에서 자란 천북굴은 여러 개의 작은 굴이 다닥다닥 붙은 형태다. 울퉁불퉁 거친 껍데기를 까면 통통하고 노르스름한 잿빛 속살이 드러난다. 남해안 양식굴보다 씨알은 잘아도 쫄깃하게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그러나 장은포구의 90여 곳에 이르는 굴구이집에서 내놓는 굴이 죄다 자연산 천북굴은 아니다. 천수만 갯벌에서 투석식으로 양식한 것도 많고, 물량이 부족할 때는 남해안의 수하식 굴을 갖다 팔기도 한다.
날 추울수록 속이 꽉 차 … 키조개·젓갈도 명성 자자
서해 바닷가에 와서 해넘이를 보지 않고 돌아간다면, 맛은 알아도 멋은 모르는 사람이다. 그런데 점심을 겸한 굴요리 성찬(盛饌)을 아무리 느긋하게 즐겨도 해는 여전히 중천이다. 그럴 때는 홍성 출신의 독립운동가인 백야 김좌진 장군이나 만해 한용운 선생의 생가를 찾아볼 만하다. 백야의 생가는 홍성군 갈산면 행산리, 만해 생가는 홍성군 결성면 성곡리에 있다. 내친김에 장은포구에서 가까운 오천항이나 남당항, 광천새우젓시장 등도 들러볼 만하다.
보령 오천항은 ‘가이바시’ 또는 ‘서해미인’이라고 하는 키조개의 우리나라 최대 생산지다. 전국 생산량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오천항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야산에는 조선시대 충청수영(忠淸水營, 충청도 수군사령부)이 자리했던 오천성이 있다. 지금은 약 1km의 성벽과 서문인 망화문, 어려운 백성을 돌보던 진휼청, 장교숙소였던 장교청 등만 남아 있다. 문루는 없어지고 홍예만 남은 망화문을 지나 진휼청 앞에 서면 크고 작은 고깃배들이 빼곡하게 늘어선 오천항이 한눈에 들어온다.
장은포구에서 자동차로 약 20분 거리인 홍성군 광천읍은 우리나라 새우젓의 3분의 1 이상이 생산, 유통되는 새우젓마을이다. 광천토굴새우젓은 광천읍 옹암리 독배마을의 40여 개 인공토굴에서 숙성된다. 내부 온도가 1년 내내 14~15℃를 유지하는 토굴에서 3개월 이상 잘 숙성된 새우젓은 단맛이 나고 살이 단단하며 젓국이 맑고 희다.
광천읍내와 우회도로변에 즐비한 젓갈가게에는 최상품 육젓뿐 아니라 명란젓 창란젓 갈치속젓 아가미젓 오징어젓 낙지젓 어리굴젓 등 갖가지 젓갈이 구비됐다. 광천 조선김도 토굴새우젓만큼이나 유명한 광천 특산품이어서 광천에 가면 하루 종일 입 안에 군침이 돈다.
오천성과 광천새우젓시장까지 둘러보노라면 겨울날의 짧은 해가 서산에 걸린다. 서해바다의 근사한 해넘이와 저녁노을을 보려면 장은포구나 남당항 같은 바닷가로 다시 나가는 것이 좋다. 호수를 빼닮은 천수만 저편의 안면도 위로 붉은 노을을 드리운 채 해가 저무는 광경을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새 설핏 기운 햇살이 엷은 구름과 물결치는 바다를 금빛으로 물들인다. 바다를 바라보며 햇살을 껴안은 사람들의 얼굴에도 잔잔한 미소가 흐른다. 핏빛 노을을 머리에 인 서해바다가 서럽도록 아름답다.
물 따라 가는 길은 언제나 편안하다. 충북 단양에서 충주까지 남한강 물길을 따라가는 길도 그렇다. 춥고 썰렁한 겨울날에도 이 길의 서정과 낭만은 쉽게 스러지지 않는다. 충북의 맨 북쪽에 자리한 단양 땅을 굽이치는 남한강변에는 590년 고구려의 온달장군이 신라군과 싸우다 전사했다는 온달산성이 있다. 산성 아래의 매표소 주변에는 최근 종영된 드라마 ‘태왕사신기’의 촬영장이 들어서 있다. 드라마 촬영이 한창 진행될 때는 수십~수백 명의 일본인 관광객이 주인공 ‘담덕’ 역의 ‘욘사마(배용준)’를 보기 위해 멀고도 먼 이 산골까지 찾아오곤 했다.
하지만 온달국민관광지에서는 근래 지어진 드라마 촬영장보다 역사의 숨결이 느껴지는 온달산성이 깊은 감동과 울림을 불러일으킨다. 제법 가파른 비탈길을 20~30분 오르면 산성에 다다르게 된다. 성벽에 올라서면 뱀처럼 구불거리는 남한강, 장성처럼 치솟은 소백산 자락, 강물 따라 이어지는 찻길 등의 풍경이 장엄하고도 상쾌하게 펼쳐진다. 산성 아래의 강기슭에는 온달장군이 수도했다는 온달동굴(천연기념물 제261호)도 있다.
온달관광지에서 단양읍내로 가는 길은 남한강 물길과 나란히 달린다. 영춘면과 가곡면을 지나 단양읍에 들어선 남한강의 한복판에는 단양팔경 중에서도 첫손가락에 꼽히는 절경인 도담삼봉이 있다. 단양군수를 지낸 퇴계 이황을 비롯한 여러 시인 묵객의 마음을 사로잡았을 정도로 자연풍광이 빼어나다. 특히 물안개가 몽실몽실 피어오르는 도담삼봉의 새벽 풍경은 한 폭의 산수화처럼 아름답다.
청풍문화재단지·미륵리 절터 석불입상도 관람 필수코스
단양읍 외곽의 상진대교를 건너온 찻길은 충주호의 호반을 따라 이어진다. 사람의 기분은 물의 성질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흐르는 강물 따라 나란히 달릴 때는 기분도 가볍고 경쾌해진다. 반면 고요한 호숫가를 굽이굽이 돌아가는 길에서는 자신도 모르게 기분이 가라앉게 마련이다. 충주호의 수면에 비친 산 그림자가 선경(仙境)인 듯 아름답다. 산과 호수의 절묘한 조화는 단양팔경 중 하나인 옥순봉과 구담봉에서 절정의 풍광을 연출한다. 장회나루에서 유람선에 몸을 싣고 호수 한복판으로 나가면 옥순봉과 구담봉 일대 절경을 오롯이 엿볼 수 있다.
옥순대교를 건너면 제천 땅에 들어선다. 길은 충주호에 반쯤 잠긴 산허리를 따라 끊임없이 구불거린다. 길 굽이를 돌아설 때마다 새롭게 변신하는 호수 풍광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옥순대교에서 제천 방면으로 가는 길에 들러볼 데가 하나 있다. 정방사라는 작은 산사다. ‘능강교’를 건너자마자 왼쪽 콘크리트길로 접어들어 3km 정도 올라가면 정방사에 닿는다. 신라 문무왕 2년(662)에 의상대사가 창건했다는 이 절은 높은 절벽 위에 아슬아슬하게 올라앉았다. 경내에는 원통보전과 지장전, 칠성각, 요사채, 범종각 등이 들어서 있는데, 법당 앞에서 바라보는 충주호와 월악산의 풍광이 상쾌하기 그지없다. 법당 뒤편에는 ‘의상대’라 불리는 암벽이 우뚝한데 해가 짧은 겨울철에는 해돋이와 해넘이를 모두 감상할 수 있고, 일교차가 큰 날에는 충주호에서 피어오른 운무가 장관을 이룬다.
충주호는 흔히 ‘내륙의 바다’라 불릴 정도로 넓다. 충주호에서도 가장 풍광이 아름답다는 충북 제천시 청풍면 일대는 특별히 ‘청풍호반’이라 불린다. 청풍호반에 우뚝한 망월산 중턱에는 청풍문화재단지가 자리잡았다. 충주호 수몰지역에 자리했던 한벽루(보물 제528호)를 포함한 옛 관아 건물과 민가, 고인돌과 석상들 그리고 민속유물 등을 모아놓은 곳이다.
청풍문화재단지에서 수산사거리를 지나 20분가량 자동차로 달리면 월악산 초입의 월악나루에 당도한다. 여기서 왼쪽의 597번 지방도로 들어서면 월악산, 송계계곡, 덕주사, 미륵리 절터 등이 연이어 나타난다. 그중 미륵리 절터는 꼭 들러볼 만하다. 애초 이 절터에는 미륵대원이라는 석굴사원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당우(堂宇)도 모두 사라지고 석불입상(보물 제96호), 오층석탑(보물 제95호), 삼층석탑, 석등, 당간지주, 돌거북 같은 석물들만 남아 번성기의 영화를 짐작게 한다. 이 미륵리 절터에서 충북 최고의 온천휴양지인 수안보까지는 차로 10여 분밖에 걸리지 않을 만큼 가깝다. 그러므로 일부러라도 짬을 내 수안보온천에서 온천욕을 즐기며 여독을 푼 다음 귀로에 오르기를 권한다.
둘째 날 06:30~08:00 기상 후 정방사(043-647-7399)로 이동, 해돋이와 충주호의 운무 감상`→`08:00~09:30 짐정리, 세면 후 아침식사(청국장)`→`09:30~11:00 청풍문화재단지(043-641-4301) 관람`→`11:00~12:30 청풍문화재단지(82번 국지도)~수산사거리(우회전, 36번 국도)~월악삼거리(좌회전, 597번 지방도)~월악산국립공원을 거쳐 미륵리 절터 구경`→`12:30~15:00 수안보로 이동, 점심식사(한정식) 후 온천욕`→`15:00~15:10 수안보(517번 지방도)~방곡삼거리(직진)를 거쳐 중부내륙고속도로 괴산IC 진입
동해 영일만의 동쪽 끝에는 호미곶이 기다린다. 호미곶에서 구룡포항을 거쳐 경주 땅의 감포와 대왕암 바닷가까지 이어지는 해안도로는 동해안 남부에서 첫손에 꼽힐 정도로 아름다운 길이다. 그저 자연풍광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내가 나고 자란 이 땅에 대한 소회와 의미, 옛 선인들의 역사와 발자취를 더듬어볼 수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큰 매력이다.
포항 땅에 들어서자마자 발길을 유혹하는 곳은 죽도시장이다. 특히 바닷가 사람들의 남다른 생활력을 직접 확인할 수 있어 추천할 만한 여행지다. 삶의 의욕을 되찾고픈 사람, 겨울철 별미인 과메기를 제대로 맛보고 싶은 사람, 싱싱한 해산물을 저렴한 값에 배불리 먹고 싶은 사람들은 죽도시장을 그냥 지나쳐서는 곤란하다.
동해안 최대의 어시장이자 재래시장으로 꼽히는 죽도시장은 언제나 생동감으로 가득 차 있다. 이곳에서는 과메기를 비롯해 문어 고등어 아귀 상어 개복치 곰치(물곰) 도치(심퉁이) 도루묵 양미리 명태 대게 고래고기 등 우리 바다에서 나는 해산물을 모두 만날 수 있다. 그중에서도 국제협약에 따라 포경업이 금지된 뒤 좀처럼 맛보기 어려운 고래고기가 미각을 자극한다. 하지만 굳이 무언가를 맛보거나 사지 않더라도 왁자한 장터를 구경하는 일은 신선한 재미다.
포항시내에서 호미곶으로 가려면 31번 국도를 타고 구룡포 방면으로 가다 동해면 소재지 부근에서 925번 지방도로 갈아타야 한다. 여기서 호미곶까지 20여 km에 이르는 해안도로는 끊임없이 구불거림과 오르내림이 되풀이되는 꼬부랑길이다. 길의 굴곡이 잦아들 즈음 완만하고도 부드러운 언덕이 눈앞에 펼쳐진다. 제주도 어느 바닷가 구릉지를 닮은 이 땅덩이가 바로 한반도 남녘의 동쪽 끝인 호미곶.
유일무이한 호미곶의 등대박물관 관람 필수코스
동쪽으로 툭 불거진 호미곶은 한동안 동해의 아침햇살이 가장 먼저 닿는 곳으로 알려졌다. 근래 들어 울산 간절곶의 일출시간이 호미곶보다 빠르다는 사실이 알려졌지만 그럼에도 이곳은 새해 첫날 해돋이를 구경하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현재 호미곶에는 우리나라 최대의 등대와 함께 유일무이한 등대박물관이 들어서 있다. 6층 건물 높이인 호미곶 등대는 1903년 12월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불을 밝혔다. 등대 옆에는 1985년 우리나라 최초로 문을 연 등대박물관이 있어 등대 역사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호미곶을 뒤로하고 구룡포항으로 가는 해안도로에서 만나는 작은 포구와 갯마을의 풍경은 아늑하고 정겹다. 눈이 시리도록 파란 바다는 손에 닿을 듯 가깝게 느껴진다.
바닷가 곳곳에 과메기 덕장이 빼곡하게 들어선 모습을 볼 수 있다. 여름철 내내 피서 인파로 들끓던 해수욕장의 넓은 백사장도, 갯바위에 위태롭게 올라앉은 민가의 비좁은 마당도 온통 과메기 덕장으로 탈바꿈했다. 쫄깃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인 과메기에는 웬만한 건강식품 못지않게 단백질, 핵산, 비타민, 무기질 등 각종 영양소가 풍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항 구룡포항에서 경주 대왕암까지의 동해안은 31번 국도가 이어진다. 눈앞에 펼쳐지는 바다 풍광이 시 한 구절이나 영화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할 만큼 서정적이다. 길게 휘어진 모포 해변과 아담한 양포항을 지나면, 어느덧 경주 땅의 감포항을 지나 봉길리 해변에 이른다. 이 해변 앞바다에는 신라 문무왕의 수중릉으로 알려진 대왕암이 있다. 죽어서도 동해의 용이 돼 나라와 백성을 지키겠다는 문무왕의 높고 귀한 뜻이 서려 있기 때문인지, 대왕암 주변의 바다에는 유난히 안개가 자주 깔린다. 짙은 안개에 휩싸인 대왕암 위로 붉은 태양이 솟아오르는 광경은 경외감과 신비감마저 불러일으킨다.
봉길리 초입의 대본삼거리에서 14번 국도를 따라 경주 쪽으로 0.5km쯤 가면 감은사지 어귀에 도착한다. 문무왕의 아들 신문왕이 682년 완공했다는 감은사의 옛터에는 한 쌍의 삼층석탑(국보 제112호)만이 우두커니 서 있다. 현재 대대적인 해체복원 공사가 진행되고 있어 제 모습을 감상하기 어렵다.
대본삼거리에서 감은사지 어귀를 지나 포항시내로 들어가는 14번 국도변에는 골굴사와 기림사가 자리잡고 있다. 우리나라에 흔치 않은 석굴사원인 골굴사는 무술을 통해 수행하는 선무도의 본산이다. 그래서 ‘한국의 소림사’라 불리기도 한다.
골굴사에서 십 리쯤 떨어진 기림사는 광복 전까지만 해도 불국사를 말사로 거느렸던 고찰이다. 건칠보살좌상(보물 제415호), 대적광전(보물 제833호)을 비롯한 많은 문화재가 기림사의 녹록지 않은 역사를 말해주는 듯하다. 절집 분위기도 차분하고 한갓진 편이다. 특히 느티나무 우거진 초입의 숲길이 운치가 그윽해 자분자분 걸으며 사색하기에 좋다.
둘째 날 07:00~09:00 봉길해수욕장으로 이동, 해돋이 감상 후 아침식사(전복죽) → 09:00~10:00 이견대, 감은사지 삼층석탑 답사 → 10:00~12:00 감은사지 어귀(14번 국도)~이일삼거리(직진)~안동삼거리(우회전) 등을 경유해 골굴사(054-744-1689) 답사 → 12:00~14:30 기림사로 이동, 매표소(054-744-1701) 주변 식당에서 점심식사(닭볶음탕) 후 기림사 답사 → 14:30~16:00 기림사 어귀(14번 국도)~골굴사 어귀~안동삼거리(우회전, 4번 국도)~추령터널~보문관광단지 등을 거쳐 경부고속도로 경주IC 진입
맛집 포항 죽도시장에는 할매고래집(고래고기 054-241-6283), 승리회식당(생선회 054-247-9558) 등과 같이 재래시장의 정취를 간직한 음식점이 많다. 그리고 한솔밭갈비(돌솥한정식 054-277-9292), 포항물회(054-247-2900), 월성식당(물메기탕 054-292-1335), 동해별관(해물한정식 054-282-0005) 등도 포항시내 맛집으로 꼽힌다. 구룡포에서는 구룡장어(바닷장어구이 054-284-7242)와 동림식당(복탕 054-276-2333)이 권할 만하다. 그 밖에 경주 봉길리의 태평양횟집(전복죽 054-771-8853), 기림사 어귀의 대일식당(닭볶음탕 054-744-1781)이 유명하다.
흔히 ‘무진장’이라 불리는 무주·진안·장수군은 전라북도의 삼수갑산이다. 이 무진장의 명산을 대표하는 곳은 단연 덕유산인데, 반드시 겨울에 가야 진가를 확인할 수 있다.
1975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덕유산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눈꽃 명산 중 하나다. 금강의 본류와 가까운 데다 서해의 습한 대기가 이 산을 넘으면서 많은 눈을 뿌려 남부지방의 산치고는 적설량이 많기 때문이다.
무주구천동 33경의 마지막 절경인 향적봉에 올라서면 수많은 산봉우리의 실루엣이 사방으로 펼쳐진다. 이맘때면 봄꽃보다 더 곱고 화사한 눈꽃이 날마다 피고 진다. 또한 늦가을부터 이른 봄 사이엔 하얀 상고대(서리꽃)가 눈꽃 못지않은 진풍경을 연출하고, 웅장한 산맥을 배경 삼아 펼쳐지는 해돋이와 해넘이도 장엄하다.
향적봉 정상에서 해돋이와 눈꽃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향적봉대피소에서 하룻밤 묵는 것이 좋다. 대피소에서는 담요, 침낭 등 침구를 대여할 수 있고 전기온돌이 깔려 있어 잠자리가 따뜻하다. 라면, 통조림, 커피, 음료수 등 간식거리도 판다. 1인당 이용료는 7000원.
덕유산은 정상인 향적봉(해발 1614m)을 중심으로 두문산 거칠봉 칠봉 중봉 삿갓봉 무룡산 남덕유산 등 해발 1000m가 넘는 고봉들이 작은 산맥을 이루고 있다. 그래서 설악산이나 지리산처럼 종주산행도 가능하다. 하지만 무주구천동에서 향적봉까지의 등산 코스는 의외로 짧다.
아이젠·방한복 필수 … 산행 초보자에겐 곤돌라 권유
무주구천동의 상가지구가 들어선 삼공통제소에서 백련사까지는 약 1시간30분 동안 산책하듯 가볍게 걸을 수 있는 계곡길이 이어진다. 길을 따라 펼쳐지는 무주구천동 33경의 풍광에선 다른 계절엔 느낄 수 없는 적막감이 짙게 배어나온다. 빙설(氷雪)과 정적에 잠긴 겨울철 계곡을 바라보노라면, 앞만 주시하며 분주히 살아온 날들을 돌이켜보는 사색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백련사에서 향적봉까지는 제법 가파른 비탈길을 2시간가량 걸어야 하지만, 산행시간이 비교적 짧아 남녀노소 누구나 큰 어려움은 없다. 그러나 적설기엔 아이젠과 방한복을 착용해야 한다. 그래야 눈길에 미끄러지지 않을 뿐 아니라 능선을 타고 휘몰아치는 강풍에도 체온을 빼앗기지 않는다.
하지만 일정이 넉넉하지 않거나 산행 경험이 많지 않은 사람들은 처음부터 무주리조트의 관광곤돌라를 이용해 향적봉에 오르길 권한다.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하산 편은 오후 4시30분)까지 운행하는 이 곤돌라를 이용하면 약 20분 만에 설천봉(1530m)에 도착할 수 있다. 거기서 환상적인 눈꽃터널과 나무계단을 번갈아 지나며 20분쯤 걸으면 향적봉 정상에 이른다.
사방으로 시야가 거침없는 정상에선 중첩한 고봉과 산줄기가 다채로운 톤의 실루엣을 그리며 한눈에 들어온다. 향적봉에서 중봉 삿갓봉 무룡산 등을 거쳐 남덕유산까지 기세 좋게 뻗은 백두대간의 등줄기도 손금처럼 훤히 내려다보인다. 멀리 동남쪽으로는 지리산 가야산 황매산 기백산 적상산 등 내로라하는 명산과 준봉들이 일망무제로 펼쳐진다.
덕유산 눈꽃산행의 시발점인 무주리조트는 스키 슬로프와 관광용 곤돌라뿐 아니라 특급호텔, 가족호텔, 눈썰매장, 노천온천탕, 사우나 등 다양한 부대시설과 위락시설을 갖췄다. 더욱이 리조트 주변에 맛집과 숙박업소가 많아 겨울철 가족휴양지로 안성맞춤이다.
덕유산국립공원 북서부 지역인 적상산(1034m) 역시 한번 들러볼 만하다. 무주양수발전소가 들어선 뒤로 8부 능선까지 찻길이 개설된 덕에 수월하게 오르내릴 수 있다. 이곳엔 고려 공민왕 때 최영 장군이 왕에게 건의해 축성한 적상산성(사적 제146호)과 충렬왕 때 창건됐다는 안국사가 자리잡고 있다.
적상산 정상 아래 자리한 안국사는 조선시대에 적상산 사고(史庫)를 지키던 승병들의 숙소였다. 지금은 댐 건설로 본래의 절터를 옮기는 바람에 고풍스런 멋을 느낄 수 없지만, 경내 어디에서라도 덕유산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을 만큼 조망이 빼어나다. 이곳은 눈이 많이 내리면 차량 통행이 불가능하므로 이 점을 유의해야 한다.
둘째 날 09:00~09:20 무주리조트 관광곤돌라(063-320-7187)를 이용해 설천봉에 도착→ 09:20~13:00 설천봉~향적봉 간 눈꽃터널을 지나 향적봉 등반과 눈꽃 감상 → 13:00~14:00 설천하우스 내 레스토랑이나 스낵바(063-320-7709)에서 식사 후 관광곤돌라를 타고 하산 → 14:00~17:00 스키 또는 눈썰매를 타거나 노천온천탕(063-320-7894)에서 온천욕 → 17:00~17:30 무주리조트~리조트삼거리(좌회전, 37번 국도)~배방교차로(49번 국지도)~구천동터널~치목터널~사산삼거리(우회전, 19번 국도)~적상삼거리(우회전) 등을 거쳐 통영대전고속도로 무주IC 진입
맛집 구천동 상가단지의 원조할매보쌈(063-322-2188)은 소문난 보쌈 전문점. 달걀찜, 된장찌개를 비롯해 열댓 가지 딸려 나오는 밑반찬도 맛깔스럽다. 상가단지 내 전주음식관(063-322-3264)도 산채요리를 잘하는 집으로 유명하다. 그리고 리조트삼거리와 삼공리 사이 국도변에 자리한 명가(063-322-0909)는 참나무 장작불에 한 번 구워내는 흑돼지참나무구이와 산나물을 넣고 비벼 먹는 시골보리밥이 맛있다. 무주리조트 입구의 덕유산회관(063-322-3780)은 고추장불고기와 청국장, 향적(063-322-6957)은 소갈비, 우거지해장국 등을 잘한다.
역시 소한(小寒)과 대한(大寒)답다. 기를 펴지 못하던 동장군이 요즘 들어 갑자기 기세를 올리기 시작했다. 이 같은 강추위를 겪다 보면, 봄날 같은 겨울날씨를 탓하던 사람조차 따스한 봄 햇볕을 그리워하게 마련이다.
이미 남녘의 화산섬은 때 이른 봄빛이 제법 싱그럽다. ‘제주의 봄’이 머지않았음을 예고하는 전령사는 단연 수선화다. 수선화라고 하면 십중팔구는 서양에서 들여온 관상용 개량종을 떠올린다. 하지만 제주와 여수 거문도에도 수선화가 자생한다. 토종 수선화는 개량 수선화보다 향기가 진하고 정갈하며 우아한 빛깔을 자랑한다.
특히 추사 김정희(1786~1856)가 9년 동안 유배생활을 했던 제주도 대정읍 일대의 들녘과 바닷가에 야생 수선화가 많다. 자동차가 분주하게 오가는 도로변이나 양지바른 바닷가 언덕에서 발견할 수 있고, 들녘의 밭둑이나 무덤가에서도 은밀하게 피고 진다.
수선화가 피는 대정 들녘은 제주도 최대 평야지대다. 이곳은 섣달이나 정월에도 한겨울을 실감하기 어렵다. 한라산과 중산간지대의 드넓은 초원이 은빛 설원으로 탈바꿈해도 이곳은 초록빛으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일제 군사시설 잔재 곳곳에 … 해안도로 드라이브코스로 각광
게다가 이 들녘은 제주 현대사의 질곡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역사 현장이기도 하다. 태평양전쟁 당시 일제가 만든 군사시설이 지금까지도 곳곳에 남아 있다. 대표적인 것이 가미카제 특공대와 중국 본토를 폭격한 비행기의 발진 기지였던 알뜨르비행장이다. 지금도 상모리 일대 들녘에는 20여 개의 격납고를 비롯해 지하 벙커, 관제탑, 진지동굴, 카이텐(자살특공어뢰정) 기지 등이 산재한다.
알뜨르비행장 부근 송악산 아래의 해안 절벽에 뚫려 있는 일오동굴도 일제의 잔재다. 모두 15개에 이르는 이 인공동굴은 일본군이 군수품과 어뢰정을 감춰두기 위해 파놓았다. 몇 해 전 드라마 ‘대장금’의 마지막 촬영지가 된 뒤로는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제주도 맨 남쪽 바닷가에 우뚝 솟은 송악산(해발 104m)은 368개의 오름 중 꼭 한 번 올라봐야 할 곳이다. 정상에는 둘레 500m, 깊이 80여 m의 거대한 이중 분화구가 형성됐다. 세상 모든 것을 다 빨아들일 듯한 분화구의 위용이 보는 사람들의 오금을 저리게 할 만큼 압도적이다.
성산 일출봉이 제주도 동부 해안의 천연 전망대라면, 송악산 정상은 서남부 해안 제일의 전망대다. 동쪽으로는 멀리 서귀포 앞바다의 지귀도와 섶섬, 서북쪽으로는 차귀도와 비양도 그리고 한라산 정상까지 손에 잡힐 듯 또렷하다.
송악산과 산방산 아래 사계리를 잇는 해안도로는 제주도에서 가장 아름답고 운치 있는 해안 드라이브코스로 손꼽힌다. 전체 길이는 5km도 되지 않지만, 그 길에서 만나는 풍광과 정취는 제주도 어느 해안도로 못지않게 다채롭고 풍부하다. 웅장한 산방산과 서정미 넘치는 사계마을, 쪽빛 바다와 작은 무인도, 고운 모래언덕과 늘 푸른 해송숲…. 바다와 나란히 달리는 길은 이처럼 아름다운 풍경 속으로 빨려들 듯 이어진다. 또한 동쪽 해안이 아닌데도 겨울철에는 형제섬 위로 태양이 솟아오르는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송악산과 사계리 바닷가에서 한라산을 바라보면, 흰 눈을 머리에 인 한라산이 “어서 오라”고 손짓하는 듯하다. 한라산 정상은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눈이 쌓여 있지만, 가장 근사한 설경은 역시 1월에 볼 수 있다. 특히 폭설이 내린 뒤 맑게 갠 한라산 풍광은 알프스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아름답다.
현재 한라산 등산코스는 모두 4개인데, 그중 영실 코스와 어리목 코스가 비교적 수월하다. 해발 1280m의 영실휴게소에서 해발 1700m대 윗세오름대피소까지 약 4km 구간을 오르는 데는 2시간쯤 걸린다.
윗세오름 직전의 해발 1500~1600m에는 우리나라 특산식물인 구상나무 군락지가 형성돼 있다. 하지만 한겨울에는 구상나무의 자태를 제대로 보기가 어렵다. 구상나무숲 전체가 눈에 덮여버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언뜻언뜻 푸른 잎을 드러낸 구상나무의 늠름한 기상을 어렴풋하게나마 느낄 수 있다.
이 등산코스의 반환점이 되는 윗세오름대피소에서 사발면으로 요기한 뒤 다시 해발 970m의 어리목광장으로 내려서기까지는 1시간30분쯤 더 소요된다. 숱한 등산객의 발길에 다져진 눈길을 내려가는 것은 오를 때보다도 힘겹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따금 ‘엉덩이 썰매’를 지치면서 겨울 산행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기에 육체의 곤함은 금세 잊히게 마련이다.
둘째 날 07:00~08:00 사계리-송악산 해안도로에서 형제섬의 일출 감상→ 08:00~09:20 세면 후 아침식사(도미국) → 09:20~10:20 사계리~화순삼거리(1132번 지방도 = 옛 12번 국도)~창천삼거리~색달 입구(좌회전)~색달교차로~회수사거리(좌회전, 1139번 지방도 = 옛 99번 국도 = 1100도로)~탐라대사거리(직진)~영실 입구(우회전) 등을 경유해 한라산국립공원 영실매표소(064-747-9950) 도착 → 10:20~16:00 영실~영실기암~윗세오름대피소~사제비동산~어리목광장 등을 경유하는 등산코스 이용해 한라산 눈꽃 트레킹 → 16:00~17:30 어리목~어리목 입구(1139번 지방도)~어승생삼거리~도깨비도로~노형오거리 등을 경유해 제주공항 도착
세상의 모든 이치가 그렇듯 한겨울의 진객인 ‘눈’도 야누스적 속성을 지녔다. 눈이 풍성하게 내린 겨울날 풍경은 꿈결처럼 아름답다. 하지만 그 아름다운 설경(雪景)을 찾아가는 길은 쌓인 눈으로 인해 몹시 힘겹고, 때론 가슴 철렁한 일도 경험하게 마련이다.
승용차나 버스 대신 기차를 이용하면 가슴 졸이는 일 없이 비교적 빠르고 안전하게 눈 구경을 다녀올 수 있다. 특히 적설량이 많아 근사한 눈꽃과 겨울 태양을 감상할 수 있는 태백산은 겨울철 최고의 ‘기차 여행지’로 손꼽힌다.
강원도 태백땅은 조금 과장하면 ‘국토의 어버이’라 할 수 있다. 우리 땅의 양대 젖줄인 한강과 낙동강의 물길이 모두 이곳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창죽동 금대봉골에 있는 ‘검룡소(劍龍沼)’는 한강의 발원지이고, 황지동의 황지연못에서 솟아난 물은 낙동강의 첫 물길을 이룬다. 게다가 이 땅의 구석구석까지 실핏줄처럼 뻗어나간 산줄기들이 하나로 모이는 태백산도 이곳에 솟아 있다. 어머니처럼 자애로운 강줄기도 태백에서 시작되고, 아버지같이 듬직한 산줄기도 모두 태백땅으로 모여드는 셈이다.
백두대간 한복판에 좌정한 태백산은 우리 땅에서 가장 상서로운 해맞이 명산이다. 또한 예부터 겨레의 영산(靈山)으로 여겨진 태백산의 천제단에서는 ‘한배검(단군)’에게 올리는 제의가 한 해도 거르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태백산에 오르는 사람들에게선 순례자 같은 엄숙함과 비장감마저 엿보인다.
겨울 태백산은 온통 하얀 꽃밭이다. 산상의 모든 나무는 새하얀 눈꽃으로 피어나고, 산비탈의 울창한 숲은 눈부신 눈꽃 터널을 만든다. 발아래에도 순백의 정갈한 눈길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화사한 눈꽃은 어떤 봄꽃에도 뒤지지 않을 만큼 고혹적이다. 나뭇가지마다 핀 눈꽃을 보느라 관광객들의 눈과 볼은 발그레해진다.
여러 갈래인 태백산 등산코스 중 비교적 오르기가 쉽고 소요시간도 짧은 것은 유일사 코스다. 유일사 매표소에서 태백산 정상인 장군봉(해발 1567m)까지 약 4km 구간을 오르는 데 2시간가량 걸린다. 유일사가 자리한 중턱까지는 겨울 내내 빙판길로 변하는 찻길이 나 있어 길 잃을 염려도 없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정상 가까운 능선길에 올라서면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주목나무 군락지가 장관을 연출한다. 사방으로 뻗은 산줄기가 장엄하고, 저마다 다른 톤의 실루엣으로 층첩한 산봉우리는 거친 평원을 질주하는 야생마들처럼 역동적이다. 태백산 해돋이는 바로 이 산맥과 산봉우리를 조연 삼아 펼치는 대자연의 드라마다. 그래서 더욱 장엄하고 화려하게 느껴진다.
태백산 능선길은 대체로 눈길이 다져져서 미끄러운 데다 바람이 매우 거센 편이다. 그러므로 미끄럼을 방지하는 아이젠과 바람을 차단하는 윈드재킷은 필수다. 기본 장비와 방한복을 제대로 갖췄다면 초등학교 고학년 어린이도 산행이 가능하다. 대신 산행시간을 여유 있게 잡고 초콜릿, 양갱, 초코파이 등 열량 높은 간식거리와 따뜻한 음료를 챙기는 것이 좋다.
주목나무 군락지, 해돋이 안 보면 후회막급
유일사 코스로 태백산에 올랐다면 하산 코스는 해마다 ‘태백산눈축제’의 주행사장이 들어서는 당골광장으로 잡는 게 좋다. 태백산 정상에서 망경사를 거쳐 당골광장까지 가는 데는 1시간30분에서 2시간가량 소요된다.
올해로 15회를 맞은 2008년 태백산눈축제는 1월25일부터 2월3일까지 열흘간 열린다. 축제기간 중에는 눈조각 경연대회, 가족썰매왕 경주대회, 얼음터널과 이글루카페 체험, 눈미끄럼틀 타기 등 다채로운 이벤트가 연일 계속돼 추위를 잊게 한다. 축제가 끝난 뒤에도 얼마 동안은 축제에 사용된 시설물이 정상 운영된다.
태백산에 올라 눈꽃과 해돋이를 구경하고 당골광장에서 눈미끄럼틀을 타고 석탄박물관을 둘러본 뒤에도 기차 출발시각에 대려면 넉넉하다. 태백 시내의 황지연못과 화전동의 용연동굴은 그런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둘러볼 만한 곳들이다.
태백 시내 한복판에 자리한 황지연못은 상지, 중지, 하지의 세 곳으로 이뤄져 있다. 이곳에서 하루 5000t가량 쉼없이 솟아오르는 샘물은 1300여 리나 굽이굽이 흐르는 낙동강의 첫 물길을 이룬다. 그리고 금대봉(1418m) 동북쪽의 깊숙한 골짜기에 있는 검룡소는 514km에 이르는 한강 물줄기가 처음 시작되는 곳이다.
1997년부터 개방된 용연동굴도 금대봉 동쪽 자락에 자리했다. 해발 920m 지점에 있어 전국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석회동굴로 유명하다.
하지만 2차 생성물 대부분이 사람들의 손길로 크게 훼손된 상태. 정식 개장 이전에 종유석과 석순 등을 채취해 팔았던 일부 주민과 수석 판매상들의 소행이라 전한다. 그래서 용연동굴을 한 바퀴 둘러본 뒤엔 아름다운 생명체의 주검을 목격한 것처럼 섬뜩한 느낌이 오래도록 사그라지지 않는다.
맛집 태백의 대표적인 별미로는 연탄불에 구워먹는 한우고기가 손꼽힌다. 태백 시내의 황지동, 상장동 등지에 자리한 시장실비식당(033-552-2085), 태성실비식당(033-552-5287), 황지실비식당(033-552-4458) 등을 찾아가면 육즙 많고 입 안에서 살살 녹는 태백한우의 진미를 맛볼 수 있다. 그 밖에 태백 시내의 너와집(한정식 033-553-4669), 정원(한정식 033-553-6444), 승소닭갈비(033-553-0708), 초막칼국수(고등어찜 033-553-7388) 등도 권할 만하다.
사람들은 흔히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구경거리로 싸움 구경과 불 구경을 꼽는다. 하지만 내 경험으로 미뤄볼 때 그보다 더 재미있는 것이 있다. 바로 새 구경이다. ‘어신(漁神)’이라 불리는 물수리 한 마리의 물고기 사냥 장면, ‘겨울철의 진객’ 혹고니가 삼삼오오 짝을 지어 우아하게 헤엄치는 모습, 수만 마리 가창오리의 변화무쌍한 군무, 지리산 자락의 대숲을 들고 날 때마다 서늘한 바람소리를 내는 되새 수백만 마리의 비행쇼 등은 보는 사람들의 넋을 빼놓을 정도로 재미있고 감동적이다. 특히 겨울철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가창오리떼의 군무 광경은 볼 때마다 새롭거니와 그 순간의 감동이 오래도록 잊히지 않는다.
사실 겨울의 끝자락에서 어렴풋한 봄기운이 감지되는 이맘때는 겨우내 계속돼온 ‘가창오리의 군무 공연’이 막바지에 이른 시기다. 이때를 놓치면 3월경 시베리아 지방으로 되돌아간 가창오리들이 월동을 위해 다시 날아드는 늦가을이나 초겨울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즈음에 가창오리의 군무를 어렵지 않게 구경할 수 있는 곳이 충남 서천군과 전북 군산시의 경계를 이루는 금강하구다. 서해안의 중간쯤에 자리한 데다 고속도로와 가까워 찾아가는 길도 수월한 편이다.
가창오리의 군무를 아무 때나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체로 해가 뜨거나 질 무렵에만 신기루처럼 잠깐 펼쳐진다. 그러므로 곧장 금강하구로 달려갈 필요는 없다. 서천 땅에는 이맘때 한 번쯤 찾아볼 만한 여행지가 여럿 있다. 맨 먼저 들러볼 곳은 서면 마량리의 마량포구. ‘해 뜨는 서해 포구’로 유명해진 마을이다. 물론 서해안의 여느 포구와 마찬가지로 바다를 붉게 물들이는 해넘이도 장관이다.
마량포구는 활처럼 휘어진 작은 반도의 끄트머리에 자리잡고 있다. 그래서 해가 늦게 뜨는 겨울철에는 수평선이나 그 가까이 산 위로 아침해가 떠오르는 광경을 볼 수 있다. 해넘이를 보려면 포구 근처의 동백정에 올라야 한다. 동백정이 올라앉은 바닷가 언덕에는 수령 500년 이상의 동백나무가 80여 그루나 자라고 있다. 그래서 동백꽃이 만발하고 주꾸미 잡이가 한창인 3월이면 전국 방방곡곡에서 몰려든 상춘객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동장군의 기세가 완전히 꺾이지 않은 요즘에도 성급하게 꽃망울을 터뜨린 동백꽃이 적지 않다. 바다 전망이 시원스런 동백정에 올라서면 오력도 주변의 하늘과 바다를 붉게 물들인 태양이 수평선 너머로 찬찬히 자취를 감추는 해넘이 광경도 지켜볼 수 있다.
마량포구·동백정·해양박물관 등 볼거리 즐비
마량포구 초입 언덕에는 서해안 최대의 해양박물관이라는 서천해양박물관이 들어서 있다. 총면적 3500평, 건평 600평 규모의 이 박물관에는 전 세계에서 수집한 해양생물의 박제와 표본, 실물 등 15만여 점이 전시돼 있어 마치 바다 밑 용궁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 든다. 입장료가 약간 비싼 게 흠이지만, 다양한 종류의 바다 생물과 해양 생태계를 직접 보고 배울 수 있기에 한 번쯤 아이들과 함께 들러볼 만하다.
마량리 동백정을 찾았다면 춘장대와 홍원항을 지나칠 수 없다. 봄날이 유달리 길다는 춘장대에는 넓은 솔숲과 백사장을 거느린 해수욕장이 있다. 길이가 1.7km에 이르는 백사장은 썰물이 되면 바다처럼 넓어진다. 그 백사장에서 알싸한 바닷바람을 한 번만 맞으면 온몸의 묵은 때가 단번에 씻겨내리는 듯하다.
춘장대해수욕장 너머에는 봄철의 주꾸미, 가을 전어로 유명한 홍원항이 보인다. 겨울날의 매운 갯바람 속에서도 억척스레 삶을 꾸려가는 홍원항의 어민들을 보면 자신도 모르게 기운이 불끈 솟는다.
홍원항이나 마량포구에서 제철을 만난 주꾸미로 점심식사를 한 뒤에는 한산면의 한산모시관을 잠깐 둘러보고 금강변의 신성리 갈대밭을 찾아간다. 너비 100~200m, 길이 1km의 이 갈대밭은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의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유명 관광지로 떠올랐다. 갈대밭 사이로 미로 같은 산책로가 나 있고 산책로 곳곳에는 나무다리, 벤치, 장승, 솟대 등이 설치돼 있다. 잠시나마 영화 속 주인공도 돼보고, 모처럼 깊은 생각에 빠져볼 수도 있는 낭만과 사색의 공간이다.
갈대밭에는 대자연의 생명력이 가득하다. 숱한 생명체들의 소중한 보금자리이자 삶터일 뿐 아니라, 곤한 일상을 달래주는 쉼터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겨울철새 도래지는 대체로 대규모 갈대밭을 끼고 있다. 신성리 갈대밭 부근의 금강에도 해마다 수십만 마리의 가창오리, 기러기, 고니, 청둥오리 등의 겨울철새들이 날아와 겨울을 난다. 또한 금강하구는 서산 간척지와 해남 고천암호 사이를 오가는 가창오리떼의 중간 기착지나 다름없다. 그래서 운이 좋으면 수십만 마리의 가창오리가 바람소리를 일으키며 질서정연하게 비행군무를 펼치는 광경도 감상할 수 있다. 이처럼 수많은 새들이 한꺼번에 하늘을 날아오르는 광경은 어떤 자연경관보다 경이롭다. 겨울날의 석양을 가르는 가창오리떼의 힘찬 날갯짓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도시생활에 짓눌린 가슴이 상쾌하게 열린다.
맛집 홍원항과 마량포구에는 횟집이 즐비한데, 그중에서도 자연산 활어회를 비교적 저렴하게 내놓는 홍원항의 삼삼일일회센터(041-952-3311)와 매운탕이 맛있는 마량포구의 서산회관(041-951-7677)을 추천할 만하다. 2월 말부터는 홍원항과 마량포구의 대표적 명물인 주꾸미가 많이 잡히기 시작한다. 그리고 금강하구둑에서 자동차로 5분 거리인 군산시 개정면 아동리 29번 국도변의 계곡가든(063-453-0608)은 꽃게장을 잘하기로 소문난 맛집이다. 싱싱하면서도 비릿하지 않은 데다 싱겁지도 짜지도 않은 꽃게장 맛이 일품이다.
매화는 봄의 시작을 알리는 전령사다. 겨우내 모진 삭풍과 한설(寒雪)을 견디며 꽃망울을 부풀려온 매화나무는 가녀린 봄기운이 감지되는 3월 초부터 하나 둘씩 꽃부리를 펼치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꽃샘바람 속에서 피어난 매화의 고결한 꽃잎과 그윽한 향기를 느껴야 비로소 봄을 실감한다.
매운 꽃샘바람이 이따금씩 불어대는 3월 중순, 낙동강변의 한 작은 마을은 눈부신 꽃세상으로 탈바꿈한다. 흔히 ‘원동 매화마을’이라 불리는 경남 양산시 원동면 원리가 그곳이다. 뒤로는 토곡산(855m)에 등을 대고, 앞으로는 낙동강 도도한 물길을 굽어보는 마을이다. 이 마을 주변의 산비탈과 강 언덕, 논두렁과 밭둑, 민가와 기찻길 옆은 매화가 만개하는 3월 중순이면 흰 눈이 내린 듯 온통 새하얗다. 낙동강 바람이 매화나무 가지를 흔들 때마다 겨울 함박눈 같은 꽃잎이 우수수 흩날리곤 한다.
원동면 원리 일대 매화밭은 70여 년 전인 일제강점기에 처음 조성됐다. 날씨가 따뜻하고 햇볕이 잘 드는 양지가 대부분이라 매화나무를 재배하기에 천혜의 조건을 갖추었다고 한다. 원리에 속한 여러 자연부락 중에서도 원동, 관사, 삼정지 마을에 매화밭이 많다. 특히 바로 옆에 낙동강 물길과 KTX 열차가 질주하는 경부선 철길을 끼고 있는 삼정지마을의 순매원 풍광이 가장 인상적이다. 순매원 뒤쪽의 1022번 지방도변에서는 매화밭, 경부선 철도, 낙동강 물길이 하나로 어우러진 진풍경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해마다 매화가 만개할 즈음엔 매화축제도 열리는데, 올해는 3월8~9일에 열린다. 하지만 개화의 절정은 3월15일 전후에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랜 옛날의 원동은 신라와 가락국의 국경에 자리했다. 당시 육로와 뱃길을 감독, 관리하는 작원관원(鵲院關院)이 자리잡고 있어 ‘원이 자리한 마을(洞)’이라는 뜻의 ‘원동’으로 불리게 됐다. 또한 조선시대에는 한양-충주-문경새재-청도 등을 거쳐 부산 동래까지 이어지는 영남대로 길목에 자리잡은 교통의 요지였다. 최근 옛 모습으로 복원된 작원관 건물은 원래 관리들의 숙소 겸 검문소로 사용하기 위해 지어졌다. 낙동강변의 작원나루를 오가는 사람과 화물에 대한 검문도 여기서 했다. 유사시에는 낙동강을 거슬러오는 왜군을 방어하는 요새로도 활용됐다고 한다.
밀양 삼랑진을 거쳐온 영남대로를 타고 삼랑진읍과 양산 원동면의 경계지점에 자리한 작원관을 통과하면 마침내 원동 땅에 들어설 수 있다. 원동에 들어선 뒤로는 비좁은 산길인 작천잔도, 주막집이 즐비하던 서룡리 신전마을, 수많은 행인이 발을 헛디뎌 낙동강에 떨어져 죽었다는 황산잔도 등을 통과해야 비로소 오늘날의 양산시 물금읍내에 당도한다.
토곡산과 낙동강 물길 기막힌 조화 … 천태사·웅연폭포도 일품
원동은 지금도 교통의 요지다. 삼랑진과 양산시를 잇는 1022번 지방도가 개설돼 있고, 낙동강 물길과 나란히 달리는 경부선 철도가 이곳을 지나간다. 또한 원리 삼거리에서 69번 국지도를 타고 북쪽으로 약 12km만 가면 강원도 첩첩산중 같은 오지인 양산 배내골에 들어선다. 하지만 겨울날의 삭막함을 벗지 못한 3월의 배내골은 을씨년스럽기 그지없다. 산골마을의 봄은 강촌보다 한 달쯤 더디기 때문이다.
원동에서 삼랑진 방면으로 가려면 천태산(630m) 자락의 신불암고개를 넘어야 한다. 이 고갯길 중간의 병풍처럼 펼쳐진 암벽 아래에 천태사가 있다. 고풍스런 멋은 그리 느껴지지 않는 절집이지만, 주변 암봉과 여러 건물이 조화를 이뤄 지나는 길에 잠시 들러볼 만하다. 또는 절집 위쪽 암벽에서 40m 높이로 떨어지는 웅연폭포의 물줄기는 가슴을 뻥 뚫리게 할 만큼 시원스럽다.
천태산 산허리를 관통하는 신불암고개를 넘어서면 밀양 삼랑진 땅이다. 이곳에서 수도권으로 가려면 삼랑진IC를 통해 대구부산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낙동철교와 나란히 낙동강을 가로지르는 삼랑진교를 한번 건너보기를 권한다. 일제강점기에 완공된 이 다리는 ‘한국의 콰이강 다리’라고도 불린다. 사실 차량 두 대가 간신히 교행할 만큼 비좁아 왕래하기는 좀 불편한 다리다. 하지만 넓고 빠른 요즘의 다리에서는 맛볼 수 없는 여유와 낭만이 가득하다. 다리 위에 잠시 차를 세우고 강바람을 느껴본다. 차갑지 않은 강바람에 실려온 봄내음이 제법 풋풋하다.
맛집 순매원(016-317-3644)에서는 매화꽃을 구경하러 온 관광객들에게 무료로 식사를 대접하기도 한다. 냉이 돌나물 쑥 등과 같이 매화밭에서 캔 봄나물과 매실된장으로 조리한 음식이 조촐하면서도 맛깔스럽다. 원동역 부근의 금강식당(055-382-5191)은 돼지국밥 내장국밥을 비교적 잘하는 집이고, 물금읍 삼전무지개아파트 앞에 자리한 언덕집(055-384-6271)은 추어탕을 잘하기로 소문난 집이다.
잔뜩 부풀어오른 춘흥(春興)이 어느덧 동장군을 물리쳐버린 듯하다. 간간이 불어오는 꽃샘바람의 시샘 속에서도 봄기운은 무르익게 마련이다. 이미 남녘은 매화, 산수유가 절정이다. 그런 꽃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괜스레 마음이 조급해진다. 화사한 봄날은 생각보다 훨씬 짧기 때문이다. 그래서 꽃구경은 때를 잘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아주 짧은 특정 시기를 놓치면 다시 1년을 기다려야 한다.
이맘때쯤 꽃구경으로는 매화가 으뜸이다. 매화는 무엇보다 향기가 매혹적이다. 인공의 어떤 향료도 매향(梅香)만큼 기품 있고 그윽하고 깊이 있는 것은 없다. 매화의 향기는 예로부터 ‘귀로 듣는 향기’라 했다. 어디선가 떨어지는 바늘 소리도 들을 수 있을 만큼 마음이 고요해야만 비로소 그 향기를 온전히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오늘날 연륜 깊은 산사와 고택치고 오래된 매화나무 한두 그루 없는 데가 드문 것도 바로 그런 연유에서다.
지리산 자락에 들어앉은 경남 산청군 단성면 운리에는 고즈넉한 절터가 남아 있다. 신라 경덕왕 때 창건됐다가 정유재란 당시 불타버렸다는 단속사 옛터다. 폐허만 남은 절터에는 두 개의 삼층석탑(보물 제72호, 73호)과 당간지주만 쓸쓸히 서 있다. 그런데도 황량함보다는 오히려 푸근함이 느껴진다. 지리산의 너른 품이 절터를 아늑하게 감싼 데다, 불국사의 석가탑처럼 단아한 멋과 안정감이 돋보이는 두 기의 삼층석탑이 절터를 지키고 서 있기 때문이다.
단속사터에는 수령 600년의 ‘정당매’가 있다. 단성면 남사마을의 원정매(元正梅), 시천면 산천재의 남명매(南冥梅)와 함께 ‘산청삼매’로 꼽히는 매화나무 고목이다. 고려 말 단속사에서 공부하던 강회백(姜淮伯)이 심었다고 한다. 훗날 그의 벼슬이 정당문학(政堂文學)에 이르자 ‘정당매’라 이름이 붙여졌다. 지금도 정당매는 해마다 3월 중순이면 고결하고도 은은한 향기를 절터 가득 흩뿌린다.
원정매가 있는 남사마을은 단속사 초입의 20번 국도변에 자리한 전통마을이다. ‘남사예담촌’으로도 불리는 이 마을에는 주로 밀양 박씨, 성주 이씨, 진양 하씨 등이 조상 대대로 살아온 기와집들이 즐비하다. 언뜻 보면 수백 년 묵은 전통 양반고택으로 보이지만, 실은 20세기 초에 부와 권세를 과시하기 위해 지어진 부농주택들이라고 한다. 그래도 마을 안을 찬찬히 둘러보면 투박한 돌담길이 정겹게 이어지고 돌담 위로 매화꽃이 화사하게 피어 있다.
고려 말 강회백이 심었다는 ‘정당매’ 유명 … 조식과 관련한 유적 많아
원정매를 비롯해 최씨매, 이씨매 등 남사마을의 오래된 매화나무들은 관직에서 물러나 이곳에 낙향한 선비들이 심었다. 그중 진양 하씨가 사는 분양고가의 ‘원정매’는 원정공 하집(元正公 河輯, 1303~1380)이 생전에 심었다고 한다. 수령이 600년을 훨씬 넘은 원정매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매화나무의 하나로 꼽힌다. 이 나무는 근래까지도 고매(古梅) 특유의 기품과 위엄을 갖추고 가지마다 탐스런 꽃봉오리를 가득 피어올리곤 했었다. 그런데 몇 해 전 주인 영감님이 세상을 뜨고 안주인마저 대처로 떠난 뒤로는 원정매도 갑자기 노쇠해졌다. 지금은 역동적으로 구부러진 가지만 고목이 된 채 남아 있고, 붉은 겹꽃으로 탐스럽게 피어나던 원정매의 자태는 다시 보기 어려워졌다.
남사마을을 뒤로하고 지리산 쪽으로 40여 리 더 들어가면 산청군 시천면 소재지인 사리가 나온다. 옛날에 ‘덕산’이라 불리던 이 마을은 지리산 동부지역의 교통 요충지이자 물산의 집결지였다. 또한 조선시대 퇴계 이황에 견줄 만큼의 대학자였던 남명 조식(南冥 曺植, 1501~1572)의 은거지로도 유명하다. 지금도 시천면 사리와 그 이웃의 원리에는 산천재, 덕천서원, 남명묘소, 세심정 등 남명의 유적이 여럿 남아 있다.
그중 덕천강변에 자리한 남명의 처소 산천재를 이맘때 찾아가면, 어디선가 흘러나온 매향이 온몸을 휘감는 듯하다. 산청삼매의 하나인 ‘남명매’가 흘리는 향기다. 산천재 마당에 있는 이 매화 노목은 남명이 직접 심었다고 전해진다. 평생 벼슬길에 나가지 않고 처사로 살았던 남명의 지조를 닮아서인지 남명매의 꽃향기도 유달리 청신하고 고아(高雅)하다.
시천면 소재지의 덕산삼거리에서 지리산 천왕봉 아래의 중산리까지는 14km쯤 된다. 덕천강 물길과 나란히 달리는 20번 국도를 따라가노라면, 길 굽이를 돌아설 적마다 지리산 천왕봉이 명멸(明滅)을 거듭한다. 바람결에 일렁이는 대숲 위로 불끈 치솟은 천왕봉은 한달음이면 닿을 듯 가까워 보인다. 하지만 해발 1915m의 천왕봉은 가장 가까운 출발점인 중산리에서도 꼬박 4시간 넘게 걸어야 올라설 수 있다. 그래서 그 정상을 향해 선뜻 발길을 내딛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지리산은 먼발치서 바라보기만 해도 기분 좋고 마음 든든한, 민족의 영산(靈山)이자 명산(名山)이다.
※ 1박2일 일정으로 느긋하게 여행할 경우에는 청학동과 삼성궁을 둘러볼 만하다. 중산리 직전의 내대리에서 1047번 지방도를 이용해 삼신봉터널을 지나면 금세 청학동과 삼성궁에 도착한다. 여유가 있다면 지리산 동쪽 자락인 삼장면 대포리의 내원사와 유평리의 대원사도 꼭 들러볼 만한 고찰이다.
맛집 산청 남사마을에 자리한 남사예담촌전통찻집(011-9314-0422)에서는 전통차뿐 아니라 떡국, 녹차수제비, 파전 등을 맛깔스럽게 내놓는다. 그리고 지리산을 자주 찾는 산꾼들 사이에 시천면 사리의 팔도한우촌(055-973-0092)은 한우구이와 갈비탕, 시천면 중산리의 지리산산꾼의집(055-972-1212)은 산채비빔밥을 잘하기로 소문난 집이다. 그 밖에 산청읍내의 춘산식당(055-973-2804)은 산청에서 가장 내력 깊고 손맛 좋은 한정식집으로 손꼽힌다.
높고도 큰 지리산은 언제나 아버지처럼 듬직하고 넉넉하다. 때묻지 않은 자연미를 간직한 섬진강은 어머니처럼 자애롭고 푸근하다. 아버지 같은 지리산에 등을 기대고 어머니 같은 섬진강을 젖줄로 삼은 전북 남원시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멋과 맛의 고장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고전문학인 ‘춘향전’과 ‘흥부전’의 무대이자, 동편제 판소리와 추어탕의 본고장이다. 그러니 남원 땅 어딜 가나 정겨운 우리 가락이 들려오고, 발길 닿는 곳곳마다 세월의 더께가 두껍게 쌓인 역사유적이 산재하다.
지리산 자락의 산내면 입석리에 자리한 실상사는 거대한 박물관이나 다름없다. 단일 사찰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국보급 문화재를 보유한 곳이기 때문이다. 백장암 삼층석탑(국보 제10호)과 석등(보물 제40호)을 비롯해 국보 1점, 보물 11점 등의 국가지정 문화재가 있다. 그 가운데서도 유독 눈길을 끄는 것은 약사전의 철제여래좌상(보물 제41호)이다. 지리산 천왕봉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는 이 철불은 백두대간의 지맥이 일본 후지산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주조됐다고 한다.
정겨운 우리 가락의 고장, 발길 곳곳 역사유적
통일신라의 구산선문(九山禪門) 중 하나였던 실상사는 산사다운 고즈넉함도 인상적이지만, 절 초입의 동구 밖에 세워진 돌장승들(중요민속자료 제17호)도 눈여겨볼 만하다. 벙거지를 쓴 머리에 왕방울 같은 눈을 부라리고, 꾹 다문 입술 사이로 어금니와 송곳니가 드러난 형용이다. 조선 영조 1년(1725)에 세워진 이 장승들은 사찰의 수호신인 사천왕상이나 인왕상 같은 위엄을 풍긴다.
실상사에서 남원시내를 찾아갈 때는 좀 에돌더라도 지리산관광도로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이 길을 따라가면 뱀사골, 달궁, 정령치, 구룡계곡 등 지리산 서북지역의 여러 명소와 절경들을 한꺼번에 둘러볼 수 있다.
남원시내 광한루 근처의 요천 둑길은 매년 4월 초순경이면 눈부시게 화사한 벚꽃길로 탈바꿈한다. 남원시내에서는 ‘춘향전’ 무대인 광한루원, 남원의 새로운 명소로 등장한 춘향테마파크, 동편제 판소리의 진수를 보여주는 국립민속국악원, 매월당 김시습의 ‘만복사저포기’ 무대인 만복사지, 동학혁명군 김개남 부대의 본거지였던 교룡산성 등도 둘러볼 만하다.
그 가운데서도 남원의 대표적 명소는 역시 광한루원(사적 제303호)이다. 요천변에 자리한 광한루원은 광한루(보물 제281호)라는 누각과 연못, 그리고 연못 한가운데의 세 섬과 오작교 등으로 이루어진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누원(樓園)이다. 조선의 성리학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조성된 광한루원에는 천체와 우주를 상징하는 요소들이 군데군데 흩어져 있다. 예컨대 연못은 은하수를 상징하고, 그 연못 속의 세 섬은 신선들이 산다는 전설 속 이상향 삼신산(三神山)을 본떠 만들었다. 그런 상징들을 되새기며 광한루원을 소요하노라면 ‘…남문 밖 나가오면 광한루 좋사온데, 오작교 영주각은 삼남 제일의 승지로소이다”라는 ‘춘향전’의 한 대목을 실감하게 된다.
광한루에서 그리 멀지 않은 만복사지(사적 제349호)도 한 번쯤 들러봐야 할 곳이다. 고려시대 창건된 만복사는 한때 남원 최대의 사찰로 번창했으나 1597년 정유재란 당시 남원성을 함락한 왜군에 의해 모두 불타버렸다. 지금은 오층석탑(보물 제30호), 불상좌대(보물 제31호), 당간지주(보물 제32호), 석불입상(보물 제43호) 등의 석물들만 남아서 옛 시절의 영화를 짐작게 한다.
하지만 그런 유물보다 더 마음을 잡아끄는 것은 절터 밖의 도로변에 위태롭게 놓인 석인상(石人像)이다. 우락부락한 인상으로 봐서는 만복사를 수호하던 인왕상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이 석인상은 온몸이 땅에 묻히고, 목 위만 간신히 드러낸 채로 분주히 오가는 자동차와 행인들을 응시한다. 주변에는 보호용 철책까지 옹색하게 둘려 있다. 불도량(佛道場)의 수호신치고는 그 처지가 옹색하고 답답하기 그지없다. 그래도 석인상의 근엄한 표정에서는 자신의 소임을 끝까지 수행하겠다는 결연함과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닮고 싶어지는 석인상이다.
둘째 날 06:30~07:30 기상 후 요천 강변길과 남원관광지 산책`→`07:30~09:30 아침식사(추어탕)`→`09:30~ 10:30 광한루원(063-625-4861) 답사`→`10:30~13:00 만복사지와 교룡산성 답사 후 점심식사(찌개백반 또는 두부요리)`→`13:00~14:30 남원시내(17번 국도, 전주 방면)~월평교차로(745번 지방도)~서도리를 경유, 혼불문학관(063-620-6788) 관람`→`14:30~15:30 혼불문학관~월평교차로(17번 국도)~전주역 앞~차량등록소 앞 삼거리(우회전, 봉동 방면)~소양교를 경유해 우회도로 익산포항고속도로 완주IC 진입
맛집 지리산관광도로가 지나는 주천면 고기리 내기마을의 에덴식당(063-626-1633)은 산채비빔밥이 기막히게 맛있는 집이다. 지리산에서 채취한 16가지 나물 반찬과 된장찌개가 나오는데, 상차림이 정성스럽고 재료도 정직하다. 산내면 소재지의 산내식당(063-636-3734), 유성식당(063-636-3046) 등에서는 비계가 얇아 담백하고 쫄깃한 지리산 흑돼지의 진미를 맛볼 수 있다. 광한루 근처의 새집(063-625-2443), 부산집(063-632-7823), 현식당(063-626-5163)은 추어탕과 추어숙회의 본고장인 남원에서도 알아주는 추어탕집들이다. 그 밖에 종가집(한정식 063-626-9988), 민속두부마을(063-626-8854), 우소보소(찌개백반 063-633-7484), 신촌매운탕집(민물매운탕 063-625-6291) 등도 맛의 고장 남원을 대표하는 식당들이다.
진달래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봄꽃이다. 봄처녀의 연분홍 치마 같은 진달래꽃은 먼발치서 바라보기만 해도 사람들의 마음을 달뜨게 한다. 게다가 연분홍 진달래꽃은 소나무, 바위 등 우리 땅의 어떤 사물과도 썩 잘 어울린다. 그래서 진달래는 홀로 피어도 보기 좋고, 수천 수만 그루의 진달래가 무리지어 핀 광경도 섬뜩하리만치 아름답다.
우리나라에는 창녕 화왕산, 여수 영취산, 달성 비슬산 등처럼 진달래 명소로 유명한 산들이 많다. 하지만 인천광역시 강화군의 고려산(436m)처럼 멋진 진달래 명소를 쉽게 구경할 수 있는 곳도 흔치 않다. 고려산은 강화군의 강화읍, 내가면, 하점면, 송해면에 걸쳐 있는 작은 산이다. 원래 이름은 ‘오련산’이었으나 고려의 군사들이 훈련하던 곳이라 해서 고려산으로 개명됐다고 한다.
현재 고려산 정상에는 군부대 기지가 자리잡고 있는데, 그 부근의 산비탈과 능선에 수도권 최대의 진달래 군락지가 형성돼 있다. 전체 규모만도 20여 만평에 이르는 이 군락지는 1986년의 대형 산불로 소나무와 잡목이 모두 소실된 뒤 생명력 강한 진달래만 살아남아 자연스레 형성됐다고 한다. 이곳 진달래 개화기는 해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4월15일부터 25일 사이가 절정이다. 올해는 3월부터 꽃샘추위가 거의 없었
던 탓에 개화기가 예년보다 5일가량 앞당겨졌다.
고려산 진달래 황홀경 … 보이는 곳 모두 귀중한 문화유산
고려산의 등산코스는 크게 백련사, 청련사, 적석사 코스로 나눌 수 있다. 그중 백련사 코스를 이용하면 정상 부근의 진달래 군락지까지 비교적 수월하게 오를 수 있다. 등산로의 경사가 완만하고 코스가 길지 않은 편이어서 아이들을 포함한 가족 등산객도 적지 않다. 하점면 부근리에서 고려산 중턱의 백련사까지는 찻길이 나 있다. 그러나 등산객이 몰리는 진달래 철에는 일반 차량의 출입을 통제한다. 강화지석묘 주차장에 차를 세워둔 채 쉬엄쉬엄 걸어도 백련사를 거쳐 정상까지 가는 데는 약 1시간3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백련사 어귀와 가까운 하점면 부근리의 48번 국도변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멋있는 고인돌이 있다. ‘강화지석묘’라 불리는 이 청동기시대 고인돌은 두 개의 굄돌에 올려진 덮개돌의 길이만 7.1m에 너비가 5.5m나 된다. 그 무게만도 자그마치 50t에 이르는 북방식 고인돌이다. 이것을 포함해 강화도의 120여 기 고인돌은 고창, 화순 지역 고인돌과 함께 2000년 11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됐다.
한반도의 중간쯤에 자리한 강화도는 고려와 조선시대 수도였던 개경과 한양의 길목을 지키는 전략 요충지였다. 그래서 고려 때의 몽고군 침략에서부터 조선 말기의 병인·신미양요에 이르기까지 숱한 외세의 침입을 받았다. 오늘날 강화도를 ‘역사의 땅, 눈물의 섬’이라 일컫는 것도 바로 그런 까닭에서다.
고려 무신정권 때 39년 동안이나 임시 수도가 자리했던 강화읍내에는 강화성, 고려궁터, 용흥궁, 성공회 강화성당 등의 역사유적이 남아 있다. 그중 강화성은 내성 중성 외성 등의 세 겹으로 이루어진 철옹성이었다. 그러나 오랜 세월에 걸쳐 숱한 시련을 겪어오는 동안 성벽 대부분은 허물어지고, 지금은 돌로 쌓은 내성만 남아 있다. 고려산 진달래가 만개할 무렵에는 북문 진입로 양쪽의 벚나무 가로수가 일제히 꽃망울을 터뜨려 눈부신 꽃터널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봄꽃의 개화가 예년보다 5~7일 빨라진 올 봄에는 4월 둘째 주말을 넘어서면서부터 꽃잎이 우수수 흩날리기 시작했다.
강화성 북문 초입에는 고려궁터가 있고, 고려궁터 아래쪽 골목에는 성공회 강화성당이 자리잡고 있다. 이 성당 건물은 전통적인 조선 한옥에 서양의 기독교식 건축양식을 절충해 지어졌다. 그래서 언뜻 보면 영락없는 절간이지만, 내부에는 전형적인 바실리카 양식의 예배 공간이 마련돼 있다. 초창기 선교사들의 세심한 배려와 토착화 노력이 엿보이는 건물이다. 성당 부근에는 ‘강화도령’ 철종이 19세까지 살았던 용흥궁도 있다. 그리고 갑곶돈대, 광성보, 덕진진, 초지진 등 강화도 해안에 남아 있는 요새들은 조선 말기 서양 열강의 침입에 맞서 목숨으로 지켜낸 국방 유적이다.
강화도를 찾은 길에 마니산 동남쪽 기슭에 자리한 정수사를 빼놓을 수 없다. 규모도 작고 건물도 몇 채 없는 아담한 고찰(古刹)이지만, 바다 전망이 탁월한 데다 인적이 뜸해 산사다운 고즈넉함을 느낄 수 있다. 또한 대웅보전 전면의 문짝에는 꽃문살이 정교하게 수놓아져 사시사철 화사한 꽃을 감상할 수 있다.
김포우회도로~누산교차로~강화대교~강화읍내~송해삼거리(좌회전)~
부근삼거리(좌회전) 등을 경유해 강화지석묘 주차장에 도착 →
08:20~12:00 주차장에 차를 세워둔 뒤 고려산 산행 및 진달래 군락 감상 →
12:00~13:00 강화읍내로 이동, 점심식사(가정식백반 또는 묵밥) →
13:00~15:00 강화읍내 역사유적(고려궁터, 강화성, 용흥궁, 성공회 강화성당 등) 답사 →
15:00~16:30 갑곶으로 이동해 갑곶돈대~오두돈대~광성보~덕진진 등을 거치는
해안도로를 따라가며 국방유적 답사 → 16:30~18:00 광성보~초지삼거리(우회전)~
전등사 입구~함허동천 입구를 거쳐 정수사 구경 → 18:00~18:30 정수사~함허동천 입구~
장흥리 입구(우회전)~장흥저수지~섬암교삼거리(좌회전) 등을 경유해 초지대교 통과
여행정보
숙박 강화도는 섬 전체가 거대한 펜션타운이다. 그런데도 주말과 휴일에는 예약하지않으면 숙소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추천할 만한 펜션으로는 화도면 사기리의 ‘게스트하우스 무무’(032-937-9065), 화도면 여차리의 일마레펜션(032-937-6242), 화도면 장화리의 낙조테마펜션(032-937-4077), 석모도의 ‘추억 속으로’(032-932-8180) 등을 꼽을 수 있다. 그 밖에 길상면 선두리의 강화로얄관광호텔(032-427-2000), 길상면 초지대교 부근의 쉘모텔(032-937-8235), 화도면 내리의 에쿠스모텔(032-937-9682)도 괜찮은 숙소다.
맛집 석모도행 카페리호의 출항지인 내가면 외포리 선착장과 화도면 선수포구 주변에 자리잡은 돈대횟집(032-932-2833), 청강횟집(032-937-1994) 등에서는 강화도 특산물인 밴댕이회를 맛볼 수 있다. 강화읍내 중앙시장의 우리옥(가정식백반 032-934-2427), 고려궁터 맞은편의 왕자정(두부요리와 묵밥 032-933-7807), 강화읍 선문리의 신아리랑집(젓국갈비 032-933-2025), 선원면 신정리의 별미정(장어구이 032-932-1371), 길상면 초지리의 대선정(시래기밥과 메밀칼싹둑이 032-937-1907)도 한번 찾아볼 만하다.
사도(沙島)는 전남 여수시 화정면 낭도리에 딸린 작은 섬이다. 본섬인 사도를 중심으로 추도, 중도(간도), 시루섬(증도), 장사도, 나끝, 연목(바위섬) 등의 7개 섬이 이웃해 있다. 하지만 사도 선착장 근처의 나끝, 사도와 증도 사이에 자리한 시루섬은 사도와 시멘트 도로로 연결돼 있어 이제는 독립된 섬이 아니다. 그리고 유인도는 사도와 추도뿐인데, 총 50여 명의 주민 가운데 추도에 사는 3명을 제외하고 모두 사도에 거주한다.
사도와 추도 사이의 바닷길은 1년에 여러 차례 열린다. 그중 가장 많이 열리는 때는 음력 2~4월 그믐과 보름 전후다. 올해 5월에는 4~8일의 오후 1~5시에 열리는데, 정확한 시간은 국립해양조사원의 홈페이지(www.nori.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조석간만의 차이가 큰 사리 때 폭 15m, 총길이 3km의 바닷길이 열리면 사도를 비롯한 7개 섬이 ‘ㄷ’자형으로 연결되는 진풍경이 연출된다. 특히 사도와 추도 사이에 약 750m 길이의 바닷길이 열리는 광경은 마치 ‘모세의 기적’이 눈앞에 펼쳐진 듯한 감동을 안겨준다. 물 밖으로 드러난 갯벌에는 파래 미역 톳 해삼 멍게 낙지 등의 해산물이 곳곳에 널려 있다. 일부 관광객들은 바닷물이 다시 밀려드는 줄도 모르고 해산물 채취에 열중하다 온몸이 흠뻑 물에 젖기도 한다.
사도 주변의 여러 섬은 우리나라의 대표적 공룡발자국 화석 산지이기도 하다. 이 일대에는 중생대 백악기(1억4400만~6500만년 전)의 퇴적암이 광범위하게 분포돼 있는데, 시루떡처럼 켜켜이 층을 이룬 퇴적암 속에서 총 3546개의 공룡발자국 화석이 확인됐다. 발자국 화석의 종류도 조각류(두 발로 걷는 공룡), 용각류(거대한 몸집의 초식공룡), 수각류(육식공룡) 등 매우 다양하다. 그리고 추도에서는 총길이가 84m에 이르는 보행렬이 발견되기도 했다. 사도마을의 뒤편에는 변산반도의 채석강과 흡사한 ‘천년층’ 해안이 있는데, 이곳 갯바위에서도 거대한 공룡 한 마리가 방금 남긴 것처럼 또렷한 보행렬을 찾아볼 수 있다.
이 지역에서는 이 밖에 나무가 화석으로 변한 규화목(硅化木)과 식물화석, 물결 무늬가 화석화된 연흔(漣痕), 땅바닥이 말라서 갈라졌던 흔적인 건열(乾裂) 등도 다량 발견됐다. 이처럼 학술적인 가치가 높은 사도 일대의 ‘공룡발자국 화석지 및 퇴적층’은 2003년 천연기념물 제434호로 지정되기도 했다. 근래에는 유네스코의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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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개의 섬 옹기종기 … 공룡발자국 화석 등 볼거리 풍성
사도 주변의 여러 섬들은 규모가 매우 작은데도 저마다 독특한 색깔을 보여준다. 예컨대 추도는 한적한 퇴적암층 갯바위에 선명한 공룡발자국 화석들이 지천으로 깔려 있고, 사도는 아담한 모래해변과 소박한 돌담길이 인상적이다. 사도의 서쪽 해안은 깎아지른 절벽과 넓은 갯바위지대가 드리워져 있어 독특하면서도 이국적인 풍경을 보여준다. 절벽 위쪽으로는 바다 전망이 시원스런 산책로가 개설돼 있어 외딴섬의 낭만과 멋을 호젓하게 음미할 수 있다. 그리고 작은 콘크리트 다리를 통해 사도와 연결된 중도의 갯바위 낚시터에는 커다란 공룡발자국 화석이 군데군데 웅덩이처럼 패어 있다.
사도 주변의 무인도 중에서 볼거리가 가장 풍부한 섬은 증도다. 썰물 때만 물 밖으로 드러나는 모래톱을 통해 증도로 들어서면 이순신 장군이 보고 거북선을 구상했다는 거북바위, 산더미 같은 크기의 장군바위, 사람의 옆얼굴을 닮은 얼굴바위, 맑은 물이 솟아나는 젖샘바위, 거대한 야외음악당 같은 동굴바위(높이 20m), 200여 명이 앉을 만한 멍석바위, 제주 용두암의 꼬리라는 용미암 등의 기암들이 잇따라 나타난다.
지난해 11월 문화재관리청은 사도마을과 추도마을의 850m가량 되는 돌담을 등록문화재 제367호로 지정했다. 이 두 섬마을의 돌담은 돌로만 쌓은 ‘강담’ 구조를 갖췄다. 돌담에 올려진 돌의 크기와 형태는 일정치 않고, 평평한 것부터 둥근 것까지 다양하다. 대체로 적게는 10cm에서 크게는 30~50cm 길이의 돌들이 사용됐다. 큰 돌, 작은 돌이 서로 맞물린 형태의 이 돌담은 두께가 50cm 내외다. 특히 추도마을의 돌담은 구들돌처럼 납작납작한 퇴적암으로 치밀하게 쌓여 있어 보기에도 좋고 구조적으로도 튼실해 보인다.
사도와 주변의 부속섬들은 걸어다니기에 딱 좋다. 사실 찻길이 없어서 자동차가 필요 없고, 오토바이와 자전거조차도 드물다. 대신 아름답고 운치 좋은 산책로가 섬 구석구석까지 연결돼 있어 찬찬히 걸으면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 있다. 게다가 어디에 있어도 몇십 걸음만 걸어가면 금세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가 시야에 가득 찬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사도에 가면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 발걸음이 느릿해진다. 사도에 머무는 동안은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유를 만끽할 수 있다. 외딴섬 특유의 여유와 한가로움이 가득한 사도는 ‘신비의 바닷길’이 열리지 않은 때도 한 번쯤 꼭 찾아볼 만하다.
둘째 날 14:00~14:30 사도발 백야도행 여객선을 이용해 백야도 선착장에 도착→14:30~16:00 백야도~백야대교~세포삼거리(22번 국지도)~덕양삼거리(17번 국도)~해룡육교~순천우회도로~남해고속도로 순천IC 진입
맛집 사도에 상설 음식점은 없지만 사도횟집민박, 모래섬민박 등의 민박집에 미리 부탁하면 식사를 할 수 있다. 대부분의 민박집에서 손님들이 부탁하면 식사를 차려준다. 모래섬민박에서는 해삼비빔밥이나 해초비빔밥 같은 별미를 주문해서 먹을 수 있고, 사도횟집민박에서는 광어 농어 등의 자연산 생선회를 맛볼 수 있다. 사도행 여객선이 출발하는 백야도 선착장 부근의 옛날맛손두부집(061-685-1027)의 두부는 모양이 투박하고 단단한 편이지만 재료 고유의 맛이 잘 살아 있다. 두부와 함께 내놓는 간장양념장과 묵은 김치, 인근 낭도에서 만들어 온다는 막걸리도 먹음직스럽다.
지난해 12월17일, 문화재청은 옛길 32개소 중 네 곳을 국가지정문화재인 명승으로 지정했다. 그 가운데 옛 영남대로인 문경의 문경새재와 토끼비리(관갑천 잔도), 그리고 신라 아달라왕 5년(158)에 처음 뚫린 영주의 죽령 옛길은 이미 오래전부터 많은 관광객과 트레커가 찾는 명소다.
반면 양양과 홍천 사이의 백두대간을 가로지르는 구룡령 옛길(명승 제29호)은 일제강점기에 지금의 구룡령 신작로가 개설된 뒤부터 최근까지 사람의 발길이 뚝 끊겼다. 그 덕택에 지금까지도 옛적의 자연미와 운치가 거의 완벽하게 보존돼 있다. 사실 우리 땅에서는 안 가본 데가 없다고 자부하던 나도 지난해 가을 우연히 구룡령휴게소에 들렀다가 구룡령 옛길이 있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다. 그리고 반년쯤 더 지난 올 봄에야 비로소 그 길을 밟아보게 되었다.
4월 말, 처음 찾은 구룡령 옛길의 아름다움과 운치는 기대치를 훨씬 뛰어넘었다. 첩첩산중의 옛길답게 길은 구불거림과 오르내림이 물길처럼 자연스럽고, 길을 에워싼 숲은 전인미답의 처녀림처럼 울울창창했다. 갈천마을에서 구룡령 옛길의 정상까지 왕복 6km 구간을 약 4시간에 걸쳐 오르내리는 동안 일행은 “우~ 아” “좋다!”라는 탄성을 끊임없이 쏟아냈다. 게다가 이따금씩 불어오는 산바람과 쉼 없이 들려오는 새소리는 온몸 구석구석에 쌓인 속세의 때를 말끔히 씻어내는 듯했다. 첫 만남의 감동과 설렘의 기억이 채 사그라지기도 전인 5월 초 또다시 구룡령 옛길을 찾았다.
구룡령 옛길을 좀더 쉽고 편안하게 섭렵하려면 현재 56번 국도가 지나는 구룡령 정상(해발 1013m)을 기점으로 삼는 것이 좋다. 본래 지명이 ‘장구목’이었다는 구룡령 정상에서 출발하면, 초반의 가파른 오르막길을 10여 분에 걸쳐 통과한 뒤로는 줄곧 완만한 내리막길과 평탄한 능선길만 걷게 된다. 전반적으로 길이 뚜렷하고 산세가 완만해 예닐곱 살 된 어린아이들도 무리 없이 걸을 수 있다. 초반의 오르막길도 꿩의바람꽃, 한계령풀, 현호색, 박새, 큰개별꽃, 얼레지, 피나물 등이 연신 피고 지는 산상화원을 가로지르기 때문에 피곤하다는 느낌은 그리 들지 않는다. 더욱이 백두대간의 능선길로 올라선 뒤에는 빽빽한 나뭇가지 사이로 언뜻언뜻 드러난 설악산의 웅자(雄姿)를 조망하는 것만으로도 심신이 날아갈 듯 가뿐해진다.
비교적 가파른 경사길 우람한 노송 반겨
구룡령 정상에서 화려한 꽃길과 조붓한 능선길을 30분쯤 걸으면 구룡령 옛길의 정상에 당도한다. 1950년대까지만 해도 이곳에는 귀틀집으로 지어진 주막과 산신당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흔적조차 찾아보기 어렵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꺾어지면 명승으로 지정된 구룡령 옛길의 양양 구간이 시작된다. 그리고 직진하면 갈전곡봉(1157m), 조침령(760m), 점봉산(1424m) 등을 거쳐 설악산 대청봉(1708m)까지 내달리는 백두대간의 마루금이 장대하게 이어진다. 왼쪽 길은 구룡령 옛길의 홍천 방면 종점인 내면 명개리의 명지거리마을로 내려가는 길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방치돼온 탓에 길을 찾기가 어렵다.
구룡령 옛길은 비교적 경사가 가파르다. 하지만 몸으로 느끼는 경사도는 실제보다 훨씬 완만하다. 춤추듯이 경쾌하고 자연스럽게 구불거리며 고도차이를 극복하기 때문이다. 지그재그로 이어지는 이 길에서 힘을 아끼며 험산준령을 넘나들었던 우리 선인들의 지혜가 엿보이는 듯하다. 더구나 이 옛길은 꿈결처럼 아름다운 꽃길, 푹신한 감촉이 느껴지는 낙엽길, 사각거리는 소리가 듣기 좋은 산죽길, 청신한 솔 향기로 가득한 솔숲길을 차례대로 지나는 덕택에 풍정(風情)도 매우 다채롭다.
반세기 전까지도 노새와 말들이 줄지어 넘나들고, 연지곤지 곱게 찍은 새색시가 가마를 타고 넘던 구룡령 옛길에는 오랜 역사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옛길에서 약간 벗어나 있는 산비탈에는 일제강점기 철광석을 채굴했던 갱도가 3개소 있다. 그리고 옛길 옆의 우뚝한 언덕배기에는 당시 철광석을 운반하기 위해 가설한 삭도(索道) 승강장의 콘크리트 잔해와 녹슨 강철케이블이 수백m나 고스란히 남아 있다.
구룡령 옛길 정상과 갈천마을의 딱 중간에 자리한 ‘솔반쟁이’ 주변에는 1980년대 후반 경복궁 복원공사 때 재목으로 잘려나간 노송들의 그루터기가 흩어져 있다. 이곳에 자생하던 수령 100년 이상의 금강송 40여 그루가 경복궁 대들보와 기둥의 재목으로 베어졌다고 한다. 지금도 갈천마을과 가까운 옛길의 아래쪽 길가에는 어른 둘이 껴안아도 모자랄 만큼 우람한 금강송이 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로 서 있다. 신목(神木) 같은 형용의 금강송이 있는가 하면, 뿌리를 반쯤 드러낸 채 늠름하게 서 있는 노송도 있다. 이처럼 기품 있고 준수한 소나무들을 한꺼번에 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구룡령 옛길은 꼭 한 번쯤 찾아볼 만하다.
첫째 날
이승복기념관(31번 국도)~운두령~창촌삼거리(56번 국도, 양양 방면)~내면 소재지 등을 경유해 칡소폭포식당 주차장에 도착, 폭포 구경 및 열목어 관찰 → 12:00~13:00 점심식사(막국수 또는
토종닭백숙) → 13:30 구룡령 정상 도착 → 13:30~16:00 구룡령 옛길 트레킹(구룡령 정상~백두대간 능선길~구룡령 옛길 정상~솔반쟁이~묘반쟁이~금강송숲~갈천마을) → 16:00~18:00
갈천마을에서 5분 거리의 미천골자연휴양림(033-673-1806)과 선림원지 탐방 후 숙소로 이동
둘째 날
12:30~13:30 기린면 현리로 이동해 점심식사(두부요리) → 13:30~17:00 내린천에서 래프팅 체험 → 17:00~ 내린천(31번 국도)~합강교 교차로(44번 국도)~홍천 연봉교차로~양평
용두교차로(6번 국도)~양수대교 등을 거쳐 서울 진입
숙박
국립휴양림이다. 통나무집과 복합산막 같은 숙박시설뿐만 아니라 오토캠핑장, 야영장, 약수터, 산책로 등의 부대시설도 다양하게 갖춰져 있다. 시원한 계곡의 울창한 솔숲에서 하룻밤 보내고 싶다면,
양양군 서면 서림휴양지(033-673-2233)의 통나무집 방갈로를 이용하거나 갈천오토캠핑장(011-294-2427)에서 야영하는 것도 괜찮다.
맛집
약수막국수(033-435-6845)는 인근에서 소문난 막국수집이다. 순메밀로 뽑은 막국수가 담백하고 고소하다. 근처의 ‘달뜨는 언덕’(033-435-5972)은 토종닭백숙과 닭볶음탕을 잘하는집이다.
시원한 물가가 그리운 날이 이어진다. 하긴 입하가 지난 지도 달포 가까이 되었으니, 봄날의 풋풋함과 싱그러움보다는 여름철의 무성함과 열기가 더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시기다. 그래서 이맘때 여행은 여러 곳을 섭렵하는 ‘유목형’보다는 시원한 계곡이나 숲에 눌러앉아 느긋하게 쉴 수 있는 ‘정주형’이 제격이다. ‘청풍명월의 고장’ 충청북도에서도 ‘산고수청(山高水淸)의 고을’로 유명한 괴산군은 이맘때 주말여행지로 더없이 좋다.
산 높고 물 맑은 괴산군의 진면목을 알고 싶다면 맨 먼저 괴산군 청천면의 화양구곡과 선유구곡을 찾아가는 편이 좋다. 속리산국립공원 화양지구에 속하는 화양구곡은 조선 중기의 대학자이자 정치가였던 우암 송시열(1607~1689)이 은거한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갖가지 형상의 기암괴석과 유리처럼 투명한 계류, 그리고 울창한 솔숲과 역사적 사연이 한데 어우러진 화양구곡의 자연풍광은 한 폭의 진경산수(眞景山水)처럼 아름답다. ‘택리지’를 쓴 실학자 이중환도 ‘금강산 남쪽에서는 으뜸가는 산수’라 극찬했을 정도로 풍광이 수려하다.
전체 길이가 5km쯤 되는 화양구곡에는 아홉 곳의 절경이 있다. 경천벽, 운영담, 읍궁암, 금사담, 첨성대, 능운대, 와룡암, 학소대, 파곶 등이 그것이다. 송시열의 제자인 권상하가 중국 주자학을 창시한 주희(朱熹)의 ‘무이구곡(武夷九曲)’을 본떠서 이름 붙였다. 그중에서 맑은 물에 구름의 그림자가 비친다는 2곡 운영담은 주희의 ‘천광운영(天光雲影)’이라는 시구에서 따왔고, 3곡 읍궁암은 효종의 기일에 송시열이 엎드려 통곡한 바위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이 아홉 절경의 대부분은 계곡 입구부터 물길과 나란히 이어지는 길을 따라가다 보면 쉽게 감상할 수 있다. 계곡 중간쯤에 이곳 주민들이 운영하는 식당 겸 민박집이 즐비해 좀 어수선하지만, 시선을 물가 쪽으로 돌리면 옛사람들의 풍류와 사연을 간직한 절경들이 눈에 들어온다.
한때 하늘을 찌를 듯한 위세를 남용해 조선 말기 흥선대원군이 서원철폐령을 내리게 했던 화양서원과 만동묘의 옛터도 이곳 길가에 자리한다. 화양서원 옛터를 뒤로하고 조금 더 가면 화양구곡 중에서도 가장 풍광이 빼어난 금사담에 이른다. 맑은 계류 속에 금빛 모래가 깔려 있다는 금사담의 우뚝한 바위 위에는 송시열의 서재였던 암서재가 남아 있다.
선유동·쌍곡계곡·각연사 등 명승지 즐비
화양구곡의 상류에는 선유구곡이 있다. 이곳에도 옛날부터 선유동문, 경천벽, 학소암, 연단로, 와룡폭, 난가대, 기국암, 구암, 은선암 등의 아홉 절경이 전해온다. 퇴계 이황이 이곳 경치에 매료돼 아홉 달 동안 머물면서 이름 붙였다는 절경이다. 그중 6곡인 난가대와 7곡인 기국암은 옛날에 신선들이 바둑을 두었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어느 나무꾼이 난가대에 도끼를 놓아둔 채 기국암에서 신선들이 바둑 두는 모습을 구경하다 집으로 돌아와 보니, 어느새 5대 후손이 주인 노릇을 하더라는 이야기다. ‘신선 놀음에 도끼 자루 썩는 줄 모른다’는 속담도 여기서 비롯됐다고 한다.
화양구곡에서는 취사와 야영, 물놀이와 차량통행이 금지돼 있다. 하지만 시원한 물가에 앉아 탁족(濯足)을 즐기는 정도의 물놀이는 허용된다.
선유동 위쪽의 찻길을 따라가다 보면 금세 경상도 땅에 들어선다. 화양천 상류의 가녀린 물길이 괴산군과 경상북도 문경시의 경계를 이루는 탓이다. 특이하게도 인근의 백두대간 마루금 대신 실낱같은 개울을 두 도(道)의 경계선으로 삼았다. 도계 지점의 상관평 삼거리에서 왼쪽 길로 접어들면 다시 괴산 땅이다. 그리고 이내 제수리재를 넘어서면 찻길은 다시 물길과 나란히 어깨를 맞댄 채 이어진다. 괴산 땅의 비경 중 하나인 쌍곡계곡에 들어선 것이다.
쌍계(雙溪)라고도 불리는 쌍곡계곡은 두 개의 군자산(827m, 948m)과 보배산(709m), 칠보산(778m) 등의 준봉 사이로 흐르는 심산유곡이다. 화양구곡과 선유구곡의 명성에 눌려 외지인들에게는 비교적 덜 알려진 곳이다. 하지만 계곡의 웅장한 풍광과 때묻지 않은 자연미는 오히려 더 낫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약 10km의 물길 양쪽으로 숲이 울창하고 기암괴석이 즐비해 사시사철 다채로운 경관을 연출한다. 게다가 계류의 수량이 풍부해 피서를 즐기기에도 아주 좋다. 이곳에도 ‘쌍곡구곡’으로 꼽히는 절경이 있는데, 특히 제2곡 소금강은 금강산 골짜기의 일부를 옮겨놓은 듯한 장관을 보여준다.
쌍곡계곡으로 물줄기를 흘려보내는 칠보산의 북쪽 자락에는 괴산군 제일의 고찰(古刹)인 각연사가 있다. 장연면 대성리의 첩첩산중에 자리잡은 각연사는 신라 법흥왕 때 유일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이 고찰의 비로전에는 준수하게 생긴 석조비로자나불좌상(보물 제433호)이 봉안돼 있다. 원만하면서도 준엄해 보이는 상호가 세련된 솜씨로 표현된 석불이다. 어린아이처럼 곱고 부드럽게 조각된 팔과 손등도 사람들의 마음을 붙잡는다. 하지만 각연사에서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산사다운 고즈넉함이다. 주변에 상가도 없거니와 작은 구멍가게도 10여 리 떨어진 곳에 있다. 그래서 각연사 경내에 들어서면 속세와의 단절감이 확연하게 느껴진다.
첫째 날
둘째 날
숙박
그리고 화양구곡 초입에는 화장실, 급수대, 각종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오토캠핑도 가능한 야영장이 자리해 이를 이용해보는 것도 괜찮다. 선유구곡 내에는 민박을 겸한 음식점인
선유동휴게소(043-833-8008)가 있다. 쌍곡계곡 주변에도 밸리하우스(043-832-0955), 보개산장(043-832-8002), 그린하우스(043-832-4957) 등의 펜션이 있다.
맛집
메뉴는 산채백반, 토종닭, 도토리묵, 버섯찌개 등의 향토음식이 주종을 이룬다. 화양구곡 부근에 자리한 신토불이가든(043-832-5376)은 올갱이국을 비롯한 올갱이 요리를 잘하기로 소문난 맛집이다. 쌍곡계곡에 자리한
비악산식당(043-832-5833)도 주인이 직접 산에서 채취한 싸리버섯 능이버섯 먹물버섯 표고버섯 밤버섯 등 자연산 버섯만 넣은 전골이 일품이다. 원만하면서도 준엄한 상호의 각연사 석조비로자나불좌상.
꽉막힌 도심에서 살다 보면 바다가 사무치게 그리울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코발트블루의 바다, 쉼 없이 밀려드는 파도, 점점이 박힌 섬들, 갈매기떼가 무한의 자유를 구가하는 바다 풍경들이 뇌리를 스친다. 그러다 오래전 빛바랜 추억 속으로 사라진 어느 바닷가의 풍광이 실사(實寫)처럼 또렷하게 눈앞에 어른거리곤 한다. 아득한 옛적 공룡들의 낙원이었던 경남 고성의 상족암군립공원 해안도 내 그리운 바다 가운데 하나다.
고성군 하이면 덕명리에 자리한 상족암군립공원은 온통 울퉁불퉁하고 칼로 자른 듯한 바위절벽으로 이뤄진 해안공원이다. 수만 권의 책을 켜켜이 쌓아놓은 듯한 이곳의 수성암 절벽 아래에는 썰물 때마다 널찍한 갯바위가 드러난다. 또한 거제 해금강의 십자동굴 같은 해식동굴도 있고, 입구와 출구가 따로 만들어진 바위굴도 있다.
입구가 바다 쪽으로 뚫린 어느 동굴에는 천상의 선녀들이 내려와 해수욕했다는 선녀탕도 있다. 마치 변산반도국립공원의 채석강을 고스란히 옮겨놓은 듯한 풍광이 도처에 흩어져 있다. 그리고 촛대바위와 상족암 사이에는 나무데크 산책로가 개설돼 있어 밀물 때도 안전하게 걸어다닐 수 있다. 또한 공룡발자국 화석이 밀집된 촛대바위 옆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티라노사우루스의 실제 크기 모형이 설치돼 있다.
이처럼 풍광이 빼어난 상족암군립공원의 최고 매력 포인트는 억겁의 세월이 함축된 ‘노천 자연사박물관’이라는 점에 있다. 약 6km의 상족암 해안에는 약 1억4000만~6500만년 전의 중생대 백악기에 살았던 공룡과 새의 발자국 화석이 무려 4300여 개나 산재한다. 이곳 ‘고성 덕명리의 공룡화석 산출지’는 학술적 가치도 매우 높아 지난 1999년 천연기념물 제411호로 지정되었다.
상족암군립공원 앞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산중턱 도로변에는 고성공룡박물관이 있다. 상족암 바닷가에 가장 많은 화석을 남긴 공룡 이구아노돈의 몸체를 형상화해 국내 최초로 문을 연 공룡테마박물관이다.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의 전시실 내부에는 공룡과 관련된 화석 93점을 비롯해 각종 공룡 모형과 연구자료 등이 전시돼 있어 아이들의 현장학습장으로도 안성맞춤이다. 박물관 광장에는 높이 24m의 공룡탑이 세워져 있고, 상족암 일대의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하기 좋은 전망대 데크도 마련돼 있어 한 번쯤 꼭 들러볼 만하다.
고성군 맨 동쪽에 자리한 동해면 일대의 바닷가에서도 적지 않은 공룡발자국 화석이 발견되었다. 특히 77번 국도의 동해면 해안일주도로 구간에 자리한 봉암리, 장좌리, 용정리 등지의 갯바위 해안에 많다. 이미 유명 관광지로 개발된 상족암군립공원과는 달리, 이곳 공룡발자국 화석지는 조용하고 오염되지 않은 바다 풍경과 잘 어우러져 순수한 자연미를 느낄 수 있다.
당항포해전관, 자연사박물관 등엔 가족 관람객 발길 쇄도
동해면 북쪽에는 임진왜란 당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이끄는 조선 수군이 두 차례나 왜군을 대파한 당항포 바다가 펼쳐진다. 임진왜란이 발발한 해인 1592년 6월5일의 제1차 당항포해전, 그리고 약 2년 뒤인 1594년 3월4일의 제2차 당항포해전에서 이순신 장군 휘하 조선 수군은 각각 26척, 31척의 왜군 함선을 격침시키는 대승을 거뒀다.
현재 국민관광지로 지정된 당항포에는 전승기념탑과 임진란 창의공신 현충탑, 이 충무공을 배향한 숭충사가 세워져 있어 답사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더욱이 지난 2006년 세계공룡엑스포가 열렸던 이 관광지 안에는 당항포해전관, 고성자연사박물관, 공룡엑스포 주제관, 수석전시관, 거북선체험관 등 다양한 전시공간과 레포츠시설이 들어서 있어 답사여행을 겸한 가족휴양지로 안성맞춤이다.
상족암군립공원에서 자동차로 10여 분 거리인 하일면 학동마을에는 아름답고 고풍스런 돌담길과 옛집이 많다. 이곳의 돌담길은 흔히 구들돌로 쓰이던 점판암을 이용해 쌓은 점이 이채롭다. 마을 뒤편의 수태산(571m) 자락에서 채취한 두께 2~5cm의 점판암과 황토를 섞어 쌓았다는 돌담은 몇백 년이 지나도 끄떡없을 정도로 튼실하고 조형미도 탁월하다. 특히 전주 최씨 대종가는 담장뿐 아니라 집 안의 축대와 주춧돌, 섬돌이나 곳간의 벽체, 닭장까지도 모두 점판암과 황토를 섞어 쌓았다. 더욱이 주인 아주머니의 바지런한 손놀림 덕에 집 안 전체가 정갈하고 마당에선 풀 한 포기 찾아볼 수 없다. 마치 오래된 고향집처럼 편안한 느낌을 준다.
학동마을 뒤편에 우뚝한 수태산의 한 봉우리에는 초대형 약사여래불이 봉안된 보현사가 있다. 근래 봉안된 이 약사여래불은 마치 반야용선을 올라타고서 중생들이 머무는 사바세계를 굽어보는 듯한 형상이다. 맞은편 무이산(548m) 정상 가까이에 자리한 문수암에서는 보현사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통일신라시대에 의상대사가 창건했다는 문수암은 건물이 대부분 근래 지어진 탓에 예스러운 맛은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자란만 일대의 바다와 섬, 마을과 들녘이 한눈에 들어오는 탁월한 전망이 일품이다. 시야가 좋은 날에는 점점이 떠 있는 섬들 사이로 통영 욕지도까지 또렷하게 보인다. 그 탁월한 전망을 바라보는 동안만이라도 속세의 시름에서 벗어날 수가 있다.
첫째 날
경유해 상족암군립공원(055-670-2825)에 도착 후 여장을 풂
둘째 날
숙박
이용해볼 만하다. 상족암군립공원 주변에는 브이모텔(055-834-6256), 명성모텔(055-854-3988), 가야모텔(055-835-5690), 제전민박(055-834-6223), 용골횟집민박(055-832-3489) 등의
숙박시설이 있다. 그리고 상리면 동산리의 ‘구름 위의 산책’(055-673-9113)은 고성에서 흔치 않은 목조펜션이다. 고성읍내와 당항포국민관광지에도 숙박업소가 많다.
맛집
비벼먹는 잡어세꼬시가 고소하고 쫄깃하다. 상족암군립공원 들목의 제전마을에도 고성바다(055-833-7954), 공룡횟집(055-834-5646), 쌍발횟집(055-834-5745) 등 생선회 전문점이 많다.
6월에는 숲이 좋다. 짙푸른 녹음을 드리운 숲은 먼발치서 바라보기만 해도 기분이 상쾌하다. 숲의 넉넉한 품에 안긴 사람은 세상을 다 얻은 듯 마음이 넉넉해진다. 숲은 어디든지 좋지만 기왕이면 통나무집, 야영장, 오토캠핑장, 산책로 등의 휴양시설이 잘 갖춰진 자연휴양림을 찾아가는 것이 여러모로 편리하다.
전북 진안군 정천면 갈용리 운장산(1126m) 기슭의 갈거계곡에는 지난 2000년 개장한 국립운장산자연휴양림이 있다. 길이가 7km나 되는 갈거계곡은 반세기 전까지만 해도 수많은 화전민이 모여 살았을 정도로 크고 깊은 골짜기다. 갈거계곡에 들어선 운장산자연휴양림에는 제방바위, 장독바위, 마당바위, 이끼바위, 학의소, 정밀폭포 등의 비경이 곳곳에 산재한다.
운장산자연휴양림 관리소에서는 사람들 눈에 쉽게 띄지 않는 비경들을 찾아보는 ‘비경투어 프로그램’을 상설 운영한다. 관리소 직원의 설명을 들으며, 또 한 시간 안팎의 가벼운 트레킹을 즐기면서 여러 비경을 찾아보는 이 프로그램은 휴양림 이용객들에게 큰 인기가 있다. 단, 피서객이 몰리는 여름철 성수기(7월14일~8월31일)에는 일시적으로 중단된다.
그리고 매달 두 번씩 쉬는 토요일마다 휴양림 안의 작은 노천극장에서는 가족이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영화가 상영된다. 또한 피서철에는 지역의 예술단체를 초청해 두세 차례 숲속음악회를 개최한다. 벌레소리, 새소리, 바람소리 같은 자연의 소리와 함께 듣는 음악소리는 사람들에게 독특한 감동과 향기로운 추억을 안겨준다.
운장산자연휴양림은 물놀이하기 좋은 명당으로 소문난 곳이다. 물놀이 명당은 대체로 계류가 풍부하고 자연풍광이 빼어나며 숲이 울창하다. 이곳 휴양림도 녹음 짙고 단풍 고운 활엽수들이 열대우림처럼 빼곡하게 들어차 있어 오색단풍으로 물든 가을날의 풍광이 일대장관이다. 운장산 단풍의 진면목을 직접 구경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정읍 내장산 단풍에 뒤지지 않는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운장산자연휴양림에서 그리 멀지 않은 진안군 주천면 대불리에는 운일암반일암계곡이 있다. 운장산 동북쪽의 명덕봉(845.5m)과 명도봉(863m) 사이의 약 5km에 이르는 협곡이다. 계곡을 따라 용소바위 족두리바위 천렵바위 대불바위 등 집채만한 기암괴석이 물길과 어우러져 독특한 풍광을 자아낸다. 길이 험했던 옛날에는 구름 속의 해만 오락가락한다고 해서 운일암(雲日岩), 해를 보는 시간이 하루 중 반나절에 불과해 반일암(半日岩)으로 불렸다고 한다.
계곡과 나란히 이어지는 도로 주변에는 야영장, 주차장, 화장실, 체육단련시설, 정자 등의 편의시설이 있다. 지나는 길에 잠시 들러 쉬어가기도 좋고, 여름철에 하루 이틀쯤 눌러앉아 더위를 식히는 피서지로도 안성맞춤이다.
운장산자연휴양림 휴가철 가족 피서지로 최적 조건
운장산자연휴양림과 용담호를 오가는 길에 시간 여유가 있거든 금산 보석사와 진안 마이산도 둘러봄직하다. 금산군 남이면 석동리의 진악산(732m) 남쪽 기슭에 자리한 보석사는 절집 자체보다도 수령이 천 년에 이른다는 은행나무(천연기념물 제365호)와 아름드리 전나무가 양쪽으로 늘어선 초입의 숲길이 더 인상적이다. 또한 절 앞의 작은 계곡은 여름철이면 파릇한 이끼계곡으로 탈바꿈한다.
암수 두 봉우리로 이뤄진 진안 마이산은 현재 정상에 오를 수 없다. 자연휴식년제가 실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 남부 주차장에서 비룡대 전망대(527m)~봉두봉~탑사 등을 거쳐 금당사로 되돌아오는 트레킹코스가 개설돼 있다. 길이 6km의 이 코스를 섭렵하는 데는 2시간30분~3시간쯤 소요된다.
첫째 날
둘째 날
숙박
맛집
거제도에서 맨 먼저 들러볼 곳은 거제시청 소재지인 신현읍 고현리에 조성된 거제포로수용소유적공원이다. 거제포로수용소는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2월에 세워졌다. 당시 거제도 주민이 10만명에 불과했는데, 수용소에는 인민군과 중공군 포로가 무려 17만명이나 수용됐다고 한다. 게다가 1·4후퇴 당시 ‘바람 찬 흥남부두’에서 미군 함정을 타고 온 20여 만명의 피난민도 대부분 거제도로 들어왔다. 졸지에 인구가 4배가량 불어난 거제도는 장바닥처럼 복잡하고 분주해졌다. 그런 와중에 수용소의 인민군 포로들이 수용소 사령관인 도드 준장을 인질로 잡고 포로들의 처우 개선, 자유의사에 의한 송환 방침 철회 등을 요구하며 유엔군과 대치하는 폭동사건까지 발생했다. 그들은 이른바 ‘반공포로’ 105명을 인민재판에 부쳐 즉결 처형하기도 했다.
첨예한 이념대립의 역사현장이던 거제포로수용소 터에는 현재 PX와 무도장, 경비대 막사 건물 등의 잔해가 남아 있다. 2002년 11월에는 거제포로수용소유적공원이 준공됐다. 공원 안의 여러 전시관에는 당시 포로들의 생활상과 전쟁의 참상을 보여주는 사진, 모형, 영상물, 무기류 등의 자료와 기록물이 일목요연하게 전시돼 있다. 그중에서도 거제포로수용소의 배치, 포로들의 생활모습 등을 정교하고 사실적으로 재현한 디오라마(축소모형)관이 눈여겨볼 만하다.
거제도는 섬답지 않게 높은 산이 많다. 그래서 해안도로만 벗어나면 이내 강원도의 어느 산중 같은 곳에 들어선다. 해발 500m 이상의 고봉만 해도 가라산(585m)을 비롯해 노자산(565m), 계룡산(566m), 선자산(507m) 등 여럿이다. 이처럼 높은 산이 많은 거제도는 숲도 좋다. 활엽수와 상록수가 뒤섞인 거제도의 숲은 한낮에도 어둑할 정도로 나무가 울창하다. 특히 노자산 동쪽 기슭의 거제자연휴양림은 계곡이 깊고 숲이 무성해서 여름철 피서지로도 더없이 좋다.
2002년 포로수용소유적공원 준공 … 기막힌 해수욕장도 즐비
거제도의 맨 남쪽에는 남해안 최고의 풍광을 자랑하는 해안도로가 숨겨져 있다. 남부면의 다포리에서 여차, 홍포를 거쳐 저구리까지 이어지는 1018번 지방도가 그것이다. 특히 4km에 이르는 여차~홍포 해안도로의 풍광이 압권이다. 시멘트 포장도로와 흙길이 뒤섞인 이 해안도로는 대·소병태도, 가왕도, 다포도, 매물도 등의 섬들이 바라보이는 해안절벽을 가로지른다. 아득한 높이의 바위벼랑과 원시림처럼 짙푸른 숲, 그리고 눈이 시도록 푸른 바다와 올망졸망한 섬들의 어울림은 그야말로 환상처럼 아름답다.
머나먼 거제도까지 간 김에 시간 여유가 있다면, 저구항에서 여객선으로 30분 거리의 소매물도를 찾아볼 만하다. 통영시 한산면에 속하는 소매물도는 동화 같은 풍경의 등대섬과 함께 요즘 젊은 여행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여행지 중 하나다. 소매물도와 등대섬의 여러 절경 중에서도 소매물도 망태봉(152m) 중턱에서 내려다보는 등대섬의 전경과 이맘때 등대섬을 노랗게 뒤덮는 원추리꽃 군락은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장관이다. 마치 꿈꾸는 듯한 풍경들이 곳곳에 산재해 발길을 되돌리기가 쉽지 않다.
첫째 날
둘째 날
숙박
맛집
바야흐로 피서철이다. 해마다 이맘때면 피서지 선택을 두고 가족이나 친구, 연인 사이에 가벼운 실랑이가 벌어지곤 한다. 실랑이를 넘어 감정적인 대립까지 생겨나면 애초의 동반피서 계획이 무산되기도 한다.
대체로 사람들이 선호하는 피서지는 크게 바다와 계곡으로 나뉜다. 그러므로 취향과 기호가 다른 사람끼리 기분 좋게 피서여행을 떠나려면 바다와 계곡이 인접한 곳을 선택하면 된다. ‘산다운 산과 바다다운 바다’를 품은 강원도 삼척은 그런 피서지로 첫손에 꼽을 만하다.
7번 국도와 나란히 이어지는 삼척 바닷가에는 물빛이 맑고 모래가 고운 해수욕장이 즐비하다. 해수욕장마다 풍광과 조건, 분위기가 달라 선택 폭도 넓은 편이다. 예컨대 가슴까지 뻥 뚫리는 듯한 바다의 호쾌함을 느끼고픈 이들에게는 약 6km의 백사장과 해송숲을 끼고 있는 근덕면의 맹방해수욕장이 제격이다. 반면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조용하고 오붓하게 여름 해변의 낭만을 즐기려는 사람들은 근덕면의 부남해수욕장을 찾는 것이 좋다.
부남2리에 자리한 부남해수욕장은 아담하고도 수려하다. 해수욕장은 해송 울창한 갯바위 동산을 중심으로 둘로 나뉜다. 북쪽 해변은 200m가량의 백사장이 반달처럼 휘어져 있고, 남쪽에는 저마다 크기와 모양이 다른 갯바위들이 산재한다. 그리고 백사장이 끝나는 지점부터는 해안절벽이 이어지고, 그 너머로는 덕산항(남아포)의 등대와 방파제가 보인다.
덕풍마을 트레킹에 제격 … 양리마을 대나무숲·신흥사도 들러볼 만
하지만 부남해수욕장의 아름다운 풍광이 단조롭고 식상해지면 미련 없이 그곳을 떠나야 한다. 사실 후텁지근한 해풍을 한나절가량 맞다 보면 서늘하고 상쾌한 계곡물이 그리워지게 마련이다. 고산준봉이 많은 삼척 땅에서 가장 깊고 인적이 드문 심산유곡은 가곡면 풍곡리의 덕풍계곡이다. 삼척과 울진의 경계를 이루는 응봉산(998m)의 서북쪽 기슭에 자리한 계곡이다. 응봉산은 해발고도가 1000m도 안 되면서 “험하기로는 설악산보다 한 수 위”라는 평가를 받는 산이다. 덕풍계곡과 그 상류의 용소골 역시 내설악 가야동계곡이나 지리산 칠선계곡에 뒤지지 않을 만큼 험하고도 아름다운 계곡으로 이름나 있다.
풍곡리 덕풍교 옆의 주차장에서 덕풍마을까지는 차 두 대가 비켜가기도 버거울 만큼 비좁은 찻길이 계곡을 따라 이어진다. 6km쯤 되는 이 찻길 주변의 계곡 곳곳에는 텐트를 쳐놓고 물놀이를 즐기는 가족 단위 피서객들의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맑은 계류와 커다란 바위, 늙은 소나무와 참나무들이 한데 어우러진 계곡 풍광은 바라보기만 해도 삼복염천의 무더위가 달아나는 듯하다.
덕풍마을을 지나서부터 찻길은 슬그머니 사라지고, 대신 조붓한 오솔길과 반쯤 물에 잠긴 바위길이 연이어 나타난다. 덕풍마을 위쪽에는 깎아지른 암벽과 깊은 소(沼), 나지막한 폭포 등이 쉴새없이 나타나는 용소골이 자리잡고 있다. 용소골에는 세 개의 용소폭포가 있는데, 그중에서 덕풍마을에서 왕복 3~4시간 걸리는 제2용소까지는 계곡 트레킹을 즐기기에 아주 좋다. 단, 장맛비나 폭우로 계곡물이 불어났을 경우엔 아예 진입하지 말고, 수량이 적을 때도 노약자나 어린이는 되도록 동반하지 않는 게 좋다.
부남해수욕장에서 덕풍계곡으로 가는 도중에 지나는 근덕면 동막6리 양리마을에는 영화 ‘봄날은 간다’의 촬영지인 대나무숲과 신흥사라는 고찰(古刹)이 있다. 특히 신흥사에서는 수령 200년의 배롱나무와 소나무가 한 몸이 되어 자라는 진풍경이 눈길을 끈다. 그리고 ‘너와마을’이라 불리는 도계읍 신리마을과 문의골에는 옛 화전민의 생활상을 여실히 보여주는 민속유물이 남아 있어 오가는 길에 잠시 들러볼 만하다. 현재 신리 일대에 남은 세 채의 너와집 외에도 더 이상 제구실을 못하는 물레방아, 피나무로 만든 김칫독, 싸리나무를 항아리처럼 엮은 채독, 불씨를 보관하던 화티, 눈길을 걸을 때 신던 설피, 난로와 등불 구실을 겸하는 고콜, 멧돼지 사냥용 창 등은 모두 통틀어 중요민속자료 제33호로 지정되었다.
첫째 날
둘째 날
셋째 날
숙박
맛집
삼복염천의 불볕더위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뒤덮인 도심은 복사열까지 더해져 그야말로 찜통 속이나 다름없다. 사람들은 무더위를 식히기 위해 해수욕장이나 계곡 같은 물가를 찾는다.
하지만 물가가 아니어도 더위를 피하는 방법이 있다. 고도를 높이는 것이다. 100m씩 고도가 상승할 때마다 기온은 0.6℃씩 떨어진다. 그러니 해발 1000m의 고원지대는 해발 0m의 바닷가보다 무려 6℃나 낮은 셈이 된다. 게다가 맑고 상쾌한 산바람이 쉼 없이 부는 탓에 때로는 오싹한 한기마저 느껴진다. 해발 1330m의 만항재가 바로 그런 곳이다.
만항재는 함백산(1573m)에서 태백산(1567m)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굵은 등줄기를 가로지르는 고개다. 언제나 서늘한 바람이 불어대는 만항재는 요즘 같은 한여름에도 25℃ 이상 되는 날이 별로 없다. 또한 고갯마루 주변에는 낙엽송 조림지가 조성돼 있고, 낙엽송 숲의 바닥에는 동자꽃 이질풀 산꼬리풀 말나리 마타리 기린초 노루오줌 등의 야생화가 지천으로 깔린 산상화원이 형성돼 있다. 스스로 나고 자란 자생식물이 제철을 맞아 형형색색의 꽃부리를 활짝 펼친 모습은 어떤 인공화원보다도 아름답다. 이 산상화원에는 조붓한 산책로가 나 있어 찬찬히 걸으며 야생화를 감상할 수 있다.
매년 여름철이면 만항재 일대와 옛 삼척탄좌 정암광업소에서는 ‘백두대간 함백사 야생화 축제’(추진위원회 033-592-5455)도 열리는데, 올해는 8월8일부터 17일까지 열흘 동안 개최된다. 축제 기간에는 가족과 함께 캠핑을 즐기며 각종 체험 프로그램에도 참여해볼 수 있다.
만항재에서 함백산 정상까지는 차량 진입이 가능하다. 하지만 되도록이면 만항재 정상에 차를 세워두고 찬찬히 걷는 게 좋다. 길의 거리와 경사가 걷기에 적당한 데다, 울창한 활엽수림 속의 숲길과 시야가 훤한 진입로 양쪽에 도열하듯 늘어선 야생화를 꼼꼼히 관찰할 수 있어서 좋다. 함백산 정상 아래의 산등성이에는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주목 군락지도 있다. 삶과 죽음을 한 몸에 지고 서 있는 고목의 자태가 불끈불끈 치솟은 백두대간의 산줄기만큼이나 우람하고 당당해 보인다.
함백산 정상은 천혜의 전망대다. 이곳에 올라서면 영월, 정선, 태백 일대의 고산준령들이 파노라마처럼 시야를 가득 채운다. 운이 좋으면 장엄한 해돋이와 화려한 일몰까지 감상할 수 있다. 민족의 영산인 태백산조차도 빤히 건너다보일 정도로 조망이 시원스럽다. 서쪽에는 고한역과 고한읍내, 하이원리조트가 또렷하고 북쪽에는 거대한 풍력발전기가 세워진 매봉산(1303m) 능선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보인다.
백두대간의 봉우리 중 하나인 매봉산의 북쪽 산등성이에는 대규모의 고랭지 채소밭이 자리잡고 있다. 엄청난 면적의 천연림을 사라지게 만든 고랭지 채소밭이지만, 그 풍광만큼은 퍽 이국적이어서 관광객과 사진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태백시가 해발 1272m의 매봉산 능선에 8기의 풍력발전기를 설치한 뒤로는 새로운 관광명소로 자리잡았다. 1년 열두 달 중 어느 때 찾아가도 이국적인 풍광을 보여주지만, 파란 하늘에 하얀 뭉게구름이 두둥실 떠가는 여름날의 풍광이 가장 아름답다.
매봉산 진입로가 시작되는 피재(삼수령) 아래에는 태백시 황연동 구와우마을이 있다. 해발 850m에 자리한 이 마을에는 태백고원자생식물원이라는 사설 식물원이 있다. 총면적 66만㎡(20만여 평)의 식물원에는 약 16만㎡(5만여 평)로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해바라기 꽃밭이 꾸며져 있다. 3.5km의 탐방로를 걸으며 300여 종의 야생화 꽃밭 등 대자연과 아름다운 꽃들을 감상할 수 있다. 숱한 고봉들이 끝없이 중첩한 백두대간의 고원지대에 수만 그루의 해바라기꽃이 만발한 광경은 소피아 로렌이 주연한 영화 ‘해바라기’를 능가하는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해바라기꽃이 만개하는 8월에는 한 달 내내 ‘태백 해바라기축제’가 열린다. 그러나 이곳의 해바라기꽃은 8월15일 전후에 가장 아름답다고 한다. 그리고 해바라기꽃이 절정을 넘어설 즈음부터는 우리나라의 특산식물인 벌개미취가 제철을 맞이한다.
고원지대에 울긋불긋 야생화 천지 … 풍력발전기 이국적 풍광 더해
태백까지 간 김에 황지연못과 구문소도 들러볼 만하다. 시내 한복판에 있는 황지연못은 낙동강의 발원지다. 세 개의 연못에서 하루 5000t의 샘물이 솟아나온다. 고원휴양림에서 멀지 않은 구문소는 낙동강의 물길이 통과하는 천연굴(窟)이다. 자연풍광도 독특하거니와 삼엽충 화석이나 스트로마톨라이트(stromatolite·남조류 화석으로 이루어진 돌) 같은 자연사 유물을 관찰할 수 있는 곳이다.
첫째 날
둘째 날
숙박
맛집항재 정상 직전의 만항마을에는 만항할매닭집(033-591-3136), 함백산토종닭집(033-591-5364), 산골토종닭집(033-591-5007) 등 토종닭요리 전문점이 여럿 있다. 놓아 길러서 육질이 쫄깃하고 고소한 토종닭 맛을 잊지 못한 사람들의 발길이 줄을 잇는다. 태백의 대표적인 별미로는 연탄불에 구워먹는 한우고기가 손꼽힌다. 태백시내의 시장실비식당(033-552-2085), 태성실비식당(033-552-5287), 황지실비식당(033-552-4458) 등에 가면 육즙 많고 살살 녹는 태백한우의 진미를 맛볼 수 있다. 그 밖에 태백시내의 너와집(한정식 033-553-4669), 승소닭갈비(033-553-0708), 초막칼국수(고등어찜 033-553-7388) 등도 권할 만한 맛집이다.
유난하던 여름 무더위의 기세가 며칠 동안 수시로 퍼붓던 장대비에 완전히 꺾인 듯하다. 새벽녘의 공기도 서늘해졌다. 활짝 열어둔 창문을 닫고, 발끝에 밀쳐놓은 이불을 끌어올려야 할 정도다. 이제 여름 휴가철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수많은 인파로 몸살을 앓던 해변과 섬들도 거짓말처럼 한적해졌을 것이다. 소슬한 바다, 들뜨지 않은 바다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지금이 바다여행의 적기다. 적당한 열기를 뿜고 있으면서도 인적은 뚝 끊긴 나만의 바다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맘때 가볼 만한 섬으로 가장 먼저 뇌리를 스치는 곳은 인천 앞바다의 대이작도다.
인적 끊긴 나만의 바다 가장 가볼 만한 곳
대이작도는 자월도, 승봉도, 소이작도와 함께 인천광역시 옹진군 자월면에 딸린 섬이다. 인천 연안부두에서 쾌속선으로 1시간20여 분밖에 걸리지 않아 수도권에서는 당일여행도 가능하다. 하지만 적어도 하룻밤 이상 머물지 않은 섬에서는 별다른 감흥을 얻기 어렵다. 우리나라 섬들은 대부분 대낮보다 해질녘부터 해 뜰 무렵까지의 시간에 더 다채로운 풍광과 정취를 선사하기 때문이다.
면적 2.57km2에 해안선 길이가 18km인 대이작도는 걸어서 둘러보기에 적당하다. 하지만 늦여름 햇살에 걷기가 부담스럽다면 자동차를 타고 들어가도 된다. 섬 구석구석까지 찻길이 나 있어 자동차를 이용하기 편리하다. 그리고 대이작도에서 하룻밤을 묵는다면 섬 한복판의 장골마을에 숙소를 잡는 것이 좋다. 작은풀안해수욕장, 큰풀안해수욕장, 목장불해수욕장, 영화 ‘섬마을 선생님’의 촬영지, 부아산 전망대, 장승쉼터, 삼신할미약수터 등의 명소들이 산책하듯 가볍게 둘러볼 만한 거리에 있다. 게다가 안팎이 깔끔한 신축 펜션과 민박집이 많아 숙소를 구하기도 쉽다.
장골마을에서 가장 가까운 명소는 약 100m 거리에 자리한 작은풀안해수욕장. 민박집 객실에서 파도소리가 들릴 만큼 가깝다. 이 작은풀안해수욕장을 비롯한 대이작도의 해수욕장은 모두 밀가루처럼 고운 모래가 깔려 있는 데다 경사도 완만해 아이들이 안전하게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해수욕장 뒤편의 해송숲에서는 야영도 할 수 있다. 게다가 썰물 때는 해수욕장 바로 앞바다에 ‘풀등’ 또는 ‘풀치’라 불리는 거대한 모래섬이 신기루처럼 나타나 보기 드문 장관을 연출한다.
대이작도와 소이작도의 서남쪽 바다에 형성되는 풀등은 밀물 때는 바다 속에 잠겼다가 썰물 때만 나타나는 모래섬이다. 조수간만의 차가 큰 사리 때는 길이 5km, 폭 1km의 거대한 위용을 드러내기도 한다. 지평선이 수평선과 겹쳐 보일 정도로 광활한 이 모래섬은 대이작도의 작은풀안해수욕장이나 큰풀안해수욕장에서는 조금만 헤엄치면 닿을 듯 가까워 보인다. 하지만 풀등에 오르려면 천생 낚싯배나 모터보트(배편 문의/ 풀등펜션 011-392-3945)를 이용해야 한다. 100% 모래밭으로 이뤄진 풀등에서는 맛, 고둥, 바지락, 비단조개 등을 잡거나 일광욕과 해수욕을 즐길 수 있다. 조개잡이용 호미, 따가운 햇살을 가려줄 비치파라솔이나 작은 천막, 얼린 생수와 간식을 챙겨 가는 것이 좋다.
장골마을 북쪽에 우뚝 솟은 부아산 정상(159m)에서는 풀등의 전체 규모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찻길 종점에서 그리 길지 않은 계단을 지나고 작은 구름다리를 건너면 정상의 팔각정에 당도한다. 이곳에서는 풀등뿐 아니라 승봉도, 사승봉도, 소이작도, 대이작도, 덕적도, 소야도, 선갑도, 굴업도 등 숱한 섬들이 오롯이 시야에 들어온다. 멀리 영흥도의 영흥화력발전소 굴뚝, 인천 송도, 충남 당진과 서산 땅까지도 아스라이 보인다. 작은 섬의 나직한 산인데도 높은 산정에 뒤지지 않을 만큼 탁월한 조망을 선사한다. 게다가 부아산 정상과 능선 세 곳에는 나무데크나 정자 형태로 만들어진 전망대가 세워져 있어 상쾌한 조망은 물론 편안한 휴식도 즐길 수 있다.
다채로운 풍경 간직 … 낚시 즐기기도 좋아
그 밖에 장골마을에서 500m가량 떨어진 큰풀안해수욕장은 철 지난 바닷가의 소슬한 정취를 느끼기에 좋다. 그리고 승봉도 선착장과 마주 보는 섬의 맨 동쪽 바닷가에 자리잡은 옛 계남분교는 ‘엘레지의 여왕’ 이미자의 동명 히트곡을 영화화한 ‘섬마을 선생님’의 촬영지다. 또한 장골마을에서 계남분교로 가는 도중에 지나는 목장불해수욕장은 조롱목처럼 잘록한 곳에 자리해 바다가 양쪽으로 펼쳐지는 이채로운 풍경을 보여준다.
대이작도의 선착장이나 갯바위에서는 낚시를 즐기기에 좋다. 감성돔 돌돔 같은 고급 횟감은 없지만, 갯장어 우럭 노래미 등의 어종이 심심찮게 올라와 짜릿한 손맛을 안겨준다. 이 손맛에 매료된 사람들은 십중팔구 일정을 늦추거나 머지않아 이 섬을 다시 찾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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