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슈퍼화산 대폭발

醉月 2013. 6. 2. 01:30

흔들리는 백두산, 꿈틀대는 후지산 D데이는 언제?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백두산은 해발고도 2750m로 한반도에서 가장 높다. 백두산 윗부분은 구름이 쌓여있고 칼데라 호인 천지는 괴물이 산다고 알려졌을 만큼 신비롭다. 백두산은 예로부터 하늘과 통하는 문으로 여겨지면서 신성시됐다.
일본 도쿄 근처 후지산도 마찬가지. 해발 3776m에 이르는 거대한 후지산은 일본의 상징이다. 1707년에 폭발한 뒤 연기만 뿜은 채 아직 잠잠하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상징인 백두산과 후지산, 최근 두 화산 지하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바다에서 태어난 후지산
일본 열도가 화산과 지진으로 늘 요동치는 것은 판과 판이 만나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이곳에는 태평양판, 필리핀판, 북미판, 유라시아판 등 무려 4개의 지각판이 만난다. 유라시아판과 북미 판은 대륙판, 태평양판과 필리핀판은 해양판이다.

해양판은 판과 판이 갈라지는 경계인 해령에서 흘러나온 맨틀물질이 식어 만들어진다. 보통 해양판은 밀도가 높아 무거운데다 퇴적물이 오랫동안 쌓이면서 점점 더 무거워진다. 해양판은 상대적으로 밀도가 낮고 가벼운 대륙판을 만나면 아래쪽으로 파고 들어간다.

태평양판은 북미판 아래로, 필리핀판은 유라시아판 아래로 섭입(攝入)하며, 같은 해양판이지만 태평양판은 또 필리핀판 아래로 섭입한다. 판 아래로 파고드는 해양판은 지하 50~70km 부근에서 녹아 마그마(암석이 고온으로 가열되어 용융된 것)가 된다.

사실 지하 50~70km는 암석이 녹아내릴 만큼 뜨겁지 않다. 암석이 녹기 위해서는 온도가 높고 압력이 낮아야 하는데, 이 깊이는 그렇지 않다. 그렇지만 해양판과 함께 끌려 들어간 바닷물이 암석의 녹는점을 낮추는 바람에 마그마가 생긴다. 물이 끼어 들어가면서 암석의 결합력이 약화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긴 마그마는 지표면으로 분출하면서 화산을 만든다.

처음엔 바다 속에서 분화해 해저 화산을 만든다. 시간이 지나 화산체가 커지고 물 밖으로 나오면 섬이 된다. 보통 해구를 따라 곡선(호) 형태를 보이기에, 이렇게 만들어진 화산체를 호상열도라고 한다. 태평양판과 필리핀판은 지금도 끊임없이 섭입하고 있으며, 내부에서는 계속 마그마가 만들어진다. 특히, 후지산은 4개의 판이 모두 만나는 곳에 있다.

육지를 뚫고 솟아오른 백두산
백두산은 태생부터 다르다. 대륙판인 유라시아판 가운데서 솟아 올랐다. 판의 경계가 아닌 판의 한가운데, 그것도 두께가 30km가 넘는 대륙판을 뚫고 화산이 생긴 것은 매우 독특한 사례다.

백두산은 하와이처럼 열점(Hot Spot) 기원 화산으로 설명한다. 지금도 화산 활동이 일어나고 있는 하와이에서는 판의 경계와 관계없이 맨틀 깊은 곳에서 내부 물질이 솟아올라 해양판을 뚫고 분출한다. 백두산도 비슷한 과정으로 생겼을 것으로 본다. 윤성효 부산대 지구과학교육과 교수는 “백두산은 판의 경계와 멀리 떨어져 있어 섭입대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적다”며 “이럴때 화산 활동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열점 현상뿐”이라고 말한다. 차이점은 하와이 화산은 열을 지어 있고 백두산의 분화구는 거의 한 지역에 몰려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백두산에 대한 새로운 주장이 제기됐다. 타케시쿠리타니 일본 오사카시립대 교수(당시 일본 토호쿠대 교수)는 2011년 ‘네이처 지오사이언스’에 태평양판이 유라시아판 아래로 섭입하는 과정에 대한 새로운 연구를 발표했다. 해양판이 지하로 섭입할 때 일반적으로 200~300km에서 완전히 녹는다. 그러나 쿠리타니 교수는 “유라시아판 아래로 섭입하는 태평양판이 지하 500km 부근까지 들어간다”며 “이 판 덩어리가 함께 들어간 물과 함께 마그마를 생성할 수 있고, 이것이 백두산을 만들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백두산 화산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 30년도 채 안 된다. 여전히 지하 깊은 곳에 마그마가 있어 활동 가능성이 있으면서도, 그 성질에 대해서는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앞으로도 더욱 다양한 가설이 제기될 것으로 학계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판이 멀어지는 경계에서는 어떤 화산이?
일반적으로 지구 내부는 지각, 맨틀, 외핵, 내핵으로 구분하지만, 상태에 따라 암석권, 연약권, 하부맨틀, 외핵, 내핵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연약권이 맨틀 대류가 일어나는 부분이다.내부에서 뜨겁게 데워진 맨틀 물질은 지표면 부근으로 상승하다가 단단한 암석권에 부딪혀 옆으로 퍼지는데, 이 과정에서 암석권이 물위에 뜬 배처럼 흐름에 따라 움직인다. 암석권(판)이 움직이며 벌어지는 부분에서는 맨틀 물질이 흘러 나와 굳어 새로운 판을 만든다.

바로 ‘해령’이다. 흔히 생각하는 화산 활동처럼 거대하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지구가 살아있음을 알리는 중요한 활동이다.





백두산 발달 시나리오
약 2840만 년 전, 일본이 한반도에서 떨어져 나가지 않았다면 지금의 백두산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동해가 만들어지기 시작한 이 시기에 지금의 백두산 위치에는 지하 깊은 곳에서 북동-남서 방향으로 단층이 만들어졌다. 단층대를 따라 2번에 걸쳐 소규모로 현무암질 마그마가 분출됐다. 백두산 분화의 기반이 만들어진 것이다.

약 1500만 년 전 현재의 동해가 형성됐다. 이때 백두산 지역에서는 이전에 만들어진 단층을 따라 엄청난 양의 현무암질 마그마가 유출됐다. 이 결과로 지름 200~300km에 달하는 개마용암대지가 만들어졌다. 백두산 화산체는 한동안 잠잠하다가 약 300만~170만 년 전에 다시 활동을 시작했다. 지하 깊은 곳에서 만들어진 현무암질 마그마는 지금 천지가 만들어진 위치에서 분화해 경사도가 매우 완만한 순상화산체를 만들었다. 점성이 낮은 마그마인 덕분에 바닥 길이는 130~150km 정도로 넓지만 경사각은 5~6°, 중심부 높이는 300m에 불과했다.

약 100만 년 전부터 10만 년 전까지는 기존 현무암질 마그마가 점성이 높은 조면암과 알칼리 유문암질로 바뀌었다. 마그마 성질이 바뀌면서 폭발적인 분화가 일어났다. 수차례 분화 끝에 완만한 화산체 위에 지름 20~30km, 높이 600m 정도의 성층화산추가 만들어졌다.

약 4000년 전과 1000년 전에 폭발적인 대분화로 백두산 성층화산의 꼭대기가 파괴됐다. 이 때 분출한 마그마는 무려 에 달했다. 마그마가 빠져나간 빈자리는 무너져 내려 지름 5km의 칼데라가 형성됐다. 본래 백두산 화산의 해발고도는 3500m로, 화산체 모양도 꼭대기가 살아있는 원추형이었지만, 상부가 무너지면서 높이 2750m의 칼데라 화산체인 현재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백두산은 이후에도 26번 이상 분화했다. 백두산 분화에 대한 마지막 기록은 1903년, 1925년이다.

윤성효 부산대 지구과학교육과 교수





후지산 발달 시나리오
후지산의 탄생은 70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원래 후지산이 있는 지역은 작은 규모의 화산폭발이 있던 곳이다. 약 70만 년 전에서 10만 년 전 사이 이 지역에서 화산 활동이 더욱 활발해지면서 두 개의 화산이 생겼다. 하나는 현재 후지산 남동쪽 부근인 아시타카 화산이며 다른 하나는 북쪽 부근인 고미타케 화산이다. 특히 고미타케 화산은 후지산의 모체가 되는 산으로, 당시 높이가 2300m 정도일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10만 년 전, 잠시 활동을 멈췄던 고미타케 화산이 다시 폭발했다. 화산의 높이는 3100m로 높아졌다. 이후 1만 년 전에서 약 5000년 전까지 다시 화산활동이 활발하게 일어났다. 이때 고미타케 화산 인근에서 대규포 폭발이 있었다. 고미타케 화산은 물론 아시타카 화산까지 덮어 버릴 정도였다. 이것이 현재 우리가 보는 후지산이다. 여러 차례 분화를 통해 여러 개의 화산이 합체되면서 3776m에 달하는 거대한 화산으로 성장한 것이다. 당시 분출된 화산재는 현재도 검은 층으로 남아있다.

그 뒤에도 후지산은 국지적으로 계속 분화했다. 3000년 전에 4차례 분화했다. 2300년 전에는 화산 분화로 화산재가 물에 섞여 진흙이 홍수처럼 흐른 흔적도 발견됐다. 후지산은 781년 이래로 16차례 분화했다. 간격은 일정하지 않다. 800년부터 1083년까지는 12번이나 분출했지만, 1083년부터 1511년까지는 4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활동 기록이 없다.

후지산의 마지막 분출은 1707년이다. 이 때 화산의 옆구리에 거대한 분화구를 남겼다. 당시, 후지산에서 500km 넘게 떨어진 오사카에서 강한 지진 때문에 주민들이 힘들어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큰 규모였다. 현재 마지막 분화부터 약 300년이 지났다. 다시 활동할 기미를 보이는 후지산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1000년 전 백두산 분출 화산재만
지하에 있던 마그마가 지상으로 나오면 여러 가지 화산 분출물로 분류된다. 먼저 휘발성 물질은 기체가 돼 화산 가스 형태로 공기 중으로 흩어진다. 비휘발성 물질은 마치 분수의 물처럼 작은 덩어리로 쪼개지면서 뿜어져 나온다. 지름 2mm 이하의 작은 것은 화산재라고 하고, 이보다 큰 것은 화산력, 화산암괴라고 한다.

공중으로 튀지 않고 끈적끈적하게 흘러나오는 것이 용암이다. 마그마의 상태에 따라 분출 형태도 다르다. 하와이 제도처럼 맨틀 깊은 곳에서 흘러나오는 현무암질(혹은 감람암질) 마그마는 화산재처럼 공중에 떠오르는 물질이 거의 없으며, 비교적 묽은 용암 형태로 지상으로 흐른다.

그러나 백두산은 보통의 화산과는 다르다. 약 1000년 전 분화했던 백두산은 어마어마한 화산재를 분출했다. 깊은 곳에서 올라온 마그마가 주변 암석과 맞부딪히며 점성이 높은 마그마로 변했기 때문이다. 점성이 높은 유문암질 마그마는 용암보다는 화산재로 분화한다.

화산 분화 규모(VEI)는 분출물의 부피와 높이로 결정한다. 946년쯤의 백두산 분화 규모는 7인데, 이는 당시 분출된 화산재 양이 100km3에 달한다는 뜻이다. 한반도를 5cm 두께로 덮을 수 있는 양이다. 화산재는 단 2cm만 덮여도 광합성을 하는 식물에게는 치명적이다. 당시 분화는 1815년 분화한 필리핀 탐보라 화산과 비슷한 규모로 추정된다.

공중으로 올라간 화산재는 수 년 동안 공중에 떠서 태양 복사를 막는다. 2009년 주디스 린 미국 나발연구소 박사와 데이비드 린드 NASA 고다드연구소 박사가 ‘지오피직스 리서치 레터’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화산이 큰 규모로 분화하면 약 2~3년 동안 화산재로 인해 평균 기온이 낮아진다. 1991년 분화한 필리핀 피나투보 화산의 경우 지구 평균 기온을 0.3℃나 냉각시켰고, 3년이 지나서야 영향력이 사라졌다. 백두산이 1000년 전과 유사하게 폭발한다면 우리나라와 일본 등 가까운 지역은 화산재 피해뿐 아니라 몇 년간 냉해를 겪을 지도 모른다.

백두산 폭발은 또 다른 위험도 갖고 있다. 아름답고 신비로운 칼데라 호인 천지가 물폭탄으로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윤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박사는 “천지에 녹아 있는 이산화탄소가 빠져나와 인근 지역 생물이 질식해 죽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1986년 카메룬 니오스 호수에 녹아있던 이산화탄소가 화산 분화로 유출돼 1700여 명이 사망한 사고가 있었다. 평균 깊이가 213m에 이르는 천지 밑바닥은 수온이 낮고 압력이 높아 이산화탄소가 액체 상태로 존재할 수 있는 상태다. 액체 이산화탄소는 물에 녹아 있다가 분화와 같은 충격에 외부로 유출되면 순식간에 기화된다. 게다가 밀도가 공기보다 높기 때문에 바닥으로 가라앉아 질식을 일으킨다. 손영관 경상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니오스 호수는 지금도 지속적으로 화산의 영향을 받아 정기적으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직 조사단계에 있지만 백두산 천지처럼 큰 규모의 호수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위험이다.





첨단 사회는 2차 재앙을 낳는다
1000년 전 백두산 분화는 대규모 폭발이었지만 지질학자들에게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화산재의 영향을 직접 받는 백두산 동부지역과 일본 북부 지역에 사람이 별로 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는 다르다. 2차, 3차 피해가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2010년 4월 폭발한 아이슬란드 에이야프얄라요쿨 화산은 2차 피해가 얼마나 심각한지 잘 보여줬다. 189년 만에 폭발한 이 화산은 2010년 4월 14일부터 화산재를 분출하다가 같은 달 20일 폭발했다. 이 때 16일 하루에만 무려 1만 7000여 편의 비행기 운항이 취소됐고 유럽 상공이 비행금지구역으로 지정됐다. 발생한 재산 피해는 수억 달러 규모다.

비행기가 운항하지 못하는 것은 화산재가 시야를 가려서만이 아니다. 화산재는 모래보다 알갱이가 작다. 엔진과 같은 정밀 기계에 들어가 문제를 일으킨다. 방진복을 입고 작업할 정도로 먼지에 민감한 반도체 같은 미세 기계들은 화산재에 그대로 약점이 노출된다. 호흡기 질환은 말할 필요도 없다.

후지산은 일본 수도인 도쿄와 불과 96km정도 떨어져 있다. 만일 후지산이 분출한다면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 용암류, 화쇄류, 암설사래, 화산 이슈 등으로 인해 큰 피해를 볼 수 있다. 1707년 후지산이 폭발했을 때 2cm 가량 화산재가 쌓였다. 당시에도 화산재로 인한 냉해와 농사 피해가 문제가 됐지만 대도시가 된 지금은 이야기가 다르다. 도쿄 인근의 나리타, 하네다 공항이 마비되는 것은 물론 일본 서부를 있는 신칸센이 마비돼, 대피경로가 줄어든다.

일본 후지산방재검토위원회는 후지산 분화시 최대 2조 5000억 엔(약 27조 원)의 재산피해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도쿄 인근이 약 2cm가량의 화산재에 덮일 것으로 예상했다. 후지산 인근 지방자치단체는 분화시 75만 명의 주민을 대피시킬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