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을 진인이 석기낭랑을 거두어들이다
▲ 삽화 권미영
나타가 천상의 보덕문에서 오광의 등짝을 밟고 있는데, 오광은 고개를 돌려 살펴보고서야 그가 나타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광은 발끈 대노하였으나 얻어맞아 땅바닥에 꺼꾸러졌고 등짝이 발에 밟혀서 발버둥 칠 수 조차 없으니 욕설을 퍼부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대담하고 발칙한 놈이 있나! 아직 젖니도 갈지 않고, 뱃속의 솜털도 마르지 않은 놈이 흉악하게도 친필어지를 받고 파견된 야차를 때려죽이고, 또 나의 셋째 아들을 때려죽여? 내 아들이 너와 무슨 원수를 졌느냐? 죽이는 것도 모자라 너는 내 아들의 힘줄마저 뽑아 갔느냐!
이런 흉악한 놈아, 너의 죄는 이미 용서되지 않는다. 이제 또 감히 보덕문밖에서 구름을 일으켜 비를 내리게 하는 바른 신인 나를 못살게 굴고 있다. 네 놈은 하늘을 기만하고 상전을 속이니, 네놈의 시체를 부수어 육장을 담그더라도 그 죄 값을 다하기에 부족할 것이다.”
나타는 오광에게 욕을 먹자 화가 치밀어 올라왔다. 한 주먹에 때려죽이고 싶었으나 太乙眞人태을진인의 분부를 어길 수 없어 화를 억누를 수밖에 없었다.
“네놈은 네 멋대로 떠들어라. 내가 미꾸라지 같은 네놈을 때려죽이는 것은 무슨 대수로운 일이 아니다!
내가 말하지 않았으니, 너는 내가 도대체 누구인지를 모를 것이다. 나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乾元山건원산 金光洞금광동 太乙眞人태을진인의 제자 靈珠子영주자이니라. 玉虛宮옥허궁의 법지를 받아 인간세상에서 진당관 총병관 이정의 아들이 되었다.
成湯성탕의 은나라가 멸망하려 하고, 주나라가 마땅히 흥성하려고 하는데, 姜子牙강자아가 머지않아 하산하려고 한다. 그때 나는 은나라 주왕을 격파하고 주나라를 보필하는 선행관이 될 몸이다.
내가 우연히 날씨가 더워 구만하로 목욕하러 갔는데, 너의 집안사람들이 나를 모욕했다. 그래서 내가 순간 성급하게 그들 두 명의 목숨을 때려죽였다. 이것은 작은 일인데도, 너는 천상에 상소를 올리려고 한다.
나의 사부님께서도 말씀하셨듯이 너 같은 어리석은 놈은 때려죽여도 아무런 거리낄 것이 없다.”
오광은 듣기를 마치고, 다시 욕설을 퍼부었다.
“이런 맹랑한 녀석, 혼 좀 나봐야겠구나.”
나타가 응수했다.
“네가 맞기를 원한다면 너를 때려주마.”
나타는 주먹을 들어 올려 단숨에 위아래 여기저기 이십여 방의 주먹을 휘둘렀다.
맞는 오광이 고함을 질렀다. 나타가 말했다.
“너 이 늙은 어리석은 놈아, 너는 맞지 않으면 네놈은 두려워하지 않는구나.”
옛말에 이르기를 “용은 비늘을 제거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범은 힘줄을 뽑는 것을 두려워한다.”고 한다.
나타가 오광의 조복 한쪽을 휙 끌어당기자 왼쪽 옆구리 아래로 용 비늘이 드러났다. 나타가 재빨리 손으로 옆구리를 움켜잡고 4~50편의 비늘을 뽑았다. 오광의 옆구리에서 선혈이 줄줄 흘러내렸고, 통증이 심하고 골수에 까지 상처를 주었다.
오광은 극심한 고통을 이길 수 없어 다만 살려달라고 소리칠 뿐이었다.
나타가 말했다.
“네가 나에게 목숨을 살려달라고 요구하는데, 나는 네가 옥황상제께 상소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를 따라 함께 진당관으로 가면 나는 곧 너를 살려주겠다.
네가 만약 이 제안을 따르지 않으면 이 건곤권으로 단번에 네 놈을 때려 죽일 것이다. 태을진인의 당부가 있었다 하더라도, 내가 너를 죽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광은 흉악한 놈을 만나게 되어서 누구에게 무어라 말할 수도 없었고 그를 따라 가겠노라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나타가 말했다.
“너를 풀어주겠다.”
오광이 일어나 막 같이 출발하려 하는데, 나타가 말했다.
“일찍이 들었는데, 용은 변신이 가능하다고 한다. 크게 변하면 하늘을 지탱하고 땅을 떠받치며, 작게 변하면 겨자씨만 하게 몸을 감춘다고 한다. 나는 네가 도망가면 어느 곳에 가서 찾을 수 있을까 두렵다. 그래서 네가 한 마리 작은 뱀으로 변신하면, 내가 너를 휴대해서 가겠다.”
오광은 용의 몸을 벗고 싶지 않았으나 어찌할 수 없어 한 마리 작은 푸른 뱀으로 변했다. 나타가 뱀을 손에 잡아 소매 속에 집어넣고 보덕문을 떠나 진당관으로 왔다. 바로 원수부로 갔다.
집을 총괄하는 장수가 이정에 보고를 올렸다.
“삼공자께서 부중으로 되돌아 왔습니다.” 이정은 보고를 듣고 그리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때 나타가 관청내로 들어와 부친 이정을 알현했다. 이정은 눈썹을 찌푸리고 가뜩 근심스런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나타가 앞으로 나아가 죄를 청했다.
이정이 물었다.
“너는 어디에 갔다가 오느냐?”
나타가 대답했다.
“소자는 하늘나라 南天門남천문에 가서 오광 백부님이 하늘에 상소하지 못하도록 모시고 돌아왔습니다.
이 말에 이정이 큰 소리로 꾸짖었다.
“이 놈아 무슨 황당한 소리를 하느냐! 네가 어떤 무리이기에 감히 천계에 올라간단 말이냐? 허황된 말로 이 애비를 얼렁뚱땅 속여 넘기려 드느냐? 참으로 골치 아픈 일이구나!”
▲ 삽화 권미영
나타가 대답했다.
“아버님께서는 크게 화만 내실 일이 아닙니다. 지금 오광 백부님이 그것을 증명할 것입니다.”
이정이 되물었다.
“너는 오히려 허황된 말을 하다니! 백부가 지금 어느 곳에 있단 말이냐?”
나타가 대답했다.
“바로 이곳에 있습니다.”
소매 속에서 푸른 뱀을 끄집어 내어 땅을 보고 집어던지자 한바탕 맑은 바람이 일면서 푸른 뱀이 오광으로 변했다. 이정이 깜짝 놀라면서 황급히 오광에게 물었다.
“장형께서는 어찌하여 이렇게 되었습니까?”
오광이 크게 화를 내면서 하늘나라 남천문에서 수모를 당한 일을 한바탕 설명했다. 또 옆구리 밑의 손상된 비늘을 이정에 보여주었다.
“자네가 이 못된 놈을 낳아 이런 봉변을 당했네. 나는 사해용왕들과 靈霄殿영소전에서 만나기로 약속하여 나의 억울함을 밝히려 했다네. 자네가 보다시피 더 이상 무슨 말을 하겠나?”
말을 마친 오광이 한줄기 맑은 바람으로 변해 가버렸다. 이정은 발을 구르며 탄식했다. “이 일이 갈수록 도리어 커지니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나타가 아버지 이정 앞으로 가까이 다가가 무릎을 꿇고 아뢰었다.
“아버님, 어머님! 마음을 놓으십시오. 소자가 사부님께 구원을 요청했더니, 사부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사사로이 이곳에 태어난 것이 아니라, 玉虛宮옥허궁의 符命부명을 받아 장차 밝은 군주를 보좌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사해용왕들조차 모두 잘못되었으며, 또 어떤 일도 저를 방해하지 못할 것입니다. 만약 큰 일이 생기더라도 사부님께서 자연히 맡아서 처리하실 것입니다. 아버님께서는 괘념하지 마십시오.”
이정은 도덕을 갖춘 선비로서 현묘한 가운데 오묘한 이치에 밝았다. 나타가 남천문에서 오광을 때린 것은 위로는 하늘의 도움을 얻은 것이고, 거기에는 반드시 어떤 원인 있을 것으로 여겼다.
이정의 처 殷夫人은부인은 종래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던 차에 나타가 곁에 우두커니 서 있고, 남편 이정이 번민하면서 자식을 원망하는 마음이 있음을 보고 입을 열었다. “너는 아직도 이곳에 있느냐, 후원으로 가지 않고 무엇을 하느냐?”
나타는 어머님의 명을 받고, 바로 후원으로 왔다. 잠시 앉아 있으려고 하니, 마음이 소란스러웠다. 다시 후원을 빠져나와 진당관의 성루위로 올라가 바람을 쏘이고 있었다. 이때 날씨는 몹시 더웠고, 이곳은 일찍이 와 본적이 없었다. 눈앞에는 멋들어진 경치가 펼쳐져 있었다.
석양이 하늘에 붉고 넓게 퍼져있고, 푸른 버들이 쭉쭉 휘 널어져 있으며, 아득한 창공을 바라보니 둥근 불덩이를 덮어 놓은 듯했다. 길 가는 사람들은 얼굴에 가득 구슬 같은 땀이 흘러내리고, 피서하는 한가한 사람들은 부채를 설렁설렁 흔들고 있었다.
나타는 이곳을 한번 둘러보고 혼자 말했다.
“이곳이 이렇게 좋은데 종래 이곳에 와 놀 생각을 못했을까?”
또 병장기를 놓는 거치대 위에 활이 하나 놓여있는데, 이름이 乾坤弓건곤궁이었다. 화살이 세 개가 있었는데, 震天箭진천전이었다.
나타는 스스로 생각해본다.
“사부님께서 내가 선행관이 된다고 말씀하셨다. 成湯성탕의 천하인 은나라를 격파하자면, 지금 활과 말 타기를 연습하지 않으면 어느 때를 다시 기다리겠는가?
하물며 눈앞에 활과 화살이 있으니 어찌 연습을 해보지 않겠는가?”
나타는 마음속으로 이러한 기회를 얻은 것을 몹시 기뻐하면서 활을 손에 잡고 화살 하나를 꺼내어 활에 걸어서 서남쪽을 향해 쏘았다. ‘쉬이 잉’하는 화살이 날아가는 소리가 울리고, 붉은 광채에 휩싸이면서 날아갔다.
이 화살 하나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바야흐로 강물에 갈 구리와 줄을 던졌으니, 이제 낚아채는 것으로부터 시비 거리가 나오게 되었다.
나타는 이 활과 화살이 진당관을 지키는 보물인 乾坤弓건공궁과 震天箭진천전이라는 것을 몰랐다. 軒轅皇帝헌원황제가 蚩尤치우를 크게 격파하고 난 뒤부터 지금까지 전해져 오는 것이며, 그 이후 손에 잡아 본 사람이 없었다.
오늘 나타가 활을 들고 화살을 하나를 쏘았는데, 화살은 骷髏山고루산 白骨洞백골동까지 날아갔다. 백골동의 동주 石磯娘娘석기낭랑에게는 두 명의 제자가 있었다. 그때 제자 중 한명인 碧雲童子벽운동자가 꽃바구니를 끼고 약초를 캐기 위해 산 절벽 밑에 와있었다. 나타가 쏜 화살이 정통으로 벽운동자의 목구멍을 꿰뚫자 몸이 뒤집어 지면서 땅바닥에 거꾸러져 죽었다.
잠시 후, 彩雲童子채운동자가 벽운이 화살에 맞아 죽어있는 것을 발견하고 급히 돌아와 석기낭랑에게 보고를 올렸다.
“사형인 벽운이 인후에 화살을 맞고 죽었는데, 무엇 연유인지를 모르겠습니다.”
보고를 받은 석기낭랑이 동굴을 나와 산비탈에 이르렀다. 과연 벽운동자가 화살에 맞아 죽어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화살이 전천전이었다.
석기낭랑이 노하여 소리쳤다.
“이 화살은 진당관에 있는데, 필시 이정이 쏜 것이다. 이정, 당신은 도를 이룰 수 없게 되자, 내가 당신의 사부 앞에서 당신을 하산하게 하여 인간세상의 부귀를 구하게 했다. 당신이 지금 벼슬이 公侯공후에 이르렀는데, 은덕을 갚을 생각은 하지 않고, 도리어 화살로 나의 제자를 쏘아 죽이다니 은혜를 원수로 갚는구나.”
▲ 삽화 권미영
石磯娘娘석기낭랑이 채운동자에게 洞府동부를 지키도록 하고, “내가 진당관 총병관 李靖이정을 잡아와 이 원한을 갚겠다.”한다.
석기낭랑은 靑鸞청란을 타고 날아갔다. 금빛 저녁노을이 끝없이 깔려있고 채색안개가 붉게 펼쳐져 있다. 정히 신선가의 오묘한 술법이 무궁하여 순식간에 청란이 진당관에 닿았다.
석기낭랑이 공중에서 큰 소리로 외쳤다.
“이정은 나와서 나를 보아라!”
이정은 누구를 부르는지도 모른 채 급히 나와서 보니, 바로 석기낭랑이었다. 이정은 엎드려 절을 하고 말을 이었다.
“제자 이정이 인사 올립니다. 낭랑께서 난새를 타고 오신지도 모르고, 영접에 실례를 범했습니다. 바라옵건대 그 허물을 용서해 주십시오.”
석기낭랑이 대답했다.
“네가 무엇을 잘했다고! 오히려 이러한 감언이설로 교묘하게 꾸며대고 있는가?”
낭랑이 八卦雲光帕팔괘운광파(위에는 팔괘 중 坎離震兌감리진태가 그려진 보물이고, 삼라만상을 포괄하는 진기한 보배)라고 하는 띠를 아래를 향해 던지며, 黃巾力士황건역사에게 명령을 내렸다.
“이정을 붙잡아 동부로 돌아가자!”
황건역사가 공중에서 이정을 결박하여 白骨洞백골동으로 데려와 내려놓았다. 석기낭랑이 청란의 등위에서 내려와 포단위에 앉자, 황건역사가 이정을 데려와 면전에서 무릎을 꿇렸다.
석기낭랑이 말했다.
“이정, 그대는 仙道선도를 이루지 못하고, 이미 인간세상의 부귀를 얻었는데, 그대는 도리어 누구를 배신하는가? 이제 근본에 보답할 생각은 하지 않고 오히려 나쁜 마음을 일으켜 나의 제자 벽운동자를 쏘아 죽였으니, 무슨 할 말이 있겠느냐?”
이정은 무슨 일이 일어난 것도 모르는데, 진실로 평지에서 바람과 물결이 일어나는 것과 같았다. 이정이 물었다.
“낭랑이시여, 제자가 오늘 무슨 죄를 지었습니까?”
석기낭랑이 대답했다.
“그대는 은혜를 원수로 보답하여 나의 문인을 쏘아 죽였으니, 그대는 아직도 그 연고를 미루어 알지 못하겠단 말이냐?”
이정이 “화살은 어디에 있습니까?” 한다. 석기낭랑이 명을 내렸다.
“화살을 가져와 이 자에게 보여주어라.”
이정이 화살을 살펴보니 震天箭진천전이었다. 이정이 크게 놀라면서 말했다.
“이 乾坤弓건곤궁과 진천전은 軒轅헌원황제께서 전하여 지금까지 내려오는 것으로 진당관을 지키는 보물입니다. 누가 가져가 함부로 쏘겠습니까? 이것은 제자에게 운이 나빠서 일어난 일로 몹시 이상한 일입니다.
바라옵건대 낭랑께서는 제자가 무고하게 억울함을 당하고 있고, 억울함을 밝히기가 어렵다는 것을 유념해주십시오. 제자를 석방하여 진당관으로 돌아가게 하면 화살을 쏜 사람을 조사하겠습니다. 화살을 쏜 자가 밝혀지면 제자가 붙잡아 와서 흑백을 분명히 하겠사오니, 억울함이 없도록 해주십시오. 화살을 쏜 사람이 없다면, 제자는 죽어도 눈을 감지 못할 것입니다.”
석기낭랑이 대답했다.
“일이 이렇다고 하니, 나는 그대를 석방하여 돌아가게 하겠다. 그대가 만약 조사해서 밝혀내지 못하면, 나는 그대의 사부에게 알려 그대의 목숨을 요구할 것이니, 그렇게 알고 돌아가라.”
이정은 화살을 휴대해서 돌아오는데, 흙을 빌어 몸을 감추는 土遁法토둔법을 써서 순식간에 진당관 관문 앞에 도착했다. 토둔법을 거두어들이고 원수부로 들어갔다. 그때 殷夫人은부인은 무슨 연고인지도 모르는 채, 남편 이정이 공중으로 잡혀가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 있는데, 이정이 돌아 왔다.
은 부인이 물었다.
“장군 무엇 때문에 공중으로 잡혀가셨는지요? 첩은 깜짝 놀라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이정이 발을 구르며 탄식했다.
“부인, 나 이정이 벼슬살이를 한지 25년이 되었는데, 시운이 오늘처럼 이렇게 어그러질 줄을 누가 알았겠소. 관문 위 망루에는 건곤궁과 진천전이 있는데, 이것은 진당관을 지키는 보물이오.
누가 이 활을 쏘았는지 모르겠으나 석기낭랑의 제자가 화살에 맞아 죽었다오. 방금 석기낭랑에게 붙잡혀가 생명을 변상하라는 요구를 받았다오. 내가 간절히 애원하여 되돌아 왔지만 누가 쏘았는지 조사해서 범인을 붙잡아 석기낭랑에게 보여야만 나의 죄가 아님을 명백하게 할 것이오.”
이정이 이어서 말을 했다.
“이 활과 화살로 말하면, 보통사람이 들어 움직일 수 없으니, 설마 나타가 한 짓은 아니겠지?”
은 부인이 대답했다.
“어찌 그럴 수 있겠습니까! 설마 오광의 일이 아직 끝나지도 않았는데, 나타가 감히 또 이러한 시비를 일으켰겠습니까? 설사 나타가 그랬다고 해도, 그 무거운 활과 화살을 들어 올리지 못했을 테지요.”
이정은 한참동안 생각에 잠겨 있다가 묘안이 떠올랐는지 좌우 시종들에게 분부를 내렸다.
“너희들은 삼 공자(나타)를 데려오너라.”
잠시 후 나타가 들어와 옆으로 섰다. 이정이 물었다.
“너는 너의 사부께서 네가 명군을 보필하는 책임을 맡도록 하였다고 했는데, 너는 어찌하여 弓術궁술과 馬術마술을 배워 장래의 필요에 미리 대비해 두지 않느냐?”
나타가 말했다.
“저는 분발하여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우연히 성루에 활과 화살이 놓여 있는 것을 보고, 제가 화살 한 발을 쏘았습니다. 붉은 광채를 띠고 자색연기를 어지러이 날리며 날아가던 화살이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습니다.”
▲ 삽화 권미영
나타의 대답에 이정은 화가 나서 호통을 쳤다.
“이런 고약한 놈! 오광의 셋째 아들 오병을 때려죽인 일도 아직 해결되지 않았는데, 이제 또 이런 끝도 없는 화근을 불러일으키다니!”
그 말에 나타의 어머니인 은 부인도 묵묵부답 말이 없었다.
나타는 그 내막을 모르고 물었다.
“무엇이라고요? 또 무슨 일이 생겼습니까?”
이정이 대답했다.
“네가 방금 전 쏜 화살에 석기낭랑의 제자가 맞아 죽었다. 낭랑이 나를 붙잡아 가서 잘못을 실토하라고 했다. 나를 풀어주고 화살을 쏜 사람을 찾아내라고 했다. 그런데 바로 네 놈이 한 짓이라니! 네가 직접 낭랑을 찾아가서 사실대로 고하도록 하라.”
나타가 웃으면서 말했다.
“아버님께서는 노여움을 푸십시오. 석기낭랑이 어디에 있습니까? 그녀의 제자는 어디에 있으며, 제가 어떻게 그 제자를 쏘아 죽인 것인지? 갑자기 무뢰한으로 몰아붙이시니, 마음속으로 받아드릴 수 없습니다.”
이정이 대답했다.
“석기낭랑은 骷髏山고루산 白骨洞백골동에 계시다. 너는 이미 그녀의 제자를 쏘아 죽였으니, 네가 가서 그녀를 만나 뵙도록 하라!”
나타가 말했다.
“아버님의 말씀에는 도리가 있습니다. 백골동이 어디에 있는지 아버님께서 함께 동행해 주십시오. 만약 제가 한일이 아니라면 그녀를 흠씬 두들겨 패주고, 저는 돌아오겠습니다. 아버님께서 먼저 가십시오, 제가 뒤따르겠습니다.”
두 부자는 토둔법을 써서 순식간에 고루산으로 갔다.
이정은 고루산에 도착해서 나타에게 분부를 내렸다.
“이곳에 서 있어라, 내가 들어가 석기낭랑의 법지를 받아 돌아 올 때가지 기다리도록 하라.”
나타는 냉소를 한다.
“그 낭랑이 그곳 공중에서 나에 죄를 덮어씌우고, 그녀가 어떻게 분부하는지 한번 지켜보겠다.”
이정은 백골동으로 들어가 석기낭랑을 찾아뵈었다. 낭랑이 물었다.
“어떤 자가 벽운동자를 쏘아 죽였는가?”
이정이 낭랑에게 보고를 올렸다.
“이 이정의 못난 아들놈, 나타가 일을 벌였습니다. 제자가 감히 명을 거역할 수 없어 나타를 동부 앞에 데려와 낭랑의 법지를 기다리도록 하였습니다.”
석기낭랑이 채운동자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를 들어오도록 하여라!”
그때 동부 밖에 서있던 나타는 洞府동부 안에서 한 사람이 나오는 것을 보자 가만히 생각해 본다.
“싸움을 할 때는 먼저 선수를 치는 것이 좋다. 이곳은 그들의 소굴이므로 선수를 치지 않으면 오히려 불리해질 것이다.”
나타는 재빨리 건곤권을 들어 올려 동굴 밖으로 나오는 사람을 내리쳤다. 채운동자는 미처 방어할 겨를도 없이 목을 한방 얻어맞고 아야 비명을 지르며 땅바닥에 거꾸러졌다. 채운동자는 갑자기 너무 세게 얻어맞아 이미 목숨이 위태로웠다.
석기낭랑은 동부 밖에서 사람이 거꾸러지는 소리를 듣고 급히 동부 밖으로 나왔다. 채운동자가 이미 땅바닥에 쓰러진 채 몸부림을 치며 목숨을 다투고 있었다.
낭랑이 고함을 질렀다.
“이런 못된 놈! 감히 흉수를 써서 또 나의 제자를 상하게 하다니!”
나타가 보니 석기낭랑은 고기꼬리 모양을 한 魚尾金冠어미금관을 머리에 쓰고, 몸에는 크고 붉은 大紅八卦衣대홍팔괘의를 입고, 삼으로 삼은 신발에 명주 끈을 두르고, 손에는 太阿劍태아검을 들고 서둘러 다가오고 있었다.
나타는 건곤권을 회수하여 다시 낭랑에게 한방 치려고 했다. 그때 석기낭랑이 太乙태을진인의 건곤권을 보자
“오! 이런, 바로 네놈이었구나.”
낭랑은 손으로 건곤권을 받아 쥐었다. 나타는 크게 놀라면서 서둘러 7척의 混天綾혼천릉으로 낭랑을 둘러쌌다. 낭랑이 크게 웃으면서 옷소매를 위로 한번 휘두르자, 혼천릉이 가볍게 낭랑의 소매 속으로 떨어지며 빨려 들어갔다.
석기낭랑이 말했다.
“나타, 다시 네 사부의 보패 몇 가지를 가져와, 나의 도술이 어떠한지 시험해 보려고 하는가?”
나타는 손에 의지할 쇠붙이 하나 없어서 몸을 돌려 달아날 수밖에 없었다.
낭랑이 고함을 질렀다.
“이정, 너는 이 일을 간섭하지 말고, 돌아가도록 하라.”
석기낭랑이 달아나는 나타를 뒤쫓아 가는데, 구름이 날고 번개가 번쩍하며, 비가 몰아치고 바람이 내달리듯이 전광석화와 같이 뒤쫓는다. 나타는 한참을 달려 건원산에 왔다. 金光洞금광동에 도착하여 황망히 동굴 안으로 들어가 사부님을 바라보며 절을 했다.
태을진인이 물었다.
“나타야, 너는 어찌하여 이다지도 허둥대는고?”
나타가 대답했다.
“석기낭랑이 제자가 그녀의 제자를 죽였다고 생떼를 쓰면서 보검을 들고 나타나 저를 죽이려고 하며, 또 사부님의 건곤권과 혼천릉을 회수해 갔습니다.
이제 제자를 뒤 쫓아와 놓아주지 않고, 현재 동굴 밖에 와있습니다. 제자는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사옵니다. 이제 스승님을 찾아왔는데, 바라옵건대 목숨을 살려주십시오!”
태을진인이 말했다.
“이런 못된 놈이 있나! 뒤편 복숭아밭으로 들어가 숨어 있어라. 내가 나가 보겠다.”
태을진인이 밖으로 나와 몸을 동문에 기대고 서있는데, 석기낭랑이 얼굴에 노기를 가득 띠우고, 손에는 보검을 들고, 사납게 쫓아오고 있었다.
삽화 권미영
나타의 뒤를 사납게 쫓아 온 石磯娘娘석기낭랑이 태을진인을 보고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도형께 알현 인사를 올립니다.”
태을진인도 답례를 했다. 서로 간 인사가 끝나자 석기낭랑이 그간의 사정을 설명했다.
“도형! 도형의 제자가 도형의 도술을 믿고, 빈도의 제자인 벽운동자를 활로 쏘아 죽이고, 채운동자를 때려서 상하게 하였으며, 또 건곤권과 혼천릉으로 저를 해치려 하였습니다.
도형! 나타를 불러내어 저를 만나게 해주십시오. 좋은 얼굴로 서로 대면한다면 모든
일을 순조롭게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 도형께서 은밀히 보호해준다면, 귀중한 구슬을 탄환으로 하여 새를 쏘는 격으로 작은 것을 탐내다가 큰 것을 잃게 되는 것으로 도리어 일이아름답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태을진인이 대답했다.
“나타는 나의 洞府동부 안에 있으며, 나타더러 나오게 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네. 당신은 전에 玉虛宮옥허궁에서 우리 곤륜산을 장악하시는 교주로 나의 스승님인 元始天尊천시천존을 만나 뵌 적이 있었다. 그때 옥허궁 교주께서 당신에게 가르침을 주었고, 나도 당신에게 가르침을 준 적이 있다.
나타는 하늘의 칙명을 받고 세상에 태어나 明君명군을 보필하라는 명을 받았으니, 나 혼자 사사로이 일을 처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네.”
석기낭랑이 웃으면서 말했다.
“도형께서는 뭘 잘 모르고 계시는 것 같군요! 도형은 교주님을 내세워 저를 누르려고 하는데, 설마 도형의 제자가 흉악하여 저의 제자를 죽였는데도 오히려 大言대언을 핑계 삼아 저를 핍박하시려는 것은 아닌지요? 비록 제가 도형에게 미치지 못하지만, 제가 물러설 것 같습니까!”
이때 석기낭랑이 태을진인에게 ‘제가 닦은 도를 시로 한번 읊어보겠습니다’라고 하면서 시를 읊조리기 시작했다.
“道德도덕은 무성하여 混元혼원에서 나왔고, 하늘을 본받아 굳건히 수련 성취하여 장생을 얻었다. 精氣神정기신을 수련하여 머리위에 나타난 세 송이 꽃인 三花聚頂삼화취정은 한가한 소리가 아니요, 木火土金水목화토금수 다섯 가지 기운이 중앙 토의 으뜸인 황정으로 돌아간 五氣朝元오기조원의 경지를 어찌 헛된 말이라 하리요? …”
태을진인이 석기낭랑의 시를 다 듣고 나더니 말했다.
“석기낭랑, 그대는 그대의 도덕이 맑고 높다고 말하는데, 그대는 截敎절교에 속하고, 나는 闡敎천교에 속한다네.
우리 천교는 일천 오백년에 일찍이 머릿속 ․ 가슴속 ․ 위속에 있다는 三尸삼시(인간의 잘못을 기록하여 庚申경신일에 사람이 잠자는 틈을 이용해 하늘로 올라가 상제에게 보고한다고 함)를 제거하지 못하여, 殺戒살계를 범했다네. 그래서 이번에 인간 세상에 태어나 한바탕 싸우고 죽이는 征伐정벌과 誅殺주살이 있어야, 이 큰 액운이 끝날 것이네.
이제 은나라의 成湯성탕이 멸망하려 하고, 周주나라가 마땅히 일어나려고 한다네. 곤륜산의 玉虛宮옥허궁에서는 封神봉신을 하도록 하여 응당 인간세상의 부귀를 누리게 하였네.
그 당시 천교 ․ 절교 ․ 서방교 등 三敎삼교에서 모두 封神榜봉신방에 서명했다네. 나의 스승님께서는 나에게 명을 내려 문도들에게 인간 세상에 태어나 明君명군을 보좌하라는 가르침을 내렸다네.
나타는 곧 靈珠子영주자의 화신으로 인간 세상에 내려와, 姜子牙강자아를 보좌하여 성탕을 멸망시키려고 하는데, 이것은 원시천존의 符命부명을 받은 것이라네. 이제 당신의 제자가 상해를 입은 것은 곧 하늘의 운명이라네.
당신은 어찌 삼라만상이 모두 수련을 해서 승천하여 飛昇비승할 수 있다고 말하는가?
그대 무리들은 일체의 근심이나 우려, 영예나 욕됨을 없게 하여 수련을 잘 견지하는 것이 옳거늘, 어찌 노기를 참지 못하고 경거망동하여 스스로 아름다운 도를 손상시키려고 하는가?”
태을진인의 그 말에 석기낭랑이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화를 참지 못하고 고함을 질렀다.
“도는 동일하게 한 가지의 이치인데, 어찌 높고 낮음이 있다고 본단 말이오?”
태을진인이 대답했다.
“도가 비록 한 가지 이치이나, 각기 그 도를 펴는 바에 따라 달라진다네.”
그대는 나의 해명을 한번 들어 보게 하면서 시를 읊조렸다.
“해와 달의 빛을 교류하여 金英금영(단전에서 수련되어 나온 것으로 연꽃위에 가부좌하고 앉아 있는 元嬰원영)를 연마하고, 한 알 신령스런 구슬이 몸을 투명하게 밝힌다. 하늘과 땅을 진동시켜 도력을 알며, 죽음과 삶을 벗어나 공이 이루어졌음을 본다. 四海사해를 소요하며 종적을 남기고, 三淸삼청 하늘로 歸位귀위하여 이름을 세운다. 곧바로 오색 구름위로 오르니 구름길이 평온하고, 자주색 난새와 붉은 학이 스스로 영접을 나온다네.”
석기낭랑이 대노하여 손에 보검을 잡고 태을진인의 얼굴을 향해 찍어왔다. 태을진인은 사양하면서 몸을 빼내어 다시 동굴 속으로 들어갔다. 손에 검을 쥐고 몰래 물건 하나를 자루에 담아서, 동쪽으로 곤륜산을 바라보며 절을 올렸다.
“제자, 지금 이 산에서 殺戒살계를 열겠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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