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예의 장

봉신연의[封神演義]_12

醉月 2010. 11. 23. 08:47

진당관에서 哪吒나타가 출생하다

▲ 삽화 권미영

 

 

 

陳塘關진당관을 지키는 책임자로 李靖이정이라는 총병관이 있었다. 어려서부터 도를 찾아 진을 수련(修眞)하였는데, 西崑崙서곤륜 度厄도액진인을 찾아서 스승으로 모시면서 五行遁術오행둔술을 배워서 이루었다. 그러나 선도를 성취하기가 어려워 하산해서 紂王주왕을 보좌했다. 벼슬이 총병에 이르렀고, 인간세상의 부귀를 누리고 있었다.

 

본 부인 殷氏은씨는 두 아들을 낳았는데, 장남은 金吒금타라고 하고, 차남은 木吒목타라고 했다. 은씨는 나중에 또 아이를 임신했는데, 이미 3년 6개월이 되었으나 아직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다. 총병관 이정은 늘 마음속으로 이를 근심했다.

 

어느 날 하루, 부인의 배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임신을 한지 삼년이 넘었으나, 아직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는데, 요괴가 아니면 곧 괴물일 것이오.”

 

부인 역시 번민에 쌓여서 말했다.

 

“이번 임신은 분명 길조가 아닐 것입니다. 저를 밤낮으로 근심에 빠지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이 말을 들은 이정도 마음속으로 즐거울 수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늦은 밤 3경쯤에 이정의 부인이 한창 잠에 푹 빠져 있는데, 꿈속에 도인 한분이 나타났다. 머리에는 두 개의 상투를 틀었고, 몸에는 도복을 입었는데, 부인의 침소로 걸어 들어왔다.

 

부인이 이를 꾸짖으며 말했다.

 

“도인께서는 심히 예의를 모르시는구려. 이곳은 내실인데, 어찌 함부로 들어오십니까? 정말로 가증스럽습니다!”

 

도인이 대답했다. “부인은 빨리 기린아를 받으시오!”

 

부인이 미처 대답할 사이도 없이 도인이 물건 하나를 부인의 뱃속으로 집어넣었다.

 

이때 부인은 갑자기 놀라서 잠에서 깨어났으며, 식은땀이 배어나와 온 몸을 흠뻑 적셨다.

 

 부인은 서둘러 이 총병을 깨웠다.

 

“마침 꿈속에서…” 하면서 조금 전에 있었던 일을 한바탕 이야기했다. 은 부인이 말을 마칠 때 쯤 배속에서 산기의 통증이 느껴졌다.

 

 이정은 급히 일어나 집무실로 나와 자리에 앉았다.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임신을 한지 3년 6개월인데, 오늘 밤에 이러한 일이 있었으니, 아이가 태어나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이것이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알 수가 없구나.”

 

이정이 바로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아내를 시중드는 아이가 황망히 다가와서 아뢰었다.

 

“나으리께 아룁니다. 부인께서 한 개의 요사한 정기(妖精) 덩이를 낳았습니다.”

 

살로 뒤덮인 둥근 공이 수레바퀴처럼 빙글빙글 돌고 있는 것이 눈에 보였다.

 

 이정은 서둘러 부인의 방으로 달려가 손에 보검을 집어 들었다. 방안에는 일단의 붉은 기운이 기이한 향기를 품으며 방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이정은 깜짝 놀라며 살로 덮인 둥근 공을 바라보면서 보검으로 내려치니 갈라지는 소리가 들렸다. 살로 덮인 둥근 공이 쩍 갈라지면서 그 속에서 동자 하나가 훌쩍 뛰쳐나왔다.

 

그 동자는 온통 붉은 빛을 띠고 얼굴은 분을 바른 듯 하였으며, 오른손에는 금팔찌를 끼고, 배위에는 붉은 비단을 두르고, 눈부신 금빛 광채를 뿌리고 있었다.

 

이 神聖신성이 세상에 내려와 진당관에서 출생하였으니, 장차 강태공의 선행관이 되는데, 바로 靈珠子영주자의 화신이었다.

 

몸에 지니고 있는 금팔찌는 乾坤圈건곤권이라는 무기이며, 붉은 비단은 混天綾혼천릉이었다. 이것들은 건원산의 金光洞금광동을 지키는 보물이었다.

 

이정은 살로 덮인 둥근 공을 칼로 가르자, 동자 하나가 튀어나오는 것을 보았다. 이정은 의아해 하며 앞으로 다가가 한번 안아보니 분명히 동자였다. 요괴라고는 하지만 차마 어린 아이를 해칠 수 없어서 부인에게 넘겨주었다. 부부가 아이에 대한 恩愛은애를 저버릴 수가 없어 서로 우려하면서도 기뻐했다.

 

다음날 진당관의 벼슬아치들이 찾아와 아이 출생을 하례했다. 이정이 하루 일을 막 끝내려고 하는데, 中軍官중군관이 와서 보고를 올렸다. “나으리께 아룁니다. 밖에 도인 한분이 찾아와 뵙기를 청합니다.”

 

이정은 원래 도문에 입문하여 수행한 적이 있었으므로 어찌 근본을 잊겠는가? 서둘러 말했다

 

“어서 안으로 모시어라.”

 

군정관이 급히 도인을 청했다. 도인이 곧 대청으로 올라와 이정에게 예를 올리고 말

했다.

 

“장군, 빈도가 인사드립니다.”

 

이정이 얼른 답례를 마치고, 도인을 상석에 오르도록 했다. 도인은 사양하지 않고 앉았다. 이정이 물었다.

 

“선생께서는 어느 명산, 어느 洞府동부에 계십니까? 지금 이곳에 오셨으니 무슨 가르침이라도 있으신지요?”

 

 도인이 대답했다.

 

“빈도는 乾元山건원산 金光洞금광동의 太乙眞人태을진인입니다. 장군께서는 공자를 낳았다고 들었는데, 일부러 하례 드리러 왔습니다. 아드님을 한번 볼까하는데, 장군의 뜻은 어떠하신지요?”

 

 이정은 도인의 부탁을 듣고, 시녀를 불러 아이를 안고 오라고 했다. 시녀가 아이를 안

고 오자, 태을진인이 아이를 받아 안고 한번 살펴본다.

 

아이를 살펴보던 도인이 물었다.

 

“이 아이는 어느 시진에 태어났습니까?”이정이 대답했다. “丑時축시(새벽 1시~3시)에 태어났습니다.”

▲ 삽화 권미영

 

태을진인은 아이가 丑時축시에 태어났다는 말을 듣고 말했다.

 

“태어난 시가 좋지 않군요?”

 

이정이 물었다.

 

“이 아이를 설마 길러서는 안 된단 말입니까?”

 

도인이 대답했다.

 

“그렇지 않습니다. 이 아이가 축시에 태어났기 때문에 정히 1천 7백 살계를 범하고 있습니다.”

 

 또 물었다.

 

“이 아이의 이름을 지었습니까?”

 

이정이 아직 이름을 짓지 않았다고 했다. 도인이 말했다.

 

“빈도가 이 아이의 이름을 지어주고, 빈도의 제자로 삼으면 어떠하겠습니까?”

 

이정이 대답했다.

 

“원컨대 도장에게 절을 올려 스승으로 삼겠습니다.”

 

“장군은 몇 명의 아들을 두었습니까?”

 

“겨우 세 명의 아들을 두었습니다. 큰 아들은 金吒금타이고, 五龍山오룡산 雲霄洞운소동의 文殊光法天尊문수광법천존을 스승으로 모시고 있습니다.

 

둘째는 木吒목타라 하는데, 九宮山구궁산 白鶴洞백학동의 普賢眞人보현진인을 스승으로 모시고 있습니다.

 

 이제 도인께서 막내인 이 아이를 문하에 거두었으니, 이름을 지어 주십시오. 그리고 도장을 이 아이의 스승으로 삼도록 하겠습니다.”

 

도인이 말했다.

 

“그럼 이 아이는 세 번째이니, 그 이름을 哪吒나타라고 합시다.”

 

이정이 감사를 올렸다.

 

“두터운 덕으로 지어준 이름이니 고맙기 그지없습니다.” 하인들을 불러 도인이 거처할 방을 준비하라고 했다.

 

도인이 사양하면서 말했다.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빈도는 일이 있어 곧 산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도인은 기어코 사양했다. 이정이 관부 바깥까지 도인을 전송하자, 도인은 이정과 작별하고는 곧장 떠나갔다.

 

 이정은 진당관에서 특별한 일없이 보내고 있는데, 갑자기 천하의 4백 제후가 반기를 들었다는 보고를 들었다. 이정은 서둘러 전령을 보내 관문과 협곡을 굳게 지키라고 명하고, 삼군을 조련하고 병졸을 훈련시켜 野馬嶺야마령의 요충지를 지켰다.

 

세월은 빨라 더위가 가고 추위가 오고 순식간에 7년이 흘렀다. 나타도 어느 덧 일곱 살이 되었고, 키가 6척이나 되었다.

 

때는 5월이라 날씨는 찌는 듯 더웠다. 이정은 東伯侯동백후 姜文煥강문환이 반란을 일으켜 遊魂關유혼관에서 竇榮두영과 크게 전투를 벌이고 있었으므로, 날마다 삼군을 조련하고 사졸들을 훈련시키고 있었다.

 

이때 이정의 셋째 아들 나타는 날씨가 무더운 것을 보고 짜증도 나고 하여 어머니를 찾아뵙고 인사를 마친 다음 한쪽에 서서 말했다.

 

“소자는 관문 밖으로 나가 한번 놀고 싶습니다. 어머님께 여쭈오니, 나가서 놀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은씨 부인은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이 깊어 곧 대답했다.

 

“얘야, 네가 관문 밖으로 나가 놀고 싶으면 家兵將가병장 한 명을 데리고 가도록 하여라. 너무 노는데 만 빠지지 말고, 빨리 갔다가 빨리 돌아오너라. 너의 아버지가 군사조련을 마치고 돌아올까 염려되는구나.”

 

나타는 가병장과 함께 관문 밖으로 나오니 오월이라 몹시 무더웠다. 관문을 나온 지 약 1 리 정도 걸었는데, 무더워서 걷기조차 어려웠다. 걸어가는데, 땀이 흘러 나타의 온 얼굴이 흠뻑 젖었다. 가병장에게 말했다.

 

“앞에 나무그늘 우거진 곳이 보이는데, 그곳에서 더위를 좀 피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가병장이 먼저 푸른 버들 숲으로 들어가 보니 남풍이 살랑살랑 불어오는데, 옷깃을 다 풀어헤치고 급히 돌아와 나타에게 보고를 올렸다. “공자님께 아룁니다. 앞 쪽의 푸른 버들 숲 안은 매우 시원하니, 가히 더위를 피할 만합니다.”

 

나타는 그 말을 듣고 크게 기뻐하면서 숲 속으로 뛰어 들어가서 의대를 풀고 가슴의 옷깃을 열어젖히자, 즐거울 뿐이었다.

 

얼핏 보기에는 바위를 타고 맑은 물보라를 일으키며 푸른 물이 도도히 흘러내리는 것 같았으나, 사실 물가 양쪽 벼랑에 드리워진 수양버들에 불어오는 바람과 절벽 옆으로 어지러이 널린 돌 사이로 졸졸 흐르는 물줄기였다.

 

나타는 몸을 일으켜 물가로 걸어가면서 가병장에게 말했다.

 

“내가 이제 겨우 관문을 걸어 나왔는데, 어찌나 더운지 온 몸이 땀투성이가 되었어요. 지금 바위 위에서 목욕을 한번 해야겠어요.”

 

가병장이 말했다.

“공자님, 조심하셔야 합니다. 나으리께서 돌아 오셨을지도 모르니, 빨리 돌아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나타는 옷을 벗고 바위에 앉았다. 일곱 자 길이의 혼천릉을 물속에 넣어둔 채, 물속으로 들어가 목욕을 했다.

 

이 물이 九灣河구만하이고, 동해의 어귀라는 것을 몰랐다. 나타가 혼천릉이라는 이 보배를 물속에 놓아두자 물이 모두 붉게 물들었다. 혼천릉이 흔들릴 때 마다 강물이 흔들리고, 혼천릉이 움직일 때마다 천지가 요동했다. 그러나 나타는 목욕을 하면서도 용궁인 水晶宮수정궁이 이미 흔들리는 어지러운 소리를 느끼지 못했다.

 

한편, 동해의 敖光오광은 수정궁에 앉아 있다가 궁궐이 흔들리는 소리를 듣고, 급히 좌우의 사람들을 불러서 물었다.

 

“땅이 진동하지 않는데, 무엇 때문에 궁전이 흔들리는가? 바다를 순찰하는 夜叉야차 李艮이간에게 전달하여 바다 어귀에서 무슨 물건이 장난을 치고 있는지 살펴보라고 하여라.”

▲ 삽화 권미영

 

 

 

 

巡海夜叉순해야차 李艮이간이 구만하로 와서 살펴보니 물이 모두 붉게 물들었고 그 빛이 찬란히 빛나는데, 한 어린 아이가 배에 두르는 붉은 비단 띠를 물에 담가놓고 목욕을 하고 있었다.

 

 

 

 

 

야차가 물을 가르며 큰소리로 말했다.

 

“야 이놈아! 너는 무슨 이상한 짓을 하느냐. 강물을 온통 붉게 물들이고, 수정궁을 요동시키느냐?”

 

 

나타가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물밑에 한 물건이 보이는데, 얼굴은 푸르스름한 남색이고, 머리칼은 붉은 주사와 같았으며, 커다란 입에 입술 밖으로 이빨이 튀어나와 있고, 손에는 큰 도끼를 들고 있었다.

 

 

나타가 대답했다.

 

“너 이 축생아, 너는 도대체 무슨 물건인데, 말도 다 할 줄 아느냐?”

 

 

야차가 크게 노했다.

 

“나는 용왕인 주공을 받들어 임무를 수행하는 巡海夜叉순해야차이다. 무엇 때문에 함부로 나를 축생이라고 욕하는가?”

 

 

이어서 야차가 물을 가르며 훌쩍 뛰어 강 언덕으로 올라와서 도끼로 나타의 정수리를 향해 찍어 내렸다.

 

 

나타는 벌거벗은 몸으로 서 있다가 야차가 사납게 달려드는 것을 보고는 몸을 피하면서 오른손에 낀 乾坤圈건곤권을 허공으로 들어올렸다. 이 보물은 곤륜산 옥허궁에서 태을진인에게 내려준 것으로 금광동을 지키는 보물이었다. 야차가 어찌 견뎌낼 수 있었겠는가?

 

 

나타의 건곤권이 야차의 머리를 정통으로 내리치자, 야차의 머리가 쪼개져 허연 골수가 흘러내리며 강 언덕에서 즉사했다. 나타가 웃으면서 말했다.

 

“나의 건곤권을 더럽혔구나.” 하며 다시 돌 위에 앉아서 건곤권을 깨끗이 씻었다.

 

이때 수정궁에서는 건곤권과 도끼가 부딪쳐서 일어나는 그 진동으로 하마터면 수정궁이 거의 뒤집힐 뻔했다.

 

 

오광이 말했다.

 

“야차가 일의 전말을 알아보러 나가서 돌아오지 않았는데, 무슨 흉악한 일은 당하지 않았는지 모르겠군!”

 

 

오광이 말하고 있는 사이 龍兵용병이 와서 보고했다.

 

“야차 이간이 한 어린 아이에게 육지에서 맞아 죽었습니다. 특별히 용왕님께 보고를 올립니다.”

 

 

오광은 깜짝 놀랐다.

 

“이간은 靈霄殿영소전에서 친필어지를 받고 파견된 자인데, 누가 감히 때려죽일 수 있단 말인가?”

 

 

오광은 용병을 소집하라고 명령을 내렸다.

 

“내가 친히 가서 어떤 자인 지를 보겠노라!”

 

 

오광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용왕의 세 번째 아들인 敖丙오병이 나와서 페하를 외치면서 말했다.

 

“부왕께서는 무슨 일로 그렇게 진노하십니까?”

 

 

오광은 이간이 맞아 죽게 된 사연을 한바탕 이야기했다.

 

 

세 번째 태자인 오병이 아뢰었다.

 

“부왕께서는 편안히 계십시오. 소자가 나가서 붙잡아 오겠습니다.”

 

오병은 서둘러 용병을 선발하고, 물짐승들을 재촉하여 창과 방패를 들게 하여 바로 수정궁을 출발했다.

 

 

용병들이 물길을 가르자 그 물결은 산을 엎을 듯하였고, 파도가 일어나는데, 물결이 높이가 수척이나 되었다.

 

 

나타는 이때 이상한 낌새를 느꼈는지 몸을 일으키며 물을 보면서 말했다.

 

“대단한 물결이로군, 참으로 대단한 물결이야!”

 

 

그때 그 파도 가운데서 물짐승 한 마리가 쑥 나타났다. 그 물짐승 위에 한사람이 앉아 있는데, 옷을 잘 차려입고, 창을 꼬나든 모습이 용맹스러워 보였다. 창을 든 그자가 나타에게 소리쳤다. “우리 수정궁의 순해야차 이간을 죽인 자는 도대체 어떤 자인가?”

 

 

나타가 대답했다.

 

“내가 그자를 죽였다.”

 

 

오병이 나타를 한번 보더니 물었다.

 

“너는 도대체 누구인가?”

 

 

나타가 물음에 답했다.

 

“나는 진당관 이정의 세 번째 아들인 나타이다. 나의 부친은 이곳 진당관을 지키는 우두머리이시다. 나는 이곳에서 더위를 피해 목욕을 하고 있었으므로 그자와 아무 상관이 없었다. 그런데 야차 그자가 와서 나에게 욕설을 퍼부어 내가 그를 때려 죽였다. 나는 아무 잘못도 없다.”

 

 

나타의 해명을 듣고 오병은 크게 놀라면서 말했다.

 

“이런 발칙한 놈! 야차는 天王殿천왕전의 사자이다. 너는 감히 대담하게 그를 때려죽여놓고 오히려 황당한 말을 떠벌려 놓다니!”

 

 

오병은 창으로 찔러 나타를 사로잡으려 했다. 나타의 손에는 쇠붙이라고는 없어서 고개를 숙이니 창이 옆으로 지나갔다.

 

 

“손을 쓰기 전에 잠깐만 기다려라. 너는 도대체 누구인가? 통성명이라도 하는 것이 도리가 아닌가?”

 

 

오병이 대답했다.

 

“나는 동해 용왕의 세 번째 태자 오병이니라.”

 

 

나타가 웃으면서 말했다.

 

“네가 바로 오광의 아들이었구나. 너는 망령되이 네 스스로를 존귀하게 여기는데, 만약 나를 괴롭히면 너 미꾸라지 같은 놈을 붙잡아 껍질을 벗겨버릴 것이다.”

 

 

오병이 대갈 일성했다.

 

“나를 죽이겠다고! 이 발칙한 도둑놈, 이런 무례한 놈이 있나!” 이어서 또 창으로 나타를 찔러왔다. 나타는 급한 김에 공중을 향해 칠 척의 混天綾혼천릉을 한번 펼치자, 수많은 불덩이 같은 것이 아래로 쏟아지면서 오병과 물짐승들을 둘러싸며 핍박했다.

 

나타가 재빠르게 한발 다가가 바짝 붙어서 한쪽 발로 오병의 머리를 밟고, 건곤권을 들어 올려서 그의 머리를 향해 내려치자, 태자의 원래 몸이 들어났다. 한 마리용이었는데, 땅위에 길게 나가 자빠졌다.

▲ 삽화 권미영

 

 

 

오병이 땅바닥에 쭉 뻗어버리면서 용으로 변했다. 이를 본 나타가 말했다.

 

“알고 보니 이것이 작은 용이었군. 좋다, 이놈의 힘줄을 뽑아내어, 그 힘줄로 아버님의 갑옷 띠를 엮어 드려야겠다.”

 

 

나타가 오병의 힘줄을 뽑아들고, 진당관으로 돌아왔다.

 

 

가병장은 놀라서 온몸에 힘이 빠지고 걷기조차 어려웠으며 가까스로 원수부 문전에 도착했으며, 나타는 대부인을 찾아뵈었다. 부인이 말했다.

 

“얘야, 너는 어디 가서 놀다왔기에 반나절이나 걸렸느냐?”

 

 

나타가 대답했다.

 

“예, 관 밖으로 나가 한가하게 놀다보니 늦은 것도 몰랐습니다.” 나타는 말을 마치고 후원으로 들어갔다.

 

 

한편, 이정은 훈련을 마치고 돌아와서 좌우 병사들을 해산시키고, 손수 의복과 갑옷을 풀고 후당에 앉았다. 주왕이 실정하여 천하의 4백 제후가 반란을 일으켜 날로 백성들이 도탄에 빠져드는 것을 보고 우려하며 번뇌에 사로잡혀 있었다.

 

 

한편, 오광은 수정궁에 앉아서 용병이 돌아와 보고하는 것을 듣고 있었다.

 

“진당관의 총관 이정의 아들 나타가 세 번째 태자를 때려죽이고, 그 힘줄조차 뽑아 갔습니다.”

 

 

오광은 그 말에 깜짝 놀라면서 말했다.

 

“나의 아들은 구름을 일어나게 하고 비를 베풀어 만물을 생장시키는 正神정신인데, 때려죽인다는 것이 어찌 말이 되는가!

 

 

 

이정, 당신은 서곤륜에서 도를 배웠고 나와 당신은 한 스승을 모신 벗이거늘 어찌하여 자식의 그릇됨을 내버려두고, 내 자식을 때려죽게 했단 말인가? 이것이야말로 백세의 원한이다. 어떻게 감히 내 아들의 힘줄마저 뽑아 갔단 말인가!”

 

 

오광은 마음이 절통하고 뼈마저 끊는 듯하였다.

 

 

용왕은 크게 노하며, 그 원한에 자식의 원수를 갚지 않을 수 없어 뛰어난 무사 한명을 대동하고 곧바로 진당관으로 왔다.

 

 

이정의 원수부에 도착하여 수문장에게 말했다.

 

“수문장은 옛 친구인 오광이 찾아왔다고 너의 주군에게 말하라.”

 

 

군정관이 안채로 들어가 아뢰었다.

 

“주군께 아뢰옵니다. 밖에 예 친구인 오광이 찾아왔습니다.”

 

 

이정이 대답했다.

 

“오광 형과 한번 이별한지 여러 해 만인 오늘에야 상봉하다니, 진실로 天幸천행이로구나.”

 

 

이정은 서둘러 옷매무새를 고치고 나와서 오광을 맞이하였다.

 

 

오광은 대청에 이르러 예를 마치고 자리에 앉았다. 이정이 오광을 바라보니 얼굴에 노기를 가득 띠우고 있어, 막 그 이유를 물으려고 하는데, 오광이 입을 열었다.

 

“이정 아우, 자네는 훌륭한 아들을 두었더군!”

 

 

이정이 웃으면서 대답했다.

 

“오광 형님, 여러 해 만나지 못했는데, 오늘에야 기이하게 만났습니다. 실로 천행이라 하겠습니다. 그런데 무슨 연고로 갑자기 그러한 말씀을 하시는지요?

 

 

소제에게는 다만 세 아들이 있는데, 큰 아들은 金吒금타라 하고, 둘째는 木吒목타라 하며, 셋째는 哪吒나타라고 합니다. 모두 이름난 산의 도덕을 겸비한 선비를 스승으로 모시고 있습니다.

 

 

 

비록 남에게 잘한다는 소리를 듣지는 못할지라도, 무뢰한 무리들은 아니옵니다. 장형께서 잘못 보신 것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오광이 대답했다.

 

“아우님, 그대가 잘못 보았지, 어찌 내가 잘못 보았겠소? 당신의 아들이 九灣河구만하에서 목욕을 하다가 무슨 법술을 사용했는지 모르겠으나 내가 거처하는 수정궁이 흔들려 거의 무너질 뻔 하였소. 내가 순시관 야차를 보내어 살피게 하였더니, 야차를 때려 죽였다오. 다시 나의 세 번째 아들을 보냈는데, 그 아들도 맞아서 죽었고, 아들의 힘줄조차 모두 뽑아가 버렸소이다.”

 

 

오광이 여기까지 이야기를 하자 쓰라린 가슴을 참을 길 없었던지 발끈 화를 내면서 말했다.

 

“자네는 아직도 사리를 밝히지 않고 잘못을 두둔하는 말을 하려는가?”

 

 

이정이 급히 웃음을 띠면서 대답했다.

 

“아마 우리 집 아이가 아니겠지요? 형님께서 오해로 인해 저를 책망하고 있을 것입니다. 저의 큰아이는 五龍山오룡산에서 재주를 배우고 있고, 둘째 아이도 九宮山구궁산에서 재주를 배우고 있으며, 셋째 아이는 이제 일곱 살로 대문 밖을 나가지 않는데, 어느 곳에서 이러한 큰일이 벌어졌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말 끝에 오광이 말했다.

 

“자네의 셋째 아들 나타가 저지른 일이라네!”

 

 

이정이 대답했다.

 

“진정으로 몹시 이상한 일이옵니다. 형님께서 조급해 하지 마십시오. 제가 나타를 불러내어 형님을 뵙도록 하겠습니다.”

 

 

이정이 후당으로 오자 은 부인이 이정에게 물었다.

 

“어떤 사람이 대청에 와 계십니까?”

 

 

이정이 대답했다. “옛 친구 오광이 왔습니다. 누가 그의 세 번째 태자를 때려죽였는지 모르겠으나 나타가 그를 때려죽였다고 하는구려. 지금 나타를 불러내어 그에게 사실이 아님을 입증시키려고 하오. 나타는 지금 어디에 있소?”

 

 

은부인은 스스로 가만히 생각해보았다.

 

“오늘 문밖을 나가, 어떻게 이런 일을 저지르고 왔단 말인가?” 감히 더 이상 회답을 하지 못하고 후원에 있다고 대답했다.

 

 

이정이 곧바로 후원으로 들어가 불렀다.

 

“나타는 어디에 있느냐?”

 

 

한참을 불러도 대답이 없었다.

 

 

이정은 곧장 海棠軒해당헌으로 갔는데, 문이 잠겨있었다.

▲ 삽화 권미영

 

 

 

 

이정이 문 앞에서 큰 소리로 나타를 불렀다. 나타가 안에서 아버지가 부르는 소리를 듣고, 급히 문을 열고 아버지를 맞이했다.

 

 

이정이 물었다.

 

“얘야, 너는 이곳에서 무엇을 하고 있느냐?”

 

 

나타가 대답했다.

 

“저는 오늘 일도 없고 심심해서 구만하로 가서 놀았습니다. 오늘따라 날씨가 너무 더위 물에 들어가 목욕을 했습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야차 이간이 나타났습니다. 저는 그를 건드리지도 않았는데, 그는 저에게 온갖 욕설을 하고, 도끼로 저를 찍으려 하였습니다. 그래서 그놈을 때려 죽였습니다.

 

 

잠시 후 무슨 세 번째 태자 오병이라는 자가 나타나 창을 가지고 저를 찌르려고 하였습니다. 제가 혼천릉으로 그를 휘감아 강둑으로 끌어올려 목을 발로 밟고, 건곤권을 한번 휘둘러 내리치자 뜻밖에도 한 마리용으로 변했습니다.

 

 

소자는 용의 힘줄이 몹시 귀한 것이라고 여겨서 용의 힘줄을 뽑아 왔습니다. 이 한 가닥용의 힘줄로 끈을 만들어 아버님의 갑옷 띠로 쓰려고 하였습니다.”

 

 

이 말은 들은 이정은 하도 놀래서 입이 떡 벌어지는데, 마치 바보와 같았다. 한참동안 혀가 굳어진 듯 말을 못하고 있다가 큰 소리 말했다.

 

“이런 고얀 놈! 네가 끝없는 화를 불러 일으켰구나. 너는 빨리 나가서 너의 백부를 찾아뵙고, 네가 직접 백부에게 답변을 해드려라.”

 

 

나타가 대답했다.

 

“아버님께서는 안심하십시오. 내막을 모르는 사람은 죄에 연루되지 않습니다. 용의 힘줄을 아직 어떻게 하지도 않았으니, 그가 원한다면 이 힘줄이 여기에 있으니 돌려드리겠습니다. 제가 그분을 뵈러 가겠습니다.”

 

 

나타는 급히 걸어서 대청으로 가 오광 앞에 서서 예를 올리고 말했다.

 

“백부님을 뵙겠습니다. 어린 조카가 무엇을 모르고 한때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백부님께서 용서하여 주시기 바라옵니다. 원래의 힘줄을 그대로 분명히 돌려 드립니다. 조금도 손대지 않았습니다.”

 

 

오광은 자식인 오병의 힘줄을 보자 기분이 상했다. 이어서 이정에게 말했다.

 

“자네는 이런 못된 놈을 낳았구먼, 자네는 아까 내가 잘못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나타 본인 스스로가 인정했는데도 자네 생각엔 가히 그냥 지나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하물며 나의 자식은 바른 신(正神)일세. 야차 이간도 역시 용왕의 명령을 받드는 자라네. 어찌하여 당신 父子부자가 이유도 없이 함부로 그들을 때려서 죽일 수 있단 말인가? 나는 내일 옥황상제에게 상주하고, 나타의 사부에게 물어 그의 목을 요구하겠네.”

 

 

말을 마친 오광이 활갯짓하며 성큼성큼 가버렸다. 이에 이정은 발을 동동 구르며 목 놓아 울었다.

 

“ 아, 이 화는 적지 않을 것이다!”

 

 

은 부인은 앞뜰에서 슬피 우는 소리를 듣고, 좌우의 시녀들에게 알아보라고 했다.

 

 

시녀가 사정을 알아보고 돌아와 은 부인에게 보고했다.

 

“오늘 삼 공자가 놀러가서 용왕의 세 번째 태자를 때려서 죽였답니다. 방금 용왕이 와서 총병관 나으리께 따지셨다고 합니다. 내일 천상에 올라가 보고를 올린다고 하는데, 나리께서 어찌해야할 지 모른 채 울고 계십니다.”

 

 

은 부인은 서둘러 급히 대청으로 남편 이정을 보기위해 나왔다. 이정은 부인이 오는 것을 보고, 눈물을 그치며 한탄을 늘어놓았다.

 

“나 이정은 仙道선도를 구했으나 이루지 못했다오. 이제 당신이 낳은 이러한 훌륭한 아들이 滅門멸문의 화를 불러올 줄을 누가 알았겠소!

 

 

용왕은 비를 내리게 하는 바른 신인데, 나타가 망령되게 그를 살해 했다오. 내일 옥황상제의 허락을 받아 형을 시행하면, 나와 당신은 길면 이틀, 짧으면 하루 사이에 모두 칼에 처형되는 귀신이 될 것이오!”

 

 

이정은 말을 마치고 또 통곡을 했는데, 그 울음이 몹시 참담했다.

 

 

은 부인도 역시 눈물을 비 오듯이 흘리면서 나타를 가리키며 말했다.

 

“내가 너를 3년 6개월이나 품고 있다가 겨우 낳았는데,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었는지 모른다. 네가 가문을 끊게 하는 화근이 될 줄을 누가 알았겠는가?”

 

 

나타는 부모가 통곡하는 것을 보고 서 있기가 불안하여 두 무릎으로 꿇고 앉아서 말했다.

 

“아버님, 어머님! 소자가 오늘의 일을 책임지겠습니다. 저는 평범한 부모인 속인의 자식이 아니라 건원산 금광동 태을진인의 제자입니다.

 

 

건곤권과 혼천릉 등 보배는 사부님께서 주신 것인데, 오광이 저를 적대시하여도 어찌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제가 지금 건원산에 올라가 스승님께 여쭌다면 반드시 방법이 있을 것입니다. 스승님께서는 늘 ‘혼자서 저지른 일은 저지른 사람이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일에 어찌 감히 부모님을 연루시키겠습니까?”

 

 

나타는 바로 집을 출발해서 흙 한줌을 쥐고 공중을 향해 뿌리자 홀연히 형체도 없이 사라졌다. 이는 생명 자체가 흙에다 근원을 두고 나왔으므로 흙을 빌어 몸을 숨겨 이동하는 土遁法토둔법을 써서 건원산으로 왔다.

 

 

시가 증표로 전해져 온다.

 

“건원산 위에서 나의 생애를 묻고, 동해용왕 오광과 다투었던 사정을 아뢰었다. 보덕문 앞에서 법술을 펼치는데, 바야흐로 선술이 헛된 이름이 아님을 알겠다.”

▲ 삽화 권미영

 

 

 

나타가 건원산 금광동에 와서 스승의 법지를 기다렸다. 金霞금하동자가 재빨리 사부에게 보고했다.

 

“사형이 사부님의 법지를 기다립니다.”

 

 

태을진인이 말했다.

 

“그를 들어오게 하라.”

 

 

금하동자가 洞門동문 앞에 와서 나타에게 말했다.

 

“사부님께서 들어오라고 합니다.”

 

 

나타가 碧有床벽유상 앞에 도착해서 엎드려 절했다.

 

 

진인이 물었다.

 

“너는 진당관에 있지 않고, 이곳에 왔는데 무슨 할 말이라도 있느냐?”

 

 

나타가 대답했다.

 

“스승님께 아뢰옵니다. 은혜를 입고 진당관에서 태어난 지 이제 7년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어제 우연히 구만하에 가서 목욕을 하다가 뜻하지 않게 용왕 오광의 자식 오병이 모진 말로 소생의 마음을 상하게 하였습니다. 제자가 일시에 분노가 폭발하여 그의 목숨을 끊어버렸습니다.

 

 

지금 오광이 천궁에 상주하고자 하여 부모님께서는 어찌할 바를 몰라 하심으로 제자가 몹시 불안할 뿐입니다. 제자가 달리 어찌 해볼 방도가 없어 부득이 산에 올랐사옵니다. 스승님께 간곡히 청하옵니다. 제자의 무지한 죄를 용서하시고 가르침을 내려주시기를 바라옵나이다.”

 

 

 

 

 

진인이 생각에 잠겨 있다가 말했다.

 

“비록 나타가 무지하다고 하나 오병을 죽인 것은 바로 天數천수이다. 지금 오광이 비록 용 중의 왕으로서 다만 비를 내리고 구름을 일으키는 것이지만, 천상에서 징후를 드리웠으니 어찌 미루어서 헤아리지 않았단 말이냐? 그러나 이런 사소한 일로 천궁을 소란스럽게 한다면, 진실로 사안 자체의 경중을 잘 분별하지 못하는 것이다!”

 

 

진인이 나타를 불렀다.

 

“나타야, 이리 오너라. 너의 옷을 풀어 헤치어라.”

 

 

진인이 손가락으로 나타의 앞가슴에 부적 한 장을 그려주고 나서 나타에게 분부했다.

 

“너는 천궁의 寶德門보덕문으로 가서 이렇게 저렇게 하여라. 일을 마친 후 너는 진당관으로 돌아가 너의 부모에게 알려드려라. 만약 일이 있다면, 사부가 있으니 결코 너의 부모와 연루되지 않게 하겠다. 너는 이제 가도 좋다.”

 

 

나타는 건원산을 떠나 곧장 보덕문으로 왔다. 마침 천궁은 기이한 경치로 보통 속세의 경치와는 달랐는데, 자주색 안개와 붉은 구름이 푸른 허공을 가리고 있었다.

 

 

상천의 아름다움은 보는 이 마다 같지는 않으나 대체로 다음과 같았다.

 

“처음 상계에 올라, 잠깐 천당을 바라보니 금빛 만 갈래가 붉은 무지개를 토해내고 상서로운 기운 천 갈래가 자주 빛 안개를 뿜어낸다.

 

 

南天門남천문이 보이는데 짙푸른 유리로 만들어지고, 寶鼎 보정으로 단장되었다. 양편에는 네 개의 큰 기둥이 솟아 있고 기둥 위를 휘둘러 감은 것은 구름을 일으키고 안개를 뿜는 붉은 수염의 용이다. 가운데 두 개의 玉橋옥교가 있는데, 다리위에 서있는 것은 울긋불긋한 날개로 허공을 가르는 붉은 머리의 봉황이다.

 

 

밝은 노을이 天光천광을 찬란히 비추는데, 푸른 안개가 어스름하게 북두와 태양을 가리고 있다.

 

천상에는 33채의 仙宮선궁이 있는데 선궁 중에 遺雲宮유운궁 · 毗波宮비파궁 · 紫霄宮자소궁·太陽宮 태양궁 · 太陰宮태음궁 · 化樂宮화락궁 등 여섯 개 궁은 궁마다 궁의 용마루에 금을 물고 있는 獬豸해치가 새겨져 있다.

 

 

또 일흔 두 채의 중요한 寶殿보전이 있는데 朝會殿조회전 · 凌虛殿능허전 · 寶光殿보광전 · 聚仙殿취선전 · 傳奏殿 전주전 등에는 전각 기둥마다 옥기린이 새겨져 있다.

 

壽星臺수성대 · 祿星臺녹성대 · 福星臺복성대 등은 누대 아래 수천 년이 되도 시들지 않는 기이한 화초가 있고 煉丹爐연단로 · 八卦爐팔괘로 · 水火爐수화로 등 노중에는 수 만 년이 항상 푸른 빼어난 풀이 있다.

 

 

朝聖殿조성전 중의 絳紗衣강사의는 황금노을처럼 찬란하고 彤庭堦동정계 밑의 芙蓉冠부용관은 金碧금벽처럼 휘황하다.

 

 

靈霄寶殿영소보전은 황금용이 옥문을 뚫었고 積聖樓적성루 앞에는 아름다운 빛깔의 봉황이 붉은 문에서 춤춘다.

 

 

복도와 회랑은 처처가 영롱하고 투명하다.

 

서너 겹 처마는 층층이 용과 봉황이 날아오르는 듯하다.

 

 

윗면에는 자주색으로 우뚝 솟아 밝게 빛나고 둥글고 선명하며 번쩍번쩍하는 葫蘆頂호로정이 있는데, 좌우에는 꽉 끼인 듯 조밀하게 층층을 이루어 소리가 들리는 듯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듯 밝고 낭랑한 玉佩옥패소리가 들린다.

 

 

정녕코... 천궁에 가득한 기이한 물건들은 인간 세상에서 드문 것이라네.

 

 

金闕금궐 · 銀鸞은란은 紫府자부와 나란히 하고 奇花기화 · 異草이초는 瑤天요천과 함께 한다.

 

 

임금을 배알하는 옥토끼는 단 앞을 지나고, 성인을 참배하는 금 까마귀(金烏)는 나직이 날고 있다.

 

 

만약 인간이 복이 있어 天境천경에 온다면, 인간 세상에 떨어지는 더러움을 면하지 않겠는가?”

 

 

나타는 보덕문에 도착했다. 조금 일찍 와서인지 아직 오광이 보 이지 않는다. 하늘 궁전의 문들이 아직 열리지 않았으므로 나타 는 취선문 아래에 서있었다. 얼마 되지 않아 오광이 조복을 입고 딸랑딸랑 패옥소리를 울리며 막 남천문에 도착하는데, 남천문이 아직 열리지 않았다.

 

 

오광이 말했다.

 

“일찍 왔구나, 黃巾力士황건역사가 아직 나오지 않았으니. 이곳에서 기다릴 수밖에 없구나.”

 

 

나타는 오광을 볼 수 있으나, 오광은 나타를 볼 수 없었다. 나타는 태을진인이 그의 가슴에 隱身符은신부라는 부적을 붙여 주었기 때문이었다.

 

 

나타는 오광이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자 화가 치밀어 큰 걸음으로 성큼 다가갔다. 마치 굶주린 호랑이가 먹이 감을 낚아채듯 손에 건곤권을 들고 오광의 등짝을 향해 일격을 가하자 땅바닥에 풀썩 꺼꾸러졌다.

 

 

나타는 재빨리 다가가 발로 오광의 등판을 밟아 눌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