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처음 문을 열 때만 해도 처음 보는 생소한 음식으로 주변의 관심을 모았지만 이제는 고객층이 두터워지면서 청담동 퓨전음식점의 효시로 인정받고 있다. 청담동 로데오거리에서 몇 걸음 주택가 골목 안으로 들어앉은 독립건물은 외관부터 세련된 분위기를 자아낸다. 외관뿐 아니라 테이블 분위기까지 종전의 일식집과 전혀 다른 모습이다.
메뉴구성도 사시미(회)와 정식, 우동과 덮밥류 등 이름은 같지만, 음식 내용은 전혀 다르다. 특히 주방장이 권하는 오늘의 스페셜과 콤비네이션 메뉴에 대해 자세히 설명을 듣고 어느 하나를 주문해 보면 와사비비스트로 음식의 정수를 이해할 수 있다.
음식들의 기본 바탕은 생선회와 구이가 주축을 이룬다. 여기에 서양식 소스나 동·서양이 혼합된 소스를 가미하여 맛의 변화를 준다. 그래서 일본요리의 담백하고 옅은 맛보다는 깊고 진한 맛이 특색을 이루며 다양한 맛을 한입에 즐길 수 있다.
가장 인기있는 메뉴인 ‘메로구이’는 가스오븐에 노릇노릇하게 구운 메로를 스테이크 접시에 장식해낸 것으로, 양파와 팽이버섯 볶음, 토마토, 가지, 호박을 프라이팬에 알맞게 조리해 차례로 얹고 혼합된 소스를 넉넉하게 깔았다. 일본식 생선구이를 서양의 생선스테이크의 개념으로 조리해서 동서양이 같이 즐길 수 있다. 상큼한 델리소스 맛과 함께 케첩향이 은은히 배어나고 부드러운 생크림의 미각도 풍기면서 뒷맛은 달착지근하고 감미롭다.
가장 편하고 실속있게 즐길 수 있는 메뉴로는 ‘콤비네이션’을 꼽는다. 한 가지 메뉴에 양식 4가지와 일식 4가지를 기본으로 8가지 음식을 나열해놓고, 그 중 일식과 양식을 각각 1가지씩 선택해 2가지 요리를 한 접시에 담아낸다. 스테이크나 비프가스에 게살초밥이나 새우튀김, 생선초밥 등을 곁들여 먹을 수 있다. 가격은 1인 1만2천원. 여기에 간단한 음식으로 순수한 일본우동과 돈가스카레덮밥, 햄을 넣은 김초밥과 장국 등도 있어 요리에 식사메뉴로 곁들이거나 부담없는 한끼 식사로 이용할 만하다.
나도 주방장/ 연두부샐러드
그는 주말에 집에 머물며 TV를 즐기거나 가까운 이웃과 맥주라도 한잔 기울이고 싶은 때, 간단한 안주 겸 요깃감으로 직접 만들 수 있는 퓨전요리로 연두부 샐러드를 추천한다. 그가 알려주는 요리의 비법을 들어보자.
연두부샐러드의 재료는 연두부 한모와 냉장고 속의 야채와 양념류면 되기 때문에 따로 장을 보지 않아도 가능하다. 준비물로 연두부 1모(냉장고에 넣어 차게 식힌 것일수록 좋다), 양파, 당근, 양상추, 피망, 토마토 등 야채류와 소스에 들어갈 간장, 식초, 마늘 다진 것, 레몬즙, 참기름 등 양념류 약간이면 족하다.
먼저 양파와 당근은 곱게 채치고 양상추와 피망, 토마토 등은 먹기좋은 크기로 썰어 그릇에 담는다. 그리고 간장 1스푼에 식초와 레몬즙을 다진 마늘과 함께 맛을 봐가며 골고루 섞는다. 이 소스에 참기름을 약간 넣어 맛을 돋운 뒤, 준비된 야채에 골고루 뿌려 접시에 보기좋게 담는다.
여기에 차게 식힌 연두부를 큼직큼직하게 썰어 야채 위에 둥글게 돌려 안치고, 한가운데에는 장식 겸 맛내기로 다랑어포 채쳐 썰은 것(백화점이나 대형 식품내장에서 구입 가능)을 알맞게 얹으면 보기도 좋고 별미로 즐길 수도 있다. 다랑어포가 여의치 않으면 좀더 손쉬운 방법으로는 참치통조림을 알맞은 크기로 얹어도 좋다.
국적없는 중국요리!
동천홍의 대표적인 메뉴인 사천탕면과 오향삼겹살 등을 자세히 보면 중국음식에 바탕을 두면서 일식과 한식의 요소들이 고루 가미된 제3국의 맛이다. 이같은 음식맛이 그토록 인기를 누리는 데는 우리의 입맛이 고유한 음식맛으로는 만족하지 않을 정도로 많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각국의 음식이 없는 것 없이 성업을 이루고 있는 강남지역이나 대도시에서 생활하는 젊은 세대들에게는 더욱 이런 현상이 크게 나타나고 있다.
전문 조리사들도 고객의 입맛에 맞추어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퓨전의 세계로 들어서게 되고, 전에 사용하지 않던 새로운 기법과 양념류들을 가미한 새로운 맛을 찾아내 고객의 입맛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아무튼 동천홍이 이처럼 성공을 거두는 모습을 보고 음식맛을 탐색하러 왔던 화교 출신 주방장들은 중국요리가 아니라며 난색을 표하지만, 일본인 관광객이나 한국사람들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맛있다고 극찬한다. 그래서 9개의 점포가 모두 고객으로 넘친다.
박씨는 국내에서는 물론 일본과 대만, 홍콩 등지의 이름있는 중식당들과 비교해도 맛이 뒤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나름대로 자부심을 갖고 음식 만들기에 임한다고 한다. 어떤 음식이든 고객이 맛있게 먹고 행복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조리사도 자신의 소임을 다했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평소 소신이다. 그래서 요리의 원칙보다는 고객의 취향을 더 중요시하게 되고, 최근에는 그런 추세가 너무 빠르게 진행되는 것 같아 늘 연구하고 새로운 정보에 귀를 기울인다고 한다.
중국음식점의 대표메뉴인 자장면도 진짜 ‘옛날자장’은 내놓지 않는다. 정말 옛날자장면을 그대로 재현해놓으면 대부분 제맛이 아니라며 맛이 없다고 하기 때문이다. 고객의 입맛은 언제나 변한다. 동천홍은 굳이 ‘퓨전’이라는 간판을 내걸지는 않았지만 변화의 흐름에 가장 잘 적응하는 중식당이다.
나도 주방장/ 하얀해물짬뽕
준비물 1)육수용 닭(닭요리를 하고 남은 날개와 닭발, 목뼈도 가능).
2)생굴, 생조개(껍질을 깐 것), 빨간 깐새우 말린 것.
3)표고버섯, 모기버섯, 부추, 양파, 당근, 애호박, 배추 속, 매운청량고추.
4)기타 소금과 간장, 참기름, 후춧가루.
닭육수는 해물과 야채 어느 것이나 잘 어울린다. 끓는물에 육숫감을 안쳐 한소끔 끓인 뒤 서서히 뜸을 들이며 충분히 우려내 기름을 말끔히 걷어낸다. 야채류는 육수에 넣기 전 알맞게 채쳐 프라이팬에 한번 볶아내는데, 식용유를 2스푼 정도 프라이팬에 둘러 열을 가한 뒤 기름을 말끔히 따라낸 촉촉한 상태에서 볶는다. 알맞게 볶아진 상태에서 간장을 1스푼 정도 끼얹어 향을 돋운다. 이렇게 볶아낸 야채를 육수에 넣고 끓이면서 소금간을 더 하고, 생굴과 조갯살을 넣고 한소끔 더 끓인다. 해물이 다 익었다 싶을 때 후춧가루와 참기름을 몇 방울 떨어뜨려 마무리한다.
이런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국수(생면이 좋음)를 삶아 찬물에 깨끗이 씻어 체에 건져 놓았다가 그릇에 사리를 옮겨놓고 뜨거운 국물을 알맞게 붓는다. 부드러운 육수는 매콤한 맛이 첫입부터 시원한 느낌이고, 해물과 야채에서 우러난 깊은 맛이 계절감을 한껏 살려준다. 지금부터 봄까지 싱싱한 굴과 조개류들이 풍성할 때 가족이 함께 만들어 건강식으로 즐길 만하다.
더덕으로 초밥을 만들어?
낮시간과 오후시간은 주부들의 음식모임을 비롯해 연령층이 다소 높은 편이고 저녁시간은 20∼30대 젊은 연인들이 많이 찾는다. 모든 음식은 색깔이 다채롭고 상큼하게 꾸며진 샐러드와 길쭉한 스시판에 담아내는 색다른 맛의 초밥으로 시작한다.
계절에 따라 다른 허브들이 첨가된다는 샐러드는 발사미코소스에 치즈가루, 땅콩가루와 소바튀김 등으로 향을 돋우었고, 빨간 석류알맹이와 잣, 호도 등 천연재료로 맛과 색상을 가꾸어 화려한 모습을 선보일 뿐 아니라 건강에도 좋다.
초밥도 생선은 훈제연어와 홍어무침이 전부고, 더덕과 조갯살, 랍스타속살무침, 명란 등 전혀 상상 밖의 소재들을 얹어 색다른 초밥맛으로 손님들을 이끌어간다. 특히 30년 경력의 우동전문 조리사가 뽑아내는 우동국물은 누구나 첫입에 반할 정도이고, 따라내는 찬도 샐러리줄기와 연근 등을 직접 초장에 절여낸 것이어서 여간 상큼하고 깔끔하지 않다.
정원수가 가득한 저택을 모양새 있게 꾸며 전혀 도심같지 않고 마냥 앉아 있어도 싫지 않다. 점심스페셜 1만5천∼3만원, 저녁메뉴 1만6천∼6만원.
나도 주방장/ 소바
소바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국물(다시)이다. 식품점에 가면 말린 다랑어포(가스오브시)를 500g 1봉지에 5천∼6천원이면 구할 수 있고, 이 1봉지면 30∼50그릇분의 국물을 낼 수 있다.
물이 팔팔 끓어오를 때, 다랑어포를 알맞게 넣고 1∼2분이 경과하면 불을 끈다. 끓던 물이 서서히 식으면서 국물이 알맞게 우러났다 싶으면 건더기를 건져내고 진간장으로 간을 하고 설탕을 약간 넣어 맛을 돋운다. 그리고 육수냄비를 찬물에 들여놓아 알맞게 식혀 냉장고에 넣어 완전히 차게 식힌다.
나머지 준비물로 무는 맛있는 고랭지 무를 강판에 갈아 조리에 담아 즙이 알맞게 빠진 뒤 그릇에 따로 담아놓고, 와사비(매운냉이) 가루는 미지근한 물에 알맞게 반죽해놓으면 된다. 또 실파는 알맞은 양을 송송 썰어놓고 깨가루도 준비해 얹으면 더욱 좋다.
마지막으로 국수는 역시 메밀국수로 생면이 더욱 좋다. 소바용 국수가 아닌 냉면 사리나 막국수용 사리도 괜찮다. 다만 삶아낸 뒤 찬물에 2∼3차례 씻어내 차고 오돌오돌하게 만들어 알맞은 크기로 사리를 엮어 물이 잘 빠지는 그릇에 담아놓는다. 소바 그릇도 굳이 둥근 공기형태가 아니라 길쭉한 접시에 담아 국물을 붓고 한 사리씩 차례로 풀어 먹도록 하면 더욱 새로운 맛을 느낄 수 있다.
한우고기로 만든 이탈리안 스테이크
3층 규모의 식당은 80석으로 제한된 쾌적하고 밝은 분위기와 차분하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이 물씬 풍겨난다. 화사한 테이블 위로 큼직한 접시에 담겨나온 갖가지 음식들도 프랑스 요리나 중국 정찬요리에서나 봄직한 세련된 모습이다.
주방에는 시내 일류호텔에서 기량을 닦은 한식, 중식, 양식 등 각 분야의 전문조리사들과 찬모들이 호흡을 같이하며 늘 새로운 메뉴를 올린다. 또한 전체적인 메뉴를 1년에 4번 계절에 따라 바꿔가며 고객의 입맛에 식상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신선한 계절감과 함께 싱싱한 해산물과 야채류들이 지닌 고유한 맛을 최대한 살려낸 메뉴는 하나하나가 남다른 맛을 지녀 한번 찾았던 고객은 대부분 단골로 이어진다.
이같은 결실은 퓨전요리에 대한 과감한 시도 때문이다. 단지 소스나 음식모양만을 변화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과감하게 새로운 음식을 개발했다. 인기있는 안심스테이크의 경우만 해도 굽는 방법은 정통 이탈리안스테이크지만 쇠고기는 한우고기고, 소스는 일본된장에 땅콩가루와 콩가루를 가미해 자체 개발한 것이다. 여기에 파란 애호박과 가지, 피망볶음을 차례로 곁들였다. 또 소스가 흥건한 접시에는 샐러리나 아스파라거스 대신 숙주나물을 깔았다. 따라내는 수프도 감자수프와 호박수프(호박죽), 맑은 탕국에서 선택할 수 있도록 해 하나하나가 색다르면서도 입맛은 낯설지가 않다.
오늘의 육류요리 2만7천원, 꼬리찜 2만9천원, 립아이스테이크 2만6천원, 데리야키스테이크 2만3500원, 감자수프 7천원, 샐러드 8500∼1만원.
나도 주방장/ 퓨전비빔밥 비프라이스
준비물
1 양파, 마늘, 양배추, 피망, 홍고추, 당근
2 식용유, 올리브유, 볶은깨
3 쇠고기 다진 것 약간
4 굴소스(식품점에서 구입 가능, 1병 3천원)
5 깻잎과 배
준비된 양파와 마늘, 양배추, 피망, 홍고추, 당근 등 야채류를 알맞은 크기로 썰어 식용유로 살짝 볶는다. 여기에 쇠고기 다진 것을 넣고 고기가 익을 정도로 한번 더 볶다가 밥을 넣고 비빔감들이 완전히 익도록 충분히 볶는다. 이때 올리브유를 한 스푼 정도 섞어주면 더욱 맛이 살아난다. 간은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굴소스로 하는데, 1그릇에 한 스푼 정도를 기준해 직접 먹어보며 알맞게 간을 맞춰가면 된다.
이렇게 볶아낸 밥을 그릇에 옮겨담고 깻잎과 배를 채쳐서 얹는다. 그리고 깨가루를 약간 뿌려 모양을 내면 더욱 좋다. 그러나 고추장은 오히려 텁텁하고 무거운 맛을 내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또 집에서 흔히 만들 수 있는 맑은 국을 곁들일 수 있지만 밥에 얹은 배가 씹히면서 뱃물이 촉촉하게 배어나 국물없이 먹는 것이 오히려 더 별미다. 차라리 상큼한 물김치가 국보다 더 어울리고 찬도 피클이나 장아찌류 한 가지면 족하다. 찬밥과 냉장고 속의 야채류들을 최대한 이용해 어린이나 어른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퓨전비빔밥을 직접 만들어 별미로 즐겨볼 만하다.
바닷가재에 동양적인 향미를
‘휘가로그릴’(02-2230-3030)은 오페라하우스 4층에 자리잡은 퓨전레스토랑이다. 프렌치스타일에 동양적인 맛이 계절에 맞춰 조화를 이뤄낸다. 특히 신라호텔이 직영하는 정상급의 퓨전레스토랑이라는 데 관심을 기울여볼 만하다. 떡시루에 갓을 올려놓은 듯한 건물의 외관과 오페라하우스란 서양적인 이름 또한 이같은 뉘앙스를 더해주며 우연이라기엔 너무나도 절묘한 어울림이다. 이런 느낌은 “휘가로그릴이야말로 형(形)·색(色)·음(音)·미(味)가 고루 갖춰진 선택된 퓨전공간”이라고 자랑하는 총지배인 함형택(42)씨의 말에서도 실감하게 된다.
이곳 음식은 풍부한 경험과 확실한 퓨전개념으로 빚어낸 세련된 맛이 동서양의 고유한 미각을 거스르지 않으면서 누구에게나 맛있다는 찬사를 이끌어낸다. 그 중에도 폭넓게 인기를 얻고 있는 애그롤과 해물수프, 스파게티 미고랭, 청사과를 얹은 바닷가재샐러드 등이 그 특징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에피타이저로 내는 ‘청사과를 얹은 바닷가재샐러드’는 빨갛게 삶은 바닷가재를 어슷비슷하게 썰어 그 사이사이에 청사과를 곁들였고, 방울토마토, 레드치코리, 상추, 케일, 당근 등으로 장식했다. 매우 심플한 모습이지만 향긋한 바닷가재와 상큼한 청사과가 묘한 맛으로 어우러지고 야채들도 입맛을 깔끔하게 마무리해주어 절제된 맛과 멋스러움을 경험하게 한다. 이어지는 해물수프도 새우, 관자, 홍합, 한치 등 어패류를 주로 해 풋고추 등 동양적인 향미로 마무리했고, 메인으로 내는 스테이크류는 본격적인 프랑스 스타일로 맛과 꾸밈이 정상급의 수준을 보여준다. 하지만 고객의 취향에 따라 소스를 선택해 메인과 디저트까지 퓨전으로 이어갈 수도 있다.
나도 주방장/ 멕시칸 파이지
멕시칸스타일의 파이지(식품가게에서 구입) 또는 밀가루
양파, 토마토 또는 토마토퓨레, 피망, 풋고추 또는 홍고추,
모차렐라치즈 또는 아메리칸치즈, 닭살 약간, 타바스코소스, 크림
준비된 가루를 칼국수나 수제비 반죽 정도로 알맞게 반죽한다. 생밀가루일 경우 이스트를 약간 넣어 20∼30분 발효를 시키면 더욱 좋다. 지름 15∼20cm 정도로 얇게 밀어 뚜껑있는 프라이팬이나 전골냄비에 뚜껑을 덮은 상태로 노릇노릇하게 구워낸다. 되도록이면 약한 불로 10∼15분 정도 천천히 구워야 타지 않으면서 파삭파삭한 맛이 더 난다.
구워진 파이지를 놓고 준비된 속을 너무 두텁지 않게 얹은 뒤 위에 다시 파이지를 한장 덮어 전자오븐이나 가스레인지에 넣어 치즈가 녹을 정도로 한번 더 구워낸다. 속에 넣는 재료는 몇 가지를 제외하고는 냉장고에 있는 것을 이용하면 된다.
양파와 모든 야채류는 사각으로 잘게 썰어 다른 재료들과 함께 고루 섞는다. 이때 생토마토는 껍질과 속을 제거해야 한다. 또 닭고기는 미리 프라이팬에 볶아놓는다. 익혀낸 파이지는 네 조각으로 나누어 접시에 담고 위에 장식을 얹어 어린이 간식이나 술안주로 삼으면 세련미가 넘쳐난다. 크림을 얹으면 달콤하고 향긋한 맛이 있어 좋고, 타바스코소스나 풋고추를 얹으면 매콤새콤한 맛이 맥주안주로도 잘 어울린다.
해장국처럼 얼큰한 스파게티
2∼3층으로 이어지는 130석 규모의 식당도 이름은 ‘작은 파스타집’(Pasta Bistro)이라는 의미지만, 파란 원예식물들과 허브로 장식된 보기드문 규모의 그린 파스타점이다. 음식에도 직접 키워낸 허브를 얹어 싱그러움을 더해주고 좀더 적극적인 조리법으로 높은 수준의 퓨전요리를 내놓고 있다.
음식맛은 역시 주방장의 탁월한 솜씨와 세련된 감각에서 비롯된다. 2000년 한국국제요리경연대회에서 퓨전부문 금상을 수상했다는 조리부장 조우현(38)씨는 올해 경력 15년째를 맞고 있다. 대부분의 경력을 스위스그랜드호텔 일까발리아와 유명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쌓은 파스타 전문가다.
메뉴에 올려 있는 것 중 스파게티면을 중국식으로 조리해 쫄깃한 질감을 더욱 향상시킨 ‘샹하이 파스타’, 명태알과 김치를 가미한 ‘김치스파게티’, 쇠고기와 치즈, 버섯 등을 얹어 오븐에 구워낸 ‘치킨 오이스터 스파게티’, 짬뽕처럼 국물이 넉넉한 ‘페쎄’ 등 6∼7가지가 대표적인 퓨전요리이다.
중국식으로 삶아낸 면발은 오돌오돌하지만 설익은 느낌이 전혀 없고 한층 더 담백하고 쫄깃해 이탈리아안들도 감탄할 정도고, 국물이 넉넉하게 잡혀 있는 짬뽕 같은 스파게티는 서양식의 단순한 매운맛이 아니고 마치 해장국맛처럼 얼큰하고 시원한 맛이 확실한 대조를 이루어 젊은 직장인들로부터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나도 주방장/ 명란김치스파게티
준비물
스파게티면 또는 생면, 명란젓, 익은 김치, 감자, 버섯, 피망, 홍고추, 생크림, 소금과 후추, 굴소스, 올리브유
집에서도 만들어볼 수 있는 퓨전스파게티는 파스타 비스트로(02-3461-4141)에서도 비슷한 맛을 확인할 수 있다. 겨울철에 쉽게 구할 수 있는 김치와 명란이 맛의 주역을 맡고 있다. 이름도 ‘명란김치스파게티’쯤으로 하면 좋을 것 같다.
스파게티국수를 반숙 정도로 삶아내 물기를 뺀 뒤, 올리브유로 프라이팬에 튀기듯이 한 차례 볶는다. 그러면 면발이 한결 더 딱딱해진다. 이것을 조리에 담아 일본우동 국물에 헹궈내듯 팔팔 끓는 물에 몇 차례 헹궈준다. 이 과정에서 기름은 빠져나가고 국숫발은 먹기 알맞은 정도로 풀어주는 효과가 있다. 오돌오돌할 정도로 쫄깃하면서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은은하게 배어나 그냥 먹어도 좋은 국숫발이 된다.
다음은 프라이팬에 올리브유를 알맞게 두르고 감자, 김치, 버섯, 피망, 홍고추, 명란 등을 한데 넣고 볶으면서 알맞게 익었다 싶을 때, 생크림을 약간 넣고 굴소스와 소금, 후추로 마무리간을 해준다. 마지막 단계로 준비해놓은 국수사리를 함께 넣고 소스가 골고루 배도록 한번 더 볶아 그릇에 옮겨 담는다.
다소 걸쭉해 보이지만 오돌오돌하면서 깊은 맛이 나는 국수사리와 아작아작 씹히면서 향긋한 명란알, 매콤새콤한 김치맛 등이 어우러져 그런 대로 별미다. 국물이 따로 필요없고 피클이나 물김치 정도만 곁들여도 좋다.
주의할 점은 면을 헹궈낼 때 취향에 따라 쫄깃한 정도를 조율해주고, 생크림을 넣은 뒤 너무 오래 놓아두면 크림이 완전히 분해되어 제맛을 잃게 된다
미국인도 놀라는 부대찌개
서양음식의 상징인 소시지와 햄, 치즈 등과 함께 세계가 인정하는 한국음식인 김치와 고추장, 고춧가루, 두부와 떡가래 등 두 대륙의 서로 다른 맛이 한 냄비 속에서 뜨거운 국물과 함께 무르녹아 국경과 세대를 초월한 별미로 승화된다. 이보다 확실한 퓨전요리는 전세계적으로 찾아보기 힘들다. 최근 일본과 미주지역으로 활발한 진출을 보이고 있는 김치의 여세와 함께 세계적인 음식으로 발돋움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부대찌개는 한국여인들의 천부적인 눈썰미에서 비롯됐고 지금도 계속 새로운 맛으로 거듭나고 있다. 먹을거리를 소중하게 여길 줄 아는 우리 민족의 타고난 성품이 미군부대에서 나온 재료들로 세계가 인정하는 퓨전요리를 탄생시킨 것은 결코 우연만은 아니라 여겨진다. 맛의 표현도 만드는 사람의 솜씨에 따라 꼭 같지만은 않다. 지금도 당시 부대찌개의 오리지널 모습을 그대로 고집스럽게 이어오는 집이 있는가 하면, 변해가는 입맛에 따라 이들이 선호하는 소시지와 햄, 치즈와 라면 등을 세심하게 선별해 좀더 세련되고 새로운 맛을 추구하는 곳도 있다. 하지만 부대찌개의 기본 골격만은 크게 벗어난 데가 없어, 세대간 격이 없는 별미이다.
그 덕분에 테이블 분위기는 비슷하지만 부대찌개 냄비에 올려진 재료들은 외관부터 다르고, 맛 또한 재료의 차이만큼이나 전혀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메뉴구성도 기존의 부대찌개와 함께 햄전골이란 새로운 메뉴가 하나 더 있다.
일본 관광객들은 물론 주한 외국인들이 한국친구의 접대를 받아 이 맛을 접해보고는 ‘원더풀’을 연발하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고 한다. 부대찌개가 뛰어난 퓨전요리임을 말해주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나도 주방장/ 가정식 부대찌개
소시지, 햄, 치즈, 콩통조림, 쇠고기 약간, 쫄면, 라면, 흰떡가래, 두부, 밥, 익은 김치, 양파, 대파, 당근, 미나리, 고추장, 고춧가루, 마늘양념, 참기름(이 중 형편에 따라 몇 가지는 빠져도 크게 상관없다.)
엄순자씨는 부대찌개에서 가장 중요시해야 할 점이 치즈와 햄, 소시지가 지닌 고지방분의 탈피라고 강조한다. 그래서 우리 식성에 맞는 담백하고 깔끔한 맛을 찾아내야만 어린이나 어른 모두에게 즐거운 음식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비법을 육수와 야채에서 찾고 있다.
지난 몇회에 걸쳐 소개된 육수뽑는 방법과 재료구하는 요령들도 참고가 될 만하다. 맑은 짬뽕국물을 만들 때 사용했던 닭고기와 닭부산물(닭발과 닭뼈)도 좋고, 모밀국수국물을 낼 때 사용했던 다랑어포를 우려 사용해도 무난하다. 아니면 준비된 쇠고기를 이용하면 된다. 쇠고기 양지살을 일부는 다져서 찌개에 얹고 그 중 지방이 적은 부위를 육숫감으로 사용하면 이상적이다. 다만 국물을 낼 때 무와 양파, 대파는 물론 수삼과 홍고추가 들어가면 더욱 효과적이다. 수삼이 들어가면 지방과 느끼한 맛을 훨씬 줄여주고, 홍고추을 한두개 넣으면 칼칼하면서 시원한 맛을 내준다. 육수가 완성되면 준비된 햄과 소시지를 알맞게 썰어 야채와 흰떡 등과 함께 넣고 쇠고기 다진 것과 치즈를 얹은 뒤 국물을 넉넉히 붓고 고추장과 고춧가루, 마늘 다진 것을 풀어 한소끔 끓인다. 국물이 어느 정도 우러났다 싶을 때 쫄면이나 당면을 넣고 알맞게 풀어질 때까지 충분히 끓인다.
부대찌개는 푹 끓어야 햄이나 소시지가 더 쫄깃해지고 국물맛도 제맛이 난다. 간은 고추장에 의존하지 말고 소금으로 완성한다. 반찬은 매콤하게 무친 무채나물이나 맑은 물김치 정도면 족하다. 부대찌개를 다 먹고 난 뒤 남은 국물은 버리지 말고 김과 깻잎, 참기름을 넣고 밥을 비비면 그 맛 또한 찌개 못지않은 별미가 된다.
전세계의 해물이여, 단결하라
이같은 물밑 분위기 속에서 해물을 전문으로 한 퓨전요리를 즐길 수 있다. 씨푸드 퐁듀와 씨푸드바비큐, 리이브랍스타, 상하이왕새우요리, 통우럭튀김, 메로구이 등 해물 일색인 메뉴가 20여 가지로 요약되어 있다. 육류는 코스요리에 장식으로 곁들일 뿐 모든 일품요리가 프랑스와 이탈리아, 스위스, 일본, 중국, 대만 등 각국의 대표적인 해물요리들로 이뤄져 있다.
이들 중 대표적인 메뉴가 바로 ‘해물퐁듀’다. 왕새우, 랍스타, 대합, 전복, 소라, 관자, 주꾸미, 그린홍합, 골뱅이 등 10∼13가지의 신선한 어패류를 완숙에 가깝게 쪄내 야채와 곁들여 큼직한 접시에 담아낸다.
이들 해물을 꼬챙이에 찍어 알코올램프 위에 받쳐놓은 뜨거운 치즈퐁듀에 담가 먹는 것이다. 엿처럼 묻어오르는 치즈를 해물에 둘둘 말아 입에 넣으면 부드러운 촉감과 향긋한 치즈맛이 하나로 어우러지며 가히 환상적인 경지를 이룬다. 3∼4가지 소스가 곁들여져 음식맛을 더욱 살려내는데, 이들 소스가 퓨전의 열쇠가 된다는 것. 정통적인 서양 소스들에 비해 좀더 매콤하고 깔끔해 특히 우리 입맛에 더욱 친근감 있게 감치도록 했다.
아와세미소(일본된장)소스와 매실소스, 아마존소스, 칠리소스 등을 해물에 따라 이것저것 골라 찍어 먹으며 맛을 좀더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이처럼 모든 요리에 어떠한 형태로든 새로운 변화를 시도해 맛을 향상시켜가는 노력이 고객들을 사로잡아 개업 5개월에 불과하지만 대부분의 고객이 예약하고 오는 단골손님들이라고 한다.
분위기도 딥블루를 실감할 만큼 색다르다. 짙은 청색의 벽면처리 등이 처음에는 전체적으로 어둡고 답답하게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테이블 집중식 조명과 초대형 스크린 같은 수족관 벽이 주변을 차단해주며 차분하게 독립된 테이블 분위기를 잡아주어 음식맛은 물론 좀더 은밀한 대화를 이끌어낸다.
홍합과 동족, 모시조개 등 조개류 몇 가지, 파와 마늘, 소금, 후추, 크림과 와인
계절적으로 홍합과 조개류가 싱싱하고 제맛나는 절기다. 하지만 조개요리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조개가 품고 있는 해감을 제거해주는 일이다.
우선 살아 있는 싱싱한 홍합과 조개를 준비해 바닷물과 비슷한 농도의 간간한 소금물에 담가 냉장고 속에 하루쯤 넣어두면 대부분 효과적으로 뱉어낸다고 한다. 그러나 요즘같은 날씨라면 선선한 곳에 하루나 이틀 놓아두면 된다.
조리과정은 간단하다. 되도록 깊숙한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1∼2스푼 두른 뒤, 마늘과 파를 알맞게 썰어넣고 홍합과 조개류를 함께 화끈한 불로 잠시 볶는다. 조개들이 입을 벌리지 않았지만 파가 어느 정도 익으면 화이트 와인(레드 와인도 가능)을 1컵 붓고 뚜껑을 덮는다.
와인이 증발되면서 거품이 한바탕 일고 조개가 입을 벌리는 순간 와인 향이 배어들고 조개국물이 자박하게 스며나온다. 와인으로 찜을 하는 셈이다. 이때 뚜껑을 열고 크림을 와인과 같은 양으로 붓고 2∼3분 다시 끓인 뒤 불을 줄여 잠시 뜸을 들인다. 조개에서 배어나온 국물과 크림이 어우러지고 와인향과 크림이 조갯살에 스며 조개맛이 한결 고상하게 격상된다.
별다른 장식이나 찬이 필요없고, 큼직한 그릇에 국물과 함께 담아놓으면 와인이나 맥주, 소주에도 잘 어울리는 멋진 안줏감이 된다. 국물에 모닝빵이나 하드롤을 적셔내 함께 먹으며 어린 자녀들과 간식감으로 즐겨도 그만이다
세계 요리의 ‘엘리트’를 모았다
음식 또한 분위기 못지않은 독특한 경지를 보여준다. 신라호텔에서 선발된 인력과 해외에서 기량을 닦은 전문조리사들이 주축을 이룬 조리팀이 엮어내는 퓨전요리가 화려하게 펼쳐진다. 이들은 호텔 내 프랑스요리, 이탈리아요리, 중식, 일식, 한식, 커피숍 등 각 부서에서 선발된 젊은 조리사들로, 2000년 서울국제요리페스티벌에 4명이 출전해 4개의 금메달을 획득하기도 했다.
주방장 추천메뉴를 보아도 ‘연잎에 싼 허브향의 버섯볶음요리’, ‘빵으로 싼 삭스핀, 바다가제, 오골계, 천문동 맑은 수프’, ‘생칡가루맛 리조토와 커리야채를 곁들인 포트와인 소스의 안심 석쇠구이’, ‘마늘 크림소스에 칡파스타를 곁들인 어향소스의 왕새우 구이’ 등 생소한 요리가 대부분이고, 그릴에서 내는 정통 프랜치나 이탈리안 스테이크류도 우리 입맛에 맞도록 소스와 조리과정에서 변화를 주었다.
특히 인기있는 ‘주방장 추천 모듬생선구이’는 한치와 메로, 주꾸미, 홍합을 주재료로 3∼4가지의 소스를 첨가해가며 찜과 볶음, 굽는 과정을 반복해 다양한 야채와 허브향을 살려낸 감미로운 향과 독특한 맛으로 환상적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커피와 차 3500∼6700원, 주스 6500∼7500원, 참치샌드위치와 커피 8500원, 스파게티와 비엔나커피 1만5원, 런치A 2만4500원, 런치세트A 3만5천원.
전체적으로 우리 불고기와 조리과정은 비슷하다. 다만 타이 칠리소스와 타이 스위트플럼소스로 빚은 양념장에서 타이 비프샐러드의 특징이 가미되어 색다른 맛을 내주고 있다.
1. 쇠고기는 양지와 안심을 되도록이면 얇게 저민 것을 준비해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1∼2스푼 둘러 소금과 후추로 기본간을 해가며 센불로 살짝 볶는다. 빠르게 순간 볶음 할수록 맛이 신선하다.
2. 타이 스위트플럼소스와 타이 칠리소스를 알맞게(처음에는 1 대 1로 섞어도 무방) 섞고 레몬주스나 레몬액으로 향을 돋운 뒤 홍고추와 풋고추, 마늘 등을 잘게 썰어 넣고 양념장을 만든다. 그리고 미리 볶아놓았던 쇠고기와 버무려 마무리 간을 한다.
3. 알맞은 접시에 토마토와 오이, 양상추 등 야채류를 먹기 좋게 썰어 장식을 하고 그위에 양념장과 버무린 쇠고기볶음을 얹고 다시 고수풀과 허브, 쑥갓 등을 1∼2잎 얹어 장식을 한다.
간단한 조리과정에 비해 맥주나 와인 안주로 내놓으면 무난한 샐러드가 된다.
그런 자리로 서울 역삼동 벤처벨리의 ‘와일드 진저’(02-562-9246)가 어떨까 싶다. 10여 년 전부터 미주지역에서 각광받고 있는 타이음식점들을 벤치마킹해온 새로운 개념의 타이랜드 레스토랑이다. 지금까지 보아온 타이음식점들에 비해 음식내용이 좀더 세련되고 격식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깔끔한 인테리어와 차분한 분위기가 강남의 일류 레스토랑들에 비해 손색이 없고, 오픈형태의 주방과 호텔급의 홀서빙도 고급 레스토랑 수준이다. 따라서 타이음식점으로 세계 어느 곳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고, 음식 또한 오랜 역사가 담긴 신비로운 맛과 높은 수준의 음식문화의 일면을 엿보기에 충분하다.
시원하면서도 감미로운 국물의 쌀국수와 파삭파삭 감치는 타이롤, 독특하게 질감을 살려낸 해산물, 타이의 대표적인 수프 돔양쿵, 단호박에 코코넛과 계란을 넣고 만든 인기 디저트 상가야 팍통 등 하나하나가 타이음악의 선율만큼이나 섬세하고 환상적이다.
특별한 만남을 위해 주방장이 선택한 요리들을 미리 알고 가면 이런저런 염려들을 덜 수 있다. 신선로처럼 알코올램프에 얹혀나오는 따끈한 돔양쿵 수프와 실오리 같은 당면과 야채, 쇠고기가 어우러진 얀문센 샐러드, 파삭파삭하게 입맛을 돋우는 타이롤, 메인으로 내는 닭요리 카이랏이나 해물모듬요리 콩팟 람 프릿파오 등은 취향대로 선택하면 된다. 디저트는 역시 상가야 팍통으로 이어지는데, 대부분 1접시에 2인분으로 알맞게 담아 덜어내 상대방에게 옮겨주는 미덕까지 겸비돼 있다. 3∼4인이 자리를 같이하면 전채요리와 디저트는 그대로 가고, 메인을 닭요리와 모듬해물요리 두 가지 모두 선택해 더욱 효과적인 식사를 즐길 수 있다.
맥주나 와인을 한잔 곁들여 1인 2만5천∼3만원선이고, 홀서빙 직원들의 자세한 설명을 들어가며 추가하거나 뺄 수 있어 상대방의 취향이나 형편에 따라 더 효과있는 상차림이 가능하다. 예약실은 따로 없지만 벽쪽은 앉기 편한 쿠션의자로 꾸며져 있고, 캐주얼하고 정갈한 분위기가 상대방에 크게 부담스럽지 않아 오히려 좋다. 2∼3일 전에 미리 예약을 하면 더욱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라임향이 가미된 쇠고기샐러드 ‘얌 느아 양’은 간단한 술안주나 식사테이블에 곁들이는 샐러드로 신선감이 있다.
준비물 쇠고기 알맞은 양(되도록이면 얇게 불고깃감처럼 썰은 것), 양파, 실파, 타이고추(또는 청양고추), 샐러리, 오이, 방울토마토, 붉은 고추, 라임주스 또는 레몬주스(생 라임이나 레몬즙도 가능), 타이 피시소스(Suree Fish Sauce, 1병 5천원 정도).
쇠고기는 프라이팬에 기름을 1∼2스푼 두루고 살짝 볶는다. 빠르게 익힐수록 좋고, 볶을 때 간을 하지 않아도 된다. 야채들은 알맞은 크기로 곱게 채치듯 썰어 큼직한 그릇에 담아, 볶아놓은 쇠고기와 함께 피시소스를 1∼2스푼 얹어 간을 봐가며 골고루 섞어준다. 그리고 라임주스나 레몬주스 1∼2스푼 정도와 설탕 1티스푼을 얹어 향을 돋우면 된다. 매콤새콤하게 자극적이면서 신선한 맛이 있어 맥주나 위스키와도 잘 어울린다.
노년의 은사에게 대접하는 청요리
나이가 지긋한 상대일수록 양식보다는 중식인 청요리의 향수가 더 짙고, 평소 크게 부담없이 느껴온 친숙한 분위기도 상대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 단골들이 꼽는 백리향의 매력은, 첫째는 음식이고 다음은 만족할 만한 분위기다. 63빌딩 57층에 자리잡고 있는 이곳은 유유한 한강과 사방으로 꼬리를 물고 흘러가는 차량 행렬이 마치 시간의 흐름을 내려다보듯 한없이 이야기의 실마리를 풀어준다. 창가로 테이블이 이어지는 넓은 홀은 물론 수십개의 크고 작은 예약실들도 어디나 이같은 경관들을 볼 수 있는데, 예약시 좀더 좋은 전망을 선택할 수 있다.
중국에서도 신비한 요리로 알려진 ‘불도장’은 상어지느러미(샥스핀)와 해삼, 전복, 생선부레, 새우, 마른관자 등과 오골계, 돼지목살, 사슴도가니(힘줄), 송이버섯, 동충하초, 은행 등 진귀한 재료들이 실물 그대로 들어간 찜탕이다. 쇠뼈와 닭뼈를 5시간 이상 푹 고아낸 국물에 서홍주와 간장만 가미해 양념을 하지 않고 찜을 한 것이어서 맵거나 짜지 않고, 담백하면서 은은하게 입에 감치는 맛이 오묘하기 이를 데 없다. 한점씩 맛을 음미해가며 국물과 함께 떠먹다보면, 온몸에 훈기가 서서히 퍼지며 몸이 촉촉이 젖어나오는 자양강장식이다. 상어지느러미와 생선부레, 사슴도가니와 오골계 등이 들어가 입술이 짝짝 붙을 정도로 진하고 겨울철 노인들의 무릎을 부드럽게 해주며 원기를 회복시켜주는 효과까지 있다고 한다. 구수하면서 은은하게 풍기는 향이 도를 닦던 승려까지도 그 냄새에 못 견디어 담을 뛰어넘어오게 했다고 해서 불도장(佛跳墻)이란 이름이 붙었다는 것이다.
그 밖에 특선메뉴로 1인 3만원 선이면 사품냉채와 게살팽이버섯수프, 팔보채, 새우요리, 삼겹살찜, 피망오리볶음, 꽃빵 식사(면과 밥류 중 선택), 후식 등으로 10가지 가까운 요리가 이어지며 손색없는 상차림을 보여준다. 식지 않도록 도자기그릇에 담아 연잎을 씌워 내놓는 불도장은 식사로 굴짬뽕이 곁들여지고 후식으로 마라우유와 야자연자탕 등을 따라내며 1인분 4만5천원.
백호두란 속껍질이 하얀 국내산 호두를 일컫는다. 호두를 4조각으로 나누어 먹기 좋도록 한 뒤 호두와 설탕을 프라이팬에 얹고 물을 알맞게 부어 은은한 상태에서 볶는다. 설탕이 녹아 호두에 엉켜붙으면서 설탕이 알맞게 배어들었다 싶으면, 호두를 건져 조리에 담아 설탕물이 적당이 흘러내도록 한다.
설탕 녹은 물이 마른 상태의 호두를 다시 프라이팬에 넣고 튀김을 해 완성한다. 이때 중요한 것이 식용유의 온도다. 식용유가 너무 끓지 않도록 적당한 온도에서 호두껍질이 노릇노릇한 상태가 되도록 천천히 튀겨야 호두맛이 살아 있으면서 파삭거리는 호피호두의 참맛을 낼 수 있다. 어른이나 어린이 모두가 좋아하는 간식이 될 수 있다. 따끈한 차와 곁들여도 좋고, 맥주와 와인과도 썩 어울리는 격있는 안주여서 연말 손님대접에 적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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