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류, 술, 멋

가성비 숙박 챙기고, 가심비 봄꽃 채우고… 3월에 혼저옵서예

醉月 2025. 3. 13. 10:34

제주 남원읍 수망리의 ‘덕덜생이’ 주변의 동백숲이 터널을 이뤘다. 심어 기르는 향나무와 다매, 동백이 한데 어우러진 숲이다. 숲이 워낙 근사해서 웨딩 촬영지로 인기 있는 곳이다. 애기동백(다매)이 붉은 꽃잎을 날리며 져버린 이즈음은 호젓하지만, 지금 가면 숲 주변에서 토종 동백을 볼 수 있다.



■ 박경일기자의 여행 - 주머니도 발걸음도 가볍게 즐기는 제주

이보다 쌀수 없다
목~토요일 항공권 3만원 수준
고급 타운하우스는 10만원대

신학기·취업시즌에 비성수기
1년 중 ‘경비 부담’ 가장 적어

지금이 딱이로다
은은한 香 멀리 퍼지는 백서향
제주 토종동백도 3월이면 만개

한여름 같은 진초록 난대림 숲
야자나무 가득 상가리‘이국적’

제주=글·사진 박경일 전임기자 parking@munhwa.com

# 제주도를 보는 이중적 태도

한국인 대부분은 제주도에 대해 ‘양가감정(兩價感情)’을 갖고 있다. 긍정과 부정의 서로 반대되는 감정을 동시에 갖고 있다는 얘기다. 대표적인 양가(兩價)는,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여행지’이면서 ‘가장 비판하는 여행지’라는 것이다. 자연경관이 근사하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제주에 대한 부정적 태도는, 높은 물가와 불친절에서 기인한다. 그중 제주의 높은 물가는, 불만을 넘어 ‘마음이 크게 상할’ 정도다.

제주에서 낭만적인 바다로 꼽히는 협재해수욕장의 이른 봄 풍경. 순백의 백사장과 파란색의 바다가 어우러진다.



제주는 사실 다른 여행지보다 만족치의 허들이 높다. ‘로망의 여행지’라 기대가 워낙 높은 까닭이다. 보통 여행지를 비교하면 대상이 다른 국내 여행지인데 제주만큼은, 견주어지는 대상이 해외 여행지다. 제주 여행이 기대에서 어긋나기라도 하면 꼭 나오는 얘기가 “그럴(제주 여행을 할) 바에야 해외여행을 가고 만다”는 얘기인 것만 봐도 그렇다. 기대 수준이 높은 탓이 적잖으니 제주 입장에서는, 다소 억울한 측면이 없지 않겠다.

이런 태도의 바탕에 깔린 건 두 가지 전제다. 하나는 ‘국내여행은 해외여행보다 무조건 싸야 한다’는 것. 또 하나는 ‘국내여행보다 해외여행이 무조건 더 만족스러울 것’이라는 전제다. 천만의 말씀. 그렇지 않을 수 있다. 국내여행이 해외여행보다 훨씬 더 만족스러울 수 있고, ‘어떻게 가느냐’에 따라 국내여행이 얼마든지 더 비쌀 수 있다.

제주도와 관련한 가장 거센 비판은, 주로 물가에 대한 것이다. 멀리 갈 것도 없다. 관광객의 발길이 잦은 서귀포 올레시장 군것질거리 가격만 봐도 알 수 있다. 노점의 닭꼬치가 6000원. 달고나 하나에 3500원이다. 관광객 대상의 밥상물가는 더하다. 이걸 딱히 ‘바가지’라고 할 수 없는 게, 다 그렇게들 받고 있어서다. 아무튼 제주 여행에 실망하거나 비판하는 전적인 이유는 높은 비용에 있다. 그렇다면 ‘제주 여행을 잘하는 방법’이란 의외로 간단한 게 아닐까. 정답은 ‘합리적인 비용으로, 효율적인 여행을 하는 것’이다.

# 3월 초에 제주도를 다녀온 이유

그래서 지금 제주 여행을 다녀와서 기사를 쓰기로 한다. 여기서 ‘지금’이란 ‘3월 초’를 말한다. 정확하게 말하면 3월 첫째 주다. 신학기가 시작하는 3월은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하는 시간이다. 여행을 다녀올 겨를이 없다. 제주 여행 비용이 가장 낮아지는 게 그때인 이유다.

제주 여행의 지출항목에서 가장 큰 비중은 항공권. 3월 초에는 제주행 항공권 가격이 뚝 떨어진다. ‘반값’ 정도가 아니라, 아예 ‘폭락’ 수준이다. 지난 3월 첫째 주에 김포~인천 구간 왕복 항공권 가격이 3만6000원이었다. 목요일에 가서 토요일에 오는 2박 3일 일정 항공권 가격이다. 주중인 화요일이나 수요일쯤에는 더 낮은 가격의 항공권도 있었다. 항공권 가격에는 공항이용료(왕복 8000원)와 유류할증료가 포함돼 있다. 이걸 빼고 나면 항공사가 가져가는 돈은 얼마나 될까.

다국적 온라인여행사 사이트를 통해 목요일 정오쯤 김포공항을 출발해 토요일 오후 6시 비행기 편으로 돌아오는 2박 3일 항공권을 이것저것 고려해가며 골라서 4만1700원에 샀다. 서울~대전 왕복 KTX 요금(4만7400원)보다 싼 가격이다.

제주 렌터카 역시 3월 초가 싼 건 마찬가지다. 중견 렌터카 회사에서 기본 보험을 포함해 중형승용차를 빌리는 가격이 1일 3만~4만 원대였다. 작년 3월에는 하루 1만 원대 렌터카도 드물지 않았는데, 올해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비수기 제주렌터카는 차종별 가격 차이가 크지 않다. 경차와 소형차, 소형차와 중형차 차이가 몇 천 원 수준이다. 비수기에는 승합차 이용료의 가격 추락이 뚜렷하다. 9인승 승합차가 중형승용차 비용과 엇비슷한 곳도 있었다.

서귀포천문과학문화관에서 노인성 관측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모습.



# 고급 타운하우스에서의 하룻밤

항공권과 렌터카를 정하고 나면 남은 건 숙소다. 사실 제주가 물가가 비싸다지만, 숙박비만큼은 다른 지역보다 훨씬 저렴하다. 5성급 호텔이나 고급 리조트는 다른 지역보다 제주가 오히려 더 비싸지만, 중급 호텔이나 그 이하의 숙소는 국내 다른 어떤 여행지보다 싸다고 할 수 있다. 이유는 간명하다. ‘수요보다 공급이 훨씬 많아서’다. 제주가 한창 호황이던 시절에 개발 바람으로 중가 숙소들이 우후죽순처럼 지어지면서 제주의 숙소 사정은 ‘심각한 공급과잉’이다.

최고급 리조트야 비수기에도 비싸니 일단 제쳐 두자. 그렇다고 싼 숙소를 뒤지는 것도 정답이 아니다. 제주에서 저렴한 숙소는 평소에도 싼 편이니, 비수기에도 더 내려갈 게 없다. 비수기 제주 여행에서 숙박을 정하는 요령은, 비수기에 큰 폭의 할인이 제공되는 ‘고급 숙소’를 택하는 것이다. 평소에는 비싸서 엄두조차 낼 수 없었던 숙소들이 3월 초에는 믿기지 않는 가격으로 나온다.

특히 눈여겨봐야 할 곳은 고급 타운하우스 숙소다. 이런 타운하우스는 대개 분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숙박업소로 이용되고 있다. 타운하우스는 향후 분양을 목표로 하고 있으니 객실을 잘 관리하면서 어떻게든 운영을 이어나갈 수밖에 없다. 적자를 감수하고도 저렴한 값에 숙소를 내어주는 이유다. 사정이 이러니 50평이 훌쩍 넘는 복층 대형 평형의 고급리조트 숙박비가 평수기의 중급호텔 숙박 가격을 밑돈다. 저렴한 호텔보다야 비싸지만, 가격대비 만족도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항공권과 렌터카, 그리고 숙소까지 정했다면, 남은 건 ‘제주에서 무얼 할까’다. 사실 제주의 3월 초는 어정쩡한 때다. 막 봄기운이 스미기 시작하는 때이지만 제주의 봄 날씨는 그야말로 들쑥날쑥하다. 맑고 바람이 없다면 더할 나위 없는 완연한 봄을 느끼고 올 수 있지만, 비가 오거나 흐리고 바람까지 불면 을씨년스럽기 짝이 없다. 제주의 이른 봄 여행의 성패는 전적으로 날씨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준비가 다 끝나면 남은 건 ‘좋은 날씨’다. 이건 기도밖에 답이 없다.

백서향



# 숲에서 맡는 백서향의 향기

이렇게 ‘성공적’으로 제주에 가게 되면 무엇을 해야 할까. 지금부터는 3월 초에 제주에서 만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얘기다. 제주에는 3월 초‘에도’ 즐길 수 있는 게 많지만, 3월 초‘라서’ 혹은 3월 초‘에만’ 만날 수 있는 것들도 꽤 있다.

제주의 3월에는 ‘백서향(白瑞香)’이 있다. 꽃이 희고(白) 상서로운(瑞) 향이 난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꽃향기가 강해서 멀리까지 향이 가는 식물을 백리향(百里香), 천리향(千里香), 만리향(萬里香)이라 부른다. 이 중 백리향을 빼고는 정식 명칭이 아니고, 꽃향기가 강한 식물의 속명쯤 된다. 이 중 천리향이라 불리는 게 백서향이다. 백서향은 전남, 경남 남해안에도 있지만 제주에 자생하는 것만 떼어내 따로 ‘제주 백서향’으로 분류한다.

제주에서는 겨울인 2월부터 백서향이 피기 시작하는데, 올해는 꽃이 좀 늦은 편. 아직 꽃봉오리가 벌어지지 않은 것이 적잖았다. 백서향은 무릎 높이보다 조금 더 높게 자라는 상록관목이다. 둥글고 단정한 수형의 나무에 이른 봄이면 흰 꽃이 가득 피어난다. 겨울에 꽃이 피는 식물은 대개 향이 짙다. 수정을 도와줄 벌, 나비가 드문 계절이라, 진한 향으로 먼 데 있는 곤충을 유인하기 위해서다. 향기가 천 리를 간다는 속명처럼 백서향은 꽃향기가 짙다. 100m 밖에서도 향기만으로도 대번에 백서향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을 정도다.

백서향을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곳이 제주 ‘올레길 14-1코스’다. 14-1코스는 서쪽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의 저지예술정보화마을에서 오설록 녹차밭으로 이어지는 9.6㎞짜리 트레킹 코스다. 백서향을 만나는 게 목적이라면 이 코스를 다 걸을 필요는 없다. 코스 종점인 오설록 녹차밭에서 20분쯤 거꾸로 걸으면 백서향 군락지를 만난다. 14-1코스 전체의 표고 차는 150m 남짓이지만 후반부 코스, 그러니까 오설록에서 백서향 군락지까지 거꾸로 걷는 구간은 거의 평지나 다름없다. 지금 이 길의 주인공은 백서향의 그윽한 향기다. 집중군락지에는 철망을 둘러놓았지만, 군락지 철망 밖에서도 백서향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기억해둘 것은 되도록 오전 시간을 택해 가야 한다는 것. 백서향은 오전 9시부터 11시까지 가장 진하게 향을 내뿜는다. 흐린 날이나 안개비가 오면 향이 숲 안에 낮게 깔려서 향기의 농도가 짙어진다.

광대나물



# 토종 동백을 만나는 시간

제주에서 3월에 볼 수 있는 건 동백이다. 제주에서 동백꽃은, 3월이면 ‘끝’이기도 하고 ‘한창’이기도 하다. 3월이 끝인 건 겹꽃의 다매(茶梅). 3월이 한창인 건 홑꽃의 동백(冬栢)이다. 엄연히 다른 나무지만, 다매와 동백은 동백이란 같은 이름으로 불린다.

일단 구분부터 해보자. ‘애기동백’이라고도 불리는 다매는 일본 원산의 외래종이다. 진짜 동백과는 엄연히 다르다. 본래 추위에 약해 한국에는 자생하지 않았는데, 일본에서 추위에 강한 원예품종으로 개량한 것을 국내에 들여왔다. 나무가 빨리 자라는 데다, 붉은 꽃이 가득 달린다. 제주의 수목원 등에서 앞다퉈 다매를 심고 있는 건 이런 화려함 때문이다. 제주에서 화려한 동백꽃을 배경으로 찍은 기념사진이 있다면 유심히 살펴보자. 필시 애기동백, 그러니까 일본 원산의 다매일 확률이 높다. 다매가 늘면서, 제주에서 동백이 밀려나고 있다.

토종 동백은, 다매와 구분되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우선, 동백은 다매에 비하면 꽃이 적게 달리지만, 색이 짙고 우아하다. 다매가 카네이션을 닮아 치렁치렁한 겹꽃이라면, 토종 동백은 꽃잎이 적은 홑꽃이다. 토종 동백은 또 꽃이 질 때도 단번에 모가지째 툭 떨어진다. 꽃 이파리가 낱장으로 분분하게 날리며 지는 다매와 다르다.

제주의 다매는 3월이면 다 지지만, 토종 동백은 3월에도 꽃이 생생하게 남아 있다. 토종 동백의 명소로 추천하는 곳은 남원읍 신흥2리 ‘동백마을’이다. 신흥2리는 한라산 중산간 지역이라 동백꽃 개화가 늦다. 제주의 다른 지역에서 동백이 져가고 있을 무렵에 신흥2리의 동백은 비로소 절정을 맞는다.

마을 안팎에는 2007년부터 2014년까지 8년 동안 주민들이 심은 3300여 그루의 동백나무가 꽃을 피우는데, 도로변에도, 골목길 돌담 주변에도 모가지째 떨어진 동백꽃으로 낭자하다. 마을 한복판에는 300년 수령의 동백 숲이 있다. 숲이 규모가 큰 것도 아니고, 이름처럼 동백나무가 많은 것도 아니지만 늙은 동백나무와 팽나무, 참식나무 등 난대림 수종이 어우러진 어둑어둑한 숲의 분위기가 신령스럽다.

# 72년 전에 심은 야자나무

신흥2리 동백마을 주변에는 향나무와 동백꽃이 어우러진 근사한 농장이 있다. 지도를 펴놓고도 위치를 설명하기 쉽잖은 곳인데, 최근 네이버 전자지도에 지명이 올라왔다. ‘덕덜생이’. 지도에 지명을 검색해서 가면 수월하게 찾아갈 수 있다. 다만, 교행이 안 되는 좁은 시멘트 도로니까 지도 위의 장소까지 차로 접근하지 말고 ‘경흥농원’ 주변에 차를 세우고 오솔길을 걸어 들어가는 편이 낫다. 여기서는 향나무의 초록과 바닥에 양탄자처럼 깔린 다매 꽃잎, 그리고 선혈처럼 붉은 동백꽃이 터널을 이룬 근사한 숲길이 있다. ‘웨딩사진’을 찍는 커플이 자주 보이는 곳인데, 다매가 지고 난 3월은 한적하다.

제주에서 3월 초에 권하는 또 다른 풍경은 온통 진초록의 난대림 숲이다. 그중 압권이 애월읍 납읍리에 있다. 금산공원이라고도 불리는 ‘납읍난대림’이다. 후박나무, 생달나무, 종가시나무, 모밀잣밤나무, 식나무…. 숲은 다양한 수종의 상록활엽수로 가득 차 있다. 어둑한 그늘에서는 송악, 후추등, 마삭줄, 콩짜개 등 진초록의 덩굴식물들의 줄기가 나무를 타고 오른다. 나무마다 채도가 다른 녹색의 숲이 도무지 이 계절의 것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난대림의 계절은 겨울도, 봄도 아닌 한여름이다.

납읍난대림은 사계절 비슷한 모습이지만, 같은 경관이라도 언제 보느냐에 따라 감회가 다르다. 긴 겨울을 보내고 봄을 기다릴 무렵에 보는 짙은 초록의 난대림 숲은 시간을 뛰어넘은 황홀한 풍경이다. 늘 그 자리에 있다고 해도 ‘언제 보는가’가 중요한 풍경이 있다. 그게 납읍난대림이고, 거길 가 보는 딱 좋은 때가 3월 초다.

납읍리에서 멀지 않은 상가리의 ‘상가리야자숲’도, 계절을 잊을 수 있는 곳이다. 이름 그대로 야자나무 가득한 이국적인 숲이다. 야자수가 꽉 차 있어 남국의 휴양지 어디쯤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제주에 이러저러한 유료 관광지가 넘쳐나는데, 이곳만큼 진정성으로 가득한 곳은 드물다. 이 숲은 2008년 세상을 떠난 고(故) 이정준(작고 당시 83세) 씨가 평생을 바쳐 심어 기른 야자수를, 아들 용석(60) 씨가 옮겨 심어 조성한 숲이다. 수령 50년이 족히 넘는 거대한 야자나무가 그득한 숲에는 야자수 묘목을 처음 들여온 1953년에 심은 카나리아야자도 있다.

독채형 리조트 건물 200여 개로 이뤄진 기린빌라리조트. 한라산이 보이는 중산간에 있다.



# 기린빌라리조트와 은빌레식당

마지막으로, 3월 제주 여행의 숙소와 음식에 대한 구체적인 추천을 덧붙인다. 제주에는 다양한 숙소가 있다. 이른바 ‘가성비’를 따진다면 그중에서 주목해야 하는 건 ‘타운하우스’다. 정확히 말하자면 타운하우스, 혹은 분양형 리조트다. 비수기의 제주 여행이라면 타운하우스를 택해야 할 이유가 분명하다. 분양을 끝내지 못한 타운하우스야말로 최고의 가성비를 누릴 수 있는 숙소다.

목록에 올릴 수 있는 타운하우스나 분양형 리조트가 여럿 있는데, 그중에서 대표적인 한 곳만 골라보자. 남원읍 위미리에는 기린빌라리조트가 있다. 한라산이 올려다보이는 중산간에 빌라 스타일의 독채형 리조트 200여 개가 가득 들어선 리조트 단지다. 리조트에서 가장 작은 객실을 보자. 방이 2개 드레스룸이 2개, 화장실이 3개다. 객실 면적은 168㎡(51평). 4인 기준인데 6명까지 잘 수 있다. 주방 도구와 인덕션은 물론이고 냉장고나 식기세척기, 전기오븐 등 가전제품까지 두루 갖추고 있다. 중국의 부호들을 겨냥해 지은 분양형 타운하우스인데, 한한령 등 돌발 이슈로 분양에 차질이 생기는 바람에 우선 리조트 영업 전략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런 객실의 숙박비가 평일 기준 14만3000원이다. 4인으로 나누면 1인당 3만5000원꼴이다. 1인당 1만 원의 추가요금을 내고 6명이 잔다고 치면 1인당 비용은 2만7000원까지 내려간다.

뛰어난 가성비의 파격적인 가격인 건 분명하지만, 사실 불편한 부분이 없지는 않다. 공정하거나 정당한 가격이냐는 의문 때문이다. 누군가 한쪽의 희생이 수반된다면 ‘좋은 가격’이라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여행 성수기나 연휴 때 천정부지로 오르는 제주의 숙박비를 생각해보면 생각이 달라지기도 한다. 싸게 팔 때 다녀오자는 건, 곧 ‘비수기에 다녀오자’는 얘기다. 여행수요의 분산은 성수기의 바가지를 줄이고, 비수기의 제주경제를 지탱한다. 제주에도, 여행자에게도 좋은 일이란 얘기다.

마지막으로 덧붙이는 얘기. 제주 여행에서 여행자들이 가장 불만스러워하는 건 높은 식당 물가다. 요즘 제주에서 눈에 띄는 현상이 ‘한식뷔페 식당’의 인기몰이다. 한식뷔페 식당의 인기 바탕에는 하늘 높은 줄 모르게 치솟고 있는 제주의 관광지 식당 밥값에 대한 불만이 있다. 관광객뿐만 아니라 현지 주민도 이런 불만을 숨기지 않는다. 제주의 한식뷔페는 근래 문을 연 것만 헤아려도 열 손가락을 넘긴다. 추천하는 곳은 남원읍 의귀리의 ‘은빌레식당’. 식재료 대부분이 제주산인데, 잘 삶은 돼지고기 수육과 작은 생선을 원하는 대로 가져다 먹을 수 있다. 한림읍 옹포리의 ‘상희식당’은 여행자들로부터 ‘가성비 끝판왕’이란 평가를 받는 곳이다. 메뉴 중에는 튀긴 갈치도 있고, 뷔페인데 특이하게도 돌솥밥을 낸다. 한식뷔페 식당의 밥값은 1만 원 선. 비싸도 1만2000원을 넘기지 않는다.



■ 3월초 제주서만 볼 수 있는 별

이른 봄에 오로지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별이 있다. 노인성(老人星·카노푸스)이다. 노인성은 지구보다 자그마치 7085배나 큰 초거성(超巨星)이다. 크고 밝지만 남반구의 별이라 우리나라에서는 남쪽으로 내려가야 겨우 볼 수 있다. 제주에서는 이른 봄에 한 달쯤 노인성이 보인다. 제주 서귀포천문과학문화관은 오는 16일까지 노인성 관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제주 여행을 하면서 부모님을 모시고 가면 딱 좋은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