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史관련

美 NRDC의 한반도 핵폭격 시뮬레이션

醉月 2008. 7. 1. 10:45

<“서울시민 125만 사망, 강남·서초·송파는 핵 낙진에 치명타”

 

■ 미국의 대북 핵공격시 북한주민 25만~135만 명 사망
■‘ 핵 벙커버스터’ 이용한 북한 군사시설 정밀폭격시 춘천·강릉까지 낙진 피해
■ 용산 삼각지 핵 폭격시 국방부·합참·미군기지는 ‘증발’
■ 국방부로부터 반경 1.8km 이내 초토화, 4.5km 이내 반파
■ 정부중앙청사, 청와대도 직접 피해범위, 63빌딩은 붕괴
■ 서울 중심가·마포·동작·반포·압구정 일대 40만명 즉사
■ 과천·성남·분당·광주 등 수도권 남부 낙진 사망률 10%
■ 김포·일산·파주·의정부 등은 비교적 안전, 은평·도봉·노원구도 피해 적어

■ 서울 피해규모는 히로시마·나가사키 6~10배

11월7일 일요일 저녁, 일본 교토통신의 기획기사에 담긴 충격적인 소식이 연합뉴스를 타고 서울에 타전됐다. 미국이 유사시 북한의 주요 군사시설에 핵무기를 사용하는 시나리오를 마련해뒀으며, 1998년 1월에는 실제로 미 본토에서 대북 핵공격에 대한 모의훈련을 실시했다는 내용이었다. 이러한 사실은 워싱턴에 본부를 둔 반핵단체 NRDC(천연자원보호협회·Natural Resources Defense Council)가 입수한 미 국방부 및 중앙정보국(CIA) 기밀문서에서 확인된 내용이다.

 

이날 한국의 주요신문과 TV 뉴스는 이 사실을 크게 다뤘지만 엄밀히 따지면 새로운 뉴스는 아니었다. 이미 2002년 9월 국내 언론도 이 기밀문서를 자세히 다룬 바 있기 때문이다. 문서에 따르면 미국은 1958년부터 33년간 주한미군기지에 핵무기를 배치했다가 1991년 냉전종식과 함께 해외기지의 전술 핵을 전면 철수하는 과정에 한국에서도 모든 핵무기를 반출해갔다.

 

그러나 NRDC가 공개한 1998년 모의훈련 관련문서는 미국이 이후에도 본토에서 직접 핵무기를 공수해 북한의 주요 군사시설을 타격할 계획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문제의 1998년 12월9일자 ‘제4전투항공단사(史)’ 문서에는 이 항공단이 그해 1월부터 6월까지 F-15E 전투폭격기 24대를 동원, ‘북한에 대한 핵무기 사용’ 상황을 명시하고 모의탄두 탑재 및 투하훈련과 검열을 실시했다고 기록돼 있다. 1차 훈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검열에서 ‘불충분’ 평가를 받았으나 최종 검열에서 ‘우수’ 평가를 받았다는 설명이다. 미국의 대북 핵공격에 대한 기술적인 검토가 이미 완결됐음을 보여주는 내용이다.

 

한반도에서 핵이 사용될 또 하나의 가능성은 물론 북한의 핵공격이다. 2002년 이른바 ‘2차 북핵위기’가 불거진 이래 평양은 꾸준히 ‘핵 억제력 보유’를 공언해왔으며 다양한 경로를 통해 영변 핵시설에서 보관중이던 8000개 폐연료봉을 이미 재처리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후 세계 각국의 정부기관과 연구소들은 북한이 기초적인 형태의 핵폭탄 몇 개를 보유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하고 있다.

 

미 국방부의 HPAC 컴퓨터 모델

한반도를 둘러싼 이러한 흐름은 자연스럽게 다음 질문으로 이어진다. 미국이든 북한이든 한반도에서 핵을 사용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 과연 피해규모는 어느 정도이며 얼마나 많은 핵 낙진이 어디까지 퍼져나갈까. 그로 인한 사상자의 숫자는 어느 정도일까.

 

‘신동아’가 공개하는 NRDC의 ‘한반도에서의 핵사용 시나리오(Nuclear Use Scenarios on the Korean Peninsula)’는 이 같은 의문에 본격적으로 접근한 최초의 정밀보고서다. 지난 10월12일부터 중국 난징(南京)에서 열린 제9차 PIIC 베이징 국제안보세미나에서 발표된 이 자료는 NRDC의 토머스 코크란 박사와 매튜 매킨지 박사가 분석을 담당했다. NRDC 핵 프로그램의 책임자인 코크란 박사는 1970년대 이후 미국과 소련의 핵 감축 과정에서 미 국무부의 여러 관련위원회에 참여하며 정부발주 과제를 수행한 바 있는 베테랑이다.

 

분석작업은 한반도 각 지역의 세부인구밀도와 기상정보, 핵무기 피해결과에 대한 데이터를 종합해 정밀하게 분석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여기에 사용한 분석틀 ‘HPAC(Hazard Prediction and Assessment Capability)’는 미국 정부가 대량살상무기의 효과를 산출할 때 사용하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모델로, 미국 내에서도 극소수의 인사에게만 접근이 허용된다.

 

현재 미 국방부 산하 방어위협제거청(DTRA)가 관리하고 있는 이 컴퓨터 모델은, 국방부가 핵물질이 보관된 시설에 대한 타격을 고려할 때 구체적인 피해를 미리 검토하는 데 사용된다. 여기에는 수없이 반복된 핵실험을 통해 미 국방부가 수집한 데이터와 1945년 원자폭탄이 투하된 히로시마·나가사키의 피해 분석결과가 바탕이 됐다. NRDC는 이를 기반으로 1970년대 이래 미국과 소련 사이에 핵전쟁이 발발할 경우 피해규모와 방사능 낙진의 분포 등을 꾸준히 예측해왔으며 관련 노하우를 축적했다.

 

핵무기 피해 예측 데이터에 한반도의 기상정보와 인구밀도, 지형 및 주요시설의 위치와 도시화 정도, 건물의 종류 등 세부적인 자료를 결합하면 한반도의 특정지역에서 핵폭발이 있을 경우 어떠한 결과가 나올지 시뮬레이션이 가능하다. 핵폭탄의 위력, 투하된 위치, 폭발고도, 풍향, 계절 등에 따라 케이스별로 직접적인 폭발피해 규모, 방사능 낙진에 의한 피해지역 범위, 사망자 수가 자동적으로 산출되는 시뮬레이션 모델이다.

 

냉전 기간 내내 연구된 이러한 시뮬레이션 모델은 상상 이상으로 정밀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예를 들어 피해지역 내의 병원 숫자가 입력되어 있어 이들 병원이 파괴되어 응급조치가 어려워질 경우 인명피해가 얼마나 커질지까지 반영해 사망자 규모를 산출하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코크란 박사는 이 시뮬레이션 모델을 통해 크게 두 가지 가능성을 검토했다. 하나는 미국이 북한의 핵심 군사시설을 폭격하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북한이 서울 용산 지역에 핵폭탄을 투하하는 경우다. 시기와 핵폭탄의 종류에 따라 수십 개의 시뮬레이션이 진행됐지만 보고서를 통해 공개한 것은 가장 개연성이 높은 10여 가지 상황이다. 이제부터 그 내용을 하나하나 들여다보기로 한다.

 

[1부] 대북 선제 핵공격

현실적으로 미국이 북한에 대륙간탄도탄 같은 고강도 전략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그러나 대규모 핵전쟁이 아닌 소규모 군사시설 공습에 핵을 사용하는 방안은 부시 행정부 들어 심도 있게 검토되었다. 앞서 설명한 1998년 당시의 북한 공습 훈련은 부시 행정부가 꾸준히 진행해온 지하군사시설용 핵무기(이른바 ‘핵 벙커버스터’) 개발계획과 맞물려 묘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이 계획은 2002년 1월 미 국방부가 의회에 보고한 ‘핵태세검토보고서(NPR)’에서 처음으로 공개됐다. 북한, 이라크, 이란 등 7개국에 대해 유사시 핵무기를 이용해 선제공격을 감행해야 한다고 주장한 이 보고서는, 현재 미국이 보유한 대형 핵무기는 엄청난 파괴력으로 인해 실전에서 사용이 불가능하므로 대신 지하 깊은 곳의 콘크리트 시설물까지 관통해 파괴할 수 있는, 비교적 낮은 위력의 핵 벙커버스터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이후 미 국방부는 B61-11을 운반체로 사용하는 TNT 400킬로톤 위력의 벙커버스터와 B-83을 운반체로 사용하는 TNT 1.2메가톤 위력의 벙커버스터를 개발후보로 제시했다. 부시 행정부가 이 프로젝트에 책정했던 예산(향후 5년간 4억8000만달러 규모)은 지난 6월 의회에서 전액 삭감된 바 있지만, 부시 대통령이 재선되면서 2기 행정부의 출범과 더욱 강경해진 대외정책 분위기를 감안할 때 재가동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럴 경우 미국의 북한 핵공격은 지하화된 북한내 군사시설에 대해 400킬로톤 혹은 1.2메가톤 수준의 벙커버스터를 사용하는 시나리오가 실현될 개연성이 가장 높다. 평양 등 대도시를 겨냥한 대규모 핵공격은 군사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국제적으로 엄청난 반발이 일 것이 자명하므로 가능한 옵션이 아니다. 문제는 벙커버스터가 지하 군사시설만을 파괴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폭발과 함께 방사능에 오염된 파편과 토사가 공기 중에 흩어져 엄청난 양의 낙진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미국이 실행한 지하 핵실험 분석 데이터에 따르면 400킬로톤 규모 핵폭발의 경우 지하 400m, 1.2메가톤 규모의 핵폭발의 경우 지하 500m 깊이에서 폭발해야 낙진 발생을 피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운반체 기술상 벙커버스터의 핵 기폭장치가 파괴되지 않고 관통할 수 있는 지표면의 두께는 15m에 불과하다. 즉 미 국방부가 검토한 개발계획이 현실화되어 북한의 지하 군사시설이 핵폭격을 당한다면 단순히 시설이 파괴되는데 그치지 않고 광범위한 방사능 낙진을 피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핵 낙진, 벙커버스터의 함정

이제 이러한 상황을 실제 사례에 적용해보자. NRDC는 인공위성을 통해 북한내 지하시설이 있는 것으로 확인된 총 25곳의 군사기지 가운데 15곳을 골라 월별로 벙커버스터 투하시 피해결과를 계산했다. 이중 보고서에서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는 것은 인명피해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는 평안남도 북창 공군기지와 가장 적을 것으로 예상되는 함경남도 차호노동자구 해군기지다(두 기지의 위성사진 및 자세한 설명은 378페이지 화보기사 ‘북한 핵심 해·공군 기지 위성사진’ 참조).

 

북위 39.30, 동경 125.57 지점에 위치한 북창 공군기지는 평양에서 북서쪽으로 80km 떨어져 있다. 평양 방어를 위해 MiG-23, MiG-21 등 최신예 전투기가 다수 배치된 핵심시설. 유사시 한반도 상공의 제공권을 두고 한미연합공군과 치열한 접전을 벌일 북한공군의 주요전력이라 미군의 첫 번째 타격목표로 유력한 곳이다.

 

NRDC는 이 지역에 대해 모두 48차례 시뮬레이션을 거쳤다. 투하되는 벙커버스터의 위력을 네 가지로 분류해 가정하고 각 월별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한 것이다. 이 가운데 보고서는 북서풍이 부는 가을 무렵(10월17일 기준)에 투하한 경우를 가장 정교하게 설명하고 있다. 여기에는 남풍이 불어 낙진이 중국으로 흘러들어갈 수 있는 시점에는 미국이 핵무기를 사용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폭탄 투하시 방사능 낙진의 피해범위 변화는 [그래프1,2,3,4]에서 보는 바와 같다.

[그래프1]10월 중순 북창 공군기지에 5킬로톤 위력의 핵 벙커버스터가 투하된 경우 48시간 내 방사능 피해 범위. 예상 사망자 6000명.
[그래프2]100킬로톤 벙커버스터가 투하된 경우. 예상 사망자 10만명.
[그래프3]400킬로톤 벙커버스터가 투하된 경우. 예상 사망자 40만명.

 [그래프4]1.2메가톤 벙커버스터가 투하된 경우. 예상 사망자 110만명.

비록 지표면 밑 15m 깊이이긴 해도 핵 벙커버스터가 지하에서 폭발할 경우 지상에서 폭발할 경우와 비교하면 핵폭풍이나 열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는 상대적으로 적다. 문제는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부서진 파편과 토사가 방사능에 오염된 채 주변 지역을 덮는 낙진의 피해가 심각하다는 점이다. [그래프1]과 같이 비교적 위력이 약한 5킬로톤의 폭탄이라면 피해범위도 좁지만, 미 국방부가 벙커버스터 후보로 검토한 400킬로톤 위력의 핵폭탄이 터질 경우에는 낙진이 휴전선을 넘어 춘천에서 강릉에 이르는 강원도 북부지역에까지 미친다.

 

[표1] 북창 공군기지 핵공격시 예상 사망자 수

NRDC는 이 자료를 북한지역의 인구분포와 결합시켜 얼마나 많은 사상자가 발생할지 추산했다. 10월17일 정오를 기준으로 5킬로톤 핵폭탄이 터질 경우 6000명[그래프1], 100킬로톤 핵폭탄이 터질 경우 10만명[그래프2], 400킬로톤이 터질 경우 40만명[그래프3], 1.2메가톤이 터졌을 경우 110만명[그래프4]의 사상자가 발생한다는 것이 NRDC의 분석결과다. 대부분의 시뮬레이션에서 원산과 문천 등 함경남도 동남부의 도시들은 낙진을 피할 수 없다.

최악의 경우는 1.2메가톤 폭탄이 7월에 투하되는 것으로 사망자가 135만명에 이른다([표1] 참조).

 

미 국방부가 개발을 제안한 핵 벙커버스터가 400킬로톤과 1.2메가톤 두 가지임을 감안하면, 이 벙커버스터가 완성되어 북창 공군기지에 투하되는 경우 최소 25만명에서 최대 135만명에 이르는 사망자가 발생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해군기지 공격 때는 사망자수 적어

가장 인명피해가 적을 것으로 분석된 동해안의 차호노동자구 해군기지(북위 40.12, 동경 128.39)는 함흥과 김책시의 가운데에 위치한다. 위성사진 판독 결과 두 개의 지하시설 입구가 있는 것으로 확인된 이 해군기지는 북한의 잠수함 기지 두 곳 가운데 하나로, 로미오급 잠수함 10대와 상어급 잠수함이 배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프5]10월 중순 차호 해군기지에 5킬로톤 위력의 핵 벙커버스터가 투하된 경우의 피해범위.
[그래프6]100킬로톤 벙커버스터가 투하된 경우.
[그래프7]400킬로톤 벙커버스터가 투하된 경우.

[그래프8]1.2메가톤 벙커버스터가 투하된 경우.

이 기지의 경우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이 아니고 풍향에 따라서 낙진이 동해상으로 날아갈 확률이 높으므로 북창기지에 비하면 피해가 매우 적다. 역시 10월 중순을 가정해 폭탄의 위력별로 예상되는 낙진 범위는 [그래프5,6,7,8]에서 보는 바와 같다. 위력에 따라 경수로가 건설되고 있는 신포나 단천 등 함경남도 북부 일대는 낙진 피해를 벗어나기 어려움을 확인할 수 있다.

 

계절에 따른 변수까지 반영한 시뮬레이션 결과는 [표2]에 나타나 있다. 이에 따르면 미 국방부가 제시한 벙커버스터가 이 기지에 투하되면 최소 5000명에서 최대 29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한다. 이는 동해의 방사능 오염에 따른 간접피해는 반영되지 않은 수치다. 해상의 낙진 규모나 범위로 볼 때 한국이나 일본, 러시아 등 인접국가는 물론 태평양에도 간접적인 피해가 미치리라고 예측할 수 있다.

 

[2부] 북한의 서울 핵공격

[표2] 차호 해군기지 핵공격시 예상 사망자 수

NRDC 보고서가 분석한 또 하나의 케이스는 북한이 서울에 핵폭탄을 투하하는 경우다. 북창이나 차호노동자구에 비해 인구밀도가 절대적으로 높은 서울의 경우 훨씬 위력이 작은 폭탄이 사용돼도 엄청난 피해가 발생하리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시뮬레이션에서 나타난 결과는 가히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서울이 핵폭격을 당하는 경우의 피해결과를 산정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를 거쳐야 한다. 우선 결정해야 할 것은 핵폭탄의 위력. 북한은 1983년 이래 고성능 폭발실험 혹은 핵실험의 전단계인 고폭실험을 실시한 것으로 분석되지만 실제 핵실험은 지상·지하를 막론하고 한 차례도 없었다. 이러한 북한의 기술 수준을 감안할 때 영변 폐연료봉에서 추출한 플루토늄으로 만들 수 있는 핵폭탄의 위력은 1945년 미국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여한 ‘리틀 보이’(TNT 15킬로톤 위력)나 ‘팻맨’(TNT 22킬로톤 위력)을 넘어서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핵폭탄을 보유했는지, 보유했다면 몇 개나 되는지는 각국 정보·연구기관별로 의견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명확한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 추정할 수 있는 것은 영변 폐연료봉을 모두 재처리했을 경우 핵폭탄 4~5개 분량의 플루토늄을 확보했을 것이라는 정도다.

 

국방부는 북한이 핵폭탄을 완성할 경우 이를 스커드 미사일이나 노동, 대포동 미사일 등에 탑재하거나 IL-28 폭격기를 통해 운반할 것으로 보고 있다(미국 민간 전문가들은 북한이 스커드 미사일에 실을 만큼 가벼운 폭탄을 만들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다).

 

이 가운데 사정거리가 가장 짧은 스커드A/B 미사일도 300km 이상을 날아갈 수 있으므로 서울은 타격범위 안에 들게 된다. 물론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이나 폭격기가 서울에 도착하려면 한미연합군의 대공방어망을 뚫어야 하므로 간단한 일은 아니다. 따라서 북한이 핵폭탄을 사용할 경우 다양한 경로로 동시에 공습을 감행할 가능성이 높다. NRDC의 보고서는 그 가운데 단 한 개의 핵폭탄만이 폭격에 성공하는 것으로 가정하고 있다.

 

다음으로 결정해야 할 것은 핵폭탄을 사용하는 시기다. 앞서 설명했듯 풍향과 풍속 등 기상요소는 핵폭발시 발생하는 방사능 낙진에 큰 영향을 끼친다.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북한이 서울 공격 직후 개전(開戰)을 각오한다면 휴전선 이북에 배치된 인민군 주력부대나 남하경로에 대한 방사능 낙진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북서풍이 부는 시점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는 주력부대가 임진강이나 한탄강을 건너기 위해서는 동계(冬季) 전투가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인민군 교리와도 맥이 닿는다.

 

핵폭풍, 충격파, 열선의 직접피해

마지막으로 결정할 사항은 과연 핵폭탄이 서울의 어느 지점에 떨어질 것이냐는 변수다. NRDC는 가장 유력한 후보로 국방부와 합참, 주한미군사령부와 한미연합사령부가 들어서 있는 용산의 삼각지를 지목했다. 이는 북한이 핵사용 직후 전면전 발발을 염두에 둔다면 가장 개연성이 높은 설정이다.

 

북서풍이 부는 시점에, 서울 용산 삼각지에서 TNT 15킬로톤 위력을 지닌 핵폭탄 1기가 폭발하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지하에서 폭발하는 벙커버스터와 달리 지상에서 터지는 핵폭탄의 경우 피해 양상이 조금 다르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를 조사한 결과와 미국에서 진행된 핵실험의 결과를 종합해 미 국방부가 1977년 작성한 보고서 ‘핵무기의 효과(The Effects of Nuclear Weapons)’에 따르면, 피해는 크게 일곱 가지로 나뉜다. 폭발 충격파와 이로 인한 폭풍파, 100만℃의 화구(fire ball)에서 발생한 열복사선, 초기방사선과 낙진 등의 잔류방사선, 전자장 발생으로 인해 모든 전자장비가 손상되는 전자기 파동(EMP)이 그것이다.

 

이 가운데 폭발 지진충격파나 폭풍, 열복사선과 초기방사선 등은 폭발 즉시 영향을 미치는 반면 낙진의 피해는 상당기간 지속된다. 따라서 핵폭발로 인한 인명피해도 두 부분으로 나누어 살펴봐야 한다. 특히 핵폭발이 상공 몇 미터 지점에서 발생하느냐에 따라 낙진의 규모도 달라진다. 지면에서 폭발하는 경우 막대한 토사와 파편이 낙진이 되어 퍼져나가지만 일정 높이 이상에서 폭발하면 토사가 떠오르지 않으므로 낙진 피해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래프9] 서울 용산 상공 500m 위치에서 TNT 1.5킬로톤 위력의 핵폭탄이 폭발하는 경우의 1차(1.8km 이내)와 2차(4.5km 이내) 직접피해 범위. 예상 사망자 수는 62만명.

먼저 살펴볼 것은 국방부가 위치한 용산구 삼각지 상공 500m에서 15킬로톤 위력의 핵폭탄이 폭발했다고 가정한 [그래프9]다. 이 경우 낙진에 의한 간접피해는 거의 발생하지 않지만, 핵폭풍과 열, 초기방사선 등으로 인해 반경 1.8km 이내의 1차 직접피해 지역은 즉시 초토화되고 4.5km 이내의 2차 직접피해 지역은 반파(半跛) 이상의 피해를 당하게 된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사망자만 62만이 넘는다.

 

피해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우선 폭발지점에서 반경 150m 이내의 모든 물질은 순식간에 증발해서 사라져버리고, 1km 이내 지역은 거의 대부분의 물질에 불이 붙거나 녹아내린다. 1.5km 이내에 있는 사람은 전신에 3도 화상을, 1.8km 이내에 있는 사람은 2도 화상을 입게 되고 나뭇잎이나 종이처럼 마른 물건에는 바로 불이 붙는다. 건물은 대부분 완파되고 부분적으로 철골구조만 간신히 남는다.

 

방사능 낙진 등의 간접피해

이를 서울 시내 지리에 적용해보면, 우선 직접 피격대상지역인 국방부와 합참은 물론 인근에 있는 용산 미군기지와 전쟁기념관 등의 시설은 글자 그대로 ‘녹아서 증발(evaporate)’해버린다. 주한미군사와 한미연합사를 비롯해 후암동에서 이촌동에 이르는 용산구 일대는 즉시 초토화된다. 폭발 당시 건물 안에 있는지 노천에 있는지, 건물의 종류가 무엇인지 등에 따라 피해의 심각성은 달라지지만 이 지역에 있는 사람은 사망할 가능성이 높다.

    

반경 4.5km 안에 드는 지역에서는 반파 이상의 피해가 예상되는데, 북쪽의 경우 경복궁에 이르기까지 서울 시내 중심가가 모두 포함된다. 서울역, 서울시청을 비롯해 광화문과 남대문 일대의 건물은 대부분 반파되고 고층빌딩의 경우 붕괴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중앙청사와 외교통상부 청사, 청와대도 피해범위 안에 놓인다. 서쪽으로는 마포와 서교동, 여의도 일부가 포함되며 63빌딩은 무너져내린다. 남쪽으로는 한강을 건너 상도동 및 동작동 일대, 동쪽으로는 반포와 압구정, 청담동 일대가 피해를 벗어나기 어렵다. 이 같은 직접 피해를 통해 그 자리에서 사망하는 시민이 40만명, 이후 추가로 사망하는 시민이 22만명이 넘으리라는 것이 NRDC가 분석한 시뮬레이션 결과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폭발이 지면 혹은 지면에서 가까운 상공에서 일어나는 경우에는 낙진에 의한 2차피해만으로도 상당 규모의 인명피해를 낳게 된다. 역시 용산구 삼각지의 100m 상공에서 15킬로톤 위력의 핵폭탄이 터졌을 경우를 가정해 낙진의 피해범위와 정도를 나타낸 것이 [그래프10]이고, 폭발이 지면에서 일어났을 경우의 낙진 피해를 예측한 것이 [그래프11]이다. 이 경우 용산 일대에는 커다란 분화구 모양의 분지가 생기고, 그 자리에 있던 토사와 건물 파편은 고스란히 낙진이 된다.

 

낙진에 포함된 방사선의 강도에 따라 사람이 입는 피해의 정도도 달라진다. 방사선의 강도와 인명피해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표3]은 200렘(rem·인체에 미치는 피해정도를 기준으로 한 방사선량의 단위) 이상의 범위에 있던 사람의 경우 혈액이상으로 2주에서 6주 사이에 최대 90%가 사망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지면에서 핵폭발이 일어난 경우 강남구 일대에는 이 정도 수준의 낙진 피해가 발생하게 되며 서초구와 동작구 일부, 송파구 주민들도 치명적인 피해를 입게 된다.

 

과천과 분당, 성남, 광주 등 서울 남쪽의 위성도시도 방사선 100렘, 사망률 10% 수준의 낙진을 피하기 어렵다.

반면 서쪽으로는 김포, 북쪽으로는 일산과 파주, 의정부 등의 신도시 지역은 상대적으로 직접적인 피해지역에서 벗어나 있다. 서울에서도 은평, 도봉, 성북구 일대는 비교적 피해가 크지 않다. 구체적인 피해지역은 풍향이나 풍속, 우천 등 기상요소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사망자 규모는 거의 차이가 없다는 것이 NRDC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같이 시뮬레이션을 통해 추산한 피해를 종합해보면 100m 상공에서 폭발이 일어나 비교적 낙진이 적은 경우 84만명, 지면에서 폭발이 일어나 낙진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125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한다는 결과가 나온다. 최악의 경우 서울 인구의 10%가 사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HPAC를 이용한 계산 결과 이 경우 핵폭풍과 화상 등에 의해 그 자리에서 죽는 사람이 30만명, 이러한 외상으로 인해 끝내 사망하는 사람이 10만 명, 낙진에 의해 짧은 시간 안에 죽는 사람이 55만명, 낙진 피해로 끝내 사망하는 장기 사망자가 30만명 가량 될 것으로 NRDC는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핵폭발이 발생할 경우 사망자 수는 이보다 증가할 수도 있다. 앞서의 시뮬레이션 분석에는 예측하기 어려운 추가 사망자의 수가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선 서울 곳곳에 있는 도시가스 저장소와 주유소 등의 폭발과 화재로 인한 사망자가 얼마나 될지 알 수 없다. 또한 유리가 많이 사용된 서울의 건축물 특성상 폭풍에 날아다니는 막대한 양의 유리파편에 목숨을 잃게 될 시민의 숫자도 정확히 계산하기 어렵다.

 

놓칠 수 없는 두 마리 토끼

폭발 직후, 도시는 그대로 불바다였다. 강력한 열폭풍과 엄청난 소용돌이가 휘몰아쳤다. 20~30분이 지나자 중심부는 물론 외곽에까지 엄청난 양의 비가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처음 한두 시간 동안 내린 빗방울은 완전히 검은빛이었다. 폭발과 함께 튀어오른 흙과 먼지, 화재로 생긴 그을음이 뒤섞인 빗방울은 크기도 엄청났다. 검은 빗줄기는 강한 방사능을 띠었다. 비가 내린 연못과 강에는 엄청난 수의 물고기가 죽어 둥둥 떠올랐다. 간간이 남아있던 건물 벽에는 빗물이 흘러내린 시커먼 자국이 선명했다.

 

[표3] 방사능 피폭량에 따른 증상 및 사망률
  방사능량(렘)
100~200 200~500 500~1000 1000~5000 5000 이상
초기 증상 발생률 0~50% 50~90% 100% 100% 100%
발생시간 3시간 이상 1~2시간 0.5~1시간 0.5시간 수분
요주의 기간 2~6주 2~6주 2~6주 3~14일 1~48시간
사망률 0~10% 0~90% 0~90% 90~100% 100%
사망시간 수개월 수주 수주 2주 1~48시간
주요사인 혈액생성기관 파괴 소화기 파괴 신경계 파괴

 

[그래프10] 서울 용산 상공 100m에서 TNT 15킬로톤 위력의 핵폭탄이 폭발하는 경우 낙진에 의한 간접피해 범위. 사망자 수는 84만명.

[그래프11] 서울 용산 지표면에서 TNT 1.5킬로톤 위력의 핵폭탄이 폭발하는 경우 낙진에 의한 간접피해 범위. 사망자 수는 125만명.

     

 

1945년 8월6일 히로시마에 원폭이 투하된 직후의 상황을 묘사한 글이다. 히로시마의 경우 피폭 4개월 후까지 전체 인구의 절반이 넘는 13만5000명이 사망했고 나가사키에서는 전체 인구 19만5000명 가운데 6만4000명이 사망했다. 히로시마 사망자의 20%는 핵폭풍에 의한 외상이 사인(死因)이었고, 60%가 화상, 나머지 20%가 방사선으로 인해 치명상을 입었다. 이후에도 장기적으로 원폭 피해가 원인이 되어 사망한 이들을 합치면 희생자는 히로시마에서만 모두 20만명에 달한다. 피폭자와 그 후손들의 후유증은 고려하지 않은 숫자다. 가히 20세기 최대의 참사다.

 

그러나 히로시마나 나가사키에 비해 인구밀도가 훨씬 높고 고도로 도시화한 서울에서 핵폭발이 일어난다면 피해는 훨씬 더 클 수밖에 없다. 비슷한 위력의 핵폭발이라도 핵폭풍과 열 등 직접피해로 인한 사망자 수만 6배가 넘을 것이라고 NRDC는 분석했다. 지표면에서 폭발이 일어나 낙진 피해가 심각한 경우 이로 인한 사망자 수는 10배 이상이 되리라는 결론이다. 이후에도 수많은 이가 방사선 피폭 후유증으로 고통받고 기형아 출산 등의 비극이 대를 이어 발생할 것이다. 서울에서의 핵폭발이 유사 이래 최악의 참사가 되리라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미 국방부가 개발계획을 제시한 벙커버스터가 북한의 주요군사시설을 폭격하는 경우에도 서울에 비해 적을 뿐 수십만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걸 피하기 어렵다. 폭발로 인한 방사능 낙진은 북한 주민뿐 아니라 동부전선 일대의 한국군 병사들과 강원도 북부지역 주민들에게도 피해를 입힐 것이다. 미국에 의한 북한 핵공격 또한 한반도에 치유될 수 없는 상처를 남기기는 마찬가지인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NRDC의 시뮬레이션 결과는 북핵문제가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결되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말해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면전이 아니더라도 남에서든 북에서든 일단 핵무기가 사용되면 그로 인한 피해의 규모는 전면전에 육박할 것이다. 이 대목에서 한반도에서의 핵사용은 어떠한 경우에도 고려할 만한 옵션이 될 수 없다는 결론이 자연스레 도출된다.

 

이는 2004년 겨울 한국 정부가 당면한 두 가지 과제를 압축적으로 제시한다. 하나는 북한의 핵 보유를 평화적 방법을 통해 저지하는 일, 다른 하나는 미국으로 하여금 유사시 대북 핵공격 계획을 폐기토록 하는 노력이 그것이다. 한반도 핵 사용 시뮬레이션의 결과는 이 두 가지 과제가 어느 한쪽을 양보해 다른 것을 얻는 식의 접근이 불가능한, 절대로 놓칠 수 없는 두 마리의 토끼임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