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옥(宋玉, 기원전 3세기)은 중국고대의 시인으로 굴원 초사의 후계자이다. 《한서예문지(漢書藝文志)》에는 16편의 작품이 있었다고 하나 지금은 14편이 전해지고 있다. 그중 <구변(九辯)>만이 확실히 그의 작품이다. 세상의 쇠망과 자신의 불우함을 탄식하고, 가을의 쓸쓸함을 슬퍼하는 구절이 있는데, 굴원과 같은 절실함이 없다. 오히려 초나라 양왕과 운몽의 신녀와의 밀회를 노래한 <고당부>, <신녀부>가 유명한데, 이것은 송옥보다 후대의 작인 것 같다. 그러나 후세에는 '운우지정(雲雨之情)'(남녀의 밀회)이라는 성어(成語)가 되어, 송옥은 색정적인 서정작가로서 지목받게 되었다.
굴원이후 중요한 초사의 작가는 송옥을 비롯한 당륵, 경차 등으로, 모두 굴원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아 활동한 작가들이다. 송옥의 가계(家系)나 생애에 대하여 알려진 바는 거의 없다. 다만 그의 작품에는 실직한 가난한 선비로서, 조정의 간신배들의 배척을 받아 고독하고 비참한 떠돌이 생활을 하였던 것으로 표현되고 있다. 그의 작품은 『한서』 「예문지」에 부 16편, 『수지(隋志)』, 『송옥집(宋玉集)』 3권 등에 기재되어 있으나 편명조차 알 수 없다.
『초사장구(楚辭章句)』의 「초혼(招魂)」과 「구변(九辯)」이 있으나 「초혼」은 송옥의 작품이 아님이 밝혀졌으며, 송옥의 작품으로 믿을 수 있는 것은 「구변」 한 편 뿐이다. 참소를 당하여 충정을 다하지 못하고 쫓겨난 스승 굴원을 애석하게 여긴 나머지 「구변」을 지어 스승의 뜻을 대변하고 있다. 또 자신의 불운한 처지를 빌어 당시의 모순된 정국을 비평하고 있다. 「구변」의 일 절을 예로 든다.
슬픔과 시름에 아픈 마음 부여안고,
아무도 의지할 이 없는 빈 집에 혼자 사는 오직 한 사람 미인이 있어,
언제까지고 서러운 마음 못 풀더니 고향을 버리고 그리운 집을 떠나,
머나먼 남쪽의 길손이 되어 정처없이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다가,
지금은 어느 곳에 발길을 멈추셨나.
오로지 그 임금을 지성으로 생각해도 끝내 그 마음은 돌이킬 수 없는 마음,
눈물겨운 진정을 임금이 모르는 것을, 아! 그 일을 어떻게도 못 하리.
가슴에 뭉친 원한, 쌓이고 쌓인 울분,
임금을 생각하는 답답한 마음에
만사에 뜻을 잃어 먹을 것도 다 잊네.
悲憂窮戚兮, 獨處廓.
有美一人兮, 心不繹.
去鄕離家兮, 徠遠客.
超逍遙兮, 今焉薄.
專思君兮, 不可化.
君不知兮, 可奈何.
蓄怨兮積思, 心煩憺兮, 忘食事.
招魂초혼
朕幼淸以廉潔兮, 身服義而未沫.짐유청이렴결혜, 신복의이미말.나는 어려서부터 그 뜻이 잡스럽지 않아서 청렴하고 몸이 깨끗함이여! 몸소 仁義를 행하여 어두움이 없었네.
主此盛德兮, 牽於俗而蕪穢.주차성덕혜, 견어속이무예.
이 盛德을 지킴이여! 세속 사람들에게 이끌려 蕪穢(무예)하게 될까 저어하였도다.
上無所考此盛德兮, 長離殃而愁苦.상무소고차성덕혜, 장리앙이수고.
임금은 나의 이 盛德을 헤아리지 아니함이여! 길이 재앙에 걸려서 근심하며 괴로워하네.
帝告巫陽曰, 有人在下, 我欲輔之.제고무양왈, 유인재하, 아욕보지.
상제가 고양에게 告하기를 "어떤 사람-賢人이 下界에 있으니 내 그를 돕고자 하노라.
魂魄離散, 汝筮予之.혼백리산, 여서여지.
혼백이 흩어졌으니 너는 시초점을 쳐서 혼을 불러 보아라."
巫陽對曰, 掌夢. 上帝其命難從. 若必筮予之,무양대왈, 장몽, 상제기명난종. 약필서여지,
恐後之謝, 不能復用, 巫陽焉.공후지사, 불능복용, 무양언.
무양이 대답하기를 "掌夢의 일입니다.
상제의 명을 좇기 어렵습니다.
만약 시초점을 쳐서 몸에 혼을 붙이라 하시더라도 나중에 두렵고 게을러져서 무양의 일을 다시 할 수 없을까 저어됩니다."
乃下招曰.내하초왈.
이에 하계에 내려와서 혼을 부르며 말한다.
魂兮歸來. 去君之恒幹, 何爲四方些,혼혜귀래. 거군지항간, 하위사방사,
혼이여 돌아 오라. 임금의 몸을 떠나서 어찌하여 사방으로 떠돌며,
舍君之樂處而離彼不祥些.사군지락처이리피불상사.
임금 옆의 안락한 곳을 버리고서 저 상서롭지 못한 곳에 걸려 있는가.
魂兮歸來. 東方不可以託些. 혼혜귀래. 동방불가이탁사.
혼이여 돌아 오라. 東方은 의탁할 곳 아니라오.
長人千鱗, 惟魂是索些.장인천인, 유혼시색사.
長人들은 그 키가 千鱗인데 오직 혼백만을 찾아 먹는다오.
十日代出, 流金削石些.십일대출, 유금삭석사.
10개의 태양은 번갈아 떠오르는데 금과 쇠까지 깎아 녹일 만 하다오.
彼皆習之, 魂往必釋些, 歸來兮. 不可以託些.피개습지, 혼왕필석사, 귀래혜. 불가이탁사.
저들(태양을 이름)은 모두 이 일에 능숙하니 혼이 그곳에 간다면 반드시 흩어지리라. 돌아 오라. 혼백을 의탁할 곳 아닐세.
魂兮歸來. 南方不可以止些.혼혜귀래. 남방불가이지사.
혼이여 돌아오라. 南方은 머물 곳 아닐세.
調題黑齒, 得人肉以祀, 以其骨爲鹽些.조제흑치, 득인육이사, 이기골위염사.
이마에 문신을 새기고 이빨에는 검은 칠을 하는데, 사람의 고기를 얻으면 제사를 지내고 그 뼈로는 젓갈을 담는다네.
大蛇振振, 封狐千里些.대사진진, 봉호천리사.
큰 뱀들은 떨쳐 꿈틀거리고 큰 여우들은 천리까지 달려가서 먹을 것을 구한다오.
雄巳九首, 往來食忽, 呑人以益其心些.웅사구수, 왕래식홀, 탄인이익기심사.
숫뱀은 머리가 아홉인데 재빨리 달리고 왕래하면서 먹이를 구하고, 사람을 삼킨 뒤에야 마음을 채웠다고 여긴다네.
歸來兮. 不可以久淫些.귀래혜. 불가이구음사.
돌아 오라. 오래도록 노닐 곳 아니네.
魂兮歸來. 西方之害.혼혜귀래. 서방지해.
혼이여 돌아 오라. 西方은 해롭다.
流沙千里些, 旋入雷淵, 魂散而不可止些.유사천리사, 선입뢰연, 혼산이불가지사.
천리나 되는 모래가 흐르는 불모지, 雷公의 집에 들어간다면 혼백은 흩어져서 쉴 수 없구나.
幸而得脫, 其外曠宇些,행이득탈, 기외광우사,
행여나 벗어났다 하더라도 그 밖은 광활한 들판.
赤蟻若象, 玄蜂若壺些, 五穀不生, 悤菅是食些.적의약상, 현봉약호사, 오곡불생, 총관시식사.
其土爛人, 求水無所得些.기토난인, 구수무소득사.
그 땅은 사람의 살을 어그러뜨릴 정도요, 물을 구한다 해도 얻을 수 없다네.
彷洋無所倚, 廣大無所極些.방양무소의, 광대무소극사.
동서로 방황해도 의지할 곳 없으며,광대하여 걸어도 끝이 없구나.
歸來兮, 恐自遺賊些.귀래혜, 공자유적사.
돌아 오라. 스스로를 버려서 해칠까 두렵소.
혼이여 돌아 오라. 그대는 저승에도 갈 수 없다네.
土伯九約, 其角薏疑些,토백구약, 기각의의사,
땅의 신인 토백은 아홉 꼬리에 그 뿔은 예리하고 두툼한 등에
敦回血拇, 逐人飛飛些.돈회혈무, 축인비비사.
피에 젖은 엄지손가락을 가지고 있으며, 사람을 쫓아 번개처럼 날뛰네.
參目虎首, 其身若牛些,삼목호수, 기신약우사,
호랑이 머리에 눈이 세 개이고 그 몸은 소같이 생긴 것들이 있는데,
此皆甘人, 歸來恐自遺災些.차개감인, 귀래공자유재사.
모두들 사람을 맛있게 먹으니 두려운 재앙을 만나지 말고 돌아 오라.
魂兮歸來. 入修門些.혼혜귀래. 입수문사.
혼이여 돌아 오라. 영도의 성문으로 돌아 오라.
工祝招君, 背行先些, 秦具齊縷, 鄭綿絡些,공축초군, 배행선사, 진구제루, 정면락사,
재주 많은 박수무당이 그대를 부르며, 그대의 앞에서 인도하리니. 진나라의 대 광주리에 제나라의 비단실, 정나라의 광주리 망사덮개 혼백을 부를
招具該備, 永嘯呼些, 魂兮歸來. 反故居些.초구해비, 영소호사, 혼혜귀래. 반고거사.
모든 준비 갖추고 길게 부르나니 혼이여 돌아 오라. 옛집으로 돌아 오라.
天地四方, 多賊姦些, 像設君室, 靜閒安些.천지사방, 다적간사, 상설군실, 정한안사.
천지사방에는 사람을 해치는 악한 것들이 많은데 그대의 방에 모셔둔 그대의 초상은 조용히 편안히 쉬고 있네.
高堂邃宇, 檻層軒些.고당수우, 함층헌사.
높다란 집에 깊숙한 방, 난간 위에는 여러 겹으로 포개 쌓아서 높기도 하네.
層臺累祀, 臨高山些, 網戶朱綴, 刻方連些.층대루사, 임고산사, 망호주철, 각방연사.
대를 쌓고 사(정자)를 쌓아높게 해 가히 높은 산을 내려다보니 주단으로 꾸며진 그물문의 문설주에는 연속해서 새겨져 있네.
冬有曜廈, 夏室寒些. 川谷徑復, 流潺湲些.동유요하, 하실한사. 천곡경복, 유잔원사.
겨울에는 이중으로 된 큰방이 있고 여름에 쓰는 방은 시원하네. 골짜기의 냇물이 갔다가 돌아오는데그 물결 급하고도 깨끗하네.
光風轉蕙, 氾崇蘭些. 經堂入奧, 朱塵筵些.광풍전혜, 범숭란사. 경당입오, 주진연사.
비 개인 후 불어오는 바람 혜초를 흔들고그윽한 항기 난초를 하늘하늘 흔들다가당을 지나 서남쪽 구석으로 불어오니붉은 막이 쳐져 있는 연회석이라.
砥室翠翹, 桂曲瓊些. 翡翠珠被, 爛齊光些.지실취교, 계곡경사. 비취주피, 난제광사.
돌집에 물총새 깃털장식옥 갈고리 걸어놓고 비취모양의 구슬 달린 옷을 입으니 일제히 빛을 발하는 듯 현란하여라.
蒻阿拂壁, 羅朱張些. 纂組綺縞, 結琦璜些.약아불벽, 나주장사. 찬조기호, 결기황사.
부들로 만든 자리를 깔고 벽에는 발을 치고 비단휘장을 두르고서는 아름다운 비단실로 엮은 끈을 붙들어 매고 옥들을 엮어 휘장을 꾸미네.
室中之觀, 多珍怪些.실중지관, 다진괴사.
방안을 둘러보니희귀하고 괴이한 것들이 많기도 하구나.
蘭膏明燭, 華容備些. 二八侍宿, 射遞代些.난고명촉, 화용비사. 이팔시숙, 사체대사.
난초향기 나는 기름으로 불을 밝히고 아름다운 모습의 여 악사들 두 줄로 여덟 명씩 오래도록 시중을 드는데 싫증이 나면 교대로 즐겁게 하네.
九侯淑女, 多迅衆些. 盛裝不同制, 實滿宮些.구후숙녀, 다신중사. 성장불동제, 실만궁사.
아홉 제후들의 예쁜 딸들이 날 듯이 달려와 가득한데 귀밑머리 치장법도 가지가지방을 가득히 채웠구나.
容態好比, 順彌代些. 弱顔固植, 蹇其有意些.용태호비, 순미대사. 약안고식, 건기유의사.
그 모습 아름답고 정이 들어 좋고, 유순하기가 견줄 이 없는데 얼굴은 유순하나심지는 굳어 말이 정직하고 예의 바르구나.
美容修態, 幻洞房些,미용수태, 환동방사,
아름다운 容貌와 자태가 깊은 방안에 가득 찼는데,
蛾眉曼麓, 目騰光些,아미만록, 목등광사,
가볍고 긴 蛾眉로 그윽하게 바라보니 두 눈에서 빛을 발하네.
靡顔泥理, 遺視면些,미안니리, 유시면사,
고운 얼굴, 매끄러운 살결, 몰래보는 눈길 밝게 빛나네.
離舍修幕, 侍君之閒些,이사수막, 시군지한사,
크고 높은 정자, 커다란 휘장의 막사, 그대가 한가한 때에 와서 휴양하게나.
翡有翠帳, 飾高堂些,비유취장, 식고당사,
翡翠(비취)새의 깃털로 장식한 휘장으로높고 큰 堂을 꾸미고,
紅壁沙版, 玄玉梁些,홍벽사판, 현옥양사,
담을 붉게 칠하고軒板(헌판)은 붉은 모래로 장식하며, 대들보는 검은 옥으로 꾸미네.
仰觀刻角, 畵龍蛇些,앙관각각, 화룡사사,
고개를 들어 서까래의 조각을 바라보니 용과 뱀이 그려져 있네.
坐堂伏檻, 臨曲池些,좌당복함, 임곡지사,
높은 堂 위에 앉아 난간에 엎드려 기대니 구불구불한 연못이 보이네.
芙蓉始發, 雜基荷些,부용시발, 잡기하사,
연꽃이 막 피어나서 잡풀들과 섞여 있고
紫莖屛風, 文緣波些,자경병풍, 문연파사,
보라색 줄기의 荇菜 (잎에는) 물결로 인해 무늬가 생겼다.
文異豹飾, 侍陂朶些,문이표식, 시피타사,
특이한 장식의 표범가죽을 입고서 시종 하는 자들은 긴 섬돌 아래 늘어서 있다네.
軒輛旣低, 步騎羅些,헌량기저, 보기라사,
가벼운 수레들은모두 이미 알맞게 준비되어 있고, 步兵과 騎兵들이 줄지어 서 있다.
蘭薄戶樹, 瓊木籬些,난박호수, 경목리사,
난초 꽃을 총총하게 문가에 심고 흰 빛깔의 아름다운 나무로 울타리를 세웠다.
魂兮歸來, 何遠爲些.혼혜귀래, 하원위사.
혼이여! 돌아 오라. 어째서 그렇게 먼 곳으로 가야 했던가?
室家遂宗, 食多方些,실가수종, 식다방사,
가족(첩·종들 포함해서) 모두가 그대를 존경하고음식은 여러 가지로 많이 나오고
稻自酌麥, 裸黃梁些,도자작맥, 나황량사,
벼, 기장, 보리를 노란 조와 섞어서 밥을 짓고
大苦鹹酸, 辛甘行些,대고함산, 신감행사,
된장, 소금, 식초, 생강, 엿과 꿀 등의 맛이 한꺼번에 입안에 퍼지고,
肥牛之腱, 爐若芳些,비우지건, 노약방사,
살진 소의 근육을 익히니 무르익어 향기가 나네.
和酸若苦, 陳吳羹些,화산약고, 진오갱사,
신맛과 쓴맛으로 조화시키니 吳나라 방식의 국을 진열해 내는구나.
湯鼈包羔, 有紀漿些,탕별포고, 유기장사,
자라는 끓이고 새끼 양을 통째로 구우며 그리고 사탕수수를 짜서 즙을 만들고
鵠酸前鳧, 煎鴻창些,곡산전부, 전홍창사,
露鷄碻龜, 餘而不爽些,노계확구, 여이불상사,
들 닭과 큰 거북으로 고깃국을 끓이니 맛이 훌륭하여 먹어도 물리지 않는구나.
甘與蜜餌, 有暲晃些,거여밀이, 유장황사,
달콤한 여러 떡들과 거기에 또 엿들도 있구나.
瑤漿蜜勺, 實羽觴些,요장밀작, 실우상사,
옥과 같이 흰 술과 꿀로 만든 단술을 참새를 조각한 그릇에 가득 따라서
挫糟凍飮, 酌淸凉些,좌조동음, 작청량사,
찌꺼기를 짜서 버린 맑은 술을 얼음과 같이 마시니술의 맛이 맑고도 시원하다.
華酌旣陳, 有瓊漿些,화작기진, 유경장사,
화려한 술그릇이 이미 진열되어 있고, 또 붉은 빛깔의 술이 있으니
歸來反故室, 敬而無妨些.귀래반고실, 경이무방사.
옛집으로 다시 돌아 오라. 모두가 그대를 존경하나니 害가 없을 것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