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史관련

슈퍼이지스_세종대왕

醉月 2008. 4. 6. 19:35

한국, 올여름 세계 최대·최강의 ‘슈퍼 이지스’ 전투함 띄운다!

美 이지스 순양함·구축함보다 강한 ‘아시아의 괴물’
일본의 신형 이지스 ‘아타고급’ 능가하는 펀치력
한국형 對地미사일과 對艦미사일, 장거리 對潛어뢰 탑재
탑재한 이지스 시스템은 세계 최고인 ‘베이스라인 7.1’
러시아·중국·유럽 전투함도 ‘안용복함’보다 한 수 아래
헬기 모함으로 활동할 일본 16DDH와 한국의 독도함 경쟁
기동함대 들어갈 제주 모항 결정 늦어지는 게 걸림돌

이지스 구축함 모형을 합성한 사진. 오른쪽은 수직발사대에서 발사되는 스탠더드 미사일.

 

“아시아의 괴물… 한국 해군, 동북아 최대 최강의 전투함을 갖게 되다”

올 여름 세계 해군의 눈은 현대중공업을 향한다. 동북아 여섯 나라 가운데 북한 다음으로 약하다고 평가받아온 한국 해군이 세계 최대 최강의 전투함을 진수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한국 해군 전력은, 한국이 강력한 라이벌로 의식하는, 그러나 상대는 의식조차 하지 않는, ‘일본 해상자위대 전력의 30%밖에 되지 않는다’는 게 정설인데, 한국이 동북아 최강의 군함을 갖게 됐다니 이게 무슨 소리인가?

‘아시아의 괴물’은 올 여름 진수(2008년 실전 배치)를 목표로 현대중공업에서 막바지 건조 작업을 하고 있는 한국형 이지스 구축함(KDX-Ⅲ) 제1번함을 가리킨다. 이 함정은 ‘안용복(安龍福)함’으로 명명될 예정인데, 해군은 이러한 KDX-Ⅲ를 3척 발주한다.

‘지덕칠함’으로 내정된 제2번함은 대우조선해양에서 내년 진수(2010년 실전 배치)를 목표로 건조하고 있다. ‘윤영하함’으로 내정된 제3번함은 조만간 경쟁 입찰에 부쳐 조선소를 결정할 예정이다.

 

왜 KDX-Ⅲ는 아시아의 괴물로 불리는가. 그 이유를 알려면 동북아 각국 해군이 쳐놓은 ‘비밀의 커튼’을 들쳐보아야 한다. 이지스(Aegis)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신의 왕’ 제우스가 그의 딸 아테네에게 주었다는 모든 공격을 막아낼 수 있는 ‘무적의 방패’ 이름이다.

제2차 세계대전 말기 미 해군은 ‘총폭탄’이 돼 덤벼드는 일본 해군 가미카제(神風) 특공대의 공격에 골머리를 앓았다. 당시는 ‘유도(誘導) 미사일’이 나오기 전이라 이러한 공격을 막을 방법을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가미카제는 대함(對艦) 유도 미사일인 ‘하푼(Harpoon·작살)’처럼 정확히 미 함정을 격파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미 해군은 가미카제식 공격을 막을 방법부터 연구했다. 그리하여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항공기의 동선을 완벽히 추적하고 그 항공기를 향해 아군이 미사일을 발사해 격파할 수 있는 초정밀 레이더와 사격통제 시스템 개발이 시작되었다. 록히드마틴사(社)는 냉전이 첨예하던 1970년대 말 이 시스템을 완성하고 이를 ‘이지스’ 체계로 명명했다.

 

항공모함과 상륙모함은 전투기나 헬기를 싣고 다니는 것이 주 기능이라, 자체 전투력은 미약하다. 자체 전투력은 순양함이 가장 세고 이어 구축함 호위함 초계함 순으로 내려온다. 냉전시기 미 해군은 가장 강력한 전투함인 순양함에 이지스 시스템을 올리자는 결정을 내렸다.

1983년 미 해군은 세계 최초로 이지스 체계를 올린 순양함을 실전 배치하며 미국 독립전쟁 때 영국군을 격파한 요새이자 1776년 미 해군의 창설지 ‘타이콘데로가(Ticonderoga)를 이 배 이름으로 명명했다. 그 후 미 해군은 같은 형태의 순양함을 계속 건조해 도합 27척의 이지스 순양함을 갖게 되었다. ‘타이콘데로가급’ 순양함들은 세계 최강의 전투함으로 5대양을 누볐다.

   

 

타이콘데로가 이지스 순양함

현대중공업 본관에 전시된 안용복함 모형. 안용복함 건조는 보안사항이므로 진수식 전에는 그 실체를 공개하지 않는다.

구축함은 항공모함을 위협하는 적 잠수함을 잡기 위해 만들어졌는데 항공모함은 대양에서 작전하므로 호위하는 구축함도 덩치가 커졌다. 덩치가 커진 구축함에는 ‘여유 공간’이 생겨나므로, 각국 해군은 이 공간에 대잠전(對潛戰) 장비 외에 대함전(對艦戰)과 대지전(對地戰) 장비를 실었다.

그 결과 현대의 구축함은 거의 모든 작전을 할 수 있는 ‘작은 순양함’으로 발전했다. 반면 순양함은 대잠전 기능이 보강되면서 ‘큰 구축함’ 구실을 하게 돼, 순양함과 구축함의 구분이 모호해졌다. 따라서 1980년대 후반부터는 큰 전투함은 순양함, 그보다 작으면 구축함 식으로 함정을 구분한다.

 

1991년 미 해군은 이지스 체계를 올린 구축함을 처음으로 실전 배치하며, 1955년부터 1961년까지 무려 6년간 해군 참모총장을 지낸 알레이버크 대장의 이름을 붙였다. 이 시기 유럽을 무대로 한 냉전이 종식됨에 따라 많은 무장을 싣고 다니는 순양함보다는 적은 무장을 싣는 구축함이 더 필요해졌다. 미 해군은 1992년 진수한 ‘포트 로열함’을 끝으로 타이콘데로가급 이지스 순양함 건조를 중단하고, 알레이버크급 이지스 구축함만 건조했다.

 

2003년이 되자, 타이콘데로가함을 선두로 한 5척의 이지스 순양함이 작전수명을 다해 차례로 퇴역했다. 그러나 미 해군은 후속 이지스 순양함을 건조하지 않아 현재 콘데로가급 이지스 순양함은 22척이 남아 있다. 미 해군은 이 순양함들도 작전수명이 다하는 대로 퇴역시키고 그 공백은 알레이버크급 구축함이나 알레이버크급을 이을 ‘차기 이지스 구축함’인 DDX로 채워 나간다.

순양함에서 구축함으로 무게중심을 옮긴 덕분에 미 해군이 보유한 알레이버크급 구축함은 현재 59척으로 늘어났고, 7척을 더 건조하고 있다. 그리고 알레이버크급을 이을 차기 이지스 구축함 DDX를 설계하고 있는데, 이 구축함은 제1번함에 1970년 최연소로 미 해군 참모총장에 오른 줌왈트 대장의 이름을 붙일 것이므로 ‘줌왈트급’으로 불릴 예정이다.

 

안용복함 라이벌은 日 아타고함

함정은 전투력을 다투는 것이라 크기로만 비교하지 않는다. 덩치 큰 항공모함도 어뢰 공격을 받으면 한순간에 격침될 수 있어 크기만으로 성능을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하지만 전투력 비교는 싸워봐야 아는 것이라 실제로는 크기로 성능을 견줄 수밖에 없다. 이때는 장비와 사람을 다 실었을 때의 배 무게인 ‘만재(滿載) t수’로 비교한다.

 

구 소련을 중심으로 한 사회주의 국가는 함정 t수를 늘려 발표해왔으나 미국을 위시한 자본주의권 나라는 줄여서 발표해왔다. 구 소련의 해군력은 미 해군력보다 크게 열세였기에 함정 t수를 늘려 발표해온 것으로 보인다. 구 소련은 기술력도 미국보다 뒤떨어졌다. 따라서 같은 성능을 가진 배일지라도 구 소련제 배는 미국제보다 더 크고 무거웠다. 비슷한 성능의 장비도 구 소련제가 미국제보다 훨씬 크고 무거웠으므로, 구 소련 함정이 크고 무겁다고 해 미국 군함보다 강하다고 단정하는 것은 무리다.

 

이 정도의 상식을 갖고 안용복함을 동북아 주요 국가가 갖고 있는 전투함과 비교해보자. 미 해군이 공개하는 타이콘데로가급 순양함의 만재 t수는 9600t이고, 최신형 알레이버크급 구축함은 9200t이다. 미 해군은 알레이버크급의 성능을 계속 키워왔기에 최신형 알레이버크급은 타이콘데로가급에 필적한다. 그러나 한국 해군 관계자들은 타이콘데로가급의 만재 t수는 1만t이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올 여름 진수하는 ‘아시아의 괴물’의 만재t수가 1만500t이라는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과 한국, 일본이 함정 t수를 줄여서 발표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타이콘데로가급과 안용복급의 만재 t수는 더 나간다고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타이콘데로가급의 최대 만재 t수를 1만3000t으로 보고 있는데, 안용복함의 최대 만재 t수도 1만3000t까지 늘어난다. 안용복함 사업에 관여하고 있는 관계자들의 판단을 종합하면 안용복함은 미국이 보유한 최대 전투함인 타이콘데로가급보다 ‘눈곱만큼(약 500t)’ 더 나갈 것이라고 한다.

 

일본 해상자위대가 보유한 가장 큰 전투함은 ‘곤고(金剛)급’ 이지스 구축함이다. 일본은 1993~98년 미쓰비시(三菱) 중공업과 가와사키(川崎)중공업에서 미국의 알레이버크급을 모방한 구축함을 만들고, 여기에 록히드마틴사의 이지스 체계를 올려 4척의 곤고급을 건조했다. 곤고급은 초기형 알레이버크급을 모방한 것이라 타이콘데라가급에 견주는 안용복함보다 작다.

해상자위대의 함정 가운데 주목할 것은 2005년 8월24일 진수한 ‘아타고(愛宕)함’과 2006년 8월30일 진수한 ‘아시가라(足柄)함’이다. 현재 시험항해 중인 이 배는 해상자위대가 곤고급에 이어 두 번째로 도입하는 이지스 구축함 시리즈다. 아타고급으로 불리는 신형 이지스 구축함의 길이와 너비, 만재 t수는 안용복급과 거의 비슷하다. 전문가들은 아타고급과 안용복급, 미국의 타이콘데로가급의 덩치를 동급으로 본다.

   

 

中·러 전투함, 안용복함보다 작아

안용복함의 강력한 라이벌이 될 일본의 아타고 이지스 구축함의 시험항해.

구 소련 해군은 세계 제해권을 놓고 미 해군과 다퉈왔지만, 연방이 무너지면서 그 위용도 사라져버렸다. 구 소련은 경제난 때문에 진행 중이던 함정 건조 사업을 중단했는데, 러시아 또한 심각한 경제난으로 함정 건조 사업을 부활시키지 못했다. 구 소련 해군력과 미국의 해군력 차이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항공모함의 척수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미 해군은 실전 배치한 항공모함 수를 꾸준히 줄여 지금은 10만t급 항공모함 12척만 실전 배치하고 있다. 반면 구 소련 해군은 제대로 된 항모 한 척이 없다가 1970년대 중형 항모인 6만5000여t의 ‘쿠즈네조프 제독(Admiral Kuznetsov)함’ 건조에 나섰다. 그러나 이 항모가 완공되기 전 소련이 붕괴해 건조 작업이 중단되었다.

 

러시아 해군은 북해함대, 발틱함대, 흑해함대, 태평양함대, 그리고 카스피해 전단을 갖고 있다. 그 후 러시아는 이 항모 건조만 간신히 재개해 1995년 쿠즈네조프 제독 항모를 북해함대에 실전 배치할 수 있었다. 구 소련 해군은 쿠즈네조프 제독함에 이어 바략 항공모함 건조에 착수했으나, 이 사업을 넘겨받은 러시아 해군은 바략 항모 건조를 재개하지 못했다. 폐선처럼 버려져 있던 바략 항모는 1998년쯤 ‘고철’로 중국에 판매됐다.

 

폐선된 키예프급과 키로프급

항공모함 전력에서는 도저히 미국을 따라갈 수 없었던 구 소련 해군은 핵추진 엔진을 탑재한 초대형 전투함을 건조해 대항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그러나 항공력에 대한 집착이 강했으므로 순양함에 경항모 기능을 더한 ‘항공순양함’을 만들었다. 항공순양함은 일반적인 순양함보다 훨씬 덩치가 큰데 그 대표가 1970년대 3만5000t(제1번함)에서 4만5000t(제4번함) 사이로 내놓은 ‘키예프(Kiev)급’ 4척이다.

그러나 구 소련의 기술력이 낮은 탓에 키예프급 항공순양함에서는 크고 작은 사고가 잇달았다. 작전에 나가 있는 시간보다 도크에 들어와 수리받는 기간이 길었다. 여기에 경제 사정마저 나빠지자 러시아는 이 배의 수리를 포기하고 매각을 추진했다. 1994년 ‘영유통’이라는 한국 회사가 고철로 쓴다는 명목으로 2번함인 ‘민스크’와 3번함인 ‘노보로시스크’를 매입했다.

 

그런데 한국의 환경단체들이 “이 배의 원자로를 해체하는 과정에서 환경이 오염될 수 있다”며 한국에서 해체하는 것에 결사적으로 반대해, 영유통은 노보로시스크만 해체하고 민스크는 중국에 매각했다. 중국에 팔려간 민스크함은 이후 선전(深?)에서 해상 테마파크의 플랫폼이 되었다. 2000년 러시아는 1번함인 키예프함도 중국에 매각했는데, 중국은 이 배를 톈진(天津)의 해상 테마파크용 플랫폼으로 활용하고 있다.

제4번함인 ‘고르시코프 제독함’은 인도가 도입할 뜻을 비쳐 양국간에 협상이 시작됐으나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합의점이 나오지 않고 있다. 따라서 고르시코프 제독함은 인도에 매각되더라도 해체되거나 전투함이 아닌 다른 용도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 이로써 ‘세계 최대의 순양함’소리를 듣던 키예프급 항공순양함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었다.

 

구 소련 해군은 키예프급 항공순양함만으로는 미 해군에 맞설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1980년대 핵추진 순양함인 ‘키로프급’(2만6000t급) 4척을 내놓았다. 이 배는 순수 순양함이었으나, 역시 기술력이 부족해 크고 작은 사고가 잦았다. 1, 2번함은 수리가 불가능할 정도로 큰 사고를 당해 해체되었고, 3, 4번함은 지금까지 도크에 방치돼 있다. 키로프급에 이어 키예프급도 ‘사실상 고철’이 된 것.

 

전세계에 따라올 배가 없다

따라서 러시아 함정 가운데 안용복함에 견줄 만한 것은 슬로바급 순양함과 소브레멘니급 구축함 그리고 우달로이급 구축함뿐이다. 하지만 소브레멘니급과 우달로이급은 물론이고 슬라바급(지금은 모스크바급으로 불림)은 안용복급보다 덩치가 작다.

슬라바(‘영광’이라는 뜻)급 순양함의 만재 t수는 안용복급보다 약간 적은 1만1300t이다. 슬라바급은 3척이 실전 배치됐는데 1번함이던 슬라바함은 모스크바함으로 이름을 바꿔 현재 흑해함대에 배치돼 있다. 1986년 실전 배치된 2번함은 우스티노프함으로 개명해 북해함대에 배치돼 있고, 1989년 실전 배치된 3번함은 중단된 2번 중형 항모의 이름인 ‘바략’으로 개명해 태평양함대에 배속되었다.

   

 

안용복급보다 더 크고 강한 함정으로 설계하고 있는 미국의 DDX. 스텔스 기능이 강화된 이 구축함은 ‘줌왈트급’으로 불릴 예정이다.

우달로이는 러시아어로 ‘자신만만한’이라는 뜻의 형용사다. 구 소련은 1980년부터 만재 t수가 8400t인 우달로이급 14척을 건조했으나 이 함정 또한 자주 사고를 일으켰다. 3척은 큰 폭발사고가 발생해 해체되고, 또 다른 3척은 설계한 대로 성능이 나오지 않아 해체되었다. 이로써 8척만 남았는데 러시아 해군은 한반도 수역을 담당하는 태평양함대에 3척을 배치했다.

 

러시아 구축함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이 러시아에서는 ‘프로젝트 956’으로 불리는 소브레멘니(‘현대적인’ ‘동시대의’란 뜻의 형용사)급 구축함이다. 구 소련은 소브레멘니급 20척을 실전 배치했으나 경제사정 때문인지 러시아는 이 함정에 대해서도 퇴역과 방치와 매각 조치를 취했다. 가장 신형인 19번함과 20번함은 중국 해군에 판매하고, 7척은 퇴역하거나 도크에 방치하고, 11척만 실전 배치한 것이다.

 

소브레멘니급의 만재t수는 7940t으로 우달로이급보다 약간 적다. 우달로이급은 대잠전을 위주로 한 순수 구축함이나 소브레멘니급은 대공전(對空戰)과 대함전에 무게중심을 두었기에, ‘러시아판 이지스 구축함’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소브레멘니급은 알레이버크급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중국 해군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탑재한 전략핵잠수함 ‘하(夏·청동기 시대 만들어진 중국 최초의 왕조)함’ 1척을 갖고 있으나, 수상함 세력은 대국 이미지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미약하다. 중국 해군이 보유한 최대 전투함은 2002년 러시아에서 수입한 소브레멘니급 구축함 2척이다. 중국은 이 배에 ‘항저우(杭州)’와 ‘푸저우(福州)’란 이름을 붙였는데, 항저우급 구축함의 크기와 성능은 안용복급보다 뒤떨어진다.

북한 함정은 더 보잘것없다. 북한 함정 가운데 가장 큰 것은 헬기도 싣지 못하는 1500t급인 나진급(또는 소호급) 호위함 3척이다. 북한 전투함은 아예 안용복급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서유럽 국가들은 소련과 바르샤바조약기구라는 적(敵)이 사라졌기에 대형 전투함 건조에 열을 올리지 않고 있다. 영국이 경항모로 분류되는 인빈셔블급, 프랑스가 중형 항모인 드골급을 보유하고 있으나, 두 나라 해군은 안용복급만큼 큰 전투함을 갖고 있지 않다. 이탈리아 해군은 ‘비토리오 베네토’란 이름의 일반 순양함을 갖고 있으나 이 배의 만재 t수는 안용복함보다 적은 9500t이다.

이런 가운데 주목할 것이 네덜란드의 시그널사가 개발한 ‘APAR’ 시스템이다. APAR은 이지스와 비슷한 체계이나 그 용량이 작다. 이 시스템은 4000여t 내외인 호위함에 적합한데, 네덜란드와 독일 해군이 이 체계를 올린 ‘프로빈센급’(네덜란드) 호위함과 ‘작센급’(독일) 호위함을 실전 배치했다.

노르웨이와 스페인 해군은 APAR 대신 미국의 록히드마틴사가 제작한 소형 이지스 체계를 올린 ‘난센(노르웨이 탐험가 이름)급’과 ‘알바로 데 바잔(스페인 무적함대 사령관 이름)급’ 호위함을 건조해 실전 배치했다. 이 호위함들도 4000여t 내외인지라 안용복함에 견줄 수 없다.

이러니 안용복급과 타이콘데로가급, 아타고급은 세계 최대의 전투함으로 꼽힐 수밖에 없다. 그러나 타이콘데로가급은 조만간 퇴역할 예정이므로 세계 최대와 세계 최강을 놓고 다투는 것은 안용복급과 아타고급이다. 세계 최대로 꼽히는 안용복함의 전투력을 다른 함정과 비교해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탄도미사일도 요격하는 日 아타고급

독도함의 라이벌인 일본의 16DDH는 호위대군의 지휘함이 된다. 안용복함과 비슷한 시기에 진수하기 위해 막바지 작업이 한창인 이 배는 11대의 헬기를 싣고 30노트로 달릴 수 있다. 아래는 프로젝트명 16DDH의 헬기구축모함.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본주의권 함정의 무장 체계는 러시아가 이끄는 (구)사회주의권의 무장 체계와 개념이 달라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 사회주의권 함정의 전투력은 자본주위권에 비해 처지는 것이 현실이므로, 여기서는 최강으로 꼽히는 안용복급과 미일 전투함의 무장력을 주로 비교해본다.

무장을 ‘펀치 수’로 한정한다면 가장 궁금한 것은 각 함정이 탑재하는 미사일의 숫자다. 함정에서 발사하는 미사일은 수직(垂直)으로 발사하는 것과 사선(斜線)으로 발사하는 것이 있다. 수직발사 미사일은 사거리가 멀고 덩치가 크며 사선발사 미사일은 단거리용으로 덩치가 작다.

안용복함은 타이콘데로가급과 더불어 ‘강력한 스트레이트’인 수직발사 미사일을 가장 많이 탑재한 전투함이다. 두 함정에 탑재한 수직발사 미사일은 128기. 반면 미국의 알레이버크 구축함과 일본의 아타고급 및 곤고급 구축함에는 ‘4분의 3’인 96기의 수직발사 미사일이 탑재된다.

안용복급과 타이콘데로가급은 왜 아타고급보다 많은 수직발사 미사일을 싣게 됐을까. 이유는 ‘필요성’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냉전시대에 건조된 타이콘데로가급은 많은 무장을 실어야 했다. 안용복급 또한 최소 비용으로 최대 전투력을 추구해야 하니 많은 무장을 실을 수밖에 없다. 수직발사 미사일은 대개 32조 단위로 탑재되므로 96조보다 많이 실으려면 128조를 실을 수밖에 없다(그러나 꼭 32조는 아니다. 8조 단위로 탑재량을 늘리고 줄일 수도 있다).

 

안용복은 순항미사일만 요격

이지스함에서 발사되는 수직발사 미사일에는 대공미사일, 장거리 대잠어뢰 그리고 대지미사일이 있다. 이 세 종류의 미사일을 어떤 비율로 구성할지는 각국이 결정할 일이다. 또 각각의 미사일에도 여러 가지가 있으므로 각국은 사정에 맞게 수직발사 미사일을 조합한다.

안용복과 타이콘데로가급, 아타고급에 공통적으로 실리는 수직발사 미사일은 미국 레이시온사가 개발한 ‘스탠더드 미사일’이다. 이 미사일은 가미카제처럼 덤벼드는 적군의 대함 미사일과 적기를 요격한다. 대함 미사일과 항공기는 수면과 나란히 비행하는데 이렇게 비행하는 미사일을 순항미사일이라고 한다. 반면 포물선을 그리며 치솟아 멀리 날아가는 것을 탄도미사일이라고 한다. 탄도 미사일은 순항 미사일보다 속도가 훨씬 빠르므로 요격하기가 매우 어렵다.

스탠더드 미사일-2는 순항 미사일 요격용이고, 스탠더드 미사일-3는 탄도 미사일 격파를 목표로 한다. 아타고함을 기획하기 전 일본은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 위협이 심각하다고 보고 미국이 추진하는 MD(미사일 방어체계) 참여를 결정했다. 이 때문에 스탠더드 미사일-3 도입을 결정했는데 해상자위대는 스탠더드 미사일-3를 아타고급은 물론이고 곤고급에도 적절히 배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국은 ‘얇은 지갑’ 사정과 김대중 정부가 ‘MD에 가입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리는 바람에 스탠더드 미사일-2 가운데 가장 좋은 ‘블록 3 브라보’ 형을 도입했다.

[표1] 한·미·일 3국의 이지스함 비교
구분 한국 안용복급 일본 아타고급 미국 타이콘데로가급 미국 알레이버크급
일본 곤고급
미국 DDX
(차기 이지스 구축함)
길이 165.9m 165m 172.8m 155.1m 183m(스텔스형 함체)
21.4m 21.4m 16.7m 20.1m 24.6m
최대 만재t수 1만3500t 1만3000t 1만3000t 1만여t 1만8000t
(공식적으로는1만4500t)
최고속도 30노트 30노트 30노트 31노트 30노트
추진체 LM2500
가스터빈 4기
LM2500
가스터빈 4기
LM2500
가스터빈 4기
LM2500
가스터빈 4기
미공개
수직발사 미사일 128기 96기 128기 96기 80기 이상
대함미사일 16기 8기 8기 8기 미공개

   

한국 기동전단의 지휘함이 될 독도함 진수식. 이 배에는 13대의 헬기와 대대 규모의 해병대, 그리고 상륙전 장비가 실린다.

미국은 스탠더드 미사일 2형과 3형을 타이콘데로가급과 알레이버크급에 적절히 배분했다. 미국과 일본의 이지스함은 적기나 적의 순항 대함미사일은 물론이고 적이 쏜 탄도 미사일도 요격할 수 있으나 안용복함은 탄도 미사일을 요격하지 못한다. 대공 미사일 능력에서 안용복함은 한 수 처지는데 안용복함에는 80기의 스탠더드 미사일-2 블록 3 브라보가 실린다.

스탠더드 미사일을 보관하고 있다가 발사하는 수직발사대는 매우 정교한 장비다. 가장 유명한 수직발사대는 미국제인 Mk-41. 안용복함의 스탠더드 미사일도 Mk-41에 탑재돼 있다가 발사된다. 그런데 한국은 안용복함을 건조하면서 ‘KVLS(Korean Vertical Launching System)’라고 하는 한국형 수직발사대를 개발했다. KVLS에는 역시 안용복함을 건조하면서 개발한 한국형 대지 순항 미사일이 탑재된다.

 

對地 공격은 한국, 對空 능력은 日이 앞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대지공격용 순항 미사일은 미국제인 ‘토마호크’인데, 미국은 영국을 제외한 그 어떤 나라에도 이 미사일을 판매하지 않고 있다. 한국은 미국이 토마호크를 판매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일찌감치 파악하고 대지 순항 미사일 독자 개발 계획을 추진했다. 순항 미사일은 미사일기술통제체제인 MTCR의 규제품목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MTCR에 가입하기 전인 1990년대, 훗날 ‘현무-3’로 명명한 대지 공격용 순항 미사일 개발에 도전했다(한국이 MTCR에 가입한 것은 2001년).

북한이 무더기로 미사일을 발사한 직후인 지난해 7월, 윤광웅 당시 국방장관은 기자들에게 이 미사일 개발 성공 사실을 밝힘으로써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처음 개발한 ‘현무-3’는 지상에서 발사하는 순항 미사일이었다. 국방과학연구소는 이를 개량해 함정에서 발사하는 ‘현무-3’와 한국형 수직발사대인 KVLS도 개발해낸 것이다.

 

함정 발사용 현무-3와 KVLS의 개발 성공이 확실해지자 안용복함에 이 무기를 실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KVLS는 미국제인 Mk-41과는 다른 시스템이라 독자적으로 가동해야 한다. 독자적으로 가동하려면 32조의 KVLS를 실어야 하니 안용복함은 타이콘데로가급처럼 커지게 되었다. 함정용 ‘현무-3’의 성능은 미국의 토마호크보다는 약간 떨어지지만 큰 차이는 없다고 한다.

일본의 이지스함은 대지 공격용 순항 미사일을 전혀 싣지 않는다. 일본 헌법 9조는 ‘일본은 전쟁을 포기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자위대는 이 문구를 ‘공격용 무기 구비를 자제한다’는 것으로 해석한다. 방어용 무기는 구비할 수 있으나 공격용 무기를 구비하는 것은 위헌으로 보는 것. 자위대는 대함 미사일은 방어용으로 보고 마음대로 무장하나, 대지 미사일은 공격용으로 분류해 곤고급과 아타고급에 싣지 않았다.

따라서 대지 공격에서 안용복급은 미국의 이지스함에는 약간 뒤질 수 있으나 일본의 곤고급이나 아타고급보다는 월등히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안용복함에 실린 나머지 16조의 Mk-41 수직발사대에는 한국이 독자 개발한 장거리 대잠어뢰인 ‘홍상어’가 실린다. 어뢰에는 크게 잠수함에서 발사하는 ‘중(重)어뢰’와 수상함에서 쏘는 ‘경(輕)어뢰’가 있는데, 장거리 대잠어뢰는 경어뢰에서 발전해 나온 것이다.

 

한국의 국방과학연구소는 중어뢰인 백상어에 이어 경어뢰인 청상어 개발에 성공했다. 이 청상어에 로켓을 붙여 멀리 날아가게 한 것이 바로 ‘장거리 대잠어뢰’인 홍상어다.

안용복함에 실린 미국제 Mk-41 수직발사대에는 18㎞를 비행하는 국산 홍상어 16기가 탑재된다. 미국이 개발한 장거리 대잠어뢰는 ‘애스록(ASROC·Anti Submarine Rocket)’으로 불리는데, 미국과 일본의 이지스함에는 애스록이 실려 있다. 홍상어와 애스록의 성능은 대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안용복함, 대함전 능력도 1위

따라서 펀치력을 종합해보면 대공 능력에서는 미국과 일본의 이지스함이 비슷한 수준으로 앞서고, 한국의 안용복함은 그 뒤에 있다. 대지 공격에서는 미국의 이지스함이 가장 낫고, 근소한 차이로 한국의 안용복함이 따라가며, 일본의 이지스함은 한참 처져 있다. 장거리 대잠전 능력은 한국과 미국 일본이 비슷할 것으로 판단된다.

대함전 능력의 비교도 흥미롭다. 수상함끼리 싸우는 대함전에서는 갑판 위에 사선으로 설치한 대함미사일이 중요한 구실을 한다. 미국의 타이콘데로가급과 알레이버크급, 일본의 곤고급과 아타고급은 8기의 대함미사일을 탑재하나, 안용복함은 이보다 두 배 많은 16기의 대함미사일을 탑재한다.

   

충무공이순신급 구축함. 왼쪽 977대조영함, 오른쪽 976문무대왕함이 나란히 서 있는 모습

미국의 이지스함과 일본의 곤고급에는 미국제인 ‘하푼’ 미사일이 탑재돼 있으나, 아타고급에는 일본이 독자 개발한 ‘90식 대함미사일’, 안용복함에는 한국이 독자 개발한 ‘해성(海星)’ 대함미사일이 실린다. 소식통에 따르면 해성과 90식 미사일의 성능은 매우 뛰어나다고 한다. 한·미·일 이지스함에 탑재한 대함미사일의 성능은 비슷하다. 하지만 가장 많은 대함미사일을 탑재한 것은 안용복함이므로 안용복함의 대함전 능력이 가장 뛰어날 것으로 판단된다.

미사일이 개발된 후 주포 사격으로 싸우는 함포전은 사라지는 듯했으나, 최근 대함미사일만큼이나 멀리 날아가는 포탄이 개발되면서 주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요즘 나오는 대형 함정의 주포 구경은 대부분 5인치다. 안용복급과 아타고급 그리고 신형 알레이버크급에는 100㎞ 이상 날아가는 ‘연장유도탄(EXGM·Extended Guided Munition)’을 쏠 수 있는 최신형 5인치 주포가 한 문씩 탑재된다.

 

이 포탄은 GPS 유도를 받기 때문에 100여㎞를 날아갔음에도 정확히 목표물을 맞힌다. 주포의 능력에 있어 안용복함은 아타고급 및 신형 알레이버크급과 동급이다.

대함전 분야를 종합하면 안용복함은 미국과 일본의 이지스 함정을 제친다고 볼 수 있다. 이러니 안용복함은 아시아의 괴물을 넘어서 세계 최강의 전투함으로 꼽히는 것이다.

 

다음으로 살펴볼 것은 방어력 부문이다. 이지스함은 2중의 대공 방어체계를 갖고 있다. 공격해오는 적기와 적 미사일을 스탠더드 미사일로 1차 요격하는데 이것이 실패하면 CIWS(Close In Weapon System)라고 하는 ‘근접방어무기체계로’ 마지막 방어를 시도한다.

미국과 일본의 이지스함이 채택한 근접방어무기체계는 미국제인 ‘팔랑크스(Phalanx·그리스 군이 만들던 방진의 이름)’이다. 팔랑크스는 벌컨포처럼 ‘탄막(彈幕)’을 만들어 스탠더드 미사일 방어망을 뚫고 들어온 적기와 적 미사일을 떨어뜨린다. 미국과 일본의 이지스함은 팔랑크스 체계를 2기 탑재했다.

 

안용복함의 단거리 대공방어체계는 2중이다. 스탠더드 미사일 체계를 뚫고 들어오는 적기와 적 미사일은 미국제 단거리 대공미사일인 램(RAM) 체제로 요격을 시도한다. 그리고, 램 미사일 망이 뚫리면 팔랑크스와 비슷한 네덜란드제 ‘골키퍼’ 시스템으로 마지막 요격을 한다. 안용복함에는 램과 골키퍼 시스템이 각 1기씩 실려 있다.

전투함은 적 잠수함의 위협을 받으므로 먼저 적 잠수함을 탐지해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적 잠수함에서 나온 음파를 잡는 능력이 뛰어나야 한다. 잠수함에서 나온 음파는 멀리 갈수록 파장이 커지면서 미약해진다. 크고 약해진 음파를 잡으려면 소나의 수신기가 함정보다 커야 한다. 함정보다 큰 소나는 긴 줄에 수신기를 설치한 ‘견인 소나’다. 견인 소나를 끌고 다니는 전투함은 함체에 소나를 붙이고 다니는 전투함보다 잠수함 탐지 능력이 뛰어나다. 한국과 미국 일본 이지스함에는 견인 소나가 탑재되므로 세 나라 이지스함의 잠수함 탐지 능력은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적 잠수함은 대잠헬기를 띄워 추적할 수도 있다. 대잠헬기는 소나를 단 부이를 바다 곳곳에 떨어뜨려 적 잠수함을 추적한다. ‘플라이트(Flight) 1’으로 불리는 구형 알레이버크와 일본의 곤고급에는 헬기 격납고가 없다. 이지스 레이더의 시야를 가린다는 이유로 격납고를 만들지 못하게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타이콘데로가급과 ‘플라이트 2’로 불리는 신형 알레이버크급, 그리고 안용복급과 아타고급에는 2대의 헬기를 싣는 격납고가 있다. 안용복함의 대잠 탐지능력은 아타고급 및 신형 알레이버크와 함께 최고라고 할 수 있다.

 

최신 이지스 체계 탑재

함정의 위력은 ‘시력’으로도 비교해볼 수 있다. 많은 무장을 탑재한 전투함도 시력이 나쁘면 적에게 먼저 탐지돼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수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지스 체계는 ‘베이스 라인’으로 구분한다. 1983년 실전 배치된 최초의 이지스함인 타이콘데로가함에는 ‘베이스 라인 1’의 이지스 체계가 실렸다. 수직발사대를 채택한 ‘베이스 라인 2’는 여섯 번째 이지스 순양함인 ‘벙커힐함’에 최초로 채택되었고, 13번째 이지스 순양함인 ‘프린스턴 함’부터는 대공방어 능력을 강화한 ‘베이스 라인 3’이 실렸다. ‘베이스 라인 4’를 처음 실은 것이 알레이버크 구축함이다. 일본의 곤고급은 알레이버크함을 모방한 것이라 베이스 라인 4가 실렸다.

통합 전술통제 네트워크가 강화된 ‘베이스 라인 5’는 미 해군의 일곱 번째 이지스 구축함인 ‘밋처함’에 실렸고, 슈퍼컴퓨터를 결합시킨 ‘베이스 라인 6’은 미국의 28번째 구축함인 ‘오스카 오스틴 함’에, 그리고 SPY-1D 레이더를 탑재함으로써 미사일방어 체계와 연동할 수 있는 ‘베이스 라인 7’은 미국의 41번째 구축함인 ‘핀크니함’부터 올리게 되었다.

   

 

안용복함은 아타고급과 함께 베이스 라인 7을 발전시킨 ‘베이스 라인 7.1’을 실었다. 그러나 한국은 탄도탄을 요격하는 스탠더드 미사일-3을 구입하지 않았으므로, 안용복함은 탄도미사일을 추적만 할 뿐 요격하지 못한다. 이러한 안용복함의 약세는 스탠더드 미사일-3을 구입해 탑재하는 순간 바로 만회할 수 있다.

베이스 라인 1~3이 실렸다고 해서 타이콘데로가급을 우습게 볼 수는 없다. 타이콘데로가급은 수리나 정비를 할 때마다 새로 개발한 이지스 체계로 개조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개량해도 원판 자체가 구형인지라 타이콘데로가급의 이지스는 베이스 라인 7.1로 나온 안용복이나 아타고급의 이지스를 능가하기는 어렵다.

종합하면 안용복함은 덩치와 시력, 대함전 대잠전에서는 최고이고 대지전과 대공전에서는 2위다. 네 분야에서 1위이고 대지전과 대공전 분야에서만 근소한 차이로 2위를 기록했으니, 종합점수로 따지면 안용복함은 1위일 수 있다.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강한 전투함을 갖게 됐다는 것은 뒤집을 수 없는 분명한 사실이다. 미국이 차기 이지스 구축함인 DDX를 내놓기 전까지 안용복함은 절대 강자로 군림할 수 있다.

그러나 안용복함의 세계 1위는 조만간 거센 도전을 받을 전망이다. 미국은 안용복급보다 크고 스텔스 기능이 좋은 DDX 줌왈트급을 개발하고 있다. 일본도 올해 8월과 2009년 진수를 목표로 최대 만재 t수가 1만8000t에 이르는 헬기구축함 2척을 건조하고 있다. 일본은 대외적으로는 이 배의 만재t수를 1만3000t으로 발표했다.

 

순양함급인 日 16DDH

일본도 배 이름은 진수할 때 공개하므로 이 배의 이름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올해 일본 왕의 연호는 헤이세이(平成) 19년인데, 일본은 제1번 헬기구축함 사업을 헤이세이 16년에 시작했다. 구축함(Destroyer)을 뜻하는 영문 약호는 DD이고 헬기 약호는 H이므로, 일본은 잠정적으로 이 배를 16DDH로, 2번함은 18DDH로 부르고 있다. 16DDH급은 아타고급 이지스 구축함과 더불어 일본 해상자위대 전력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킬 전망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전 일본 해군은 ‘8·8함대’를 자주 구성했다. 전함 8척에 순양함 8척으로 함대를 만드는 것인데, 해상자위대는 전투함 8척에 항공기 8기인 8함8기(八艦八機) 체제로 8·8함대란 이름을 부활시켰다.

해상자위대는 근해를 지키는 5개의 해역함대(일본식 표현은 地方隊)와 먼 바다에 나가 작전하는 1개의 호위함대를 갖고 있다. 한국식 표현으로는 기동함대에 해당하는 것이 호위함대인데, 호위함대는 다시 4개의 호위대군(護衛隊群)으로 나뉜다. 이 호위대군이 바로 8·8함대로 편성돼 있다.

일본이 갖고 있는 4개의 8·8함대는, 2대의 헬기를 싣는 5000t급 일반 구축함 1척에, 헬기를 싣지 않은 곤고급 이지스 구축함 1척, 그리고 1대의 헬기를 싣는 3000~4000t 일반 구축함 6척으로 구성돼 있다. 8척의 배 가운데 지휘함은 곤고급 이지스 구축함이 아니라 ‘시라네(白根) 급’으로 불리는 2대의 헬기를 싣는 5000t급의 일반 구축함이다.

일본은 16DDH급을 네 척 건조해 시라네급을 대체한다. 그리고 1대의 헬기를 싣는 일반 구축함 1척을 2대의 헬기를 싣는 아타고급 이지스 구축함으로 교체한다. 이러한 교체가 마무리되면 호위대군은 1만8000t급 헬기구축함 1척에, 이지스 구축함 2척, 그리고 일반 구축함 5척으로 바뀌게 된다. 배 척수는 8척으로 동일하나 헬기는 10기가 늘어나 18기가 된다. ‘8·18함대’가 탄생하는 것이다.

8·18함대는 미 해군의 7함대와 견줄 수 있다. 미 7함대의 전력은 대단한 것 같지만 수상전단의 평시 전력은 해상자위대보다 압도적으로 크지 않다. 평시 미 7함대 수상전단은 지휘함을 맡은 1만9000t급의 대형 상륙함(LCC) 1척에, 10만t급 항공모함 1척, 타이콘데로가급 이지스 순양함 2척, 알레이버크급 이지스 구축함 5척, 그리고 4100t급의 이지스 호위함 2척 등 11척으로 구성돼 있다.

대형상륙함과 항공모함을 제외하면 전부 이지스 체계를 올린 전투함이고, 10만 t급의 항공모함은 헬기가 아닌 고정익기를 80여 대 싣고 있는 것이 대단하지만, 7함대의 함정 수는 일본 호위대군에 비하면 그리 많다고 볼 수 없다. 네 개의 호위대군을 더한 호위함대는 현재 전력만으로도 4척의 이지스 구축함을 포함한 32척의 전투함에 32기의 헬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16DDH보다 큰 한국의 독도함급

미일 함대 차이는 해상자위대의 새로운 호위대군 편성이 완료되면 더욱 좁혀질 것이다. 8·18함대 4개를 가진 해상자위대가 16DDH급 4척에 곤고급 4척, 아타고급 4척만 뽑아내 12척으로 특별 함대를 만든다면, 이 특별 함대는 12의 정예 함정에 52기의 헬기(11기를 싣는 16DDH급이 4척이니 44기, 2기를 싣는 아타고급이 4척이니 8기로 도합 52기)를 실은 강력한 함대가 된다.

   

 

7함대는 미 해군의 5개 함대 가운데 중간 정도의 전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하와이를 모항으로 한 3함대나 버지니아 주 노퍽을 모항으로 한 2함대 전력은 7함대보다 3배 이상 강력하다. 따라서 일본 호위함대가 7함대에 필적한다고 해서 미 해군력을 가볍게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일본 해군력이 7함대에 필적하다보니 미국은 일본 위에 군림하지 않고 일본을 인정하며 일본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한다는 점은 눈여겨봐야 한다.

제2차 세계대전 때 태평양의 제해권을 놓고 미 해군과 일합을 겨룬 일본 해군은 아타고급과 16DDH를 갖춤으로써 동북아의 맹주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일본의 아타고급에 대해 안용복급으로 대응한다면 16DDH급은 어떤 배로 대응할 것인가. 그 대답은 2005년 진수해 올해 실전 배치할 대형 상륙함인 ‘독도함’에서 찾아야 한다. 한국 해군은 독도함의 만재 t수를 16DDH보다 약간 큰 1만3500t으로 발표했으나, 독도함의 최대 만재 t수는 1만9000t 정도라고 한다.

 

덩치가 큰 만큼 독도함은 16DDH보다 많은 헬기를 싣는다. 독도함은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비행갑판 밑의 격납고에 4대, 갑판에 7대, 도합 13대의 중형 헬기를 탑재한다. 독도함과 16DDH는 비슷한 수준의 관제 시설과 근접방어무기체계를 탑재하고 있다.

그러나 독도함은 대형 상륙함으로 건조됐기에 최대 속도가 23노트로, 30노트인 16DDH에 비해 느리다. 또 16DDH는 수직발사기를 갖추었고 어뢰도 탑재하나 독도함은 이러한 무장을 갖추지 못했다. 하지만 독도함에는 1개 대대의 해병대와 2척의 공기부양정을 탑재하므로 상륙전을 펼치는 데는 유리하다.

 

한국 해군은 독도급 3척을 보유할 계획인데 독도급은 각 기동전단의 지휘함이 된다. 한국 해군은 독도급과 안용복급 건조가 완료될 무렵 기동함대 구성을 고민한다. 일반적인 예상은 독도급 1척에 안용복급 1~2척, ‘충무공 이순신급’으로 불리는 2차 한국형 구축함(KD-Ⅱ) 4~5척, 그리고 ‘천지(天池)급’ 한국형 군수지원함 1척 등 도합 8척으로 된 기동전단 세 개를 만들어 이것으로 기동함대를 만든다는 것이다.

각각의 기동전단에는 20~22기의 헬기가 실린다(독도급 13기+안용복급 2~4기+5척인 충무공 이순신급에 5기=20~22기). 8·20 또는 8·22 함대가 구성되는 것이다. 이 함대 3개로 기동함대를 구성하니, 기동함대 전체는 24·60 또는 24·66 함대가 된다. 이 기동함대에서 독도급 3척과 안용복급 3척, 천지급 군수지원함 1척을 뽑아내 특별 함대를 만든다면, 이 특별 함대는 7척의 함정에 45대의 헬기를 가진 강력한 수상 전투단이 된다.

한국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는 독도함급과 안용복급, 16DDH와 아타고급을 양 날개로 삼아 항진하고 있다. 이러한 두 나라를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 중국 해군이다. 일반인은 중국 해군력이 한국은 물론이고 일본보다 앞설 것으로 생각하지만, 현실은 반대다. 냉전 시절 구 소련의 해군력이 미 해군력을 앞선 것으로 잘못 알려졌던 것과 같은 현상이 중국과 한일 해군이 맞선 지금의 동북아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중국의 응전

중국 해군력이 약하다는 사실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은 중국 당국이다. 중국에서는 우크라이나에서 도입한, 구 소련 시절 건조하다 만 중형 항모 ‘바략’을 토대로 항모를 만들자는 등 여러 방안이 논의돼왔다. 3월6일 중국 언론은 전국인민대표대회에 참석한 인민해방군 대표가 “2010년 항모 건조가 완료될 것이다. 2016년까지 러시아와 공동으로 3척의 항모를 짓는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발언은 한국의 독도함과 안용복함, 일본의 16DDH와 아타고급 도입에 자극 받은 것일 수 있다.

 

지금 한국 해군은 충무공 이순신 이후 가장 강력한 힘을 갖추었다. 그러나 이러한 도약은 뜻밖의 ‘복병’을 만나 주춤하고 있다. 안용복함과 독도함을 주축으로 한 기동전단이 만들어진다면, 이 전단은 연료와 식량을 보급받고 수리도 받는 ‘둥지’를 가져야 한다. 기동전단은 한국의 해양수송로 방어를 주 임무로 하므로 원양(遠洋) 출동이 편리한 제주도를 모항으로 해야 한다. 그러나 기동함대(또는 기동전단)의 제주 모항 건설은 제주도민의 이해관계와 제주 지도층의 리더십 부재로 인해 진전을 보지 못하고 꽉 막혀 있다.

일부 제주도민과 사회단체들은 “제주도에 기동전대나 기동전단용 항구를 짓는 것은 평화의 섬으로 지정된 제주도를 망치는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미 해군과 공군기지가 있는 하와이와 괌은 세계적인 관광지로 발전했음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일부 사회단체는 “해군기지가 들어오면 제주도의 관광산업이 망한다”며 제주도민을 선동해왔다. 하지만 여론조사를 해보면 제주도민의 반수 이상인 ‘침묵 하는 다수’가 해군기지 건설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오고 있다.

 

독도함의 실전 배치와 안용복함 건조 추세로 본다면 제주기지 건설은 3~4월 중에 결정되어야 한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사람은 제주도지사다. 그러나 제주도지사는 선거법 위반으로 유죄를 선고받고 상고한 상태라, 이 문제 해결에 대해 큰 관심을 쏟지 않고 있다. 세계 최강의 전투함을 만들어놓고도 모항을 짓지 못하는 답답한 우리나라 현실에 대해 전략가들은 “이순신이 통탄할 일이다”라며 안타까워한다.

[표1] 한·미·일 기동함대 지휘함 비교
구분 한국 독도함 일본 160DDH 미 7함대 블루리지함
길이 199m 197m 190m
31m 32m 32m
최대 만재 t수 1만9000t 1만8000t 2만 여t(공식적으론 1만9000t)
최고속도 23노트 30노트 23노트
탑재헬기 수 13대 11대 3대 이상

   

함정 이름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
‘홍순칠함’ ‘단군함’ ‘해모수함’ ‘주몽함’ 명명으로 일본과 중국 공세에 맞서야


왜 제1번 한국형 이지스 구축함은 안용복함으로 명명됐을까? 이 물음에 대해 기자는 할 말이 많은 사람이다. 기자가 안용복을 함정 이름으로 하자고 제의했기 때문이다. 안용복은 1693년 일본에 끌려갔다가 지금의 도쿄(東京)인 에도(江戶)에서 막부를 이끄는 일본의 최고 실력자 도쿠가와 쓰나요시(德川綱吉)를 만나 ‘울릉도는 조선 땅’이라고 쓴 서계(書啓)를 받아옴으로써 울릉도와 독도를 지켜낸 사람이다
기자는 안용복을 함정 이름으로 하자는 것을,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과 일본이 이지스함에 붙인 이름을 보면서 생각해냈다. 먼저 일본의 해상자위대가 이지스 구축함에 어떤 이름을 붙여왔는지부터 살펴보기로 하자. 지금부터 1세기 전 일본은 동북아와 태평양 지역의 패권을 잡고 대한제국(조선)을 식민지로 만든 적이 있다. 그들은 반세기 후 태평양과 동아시아 패권을 놓고 미국과 건곤일척의 승부를 벌였다.
해상자위대는 실전 배치한 4척의 이지스 구축함(곤고급)과 시험운항 중인 2척의 이지스 구축함(아타고급)에 일본 명산 이름을 붙였다. 제1번 이지스함 이름인 ‘곤고’는 한국어로 읽으면 금강(金剛)인데, 이 이름은 오사카(大阪)부와 나라(奈良)현 사이에 있는 곤고산(金剛山)에서 따왔다. 제2번함 이름인 ‘기리시마(霧島)’는 가고시마(鹿兒島)와 미야자키(宮崎)현 사이에 있는 화산군(群)의 총칭이다.


3번함 이름인 ‘묘고(妙高)’는 니가타(新瀉)에 있는 2446m 높이의 묘고산에서 따왔다. 4번 함명인 조카이(鳥海)는 아키타(秋田)와 야마가타(山形)현 사이에 있는 2237m의 화산 이름이다. ‘아타고(愛宕)함’은 교토(京都) 북쪽에 있는 높이 924m의 산 이름에서 따온 것이고, ‘아시가라(足柄)’는 가나가와(神奈川)현에 있는 759m의 산 이름이다.
6척의 이지스함 이름 가운데 3개는 세 번째로 다시 쓰인 것이고, 3개는 두 번째로 부활했다. 세 번째로 부활한 이름이 곤고와 조카이·아타고인데, 제1대 곤고와 조카이·아타고는 19세기 후반인 메이지(明治) 시절 건조돼 대한제국을 식민화한 계기가 된 청일전쟁(1894년)과 러일전쟁(1905년)에 참전했다.


기록에 따르면 제1대 곤고는 1878년 영국에서 철골 구조에 나무 외피를 입히고 13㎝짜리 주포 3문을 단 2248t짜리 순양함으로 건조됐다. 그로부터 10년 뒤인 1888년 21㎝ 주포 문을 단 614t짜리 포함(砲艦)이 실전 배치되면서 (제1대) ‘아타고’란 이름을 얻었다. 그리고 1년 후 똑같은 포함이 실전 배치되면서 (제1대)‘조카이’로 불리게 되었다. 세 함정은 1910년을 전후한 시기 폐함되었다. 러일전쟁 직후만 해도 해군력을 좌우하는 것은 주포였다. 강력한 주포를 달려면 큰 배가 필요하므로 거함거포(巨艦巨砲)주의’의 물결이 퍼져 나갔다. 1913년 일본 해군은 당시로서는 세계에서 가장 큰 36㎝(14인치) 주포를 8문이나 단 2만7000t짜리 ‘순양전함(巡洋戰艦)’을 영국에서 건조해 실전 배치하면서 곤고로 이름지었다. 2대 곤고함이 탄생한 것.


그리고 일본에서 같은 형의 순양전함 3척을 더 건조했는데, 마지막인 제4번함으로 건조한 것이 기리시마함이다. 제1대 기리시마는 제2대 곤고와 동형인 2만7000t급 순양전함의 이름이 된 것이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일본을 비롯한 승전국들은 또다시 일어날지도 모를 큰 전쟁에 대비해 거포를 탑재한 거함 건조 경쟁을 벌였는데, 이 경쟁이 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경각심에 따라 각국이 건조하는 함정 크기를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1921년 주요 국가 대표들이 워싱턴에 모여 각국이 건조하는 함정의 t수를 제한하는 조약을 체결했다(워싱턴조약).
워싱턴 조약이 발효한 다음인 1927년 일본은 20㎝ 주포 10문을 달고 최고 35.5노트(시속 약 64㎞)로 달릴 수 있는 1만t급의 중순양함을 진수하며 ‘묘고’(제1대)로 이름 붙이고, 이어 같은 형의 중순양함을 건조해 ‘아시가라’(제1대)로 명명했다. 1932년을 전후한 시기엔 묘고함과 거의 비슷한 20㎝ 주포 10문을 달고 최고 35.5노트로 달릴 수 있는 9850t급의 순양함을 건조하면서 아타고와 조카이란 이름을 붙였다. 제2대 아타고와 조카이가 탄생한 것이다.

2차대전 참전한 군함 이름
중일전쟁을 계기로 제2차 세계대전의 기운이 높아지자 일본 해군은 상대적으로 구식인 2대 곤고와 1대 기리시마를 개조해 3대의 수상정찰기를 싣고 30노트(시속 54㎞)로 달릴 수 있는 고속전함으로 만들었다.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일본은 이 6척의 배를 일제히 참전시켰다.
1대 기리시마함은 1941년 12월 진주만 공격에 참전했고, 2대 곤고함과 2대 조카이함은 일본이 그렇게 갖고 싶어한 네덜란드령 인도네시아 공격에, 1대 묘고함은 필리핀 공략에 참전했다. 2대 아타고함은 제2함대 지휘함으로, 1대 묘고는 제5전대 지휘함으로, 아시가라는 남서방면 함대의 지휘함으로 활동했다. 그러나 말로는 비참했다. 묘고함을 제외한 5척은 전쟁 중 침몰하고, 묘고함은 전쟁이 끝난 후 영국 해군에 의해 수장(水葬)되고 말았다.
그로부터 반세기가 지난 1993년부터 일본 해상자위대는 곤고를 필두로 태평양으로 사라진 함정의 이름을 새로 진수한 이지스함에 붙이기 시작했다. 한국을 식민지로 만든 시기에 활약한 함정 이름을 되살린 것이다. 구 일본 제국의 영광을 재현하자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할 것이다.
일본이 이지스 구축함을 진수할 때인 2005년, 시마네(島根)현 의회가, 독도를 그들의 영토인 다케시마(竹島)로 편입한 지 100년을 맞았다며 2월22일을 ‘다케시마의 날’을 제정했다. 그로 인해 한국에서는 일본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매우 높아졌는데, 이러한 때 기자는 김래주씨가 안용복 실화를 토대로 쓴 소설 ‘대조선인 안용복’을 읽었다.
   

 

자칭 ‘우산도 감세관’ 안용복
안용복은 생몰연대도 확인되지 않는 평민이다. 지금은 부산 지역인 동래부 출신의 안용복은 동래수군에 들어가 전선(戰船)의 노를 젓는 ‘능노군(能櫓軍)’으로 활동했다. 그리고 동래에 있는 왜관(倭館·왜인들 관사)에 드나들며 일본말을 익힌 것이 그의 젊은 시절에 대해 알려져 있는 것의 전부다.


조선은 태종 때인 1417년부터 섬에 사는 사람을 불러들여 섬을 비우는 ‘공도(空島) 정책’을 취했다. 고려 말부터 심각한 피해를 주는 왜구 때문이었다. 왜구는 섬을 기지 삼아 조선의 해안을 침략했다. 조선 조정은 왜구의 근거지를 없앨 생각으로 공도 정책을 택한 것.
대신 조선 조정은 무장 병력이 일정기간마다 섬을 둘러보는 ‘순시·수토(巡視搜討)’ 제도를 채택했다. 이로써 비워 놓긴 했지만 조선의 영토임을 재확인하고, 섬에 살고 있는 주민이 있으면 잡아들였다. 이러한 정책이 유지되던 1693년, 안용복은 박어둔(朴於屯)과 함께 울릉도로 고기잡이를 갔다가, 일본 어민들이 울릉도에 들어와 있는 것을 보고 분개해 싸우다 붙잡혔다. 일본으로 끌려간 안용복은 굴하지 않고 유창한 일본어로 “울릉도에 왜 왜인들이 들어와 있느냐”고 주장했다. 이 주장이 에도에 알려져 막부에서 관심을 가졌다.


당시는 임진왜란이 끝난 지 100여 년이 지난 때라 에도 막부는 조선과 마찰을 일으키는 것을 피하려 했다. 그래서인지 에도 막부를 이끄는 도쿠가와 쓰나요시는 ‘울릉도는 조선 땅’이라고 쓴 서계를 안용복에게 주었다. 그러나 조선으로 돌아오던 안용복은 이 서계를 쓰시마 도주(島主)에게 빼앗겼다고 한다.
1696년 안용복은 다시 울릉도로 나가 고기잡이를 하다 일본 어선이 침입하자 물리치고, 스스로 ‘울릉도와 우산도(독도)의 세금을 지키는 감세관(鬱陵于山兩島監稅官)’을 자처하며 울릉도와 독도를 지켰다. 안용복이 울릉도와 독도에서 일본 어선의 조업을 제한하자 일본이 조선 조정에 불만을 표시했다.


그러자 조선 조정은 안용복을 잡아들여 ‘사사로이 국제 문제를 일으켰다’는 이유로 사형에 처하려 했다. 이때 영의정인 남구만이 그의 뜻을 높게 보고 구명에 나선 덕에 귀양을 가는 데 그쳤다. 그리고 1697년 대마도주가 ‘울릉도는 조선 땅’임을 인정하는 서계를 보내옴으로써 조선과 일본은 울릉도 영유권 분쟁을 끝냈다.
이러한 내용을 파악한 기자는 독도 영유권 문제가 시끄러우니 새로 짓는 함정에 안용복이란 이름을 붙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우연히 우리나라 함정에 붙은 인명은 전부 귀족이나 왕족 출신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평민 출신은 장보고 한 명인데, 장보고도 청해진 대사로 활동하던 시절에는 신라 왕실과 사돈을 맺으려고 할 정도의 귀족으로 활동했다.
평민도 나라를 지키기 위해 싸웠는데 왜 이들은 합당한 영예를 얻지 못하는가. 시마네현 의회의 결의로 독도 영유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으니, 안용복이란 평민을 부각시켜야한다, 의병은 육전(陸戰)에서는 나올 수 있어도 해전(海戰)에서는 나오기 어려우니, 안용복을 반드시 함정 이름으로 붙여야 한다, 그런 생각을 했다.


그 시기 한진중공업은 CH-60 중형 헬기 13대를 싣는 대형 수송함(LPH) 건조를 끝내가고 있었다. 기자는 이 배를 안용복함으로 명명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때마침 윤광웅 국방장관이 전화를 걸어왔다. 당시 기자는 윤 장관이 이끄는 국방부를 비판하는 기사를 많이 썼는데, 윤 장관은 그것이 마음에 걸려 전화를 걸어온 듯했다.
인사를 끝낸 다음 기자는 그의 말문을 막을 겸 다짜고짜 “장관님 다음에 건조하는 함정엔 독도 영유권 문제가 시끄러우니 독도와 울릉도를 지켜낸 평민 안용복의 이름을 붙이면 어떻겠습니까”라고 제의했다. 윤 장관은 엉뚱한 제의에 당황해하면서도 “좋은 아이디어네요”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얼마 후 국방부에서 “곧 건조하는 대형 수송함을 안용복함으로 명명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런데 해군에서 바로 반대의견을 표시했다. 해군은 수송함에는 산봉우리 이름을 붙여왔는데, 안용복은 산봉우리 이름이 아니라는 것을 이유로 제시했다. 그러나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대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했으므로 ‘독도도 산봉우리다’는 의견이 대두돼, 이 배는 ‘독도함’이란 이름을 얻었다.

독도함 명명에 반발한 일본
대형 함정 건조 같은 큰 행사에는 우방국 무관이 참관해 축하도 하고 정보도 수집하는 것이 관례다. 그런데 일본측은 독도함이라는 이름을 붙인 데 불만을 표시하며 독도함 진수식에 무관단을 보내지 않았다. 일본의 정부 대변인인 호소다 히로유키(細田博之) 관방장관은 공개석상에서 한국 해군이 독도함이란 이름을 사용한 데 대해 불만을 표시했다.
독도에 밀리긴 했지만 ‘평민 안용복’은 노무현 정부와 코드가 맞는 이름이기에 사라지지 않았다. 독도함 진수식이 있기 두 달 전인 2005년 5월4일 현대중공업에서 제2차 한국형 구축함(KDX-Ⅱ) 제4번함인 왕건함 진수식이 열렸다. 이 행사가 있기 전 여러 언론은 ‘국방부가 KDX-Ⅱ 제4번함을 안용복함으로 명명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서도 해군측은 ‘안용복은 명장도 명군도 아니다’라는 논리로 반대했다.


국방부는 또 한 번 후퇴했다. 그리고 바로 “새로 만드는 KDX-Ⅲ에는 명장이나 명군이 아닌 애국 서민의 이름을 붙이겠다”고 발표했다. 국방부는 그 후보로 안용복과 1967년 베트남전에서 적과 교전하다 전사한 의무부사관 지덕칠 하사, 그리고 2002년 서해교전 때 북한 경비정의 기습공격을 받아 분전하다 전사한 357 고속정 정장 윤영하 대위를 제시했다.
KDX-Ⅲ에는 새로운 룰로 만든 이름을 적용할 수 있으므로 해군도 더는 반대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안용복은 군사 마니아들 사이로 빠르게 퍼져 나갔는데 “가장 값비싼 함정이자 최초의 이지스함에 독도와 울릉도를 지켜낸 평민 이름을 붙인 것은 잘한 것이다”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안용복이 이지스함의 이름으로 확정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절차를 거쳐야 하나 현재로서는 뒤바뀔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인다.
35년간 식민지의 설움을 당한 한국이 일본에 똑같은 보복을 할 기회는 여간해선 오지 않을 것이다. 한국이 일본의 식민지가 된 것은 국력이 현저히 약했기 때문이므로 한국은 일본과의 국력 차이를 줄이는 데 매진하여야 한다. 한국이 일본에 먹히지 않고 제대로 대접받는 방법 가운데 하나가 강한 해군력을 갖는 것이다. 일본 해상자위대 전력의 70~80%에 이르는 해군력을 갖는다면 일본은 물론이고 미국·중국도 한국을 무시할 수 없다. 이러한 인정은 독도 영유권을 굳히는 것으로 작용한다. 독도 영유권을 굳히고 해군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힘없던 시절 안용복처럼 독도를 지켜낸 의병을 발굴해야 한다.

마지막 의병 홍순칠을 함정 이름으로
안용복을 함정 이름으로 제시한 기자는 또 한 명의 의병을 함정 이름으로 내놓고자 한다. 6·25전쟁이 끝나가던 1953년 일본은 여러 차례 독도에 상륙해 다케시마가 그들의 영토임을 주장했다. 1954년 4월이 되자 상이군인으로 제대한 울릉도 청년 홍순칠(洪淳七·1929~86)이 참전했다 돌아온 울릉도 청년 30여 명을 모아 독도의용수비대를 만들었다. 그리고 김종원 당시 경북 경찰국장 등의 도움으로 무장을 갖추고 독도에 들어가, 일본인들의 독도 상륙을 막는 수비대로 활동했다.


독도에 무장 병력이 주둔한다는 사실을 안 일본은 쉽게 독도에 접근하지 못했다. 그러다 1954년 10월23일, 제8해상보안청 소속 순시선 3척을 동원해 접근해 왔다. 이를 발견한 독도의용수비대는 박격포와 기관총 세례를 퍼부어 16명의 해상보안청 요원을 사상케 했다(당시 NHK 라디오 방송 근거). 이 사건 이후 일본은 독도에 발을 들여놓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외교적으로만 아우성을 쳤다. 당시 한국은 일본에서 청구권 자금을 받아 경제개발을 할 생각이었는데 일본은 차일피일 한일협상을 미루며 독도의용수비대를 없애라고 요구한 것. 이에 이승만 정부는 1955년 말 독도의용수비대를 철수해 일본의 요구를 들어주는 척하며, 경찰을 파견해 독도를 지키게 함으로써 독도 영유권을 보다 확실시했다. 홍순칠씨는 전쟁 후유증으로 정신이 없던 시절 독도 영유권을 확고하게 지켜낸 마지막 의병이다.


그의 이름을 함정 이름으로 쓴다면 일본은 또다시 불편해할 것이다. 그러나 독도함 사례에서 보듯 반발은 일과성으로 끝나고 만다. 그러는 사이 한국의 해군력이 비약적으로 발전한다면 일본은 독도가 한국 영토라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된다.
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거의 모든 나라는 ‘국수적’이라고 할 정도로 애국자 이름을 함정에 붙이고 있다. 요즘 중국의 동북공정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러한 때 단군과 해모수, 주몽, 온조, 박혁거세, 주몽의 두 번째 부인이자 온조의 어머니인 소서노 등을 함정 이름에 붙인다고 발표할 수는 없을까? 함정은 국민의 애국심을 필요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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