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가 녹은 호수들
지상에서 가장 큰 나라 캐나다는
수백만 개의 호수가 곳곳에서 출렁인다
형형색색의 물빛이 호수마다 신비롭게 떠 있다
그 아름다움은 언어로 표현할 수가 없다
이토록 수많은 호수는 수백만 년 전에
거대한 빙하운동에 의하여 패인 웅덩이다
그 차가운 얼음 덩어리가 녹으면서
계곡과 산맥 들판과 능선 위에 살아났다
세계 도처에서 끝이 없는 관광객이
화려한 호수를 보기 위하여 몰려온다
한 인간이 태어나기 위하여
수천 수만 년이 흘러왔다
태고부터 인간 정신 속에
얼마나 많은 빙하기가 있었을까
거대한 얼음 바다가 누워 있을 때
지구는 작렬하는 태양열에 녹아버리고
바다 같은 호수가 태어나기 시작했다
햇빛이 없다면 세상은 온통 얼음판이다
겨울에 호숫가를 산책하노라면
호수 변은 견고한 얼음 바위가
차갑게 어깨동무하며 버티고 있다
망치로 내리 쳐도 잘 깨지지 않는다
그러나 봄이 오면 얼음덩이는 저절로 녹는다
저 캐나다 호수들이 자연스럽게 녹았듯이
인간정신이 아직도 빙하기에 머물고 있다
문명은 발전되었지만 냉랭한 곳이 많다
마치 북극과 남극이 존재하는 것처럼
시베리아와 같은 의식으로 사는 자가 허다하다
겨울 돌멩이처럼 굳어져서 사는 자가 허다하다
호수는 감동이요 감격이다
호수는 충만한 율동이다
흐르는 생명이요 넘치는 신기다
감동이 없고 감격이 없는 자는 빙하인간이다
자기 것만 챙기는 자는 얼음 인간이다
온화한 햇살을 외면한 인간은
아직도 영하의 존재다
이제 빙하기는 지나갔다
뜨거운 태양이 공간에서 춤을 춘다
가슴의 커튼을 제치면 속이 녹아버린다
언제까지 겨울 속에서 웅크리고 있을 것인가
창문을 열어 저 황홀한 햇살에 녹아 호수가 되라
下磨記 : 더위와 얼음
주역에 화수미제와 수화기제라는 괘가 있다
이열치열로 마음의 시원함을....
드러난 인간 숨은 인간
씨앗은 숨은 나무요
가지는 드러난 나무다
중력은 숨은 기운이요
바람은 드러난 기운이다
창자 오장육부는 숨은 육체요
손발 이목구비는 드러난 육체다
하나님(一者)은 숨은 생명이요
인간은 드러난 생명이다
밤은 숨은 우주요
낮은 드러난 우주다
한 사람 속에 숨은 것이 있으며
한 사람 속에 드러난 것이 있다
보이지 않는 것과 보이는 것이
공존하여 사는 존재가 한 인간이다
(一卽多 多卽一 內外共存)
보이지 않는 내면은 더욱 신비롭고 깊다
보이는 것은 유한하고 제한적이다
숨은 것은 드러난 것을 품고 있다
마치 씨앗이 나무를 품고 있듯이
너는 어디에 치중하며 살고 있는가
행위와 결과에 집중하고 살아가는가
성공과 명예와 부를 위하여 살아가는가
그렇다면 너는 드러난 것에 사는 존재다
자기와 싸우며 내면의 자아를 바라보며
누구도 강요하지 않는 자기만의 고통으로
몸부림치며 살아가고 있는 사람은
숨은 세계에 치중하는 존재다
이 세상은 드러난 것에 너무 비중을 둔다
정치도 경제도 문화도 교육도 드러난 것에
몰두하고 강조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그러나 내면과 외면은 균형을 잡아야 한다
세상은 지나치도록 드러난 외형나무에 몰두한다
언젠가는 수분 없는 땅이 말라버리고 말 것이다
오존층이 파괴되고 아마존이 오염되고 있다
지구의 허파와 심장이 파손되어 가고 있다
겉만을 치장하려는 인간의 무지의 결과다
이제 숨은 세계를 향하여 고개를 돌려라
균형이 깨지면 드러난 세계도 깨지고 만다
숨은 것은 드러난 것의 자궁이요 어미다
수도는 너의 행위의 씨앗이요 비밀이요 뿌리다
歲月風波
파도 홀로 노래할 수가 없다
물결 홀로 울부짖을 수가 없다
바다는 바람을 늘 등에 지고 살며
바람은 중력을 늘 뿌리로 삼는다
피리 홀로 소리를 낼 수가 없고
북이 홀로 웃을 수가 없다
바람이 불어야 파도가 춤추고
바람이 불어야 물결이 노도 한다
숨이 토해져야 피리가 노래하며
센 기운이 내리쳐야 북이 울린다
인간은 파도요 그분은 바람이다
세상은 물결이요 신령은 기류다
얕은 물가에서는
외형의 바람에 흔들리지만
깊은 물은 내면의 바람에 요동한다
사람들은 바깥바람을 잘 타지만
내면의 바람은 불어도 느끼지 못한다
내면의 바람은 고통이요 아픔이다
고통과 아픔은 너희의 魂을 흔든다
고통과 아픔을 타는 사람은 흔치 않다
고통은 너희에게 더 깊은 노래를 준다
그러나 모두다 도피하려고 한다
고통의 바람을 도피할 때
인간은 깊은 자각을 놓치고 만다
자각은 내적 파도의 흔들림이다
그 흔들림 속에서 인간은 성숙되며
그 흔들림 속에서 인간은
불멸의 세계를 경험하게 된다
아름다운 해변의 물살을 경험할 때
너희 내면의 바람을 의식하라
바람이 왜 부는가
아무도 모른다
하나,둘, 셋님(天地人)이 왜 존재하는가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늘 요동하며
우리는 늘 불안의 갈대처럼 산다
그러기에 우리는 홀로 있는 것이 아니다
늘 바람은 우리의 생을 감싸며
歲月風波와 함께 있다
醜美
싱싱하고 푸른 나무는
더럽고 추한 뿌리를 갖는다
뿌리 없는 나무는 누렇게 타 죽는다
진흙 속에서 연꽃이 피어나고
보기 흉한 흙더미 위에서 장미가 핀다
너희는 아름다움을 찾지만
너희 속에 추한 것이 있고
너희는 눈부신 것을 찾지만
너희 속에 어둠이 있다
너희의 얼굴은 윤기 나지만
너희의 창자는 뱀처럼 꿈틀거린다
너희의 가슴은 늘 맑지만
너희의 생각은 오염이 가득하다
너희의 음식은 늘 싱싱하지만
너희의 배설물은 더럽다
너희의 태양은 뜨겁게 이글거리지만
너희의 밤은 차갑고 침침하다
너희의 고통은 쓰리고 아프지만
너희의 사랑은 달콤하고 부드럽다
별들은 어둠에 누워 빛을 발하며
바람은 허공을 먹고 돌아다닌다
신선한 빗물은 무너진 먹구름이요
낮은 바다는 골짜기 물을 마신다
너희의 윤리 속에 불륜이 있고
너희의 율법 속에 불법이 있으며
너희의 철학 속에 모순이 있고
너희의 종교 속에 타락이 있다
성자는 추락한 죄인을 먹고 명예로우며
의인은 불의한 자를 먹고 돋보인다
하나,둘, 셋님의 아들은 말구유에서 태어났고
동양의 성자들은 방랑의 길에서 태어났다
추하다고 외면하지 말라
아름다움은 추한 곳에서 자란다
너희가 만든 창녀와 거지를 외면하지 말라
너희는 그들 때문에 오히려 고상하다
너희가 만든 더러운 동네를 외면하지 말라
너희의 집은 그곳 때문에 더욱 값비싸다
세상에 버릴 것이 없고 던질 것이 없다
삶은 갈등과 역설에서 태어나고
하나의 중력 속에 모든 것이 더불어 산다
酢筆
인간은 촛불이요 붓이다
촛불은 몸을 녹이며 불꽃을 발하고
붓은 먹물을 흘리며 글밭을 가꾼다
초가 다 녹으면 불꽃은 사라져버리고
먹물을 다 흘리면 글씨는 멈추고 만다
심신이 시들면 생명은 숨을 그치고
알 수 없는 곳으로 녹아 들어간다
촛대가 녹아야 불길이 올라가고
먹물이 번져야 문자가 생겨난다
네 혼이 타야 네 존재가 살아난다
늙음은 아름답고 고귀한 운동이다
늙어 가는 육신 속에서 삶이 피어나고
정신의 소모를 통하여 영이 생성한다
태우지 않는 초는 고착된 모습이다
쓰지 않는 붓은 그저 물건이다
세월이 흐르면 먼지가 쌓이고
심지가 굳어버려 쓸모가 없어진다
생은 태워야 불꽃이 일어난다
정신은 태워야 사상이 꿈틀거린다
존재는 태워야 영이 솟아난다
삶은 어둠 속에 불을 밝히는 것이요
삶은 무지의 종이에 작품(중생의 번뇌)을 쓰는 것이다
땅거죽이 터져 화산이 폭발하면서
산과 계곡이 이루어지듯이
하늘이 깨져 빗물이 쏟아지면서
강과 바다를 이루는 것처럼
자신의 마음과 육체를 깨고
생명의 세계를 토해내라
물에 흠뻑 젖은 장작은
타지 않고 연기만 올라온다
부드러움이 굳어버린 붓은
애꿎은 종이만 버린다
너의 혼을 바짝 마르게 한 후에
사랑과 진실의 불꽃을 붓대에 옮겨라
너의 가슴은 오로지 하나,둘 ,셋(天地人)의 불
너 아닌 것을 태우고 너를 일으키는
天地가 주고 인간이 만든 최고의 씨알 불이다
사람들은 얼마나
남을 태우기 위해 바쁜가
모두 향기롭게 태우다 살고 간 자리에
우두커니 촛대로 남아 있을 것인가
先入慣
누구를 한쪽 방향에서 보면
그는 곧 괴물이 되고 말 것이다
물건을 한쪽 면만 보고
전체인 것처럼 생각하지 말라
한 번의 만남으로 어떤 사람을
쉽게 단정하지 말라
한 인간은 입체적인 존재요
다차원의 성품으로 살아가고 있다
파란 물감만 쓰면 그림은 파랗게 그려지고
빨간 물감만 쓰면 그림은 빨갛게 그려진다
물 속에서만 살면 세상은 단지 바다일 뿐이요
산 위에서만 살면 세상은 단지 계곡일 뿐이다
선입관은 세상을 부분으로 보는 시각이요
선입관은 인간을 조각으로 보는 시각이다
이 땅에 얼마나 많은 오해와 오판이 있는가
이 땅에 얼마나 많은 실수와 실덕이 있는가
통전적인 시야와 통찰의 가슴을 잃었기에
성급한 판단에 수많은 사람이 고통을 당해왔다
어린 시절 개에게 물린 사람은
평생 개를 두려워하면서 피한다
사랑으로 인하여 시련을 당한 자는
평생 사랑하기를 두려워한다
무시당하며 살았던 아이의 열등의식은
평생 자신을 비하시키며 살게 된다
너의 마음에 파고들어 숨어서 피어있는
선입관의 가시들을 모조리 뽑아내라
그것이 타인을 향한 것이든
자신을 향한 것이든 모두 불태워라
서로를 바라볼 때
서로의 가능성을 열어주며
쉽게 판단하지 않는 기다림으로
서로를 향하여 입체적인 만남을 가지라
인간은 단지 소량의 잠재력을 개발하다가
숨은 보화를 묻어 놓고 이 땅을 떠나간다
그 많은 보석이 왜 묻혀 있는가
바로 선입관으로 치닫는 풍토 때문이 아니겠는가
너의 눈과 마음은 제한된 경험의 시선이다
전체를 관통하는 눈과 가슴을 가지라
사과를 여러 방향에서 보아야 온전하게 느끼듯이
사람과 사물을 여러 각도에서 보고 느끼라
그러한 자들은 선입관에서 자유로운 자들이다
엎질러진 물과 담을수 있는 샘물
세상에는 엎질러진 물과
담을 수 있는 샘물이 있다
세상에는 엎질러진 물처럼 사는 이가 있으며
샘물처럼 늘 새롭게 사는 이가 있다
과거는 엎질러진 물이요
현재와 미래는 샘솟는 물이다
과거의 아픔과 죄책감으로 사는 자는
엎질러진 인생심리로 사는 자요
과거를 잊고 당당하게 오늘을 사는 자는
미래를 향한 생명심리로 사는 자다
현재의 너는 과거를 회생시킬 수가 없다
단지 미래만을 가꿀 수 있을 뿐이다
쏟아진 과거에 연연하는 자는 장님이요
샘솟는 미래를 오늘에 담는 자는 눈뜬 자다
죽은 시체를 붙들고 아무리 울어야
죽은 자는 이미 살아날 수가 없다
얼마나 우리는 이렇게 살고 있는가
너의 지난날의 추함도 아름다움도
다시 재현할 수 없는 어제의 생이다
어제의 생은 단지 미래의 생을 향한
거름이요 죽음이요 뿌리일 뿐이다
늙은 가슴은 저지른 과오에 아파하지만
젊은 가슴은 쏟아지는 축복을 소망한다
늙지만 젊은 가슴으로 살아가는 자가 있고
젊지만 늙은 가슴으로 살아가는 자가 있다
너는 어느 가슴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산을 오르는 자는 지나간 언덕을 보지 않는다
단지 산봉우리만을 향하여 세차게 올라간다
뒤를 보고 다시 돌아가려는 마음으로
언제 저 신비로운 산마루에 이를 것인가
지난날의 상처와 아픔의 추억을 지닌 채
현재 속에서 괴로워하고 슬퍼한다면
그는 스스로 불행해지기를 바라는 자일 것이다
뿌려진 물은 땅 속으로 스며들지만
폭포수는 늘 하늘을 향하여 뿜어 오른다
자기 자신을 비관하며 비하시키는 자는
땅바닥에 쏟아진 물처럼 살 것이요
자기 자신을 긍지와 용기로 다듬는 자는
공간을 타고 하늘로 오르는 향유처럼 살 것이다
희망과 꿈이 있는 생은 결코 엎질러지지 않는다
修道는 聾啞者(수도는 농아자)
벙어리는 속으로 말한다
장님은 속으로 본다
귀머거리는 속으로 듣는다
신체장애자는 속으로 걷는다
많은 말속에서 벙어리는
눈으로 말하고
잘 보는 사람들 속에서
장님은 마음으로 본다
어느 날 벙어리는 숲을 거닌다
나무도 꽃도 잎사귀도
벙어리인 것을 알고
그는 수풀 속에서
나무로 꽃으로 잎새로 산다
그들은 가슴 그득히 그를 안아준다
그래서 벙어리는 많은 말을 하고 돌아왔다
눈먼 이가 어두움에 이르면
밤도 잠도 침묵도 장님인 것을 안다
그는 어둠 속에서 대낮의 기분으로
말하고 놀다가 빛으로 돌아온다
벙어리가 길바닥을 지나간다
동네 애들이 돌을 던지며 웃는다
어른들이 측은한 얼굴로 바라본다
벙어리는 말을 하려다 말고
쳐진 눈길로 그들 옆으로 도망친다
죽음이 왔다
말쟁이도 웅변가도 다 죽었다
그들은 벙어리가 되었다
그들 위에 침묵의 흙이 덮인다
장례식으로 고요한 정적이 흐른다
무덤 위에 벙어리 별과 달이 뜬다
시간이 총총걸음으로 가면
유족들은 죽은 자의 기억을 버리고
허다한 말을 다시 쏟아 놓는다
침묵에서 오는 축소된 말들을
먼지도 들어갈 수 없어 주저앉은
가슴의 서랍 한 구석에 말아 넣는다
입이 죽어 있는 벙어리는
언어의 죽음으로 살아왔다
벙어리가 죽었다
죽음은 생소하지가 않았다
그는 죽음을 품은 흙 속에서
비로소 말문이 열렸다
이것이 修道이니라
獨孤修者(독고수자)
될 수 있는 대로 홀로 있어라
될 수 있는 대로 홀로 여행하라
홀로 쓸쓸한 겨울을 지내고
홀로 외로움의 바람을 맞이하라
인간은 사실 고독한 존재다
누구도 고독을 도피할 수 없다
모두 다른 시간 다른 공간에서
다른 모습으로 태어나다가
다른 시간 다른 공간에서
홀로 이 땅을 떠난다
홀로 있을 때
아무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두려울 정도로 외로움이 스며들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참으로 아름다운 것이다
이러한 고독을 넘지 않고서는
정신적인 잉태의 기회를 상실한다
사람들은 서로 부대끼며
비비고 보듬다가 얼싸안고
둥글둥글 몰려 살며 속삭이다
일으키며 잡아주다가 이별한다
군중 속에는 고독이 없는 듯
친구들의 자리에는 고독이 없는 듯
가정의 울타리는 고독을 몰아낸 듯
우리에게 안정과 평안을 주지만
그렇다고 진정 너는 고독하지 않은가
혹시 군중과 친구와 가정에 도취되어
스스로 느끼고 자각하고 홀로 서는
고독의 본능을 망각한 것이 아닐까
사실 고독한 자들이 더 많이 인류에게
정신의 양식과 포도주를 공급했다
고독하기까지 진짜 생을 깨닫지 못한다
기계처럼 살아왔던 사람들은
사색의 여가 없이 살았던 사람들은
늘 고독한 자들이 예비한 빵을 먹고 살았다
숨쉴 틈 없는 자들이 어떻게 고독할 수 있으며
어떻게 존재와 우주에 대한 명상을 하겠는가
자주 군중으로부터 빠져 나와 그분 앞에 서며
자주 너의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 앞에 서라
자주 사람의 끈끈한 정에서 뛰어나와 네 앞에 서라
고독한 순간에도 군중과 사람을 끌어들이는 자여
만인으로 통하는 고독한 너를 홀로 있게 하라
군중과 유행과 모방은 修道의 미끼이자
홀로 가는 獨孤修者이니라
정신의 대통령
이 땅에 수많은 지도자들이 있다
셀 수 없는 정치인들이 있다
저들은 민중을 이끄는 특권을 부여 받았다
국민의 빵과 안락한 삶을 위해 헌신한다
헤아릴 수 없는 정치전략과 구호가
지난 역사의 페이지에 별처럼 박히고
현실은 큰 변화 없이 돌고 돌아간다
현실의 대통령은 외형의 세계를
늘 국민들에게 말하며 설득한다
임기가 끝나면 국민들은 더 이상
대통령을 존경하거나 받들지 않는다
또 다른 대통령에게 젖줄을 기대한다
이 땅에는 더 이상 정치적인 지도자가 필요하지 않다
오히려 정신의 대통령이 필요하다
진정 민중의 영혼을 깨우는 대통령이 필요하다
현실의 대통령은 권좌에 올라 권력을 잡아야
민중을 다스리고 이끌어갈 수가 있다
그러나 정신의 대통령은 야인처럼 민중 속에 썩여
권좌 없이 그들의 내면을 갈구고 닦고 일궈준다
짧은 시간에 현실의 대통령은 늘 바뀌지만
정신의 대통령은 역사가 거듭하면 할수록
사람들 가슴속에서 살아 움직인다
공자,부처,노자는 정신의 대통령이다
오늘 우리 시대는 먹을 것이 없어 혼란이 아니다
오늘 우리 시대는 미개하여서 혼돈이 아니다
오늘 우리 시대는 정신의 결핍으로 난리요
오늘 우리 시대는 자각의 결핍으로 전쟁이다
오늘 우리 시대는 지도자 빈곤의 시대요
오늘 우리 시대는 지도자를 찾지 못하는 방황의 시대다
현실의 대통령이 정신의 대통령이 될 때
태평세월이 오고 평화시대가 온다
현실의 대통령은 늘 구호와 정치전략을 세우며
명예와 민심에 따라 늘 방향수정을 하지만
정신의 대통령은 외형적인 구호나 전략보다도
무형의 가슴으로 숨어 보이지 않는 개혁을 일으킨다
대통령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게 정치하라
새 정부가 시작되어도 변화가 없는 듯 변화하라
대통령은 국민의 두려움이 아니라 어머니 같은 사랑이다
고통이 웅변을 낳는다
발가락 하나의 통증으로 고생한 적이 있는가
심신이 고통스러워 잠을 잘 수 없는 경험이
너의 인생 가운데 한 번 이상 있었는가
그것이 바로 축복이요 은총이요 행운이다
고난도 없고 아픔도 없고 가난도 없는 자
부유하고 명예로우며 늘 건강한 자가
어찌 삶에 대하여 웅변을 토해낼 수가 있는가
평평한 고지대와 같은 삶이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병을 앓고 해쓱한 얼굴로 일어선 자는
건강의 중요성을 더욱 절실하게 느낄 것이며
처절한 가난의 바닥에서 일어선 자는
부요함의 축복을 더욱 절실하게 느낄 것이다
명예의 추락에서 수치를 딛고 일어선 자는
인간의 신망을 더욱 절실하게 느낄 것이다
이러한 자들이 태고로부터 순간순간 살아나서
고통 없는 스타들에게, 가난 없는 부자들에게
무명 없는 정치인들에게 활화산 같은 웅변을 토해냈다
너의 고통을 부끄러워하지 말고 오히려 자랑하라
너의 수치를 수줍어하지 말고 오히려 자랑하라
너의 가난을 가리지 말고 오히려 자랑하라
너의 유순함을 숨기지 말고 오히려 자랑하라
가난을 부유하게 누리고
수치를 당당하게 누리며
고통을 복스럽게 누리라
발가락 하나의 진통이 온 몸을 떨게 하며
육체의 신음소리가 영혼을 흔들어 놓는다
창자 한 매듭이 뒤틀릴 때 넋이 혼미해진다
한 인간이 죽을 때 온 땅의 신기가 바뀌고
한 나라가 위태로울 때 세계기운이 얽힌다
삶을 깊이 깨닫고 초탈한 자들은
고행과 고독의 샘물을 마시면서
더 큰 진리를 이 땅에 흘러보냈다
고통이 없는 자가 무슨 생명의 노래를 부르며
고독의 경험이 없는 자가 어찌 풍요한 시를 짓겠는가
십자가 없이 어찌 부활의 춤을 추겠으며
쓰라린 구도의 길 없이 어찌 진리에 이르겠는가
가난 없는 부자들은 가난한 자를 피하며
무명 없는 명예로운 자들은 무명한 자를 업신여기고
아픔 없는 건강한 자들은 허약한 자를 쉽게 무시한다
그들의 입에서는 늘 허공에 부서질 말만 앞세운다
누가 진정 인생의 깊은 웅변을 외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