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史관련

T-50, 싱가포르 하늘 수 놓을까?

醉月 2009. 9. 1. 09:52

T-50(고등훈련기) 싱가포르 창공에 날아오르나
3억 달러 규모 12~14대 예상 … 이르면 10월 중 결정, 분위기는 우호적

 

이정훈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hoon@donga.com

 

 

‘두 번의 실패는 없다.’ 아랍에미리트(UAE) 회전(會戰)에서 ‘아직 날아보지도 못한’ 이탈리아의 M-346에 불의의 일격을 당한 한국산 고등훈련기 T-50이 싱가포르 혈전에서는 선전을 거듭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UAE에서 실패한 T-50이 싱가포르에서 분투하는 것은 ‘게임의 룰’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UAE는 자신들이 정해놓은 대수(48대)의 고등훈련기를 직접 사는 방식을 택했기에 구입 시점의 가격이 중요했다. 잘 알려진 대로 T-50은 마하 1.5로 비행할 수 있는 세계 유일의 초음속 고등훈련기. 게다가 스웨덴 사브사(社)가 만든 ‘그리펜’ 전투기에 탑재한 F-404 엔진을 달았으니, 말만 훈련기이지 성능은 소형 전투기인 F-5보다 훨씬 뛰어나다.

 

농구나 배구 같은 경기에서는 체중보다는 키가 실력을 가르는 중요 요소로 작용한다. 그러나 권투, 태권도 등 격투기에서는 체중이 체급을 나누는 요소가 된다. 전투기는 자체 무게와 엔진 추력 등에 따라 분류한다. 오른쪽 표는 T-50과 M-346의 주요 성능을 비교해놓은 것인데,

한눈에 T-50이 월등한 강자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록히드마틴과 짝 이뤄 응찰

T-50은 M-346보다 체중이 무겁고, 힘(엔진 추력)이 세며, 더 많이 싣고 이륙해 더 빨리 날 수 있다. 한국의 전자산업은 세계 최고 수준이기에 T-50에 탑재한 항공전자 장비도 M-346보다 월등히 뛰어나다. M-346이 플라이급이라면 T-50은 밴텀급을 넘어 페더급쯤에 해당한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아반떼보다는 쏘나타가, 쏘나타보다는 그랜저가 비싼 대신 성능과 내장재가 더 좋다. 이러한 아반떼와 쏘나타를 구입 시점에서의 단가만을 놓고 판단한다면, ‘쏘나타’(T-50)는 절대 ‘아반떼’(M-346)를 이길 수 없다. 게다가 M-346을 만드는 아에르마키사의 모그룹인 핀메카니카는 20억 달러가 넘는 산업협력을 UAE에 제공하겠다고 했으니,

2억 달러의 산업협력을 제시한 한국은 고배를 들 수밖에 없었다.

   

싱가포르 수출에 파란불이 켜진 T-50(왼쪽 사진)과 UAE에서 T-50을 이긴 이탈리아의 M-346 고등훈련기(위).

그러나 싱가포르는 다른 룰을 만들었다. 사실 운전술을 익히는 데는 누구도 ‘쏘나타가 아반떼보다 낫다’고 단정할 수 없다. 더구나 도시국가인 싱가포르는 전투기만 보유하면 됐지, 굳이 훈련기까지 보유할 필요는 없기 때문에 “우리가 원하는 것은 20년 동안 ○○명의 조종사를 양성할 훈련 시스템이다”라고 못을 박았다. 이렇게 되자 미국의 양대 항공기 제작사인 록히드마틴과 보잉이 조종사 훈련회사를 만들어 응찰했다.

미국의 항공기 제작사들은 훈련기를 만들지 않으므로 록히드마틴은 공동사업자인 한국항공의 T-50과 손을 잡고, 보잉은 대안이 없으니 이탈리아의 M-346과 짝을 이뤘다. T-50은 잔고장이 적어 정비할 일이 적다.

또 더 오래 비행할 수 있으니 그렇지 못한 비행기보다 대수가 적어도 된다.

싱가포르는 두 훈련회사에 고등훈련기 대수는 알아서 결정하라고 했으므로 구입 시점의 가격이 비싸다는 T-50의 약점이 사라져버렸다.

 

T-50으로 50시간 훈련하면 다른 항공기로 60시간 비행한 것보다 효과가 좋다. 따라서 싱가포르가 비행시간을 규정하지 말고 조종 능력만 갖춰달라고 요구했으면, T-50은 훨씬 유리할 뻔했다. 이런 조건 속에서 두 컨소시엄은 8월 중순 최종 제안서를 제출했으며, 현재는 싱가포르 측이 궁금해하는 것을 보충 설명해주는 상태다.

싱가포르는 이 제안서를 검토해 10월 하순, 늦어도 연말까지는 최종 결정을 내리는데, 소식통들이 전하는 싱가포르의 분위기는 ‘T-50 컨소시엄의 상당한 우세’다. 대수를 정하진 않았지만 싱가포르가 필요로 하는 고등훈련기는 12~14대, 금액으로는 3억 달러 선일 것으로 추정된다.

UAE에 비하면 작은 규모지만 싱가포르 시장은 2014년 계약이 이뤄질 예정인 미국 시장을 위한 교두보라는 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현재 미 공군은 고급형 5세대 전투기인 F-22를 실전배치한 데 이어, 보급형 5세대 전투기인 F-35의 개발 완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보급형인 F-35가 양산되면 미 공군은 이 전투기를 몰 조종사를 대량으로 확보해야 한다.

 

T-50과 M-346 주요 성능 비교
자체 무게 최대 이륙중량 엔진 추력 최고속도
T-50 6481kg 1만3445kg 8028kg 마하 1.5
M-346 4610kg 9500kg 5670kg 마하 0.95

 

美, 고등훈련기 350대 도입 예정

미국도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국방비를 아끼기 위해 고민한다. 때문에 현재 많이 보유한 F-16 전투기를 훈련기로 개조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배(훈련기를 도입하는 비용)보다 배꼽(F-16을 훈련기로 개조하는 비용)이 더 크다’는 판단을 내리고 포기했다. 2014년 기종이 결정되면 미 공군은 2017년부터 순수 고등훈련기 350대, 전술입문기 100~150대, 훈련 시뮬레이터 45식을 도입한다.

   

미 국방부는 최근 이러한 내용이 담긴 의향서(LOI, Letter Of Intent)를 미국의 양대 항공기 제작사에 보냈다. 이로써 록히드마틴-한국항공의 T-50 컨소시엄과 보잉-아에르마키의 M-346 컨소시엄은 사상 최대의 한판 승부를 준비하게 됐다.

미국 대회전에서 승리한다면 T-50은 그 여세를 몰아 폴란드와 그리스 등 여타 시장도 점령해 고등훈련기 분야의 1인자가 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UAE도 애초 계획을 번복해 T-50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 UAE에서 패배한 뒤 사색이 된 T-50 관계자들의 표정엔 확실히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들은 ‘김칫국부터 마시는’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말은 극도로 아낀다.

 

폴란드에서도 화제
F-16 조종사 양성 시급 … T-50 성능에 감탄


미하일 피셔를 대표저자로 폴란드의 잡지기자 2명이 ‘T-50 골든이글’(사진)이란 책을 폴란드에서 펴내 화제다. 한 페이지를 둘로 나눠 한쪽에는 폴란드어, 다른 쪽에는 영어로 쓴 이 책은 세계 고등훈련기 발전사를 소개하면서 가장 발전한 고등훈련기로 T-50을 꼽았다. 두 기자가 T-50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폴란드의 아픈 역사와 관련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은 독일과 소련이 동시에 폴란드를 침공해 양분함으로써 시작됐다. 전쟁이 끝나면서 폴란드는 독일에 빼앗긴 영토는 되찾았으나 바로 소비에트 체제의 나팔수가 돼야 했다. 소련이 폴란드의 수도인 바르샤바에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군에 대항하는 바르샤바 동맹군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유럽에서의 냉전은 바로 나토군과 바르샤바군의 대립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이렇게 소비에트 체제에 당한 기억이 있기에 이 체제가 무너지자 폴란드는 바르샤바조약 회원국 가운데 최초로 체코, 헝가리와 함께 1999년 나토에 가입했다.
이후 폴란드는 소련식이던 그들의 무기 체계를 미국형을 따르는 나토식으로 바꿨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무기 체계인 전투기도 아예 미국제 F-16을 도입했다. 그 결과 폴란드 공군의 가장 큰 관심사는 충분한 조종사를 확보하는 것이 됐는데, 그래서 검토한 것이 NATO 표준을 따라 설계한 T-50의 도입이었다. 두 기자는 이러한 필요성을 간파하고 이 책을 냈다. T-50이 세계적인 명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10월 차세대 훈련기종 선정 예정
UAE 입성 실패 만회 위해 피할 수 없는 승부

아랍에미리트(UAE) 입성에 실패한 국산 초음속 훈련기 T-50이 싱가포르 수출을 시도한다. 오는 9월로 예정된 싱가포르 공군의 업체 최종 선정을 앞두고 마지막 총력전이 전개되고 있다.


T-50은 싱가포르에서 다시 이탈리아 알레니아 아에르마키의 M-346과 맞붙는다. 싱가포르는 차세대 훈련기를 도입키로 하고 지난해 말 두 업체에 제안요청서(RFP)를 보냈다.

싱가포르는 총 12대의 훈련기를 구매할 계획인데, 항공기 구매보다는 조종사 양성 서비스 내용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즉 싱가포르 공군은 훈련기를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전투기 훈련을 제공하는 업체를 선정한다. 훈련기와 관련 프로그램을 보유한 업체가 싱가포르 정부에 항공훈련 용역을 제공하고 수수료를 받는 방식이다.

 KAI와 록히드 마틴은 LM STS와 알레니아는 싱가포르 국영 항공정비업체(ST-에어로), 미국 보잉과 손잡았다.

 

 

  

 

KAI 관계자는 “당초 경기불황에 따라 사업 계획이 늦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지난 4월 한국을 방문한 사업단이 훈련 서비스를 포함해 2010년 계약, 2012년 항공기 12대 납품 계획에 변함이 없다고 확인해줬다”고 설명했다.

KAI는 다음달 싱가포르측에 제안서를 제출할 예정이며, 싱가포르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오는 9월 업체를 선정할 예정이다. 관건은 시간당 훈련비용을 얼마나 낮추는가와 항공기 납기 및 국내 감항 인증 체계를 적기에 맞춰 지원할 수 있느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공군도 T-50 수출을 지원책의 일환으로 KT-1, T-50 등 국산항공기를 수입한 국가들에 대해 후속 군수지원을 공군 차원에서

추진키로 하는 등 힘을 실어주고 있다.



UAE에서는 실패했지만 싱가포르 수출이 성사될 경우 T-50은 향후 후발국가들의 기종 선정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티얼 그룹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오는 2030년까지 촐 104개국에서 6200대가 운용되고 있는 고등훈련기중 교체 대상은 50개국 3300대에 이를 전망이다. 이중 KAI는 736대로 추정되는 아시아와 오세아니아 시장을 거쳐 궁극적으로 500대 시장인 북미 시장 진출을 추진하는 등 총 30%(1000대, 600억달러)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싱가포르에 이어 KAI가 두 번째로 수출을 추진중인 국가는 이라크다. 이라크 정부는 자국 영공 방위를 위해 미국으로부터 두 자리 수대 규모의 F-16 전투기를 구매한다는 방침으로, 조종사 양성을 위한 훈련기 수요도 크다. 이중 고등훈련기는 미국에서 생산되고 있는 기종이 없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T-50을 강력한 최우선 고려대상으로 검토해줄 것을 미 정부측에 요청했다. 빠르면 연내에 계약체결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계약이 이뤄지면 2011년부터 완제기를 인도해야 하기 때문에 KAI는 정부와 협의를 통해 공군에 납품할 양산 물량을 선지원하는 방안도 구상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폴란드는 내년부터 전술 훈련기를 16~30대 구매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폴란드의 경우 UAE와 마찬가지로 산업협력 패키지 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오는 7월 이명박 대통령의 폴란드 방문에 맞춰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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