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해군 두 번째 이지스함 율곡 이이함
얼마 전 경남 거제에 있는 대우조선해양이 한국형 구축함인 율곡 이이함(KDX-Ⅲ 7600t)을 진수했다. 이지스 전투체계를 갖춘 첫 번째 함인 세종대왕함에 이어 두 번째로 건조한 율곡 이이함은 재원상으로는 세종대왕함과 쌍둥이함이다. 율곡 이이함은 2006년 11월에 건조를 시작한 지 2년 6개월 만에 진수됐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2척의 이지스함을 갖추어 대양 해군의 초석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이지스함 보유국은 전 세계에서 미국·일본·스페인 등 4개국에 불과하다.
이지스(aegis)란 그리스신화에서 제우스신이 입고 있던 흉부 갑옷, 방패를 말한다. 즉, 신의 방패라는 뜻이다. 방패는 공격을 막는 최선의 무기기 때문이다. 이 배 한 척을 건조하는 데 들어간 예산은 1조2000억 원이다. 하지만 구축함의 성능을 들여다보면 돈이 아깝지 않아 보인다. ‘함정명 992호, 제 434호 구축함 율곡 이이함’으로 선포한 이 함정은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함·대공·대잠 등 복합적 상황에서 지휘할 수 있는 전투 능력을 갖췄다. 최첨단 스텔스 기술에, 전후좌우 4개 면에 달린 SPY-1D 레이더 등 차세대 방공, 전투 장비가 있어 1000여 개의 표적을 동시에 추적, 이 가운데 20개를 선택해 동시 공격할 수 있는 위력을 자랑한다. 또한 사거리 500㎞ 이상 국산 크루즈미사일과 150㎞의 해성(海星) 함대함 미사일 등 최첨단 120여 기의 미사일을 탑재하고 있다.
국산 크루즈미사일 등 첨단무기 탑재
율곡 이이함은 국내 방산업체가 개발한 최신형 국산 무기도 다수 탑재했다. 세계 각국의 전투함 정보를 수록한
대우조선해양이 진수한 율곡 이이함에는 세종대왕함과 다른 신기술도 접목했다. 세계 최초로 ‘블루스카이 로드아웃(BLUE-SKY LOAD-OUT)’이라는 블록단계 선행탑재 신공법이 그것. 세계 이지스함 건조 사상 최초인 이번 선행 탑재는 지난 20여 년간 세계에서 건조한 100여 척의 이지스 함정 건조에서 한 번도 성공하지 못한 기술이다. 이 작업은 고도의 정밀성이 필요한 첨단 시스템 설치 작업이고 탑재 후 장비 보호 등 매우 까다로운 조건이 필요한 첨단 기술이다. 장비를 제공하는 미국 정부는 일반 장비까지도 블록 단계의 선행탑재를 아직까지 한 번도 인정하지 않았지만 대우조선은 결국 신기술을 성공시켰다. 이 공법이 성공하자 미 정부의 기술자문단 대우조선해양의 기술력에 놀라움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기술자문단의 한 엔지니어는 대우조선해양의 엔지니어에게 이메일을 보내 “내 눈으로 직접 보지 못했더라면 믿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극찬했다. 미국 기술진에서는 향후 자신들의 이지스함 건조 시 대우조선의 기술 도입을 검토하고 싶다는 의사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만재 t수 미국 최대 전투함급 이상
율곡 이이함은 대한민국 베스트원 전투함은 물론,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구축함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동북아 주요 국가가 갖고 있는 전투함과 비교하면 쉽게 알 수있다. 미 해군이 공개하는 타이콘데로가급 순양함의 만재 톤수는 9600t이고, 최신형 알레이버크급 구축함은 9200t이다. 미 해군은 알레이버크급의 성능을 계속 키워왔기에 최신형 알레이버크급은 타이콘데로가급에 필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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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이지스 구축함 KDXⅢ. 오른쪽은 수직 발사대에서 발사되는 스탠더드 미사일. <대우조선해양 제공> |
그러나 한국 해군 관계자들은 타이콘데로가급의 만재 톤수는 1만t이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에 진수한 율곡 이이함의 만재 톤수는 1만t을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국과 한국, 일본이 함정 톤수를 줄여서 발표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타이콘데로가급과 한국형 이지스함 KDX-III급의 만재 톤수는 더 나간다고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타이콘데로가급의 최대 만재 t수를 1만300t으로 보고 있는데, KDX-III급 사업에 관여하고 있는 관계자들의 판단을 종합하면 한국형 이지스함은 미국이 보유한 최대 전투함인 타이콘데로가급 이상일 것이라고 한다. 일본 해상자위대가 보유한 가장 큰 전투함은 ‘곤고(金剛)급’이지스 구축함이다.
일본은 1993~98년 미쓰비시(三菱) 중공업과 가와사키(川崎) 중공업에서 미국의 알레이버크급을 모방한 구축함을 만들고, 여기에 록히드마틴사의 이지스 체계를 올려 4척의 곤고급 구축함을 건조했다. 곤고급은 초기형 알레이버크급을 모방한 것이라 타이콘데라가급에 견주는 한국형 이지스함 KDX-III급보다 작다. 해상자위대의 함정 가운데 주목할 것은 2005년 8월 24일 진수한 ‘아타고(愛宕)함’과 2006년 8월 30일 진수한 ‘아시가라(足柄)함’이다. 현재 시험 항해 중인 이 배는 해상자위대가 곤고급에 이어 두 번째로 도입하는 이지스 구축함 시리즈다. 아타고급으로 불리는 신형 이지스 구축함의 길이와 너비, 만재 톤수는 한국형 이지스함 KDX-III급과 거의 비슷하다. 전문가들은 아타고급과 한국형 이지스함 KDX-III급, 미국의 타이콘데로가급의 덩치를 동급으로 본다.
러시아 함정 가운데 한국형 이지스함 KDX-III급에 견줄 만한 것은 슬로바급 순양함과 소브레멘니급 구축함 그리고 우달로이급 구축함뿐이다. 하지만 소브레멘니급과 우달로이급은 물론이고 슬라바급(지금은 모스크바급으로 불림)은 KDX-III급보다 덩치가 작다. 중국 해군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탑재한 전략핵잠수함 ‘하함’ 1척을 갖고 있으나, 수상함 세력은 대국 이미지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미약하다. 중국 해군이 보유한 최대 전투함은 2002년 러시아에서 수입한 소브레멘니급 구축함 2척이다. 중국은 이 배에 ‘항저우(杭州)’와 ‘푸저우(福州)’란 이름을 붙였는데, 항저우급 구축함의 크기와 성능은 한국형 이지스함 KDX-III급보다 뒤떨어진다.
북한 함정은 더 보잘것없다. 북한 함정 가운데 가장 큰 것은 헬기도 싣지 못하는 1500t급인 나진급(또는 소호급) 호위함 3척이다. 북한 전투함은 KDX-III급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서유럽 국가들은 소련과 바르샤바조약기구라는 적(敵)이 사라졌기에 대형 전투함 건조에 열을 올리지 않고 있다. 영국이 경항모로 분류되는 인빈셔블급, 프랑스가 중형 항모인 드골급을 보유하고 있으나, 두 나라 해군은 KDX-III급만큼 큰 전투함을 갖고 있지 않다. 이탈리아 해군은 ‘비토리오 베네토’란 이름의 일반 순양함을 갖고 있으나 이 배의 만재 톤수는 KDX-III급보다 적은 9500t이다.
대지 전투능력 일본 전투함보다 앞서
율곡 이이함에 장착한 무기도 최첨단이다. 일본의 이지스함은 대지 공격용 순항 미사일을 전혀 싣지 않는다. 일본 헌법 9조의 ‘일본은 전쟁을 포기한다’는 내용을 자위대는 ‘공격용 무기 구비를 자제한다’는 것으로 해석한다. 방어용 무기는 구비할 수 있으나 공격용 무기를 구비하는 것은 위헌으로 보는 것. 자위대는 대함 미사일은 방어용으로 보고 마음대로 무장하나, 대지 미사일은 공격용으로 분류해 곤고급과 아타고급에 싣지 않았다. 따라서 대지 공격에서 한국형 이지스 KDX-III급은 미국의 이지스함에는 약간 뒤질 수 있으나 일본의 곤고급이나 아타고급보다는 월등히 강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펀치력을 종합해보면 대공 능력에서는 미국과 일본의 이지스함이 비슷한 수준으로 앞서고, 한국의 KDX-III은 그 뒤에 있다. 대지 공격에서는 미국의 이지스함이 가장 낫고, 근소한 차이로 한국의 KDX-III급이 따라가며, 일본의 이지스함은 한참 처져 있다. 장거리 대잠전 능력은 한국과 미국 일본이 비슷할 것으로 판단된다.
수상함끼리 싸우는 대함전에서는 갑판 위에 사선으로 설치한 대함미사일이 중요한 구실을 한다. 미국의 타이콘데로가급과 알레이버크급, 일본의 곤고급과 아타고급은 8기의 대함미사일을 탑재하나, KDX-III은 이보다 두 배 많은 16기의 대함미사일을 탑재한다.
미국 기술자문단도 놀란 신공법 기술 당시 건조 책임자였던 대우조선 특수선사업전담 정광원 이사는 “시종일관 협의가 아니라 한 수 아래의 사람을 지도하는, 무시하는 듯한 태도는 20년 가까이 이 분야에서 종사한 우리 회사 엔지니어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다”면서 “하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대우조선해양 함정 건조 능력을 지난 2년간 충분히 보여주자 그들의 태도는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동안 미국이 100여 척의 이지함 건조 과정에서 이지스 전투체계의 주요 장비를 블록 단계에서 탑재하는 시도는 전혀 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조선소의 기술적을 신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조선 강국 한국의 실력을 과소평가했던 것. 대우조선해양이 처음 블록 단계에서 전투 장비를 탑재하자고 제안했을 때도 미국은 관심조차 가지지 않았다. 하지만 1차·2차·3차 회의를 거치며 자료 제시와 이론적 설득, 그리고 업무 처리 방식의 정직도 등으로 미 정부 관계자의 합의를 이끌어 냈다. FMS(정부간 전략 무기 판매 계약)라고 하는 까다로운 조건에서 장비를 다루며 미국 측 기술 자문단과 일을 풀어나가는 것은 함정 건조만큼 번거롭고 까다로운 작업이었다. |
전투함 이름 어떻게 정해지나 해군 함정에는 고유 명칭이 붙는다. 세종대왕함, 독도함, 충무공 이순신함, 을지문덕함 하는 식이다. 언뜻 보면 주먹구구식으로 갖다붙이는 것 같지만 우리 해군은 함정의 유형에 따라 서로 다른 이름을 붙이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한국형 구축함은 국민들의 추앙을 받는 왕, 장수, 호국 인물의 이름을 붙인다. 한국형 구축함 중 3500t급 3척은 광개토대왕·을지문덕·양만춘함이 있다. 같은 제원을 가진 함정은 보통 ‘아무개급(級)’으로 부르는데 처음 진수한 1번 함의 명칭이 붙는다. 예컨대, 3500t급 한국형 구축함은 1번함의 이름을 따 ‘광개토대왕급’으로 불린다. 해군이 보유 중인 5000t급 구축함 6척은 이순신·문무대왕·대조영·왕건·강감찬·최영함으로 ‘이순신급’으로 불린다. 최근 아프리카해역에서 해적의 피해가 잇따르자 해군이 소말리아로 파견하기로 한 배가 강감찬함이다. 이지스 전투체계를 갖춘 7600t급 한국형 구축함인 작년에 현대중공업이 진수한 세종대왕함과 이번에 진수한 쌍둥이함인 율곡 이이함이다. 7600t급은 2012년까지 한 대를 더 건조할 예정으로 해군은 그 이름을 권율함으로 짓는 것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우리 해군에는 두 가지 종류의 잠수함이 있다. 독일제 209급(1200t)은 (총 9척) 장보고·이천·최무선 등 바다와 관련해 국난 극복의 공이 있는 역사적 인물을 함명으로 사용하고 있다. 209급 잠수함 7번함은 이순신함으로 불리는 데 충무공 이순신이 아니라 임진왜란 때 충무공 밑에서 전공을 세운 동명이인의 해군제독이다. 최신형 독일제 214급(1800t급)에는 손원일함과 정지함이 있다. 손원일은 초대 해군참모총장으로 국방부 장관을 지내 '한국 해군의 아버지'로 불리는 인물이고 정지는 고려시대 왜구 토벌과 수군 창설에 기여한 장수다. 행정구역상 도나 대도시, 중소도시 등을 함정명에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1800t급 호위함은 서울·울산·충남 같은 대도시 명칭을, 1200t급 초계함은 동해·포항·목포 등 중·소도시 지명을 사용했다. 1999년과 2002년에 걸친 연평해전의 주역은 고속정(150t)급으로 속력이 빠르고 날쌔게 움직인다는 의미에서 참수리로 불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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