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창군 60주년 - 이계훈 공군참모총장 단독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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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승리는 하늘을 지배하는 자에게 있다.”
상하이(上海) 대한민국임시정부 군무총장 노백린 장군은 그렇게 말하며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리고 1920년 2월20일 캘리포니아주(州) 윌로스에 독립군 비행사 양성소를 세웠다. 같은 해 로스앤젤레스에서 치러진 3·1절 기념식에 맞춰 JN-4D 2대를 띄웠다. 이용선·이초 두 조선인이 조종하는 항공기가 하늘로 솟았다. 우리 역사상 최초의 비행이었다.
하지만 아쉬움이 컸다. “도쿄(東京)로 날아가 쑥대밭을 만들겠다”던 독립군 비행사들의 비장한 각오는 결국 실현되지 못했다. 재정상태가 악화해 1923년 11명의 졸업생 배출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이 못다 이룬 꿈은 광복 이후 다시 날개를 펴기 시작했다. 중국군·일본군·만주군 등 각기 다른 출신의 500여 항공인이 한데 뭉쳐 조직화에 나섰다.
미 군정 아래 1948년 5월 통위부(국방부의 전신) 직할 항공부대가 경기도 수색에서 첫 발을 내디뎠다. 그 시작은 미약했다. 가진 것은 ‘스리쿼터’라고 불리던 적재량 4분의 3t짜리 고물 트럭 한 대뿐. 정부수립 한 달 후에야 미군으로부터 L-4 연락기 10대를 인수할 수 있었다.
이틀 후 태극 표식을 단 이들 항공기가 총출동해 서울 상공을 날았다. 항공부대 창설의 주인공들은 전시비행을 참관하며 감격에 젖었다. 일제강점기 조선인 비행사를 대일독립전쟁에 참전시키기 위해 미군과 협의를 진행한 바 있는 독립군 출신 최용덕 당시 국방부 차관은 “이제 죽어도 한이 없다”고 밝혔을 정도였다.
육군 예하에 있던 항공군은 그렇게 자립 기반을 다져나갔다. 그리고 1949년 10월1일 마침내 대한민국 공군을 창설했다. 딱 60년 전의 일이다. 그 세월 동안 공군은 급속히 발전했다. 선배 항공인의 피와 땀을 바탕으로 지금은 전 세계에서 내로라 하는 최정예·최첨단 강군으로 거듭나고 있다.
주력 전투기인 F-15K와 KF-16은 물론 우리 손으로 만든 초음속 고등훈련기인 T-50 등을 운용하며 북한의 위협에 맞서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대공방어를 위해 패트리어트(PAC) 무기체계를 도입했고, 조만간 탄도탄조기경보레이더 등도 운용할 예정이다. 이에 더해 공중감시 능력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공중조기경보통제기(E-737 Peace Eye)도 2013년까지 4대를 도입한다.
공군의 비상(飛上)은 이 정도로 끝나지 않을 듯하다. 2030년까지 완전한 항공우주군으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의 인생에 비유하자면 환갑을 맞이한 공군, 그들은 앞으로의 60년을 또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9월2일 공군본부 참모총장 접견실에서 이계훈(57) 총장을 만나 공군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비전 등을 들었다.
-먼저 공군을 진두지휘하는 수장으로서 창군 60주년을 맞이한 소감이 궁금합니다.
“우리 공군은 ‘우리의 하늘은 우리가 지킨다’는 애국적 신념으로 뭉친 1,600여 명의 병력과 불과 20대의 항공기로 창군했습니다. 이처럼 초창기에는 열악한 여건과 부족한 전력으로 운영됐죠. 그랬던 공군이 지금은 막강한 전력을 바탕으로 평시에는 전쟁 억지와 국익 증진에 기여하며, 전시의 조기 전승을 보장하는 국군의 핵심 전력으로 거듭났습니다.
물론 이러한 결실은 그간 국민이 보여준 변함없는 신뢰와 지지, 그리고 선배들이 흘린 피와 땀이 있었기에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저를 비롯한 우리 공군 장병은 지난 60년의 반석 위에 항공우주군을 향한 확실한 디딤돌을 놓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과 미래 국가안보를 위해 요구되는 항공우주력을 차질 없이 준비해 나갈 것입니다.”
공군은 2013년까지 공중감시 능력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공중조기경보통제기(E-737 Peace Eye)를 모두 4대 도입한다. |
우주전력 갖춰야 北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
1950년 6월25일 한국전쟁이 발발하자마자 공군은 주일미군에 조종사를 파견해 F-51 ‘무스탕(Mustang)’ 전투기 10대를 인수했다. 첫 출격은 현해탄을 건너온 바로 다음날인 7월3일이었다.
공군은 전쟁기간 ‘승호리 철교 폭파작전’ ‘평양 대폭격작전’ ‘351고지 전투지원작전’ 등의 혁혁한 전과를 올렸다. 전 세계 공군사를 뒤져봐도 유례가 없을 정도로 빠른 전력화였다. 이에 대한 공군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선배들이 이러한 전과를 올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현대전은 입체전이며 공군력 우세가 핵심적이고 필수적’이라는 신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전투기가 아닌 훈련기를 이용해 목측(目測)으로 박격포탄을 공중투척하는 등 승리에 대한 열정이 대단했죠. 공군 창설의 주역들은 항공전력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그 결과 여러 작전에서 빛나는 전과를 거둘 수 있었으며 오늘의 우리가 존재할 수 있는 것입니다.”
-언급하셨듯 공군은 우주전력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우주전력을 건설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이라크전 등 현대전이라고 일컫는 주요 전쟁에서 정찰위성·항법위성 등 우주전력을 활용한 군사작전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최근 들어 강대국 사이에서는 우주전력을 중심으로 한 군비경쟁이 더욱 가속화하고 있죠. 국내에서는 위성항법장치(GPS)를 이용한 차량용 내비게이션처럼 사회 전 부문에 걸쳐 우주 관련 인프라가 빠르게 구축되고 있습니다.
또 2025년 달 탐사계획을 짤 정도로 국가 차원에서도 원대한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기도 하죠. 이러한 점에 비춰볼 때 상대적으로 군사분야에서 우주분야의 발전은 더딘 편입니다. 현존하는 위협과 미래의 잠재적 위협에 우리 군이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신뢰성 있는 우주전력을 갖춰야 합니다.
우주전력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우리 공군이 조기에 우주전력을 확보한다면 육·해·공 3군의 합동전력 운용에 큰 시너지 효과를 볼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준비를 하고 있습니까?
“지난해 우주 전문인력을 최초로 선발한 바 있습니다. 올해는 창군 60주년을 맞아 우주작전 개념을 정립한 공군 기획서를 작성했죠. 향후 공군 내 우주 조직을 더욱 발전시키고 항공우주정보센터를 운영하는 등 항공우주군으로 도약하기 위한 ‘액션플랜(action plan)’을 하나하나 실현해 나갈 계획입니다.”
전 세계에서 미군은 가장 강력한 항공우주력을 확보하고 있다. 일명 ‘키홀(Keyhole)’이라고 불리는 KH-12 첩보위성 등 우주전력 자산도 풍부하다. 한마디로 정보감시정찰 능력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때문에 그간 우리 군은 한·미동맹을 통해 미군 측의 정보를 적극 활용해 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2012년께로 예정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으로 한미연합사령부가 해체되면 이러한 양군 간 정보 공유가 원활하지 못할 것이라는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이어지는 일문일답.
-전작권 전환 후 공군은 타 군과 달리 연합공군사령부(CAC)로 구성되고 사령관을 미군이 맡는 것으로 돼 있습니다.
“새롭게 구성될 CAC는 한·미 참모 및 실무자들이 함께 근무하며 다양한 첨단 한·미 항공우주전력을 통합운영하는 가장 강력한 연합 조직입니다. 연합공군사령관은 미군이 맡게 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휘를 받는 개념은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우리 합참의장의 작전통제를 받기 때문에 CAC는 합참의장의 지휘 아래 합동 전장을 선도하는 핵심 사령부로서 임무를 수행하게 됩니다.”
-전작권 전환 시 전력 운영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우리 공군은 전작권 전환에 대비해 여러 전력획득사업을 진행 중입니다. F-15K 2차 도입사업(2012년까지 21대 확보 예정)과 정밀유도무기 확충 등을 통해 장거리 정밀타격 능력을 향상시키는 동시에 공중조기경보통제기 등의 전력 확보로 정보감시정찰 능력을 끌어올릴 계획입니다.
또 PAC 미사일과 탄도탄조기경보레이더를 확보함으로써 북한의 탄도미사일 방어 능력도 확충할 것입니다. 작전계획, 정보분석 및 융합, 지휘통제 능력 등 소프트웨어 부분의 업그레이드도 진행 중이죠. 전작권이 전환되더라도 이러한 한국공군의 증강된 능력, 그리고 강력한 새 한·미공군 연합방위체제를 고려할 때 전력 운영에 공백은 없을 것으로 봅니다.
앞으로 중·고고도 무인정찰기(UAV), 차세대 전투기(F-X 3차 사업), 공중급유기, 대형 수송기, 광학우주감시체계 등이 순차적으로 도입된다면 우리 공군의 능력과 역할은 더욱 증대될 것입니다. 현재 항공우주력은 상대적으로 미 공군에 의존하는 전력이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때문에 언급한 전력들이 계획된 대로 도입돼야 장기적으로 우리 공군이 주도권을 갖고 항공우주작전을 수행할 능력을 갖추게 됩니다.”
전작권 환수 후에도 전력공백 없어…
- 염려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우선 ‘국방개혁 2020’의 수정으로 공중급유기 및 중·고고도 UAV 도입사업이 연기됐습니다. 여러 군사전문가들은 북한의 ‘제2차 핵실험’ 등 급변하는 한반도 상황 및 세계 전장 환경을 고려할 때 부적절한 결정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분명 공중급유기와 중·고고도 UAV는 항공전력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대단히 중요한 전력입니다. 공중급유기는 전투기 등의 체공시간을 늘리고 적지에서의 작전을 지원해 전력 운용 능력을 배가시킬 수 있습니다. 또 중·고고도 UAV 확보는 핵과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등 비대칭무기를 보유한 북한의 군사동향을 파악하는 중요 기반이 될 수 있죠.
하지만 말씀하셨듯 두 전력을 확보하는 계획은 국가 재정 상황에 따라 불가피하게 순연된 점이 있습니다. 솔직히 참모총장의 입장에서는 가능한 한 이런 첨단 무기를 빨리 보유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각 사업이 1년 정도 늦춰진 것이기 때문에 낙담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더욱 강력한 훈련을 통해 조종사의 능력을 끌어올리고, 현존 무기체계로 어떻게 하면 최대한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 연구해 전력공백을 보완할 것입니다.”
-공군은 현재 패트리어트(PAC)급 무기체계를 도입하는 차기유도무기(SAM-X)사업도 진행 중입니다. 그러나 우리 공군이 도입한 PAC 전력으로는 유사시 북한의 탄도미사일 공격을 방어하기 힘들다는 견해가 있습니다.
“북한은 과거부터 탄도미사일 개발에 주력해 이미 스커드·노동미사일을 실전배치했고, 지금도 미국 본토까지 도달 가능한 탄도미사일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일본·미국까지도 심각한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죠. 이에 대비하기 위해 공군은 지난해 11월 PAC을 도입해 현재 전력화 중입니다.
그러나 현재 보유 중인 ‘PAC-3 파편형’은 탄도미사일 방어에는 일부 제한적인 면이 있습니다. 대기권 내 하층방어만 가능하며 수적으로도 제한돼 있죠.
그래서 우리 공군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고자 우선적으로 조기경보 및 작전통제가 가능하도록 2012년까지 탄도탄조기경보레이더 및 탄도탄작전통제소(AMD-CELL)를 구축하면서, 현재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개발 중인 ‘중거리 지대공유도무기(철매-2 사업)’ 중 일부를 성능 개량해 탄도미사일 대응능력을 가질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L-SAM(장거리 유도무기, SAM-X 2차 사업)’ 전력을 도입해 하층방어 능력을 보강할 예정입니다. 또한 대기권 밖 상층방어 능력을 구비하기 위한 타드(THAAD·전역고고도미사일방어체제)급 전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노력할 것입니다.”
-도입한 지 최고 40년이 지난 F-4D/E, F-5E/F를 여전히 운용해 전력 노후화가 심각하다는 말도 들립니다. 국민의정부 시절 처음 제기됐다 이후 사업 진행에 난항을 겪은 ‘한국형전투기(KF-X)개발사업’에 대한 관심도 그만큼 높아진 시점입니다.
“해당 전투기들을 상당히 오랫동안 사용한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공군은 이들 전투기를 매우 효과적이고 안정적으로 운용해 왔습니다. 그간 여러 형태로 이들 전투기의 성능을 개량하고 부품을 교체해 왔죠. 앞으로 5~10년 정도는 더 운용할 수 있다고 봅니다. KF-X 개발이 예정보다 다소 늦어지고 있지만, 국산 전투기 개발을 목표로 하는 국가 정책에 따라 반드시 추진될 것으로 봅니다.
이에 따른 국가적 자부심과 산업적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공군 내에서도 KF-X 사업이 현재 계획보다 더 지연될 경우 전력 운용 측면에서 어려움에 처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습니다. 이에 대한 대책도 검토 중입니다.”
노후기 대체할 KF-X 개발사업 추진해야…
지난 7월 이 총장은 싱가포르와 독일을 방문했다. 그 자리에서 각국 공군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한국공군의 비행교육체계를 홍보하고, 이를 통한 국산 T-50 고등훈련기의 세일즈외교도 펼쳤다. 그는 왜 T-50 수출에 앞장서는 것일까?
“항공산업은 한 국가의 기술력을 가늠할 수 있는 최첨단 산업입니다. 특히 군사용 항공기를 자국 기술로 제작·운용할 수 있는 국가는 불과 몇 국뿐입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우리가 만든 기본훈련기 KT-1과 고등훈련기 T-50 등의 항공기 수출은 국가경쟁력 상승 및 한국공군의 위상 제고를 의미합니다.
이번 군사외교 때 방문국 주요 인사들에게 제가 직접 T-50 운용 경험 및 효율성을 설명했습니다. 아무래도 군사훈련 등의 교류를 통해 쌓은 양국 군 간 신뢰관계가 있다 보니 국산 항공기 수출에 유리한 여건을 마련할 계기가 될 것으로 판단합니다. 아쉽게도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을 대상으로 한 T-50 수출 추진이 한 차례 고배를 마신 바 있습니다만, 이미 여러 국가로부터 T-50은 ‘세계 최고의 성능을 보유한 기종’이라는 찬사를 받았습니다.
또한 한국공군이 운영하는 새 비행교육체계의 우수성도 해외에서 인정받는 만큼 현재 추진하는 수출사업에서는 반드시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앞으로도 우리 공군은 국산 항공기 수출을 위해 다각적으로 지원할 것입니다.”
-공군은 베트남전에 ‘은마부대’ 파병을 시작으로 지난해 12월 철수한 이라크 ‘다이만부대’에 이르기까지 그간 여러 차례 해외파병을 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국제 평화유지활동 등이 늘어남에 따라 이러한 행보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만….
“그렇습니다. 여러 차례 수송전력 파병 경험으로 전장에서의 단독작전 및 한·미 연합작전 능력을 확인하는 등 큰 성과를 거뒀죠. 또 지난해 중국 쓰촨(四川)성 일대에 지진 피해가 발생했을 때는 긴급구호물자를 공수한 바 있고, 지난 5월에는 필리핀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의 국제재난대응훈련에 C-130 수송기 1대와 공군 의료진 및 119구조대가 참가해 훈련을 실시했습니다.
필리핀 훈련기간에는 태풍 ‘구자라’가 현지를 강타해 1,500여 명의 현지 피해자를 치료하는 등 실질적 재난구조 임무를 수행하기도 했죠. 이러한 국제적 요청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우리나라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참여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며, 공군은 수송전력을 이용한 국제 평화유지활동에 힘쓸 것입니다.
단 현재 공군에서 보유한 수송전력의 경우 장거리 임무가 제한되는 등 아직 부족한 부분이 있어 국가 위상에 걸맞은 수송전력 확보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봅니다.”
공군은 타군 대비 기술병과의 구성비가 무척 높다. 그러한 차원에서 양질의 인력 충원을 위해 가장 많은 노력을 해왔다. 그 대표적 사례는 1971년 개교한 ‘공군항공과학고등학교(항공과학고·전신 공군기술고)’다. 군내 유일한 전문기술계 고등학교인 항공과학고의 입학경쟁률은 최근 5년간 평균 20대 1(모집정원 150명).
중학교 내신성적 상위 14% 이내의 우수 자원이 입학해 3년간 항공기술을 습득한 후 정비·관제·정보통신·기상 등의 특기별 부사관으로 임관한다. 각종 기능경기대회에서 전국 1·2위를 다툴 정도로 우수한 기능인을 양성하는 학교로, 9월7일 폐막한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서 졸업생인 허영환 하사가 금메달(공업전자기기 종목)을 따내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이 총장은 “항공과학고 출신의 부사관들은 업무 수행 능력이 뛰어나고, 창의 제안 등을 통해 국방예산을 절감하는 등 공군의 전투력 향상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창군 때부터 공군은 여성인력 활용에도 큰 관심을 보였다. 1949년 2월 일본에서 비행술을 익힌 이정희를 중심으로 여자항공교육대(공군 창설 후 여자항공대)가 발족했다.
그러나 한국전쟁 발발 이후 이 맥은 한동안 끊어졌다, 1997년 공군이 3군 중 최초로 여자 사관생도를 모집하면서 그 불씨를 되살렸다. 지난해부터는 항공과학고도 여학생(모집정원 15명)을 모집한다. 공군에서 가장 중요한 인적전력은 ‘전투기 조종사(Fighter Pilot)’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터. 이 부분과 관련해 공군은 골머리를 앓는 듯했다.
비행시간이 많고 실력이 뛰어난 조종사들이 다수 퇴역해 민간 항공사(민항사)로 전직함으로써 발생하는 전투력 손실이 만만찮은 것으로 알려졌다. 3,140시간 이상의 비행기록(주기종: F-5E/F)을 보유한 이 총장 역시 고민이 많아 보였다.
조종사 ‘다수 전역’ 막기 위한 처방전 준비 중
“어느 국가나 공군 조종사는 국가 방위의 핵심전력으로서 그 가치를 인정받습니다. 평시에 조종사와 정비사를 양성하고 관리하는 것이 공군의 큰 과제이기도 하죠. 조종사는 하루아침에 길러지지 않습니다. 베테랑 조종사로 성장하는 데는 약 10년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그 비용만 해도 어마어마하죠.
하지만 자녀교육 및 주거 여건의 열악, 여유 없는 비행생활과 지상업무 과다, 진급에 대한 불안 등의 문제에 직면한 후배 조종사들의 이탈을 무조건 막을 수도 없는 처지입니다. 이러한 조건 때문에 흔들리는 후배들을 볼 때면 개인적으로 마음이 많이 아픕니다.”
-지적하셨듯 조종사에 대한 처우 개선이 시급한 것 아닐까요?
“조종사를 위한 지원대책은 예전에도 여러 방안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제대로 실현되지 않다 보니 신뢰를 잃은 면이 없지 않죠. 그래서 이제부터는 군 복무여건 개선 등을 위해 실질적 중·단기 처방을 내리려고 합니다.
우선 조종사의 진급률 향상을 위해 대령 정원의 추가 확보를 도모하고 있으며, 의무복무(사관학교 출신의 경우 15년) 이후 복무하는 조종사에게는 민항사와의 보수 격차 축소를 위해 ‘연장복무항공수당가산금’ 신설을 추진 중입니다. 또한 공군 가족을 위한 교육 및 주거 여건 향상을 위해 고층 아파트 건립(서울 대방동 옛 공군 관사 자리)을 진행 중입니다.
대령·장성 진급에 실패한 조종사의 미래를 위해 조종군무원직(비행 및 시뮬레이터 교관)을 확대운용하는 등 종합적 대책이 될 수 있도록 노력 중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적 개선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수많은 훈련을 통해 전투 기량을 쌓아가는 조종사에 대한 국민의 사랑과 믿음이라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한 가지 더 묻겠습니다. 성남·대구·광주 등 대도시 인근 비행장의 경우 지역민들이 제기하는 소음 피해 민원이 심각합니다. 공군으로서도 입장이 난처할 듯한데요.
“국가안보를 위해 우리 공군이 존재하는 것이고, 공군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기지(비행장)가 필요합니다. 마찬가지로 지역민 여러분의 입장에서는 조용하게 살 권리가 있겠죠. 어떻게 조화롭게 극복할 것이냐 하는 것이 문제인데요. 소음 피해를 경감시키기 위해 공군에서는 비행고도를 높이고, 경로를 변경하고, 야간비행을 줄이는 등 종합대책을 강구 중입니다.
‘군소음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더 많은 지원을 해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예산 소요가 커 지연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공군은 군 나름대로 소음을 줄일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인터뷰를 마칠 즈음 주위를 둘러보았다. 참모총장 접견실 내에는 독립군을 창공으로 올린 JN-4D와 공군 최초의 도입기(機)인 L-4 축소모형이 전시돼 있었다. 벽면에는 안드로메다 성운을 촬영한 사진과 아리랑2호가 찍은 독도 위성사진이 걸려 있었다. 마치 공군의 과거 60년과 미래를 집약해 놓은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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