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열되는 東北亞의 해군력 건설 경쟁]
한국 해군, 타이완보다 총 t수에서 뒤져
東北亞의 군사력 증강은 해양영토 분쟁, 자원확보, 원료와 완제품 수출입을 위한 해상로(sea lane)의 보호를 위한
해군력 경쟁으로 이어져.
⊙ 1990~2000년 사이 전 세계가 국방비를 35% 감축시키는 동안 중국과 일본은 약 40%, 타이완 80% 이상, 한국도 34% 늘려
⊙ 중국, 1990년대 중반 이후 매년 구축함 1척, 프리깃함 1.5 척 建艦
⊙ 5000t급 이상 군함 일본 28척, 중국 13척, 한국 6척
⊙ 일본은 한국에 비해 질적으로 월등하고 양에서도 2.2배
李春根
⊙ 1952년 서울 출생.
⊙ 연세大 정외과·同 대학원 졸업. 美 텍사스 주립大 정치학 박사.
⊙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해양전략연구소 연구실장, 자유기업원 국제문제연구실장, 同 부원장 역임.
⊙ 現 미래연구원 연구처장.
⊙ 저서: <현실주의국제정치학> 등.
제2차 세계대전 직후부터 1990년에 이르기까지 40여 년 동안 지속됐던 冷戰(냉전) 체제는 소련을 비롯한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들의 자멸로 종식됐다. 냉전이 끝난 세계는 희망의 조짐이 보이는 듯했다. 미국과 소련이 핵전쟁을 벌일 가능성이 없어졌고, 국가들이 과거처럼 갈등 관계에 빠져 들어갈 것 같지도 않았다.
이데올로기의 싸움이 끝난 세계를 프랜시스 후쿠야마 같은 학자는 ‘역사의 종언’이라는 말로 묘사했다. 역사란 상치되는 이데올로기들의 충돌과 갈등인데 앞으로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사실 냉전이 끝난 직후의 국제정치를 보면, 脫(탈)냉전 시대는 평화의 시대라고 말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조짐이 나타났다. 국제정치가 평화를 지향하는가 아니면 전쟁을 지향하는가를 잘 나타내 주는 지표 중 하나가 각국의 국방비 지출 통계다.
냉전이 한창 고조되고 있던 1985년과 냉전이 종식된 후, 그리고 탈냉전 시대가 2001년의 9·11테러에 의해 급격히 끝나는 무렵까지 세계 주요국가의 군사비 지출 자료를 살펴보면, 냉전 종식은 확실히 평화를 초래하게 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표1>은 지난 10년 동안(1990~2000) 세계 주요국들이 냉전의 頂點(정점)에 올랐던 1985년에 비해 국방비를 대폭 감축시키고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미국과 나토(NATO) 진영 국가들은 국방비를 거의 4분의 1이나 감축했으며, 붕괴한 소련(러시아)은 같은 기간 동안 국방비가 무려 84% 이상 줄었다. 지구 전체를 보았을 때도 냉전이 끝난 10년 동안 전 세계 국방비는 35% 이상 줄었다.
국방비가 줄어들었다는 사실은 국제체제가 그만큼 낙관적이었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놀라운 사실은 한국이 위치하고 있는 東北亞(동북아) 지역에서는 이와 완전히 거꾸로 된 상황이 나타나고 있었다는 점이다. 냉전이 종식되자 한국의 左派(좌파)세력들은 이를 평화의 도래라고 말했다. 그들은 우리도 군축을 해야 하며, 북한과도 軍縮(군축)과 화해를 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탈냉전 시대에도 국가안보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냉전적 사고방식을 가진 守舊(수구)세력이라며 비난했고 햇볕정책만이 代案(대안)이라고 주장했다.
東北亞의 이상기류
그러나 한국이 속한 동북아의 현실은 수구라고 비난당하는 사람들의 분석이 훨씬 타당했고 2009년인 지금도 마찬가지로 더욱 타당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국이 속한 동북아 지역은 세계적 차원의 냉전이 끝난 후, 오늘 이 순간까지, 냉전시대보다 더 열악한 안보 환경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동북아 모든 나라가 냉전이 끝난 후 급격히 군사비를 늘렸다. 중국과 일본은 약 40% 정도 국방비를 증액시켰다. 타이완은 80% 이상, 한국도 34% 증액했다.
특이한 사실은 북한의 국방비가 66.7%나 감소했다는 점이다. 이는 북한이 평화를 지향했기 때문이 아니라 경제가 파산했기 때문이다. 이 기간 동안 북한은 값은 저렴하지만 파괴력이 압도적으로 높은 핵폭탄을 개발함으로써 군사비 감축을 상쇄하려 했다.
전 세계가 국방비를 35% 감축시킨 바로 그 기간 동안 동북아 5개국은 국방비를 36% 증액시킨 것은 무슨 역설인가?
투키디데스는 지금으로부터 2400년 전, 국가들의 행동 동기를 ‘이익’ ‘명예’ ‘두려움’ 등 세 가지로 정리했다. 그중에서도 국가들의 국제정치 행동을 설명하는 데 가장 중요한 動因(동인)은 ‘두려움’(Fear)이라는 사실을 갈파했다.
동북아 국가들이 냉전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국방비를 급격히 늘리는 이유는 이들 모두가 냉전이 끝난 후 더 큰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사실 냉전 시대의 동북아에는 美蘇(미소)의 첨예한 대결 때문에 긴장은 높았지만 상대적으로 안정(stability)된 국제체제가 오래 지속됐다. 냉전이 끝나자 아시아 국가들은 자기를 위해 대신 싸워줄 미국과 소련이 없어진 세상에 던져진 것과 마찬가지가 됐다고 생각했다.
중국은 급속히 군사비를 증강시켰으며, 일본의 가이후 총리는 자신들의 군사력은 애초부터 냉전체제와 연계된 군사력이 아니었기 때문에 냉전이 끝난 후 줄어들 이유가 없다며 군사비 증액을 정당화했다. 타이완도 미국이 냉전시대처럼 자신을 확실하게 방위해 줄 것인지에 대해 확신이 서지 않았다.
냉전체제가 제공했던 안정된 국제체제의 상황 아래 아시아 국가들은 경제성장에 매진할 수 있었고, 대부분 경이적인 성공을 이룩했다. 1960년대의 일본, 1970년대의 한국과 타이완, 1980년대 이후 중국의 경제 발전 속도는 세계 역사의 신기록들이었다.
‘홀쭉하거나 훨씬 잔인하거나 막강한’ 군사력 건설 경쟁
상당한 경제력을 갖춘 아시아 국가들은 탈냉전 시대에 당면하자 두려움을 느꼈고, 그 두려움을 국방비 증액을 통해 해소시키려 했다. 이웃 나라들이 국방비를 늘린다는 사실은 자국 국방비의 증가를 초래하게 되고, 이는 또 다른 군사력 증강을 초래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된다. 국제정치학자들이 말하는 ‘안보의 딜레마’(security dilemma) 상황이 동북아에서 나타난 것이다.
중국은 지난 20년간 국방비가 10배 이상 늘어났지만 병력은 500만에서 200만으로 줄었다. 병력이 무려 60%가 줄었는데 군사비가 10배가 된 것은 동북아 국가들의 군사력 건설의 전형(pattern)이다.
미국의 분석가들은 중국 및 동북아 국가들의 군사력 건설을 ‘Leaner but Meaner(홀쭉하거나 훨씬 잔인하거나 막강한)’ 군사력이라고 부른다. 즉 기술적으로 진보된 군사력, 특히 해군력 증강에 열을 올리고 있다.
과거 농업국이었던 동북아 국가들은 냉전 기간 동안 모두 산업화에 성공했고, 동시에 상업국가·무역국가로 탈바꿈했다. 이들은 원료를 해외에서 수입해다가 그것을 가공해서 공업 제품으로 만든 후 다시 해외에 내다 파는 무역국가가 된 것이다.
상업국가·무역국가란 바다와 연계된 나라들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수출입 物動量(물동량)의 99.8%가 바다를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다. 다른 동북아 국가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때문에 동북아 국가들에 있어 海路(해로)는 生命線(생명선)이나 다름없다. 해군력은 상업국가·무역국가의 필수이기 때문에 이런 이유에서 정당성이 입증되는 군사력이다.
해군은 육군이나 공군보다 나라 밖으로 훨씬 멀리까지 나갈 수 있으며, 그래서 상대방의 군사력과 직접 조우할 가능성도 제일 높다. 즉 해군력은 파워 프로젝션(Power Projection, 힘의 투사)이 가능한 군사력이다. 동북아의 국제정치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앞으로 아시아에서 전쟁이 난다면 첫 번째 포성이 울릴 곳은 바다”라는 사실에 전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국가들은 때로 국내정치적 목적을 위해, 즉 국민 탄압수단으로 군사력을 건설하는 경우가 있지만 해군력은 경우가 다르다. 독재자들이 군함을 가지고 국민을 위협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군함은 값도 엄청나게 비싸기 때문에 필요해도 만들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해상수송로가 불안하다
소말리아 해적 소탕전에 투입될 중국 해군 구축함과 보급함들이 출항에 앞서 하이난(海南)섬 싼야(三亞) 기지에 정박해 있다. |
동북아 국가들은 자신들의 생명선인 해상수송로(sea lane)가 불안하다는 두려움을 共有(공유)하고 있다. 우선 동북아 국가들이 모두 세계적인 무역국가가 되다 보니 세계 20대 항구 중 12곳, 14대 항구 중 7곳이 동북아에 위치하고 있다. 동북아에 있는 세계적 무역항은 상하이(1), 닝보(寧波·4), 톈진(天津·5), 부산(8), 칭다오(靑島·12), 광양(13), 다롄(大連·14) 등이다.
이처럼 번잡해진 해로의 안전을 보장해 줄 뚜렷한 세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데 문제가 있다. 냉전시대 동안에는 미국이 자유진영 무역국가의 해로 안전을 보장했다. 지금 미국은 세계 모든 국가를 경쟁자로 보고 있다. 미국은 냉전시대처럼 이들의 화물선과 해로 안보를 보장해 주어야 할 의무에서 벗어났다.
동북아의 바다가 위험한 또 다른 이유는 동북아 바다에 있는 수많은 섬이 영토분쟁의 대상이라는 점이다. 韓日(한일) 간의 독도 분쟁은 中日(중일) 간의 센카구(조어대) 분쟁, 중국과 동남아 국가 모두가 개입하고 있는 남사군도, 서사군도의 분쟁에 비하면 오히려 점잖은 편이다.
아시아 국가 대부분이 석유·천원가스 등 자원의 결핍 때문에 고생하는데 이들 분쟁 중인 섬 근처에 수십억 배럴에 달하는 천연가스·석유가 매장되어 있다는 사실은 해양 영토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동북아 전문가인 켄트 칼더 교수는 동아시아에는 죽음의 3각형이 드리워져 있다며 다음과 같은 도식을 제시했다.
칼더 교수는 아시아 국가들이 모두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룩한 결과 모두 에너지의 궁핍을 느끼게 됐고, 에너지 확보를 위해 군사력을 증강하게 됐으며, 에너지 궁핍과 군사력 증강은 이들 나라들의 地戰略的(지전략적·geostrategic)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데 기여했다고 설명한다. 그 결과 경제성장으로 인해 군사력을 장비할 능력을 갖추고 있는 아시아 국가들은 에너지 확보에 가장 적합한 군사력인 해군력 증강에 노력을 집중하고 있다.
무서운 속도로 해군력 키우는 중국
냉전이 끝날 무렵 미국 해군은 600척에 이르는 규모를 자랑했지만 냉전 종식 후 10여 년 만에 350척으로 줄었다. 영국·프랑스 해군, 나토의 다른 소규모 해군들도 모두 감축됐다.
다만 미국 해군의 감축은, 質(질)로 量(양)을 상쇄해 가며 진행된 측면이 있다. 1985년 14척이던 항공모함이 지금은 11척으로 줄어들었지만, 작전반경이 거의 무한대인 핵추진 항공모함은 1985년 4척에서 현재는 10척으로 늘었다.
폴 케네디 교수는 訪韓(방한) 시 한국의 해군력 증강에 깊은 인상을 받은 후, “아시아 국가들의 해군력 증강은 수세기 전 유럽이 세계 覇權(패권)을 향해 나가던 시절과 흡사하며, 이제 유럽은 과거 아시아의 모습으로 전락했다”는 내용의 신문 기고문을 쓴 바 있었다.
동아시아 국가들의 해군력 증강은 세계 경제의 軸(축)이 동아시아로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과도 일치한다. 경제적 번영과 군사력 증강은 동시에 이루어지는 것이 국제정치의 현실이다.
<표3>은 영국 국제전략연구소가 매년 간행하는 <군사력균형>(The Military Balance), 일본 방위성의 <2009년도 방위백서> 등을 참조하여 작성한 것이다. 가장 놀라운 것은 중국의 해군력 증강이다. 중국은 1990년대 중반 이후 매년 구축함 1척, 프리깃함 1.5척이라는 무서운 속도로 해군력을 키우고 있다.
1990년부터 2009년까지 중국은 군사비를 매년 10% 이상 계속 늘려 냉전 이후 군사력을 많이 증강시킨 나라로 기록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정책 결정자들은 현 수준의 해군력을 ‘해양 방어를 위해 전혀 충분하지 못한 군사력’이라고 간주하고 있다. 중국은 1990년 초, 독자개발한 항공모함을 보유하겠다는 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해상자위대 깃발이 旭日昇天旗인 이유
시민들이 욱일승천기를 흔들며 일본해상자위대의 이지스구축함 기리시마호를 환송하고 있다. |
일본도 언제든 군사적인 초강국이 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나라다. 특히 민주당 정권의 출범은 일본 스스로의 국방력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전환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민주당의 최고 실세인 오자와 이치로가 말하는 ‘보통국가’는 다른 말로 하면 남들처럼 ‘전쟁을 할 수 있는 국가’를 뜻한다.
향후 일본이 군사대국화할 경우 그것은 핵무장과 해상자위대의 군사력이 증강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해상자위대의 증강은 힘의 투사력(投射力·Power Projection Capability) 증강을 의미한다. 일본 해상자위대가 과거 일본제국 해군의 旭日昇天旗(욱일승천기)를 물려받고 있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44척의 구축함은 일본 해군의 상징이며 일본의 掃海(소해) 작전 능력은 세계 제일이다. 작전범위가 5000마일에 이르는 일본 함대는 인도의 벵갈만에서 행해진 ‘Malabar 2007’ 훈련에도 참여했고 2003년 이라크 전쟁 당시 아라비아해에 함정을 파견했다. 일본도 차후 항공모함을 장비한 대양해군의 길을 선택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
우리나라도 1990년대 초반 향후 한국의 군사력은 해군력이 되어야 한다는 비전 아래 해군력 증강에 노력했다. 한국 해군 발전 과정은 해군사 전문가인 폴 케네디 교수를 감명받게 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도 한국의 해군력은 일본·중국의 해군에 비할 바 못 된다. 함정의 t수를 기준으로 중국:일본:타이완:한국은 132.3:34.5:20.7:15.4로, 일본 해군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은 물론, 타이완에도 뒤진다.
중국의 경우 아직 질보다는 양에 치중해 있지만, 중국은 함정 t수로 우리나라 해군의 8.6배, 질적으로 월등한 일본 해군은 양적으로도 우리 해군의 2.2배가 넘는다. 현재 중국과 일본은 5000t급 이상의 대형 군함을 각각 13척, 28척 보유했지만, 우리나라는 6척에 불과하다.
2020년에 중국은 30척, 일본은 40척 이상의 5000t급 이상의 대형 군함을 보유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는 18척을 예상하고 있으나, 최근 국방개혁 관련 예산이 줄고 있어 이 목표도 불확실해 보인다.
우리나라는 대표적으로 해로가 긴 나라다. 한국이라는 공장이 가동되기 위해서는 페르시아만에서 한국에 이르는, 지구 절반을 도는 긴 항로가 안전해야 한다. 한국의 완제품을 수출하기 위해서도 역시 수만 km가 넘는 항로의 안전이 확보돼야 한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다행스러운 것은 아직도 미국의 해군력은 세계 패권국의 지위에 걸맞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의 해로안보는 동맹국 미국으로부터 안전을 제공받기 용이하다는 점일 것이다.
한국은 그동안 군사력은 오로지 북한만 상대하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통일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미래 한국의 군사력은 세계를 상대로 우리의 이익을 수호하는 군사력”이라는 개념을 정립하고 그에 걸맞은 건설 계획을 세워야 한다.
李明博(이명박) 정부는 747이라는 비전을 대선공약으로 제시했다. 정말 세계 7대 경제대국으로 도약하기를 원한다면, 꼭 기억해야 할 사실이 하나 있다. 그에 걸맞은 군사력도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軍史관련' 카테고리의 다른 글
ATTACK OF THE DRONES (0) | 2009.10.04 |
---|---|
박동운의 列國志 兵法 (0) | 2009.09.29 |
KFX 사업 부활 확실 (0) | 2009.09.26 |
삼십육계_01 (0) | 2009.09.23 |
삼십육계_02 (0) | 2009.09.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