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史관련

한반도 급변 대비 산둥반도가 움직이고 있다

醉月 2011. 8. 15. 07:16

박승준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초빙교수·전 조선일보 베이징특파원

 

한국 겨냥한 미사일 부대 산둥성에 전진 배치
중·러 합동 군사훈련도 2005년부터 매년 실시
첫 번째 항공모함은 서해에서 시험항해 곧 시작

▲ 도움말 : 합동참모본부 김덕기 대령(해군)
중국 ‘인민해방군’이 8월 1일로 창군 84주년을 맞았다. 중국군은 우리에게 무엇일까. 60여년 전 한국전쟁에 개입할 당시 우리가 ‘중공군’이라고 부르던 때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적일까. 아니면 유사시에 전략적 협력을 하는 동지가 될 수도 있는 걸까. 우리 한국군의 전략, 또는 전술 개념에 중국군을 어떻게 자리매김해야 하는 걸까.
   
   휴전협정 조인 58주년 다음날인 지난 7월 28일 마샤오톈(馬曉天) 중국군 부총참모장이 한국을 방문해서 김관진 국방장관과 회담을 했다. 이 자리에서 마샤오톈은 이런 말을 했다. “중국군과 한국군의 관계는 두 나라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중요한 구성 요소이다. 양국 군이 실무적 교류를 강화하는 것은 두 나라 군의 건설과 두 나라 우호관계의 건강한 발전에 유리하다. 지역의 평화와 안전, 번영을 지키는 데도 유리하다.”
   
   계급이 공군 상장으로 작전통인 마샤오톈은 지난해 3월 26일 북한에 의한 천안함 피격 침몰 3개월 남짓 만인 7월 1일 홍콩 봉황TV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서해에서 실시하려던 한·미 합동군사훈련에 중국이 반대한다고 처음으로 밝혀 시선을 끌었던 인물이다. 당시 마샤오톈은 “황해(서해)에서 실시하려는 미군과 한국군의 합동군사훈련에 비상(非常)하게 반대한다”고 말해, 천안함 사태 이후 중국의 입장에 대한 분명한 이정표를 보여주었다. 마샤오톈의 이번 방한은 최근 활발해진 한·중 군사교류의 일환으로 이뤄진 것이며, 이에 앞서 지난 7월 14일에는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베이징을 방문해서 중국의 차세대 최고지도자로 내정된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 겸 중국공산당 중앙군사위 부주석과 만났다.
   
   
   “조선은 모험을 하지 말라”
   
   김관진 장관과 만난 시진핑 부주석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은 이 지역의 안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관련 당사자들이 평화와 안정이라는 대국(大局)에 무게를 두고, 각종 곤란을 극복하고 대화와 접촉을 유지해 협상으로 문제를 해결해서 형세를 점차적으로 좋은 방향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장관은 “중국이 한반도 문제에서 건설적인 역할을 해주고 있는 데 대해 감사하며, 중국과 한국이 함께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자”고 말했다. 그렇게 말한 시진핑 부주석은 지난해 10월 2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항미원조(抗美援朝) 60주년 기념 좌담회’에 나와서는 과거 중공군의 한국전쟁 개입에 대해 다음과 같은 언급을 해서 주목을 받았다. “평화를 애호하는 것이 중화민족의 우수한 전통이며, 60년 전 발생한 그 전쟁은 제국주의 침략자들이 중국인민들에게 강요한 것이다.”
   
   그런가 하면 량광례(梁光烈) 국방부장은 지난 6월 4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샹그릴라 대화에 나와 기자회견을 하는 도중 돌연 “나는 조선(북한)에 ‘모험을 하지 말라’고 말했다”고 밝혀 주목을 받았다. 그는 자신이 북한에 했다는 말에 대해 중국어로 “비에 간 마오시엔(別敢冒險·모험을 감행해서는 안 된다)”이라는 강한 표현을 구사한 것으로 전해, 한국과 미국의 중국 관찰자들을 놀라게 했다. 이와 관련, 량광례 국방부장이 지난해 천안함 피격침몰 사건 나흘 뒤인 3월 30일 베이징 주재 북한 대사 최진수를 국방부로 불러 무슨 말을 했는지에 대해서도 우리 정부가 알아봐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당시 중국의 군 관련 보도기관들은 량광례가 최진수에게 “중국과 조선 양국 군대 간의 교류와 협력”을 강조하는 언급을 했다고 전했다. 당시 량광례가 최진수에게 한 말이 천안함 사건으로 인한 중국과 북한의 긴밀한 협력을 강조한 말인지, 1년여 뒤에 싱가포르에서 말한 대로 북한이 더 이상의 모험을 강행하지 말라는 말을 했는지는 더 따져봐야 할 것이다.
   
   
   중·러 합동군사훈련 어떻게 볼 것인가
   

▲ 중국 해군특수부대가 2008년 12월 25일 중국 하이난 지역에서 반(反)해적 훈련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이상에서 살펴본 것처럼, 중국 군 지도자들의 말만을 들어보면 중국군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이 유지되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중국군의 실제 움직임도 그런 것일까. 중국군이 2005년부터 매년 실시하고 있는 ‘평화의 사명(和平使命)’ 훈련 내용을 보면 고개를 갸우뚱거리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특히 훈련 실시 첫해인 지난 2005년과 2009년에 각각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 부근 랑야타이(瑯琊臺) 해역과 지린(吉林)성 서북부 타오난(洮南) 평원에서 벌인 중국과 러시아의 합동군사훈련은 실시 지역이나 동원 장비, 상징성으로 보아 우리 군 당국이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규모로 진행됐다.
   
   2005년 8월에 처음 실시된 ‘평화의 사명 2005’ 훈련은 제1단계 해상 봉쇄, 2단계 상륙훈련, 3단계 강제격리의 3단계로 실시됐다. 명목은 반(反)테러 훈련인 것으로 발표됐지만, 중국 관영 TV가 전한 합동군사훈련 내용은 전략 폭격기와 전투기, 조기 경보기, 최신예 전함들이 동원된 가운데 ‘홍군(紅軍)’과 가상의 적 ‘남군(藍軍·청군)’으로 나뉘어 실시돼 중국과 러시아 합동군이 미국과 한국, 또는 일본 합동군을 가상 적으로 한 훈련이라는 분위기를 띠고 있었다. 명목은 테러 대처였지만, 전략 폭격기의 폭격, 대규모 공정부대의 낙하산 투하, 해병대를 동원한 가상해안 상륙훈련은 테러 대처 훈련치고는 규모가 너무 크다는 판단을 하게 했다. 특히 칭다오 부근의 랑야타이에서 실시된 방공 미사일 발사훈련에는 1960년대 미 고공 정찰기 U2기를 격추시킨 전과를 올려 유명해진 러시아의 방공미사일 부대가 참가해서, 훈련의 목적이 한반도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의 존재를 의식한 것임을 강하게 시사했다. 량광례 현 국방부장을 포함한 중국군 수뇌부는 역사상 진시황제의 명령에 따라 불로초를 구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을 향해 떠난 쉬푸(徐福)라는 인물이 출항한 고사(故事)를 갖고 있는 랑야타이에서 훈련 실시 광경을 지켜보았다. 러시아 방공미사일 부대의 지도를 받은 중국군 방공미사일 부대는 이 훈련 이후 랑야타이 부근에 상주하고 있다고 중국 관영매체들은 전했다.
   
   
   여전히 유효한 중·조 우호협력조약
   
   지린성 서북 내몽골 인근의 타오난 평원에서 중국군과 러시아군이 합동으로 실시한 ‘평화의 사명 2009’ 훈련 역시 당시로서는 러시아의 주력 전투기였던 수호이 27과 중국군의 젠(殲)-8 전투기, 양국 군의 최신예 탱크와 자주포, 미사일이 동원되고 특수부대까지 동원된 야전 실탄사격 훈련이었다. ‘평화의 사명’ 훈련 이외에도 7월 29일에 산둥성과 산시(山西)성 일원에 주둔하고 있는 지난(濟南) 군구(軍區) 병력은 한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마샤오톈 부총참모장의 지휘에 따라 ‘전위(前衛) 211’ 정보화 훈련을 실시했다. ‘전위 211’ 훈련 역시 단순한 중국군 병사들의 정보화 인식 제고가 목적이 아니라 ‘홍군’과 ‘청군’으로 나뉘어 실시한 전자전 실전 훈련이었다. 훈련 내용은 청군이 홍군을 겨냥해서 미사일 공격을 감행하려고 하는 데 대해 홍군이 전자전을 전개해서 공격 계획을 저지한다는 프로그램을 골자로 하고 있었다.
   
   한반도 유사시 중국군이 우리의 적군이 될 것인가, 아니면 전략적 협력이 가능한 군이 될 수 있는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최근 평양에서 이루어진 ‘중·조 우호협력조약’ 체결 50주년 기념식에도 유의해야 할 것이다. 1961년 저우언라이(周恩來) 당시 총리와 김일성 당시 수상 사이에 체결된 이후 20년마다 효력이 갱신돼 오는 2021년까지 유효한 중·조 우호협력조약 체결 50주년을 맞아 지난 7월 10일 평양에서는 중국과 북한 양국의 당·정·군 지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성대한 기념식이 열렸다. 이 기념식에는 중국 측에서 김일성대학 유학생 출신의 장더장(張德江) 부총리, 북한 측에서는 최영림 내각총리와 김영춘 인민무력부장 겸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참석했다. 조약 체결 양 당사자인 중국과 북한 어느 쪽의 폐기 요청이 없는 한 자동으로 20년 유효기간이 갱신되는 이 조약은 제2조에 자동개입조항을 담고 있으며, 그 내용은 ‘이 조약 체결 당사자 중 일방이 제3국의 침공을 받을 경우 다른 일방은 즉각 자동개입한다’이다. 다른 말로 하면, 한반도 유사시, 특히 한국군과 미군이 북한의 내부 혼란을 가라앉히기 위해 병력을 평양으로 보내는 일이 발생할 경우 중국군은 이 조항에 따라 북한과 협의 없이도 중국군을 평양으로 파견할 수 있게 되어 있는 것이다. 우리 외교당국에서는 한때 “중·조 우호조약은 이미 유명무실화 된 조약”이라는 주장을 편 일이 있었으나, 중국과 북한은 엄연히 지난 7월 10일 조약 체결 50주년 기념식을 성대하게 치렀다.
   
   
   한 차원 높은 국제정치적 대책 필요하다
   

▲ 지난 7월 19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군사훈련 모습. photo 신화·연합뉴스


   중국은 ‘한반도 유사시’에 대해 어떤 시각을 갖고 있을까. 관영 신화통신은 최근 ‘중국 주변 외교 신전략’이라는 논평을 통해 중국 정부가 한반도의 유사시 상황을 대체로 세 가지로 정리해두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신화통신의 이 논평은 특정 국가의 이름을 거론하지 않은 채, 첫째 ‘성숙한 민주국가’인 주변국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대증(對症)적인 요법을 써서, 해당 국가에서 출현한 정국의 혼란과 충격이 중국과의 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할 것이며, 둘째 ‘과도기적 전환 국면에 있는 국가’인 주변국에서 정국의 변화가 일어날 경우 그 결과가 중국과의 관계 후퇴로 연결되지 않도록 방지하는 정책을 쓸 것이고, 셋째로 ‘문제국가’에서 정국의 혼란이 빚어질 경우 중국의 지정학적 이익이 손상되지 않도록 조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중국 당국이 말하는 ‘문제국가’에는 북한이 포함될 수 있을 것이고, 우리가 ‘성숙한 민주국가’로 분류됐는지, 아니면 ‘과도기적 전환 국면에 있는 국가’로 분류됐는지에 대해서는 앞으로 우리 정부의 추가 검토 과정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우리 서해안 북쪽의 다롄(大連)항에서 수리작업을 마치고 곧 시험항해를 할 것이라는 중국의 첫 번째 항공모함으로, 러시아제 중고 항모인 바리야그(Varyag)함에 대해 우리 군이 어떤 시각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더욱 어려운 문제라고 할 수밖에 없다. 남북한 관계와 한·중 관계, 한·중·일과 한·미·일 관계의 연장선상에서 우리 군의 중국군에 대한 대응과 접촉 수준을 결정하는 문제에 대해 현재보다 한 차원 높은 국제정치적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점만은 분명하다고 하겠다. 우리 군당국은 현재 진행 중인 우리 군의 개혁안에도 중국군에 대한 개념 정립을 어떤 형태로든 반영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