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류, 술, 멋

우리나라의 절기주

醉月 2008. 9. 8. 08:29

  우리 조상은 계절과 열두 달을  중심으로  여기에 해당하는 의미를 부여한 가운데 이웃과 함께 여흥을 즐기면서 생활해 온 민족이다.
  즉, 세시풍속이라  하여 절기마다  술을 담가  계절의 풍요로움을  구가하였던 것이다.

이 세시풍속 중 음주와 관련되는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월주(정조다례, 세배, 이명주)
  1. 정조다례 :  설날아침 세찬과 세주를 사당에  진설하고 제사를 지내는 것을 정조다례라고 한다.
  2.  세배 :  세배를 받는  측에서는, 어른에게는  주식을 마련했다가  대접하며 정담을 나눈다.
  3. 이명주 : 정월 대보름 이른 아침에 술을 마시면 귀가 밝아진다고 해서 술을 한잔씩 마시는 것으로 귀밝이술이라고 한다.

     이명주는 뜨겁게 하지 않고 냉주로 마시면, 1년동안 좋은 소식을 듣는다고 믿었다. 그래서  부녀자도 즐겨 마셨던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2월주(노비일)
  머슴날이라고  하여 농가에서는  2월 1일  농사준비를 앞두고  머슴이 하루를 즐겁게  지내도록  하기 위하여,  주인은 

  주식을  내어 노래와  춤으로  하루를 지내게 하였다.


3월주(봄놀이 술, 시식)
  1. 시식  : 삼월  삼짇날을 기해  각 가정에서는  솜씨를 발휘하여  술을 빚어 마셨다. 이때 술의 재료는 쌀  뿐만이 아니라 봄에 피는 꽃,

      초근목피 등을 써서 특이한 술을 만들었다.
  2. 청명주  : 음력  3월의 청명일에  마시는 술이라서  청명주라 부른  것이다. 청명주는 20여 일 동안  발효시켜 빚어내는 청주로서

     엿기름을 사용하여 단맛이 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즐겨 마셨다  한다. 청명주는 한식일의 제주용으로도 많이 쓰였다.

     이러한 술로는 두견주, 도화주, 과하주, 이강주 들을 들 수 있다.


4월주(등석,월내시식)
  1. 등석  : 석가모니의 탄신일로  저녁에 연등하여 경축행사를 벌인다. 중국의 연등회는 정월보름이지만  우리 나라는 고려시대부터

      4월로  옮겨졌다. 경축행사 때 손님에게 간단한 식사를 제공한 데서 시작되었다.
  2.  월내시식 :  초하에  술을 발효시켜  방울처럼 하여  짜낸  증병을 만들어 시식한데서 유래하였다.


5월주(농주, 창포주)
  1. 농주  : 농사일이 한창일  때 일의  능률을 높이기 위하여  만든 두레 또는 품앗이라는 것으로 호남지방에서 협업체제의  일환으로

      성행하였다. 강원도는 옥수수, 제주도는 좁쌀을 원료로 한 오메기술, 기타 지역에서는 누룩과 쌀로 빚어 술을 제공하였다.
  2. 창포주 : 음력 5월 5일 단오날의 술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 단오는  설, 추석과  함께 3대  명절로 여겨져  왔다.

      그 이유는 만물의 생기가 가장 왕성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특히 창포주는 단오날의 행사용 술로 창포의 향기가

      모든 나쁜병을 쫓는 것으로 믿어왔다.


6월주(유두음)
  6월 15일  문사들이 주효를  장만하여 계곡이나  수정을 찾아  풍월을 읊으며 하루를 즐겼는데 이것을 유두연이라 한다.


7월주(백종일=백중놀이, 호미씻기)
  1. 백종일 : 7월 15일 백종일로서 조상의 사당에 천신을 드리며 맛있는 주효를 갖추어 가무로  하루를 즐긴다.

     이때  농촌의 머슴들은 하루를  쉬면서 백종장이 들어선 장터에 나가 물건을 사기도 하고 취흥을 갖는다.
  2. 호미씻기  : 초연 또는  머슴날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7월 15일을 전후하여 마을  형편에  따라 택일한다. 

      각 가정에서는  제각기 술과  음식을  마련하여 산이나 계곡에 모여 가무로 하루를 즐긴다. 이때  마을 중에서 곡식이 가장 잘된
      집의 머슴을  뽑아 일을  잘했다고 칭찬을  하고 술을 권하며  위로하고 삿갓을 씌워 소에 태워 마을을 돌아다니게 한다. 

      그러면 그집의 주인은 마을사람들에게 술대접을 한다.


8월주(추석 한가위)
  햇곡식으로 떡도 하고  술도 빚어 차례를 지내고  이웃과 서로 나누어 먹으며 성묘를 하는  날이다.

이때  빚었던 술은 찹쌀과  누룩을 원료로 한  동동주로서 쌀알의 흔적이  동동 뜨고  감미가 있어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으므로 많은
사람에게 친숙한 술이었다.


9월주(구일=중양절의 국화놀이)
  9월  9일은  중양이다. 이때  사람들은  떼를  지어 산이나  계곡을  찾아가서 국화전 같은 시식을 먹고 술에 취하며 하루를 즐겼다.


10월주(시제)
  10월 15일을 전후하여 5대조까지 제사를 한꺼번에 지낸다.  제물은 후손 중에서 만들거나 산지기가  제실에서  장만하는데 

반병과  주찬을  마련하여 집단으로 지낸다.  이상의 세시풍속 외에  술을 마시는 대표적인 경우는  회갑연과 관혼상제이다.
그 외 함경도 지방에서는 10월 중 좋은 날을 택하여 새로 경작한 농산물로 술을 만들어 농공제를 지내기도 하였다.


11월주(동지, 월내시식)
  동지라고 하여 팥죽을 먹거나 겨울철의 월내시식으로서 지방마다 그해의 새로난 곡물과 특산물로 음식을 장만하여 먹은데서 유래하였다.


12월주(납일, 제석)
  납일은 동지에서 3번째 미에 해당하는 날로서,  이 날은 종묘사직에 대제를 올리기도 하고, 왕에 진상하며 관청에서 음식을 만들어 

상호 교환하고  즐겨 마셨던 데서 유래하였다.  제석은 다음 해에 정초를 맞이할 준비를 하기 위하여 갖가지 음식을 장만하는
데서 유래된 말이다.   이와같이 술은  계절의 변화에 따라  여러 가지의 의미를  부여하며 마셨는데,

우리 민족의  공동체 의식을 볼  수 있었다. 이들  여러 가지 음식은  바로 우리 나라 식문화의 뿌리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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