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류, 술, 멋

삼신할미의 전설

醉月 2009. 8. 19. 15:39

지역에 따라서 삼신할매 지앙님 지앙할매 삼신제왕 시준할머니 산신불도 삼승할망 불도할망 생불할망등 이름도 다양한 이 산신(産神)을 늙고 꼬부라졌다고 우습게 보지 말라. 그녀에게 거만하기로 유명한 마마신 대별상도 무릎꿇고 손바닥이 닳도록 싹싹 빌었다는 것 아닌가?

그 이야기는….

… 애갖기보다 힘든게 애낳기이며
… 애낳기보다 힘든게 애키우기다
  
     삼신하르방은 쳔왕보살 삼신할망은 지왕보살
    삼신아방은 세계대왕
    삼신어멍은 명진국 따님아기
    정월 일일 인시에 생불할망이 나은직 칠세시에
    옥황에서 생불할멍을 부르고
    인간에 생불을 하라 멩령하니
    나려오다가 사람이 죽어서 슬퍼하는 곳이 잇거늘
    가고 보니 아기를 나치 못하여 죽고 잇거늘
    생불을 주고 아해를 나케하야
    은가세로 베똥줄을 끈고
    참씰석줴로 잘마메여 온수에 목욕케하고
    물나세하고 유모 불러 젓멕이고
    미역국을 즈련 어멍을 먹이고
    삼일후에 산모는 숙물로 목욕케하고
    테를 살고 봇데창옷(배내옷) 입히고
    칠일만에 구덕에 눅지고 벡일만에 업지고 할 때에
    구삼신할망이 와서 내가 생불하여 논 애기를
    어떤 녀자가 와서생불을 하얏느냐 하며
    삼신할망을 따리거늘 삼신할망이 어더맛고
    옥황상제께 호소하니 옥항상제 궤이이 생각하야
    항금녁사 중원체사 철망체사를 보내여
    구삼신할망을 잡아다가 너는 어떤 녀자인데
    삼신할망을 따렷느냐 무르니
    저는 동의용궁 동정국 딸인데
    한 설 때에 어머니 젯가슴 따린 줴
    두 설 때에 아버지 수염 빱은 줴
    세 설 때에 날뤠 곡식 허튼 줴
    네 살 때에 종자 빱은 줴
    다섯 썰 때에 종자에 들업흔 줴
    여섯 썰 때에 부모 말데답한 줴
    일곱 설 때에 동내존장외게 욕한 줴
    여덜 썰 때에 곡식밧담문이 허린 줴
    아홉 썰 때에 말몰은 즘셍 때린 줴
    줴가 모다 아홉 가지라
    너 줴를 용서 못하겟다 하야
    아비왕이 줴를 주고 무쉐철갑 속에 집어너어서
    동의용궁 동정국 딸이라 글을 색인 후에
    바다에 띄워버리니 바다 쏙에서 삼 년
    바다물 우에서 삼 년 삼 년을 사니
    남해용궁의 신하 은박서 은뱅서씨가
    발견하고 여러보니
    입에는 야광주를 문 아기가 사라잇거늘
    너는 누구냐 물으니 아비왕의 줴를 바다
    물 쏙에 삼 년 물 우에 삼 년 기난이야 길하니
    얼굴을 자세히 보고 줴를 사하기 위헤야
    인간에 생불하라 하고 내여보내니
    인간의 생불을 하옵니다
    옥황이 드르시고 너도 범인이 아니다 하시고
    삼신할망과 구삼신할망을 위하야
    은대야에 꽃 둘을 심으시고
    이 꽃이 번성하는 대로 생불하라 하시니
    구삼신할망 차지는 처음에는 꽃이 성하다가
    다음에 유을고 삼신할망 차지는
    처음엔 약하다가 다음에 성하야
    사만 오쳔 욱벡 가지가 번성하니
    구함신할망은 염나국에가서
    죽은 어린아의 차지하라 하고
    삼신할망은 인간의 생불하라 하니
    구삼신할망이 옥황의 애원하야
    인간생불하는데 신바람이라도 하겟다 하되
    옥항상제 듯지 아니하시고
    염나국으로 보내시다
    삼신할망은 약수철리 약수와당
    극낙세계 불법당에 올라가고
    삼칭 경루각에 풍경 달고 살라 명령하니
    네려와서 누룩으로 퉤성 두루고
    무쉐로 건답하고 옥세미리창 달고
    문안에는 단수육갑 집흐고
    문밧게는 오행팔궤 두루고
    상통쳔문 하달지리 하옵네다
    지장보살 우당보살 일광보살 월광보살
    쳔신님 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아기보살 업게보살
    구덕보살 걸네보살 거느리고 사옵네다
    하릇날에 쳔보살이 말하기를
    팔풍이지 춘화추동 따뜻한
    극락땅이 잇소이다 말을 하니
    삼신할망이 모든 보살 거느리고
    아요산 청룡산 옹쳔 금신산 대산 가운데
    극락지를 찻고 보니 극락지 분명하야
    청모람 람그는 후에 숙석으로 데를 닥그고
    서쳔 꼿밧을 설시하랴 하되
    꼿씨가 없어서 지부왕에 의논하니
    옥황에 잇다하야 옥황으로 꽃씨를 어더서
    삼월 삼종일에 오색꼿을 오방에 심으니
    동방에 청색 서방에 백색 남방에 적색
    북방에 흑색 중왕에 황색을 심어서
    동에는 청재목이 나고 서에는 백재목 나고
    남에는 적재목 북에는 흑재목 중왕에 황재목 나니
    동청목 푸른 꼿은 남종보살 생불시키고
    세벅금 힌꽃은 여종보살 생불시키고
    남적게 붉은꽃은 장명생불시키고
    북하수 검은꽃은 단명생불하야
    이꽃을 비러서 불전에 명과 복을 빔니다
    쳔지중왕 누런꽃은 만과 출신이라
    그 꽃 바다 생불한 인간은 출신하옵고
    꽃이 번성할 대로 인간의 생불을 주시다가
    집에 도라가 부리면 꽃을 꺽거버리는 자 잇서서
    옥황께 꽃 감관을 원하니 지부왕을 불러서
    적당한 인간이 잇느냐 무르시니
    금시상 땅의 김정국 아들
    동과남 상주절수록 드려나은 인간이 잇사온대
    세상 나온 후에 족음도 줴지은 일이 없어서
    행실이 얌전하오니 적당한 인물이웨다
    즉시 김정국 아들을 불러서 꽃감관을 시켯심네다
 
                     - 명진국생불할망본푸리(明鎭國生佛구本解)
 
  옛날에 동해 용왕이 서해 용왕의 딸과 결혼을 했는데 나이가 마흔이 되어도 자식이 없었다. 동해 용왕은 세월이 흘러갈수록 안타까워 남해
용왕이 사는 한라산에 올라가 열흘간 기도를 드렸다.
 
  기도의 효험인지 다행이 동해 용왕의 부인이 태기가 있어 아이를 낳았는데 섭섭하게도 딸이었다. 그래서 첫딸 낳고 섭섭하다는 말이 이래
서 생겼다. 그래도 늦게 얻은 딸이 고맙고 소중해 금이야 옥이야 키웠다. 너무 귀엽게 키운 탓인지 버릇없는 자식이 되고 말았다.
  한 살 때는 어머니의 젖가슴을 물었고,
  두 살 때는 아버지의 수염을 뽑았으며,
  세 살 때는 밥상을 뒤엎고,
  네 살 때는 용궁 안에 방뇨를 했으며,
  다섯 살 때는 조상 영정에 올라가 신주를 쓰러뜨렸다.
 
  용왕의 딸로서도 도저히 용서받을 수 없는 죄를 저지른 것이다. 그런 짓들은 인간의 딸들이나 저지르는 철부지한 일이었다. 용왕은 참다
못해 딸을 죽이기로 결심했다. 그대로 두었다가는 어떤 죄를 더 지을지 몰랐다. 그것은 용궁의 수치였고, 나아가서는 용궁이 멸망할 징조이
기 때문이다.
 
  사람들도 버릇없는 자식을 귀엽게만 지켜보다가 마침내 가문이 무너진 경우가 허다하다. 공공장소에서 소란을 피워도 기죽일 수 없다는
둥 어른에게 무례해도 재롱이라는 둥 개떡같은 소리로 자식들의 길을 아주 베려놓는 경우가 허다한 것이다. 결국 이는 동방무례지국으로 가
는 지름길이 아니겠는가?
 
  부인이 간절히 만류했다.
   아무리 잘못을 저질렀다 하더라도 죽일 수는 없습니다. 인간들에겐 그 정도의 죄는 아무것도 아니니,

궤짝에 넣어 인간 세계로 보냄이 좋겠습니다.
   죽이는 것보다야 낫겠구만! 그렇게 하시오.
  딸이 담겨 갈 궤짝배를 짜는 동안 딸은 불안하여 어머니에게 매달렸다.
   인간 세상에 나가 무엇을 하고 살란 말입니까?
   아이를 낳게 하고 길러 주는 삼신할머니가 되어라. 그리하면 존경받으며 살게 될 것이다.
   그런 일을 어떻게 합니까?
   남자와 여자의 피를 섞으면 아이가 생기는데 열 달이 되거든 해산하도록 해 주어라.
   남자와 여자의 피는 어떻게 섞는 건데요?
   응! 그건 여자를 남자가 옷을 다 벗기고 눕힌 다음, 응응하면 되는 거란다.
   아니, 엄마! 백금태처럼 표현하기 곤란하면 응응이라고 둘러 쳐?
자세하게 갈쳐줘요. 독자들이 궁금해 하잖아.
   야, 이것아! 너만 모르지 독자들은 백성서당 애들도 다 알아.
 
  그 때 용왕이 나타나 호령을 했다.
   무얼 꾸물거리느냐. 당장 떠나 보내라!
  (아깝다 용왕만 안 나타났으면 응응을 설명해 주는 건데…)
 
  딸은 즉시 궤짝에 실리고 자물쇠가 채워진 채로 용궁 밖으로 버려졌다. 버려진 궤짝은 바닷물 아래서 3년을 물 위에서 3년을 떠다니다가
남해 용왕이 사는 어느 바닷가에 닿았다. 그때 어느 족장이 치성을 드리고 있었다. 늙도록 자식이 없으니 아들이든 딸이든 하나만 점지해
달라고 빌다가 문득 궤짝을 발견하고 자물쇠를 열어보았다. 그 궤짝 안에서 예쁜 소녀가 나왔다.
   넌 누구냐? 물귀신이냐 아니면 불귀신이냐?
   나는 동해 용왕의 딸인데 아이를 낳게 해 주는 삼신할머니가 되려고 왔노라.
  소원이 이루어진 족장은 두 손을 모으고 간청했다.
   아이고 삼신할머니! 제 아내가 쉰 살이 되도록 아이가 없으니 아일 하나 점지해 주십시오.
   쉰살이면 자식이 아니라 손주를 볼 나이구만.
  아무튼 그렇게 해주지!(우와! 나도 개업하는구나)
 
  용왕의 딸은 첫일을 맡게 되었다. 족장의 집으로 가서 부인의 배를 만져 아이를 배게 했다. 한 달, 두 달, 세 달…. 자꾸만 배가 커져서 열
달이 되었다. 그러나 큰 일이 생겼다. 삼신할머니는 애를 어디로 낳게 하는지를 몰랐다. 미처 그 말을 듣기도 전에 쫓겨났던 것이다. 애를 나
보질 않았으니 알 재간이 없었것다. 열 달이 지나고 열두달이 지났다.
이제는 뱃속의 아이보다 산모가 죽을 지경에 이르렀다.
  삼신할머니는 겁이 나서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에라 제왕절개수술을 하자 하고선 왼쪽 겨드랑이 밑을 가르고 아이를 꺼내려 했으나, 그
만 산모와 아이가 목숨을 잃고 말았다. 삼신할머니는 미안하고 겁이 나서 처음에 당도했던 바닷가로 나가 통곡을 했다. 어머니를 부르며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땅을 치며 울었다. 바닷물을 치며 울었다. 애 하나 날려다 아내마저 잃게 된 족장은 너무나 원통해서 한라산에 올라가
제단을 마련하고 옥황상제에게 호소했다.
 
  그의 소원이 얼마나 애통했던지 상제가 사연을 듣고, 한라산 산신의 딸에게 산신(産神)의 일을 가르쳐 삼신 할머니가 되도록 했다. 한라산
산신령의 딸은 남방사주 저고리, 백방사주 바지, 대흥대단 홑단치마, 물명주 속옷 등을 황홀하게 차려입고 사월 초파일에 인간 세상으로 내
려왔다. 한라산 삼신할머니는 바닷가를 거닐다가 두견새처럼 슬피 우는 여자를 발견했다. 드디어 첫일을 시작할 기회가 왔다고 생각하고서
는 그 여자에게 말을 걸었다.

 

… 낳았다고 사람이 아니다
… 잘길러야 사람인 것이다
  
     여보쇼! 아이를 못 낳아서 운다면 내가 낳게 해 주리다. 나는 한라산의 삼신할머니이다.
 
  그 여자는 다름아닌 용궁 삼신할미였다. 깜짝 놀란 용궁의 딸이 다그쳤다.
   뭐라고라고라? 삼신할머니 보고 아이를 낳으라고? 네년이 감히 삼신할머니를 놀리려 드느냐? 어디 혼 좀 나봐라. 이 쌍년이 어디 남 영
업하는데 와서 새치기하려고 들어.
 
  용궁의 삼신할머니가 한라산 삼신할머니의 머리채를 감아쥐고 욕설을 마구 퍼부었다. 싸움 중에 기집년들 머리 끄들고 싸우는 건 천하제
일 구경거리라는 건 다 아실 터.   야! 이년아! 이 손 안놔? 옥황상제에게 가서 물어보면 될 게 아니냐!
   좋다. 가서 물어보자! 개쌍년같으니 남의 영업을 생으로 말아 먹으려고 들어.
  두 삼신할머니의 업권 다툼은 치열하다 못해 치사하기까지 했다. 그것은 마치 한방과 양방의 업권다툼, 안경사와 안과의사의 안경제작권
리 다툼 이용실과 미용실의 남성손님다툼 그리고 의사들의 의대생 정원 증원 반대투쟁 이상이었다.
 
  특히 인간 생명을 다루는 의원이라는 것들이 봉사와 희생 양보는 안전에도 없고 업권에만 눈이 시뻘개서 야단들이다. 응급환자 오면 먼저
조치는 안하고 보호자 오라 검사비 선납하라 갖은 비인도적인 짓거리는 다하는 것이다. 목숨이 경각에 달해도 돈 안내면 응급조치 안해 주
잖아, 할말 있냐? 오죽하면 의사가, 그것도 박사이면서 원장까지 하던 의사가 죽으면서 의사놈들 나쁜놈들이라고 욕하는 서책 쓰고 죽었을
라고. 여북하면 나라에서 응급환자에게 떼인 돈 물어주는 법을 다 만들려고 하려고   
 
  화 있을진저!
  화타의 후예들이여! 그대들은 겉으로는 언필칭 인간 생명의 고귀함을 부르짖으나 속으로는 재물 욕심에 눈이 멀어 있도다. 물론 장기려
박사님같은 분껜 경의를 표합니다만.
 
  두 할망구는 한라산 꼭대기에 올라가 무릎을 꿇고 엎드려 빌었다.
누가 진짜 삼신인가를 판가름내 달라고 빌었다. 계집년들 싸우면 해골이 아픈 건 상제님도 마찬가지. 옥황상제께서는 간단히 답하였다.
   꽃씨 두 알을 줄 것이니 서천 서역국의 모래밭에 한 알씩 심어 보아라.
  두 삼신할머니는 모래밭에 꽃씨를 하나씩 심었는데, 곧 새싹이 돋아 나고 가지가 뻗기 시작했다. 동해 용왕 삼신할머니가 심은 씨앗에서는
뿌리도 하나 가지도 하나 순도 하나가 돋아나서 시들시들한 꽃 한 송이가 피어났다. 그런데 한라산 삼신할머니가 심은 씨앗에서는 여러 개
의 가지가 뻗어 나와 수많은 꽃을 피워 올렸다. 옥황상제께서 명쾌한 판정을 내려 주셨다.
   용왕이 딸은 저승의 삼신할머니가 되고, 한라산 산신령의 딸은 이승의 삼신할머니가 되라.
  그 순간 저승의 삼신할머니가 이승의 삼신할머니의 꽃가지 하나를 꺾어 버렸다.
   야! 이 쌍년아 왜 남의 꽃가지를 꺾냐?
   씨팔년! 내가 순순히 물러갈 줄 알고? 아이가 태어나서 백 일이 지나면 깜짝깜짝 놀라는 병에 걸리게 하리라.
  그래서 오늘날에도 아이가 앓거나 잘 자라지 않으면 저승의 삼신할머니를 위하여 음식상을 차려놓고 비는 풍습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승의 삼신할머니는 한라산 아래에 사당을 짓고 들어앉았다. 그의 앞에는 천장의 벼루에 먹을 갈아놓고, 삼천 장의 백지를 펼쳐 놓고, 한
쪽 손에는 번성꽃을 또 한 손에는 환생꽃을 들고, 앉아서 천 리를 보고 서서 만리를 보며 하루에 오만 명씩 잉태시켜 주고 해산을 도와 주었
다. 그래서 매월 초사흘 초이레 스무 하루에는 만민 자손들한테서 감사히 제상을 받게 되었다.
 
  어느 날이었다.
  삼신할머니가 급하게 해산시켜 줄 사람이 있어 바쁘게 걷다가 대별상의 행차와 마주쳤다. 마마신 대별상은 천연두를 옮기는 질병신이다.
마마는 인간이면 누구나 일생에 한번은 앓아야 하는 병이고 살아서 앓지 않으면 죽어서 무덤 속에서라도 앓는다는 무시무시한 병이다.  또
이 병을 앓고나면 곰보가 되는 끔직한 병이다. 심지어는 목숨을 잃기도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승에서 아이들이 무서워하는 서열 중에
곶감 호랑이 도둑 귀신 어비와 더불어 마마가 들어 있었다. 그렇기에 대별상은 몹시도 거만하였고, 늙고 볼품없이 꼬부라진 삼신할미를 아주
우습게 대했다.
 
   마마신이여! 내가 잉태시키고 내가 환생시킨 아이들에게 흉한 상처를 주지 마시오.
  남자인 마마신은 눈을 부릅뜨고 소리쳤다.
   기집년이 감히 남정네의 마차를 멈추게 하다니, 괘씸하도다!
  삼신할머니도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고 그냥 갔다. 교만한 마마신은 병귀들에게 시켜서 삼신할머니에게 본떼를 보여 주리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삼신할머니가 내려 준 아이들의 예쁜 얼굴을 엉망으로 쥐어뜯어 놓았다. 삼신할머니도 쫑따구가 났다.
 
  그 길로 상계 명화원(命花園)에 가서 생불꽃을 하나 따 가지고 마마신의 집으로 가서 그의 부인에게 잉태를 시켰다. 그러나 열 달이 지났
는데도 그녀는 해산을 할 수가 없었다. 몇 번이고 죽을 지경에 달했다.
 
  아이고 배야! 아이고 배야!
  맹장염도 아니고 대장염도 아니고 위암인가 간암인가 아이고 배야 오매 나죽것네.
  (남편 대별상을 향해)  이 씨부랄놈아 보고만 있지 말고 나 좀 살려.
개새끼야, 이게 다 니놈 졸 때문에 생긴 탈이여. 아이고 저 새끼가 밤이고 낮이고 쉴새없이 박아대서 날 애 배게 해놓고 생으로 죽이네. 아
이고 엄마 나 죽어. 
  떼굴떼굴… 도토리 굴러가는 것은 유도 아니게 마구 굴렀다.
   여보! 우짠뒤야? 우째야 한뒤야?
   아이고 여보! 아무래도 삼신할미가 와야 할 것 같애. 마지막 소원이니 삼신할미를 한 번만 불러 줘. 아이고 죽것네.
 
  마마신은 하는 수 없이 삼신할미를 찾아가 무릎을 꿇고 말했다.
   흑흑, 할멈! 내가 잘못 했수. 무슨 짓이든 다 할 테니 부디 마누라가 아일 낳도록 도와 주시오.
   야이, 冒새끼야… 니 마누라 죽으면 닌 호래비야!  그 낯짝에 어느 미친 년이 네 놈에게 시집올 줄 아냐? 冒이 부르트지 않은 다음에야
올 년이 없다. 내가 그냥 갈 것 같으냐? 너희 집으로 청하려거든 머리를 깎고 고깔을 쓰고 맨버선으로 와서 엎드려 졸같은 새꺄.
 
  삼신할미는 그동안 쌓였던 분노를 폭발시켰다. 마마신은 꼼짝 못하고 그렇게 했으나 삼신할미는 분이 덜 풀렸는지 다시 말했다.
   서천강에 명주로 다리를 놓아라!                           
하는 수 없이 삼신할머니가 왕림하는 길에 명주를 깔아 길을 내어 주었다. 명주를 밟고 간 삼신할미가 마마신 부인의 배를 두어 번 쓸어내
리자 이내 옥동자를 낳았다. 이런 일이 있고부턴 대별상은 다신 삼신할머니에게 꺄불지 않았다고 한다.
 
  장하다 삼신할미!
  그래서 삼신할미는 수명신인 북두칠성원군보다 서열이 높고 그 아래에 아기구덕(요람)을 차지한 구덕삼승과 아기 업저지를 차지한 업개
삼승을 하위신으로 거느리고 있다. 삼승할망이 생불 꽃을 상계의 명화원(命花園)에서 따다가 제주에게 주면 그 부인이 아기를 잉태하게 되
는 것이고 구삼승할망이 멸망꽃을 꺾어다 주면 아기가 죽는 것이다.
  아무튼 이때로부터 잘못을 뉘우치는 자는 머리를 빡빡 깎고 버선발로 대죄하는 풍습이 생겼으며, 아이를 잉태하려는 사람은 명산 대찰에
가서 흰천을 드리워 놓고 기도하는 풍습이 생기게 되었다고 한다.

'풍류, 술, 멋'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민_차문화사_09  (0) 2009.08.21
이어령의 다시 읽는 한국시_17  (0) 2009.08.21
울진 왕피천 트레킹   (0) 2009.08.12
정민_차문화사_08  (0) 2009.08.12
이어령의 다시 읽는 한국시_16  (0) 2009.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