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류, 술, 멋

김봉건과 함꼐하는 차문화 산책

醉月 2009. 4. 2. 12:58

차의 보건기능
명대 '본초강목' 약으로서의 차 효능 집대성, 신농본초경에서 차의 약효 최초 기술 당·명대 활발한 연구

 
  지난해 작년 5월에 필자가 촬영한 하동 적량의 중정차원 차밭.
곡우가 지난 지도 벌써 열흘, 바야흐로 차의 철이 돌아왔는가 보다. '주역'에 "봄이 되돌아오는 것에서 천지의 마음을 본다"(復, 其見天地之心)고 하였던가, 아직 가 보지는 않았지만 차밭에서는 세작의 눈엽(嫩葉)들이 수줍게 올라오고 있으리라. 연이 있는 차농들에게서 한번 다녀가라는 연락들도 오고, 벌써 차를 보내오신 분들도 계시다. 책상에 앉아있으나 차밭의 정경이 눈에 선하여 얼른 달려가고 싶은 마음뿐이다.

중국의 속담이지만 한 가정이 문을 열면 반드시 필요한 물품이 7가지가 있다고 한다. 그것은 바로 "땔감 쌀 기름 소금 장 초 그리고 차"이다. 음력 정월과 이월에 담는 장은 올해는 이사 때문에 조금 늦게 담았으나, 한 해 차농사에만은 결코 늦고 싶지 않은 것이 차인의 마음이리라.

차는 음식으로도 쓰이지만 처음에는 약용으로 쓰였다는 것은 이미 앞에서도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차의 약용 기능을 가장 먼저 기록한 것은 '신농본초경(神農本草經)'이다. 대략 동한(東漢) 말(AD.2세기) 경에 이뤄졌다고 보는 이 책에서는 신농이 여러 식물을 맛보던 중 하루에도 70가지 독을 만났지만 차를 씹어 해독했다고 되어 있다. '신농본초경'에는 약물(藥物) 365종을 싣고 있으며 이를 다시 상(君)·중(臣)·하(佐·使) 삼품으로 분류하고 약물의 명칭과 성질, 독성의 유무와 병의 치료 기능, 생장환경과 산지 등을 들고 있다. '신농본초경'은 차를 상품에 배열하고 있으며 다만 유래에 대해 다소 전설적으로 기술하고 있지만 최초로 차의 약효를 기술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신농본초경'은 동양의 약학서로서는 기념비적 지위를 지니고 있으며, 위진남북조 시기에 도홍경(456~536)이 이 책에 집주를 달아 훨씬 풍부한 구성과 내용으로 발전시켜 이후의 약서들의 본이 되었다.

당대(唐代)에 와서 현경(顯慶) 4년(AD.659년)에 소경(蘇敬)·이적(李勣) 등이 공저(共著)하여 '신수본초(新修本草)'를 펴냈는데 이는 세계 최초의 정부에서 반포한 약전(藥典)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책의 특징은 광범한 실지 조사를 기초로 하여 '정문(正文)' 20권, '약도(藥圖)' 25권, '도경(圖經)' 7권에 약물 850종을 실어 체계적인 약학의 선하를 이룬 것이나 아쉽게도 현존하는 것은 '정문' 뿐이다. 그러나 이 '신수본초'에는 차를 이미 독립적으로 다루고 있으며, 차의 약리작용을 객관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다만 차를 도(途)와 명(茗)으로 나누어 "명은 맛이 달고도 쓰며 약간 차가운 성미를 지닌다. 독은 없다. 부스럼을 다스리고 소변을 쉽게 하며, 가래를 삭이고 열을 내린다. 사람으로 하여금 잠을 적게 한다. 고도(苦途)는 상기된 기운을 내리고 소화를 도운다"고 기술하고 있다. 당대에는 이 '신수본초' 외에도 '본초습유', '식료본초', '본초도경', '본초별설', '산가청공' 등의 많은 저작들에서도 차를 기재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 시기에 차에 대한 애호가 얼마나 각별하였던가를 능히 짐작할 수 있다.

명대(明代)에 와서 동양 약학계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저작이 탄생했으니 이것이 바로 이시진(1518~1593)의 '본초강목(本草綱目)'이다. '본초강목'은 52권의 방대한 저작으로서 약물 1892종, 그림 1160폭, 처방 1만1096수를 수록하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약물의 수를 많이 기재하고 있다는 점뿐만 아니라 약재를 다루는 방법에 있어서도 다양한 기법을 동원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을 만하다. 차에 대해서는 "머리와 눈이 맑지 못하고 열기가 위로 치받으면 쓴 것으로서 그 열을 쓸어내려야 한다. 차는 그 몸이 가볍고 뜨며 싹이 막 돋아날 때에 잎을 따는데 바로 봄의 기운이 오르는 때이다. 그 맛이 비록 쓰기는 하나 기운은 엷다. 이것이 곧 음 가운데 양으로서 기를 올리기도 하고 내리기도 하는 것이다. 머리와 눈을 이롭게 한다는 것은 대개 여기에 근본을 둔 것이다"고 기록하고 있다. 명·청 양대의 본초류 가운데 차를 기록하고 있는 약서들은 이외에도 '일용본초', '본초원시', '식물본초', '구황본초', '야채박록', '본초경소', '본초도해', '상의본초', '본초봉원', '본초강목습유', '식물본초회찬', '본초구진', '수식거음식보' 등이 있어서 이 시기에는 차의 약리적 특성이나 효능 등에 대한 지식이 이미 보편화된 듯하다.

 

의서 '동의보감'에도 차 이름과 종류 세세히 기록
탕액편 '고차' 항목에서 몸 속 독기 제거 효과 임상사례까지 보여줘

 
  말차를 큰 사발에서 점다하여 작은 잔에 나누는 모습. 사진 제공=사진가 이경순
우리나라에도 차의 보건 기능에 대한 탁절한 기록이 있다. 바로 '동의보감'이다. '동의보감'은 1610년 허준(1546~1615)이 편찬한 의서(醫書)로 내경편(內景篇), 외형편(外形篇), 잡병편(雜病篇), 탕액편(湯液篇), 침구편(鍼灸篇)의 다섯 부분으로 되어 있다. 차에 관한 기록은 탕액편의 목부(木部)에 고차(苦茶)라는 항목으로 기재되어 있다. 기록이 조금 길지만 전문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1)성질이 약간 차고 맛은 달고 쓰며 독이 없다. 기를 내리고 숙식(宿食)을 소화시키며, 머리와 눈을 맑게 하고 소변을 잘 나오게 하며, 소갈을 멎게 하고 잠을 적게 자게 한다. 또 굽거나 볶은 음식의 독을 풀어준다. 2)나무는 작으며 치자나무와 비슷하다. 겨울에 잎이 나는데, 일찍 딴 것을 차(茶)라 하고, 늦게 딴 것을 명(茗)이라고 한다. 그 이름에 5가지가 있다. 첫째가 차(茶), 둘째가 가(檟), 셋째가 설(), 넷째가 명(茗), 다섯째가 천()이다. 옛사람들이 싹을 작설(雀舌), 맥과(麥顆)라고 한 것은 매우 여리다는 것을 말한 것이니 납차(臘茶)가 바로 이것이다. 어린잎을 따서 찧어 떡처럼 만든다. 불로 법제하면 좋다. 3)명(茗)은 천()이라고도 하니 잎이 늙은 것이다('本草'). 4)수족궐음경(手足厥陰經)에 들어간다. 차게 마시면 담이 생기기 때문에 따뜻하게 해서 마셔야 한다. 오래 복용하면 사람의 지방을 제거하여 야위게 만든다('入門'). 5)몽산차(蒙山茶)는 성질이 따뜻하여 병을 치료하는 데 가장 좋다. 의흥차(宜興茶)·육안차(陸安茶)·동백산차(東白山茶)·신화산차(神華山茶)·용정차(龍井茶)·민랍차(閩臘茶)·촉고차(蜀苦茶)·보경차(寶慶茶)·여산운무차(廬山雲霧茶)는 모두 맛이 좋기로 유명하다. 6)어떤 사람이 오리구이를 매우 좋아하여 끊지를 못했다. 의사가 보더니 반드시 속에 옹저(癰疽)가 생길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죽을 때까지 병이 생기지 않았다. 후에 탐문해 보았더니 이 사람은 매일 밤 반드시 차가운 차를 한 잔씩 마셨다고 했다. 바로 이것이 독을 풀어준 것이다('食物')."

허준은 '동의보감'에서 차의 이름과 종류를 꽤 소상하게 들고 있다. 그런데 당시까지 우리나라에서는 떡차(餠茶)를 제조한다고 하고, 중국에서 들여온 녹차류의 여러 산차(散茶)의 맛이 매우 좋다고도 하고 있다. 또 요즘 사람들이 매우 솔깃해 할 다이어트에 관한 정보도 일러두고 있다. 무엇보다도 여러 음식에서 올 수 있는 독기를 제거하는 데에 효능이 있고, 또 과도한 육식이 가져올 수 있는 악성 창병에 탁월한 효능이 있다는 임상의 사례도 들고 있다.

일본에서는 차의 보건 기능에 대한 기록이 이 보다 빠른 13세기 초에 등장했는데 일본의 다조(茶祖)라고 일컬어지는 에이사이(榮西) 선사(1141~1215)의 '끽다양생기(喫茶養生記)'가 그것이다. 이 책은 2부로 나누어져 제1부에서 차의 효능에 대해 논하였고, 제2부에서는 뽕잎의 효능에 대해 기술하고 있어서 한때는 일본에서 '차상경(茶桑經)'이라 불리기도 했다. 제1부 차에 대한 기록에는 주로 오행(五行) 사상에 입각하여 인체의 오장(五臟)과 음식의 오미(五味)와의 관계를 논하고 있다.

한 예를 들면, "오장은 그것들이 각기 좋아하여 받아들이는 맛이 다르다. 어느 하나의 장기가 좋아하는 맛을 더 많이 먹으면 그 장기만 강해져 곁에 있는 장기를 이겨서 서로 병을 일으킨다. 맵고 시고 달고 짠 네 가지 맛은 늘 있어서 그것을 먹지만, 쓴맛은 늘 있지 않아 잘 먹지 않는다. 그러므로 네 장기는 강하지만 심장은 늘 약하다. 그래서 언제나 병이 난다. 만약 심장에 병이 나면 모든 맛이 어그러져, 먹으면 토하고 자칫 아무 것도 먹을 수조차 없게 된다. 이때에 차를 쓰면 심장이 다스려져 병이 없어진다. 심장에 병이 생겼을 때에는 사람의 피부나 살색이 나빠지고 이로 말미암아 생명도 짧아진다. 우리나라나 다른 나라나 음식 만드는 이치는 같지만 다만 대국(중국)에서는 쓴맛이 나는 차를 마시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차를 마시지 않는다. 그래서 대국 사람들은 심장에 병이 없어 오래 살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심장에 병이 있어 병들어 쇠약해지는 일이 많다. 이는 쓴 차를 마시지 않은 소치이다. 만약 오장이 조화되지 않고 마음이 쾌적하지 않을 때 차를 마시면 심장을 고르게 하여 만병을 제거할 수 있을 것이다. 심장이 쾌적하면 다른 여러 장기에 병이 있더라도 크게 앓지는 않는다"고 하는 식이다. 그 외에 불교의 비밀 진언(眞言)도 거론하고, '다경(茶經)'의 기록이나 중국 문인들의 시 등도 인용하여 차의 효능에 대해 종합적인 기술을 시도하였으나 주밀한 약리적 해석에는 이르지 못한 감이 있다

 

 건강에 도움주는 광물질 등 미량원소를 많이 함유

한약학에서 약물(藥物)의 성질과 맛을 평할 때 대개 4기5미(四氣五味)로 논하게 되는데 이 때의 4기란 차고(寒) 서늘하고(凉) 따뜻하고(溫) 뜨거운 것(熱)을 이르는 것이고, 5미란 시고(酸) 달고(甘) 쓰고(苦) 맵고(辛) 짠(鹹) 것을 말한다. 차의 성질과 맛에 대해서 당대의 '신수본초'와 명대의 '본초강목'에서 다 같이 "맛은 쓰고도 달고, 성질은 약간 차고 독이 없다"고 기재하고 있다. 한의학의 '성미론(性味論)'에서는 "단것은 보(補)하고 쓴 것은 사(瀉)한다"고 하는데, 차의 쓰고도 단 맛에 비추어 볼 때 차는 우리 몸에서 보와 사의 기능을 같이 하는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차의 성질이 차갑다고만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고, 몸이 차가운 여성들이 기피하는 경향 또한 있는 것 같은데 이는 차의 성질과 맛을 같이 살피지 못한 데서 온 편견이라고 볼 수 있다.

여태까지의 차의 보건 기능에 대한 지식은 대개 과학과 기술의 부족으로 체험적 인식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었다. 현대 과학과 기술에 의거하여 검측해보면 차에는 많은 종류의 광물질과 비타민류 단백질 지방질 곰팡이류 카페인 발효물질 당류 방향성물질 등이 함유되어 있다.

차에 들어있는 광물질은 말린 차의 고형분에서 대략 4~7%에 해당하며 차에 함유되어 있는 광물질에는 칼륨과 인이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 칼슘 마그네슘 유황 알루미늄 철 등이 있어서 이들은 뜨거운 물과 함께 인체에 유입되어 저마다의 기능을 한다. 이 외에도 미량원소에 속하는 구리 아연 불소 코발트 나트륨 니켈 베릴륨 크롬 붕소 요오드 셀레늄 등의 성분들이 있다. 이 가운데 셀레늄 불소 등은 다른 채소나 일반 식물에서는 찾아보기 힘들고 차에만 비교적 많이 함유된 성분들이다. 이들 미량원소는 인체의 건강에 불가결한 성분들이다. 예컨대 셀레늄은 항암 항고산병 항골다공에 효능이 있고, 코발트는 심혈관을 강화시키는 원소의 하나로서 동맥경화를 방지한다. 아연은 뇌의 활동을 도와서 지혜의 원소라고도 불리며 고혈압을 예방하는 작용을 한다. 구리는 인체가 붓는 것을 방지하고, 불소는 치아를 단단하게 한다. 차는 이 외에도 여러 원소들이 결합하여 다른 식물들이 할 수 없는 복합적인 작용들을 한다.현대과학에서는 이미 인체 광물질의 일반원소와 미량원소를 합칭하여 생명원소라고 부르며, 근년에 들어 이 생명원소에 관한 연구들이 곧 생명과학 연구의 중심 과제가 되고 있다.

자연계에 천연으로 존재하는 화학원소는 92종이며 이 가운데 인체 내에 81종이 존재한다. 그리고 인체 내의 원소는 보통원소 11종과 미량원소 70종으로 구성되어 있다. 인체 내의 미량원소는 그 생물학적인 역할에 따라 필수 미량원소, 가능 필수미량원소, 비필수 미량원소로 나눈다. 만일 이의 섭취가 부족하거나 배설이나 대사가 과다할 경우 생리 기능이나 신체 구조에 이상 변화를 가져오며 곧장 질병으로 연결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망률이 가장 높은 3대 질병인 심혈관질환과 뇌혈관질환, 그리고 악성종양의 발병은 체내 미량원소의 부조화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한다.

또한 노인성치매라고 부르는 알츠하이머병의 발병 역시 체내 원소의 불균형 즉, 칼슘 마그네슘 코발트 망간 구리 아연 셀레늄 크롬 등의 원소가 현저히 저하되거나 대사가 문란해져서 혈관에 병변을 가져오고, 뇌에 피를 공급하지 못하여 산소가 결핍되었을 때 일어난다.

최근 뇌 과학의 연구 성과에 의하면 뇌 속의 원소는 52종으로서 그 가운데 8종이 미량원소라고 한다. 뇌 속에서 보통원소 가운데 인이 가장 함량이 높고, 칼슘이 가장 낮아서 양자간의 차이가 25.5배라고 하며, 미량원소 중에서는 철이 가장 함량이 높고 바나듐이 가장 낮아서 그 차가 6600배라고 한다. 만약에 이러한 뇌내 원소의 일부가 결핍되거나 함량이 변화되면 신경학적으로 엄중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예를 들어, 아연이 결핍되면 기억이 손상되고 신경 구조가 바뀌며, 아동에게 철이 결핍되면 행동과 인식 능력에서 현저한 저하를 초래한다고 한다. 임신부에게 구리가 부족하면 태아의 뇌가 국부적으로 괴사하거나 뇌 질량이 감소된다고 한다. 차에는 다른 식물들 보다 훨씬 많은 양의 필수 미량원소들이 함유되어 있어서 용이하게 생명원소들을 섭취할 수 있으며 건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표1, 2, 3 참조). 


표1. 인체 필수 미량원소 및 일일 수요량

 

망간

코발트

구리

아연

몰리브덴

바나듐

니켈

스트론튬

불소

질소

요드

세레늄

크롬

단위

수량

110

3.8

13

300

4.0

14

300

2.1

415

1.9

2.4

2.4

205

150


표2. 차와 보통식물의 필수 일반원소 함량 비교(숫자는 %)

 

탄소

수소

산소

질소

칼륨

칼슘

마그네슘

염소

10.5

9.0

71.0

3.5~5.5

1.6~2.5

0.2~0.8

0.4~0.9

0.2~0.5

0.2~0.6

보통식물

10.5

10.0

76.0

1~3

0.3~3.5

0.1~3.5

0.05~1.0

0.05~0.7

미량


표3. 차와 보통식물의 필수 미량원소 함량 비교(숫자는 ppm)

 

구리

아연

니켈

바나듐

코발트

모리브덴

나트륨

불소

크롬

셀레늄

요드

규소

186~
522

15~
30

500~
3000

20~
65

3.01~
8.87

0.56~
1.11

0.20~
0.69

500~2000

20~
2500

2~3

0.02~
3.85

미량

미량

보통식물

15~
1500

2~75

5~
1500

3~150

없음

없음

미량

미량

미량

미량

미량

미량

미량


차는 인체 내 산화된 조직을 환원시키는 '비타민 보고'

 
  5월의 싱그러움이 깃든 지리산 일원의 차밭 정경. 사진 제공=사진가 이경순


"일찍 죽으려면 하루에 정제 비타민을 한 알씩 먹어라"는 건강 속담이 있다. 비타민은 인체의 정상적인 생리작용과 대사기능을 위해서 없어서는 안될 물질이다. 그러나 식품에서 유효 성분만을 추출하여 만든 정제 비타민을 습관적으로 먹는 것은 인체를 오히려 나약한 상태로 만들 우려가 있다는 말일 것이다.

세계에서 최초로 비타민 제조회사를 설립한 칼 렌보그 박사는 2차대전시 포로가 되어 중국에 억류된 적이 있었다. 당시 포로들의 섭생상태가 매우 열악하여 비타민 부족으로 인한 여러 질병들에 시달리고 있었다. 렌보그 박사는 못을 주워 녹을 갉아먹기도 하고 잡초를 찧어서 즙을 내어먹기도 하면서 건강상태를 유지했다고 한다. 그는 전쟁이 끝나고 귀국한 뒤 그때의 경험을 되살려 '뉴트리라이트'사를 설립했는데 이것이 곧 세계 최초의 비타민 제조회사이다. 그런데 그때 만일 포로수용소에서 차를 얻어 마실 수 있는 기회가 있었더라면 아마도 그는 비타민 제조회사가 아니라 제다회사를 차릴 마음을 먹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비타민의 대다수는 외부로부터 섭취하지 않으면 안 된다. 차에는 다량의 비타민이 풍부하게 내재해 있어서 인체의 수요에 상당량을 충당할 수 있다. 차는 아마도 지구상에 현존하는 그 어떤 식물보다 많은 비타민류를 함유하고 있는 식물일 것이다.

건조된 찻잎에 들어있는 비타민 A의 함량은 7~20㎎/100g 정도이다. 이것은 비타민 A가 비교적 풍부하게 들어있다고 하는 돼지간이나 계란노른자보다 높은 수치이다. 비타민 A는 야맹증을 예방하고 백내장이나 항암작용(특히 폐암)을 한다.

비타민 B군의 함량은 8~15㎎/100g, 그중에 비타민 B1이 0.15㎎/100g을 점유하며, 인체의 신경과 심장, 소화기능의 정상화, 당 대사의 촉진, 각기병 예방, 다발성 신경염과 위장 장애를 예방한다. 비타민 B2의 함량은 1.3㎎/100g 정도로서, 이것은 현미의 20배, 대두의 5배, 오이의 20배에 해당한다. 인체 내의 산화를 환원시키고 망막의 정상기능을 유지시켜서 결막염, 각막염, 구강염, 지용성 피부염 등의 치료에 쓰인다. 차 속 비타민 B3의 함량은 1~2㎎/100g 정도로 지방간, 동맥경화, 탈모를 예방한다. 비타민 B5의 함량은 5~7.5㎎/100g이며, 차에 들어 있는 비타민 B군 가운데 가장 점유율이 높다. 비타민 B5는 몸속 산화 작용을 방지하는 효소를 조성하는 성분으로서 피부의 각질화를 막아주는 역할도 한다.

비타민 B6는 아미노산으로 신경섬유를 합성하는 역할을 한다. 차에 다량 함유되어 있다. 비타민 B11(엽산)의 함량은 0.05~0.08㎎/100g, 인체 세포의 생장과 조혈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비타민 B12는 인체 내에서 아미노산의 합성에 관여하며, 흉선 피리미딘 등의 합성에도 참여한다. 피리미딘은 최근 항에이즈 물질로 부각되고 있다. 차에 다량 함유되어 있다.

비타민 C는 차의 여러 성분 가운데에서도 으뜸인 영양소이다. 함량은 100~500㎎/100g, 기타 채소나 과일의 함량과 비교해 볼 때 단연 발군이다. 성인의 비타민 C 하루 수요량(60㎎)은 하루에 차 3, 4잔을 마시는 것만으로도 상당량을 보충할 수 있다.

차의 비타민 E 함량은 24~70㎎/100g, 인체 내에서 항산화 작용을 하여 지방질이 산화될 때 생기는 자유기에 의한 세포의 손상을 방지한다. 아울러 세포의 노쇠를 지연시키고 면역력을 증강시킨다. 비타민 K의 함량은 300~500IU/g, 응혈작용과 조직의 탄성 강화, 인체 내의 산화된 조직을 환원시키는 작용을 한다. 차는 비타민의 보고(寶庫)이다.

중국 서남과 북서 변경은 땅이 몹시 척박하여 채소를 가꿀 수 없다. 그들은 비타민을 섭취하기 위해 과거 중국에 말을 주고 차를 사 갔다. 이른바 '차마교역(茶馬交易)'이다. 채소가 나지 않는 지방 사람들에게는 차가 바로 비타민 캡슐과 같은 역할을 했던 것이다. 남송(南宋) 시대에는 차 무역의 세금이 왕실 수입의 3분의 1을 점하던 때도 있었다 하니 그 규모가 얼마나 컸던가를 짐작할 수 있다. 다성 육우는 '다경'의 첫머리에서 "차는 남방의 아름다운 나무이다"(茶者, 南方之嘉木也)고 하였는데, 이 말은 차의 보건 기능이라는 면에서도 딱 들어맞는 말이라 하겠다.

5대 효소 등 인체에 유익한 미량 영양소를 간편하게 섭취

 
  경남 김해 감로사지의 오래된 야생차 군락지.
찻잎이 여타의 다른 활엽수들의 잎과 매우 다르다는 사실은 차를 직접 덖어보면 알게 된다. 처음 차를 덖을 때 가마솥 온도는 대략 300도로 맞춘다. 어느 정도 덖어졌다 싶으면 꺼내어 칼국수 반죽을 주무를 때처럼 비비고 치대는 유념(柳捻)이라는 공정을 거치게 된다. 이때 손바닥에 전해져 오는 찻잎의 감촉은 생고무 같이 두툼하면서도 매우 끈적이는 느낌이다. 이 두툼한 찻잎 속에 들어있는 끈적이는 성분이 바로 풍부한 비타민과 무기질 그리고 수많은 단백질과 아미노산 당류 지방 효소 카페인 탄닌 카테킨 및 방향물질들이다. 즉, 차를 마시면 인체에 유익한 이러한 여러 미량 영양소를 매우 간단하고 손쉽게 섭취할 수 있다.

차에는 무기물과 비타민 외에도 많은 기능성 영양소들이 함유되어 있다. 이 가운데 단백질의 함량은 마른 찻잎 무게의 20~25% 정도이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아미노산의 종류는 300여종이다. 이 가운데에서 단백질을 조성하는 것은 단지 20종에 불과하며, 이 중 8종은 반드시 음식물로부터 섭취해야하므로 필수아미노산이라 부른다. 어떤 음식물에 있어서 단백질의 영양학적 가치는 이 필수아미노산의 종류와 양에 달려있다. 차에는 8종의 필수아미노산이 모두 들어 있으며 그 가운데에서도 유독 차에서만 다량 발견되는 '차 아미노산'이라는 성분이 절반 정도를 점하고 있다. 단백질은 우리 체내에서 근육과 혈구와 신경 조직, 그리고 각종 호르몬과 효소, 운반체 등을 이루며, 필요시 열량으로도 전환되어 쓰일 만큼 매우 다양한 역할을 하는 영양소이다. 그런데 식물의 잎에서 이와 같이 다량의 단백질이 함유되어 있는 것은 차를 제외한 다른 식물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당(糖)은 생물계에 있어서 가장 광범하게 분포되어 있는 유기화합물로서 찻잎에도 이 당이 20~25%를 차지한다. '본초류'의 약서에 모두 "차의 맛은 달고도 쓰다"고 적고 있는데 여기서의 단맛은 바로 이 당 때문이다. 다만 찻잎에 함유되어 있는 당은 포차(泡茶)시에 5%밖에 우러나오지 않아 차는 우리의 미각에 연하고도 미묘한 단맛을 선사하며 건강인에게나 당대사 장애인에게나 모두 상질의 음료이다. 대개 차의 성질을 '약간 차다'고 하지만 이 당으로 말미암아 따뜻한 기운을 지니기도 하는 것이다.

차에는 2~3%밖에 안되는 적은 양이지만 지방도 있다. 지방은 뜨거운 물을 부어 차를 우릴 때 거품과 함께 차면(茶面) 위에 뜨게 되는데, 이는 차에 들어있는 지용성 비타민 A, D, E, K 등이 체내에 쉽게 흡수되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인체 내에 들어가면 다시 동물성 지방을 분해하는 역할 등을 하게 된다.

찻잎에는 매우 많은 종류의 효소가 함유되어 있다. 인체에는 6대 효소류가 내재하는데 이중 찻잎에 5대 효소류가 들어있다. 산화효소(Polyphenol oxidase), 전이효소, 수용효소, 분해효소, 이구효소 등이 그것이다. 찻잎 속 효소의 함량은 차의 품종과 토양의 조건, 잎의 노눈(老嫩)의 정도에 따라 다르다. 효소는 인체 내에서 최화제(催化劑)의 역할을 한다. 체내에서 일어나는 수천 종의 화학반응들, 예컨대 소화 흡수 운반 합성 분비 운동 번식 등의 활동들은 모두 효소의 작용을 기초로 한다. 몸 속에서 천천히 일어나는 화학반응을 효소가 106~1012배 빠르게 추진시켜 생명활동을 원활하게 유지하도록 해주는 것이다. 차에 함유되어 있는 다량의 효소들은 인체 내에서 말없이 여러 가지 작용을 해 주는 고마운 존재들이다.

차에는 또 소량의 카페인이 함유되어 있다. 양은 대략 마른 찻잎의 2~5% 정도. 이 외에 차에는 일반적으로 '차 카페인'이라고 불리는 디오필린(Theopyrene)이 0.05% 정도 들어있어서 카페인의 작용에 보완작용을 한다. 카페인이 체내에서 분해되어 반으로 줄어드는 시간은 건강한 성인 남자의 경우 6시간 정도이며 디오필린은 2.5~4.5시간 소요된다. 카페인은 중추신경 계통의 흥분제로서 기분을 맑게 하고, 작업의 정확도를 높이며, 사유와 기억력의 증강, 피로의 경감, 수면욕을 줄이는 작용 등을 한다. 표를 보면 디오필린은 카페인에 비해 중추신경 흥분 작용은 약하나 강심작용, 이뇨작용, 근육이완 등은 현저히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차에는 이와 같이 섬세한 부분에 이르러서까지도 인체에 유익한 작용을 위한 장치들로 가득 차있다.

차 성분 카페인·디오필린 비교

 

함량(%)

중추흥분

강심작용

이뇨작용

근육이완

카페인

2~5

 + + +

 +

 + +

 +

디오필린

0.05

 + +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