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史관련

5027 대체하는 ‘新연합작계 5012’ 논란

醉月 2010. 1. 18. 08:43

5027 대체하는 ‘新연합작계 5012’ 논란
美 태평양사령부 관할이지만 한국군 고유 작계?

 황일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한반도 전쟁을 가정해 한미 양국군이 작성한 전면전 작전계획 5027. 2012년 4월 전시작전통제권이 한국군으로 전환함에 따라 이 작계5027을 대체할 새로운 작계 작성 작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군사적 사안을 넘어 동북아 국제정치의 이해관계가 얽힌 쟁점사안에 대해, 고유의 전략적 콘셉트를 한결같이 견지하고 있는 미국과 달리 한국 측의 입지는 협소하기 그지없다. 먼저 결정해야 할 과제를 결정하지 못한 한국 정부의 숙제는 어떤 결과물을 낳을 것인가.
   

2006년 3월,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으로는 처음 한미연합전시증원(RSOI) 연습에 참가한 에이브러햄링컨함에서 FA-18 전투기가 화염을 내뿜으며 갑판을 박차오르고 있다.

2009년 11월23일 오후, 합동참모본부는 작전회의실에 국회 국방위원들을 초청해 비공개 브리핑을 가졌다. 핵심주제는 최근의 작전계획 작성 진척상황과 그 얼개. 여야 의원들과 합참 주요 간부들이 모두 참석한 이날의 관심사 가운데 하나는 전시작전권 전환 이후 한미 양국군이 사용하게 될 이른바 ‘신(新) 연합작계’에 관한 내용이었다.

전작권 전환이 공식 논의되던 2006년 하반기 이래 한반도 전면전에 대비하는 양국군의 작계가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작게는 지휘체계 변경에 따른 형식 변화가 불가피하지만, 크게는 이를 통해 최근 수년간 급물살을 타온 미국의 대(對)한반도 군사전략 변화도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는 관측 때문이었다. ‘작계5027’로 상징되는 한미연합사 시절의 전쟁개념이 2012년 전작권 전환 이후 어떻게 달라질지는 향후 한반도와 동북아 안보지형에 중요한 전제일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신동아’ 2006년 10월호 ‘전시작통권 환수 이후의 한반도 전쟁 작계’ 기사 참조).

2006년 전작권 환수 일정이 확정된 이래, 합참 작전본부와 한미연합사령부 작전참모부는 새로운 작계를 작성하는 작업을 꾸준히 진행해왔다. 당초 한미 군사당국은 2009년 7월까지 초안을 완성해 8월 열리는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부터 적용훈련을 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여름 이후 그 진척상황에 대해 관심이 집중됐고, 앞서의 국방위 보고 역시 그 때문에 이뤄진 일이었다.

2009년 12월 현재까지 작계는 최종 완성상태는 아닌 것으로 전해지지만, 그 명칭과 얼개, 개념 등의 주요 결정사항은 논의가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양국은 예정대로 2009년 8월 열린 UFG를 통해 새 작계의 가안(假案)을 시험운용했고, 그에 대한 평가회의를 가진 바 있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새 작계의 주요 쟁점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형국이다.

새 작계와 관련해 우선 살펴볼 것은 명칭이다. 이전 논의과정에서 한미 군사당국이 사용한 새 작계의 잠정명칭은 ‘OPLAN 2012(Operation Plan 2012)’였다. 전작권이 전환되는 2012년부터 사용하게 될 작전계획이라는 뜻. 그러나 UFG에서 시험운용을 거치면서 명칭은 ‘Oplan 5012’로 변경됐다. 공식채택까지 2년 이상이 남은 만큼 최종 확정된 이름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양국 관계당국이 현재 사용하는 정식명칭으로 ‘작계5012’가 자리매김했음은 분명하다.

 

‘50’의 의미

숫자에 불과한 새 작계의 이름이 의미심장한 것은 앞에 붙은 ‘50’ 때문이다. 미군은 세계 각 지역의 사령부별로 숫자를 구분해 부여하는 작전계획 명칭체계를 갖고 있다. ‘50’은 한반도를 관할하는 태평양사령부 작계에 붙는 숫자다. 기존의 한미 연합작계5027이나 한반도 유사시 주일미군의 참전과 자위대의 후방지원을 다루는 미국과 일본의 공동작계5055가 모두 이러한 원칙에 따라 ‘50’으로 시작한다.

따라서 전작권 전환 이후의 작계에 ‘50’을 붙이는 데 미국이 동의했다는 사실은 이 작계가 미국 군사대비체계 하부구조 지위를 공식 인정받았다는 뜻이 된다. 즉 미군도 이 작계를 ‘자신들의 작계’로 수용하기로 결정했음을 시사한다는 게 한국 측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사실 새 작계에 ‘50’을 부여하는 방안은 한국 측의 강력한 요청에 따른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측, 특히 워싱턴의 미 국방부는 작성 작업 초기 상당기간 난색을 표했다는 것. ‘전작권 전환 이후 한반도 전쟁에 대한 대비는 기본적으로 한국이 담당해야 할 몫’이라는 워싱턴의 인식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반면 한국 측으로서는 이를 미국의 공식체계 안에 두기를 원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주한미군사의 경우 본국 국방부의 방침과는 달리 한국 측의 견해에 동의를 표하는 목소리를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미 국방부와 한국 측, 주한미군 일각의 이러한 견해 차이는 전작권 전환에 얽힌 3자의 엇갈리는 입장을 반영한다. 전작권이 전환돼도 ‘크게 달라지는 것이 없다’고 강조하길 원하는 한국군과 ‘많은 것이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미 국방부, 전작권 전환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기를 원하는 주한미군사의 속내가 각각 다른 것이다.

   

미군이 주도할 북한 대량살상무기(WMD) 제거 및 해병 강습 상륙작전 시나리오

전작권 전환과 연합사 해체에 대한 보수층의 불만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한국 국방부의 처지를 엿볼 수 있는 또 하나의 포인트로, 새 작계를 ‘공동작계’로 규정할 것이냐 ‘연합작계’로 규정할 것이냐의 문제가 있다. 언뜻 비슷해 보이는 ‘공동(joint)’과 ‘연합(combined)’의 군사적 함의가 사뭇 다르기 때문.

기존의 5027은 연합사라는 하나의 사령부가 통합해 운용하는 연합작계였던 데 비해, 두 개의 사령부가 함께 운용하게 될 새 작계는 논리적으로 공동작계로 불러야 옳다. 실제로 한국 정부당국도 2006년 이래 새 작계를 공동작계로 불러왔다. 그러나 UFG를 계기로 국방부는 발표자료나 브리핑에서 ‘신연합작계’라는 새로운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고, 언론에도 이 용어를 사용해달라고 주문하고 있다. 연합작계가 공동작계라는 완전히 새로운 형식으로 바뀌는 게 아니라 새 연합작계로 업그레이드되는 것이라고 강조하고자 하는 속내다.

 

아프간과 이라크의 경험

실제로 새 작계와 관련해 관계당국자들이 가장 먼저 강조하는 점이 “5027과 거의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전작권 전환에 따라 지휘체계의 변화와 의사소통 방식 같은 계통상의 문제만이 다시 정리됐을 뿐, 작계의 내용 자체는 작성 작업을 직접 담당하는 이들을 제외하고는 군 관계자들도 쉽게 간파하지 못할 만큼 5027에서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일각에는 새 작계가 5027에 비해 ‘대규모 지상전 발발 이전상황’을 더 면밀히 고려하고 있다는 평가가 흘러나온다. 개전 임박시점 혹은 초기에 항공전력이나 특수전 병력을 이용해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를 제거하고 평양 정권 수뇌부를 정밀타격하는 방안에 관한 부분이다. 흔히 미군 작계 5026의 내용으로 알려져 있던 방안의 상당 부분이 5012에 흡수됐고, 그 대부분을 미군 측이 주도하는 것으로 협상이 마무리됐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북한 지상군의 전면남하를 기준으로 5026과 5027로 나뉘어 있던 기존의 작계 구조가 새 작계에서는 5012 하나로 통합된 셈이다.

개전 초 정밀타격 시기와 전면지상전 이후를 분리해 사고하는 콘셉트는 걸프전 등 1990년대 미국이 수행한 전쟁의 양상을 그대로 상정한 것이다. 지상군 투입 이전에 결정적 승리를 확정한 당시의 경험은 한반도에서도 정밀타격만으로 전쟁을 끝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이어졌고, 따라서 이들을 시계열적으로 분리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을 낳았던 것. 정밀타격을 해보고 그래도 끝나지 않으면 대규모 지상전을 시작한다는 식이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수행한 전쟁에서의 뼈저린 경험은 미국 국내에서 이러한 개념 분리가 적절치 않다는 논쟁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압도적인 정밀타격이 선행돼도 지상전력의 마무리 없이는 전쟁이 쉽게 끝나지 않는다는 교훈이다. ‘임무완수’ 선언 이후에도 만만찮은 지상병력 희생이 줄짓고 있는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렇게 놓고 보면 새 작계는 정밀타격과 지상전을 구분하는 그간의 콘셉트를 최소화하고 이를 하나의 전쟁으로 인식하는 새 개념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벌어질 경우 지하진지 등을 장기간 구축해온 북한의 군사적 특성상 정밀타격만으로는 전쟁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므로, 대규모 지상군을 조기에 혹은 동시에 투입해 상황을 끝내야 한다는 복안인 셈이다.

 

순서도 혹은 매뉴얼

한국 측 인사들이 “작계는 변하지 않았다”고 강조하는 것에 비해, 미국 측 관계자들의 이야기는 사뭇 다르다. 한마디로 “5012는 한국군의 작계”라는 것이다. 작계의 개념설정이나 세부사항 작성 작업의 주도권을 모두 한국 측이 행사했고, 미군 측은 이를 함께 검토하고 의견을 제시하는 역할분담 속에서 진행됐다고 설명한다. 이 때문에 새 작계에 미군의 체계를 준용해 명칭을 부여하는 것에 대해서도 고심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 새 작계의 얼개를 적용해 진행된 지난 UFG 훈련에서도 과정의 상당부분을 한국 측 지휘관이 맡고 미군 측은 이를 ‘지켜보는(observe)’ 역할을 담당했다는 게 공통된 전언이다.

‘작전계획’이라는 말만으로는 선뜻 그림이 그려지지 않지만, 실제의 작계는 일종의 순서도에 가깝다. 예를 들어 ‘북한의 장사정포가 공격준비에 들어갔다는 징후가 신호정보를 통해 확인됐다’는 상황을 가정하고, 이 경우 누가 상황을 판단해 대화력전 수행본부에 대응을 명령할 것인지, 또 대화력전 수행본부는 K-9 자주포 등 다양한 무기체계 가운데 어느 것을 동원할 것인지 등의 결정항목을 시간순서에 따라 분류해놓은 매뉴얼인 셈이다.

   

2009년 10월30일 서울 이태원에서 열린 한미안보협력연례국제회의에서 월터 샤프 주한미군사령관이 전작권 전환과 한미동맹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현재의 체계를 놓고 보면, 작계상의 수많은 판단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사항을 결정하는 권한은 주한미군사령관이 겸임하는 한미연합사령관에게 주어져 있다. 여기에 주한미공군사령관이 맡는 공군구성군사령관, 미 7함대사령관이 맡는 해군구성군사령관, 한국군 소속의 연합사 부사령관이 맡는 지상구성군사령관 등이 그 다음 범주의 결정권한을 행사한다. 전쟁 발발을 가정하고 이후 이렇게 뻗어나가는 각각의 결정단계를 지휘소에서 워게임 형태로 함께 시뮬레이션하는 작업이 바로 UFG의 골자다.

새 작계는 이러한 결정사항에 대해 한미 양국군의 협의를 전제로 달아놓았고, 최종 결정권한의 상당부분을 한국군 지휘관들에게 맡겨놓았다. 연합사의 지휘임무를 2012년까지 창설될 예정인 한국 측 합동군사령부와 미군 한국사령부(US KORCOM), 양 사령부 사이에 협조 및 연락을 담당하는 동맹군사협조본부(AMCC)에 분산해놓은 것이 대표적인 경우. 5027에서 연합사령관에게 부여한 핵심사항 결정권한의 대부분을 새 작계에서는 한국군 합참의장이 맡는 합동군사령관에게 부여해놓은 식이다.

2009년 8월의 UFG는 이렇듯 변화한 결정권한과 협조체계를 가동해보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함께 검토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적절한 결정이 적절한 시점에 이뤄졌는지 지켜보고 수정사항을 함께 논의하는 것이 미군 측 지휘관들의 주된 역할이었음은 불문가지. 한미 양국은 이러한 과정을 거쳐 전작권 전환이 완료되는 2012년 봄까지 새 작계를 보완해나가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렇듯 새 작계에 반영된 미국 측의 입장은 ‘결정의 주도권은 한국 측에, 미국은 가급적 적게 개입’하겠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두 개의 ‘매우 특별한 임무’

다만 예외는 있다. 앞서 설명한 바 있는 ‘5026적 요소’의 핵심, 즉 개전 초기 최단시간 안에 파괴해야 할 핵무기 저장소와 미사일 발사시설 등 WMD 제거작업은 미군 측 지휘관이 결정권한을 갖고 담당한다. 평양 수뇌부에 대한 정밀타격을 통해 전쟁수행의지를 조기에 무력화하는 작업도 마찬가지. 이를 위해 5027에서의 공군구성군사령관을 대체하는 연합공군사령부(CAC) 사령관은 전작권 전환 후에도 주한미공군사령관이 맡는다고 양국은 밝힌 바 있다. 한국과 미국 사이의 공군전력 차이와 신속한 초기대응의 중요성을 감안한 조치라는 것. 다만 CAC 사령관도 한국군 합참의장이 맡는 합동군사령관의 지휘통제를 따른다.

더불어 5027에 반영된 이른바 ‘공세적 방어전략’, 즉 북한 지상군의 남하를 격퇴하고 반격의 기회를 잡았을 때 동·서해안을 통해 양국의 해병대가 대규모 강습 상륙작전을 감행해 평양 수뇌부를 압박하는 임무 역시 미군 지휘관의 주도로 진행된다. 2009년 10월30일 월터 샤프 주한미군사령관은 한미안보연구회와 화정평화재단, 미국 헤리티지재단이 공동주최한 한미안보협력연례국제회의에서 “(WMD 제거와 해병대 상륙작전이라는) 두 개의 ‘매우 특별한 임무(very special task)’를 수행하는 부대는 미군 지휘관이 주도하는 방안에 최근 합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주도와 지원

앞서 말했듯 새 작계에 담긴 임무분담 콘셉트를 두고 한미 양국은 ‘한국군이 주도하고 미군은 지원한다’고 설명해왔다. 실제로는 육군과 해군은 한국이 주도하고 공군은 미국이 주도하는 형태지만, 특히 미국 측 관계자들은 끊임없이 한국의 ‘주도적 역할(leading role)’을 강조하며 자신들은 ‘지원 역할(supporting role)’에 머물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leading’이라는 용어를 둘러싸고도 한미 양측의 입장이 간단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2008년 이후 새 작계 논의과정에서 ‘leading-supporting’이라는 기존 용어 대신 ‘supported-supporting(지원받는-지원하는)’을 사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이 자신들의 역할을 지나치게 축소하려 하는 것 아니냐’는 한국 측 일각의 의구심이 얽혀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 전문가는 “‘주도적 역할’이라는 말에 부담을 느끼는 한국 측 일각의 정서도 반영한 것이라고 본다”고 촌평했다.

   

동아시아 안보환경을 유지하는 데 있어 자국 군대의 직접적인 역할을 축소하고 한국이나 일본 같은 동맹국의 기여를 늘리려는 미국의 세계전략은 더 이상 뉴스가 아니다. 특히 한국의 재래식 전쟁 수행능력이 북한을 압도한다고 판단하는 미국이, 한국만을 붙박이로 담당하는 전력 규모를 최소화하고 이를 전세계 어디나 투입할 수 있는 형태로 재편하려 하는 이른바 ‘전략적 유연성’도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대세가 됐다.

이렇게 놓고 보면 새 작계가 상정하고 있는 지상작전을 한국이 주도하기를 원하는 미국의 의지 역시 같은 맥락임을 알 수 있다. 유사시 병력의 인명피해가 클 수밖에 없는 전선전 등 지상작전을 한국군이 맡도록 함으로써 자국의 부담을 최소화하고자 하는 것이다. 최근 들어서는 2008년 국제금융위기와 다자안보협력을 중시하는 오바마 행정부의 등장이 이러한 추세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때문에 새 작계 작성 작업과 관련해 전문가들의 관심이 집중된 또 하나의 포인트가 휴전선 돌파 이후의 상황에 관한 것이었다. 북한군의 남하를 조기에 격퇴한 뒤 평양을 향해 펼쳐야 할 지상군 반격작전에서 과연 미국이 어느 정도 참여할 것이냐의 문제다. 앞서 설명한 대로 새 작계는 WMD 제거나 해병대 강습 상륙은 미군이 주도하지만, 대규모 지상군 병력이 필요한 휴전선 돌파 이후의 상황은 한국군이 주도하는 것으로 정리된 바 있다. 한 군사전문가는 “(휴전선 돌파 이후) 미국이 자국군 지상병력을 북진작전에 투입할지는 지극히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가장 먼저 결정해야 할

당초에는 새 작계가 휴전선 돌파 이후 미군의 지상전력 투입을 아예 상정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우려까지 제기됐지만, 당국자들은 5012가 그렇듯 극단적인 형태로 작성된 것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민감한 쟁점임을 양측이 모두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가급적 5027의 기본개념을 유지한다는 원칙이 작동했다는 것. 그러나 거꾸로 이 민감한 쟁점에 대한 한국 정부의 분명한 지침이 결정되지 않았다는 것 역시 공통된 전언이다. 휴전선 돌파 이후 민사작전 등 북한지역에서 진행될 지상군 활동에 미국이 참여하기를 거절할 경우 한국이 이를 단독으로 수행해야 하는지, 혹은 그럴 만한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한국군 내부에도 이견이 존재한다.

 

분명한 것은 이러한 결정이 단순히 군사작전 차원에서 판가름할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전쟁의 최종적인 목표를 어떻게 상정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 북한이 남침을 감행할 경우 이를 단순히 응징하는 것이 목표인지, 아니면 평양 정권을 완전히 붕괴시키고 북한 전역을 한국 등의 관리하에 두는 것이 목표인지부터 설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격을 가할 것인지 말 것인지는 양국 대통령이 ‘국가통수 및 군사지휘기구(NCMA)’를 통해 결정해야 하는 사안이다. 작전계획보다 상위 범주라는 뜻이다. 더욱이 전쟁의 최종목표를 설정하는 일은 동북아 전체의 미래를 고려해야 하는 국제정치적 독트린의 영역에 해당한다.

한반도에서 유사시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을 낮게 평가하는 미국은 이미 마음을 정했고, 이를 전작권 전환과 새 작계의 협의과정에서 차곡차곡 반영해왔다. 공연히 높은 목표를 설정해 한국에 주둔하는 전력을 높게 유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반면 이에 대한 한국 정부의 전략지침은 하달된 바도, 반영된 바도 없다는 게 중론이다. 작계가 단순히 군사적 영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국제정치의 엄밀한 이해관계와 치열한 현실논리가 얽힌 정치적 사안임을 감안하면, 2012년까지 진행될 보완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할 이슈가 여기에 숨어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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