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史관련

아프간에 2차 ‘한몽연합군’ 뜨나

醉月 2010. 1. 7. 09:00

아프간에 2차 ‘한몽연합군’ 뜨나
한국군, 현지 몽골 후예 하자라족과 손잡으면 여러모로 유리

이정훈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hoon@donga.com

다국적군의 일원으로 이라크에 파병된 몽골군. 이들은 자살폭탄 테러를 막아내 미국으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아프가니스탄은 페르시아(이란) 계통인 파슈툰 족(인구의 48%)을 주축으로 한 다민족 국가다. 아프간에는 파슈툰 족 외에 타지크 족(약 25%), 하자라 족(약 10%), 우즈베크 족(약 8%) 등도 살고 있다. 이 가운데 주목할 것이 몽골 족의 후예인 하자라(Hazara) 족이다. 이들은 한국군 재파병지로 거론되는 파르완주를 비롯한 중북부 지방에 널리 퍼져 살고 있다.

아프간은 타지키스탄-우즈베키스탄과 국경을 맞대고 있으니 타지크인과 우즈베크인이 들어와 살 수 있다. 그런데 아프간에서 몽골까지의 거리는 한반도에서 몽골보다 먼데, 몽골 족인 하자르인도 많이 살고 있다. 그 이유는 옛 칭기즈칸군의 침공에서 찾아야 한다.

현지 여성들과 결혼한 몽골 대군

1221년 쿠두크 장군이 이끄는 몽골군은 아프간에서 터 잡은 ‘호라즘’이라는 나라를 공격했다가 참패하는데, 이는 몽골군이 당한 첫 패배였다. 소식을 들은 칭기즈칸은 이곳으로 달려와 몽골군에 저항한 지역 주민을 몰살하고 “아프간을 관통해 인도까지 가는 공격을 준비하라”고 명령한 뒤 돌아가 사망했다. 그런데 칭기즈칸의 후예는 누구도 ‘진격’ 명령을 내리지 않아 청장년 남성으로 구성된 몽골의 대병력은 늙어가다 현지 여성들과 결혼해 가족을 만들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하자라 족인지라 이들은 현지인인 파슈툰 족과 늘 사이가 좋지 못했다.

‘하자라자트’(‘하자라 족의 땅’이란 뜻)를 무대로 세력을 유지해오던 이들은 1893년 파슈툰 족과의 싸움에서 져 파슈툰 족이 이끄는 나라의 소수민족 처지로 강등했다. 그전부터 현지화해온 이들은 이슬람교를 받아들이고 현지어를 수용해 다리어(語)라는 언어를 만들어냈다. 같은 이슬람교이긴 해도 파슈툰 족은 수니파인데 하자라 족은 시아파가 됐다. 다리어는 파슈툰어와 비슷하나 몽골어 어휘가 많은 것이 특징으로, 지금은 파슈툰어와 함께 아프간 공용어로 지정돼 있다.

 

중앙아시아에는 유목민족의 역사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고구려와 동맹을 맺은 돌궐은 서(西)몽골 땅에서 살다 서쪽으로 이동해 터키를 만들었기에, 터키는 발생지인 서몽골 지역을 조사해 기념비를 세워놓았다. 마찬가지로 몽골도 칭기즈칸의 흔적을 쫓고 있다.

또 몽골은 러시아와 중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는 것을 당면과제로 삼기에 1996년 미국과 준(準)동맹 관계를 맺고 미국이 벌이는 전쟁에 적극 참가해오고 있다. 3만명에 불과한 소군(小軍)이지만 몽골군은 이라크에 175명을 파병했는데, 이들은 자살폭탄 테러를 극적으로 막아내 2005년 11월 미국 대통령으론 처음 몽골을 방문한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큰 칭찬을 받았다.

이러한 몽골이 뼈아픈 하자라 족의 역사가 남아 있는 아프간을 외면할 리 없다. 아프간 전쟁이 일어나자 몽골군은 즉각 75명을 파병, 미국이 하자라 족을 중심으로 만든 신(新)아프간군을 교육하는 일을 했다.

 

탈레반 소탕 작전에 각별한 관계 필요

파슈툰 족에서 나온 탈레반(‘학생조직’이란 뜻)은 1997년 무자헤딘 세력을 밀어내고 권력을 잡았다. 그런데 권력을 잡기 전인 1995년부터 하자라 족을 비롯한 소수민족을 공격해 수천명을 사상시켰다. 이에 하자라 족을 중심으로 한 소수민족들은 무자헤딘과 북부동맹군을 구성해 저항했다. 이런 상태에서 탈레반이 9·11테러를 일으킨 빈 라덴 세력을 숨겨준 것이 알려지자, 2001년 미국은 북부동맹과 손잡고 탈레반을 공격해 카불을 함락시켰다.

   

그런데 쇠퇴하는 듯하던 탈레반이 다시 우세를 보이자 미국은 병력 증강에 나섰다. 하자라 족도 몽골과 한국을 ‘형제국’으로 부르며 지원을 바라게 됐다. 몽골은 하자라 족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만큼 병력 증강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은 하자라 족의 부탁보다는 미국의 요구로 재파병을 검토하게 됐다.

이라크에 주둔했던 자이툰 부대와 아프간에 주둔했던 동의·다산 부대는 기지 밖 작전을 거의 하지 않았다. 그러나 아프간에 재파병되는 부대는 기지 밖에서 재건사업을 하는 민간인을 보호해야 하므로,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아프간에는 파슈툰 족과 하자라 족이 섞여 사는 곳이 적지 않은데, 탈레반은 그러한 곳에서 테러를 저지르곤 한다.

암암리에 움직이는 탈레반에 대한 정보는 현지인들이 가장 많이 알 수밖에 없는데, 재파병된 한국군에 이 정보를 알려줄 수 있는 것은 하자라 족 조직뿐이다. 그래서 현지 사정을 아는 전문가들은 이렇게 주문한다.

“재파병되는 한국군이 안전하게 작전을 수행하려면, 하자라 족 조직은 물론이고 이들과 각별한 몽골군과의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 비유해서 말하면 고려 말 일본을 공격하기 위해 만든 여몽(麗蒙)연합군처럼, 하자라 족-몽골군-한국군을 연결하는 ‘한몽(韓蒙)연합군’ 개념을 만들어야 한다. 이 개념은 2010년 2월경으로 예상되는 국회의 파병 동의를 받는 데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한국에서 반일감정이 강하듯, 몽골에서는 반중감정이 크다. 반대로 인종적 동질성 때문인지 몽골에서의 ‘한국 붐’은 대단하다. 몽골 전문가들은 아프간 재파병을 계기로 한몽연합론을 내세우면, 한국군의 안전을 확보하고 동북공정을 펼치는 중국에 공동으로 대응할 수 있으며 자원부국인 몽골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아프간 파병 한국군 신무기는?
무인기 띄우고 복합소총 지급

아프간에 재파병된 한국군을 위협할 최대 무기는 ‘급조폭발물(IED)’이다. IED에는 각종 화학물질을 섞어 만든 사제폭탄부터 다국적군이 떨어뜨린 불발탄을 이용한 것까지 다양하다. 사제폭탄도 위협적이지만 불발탄을 이용한 IED의 위력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다. 한국군은 이러한 위협에서 자신과 재건활동에 나선 민간인을 보호해야 한다.
그런데 한국이 개발한 K-21과 K-200, 바라쿠다 장갑차는 불발탄을 이용한 IED를 막지 못한다. 미국제를 비롯한 어느 나라의 장갑차도 이 폭발물의 위력을 막지 못한다. 미국이 위력이 큰 대(對)전차 지뢰를 폭파해 제거하고자 만든 MRAP(엠랩) 차량 정도만 견뎌낼 것 같은데, 미국은 이 차량을 한국군에 제공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한국군은 한국산 장갑차를 가져갈 수밖에 없다.
작전에 들어간 한국군은 테러를 위해 접근하는 탈레반을 먼저 발견해 쫓아내거나 쓰러뜨려야 한다. 이러한 목적으로 가져가는 신무기 중에 손으로 던져 띄우는 무인기(UAV·위 사진)가 있다. UAV는 내장된 배터리로 엔진을 돌려 상승한 다음 50여 분 동안 주변 지역을 동영상으로 찍어 보내주므로, 한국군은 몰래 접근하는 적을 미리 알아낼 수 있다. 이 UAV는 국내 유콘 시스템과 성우엔지니어링이 개발해온 것인데 아프간에서 실전 경험을 하게 된다.


개개 전투원에게는 국방과학연구소가 개발한 K-11 복합소총(아래 사진)이 지급된다. 이 소총의 탄알은 산탄(散彈)처럼 목표물 상공에서 터져 파편을 날리므로, 은폐물 뒤에 숨은 적도 제압할 수 있다. 기지 주변에는 국산 무인 경비시스템과 중기관총인 K-6이 설치되고, 미국산 UH-10 헬기 쫛대가 전개된다. 아프간에 진출하는 국산 신무기의 성능이 우수한 것으로 판정되면 해외 수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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