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류, 술, 멋

해외기행_중국 칭다오

醉月 2009. 9. 6. 10:32
이 여름, 라오산의 노자 만나니‘자연’이 돼버렸다
중국 칭다오, 8월 둘째 주에는 맥주축제 열려…인근 취부에선 공자의 숨결
칭다오=글·사진 이신화 의 저자 (www.sinhwada.com)
 
중국 화베이(華北) 지방에 있는 산둥(山東)성. 그 동부에 맥주로 유명한 칭다오(靑島)가 있고, 도교의 본산지인 라오산(山)이 자리잡고 있다. “태산의 구름이 아무리 높아도 동해의 라오산만 못하다”는 말이 전해올 정도로 멋진 산자락이다. 특히 칭다오는 한때 독일의 조계지여서 도심 전역에 유럽풍 가옥이 즐비해 중국이라는 선입견을 저버릴 정도로 깔끔함이 배어 있다. 라오산에서 흘러내리는 물줄기로 만든 칭다오 맥주는 세계적으로 유명해져 해마다 8월 둘째 주면 맥주축제를 연다. 더불어 공자의 유적지인 취부(曲阜)와 타이산(泰山)도 함께 연계하면 금상첨화 여행이 된다.

산둥반도의 제일 명산으로 꼽히는 라오산의 기암.

여행은 배에서 시작된다. 배 안 프런트의 첫인상은 호텔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왠지 지저분하고 불편할 것 같은 선입견을 버려도 괜찮을 듯하다. 침대 한 칸에 짐을 부리고 갑판 위로 올라 바다 물빛을 바라본다. 바람이 없어서일까? 수면은 일렁임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마치 이불처럼 폭신하게 사람을 감싸 안을 것만 같다. 서해임에도 물빛은 청록색이다. 뱃길 따라 몇 마리의 갈매기가 긴 시간 함께 항해한다. 비록 운항시간은 길지만 그저 잠을 청하면 칭다오(靑島)항에 도착하게 되니 지루할 틈도, 힘겨워할 이유도 없다. 바닷가와 인접해서일까?

시야를 무겁게 내리깔고 있는 안개와 맑지 않은 공기, 훈훈한 열풍까지 가세하는 것이 칭다오의 첫 느낌이다. 항구에서 산둥(山東)반도의 한 여행사를 통해 소개받은 조선족 가이드를 만났다. 1일 가이드 비용과 숙박, 먹을거리를 해결해 주어야 하지만 큰 부담을 느낄 정도의 가격은 아니다.

우선 양고기 전문점이라는 식당을 찾았다. 중국에서는 양고기를 최고의 음식으로 치부할 정도로 즐겨 먹는 음식 중 하나다. 샤브샤브를 비롯해 꼬치 등은 큰 인기를 누린다. 이어 찾은 곳은 칭다오의 대표적 여행지라고 할 수 있는 라오산(山). 칭다오 시내에서 동쪽으로 40km 떨어진 곳이므로 택시를 타고도 30~40분을 달려가야 하는 먼 거리다.

해안가로 접어들면서 길은 절묘해진다. 깎아지른 듯한 벼랑길을 따라 가는 아름다운 해안 드라이브 길이다. 차창으로 라오산의 산정을 뒤덮은 바위에 눈길을 꽂는다. 날씨가 흐릿하지만 멋지게 펼쳐지는 기암을 그저 차창으로 스치고 마는 것이 아쉬울 정도다. 커다란 돌 위에 붉게 써 놓은 글자들이 선명하다.

한눈에 바라봐도 라오산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라오산(1133m)은 태고대 화강암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주봉은 거봉(巨峰)이다. 기암기봉이 바다를 이루고 산·바다·산림·하늘이 함께 어우러져 ‘해상명산제일’로 불리는데, 옛말에 “타이산(泰山)의 구름이 아무리 높아도 동해의 라오산만 못하다”는 말이 전해올 정도로 멋진 산이다.

이 라오산에서 흘러내리는 광천수를 이용해 칭다오맥주를 만들었다고 한다. 라오산 자락의 유명한 도교 성지를 찾았다. 사당 입구는 관광객들로 어수선하고 으레 그렇듯 과일을 파는 상인과 가이드들이 진을 치고 있다. 난전 수레바퀴 위에 차려진 과일 중에서 호기심을 자아내는 것이 있다.

이곳은 앵두가 특산물로 앵두축제를 벌일 정도인데, 앵두와 함께 호박을 닮은 듯한 요상한 과일도 샀다. 상인은 과장된 몸짓으로 맛이 좋다고 자랑이다. 가격도 꽤 비싼 편인데 맛을 아니 볼 수 없다. 즉석에서 칼로 잘라 먹어보니 과일은 한마디로 호박 맛이다.

기암이 펼쳐지는 라오산 자락에는 도교 성지 즐비


타이산 정상에서 케이블카 정류장으로 내려가는 길에서 만난 장관.
라오산 사당을 구경하기 위해 들어서면서 집요하게 따라붙는 여성 가이드 한 명을 샀다. 나름 멋을 내 미시족처럼 보이는 그녀가 사당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하면 조선족 가이드가 되받아 설명해주는 식이다.

수령이 오래된 은행나무·측백나무 등을 보면서 사당의 연륜을 읽었다. 무엇보다 야생 차나무가 흔하다. 얼마나 오랫동안 이곳에 버티고 살았을까? 보기에도 오래된 듯한 참으로 귀한 차나무가 군데군데 눈에 띈다.

예부터 도교의 본거지였다는데, 과연 노자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노자는 오얏나무(李木) 아래에서 탄생했기 때문에 오얏을 의미하는 이(李)가 성을 갖게 됐다고 한다.

<도덕경>을 통해 보면 노장사상의 핵심은 ‘무위자연’에 있으며, 그것이 ‘도(道)’라는 개념으로 집약된다. 노자의 깊은 사상을 단지 몇 줄로 집약할 수는 없을 터. 어쨌든 지금도 그 문중이 대를 이으며 이곳에서 수련하고 있다.

주마간산, 수박 겉핥기 식으로 라오산을 구경하고 말았지만, 멋진 명승지다. 여유롭게 여행을 즐기려면 라오산 산행 말고도 해마다 맥주축제가 열리는 잔교의 맥주성과 소칭다오, 스라오런(石老人)해수욕장 등도 꼭 연계하면 좋을 듯하다. 찌모루 시장을 찾아 나섰다. 소위 ‘짝퉁’시장이다.

딱히 무엇을 구입할 것도 아니지만 북적거리는 시장통을 구경하는 재미를 놓칠 수 없다. 우리네 재래시장을 개조한 듯한, 한눈에도 초라해 보이는 시장. 거기에 진열된 상품은 정상품과 눈에 띄게 비교될 정도로 후줄근하다. 시장을 나와 근처의 노점 꼬치구이집에 자리를 틀고 앉아 양고기와 돼지고기 등을 구워 놓고 시원한 칭다오맥주 한잔으로 목을 축였다.

특히 양고기나 돼지 오도독뼈 구이가 맛이 좋다. 꼬치구이는 중국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는 길거리음식. 가격도 저렴하고 매콤하면서 독특한 맛을 내는 양념에 고춧가루 같은 향신료 ‘쯔란’을 뿌려 주는데, 첫 맛에는 약간의 거부감이 일지만 먹을수록 매료된다. 양고기 굽는 매캐한 연기 속으로 사람들의 표정과 몸짓을 호기심 가득 찬 눈빛으로 지켜본다.

그들의 말소리는 의성어처럼 귓전을 맴돌지만 낯선 중국문화에 흠뻑 빠져 들고 있는 것이다. 꼬치 굽는 상인의 얼굴에 카메라를 들이대니 연신 즐거운 표정을 지어 보인다. 이것으로 칭다오 여행을 끝낸다면 너무나 미진하다. 칭다오는 1889년 독일에 점령된 이래 스페인·러시아·일본 등의 지배를 받은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

당시 지은 집들은 현재 관광상품이 되었고, 그 이후로도 그 집을 표방했는지 비슷한 건물이 많아 마치 중국 땅이 아닌 듯, 깔끔한 유럽식 느낌을 들게 한다. 도시 전체에 다양한 유럽풍 건물이 즐비하다. ‘세계건축박물관’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러시아촌·일본촌 등으로 나뉘어 있다.

독일인 마을을 잠시 거쳐 맥주박물관으로 향한다. 이미 폐관시간이 지나 박물관 내부 관람은 어렵다. 그러나 박물관 근처는 호화롭다. 음악 레스토랑 맥주바 등이 즐비하다. 야경은 낮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칭다오맥주의 역사는 1903년 독일계 이민자가 처음으로 칭다오양조장을 세우면서 시작되는데, 칭다오양조장은 20세기 초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양조장 중 하나였다고 한다.

이후 1916년부터는 일본이 손아귀에 넣고 1945년까지 공장을 경영했다. 그 이후 1949년 중국 공산혁명을 맞이하면서도 이 회사가 그대로 존속했던 것은 맛과 품질이 뛰어나 세계시장에서 큰 외화벌이를 했기 때문이다. 중국 내에서도 칭다오맥주는 다른 브랜드보다 가격이 약간 높다.


공자의 취부삼공과 타이산에 올라

산둥반도 말고도 공장이 여러 곳에 있어 중국 전역에서 칭다오맥주를 먹을 수 있지만 물에 따라 약간의 맛 차이는 날 듯하다. 그리고 매년 8월(둘째 주 토요일부터 16일간) 대대적으로 맥주축제를 연다. 1991년부터 시작된 맥주축제는 매년 120만 명 정도의 인원이 참여하며, 중국맥주 외에 세계의 유명 맥주 브랜드도 만날 수 있다.

스라오런해수욕장 및 칭다오총영사관 근처에서 열린다. 해질녘, 취부 거리는 온통 자전거 행렬이다, 수많은 자전거의 움직임으로 이 낯선 도심의 삶을 가늠해본다. 취부는 잘 지은 전통가옥이 많았는데 한국에 비한다면 경주라고나 할까? 궐리빈사라는 숙소에 여장을 푼다.

이 집은 3성 정도의 호텔로 공자마을을 연상케 하는 전통가옥이다. 육고기뿐 아니라 새우를 이용한 해물요리는 중국 여행 중에서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맛집이어서 꼭 다시 한 번 가보고 싶을 정도다. 밤이 이슥한 시간, 취부의 속살을 들여다보기 위해 야시장을 찾았다.

야시장 초입 부근의 꼬치집에 자리를 잡고 맥주 한잔으로 목을 축이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직업병처럼 그들의 풍습을 관찰한다. 중국 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은 웃통을 훌훌 잘도 벗는다는 것이다. 더위 때문이기는 하겠지만 그것도 중국인들의 습성인 듯하다.

취부삼공이란 공묘(孔廟-공자의 묘당)·공부(孔府-공자의 주거지)·공림(孔林-공자 일족의 묘)을 말한다. 이 지역에서 공자는 왕보다 더한 인물로 추앙받는다. 가옥·수목 등 모든 것이 공자를 기준으로 한다는 것이다. 취부에는 행단극장이 있는데 저녁마다 대형 가무쇼 ‘행단성몽’을 공연한다.

그 외에 맹묘나 미자묘의 미자호에는 여름철이면 연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난다는 것을 기억해도 좋다. 취부를 빠져나와 타이산(1524m)을 찾아 나섰다. 타이산은 동악이라고도 하는데, 1987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및 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특히 타이산석각은 2,200여 곳에 달하는데, 중국 마애석각박물관으로 불린다.

중국 오악(五岳)의 으뜸이라는 타이산의 첫인상은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산정에 펼쳐지는 멋진 기암과 하늘 높이 나는 듯한 케이블카를 만났을 때는 더위와 여정에 지친 몸을 식혀줄 정도로 절묘하다. 절로 탄성이 쏟아져 나온다. 셔틀버스를 타고 굽이굽이 30분 정도 오르는 동안 무거웠던 머리가 가벼워지면서 눈이 말똥말똥해진다.

산정 위에 지어놓은 건물과 산세가 어우러져 이국적 풍치를 물씬 풍겨낸다. 타이산 크기에 비해 성냥갑처럼 작게 보이는 케이블카의 움직임도 장관이다. 거의 8부 능선까지 케이블카가 실어다 준다. 케이블카에서 정상 옥황각(玉皇閣)까지는 평평한 길과 계단을 따라 20~30분 정도면 충분히 돌아본다.

용천의 고장 지난에서 로차이를 먹고

태산의 멋진 풍치 속에서 무수한 석각도 보고 옥황각에 이른다. 도교의 최고신인 옥황상제를 모시고 있어 도교의 총본산임을 알려주는 곳. 특히 옥황전 앞 평정봉 아래에 있는 대관봉의 기암은 매우 독특해 눈길을 잡아 끈다. 바위마다 글자가 새겨진 그곳에는 당 현종의 ‘기태산명’이 새겨져 있다.

일명 당마애비라고도 한다. 정상에는 50m나 될 듯한 마애비를 비롯해 모든 바위에 명필의 글이 조각돼 있다. 중국 서민들은 타이산에 오르면 죽은 후 영혼이 이 산으로 돌아와 영원한 삶을 누린다고 믿는단다. 또 타이산에 한번 오를 때마다 수명이 10년씩 연장된다는 말도 전한다.

산둥반도의 마지막 여정이 지난(濟南)인 것은 비행기를 타야 하기 때문이다. 길지 않은 며칠간의 여정이 꿈결같이 흘러가고 있다. 산둥에서 만난 가장 깨끗한 택시. 운전석에 안전장치도 없고 허브 향이 은은히 퍼진다. 차창으로 지는 해를 무념무상으로 바라본다. 스쳐 지나가는 저 건물·마을·가옥들을 내 인생에 또 만날 수 있을까?

지난시의 4성급 정도 되는 ‘양우부림대반점’이라는 호텔에 여장을 풀고 로차이(魯菜) 집을 찾았다. 산둥요리 중에서도 지난이 로차이를 잘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호텔 바로 옆에 있는 ‘지난채관’을 찾았다. 로차이는 주로 가정에서 먹던 음식을 총칭하는 것으로, 60여 가지가 있다.

그러다 보니 메뉴 선택에 어려움이 있다. 결국 옆자리에 앉은 사람들의 음식을 흘끔흘끔 엿보거나 메뉴판의 사진을 보면서 대여섯 가지를 시켰다. 잘만 고르면 나름대로 먹을 만하며, 가격도 그다지 비싸지 않다. 우리 입맛에 맞지 않는 향채(샹차이)를 빼고 요리해 달라면 된다.

아무리 몸이 지쳤다 해도 지난 시내를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그저 눈도장이라도 찍을 요량으로 시내를 걷는다. 도심은 지열로 후끈거린다. 시내 광장에서는 분수가 솟구치지만 더위는 온몸을 휘감아 온다.

물줄기로도 더위를 식힐 수 없을 듯하다. 지난은 용천의 고장이지만 중국의 4대 화로라는 이름이 붙을 정도로 뜨거운 고장이다. 여름에는 섭씨 43도까지 올라간다는데 한마디로 사람들이 살기에는 적당하지 않은 환경임에도 제법 큰 도시를 이뤘다.

Travel Tip
여행정보 _ 인천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위동페리(www.weidong.co.kr)의 ‘뉴골든브릿지’호를 이용(주 3회, 화·목·토요일 오후 5시 출발)하거나 평택에서 출발해 르자오(日照)로 가는 황해페리(1주일에 3번 운항)가 있다. 항공편은 산둥항공(02-775-2691, www.shandongair.co.kr)을 비롯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중국국제항공·중국동방항공 등이 있으며 매일 운항한다. 소요시간은 1시간30분 정도다. 인천~지난 간 직항편도 주3회(월·목·토) 운항한다. 산둥부터 여행을 시작해 지난에서 돌아오는 것도 방법이다.

여행사정보 _ 인터넷 등을 검색하면 칭다오를 전문으로 하는 여행사는 많다. 어디를 갈 것인지 선택해 미리 정보를 준 다음 동선에 맞게 움직여 달라고 하는 것이 경제적이면서도 실용적이다. 기본적인 중국어가 된다면 택시보다 대중교통편을 이용하는 것도 좋다.

칭다오 여행포인트 _ 칭다오는 우리나라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해외여행지로 가장 저렴한 경비로 갈 수 있는 곳이다. 일단 여권과 비자를 준비한다. 비행기표는 여행사나 인터넷을 통해 왕복권을 사는 것이 싸다. 택시는 7위안부터 시작되고 칭다오 시내 지도를 보고 대중교통편을 이용해도 좋다. 중국어가 안 되면 한자로 종이에 미리 써서 필담을 하면 되는 곳이 중국이다. 기타 여행정보는 칭다오 부분을 활용하고, 칭다오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지난으로 가서 타이산·취부를 둘러보고 지난공항을 이용하면 되는데, 하루 걸러 운행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맛집과 숙박정보 _ 패키지로 이용한다면 따로 신경 쓰지 않아도 되지만, 개인이라면 숙박 사이트(www.0532.com)를 비롯해 여러 곳에서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