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류, 술, 멋

하늘에서 본 ‘아름다운 대한민국’

醉月 2008. 11. 26. 12:17

가을에 물든 강원도 산골마을

 
강원도 영월군 일대 한 마을 옆으로 東江(동강)이 오색단풍 진 계곡을 따라 굽이쳐 흐르고 있다.
 ‘神(신)의 시선’으로 바라본 가을날의 강원도는 한 폭의 거대한 油彩畵(유채화)였다.
 
  形形色色(형형색색) 단풍 물결이 설악산과 오대산 능선을 따라 끝없이 이어진다. 힘있게 굽이진 소양강 줄기는 두메산골을 휘감아 흐른다. 추수 끝낸 논밭은 넓은 조각보 같은 민얼굴을 드러내 하늘과 對面(대면)하고, 계곡따라 이어지는 옛길은 숲을 들락거리며 하늘과 숨바꼭질 중이다. ‘壯觀(장관)’이란 표현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말인 것 같다.
 
강원도 강릉시 외곽의 조각보처럼 펼쳐진 논밭 사이로 남대천 물줄기가 동해를 향해 이어지고 있다.

  가을걷이를 마친 농민이 누렇게 익은 옥수수를 앞 마당에 내놓는다. 갈아엎은 배추밭은 한 달새 반 토막 난 배춧값에 가슴 아픈 農心(농심)을 보여준다. 火田民(화전민)이 일궈놓은 밭들은 어느새 결실을 맺었고, 五色(오색)단풍 물든 산골 마을은 大豊(대풍) 예감에 들떴다.
 
  李承晩(이승만) 前(전) 대통령이 6·25 당시 적군의 水葬(수장)을 기념해 명명한 破虜湖(파로호)에 4만2000㎡ 크기의 한반도 모양 인공섬이 모습을 드러냈다. 萬海(만해) 韓龍雲(한용운)이 入山修道(입산수도)해 독립운동을 구상했던 百潭寺(백담사)에는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의 의미를 찾고자 온 방문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내설악 깊은 터에 자리잡은 백담사에 방문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647년 창건된 천년 고찰로, 시인 만해 한용운이 입산 수도해 독립운동을 구상했던 곳이다.

  설악산 대청봉 정상에 오른 등산객들이 반가움에 손을 흔들며 인사한다. 오대산 비로봉에서 시작된 붉은 단풍은 어느새 千年古刹(천년고찰) 月精寺(월정사)에 당도했다.
 
  높은 하늘 위에서 이 광경을 내려다 볼 신의 관심사는 복잡한 세상만사가 아니라 그저 오색으로 물들어가는 단풍에 있지 않을까. 하늘에 올라오니 신이 하늘에 있는 이유를 알 만하다.⊙
 
영월에서 정선으로 이어지는 東江(동강) 사이로 추수를 끝낸 논밭이 민얼굴을 드러내 하늘과 대면하고 있다.

형형색색 물든 오대산 단풍. 한 폭의 거대한 유채화를 떠오르게 한다.

山海를 가로지르는 일곱 가지 白眉 - 7번 국도

길은 고향으로 뻗어 있고 마음은 이미 그 길을 달린다. 아득한 산골길과 푸른 바다 넘실대는 7번 국도의 만남은 또 다른 여정의 시작을 알린다. 사진은 7번국도에서 갈라져 나온 영월의 한 지방도로.
 미국 동부 해안에 가면 ‘I-95’라는 도로가 있다. 일명 ‘95번 도로’로, 미대륙 북동쪽 끝인 메인州(주)부터 남동부의 플로리다주까지 3098km의 동부해안을 연결하는 길이다.
 
  7번 국도는 한반도판 ‘I-95’다. 부산시 중구에서 출발해 함경북도 온성군에 이르는 길로, 513.4㎞의 도로가 동해안을 따라 이어진다. 뉴욕, 보스턴과 같은 대도시는 찾기 어렵지만, 한국의 ‘나폴리’ 장호항과 <모래시계>의 정동진 앞에 펼쳐진 에메랄드 빛 동해바다가 찾는 이의 마음을 평온케 한다.
 

드라마 <모래시계>의 촬영지 정동진은 경포대와 함께 동해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으로 손꼽힌다. 범선 모양의 선크루즈 호텔과 길게 뻗은 정동진 모래사장이 겨울바다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면 험준한 白頭大幹(백두대간)이 7번 국도를 향해 고개를 숙인다. 한국 대표관광지 설악산, 양떼목장이 인상적인 대관령, 한국의 ‘그랜드 캐년’ 佛影(불영)계곡 등 대한민국의 풍요로운 산과 숲을 만끽할 수 있다.
 
가을녘부터 늦겨울까지 묵호항은 오징어잡이 배로 북새통을 이룬다. 배는 해질녘에 나가 밤새 조업을 한 후 새벽에 돌아온다. 정오의 묵호항, 어부 대신 관광객들이 부두를 가득 메운다.

  겨울이 더 추워지기 전, 높은 太白山脈(태백산맥)을 병풍 삼고 드넓은 동해바다를 먹물 삼아 己丑年(기축년) 日出(일출)을 마음속에 그려 봄은 어떨까.⊙
 
7번 국도를 따라 속초에서 삼척방향으로 내려가다 보면 동해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항구 마을 ‘장호항’을 만날 수 있다.

파란 지붕과 빨간 지붕, 그리고 눈부시게 푸른 동해바다가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다.

백두대간을 따라 남에서 북으로 뻗은 7번 국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 중 하나로 손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