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史관련

크림슨 타이드

醉月 2010. 3. 27. 12:08

영화로 본 전쟁이바구 <크림슨 타이드>
딴지 군사부
  펜더 (jagdpanter@hanmail.net)

세상에서 제일 힘 쎈 세 사람 중 한 사람의 이야기...

제    목 :
감    독 : 토니 스코트
주    연 : 덴젤 워싱턴, 진 해크만
제작년도 : 1995년
제 작 사 : 헐리우드 픽쳐스
수   상 : 1996년 이미지 영화제 최우수 남우주연상(덴젤워싱턴),
            그래미 최고 오리지널 스코어상 (한스 짐머)
러닝타임 : 126분

<크림슨 타이드>란 작품을 말할 때 본 필자가 주로 사용하는 문구가 있는데,

상업영화 드림팀의 완벽한 조화

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구? 일단 <크림슨 타이드>의 감독부터 이바구 해 봐야겠다. 울 헐리우드를 말아 드시고 계신 여러 감독님들 중에 보면, 유달리 눈에 띄는 형제 감독들이 많이 보인다. <아리조나 유괴사건>으로 "영화란 이런 거시여 쓰바!!"라며 가볍게 헐리우드를 물 말아 드신 울 코엔 형제 형님들, 그 뒤를 이어 인간을 순식간에 건전지로 만들어 버리시고는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전부 허리 뒤로 꺽어 총알 피하는 실로 아크로바틱한 개인기를 연마케 하였던 <매트릭스>의 워쇼스키 대형들. 아.. 좀 있으면 워쇼스키 남매가 되겠지만 말이다. 여하튼 형제는 용감했다는 말이 무색하다 싶을 정도로 헐리우드에서 형제 감독들을 찾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긴 폰다 가문은 몇 대째 헐리우드 판에서 보는 건지 원... 이런 전차로 이 영화의 감독 스코트 형제님들 역시 형제 감독 되겄다. 근데 이 형제들은 공동감독이나 공동제작하고는 거리가 쬐끔 있다. 뭔 소리냐고? 둘 다 따로따로 논다고...

형인 리들리 스코트 하면 <블레이드 러너> 한 작품으로 "씨바 사이버 펑크란 바로 이런 것이야!!"를 온 천하 만방에 그 이름을 날리시며, 사이버 펑크란 새로운 장르의 개척자로 이름을 남기신 분이라면, 그 동생이 되는 토니 스코트... 이 아저씨는 형 보다 훨씬 상업적인 동생이라 불리며 헐리우드의 블록 버스터 제작자들 사이에선 스티븐 스필버그 아저씨와 함께 흥행감독 명단에 당당히 그 이름을 올리신 분 되겄다.

뭐 리들리 스코트 감독이 상업 영화 안 했냐면, 그건 아니었고, 동생 토니 스코트가 또 예술 영화 안 했냐면, 그건 또 아니지만, 둘 다 이미지가 형은 예술 하는 넘, 동생은 돈 버는 넘 일케 찍혀버려서리... 형 이야기는 나중에 <블랙호크 다운> 할 때 마저 해 줄 터이니, 이 이야기의 쥔공인 울 토니 스코트 형님에 대해 이야기 좀 더 해보자.

토니 스코트 감독

이 아저씨가 누군진 몰라도, 이 아저씨의 필모그래피를 함 디벼보면, 울 독자제위들 분명 이럴 것이다. "아, 그 자식... 글타, 독자 제위들 아마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영화만큼은 아니어도 이 아저씨 영화 꽤 봤을 것이다.

이 아저씨의 대표작이라 하면 80년대 이 나라 젊은이들을 후까시와 가오의 세계로 이끈 <탑건>, 키 작은 탐 크루즈 아저씨와 호주에서 날아온 니콜 키드만 언니를 결혼시켜 버린 <폭풍의 질주>, <다이하드>로 한참 주가 오르던 브루스 윌리스를 끌고 와 찍은 <마지막 보이스카웃>(이건 좀 망했다), 에디 머피의 개인기 하나로 끌어 왔던 <비버리힐즈캅 2> 등등.

이 정도면 어떤 영화 찍는 감독인지 좀 아시겠지들? 토니가 찍은 흥행대작 작품들 보면, 꼭 따라 다니는 두 명의 후견인이 있었으니... 그렇다. 바로 돈 심슨과 제리 브룩하이머이다. 다들 영화 크레딧에 제작자 타이틀 올라가는 거 보면, 앵간한 작품에 이름 하나씩 걸쳐 올리는 인물들... 이 세 명이 뭉쳐서 만든 영화 다 대박 터졌다. 그럼 <크림슨 타이드>는? 당근 세 명이 뭉쳐서 만든 작품이쥐..

여기에 더해서 <라이온 킹>으로 아카데미와 골든 글러브를 다 휩쓸고, <더 록>이나 <브로큰 애로우> 같이 후까시 만땅 작품의 배경음악으로 널리 알려진 한스 짐머가 <크림슨 타이드>의 음악을 맡게 된다. 여기서 끝나느냐? 아니다. 원래 이 작품은 마이클 쉬퍼란 녀석이 쓴 원작이 있는 거인데, 이 녀석이 직접 <크림슨 타이드>의 각색을 맡긴 했지만서리 여기에 새로운 피가 투입되게 된다...

글타. 바로 헐리우드의 신성 쿠엔틴 타란티노가 이 작품의 각색에 뛰어든 것이다. 비록 타이틀에 그 이름이 올라가진 않았지만, 이 녀석 <크림슨 타이드>의 시나리오 작업에 투입되었던 것이다. 뭐 토니 스코트 감독하고는 일전에 <트루 로맨스>란 작품에서도 감독과 시나리오 작가로 뭉쳤던 적이 있었으니, 별 무리 없이 합류했지.

그럼 배우는? 본 필자 아니 왠만한 영화 좀 봤다 하시는 독자제위들이라면 시드니 포이티어 이후 최고의 흑인배우란 찬사를 한 몸에 받고 있는 덴젤 워싱턴을 모르시는 분들 없으실 거다. 본 필자도 스파이크 리 감독과 의기투합해 만든 에서 열정적인 트럼펫 연주 후 환호하는 관객들에게 "블루스"라고 딱 말하고 무대 뒤로 사라지는 덴젤 워싱턴을 보며 한순간에 이 녀석에게 뻑 갔던 기억이 난다.

덴젤 워싱턴

언제나 바른생활 배역으로 나오는 덴젤 워싱턴, 배역에서의 이미지처럼 사생활도 바른생활 남편, 모범 아빠로 그 이름을 날리는 덴젤 워싱턴이 이 영화의 쥔공인 헌터 소령으로 나오게 되었다. 음 여기엔 좀 사연이 있는데, 울 토니 스코트 형님과 1986년 <탑건>을 같이 찍으면서 친분을 쌓았던 발 킬머 아저씨, 어찌 되었든 진 해크만 형님이랑 같이 연기해 보고 싶다며 토니 스코트 감독의 옆구리를 찌른다.

형님, 저 헌터소령 함 해보고 잡습니다... 밀어 주이소...

그러나, 흑백 갈등을 미묘하게 영화 베이스로 깔기를 원했던 울 토니 스코트 형님, 오죽하면 영화상에 등장하는 오하이오급(Ohio class) 전략 원잠 18척 중 굳이 알라배마를 택할 정도로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던 모습이었는데(알라배마 주는 미시시피 주와 함께 흑백인종차별로 유명한 동네였다) 어찌 발 킬머에게 헌터 소령 자리를 주겠는가?

결국 덴젤 워싱턴으로 낙점. 여기에 성격파 배우로 이름을 날린 진 해크만... 그렇다. 영화 외적으로 이미 준비할 만큼하고 들어간 것이 <크림슨 타이드>였던 것이였다.


 지구를 구한 인류 역사상 최악의 살인기계....

앞전에 <닥터 스트레인지러브> 이야기를 하면서 미친 전략 MAD(Mutual Assured Destruction : 상호 확증 파괴)에 대한 이야기를 했을 것이다. 안 했다고? 했다!! 기억 안 나믄 전장 뒤져서 읽고 와라...

여하튼, 이 MAD전략은 다시 말하지만, 이쪽에서 쏘면, 저쪽에서 쏜다 그리고 둘은 서로 얼싸안고 같이 멸망하는 길 밖에 없다는 단순한 결론에 의해서 지난 50여 년 간 냉전 시절의 전략적 사고를 제자리에 멈추게 했던 전략인데, 문제는 이 MAD전략의 핵심이 되는 것이 핵무기의 다변화였다.

이게 무슨 소리일까? 간단히 말해서 기습에 대한 방비였다. 최초 핵무기 시대의 시작을 알렸던 대륙간폭격기(Intercontinental Bomber)의 경우 일단 날아가서 목표 상공까지 도달하는 도중에 요격하기 위해 날아드는 적기를 어찌 피해야 하는지 그게 관건이었다.

그러다 스푸트닉의 출현으로 대륙간 탄도탄... 즉 ICBM(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이 등장하게 된다. 진정한 핵 공포의 시작이었다. 폭격기야 어쨌든 막아보겠다고 전 공군력을 동원해서 덤벼들면, 죽든 살든 막는 시늉이라도 좀 해보겠지만, 대륙간 탄도탄은 이야기가 달라진다.

일단 발사단추를 누르면, 대기권 밖으로 나가는데 걸리는 시간이 길어봐야 5분 정도, 거기에서 다시 버싱단계(busing phase)에 들어가 재돌입을 하게 되면, 초속 8킬로미터로 내려 꽂히니 막으려고 아무리 용을 써도 현대 과학으론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한술 더 떠서 레이건 시절 속칭 MX미사일이라 불리던 LGM-118 피스키퍼(미사일 이름이 평화를 지키는 문지기라니....쩝)란 녀석은 대기권을 뚫고 올라가는데 걸리는 시간이 불과 3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간단히 말해서 ICBM을 막을 방법은 없다는 것이다.

자, 문제는 이렇게 되니 미소 양국은 긴장감 사이에서 한발이라도 더 많이 생산해서 한꺼번에 쏟아 붓자는 생각을 하게 된다. 바로 중복사살(overkill)능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그런 게 아니었다. 길어야 20분 안에 인류가 절멸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한꺼번에 확 밀어버리자는 생각...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다.

언제까지 서로 노려만 보고 있을 것인가?? ICBM이나 대륙간폭격기 같은 건 기지만 발견하면 기습적으로 공격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던가? 그렇다. 기지를 알면 기습이야 마음먹기 나름이다. 자, 그래서 등장한 것이 바로 SLBM(Submarine Launched Ballistic Missile : 잠수함 발사 탄도탄)의 등장이다.

왜 잠수함일까? 간단하다. 발견이 안 된다는 것이다. 인류가 전쟁터로 하고 있는 땅, 하늘, 우주, 바다... 그 중 가장 짱박히기 좋아서 완벽한 스텔스성을 보여주는 것이 바다이다. 레이더 같은 전파는 물론이거니와 광학탐지는 아예 생각도 못하고, 기껏해야 소너를 가지고 음파로 탐지한다 하지만, 이것도 그 한계가 있다.

이쪽에서 소리를 안내면 고만이고, 설령 소리를 낸다하여도 미친 듯이 소음을 감소하기 위해 별별 기술을 다 개발하는 요즘이 아닌가? 더군다나 심해 3,4백 미터를 기본으로 내려가는 그들을 무슨 수로 다 헤집을 것인가? 그리고 바다가 좀 넓은가? 지표 면적의 몇 배가 바다인데, 그것도 모잘라 바다 속으로 들어가 나올 생각을 안 한다면, 그쪽에서 나오지 않는 이상 이쪽은 잠수함을 발견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SLBM은 지난 세기 인류가 멸망하지 않고, 인류라는 종족의 생존을 유지시켜 준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생명을 구원해 낸 발명품이라고 말 할 수 있겠다. 이 녀석을 설명하자면  말 그대로 잠수함에서 날아오르는 탄도탄이라고 보면 되겠다. ICBM이 지상기지나, 지하 사일로 등에서 날아오르는 것과 달리 잠수함이란 플랫폼에서 날아오른다는 것만 다를 뿐 대륙간 탄도탄과 비슷하다(대륙간 탄도탄이 12,000킬로미터 정도 날아가는데, 요즘 SLBM은 기본 8,000~12,000킬로를 날아간다).

그러나 그 존재가치는 대륙간 탄도탄과 현격하게 차이가 난다. 이 녀석은 미국이 1960년 폴라리스 미사일을 개발하면서 태어났다. ICBM은 늦게 만들었지만, SLBM은 미국이 먼저 개발했다. 미국에 이어 소련도 1962년 SS-N-4 샤크의 개발로 뒤늦게 합류하게 되었고, 냉전시대 핵무기 3대 전력을 확보하면서 본격적인 냉전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1950년대 말 아이젠하워 시절부터 그 악명을 날리기 시작한 미친 전략(MAD : Mutual Asstruction Destruction), 일명 상호확증 파괴 전략은 냉전시대를 관통하는 하나의 미친 전략이다. 핵무기 시대에 들어선 상황에서 상대방에 대한 공격은 곧 전멸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이쪽에서 쏘면 저쪽에서도 같이 맞받아 쏘게 되고 그 결과 서로 부둥켜안고 죽는다는 이 MAD전략은 역설적이게도 서로에 대한 핵공격을 자제케 하는 공포전략이기도 했다.

문제는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핵무기에 대한 일제 공격으로 적의 핵무기를 최소한으로 줄여놓으면?? 그 다음 2격으로 상대방을 거꾸로 쓰러뜨릴 수 있지 않을까?? 이런 망상을 원천적으로 막아선 것이 바로 SLBM의 등장인 거다.

지구인들이 만든 무기 중 가장 강력하고, 완벽한 병기로 분류되는 잠수함.. 바다라는 천연의 방어막은 잠수함 애초의 목적처럼 적에게 발견될 위험을 최소한으로 줄여주기 때문에 독자적인 작전이 가능하다.

거기다가 원자력 잠수함이란 동력원을 핵으로 쓰기에 항속거리는 무한대, 이론적으론 식량이 떨어질 때까진 무한대로 잠수할 수 있다. 이런 잠수함이 핵무기를 달고 있다면?? 만약 적의 공격으로 본국이 초토화되면 그 보복무기로 이 보이지 않는 핵탄도탄 이동기지가 즉각적으로 반격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냉전시대 북극해에서 소련의 타이푼급(<붉은 10월> 봤지?? 거기 나오는 게 타이푼 급이다) 전략잠수함과 미국의 오하이오급 전략 잠수함들이 짱 박혀 있고, 그것들을 호위하거나 적 전략원잠을 박살내겠다고 아쿨라급이나 LA급 공격원잠들이 서로의 전략원잠이나 공격원잠을 쫓고, 쫓기며 소리 없는 전쟁을 치루게 된 것이다.

어쨌든 간에 ICBM과 SLBM, 핵폭격기... 이 세 개의 전략무기 체계를 TRIAD(3각체계)라 부르며 냉전시절 평화공존(?)의 세 축으로 각기 그 능력을 뽐냈으나, 역시 SLBM을 능가할 핵 전력은 없었다. 핵 보유국들 중 영국은 처음부터 이 SLBM만을 보유하였고, 프랑스의 경우도 냉전이 끝나자, 핵폭격기 전력과 ICBM을 포기하고 SLBM만 전력을 유지하는 걸 보면, SLBM의 유용성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생각해 보건대 이 SLBM의 모태가 된 게 히틀러가 생각해 낸 U-보트에서 V2 미사일을 날려 미국을 공격하자라는 일견 황당무개한 생각에서 시작된 걸 보면, 아직까지 인류는 히틀러의 망령에서 벗어나지 못한 거 같다. 여하튼, 이런 전차로 만들어진 게 요 <크림슨 타이드>의 쥔공격인 오하이오급 전략 원잠이었던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힘센 세 명...

"세계 3대 최강자는 미합중국의 대통령, 러시아 대통령...그리고 미 핵탄두 잠수함의 함장이다"

영화 시작하면 처음부터 후까시 팍 들어간 위에 문장이 뜨면서 <크림슨 타이드>는 시작한다. 하긴 원래 토니스코트와 제리 브룩하이머 영화란 게 초반에 확 후까시 잡고 시작하는 영화들이었으니, 이해하고 넘어가야겠다.

그렇다고 영 틀린 말은 아니거든... 24발의 SLBM을 탑재하고 심해 속을 조용히 움직이는 오하이오급 잠수함 한 척이면 러시아 정도는 우습지. 오하이오급에 장착한 트라이던트Ⅰ 미사일은 사정거리 8천 킬로에 한 발 당 8기의 100 킬로 톤 짜리 핵탄투(W76)을 장착하고 있으니까, 24발이면, 총 192발의 핵탄두를 장착한 것이 된다. 음...이 정도면 거의 지구를 쑥대밭으로 만들 양이다.

트라이던트 미사일

어쨌든 초반 장면 보면서 우리들은 좀 신기한 걸 보게 된다. 9시 뉴스에 등장하는 항공모함 하고는 좀 다른 항공모함이 보이는 것이다. 이제까지 미국 항공모함만 보다가 좀 작고(한참 작은 편이지만) 연기 폴폴 날리며(핵추진이 아니다) 낡은 항공모함... 프랑스 항공모함 포쉬였다.

사람들이 항공모함 하면 미국 거만 생각하는데, 프랑스도 어엿한 항공모함 보유국가이다. 요즘은 핵추진 항공모함 샤를르 드골까지 건조해 내면서 꽤 선전하고 있다(그래도 미국에 비해선 쨉도 안되지만 말이다).

CNN기자가 포쉬 갑판 위에서 열심히 상황 설명을 한다. 라첸코란 러시아 또라이가 반란 비슷하게 일으켜서 세계, 특히 미국에 대고 핵위협을 한다는 상황,

위선적인 미국의 간섭을 묵과할 순 없다!!

나름대로 생각이 있는 녀석이고, 영 틀린 말은 아니란 생각이 드는 발언을 하는 라첸코, 그러나 미국은 당장 비상이 걸리고, 라첸코, 결국 블라디보스톡 인근을 장악하게 된다. 10여 발의 ICBM과 러시아의 공격원잠 중에서 제일 상태가 괜찮다는 아쿨라급 공격원잠 4척까지 덤으로 얻게 된다. 자, 상황이 이렇게 되자 미국애들은 다급해 지고, 우리의 쥔공 헌터소령과 쥔공 옆에 알짱거리던 웹스(이 녀석 핵무기 통제관이다)는 삐삐 호출에 몸을 싣고 해군본부로 간다.

여기서 헌터소령은 램지 함장의 부관이 되기 위해 인터뷰를 한다. 헌터가 하버드 출신인 게 드러나는데, 실제 미 해군의 잠수함, 특히 전략원잠의 승무원은 미 해군에서 엘리트 중의 엘리트들이다. 나중에 군 상층부로 올라가 그 출신을 따져보면, 일반 수상함정 출신들은 거의 없고, 대부분이 해군 항공대 출신, 즉 항공모함에 있던 놈들 아니면 잠수함에서 근무하는 녀석들이다.

헌터소령과 램지함장

근무환경이 열악한데다, 언제나 죽음의 위협 속에서 근무하는 녀석들이기에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잘 훈련되어야 하고, 여타 병과보다 똘똘한 녀석들을 우선으로 뽑는 곳이기에 오하이오급 전략원잠에 부임하는 건 MIT에 들어가는 것 보다 어렵다는 말이 심심찮게 들리는 곳이기도 하다.

그렇게 헌터와 알라바마호의 승무원들은 조국의 위험을 막기 위해 뱅거(Banger)에 집결하는데... 여기서 본 필자 약간의 의문이 생겼다.

그 의문이란 것이 일단 라첸코란 녀석이 설치는 이 판국에 ICBM을 공격하기 위해 SLBM을 배치한다는 사실이다. 어차피 핵으로 공격할 거라면 ICBM이 훨씬 효율적인 공격체계란 게 본 필자의 판단이다. 언제 불편하게 전략원잠에게 명령 보내고, 확인하고, 쏘게 하고 그러겠는가? 좀 더 유동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다른 무기체계로 공격하는게 현명할 터인데 말이다.

결정적으로 SLBM은 주머니칼과 같은 무기 체계이다. 보이지 않는 마지막 보복무기란 특징상 그걸 사용하는 것은 국가의 운명이 걸려있는 전면 핵전쟁에 쓰는 것이고, 어떠한 일이 있어서 4척의 전략원잠은 주머니칼로서 숨어 있어야 하는 것 이였다(미국의 경우 현재 18척의 오하이오급을 운영 중이며 이는 4척의 전략원잠을 항시 작전 배치시키는 것이였다).

어쨌든 영화상에서 그렇게 한다니 넘어가자... 그런데 여기서 또 문제가 전략원잠의 임무란 것이 걸리는데, 전략원잠의 기본 임무는 전략 패트롤이다. 간단히 말해서 임무 해역에서 걍 남들 눈에 띄지 않게 휘휘 돌아다니다가, 조국에 뭔 일이 있어서 비상작전 통신 들어오면 그때서 지구를 쑥대밭으로 만들 핵폭탄을 발사하는 것인데... 본 필자가 말하고픈 것은 이 전략원잠이란 무기체계가 어떤 일이 있어서 비상출동하는 그런 무기 체계가 아니라 항시 배치되어 있는 무기 체계란 것이다.

냉전이 끝나든 말든, 이 전략원잠이 있기에 러시아가 딴 맘 안 먹고 미국에게 전면 핵전쟁을 안 일으키는 것이고, 미국 역시 러시아의 전략원잠이 있다는 걸 알기에 공격을 안 하는 것이다. 여기서 좀 더 설명하자면, 영화에서처럼 라첸코가 미친 짓을 하기 때문에 전략원잠이 비상출동 하고 그런 건 아니란 것이다. 앞에서 말했던 것처럼 항시 4척이 바다 속에 짱 박혀 있는 것이니 말이다.

어쨌든 램지 함장은 개 한 마리 끌고 알라바마호의 애들을 불러다가 일장 연설을 한다. 애들을 얼르고 뺨치며 노련한 연설 솜씨를 보이는 램지 함장,

"해군은 대통령의 명령에 따르지만, 이건 내 잠수함이다!!"

에 또, 해군에서 잔뼈가 굵은 램지 함장의 연설 중 한 말인데, 이 말은 엄밀히 말하면 틀린 말이 되겠다. 서방측 전략원잠의 경우 보통 잠수함 한 척 당 두 팀이 운용하는 게 일반적인 방식인데, 미국도 마찬가지이다. 오하이오급 한 척엔 보통 두개의 팀(골드와 블루)이 붙는데, 한 팀이 전략초계 임무를 맡아서 출격하면 평균 70일의 작전기간 동안 나가 있게 된다. 전략초계 임무를 마치고 귀환하게 되면, 한 달 동안 보급과 정비를 마치고, 다른 팀이 다시 이걸 타고 출발하는 사이에 나머지 팀은 훈련과 휴식 등을 취하며 대기하는 사이클로 움직이는 것이다.

보통 전략원잠의 승무원들은 200일에 한번 꼴로 임무에 투입되며, 냉전 당시 전략원잠이 한 척 당 한 팀만을 운용해 척수는 서방측을 압도했으나 가동률이 떨어졌던 것에 비해 훨씬 효과적인 운용체제로 입증되었다. 다만, 비용이 두 배로 드는 점은 어쩔 수 없었지만 말이다. 램지 함장 계속 떠든다.

"우리는 러시아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 최강의 살인기계(Killing machine)를 타고 갈 것이다"

전혀 틀린 말이 아니었다. 세계 최강의 살인기계란 단어만큼 전략원잠을 잘 표현한 단어는 없을 것이다. 그 50여 년 간의 엄청난 공포의 균형을 지켜주었던, 그리고 지금도 핵무기의 공포 속에서 인류의 평화를 위해 균형을 맞춰주는 최고의 균형추가 바로 이 살인기계이니 말이다.

여기서 우리는 토니 스코트가 어째서 하필이면, 왜, 하고많은 오하이오급 중에서 딱 찝어서 알라배마를 택했는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겠다. 앞전에서도 말했지만, 알라배마주란 동네가 인종차별 심하기로 한때 유명한 동네였거든... 헌터와 램지의 갈등이 요이땅하는 걸 알려주는 것이란 말이다.

뭐 그래도 Go Alabama!!를 외치며 수병들과 장교들 우르르 알라배마로 달려간다. 그리고 출발하는 알라배마... 영화상에서 보면, 걍 아무렇지 않게 출발하는 것처럼 보이지? 근데 또 그게 아니다. 그래도 명색이 전략원잠이 출격하는데 말이다. 2차 대전 U-보트들도 출격할 때는 수상함의 호위를 받아서 기뢰지역을 회피하고 나서 작전에 들어갔는데, 이건 지구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전략원잠이지 않은가?

일단 전략원잠을 바다에서 잡는다는 게 뱃사장에서 바늘 찾기보다 더 어렵다는 걸 아는 소련넘들이 혹시 모항 근처에서 매복했다가 공격한다면? 그야말로 게임 끝이다. 결국 이런 전차로 오하이오급 한 척이 나가려면, 일단 모항에서 빠져나가는 항로를 수상함들이 샅샅이 뒤져가며, 혹시 모를 적 공격잠수함의 유무를 확인한다. 그 다음엔 LA급 공격원잠들이 다시 한번 수중 수색을 마친 뒤에 그제서야 전략원잠이 출격하는 것이다.

바다 속으로....

영화가 본격적으로 궤도에 오르면, 세일 위에서 쌍안경 들고, 헌터와 램지가 바닷가를 둘러본다.

"앞으로 65일간 맡아보지 못할 오염된 공기군..."

램지가 한마디 던지는데, 그럼 전략원잠은 잠항한 다음엔 부상을 안 하는 것인가? 음 요게 또 설명하기 미묘한 부분 되겠다. 원칙적으로 잠수함이란 건 물 속에 있을 때가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녀석이다. '스타크레프트'로 치면 프로토스의 다크 템플러가 딱 이 녀석이다. 안보이면 짱이지만, 일단 보이면 그걸로 끝이다. 잠수함이 부상한 상태에선 일반 수상함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초라해 지는 게 지금 시대의 잠수함이었다.

원래 2차 세계대전 때까지만 해도 잠수함이란 그저 '물 속으로도 갈 수 있는 배'였다. 평소엔 디젤엔진을 돌려 수상에서 항해하다가, 잠수할 일이 생기면 디젤엔진을 돌려 충전한 배터리를 가지고 잠수중의 추진력을 얻는 것이다. 여기에서 한 단계 발전한 게 바로 '슈노켈'이라는 것인데 간단히 말하자면, 굴뚝을 잠수함에 달았다고 보면 되는 것이다. 디젤 잠수함이 부상해서 배터리를 충전하기 위해 디젤엔진을 돌리면, 그만큼 수상에 노출된 시간이나 면적이 커져 발견되기가 쉽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 굴뚝만 쏙 내밀어 디젤엔진의 흡기와 배기를 이 관을 통해서 해결한 것이다.

이렇듯 디젤엔진을 단 잠수함은 전력을 얻기 위해 위험하기 그지없는 부상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목숨 걸고(!!) 얻은 전력을 또 함부로 쓸 수도 없는 일, 필요 불가결한 부분, 즉 잠수함의 운용을 위한 전력을 제외하고는 전력사용을 엄격히 제한하는 것이였다. 그럼 원자력 잠수함은??

오하이오급에서 사용하는 원자로의 최대출력은 6만마력 짜리다. 여기에다가 혹시 모를 원자로의 이상에 대비해 325마력 짜리 보조 모터도 달고 다닌다. 이 정도 되니까 원자력 잠수함은 디젤 잠수함에 비해 거의 무한하다 할 수 있는 항속력을 얻게 되고, 잠수한 상태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그대로 복귀가 가능한 것이다. 그야말로 2차 세계 대전 이후로 잠수함에 대한 인류의 열망이었던 '계속 잠수하는 잠수함'의 꿈이 이루어진 것이다.

오하이오급 잠수함

여기서 잠깐! 본 필자에게 가끔 이런 질문을 던지는 분들이 계시는데, 잠수함이 물 속에서 한 달이고, 두 달이고 있으면 공기는 어디서 구하느냐는 아주 원초적인 질문을 하시는 분들 계신다. 아... 이거 참 훌륭한 질문되겠다. 원자력 잠수함의 그 엄청난 전력으로 해수.. 즉 바닷물에서 염분을 제거한다. 일단 여기에서 민물을 얻게 되는데, 요걸 다시 전기분해해서 산소를 얻는 것이다.

<크림슨 타이드>를 보면, 램지 함장이 시가를 태우는 장면이 몇 번 등장하는데, 솔직히 디젤 잠수함에선 꿈도 못 꿀 행동이다. 원잠 정도 되니까 이게 가능한 것이지, 잠수함의 경우는 창문이 없다. 이게 뭔 소리냐구? 환기를 시킬 구멍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방법은? 음 공기정화장치를 돌리는 수밖에... 디젤잠수함 승무원들은 담배 필 생각을 아예 못한다. 원자력 잠수함이나 되니까 빵빵하게 전력 돌리면서 사용하지...


 심리전

<침묵의 함대>

<침묵의 함대>란 만화로 우리나라에도 익히 알려져 있는 '카와구치 카이지'란 녀석이 있다. 피까지 파란색일지 모른다는 뼈있는 농담으로도 알려진 일본 극우보수 만화가 녀석인데, 이 녀석은 '해양 만화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라는 만화계의 속설을 비웃듯이 꾸준히 해양만화를 찍어내는 놈으로도 유명한 놈이다. 여하튼 이 녀석이 잠수함에 관한 이야기를 한 것 중에 꽤 인상적인 말이 있는데,

"잠수함이란 공간은 필연적으로 심리극으로 흐를 수밖에 없는 공간이다. 잠수함이란 협소한 내부적 공간에다가 외부적으론 창하나 없이 사방이 막혀 있는 잠수함이란 공간은 심리극의 공간으로선 가장 완벽한 세트다"

그렇다. 잠수함이란 공간은 필연적으로 심리극으로 빠질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난 공간이었던 것이다. 여기에 지구를 멸망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잠수함이라면??

항해 1일차에서 장교 휴게실에서 식사를 하는 램지와 헌터, 웹스 등등 장교들은 라첸코와 핵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핵에 관한 의견들을 나눈다.

램지의 단순성과 헌터의 신중함을 보여주는 이 휴게실의 대화에 관객들은 스펙타클한 핵잠수함 안에서의 갈등이 쉬어가는 씬이나 브릿지 씬 정도로 볼 수도 있겠지만, 이 씬 하나에 지난 50여 년 간 냉전체제를 이끈 핵전쟁에 대한 철학이 담겨져 있다는 사실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 넘어가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서 한번 설명을 해보려고 한다. 음 설명까지는 아니지만, 여하튼.... 일단 램지 스스로가 헌터와 자신은 다르다고 인정하며 자신의 필요성을 말한 대목이다.

"해군은 내 단순성을 필요로 한다. 내가 내세울만한 건 그 단순성 뿐이야.... 명령대로 발사 단추를 누르면 된다"

램지 함장의 말은 냉전시대 핵 단추를 쥐고 있는 자들의 모습 그대로의 '진실'이었다.

1970년 가을 미 공군의 초청을 받아 네브라스카주의 오마하에 있는 미 전략공군 사령부를 방문했던 프린스턴 대학의 리처드 포크는 전략공군 사령부 요원들이,

"마치 컴퓨터나 로봇 같다..."

라는 말로 그들의 인상을 표현했는데, 실제로 이들의 선발기준은 '도덕적 망설임이 없는 자'여야 했다. 극중 램지의 말처럼 아무런 망설임이 없이 핵 발사 단추를 누를 수 있는 단순한 인간이 바로 냉전시대를 떠받쳐준 '공포의 균형추'였던 것이었다.

단순한 램지와 달리 전쟁의 이유와 본질에 대한 의문을 품는 헌터 부함장.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의 한 구절이자, 지금도 널리 회자되고 있는 "전쟁은 정치의 연장선상"이라는 말이 오가는 사이에 묵직한 한마디를 던지게 된다.

"전쟁은 정치적 이유보다 전쟁 자체를 위한 겁니다... 핵병기가 있는 현세에선 진정한 적은 파괴되어선 안 됩니다... 핵이 있는 현세의 진정한 적은... 전쟁 그 자체입니다"

인류가 이제 스스로를 멸망시킬 수 있는 힘을 얻게 된 이 시점에서 정말 가슴에 와 닿는 대사가 아닐 수 없겠다.


 애초에 이 이야기는 성립 자체가 안 되는 이야기였다.

항해 5일차가 되면서 비상 작전 통신이 입전되었다. 러시아의 핵미사일 암호가 라첸코에게 노출되었고, 미국은 '데프콘 3' 상황이 발령되었다. 이제 미사일을 쏠 일만 남았다는 것인데, 이때 보면, 비상 작전통신 상단에 SSBN 731 Alabama라고 함명이 프린트된 게 보인다.

이 한 줄의 함명과 작전함 번호를 살펴보면, 이 이야기가 성립이 안 되는 이야기라는 걸 알게 될 것이다. 뭐 애초에 오하이오급이 러시아를 공격하러 떠난 다는 자체가 이야기가 안 되는 것이지만 말이다. 일단 하나씩 살펴보자.

맨 처음에 보이는 SSBN이란 건 잠수함 표기법에 따른 핵추진 탄도탄 잠수함이란 뜻이다. 통상적으로 잠수함을 표기할 때 SS라고 쓰는데, 보통의 공격 잠수함(Attack Submarine)을 SS라고 표기한다. 원자력 공격 잠수함일 경우엔 이 SS에 Nuclear의 앞철자인 N을 붙여 SSN(Nuclear Powered Submarine)이라고 표기한다. 미국의 대표적인 핵추진 공격 잠수함인 LA급을 SSN이라 하는 것이 바로 이런 표기법에 따른 것이다.

뭐 이외에도 핵추진 순항미사일 잠수함은 SSGN으로 표현하는 등등의 여러 표기법이 있는데, 일단 이 SSBN에 대한 거만 보자. 이 SSBN이란 표기는 핵추진 탄도탄 잠수함(Nuclear Powered Ballistic Missile Submarine)을 말하는 표기법인데, 뒤에 붙어있는 731이란 숫자는 전략원잠에 부여된 번호이다. 최초의 오하이오급... 그러니까 네임쉽인 오하이오가 SSBN 726이라는 번호를 부여받았으니까 알라배마는 오하이오급 전략원잠중 6번째 함이란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요 오하이오급이란게 애초에 24척이 생산되기로 했는데, 소련이 무너지면서 18척에서 딱 생산이 중단 되었거덩... 그 중에서 1번에서 8번함까지는 '트라이던트Ⅰ' SLBM을 장착하고 있고, 9번함부터 18번함까지가 '트라이던트 Ⅱ'를 장착하고 있다는 것이다. 뭐 1이든 2이든 큰 차이가 있냐면, 좀 차이가 있긴 있다.

가장 큰 차이는 그놈의 사정거리이다. '트라이던트Ⅰ'은 사정거리 8천 킬로, '트라이던트 Ⅱ'는 사정거리 12,000킬로미터다. 뭐 느끼는 거 없수? 대륙간 탄도탄 사정거리가 최대 12,000킬로미터... 결국 대륙간탄도탄이랑 사정거리가 같다는 게 뭘 의미하는 것일까? 그렇다. 굳이 라첸코의 잠수함들이 알짱거리는 걔네들 동네까지 가서 미사일을 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K-19>나 <붉은 10월>보면, 소련 잠수함들이 부득불 북극해에서 작전하는 것도 바로 이런 연유에서이다. 그 당시까지는 SLBM의 사정거리가 안되서 북극에 짱 박혀 있다가 거기서 미사일을 쏘는 게 가장 확실하다고 판단, 북극해에서 놀았거든... 그래서 북극해의 유빙들 사이로 비집고 올라갈 수 있는 튼튼한 전략원잠을 개발한답시고 소련애들이 들고 나온 게 그 말많고 탈 많은 타이푼급이고 말이다.

그럼 오하이오급은?? '트라이던트 Ⅱ'는 물론이거니와 '트라이던트Ⅰ'의 사정거리도 굳이 적이 득실거리는 위험한 해역으로 들어갈 필요가 없다. 안전한 아군의 영역 안에서 전략초계를 하면 그만이다. 그러다 뭔 일이 터져 발사하라는 명령이 떨어지면, 그때 발사해도 10분 안에 지구를 초토화 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아군 영역이라 해도 아군 함정들에게 그 모습을 드러내진 않는다.

오하이오급은 생존성 향상을 위해 각종 소음감소 기술과 방진기술로 둘러친 채로 조용히 아군들 해역에서 아군들도 모르게 작전하는 것이 기본이었던 것이다. 고로 <크림슨 타이드>에서 아쿨라급과 싸우면서 죽이네 살리네 하는 건 '영화적 뻥'이란 것이다.

뻥이라고 말하긴 그렇지만 뭐 짚어볼 게 또 있다. <붉은 10월>부터 시작해, <크림슨 타이드> 그리고 웬만한 잠수함 영화에서 등장하는 디코이(Decoy)란 게 보인다. <크림슨 타이드> 보면, 아쿨라급 공격원잠이 어뢰를 쏘자 기만체를 쏘라고 헌터가 명령하자 기만체로 보이는 원통 모양의 막대 두개가 튀어나가고 거품을 쏟아내며, 자신들에게 향하는 어뢰를 디코이 쪽으로 유도해 어뢰를 피하는 모습이 보이는데, 튀어나온 디코이들이 뱅뱅 돌면서 거품을 일으키는 모습이 보인다.

요거이 화학약품을 방사해서 음파를 반사하는 막을 형성하는 버블커텐(bubble curyain)식 디코이를 표현하는 건데, 실제 요즘은 이런 버블커텐 방식의 디코이는 거의 쓰이지 않는다. 요즘 주로 쓰이는 방식은 디코이가 발사한 잠수함 보다 더 높은 소음을 발생해 어뢰를 자신쪽으로 유도하는 소음발생식이 주로 쓰인다. 뭐 오하이오급에 쓰이는 디코이도 이런 소음발생식인 ADS(Acoustic Device Countermeasure) MK 1부터 MK4까지 사용하고 있다.

음 뭐 영화적인 효과를 위한 것이니 이것도 넘어가자... 하긴 디코이가 사출된 다음에 아무렇지 않게 움직이며 아무런 시각효과를 못 내는 것 보다 영화적으로 볼거리는 풍족해지니까....


 지구 멸망 카운트다운...

결국 헌터와 램지는 보이지 않는 신경전 속에서 본국으로부터 한 통의 비상 작전 통신문을 받게 된다. 라첸코에 대한 핵공격 명령이었다. 알라배마는 분주하게 핵미사일 발사를 위한 준비에 들어가고, 그 사이에 아쿨라급은 알라배마 주변을 배회하고, 두 번째 비상작전 통신문을 받아야 한다는 헌터의 주장에 결국 통신용 부이를 띄워 올리지만, 케이블에 문제가 생겨 오히려 위치만 들통나게 된다.

이 상황에선 어째야 하는 것일까? 앞전에서 말했던 것처럼 램지는 그 '철저한 단순성'을 내세우며 어떠한 경우에라도 핵미사일을 날려야 한다는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았고, 헌터는 받다가 끊긴 비상작전 통신문을 받아야 함을 주장한다. 그리고 MAD의 공포를 다시 한번 이야기하는데, 이쪽에서 쏘면 저쪽에서 쏜다.

이걸 쏘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가장 확실한 평화는 양 쪽 다 핵을 제거하는 것이지만, 이미 금단의 무기를 손에 쥔 상태이므로, 결국은 지난 50여년간 이어져 내려온 불안한 평화... 즉 공포의 균형을 맞춰야 하는 수밖에... 앞전에 헌터가 말했던, '전쟁 자체가 적'이라는 말이 현실로 다가오기 시작한다.

결국 헌터에 의해 감금되는 램지 함장, 통신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그 사이에 아쿨라급 공격원잠의 공격을 막아내고, 한 척을 격침시키는데, 실제 아쿨라급의 경우는 미국의 주력 공격원잠인 LA급 초기형의 수준에 근접하는 녀석으로 러시아가 보유하는 공격원잠 중 가장 믿을만한 녀석이다. 공격원잠의 제일임무? 바로 상대편 전략원잠을 격침하는 것이다.

여하튼, 이 사이사이에 다시 함을 장악하게 되는 램지 함장, 또 다시 미사일 발사 준비를 명령한다. 그리고 이 두 명의 우두머리는 마지막 순간... 첫 번째 명령서대로라면 라첸코가 미사일 발사 준비를 마치기 4분전에 함교에 마주 앉게 된다. 그리고 비상작전 통신문을 확인하게 되는데...

이 장면을 보면서 관객들은 핵미사일 한번 발사하기가 무척 힘들다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다. 발사 심도까지 올라가서 미사일 정렬시키고, 발사구 개방한 다음 최종 안전장치 제거하면, 이제 열쇠 꽂고 돌리면 끝나는 것이다. 그게 다다. 오하이오급에 탑승한 163명의 손에 의해... 아니 함장의 손가락 하나에 지구의 운명이 그렇게 뒤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미국은 핵무기를 만지고 있는 이들에게 끊임없이 단순해지라고 주문하고 있고, 실제 그 인원을 뽑을 때 명령에 충실한, 도덕적 망설임이 없는 자들로 선발한다는 것도 앞전에 설명드렸을 것이다. 그렇다면, 세계 5대 핵무기 보유국, 그 중에서 SSBN.. 전략원잠을 보유하고 있는 다섯 나라... 그 중에서 중국은 빼야겠다. 워낙 후져서리... 그럼 네 나라... 그 중에서 영국과 프랑스야 주머니칼로 들고 있는 나라이니 제외하고, 러시아 대통령과 미국 대통령의 판단 하에 지구의 운명이 결정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겠다.

인류 10만년 역사상 아니 지구상에 생물체가 존재하였던 수십 억 년의 역사동안 스스로를, 그리고 지구 자체를 멸망으로 몰고 갈 수 있는 힘을 얻은 유일한 종으로써 지난 50여년간 윤리적 사회적 물리적으로 수많은 고민과 갈등, 공포 속에서 버텨왔던 인류의 귀결점이란 결국 몇몇 소수의 지도자에게 70억 인구와 수백 수 천억의 지구 생명체들의 생사여탈권을 쥐어주는 걸로 낙찰을 봤다는 것... 이것이 바로 인류의 모순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마치며

개인적으로 <크림슨 타이드>의 경우는 여러 전쟁 영화 중 애착이 가는 영화 중 하나이다. 미국의 오하이오급 전략원잠을 스크린으로 옮겨 놓은 작품으로, 그 동안 심심찮게 봐왔던 타이푼급 전략원잠이 아니라 미국측 전략원잠을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는 점... 그리고 성격파 배우인 진 해크만과 덴젤 워싱턴의 연기 대결과 한스 짐머의 배경음악은 이 작품을 '볼만한 흥행 영화'로 관객들에게 각인시켜 주었다.

그러나 이 작품은 단순한 흥행영화, 여름철에 반짝 치고 빠지는 헐리우드의 상업영화로만 기억되기에는 뭔가 묵직한 느낌을 던져주는 영화이다.

물론 설정에 약간의 오류가 있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닥터 스트레인지 러브>가 냉전 초창기의 지구 멸망에 대한 공포를 유쾌한 블랙 코미디로 만들어 버려, 인류의 무지와 아집을 통쾌하게 비웃었다면, <크림슨 타이드>에선 지난 50여년간 인류가 어떻게 공포의 균형을 맞춰 나갔으며, 핵이란 금단의 무기를 떠안게 된 인류가 절대병기를 가진 게 아니라 절대멸망의 구렁텅이 바로 앞에서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이란 걸 담담하게 보여 주고 있다.

지난 세기 인류가 개발한 핵폭탄은 180미터 당 한발씩의 비율로 워싱턴에서 모스크바까지 일렬로 쭉 세워놓을 수 있을 정도의 어마어마한 양이었다. 그 상태에서 인류는 애초의 목적이었던 상대편에 대한 제압을 상실해 버리고, 오로지 핵에 의한 맹목적인 파괴의 시대를 달려왔다. 그리고 어느 순간 인류는 핵전쟁을 상대로 싸우게 되는 모순을 범하게 된다.

이미 작은 불씨 하나만 터져도 전쟁의 에스컬레이터는 지구 멸망까지 안락하게(?) 지구를 안내해주는 상황이 되었다. 인류는 상대방이 누구인지를 알고 싸우는 전쟁이 아니라 인류멸망이란 절대명제를 걸고 전쟁을 피하기 위한 전쟁으로 지난 50여년 세월을 보내게 되었고, 앞으로도 그렇게 얼마간의 세월을 보내야 하는 입장에 서게 된 것이다.

생각해 보면 참으로 어리석은 기간들이었지만, 금단의 무기를 손에 넣은 신의 보복이라고 밖에 달리 설명할 방도가 없겠다. 다만 이런 어리석은 전쟁의 한가운데에서 인간이란 종의 생존을 그나마 보존해 주었던 것이 인류가 개발한 최고의 살인기계로 평가받는 전략원잠이란 무기 덕분이었다는 것이 아이러니컬하다. 

이 영화를 관객들이나 독자 여러분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각자의 판단의 몫이다. 흥행감독으로 그 명성을 날리는 토니 스코트 감독의 좀 지난 스펙터클 해양 어드벤쳐 스릴러 영화라 볼 수도 있겠고, <닥터 스트레인지 러브>처럼 인류의 멸망 앞에서 나름대로 핵이란 금단의 무기에 대한 평가를 내린 작품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애초 이 작품의 제작 컨셉이 여름 한철 노리고 만들어진 헐리우드의 블록 버스터 영화임에는 변함이 없는 사실이지만, 지난 세기, 그리고 지금 현재도 언제 터질지 모르는 핵전쟁의 위협 속에서 공포의 균형을 맞춰주고 있는 전략원잠이란 존재의 실체를 풀어낸 영화라는 점... 그리고 핵전쟁이란 공포를 더 무서운 심해 속에 숨어 있는 움직이는 핵기지에 의해 극복해 내고 있는 인류란 종족에 대한 최초의 영화란 사실 하나만으로도 나름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다.

지금도 집 근처 비디오 샾 가보면 한 두개 정도 꼽혀있고, DVD로도 출시된 것 같으니 못 보신 분들은 한번 찾아서 보시길, 분명 후회하시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