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史관련

조종사 이야기

醉月 2010. 2. 25. 08:58


1)2차 불곰사업의 일환으로 러시아 항공기 제작사 '미그(MIG)' 산하 '루코비치' 제작시험공단(LAPIK)에서 제작한 총23대를 도입했다.
2) 모 기체인 IL-103은 단거리 인원 수송, 항공정찰, 도로 감시, 훈련용으로 개발되었다.
3) AV-GAS 종류로 납을 제거하고 옥탄가를 낮춘 연료를 의미한다. LL은 Low Lead의 약자.

   
   
   
   
   
앞서 서두에서 설명한 것처럼 조종사가 되기 위한 첫 훈련으로 과거에는 초등비행교육, 비행실습과정 등으로도 불렸지만 현재 공식적으로 「비행교육 입문과정」으로 불린다. 지상작동에서 상승, 강하, 선회 등 기초적인 공중조작을 총 7소티, 이착륙훈련을 총 8소티(솔로비행 1소티 포함) 비행한다. 과거에 비해 훈련소티가 다소 줄었는데, 기본적인 절차 숙달에 필요한 시간은 시뮬레이터(CPT: Computer Procedure Trainer) 탑승으로 보완한다. 단독 이착륙 비행 전에 이 시뮬레이터를 이용해서 비상처치능력을 평가하기도 한다.
   
   
   
   
   
   
   
   
   
   
 
요즘 기분은 어때요?
(오원재 생도)처음에는 긴장되고 설레고 그랬는데, 지금은 오히려 즐기고 있습니다. 이제 비행을 두 번 하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최미나 생도)저희가 여섯 번째 첫 체크가 있어서 사실은 얼마 남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많이 떨리고 조급하면서도 빨리 다음 비행을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습니다.

초기적성평가 때 많은 것을 교관들이 기대하지는 않을 텐데요. 겨우 여섯 번째 비행하는 학생 조종사가 잘하면 얼마나 잘하겠어요?
(오)의지를 많이 본다고 합니다. 조종사가 되고자 하는 강한 의지.

의지는 4년 동안 사관생도로 생활하면서 쌓아왔기 때문에 그 어느 순간 보다 강할 것 같은데요.(함께 웃음)
(최)여섯 번째 비행에서 공중조작을 완성시켜야 합니다. 지금은 기상때문에 진도가 계획대로 나가지 못하고 있지만, 원래는 매우 템포가 빠르게 진행됩니다. 조금 바쁘게 지내다가 요즘은 날씨가 좋지 않아서 다소 여유가 있는 편입니다.

비행하는 것이 어떤지 한 번 체험해 보는 관숙비행이라는 것을 하지 않나요?
(최)그 때는 정말 아무 것도 모르고 올라갔죠. 그냥 "와~~ 신기하다", "창밖이 정말 예쁘다" 수준이었거든요. 계기나 장비들을 허락없이 만지다가 교관님께 혼나기도 하고. 그런데 지금은 입문과정이기는 하지만 비행 쏘티 하나하나가 무언가를 꼭 배우고 익혀야 하는 과정이라서 정말 많이 떨렸습니다. 여전히 항공기 밖으로 보이는 세상은 아름다운데, 비행교관님이 뭘 하나 시켜서 직접 해보면 잘 안되서 많이 속상하기도 하구요. 그래도 몇 번 연습하면 왠지 잘할 것 같은 자신감도 생겨서 막연한 불안감 속에서 의지를 다질 수 있었습니다.

(오)관숙비행 할 때는 말 그대로 항공기를 놀이기구 타는 기분으로 타서 아무것도 몰랐는데, 이제는 제가 조종사로서 비행을 할 때는 제가 생활할 터전이라는 생각에 엄청난 부담감과 함께 직접 조종한다는 희열이 함께 몰려왔습니다. 떨리는 마음도 있었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해서인지 굉장히 좋았습니다. 꿈을 향해 나가는 전율이라고 할까요?(오호~~)

개인적으로는 자신에게 굉장히 실망했던 기억이 납니다. 조종사가 되는 꿈을 키워줬던 영화들 예를 들어 "탑건"같은 영화 속의 주인공들은 정말 멋있게 거대한 전투기를 조종하는데, 내가 모는 비행기는 작은 프로펠러 비행기인데다가, 그것마저 내 마음대로 움직이기 어려웠거든요. 조종을 직접 해보고 난 소감은 어땠나요?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던가요?


(최)좌절감은 비행 전 High Taxi(항공기의 정상적인 지상작동을 점검 또는 훈련하기 위한 것으로 이륙 직전 단계에서 항공기 속도를 감속하여 돌아오는 절차) 때 경험했기 때문에 그리 심하지 않았습니다. 기계자체에 대한 두려움이나 긴장감이 없을 줄 알았는데 딱 앉는 순간 정말 긴장해서 '아~ 내가 이정도 밖에 안되는 구나'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비행을 하는 것이 단순하게 조종간만 움직이면 되는 것이 아니라 계속 점검해야 할 계기도 많고, 주변도 끊임없이 살펴야 하고, 정말 많은 것이 요구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내가 아직 미흡하구나' 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오)첫 비행을 하고 내려와서 깨달은 것은 조종사들은 멀티태스킹에 강해야 하겠구나 라는 것이었습니다. 마치 조종사들은 팔이 여덟 개 달린 문어가 되어 수많은 것을 동시에 해야 하는 것 같았습니다. '능력을 인정할 만 하구나'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물론 아직까지는 비교할 만한 대상이 없겠지만 비행을 해보니 T-103이라는 항공기가 어떤 항공기라고 생각하세요?
(오)교육을 받다보니 항공기가 제가 생각하는 대로 움직이지도 않고, 바람이 부는 대로 흘러가버리기도 하는데, 교관님들은 제게 "의지가 있으면 네가 마음먹은 대로 움직인다" 라고 하시는 겁니다. 방향이 틀어지는 것을 조작을 통해서 막고, 원하는 자세를 만들면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최)제 생각에는 T-103은 자동차에 비유했을 때 소형 경차라고 생각합니다. 경차는 옆에 트럭같은 커다란 차가 지나가기만 해도 흔들리고, 계기도 굉장히 단순하고 적고, 그래서 처음 운전하는 사람에게 적당한 것처럼 T-103도 처음 비행하는 사람에게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교관들이 보면 T-103이라는 항공기가 정말 느리고 단순하게 보일 겁니다. 아는 조종사가 이야기를 해 주었는데, 착륙을 위해서 Final에 정대했는데 항공기가 내려가지 않고 정지해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하더라구요. 그런 이야기를 할 정도로 정적인 항공기라던데.....
(최)저희는 너무 바쁩니다.(웃음)

그래서 오히려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아요. T-103은 따로 부르는 애칭이 있나요?
(최)T-103은 따로 부르는 애칭이 없어요. 못들어 봤습니다.
(오)굳이 애칭을 붙이자면 돌돌이? 프로펠러가 앞에서 귀엽게 돌돌돌 돌아가니까요.

그래도 항공기 좌석에 앉아 비행하면 상당히 시끄럽지 않나요?
(오)예. 무척 시끄럽죠. 그런데 신기하게도 비행중에는 다른 소음은 전혀 들리지 않고 교관님의 목소리만 똑똑히 들립니다. 집중을 해서 그런가?(웃음) 비행이 끝난 다음에 녹음기를 통해서 다시 음성파일을 재생시켜보면 그렇게 시끄러울 수가 없어요.

동기들을 보면 남다르게 항공기에 대해 애착도 많고, 다른 사람들보다 탁월하게 잘하는 사람보다 있지 않나요?
(최)일명 '감돌이'라고 하죠. 이제 겨우 시작하는 단계인데 높은 수준의 공중조작을 혼자 해내는 사람이 있다고 해요.
(오)저는 생각이 조금 다릅니다. 타고나는 '감돌이'는 없고 그 뒤에는 남보다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연구하고, 고민한 결과가 '감돌이'로 나타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꿈이 있다면?
(오)저는 전투기 조종사를 거쳐서 테스트 파일럿이 되는 것이 꿈입니다. 테스트 파일럿으로 생활을 하다 더 나이가 들면 비행입문과정에 학생들을 가르치는 비행교수가 되고 싶습니다.
(최)저는 예전에는 수송기 조종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비행훈련을 하다보니 전투기 조종사가 되고 싶어졌습니다. 전투기 조종사가 더욱 역동적인 비행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지금 시점에서 비행입문과정을 한 마디로 요약한다면?
(최)스펀지가 되어야 한다!! 비행을 처음 시작하는, 정말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니까 많은 경험을 가지고 계신 교관, 교수님들이 알려주는 모든 것을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이 흡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배움의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합니다.
(오)입문과정을 수료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다들 시작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비행기량은 거기에서 거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정말 중요한 것은 오랜 시간 비행생활을 해야하는 조종사로서 갖추어야할 자세를 배우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얼마전 자료를 보니까 사관학교에 입학해서 나중에 10년 이상의 경험을 가진 베테랑 조종사로 남는 비율이 20%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두 분은 앞으로 더욱 노력해서 그 20%안에 들기를 기원합니다.
(, 오)감사합니다.

 
지난 주 모든 준비를 끝낸 조종학생의 모습을 보았다. 이제 비행을 나가볼까? 브리핑은 아침 일찍 모두 마치고, 절차를 반복적으로 연습하며 자신의 비행시간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다가 이륙 40분전(이 시간은 개인별로 조금씩 차이는 있다. 어떤 학생은 한 시간 전에 나가 항공기 안에서 수행할 조작을 반복적으로 연습한다.)에 장구반으로 나가서 자신과 교관의 장구를 챙긴다. T-103은 공군에서 운용하는 다른 항공기들처럼 낙하산 또는 하네스(Harness : 낙하산에 사용하는 멜빵을 의미하는 것으로 일부 기종에서 항공기 좌석과 조종사의 몸을 연결하는 다중 안전벨트의 역할을 담당하는 장구를 말한다.) 등을 챙겨 나갈 필요 없이 헤드셋 만 챙기면 되기 때문에 준비물은 단순하다.
 

①장구가방 : 헬멧을 담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전체 부피나 무게는 그야말로 “달랑”.
②선글라스 : 일명 “라이방”이라고 불리는 일자형 다리, 짙은 밤색의 렌즈, 황금색 테를 자랑하는 조종사용 보급품 선글라스를 사용한다. 헬멧이 없어서 불편한 점이기도 하다. 헬멧에 장착되어 있는 바이저(Sun visor : 투구의 면갑을 의미하는 것으로 기종에 따라 1개 또는 2개가 장착되어 있다.)를 대신할 필수품이다. 비행 중에 강렬한 태양빛을 차단하는데 필요하며, 조종사를 위한 비행안전 지침에는 일상 생활 중에도 야외에 머물 경우 망막세포를 보호하기 위해 반드시 착용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절대 택시 운전기사분들이 애용하는 것과는 다른 종류이니 조종학생들이 폼으로 쓰고 나온 모습을 보고 놀리는 일은 없기를…….
③Check List : 각종 비행절차가 기록되어 있는 참조철. 비상시 수행해야 하는 절차는 물론 비행에 필요한 정보들을 끼워두고 필요할 때 참고할 수 있다. 기성 조종사들은 그럴 필요까지는 없지만 훈련받는 조종학생들의 경우에는 훈련목적상 모두 암기해야 한다.
④조종장갑 : 조종복과 같은 색깔의 천과 가죽으로 만들어져 있다. 방화, 방염 기능은 물론 추위를 막아주는 역할도 톡톡히 한다. 일반인들은 쉽게 구할 수 없으며, 국내에는 항공 매니아들을 위한 전문 수입상가에서 취급하는 곳이 있지만 매우 고가에 판매된다.

자! 이것으로 준비 끝. 이제 항공기가 있는 주기장으로 나가보자.
   
항공기를 조종한다는 것은 단순한 기술을 습득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수백억 원이 넘는 가격의 항공기와 무장을 단신의 몸으로 운영하면서 적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내는 전사가 되는 과정이 바로 비행훈련! 절도있는 모습과 패기는 기본 중 기본이다.
먼저 교관이 도착하기 전에 가지고 나간 헤드셋들을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해 둔다.
   
이제는 바른 자세로 교관이 나오기를 항공기 앞에서 기다린다. 마음을 가다듬어 보지만 머릿속은 복잡하기만 하다.
교관이 멀리 보이면 대성박력으로
“OOO 생도 비행준비끝!!!”
   
역시 큰소리로 절차를 복창하면서 항공기 외부점검을 한다. 그나마 항공기가 크거나 복잡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
항공기 점검은 암기가 아니라 체크리스트에 따라 꼼꼼하고 정확하게, 그리고 교관과 함께 수행한다.
   
겨우 항공기에 올랐다. 정비사의 도움을 받아 모든 준비를 마치고 이제 시동을 건다.
“춥다. 빨리 가자”
교수님의 한 마디에 가슴이 콩당콩당!
   
좌우로 흔들흔들, 지상활주도 조종학생들에게 만만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여러 대가 한꺼번에 지상활주해 나가는 모습은 언제 봐도 멋지다.
   
최종기회점검구역에서 정비사의 점검을 마치고 차례로 이륙한다. 이제 진짜 비행이다.
잔뜩 긴장하고 있을 조종학생과 침이 튀도록 설명하고 있을 교관의 모습이 옆에서 보지 않아도 눈에 훤하다.
   
1시간 정도 지났을까? 이번에도 차례차례 줄지어 착륙해 들어온다. 아직 완벽한 착륙까지는 무리겠지?
   
비행을 마치자마자 아무 말 없이 들어가 버린 교관의 모습에 조종학생들의 마음은 무겁다.
혼자 비행을 했어도 디브리핑은 같은 교관 밑에서 배우는 학생들이 함께 들어간다. 잘못한 점까지 공유!!
   
교관은 열변을 토하고, 학생들은 한 마디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눈과 귀를 쫑긋 모은다.
   
디브리핑까지 모두 마치고 나면 학생들은 두 부류로 나뉜다. 바로 웃는 사람와 웃지 못하고 침울한 사람. 하지만 이들 모두 마지막에 웃는 사람이 되기 위해 다시 힘차게 일어서기를 기원한다.
 
웃는 자와 침울한 자.
   
오랜 시간 T-103으로 조종학생들을 가르쳐 온 교관으로서 T-103은 어떤 항공기인가요? 다른 항공기와 비교했을 때 특별한 차이점이 있나요?
모 기체인 IL-103이 단거리 수송용이었기 때문에 기동 측면에서 안정성이 매우 높습니다. (공식 자료에 의하면 수송, 정찰, 도로감시, 훈련 등의 용도로 개발되었다.) 예를 들어 학생들에게 스톨(Stall, 실속 : 양력을 상실하여 조종 불능 상태에 빠지는 것)을 보여줘야 하는데 스톨에 잘 안들어 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 어렵게 들어가도 그냥 두면 저절로 풀려 버립니다. 그만큼 항공기가 안정적이고 처음 배우는 조종학생들에게 적합한 기종입니다. 자동차에 비유한다면 국산 소형차인 마티즈나 모닝급이라고 할 수 있겠죠.
212대대에서 교관 생활을 얼마나 하신 거죠?
벌써 3년째네요. 올해 원래 근무하던 비행대대로 돌아갈 계획입니다.

그럼 그 사이에 지도한 조종학생들이 정말 많을 텐데요.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다면?
흠. 가장 기억에 남는 학생이라………. 한 명이 기억납니다. 그 학생은 처음 몇 번 비행해 보니까 조종에 대한 감각이 탁월하더라구요. 특히 그 학생은 착륙을 정말 잘했거든요. 그래서 별 다른 걱정을 하지 않았는데 교관들마다 학생들을 평가하는 관점이 조금씩 달라서인지 초기적성 평가에서 재평가 끝에 꼴찌로 합격을 했죠. 그래서 "너는 내가 본 학생들 중에서 최고로 착륙을 잘한다"라며 계속 자신감을 불어 넣어 줬습니다. 그 덕분인지 나중에 단독능력평가에서는 1등을 했고, 나중에 중등, 고등, CRT에서 대부분 1등을 했습니다.

처음 가졌던 꿈과는 달리 초라한 자신의 모습에 좌절감을 느끼는 학생은 없나요?
비행훈련에 들어온 학생들을 보면 마치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태도를 보이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반면에 어떤 학생들은 '이것 아니면 안된다'라는 생각을 가진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 학생들은 처음에는 적응이 다소 늦어도 나중에 가면 열정을 바탕으로 훌륭한 조종사가 되는데, 초기에 상대적으로 부족한 점 때문에 탈락하는 경우가 있죠. 그런데 초기적성평가에서 통과하고도 나중에 "그만두고 싶습니다"라고 콜하고 나가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럴 때는 초반에 탈락한 그 친구들이 너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조금만 기다리고 가르치면 되었을 친구들인데 말이죠. 하지만 그런 경우에도 제한된 기간 내에 일정 수준 이상으로 기량을 끌어 올려야 하는 시스템 내에서 치열한 경쟁은 불가피합니다.

비행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은 한 번씩 거쳐가는 곳인데....
정말 걸음마를 배우는 곳입니다. 비행대대에 있는 조종사들은.... 기성 조종사들은 착륙을 이야기 할 때 "야~ 착륙할 때 목측이 좀 낮잖아. 다음에는 조금 높이 가져가"라고 이야기를 하면 쉽게 이야기가 통하는데, 조종학생들은 동일한 상황에서 그냥 설명하면 전혀 알아듣지 못합니다. 아주 기초적인 것부터, 예를 들어 목측이란 뭔지, 목측이 낮다는 것이 어떤 건지, 그럴 때 조작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부터 가르쳐야 합니다.

공중에 올라가면 아이큐가 절반으로 떨어진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긴장하는 학생들이 많을 텐데요, 그럴 때 어떻게 배려해 주세요?
너무 긴장하는 것 같으면 긴장이 풀어질 때까지 제가 조종하면서 "주말에 뭐 했니?"라고 물어보며 대화를 유도합니다. 그런데 사실 그 때뿐이고 금방 비행을 맡기면 손발이 돌덩이 처럼 굳어 버리는 것은 어쩔 수 없더라구요. (웃음) 지상에 있을 때는 생각할 수도 없는 엉뚱한 대답을 하거나 필요한 조작을 정확히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구구단을 외워 보게 시키기도 합니다. 그럼 잘 외우죠. 그리고 나서 "네가 정확하게 절차를 수행하지 못하는 것은 구구단 외우는 것처럼 완벽하게 외우지 않아서 그렇다"라고 따끔하게 충고를 해줍니다. 그렇게 아주 초보적인 실수로 계속 혼나기만 하는 자신의 모습에 조종학생들은 많이 힘들 겁니다. 비행훈련 중이라고 하면 친구들은 조종사인줄 알고 있는데, 막상 들어와서 비행훈련을 받을 때는 처음부터 끝까지 혼나고 있으니 자괴감이 들겠죠.

훈련 받을 때 분위기는 어떤가요? 오래 전 기억을 더듬어 보면 숨도 제대로 못 쉴 정도로 엄격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교관이나 교수님에 따라서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예전처럼 너무 강압적이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그런 교육 방법이 통하지 않는 세대이기도 하구요.

T-103 항공기를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처음 비행기를 접하는 학생들에게 최고의 훈련기라고 생각합니다. 구조적으로 중등비행훈련에서 접하게될 KT-1과 매우 유사하고 비행입문과정에서 배워야할 모든 기동을 다 익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큰 장점이라면 아까 처음에 이야기한 내용과 같은 맥락인데요, 자칫 위험한 조작을 할 수 있는 조종학생들의 실수를 충분히 커버할 만큼 안정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훈련목적에서도 탁월하고 안정성에 있어서도 탁월한 항공기입니다.

 
본인은 베테랑 조종사로 불리기를 절대적으로 사양했다. 나이도 어리고, 더 많은 경력과 더 좋은 실력을 지닌 선배 조종사들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그의 뛰어난 기량과 보유한 다양한 자격을 떠나서 주위에서 그를 베테랑 F-16 조종사로 꼽기에 주저함이 없었다.
 
F-16으로 비행한지는 얼마나 되었나요?
CRT를 끝내고 2001년 7월 1일부텁니다. 원래 F-16은 F-5나 F-4를 타던 조종사들이 기종전환을 했었는데, 저희 기수부터 처음으로 비행훈련을 마치고 직접 F-16 대대로 배속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예전에는 비행단에 중위 조종사가 있을 수 없었죠. 그래서 처음 왔을 때 정문으로 들어오는데 헌병에게 새로 전입한 조종사라고 하니까 "중위 조종사는 없습니다."라면서 신분을 속인다고 못 들어가게 하더라구요.(웃음) 그 때부터 지금까지 비행단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중간에 몸을 다쳐서 잠시 병원에 입원했던 기간과 비행관련 교육을 위해 3-4개월 정도 파견 나갔던 기간을 제외하고 줄곧 F-16을 탔습니다. 2001년부터니까 8년 정도 되었네요.

비행과 관련된 거의 모든 자격을 보유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교관자격을 가지고 있구요, 전투 조종사들에게 전술을 가르치는 29전술개발전대에서 고전훈련과정, 그리고 전술무기교관과정(FWIC)까지 모두 수료했습니다. 그리고 HARM(AGM-88), TGP, NVG, 새매, 단기기동 자격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지금 비행단에서 맡고 있는 일은?
저는 표평실의 표준화 평가담당 장교입니다. 주된 업무는 조종사들의 작전수행능력에 대한 평가입니다. 모든 조종사들이 1년에 한 번씩은 전술을 수행할 수 있느냐 없느냐, 그리고 악기상하에서 계기만으로 비행할 수 있는 능력을 평가를 받게 되는데 이를 담당하며, 또한, 조종사들의 자격 승급 및 재자격 등 비행과 관련된 각 종 평가를 하기도 합니다. 또 새로운 전술을 적용하고 교범을 수정하는 업무도 담당하고 있습니다.

단기기동 자격을 가지고 있으면 비행단에 외부에서 손님들이 왔을 때 시범을 보여주는 역할을 하는데, 1년 동안 몇 차례나 시범을 보이나요?
정확히 세어 보지는 않았는데요, 기본적으로 자격 유지를 위해 최소 45일에 한 번씩 기량유지 비행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외부에서 손님들, 예를 들어 외국 무관이 부대를 방문하는 경우, 그리고 스페이스 챌린지처럼 부대 개방행사에서 F-16이 이런 항공기구나 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단기기동을 선보입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대략 1년에 20여 차례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단기기동 시범을 보이면서 특별히 느낀 점이 있나요?
사람들 앞에서 부대를 소개하는 브리퍼가 항공기가 이렇다 저렇다 설명해 주는 것보다 직접 활주로에 데리고 나가서 보이는 시야 내의 작은 공간에서 F-16이 기동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줌으로써 더 많은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단기기동 시범을 본 사람들로 하여금 "아~ F-16 항공기가 이렇게 훌륭한 항공기구나"라고 받아들이는 것이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더 클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그래서 더 많은 것을 보여드리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구요. 단기기동은 말 그대로 공대공 항공기 특성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평소에는 연료나 임무 때문에 항공기에 많은 외장을 장착합니다. 연료탱크나 미사일, 또는 전자전 장비들을 달면 항공기 성능이 약간 제한됩니다. 그런데 단기기동은 항공기 외장을 다 떼고 내부 연료만 넣고 기동하기 때문에 항공기의 순수 기동 성능을 다 보여줄 수 있습니다. 항공기가 공중에서 1 turn을 하려면 F-5나 F-4 같은 경우에는 선회반경이 1 mile, 지름을 따지면 2에서 3km가 되는데, F-16은 1km 내외에서 돌아갈 수 있으니까 기성 조종사들이 봐도 "와~ 저렇게도 돌아가는 구나"라고 감탄합니다. 그래서 조금이나마 더 멋있는 기동을 보여드리기 위해서 기동도 개발해가고 있는데 앞으로 저나 제 후임이 더 노력해야할 문제입니다.

선보이는 기동의 종류도 여러 가지가 있겠네요.
예, 처음은 1000ft 이내의 짧은 거리에서 이륙하는 것을 보여줍니다. 항공기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타 항공기 이륙거리의 1/3 정도 됩니다. 그렇게 짧은 거리에서 이륙한 다음에 바로 빠른 증속, 그리고 그 속도를 바탕으로 급상승하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매우 안정적인 항공기의 롤 특성을 기반으로 한 시범을 보입니다. 7~8G 선회, 루프, Cuban -8 같은 기본 기동을 보이다가 130kts 정도의 저속 기동을 보여드립니다. 그리고 8~9G 수직상승! 그 모든 것들이 단기기동 시범 안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항공기의 공대공 기동성능만 가지고는 따라올 항공기가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흠. 현대 공중전은 탑재장비와 무장의 뛰어난 성능에 의해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에 단순하게 항공기의 공중기동능력만 가지고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F-15의 경우에도 JHMCS(통합헬멧장착조준시스템, Joint Helmet Mounted Cueing System)와 AIM-9X(수퍼 사이드 와인더로 불리며, JHMCS와 운용시 기축선 바깥의 목표물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다.)를 활용한 교전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비교하기가 어려운데, 만일 무장을 모두 떼어낸 상태를 가정한다면 F-16은 근거리 교전에서 당분간은 어떤 항공기에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자신합니다. 물론 어떤 조종사가 타느냐에 따라 또 달라질 수 있겠죠.(웃음) 사실 제가 전투기 중에서는 F-16만 타왔기 때문에 현재 우리가 운용하고 있는 다른 항공기들과 직접 비교해서 이 정도 수준이다 라고 이야기 할 수는 없지만, 복합적인 임무를 조종사 한 명이 수행할 수 있도록 인체공학적으로 만들어져 있고, 잘생긴 비행기이기도 하구요. 제가 타는 항공기라서 그런가 제일 멋있어 보입니다. 조명에 비춰진 모습을 보면 잘생긴 한 마리의 독수리 같이 생겼거든요. (웃음)

전에 F-15 조종사들하고 이야기를 나눠보니까 이런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F-15는 항공기의 성능이 좋아서 만일 특정한 공중 상황에서 내가 현재 에너지를 가지고 저기 다른 위치로 가고 싶다고 생각하고 기동하면 그대로 움직여 준다는 겁니다. 그런데 F-16은 만일 항공기 외장 등의 이유로 제한사항이 생기면 아무리 조종간을 당겨도 항공기가 스스로 제어가 되는 차이점이 있다고 하더라구요. 그것을 장점으로 꼽는 조종사, 반대로 단점으로 꼽는 조종사, 이렇게 두 부류로 딱 갈리던데요.
전 그걸 장점이라고 하고 싶습니다. 보통 플릭스(FLCS), Flight Control System이라고 하는데 다른 항공기들은 조종사들이 기동을 하면서 기체의 Limitation, 즉 제한치를 넘지 않기 위해서 항상 모니터하며 비행을 해야 하는데, F-16은 현재의 외장에 따라 입력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실속 등 비정상 상황에 빠지지 않도록 자동적으로 제어가 됩니다. 그래서 조종사가 급격하게 벌어지는 근접전투 상황일 때 미처 확인하지 못하면서 가할 수 있는 부하를 자동으로 통제해 주는 거죠. 만일 내가 한 방향으로 일정한 선속으로 움직이고 싶은데 만일 원하는 만큼 선속이 가해지지 않는다면 그건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겁니다. 여기서 더 움직이면 항공기가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제어합니다. 아마 어떤 조종사는 내가 실속에 들어가더라도 원하는 급기동을 해야한다 라고 생각한다면 그런 시스템을 단점으로 보겠죠. 제가 F-15를 잘 모르기 때문에 질문하신 것에 대한 명확한 이유를 설명드리기는 어렵겠네요.

어떻게 보면 우리 전체 공군이 가지고 있는 전체 전력을 보면 여전히 F-16이 우리의 주력임에 분명한데 그런 항공기를 오래 조종한 조종사로서 다른 항공기와 비교했을 때 이런 점 때문에 자신이 있다 라고 생각해 본 적이 있나요? 예를 들면 누구랑 붙어도 자신있다 라던가.
F-16은 이전 세대의 항공기와는 전혀 다른 항공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후배 조종사들에게 자주 하는 이야기가 하나 있습니다. 이전 세대 항공기들은 그 기종에서 비행시간이 많은 조종사들이 항공기 특성을 더 잘 파악해서 비정상 상황으로 들어가지 않는 영역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기 때문에 경험이나 비행시간이 항공기의 기동 성능에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물론 많이 탄 시간도 고려가 되겠지만 좋은 항공기로 갈수록 비행경험이 아니라 얼마나 많이 아느냐에 따라 성능을 100% 활용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더 많이 좌우합니다. 항공기가 워낙 좋기 때문에 선속을 얼마나 적절하게 주느냐 보다는 가지고 있는 시스템을 얼마나 많이 활용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어느 누구와 붙어도 자신이 있다 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베테랑이라고 불러 주시니까 조금 낯이 뜨거운데, 제 생각에는 지금도 계속 비행을 하면서 공부를 쉬지 않고 하고 있지만 저도 이 항공기가 가지고 있는 성능을 많이 사용해야 70% 정도만 활용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 빡빡하게 평가하자면 60%? 알고는 있지만 조종을 하면서 그걸 다 활용하지 못하거든요. 내려와서 "아! 그 상황에서 이걸 썼어여 하는데"하는 아쉬움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좀 더 새로운 전술을 개발하고, 새로운 전술이 나오면 항공기의 시스템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다르게 이야기하면 이제 비행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는 조종사가 새로운 기동을 하면 또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누구에게나 질 수도 있고, 이길 수도 있다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자신의 항공기에 대해서 자신감이 없는 것 아니냐" 라고 하실 수도 있는데, 이 항공기는 겸손하게 자기가 계속 부족한 부분을 메워나가야 하는 항공기기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저도 후배들하고 자주 비행을 하는데, 항공기가 정말 생각하는 대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거든요. 다른 구세대 항공기들은 자신이 기동하고 싶은대로 항공기가 따라와 주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 항공기는 생각하는 대로 기동을 해 줍니다. 전형적인 기동이 아니라 엉뚱한 다른 형태로 기동할 수도 있거든요. 보통은 일반적으로 최적화된 기동을 하는데, F-16은 어떤 상황에서든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기동 패턴이 나올 수 있습니다. 매번 비행할 때마다 환경이 다르고, 저도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상황판단이 되지 않는 때는 고전하고 내려오기도 합니다. 그럼 내려와서 혼자 분석하고 고민합니다. 후배들에게 혼나는 경우가 적기는 하죠, 그런데 제대로 공격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기도 하고, 힘들게 방어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최선은 다하겠지만 누구를 만나더라도 이길 수 있다 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만일 이제 막 F-16 비행을 시작하기 위해서 비행대대에 온 까마득한 후배 조종사들에게 "F-16은 이런 항공기야"라고 이야기한다면 어떻게 이야기할 수 있겠어요?
아....... 미리 보내주셨던 질문지에도 그런 질문있어서 고민을 해봤는데요, 그래서 준비했던 것은 "만능 엔터테이너"다였습니다. 하지만 그냥 편하게 후배 조종사들에게 이야기한다고 가정한다면 약간 우스갯소리로 요즘 모 CF에도 많이 나오던데 "생각하면 하는대로~~♬"(CF 버전으로) 라고 말합니다. 네가 공부한 만큼, 연구한 만큼 받쳐주는 항공기다. 어떤 기동이던지 가능하지만 연구가 해야한다 라고요. 클린한 외장으로 비행을 자주 하는 조종사의 경험으로 보면 이 항공기는 기동 성능만으로는 정말 엄청납니다. 물론 요즘은 근접전투로만 싸우는 시대가 아니고 원거리에서 끝나는 시대라서 딱 잘라 이야기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공격무장이 발달하면 할수록 방어기술도 발전하기 때문에 언젠가는 근거리에서 만납니다. 그런 상황을 항상 고려해야 합니다. 원거리 전술이 물론 더 중요합니다. 레이더를 보고 상황을 분석하고 전술을 적용하는 것은 정말 경험이 아니라 연구를 많이 하는 사람이 훨씬 유리합니다.

혹시 개인적으로 운전하는 차는 뭐죠?
스포티지입니다.

그럼 F-16을 자동차에 비유한다면 어떤 차라고 할 수 있을까요?
(웃음) 요즘 나오는 제네시스 쿠페? 제일 잘달리는 스포츠카. 크지 않고, 중우한 맛은 떨어지지만 제동력이 좋고, 외관상으로 멋있거든요. F-16이 약간 작고 경량화하면서 전투기동에 적합하게 나온 단좌개념의 항공기니까 스포츠카 계열의 자동차에 비유하는 것이 적당하겠네요.

비행 중에 혹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기억에 남는 훈련이라던가......
특별한 에피소드는 없고, 29전대에서 받았던 고전고급과정과 FWIC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정말 제 비행기량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었던 계기였거든요. 그 교육을 마치고 나니까 정말 "아~ 이렇게 비행해야 하는 거구나. 이런게 이런 기동이구나" 하는 것을 배운 시기라고 할 수 있죠. 저에게 있어서 가장 큰 동기가 되었고, 앞으로 어떻게 연구를 해야하는지 방향을 제시해 주었고, 그 이후로 공부하는 방법도 바뀌었구요. 그 교육으로 인해 오늘날의 제가 있다고 저 나름대로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29전대가 더 활성화되고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 개인적인 바람입니다.

앞으로 조종사로서, 아니면 인생의 꿈이 있다면?
단기적으로는 항공기에 일체감을 느끼는 단계까지 가고 싶습니다. 이 비행기와 함께 올라갔을 때 하늘에서 보다 더 자유롭고 싶습니다. 제 개인적인 것으로는 훌륭한 가정을 꾸리는 것입니다. 가장으로, 남편으로, 아버지로 행복하게 가정을 꾸려나는 것이 제 소박한 꿈입니다.

 
F-16에 달 수 있는 무장, 기동성능은 웹진의 다른 코너를 통해 충분히 설명되어 있으니 여기에서 다시 설명하지 않겠다. 전준언 대위를 따라 먼저 비행을 하러 가려면 어떤 장구들을 착용하는지 알아보자.
 
조금 생소할지 모르지만 이것도 G슈트다. 비행시 신체에 가해지는 중력가속도로 인한 의식상실을 방지하기 위해 착용한다. 우측 가슴 부위에 달려 있는 호스를 조종석에 있는 밸브와 연결하면 중력가속도가 증가하면 저절로 공기압이 G슈트 안으로 들어와 흉부가 팽창하는 것을 막아 폐압을 높여준다. 일반 조종사들은 하의만 입는데, F-16과 같이 중력의 9배에 달하는 G를 버텨내려면 하의만으로는 부족하다. 하지만 의무 착용은 아니며 조종사의 개인의 선택에 따라서 입을 수도 있고, 입지 않을 수도 있다.
 
이것이 친숙한 G슈트 하의다. 복부와 허벅지 등에 공기압을 채워 혈액이 아래로 쏠리는 것을 막아준다. 허리 왼쪽에 달려 있는 호스를 통해 공기가 들어간다. 비행에 필요한 각종 간행물, 참고자료들을 휴대할 수 있는 주머니가 조종복처럼 여러 개 달려있다. 조종복과는 달리 신체의 사이즈에 따라 끈으로 몸에 맞게 조절할 수 있다. 마치 코르셋처럼.
 
조종석과 신체를 연결하는데 필요한 하네스까지 입고 헬멧과 비행에 필요한 각종 정보를 담은 가방을 챙겨들면 거의 모든 준비가 끝났다. 하지만 안을 살펴보면 다른 기종과 다른 준비물들이 있다.
 
검은색 가방 안에 비행에 필요한 데이터를 입력해서 항공기에 연결하는 데이터 모듈(Data Transfer Cartridge)과 비행장면을 디지털 영상으로 녹화하는 모듈(Airborne Digital Video Recorder)을 함께 챙겨간다. 세부적인 명칭, 기능, 제원은 생략!
일반적으로는 검은색 바이저를 부착하고, 야간 비행의 경우 투명한 바이저를 헬멧에 단다. 헬멧에 야간특수임무를 위한 장비를 부착해 보았다. 이 장비를 달고 정상적으로 임무를 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자격을 획득해야 한다.
 
머리에 쓰면 이런 모습이 된다.
 
헬멧 안쪽에 땀이 차는 것을 막아주는 양가죽 모자. 일명 Liner.
쓰고 나면 모양은 약간 우스워지지만 매우 실용적이다.
지상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 항공기 좌석 내 소음을 막아주는 이어 플러그. 이것 없이 비행하면 청각에 손상을 입기 쉽다.
 
 
이번 주에 찾은 곳은 F-16을 운영하고 있는 제20전투비행단 소속 121전투비행대대이다. 위의 사진에 보이는 것이 대대마크, 그리고 대대의 구호이다. “뭉쳐 싸워 이기자”라는 강렬한 구호가 인상적인데, 줄여서 “뭉싸기자”라고 부른단다.
대대 입구에 들어서자 대대 조종사 중 각 신분별 탑건을 자체(?) 선발해 장식해 두었다. 조종사들에게 비행연구에 더욱 매진하라는 동기부여 차원에서 마련한 장식이 아닐까?
 
취재를 위해 비행대대를 방문한 날 우연히도 비행단에 손님이 찾아왔다. 졸업을 앞두고 있는 육군사관학교 4학년 생도들이다. 이들을 위해 비행단에서 F-16 항공기의 우수한 기동성능을 보여주기 위해 단기기동 시범을 계획했다.
 
비행을 위해 나가기 전에 비행편조(우측 두 명의 조종사)가 비행계획을 보고하고 있다.
지휘관은 비행시 유의할 사항들을 지시한다.
 
비행을 하기 위해서 항공장구반에서 비행에 필요한 장구를 착용한다. 어떤 장구들을 착용하는지에 대한 자세한 것은 지난 회를 참고하기 바란다. 그런데 의외로 단촐하다. 15분 가량의 짧고 강렬한 비행임무를 위해서 불필요한 것들은 제외하고 필수적인 것만 챙겨서 나간다.
 
대대 앞에서 항공기가 위치한 이글루까지 작은 미니버스를 이용한다. 가까운 곳은 걸어가지만 보통 걸어서 이동하기에는 먼 거리에 항공기가 주기되어 있어 차량을 이용한다.
항공기까지 차로 이동하는 동안에 비행을 위한 절차에 대해 마지막으로 토의를 한다. 너무 긴장하지 않도록 선배 조종사가 가벼운 농담으로 후배의 긴장을 풀어주는 시간이기도 하다.
 
아무리 짧은 시간에 이루어지는 미션이라고 해도 꼼꼼한 항공기 점검은 거를 수 없다. 정비사와 함께 Check List에 명시된 점검 부위를 하나하나 짚어가며 이상유무를 살핀다.
 
항공기에 오르기 직전. 스트레칭으로 비행에 대한 긴장감을 풀고, 시정 등 기상상태를 마지막으로 점검한다.
 
항공기 측면에 조종사가 조종석으로 오르기 쉽도록 사다리가 걸쳐져 있다. 이 사다리를 타고 좌석으로 올라간 후에 정비사의 도움을 받아 하네스를 좌석과 연결하고 안전핀을 제거한다. ‘사다리가 없으면 어떻게 올라가지?’라는 궁금증을 가질 수 있다. 기종마다 위치와 크기가 다르지만 좌석으로 올라갈 수 있는 작은 사다리가 동체에 숨겨져 있다. 일부 기종은 Foot Step Hole만 마련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이륙을 위해 활주로에 정대한다. 왼편 사진의 항공기는 단기기동 시범 편조는 아니며 공대공 임무를 위해 세 대의 항공기가 동시에 활주로에 진입해서 이륙을 기다리고 있다. - 사진보러 겔러리가기
 
류재홍 대위는 베테랑 조종사라고 할 수는 없다. 자격으로 따지면 제일 낮은 단계인 “요기”이다. 이제 곧 요기를 데리고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분대장” 자격 취득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비행에 대한 그의 열정은 베테랑 못지않다. 비행연구 때문에 연애할 시간도 부족하고, 완벽하게 준비된 상태에서 결혼을 생각해 보겠다는 그의 이야기는 대대가 집보다 편하다는 말과 함께 가슴을 울렸다. 그와 나눈 이야기의 일부를 여기에 담아 본다.
대대에 전입해 온지 얼마나 되었나요?
2년 6개월 정도 되었습니다.

얼마 안 되었네요?
예. 저는 CRT(Combat Readiness Training)을 마치고 바로 자대 배치 받았구요. 지금은 자격이 요기지만 조금만 더 지나면 분대장으로 승급합니다.

그럼 비행 준비하느라 많이 바쁘겠네요.
저는 아직 총각이다 보니까 비행을 준비하는 것이 부담스럽기보다는 대대에 와서 생활하는 것이 더 편합니다. (웃음)

어떻게 보면 삶의 거의 대부분을 비행생활에 투자해야 할 텐데?
예. 학생 때는 평가에 대한 부담감도 많았고, 매일매일의 비행에 익숙하지 않아서 많이 힘들었는데 지금은 괜찮습니다. 물론 아직 비행이 조금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선배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배우다 보니까 공감대도 형성하게 되고, 배우면서 비행하는 것 자체가 너무 즐겁고 보람이 있습니다.

훈련 때는 어떤 기종을 탔나요?
T-38로 비행훈련을 했습니다. 쉽지는 않았는데요, 예를 들면 유사한 기종인 F-5E/F는 착륙 속도가 빠른 만큼 Drag chute 같이 속도를 감속하는데 필요한 제동장치가 있는데, T-38은 브레이크 이외에는 없거든요. 착륙 직전의 속도 처리가 어려워서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대대로 바로 와서 KF-16을 타니까 느낌이 어떻던가요?
이전에 타던 비행기들은 모두 아날로그 비행기였기 때문에 계기들이 전부다 동그란 계기에 바늘이 돌아가는 것 뿐이었는데, F-16에 와서 HUD

(Head Up Display, 조종사 시야 전면에 위치한 작은 정보시현 패널로 항공기 고도, 속도는 물론 비행에 필요한 각종 정보를 조종사가 시야를 하단의 계기판으로 옮기지 않고도 볼 수 있도록 제공해 주는 장치)나 Avionic System에 대한 교육을 받을 때는 이해가 잘 안되었습니다. 비행을 해 나가면서 첨단 장비들이 조종사가 실수할 수 있는 부분들을 많이 커버해 준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로 인해서 내가 다른 곳으로 시야를 돌리고 상황파악할 수 있는 여유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또 항공기가 추력이 좋기 때문에 처음 이륙할 때 그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몸이 뒤로 확 잡아 당겨지는 느낌을 받고 깜짝 놀라기도 했습니다.

F-16은 어떤 느낌을 주는 항공기인가요?
가장 먼저 들었던 느낌은 '아! 너무 예쁘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처음 보았을 때 모습이 정말 매력적이었습니다. 19비에 단기기동 자격을 가진 조종사가 있는 것처럼 20비에도 있는데, 제가 처음 기종전환 훈련을 받을 때 교관이 바로 그 단기기동 자격을 가진 선배였습니다. 항상 그 모습을 보면서 나도 자격이 높아지면 꼭 해봐야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항공기가 정말 생각하는 대로 움직이던가요?
(웃음) 저는 아직 경험이 부족해서 그런 경지에 오르지는 못했습니다. 비행이라는 것이 항상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어떻게 기동하고 대처해야 하는지를 알아야 잘 할 수 있는 것인데 경험이 부족하면 아무래도 원하는대로 움직이기가 쉽지 않죠.

항공기의 무장 성능은 어떤가요?
아직 실무장 사격의 경험이 많지는 않은데요, 사격훈련 할 때의 경험을 이야기해 드리겠습니다. F-5E/F로 사격을 할 때에는 사격장에서 훈련탄을 투하하기 위해서 조작해도 서클(Bomb Circle, 사격 결과를 평가하기 위해서 사격장에 그려놓은 원형 타켓을 말한다.) 안에 넣기가 힘들었는데, F-16은 내가 향하는 지점에 정확히 들어가니까 항공기가 정말 좋구나 하는 생각을 공대지 사격장에가서 처음 했습니다.

비행할 때 사진을 찍어 본 적은 없나요?
아직은 없습니다. 그런데 비행을 하면서 보면 F-16이 사진 찍기에는 정말 좋겠구나 라는 생각을 해본 적은 있습니다. 위로 돌출되어 있어서 조종석 시야가 정말 좋거든요. 기회가 되면 한 번 시도해 보겠습니다.

아직 요기이고 F-16 조종사로서의 경험도 적은데, 획득하고 싶은 자격도 많고 29전술개발전대에 가서 배우고 싶은 것도 많을 것 같아요.
제가 속한 대대가 공대공 다목적 대대입니다. 우리 대대는 HARM(High-speed Anti-Radiation Missile, AGM-88로 레이더 파괴용 미사일)과 HARPOON(미국 보잉사가 생산하는 대함미사일)을 운용하고 있는데요, 전 세계에서 Harpoon을 운용하는 F-16 대대는 유일하거든요. 그래서 DACT(Dissimilar Air Combat Training, 이기종간 전술훈련)나 FWIC(전술무기 교관과정)에 가서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싶습니다. 그래서 선배가 되었을 때 후배들에게 하나라도 더 가르쳐 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더 자격이 높아지면 단기기동 자격에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AGM-88 HARM / 출처 : 위키피디아
 
HARPOON / 출처 : 위키피디아
 
단기기동 시범자격이 어떤 매력이 있는 거죠?
사실 비행을 할 때 이착륙을 제외하고는 고고도에서 임무를 많이 하는데, 단기기동 시범은 저고도에서 자신의 기량을 보여주는 임무이거든요. 밖에서 보면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아도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대처할 시간이나 공간이 부족한 위험한 임무이거든요. 그래서 같은 조종사가 봐도 정말 멋있어 보입니다. 조종사가 되었다 라는 자부심을 얻을 수도 있구요. 조종사가 자부심을 얻을 수 있는 기회는 많이 있지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단기기동 시범자격입니다. 2007년 서울에어쇼 때 서울에 머물고 있었는데요, 블랙이글의 시범을 볼 수 있었습니다. 평소에 그렇게 저고도에서 비행기가 지나가면 소음에 대한 불만을 제기했을 텐데, 그때는 주변 사람들이 모두 옥상으로 올라가서 구경하더라구요. 조종사들이 전쟁을 억제하기 위해서 존재하지만 국민에게 우리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조종사가 꿈인 어린 학생들에게도 좋구요.

그런 시범비행에 매력을 느낀 계기가 있나요?
제가 사관학교 생도 시절에 영국을 방문한 적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영국 공군이 운영하는 특수비행팀인 레드 에로우 기지에 들렸었는데, 아무 것도 모르는 제가 봐도 정말 멋있었습니다. 홍보 시스템도 정말 잘 갖춰져 있고 기지 출입하는 것도 자유로웠습니다. 또 2차 세계대전 때 사용하던 비행기들을 모아서 운영하는 대대도 있었습니다. 또 우리가 한국에서 온 사관생도들이라고 즉석에서 작은 수송기에 태워서 공중에서 경치를 구경할 수 있게 해주더라구요. 한국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죠. (웃음)

비상출격 경험은 없나요?
안타깝게도 아직 없습니다. 아! 오늘 제 동기생이 비상대기실에 들어갔다가 Scramble이 걸려서 지금 비행을 하고 있는데 정말 부럽더라구요. 조종사로서 해야할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는 것이니까요. 내려와서 이야기를 해봐야 알겠지만 굉장히 뿌듯해 할 것 같아요. 돌아오면 축하해 줘야겠습니다.

총각이라고 했는데 결혼할 계획은?
사귀는 애인이 있는데요, 결혼 하려면 앞으로 2-3년은 더 기다려야 합니다. 여자친구가 음악을 하는 친구인데 아직 배우는 학생이고, 저도 비행을 위해서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시기라서 아직은 아닌 듯합니다. 비행생활이나 가정생활 모두 배우자에게 부담을 주지 않을 정도의 수준에 올라가야 결혼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비행을 위해서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데 그러면 가정생활도 그리 편치만은 않을 것이고, 그렇게 부담을 주고 싶지는 않습니다. 가족에게 더 신경을 쓸 수 있는 때가 되면 결혼을 하려고 합니다. 생각의 차이 일 수도 있는데 준비가 되면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어제 저녁에 부대로 들어오면서 보니까 밤 10시가 되었는데 조종사들이 독신자 숙소로 퇴근하는 모습이 보이던데.
항상 그때쯤 퇴근합니다. 비행을 끝내고, 저녁을 먹고, 다시 대대로 돌아와서 다음 날 비행을 준비하고 하다보면 9시에서 10시 사이에 하루 일과가 끝나죠.

 
짧은 두 편의 기사로 우리 공군의 주력 전투기인 F-16에 대한 것을 모두 커버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다른 곳에서 찾아 볼 수 없는 조종사 개인의 느낌을 소개하는 것에 주력하였다. 더욱 깊이 있는 내용을 간절히 알기 원하는 어린 공감식구가 있다면, 지금도 늦지 않았다. 공군 조종사의 길에 도전하라. 비록 잠시의 개인시간을 내기도 어려운 힘든 길이기는 하지만 자부심은 최고가 될 것이다.
 
공군에 있으면 세 번은 만난다고 하는데, 강 대위와는 벌써 두 번째다. 아니 이번 인터뷰까지 포함하면 벌써 세 번째인가? 서글서글한 눈매에를 지닌 동안이지만 이미 결혼해 자녀까지 두었고, 풍부한 해외비행임무와 파병경험을 지닌 강 대위의 이야기를 통해 C-130 조종사의 생활을 살짝 들여다보자.
 
개인 소개를 부탁합니다.
강성민 대위입니다. 사관학교 50기로 졸업해서 비행훈련을 마친 후에 2003년에 비행대대에 배속받아서 지금까지 C-130항공기를 조종하고 있습니다. 직책은 대대 평가편대대에서 조종사의 기량이나 등급을 관리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비행시간은 1,760시간 정도 되는데 같은 시기에 조종사가 된 동기생들에 비해서 조금 많은 편이죠. 지금은 정조종사 승급 중이고 지상학술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부조종사로서는 시험비행 부조종사, NVG 일반자격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수송기 조종사들의 등급이 전투기 조종사 등급하고는 조금 다르네요?
일단 기종전환과 작전가능 과정이 있구요, 이를 마친 조종사는 부조종사가 됩니다. 지금은 없지만 예전에는 선임 부조종사라는 등급도 있었습니다. 부조종사에서 승급을 하면 정조종사가 되고, 그 다음 교관이 됩니다. 동승조종사인 Navigator(항법사)는 기본, 선임, 교관, 이렇게 세 개 등급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지금 정조종사 승급을 위한 교육 중에 있다고 했는데 승급에는 얼마 정도의 기간이 소요되나요?
정조종사 승급을 위해서 30소티 정도를 탑승해야 합니다. 아무래도 항공기 조작뿐만 아니라 승무원들을 이끄는 팀장으로서 갖춰야 할 각종 절차나 비상상황 처치능력을 배양하는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대략 4개월 정도 걸립니다.

동기생들 보다 비행시간이 많은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가요?
수송기의 임무 특성 때문입니다. 전투기나 헬기보다 훨씬 긴 시간 비행을 하게 됩니다. 저는 1년에 400시간까지 비행을 하기도 하는데, 이제 6년차로 C-130비행시간만 1500시간 이상 됩니다. 1년에 평균 300시간을 비행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C-130 조종사로서 해외비행 임무 경험도 많을 것 같은데요.
제58항공수송단 파병임무를 위해서 2진과 7진 요원으로 쿠웨이트와 이라크에 다녀왔구요. 전개 및 복귀 임무시 기착하는 필리핀, 인도, 태국도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사관학교와 CSC 학생들을 데리고 괌과 사이판, 인도네시아에 다녀왔구요, 2007년 로데오(RODEO) 대회 참가를 위해 하와이, 샌프란시스코, 시애틀에 다녀왔습니다.

로데오 대회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해 주세요.
로데오 대회는 참가를 시작한 것은 1994년부터입니다. 미국의 911테러 사건으로 인해서 2001년에 잠정 중단 되었다가 2007년에 다시 재개했습니다. 2007년에 한국공군은 C-130 한 대에 인원 30명으로 참가해서 국제팀 중 2위를 차지했습니다. RODEO 대회는 미 공군 공중기동사령부 주관으로 개최하는 대회인데, 미군 뿐 아니라 전 세계의 군 수송기들이 참가해서 기량을 겨루는 대회입니다. 한국에는 보라매공중사격대회에 공중투하부문이 포함되어 있는데, 미군은 공중투하대회의 개념을 좀 더 넓히고 관련 부문을 종합해서 투하대회로 개최합니다. 화물을 투하하는 것만 보는 것은 아니구요, 비행평가, 정비평가, 지원임무 평가도 하고, 심지어 승무원 체력평가도 합니다. 항공의무후송, 화물적하역까지 모든 전 임무를 평가합니다.

와~ 체력평가까지? 어떤 종목으로 체력을 평가하나요?
우리가 일 년에 한 번 실시하는 체력검정과 유사한데요, 한 가지 다른 점이라면 달리기가 1.5km가 아닌 1.5mile라 약 2.5km를 달려야 한다는 점입니다. 대회도 준비하면서 틈틈이 체력도 키워야 합니다. (웃음)

그럼 C-130으로 수행하는 모든 임무를 종합적으로 평가한다고 보면 되겠네요.
그러니까 비행임무 뿐 아니라 정비까지 평가하기 때문에 국내의 작은 경연대회들을 모두 종합한 것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런데 대회 명칭이 RODEO인데요, 왜 RODEO죠? 뭐의 약자인가요?
아~ 약자는 아니구요. 말 그대로 카우보이가 야생마 등 위에 올라타서 오랜 시간을 버티는 경기와 같은 이름입니다. 그 유래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대회를 상징하는 마크에도 말 등에 올라타 있는 카우보이의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수송기 조종사들의 비행생활이 다른 기종의 조종사들과 비교했을 때 차이는 어떤 것이 있나요?
일반적인 절차가 다르지는 않습니다. 차이점을 꼽는다면 한 번 나가면 오래 걸린다는 거죠. 아침에 나가서 오후 늦게 돌아오거나, 아니면 저녁에 비행을 마치고 돌아와서 다시 대대 일반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정기공수 임무의 경우 정말 아침에 나가서 저녁에 들어오고, 부정기 공수 임무의 경우에는 반나절 정도 걸리는데, 타군 등에서 공수지원을 요청해서 나가게 되면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기다리는 경우에 많이 있기 때문에 쉽지 않죠.

좀 다른 이야기인데 C-130으로 얼마나 멀리까지 비행할 수 있는 거죠?
화물을 채우지 않은 기본 상태에서 논스톱으로 비행한다면 한국에서 호주까지 날아갈 수 있구요. 화물과 인원을 채운 상태에서는 동남아까지는 비행이 가능합니다.

 
그 이외에 다른 임무는 어떤 것을 수행하나요?
대테러 작전의 경우 피납기의 역할을 수행하기도 하구요, 전평시 탐색구조 임무도 중요한 임무중 하나입니다.

C-130은 여러가지 형태의 변형기가 있죠?
우리나라에서 운영하고 있는 기종은 기본형인데요, 외국군의 경우에는 특수임무를 위해서 개조된 형태가 많이 있죠. MC-130이 대표적인데 임무의 성격에 따라서 다양하게 변형이 가능한 우수한 항공기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영화 트렌스포머에 보면 미군을 공격하는 외계물체를 장착된 포로 공격하는 AC-130이 나오는데, 실제로 이라크자유작전에 참가했을 때 임무를 위해 전개한 것을 자주 봤습니다. 그 이외에도 전자전을 수행하는 EC-130, 공중급유기인 KC-130, 기상관측 임무를 수행하는 WC-130, 탐색구조를 수행하는 HC-130, 극지방에서 활용하기 용이하도록 바퀴에 스키가 장착되어 있는 LC-130 등이 있습니다.

혹시 우리나라 C-130을 가지고 이런 임무를 수행하고 싶다 하는 것이 있나요?
음.. 지금은 장비의 제한성 때문에 못하고 있는데, 저고도에서 지형을 인식할 수 있는 Terrain Following Radar가 장착되어 있는 MC-130이 수행하는 야간에 고속으로 초저고도 침투임무나 화물 및 인원투하를 할 수 있게 설계되어 있는데요, 우리 항공기로 병행해서 수행해 보고 싶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C-130으로도 할 수 있는 작전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더욱 노력을 해서 임무를 개발해야죠. 항공기 성능이 더욱 개량된다면 전시 생존성 측면에서 더욱 유리하게 때문에 좋겠죠.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수송기 하면 단순하게 인원이나 화물을 실어 나르는 임무만 수행한다고 생각하는데, 유사시 C-130항공기의 역할이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나요?
전쟁에서 제일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는 것은 물론 전투를 직접 수행하는 전투기가 되겠죠. 하지만 효과적으로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적재적소에 장비를 비롯한 물자를 보급하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그리고 적 후방 침투임무나 조난을 당한 조종사를 위한 탐색구조 임무도 수행하기 때문에 덜 중요하다고 이야기할 수 없죠.

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서 C-130항공기 승무원은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 소개해 주시죠.
먼저 조종을 담당하는 정조종사와 부조종사, 동승조종사인 항법사가 탑승하구요, 기상정비사인 Flight Engineer라고 공중근무 자격이 있는 정비사가 조종석에서 함께 탑승해서 연료나 전자장비 등을 총괄해서 담당합니다. 또 화물 적하역이나 공중에서의 투하 임무를 담당하는 로드 마스터가 탑승하게 됩니다. 해상탐색구조 등의 임무를 수행할 때는 무장사도 탑승합니다. CCT(Combat Control Team)의 경우에는 지상이나 공중으로 침투해서 인원 및 화물을 투하할 지역을 미리 확보하고 정확한 곳으로 유도하는 임무를 맡습니다.

임무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먼저 장시간 비행을 해야 하기 때문에 컨디션을 최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 노력을 많이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비행기가 다른 기종과 비교할 때 덩치가 크기 때문에 항공기 특성이 전혀 다릅니다. 또 굉장히 둔할 것 같은데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기도 해서 어렵죠.

이전에 조종하던 항공기와 비교한다면 어떤 점이 다른 것 같아요?
고등비행훈련 과정에서 탔던 T-59 Hawk와 비교한다면 먼저 엔진이 하나가 아니라 네 개라는 점. 그래서 추력을 조절할 때도 네 개를 조작해야 하고 탑승해 보셔서 알겠지만 그 영향으로 엔진관련 계기만 해도 눈이 어지러울 정도로 많습니다. 항법과 관련된 것이나 다른 역할을 하는 전자장비들을 조작하는데 필요한 엄청난 양의 계기들로 조종석이 가득 채워져 있다는 것이 크게 다르죠. 그래서 처음 배울 때 너무 시스템이 복잡해서 힘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조종사 이야기 바로 전 편을 보니까 F-16을 생각대로 하면 되는 비행기라고 표현했던데, C-130은 생각대로 잘 안되는 항공기입니다.(웃음) 처음 온 조종사들은 비행기에 떠밀려 다닌다고 농담을 하곤 하죠.

C-130 조종사 하면 해외파병임무를 빼놓을 수 없는데요. 저도 개인적으로 58항공수송단 요원으로 파병 경험이 있고, 탑승해서 비행한 시간만 100여 시간이 넘어서 (웃음) 애착이 많이 갑니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없나요?
특별한 에피소드는 없습니다. 이라크라는 환경이 사막에 전부 평지라서 저고도에서 지형의 영향을 덜 받고 자유자재로 기동했던 기억 정도?

가족들과 많이 떨어져 있어서 힘들지는 않았나요?
처음 파병가기 전에는 부담이 없었는데, 두 번째 나갈 때는 결혼한 다음이어서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 한다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짧게 다녀온 2007년에 로데오에 참가할 때도 한 달 정도 걸렸는데 아이가 막 백일이 지나서 헤어졌는데 다녀와서 보니 아빠를 멀리하더라구요. (웃음) 그리고 두 번째 파병 때는 아이가 돌이 막 지난 때 였는데, 돌아와서 보니 아이가 너무 커버려서 반가운 마음에 안으려고 하니까 울면서 도망가더라구요. 다시 친해지는데 오래 걸렸습니다. 어떻게 보면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야 하는데서 오는 외로움을 극복해야 하는 것이 C-130 조종사들의 숙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외로움이 숙명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니 재미있네요.
비행할 때는 그리 외롭지 않습니다. 함께 비행하는 승무원들이 있으니까요. 비행 중간에 대화도 할 수 있구요. 장거리 해외항법 훈련을 가면 2 crew가 나가니까 사람도 더욱 많아 지구요.

오래 비행하면 비행 중에 식사도 해야하잖아요?
8시간, 9시간 이상 비행해야 하는 경우에는 배고픔을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도시락을 싸가지고 갑니다. 미군들은 Flight meal이라는 이름으로 음식을 준비해 갑니다. 국내에서 비행할 때는 신경을 쓰지 않는데, 해외로 나가는 비행의 경우에는 도시락을 챙기는 것도 중요한 임무중 하나입니다. (웃음) 우리 항공기는 비행기 안에서 물을 끓여 컵라면도 먹을 수 있고, 햇반도 데워서 먹을 수 있거든요.

혹시 선호하는 기내식이 있다면.
역시 컵라면에 햇반이죠. ^^

비행훈련에 입문한 후배 조종사들에게 ‘C-130은 이런 항공기다’ 라고 이야기한다면?
C-130이라는 항공기는 매우 매력적입니다. 여러가지 임무를 수행할 수 있고, 아주 기상이 나쁜 악조건 하에서도 비행할 수 있는 장비가 갖춰진 항공기이고, 전투기와는 다르게 승무원이라는 개념이 있기 때문에 이 사람들과 얼마만큼 조화를 이루느냐가 비행임무의 성공을 좌우하는 요소가 되기 때문에 본인이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항공기라고 이야기 해주고 싶습니다.

항공기 내부에서 뿐만 아니라 탐색구조와 같은 임무에서도 팀을 이루어 작전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리더십이 매우 중요할 듯합니다.
전체적인 상황을 전파하고 구조하러 들어오는 헬기와 배들을 통제하고는 역할도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다양한 임무 경험은 물론 다른 항공기와 함께 원활히 임무를 수행하는 능력을 기르는데 노력해야 합니다.

항공기 자체를 보호하는 장비가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원래는 보호장비가 전무했는데, 파병임무를 준비하면서 개조하기 시작했습니다. RWR(Radar Warning Rada, MAWS(Missle Approach Warning System), 적외선 유도 미사일을 회피할 수 있는 플래어, 레이더 유도미사일을 회피할 수 있는 채프, 그리고 지상에서 발사하는 대공포나 소총으로부터 승무원을 보호하는 방탄장비를 갖춰져 있고, 최근에는 NVG를 착용한 상태에서 원활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조종석 내의 조명시스템을 개조하는 작업도 하고 있습니다. 민항기와 같이 근접하는 항공기에 대한 경보를 제공하는 공중충돌 방지 장치도 있죠.

실제 임무에서 RWR이나 MAWS가 작동한 경험이 있나요.
이라크에서 임무할 때였는데요, 막 이륙을 하고 채 고도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경고가 들어오면서 채프와 플래어가 나갔습니다. 나중에 분석 결과 지상에서 잘못된 신호를 받아 들여 작동한 것이었는데 당시에는 정말 아찔했죠.

또 다른 아찔했던 경험은 없나요?
파병 때는 아닌데 해외비행을 위해서 태평양 한 가운데에서 엔진 하나가 꺼졌던 경험이 있었습니다. 순간 남은 엔진과 연료를 가지고 무사히 착륙할 수 있을까하고 의심했었는데, 역시 믿음직한 항공기답게 아무 문제없이 착륙을 했습니다.

 
예전에 함께 근무하던 시절 기억을 더듬어 보면 C-130 항공기 조종사들은 비행하러 나갈 때면 커다란 가죽가방을 들고 나갔다. 그 안에 무엇이 들어 있을까 궁금했는데 이번 기회에 제대로 살펴보자.
주의 : 개인에 따라 과자나 음료수, 사탕 등 개인용품을 포함하고 있을 수 있으니 모두 같으리라는 생각은 접어두자.
 
 
자!! 본격적으로 항공기를 둘러보자. 먼저 항공기의 문을 열고 조종석으로 올라가 볼까?
 
 
1. 항공기 좌측면에 검은색 사각형이 출입구다. 항공기에는 이외에도 도어가 몇 개 더 있지만 통상 조종사들은 이곳을 통해 좌석에 오른다. 한 손으로 도어 부분을 받치고 좌측에 있는 손잡이를 반시계 방향으로 돌리면 문의 상부가 덜컥하고 아래로 열린다.
2. 도어를 받치고 있던 오른손을 천천히 아래로 내린다. 이때 툭 놓아 버리면 연결부위에 무리를 줄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왜? 항공기는 소중하니까! -_-;;
3. 열린 도어의 상부를 잡고 천천히 아래로 끝까지 내리면 밟고 올라갈 수 있는 계단이 나온다. 끝까지 내려도 바닥까지 닿지는 않는다. 정비사들은 통상 준비해 둔 받침대를 도어와 바닥 사이에 끼워둔다.
 
내친김에 조종석까지 올라가 보자. 일반인들에게는 쉽게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승객들도 보통 후면의 탑승 공간에만 머물게 되며, 조종석은 비행중 칸막이로 막아두기도 한다.
 
 
조종석은 생각보다 넓다. 최소 4명이 근무하는 공간이라 4개의 고정식 좌석과 침대(?)가 두 개 있다.
항공기의 크기만큼 높이도 상당한데 동체의 상부로 올라가는 문이 조종석 내에 있다. 정비시 보조를 위해 올라가기도 하는데, 보통 비상시 상부로 탈출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 사용하도록 마련되었다.
 
 
항공기 좌석 주변과 후면 화물공간도 상당히 흥미로운 것들이 많이 있다. 장거리를 장시간 인원을 수송해야 하는 임무 때문에 ‘어! 그런 것들까지 있어?’라고 놀랄 만큼 승무원과 탑승객들을 위한 장비들이 숨겨져 있다.
 
 
 
 
 
 
항공기가 큰 만큼 소개할 거리가 너무나도 많다. 항공기 외장에 대한 설명과 비행임무에 대한 소개는 다음 화에서 다루기로 하겠다.
 
 

 
공감 식구들에게 직접 훈련비행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보여주기 위해서 사전에 비행대대의 양해를 구하고 취재진이 훈련비행에 동행해서 취재를 했다. 뭐 개인적으로는 민간항공기 탑승을 제외한 공군 훈련 비행시간이 400시간이 넘고, C-130의 해외비행까지 동승했기 때문에 이번 훈련비행을 만만하게 봤었는데, 실제는 예상과 전혀 달랐다. 인원이나 화물을 전혀 싣지 않은 훈련비행이었지만 총 2시간 30분 동안 7명의 조종사, 동승근무자들이 돌아가며 가상임무를 수행하고 다양한 절차를 수행하는 능력을 평가하는 강한 훈련이었다.
<한 병사가 괴로워 하고 있다. 더 심한 장면도 있지만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이 정도만 올린다.>
지난 해 함께 해외비행 임무에 동승하면서 수송기 안에서 먹고 자면서 몇 시간씩 비행했기에 나름 장시간 비행에 적응했다고 자부하던 최모 병장은 비행에서 오는 진동과 스트레스로 인해 중반 이후에는 거의 실신해 있었다. 사실 나도 멀미를 견디지 못하고 조종석으로 올라가서 조종사들의 교신을 들으면서 간신히 버텼다. 정말 아쉬운 것은 그 생생한 고통을 사진과 글로 밖에 전달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장시간 훈련비행 중 단 한 순간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임무를 수행해 내는 조종사를 비롯한 동승근무자들의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
 
비행을 나가기 전 비행대대에서 편조간 이루어지는 사전 브리핑이 시작되었다. 브리핑실로 들어가면서 먼저 그 규모에 놀랐다. 마치 전투대대 대량편대군 임무 브리핑과 유사한 수준의 인원이 모여 브리핑을 하는 것이 아닌가? 자세히 설명을 들으니 이번 훈련비행은 단순한 임무가 아니라 비행대대장이 직접 교관급 조종사의 교수법 및 기량을 점검하고, 교관 조종사는 두 명의 부조종사의 계기접근 및 이착륙 기량을 향상시키기 위해 훈련시키고, 동시에 동승근무자의 전술평가를 겸한 훈련비행으로 기상정비사 등 부사관 동승근무자들을 제외하고 장교만 7명이 탑승하는 복합임무이다. 아~ 이때 힘들 것이라는 것을 예상하고 발을 뺐어야 하는데 실패했다.
 
복잡하고 긴 임무이지만 단 한 순간도 숨을 돌릴 틈이 없는 비행. 비행 브리핑도 긴장감이 흐른다. 전체 비행임무를 총괄하는 비행대대장의 질문은 날카롭게 조종사들의 빈틈을 찾아 파고든다. 지상점검에서 착륙까지 모든 단계에서 주의할 사항과 임무 성공을 위해 착안해야할 포인트에 대한 점검으로 브리핑까지 긴박하다.
 
<기나긴 브리핑이 끝났다. 잠시 숨을 돌리고 기상을 다시 체크하고 비행을 준비할 여유가 주어진다.>
 
항공기 내외부 점검이 끝나고 비행전 다시 간략한 임무편조 전체가 브리핑 시간을 갖는다. 이때는 기상정비사 등 동승근무자 전원을 포함해 임무절차와 안전 강조사항 등을 체크한다. 이제부터 하나의 팀으로 비행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냉철한 판단과 팀워크, 팀 전체를 유기적으로 이끌어 나갈 리더십이 필요하다. 각자가 맡은바 역할이 세밀하게 구분되어 있기 때문에 한 사람의 실수가 팀의 조화를 깨뜨릴 수 있기 때문에 다들 긴장한 모습이다.
 
<비행전 점검은 check list에 따라 꼼꼼히!!>
 
<비행전 항공기 점검결과 및 이상유무를 이력부를 통해 확인하고 서명한다.>
 
조종사들과 마찬가지로 정비사들도 비행을 위해 오랜 시간의 항공기 점검을 마친 상태로, 이제 비행만을 기다리고 있다. <항공기 점검시 필수품 ①손전등, 그리고 ②Check List>
 
이제 시동을 건다. 정조종사가 정비사와 교신하며 정해진 절차에 따라 네 개의 엔진을 구동한다. 함께 동승한 조종사들도 그냥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정조종사의 절차를 빠지지 않고 모니터링 한다.
 
C-130은 외부의 전원공급장치 없이 내부의 보조동력으로 시동이 가능하다.
 
비행 중에도 모든 절차는 다른 승무원들에 의해 확인 또 확인된다. 저고도 침투훈련의 경우에는 모든 승무원의 눈과 귀가 경로상 지형지물 하나하나, 항법장비 수치 하나하나에 집중된다.
 
스로틀을 조작하는 것 하나에도 부주의한 조작이 발생하지 않도록 보완하는 절차가 있다.
 
저고도 전술임무의 경우 항법사의 손놀림이 그 어느 때보다도 빨라진다.
 
계기접근은 악기상에 대비해 모든 조종사가 능숙하게, 그리고 완벽하게 수행해야할 반드시 필요한 절차.
 
 
기나긴 비행으로 많이 지쳤을 것 같지만 얼굴에서 전혀 피곤함을 찾아 볼 수 없다. 역시 조종사는 아무나 하는 직업은 아닌 듯하다.
 
비행을 마친 다음에도 그냥 지나가는 법이 없다. 비행준비에서 착륙까지 실수한 부분이나 더 발전시켜야 하는 부분을 찾아내 보완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바로 디브리핑!
 
평소 이야기를 나눌 때 털털하던 모습은 비행을 위한 브리핑을 시작하면서 싹 바뀌었다. 오랜 비행경험과 풍부한 지식을 바탕으로 후배 조종사들을 독려하고 하나라도 더 가르치려는 모습에 리더의 풍모가 가득 담겨져 있다. 수많은 작전과 훈련 소요를 모두 소화하기에 항공기 등의 여건이 여의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전력 극대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오늘은 어떤 훈련을 하셨습니까?
오늘 훈련은 적의 대공 방어망을 회피하면서 저고도로 침투하여 파라드롭하는 인원을 태우고 목표지역까지 공수하는 훈련이었습니다. CEP(Combat Entry Point)부터 적지역이라고 가정하고 산의 능선을 따라 저고도로 비행하는 등고선 비행을 했습니다.

급강하 이착륙하는 훈련도 하던데요?
전방의 산으로 둘러싸인 임시 활주로에 내리는 것을 가정한 훈련도 했습니다. 우리 C-130 항공기는 3,000ft 정도로 짧은 활주로에도 이착륙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산악지형으로 가정하고 훈련을 하는데 정상적인 이착륙 강하각으로는 착륙할 수 없기 때문에 강하각도 매우 깊어야 합니다. 또 함께 올라간 부조종사들은 계기접근 및 이착륙훈련을 했는데, 악기상 상황하에서 계기에 의존해서 접근하는 절차를 숙달하는 것도 이번 훈련비행의 목적이었습니다.

 

 
오늘 세 명의 조종사를 한꺼번에 훈련시키셨는데, 훈련 결과는 만족하셨는지요?
먼저 교관조종사는 기대했던 것과 다르지 않게 매우 훌륭했습니다. 교수법도 좋았고, 본인의 비행도 좋았습니다. 부조종사들은 훈련 시간이 부족해서 개인별로 30분 정도밖에 훈련을 하지 못해서 조금 아쉬웠습니다.

평소에 조종사들을 훈련시킬 때 중점을 두시는 것, 예를 들자면 지휘철학이 있으시다면?
저는 "평시에 흘린 땀이 전시의 피를 줄인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평시에 강하게 훈련하면 할수록 전시의 생존율이 높아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전시에 임무를 맡았을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지 검토하는 것부터 임하는 정신자세까지 모든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전시의 위협을 어떻게 회피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가를 교관들과 함께 끊임없이 고민하면서 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작성 : 공군본부 문화홍보과 소령 라동섭
 
 
혹자는 첨단 과학기술이 인간을 편리하게 만들지 못했다고 혹평한다. 그 이유로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시간을 들여서 노동을 하고 있지만 인간이 그만큼 더 행복해 졌는지를 생각해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든다. 하지만 첨단, 그것도 최첨단의 과학기술이 집약된 결정체인 항공기의 경우 그러한 관점에서 볼 때 예외에 속한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항공기를 조종하는 것이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쉬워졌다고 이야기하기는 어렵지만, 조종사가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은 과거에 비해 몇 배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조종사를 양성하는 비행훈련과정에도 그러한 영향이 적지 않게 작용한다. 훈련기에 탑재된 장비들의 수준과 기동 성능이 향상되면서 훈련을 마친 후 대대에 배속되어 운용하게 될 항공기와의 연계성이 높아져 결국 비행훈련 성과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번 주 조종사 이야기에서 소개할 KT-1은 우리나라 최초의 국산 훈련기로 탁월한 기동성과 낮은 연료소모율, 그리고 조종 안전성 등으로 세계의 동급 훈련기들 중 최고 수준으로 손꼽힌다. 기존의 다른 훈련기와는 차별화된 배면스핀, 수직 상승, 초저속 비행, 저고도 비행 성능은 각종 에어쇼에서 찬사를 받아 왔다. 훈련기 뿐만 아니라 근접항공지원용 공격기 버전도 생산되어 대한민국 공군에서 운용하고 있으며, 훈련기로 인도네시아와 터키에 수출된 자랑스러운 국산 훈련기 KT-1을 만나보자.
 
 
 
비행을 배우기 위해서는 사전에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 항공기 제원에서부터 각종 계통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공부하는 것은 기본이다. 옛날 조종사들은 비행할 때 수행해야할 각종 절차를 실제 탑승한 것으로 생각하고 머리 속으로 암기하는 것을 가장 좋은 방법으로 생각했다. 물론 지금도 비행훈련 과정에 있는 학생들도 동일한 방법을 사용하지만(일명 “머리비행”이라고 한다.) 그 보다 더 현실과 유사한 환경에서 실제 비행을 준비할 수 있는 지상훈련 장비들이 준비되어 있다. 네트웍으로 연결되어 있는 모든 PC에서 활용할 수 있어 수량에는 제한이 없다.
 
-CBT (Computer Based Training)

컴퓨터가 발달하면서 개인들이 상시 활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달한 가장 대표적인 교육체계이다. 지금은 일반화되어 비행훈련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교육과정에서 사용하고 있다.
 
 
다음 주에 소개할 비행훈련 입과자 인터뷰 장면 중 하나이다. 좌측 하단의 파란색 원안을 보면 훈련과목과 관련된 모든 내용을 컴퓨터를 통해서 미리 확인할 수 있도록 교육체계가 갖춰져 있다.
 
 
-CPT(Cockpit Procedure Trainer)

장비 우측에는 작동을 모니터하고 상황을 부여할 수 있는 좌석이 마련되어 있다.
CPT는 조종석에서 조종사가 수행할 절차를 훈련하는 장비로서 계기비행과 정상 및 비상절차를 반복 훈련하는데 적합한 장비이다. 시뮬레이터와 같이 전방에 화면이 시현되는 것은 아니지만 조종사가 조작하는 대로 계기가 반응하기 때문에 실제와 동일한 조종석 환경을 체험할 수 있다. 실제 비행을 시작하기 전에 KT-1에 친숙해지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제3훈련비행단 내에는 총 4대가 갖춰져 있다.

실제 KT-1의 Cockpit과 동일하게 작동하는 계기를 갖추고 있다.
장비 우측에는 작동을 모니터하고 상황을 부여할 수 있는 좌석이 마련되어 있다.
 
-FFS(Full Flight Simulator)

비행 시뮬레이터는 비행중 발생할 수 있는 비정상자세를 극복하는 훈련을 포함해 거의 모든 비행상황을 체험할 수 있다. 조종사가 조작하는 대로 계기는 물론 외부에 보이는 환경까지 실제와 유사하게 반응하여 화면으로 시현해 주기 때문에 실제 비행과 비교할 때 50% 수준의 비행효과를 거둘 수 있다. 총 2대의 시뮬레이터가 갖춰져 있다.
 
조종사의 시야에 보이는 거의 모든 것을 실제와 유사하게 구현해 놓았다. 사진은 비행중이라서 잘 보이지 않는데 지상에 정지해 있는 장면에서는 화면에 프로펠러와 양쪽 윙팁도 보인다.
장비를 작동하고 상황을 부여하는 교관석은 바깥에 독립적으로 갖춰져 있다.
 
KT-1을 보러 가보자. 먼저 비행대대를 방문해서 안내를 받아야 하기에 236비행교육대대를 찾았다. 대대를 찾으면서 감회가 새로웠다. 약 15년 전에 이곳을 거쳐갔던 사람으로서 어린 시절 떠났던 고향을 다시 찾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과거 216대대가 사용하던 건물로 이전해 왔다. 현재 건물 뒤편에 신축예정이다.
숫자 3과 6을 형상화한 대대 마크.
 
 
이곳 교관으로 온지 얼마나 되었죠?
2007년 11월에 왔으니까 1년 6개월 정도 되었습니다. 제가 공사 48기인데 다른 동기생 교관들에 비해서 늦게 온 편입니다. 제 기수에서 편대장이면 기본과정 교관으로는 오지 않고, 보통 CRT나 29전대 교관으로 가거나 F-15K로 기종전환을 선택해야 하는데, 제가 사천 교관으로 가겠다고 강력하게 요청해서 여기로 올 수 있었습니다. 제가 동기생들 중에서 가장 늦어 농담으로 "문 닫고 들어왔다"고 하죠.

혹시 여기로 오고 싶어 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예전에 제가 지금 교관으로 있는 236대대에서 비행훈련을 받았습니다. 그 때 배운 것들이 전투대대에서나 비행할 때 많이 생각이 나서 '아! 여기서 제대로 하면 이후에 고등훈련이나 CRT 가서나 전투대대에 가서도 올바르게 할 수 있겠구나'라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꼭 다시 이곳으로 와서 교관이 되고 싶었습니다.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는 말이군요?
예, 그렇습니다. 또 우연치 않게 제가 교육을 받던 대대에 오게 되어서 정말 기분이 좋았습니다.

대대 분위기가 다른 곳과 조금 다른가요?
각 대대마다 특색이 있는데, 여기는 비행생활은 엄격하게, 그리고 사적으로는 편안하게 학생들을 대합니다. 전통이라는 것이 무시하지 못할 요소죠.

1년 반 동안 교관생활하면서 비행시간은 얼마나 되나요?
한 450시간 정도 됩니다. 1년에 300시간이 넘죠. 소티로 따지면 한 달에 서른 쏘티가 넘게 비행을 합니다. 전투대대에서 보다 많이 비행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교관들 생활이 쉽지만은 않겠어요.
시간으로 따지면 이렇습니다. 비행을 하기 한 시간 반전에 브리핑 들어가서 브리핑을 하고, 비행 한 시간 반. 비행 끝나고 나서 디브리핑이 한 시간. 그렇게 한 소티에 네 시간이 소요됩니다. 두 소티를 하면 여덟 시간. 점심 먹는 시간 포함하면 하루 아홉 시간. 정상적인 시간에 출근해서 저녁에 퇴근할 때까지 조금의 여유도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것만 하면 아홉 시간인데 대대생활이 그럴 수 없잖아요? 다른 일도 해야 하고. 어쩐지 처음 대대에 와서 주위의 선배들을 보니까 다들 보약을 먹고 있더라구요. 속으로 "이 사람들이 왜 이러나?"하고 의아해 했는데. 첫 달을 생활하면서 집에 돌아가서 피곤해 뻗고 나니 '나도 안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저도 두어 번 보약을 먹었습니다. 힘이 부족해서인지 운동을 해도 체력이 점점 떨어지더라구요.

더구나 그냥 비행하는 것이 아니라 아무 것도 모르는 학생들에게 비행을 가르쳐야 하니 어렵겠어요.
예. 초단독 비행을 나가기 전까지는 이 학생이 무슨 조작을 할지 모르니까 정말 바짝 긴장해서 가르치거든요. 그럼 입이 바싹 타들어 갑니다. 그래서 정말 미안한게 한 소티를 비행하면서 너무 많이 힘을 빼고 나면 두 번째 비행할 때는 두 마디 이야기 하고 싶어도 한 마디로 줄이곤 했습니다. 그래서 한 일년 지나니까 학생들의 성향에 따라 적절히 조절해 가면서 가르칩니다. 긴장을 주어야 잘하는 친구가 있고, 조용조용하게 이야기하면서 시범을 보여주면 잘 따라오는 친구가 있거든요. 처음에는 열정으로 가득차서 무조건 많이 이야기해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서 보니까 학생들의 성향도 잘 알게 되고, 거기에 맞춰서 가르치게 되니까 체력적으로도 많이 여유로워 졌습니다.

어떤 학생이 기억에 남나요?
제 학생 중 한 사람이었는데, 처음에는 아무리 가르쳐도 상황파악도 못하고 너무 못하더라구요. 그래서 마음은 아프지만 그대로 두면 고생할 학생의 미래를 위해서 내보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초단독비행 나가기 두세 개 전부터 감을 잡더니만 그 이후로 계속 발전해서 나중에 수료할 때에는 모든 교관들이 발전 가능성이 있으니 전투조종사로 보내도 좋겠다고 동의해서 지금은 T-50으로 비행훈련을 받고 있습니다.

400여 시간 동안 KT-1을 타보니 느낌이 어떻던가요?
제가 F-5를 타다가 여기 교관으로 와서 처음 비행을 해 보니까 Final Speed(착륙을 하기 위해서 활주로에 정대해서 내려갈 때의 속도)가 거의 1/3 밖에 안되더라구요. 너무 느리니까 활주로에 정대해 놓고도 한참을 내려가니까 '항공기가 정말 느리구나'고만 생각했습니다. 또 느리니 바람의 영향도 많이 받아서 마치 '종이 비행기'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러면서도 하고자 하는 기동을 모두 다 해내고, 안정성이 높아서 학생들을 가르치기에 좋았습니다. 연료효율도 좋아서 걱정하지 않고 비행할 수 있어서 비행훈련에 최적입니다.

 
 
단점도 찾아 보면 있을 것 같은데.....
흠.. 단점이라. (한참을 생각하더니) 제가 예전에 여기에서 비행할 때 타던 비행기는 Side by Side 형태였는데, 지금 타는 KT-1은 학생과 교관이 앞뒤로 타고 있어서 학생들이 지금 뭘 보고 있는지, 어디에 집중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교관이 자세계를 보라고 했는데, 학생이 자세계가 아니라 옆에 있는 다른 계기에 정신이 팔려 있어도 알기가 어렵다는 거죠. 옆에 앉아 있으면 학생의 동작 하나하나를 모니터 할 수 있거든요.
 
아. 대대에 교관들이 많은데, 교관들도 일정한 등급이 있죠?
기종전환을 마치면 B등급을 받구요. 교관으로 비행을 100시간 이상 하고 나면 A 등급으로 승급할 자격이 주어집니다. 그 이후에는 항공기가 정비를 받고 나오면 이상유무를 check할 수 있는 시험비행 자격, 그리고 비행단 내에서 한두 명 지정해 두는 시범비행 조종사가 있습니다. 저는 지금 A 등급이구요. 이번 달 중순 쯤에 시험비행 자격을 획득할 예정이고, 시범 비행은 현재 다른 대대에서 그 역할을 맡고 있는 조종사가 다른 곳으로 전속가게 되면 저에게도 기회가 주어지겠죠.

KT-1으로 시범비행 할 수 있는 과목이 많이 있나요?
항공기가 느려도 아기자기하게 보여줄 것이 굉장히 많습니다. 바로 앞 기지 상공에서 거의 모든 기동을 보여줄 수 있죠. 500ft 이하를 날다가 루프를 하는 등 전투기가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기동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특히 롤 특성이 굉장히 좋고, 선회반경이 전투기의 1/4도 안되기 때문에 항상 관객들의 시야 앞에서 움직입니다.

교관 연성을 받으면 앞뒤 좌석 모두 탈 텐데 차이가 많이 나나요?
전환 초기에는 앞에서 비행합니다. 10소티 정도 타고 나면 뒷좌석으로 옮겨서 어떻게 교습하는지를 배우게 됩니다. 앞좌석은 엔진이랑 가까워서 상대적으로 더 시끄럽습니다. 하지만 예전 구형 전투기들에 비해서 시야가 굉장히 좋습니다. 후방석으로 오면 조용해 지기는 하는데, 반면에 시야가 제한되지요. 전반적인 비행상황을 파악하는데는 전혀 문제가 없는데, 착륙할 때는 앞좌석이나 헬멧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아서 주변 목측을 보고 착륙을 해야합니다. 하지만 그것도 금방 적응되지요.

아주 잘 만들어진 항공기라고 들었는데 가격은 어느 정도 하나요?
60억 입니다. 제가 여기 오기 전에 타던 전투기보다 더 비싸죠. (웃음) 훈련기지만 전자계통이 더 좋고, 또 사출 계통이 매우 뛰어납니다. 아마 국내 항공기 중에서 최고 수준일 겁니다.

여기에서 훈련을 마치고 나면 어떤 기종들을 나게 되나요?
T-50, T-38, 그리고 T-59 등을 타게 됩니다. 각 기종마다 차이가 조금씩 있는데, 수료한 학생들을 분류해서 보낼 때도 일정한 기준을 적용합니다. 일반적으로 첨단 항공기일수록 전자계통이 복잡한 대신에 항공기를 조작하기는 쉽습니다. 그래서 학술적인 면은 뛰어나지만 발전 속도가 조금 늦거나 초반 감각이 약간 부족한 학생들을 T-50으로 보내려고 합니다. 반면에 비행 감각이나 공간지각 능력이 매우 좋은 친구들은 상대적으로 조작하기 어려운 오래된 기종으로 보냅니다. 비행 기량은 조금만 시간이 지나서 경험이 쌓이면 비슷해지거든요.

 
비행대대를 다 둘러보았으니 주기장으로 나가보자.
 
 
Mini Quiz
오늘의 퀴즈는 좀 쉽다. 항공기 좌석을 보면 마치 자동차 문에 달려있는 것과 유사한 모양의 레버가 달려있다. 이것은 어떤 역할을 하는 레버일까?

정답은
rads@af.mil(인트라넷)이나 airfeel@airforce.mil.kr(인터넷)

으로 보내면 된다. 정답자 3명에게 "Day's" 다이어리를 상품으로 보낸다.
※긴급공지 : 지난 번 정답자 중 아직 주소를 보내지 않은 이가 있어 그 사람을 제외하고 상품을 발송한다. 기다리다 지쳤다.
 
“조종사”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가 몇 가지 있다. 제일 먼저 하늘을 나는 “비행기”, 조종사들이 목에 매는 “빨간마후라”, 전투기 조종사들이 비행할 때 착용한다는 “G-suit”, 그리고 산소 마스크와 커다란 바이저(Visor)가 달려 있는 “헬멧” 등을 쉽게 연상할 수 있다. 하지만 가장 대표적인 상징물은 뭐니뭐니해도 공중근무자들만이 입을 수 있는 “비행복(Flight Suit)”(보통 조종복이라고도 부르는데, 조종사 이외의 공중근무자들도 사용을 하기 때문에 비행복이라고 부르는 것이 맞다.)이 아닐까? 앞에 열거한 다른 모든 것을 갖추어도 비행복이 빠지면 조종사처럼 보이지 않는다. 예를 들어 헬멧을 쓰고, G-suit를 입고, 빨간마후라를 목에 차고 비행기 앞에 섰는데 비행복을 입고 있지 않은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 보자. 그 사람은 그냥 기념 촬영하는 사람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비행기부터 헬멧까지 하나도 갖추고 있지 않더라도 “비행복” 하나만 입고 있으면 조종사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조종사를 상징하는 가장 대표적인 상징물은 “비행복”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각종 사진이나 영화를 통해 조종사들이 입은 모습을 자주 볼 수 있고, 최근에는 Space Challenge와 같은 행사에 단골로 등장하는 이벤트가 “비행복입고 사진찍기”이기 때문에 조금만 관심이 있다면 직접 입어볼 수도 있다. 하지만 정작 비행복에 대한 정보는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그래서 준비했다. “비행복의 모든 것”
 
이것이 비행복
잘 알려진 것처럼 공군에서 사용하는 비행복은 상하의 구분이 없는 일체형 원피스이며, 옷 중앙에 긴 지퍼를 사용해서 입고 벗는다. 총 7개의 주머니가 달려 있으며, 각각의 주머니는 고유의 목적이 있다. 비행복 한 벌의 가격은 약 20만 원(美화로 환산하면 약150달러)정도 된다.
 
 
비행복은 방염?방탄복?
비행복을 만드는데 사용되는 소재는 아라미드 섬유, 더 정확히 말하면 비행복은 meta형 aramid이다. (겨울철에 입는 비행잠바는 겉은 meta형, 안감은 meta와 para의 이중직이다.) 아라미드 섬유는 Kevlar(para형 aramid)와 Nomex(meta형 aramid)라는 상표로 널리 알려져 있다. 아라미드 섬유는 내열성이 뛰어나고, 고강력, 고탄성을 가지고 있어서 굵기가 5mm정도만 되어도 2톤이 넘는 물체를 달아도 끊어지지 않으며, 불에 타거나 녹지 않아서 방탄조끼, 헬멧, 방화복, 골프채, 고성능 타이어는 물론 항공기와 우주왕복선 동체제작에도 사용된다. 이해하기 쉽게 비교하면 아라미드 섬유는 같은 무게의 강철보다 5배나 높은 강도를 가지고 있지만 일반적인 섬유 소재인 면보다 가볍다. 특히 meta-aramid 섬유는 불의의 상황에서 발생 가능한 화염과 방사능에 강하다.
 
모두 아라미드 섬유의 특성을 활용해 만든 제품들이다. 방탄복에서 EOD복까지 다양하다.
 
 
그러나 왼쪽의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비행복은 방탄복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소재는 방탄복이나 방화?방염복과 동일하다고는 하나 제품요구기준이 상이하기 때문에 방탄 성능을 지녔다고 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다. 최근 폴로셔츠 형태의 특수한 디자인의 방탄복이 판매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방탄복으로 분류하기 위해서는 10겹 정도의 아라미드 섬유를 서로 움직이지 않도록 누비거나 접착하여, 10mm 내외의 두께를 유지해야 하며, 실탄에 대해 관통되지 않고 일정 수준 이상 변형되지 않아야 인체를 보호할 수 있다.

방염복이나 방화복으로 보기에도 조금 부족하다. 위의 사진의 일반적인 형태의 방화복은 알루미늄으로 코팅된 아라미드 섬유를 사용하여 불꽃과 화염으로부터 신체를 충분히 보호할 수 있도록 제작되어 있는데, 비행복은 상대적으로 신체가 노출되는 부분이 많다. 그러나 비행복의 모든 부분은 아라미드 섬유를 사용하였거나 방염처리가 되어있어 유사시 조종사를 보호한다. 예를 들어 제단에 사용된 실, 밸크로 테이프, 그리고 지퍼 등이 그렇다.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여도 불에 타지 않는 것이 진짜 아라미드 섬유로 만든 비행복이다.
 
 
위의 사진처럼 비행복에는 봉제선, 지퍼, 그리고 밸크로 테이프가 외부로 노출되어 있어서 이를 아라미드로 제작하거나 방염처리하지 않으면 유사시 조종사를 보호할 수 없다.
 
조종사는 단벌신사?
언뜻 조종사들은 사시사철 똑같은 비행복만 입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위?아래가 하나로 붙어 있고, 가운데 커다란 지퍼가 달려있어서 입고 벗는 것도 힘겨워 보인다. 한 번이라도 비행복을 입어본 사람이라면, 특히 살집이 제법 붙어 있었다면 조종사처럼 멋진 모습으로 사진 한 장 남겨보겠다고 도전했다가 진땀을 흘려본 기억이 생생할 것이다. 세상의 모든 조종사들이 똑같은 모양의 비행복을 사 계절 입는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형형색색의 비행복은 물론 더운 여름철을 위해 상하가 분리되어 있는 비행복도 존재한다.
 
 
지난 레드 플래그 참가국 조종사 소개 기사에서도 다루었는데, 나라마다 또는 군마다 비행복의 디자인과 색깔이 상이하다. 통상 해군의 경우 눈에 잘 띄는 오렌지색을 사용하며, 공군의 경우 Blue계열이나 Green계열의 색을 선호한다.
 
물론 많은 예외가 존재한다. 그 한 예로 미공군의 사막용 비행복이다. 이라크자유전쟁에 참전하는 공중근무자들은 사진과 같은 색의 비행복을 입는다.
 
 
  초기 미육군의 오랜지색 비행복이다.
 
우리나라 조종사들은 어떻게 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을 보낼까? 추위는 비행복과 동일한 재질의 아라미드 섬유로 만든 비행잠바나 멋스러운 가죽재질의 비행잠바를 입고 이겨낸다.
 
최근에 새롭게 디자인하여 보급이 시작된 신형 비행가죽잠바. 세계적으로 유명한 디자이너 진태옥씨가 직접 디자인해 지난해 말 비행훈련을 마친 조종사들에게 지급했다.
조종사들이 비행을 할 때 즐겨 착용하는 비행잠바. 겉감은 아라미드 필라멘트 섬유를 사용했고, 안감은 파라형과 메타형 아라미드 이중직으로 만들었다.
 
 
 
최근에 제작을 완료하여 보급하고 있는 하계 비행복의 주요 개선사항이다. 통풍구를 만들고 움직임이 많은 곳을 여유를 주어 패턴을 조절해 활동성을 높였다.
 
 
그럼 여름은 어떻게 날까? 여름이면 몰래 상의를 벗고 비행하는 것은 아닐까? 아니다! 겉보기에는 동일할지 모르지만 비행복도 여름용이 따로 있다. 비행복의 필수 기능인 조종사 신체 보호를 위해서 상하 일체형의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지만 더운 여름철 비행복 내부의 열을 밖으로 배출하기 위해서 신체 발열부위, 예를 들면 등, 겨드랑이, 무릎 부위에는 망사로 통풍구를 만들어 두었다. 하지만 하계용 비행복도 외관은 일반 비행복과 동일하다. 그 이유는 망사 처리된 부분이 감춰져 있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참고로 비행화도 여름용이 제작되어 보급되고 있다.)
 
이뿐이 아니다.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블랙이글스 팀원들이 입고 있는 검은 색의 행사복을 기억할 것이다. 통상 조종예복이라고 불리는데, 지금까지는 블랙이글스나 전용기를 조종하는 조종사처럼 특수한 경우에 검은 색의 조종예복을 착용한다.
 
 
하지만 현재 모든 조종사들에게 보급할 조종예복이 완성되어 일부 비행단에서 시범적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올 하반기쯤이면 멋스러운 조종예복을 입은 조종사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새로 만들어진 조종예복은 대한민국 패션대상을 수행했던 국민대학교 진성모 교수가 직접 디자인했다. 아직 시범적용단계라 이번 기사에서는 안타깝게도 소개하지 못하는 점을 이해하기 바란다.



악세서리
조종사가 비행복과 함께 착용하는 악세서리도 다양하다. 모두 공중근무자를 위해서 특별히 제작한 것들로 비행화, 비행장갑, 빨간마후라, 선글라스 등이 있다. 이중 선글라스는 비행 중 사용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필수 악세서리로 볼 수 있느냐고 이야기할 수 있지만, 그건 모르는 소리다. 우리나라와 미공군의 조종사를 위한 교육자료를 살펴보면 일상 생활하면서도 태양광이 내려쬐는 야외에서 활동하는 경우 시각 세포의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반드시 선글라스를 착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비행화
최근까지 기능성을 살리기 위해서 모양과 재질이 지속적으로 바뀌어 왔다. 전체적으로 부츠형태이지만 아래는 일반 구두를 닮았고, 발목 부위에 독특한 모양의 지퍼가 달린 구두와 전투화 중간 개념의 신발이다.
비행장갑
조종사가 비행을 위해 조종간 등 단단한 장비를 조작하는 부분은 양 또는 염소의 가죽으로, 그리고 그 이외의 부분은 비행복과 동일한 재질인 아라미드 방적사를 사용한 독특한 형태의 장갑이다.
 
 
  빨간마후라
고등비행과정을 수료하고 정식 조종사가 되면 빨간색의 천으로 만든 머플러를 받는다. 대표적인 조종사 상징물인데 “빨간마후라”라는 고유명사로 부른다. 2008년 앙드레 김이 디자인해서 모든 조종사들이 사용한다. 각 기종별, 대대별로 자체 제작한 머플러를 사용하기도 한다.
 
 
이번 기사에서 새롭게 디자인한 비행예복과 신형비행복을 자세하게 소개하지 못해 많이 아쉽다. 그리고 각종 엑세서리도 더 자세히 다룰 부분이 많이 남아 있다. 나머지는 다음 기회를 기약하며, 지난 번 조종사 이야기 Mini Quiz 정답을 발표한다. 유사한 답변이 많이 들어 왔는데 정답은 “Canopy Lock Release Lever”로 열려 있는 상태에서 고정되어 있는 캐노피를 닫을 때 사용한다. 정답자는 이메일을 통해 개별 통보한다.
 
 
세상에는 참 많은 직업이 있다. 인류의 기원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사냥꾼”, “농부”에서부터 뭘 하는 사람인지 이름만으로는 전혀 알 수 없는 “야금 및 실패분석 소송 컨설턴트”, “수확 후 원예사”까지. 늙어 죽을 때까지 백수나 프리터(Freeter)로 살아야지 하고 결심한 사람이 아니면 그 중에서 한두 가지는 반드시 골라잡아야 어디 가서 밥 좀 얻어먹을 만 하다는 소리를 듣는 것이 인생이다. 그런데 그 중에서 유독 눈에 뭐가 씌웠는지 “조종사”라는 직업에 필이(?) 꽂혀 어린 시절부터 나름 똑똑하다 건장하다 소릴 듣던 새파란 젊은이들이 피끓는 청춘 전부를 눈이 시리도록 파란 하늘에 내던지고 있다. 그런데 이 “조종사”라는 직업, 특히 “전투조종사”라는 직업은 겉보기에는 멋있을지 모르지만 실제 현업에 종사하고 있는 동안에는 어떻게 비라도 한바탕 쏟아져 하루 쉬기라도 하면 세상에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을 정도로 고달프다. 비행생활을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은 때에는 뭘 잘 모르기도 하고 그저 세상에서 가장 비싸고 복잡한 기계를 하늘에 띄우는 일이니까 힘들다고 치자. 그런데 이것이 10년이 지나 주위에서 베테랑이라는 소리를 들어도 나아지는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하늘에 올라가 수백 번 같은 기동을 반복해도 똑같은 경우가 한 번도 없고, 아직 비행복 패치의 실밥도 제대로 떨어지지 않은 새파란 후배랑 같은 편조가 되어 비행을 해도 내려와서 창피를 당하지 않으려면 영하 수십 도의 고공에서 등줄기가 땀으로 범벅이 되도록 긴장해야 한다. 누군가 뭣 모르고 “야! 그렇게 잘난 사람들이 비싼 기계 하나 제대로 못 다루냐?”라고 하면 정말 “그럼 니가 한 번 해 볼래?”라는 소리가 목젖까지 차오른다. “정말 뭐가 그렇게 힘든데?” 오늘 조종사 이야기 번외편에서 그 일부분, 아주 작은 단편을 살펴보자.
 


極限의 예술


라이트 형제가 처음 인간의 힘이 아닌 동력으로 비행기를 하늘에 띄웠을 때에는 나중에 이것이 어떻게 발전할지 생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저 말을 타거나 자동차를 타는 것보다 조금 더 높은 곳을 다니는 것쯤으로 생각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불과 수십 년 후, 인간이 만들어 낸 하늘을 나는 비행기는 새들보다 더 놓은 곳에서 소리보다 더 빠른 속도로 수십 톤의 무장을 장착하고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런데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에 힘입어 항공기의 성능은 날로 좋아졌지만, 아쉽게도 인간은 단 0.1mm도 진화하지 못했다. 그냥 맨몸으로 땅에 발을 디디고 있는 동안에는 절대 상상할 수 없었던 극한의 환경 속에 내던져진 인간은 자유로이 날기 위해서 고속, 고공, 저압, 고가속도 하에서 발생하는 각종 물리적 환경을 극복해 내야 했다.

고속으로 비행하는 것이 무슨 영향을 주느냐고 궁금해 하는 독자들을 위해 간단한 예를 들어 보겠다. 공중전투기동 중 조종사는 적기를 직접 눈으로 보거나 레이더에 포착된 신호로 판단하게 된다. 만일 그 당시 전투기가 시속 1,000km의 속도로 비행한다고 가정하면 눈에 포착된 이미지가 뇌로 전달될 때까지 대략 28m를 날아간다. 그리고 보이는 대상을 의식적으로 인지하는 동안 추가적으로 300m를 더 비행한다. 대상을 인지한 후 어떻게 기동할지, 예를 들어 고도를 취할 것인지, 선속을 주어 방향을 전환할 것인지 결정하는 동안 1km 이상의 거리를 비행하게 된다. 결국 기동을 시작하기 전에 이미 1.5km 가까이 전진을 하게 된다. 정말 불행한 것은 이러한 시각적 인지에 따른 지연은 최소한의 수치이며 조종사가 미리 이러한 것들을 알고 있다 하더라도 의식이나 훈련으로 줄일 수 없다는 것이다. 공중전투 상황의 경우 출현한 비행기가 적기인지 아군인지 판단해야 하므로 총 4~8초 정도의 시각적 인지 시간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조종사가 잠시 계기라도 쳐다보게 되면 그동안 1km의 거리를 바깥을 보지 않고 비행하는 셈이 된다. 공중전투조종사들은 그러한 제한적인 상황을 모두 극복하고 기동한다.
 
速度
美 공군 F-15(출처 : Youtube)
 
위의 영상을 보면 F-15가 활주로에서 이륙을 하고 있다. 항공기가 이착륙하는 길지 않은 순간은 비행을 하는 전 과정 중에서 가장 적은 속도로 지면과 가장 가까운 곳에 머무는 기간이다. 속도가 적다고 해도 정지상태에서 항공기가 이륙하는 순간까지, 아니 그 이후 일정 수준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항공기의 속도는 보통 사람이 지상에서 경험하는 탈것이 내는 가장 빠른 속도를 순식간에 초월한다. 아무리 숙련된 조종사라 할지라도 이륙을 하는 순간까지 항공기가 활주로를 벗어나지 않도록 단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다. 더욱이 신체가 선가속도에 노출되어 직접 가해지는 물리적 충격에 적응할 잠시의 여유도 없이 조종사는 항공기의 속도와 고도, 그리고 이륙 전후에 발생 가능한 각종 비상상황에 대비하여 계기들을 모니터하며 이륙에 필요한 항공기의 자세를 갖춘다. 여기서 하나 더! “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자동차 레이서들도 활주로와 비슷한 환경에서 엄청난 속도로 운전을 하잖아?”하는 사람들이 빠뜨린 것이 있는데, 레이서들은 그런 상황에서 인간의 신체 동작기관 중에서 가장 정밀한 동작이 가능한 손을 사용하지만 대부분의 조종사들은 이착륙 상황에서 방향 조절을 위해 “발”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당신들 발로 핸들 돌려 봤어?
 
加速度
 
 
위의 사진은 비행훈련을 시작하기 전, 그리고 조종사가 된 이후에도 정기적으로 받아야 하는 항공생리 훈련 중 가속도내성강화장비를 이용한 훈련 장면이다. 간혹 정말 운이 좋은 몇 사람은 민간인의 신분으로 전투기에 탑승할 기회를 얻어 위와 같은 장비에서 훈련을 받기도 한다. 대부분 G에 대한 내성을 증가 시키는 “L-1 기법”을 배우고 중력의 4배 정도의 가속도를 이겨낸다. 하지만 일반 전투기 조종사들은 일반인들이 상상하기 어려운 강도에서 훈련을 하며 실제 공중전투기동 중에는 그와 같은 상황에 빈번히 노출된다. 참고로 F-4나 F-5 조종사의 경우 7.3G 상태에서 20초를, F-15K와 F-16 조종사의 경우 9G 상태에서 15초를 견뎌야 조종사의 자격을 유지할 수 있다. “뭐 그냥 어금니 꽉 깨물고 견디면 되는 것 아냐?”라고 반문하는 사람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중력가속도에 노출되면 시간과 강도, 그리고 가해지는 방향에 따라서 차이는 있지만 조종사의 신체에는 그로인한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가장 먼저 나타나는 것이 시력장애다. 쉽게 이야기하면 잘 보이던 눈이 점점 보이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인체에 1G가 증가하면 뇌로 공급되는 혈액의 압력은 약 23mmHg 가량 저하하는데, Anti-G Suit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라면 3.5G에서 4.5G 사이에서 Blackout 현상(Total Loss of Vision : 동공이 확대되고 허공응시 등 안구운동능력이 상실되며 완전한 시력감소로 밖이 캄캄하게 안 보이는 상태) 이 일어나 시력을 상실하게 된다. 자칫 비행 중 Blackout상태에 빠지게 되면 정상적으로 시력을 회복하는 데에는 4에서 6초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생각해 보라 적기에 맞서 전투기동을 하는 조종사가 4에서 6초 동안 앞이 보이지 않고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조종사들이 입는다는 G-Suit를 입으면 되는 것 아니냐?”고 물을 수 있다. Anti-G Suit와 L-1 기법을 이용하면 신체에 가해지는 가속도를 덜어내는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되지만 그 정도는 다 합쳐서 겨우 2G내외에 불과하다. F-15를 이용한 모의 전투기동을 분석해 보면 비행 중 최대 +7.5G에서 300초 동안을 비행한다.

또한 가속도는 심혈관계에 심각한 영향을 준다. +G를 받는 상태에서 신체의 모든 장기가 아래로 쳐지니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 모르지만, 심장 박동수는 증가하고 심장위치에서 수축기 혈압이 감소된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떨어진 혈압으로 인한 신체의 산소공급을 보충하기 위해서 호흡 빈도는 증가하지만 중력과 일부 기종의 조종사들이 착용하는 Anti-G suit의 영향으로 폐에 압력이 가해져 폐활량이 줄어들고 더불어 동맥혈 내의 산소포화도는 현저히 감소된다. 단순하게 설명하면 호흡은 점점 가빠지고, 손발이 저려오고, 무기력해지며, 사고력이 급격하게 저하된다는 이야기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러한 가속도에 노출되는 경험이 많으면 많을수록 가속도에 대한 적응도가 높아진다.
 
 
일반적인 형태의 Anti-G suit
 
조끼처럼 생긴 가슴을 압박해 주는 형태
 
 
錯 覺

앞에서 설명한 증상들은 조종사가 노출되는 환경이 주는 영향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또 다른 영향을 받는 기관 중 대표적인 것이 인체의 감각기관들이다. 믿기지 않겠지만 의학적으로 비행 중에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는 도저히 경험할 수 없는 환경에 노출되며, 그로 인해 조종사들의 감각기관들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단적으로 평형감각의 경우 비행중 가속도에 노출되면 조종사는 정확한 자세나 방향을 인지할 능력을 상실하게 된다. 무슨 말이냐면 당신이 조종석에 앉아 비행을 하는 중에 가속도에 노출되면 당신은 항공기가 상승을 하고 있는지, 선회를 하고 있는지 오른쪽으로 기울었는지 등을 인지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는 것이다.
 
 
<< 좌측의 그림은 조종사가 경험하는 감각기관의 이상 중에서 가장 단순한 경우 중 하나를 설명한 것이다. 조종사가 장시간 선회를 하면서 감각기관이 선회감각을 잊고 수평 비행할 때와 동일한 정보를 뇌로 보낸다. 선회를 중지하기 위하여 우측으로 ROLL하면 조종사는 오른쪽으로 경사진 것처럼 느끼게 된다. 그래서 수평비행 상태에서 느껴지는 좌측으로 몸을 기울이고 싶은 강한 충동을 갖게 된다. 그럴 때 조종사는 계기와 자신의 신체감각기관이 보내는 정보 사이에서 갈등하게 된다.
 
우리의 중추신경계통은 가장 예민한 시각기관(視覺器官)과 미로전정기관(迷路前庭器官), 그리고 고유수용기 등으로부터 신호를 받아 인체의 운동상태를 감지하고, 평형감각을 유지한다. 하지만 급격한 자세의 변화, 순간적인 고각가속도에 노출되고, 이러한 상태가 일정시간 이상 지속되면 인체 감각기관들은 더 이상 지상에서와 같은 기능을 해낼 수가 없다. 물론 그런 상황을 막아주기 위해서 항공기는 각종 계기를 통해 자세와 기동방향 등에 대한 정보를 조종사에게 제공한다.
 
그럼 그냥 가만히 있을까?
 
美 공군 F-15(출처 : Youtube)
 
그럼 앞에서 설명한 신체에 가해지는 영향들을 이겨내면서 조종사들은 비행 중에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어야만 할까? 절대 그럴 수 없다. 눈이 제대로 보이지 않고, 호흡하기도 곤란하고, 신체의 평형감각이 뇌로 끊임없이 보내는 정보를 믿을 수 없는 상태에서 공중전투기동 중 조종사는 적기와 나와의 위치를 판단하고, 적용할 전술을 선택하고, 어떠한 무장을 사용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내 Wingman이 어디에 있는지 파악하고, 현재 항공기가 가지고 있는 속도와 고도 에너지를 어떻게 활용해서 전술적 우위를 점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고, 또 생각해서 조종간을 움직이고 추력을 조절하며, 무전을 통해 교신하면서 동시에 항공기 탑재장비들의 이상유무를 파악해야 한다.
 
비행 중 모의 공중전투기동을 하면서 고가속도에 오래 노출되고 그러한 상황이 반복되면 조종사의 신체는 심한 정도의 피로를 느껴 거의 기진맥진하게 된다. 과거 경험을 비춰볼 때 비행을 마치고 대대로 돌아와 보면 앞서 비행을 끝낸 어떤 조종사가 편대방 한쪽 구석 소파에 거의 기절하다 시피 누워 휴식을 취하며 다음 비행을 위해 체력을 회복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물론 술과 담배를 줄이고, 끊임없이 체력을 단련하면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려고 노력하지만, 땅에 두 발을 붙이고 살라고 신이 만들어 주신 인간의 육체가 견뎌낼 수 있는 한계 이상의 상황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어야 하는 조종사들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전술과 항공기 계통에 대한 이해도를 떠나서 극한의 환경을 이겨내는 최강의 전사들임에 틀림없다. 어때 한 번 해 볼텐가?
 
편집 : 공군본부 소령 라동섭(airfeel.tistory.com)
자료제공 : 항공우주의료원
 
             
             


“솜씨 없는 장인(匠人)이 도구 탓 한다.” 워낙 둔감해서인지, 아니면 장인의 수준에 오르지 않아서인지 몰라도 앞의 격언과 같은 교훈을 들어도 ‘뭐, 그렇겠지’ 정도일 뿐, 자신의 실력을 바탕으로 환경의 제약을 뛰어 넘는 것이 어떤 것인지 느낌이 오지 않는다. 하지만 “도구 탓”이 쓸데없는 핑계라는 생각에는 기본적으로 동의한다. 자신에게 맞는 도구를 완벽하게 갖추는 것도 실력의 일부라고 생각하는 일종의 결벽증 때문이다. 그러나 거대한 기체에 몸을 싣고 고도의 체력과 집중력을 발휘해야 하는 조종사에게 “도구 탓”을 하지 말라고 할 수 있을까? 항공기 성능의 한계로 주어진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그 모든 것을 항공기가 아니라 조종사 자신에게 돌리는 것은 말이 안되는 것일지 모른다. 모든 상황에 완벽하게 대응할 수 있는 사람은 사람이 아니라 신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우리의 F-5 전투기를 조종하는 베테랑 조종사들은 조금 달랐다. 자신을 베테랑 조종사라 부르고 싶다면 어떠한 상황에서도 “도구 탓”을 해서는 안된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놀랍다. 본인은 아직 그러한 수준이 아니라고 하지만 누구나 그를 “베테랑”이라 부르기에 주저하지 않는 F-5 조종사를 만나 보았다.







이번 회의 기사에서는 F-5의 구체적인 제원 및 성능 자료는 생략하였다. 현재 웹진의 “알기 쉬운 공군” 코너의 “X-wing의 우리 항공기 이야기”에서 F-5 타이거 Ⅱ를 연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성능 및 제원은 해당 기사를 참조하기 바란다.


             
             

먼저 간단하게 개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현재 제112전투비행대대에서 1편대장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비행훈련을 마친 다음에 주로 어디에서 근무를 했나요?

제10전투비행단에서 7년 반 정도 근무했습니다.

 

아~ 꽤 오래 비행하셨네요?

네. 그 곳에서 전환훈련부터 교관생활까지 마치고, 상부의 명에 의해서 29전대 교관으로 3년 조금 넘게 근무했습니다. 교관생활을 마치고 기회가 주어져서 일본 지참대 과정을 수료하고 지금 근무하는 112대대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처음 201대대에서 7년을 근무했으면 정이 많이 들었을텐데.....

모든 조종사들이 그렇겠지만 자신이 처음 근무한 대대에 많이 정이 갑니다. 지금 와서 보면 어느 대대나 다 같은 공군인데, 젊고 혈기 왕성할 때 근무했던 곳을 고향이나 친정처럼 느끼게 되죠. 대대 근무를 마치고 29전대 교관으로 갔던 것이 개인적으로 정말 운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7년 동안 한 울타리 안에 있으면 "아~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은가"하고 어느 정도 자만했었는데 29전대에 가서 일주일 만에 그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 곳에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는데, 교관으로 후배들을 가르쳤지만, 가르치면서도 많이 배웠죠. 비행이라는 것은 "자~ 이 정도면 됐어!"라는 말을 할 수 없습니다. 비행은 최고점이 없다는 말이 사실입니다. 예전 선배들이 늘 겸손하게 비행해라고 이야기 하셨는데 그 때는 이해를 못했죠. 하지만 이제는 왜 그렇게 이야기 하셨는지 이해됩니다. 대대에서 제가 선임편대장으로 근무하고 있는데, 자칫 자만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선배들의 교훈을 늘 마음에 새기고 있습니다.

 

F-5E/F 비행시간이 어느 정도 되나요?

1997년 10월, 대대에 배속 받아 시작해서 지금까지 약 1,400시간 정도 탔습니다. 29전대의 비행은 다른 비행대대에서의 비행보다는 소티당 비행시간이 짧습니다. 그래서 비행시간은 그리 많은 편은 아닌데, 비행경험으로만 따지만 속된 표현으로 "탈만큼 탔다"고 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예전 다른 조종사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29전대 교관 출신이면 정말 베테랑 중에 베테랑이라고 할 수 있다고 하던데.....

저도 교관으로 가기 전에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비행이라는 것이 단 한 번도 동일한 상황이 없다고 할 만큼 가변적입니다. 예를 들어 오늘처럼 구름의 양이 많고 비가 오는 날 비행을 계획했다면 계획한 것만 쏙 빼고 나머지는 다 한다고 보면 됩니다. 훈련공역도 계획했던 곳이 아닌 다른 곳으로 가게 되고, 임무도 그렇구요. 그렇게 공중에서의 상황이라는 것이 매우 가변적이기 때문에 베테랑 조종사라는 것은 어떠한 상황에 처하더라도 빨리 적응해서 그 상황에 맞게 후배 조종사들을 이끌어 주고, 전투를 승리로 이끌 수 있는 적응력이 뛰어난 조종사가 베테랑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기상 등 환경도 좋고, 편조도 좋고, 계획했던 대로 모든 것이 잘 진행되면 누구나 잘 할 수 있거든요. 악기상이나 돌발상황이 늘 발생하는데, 그런 최악의 상황을 정상으로 돌려놓을 수 있는 능력이 베테랑 조종사의 조건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저는 아직 멀었습니다. (웃음)

             

그럼 본인이 생각하는 수준의 베테랑 조종사가 되려면 어느 정도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일단은 공군에서 요구하는 모든 임무를 경험해 보고, 상황에 능숙하게 적응할 수 있는 4기 리더 이상의 조종사, 그리고 각종 실전적 교육과정을 모두 수료한 조종사가 바로 베테랑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예전 경험에 비춰보면 29전대 교관 조종사들은 비행면이나 학술적인 면에서 정말 흠잡을 곳이 없던데......

그 만큼 노력을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비행시간과 경험이 많은 교관조종사라 할지라도 후배들을 가르치기 위해서 부족한 부분을 찾아 끊임없이 연구하고, 밤 늦은 시간까지 토론하는 자세가 바로 그런 교관들을 만들어 낸다고 봅니다.

             

기종 이야기로 본격적으로 들어가서, F-5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점이 있다면?

제 생각으로 보면, F-5는 한반도라는 전장상황을 고려했을 때 유사시 가장 먼저 전장에 투입되는 즉응력이 뛰어난 기종입니다. 항공기 안정성으로 봤을 때 Spin 등 조작불능 상황에 빠지는 경우가 드뭅니다. F-4 같은 경우에는 항공기 특성상 Departure에 잘 들어갑니다. F-16은 Single Engine이기 때문에 엔진결함이 발생하면 정말 위험하고, F-15는 무기체계가 복잡하고 큽니다. F-5를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단순하고 안전한 비행기입니다. 크기가 매우 작고, 스모크가 나지 않는 Two Engine을 가지고 있어 안정적이면서 눈에 잘 띄지 않고 레이다 반사면도 적습니다. F-5의 경우에는 Two Engine Flame Out이나 Engine Fire만 아니라면 모든 비상상황을 조종사가 아주 안전하게 처치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기동성능 측면에서의 장점까지 포함한다면 근접 공중전에서 굉장히 유리한 항공기입니다. 반면에 단점도 있습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F-5는 제2세대 항공기 입니다. 그래서 안전하지만 무장투하계통이 매뉴얼이고, 레이더도 최신 항공기에 비해 성능이 떨어져 전술적용하는 면에서는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그래서 현대전을 수행하는 측면에서 조종사에게 주어지는 부담이 많습니다. 제가 F-15나 F-16 전투기 조종사가 아니기 때문에 이렇게 이야기하면 조금 건방지게 들릴지 모르지만, 첨단 항공기들은 항공기에 탑재된 첨단장비들이 조종사가 임무를 수행하는 것을 도와줍니다.

 

인터뷰하는 조종사들에게 항상 맨 끝에 물어보는 질문인데, 미리 묻겠습니다. 만일 F-5를 자동차에 비유한다면 어떤 자동차에 비유할 수 있겠습니까?

흠... 현대자동차에서 생산하는 "소나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조금씩 모양이나 성능이 바뀌어 가지만 예전부터 있던 자동차고 앞으로도 계속 같은 이름으로 나올 차이기 때문입니다. F-5보다 더 크고 좋은 F-15같은 항공기가 있듯이 소나타 보다 더 비싸고 좋은 자동차급도 생산하고 있지만, 소나타는 오랜 기간 많은 사람들이 찾는 베스트셀러라는 전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F-5도 F-5A/B, RF-5A/B, F-5E/F, KF-5E/F 등 우리 공군은 많은 종류의 F-5를 운영해 왔습니다. 공군참모총장도 그렇지만 우리 공군의 대부분의 조종사들이 F-5를 거쳐 갔습니다. 한 마디로 전투조종사의 요람인 기종이라고 할 수 있고, 30년 전부터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고, 앞으로도 상당기간 동안 운영할 기종입니다.

 

일부에서는 F-5처럼 단좌를 주로 운영하는 기종은 그 특성상 조종사들이 개인적인 성향이 있다는 편견이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절대 개인적인 특성을 지닐 수 없는 이유는 항공기에 혼자 오르더라도 비행은 절대 혼자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복좌 항공기의 조종사들은 Cockpit내에서 CRM을 하지만, 단좌 항공기는 주로 공중에서 편조끼리의 CRM을 강조합니다. 인터폰이 아닌 외부 통신을 사용한다는 차이가 있을 뿐 기본적으로 편조간의 협동에는 차이가 없습니다. 그래서 대대에서도 단체 생활이 매우 중요하게 여겨집니다. 그 어느 기종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기억에 남는 비행이 있다면?

정말 드문 사례를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보라매 공중사격대회를 위해 선배 조종사와 함께 복좌로 야간 공대지사격 임무를 수행하던 때로 기억합니다. 사격장에 진입해서 임무하고 있는데 갑자기 모든 라이트 계통이 먹통이 되어 버리는 것이었습니다. 순간 당황을 했는데, 다행히 내부 인터폰과 외부와의 통신계통은 죽지 않아서, 후방석에 탑승하고 있던 제가 계기판을 손전등으로 비춰 수치를 읽어주고 전방석에서 조종하던 선배가 항공기를 처치하여 안전하게 착륙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야간이라 특별히 긴장하게 만들었던 비상상황이었는데, 전후방석 간, 그리고 편조와의 교신을 통해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었고, 그 덕분에 나중에 WELL DONE상(치명적인 항공기의 결함을 예방하거나, 결함이 발생했을 때 적절한 조치로 항공기와 생명을 구한 조종사 또는 정비사에게 주어지는 상)을 받았죠. 그런데 비행중 기억에 남는 선배 조종사의 한 마디가 있습니다. 기지로 귀환하는 도중에 저는 속으로 굉장히 불안해하고 있었는데, 선배는 매우 침착한 태도로 조종하면서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서 SEAT BELT를 다시 한 번 조여라"라고 한 마디 하는 것이었습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라는 말이었는데, 저는 오히려 제가 신뢰하고 있던 선배가 저를 생각해 건네준 그 한 마디에 안정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후배 조종사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기종에 상관없이 우리는 전투 조종사다." 라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최근 비행훈련을 받고 대대로 오는 후배 조종사들 중에는 T-50 등 최신의 장비와 성능을 지닌 기종으로 훈련을 받는데, 막상 대대에 오면 구세대 항공기로 임무를 한다고 사기가 떨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현실에 충실한다는 말을 실천하는 것이 어려운 줄 알지만, 2세대 항공기라서 가질 수 있는 제한점을 본인 스스로에게 부여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하는 만큼 항공기의 성능이 달라집니다. F-5는 장비를 업그레이드 함으로써 능력을 배양하는 것이 아니라 조종사 자신의 노력에 의해 실력을 배양하는 만큼 우리 항공기를 운용할 수 있는 능력이 커진다는 것을 알았으면 합니다.

 

장시간 인터뷰 감사합니다.

             
             

고속, 급가속도에 노출되는 전투기 또는 훈련기를 타기 위해서는
반드시 입어야 할 Anti G-suit. 다른 전투기 조종사들과 비교할 때 별다른 점이 없다.

 

이것도 다른 모든 조종사들과 동일하다.
노멕스 재질의 천과 양가죽으로 만들어진 조종사용 비행장갑은 비행할 때 필수

 

다른 기종의 조종사들이 좌석과 조종사의 몸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
하네스를 메고 나가는 것과 달리 F-5 조종사들은 낙하산을 메고 나간다.

 

헬멧을 포함한 기타 장구들을 챙기고 나면 이제 비행을 위한 준비는 끝!

 

             
             
     

이번 기사에도 어김없이 Mini Quiz가 나간다. F-5 조종사들이 메고 나가는 낙하산에는 독특한 부가장비가 부착되어 있는데, 이는 조종사의 편의를 위해 특별히 제작되었다. 사진에서 보이는 검은색 손잡이로 작동한다. 어떤 기능을 하는 장비일까? 정답은 다음 번 기사에서 공개한다.

 
     
             
             

뾰족한 기수 앞에서 항공기를 소개하고 있다. 검게 칠해진 Nose, 두 개의 기총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전체 형상이 가늘고 길게 보이는데 농담으로 “바늘”이라고 부르는 이도 있다.

 

F-5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기능인 Nose Hike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이륙시 Nose Gear 부분이 일정 높이로 들리면서 항공기의 받음각을 증가시켜 이륙거리를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두 개의 미사일과 구부러진 뱀의 형상이 112대대를 상징한다. 자세히 보면 미사일의 끝단에 알파벳 “K”가 그려져 있는데, 한 발로 한 기의 적을 무찌른다는 “Kill”을 의미한다.

             
             

아쉽게도 이번 F-5 part 1 취재 일정이 매우 촉박했고, 설상가상으로 기상이 매우 나빠 주기된 항공기 이외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 수 없었다. F-5 part 2에서는 더욱 재미있는 베테랑 조종사의 인터뷰와 늠름한 우리 항공기의 모습을 많이 담을 것을 약속한다.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무엇을 배울 때 가장 위험한 그래서 더욱 주의해야 할 시기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바로 초심(初心)을 잃을 때다. 정도에 차이는 있지만 누구나 처음에는 두려움을 갖는다. 모든 것이 낯설고 새롭다. 그래서 내가 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언제쯤 스승처럼 잘할 수 있는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스승을 귀찮게 한다. 그런데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경험이 축적되면 자만이라는 녀석이 교묘하게 마음 한 구석에 싹을 틔운다. 스승이 “비슷해! 그 정도면 됐다”라고 인정을 하지도 않았는데, 그동안 자신이 터득한 얄팍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스승을 뛰어 넘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한다. 그게 그렇게 위험하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뭐 그냥 재미삼아 하는 운동 정도라면 한 번 실수하고 머리를 긁적이는 정도에서 끝나겠지만, 조종사를 양성하는 비행훈련이라면 어떻게 될까? 아직 제대로 숙달되지 않은 미숙한 조종사의 비행 중 실수? 상상하기조차 싫다. 그래서 예로부터 비행훈련이 까다롭고 학생들에게 엄하기로 소문이 났는지 모른다.
너무 길었던 공백을 깨고 조종사 이야기를 다시 연재하려다 보니 서설이 너무 길었다. 거두절미하고 조종사 이야기 KT-1편 part2를 시작하겠다. 뜬금없이 part2냐는 생각이 드는 공감식구에게는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목록으로 돌아가서 KT-1을 다시 찾아 볼 것을 추천한다.
 

조종사가 되는 길

대한민국 공군에서 조종사가 되기 위해 거쳐야 하는 첫 번째 단계는 T-103. 그 다음 단계인 기본비행교육과정에서 타야할 항공기가 바로 KT-1이다. 지난 KT-1 part1에서는 베테랑 교관종사로부터 항공기의 특성과 교관 조종사의 생활에 대하여 들어봤다. 이번 part2에서는 KT-1으로 받아야 할 비행훈련 과정의 절반을 넘어선 베테랑 학생조종사의 이야기를 소개하겠다. (학생조종사를 베테랑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소지가 다분하지만, 이번 기사에서 소개하는 조종사는 벌써 다섯 번의 솔로비행을 다녀왔으니 그들 사이에서는 나름 베테랑이라 부를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이름 붙여 본다. 시비는 절대 사양. “저는 속이 좁아 악플에는 진성태클로 보답합니다.”)

 

오늘은 솔로 Day!

취재를 위해서 찾은 날은 마침 236훈련비행대대에 입과 해 있는 학생조종사들 중 일부가 솔로비행을 하는 날이었다. 다들 이미 여러 차례 솔로비행을 경험했기 때문에 바짝 얼어있는 모습은 아니었지만 솔로비행을 한다는 흥분과 함께 혹시나 실수를 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감추지는 못했다. 자 이제부터 KT-1으로 비행훈련을 받고 있는 학생조종사의 일과를 함께 따라가 보자.


Step 1. 전체 브리핑

 


 

전체 브리핑에서 교관들의 날카로운 질문 공세 속에서 살아남았다고 해서 여유를 부릴 수 없다. 바로 비행편조별 브리핑이 기다리고 있다. 오늘은 솔로비행이기 때문에 교관은 많은 것을 묻거나 과목에 대한 설명을 하지는 않고, 유의할 점과 안전사항을 중심으로 학생조종사가 지켜야할 절차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데 중점을 둔다.

Step 2. 편조 브리핑

Step 3. 항공기점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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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p 4. 시동
 
MINI Quiz

매번 조종사 이야기 속 MINI Quiz는 part 1에서 문제를 내고 Part2에서 정답을 공개하는 방식을 취했는데, 이번 호는 오랜만에 돌아왔으니 Quiz를 하나 내겠다. 물론 상품이 걸려있다. 웹진 1호부터 300호까지의 모든 컨텐츠가 담겨있는 300호 기념 DVD 3장이다. 정답을 정확하게 메일로 보낸 공감식구 세 사람에게 우편으로 보낸다. 그럼 문제 나간다. 위의 사진을 보면 항공기 후미 아래에 조그마한 고리가 달려있다. 항공기를 지상의 일정 포인트와 연결하여 고정할 때 사용되기도 하는데, 실제 만들어진 용도는 조금 다르다. 그럼 사진 속 부위의 정확한 용도와 명칭은 무엇일까? 정답은 인터넷 airfeel@airforce.mil.kr이나 인트라넷 rads@af.mil로 DVD를 받을 주소와 함께 보내면 된다. 정답은 다음 번 조종사이야기에서 공개한다.

Step 5. 지상작동

 

Step 6. 비행

Step 7. 착륙 그리고 다시 브리핑


생생인터뷰

제236비행교육대대 학생조종사 소위 윤지훈(공사57기)

 
오늘 과목이 솔로 비행이었다고 들었는데요, 몇 번째 솔로 비행이었나요?
다섯 번째 솔로 비행이었습니다.

조금 무식한 질문이지만 공감식구들을 위해서 묻습니다. 솔로 비행을 하면 기분이 어떤가요?
흠.. 굉장이 기분이 좋았습니다. 뒤에 교관님도 안계시고, 날씨도 좋아서 지상의 지형지물도 잘 보이고 해서 아주 좋았습니다.

어디 상공에서 비행을 하고 왔죠?
지리산에 함양이라는 곳 근처였습니다.

많이 이야기를 들었겠지만 비행훈련 과정에 있는 솔로 비행은 아마 조종사들의 비행생활을 통틀어서 가장 독특한 경험이라고 합니다. 담당 교관에게 물어보니 오늘 아주 잘했다고 하던데, 비행 중 특별히 어려웠던 점은 없었나요?

 
착륙하기 전에 아주 조금 실수한 것 빼고는 제가 생각하기에 아주 완벽했습니다.

축하합니다. 이번 비행훈련 과정은 얼마나 남았나요?
지금 전체 과정 중 2/3 정도 지났습니다. 총 66소티를 타야 하는데 오늘 42번째를 탔으니까요.

오~ 많이 지났네요. 그럼 솔로 비행은 몇 번이나 남았나요?
편대 솔로비행이 두 번 남았습니다.

처음 비행훈련에 입과해서 지금까지 오는데 얼마나 걸렸나요?
저는 사관학교 생도 4학년 여름 방학 때 비행입문과정에 들어갔기 때문에 지금까지 걸린 시간은 다소 긴 편입니다. 비행입문과정을 마치고 다시 2학기 수업을 하고, 졸업한 다음에 다시 여기로 왔으니까요.

제 경험에 비춰보면 비행훈련과정이 보통 생각하는 것보다 힘들고, 어렵고, 피곤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어떻게 견뎌내고 있나요?
저도 비행교육을 받기 시작하면서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생도 때 받았던 유격훈련이나 공수훈련에 비하면 육체적으로는 덜 힘들지 모르지만, 끊임없이 익혀야 하는 공부량, 그리고 잘 해야 한다는 스트레스, 한 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긴장감이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컸습니다. 하지만 조종사가 되고 싶어서 공군사관학교에 들어와 지금까지 생활했고, 그 꿈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무리 힘들어도 견뎌낼겁니다.

주말에 집에 돌아가 만나는 가족과 친구들은 뭐라고 하나요?
친구들은 아무 것도 모르고 "야~ 나중에 한 번 비행기 태워줘~"라고 장난을 치는데, 가족들은 아무래도 제가 위험한 일을 하는 것을 아시고, 또 제가 그 것을 간절히 바라는 것을 아시니까 걱정은 하셔도 뒷바라지 잘 해주시고, 힘이 되는 말을 많이 해주는 편입니다.

담당 비행교관은 어떤 편인가요? 무섭고 엄격한 교관도 있고, 조용하고 화도 잘 안내는 교관도 있을텐데........
제 담당교관(유호철 대위)은 비행면에 있어서는 매우 엄격한 편입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만나면 다정다감하고 친절합니다. 식사도 자주 사주시구요.(웃음)

비행대장으로부터 담당교관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들었는데, 비행할 때 화를 내도 목소리를 키우지 않고 조용조용 따지는 편이라 별명이 "아이스맨"이라던데......
(웃음) 비행할 때만 그렇습니다. 비행할 때만. 평소에는 그렇지 않구요.

자~ 이제 본격적으로 항공기 이야기를 시작해 봅시다. 지금까지 KT-1을 42소티 탔다고 했는데, 타본 느낌이 어떤가요?

 

(머리를 긁적이며) 사실 제가 지금까지 타본 항공기라고 해봤자 비행입문과정에서 탔던 T-103, 그리고 지금 타고 있는 KT-1이 전부이기 때문에 비교 대상이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냥 느낌을 설명하자면 힘이 매우 좋은 항공기이고, 무엇보다도 안정성이 뛰어난 것이 장점입니다. 예를 들자면 교관님이 배면 스핀(조종면의 비대칭 양력손실로 인하여 항공기가 빠르게 회전하면서 강하하는 일종의 Out of Control 상태)을 시범보여 주신 적이 있는데, 항공기가 그런 상태에 빠진 것을 경험한 것이 처음이라 무척 놀라고 당황했습니다. 그런데 교관님이 "손발 다 떼봐" 하시는 겁니다. 그래서 시키는 대로 했더니 정말 거짓말 처럼 항공기가 순식간에 정상으로 회복되는 겁니다. 항공기를 조종하는 측면에서는 계기들의 신뢰성이 높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교관님들께 들으니 이전 세대의 전투기들은 계기가 아날로그라서 약간의 오차들이 있을 수 있는데, KT-1은 모두 디지털 계기라 절대 신뢰할 수 있다 라구요.

조종사와 인터뷰를 할 때 꼭 물어보는 질문인데, KT-1을 자동차에 비유한다면 어떤 자동차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이것도 제가 답하기에 많이 어려운 질문이네요. 흠.....(고민하다가) 경차는 절대 아니구요, 그렇다고 힘 좋고 잘나가는 스포츠카도 아니지만 안정성이 높으면서 적당히 힘이 좋은 준중형차? 그 정도라고 할 수 있겠네요.

장점은 많이 들었는데, 굳이 단점을 찾자면?
아~~ 없는데.... 꼭 들자면 프롭 항공기라서 어쩔 수 없이 있는 요(Yaw) 현상(프로펠러의 회전으로 인해 항공기 기수가 좌 또는 우로 틀어지는 현상) 정도? 그것도 ARTS(Automatic Rudder Trim System) 라고 자동적으로 요 현상을 막아주는 기능이 있어서 미미한 편입니다.

정말 KT-1이 마음에 드는 모양이네요. 조종사 이야기 코너를 보면 각 기종별로 신기한 점들을 찾아내서 독자들에게 퀴즈를 냅니다. 혹시 KT-1을 타면서 신기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있나요?
있어요. 항공기를 처음 봤을 때 캐노피에 독특한 모양으로 내장되어 있는 폭약, MTC(Miniature Detonating Cord)라고 하는 것이 있는데, 정말 신기했습니다.

흠.. 그것은 다른 항공기,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는 T-59 호크기에도 있는 것이어서 그렇게 신기하지 않네요. 뭐 개인적으로 제가 T-59를 타 봤기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닙니다.
...........(우웅 하고 KT-1 날아가는 소리만 들림....)

 

이야기를 들으니 지금 입과해 있는 과정이 차수와 대대별로 차이는 있지만 20에서 25%정도는 수료를 하지 못하고 중간에 도태된다고 들었는데요....
하~ 생도 때 같은 방에서 오래 생활했던 정말 친한 동기생이 다른 대대에서 비행훈련을 받고 있었습니다. 함께 전투조종사로 오래 함께 생활하자고 했는데 그만 솔로 비행을 위한 check에서 불합격해 대대를 떠났습니다. 정말 가슴이 아팠고, 둘이 만나서 울컥하는 마음에 술도 많이 마셨습니다. 지금도 그 생각만 하면 눈물이 납니다.

그래도 힘 내서 처음에 가졌던 조종사에 대한 꿈을 이루기 바랍니다. 그런데 어떤 조종사가 되고 싶은가요?
제가 몇 주 전에 KT-1의 탄생 비화를 담은 KT-1 프로젝트 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그 안에 많은 내용이 있는데, 항공기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시험비행 조종사들의 역할이 참 크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일선에서 영공방위 임무를 수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험비행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는 나중에 시험비행 조종사가 되고 싶어 졌습니다.

비행대대에서 근무하는 일선 조종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사람들이 동경하는 조종사의 생활이라는 것이 결코 낭만적이지 않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도 부족하고, 힘든 비행에 주말에는 대기근무, 명절에도 친척들 보기 어렵고. 오로지 자부심과 명예를 먹고 산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저도 비행훈련을 받으면서 조종사로서의 생활이 만만한 것이 아니구나 하는 것을 깨달아 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절대 포기할 생각은 없습니다.

이것도 조종사들을 인터뷰 할 때 꼭 물어 보는 건데, 'KT-1은 이런 항공기다'라고 정의를 내린다면?
우와~~ 인터뷰 중에서 제일 어려운 질문이에요. (한참을 고민하다가...) 내가 생각하는 대로 움직이는 비행기?

헉.. 그건 F-16 베테랑 조종사에게서 들은 F-16의 정의와 똑같은 건데?
그래요? 하지만 뭐 다른 말은 생각나지 않네요. 저도 동일한 정의를 KT-1에게 내리고 싶습니다. 괜찮죠?

끝으로 이제 막 비행훈련을 시작하는 학생조종사들에게 선배(?) 학생조종사로서 도움이 되는 생생한 조언을 한다면?
"무조건 교관과 항공기를 믿어라. 절대적으로 신뢰하라" 입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미천한 경험을 바탕으로 교관이 가르치는 것을 의심하면 정말 큰일이 일어납니다. 그렇기 때문에 언제나 100% 신뢰해야 한다고 꼭 이야기 해주고 싶습니다.

이유는 뭐죠? 혹시 그렇게 생각하게 만든 경험이 있나요?
예. 사실 예전에 한참 이착륙 훈련을 할 때였는데, 하다보니까 교관님이 가르쳐 준 것하고는 조금 차이가 있는데 '어? 이렇게 하니까 더 잘되는 것 같은데?' 하는 요령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그걸 믿기 시작했는데 결국 항공기가 착륙하는 과정에서 심하게 낙착하는 경험을 했습니다. 속으로 타이어가 터지는 것 아닌가 할 정도였는데 다행이 괜찮았습니다. 교관님으로부터 심한 꾸중을 들었는데, 그 때 깨달은 것이 비행에는 수많은 변수가 작용하는데 저보다 몇 십 배, 몇 백 배 경험을 가진 교관의 가르침을 믿지 못하고 알량한 내 노하우를 믿고 자만하면 안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후배들에게도 이야기해 주고 싶은 것이 바로 "교관과 항공기를 절대적으로 신뢰하라"입니다.

지금의 신념을 잃지 않고 바라는 조종사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예. 감사합니다.


비행훈련을 받고 있는 학생조종사에게서 F-16 시험비행 자격과 단기기동 자격을 모두 가지고 있는 조종사와 동일한 답을 들었다는 것은 내게 작은 충격이었다. 지나친 자신감이나 자만이 아닌가 생각했다. 그러나 결국 그런 말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교관과 항공기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다. 남을 믿는다는 것, 그리고 기계를 믿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어쩌면 멀지 않은 미래에 동료가 될 사람을 가르치고 있는 교관. 그리고 자신이 타고 있는 항공기를 100% 신뢰하는 자세야말로 어떻게 보면 조종사가 가져야할 기본 자세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작성 : 공군본부 문화홍보과 소령 라동섭
 
         

먼저 공감식구 여러분께 지난 조종사 이야기 F-5 첫 번째 기사를 올린 뒤로 두 번째 기사가 나오기까지 너무 기나긴 공백이 있었음을 사과한다. 그래도 다양한 환경변화와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어서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우리 공감식구 여러분들은 너그럽게 이해해 주리라 믿으면서 조종사이야기 F-5 두 번째를 시작한다. 제공호는 우리나라 역사에서 대표적인 자주국방의 상징이었다. 우리가 처음 조립 생산했던 초음속 전투기이고, 그 명칭도 Freedom Fighter였다. (개발 비화 등 자세한 내용은 X-wing의 우리 항공기 이야기의 F-5편을 참조하면 된다.) 그러나 과거에 보여 주었던 그 존재감에 비해 최근에는 그리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첨단 장비와 최신 무장으로 그 위용을 자랑하는 F-15나 F-16이 공군을 대표하는 상징으로 내세워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F-5는 안정적인 운영효율, 조종사의 실력을 그대로 반영하는 솔직한 비행성능, 그리고 무엇보다도 비행임무에 헌신적인 조종사들을 무기로 대한민국의 영공을 방어하고 있다. 그 현장에서 조종사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자.

         

먼저 지난 퀴즈의 정답을 먼저 공개한다. KT-1 동체 후미 하단에 달려있는 고리의 정확한 명칭은 "Tail Skid"(혹은 Tail Strike)이며, 고유기능은 이착륙 시 항공기의 받음각이 과도하게 커져 기체와 활주로가 직접 접촉하여 파손이 일어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다. 일부 민항기 등에도 동일한 기능을 하는 부품이 달려있는 경우가 있다. 아래의 영상은 민항기에 장착하고 Test하는 장면이다.

 

 

지난 번 퀴즈는 아쉽게도 정답자가 없었다. 인터넷 모 얼리어답터 커뮤니티의 게시판에 정답이 일찍 걸렸는데, 아쉽게도 응모한 공감식구 중에는 정답자가 없었다. 자. 새로운 미니 퀴즈가 나간다. 아래의 사진에 정비사가 가리키고 있는 부분은 무슨 장비일까? 힌트를 주자면 아래 사진의 기체는 단좌가 아닌 복좌 제공호이다. 응모는 airfeel@airforce.mil.kr(인터넷)이나 rads@af.mil(인트라넷)으로 하면 된다. 정답자 세 명에게 웹진 300호 기념 DVD를 선물하겠다.

 

조종사 이야기 F-5 두 번째 편을 위해 공감이 찾은 제207전투비행대대.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많은 대대들이 대대 입구에 독특한 상징물을 게시한다. 코뿔소, 쌍매 등 강한 인상을 주는 동물을 마스코트로 삼아 웅장한 모습으로 대대입구를 장식한다. 207대대도 마찬가지. 짙푸른 하늘을 절반으로 가르는 웅장한 버팔로의 모습이 손님을 맞는다.

 

역사를 따져보면 207대대는 F-5 운영 대대 중 막내인 셈. 그렇지만 대대의 휴게실 장식장과 전 벽면을 가득 메운 보라매공중사격대회 트로피와 상장이 증명하듯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기량”을 보유한 대대로 정평이 나있다.

 

대대의 화려한 전적(?)에 비해 실제 비행훈련이 임하는 조종사들의 자세는 매우 진솔해 보였다. 지금까지 방문했던 여느 대대와 다른 점을 찾아 볼 수 없었다. 아침에 모든 조종사들이 모여서 브리핑을 받는 모습이나 편대방 또는 편조브리핑실에서 다음 비행을 준비하는 모습은 비행대대의 평범한 일상이다.

 

전투비행대대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는 일반인 또는 마니아에게는 이들의 일상이 흥분을 가져다 줄 지 모르지만, 비행대대에서 생활해본 경험이 있는 공군인들에게는 전혀 낯설지 않은 모습들이다. 늘 조금은 긴장해 있는, 그래서 작은 허점이나 실수를 그냥 보아 넘기는 법이 없는 조종사들. 하지만 한 편으로는 여유롭고, 열정적이며, 유머러스한 이들. 바로 전투비행대대 조종사들이다.

 

 

날카로운 굉음과 함께 이륙하는 F-5. 짙푸른 산과 하늘에 둘러싸인 활주로를 박차고 날아오르는 은회색의 기체가 유난히 돋보인다.

 

개인적으로 어떤 조종사는 F-5가 겉으로 보기에 곡선이 매력적이지도 않고, 힘도 탁월하게 좋은 것도 아니지만, 찬사를 받고 있는 최신 기종들이 보유한 탁월한 성능들의 기본 형태를 고스란히 간직한 전형적인 기체, 즉 제공 전투기의 전형이라고 평가했다. 기대 이상의 발군의 성능을 보여주는 F-5이기에 그러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제공호를 정면에서 바라본 모습이 주는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은 뭐니뭐니해도 약간 납작하면서 날렵한 샤크형 노즈다.(샤크형 노즈에 대한 기능적 설명은 X-wing의 우리 항공기 이야기 F-5편을 참조하기 바란다.) 고대 생물의 원형을 그대로 간직한 채 심해를 누비는 상어의 모습을 지니고 있어서 그런지 그리 커보이지 않는 기체임에도 불구하고 단순하면서 파괴력이 높은 재래식 무장의 풍모를 잘 보여주고 있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최신 전투기가 보여주는 성능의 원형을 품고 있다는 것도 그런 느낌을 주는 이유이기도 하다.

 


207대대 대위 이상욱(공사52기, 주기종 F-5, 주기종 시간 320시간)

         

 

큰 키에 수려한 외모. 대대로부터 인터뷰 조종사로 추천받은 이상욱 대위는 조종사라고 하기에 모든 것이 아주 조금 “화려”했다. 그렇다고 다른 조종사들이 “우중충”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날카로운 콧날에 군살이 전혀 없어 보이는 약간 호리호리한 몸매는 저런 사람이 거대한 금속 덩어리를 하늘에서 자유자재로 다루는 전사일까 잠시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막 리더로서 비행임무를 마치고 돌아온 이상욱 대위를 앞에 앉히고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하니 곧 그가 전투복 속에 옹골찬 근육을 갖춘 뼛속까지 조종사라는 것을 깨달았다.

 

         

오늘 임무는 어떤 임무였나요?

대지공격 임무였는데, 저고도로 필승사격장에 침투해 들어가서 중고도로 사격하는 훈련을 했습니다.

저고도로 침투해 최대한 은밀하게 접근한 다음에 표적을 공격하는 전술을 구사했습니다.

 

처음 대대에 와서 휴게실에 있는 수많은 보라매공중사격대회 트로피와 상장들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저도 대대에 처음 왔을 때 이걸 보고 '와~ 이 대대는 뭔가 있구나'하고 생각했습니다. 더구나 다른 대대의 선배 조종사들이 우리 대대를 보고 "사격의 최강자" "F-5 최고의 대대" 이렇게 부르는 것을 듣고 상패들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알 수 있었죠. 제 기억으로 최대 5연패까지 한 기록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대 모자를 보면 별 다섯 개가 그려져 있는 데 과거 "승공작전" 5연패를 상징합니다. 저뿐만 아니라 대대에 전입해 오는 모든 조종사들이 그런 역사 때문인지 사격에 많은 부담을 느끼곤 합니다. 선배 조종사들이 30년 동안 이뤄놓은 업적들이 부담이자 큰 자부심으로 작용합니다.

 
         

한 가지 특이한 것이 최근에 바뀐 트로피인 듯한데, 크리스탈 컵 모양 아래를 자세히 보니까 조종사들의 헬멧이 레이저로 각인되어 있네요.

지난 2006년에 받은 트로피입니다.

조종사들에게 보라매공중사격대회는 어떤 의미인가요?

저도 작년에 출전했었는데, 조종사 개인에게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시험하는 무대가 되고, 대대를 대표해서 나가기 때문에 의미가 크죠. 더구나 실전과 가까운 환경에서 대회를 진행하기 때문에 실전기량을 평가하는 좋은 계기입니다. 어떻게 보면 조종사라면 누구나 거쳐야하는 일종의 관문 같은 느낌입니다. 매년 연말 즈음에 대회 결과가 발표되어서 개인으로 보나 대대로 보나 일년간 농사의 결실을 거두는 시기라고 할 수 있죠.

 

평소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이 자신이 그동안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보여줄 수 있는 시험과 같다는 이야기죠?

예. 제가 생도시절에 럭비선수였는데 일년 동안 열심히 운동한 것을 삼군사관학교 체육대회에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과 같은 겁니다. 조종사라면 누구나 출전해서 자신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싶은 욕심이 있을 겁니다.

더구나 올해는 탑건과 최우수조종사가 합쳐지는 첫 해이기 때문에 의미가 더욱 크다고 할 수 있겠네요.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고 하는 조종사도 있는데, 아마 속으로는 모두 욕심을 가지고 있을 겁니다. 전투조종사들이 실력을 펼치는 장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대대의 구성원은 시간이 지나면서 끊임없이 바뀌는데 사격대회에서 끊임없이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을 보면 일종의 "전통"이나 "맥"이 대대에 흐르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저도 그렇게 생각하는데요, 아마 대대의 분위기 때문에 그렇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207대대는 전체적으로 화끈한 편이거든요. 일할 때는 확실히 일하고, 쉴 때는 또 확실히 쉬고 말이죠. 맺고 끊는 것이 확실한 것이 대대의 전통이라면 전통입니다. 그리고 대대를 거쳐간 선배들이 시간이 흘러도 207대대를 많이 챙긴다는 점이 특이합니다. 제가 행정과장의 역할을 맡고 있는데, 대대를 떠난지 오래된 선배 조종사들, 심지어 대대를 잠깐이라도 거쳐갔던 선배들이 사격대회를 앞두면 하다못해 격려 전화라도 걸어 주십니다. "207대대 올해에도 우승해야지!!"라구요. 따로 사격을 잘하는 비법이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신데 그건 다른 대대와 차이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정신적인 힘이 남다르다고 할까요?

         

지금 자격이 2기 리더, 예전으로 말하면 분대장이데, 사격대회를 앞두고 있는 같은 급의 조종사나 후배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어떤 것을 할 수 있을까요?

딱 한 가지. "자신감을 가져라"입니다. 물론 비행실력이라는 것은 어느정도 경험과 관련이 있는데요, 시간이 흐르면 실력이 쌓이는 것은 당연한데요, 제가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는 사격대회에서는 자신감을 가지고 집중하면 선배 조종사들보다 잘 할 수 있거든요. 작년에 제가 갓 2기 리더 자격을 획득하고 요기를 데리고 사격대회에 나갔는데,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 이유는 제 실력이 부족해서였기도 하지만 너무 자신감이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제가 넘버1으로서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있었거든요. 2기 리더라고 해서 4기 리더보다 사격을 못하리라는 법은 없는데 말이죠. 그래서 후배들에게 "내가 넘버원보다 잘 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가지라고 이야기해주고 싶습니다.

 

혹시 본인은 자신감이 많이 붙었나요?

예. 자신감이 많이 붙기는 했는데, 올해는 사격대회에 나갈 기회가 없을 것 같구요. 내년에는 꼭 나가서 좋은 성적을 거둘 겁니다.

 

항공기 이야기로 넘어가서, 지금 207대대에서 운영하고 있는 것이 제공호인데요. 물론 다른 기종과 비교 할 만큼 경험은 많지 않겠지만, 공중전투임무를 수행하는데 있어서 제공호의 능력을 평가한다면?

제가 비행훈련 받을 때 T-59 호크로 비행했었는데, 막상 CRT를 받을 때 탄 비행기는 탑재장비들이 그 보다 구식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대대에 와서 비행을 해보니 최신예 전투기들은 조종사의 조작이나 실력을 일정 부분 항공기의 성능이 보조해 주지만, F-5는 조종사의 실력이 정말 정직하게 드러나는 솔직한 항공기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비행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면 바로 비행에서 실력이 적나라하게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 F-5입니다.

         

그럼 비행시간과 경험이 풍부한 조종사들에게 더욱 유리하겠네요.

그럼요. 앞에서 설명드린 것처럼 항공기가 모든 상황에서 정직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실력의 차이를 다른 기종처럼 항공기가 메워주기를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조종사이야기 코너에서 인터뷰를 하면 반드시 물어보는 질문인데요, 본인이 타는 항공기를 자동차에 비유한다면?

흠. 쉽지 않은 질문인데요. (곰곰히 생각한 다음..) 급으로 나눈다면 차체가 가벼운 소형차급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운영하는 항공기라고 과장할 생각은 없구요. 탄 사람을 위한 편의시설은 없지만 핸들을 조작하는 대로 빠르게 반응하는 차? 그 정도로 비유할 수 있겠네요.

그런 수준인데 항공기에 만족은 하시나요?

예. 저는 만족합니다. 제가 아직 비행시간이 얼마 안되서 그런지 몰라도 공중에서 임무를 하다보면, 항공기는 할 수 있는데, 제 실력이 부족해서 적용을 못하는 전술이 있거든요. 항공기가 좋지 않아서 임무를 못한다는 것은 정말 핑계고, 제 실력이 그 수준이 못된 거죠. 조종사들이 더욱 연구한다면 얼마든지 발전이 가능한 항공기이거든요.

 
   

대대에 와서 비행생활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은 있나요?

여기에서 다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실수도 많았구요. 나중에 생각해 보면 위험했던 순간도 많죠.(웃음)

 

조종사로서 꿈은 어떤가요?

많죠. 대대장이나 단장이 되고도 싶고, 짧게는 누구나 꿈꾸는 탑건이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사실 조종사라는 직업이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그렇게 멋있기만 한 것은 아닌데요. 단 한 순간도 긴장을 놓을 수 없는 피곤한 직업 중 하나입니다. 본인이 생각하는 조종사라는 직업의 매력은 무엇입니까?

저도 처음에는 겉으로 보기에 멋있어 보였기 때문에 선택하기도 했는데요, 특히 전투조종사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기도 하구요. 그렇지만 가장 큰 것은 "자부심"입니다. 제 가족이나 아는 사람들에게 "난 조국의 영공을 지킨다"라는 자부심이 제가 이 일을 계속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그래도 자부심 하나 만으로는 견디기 힘들 때가 있을텐데요. '아~ 이런 점이 더 좋아졌으면'하는 것이 있나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일부 젋은 조종사들은 자신의 위치를 군 바깥에서 생활하는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곤 하는데요, 공군 안에서 보면 일반 장병들보다 훨씬 더 나은 대우를 받고, 누릴 수 있는 혜택도 많거든요. 주위를 보면 훨씬 열악한 환경에서 나라는 지킨다는 자부심 하나로 생활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 사람들과 비교하면 조종사라는 위치는 정말 행복한 거죠. 인정받는 면도 자신들은 잘 모르는데, 밖에서 보면 조종사라는 위치를 굉장히 높게 평가해 주거든요. 개인적인 사고 차이라고 생각하는데, 긍정적으로 바꾸면 얼마나 행복한지 모릅니다.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비행해 오면서 본인만이 가지고 있는 "비행신조"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생도시절 동기생이 제게 소개해 준 글에 있던 문구가 하나 있는데, 너무 마음에 들어서 지금껏 제 인생의 모토로 삼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내 믿음에 날개를 달고, 화려하게 세상에 데뷰하자" 자신을 믿으면 자신의 능력의 200% 300% 해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반면에 자신을 믿지 못하면 능력의 절반도 해내지 못하거든요. 자신을 믿는 것, 바로 비행할 때 가장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을 믿고 임무를 잘 해는 것이 전투조종사의 사명이 아닐까요?

   

 

초계비행 등 평소 수행해야 하는 임무는 물론이고, 보라매공중사격대회를 앞두고 조종사들의 사격기량 향상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 조종사들의 입장을 고려할 때 조금은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지 않을까 걱정을 했다. 시험을 앞둔 학생이 심정이 그러하니까 당연히 유사하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대대에서 만난 조종사들은 의외로 평온해 보였다. 물론 이른 아침부터 시작해 연이은 비행과 다른 업무 때문에 바삐 움직여야 했지만, 서두르거나 긴장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자신이 무슨 일을 어떻게 해야 할 지 잘 알고 있어서 인지, 아니면 누구보다 잘 해낼 자신이 있어서인지 전혀 불안해 보이지 않았다.

 

   

촬영 : 기동홍보팀 상사 한정근

취재 : 문화홍보과 소령 라동섭 airfeel.tistory.com

       
“내 목숨은 버려도 조종사는 구한다.” 어느 비행단 황량한 주기장 입구. 그 곳에 세워져 있는 거대한 비석에 각인되어 있는 구절이다. 비행과 관계가 없는 사람들에게는 별다른 감흥이 없을지 모르지만, 일선 비행단 조종사들에게는 그 문구가 가슴을 온통 뜨겁게 달구어 놓는다. 매일매일 목숨을 건 비행으로 피로감은 날로 더하고, 개인생활을 포기해가며 헌신해도 알아주는 이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에 조금씩 지쳐갈 때 “우리는 당신을 위해 존재합니다.”라는 한 마디는 식어가도록 내벼려 두었던 하늘에 대한 순수한 열정에 바싹 마른 불쏘시개를 쏟아 붓게 만든다. 그런데 그 임무를 수행하는 탐색구조비행전대 소속 항공기 중에서 도입한 지 수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많은 공감식구들에게 생소한 기종이 있다. HH-32. 거두절미하고 HH-32를 만나러 가보자.
       


전통적으로 미국을 포함한 서방의 무기체계를 도입해 활용해 온 우리나라에 새로운 모습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전이 아니다. 러시아(당시 소련)에 빌려준 차관을 대신해 물자를 들여오는 불곰사업을 통해 우리에게는 다소 낯선 장비들이 선보이기 시작했고, 앞으로 두 번에 걸쳐 소개할 HH-32도 그 사업의 일환으로 우리나라에 도입되었다. 우리에게 친숙한 기존의 회전익기, 예를 들자면 커다란 메인 로터가 있고, 뒤로 길게 뻗은 동체후미에 달려있는 작은 로터가 쌍을 이루고 있는 모습과는 다른, 그러니까 서로 다른 방향으로 회전하는 두 개의 메인로터를 장착하고 있는 약간은 둔탁한 외형의 HH-32. 늘씬한 곡선 대신 울퉁불퉁한 근육이 삐져나오는 보디빌더를 연상케하는 이 헬기의 모습은 다양한 기종을 운영하는 제6탐색구조전대 소속 헬기들 사이에서 단연 튄다.

   


 

 

서두에 써 놓은 문구를 통해서 이미 짐작했겠지만, 이번 조종사이야기 코너의 대상 기종은 HH-32가 소속되어 있는 곳은 바로 탐색구조의 역할을 맡고 있는 제6탐색구조전대이다. 그 중 네 개의 기종을 운영하고 있는 제235탐색구조비행대대 소속이다

대대의 입구에 들어서면 무엇보다 먼저 대대의 임무를 나타내는 각종 상징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마치 이슬람을 상징하는 듯한 초승달과 별, 그리고 길을 잃은 사람을 찾아 횃불을 높이 든 검은 독수리의 모습이 그려져 있는 대대마크와 다양한 임무 장면을 촬영한 사진이 복도를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다.

여기에 있는 세 장의 사진만으로도 제236탐색구조비행대대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잘 알 수 있다. 가운데 사진의 상징물은 한반도 전역에서의 전평시 탐색구조임무를 맡고 있음을 나타낸다. 마지막 사진의 "Always Within Reach"라는 문구는 예전 제58항공수송단의 애칭인 “다이만”을 연상케 한다.


제6탐색구조전대 제235탐색구조비행대대 소령 전동혁

(사후 100기, 비행시간 2,600시간)

HH-32가 의외로 인지도가 낮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HH-32는 2차 불곰사업의 일환으로 도입이 되었습니다. 당시 운영하고 있던 UH-1이 도태될 시기와 맞물려서 이를 대체할 수 있는 헬기를 도입하기로 결정이 되었습니다. HH-32는 원래 러시아에서 상업용 항공기로 개발되었습니다. 주로 시베리아 벌목장에서 베어낸 대형 목재들을 수송하는 데 사용되었는데, 불곰사업을 통해 도입할 대상 기종을 검토한 결과 군용으로 전환해서 활용해도 훌륭하게 임무를 수행할 수 있겠다고 판단되었죠. 원 명칭은 Ka-32로 이를 ICAO의 항공기 명칭부여 기준에 따라 HH-32로 바꾸었습니다. 우리나라에 처음 들여온 기종은 아니었구요. 산림청에서 약 15년 전부터 Ka-32를 도입해 산불진화용으로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동일한 기종은 아니고 타입이 약간 다릅니다. 도입할 때 군에서 필요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도록 내부 장비 등을 개량하는 작업을 거쳤습니다. 쉽게 이야기해서 업그레이드죠. 적지에 조난되어 있는 조종사를 구출하는 데에는 다양한 전자장비들, 예를 들면 디지탈 무빙 맵(전자지도)이 시현되는 디지탈 시현장비, 200마일 거리를 탐색할 수 있는 레이더 등을 갖추고 있습니다. 쉽게 예를 들면 차량용 네비게이션과 유사하지만 훨씬 정밀한 장비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 덕분에 악기상, 악시정 하에서도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HH-32를 산림청에 있는 것과 같은 것으로 볼 수 없습니다. 그럼 저희가 많이 서운하겠죠?(웃음)

 

임무 준비할 때도 그런 장비를 위해 따로 준비하는 것이 있나요?


그럼요. 비행을 준비하는 단계에서 컴퓨터로 임무에 필요한 다양한 데이터들을 분석/저장한 다음에 USB와 같은 작은 모듈에 담아서 항공기에 탑재되어 있는 장비에 연결만 하면 모든 정보를 그대로 업로드할 수 있습니다.

탐색구조전대에 부여된 임무는 한 마디로 "전평시 조난된 인명을 구조하는 것"이죠? 그런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어떤 능력들이 필요한가요?

저희는 평시에도 전시 적지에 조종사가 조난된 상황을 가정하고 훈련합니다. 그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그냥 비행해 들어가 착륙한 다음에 사람을 실어 오는 것이 아니라 정밀하고 신속한 비행이 가능하도록 항법능력, 계기비행능력, 저고도침투능력, 공수능력, 생지 이착륙능력, 그 밖에 함께 임무하는 구조팀을 통솔하는 능력까지 다양한 능력이 필요합니다.

그렇다고 헬기 한 대로 그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니죠? 지난 해 오산에서 열린 "Air Power day"에서 탐색구조시범을 보이는 것을 봤는데, F-16, A-10, 아파치, UH-60등 십여 대가 한꺼번에 임무하던데요. 정말 장관이었습니다.


아주 좋은 경험을 하셨네요. 맞습니다. 실제 전쟁상황에서 적지에 떨어진 우리 조종

사를 구출하는 데에는 그보다 더 많은 전력이 투입됩니다. 실예로 1995년 보스니아 내전 때 정찰임무 중 미사일에 격추된 스캇 오그래디 대위를 구출하기 위한 작전이 있습니다. 그건 영화로도 만들어졌죠?("Behind Enemy Lines"로 우리나라에서는 "에너미 라인스"라는 제목으로 2002년에 개봉했다.) 그때 총 40여대의 항공기와 40억 원 정도의 비용이 들었다고 합니다. 우리 공군도 아직 표준화된 작전으로 발전되지는 않았지만 동일한 개념으로 작전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구조임무는 헬기 단독임무는 없습니다. 연합, 합동임무로 이뤄지며, 만일 불가피하게 혼자 들어가는 단독구조임무를 해야 하는 경우 심야 무월광 하에 저고도 은밀침투를 해야겠죠.

그럼 위험하지 않나요?

정말 위험하죠. 그래서 매주 수차례 유사한 임무를 수행하는 훈련을 합니다.

정말 반드시 필요한 임무인데요, 섣부른 판단인지 모르겠는데, 다른 조종사들은 많은 전력이 한꺼번에 투입되는 탐색구조훈련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지 않나 싶어요.

직접 접할 기회가 없어서겠지만, 앞으로는 전술개발전대에서 정식 커리큘럼으로 채택해 기성 조종사들을 훈련할 예정이니 달라질 겁니다.

탐색구조훈련에 임하는 마음가짐도 남다르리라 생각합니다.

다른 조종사들도 그렇지만 HH-32조종사들의 평시 임무와 전시 임무의 구분이 없습니다. 늘 비상대기를 하며, 상황이 발생할 것에 대비합니다. 농담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항공장구가 있는 제 라카에는 머리카락과 손톱, 그리고 유서를 담아 놓은 작은 봉투가 있습니다. 언제 실전에 투입될지 모르고, 그런 경우 다른 조종사들과 마찬가지로 임무성공을 위해서는 목숨을 걸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비행시간이 상당히 많은데요...

헬기조종사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죠. 한 번 이륙하면 두 시간에서 세 시간까지 비행하니까 전투기 조종사들과 비교할 때 많은 편이죠. HH-32로 비행한 시간은 1,200시간 정도 됩니다.

 

현재 기종에서 베테랑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요. 다른 기종과 비교할 때 차이점이라면 어떤 것을 들 수 있을까요?

베테랑은 아니구요. (웃음) 유사한 헬리콥터와 비교하는 것이 좋겠네요. 흠..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상하 두 개의 로터가 달려있어서 힘이 좋고, 그 덕분에 다른 헬기에서는 토크로 인해 발생하는 Yaw를 막기 위한 Tail Rotor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만큼 항공기의 안정성이 높다고 할 수 있죠. 또한 테일로터가 없어서 측풍으로부터 영

향을 적게 받아서 웬만한 센 바람이 불어도 비행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습니다. 산림청에서 이 기종을 산불진화용으로 도입한 이유도 산악지역에서 부는 바람의 영향을 적게 받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또 추운 나라인 러시아에서 개발해서인지 로터와 엔진부위에 생기는 착빙을 방지하는 Anti-icing기능도 매우 훌륭합니다. 물론 반대로 냉방에는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에 국내에서 개조를 하기도 했습니다.

자 이제 조종사이야기 코너에서 빠지지 않는 질문을 하겠습니다. HH-32를 자동차에 비유한다면?

흠.. 힘 좋은 RV차량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무소"처럼 덩치가 크면서 힘이 좋은 차? 도면을 보면 아시겠지만 이 항공기의 로터는 여러 조각으로 나눠져 있는데요, 적의 공격으로 많은 조각이 부서져 나가도 비행이 가능할 만큼 힘이 좋습니다.

좋은 항공기, 그리고 힘든 임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그만큼 자부심도 클 듯합니다.

모든 조종사는 자부심으로 삽니다. 최신예기를 타지 않고, 난이도가 높은 임무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자부심이 낮은 것은 아닙니다. 자신의 항공기에 주어진 고유의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최선을 다하기 때문에 자부심의 정도는 같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HH-32 조종사로서 주어진 탐색구조임무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기 때문에 그만큼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비상대기에 훈련임무에...... 피곤하지 않나요?

뭐 그렇게 따지면 피곤하지 않은 조종사는 없을 겁니다. 연휴 때에도 몇 번씩 비행을 해야 하니까 빈도로 따지면 약간 더하다고 할까요?

비행하면서 난감했던 경우도 있었나요?

항공기의 특성상 정해진 활주로나 착륙장이 아닌 낯선 오지의 환경이 열악한 곳에 착륙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상적인 착륙장이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구요. 어떤 곳은 좁은 착륙장 앞뒤로 낭떠러지 인 경우도 있었구요. 어떤 때는 가보니 20m가 넘는 거목들 사이에 항공기가 딱 들어갈 정도의 구멍이 뚫려 있는 착륙장도 있었습니다. 그런 곳으로 항공기 아래에 2-3톤 나가는 장비를 옮겨주어야 하는 경우에는 정말 난감했죠. 참조할만한 것이 전혀 없이 주변 지형을 보고 감으로 내려놓아야 했으니까요.

이제 야간비행 준비하러 가셔야죠? 수고 많으셨습니다.

예. 2주 후에 다시 뵙겠습니다.



지난 주 Mini Quiz 문제는 복좌형 제공호 노즈 우측(전면에서 바라볼 경우 좌측)에 자리 잡고 있는 기총처럼 생긴 부분의 기능은 무엇인가 하는 것이었다. 정답은 동체 전방부분 내부의 각종 전자장비들을 냉각시키기 위해 외기를 받아드리는 도관이다. 복좌형 항공기의 구조상 제한으로 한 개의 기총밖에 장착하지 못해서 다른 형태로 개발된 결과이다. 예상 외로 많은 수의 정답자가 쏟아져 나왔다. 물론 상당수는 해당기종을 운영하고 있는 부대의 관련부서에 근무하고 있는 공감식구들이었으나, 인터넷을 통해서도 다수의 정답자가 나왔다. 약속대로 정답자 중 선착순 3명에게 웹진 공감의 모든 역사를 담은 300호 기념 DVD를 발송한다. 다음의 정답자들은 수령할 주소를 인터넷(airfeel@ariforce.mil.kr)과 인트라넷(rads@af.mil)으로 보내기 바란다.

정답자

인 터 넷 - 류제욱님, 강재현님, 정우찬님
인트라넷 - 김종근님, 최건영님, 박재영님

 

누군가를 위한다는 것은 다른 누군가의 헌신과 희생이 전제되지 않으면 안된다고 한다. 함께 힘을 모으면 또 다른 효과를 얻을 수는 있지만, 투입과 결과를 비교 산출해 보면 절대 무에서 유가 나오지 않는다는 법칙은 깨지지 않는다. 내가 풍족하게 가진 만큼, 신이 내게 부여한 능력이 남보다 뛰어난 만큼 부족한 사람, 부족한 부분에 채워 넣어야 하는 것이 이 세상을 균형있고 조화롭게 만드는 법칙이다. 그런 관점에서 자신의 목숨을 걸고 타인의 생명을 구하는데 전념하는 탐색구조비행대대 조종사들은 세상을 아름답고 살만한 곳으로 만드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음 HH-32 part2에서는 그들의 생생한 임무현장을 소개하겠다.
       
                 

하루 24시간. 1,440분. 86,400초. 쿼츠(quartz)의 정교한 진동으로 계산해도 얼마 지나지 않아 오차가 생길 정도로 절대적인 시간. 하지만 조금만 관점을 다르게 해서 보면 너무나도 상대적이라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내가 뭘 해야 하는지 하나하나 다른 사람에게서 지시를 받는데 익숙한 사람에게는 너무나도 지루한 시간이고, 열정과 흥분으로 가득 차 온통 몰두해 있는 사람은 문뜩 눈을 들어 보면 이미 날이 저물어 있을 정도로 부족하다. 그렇다면 HH-32 조종사들에게 시간은 어떻게 흘러갈까? 지상을 이륙해 낮은 고도에서 하버링(hovering)을 하고 있는 항공기처럼 정지해 있는 듯 느껴질까? 아니면 날카로운 굉음을 내지르면서 빠르게 회전하는 로터의 속도처럼 순식간에 지나갈까?

늘 숨 가쁘게 탐색구조임무와 훈련을 반복하는 가운데 동해안과 남해안에서 발생하는 긴급 상황에 대비하여 이들이 장기간 비상대기임무를 수행한다는 사실은 공군 내에서 조차 그리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 HH-32 두 번째 이야기에서 탐색구조 및 화재진압 등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 태백산맥 깊은 골짜기로 비상대기 임무를 위해 출동하는 조종사를 동행취재, HH-32 조종사들의 시간을 소개한다.

                 

 

곁에서 보면 비행 전 브리핑은 아무리 쉬운 임무(정확하게 이야기 한다면 난이도가 높지 않다고 해야 한다. 언제 어떤 상황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지 모르는 비행에서 조종사에게 쉬운 임무라는 것이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라고 해도 꼼꼼하고 까칠하다. 일주일 가까이 비상대기를 하고 있는 병력을 교대해 주러 가는 임무라도 경로를 꼼꼼하게 체크하고 후배 조종사의 항공기 계통에 대한 이해도를 점검한다.

더구나 베테랑 조종사의 눈에는 파트너가 된 상대적으로 어린 조종사(중위 계급에 나이도 20대 중반을 넘어 섰는데 어리다는 표현을 사용해 미안하다.)가 자신감은 충만하지만 아직 모든 것이 서툴러 보인다. 그래서 절차 하나, 계통에 대한 설명 하나,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다. 너무 깐깐한 것 아니냐고 할지 모르지만, 하나라도 더 가르치려는 선배의 마음을 후배 조종사는 잘 알고 있기에 눈과 귀를 바짝 긴장시킨다. 이번 임무의 경로 및 목적지는 높은 산악지역. 산 정상과 능선을 따라 이동해야 하는데, 능선의 고도가 어지간한 산의 정상보다 높다. 계곡을 타고 정상으로 치고 올라오는 바람들의 만만치 않을 테지만 HH-32가 측풍의 영향을 덜 받는다는 것이 다행이다.

 

비행하러 나가는 조종사의 짐이 무겁다. 중형 여행용 가방 속에는 5일 동안 비상대기실에서 머무는데 필요한 세면도구와 속옷 등이 들어있다. 더 큰 가방을 준비해 가족을 모두 담아 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겠지만, 마음만 챙겨간다. 돌아오면 주말에 더 잘해줘야지 하는 마음이 들지만 이번 비상대기 근무까지 합치면 한 달에 절반 정도를 집에 들어가지 못하는 셈이다. 이해해 주는 가족이 고마울 따름이다.

 
 
           

비행 전 항공기의 상태를 꼼꼼히 점검한다. 이전 비행 중 나타난 결함이나 점검 중 발견한 이상한 점은 없는지 기장과 이야기를 나눈다. 완벽하게 점검을 끝낸 항공기라도 조종사는 탑승하기 전 Check List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시 한 번 항공기의 상태를 확인한다. 정비사를 믿지 못해서가 아니라 중복 확인이 사소하지만 치명적일 수 있는 결함을 잡아 낼 수 있는 확률이 높기 때문에 절대로 빠뜨릴 수 없다. 뭐 문제라면 이런 습관이 생활로 이어져 친구나 가족이 조금 피곤해 한다는 것 정도?

이제 본격적인 비행이다. 적은 항공기 대수에 비해 비상대기와 비행임무 등이 많아 아쉽게도 이번 취재에는 촬영기를 동원하지 못했다. 그래서 시동을 걸고 항공기가 택시하기 전 촬영자가 바깥에 대기하고 있다가 로터가 회전하는 모습을 찍고 바로 항공기에 올랐다. 1화에서 설명한 것처럼 두 개의 로터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력한 Downwash(로터의 회전으로 항공기 상부에서 하부로 밀어내는 공기의 흐름)로 인해 조종사가 엔진의 출력을 최소로 줄였음에도 불구하고 촬영자가 뒤로 넘어질 뻔 했다.

모든 비행은 팀웍이 기본이다. “무슨 소리야? 항공기는 한 사람이 조종하는 것 아니었어?”라고 되묻는다면 당신은 아직 한참 멀었다. 단좌 전투기의 경우에도 반드시 2기 이상이 다니며, 헬기와 수송기 같은 경우에는 기상정비사나 구조사, 로드마스터 등이 임무를 함께 수행한다. 그렇기 때문에 팀을 통솔하기 위한 리더십을 반드시 갖춰야 한다. 혼자 조종하기 때문에 조종사들이 이기적일 것이라는 편견은 지금 바로 버리기 바란다. 크루들과 커뮤니케이션하며 정해진 경로를 따라 안전하게 비행하는데 신경을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가을 단풍으로 온통 울긋불긋한 산을 감상할 여유가 없다.

한 시간 여의 비행 끝에 비상대기실에 도착했다. 전술사격장을 운영하는 파견부대의 한 켠에 자리잡은 행가. 비상대기실은 그 행가 안쪽에 있다. 대기실 겸 브리핑실, 침실, 그리고 옆에 달린 작은 부엌과 화장실이 전부. 앞으로 5일 동안 이곳에서 인명구조와 화재진압을 위한 비상대기를 하고, 인근 산 정상에 근무하는 파견부대 대원들 임무교대를 지원하게 된다.

도착하고 나서 전대 및 대대로 무사히 도착했음을, 그리고 비상대기임무 교대를 완료했음을 보고한다. 그리고 바로 이어지는 임무브리핑. 최근 비상출동 사례와 사고사례를 중심으로 각자의 역할과 심적 자세를 다져본다. 하루 밤 근무도 긴 편인데, 닷새를 꼬박 이곳에서 다섯 사람이 같은 공간에서 지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마음이 맞아야 한다. 24시간 곱하기 5니까 120시간. 그 시간 동안 몸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가는 초주검이 될지 모르기 때문에 적절하게 긴장하고, 중간중간 휴식을 취하는 것이 비상대기 임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하는 묘수가 되겠다.

지난 번 미니퀴즈는 너무 쉬웠는지 정답이 폭주했다. 물론 그 앞 퀴즈의 정답자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은 것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고른 문제였다. 이번 주에는 조금 어렵다. 긴장하고 잘 읽어 보기 바란다. 이번에는 힌트가 되는 사진도 없다!!! 그럼 문제 나간다. HH-32는 최초 개발은 화물운송이었지만, 우리나라에 도입되어서는 인명 탐색구조와 화재진압 부문에서 탁월한 성능을 발휘하고 있다. 특히 야간 임무를 위해서 항공기 외부에 지상을 비출 수 있는 조명이 다수 장착되어 있다. 더구나 동체 측면 외부 라이트까지 특별히 장착하고 나면 어두운 밤 하늘에 나타난 UFO를 연상시킨다. 그렇다면 HH-32는 모두 몇 개의 외부조명을 사용할 수 있는가? 물론 앞에서 설명한 외부 라이트까지 포함한다. 정답은 인터넷(airfeel@airforce.mil.kr)이나 인트라넷(rads@af.mil)로 보내면 된다. 정답을 가장 빨리 맞추는 세 명에서 기념품을 보내준다.

 

몇 개월 만의 비행이라서 그랬는지 HH-32 항공기의 진동과 소음이 몸을 피곤하게 했다. 바쁠텐데도 취재하는 일정 내내 곁을 지켜준 6전대 정훈장교 윤준호 중위가 챙겨준 이어 플러그 덕분에 소음은 덜했지만, 시동을 건 이후부터 엔진을 끌 때까지 동체를 좌우로 흔드는 진동은 저절로 눈을 감기게 했다. 하지만 그 피곤함을 모두 날려 버릴 정도로 안타까웠던 것은 태백산 깊은 골짜기 휑한 행가 한쪽에 자리잡은 비상대기실에서 앞으로 5일 동안을 근무할 크루들을 남겨두고 돌아와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마 앞으로 많은 시간을 이들에게 뭔가 힘이 되어줄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게 될 듯하다. 전국의 비행단에서 비상대기 중인 조종사들 모두 힘들겠지만, 이들 HH-32 조종사와 동승근무자들에게 힘내라고 격려 부탁한다.

     

원래 기사를 작성하면서 개인적인 감정이나 편견을 자제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이번에는 기사에 사심(私心)을 가득 담아본다. 겨우 몇 년이지만 젊은 시절, 일선 비행대대에서 항공작전을 수행하며 보냈던, 힘들었지만 행복했던 시간을 보낸 고향과도 같은 곳. 바로 F-4E 팬텀 대대다. 그렇기에 이번 조종사이야기 F-4E 팬텀 편은 더욱 남다른 감회가 함께한다.

먼저 이번 기사의 제목이 왜 전설의 도깨비인지 궁금한 공감 식구들을 위해 간단하게 설명하면, F-4E는 조종사들 사이에서는 전설적인 기종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에 개발되어 중동전과 월남전 등에서 많은 전과를 올린 기종이며, 공대공 레이더, 레이더/적외선/레이저 유도 미사일, 혁신적인 고양력장치 등 신개념의 탑재장비와 무장과 함께 등장해 새로운 공중전의 시대를 연 항공기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애칭이 바로 유령, Phantom이다. 어째서 그런지는 본문에 올리는 사진에서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자 그럼 전설의 도깨비를 만나러 가보자.

     

 

사실 도깨비집, 즉 팬텀대대라고 다른 대대와 다르지 않다. 아마 조금 다르다면 많은 소티의 비행이 진행중임에도 불구하고 대대가 북적인다는 것 정도? 함께 촬영을 간 요원이 지금까지 다녀 본 다른 비행대대는 조종사들이 비행을 나가고 나면 대대가 썰렁해서 조종사를 몇 명 찾아보기도 힘들었는데, 이곳은 편대방이며 작전계에 사람들이 꽤 있다며 놀랐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복좌 항공기를 운영하는 대대답게 단좌항공기를 운영하는 대대에 비해 조종사도 두 배다. 한 번 비행을 나갈 때 네 명에서 여섯 명의 조종사가 대대장에게 비행전 보고를 하기 위해서 모인다. 인원이 너무 많아 근처에서 서성이기에도 부담스러울 정도다. 위의 사진 중 가장 왼쪽의 마트가 취재를 위해 방문한 153전투비행대대의 상징이다. 하얀 갈기에 검은 얼굴을 한 사자가 레이더 유도 미사일인 AIM-7을 형상화한 미사일을 입에 물고 있다. 가운데 사진을 보면 역시 팬텀을 상징하는 캐릭터 스푸크의 변형이 대대를 찾는 사람들을 맞이한다.(스푸크(spook)에 대한 설명은 X-wing의 우리 항공기 이야기 중 팬텀 마지막 편을 참고하기 바란다.) 그리고 맨 오른쪽 사진처럼 대대의 휴게실에는 전투비행대대를 나타내는 독수리 박제가 한쪽 구석을 차지하고 있다.

대대의 휴게실 네 개의 창문에 있는 블라인드에 각각 독특한 문구가 적혀져 있다. ‘이건 뭐지?’ 하는 공감식구들이 있을텐데, 이 문구들은 153대대원 출신들만 아는 대대의 구호이다. 요즘도 그러는지 모르겠는데, 대대원 전체가 모인 자리에서 모임이 끝날 때면 이 구호를 제창하곤 했다. 다른 것은 몰라도 "Atra Bulta"라는 어구가 상당히 생소할 텐데, 이번 화에서는 이 의미를 소개하지 않겠다. 연세대학교의 “아카라카”처럼 직접 설명을 들으며 몸으로 익힌 사람이 아니면 그 뜻을 알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알고 싶다는 공감 식구들의 댓글이 많아지면....... 다음 회에서 미니 퀴즈로 내겠다.

비행을 앞두고 있는 대대 항공기를 만나러 주기장으로 내려갔다. 육중하면서도 날렵하고, 단조로우면서도 복잡한 외형과 곡선을 지닌 F-4E. 이글루 안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다음 비행을 기다리고 있는 동안에도 깊은 엔진 내부 어디에선가는 그르렁 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항공기 동체 중앙 상부에서 전면을 바라본 모습이다. 비행중 Check 6를 돕는, 즉 조종사들의 후방시야를 확보해 주기 위한 거울들이 캐노피 상단부에 달려있는 것이 매우 독특하다. 동체의 높이가 상당해 처음 사다리를 타고 좌석에 앉기 위해서 올라가면 현기증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더구나 바닥은 단단한 콘크리트고 발을 지지할 수 있는 부분이 매우 적어서 후방석으로 넘어갈 때는 늘 조심조심 한다. 물론 숙달되면 날아서 올라간다. 믿거나 말거나...
 

 

도깨비와 올빼미의 형상을 갖춘 팬텀의 뒷모습. 혹자는 팬텀의 캐릭터인 스푸크의 모양이 뒷면에서 바라본 팬텀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한다. 정말 똑같은 모습이다. 매일 팬텀을 접하는 조종사나 정비사들도 구석구석 새로운 면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놀라기도 한다.

제153전투비행대대 대위 최일

(학군27기, 총비행시간 1,313시간, 주기종 980시간)


젊다. 그리고 아직 총각이란다. 지금까지 조종사 이야기에서 자신의 기종 소개를 맡았던 조종사들 중에서 가장 젊지는 않지만, 총각 조종사는 처음이다. 더구나 내 기억에 과거 팬텀 대대의 베테랑 조종사들, 특히 각 편대의 편대장급 조종사는 묵직한 인상을 지난 소령들이었다. 우람한 항공기의 덩치와 어울리게 구릿빛 피부에 적당히 오른 살집이 근육을 감싸고 있는 장수의 풍모였는데, 최 대위는 깔끔하다. 본인과 팬텀을 사랑하는 매니아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백전노장의 풍모를 지닌 팬텀과는 잘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분위기다. 하지만 이야기를 나눠보니 그는 옹골찬 “팬텀인”이었다.
 

대대 전입해 온지는 얼마나 되었나요?

대대에는 2003년에 왔습니다. 딱 7년정도 되었네요. F-5 비행대대에서 1년 있다가 이곳으로 왔습니다. 원래 팬텀을 타고 싶어서 비행훈련을 마치고 나서부터 여러차례 시도를 했습니다.

팬텀을 처음부터 원했던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웬지 저랑 잘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F-5나 F-16은 혼자서 조종을 하는 기종이고, F-4 팬텀은 두 명이 호흡을 맞춰 운영하는 기종인데, 제 성격에 팬텀이 잘 맞는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와보니 기대만큼 좋던가요?

그럼요. 우선 다른 대대에 비해서 사람이 많아서 분위기가 활기차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젊은 시간을 모두 여기에 바치고 있지만 그만큼 값어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팬텀으로 비행한 시간은 얼마나 되나요?

천 시간이 조금 안됩니다.

오늘(11월 6일) 사격대회가 모두 끝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저희 대대는 어제 모두 끝났습니다.

결과가 나오려면 조금 기다려야 하지만, 어떻게 기대할만 한가요?

특별히 잘했다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지만 전체적으로 큰 실수 없이 마무리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잘알겠지만 팬텀은 베스트 셀러이기도 하지만 많은 매니아층을 거느리고 있을 정도로 인기있는 기종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 비행해 보니 어떤가요?

한마디로 어렵습니다. (웃음) 대부분의 조종사들이 같은 이야기를 할 겁니다. 교관으로 오래 비행을 했는데도 항공기의 성능을 100% 발휘하고 있다고 자신있게 이야기하지 못합니다. 항공기의 기동특성이 다른 어느 항공기보다 까다로운 것으로 유명합니다. 제 능력을 퍼센트로 나타낸다면 한 80% 정도? 비행대장님 정도면 90%, 대대장님 정도 되어야 100% 발휘할 수 있습니다. 대대장님은 제가 이곳에 처음 왔을 때 담당 교관이셨거든요. 지금은 저도 교관이지만, 교관들 사이에서도 차이가 상당할 정도로 F-4E는 조종하기 어려운 항공기입니다.

제 기억에도 개발된 시기를 고려할 때 어떻게 설계를 해서 수많은 성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만들었는지 놀랄만큼 복잡했는데요, 처음 연료계통에 대해 배울 때 힘들었거든요.(웃음)

그렇죠. 1950년대에 개발된 항공기인데, 이미 그 당시 핵무장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었을 정도이니까요. 레이더도 200마일까지 탐지할 수 있고, 엔진의 힘도 강력해서 F-5 항공기 두 대를 양쪽 날개 아래에 달고 뜨는 것과 같은 정도의 무장과 연료를 탑재할 수 있습니다.

팬텀 조종사라는 자부심은 대단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최근 전장에서의 임무수행 개념을 보면 몇몇 기종만 가지고 목적을 달성할 수는 없습니다. F-5에서 F-15K까지 모두 정해진 역할이 있습니다. 팬텀의 경우에는 물론 탑재장비의 성능차이로 인해서 다소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맡지 못하는 임무가 없습니다. 최신예기들이 수행하는 모든 임무를 동일하게 나눠 맡고 있으니까요.

제 개인적인 견해로는 팬텀이 항공기 성능뿐만 아니라 운용면에 있어서도 전후방석 조종사가 함께 탑승하기 때문에 전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보는데요, 예전에 전술개발전대 교관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CPU가 두 개 탑재된 컴퓨터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했는데, 듀얼코어 PC라고 하는 것이 이해하기 쉽겠네요.

직접 타보면 전후방석 조종사 간의 호흡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일치되면 조종사가 가지고 있는 것 이상의 능력을 발휘하게 됩니다. 물론 저등급 조종사와 함께 하면 오히려 마이너스가 되기도 하지만 (웃음) 두 사람의 호흡, 상호 신뢰가 많은 영향을 주지 않나 생각합니다.

F-4E의 조종특성이 상당히 까다롭다고 했는데요, 구체적으로 어떤지 설명해 줄 수 있나요?

다 설명해 드리기는 어렵구요, 하나 예를 들어 드리겠습니다. 다른 기종은 롤을 돌릴 때 주익에 있는 에일러런을 사용하는데, 팬텀의 경우에는 우선 러더를 사용하고 거기에 맞게 다른 조종면을 움직이는 이른바 삼타일치 조작을 해야 합니다. 특히 고성능기동을 해야 하는 경우에 그런 조작이 숙달이 되지 않은 조종사의 경우에 러더를 사용해야 하는 상황에서 스틱을 사용하게 되면 반대방향으로 항공기가 급격이 틀어지는 현상이나 심하면 Departure(Out of control 초기 증상)에 빠지기도 합니다. 조종면에 의한 영향도 있는데, 시스템이 조종면을 콘트롤하는 부분이 있어서 계통이 잘못 작동하게되면 의도하지 않은 급격한 기동이 나올 가능성도 있습니다. 미숙한 조작이 언제든지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숙련된 교관급 조종사라 할지라도 그 부분에 있어서는 항상 조심하고 있습니다.

 

이전에 F-16와 F-15K의 조종사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보면 항공기에 탑재된 장비들의 성능이 워낙 뛰어나서 조종사의 능력이 항공기의 성능을 발휘하는데 미치는 영향의 정도가 구세대 항공기보다 덜하다고 하더군요. 그 반대의 경우인가요? F-4E 팬텀은?

최신예기의 경우에는 원거리 타격을 위한 무장성능이 강력해서 실전에서 근접교전까지 이뤄질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을 겁니다. 물론 항공역학적인 성능도 워낙 뛰어나기 때문에 근접교전 능력도 훌륭하지만 말이죠. 하지만 F-4E 팬텀과 같은 이전세대에 만들어진 항공기들은 원거리 교전을 위한 무장도 있지만 비교성능면에서 F-15나 16에 비해 근접교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때문에 조종사들이 그러한 부분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훈련에 임합니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나 해드릴까요? 전술개발전대에서 운영하는 이기종간 전투훈련과정에 입과하면 교관급 조종사들이 조종사는 F-5와 교전훈련을 하게되는데, 편대장을 갓 단 정도의 조종사가 입과해서 초기에 공중전을 벌이면 상대가 안됩니다. 타기종의 기동특성에 대한 이해도 부족할뿐만 아니라 F-4E가 할 수 있는 기동성능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훈련에 훈련을 거듭해서 수료할 때쯤 되면 비슷해집니다. 그 이유를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겁니다. 항공기가 가지고 있는 성능을 일정수준까지 끌어올리는데 걸리는 시간이 타기종에 비해서 오래 걸리기 때문입니다.

 

조종사 이야기 코너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항공기를 자동차에 비유하는 것입니다. F-4E 팬텀을 자동차에 비유한다면 어떤 자동차에 비유할 수 있을까요?

질문을 받고 고민을 해봤는데요, 크기나 생김새도 육중하고 힘도 좋기 때문에 트럭정도는 아니고, 힘이 좋아 든든한 SUV 차량급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지상에서 택시할 때도 가볍고 경쾌하다기 보다는 육중한 느낌을 받습니다. 공중에서 기동할 때에도 다른 기종에 비해 뒤쳐지는 것은 아니지만 날렵함보다는 좀더 부드러운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조종사가 기동할 때도 급기동보다는 항공기의 에너지를 적절하게 관리하면서 제한된 범위내에서 기동하는 것이 훨씬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옵니다.

F-4 팬텀 하면 우리나라 보다 오히려 외국에서 더욱 각광을 받았던 기종으로 알고 있습니다. 혹시 그것을 직접 경험해 보신 적이 있나요?

지난 해 오산에서 열린 Air Power Day에 미공군의 초청으로 단기기동 시범을 보이기 위해 참여했었습니다. 저는 그 당시 지상통제 요원으로 참가했었는데요, 행사장을 가득 메우고 있던 외국인들이 나중에 항공기 앞으로 모여들었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팬텀 조종사냐고 묻더니 아까 기동이 너무 멋있었다고 칭찬을 했습니다. 그 때 F-18 조종사가 찾아와서 하는 이야기가 자기를 해군 조종사가 된 이유는 역시 해군 조종사셨던 자신의 부친 때문이었다고 하면서 그분이 F-4 조종사였고, 어린 시절 그 모습이 너무 멋있어서 자신도 해군조종사가 되었다고 하더라구요. 그런데 자기도 팬텀 조종사가 되고 싶었는데 그 사람이 조종사가 된 시절에는 이미 미해군에서는 팬텀을 운영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F-18 조종사가 되었다더군요.

거의 10년 동안 비행생활을 해왔는데요, 본인이 가지고 있는 비행신조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흠.. 따로 비행신조를 생각해 본적은 없는데요, 제가 일을 하는 순간만은 최고의 프로페셔널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투기 타는 사람의 입장에서 늘 실전을 염두해 두고 많이 생활해 왔고, 후배들에게도 비행군기나 비행을 하면서 내 목숨을 걸고 해야 하는 자세 등을 강조하는 편입니다. 그런 것이 꼭 옳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비행을 하면서 저등급 후배 조종사는 리더를 존중하고 결정에 철저히 따라야 하며, 리더는 책임지고 편조를 운용해 임무를 성공시키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위치에 요구되는 역할을 충실히 했을 때 편조의 능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죠.

실력을 키우고 있는 후배 조종사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제일 중요한 것은 인내심을 가지고 끊임없이 자신을 단련시켜 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항공기가 앞에서도 설명한 것처럼 단기간 내에 실력이 일취월장 할 수 있는 쉬운 기종이 아니기 때문에 모범이 되는 교관 조종사를 목표로 두고 자신의 기량을 갈고 닦으면 언젠가는 그 위치에 올라설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랍니다. 요기때에는 무조건 교관하고 타야할 정도로 어려운 항공기입니다. 그래서 잘했다는 소리를 들을 때보다는 이럴 때 왜 이렇게 하지 못했느냐는 질책을 받을 때가 더 많을 겁니다. 그럴 때 아~ 나는 왜 이렇게 안될까 하고 좌절하고 그 자리에 머물지 말고, 내일은 오늘의 실수를 다시 반복하지 않겠다는 긍정적인 자세가 필요합니다.

지난 미니퀴즈는 HH-32에 달려있는 라이트는 모두 몇 개인가 하는 것이었다. 많은 분들이 응모해 주셨지만 정확한 답을 보낸 사람은 없었다. 정답은 모두 19개이다. 자세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ANTI' L/T 2개 / EMER' L/T 2개 / POSITION L/T 3개 / SEARCH L/T 4개 / L/D L/T 2개 / HOIST L/T 1개 / BLADE L/T 3개 / CARGO HOOK L/T 1개 / SX-16 L/T 1개.

팬텀은 워낙 널리 알려진 기종이고, X-wing의 우리 항공기 이야기에서 너무 상세히 소개해서 퀴즈로 낼 만한 거리를 찾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왼쪽에 있는 사진 속 장비의 역할이 무엇인가처럼 쉬운 것을 내려다가 마음을 바꿔서 약간 난이도를 높여 보았다.
 

 

자... 위의 두 사진에 보이는 윙 후단의 꺽인 부분에 있는 작은 금속 튜브의 명칭과 기능을 맞추는 것이 문제다. 힌트? 비행중 조종사의 특정 스위치 조작에 의해서 기능이 작동하는데, 지상에서 의도하지 않게 유사한 형태로 작동(?)하기도 한다.

     
항공기를 소개하는 것은 많은 제약이 따른다. 보안상 공개할 수 없는 부분도 많고, 한정된 분량으로 소개하기에는 너무 제한적이다. 더구나 외형이나 기술적인 부분은 다른 코너를 통해서 상세하게 소개하기 때문에 그곳에서 다루지 않은 부분을 중심으로 소개하려 했는데, 그래서 각 기종의 베테랑 조종사의 입을 통해 기종에 대해 이야기하는 형식을 취하게 되었다. 얼마나 성공적이었는지는 공감식구들이 평가할 문제이지만, 내 마음의 고향인 팬텀대대를 소개하는 글을 쓰면서 이것저것 생각해 본다. 더욱 정성을 기울이지 못한 점 때문에 독자들에게 죄송스럽기도 하고, 커뮤니케이션이 많이 부족해 공감식구들이 원하는 것을 제대로 다 담지 못함에 아쉬움도 남는다. 더구나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항공관련 지식과 사진을 올리겠다고 야심차게 출발한 코너가 벌써 1년이 다 되어가는데, 초기의 목표를 절반도 달성하지 못했다는 자책에 가슴이 아프다. 남은 기간 동안 더욱 재미있는 기사를 쓰도록 노력할 것을 다짐하며, “전설의 도깨비 part 2”에서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며 이만 글을 맺는다.
 
   


11개월, 16회, 7개 기종, 두 번의 번외편. 2009년 웹진 공감의 AF칼럼 중 “조종사 이야기” 코너의 기록이다. 매달 하나 씩 총 12개의 공군 항공기와 각 기종의 베테랑 조종사들의 기량을 소개하겠다던 야심찬 계획은 용두사미 정도는 아니지만 돌아보면 생각했던 바를 다 이루지 못해서 너무나도 아쉬움이 많이 남긴다. 곰곰이 이유를 분석해 보면 온전히 이 코너를 위해 취재하고 기사를 작성하도록 여유가 주어졌다면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겠지만, 정해진 순서대로 진행하지 못하고 불가피하게 두 번의 번외편을 만들어야 했을 정도로 다른 업무가 밀려들어 계획의 수정이 불가피 했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해당 기종이 소개될 때면 소속 부대장병들, 특히 평소에 댓글을 잘 남기지 않고 눈팅(?)만 하는 것으로 알려진 위관·영관 조종사들이 인터뷰이(interviewee)를 칭찬하는 글들을 줄줄이 남기는 진풍경이 벌어져 보기에 좋았다는 것이다.
각설하고 이번 회에서는 지난 1년간 다루었던 내용들을 간략한 통계와 소감의 형태로 정리하고자 한다. 그 안에 물론 더 전문적이고, 더 치밀한 필자가 공군의 항공기와 베테랑 조종사들을 소개하는 새로운 코너를 운영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본다.

 

2008년 말, 조종사 이야기를 처음 기획했던 단계에서 총 12개 기종을 고른 과정은 다음과 같았다. 먼저 공군에서 운영하고 있는 항공기를 살펴보니 유사 기종은 하나로 통합해 소개할 수 있을 듯했다. 그리고 항공기를 목적별(예를 들어 훈련기, 고정익 수송기, 회전익, 전투기 등)로 숫자를 안배했다. 가장 중요한, 그러나 많이 아쉬웠던 것은 대외에 공개할 수 없는 기종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것저것을 다 고려하고 나니 모두 12개로 추려졌다. 한 달에 한 개 기종씩. 정확하게 떨어졌다. 선택했던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제일 먼저 고른 기종은 조종사가 되기 위해 가장 먼저 타야만 하는 T-103을 골랐다. 취재하러 가기 전에는 예전 초등비행훈련(지금은 “견습과정”이라는 명칭으로 바뀌었다.) 때 경험했던 T-41과 유사하리라 생각했는데, 깔끔한 외관과 교관 및 학생들의 평가를 들어보니 전혀 달랐다. 더구나 관련 히스토리를 전혀 모르고 접한 기종이다 보니 취재를 진행하다 보니 모든 것이 새로웠다. 물론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그래서 그걸 혼자 알기에 아까워 미니 퀴즈라는 이름으로 붙여서 시작했는데, 독자들의 반응이 가히 폭발적이어서 한 번 더 놀랐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조종사이야기 첫 번째인 ‘T-103’을 진행하면서 가장 놀라웠던 것은 비행훈련을 받는 생도들의 자세였다. 전혀 주눅들지 않고, 자신감 있는 모습이 마치 대대의 기성 조종사들을 보는 듯했다. 앞으로 그들이 성장해 일선 조종사가 되었을 때 충만한 자신감이 경험, 실력과 융합되었을 때 나타날 기량에 기대를 걸어본다.

조종사 이야기 두 번째 기종으로 고른 것은 F-16이었다. 현재 우리 공군의 주력전투기로 매끈한 동체의 곡선과 화려하고 날렵한 기동성능으로 극찬 받고 있는 F-16. 또한 비행단에서 추천받은 최고의 베테랑 조종사와의 인터뷰는 가슴을 뜨겁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두 번째 기사를 쓰면서 중점을 두기 시작한 것은 기종에 대한 소개와 더불어 비행과 관련된 기초적인 상식들, 예를 들면 라이너와 이어플러그처럼 비행을 하는 조종사라면 누구나 챙기는 필수품 소개 등을 소개하는 것에 집중했다. 비행대대 생활을 하지 않은 공감식구들이 비행과 관련된 지식이 전무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물론 그 중에는 전문가 수준의 폭넓고 깊은 지식을 보유한 이들이 있기는 하지만 소수에 불과하기에......) 아~ 한 가지 더. 최고의 기량을 지닌 베테랑 조종사들을 만나 인터뷰하는 것도 중요한 요소였는데, 필자보다 한참 어린 후배들이었다는 것을 함께 깨닫기 시작한 때였다. 젊고 패기있는 공군에게 박수를.......

C-130은 2007년, 약 1년 동안 쿠웨이트 다이만 부대에 파병되었던 경험도 있고, 2008년 9월에는 다이만 부대 파병 4주년을 기념하는 보름 동안의 기획취재 경험도 있어서 개인적으로 F-4E 팬텀 다음으로 친숙한 기종이다. 탑승 시간도 상당히 된다. 그래서인지 5전술공수비행단으로 C-130을 취재하기 위해서 찾았을 때 전혀 낯설지 않았다. 또한 후반에 소개했던 HH-32와 더불어 취재를 위해 동승 비행했던 기종으로 더욱 기억에 남는다. 물론 함께 취재하러 갔던 사람들이 무척 힘들어 했던 기억이 난다.

KT-1 취재 또한 매우 신선했다. 우리의 기술로 만들어 해외에 수출하고 있는 비행입문과정(구 중등비행) 훈련기인데, 과거 T-37과는 달리 터보프롭 항공기이지만 항공기의 성능이나 교관과 학생조종사들의 만족도는 정말 높았다. 심지어 어떤 교관들은 항공기가 너무 좋아서 학생들의 기량이 너무 쉽게 올라 학생들을 떨어뜨리고 싶어도 쉽지 않다고 불평 아닌 불평을 할 정도였다. 그런데 아쉽게도 첫 번째 취재를 마치고 다음 취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내부적인 문제들 때문에 두 번째 취재는 거의 5개월이 지나서 할 수 있었다. 취재를 도와준 동기생 비행대장에게 너무 미안했던 기사였다. 기사의 최종편집 디자인을 맡은 디자인 담당이 바뀌는 바람에 첫 번째와 두 번째 기사의 색감이나 비주얼 퀄리티가 많은 차이를 보여 아쉬운 기사이기도 했다. 하지만 여러모로 아쉬웠던 반면 깔끔한 항공기의 외형을 예쁜 사진으로 많이 담을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던 기종이기도 하다. 훈련비행단의 특성상 한꺼번에 몰려나오는 항공기들을 줄지어 세워두고 사진을 찍을 수 있었기 때문에 동행한 사진촬영담당은 그 어느 기종 취재 때보다도 바쁘게 돌아다녔다. 동승비행을 하지 못한 것이 유일한 아쉬움이랄까.

F-5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생산했던 초음속 전투기였기에 많은 사랑을 받았고, 또한 인지도도 상당히 높다. 그리고 공군 내에서는 “조종사 중에서 F-5를 거치지 않은 사람이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기본이 되는 제공 전투기여서 취재를 해서 기사화해도 그리 새로울 것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F-5 조종사 두 명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들이 가지고 있는 패기와 비행에 대한 경외심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마치 모든 것을 운전자가 직접 컨트롤해야 하는 수동 스포츠카와 같이 항공기가 정직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조종사의 기량이 항공기 성능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이라는 말에서 그들이 품고 있는 자존심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비행신조가 “네 믿음에 날개를 달아라!” 아직도 기억에 선명히 남는다.

조종사라는 이름에 항상 붙어 다니는 단어가 하나 있는데, 바로 “헌신”이다. 조국을 위해서 목숨을 바칠 각오로 비행에 임한다는 조종사들의 자세를 의미하는데, HH-32를 포함한 제6탐색구조전대 소속 조종사들에게는 그 단어가 그 누구보다 잘 어울린다. 전대본부를 나와서 주기장으로 들어가는 길 옆에 세워져 있는 비석의 “내 목숨은 버려도 조종사는 구한다.”라는 문구처럼 그들의 존재 목적 자체가 타인을 구하는 것이다. 물론 모든 조종사들이 개인생활 없이 작전과 비상대기에 전념하지만 헬기 조종사들도 그에 못지 않게 원거리에 있는 비상대기실에 며칠 동안 머물면서 비상대기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 그래서 HH-32편에서는 항공기를 소개하는 것뿐만 아니라 HH-32조종사들의 생활모습을 소개하는데 포커스를 맞추기도 했다.

F-4E 또한 다른 어떤 기종 못지않은 명성을 가지고 있기에 조종사 이야기 코너를 통해 반드시 다뤄보고 싶은 기종이었다. 독특한 외형과 더불어 항공기를 개발해 선보일 당시 기준으로 볼 때 혁신적이었던 무기체계로 인해 밀리터리 마니아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기 때문에 뭔가 차별화된 내용을 담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더구나 개인적으로 몇 년간 몸담았던 기종이기도 해서 나름 전문성(?)도 있고, 할 수 있는 이야기도 많았다. 또한 취재를 위해 방문했던 대대에서 짧지 않은 기간 동안 근무했었기 때문에 취재 가는 길은 마치 친정에 가는 여성의 느낌이랄까? 더구나 약간 메케한 JP-8의 냄새와 함께 거무튀튀한 색을 띈 육중한 팬텀의 동체는 귀엽기까지 했다.

내부적인 사정으로 인해 정기 연재를 중단하고 두 번의 번외편을 진행해야 했다. 한 번은 조종사와 동승근무자들이면 누구나 착용하는 비행복에 대한 상세한 것을 소개하는 편을 올렸다. 비행복의 각 부위별 기능, 그리고 숨은 이야기, 새로 선보일 하계용까지. 그런데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한 비밀이 하나 있는데 각 부위별 소개에 올린 부위별 참고사진은 실제 비행복이 아니라 어린 학생들을 입히기 위해서 별도로 제작한 축소형 비행복이었다는 것. 그냥 묻어 두려 했는데, 영 마음이 편치 않아서 이제야 공개한다.


조종사이야기 전체 기사 중에서 가장 고민을 많이 하고, 그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았던 편은 바로 두 번째 번외편인 강훈안착이었다. “조종사의 비행임무가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것인지 기사로 풀어라!”라는 과제를 두고 고민고민하다 결국은 이륙에서 공중기동까지 조종사가 겪는 신체적 변화와 스트레스를 상황별로 묘사했다. 더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수치와 자료를 제공하고 싶었지만 공감 식구들이 이해하기에도 어렵고, 효과도 부족할 듯해서 가능한 순화해 표현했는데, 그래도 어렵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어쩔 수 없다. 실력이 거기까지 인 것을....... 죄송합니다.

조종사 이야기에서 항공기에 대한 정보, 베테랑 조종사가 이야기하는 항공기 성능에 대한 이야기 못지 않게 아마 많은 관심을 받았던 것은 상품이 걸린 퀴즈가 아닌가 생각한다. 매번 연재하고 나면 이주일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메일함을 두드리는 공감식구들의 편지로 정해진 용량은 늘 포화상태였다.

 

 
조종사이야기 코너를 처음 기획하는 단계에서는 현역 조종사 중에서 전문 필진을 선발해 자신이 알고 있는 전문지식을 풀어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기종별 필진을 선발하는 것도 쉽지 않았고, 추천을 받은 조종사들도 말로는 풀 수 있어도 뭘 어떻게 써야하는지 감이 오지 않는다고 모두 거절하는 바람에 결국 직접 코너를 진행하게 되었다. 바라건대 전문지식과 필력, 그리고 기획력을 겸비한 조종사 필진을 갖춰두고 새로운 “조종사이야기 시즌 2”가 탄생하기를 기원하며, 1년 간의 연재를 마감하고자 한다. 참고로 지난 F-4E part 1 편의 퀴즈 정답자는 개별통보하고 상품을 보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