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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진짜 ‘스시’를 아느냐

醉月 2009. 4. 8. 11:09
일본의 진짜 ‘스시’를 아느냐
밥과 생선이 떨어지면 실격… 칼 같은 ‘초밥 사무라이’들의 비밀

글■김동호 중앙일보 도쿄특파원 [dongho@joongang.co.kr]

‘스시’ 열풍이 뜨겁다. 한국에서도 일식당이나 회전초밥집에서 스시를 먹을 기회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스시를 즐기기 위해서는 스시의 역사와 관습을 이해하는 것이 좋다. 스시는 원래 싼 음식이었지만 고도성장기를 거치면서 위생문제 때문에 포장마차(야타이·屋台)가 폐지되면서 고급요리로 정착했다. 그러다 1958년 오사카에서 회전초밥집이 처음 등장했고, 1980년대 이후 전국적으로 보급됐다. 이때부터 초밥은 가족 단위 고객은 물론 샐러리맨들이 부담 없이 즐기는 일본의 대표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일본은 <미슐랭가이드>에서 세계 최고의 맛 도시로 입증됐다. 일본에서 만든 인도 카레는 인도인들이 와서 울고 가고, 프랑스·이탈리아 요리도 본고장 뺨치는 맛을 낸다.

김치에서 젓갈을 빼고 달게 담근 ‘기무치’를 개발해 자기 것으로 만들어가는 것만 봐도 일본의 요리 재주가 얼마나 굉장한지 알 수 있다. 한국에서는 김치를 훔쳐갔느니 어쨌느니 하는 논란이 있지만, 일본은 무엇이든 좋은 것이 있으면 자기 것으로 만든다.

한자도 한반도를 통해 일본으로 건너갔지만 일상문자로 꽃을 피운 곳은 일본이다. 이처럼 일본에서는 음식도 외부에서 들여와 일본화한 것이 많다. 그러나 ‘스시(sushi·司·초밥)’는 예외다. 100% 일본요리로 발전해 왔다.

일본에서는 메이지 유신(明治維新) 이전에는 소고기 등 육류를 즐겨 먹지 않았다. 그래서 스시는 자연스럽게 단백질을 보충하는 영양식으로, 1년 이상 발효시켜 먹는 것이 원조였다.

일본문명의 중심지였던 간사이(關西) 지역의 중심지 오사카(大阪)·교토(京都) 인근의 시가(滋賀)에서는 지금도 2~3년 이상 발효시킨 스시를 즐긴다. 밥과 생선을 켜켜이 버무려 놓으면 이듬해 알맞게 발효돼 깊게 숙성된 맛을 낸다. 이 지방 사람들은 이를 세계 3대 진미라고 주장한다.

간사이 지방은 메이지 유신 이전 일본의 중심지였던 만큼 다양한 스시 문화가 꽃피었다. 이 가운데 ‘지라시(ちらし)스시’도 스시의 원형 중 하나다. 흩뿌린다는 의미의 ‘지라시’는 밥 위에 생선 슬라이스와 야채 등을 흩뿌리듯 올려놓는다. 색깔을 조화롭게 하거나 재료를 다양하게 올려놓음으로써 모양을 내는 등 보기만 해도 입맛을 당기게 한다.

특히 오사카의 대표적인 ‘하코(箱)스시’는 밥 위에 생선을 올려놓고 눌러 만드는 ‘오시(押し)스시’의 일종이다. 오시스시는 도쿄에서 서쪽으로 250km 거리에 위치한 도야마(富山)현에서도 즐겨 먹는다. 벚꽃(사쿠라)이 만개할 무렵인 4월 홋카이도(北海道)에서 흘러내리는 해류를 타고 산란을 위해 몰려드는 송어 떼를 재료로 쓴 이 초밥은 ‘사쿠라마스(송어)스시’로 부른다.

원통 모양의 대나무 도시락에 일본 최고의 쌀로 평가되는 ‘고시히카리’로 지은 밥을 담고 그 위에 송어 슬라이스를 올린 뒤 눌러 만든다. 과거에는 돌로 눌러 뒀지만, 요즘은 생산 효율을 위해 기계로 찍어낸다. 두께가 원래보다 절반 가량으로 눌리기 때문에 먹어보면 잘 눌린 약밥이나 떡을 먹는 느낌이 나면서도 적당한 양념 맛이 일품이다.

익숙하지 않은 형태의 스시여서 처음에는 손이 잘 가지 않는다. 그러나 오키나와(沖?) 산 천일염 맛이 적당히 배어 미각을 크게 자극하면서 입맛을 돋운다. 도야마의 송어 스시는 에도(江戶) 시대부터 시작됐다. 송어 떼가 몰려오면 작은 배를 이어 강을 가로막고 송어를 어획한 것이다.


 
일본 도쿄에 있는 한 초밥집. 주방장이 스시를 만들어 바로 손님에게 내놓는다.

지방마다 독특한 스시 발달

나라(奈良)·와카야마(和歌山) 등에서 발달한 ‘카키노하(の葉)스시’도 있다. 소금에 절인 감 잎으로 스시를 싸 보관하기 때문에 보관성이 뛰어나 지금도 역이나 공항에서 팔린다. 처음에는 소금에 약간 절인 고등어만 사용했으나 상업화하면서 연어·도미·붕장어(아나고) 등도 사용한다. 스시는 손으로 빚어낸 직후 먹는 것이 가장 맛있다.

일본의 ‘초밥왕’으로 불리는 오노 지로(小野二郞)가 NHK 특집방송에 나와 소개한 지론이다. 스시의 맛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스시 장인의 손재주에서 나온다는 의미다. 손맛이 음식 맛을 좌우한다는 한국의 가정 요리와 통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래서 즉시 말아 내놓은 명품 스시는 숨을 쉬는 듯 살아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카운터 너머 스시 장인이 접시에 내놓는 순간 스시가 서서히 가라앉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미묘하지만 몇mm 가량 차분하게 가라앉는 것이다. 초를 버무린 밥알과 밥알 사이에 가득 들어갔던 공기가 밖으로 빠져 나오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쥘수록 명품 스시가 된다.

초밥왕 오노는 “하반신에는 힘을 주지 않고, 무릎을 부드럽게 하고, 허리는 마치 붕 떠있는 것 같은 상태에서 스시를 쥔다”고 말했다. 상체는 양손을 제외하고는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등은 곧바로 펴서 신체의 다른 부분에 불필요한 힘이 들어가지 않게 해야 살아있는 스시가 나온다는 것이다. 솜씨가 있는 스시 장인이 말아주는 ‘오마카세(おまかせ)’는 명품 스시의 최고 절정이다.

오마카세는 ‘맡긴다’는 의미로, 스시 장인이 가장 자신 있게 만들어주는 메뉴다. 일반 스시는 가격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창의력이 제한되는 반면, 오마카세는 스시 장인의 명성을 걸고 만들기 때문에 최상의 재료를 사용한다. 가격대가 일반 메뉴보다 비싼 만큼 스시도 더 많이 들어간다. 그날 들어온 재료 중 가장 자신 있는 것들만 골라 20개까지 내놓는다. 일반 스시는 10~12개를 내놓는 것이 일반적이다.

최고급 스시의 비결은 장인들의 손맛


 
스시 장인들은 손으로 쥐어 내놓는 순간 “이것은 맛있게 됐다”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고객이 카운터에 앉아있는 상태에서 스시 장인이 만들어주는 스시에도 일반적으로 순서가 있다. 처음에는 흰살생선인 ‘히라메(광어)’에서 시작한다. 다음은 역시 흰색인 오징어로 이어져 ‘부리(방어)’로 넘어간다. 겨울철에는 방어가 다 자라기 전 상태의 ‘이나다’를 재료로 사용한다.

일본에서는 물고기의 성장 단계마다 이름을 별도로 부른다. 그런 다음 ‘아카미’로 불리는 붉은살생선으로 넘어간다. 참치 뱃살인 도로가 본격적으로 나오는데 ‘주도로’에서 시작해 최고급인 ‘오도로’로 이어진다. 명품 스시를 먹는 즐거움이 클라이맥스를 향하는 단계이기도 하다. 그런 다음에는 중간 크기의 전어인 ‘코하다’ ‘하마구리(대합)’ 등으로 이어진다.

입가심은 계절에 관계없이 계란말이구이 스시로 연결된다. 스시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스시 장인에 대해 알아둘 필요가 있다. 스시를 만드는 사람은 일본에서는 프로를 의미하는 장인 또는 직인(職人)으로 불린다. 따라서 장인이 되기 위해서는 소림사 무술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오랫동안 허드렛일부터 배운다.

‘밥짓기 3년, 쥐기 8년’이라는 말이 이런 과정을 대변한다. 약 10년간의 수행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이 기간 시장에서 물 좋은 생선을 알아보는 눈을 기르고, 생선별로 언제가 제철인지를 습득하며, 생선의 어떤 부위에 기름이 많이 올라있는지를 알게 된다. 오랜 경험과 지식을 익혀야 깊이 우러나는 맛을 내는 스시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최고령 스시 장인으로 뽑힌 ‘초밥왕’ 오노 지로.

특히 장인이 손으로 쥔 스시는 밥알이 촘촘히 압축되기 때문에 입안에서 알찬 맛을 낸다. 최고 장인들은 한 번에 쥐는 밥알의 수가 일정한 수준의 경지에 도달한다.

스시 장인들이 ‘샤리(밥)’를 쥐는 방법은 다양하다. 같은 재료를 써도 나름의 기술에 따라 스시의 시각과 미각을 최대한 다르게 할 수 있다. 손바닥으로 쥐는 방법도 있고, 손끝으로 쥐어야 맛있다는 장인도 있다.

엄지손가락을 최대한 사용하는 이도 있다. 쥐는 모양도 쌀가마 모양의 ‘타와라’, 네모상자 모양의 ‘하코’, 배 모양의 ‘후네’ 등으로 나뉜다. 최근에는 대중화·체인화하면서 극히 일부에서 샤리를 자동으로 쥐어내는 기계도 보급됐다.

이 세상에 필요한 기계는 무엇이든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일본인이다. 그래서 일부 기계는 샤리에 ‘와사비’까지 발라주는 기능도 있다. 더구나 이 기계는 밥통처럼 생겨 대부분의 고객은 장인이 손으로 쥐어내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아무래도 장인의 손맛이 스며들어 있지 않기 때문에 스시의 정수를 즐기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최고급 스시를 구별하는 방법도 있다. 우선 생선을 젓가락으로 떼어내 밥에서 떨어지면 초보자가 만든 것이고, 떨어지지 말아야 프로급 솜씨다.

둘째, 초밥이 밥알로 꽉 차 있으면 역시 초보의 작품이다. 밥 속에 공간이 생겨야 프로의 솜씨로 평가된다. 그러나 고객의 취향에 따라 밥알이 꽉 찬 것을 좋아하는 경우도 많다. 셋째, 초밥 형태가 사각형에 키가 높으면 초보의 작품으로 평가된다. 프로는 좀 납작한 모양으로 만드는 경향이 있다. 그래야 한 입에 쏙 들어가 먹기 쉽다.

일본 최고의 스시 장인 74년째 한 우물

넷째는 생선을 1~2일 숙성시켜 손으로 찢어져야 제대로 된 스시다. 쫄깃하면 제대로 준비 안 된 재료를 쓴다는 소리를 듣는다. 물론 활어를 즐기는 한국에서는 다를 수 있다. 일본에서는 생선회는 물론 스시에도 활어를 쓰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고 상식이다.

활어는 너무 쫄깃해 고기의 맛을 제대로 알 수 없다는 것이 일본인의 미각이다. 다섯째, 초밥을 만들 때 두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면 초보로 여겨진다. 손놀림이 가볍고 전체적으로 고루 압력을 주면서 만들어야 프로라는 평가를 받는다.

스시가 얼마나 장인정신이 필요한 음식인지는 최근 NHK가 특집방송한 일본의 84세 ‘초밥왕’ 오노 지로(小野二郞)의 스토리가 대변한다. 그는 세계적 맛집 평가서인 <미슐랭가이드>가 2007년 도쿄에서 처음 실시한 선정에서 최고령 스시 장인으로 뽑혔다.

도쿄 인근 시츠오카(靜岡)에서 태어난 그는 열 살 때 동네 식당에서 요리 장인의 길에 입문했다. 물을 긷고 설거지를 하는 등 허드렛일부터 배웠음은 물론이다. 성실성을 인정받아 25세에 고객의 소개로 도쿄 초밥집으로 옮긴 그는 자신만의 노하우를 개발한 뒤 다소 늦은 나이인 40세에 독립해 지금의 초밥집을 열었다.

NHK는 도쿄 긴자(銀座)에 있는 그의 초밥집 ‘스키야바시지로(すきやばし次郞)’를 방문해 세계 최고 스시의 비결을 들었다. 그는 일반인이 생각지도 못한 자기관리부터 철저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출할 때는 언제나 장갑을 낀다. 고객 앞에서 스시를 말기 때문에 검버섯이 피고 거친 손으로 초밥을 말아내면 고객의 식욕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배려에서다.


 

여름에 외출할 때도 반드시 긴 팔 옷을 입는다. 이는 손가락의 안쪽 살 부분을 보호하는 효과도 있다. 왼손잡이인 그는 자신의 왼손 중지·약지·새끼손가락을 귀중하게 여긴다.

샤리를 쥐었을 때의 온도와 끈적임의 정도를 느끼기 위해서다. 그래서 그는 무거운 물건도 들지 않는다. 스시는 상하기 쉬운 생선을 사람의 따뜻한 손으로 만들기 때문에 잡균이 들어가기 쉽다. 그런 점에서 오노스시는 위생 측면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는 것이다.

가게 운영 방식도 독특하다. 세계에서 가장 음식을 잘하는 도쿄에서도 <미슐랭가이드>의 최고 등급인 별 셋짜리 가게로 뽑혔지만 지하 1층에 자리 잡은 가게는 비좁고 화장실도 따로 없다.

아침마다 세계 최대 어시장인 쓰키지(築地)에서 가장 싱싱한 것이 메뉴로 올라온다. 재료가 최상급이라고 판단하면 가격도 묻지 않고 들여온다. 그래서 이 가게 스시는 1인당 2만7,000~3만2,000엔(약 40만~50만 원)에 달한다. 메뉴판은 따로 없고, 자리는 카운터 좌석 10석과 테이블 3개뿐이다. 현금만 받고 신용카드는 받지 않는다. 오직 맛과 특별함으로 고객을 모시는 것이다. 협심증을 앓는 그는 현재 아들에게 가업을 전승하고 있다.

맛있게 먹는 방법

집마다 김치에 넣는 재료가 조금씩 다른 것처럼 스시도 가게마다 조금씩 다른 전통과 방법을 고수한다. 먹는 방법도 여기에 따라 달라야 한다. 일반적으로는 갓 갈아낸 와사비를 밥 위에 올린 다음 생선을 올린다. 예전에는 와사비를 상어 가죽에 갈았지만 요즘은 기계로 갈아 나오는 곳이 많다. 초밥말이에 쓰는 밥은 샤리라고 하고, 밥 위에 올리는 생선 슬라이스는 구(具)라고 한다.

샤리 위에 구를 올리면 스시가 되는 것이다. 스시 장인이 초밥을 마는 동안 ‘코자라’라는 작은 접시에 간장을 따른다. 아무리 고급 초밥집에 가도 간장은 스스로 따르는 것이 관례다. 스시를 간장에 찍어 먹을 때도 요령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간장은 재료에 찍어먹는 것이 좋다는 사람이 있는데 이것은 밥에 찍으면 밥이 허물어지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밥이 으스러지면 보기에도 좋지 않다는 이유도 있다. 무엇으로 집어먹느냐도 스시의 묘미를 좌우한다. 스시는 일본음식 가운데 드물게 손으로 집어먹을 수 있다. 손으로 갓 쥐어낸 음식을 바로 손으로 집어먹는 것이 전통적인 관습이다. 장인의 손맛을 바로 전달받아 스시를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젓가락질이 서투른 어린이나 기력이 떨어진 고령자들에게는 적극 추천할 만한 방법이다. 지금도 일본의 스시 가게에서는 노련하고 태연한 자세로 스시를 손으로 집어먹는 사람이 눈에 띈다. 스시는 처음부터 자연발생적으로 개발된 인스턴트 식품이었기 때문에 손으로 집어먹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다만 젓가락 사용을 추천하는 곳도 있다.

맨손으로 먹으면 앞에 먹은 재료가 손에 묻어 다음에 먹는 재료의 순수한 맛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먹는 순서는 기호에 따르면 되지만, 일반적으로 붉은 것에서 흰색으로 이동하면 좋다. 일반적으로 1인분에는 참치 뱃살로 만든 도로·타이·마구로·아지·계란말이·이카(오징어)·코하다(전어)·에비·우니·아나고 등이 들어간다.

다양한 종류가 한 가지씩 들어가므로 여러 가지 재료의 맛을 즐길 수 있다. 사바(고등어)와 아나고는 날생선이 아니라 약간 조리한 재료를 쓴다. 고등어는 쉽게 상하는 생선이기 때문에 적당히 식초로 절이거나 겉만 익혀 사용하므로 감안해서 맛을 즐겨야 한다. 아나고는 양념을 바르거나 살짝 구워 초밥을 만든다.

간장에 와사비를 찍어 먹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지만 일본에서는 스시 가게에 따라서는 생선 표면에 적당한 양념을 발라 나오는 곳도 있다. ‘쓰메’라고 불리는 이 양념은 기본적으로 간장 맛을 내는 액체 조미료다. 물론 스시를 말아주는 가게 주인이나 장인이 양념돼 있으니 그냥 먹어도 된다고 한마디 해주므로 잘 알아들으면 짜게 먹는 실수를 피할 수 있다.

재료에 따라서는 간장 대신 소금을 뿌려 먹는 경우가 있으나 흔한 소금은 쓰지 않고 멕시코산 암염, 오키나와산 천일염 등 독특한 느낌을 주는 소금을 쓴다. 더구나 이 소금에도 주방장 나름의 조미료를 첨가해 독특한 맛을 내는 경우가 많다. 와사비를 뺀 사비누키(さびぬき) 상태의 스시를 내놓는 곳도 있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와사비를 발라 먹으라는 것인데, 기호가 다양한 사람이 들르는 회전초밥집에서는 사비누키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스시 컨베이어벨트에 아예 와사비 통을 올려놓았으므로 적당량을 덜어 사용하면 된다. 미소시루를 적당히 마셔 입맛을 정제해가면서 스시를 먹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소독 작용이 있는 ‘쇼가(생강)’를 먹는 것도 스시의 맛을 제대로 탐미할 수 있는 방법이다.

녹차도 스시와 함께 먹으면 맛을 극도로 좋게 만드는 음료다. 대중이 애용하는 회전초밥집 가운데는 분말녹차를 준비하는 곳도 늘고 있다. 스시를 세는 방법도 알아두는 것이 좋다. ‘쥠초밥’을 세는 단위는 원래 무게의 단위였던 ‘칸(貫)’을 사용한다. 스시 메뉴를 보면 초밥이 몇 개 들어있는지는 칸 단위로 표시된다. 일반적으로는 10개 가량 들어있으나, 일본에서는 1.5인분 메뉴도 발달해 있다.

한국도 가능성 있는 스시

스시는 일본에서 출발했지만 한국도 강점을 가지고 있다. 세계에서 날생선을 가장 잘 먹는 문화를 공유하는 데다 손재주가 좋기 때문에 얼마든지 한국의 브랜드로 만들 수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이런 저런 곡절을 거쳐 시작했겠지만, 한국인이 경영하는 스시 가게가 번창한다. <뉴욕타임스> 2007년 7월29일자는 한국인이 제법 많이 거주하는 뉴욕 퀸즈 지역에서 한국인이 주최한 스시 교실을 소개한 적이 있다.

스시는 일본의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지 대중은 교실 운영자가 일본인인지 한국인인지를 굳이 묻지 않는다. 이 스시 교실에서는 하루 4시간, 6주 과정으로 스시 장인을 양성한다는 내용이었다. 학비가 당시 1,000달러에 달했지만 한국계·중국계 수강생이 몰려들었고, 이들은 미국 각지의 스시 가게와 일본요리점의 주방장으로 취직한다고 전했다.

일본은 이런 움직임을 경계해 2005년 해외의 스시 식당을 상대로 ‘감찰반(sushi police)’ 운영에 나서려고 한 적이 있다. 외국의 스시 식당 가운데 품질이나 서비스가 제대로 된 곳만 골라 인증하겠다는 것이었다. 이 활동은 맛의 경연장인 프랑스에서 처음 시도됐다.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 파리지부가 “진정한 일본의 맛과 서비스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며 음식전문가 12명으로 구성한 ‘일본식당가치향상위원회’를 만든 것이다.

이들은 손님을 가장해 크고 유명하다는 스시집 80곳을 방문했다. 그리고 일본산 재료를 쓰는지, 음식의 질은 어떤지, 음식을 담는 스타일이나 서비스가 일본적인지 등을 채점했다. 평가 결과 3분의 1은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음식까지 국수주의적으로 흐른다는 비난을 받고 중단했지만 일본이 스시를 얼마나 귀중한 음식문화로 여기는지 보여주는 단면이다.

일본의 쓰키지 시장은 세계적 명물로 자리 잡았다. 스시가 세계화하면서 쓰키지 견학이 관광코스의 하나로 정착된 것이다. 같은 물고기여도 치어와 중간 크기, 다 자란 뒤 등 성장 단계마다 다른 이름을 붙여 부르는 데서도 일본 스시문화의 깊이를 알 수 있다.

생선 외에 다양한 재료 사용
스시의 재료는 생선을 위주로 한 어패류가 주류라는 이미지는 잘못된 것이다. 우선 스시에는 생선은 물론 다양한 종류의 조개류와 문어 등 살아 움직이는 대부분의 생선을 사용한다. 생선의 날개 부분인 ‘엔피라’는 물론 연어알(이쿠라)·청어알(가즈노코) 등 생선알·채소·계란 등 다양한 재료를 곁들일 수 있다.

이 중에서도 최고급 재료는 참치(다랑어)다. 특히 최고급 참치의 ‘도로(トロ·뱃살)’는 최고의 스시 재료다. 도로 중에서도 기름이 가장 잘 오른 ‘오(大)도로’와 그 다음 품질로 평가되는 ‘주(中)도로’가 최고로 꼽힌다. 스시 인구가 급증하는 반면 참치는 남획으로 어획량이 줄어들면서 참치값이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2m에 이르는 대형 참치는 한 마리에 1,000만 엔(약 1억5,000만 원)에 경매된다.

오도로는 대중 스시 전문점에서는 한 개에 500엔(약 7,500원) 가량이 시세다. 최고급 가게에서는 1인당 3만 엔(약 45만 원)이므로 쌀밥 한 줌에 불과한 스시 한 개 값이 5만 원에 이르는 셈이다.

스시를 제대로 즐기려면 물고기 이름도 본고장 명칭으로 알아 두는 것이 좋다. 대표적인 것들이 아지(전갱이)·이와시(정어리)·가지키(청새치)·가쓰오(가다랑어)·가레이(가자미)·간바치(잿방어)·고노시로(전어)·사케(연어)·사바(고등어)·사와라(삼치)·산마(꽁치)·스즈키(농어)·다이(도미)·부리(방어)·히라메(광어)·마구로(참치·다랑어)·메카지키(황새치)·아이나메(쥐노래미)다. 이런 것은 날생선을 사용하므로 스시의 정수를 맛볼 수 있는 재료들이다.

아나고·우나기(장어)는 찜 또는 ‘가바야키(구이)’ 등으로 조리한 뒤 밥에 올려 먹는다. 새우는 아마에비·구루마에비·이세에비·보탄에비·홋카이시마에비 등 종류가 다양하다. 삶은 새우는 ‘무시에비’라고 한다. 최근 껍데기가 투명한 ‘시로에비’도 도야마를 중심으로 브랜화하고 있다.

‘샤코(갯가재)’와 ‘즈와이가니(바다참게)’ ‘타라바가니(왕게)’ 등 게도 두 가지가 사용된다. ‘이카(오징어)’와 ‘타코(문어)’는 잘 알려져 있을 것이다. 오징어 다리를 양념에 버무린 ‘게소스시’도 그다지 비싸지 않으면서 입맛을 크게 자극하는 초밥의 주요 메뉴다.

조개류도 초밥의 재료로 빼놓을 수 없다. 아와비(전복)·아오야기(개랑조개)·아카가이(피조개)·호타테가이(가리비)·홋키가이(함박조개)·도리가이(새조개)·가이바시라(키조개·관자) 등이 대표적이다. 생선알로는 ‘이쿠라(연어알)’와 ‘우니(섬게알)’가 고급 재료로서 대표적이지만 도비코(날치알)·멘타이코(명란)·가즈노코(청어알)·다라노코(대구알) 등도 애용한다. 최근에는 회전초밥이나 외국에서 햄버거·아보카도 등 일식 재료가 아닌 것을 사용한 스시도 등장했다.

스시의 세계화에 따른 현상이지만, 이런 것들도 스시로 봐야 하는지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마키(卷き)’도 빼놓을 수 없다. 샐러드 또는 계란말이·구이 등 쥔 스시로 마무리하는 경우도 있지만, 고깔 모양으로 만 스시도 마지막 입맛을 개운하게 한다. 피를 맑게 해주는 파를 참치 붉은살을 다진 도로와 곁들인 ‘네기도로 마키’가 일반적이다.

여기서 쓰는 도로는 참치 살을 발라낸 뒤 등뼈 부분에 붙은 자투리 살을 사용한다. 오이를 듬뿍 사용하는 ‘갓파마키’, 말린 박고지를 다시 물에 불린 ‘간뾰마끼’, 끈적끈적한 일본된장을 사용한 ‘낫토마키’, 장아찌 등을 사용한 ‘신코마키’, 익힌 참치 살에 마요네즈를 버무린 ‘튜나마요마키’ 등도 즐겨먹는 마키다. 기름에 튀긴 유부를 밥에 싸먹는 ‘이나리(稻荷)스시’도 강렬한 신맛과 단맛이 일품이다.
스시의 역사
적어도 8세기부터 시작된 것으로 추정한다. 스시를 나타내는 ‘물고기젓 지(?)’자는 중국 문헌에 기원전 5세기부터 등장했고, ‘생선젓 자(횙)’자는 2세기 말부터 보이기 시작했다. 에도(江戶·지금의 도쿄)에서는 ‘지’를 사용했고, 천년 고도인 교토(京都)에서는 ‘자’를 사용했다. 하지만 두 글자 모두 일본어 발음은 스시다.

이후 16세기까지는 간사이(關西) 지방의 눌러 만드는 ‘오시(押し)스시’가 주류였으나 메이지(明治)유신 이후 지금의 도쿄가 개발되면서 손으로 쥐어 만드는 ‘쥠초밥’, 즉 ‘니기리스시(握りすし)’가 크게 발달했다. 도쿄 앞바다에서 갓 잡아 올린 생선을 사용하므로 ‘에도마에(江戶前)스시’라고도 한다.

스시의 어원

스시는 신맛을 의미하는 ‘초(酢)’라는 한자의 일본어 발음이다. 초밥이 원래는 숙성시킨 물고기와 초를 곁들인 밥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초밥으로 표현되는 스시는 말 그대로 초와 약간의 양념을 버무린 밥을 생선과 함께 먹는 음식이다. 일반적으로 ‘스시(壽司)’라는 표현도 사용한다.
이는 스시를 발음나는 대로 옮겨 적은 조어다. 직역하면 목숨을 담당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모든 일이 그렇지만 스시는 목숨을 걸고 정성을 기울이는 장인들이 만들어내는 음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