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史관련

우리도 항공모함을 갖자

醉月 2011. 12. 9. 08:16

한국 해군의 항모보유에 대해 군사전략가들조차 의견이 분분하다.
논쟁의 핵심은, 첫째 항공모함이 한국 해군에 꼭 필요한가.
둘째, 예산과 기술이 가능한가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항모는 꼭 필요하며, 예산과 기술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국 해군에 적합한 단계적 원해전력 형태는, 해양전투단(MAG)→핵잠수함(SSN)→항공모함(KCVN) 순으로 발전돼야 한다.


⊙ 航母 바랴크, 내년 8월 취역하면 우리 영공 대부분 작전반경에 들어가
⊙ 보유척수는 최소 2척 필요… 추진기관은 처음엔 가스터빈 방식으로 해야
⊙ 3만~4만톤의 한국형 항모건조 비용 대략 2조~3조원… 연간 유지비용 500억~600억원 추산

尹淵
⊙ 63세. 해군사관학교 25기 졸업.
⊙ 기뢰부설함(풍도함) 함장, 초계함(포항함) 함장, 호위함(전남함) 함장, 제51대잠(對潛) 전대장,
    제2전투전단장, 1함대사령관, 해군 전투발전단장, 기획관리참모부장, 해군작전사령관,
    해군사관학교장, 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 위원 역임.
⊙ 現 STX조선해양 사외이사, 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

내년 8월 1일 인민해방군 건군기념일에 맞춰 정식으로 취역할 중국의 항공모함 바랴크호.
  중국의 첫 항공모함 ‘바랴크(Varyag)’가 지난 8월 시험항해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대륙국가 중국이 육지의 잠에서 깨어나 대양으로 닻을 힘차게 올린 역사적 사건이다. 중국의 첫 항모 바랴크는 1998년 우크라이나에서 ‘해상호텔로 개조해 쓰겠다’며 구입한 구(舊)소련 건조 항모 바랴크호(Varyag·6만7500t급)를 항공모함으로 개조한 것으로, SU-35전투기와 헬기 등 50여대를 적재할 수 있다.
 
  중국은 이 배를 ‘시랑(施琅)’으로 명명할 예정이다. 시랑은 명나라 말 수군 제독인 정성공(鄭成功)의 아버지 밑에서 일했다. 시랑은 정성공이 자신의 일족을 죽이자, 청나라로 도망가 제독이 됐다. 시랑이 이끄는 청나라 수군은 1683년 대만을 공격해 먼저 대만에 와 있던 정성공 세력을 굴복시키고 대만을 청(淸)의 영토로 편입시켰다. 대만을 정벌한 인물을 항모 이름으로 붙인 것으로 미뤄, 중국이 바랴크를 무력시위용으로 사용하려 한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내년 첫 항공모함의 정식 취역에 맞춰 항모전단(航母戰團)을 중심으로 제4함대를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명보(明報)》는 지난 9월 7일 중국 내 소식통을 인용, “중국의 첫 항모가 시험항해에 들어감에 따라 중국 해군에 제4함대가 조만간 창설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제4함대는 남중국해를 바라보고 있는 하이난다오(海南島) 산야(三亞)에 기지를 두고, 장기적으로 2개의 항모전단을 운영하게 될 것이라고 《명보》는 전했다. 바랴크호는 내년 8월 1일 인민해방군 건군기념일에 맞춰 정식 취역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제4함대 출범시기는 내년 초·중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바랴크에 이어 2015년을 목표로 재래식 항모 1척도 건조 중이며, 2020년경에는 핵추진 항모도 보유할 것이라는 야심찬 계획도 세워 놓고 있다. 중국은 왜 대양(大洋)으로 그들의 힘을 뻗으려 하는 것일까.
 
 
  바랴크 등장으로 西海는 격랑속으로
 
  중국은 2007년 CCTV 방송 제작진, 그리고 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 100여명의 역사·정치·경제·사회·법·국제정치 분야 최고의 전문가들과 함께 특별기획 <대국굴기(大國崛起)>라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대국으로 우뚝 일어선다’는 의미의 <대국굴기>는 중국 학술계를 비롯한 각계 전문가에서부터 학생과 노인에 이르기까지 13억 중국인을 뜨겁게 달궜다.
 
  <대국굴기>는 포르투갈, 스페인, 네덜란드,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러시아, 그리고 미국 등 9개 국가가 서로 바통을 이어받으며 어떻게 자신만의 찬란한 대국을 만들고, 또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졌는지를 조명한 프로그램이다. 15세기 이후 현재까지 이들 국가가 대국으로 굴기했던 힘의 원천은 바로 땅이 아닌 바다의 지배였다.
 
  미국의 해양전략가 앨프리드 머핸(Alfred Thayer Mahan)은 한 국가의 해양력(海洋力)을 결정짓는 요인으로 선박의 건조능력, 항만과 해운능력, 국민성과 정부의 의지, 해안선의 길이, 해군력 등을 들었다. 이런 요소를 총망라한 것이 해양력(sea power)이라고 했다.
 
  어쨌든 현재 세계 해양력의 1위는 여전히 미국이고, 중국은 2위다. 대한민국은 12위 수준이다. 중국은 선박 건조량에서도 우리를 따라잡았고, 해양으로 굴기하기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중국이 비록 G2의 대열에 올라 미국과 동반자의 역할을 하고 있지만 미국에 도전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중국 해군력의 열세다. 중국은 수세기 동안 막강한 해군력을 갖춘 적이 없다. 대양 해군력을 갖추려면 항모를 건조해야 하는데, 자체적으로 건조할 능력이 달리는 데다 조종사들을 훈련시키고 경험을 쌓는 것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의 항모 전문가들은 중국의 항모가 10년 후에나 실력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예산도 만만치 않은 문제다. 구소련이 미국과 군비(軍備)경쟁을 하다가, 몰락한 사례를 중국은 잘 알고 있다. 향후 100년 동안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을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간단히 말해 미국의 군사력이 중국에 비해 월등하다는 점이다.
 
  특히 중요한 것은 미국 해군이 전 세계의 바다를 통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 해군력 건설의 목표는 ‘미국 해군력이 전 세계의 해군력을 합친 것보다 커야 한다’는 것이며, 현실도 그러하다. 역사상 어느 나라의 해군력도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세계의 모든 물동량 중 78%는 바다로 통한다. 미국이 바다를 통제할 수 있음은 모든 세계의 국제무역을 통제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현실은 미국의 안보와 번영의 기둥이 됐다.
 
  중국은 해군력 강화를 통해 중동지역 원유(原油) 수입이라든가 주변해역과 태평양 물류수송로에 대한 지배력을 높일 것이다. 왜냐하면 중국은 교역량의 85%를 해상교통로에 의존하고 있고, 원유수입의 경우는 모두 바다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미국의 태평양 제해권을 견제하려는 의도
 
  중국은 남중국해의 난사(南沙) 군도 등에서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 국가들과 영유권 분쟁을 겪고 있으며, 일본과는 동중국해상의 센카쿠(尖閣) 열도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실제로 난사 군도의 경우, 중국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본토에서 전투기들이 출격해 장시간 작전을 벌이는 데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이젠 중국 항모 함재기들의 작전반경이 500~800km에 달할 것으로 분석돼, 난사 군도에서 주변국과 무력충돌이 벌어질 경우, 지금보다 강력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중국은 그동안 마찰을 겪어 왔던 대만에도 우세한 지위를 차지할 것이다. 작은 섬나라 대만이 그동안 중국에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바다 때문이었다. 이제 그 바다를 중국이 통제하게 되어 대만과의 관계에서도 주도적 입장을 취할 수 있게 됐다.
 
  중국의 첫 항공모함 보유는 대양해군의 출범을 알리는 신호탄이면서 아시아의 패권 장악은 물론, 미국이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태평양의 제해권(制海權)까지 견제하려는 의도이기도 하다. 중국인들은 국익보호의 필수적 ‘해결사’로 항모를 선택한 것이다.
 
  중국이 항모를 보유하자 중국과 영유권 갈등을 겪고 있는 일본과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향후 중국의 경제성장은 필연적으로 중국의 군사력, 특히 해군력의 성장을 초래할 것이다. 중국은 자체 개발한 이지스 체계를 탑재한 구축함 7척과 핵 잠수함(SSN, SSBN)도 이미 확보했다. 중국은 항모 강습단(carrier strike group-10여척의 함정으로 구성)을 구축하기 위한 항모, 수상함, 핵 잠수함을 모두 보유하게 된 것이다.
 

2010년 7월 28일, 천안함 사건에 대한 군사적 대응조치로 열린 키 리졸브 훈련에서 미 7함대 소속 핵항모 조지 워싱턴호가 항진하고 있다.
 
  ‘동북공정’에 이어 ‘서해공정’ 시작하려나
 
  중국은 동북공정에 이어 ‘서해공정’을 시작하려 하고 있다. 중국의 항모 보유는 우리와 바다를 함께한 서해의 전략구도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중국이 바랴크 항모에 행동반경이 800km에 이르는 Su-33전투기를 탑재하면, 우리나라 영공 대부분이 항모의 작전반경에 들어간다. 중국 해군이 항모를 보유하게 되면, 중국 해군의 작전범위는 근해를 넘어 서태평양과 인도양까지 확대할 수 있다.
 
  중국 《신화통신》이 언급한 것처럼 ‘항모 없이 대양해군 없다’는 중국의 꿈을 실현하게 된 것이다. 중국은 군부(軍部)에서 강변한 바와 같이 중국 근해나 지키려고 돈 들여 항모를 만든 것이 절대 아니다. 그들의 꿈은 대양에 있다. 작년 3월 천안함 폭침 이후 한미(韓美)가 서해에서 미 항공모함이 참여하는 훈련을 하려 하자 중국은 이에 강력하게 반발했다. 서해바다를 자국의 영해로 착각할 정도로 오만한 태도였다. 서해는 중국에 핵심해역이다.
 
  서해의 제해권을 잃으면 중국은 모든 것을 잃게 된다. 왜냐하면 서해를 통하지 않고 중국의 수출입 물량을 내륙으로 이동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이 미국의 서해 항모 진입에 그토록 민감한 이유도 서해의 해양통제와 관련이 있다. 중국 해군이 미국 해군의 패권에 도전한다면, 제일 먼저 갈등을 겪게 되는 바다가 서해다.
 
  서해에서 중국의 제해권이 막강해질수록 이어도를 비롯한 한중 배타적경제수역(EEZ)과 대륙붕 경계획정에서 대한민국은 중국에 밀릴 수 있다. 여기에 우리의 고민이 있는 것이다.
 
  한국 해군의 대양해군 건설은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 과제가 됐다. 작년 천안함 폭침 이후 국방부가 대양해군을 포기하고 연안해군 위주로 해군력 건설계획을 바꾼 것은 미래를 내다보지 못한 정책결정이다.
 
  해군도 대양해군 건설을 위해 필요 예산을 확보하려고 노력해야 하지만, 동시에 아직도 남아 있는 대(對)간첩작전 위주의 경비전대를 과감히 정리해, 연안(沿岸)과 원해(遠海)에서 작전 가능한 균형해군 전력을 갖춰야 한다.
 
  예산 타령만 하지 말고 과감한 구조조정도 필요하다. 핵추진 잠수함(SSN)과 한국형 항공모함(KCVN) 건조 전까지는 독도함에 필요한 항공력(수직이착륙기, 대잠헬기, 상륙헬기)을 탑재해야 한다. 독도함을 기함으로 한 구축함(KDX), 호위함(FF), 잠수함(SS), 군수지원함, 해상초계기 등으로 구성된 ‘해양전투단’(MAG·maritime action group·보통 8~10척으로 구성)을 원해작전에서 운용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독도함급의 추가 건조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해양전투단은 원해에서 수상, 수중, 공중의 입체작전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필자는 현역 시절 환태평양훈련부대 사령관으로 태평양상에서 해양전투단을 지휘한 경험이 있다. 항모가 없을 때 사용가능한 훌륭한 기동조직이다. 한국 해군은 최소 3개의 해양전투단을 필요로 한다.
 
  다음 단계로, 한국 해군의 핵추진 잠수함 운용은 비용 대 효과면에서 가장 바람직한 억지전력이다. 북한은 물론이고 우리보다 3~4배의 해군력을 유지하고 있는 주변국에 대해 장거리 잠대지(?對地) 미사일을 보유한 핵추진 잠수함이 반드시 필요하다. 적이 두려워할 ‘한 방’이 있어야 우리를 깔볼 수 없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한국 해군에 적합한 단계적 원해전력 형태는, 해양전투단(MAG)→핵잠수함(SSN)→항공모함(KCVN) 순으로 발전돼야 한다.
 
 
  대한민국이 航母를 가져야 할 이유 네가지
 
2010년 8월 5일, 서해 합동 해상기동훈련에서 독도함이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한국은 항공모함 건조전까지 독도함에 필요한 항공력을 탑재해 독도함을 기함으로 원해 작전이 가능한 해양전투단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국 해군의 항모보유에 대해 군사전략가들조차 의견이 분분하다. 논쟁의 핵심은, 첫째 항공모함이 한국 해군에 꼭 필요한가. 둘째, 예산과 기술이 가능한가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항모는 꼭 필요하며, 예산과 기술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첫째, 가장 필요한 당위성은 전쟁억지 능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당면과제는 북한의 위협에 대한 억지력을 높이는 것이다. 한국 해군이 항모를 보유하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이후에도 북한에 대한 억지 및 보복능력이 늘어나고 해양 우세권 확보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항모는 떠다니는 비행장이므로 동서해 북한 해안에 근접해 적을 제압할 수 있다.
 
  우리는 또한 한반도 이외의 지역, 특히 주변국의 미래 잠재위협에도 대비해야 한다. 중국과 일본의 항모시대에 한국 해군이 필요한 정도의 억지력을 갖추는 것은 국가생존에 관한 더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둘째, 해양안보를 지키고 바다에서 국익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
 
  항모보유 자체가 강력한 군사력 투사(投射) 거리를 늘릴 수 있으므로, 독도·이어도는 물론, 배타적경제수역, 기타 분쟁해역에서 강력한 해양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다. 세계의 바다는 61%가 공해(公海)다. 항공모함은 공해에서조차 원하는 시간에 세계 어느 곳이든 군사력을 투사할 수 있다.
 
  셋째, 항모보유는 국가의 자존심과 외교력을 높여 국가위상을 제고시킨다.
 
  항모보유 자체만으로 국민들에게 우월성과 자부심을 고취시켜, 위기 때도 희망을 가질 수 있다. 막강한 군사력은 훌륭한 외교를 가능하게 하며, 평화를 지킬 수 있게 하는 기본적 전제다. 그러므로 항모전력 중심의 ‘힘의 외교’는 분쟁과 위기상황이 발생했을 때 해결사 역할을 할 수 있다.
 
  넷째, 해외국민과 자산을 보호하며, 다국적 군사협조하에 세계평화에 기여할 수 있다. 청해부대가 보여준 아덴만의 승리는 국민들에게 대양해군의 필요성을 입증했다. 국제 해양질서에 문제가 생기면 우리는 미국을 비롯한 우방국들과 함께 이를 퇴치해야 한다.
 
  더욱이 수출입의 99.7%를 해상운송에 의지하는 대한민국에 해적과 해상테러로 바닷길이 막히면 우리경제에 곧바로 위기가 닥친다. 대한민국은 유엔의 일원으로, 세계 11위의 경제력을 가진 국가다. 따라서 유엔의 평화유지활동과 국제재난 구호활동 등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어려울 때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항모를 보유할 능력과 기술은 있나?
 
  현재 항모를 보유한 10개국은 보통 국내총생산(GDP) 순위 15위 이내 국가들이다. 대한민국은 세계 11위의 경제력을 가진 나라인 데다, 세계 1위 조선강국이므로 충분히 가능하다.
 
  우리보다 국방비가 훨씬 적은 인도, 브라질, 스페인, 태국도 항모를 유지하는데, 대한민국이 유지 못할 이유가 없다. 다만 한국 해군의 국방비 대비 해군 예산이 17%밖에 안되는 것에 문제가 있을 뿐이다.
 
  해군 예산이 20%만 되면 가능하다. 항모 자체 건조비용도 생각보다 고가(高價)가 아니다. 3만~4만t의 한국형 항모를 건조하는 데 대략 2조~3조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미국 항모의 경우, 핵추진 항모 건조비용은 1만t당 8억 달러, 재래식 항모는 4억 달러가 소요됐다고 한다.
 
  미국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11척의 항모는 모두 핵 추진항모(8만~10만t급)이므로 척당 80억 달러(약 9조원)의 건조비용이 들었다.
 
  그러나 우리가 보유하려는 항모는 재래식 항모이므로 미국만큼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다. 영국과 프랑스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재래식 항모의 건조비용은 6만5000t에 29억 달러(약 3조4000억원)가 들었다. 이지스급 구축함 한 척이 1조원인데, 그에 비하면 투자할 가치가 충분하다.
 
  탑재항공기를 제외한 미국 항모의 연간 운용유지비는 4000억~5000억원 정도이나, 한국형 항모의 경우는 500억~6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항공모함 보유는 지금부터 계획을 잡고 추진해도 2020년대에나 가능하다. 그때가 되면 한국의 경제규모도 지금보다 훨씬 커질 것이고, 예산운용에도 여유가 있을 것이다.
 
  중국이 구소련의 바랴크를 개조해 항모기술을 습득하고 자체 개발하듯, 우리도 한국형 항모에 적합한 유럽의 퇴역 항모나, 사용 중인 중고(中古) 항모를 사들이는 방법이 있다. 한국의 항모건조는 세계 조선 건조능력 1위로서 충분히 가능하며, 방위산업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다만 탑재항공기는 해군예산이 부족하므로 공군과 협조해야 할 것이다. 항모는 해군만의 자산(資産)이 아니라 육·해·공 합동의 공유자산이다. 항모작전은 해상표적과 공중공격, 또 지상목표를 강력하게 타격할 수 있는 합동작전의 표본이다. 한국형 항모의 탑재항공기는 최소한 조기경보 및 공중통제 또는 전자전을 수행할 수 있는 항공기(3대)와 대잠헬기(6대), 그리고 공중전 및 대잠전, 대지전능력이 가능한 다목적 항공기 20대 이상을 탑재할 수 있어야 한다.
 
제주해경 고속단정이 제주남단 이어도 해양과학기지에서 외국선박의 이어도 상륙시도를 저지하기 위한 위기대응 훈련을 하고 있다.
 
  추진기관은 우선 가스터빈 방식으로 해야
 
  탑재항공기의 운용유지비도 기종에 따라 다르지만 20대를 운용하려면 연간 400억~500억원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항모의 추진기관은 장기 계획으로 원자력 추진으로 하되, 중장기 계획으로는 COGAG(combined gasturbine and gasturbine·가스터빈 추진방식) 시스템으로 최소 28노트(시속 52km) 이상은 돼야 한다. 우선은 재래식 항모, 장기적으로는 핵추진 항모를 건조해야 한다.
 
  항모의 소요 척수 결정은 경제능력과 작전소요에 의해 결정된다. 작전소요가 많아도 경제적 능력이 없으면 척수는 적어질 수밖에 없다. 해군에 필요한 항모는 3척이 이상적이다. 1척은 작전운용에 투입하고, 1척은 수리, 1척은 교육훈련 및 대기용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군 예산 제한으로 3척은 당장 불가능하며, 최소한 2척의 항모가 필요하다. 즉, 통상적으로 작전 운용에 1척을 투입하고 나머지 1척을 정비하지만, 필요시에는 수리 없이 2척을 작전에 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혹자는 한반도의 해양환경엔 항공모함 보유가 예산낭비라고 일축한다. 소위 항모무용론(航母無用論)이다. 한반도 해역에서는 공군 항공기로 충분히 대응할 수 있으며, 항모는 적의 미사일이나 어뢰 한 방에 침몰될 수 있는 취약점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공군 항공기는 독도나 이어도에 상황이 발생하면, 거리가 멀어 실제 작전해역에 도착해도 작전 가능시간이 극히 제한돼 있다.
 
  또한 한반도 해역 밖의 원해에서 한국 선박들이 위험해역을 통과하거나, 위협을 받을 시 항모 외에는 보호를 받을 방법이 없다. 항모는 절대 혼자 기동하지 않는다. 물 밑에는 잠수함이, 물 위에는 이지스함이 적의 어뢰와 미사일, 혹은 항공기를 요격해 항모를 보호해 준다.
 
  한 나라의 해군력은 주변 해역의 위협에 따라 군사력 건설 방향이 달라진다. 대한민국이 호주나 남미 어느 곳에 위치해 있다면, 구태여 항모까지 필요하겠는가. 우리는 1875년 8월 21일 작은 일본함정 운요호(雲楊號) 한 척을 막아내지 못해 강화도조약을 맺고, 일본에 나라를 빼앗겼음을 결코 잊어선 안 된다.
 
  중국은 대양으로 진출하기 위해 항공모함을 시험항해한다며 국민들이 잔뜩 고무되어 있는데, 대한민국은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 몸살을 앓고 있다. 종북주의자들은 제주기지가 건설되면 중국을 자극한다는 적반하장(賊反荷杖)의 해괴한 논리로 기지건설을 방해해 왔다. 중국은 대륙적 사고방식을 벗어 버리고 해양으로 굴기하는데, 우리는 육지에서 연안의 바다만 쳐다보고 있다.
 
  해양전략가 머핸은 해양력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국민의 성원”이라고 주장했다. 우리 정부는 해양력 강화를 위한 의지를 갖고 있는가. 서해를 가로지르고 달리는 바랴크을 바라보며, 우리는 무엇을 생각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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