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류, 술, 멋

신선대 와룡송

醉月 2009. 6. 24. 09:07

한국의 명품 소나무, 신선대 와룡송

 

큰 바위와 노송이 어우러져 설악산이 선경을 이루었다. 소나무 어울린 풍광은 일상의 구속과 번거로움에서 벗어나려는 사람에겐 탈속과 풍류의 이상향이다. 자연과 인간을 하나로 보는 한국인들의 철학과 미의식이 여기에 있다.


“소나무는 바위 틈에서 나서 천길이나 높이 솟아 그 곧은 속대와 거센 가지와 굳센 뿌리를 가지고 능히 추위를 물리치고 엄동을 넘긴다. 그러므로 뜻있는 군자는 소나무를 법도(法道)로 삼는다”라고 하였다.


▲ 설악산 암벽과 적송 사이로 구름이 춤을 추고 있다.
매, 란, 국, 죽에 소나무를 더해 오군자(吾君子)라 일컫는다. 혹독한 시련에도 굴하지 않는 선비의 지조와 절개를 상징한다.

노송과 큰 바위가 많은 곳은 속세의 번뇌를 잊고 수행하기 좋은 곳이며 정신통일이 잘 되어 문득 영감으로 나타나 지혜가 움터 나온다.

설악산 용아장성에는 제일 가는 기도 도량인 봉정암이 있다. 기도 영험이 있는 곳이라 전국에서 몰려온다. 원효대사는 “높은 산, 험한 바위는 지혜로운 이의 거처할 곳이요, 푸른 소나무가 울창한 골짜기는 수행자가 살아갈 곳이다”라고 했다.


▲ 공룡릉 신선대에 누운 와룡송.
용아장성 큰 암벽에 단청(丹靑) 색깔을 띤 금강송들이 붙어 있다. 오랜 세월의 암벽과 적송 사이로 구름이 내려와 춤을 추면 신선의 세계, 선경을 이룬다.

공룡능선 초입, 신선대에 와룡송(臥龍松)이 있다. 암벽에 붙어 있는 천년 묵은 와룡송 묵은 등걸은 오랜 세월 시달리며 옹이져 있다. 가지는 바위 사이로 물 흐르듯 하는구나. 밑이 안 보이는 천길 절벽 위에 이리 꿈틀, 저리 꿈틀 공룡의 기세로다. 세속의 안개를 헤치고 자기 본래의 심성(本性)을 자각해 와룡송의 영기(靈氣)를 통해 영성(靈性)이 충만해지면 지혜는 자연히 나타난다.


▲ 단출하게 갖출 것만 갖춘, 사치를 좋아하지 않는 노송.
지식이 없으면 무지(無知)한 사람이 되며, 지혜(智慧)가 없으면 어리석은 사람이 된다. 지식은 남을 해칠 수도 있지만 지혜는 남을 이롭게 한다. 풍류도인(風流道人)은 탈속과 풍류의 상징인 소나무를 유독 좋아한다. 도인은 지혜가 있는 사람이다. 지혜가 있는 자는 어디를 가든 즐겁지 않음이 없다.

▲ 용아장성 암릉에 선 고송.
잡목들은 울긋불긋 사치를 좋아하나 소나무는 변함없이 푸르다. 한겨울 눈서리에도 까딱없이 지낸다. 단풍이 진 후 모든 잎이 다 떨어지는 겨울에도 독야청청한 자기의 푸른빛을 잃지 않는다. 단풍 곱게 물든 설악산에 늘 푸른 노송은 더욱 빛을 발한다.


 / 글·사진 고송 장국현 대구 사진대전·정수국제사진대전 초대작가, 대구시교육청, 대구MBC 주최 개인전, 사진집 발간 3회, 한국사진문화상·금복문화예술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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