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잠수함 위협의 실체
군 지휘구조 개편보다 시급한 건 정보능력과 대잠능력 강화
이는 한미연합 잠수함 훈련에서도 입증됐다. 지금과 같은 안일한 대응태세로는 북 잠수함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가능성이 높다.
1996년 9월 동해에 북한 상어급 잠수함 1척이 침투했으나 암초에 걸려 좌초돼 나포됐다. 1998년 6월엔 정치망에 걸린 유고급 잠수정 1척을 우리 해군이 나포했다. 그리고 지난해 3월23일에는 백령도 근해 경비 중이던 천안함을 북한의 연어급 잠수정이 기습 공격해 46명이 전사했다. 상어급 침투 시 유일하게 생포된 이광수씨는 북한 잠수함이 우리 남해까지 수없이 왔다가고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하고 돌아온 잠수함 승조원들을 표창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진술했다. 다만 세 번의 침투는 노출되어 확인된 것뿐이지 얼마나 많이 침투하는지 알 길이 없다. 더욱이 우리나라 해역은 해류의 흐름과 해저의 복잡성으로 잠수함 천국이라고 불려왔다.
최근 북한군이 남포와 비파곶 잠수함 기지 등에서 잠수함 5~6척을 동원해 기동훈련을 했다고 한다. 우리 군은 “봄에 잠수함 기동훈련을 강화한 것은 이례적이어서 정밀 감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특히 그간 운용해온 길이 35m 상어급 잠수함 외에 최근 작전 배치한 길이 40m 규모의 신형 상어급 잠수함(K-300)도 훈련에 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버트 윌라드(Robert F. Willard) 미 태평양사령관과 월터 샤프(Walter L. Sharp) 주한미군사령관도 청문회에서 북한의 추가도발 가능성에 우려를 나타냈으며, 윌라드 사령관은 한국 해군이 대잠수함 작전능력을 높이도록 돕고 있다며 그것이 미 7함대의 장기적인 목표라고 ...
미 항공모함도 못 잡은 한국 잠수함
음향 특성 또한 대잠세력의 잠수함 탐지를 어렵게 하는데
첫 번째 이유는 전달손실(Transmission Loss)이다. 음파 에너지가 물이라는 매질을 통과하면서 많이 흡수되기 때문에 전자파에 비해 음파의 전달거리가 짧고 탐지거리 역시 짧을 수밖에 없다.
두 번째는 굴절(Reflection)이다. 수중에는 온도층(Layer Depth)이 있어 음파가 수면으로 반사되거나 아래로 굴절되어 음영구역이 생기게 돼 잠수함이 최적 심도에 있게 되면 음파 자체가 잠수함에 도달하지 않는다.
세 번째는 배경소음(Background Noise)이다. 해상에는 파도와 해류가 흐르는 소리, 각종 선박의 소음, 고래나 새우와 같은 수중생물의 소리 등이 있으며 육지의 공장이나 자동차의 소음까지 수중에 전달되므로 이와 같은 소음 속에서 조용한 잠수함을 탐지하기가 쉽지 않다.
네 번째는 유사표적(Similar Targets)이 많다는 것이다. 수중에는 암반, 어초, 침몰선박, 어군, 그리고 한류와 난류가 부딪쳐 생기는 수괴(Water Mass) 등 잠수함으로 오인될 수 있는 유사표적이 많아 잠수함과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우리 해군은 잠수함을 운용한 지 3년 만에 괌에서 해외훈련을 실시했다. 미 해군의 키티호크 항모그룹이 우리 잠수함을 잡는 훈련이었다. 우리 잠수함이 괌으로 이동하는 도중 훈련이 실시됐다. 상봉점까지 정해져 있었지만 미 해군에서 우리 잠수함을 찾지 못해 오히려 우리 잠수함에서 유도를 해서 상봉했다. 미 항모그룹의 P-3, 잠수함, 수상함 등 어떤 세력도 우리 잠수함을 찾지 못했다.
우리 서해에서 실시한 한미연합 대잠 해양탐색(SHAREM)훈련 결과도 비슷했다. 미 15전대(대잠전대)는 우리 잠수함을 한 번도 접촉하지 못한 채 우리 잠수함으로부터 공격을 받았다. 화가 난 미 15전대장이 모자를 집어던지고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는 얘기가 들렸다.
여러 차례 실시된 환태평양(RIMPAC) 훈련에서도 우리 잠수함은 단 한 번도 노출되지 않은 채 미 항공모함을 포함한 수십 척의 군함을 공격했던 실례가 있다. 홍콩 근해에서 실시된 미국, 영국, 호주의 연합훈련에도 참가했는데, 어느 나라 해군 군함도 우리 잠수함을 탐지하지 못했다. 1996년 동해에 북한 상어급 잠수함이 침투했을 때는 미 해군의 제안으로 대상어급 방어훈련을 했다. 모 항구에서 우리 잠수정(돌고래)이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침로와 속력으로 이동했다. 당시 필자는 미 잠수함에 타고 있었는데 예상 이동경로를 알고 있었지만 끝내 우리 잠수정을 탐지하지 못했다.
필자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우리 잠수함이 특별히 우수하다는 게 아니라 잠수함은 근본적으로 탐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1996년 9월 동해에 북한 잠수함이 침투한 이후 우리 해군은 경비 방법 개선, 대잠세력 증강 배치, 대잠훈련 강화, 잠수함 식별 요령 및 신고요령 교육 등 총력을 기울여왔다. 1998년 6월 또다시 북한 잠수정이 침투한 것은 그만큼 잠수함 탐지가 어렵다는 것을 증명한 사건이라고 하겠다.
진짜 앞마당이 뚫릴지 모른다
북한이 잠수함을 운용한 것은 1963년부터다. 경험 면에서 우리보다 30년 이상 앞서 있다. 또한 미국 다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다. 구소련으로부터 4척의 위스키(W)급(1300t) 잠수함을 도입한 이후 1973~75년에는 중국에서 로미오(R)급(1800t) 7척을 인수했으며 1976년부터 로미오급 자체 건조에 성공했다. 현재 로미오급 20여 척, 상어급 잠수함(330t) 20여 척과 연어급 잠수정(115t) 10여 척, 유고급 잠수정(60~100t) 30여 척 등 총 80여 척을 운용하고 있다. 이 중 연어급은 천안함 사건 때 6척이 계류되어 있는 모습이 구글어스에 처음 공개됐는데 모두 10여 척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북한 잠수함의 성능은 서방 세계의 잠수함에 비해 몹시 열세하다고 볼 수 있다. 로미오급 잠수함은 제2차 세계대전 때 건조된 유형이라 수상함 선체와 비슷해 수상속력이 수중속력보다 더 빠르다. 그리고 상어급과 유고급은 상당히 조잡해 보이지만 잠수함은 아무리 조잡할지라도 탐지하기가 쉽지 않다.
로미오급 잠수함은 어뢰발사관 6기, 상어급은 4기, 연어급과 유고급은 2기를 갖고 있으며 모든 잠수함이 기뢰를 부설할 능력도 갖고 있다. 웬만한 군함은 천안함 사건에서 보듯이 어뢰 한 발로 침몰시킬 수 있다. 대형 상선도 큰 화물칸만 있고 격실 수밀도가 낮아 많은 어뢰를 발사하지 않아도 침몰시킬 수 있다.
북한 잠수함 기지는 서해와 동해에 분산돼 있다. 서해는 비파곶에 기지가 있고, 남포, 사곶, 해주에 전개기지가 있다. 동해는 마양도에 기지가 있고 나진, 차호, 낙원, 문천에 전개기지가 있다. 로미오급 잠수함의 항속거리는 1만7000㎞이고 상어급은 5000㎞나 돼 북한의 어느 기지에서든 단독으로 한반도 전 해역까지 침투 후 복귀가 가능하다.
천안함 피격사건이 있은 후 “대양(大洋)해군 외치다 앞마당이 뚫렸다” “1조원 이지스함으로 대양해군 허세 부리다 당했다”라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해군의 문제점이 드러난 것은 사실이지만 지나친 논조라고 생각한다. 해군은 대양해군의 허세를 부리고 싶어도 부릴 수가 없다. 대양해군 문턱도 아직 밟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항공모함이나 순양함, 그리고 원자력 잠수함을 단 한 척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 이제 겨우 이지스 구축함 한 척을 운용하고 있고 추가로 두 척이 실전배치 준비를 하고 있다.
광개토대왕함급(KDX-l)이나 충무공 이순신함급(KDX-ll)은 우리나라에서 보면 대형함처럼 보이지만 다른 나라에서 보면 대형함이 아니다. 그나마 피나는 노력 끝에 이제 이만한 수준에 이르게 된 것이다. 그런 노력이 없었다면 우리 선박을 해적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소말리아까지 파견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2009년 4월5일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미국과 일본에서 이지스함 두 척씩을 동해에 파견했다. 우리 해군도 이지스함을 한 척 보유하고 있었기에 미국·일본보다 먼저 접촉해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 사실을 각국에 통보할 수 있었다. 만약 20년 전부터 준비하지 않았다면 아마 우리는 당시 두꺼비처럼 눈만 껌벅거리고 있었을 것이다.
“우리 적이 미군이냐”
지난해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북한이 포항과 울산을 공격할 계획을 세웠다고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 포항, 울산, 부산, 진해, 여수, 광양항은 우리나라의 핵심 항만으로 수출입 물동량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원자력발전소, 중화학 단지, 자동차 공장, 중공업과 대형 조선소, 그리고 해군과 해병대의 핵심전력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1200t급 천안함을 인양하는 데도 거의 한 달이 걸렸는데 대형 상선이 항만 입구에 침몰한다면 인양하기도 힘들 뿐 아니라 항구가 거의 폐쇄되는 심각한 상황을 맞을 수 있다. 그리고 특수전 요원이 침투해 원자력발전소를 포함한 중요 산업시설을 폭파할 수 있다.
천안함 같은 초계함은 과거 대간첩 작전을 위해 속력과 함포 위주로 건조된 함정이어서 대잠능력이 부족하다. 그래서 대잠능력을 제대로 갖춘 다소 큰 함정을 건조하려 하면 대양해군으로 몰아붙인다. 대양해군에 대한 거부감이 얼마나 컸던지 “그럼 우리 적이 미군이냐?”라는 말까지 나왔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 해군은 대양해군 용어를 쓰지 않고 있다. 천안함 사건 이후 전방 경비에만 전념하는 것 같다. 하지만 해군에는 전후방이 따로 없으며 핵심 항만 방어를 소홀히 하면 진짜 앞마당이 뚫릴지 모른다.
대잠전은 ‘공격적 대잠전(Offensive ASW)’과 ‘방어적 대잠전(Defensive ASW)’으로 구분한다. 공격적 대잠전이란 적 잠수함 기지를 공격해 잠수함을 파괴하는 것으로 확실하게 잠수함 작전능력을 마비시키는 최상의 방안이다. 그러나 적 해역으로 침투하거나 항공기로 잠수함기지와 잠수함을 공격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방어적 대잠전은 침투하는 적 잠수함을 탐지해 공격하는 것이다.
천안함 피격사건은 정보능력과 대잠능력 부족으로 당한 것이다. 그런데도 군 지휘부는 두 가지를 보강하는 것이 아니라 지휘구조 개편에만 몰두하는 것 같다. 천안함 사건 1주년이 지났지만 대잠능력은 전혀 보강되지 않았다. 호위함(FF)과 초계함(PCC) 소나를 교체한다고 했으나 소나의 크기 문제로 설치가 불가능해 부품을 교환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대잠 작전요소와 탐지체계는 백화점에서 물건 사듯이 단시간에 확보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장시간에 걸쳐서 확보되므로 중단 없이 연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따라서 예산의 증가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대잠작전을 위한 공격무기나 작전요소, 탐지체계 등 하드웨어가 추가로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대잠훈련 및 경비강화, 대잠 전술교리 개발 등 소프트웨어를 강화하는 방법밖에 없다. 무엇보다 먼저 북한의 잠수함 활동을 면밀히 확인해야 한다. 미국과 협조체제를 강화해 인공위성에 의한 감시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북한 해군의 통신정보도 분석해 잠수함 행동을 미리 파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는 경비방법을 개선해야 한다. 북한 잠수함기지에서부터 침투지역까지 이동로를 분석해 잠수함과 수상함을 배치하고 대잠항공기의 초계도 강화해야 한다. 셋째, 적 잠수함이 공격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 지역에 대잠세력을 배치해야 한다. 앞에서 언급한 핵심 항만에도 대잠세력을 배치해야 한다. 넷째, 수상함의 음탐사가 잠수함 탐지경험을 충분히 쌓도록 대잠 협동훈련을 강화해야 한다. 과거에 우리 잠수함이 없을 때는 한미훈련 기회가 많지 않아 잠수함을 접촉해 식별해본 음탐사가 거의 없었다. 다섯째 해양특성과 음향자료를 지속적으로 확보해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과학적인 대잠작전이 이뤄져야 한다.
여섯째, 경비속력을 증강하고 불규칙한 경비패턴으로 적 잠수함이 공격하기 어렵게 해야 한다. 유류비가 증가되겠지만 천안함같이 저속으로 경비하거나 일정하게 동일 구간을 반복하는 경비패턴을 바꿔야 한다. 일곱째, 한미연합 대잠훈련을 강화해야 한다. 과거보다 훈련횟수를 늘려 북한의 도발의지를 꺾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만약 또다시 북한 잠수함이 도발해 온다면 적 잠수함기지를 공격하는 공격적 대잠전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우리 해군이 더 많이 경비하고 더 많이 훈련하고 더 많이 연구하는 길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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