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류, 술, 멋

막걸리, 세계를 매혹하다

醉月 2009. 1. 5. 15:06
젊은이도… 외국서도…막걸리의 유혹
캔·팩 출시, 장기보관 가능해지고 쌀로 빚은 '웰빙 술' 각광
딸기·키위 칵테일 막걸리에 더덕·인삼 건강 막걸리까지
“맛있고 싸다” 젊은층에 인기… 일본 등 해외 수출도 크게 늘어
“산 정상 바위에서 마시는 막걸리 한잔, 예술입니다.”

직장인 김현욱(52)씨는 매주 주말이면 등산을 간다. 그가 제일 먼저 챙기는 것은 등산장비가 아닌 막걸리 한 통이다. 산뿐만 아니다. 그는 평소에도 막걸리를 즐겨 마신다고 했다. “독한 소주를 마시면 입에 대기 무섭게 온몸에 술이 퍼져 얼굴이 붉어져서 부끄러워요. 하지만 막걸리는 순하기도 하고, 쌀로 만들어서 배도 든든하니 일석이조 아닙니까.” 김씨는 “친구들 사이에선 옛날에 카바이트 막걸리다 뭐다 해서 막걸리에 대한 인식이 많이 안 좋은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요즘 막걸리는 깔끔하고 순해 한번 맛들린 친구들은 맥주나 소주보다 더 많이 찾는다”고 했다.

▲ 막걸리는 요즘 대학생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 / photo 이경호 조선영상미디어 기자
1960년대, 막걸리는 전체 술 소비량의 80% 이상을 차지하면서 ‘국민주’로까지 불렸다. 그러나 1970년대부터 서서히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1970년대에 주류 제조장의 통폐합이 이루어지고 탁주 제조사들은 자신의 관할구역 안에서만 사업을 해야 하는 제도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탁주를 생산해도 타 지역으로 확대를 할 수 없으니 대형화는 물론 시장경제 논리에도 맞지 않아 경쟁을 통한 발전적 성장을 할 수 없었다. 1999년에야 주세법이 개정되어 탁주의 독점판매제도가 폐지되고 신규 면허를 허용하며, 식물 약재를 탁주에 첨가할 수 있도록 하는 개선방안이 마련됐다. 2009년 우리의 막걸리는 긴 오해와 불신을 끝내고 새로운 부활을 꾀하고 있다. 새롭게 떠오르는 우리 술 ‘막걸리’를 집중 조명한다.



이마트 판매율 작년보다 20~30% 신장
젊어진 막걸리, 여대생 술자리서도 인기

“어쩜, 색깔 너무 예쁘다. 꼭 딸기우유 같아.”

“여기 딸기씨도 떠 있잖아. 칵테일 소주보다 훨씬 맛있어.”

지난 12월 말 오후 숙명여대 앞 한 민속주점 안, 딸기 막걸리를 시킨 여대생들이 연방 감탄을 하고 있다. 주위를 둘러보니 여대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막걸리를 마시고 있었다. 언뜻 생각하기에 ‘막걸리와 여대생’은 참 안 어울리는 궁합 같은데, 웃음꽃을 피워내며 막걸리를 비우는 그녀들에게는 자연스러움이 묻어났다.

숙명여대 정치학과에 재학 중인 남은혜(23)씨는 친구들과 함께 이 주점에 자주 들른다고 했다. “술은 먹고 싶은데 소주는 너무 쓰잖아요. 소주에 비해 막걸리는 달달하면서도 맛있어서 여자 친구들과 자주 찾는 편이에요.” 옆에 앉아 있던 윤희(23·건국대 중문과)씨는 “원래 술을 잘 못하는 편인데 막걸리는 부담이 없어서 선호한다”며 “부드럽게 마실 수 있는 맛이 일품”이라고 거들었다.

막걸리가 다시 뜨고 있다. 막걸리는 중장년층은 물론 젊은층과 여성들에게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21세기 들어 막걸리가 다시 주목을 받는 데는 첨단 과학과 다양한 변신의 공이 컸다. 예전에는 막걸리를 오래 보관하는 게 가장 큰 숙제였기 때문이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무살균 상태의 막걸리가 제조되기 시작했고, 실온에서도 6개월~1년가량 보관이 가능한 팩이나 캔 막걸리가 출시되기 시작했다.

막걸리의 종류 또한 다양해졌다. 딸기막걸리·키위막걸리 등 칵테일 막걸리가 생겨나고, 인삼막걸리·더덕막걸리 등 건강에 좋은 재료가 들어가는 막걸리들도 생산되고 있다. 이러한 막걸리의 변화에 대중들은 “소비”라는 행동으로 답하고 있다. 2008년 5월 국세청에서 발표한 ‘국내 술 소비동향’을 살펴보면 막걸리 판매량은 지난 2002년 12만9000㎘부터 시작해 2007년 17만2342㎘로 4년 연속 상향곡선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주류 전체 소비량 중 5.2%를 차지하고 있는 탁주 소비량은 전년도보다 1.3%나 증가했다.

국세청은 “막걸리 원료가 백미로 바뀌면서 술의 질이 높아지고 복고문화의 유행과 체인점 활성화 등에 힘입어 2003년부터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마트의 주류판매동향을 보면 11월의 막걸리 판매율은 전년 대비 31.7%의 성장률을 기록했고, 12월의 판매율은 전년 대비 27%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참고로 양주의 경우 12월의 성장률이 -6.9%다.

? 예전의 카바이트 막걸리

카바이트는 생석회와 탄소를 전기로에 넣고 가열하여 만든 공산품이다. 색상은 회색으로 물과 반응하여 아세틸렌 가스를 생성한다. 일부 영세업체들이 1950~1970년대에 발효기간을 줄이고 원가절감을 위해 물을 타서 생산량을 늘리거나, 하룻밤 새에 숙성시키는 급조 막걸리인 ‘카바이트 막걸리’까지 내놓으며 심각한 수준의 불법과 탈법을 저지르는 사태가 발생했다. 마시고나면 머리가 아픈 게 최대 문제로 지적되며 학창시절 카바이트 막걸리를 많이 마신 지금의 중장년층이 막걸리를 기피하는 원인이 됐다.

역사

1960년대 쌀 부족으로 양조 금지 이후 사양길
1970년대 통일벼 보급으로 증산되자 다시 허용

“하루치 막걸리와 담배만 있으면 행복하다”고 했던 천상병 시인의 말처럼 막걸리는 일반 대중에게 가장 친숙했던 음료였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쌀의 명산지였으며 국민은 벼농사를 주요 생업으로 삼아왔기 때문에 자연히 쌀을 원료로 한 술이 나오게 됐다. 그만큼 술의 역사도 길다.

고려시대 이승휴의 ‘제왕운기’에서 고구려 개국시조인 동명왕(기원전 37년~기원전 19년)의 건국담에도 술에 대한 기록이 보일 정도다. 그러나 좋은 일이나 슬픈 일이나 늘 우리 서민들의 곁을 지켜주던 막걸리는 일본이 우리나라를 점령하면서 고난을 맞게 된다. 1907년 7월에 조선총독부령에 의한 주세령의 강제 집행이 시작됐다.

1916년 1월에는 주류 단속을 강화하면서 전통주류를 약주, 막걸리, 소주로 획일화시켜 우리의 전통 고급주를 사장시켰고, 1917년부터는 주류 제조업 정비가 시작되면서 자가 양조를 전면적으로 금지, 각 고을마다 주류 제조업자를 새로이 배정하였다. 더욱이 일본은 주세징수에만 중점을 두어 품질개량은 소홀히 했으며, 일본 청주의 범람으로 우리의 탁주와 약주는 전혀 개량되지 못했다.

1945년 광복 후에도 일제치하의 주세 행정이 그대로 이어져 다양했던 전통 주류는 잠적을 거듭하였다. 특히 1965년 만성적인 식량부족을 이유로 ‘양곡관리법’이 시행되면서 쌀을 이용한 술 제조가 전면 금지됐다. 막걸리 역시 재료를 쌀 대신 잡곡을 사용하게 하여 맛과 질이 떨어져 대중에게 서서히 외면 받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1977년 12월 8일 통일벼의 보급으로 쌀이 남아돌게 되자 드디어 쌀술이 허용되었다. ‘서울탁주’의 관계자는 “막걸리의 원료가 100% 쌀로 바뀌면서 잃었던 우리의 맛을 다시 찾게 되었고 제조공정도 과학화됨에 따라 더욱 향상된 맛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효능
필수아미노산 10여종… 피부에 좋은 비타민B 함유
신라대 연구팀 “암·간·갱년기 장애에도 효과 있다”

2007년 경북 포항시 대보면 호미곶 등대 인근에 있는 수령 300년인 노송이 고사 직전 막걸리를 먹고 회생해 화제가 되었다. 노송뿐 아니다. 막걸리는 그동안 많은 연구를 통해 그 효능이 입증되었음은 물론 같은 농도의 주정을 함유한 다른 술에 비하여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월등히 좋다.

막걸리는 순수한 미생물에 의해서 자연 발효시켜 유익한 효모가 살아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증편이나 찐빵을 만들 때 막걸리로 반죽하면 발효가 되어 잘 부푸는 것도 이 효모의 작용이다. 효모는 술을 만들게 할 뿐 아니라 건강 증진에도 큰 도움을 준다. 또 막걸리는 알코올 도수가 낮고 영양성분이 많아 부담을 주지 않고, 사람에게 유용한 필수 아미노산이 10여종이나 함유돼 있다. 게다가 여느 술과는 다르게 막걸리엔 1.9%의 단백질이 들어있다. 우유의 단백질이 3%인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양이다.

막걸리 이외의 다른 술에 들어있는 단백질을 보면 청주가 0.5%, 맥주 0.4%이며 소주에는 전혀 들어있지 않다. 그밖에도 막걸리에는 비타민B와 이노사톨, 콜린 등 B복합체가 모두 들어있다. 또 유기산을 0.8%가량 함유하고 있는데 이 유기산은 새큼한 맛을 내는 성분으로 갈증을 멎게 할 뿐 아니라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또 막걸리에 들어있는 비타민 B복합체는 피부 미용에 좋다. 신라대 식품영양학과 교수팀이 조사한 결과 전통 막걸리가 암 예방뿐만 아니라 간 손상 및 갱년기 장애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같은 효능은 바닥에 가라앉은 찌꺼기에 주로 포함돼 있어 막걸리는 잘 흔들어 먹어야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세계로

미·일 등 14개국에 수출… 연 500만달러 육박
중국·동남아 비롯해 신규 시장들도 속속 개척

막걸리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술이기도 하지만 달달한 맛과 낮은 도수 때문에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인들의 입맛에도 적격이다.

막걸리는 이미 한(漢)나라 때부터 낙랑주(樂浪酒)라 하여 중국의 여러 시문에 오르기도 하였다. 양나라 때 기록을 보면 곡아주(曲阿酒)라는 술이 나오는데 이 역시 고구려의 막걸리가 뿌리다. 또한 일본에서 받들어 모시는 주신(酒神)이 수수코리(須須保利)인데, 그는 서기 300년을 전후하여 막걸리를 일본에 전래시킨 백제 사람이다. 이 막걸리는 후에 일본의 대표주인 ‘청주’로 발전됐다. 이렇듯 막걸리는 옛 중국이나 일본에서 인기 있는 수출상품 또는 보세가공 상품이었다.

21세기에 들어서도 막걸리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막걸리의 장기보존이 가능해지면서 이제 막걸리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사랑받는 효자 술이 되었다. 막걸리의 대(對) 일본 수출은 2001년 149만달러에서 2007년 263만달러로 크게 증가했다. 또한 2008년 상반기에만 168만달러 상당의 술을 수출하면서 전년 동기보다 42%나 늘었다. 전문가들은 2009년의 경우 막걸리 전체 수출이 500만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막걸리 축제행사장에서 막걸리를 마시는 사람들.
1993년 한국 막걸리 최초로 일본 현지에 지사를 설립하고 막걸리를 수출했던 ‘이동주조’는 현재 매년 20~30%의 성장률을 보이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2008년 10월까지 250만달러를 수출, 이미 전년 실적 230만달러를 초과했다. 이밖에 우리술, 초가, 배혜정누룩도가, 국순당 등이 수출에 적극적이며, 2009년에는 국내 매출액 1위인 ‘서울탁주’가 일본의 식품 전문 유통회사인 ‘명성’과 손잡고 본격적으로 수출에 참여할 계획이다.

서울탁주제조협회는 국내산 백미 100%만을 사용한 ‘서울막걸리’를 장기보관 가능한 페트병과 캔 제품으로 제조한 뒤 수출할 계획이다. 탁주는 현재 일본, 미국 등 14개 국가에 수출되고 있으며 아직까지는 일본 수출이 90% 이상으로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최근 중국, 동남아 등 신규시장 수출도 증가하는 추세다.

대한탁주협회는 ‘막걸리의 부활’에 대해 “경기침체로 인해 ‘서민의 술’인 막걸리의 소비가 늘어난 면도 있지만, 고유의 맛과 멋을 지키면서도 소비자들의 다양한 기호를 충족시키기 위한 막걸리 업계의 변신이 막걸리 소비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골목에서 골목으로/ 저기 조그만 주막집/ 할머니 한 잔 더 주세요/ 저녁 어스름은 가난한 시인의 보람인 것을….’ 막걸리를 사랑했던 천상병 시인의 ‘주막에서’라는 시의 한 대목이다. 굳이 시인이 아니더라도 한잔 술과 함께하는 저녁 어스름은 하루의 보람이며 삶의 낙일 것이다. 오늘 저녁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막걸리 한 사발하며 마음의 정을 나눠보는 것은 어떨까. 


| 다양해진 막걸리들 |

울릉도 호박·강진 복분자·가평 잣막걸리…
우리 지방 특산품으로 만든 막걸리 맛 보세요!

‘호박막걸리’부터 ‘복분자 막걸리’까지 들어나 보셨는지? 각 지방마다 특산품을 막걸리에 조합시킨 그 지방 고유의 막걸리들이 속속들이 탄생하고 있다. 맛도 그만큼 천차만별이다.

울릉도에서 호박엿만큼이나 유명한 ‘호박막걸리’는 달달하고 걸쭉한 맛이 특징이다. 홍천에는 ‘더덕 막걸리’가 유명하다. 시원하고 조금은 톡 쏘는 맛에 향긋한 더덕향이 일품이다. 인삼이 첨가된 강화 ‘인삼막걸리’는 건강에도 좋고 인삼의 향을 음미하며 마실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지닌다. 2008년에는 주류업체 국순당이 가격이 전년도의 절반에도 못 미쳐 폐기처분될 뻔했던 배를 이용해 ‘배 막걸리’를 개발해 냈다. 전남 강진군에서는 ‘복분자 막걸리’를 개발해 일본에 수출까지 하고 있다. 예쁜 분홍빛의 ‘복분자 막걸리’는 여성들에게 인기가 좋다. 경기 가평에는 ‘잣 막걸리’가 있다. 잣 특유의 고소한 맛이 매력이다. ‘누룽지 막걸리’ 또한 그만의 구수한 맛으로 막걸리 매니아 사이에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이밖에도 경기도 한방막걸리 ‘오래오래’, 연천의 ‘율무막걸리’, 충남 청양의 ‘구기자 막걸리’등 각양각색의 막걸리가 있다.

 

▲ photo 이상선 조선영상미디어 기자
| 인터뷰 | 이동수 서울탁주제조협회 회장

“막걸리는 술이라기보다는 장수 식품
사케·와인처럼 세계인의 술로 만들자”

비오는 날, 가만히 창밖에 비오는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늘 생각나는 것이 하나 있다. 따끈한 파전에 시원한 막걸리 한잔이 그것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가장 한국스러운 술 막걸리. 많은 막걸리 브랜드 가운데 가장 사랑 받는 제품은 국내시장 점유율 1위의 서울탁주제조협회의 ‘장수막걸리’이다. 회원 51명이 공장 6개를 공동 운영하며 장수막걸리를 만들고 있다. 서울탁주제조협회 이동수 회장은 막걸리를 병에 담지 못하게 했던 주세법을 개정시키고, 현재 통용되고 있는 플라스틱 막걸리병을 처음으로 개발한 사람이다. 그는 서울막걸리 브랜드인 ‘장수’ 막걸리병을 직접 디자인하기도 했다. 그만큼 막걸리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남다르다는 얘기다. 이동수 회장을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 위치한 서울탁주제조협회 본사에서 만났다.

한때 법관을 꿈꾸었다고 들었습니다. 어떻게 막걸리와 인연을 맺게 되었나요.

“거창하게 법관이라고 하기는 그렇고 제가 그때 건국대 법대에 재학 중이었습니다. 양조장을 하시는 아버지께서는 큰아들인 제가 가업을 물려받길 바라셨어요. 전 그냥 제 갈 길을 가고 싶었지만 아버지의 강압에 못 이겨 1959년 대학교 3학년 때 본격적으로 탁주 만드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1966년 갑작스레 아버지께서 돌아가시는 바람에 양조장을 맡게 되었고 1968년 아버지의 뒤를 이어 서울탁주제조협회 회원이 됐습니다. 지금 우리 협회 회원 모두가 가업을 이어받은 탁주업계 2세들입니다. 그만큼 역사가 깊지요.”

서울탁주제조협회는 6개의 공장이 있다고 하던데 막걸리의 맛이 하나로 통일될 수 있나요.

“당연히 다 통일됩니다. 옛날에는 술을 만들 때, 다 직접 손으로 비벼서 만들었지요. 그래서 어떻게 얼마나 비비냐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이었습니다. 그러나 우리 서울탁주제조협회의 공장들은 술 제조과정이 전부 기계화돼 있어서 6개 공장에서 만들어진 막걸리는 맛이 일정할 뿐 아니라 청결하기까지 합니다.”

서울 장수막걸리에서 캔막걸리를 처음으로 출시했는데요.

“1996년 4월 1일부터 생산을 시작했습니다. 매년 약 20% 이상의 신장률을 보이고 있어요. 캔막걸리의 등장은 빨리 상하고 냄새가 많이 난다는 등의 부정적 인식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고 생각합니다.”

캔막걸리에 대한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은 건가요.

“맥주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술집에 가면 생맥주도 팔고 캔으로 된 맥주도 팔지 않습니까? 거기서 아이디어를 얻었죠. ‘막걸리도 살균처리를 해서 캔에 넣으면 장기보존이 가능하겠구나’라는 생각에 개발을 하게 된 것입니다. 거기에 탄산까지 넣으니 맛이 아주 좋아지더라고요.”

서울 장수막걸리만의 특징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저희 서울 장수막걸리는 장기 저온숙성을 통하여 깔끔하고 목넘김이 부드러워요. 2007년에는 국세청 주최 주류품평회에서 ‘명품주’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서울 장수막걸리는 국내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데요. 오랜 기간 1위를 지킨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나요.

“‘과감한 혁신’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업계 최초로 기존에 나주(말통)로 유통되던 것을 1977년 7월 1ℓ 병입을 실시했어요. 또 1992년 자동제국기를 도입하여 백미 100%의 막걸리를 생산했습니다. 또한 지금도 제품의 고급화를 위해 시설투자에 큰 힘을 쏟고 있지요.”

100% 쌀막걸리를 처음으로 개발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때 우리나라 전통막걸리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에 쌀막걸리 개발에 힘썼습니다. 밀가루로 막걸리를 만드는 것이 쌀막걸리보다 훨씬 쉽습니다. 쌀은 단단하고 밀가루는 가루기 때문에 밀가루가 쌀보다 훨씬 숙성도 잘되고 만드는 법도 쉽지요. 게다가 그 당시엔 밀가루 값이 쌀값보다 쌌거든요. 처음으로 100% 쌀막걸리를 만들며 막걸리 시장을 개혁했지요.”

국내시장에 막걸리를 보급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장애요인은 뭐라고 생각합니까.

“정체불명의 막걸리에 대한 국민 및 대중매체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나주 상태로 유통되는 막걸리를 진정한 막걸리로 생각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러나 이런 막걸리 및 동동주는 제조원은 말할 것도 없고 어떠한 원료 및 첨가물을 투입했는지 모르는 상태로 음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대중매체 또한 나주 상태의 음주를 부추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저희는 성분표기가 정확한 병입 상태의 제품만을 음용하실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막걸리를 칵테일로 만들어 먹거나 폭탄주로 마시는 것이 유행인데요.

“막걸리는 그 자체로 많은 영양분을 함유하고 있고 적당히만 마시면 약이 되는 술입니다. 그런데 이것저것 섞어서 먹는다면 위만 버리게 될 뿐입니다. 몸을 생각하신다면 순수한 막걸리가 제일 좋다고 생각합니다.”

내년부터 일본의 식품전문 유통회사인 ‘명성’과 손잡고 본격적으로 수출에 참여할 계획이라고 들었습니다. 일본시장 공략계획을 말씀해 주시죠.

“기존에 두산주류와도 수출을 하고 있었습니다. 일본시장에 진출하기 위하여 약 25억원의 시설투자를 한 상태입니다. 위생적인 제품시설 및 기존 수출업체와는 차별화된 품질로 승부를 할 예정입니다. 또 일본에서 개최하는 식품박람회에 적극 참여함과 동시에 대한민국 시장점유율 1위 업체임을 적극적으로 홍보할 계획입니다.”

현재 8개국에 막걸리를 수출한다고 들었습니다. 막걸리 수출의 계기는 무엇입니까.

“외국에 나가보면 프랑스의 ‘와인’, 일본의 ‘사케’ 등 각 나라 특유의 전통주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전통주인 막걸리는 없더라고요. 그래서 세계에 우리 막걸리를 수출하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2008년 현재까지 1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캔막걸리 한 캔에 4달러인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액수지요.”

미국 수출건도 정식 계약했다고 들었습니다.

“미국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딸이 몇 년 전 미국에도 막걸리가 있다는 말을 하더라고요. 근데 맛이 형편없었대요. 우리 ‘국주’인데 그런 엉터리대접을 받는다는 게 참을 수 없더라고요. ‘SJ Rice Wine’이라는 브랜드로 LA에 2008년 12월 26일부터 수출을 시작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서양화된 음주문화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우리 전통주의 우수함을 알리고 막걸리는 술이 아닌 장수식품임을 적극 홍보할 생각입니다. 젊은 세대들 역시 민족주 ‘막걸리’에 대해 많은 관심과 격려 부탁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