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史관련

국방개혁|軍 상부 지휘구조 개편, 해·공군은 이렇게 본다

醉月 2011. 8. 4. 06:08

국방개혁|軍 상부 지휘구조 개편, 해·공군은 이렇게 본다

‘통합군’이라는 침대 만들어 놓고,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그리스 신화의 노상강도)’처럼 꼭 맞는 침대라고 선전하나? (李漢鎬 前 공군참모총장)
“육군총장에게 軍令權까지 준다면 합참의장과‘권력투쟁’은 불을 보듯 뻔한 일… 합참의장 직무수행 어려울 것” (安炳泰 前 해군참모총장)

글 : 李漢鎬 前 공군참모총장  
글 : 安炳泰 前 해군참모총장  
사진 : 趙焌祐 月刊朝鮮 객원사진기자  

[편집자 주]
국방개혁, 특히 ‘군(軍) 상부 지휘구조 개편’을 두고 군 내부와 예비역 장성들은 물론, 정치권과 국민들 사이에 논란이 뜨겁다. 《월간조선》은 지난 7월호에 金國憲 전 국방부 군비통제관(예비역 육군 소장)의 기고, <국방개혁 307계획, 군 지휘구조 개편, 이것이 핵심이다>를 실었다. 이에 대해 공군과 해군 예비역들은 “군 상부 지휘구조 개편에 대해 해·공군의 입장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싶다”며 《월간조선》에 기고를 요청해 왔다. 이에 따라 《월간조선》은 폭넓은 토론의 場을 마련한다는 취지에서 8월호에 李漢鎬 전 공군참모총장, 安炳泰 전 해군참모총장의 글을 싣는다

李漢鎬
⊙ 64세. 공군사관학교 졸업(공사 17기), 美 공군대학 AIR WAR COLLEGE 수료.
⊙ 제19전투비행단장, 공군전투발전단장, 국방부 조직인력관, 공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장,
    공군참모차장, 공군작전사령관, 공군 참모총장 역임. 예비역 공군대장.
⊙ 대한광업진흥공사 사장, 공사 총동창회장 역임.

安炳泰
⊙ 72세. 해군사관학교 졸업(17기), 서울대 경영대학원 석사, 미 해군대 졸업.
⊙ 제2함대사령관, 해군본부 작전참모부장, 정보참모부장, 해군작전사령관, 해군참모총장,
    한국해양전략연구소장 역임. 예비역 해군 대장.
  ■ 공군의 시각: 李漢鎬 前 공군참모총장
 
  지금은 군 상부 지휘구조 개편보다 우리 합참이 전작권을 차질 없이 행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한·미 연합사 해체 후 美軍과의 연합작전 협조체계를 확립할 수 있는 ‘전략적 전환 계획’의 완성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할 때다.
 
   국군 조직과 편성을 정하는 ‘국군조직법’을 개정해 군(軍)의 지휘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은 국가안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대 사안이다. 지난 20년 간 발전시켜 안정화를 이룬 군의 지휘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려 한다면, 먼저 현 지휘체계에서의 문제점이 무엇인지가 구체적 사례와 함께 제시돼야 할 것이다.
 
  또한 변경된 체계는 현 체계보다 어떻게 더 효과적이고 능률적인 것인지도 명백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번에 제시된 ‘국군조직법’을 비롯한 5개 법률개정안 작성 과정을 보면, 군사전문가들의 심층적인 검토가 부족했고, 의견수렴 과정도 없었으며, 법률 개정을 위한 제반 절차도 충실히 이행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방부는 현 지휘체계는 모든 점에서 잘못된 것이고, 지휘체계를 바꾸면 모든 문제가 다 해결돼 완벽한 군 조직을 완성할 수 있는 것처럼 말하고 있다. 그리고 마음만 먹으면 수시로 지휘체계를 바꾸어도 군사대비 태세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 이후, 우리 군의 지휘체계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도되면서 상부 지휘체계 개편이 엄청난 추진력을 얻게 됐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군 지휘부의 정보판단 능력 부족, 합참 내부의 기강해이, 위기의식 부족, 의장(議長)과 각급 작전참모들의 무지(無知)와 무능(無能)의 문제였을 뿐이다. 즉, 지휘체계나 합동성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었다.
 
  자신들의 잘못을 제도나 지휘체계 탓으로 돌리고, 합참의 인적(人的) 구성 등 가장 기초적인 조치는 외면한 채 근거도 없이 합동성을 강화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상부 지휘구조 개편을 강행하고 있는 것이다. 천안함이나 연평도 사건에서 얻은 교훈은 많지만 결코 상부 지휘구조 개편의 명분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효율성 있는 지금의 상부 지휘구조를 왜 바꾸나?
 
  《조선일보》 5월 17일자는 ‘행정형 군대를 전투형 군대로 변모시키려면 상부 지휘구조 개편이 불가피하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현재의 상부 지휘구조는 행정형 군대가 아니라 전투형 군대를 지향한 것이다. 합동작전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하면서, 작전지휘의 혼선을 방지하고, 작전의 신속성을 보장하기 위해 각군 총장을 작전지휘 계선(系線)에서 배제하고 합참의장이 직접 각 작전사령부를 작전지휘토록 한 것이다. 전투형 군대로 변모시키겠다고 하면서 핵심 전투부대인 육군의 1, 3 야전군사령부와 해·공군의 작전사령부를 해체해 각군 본부로 통합하겠다는 국방부 안(案)은 이율배반(二律背反)이다.
 
  ‘군정(軍政)·군령(軍令)을 획일적으로 분리 적용해 옴에 따라 상부조직의 비대화 및 기능 중복 등 비효율성을 초래했다’(국방부 홍보책자, 5월 13일 발행)라는 말도 있다. 우리 군의 군정과 군령은 대통령과 장관으로 일원화돼 있다. 다만, 합참은 군령, 각군 본부는 군정 업무를 수행토록 한 것은 지휘통제의 범위(span of control)를 고려해 업무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제도다.
 
  미국과 유럽 등 대부분의 군사 선진국들이 적용하고 있는 보편화한 제도다. 이것을 마치 우리만 채택하고 있는 잘못된 제도인 것처럼 왜곡하면서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도, 설명도 없다. 진단(診斷)이 정확해야 제대로 된 처방(處方)이 나올 수 있다. 개혁이 잘못된 진단으로부터 출발한다면 정당성도, 신뢰성도 얻을 수 없다.
 
  ‘2015년 전시작전통제권(이하 전작권) 전환에 대비해 상부 지휘구조를 개편해야 하기 때문에 지금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은 국민을 기만하는 선전문구에 지나지 않는다. 2007년 2월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2012년 4월 17일자로 전작권을 전환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이에 따라 한·미 연합이행실무단이 구성돼 ‘한미연합군 사령부로부터 한국 합참으로 전작권 전환 이행을 위한 전략적 전환 계획’(STP·Strategic Transition Plan)을 작성했다. 이 계획은 2007년 6월 당시 김관진(金寬鎭) 합참의장(국방장관)과 샤프 주한미군 선임장교가 서명했다.
 
  한·미 양국은 전문가로 공동검증단을 구성해 2009년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때 전작권 전환 준비상태와 한국 합참의 기본운용능력(IOC·Initial Operational Capability)을 검증했다.
 
  그 결과, 한·미 안보협의회의와 한·미 군사위원회 회의에서 정상적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보고됐다. 한·미가 최초로 합의한 전략적 전환계획은 2009년 UFG 연습 때 새로운 연합방위 체제를 적용해 도출된 보완 소요(所要)를 기초로 작성된 ‘전략적 전환계획 수정2호’(2010년 3월)로 대체됐다. 그에 따르면, 한·미 간의 연합작전 체계는 <도표 1>과 같이 전개될 것이다.
 

  국방부는 “한국군으로 전작권 전환 때 새로운 연합방위 체제하에 한국군 주도의 작전수행 체계를 구축하며, 지휘관계는 변화되나 현 연합방위 체제는 더욱 공고히 유지된다”고 했다. 이와 같이 2012년 4월 전작권 전환이 가능토록 검증됐고, 이에 따른 각종 협조체계와 전술지휘통신(C4I) 체계도 완성단계에 있다. 다만, 안보상황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전작권 전환 시기를 2015년 말로 조정해 놓은 것뿐이다. 그러나 STP에 서명했던 당사자인 김관진 국방장관이 이제 와서 상부 지휘구조를 개편하지 않으면 전작권 전환에 큰 문제가 있는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2007년부터 2010년 3월까지 전작권 전환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해 온 것이 정부와 국방부가 국민을 속인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공군총장(대장)이 미 7공군사령관(중장)의 작전통제를 받나?
 
  현재의 한·미 연합작전 체계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연합작전 체계로 평가받고 있다. 이런 평가를 받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는 한·미 간의 군 지휘체계가 대칭적인 모양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군의 각 작전사령부와 미측의 지상군·해군·공군 구성군이 연합 구성군을 편성하고 연합사령관이 작전통제하는 형태다.
 
  전작권 전환 이후에는 현재 한·미 연합사령관이 작전통제하던 부대들을 한국군은 우리 합참의장이, 미군은 주한미군사령관(USKORCOM)이 작전지휘를 하면서 상호 협조체제를 유지하게 된다. 우리 합참의장과 주한미군사령관이 협조관계가 되고, 육군은 지상작전사령부(1군과 3군사령부를 통합하는 사령부로 현재 창설 준비 중임)와 미 8군, 해군은 7함대와 해군작전사령부가 협조관계가 되고, 공군은 미 7공군과 공군작전사령부가 연합공군사령부를 구성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현재의 연합사 작전통제 관계가 협조관계로 바뀔 뿐, 모든 작전체계는 그대로 유지될 수 있고, 가장 안정적인 연합작전 체계가 될 것이다.
 
  각군 총장이 작전지휘권을 갖게 되면, 이러한 통제체계나 협조체계에 각군 본부가 끼어들어야 하고, 그만큼 모든 시스템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도표1>의 협조체계에 추가해 미국의 구성군사령부들과 한국의 각군 본부 간 협조체계가 추가로 구성돼야 하는 것이다. 우리측과 미군측의 부대 구조가 달라지기 때문에 협조체계도 대단히 복잡하고 어색한 모양새가 될 수밖에 없다.
 
  특히 2014년에서 2015년 기간, 즉 우리 군의 작전사령부를 각군 본부와 통합하고, 전작권은 여전히 연합사령관에게 있는 기간 동안은 대단히 기형적인 작전체계가 나타나게 된다. 육군참모총장은 연합지상군 구성군사령관인 한미연합사령부 부사령관(한국군 대장)의 작전통제를 받고, 해군총장은 3성 장군인 미 7함대사령관의 작전통제를, 공군총장은 7공군사령관의 작전통제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통제불능 상태가 된다.
 
  연합작전 체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우리 군의 지휘체계를 현재대로 두고 합참은 전작권 전환에 대비해 작전계획 수립과 전쟁지도(戰爭指導)에 전념할 수 있는 체계로 보완하고, 한·미 각급사령부 간의 협조체계를 효과적으로 완성해 나가는 것이 긴요한 과제이다.
 
 
  각군 본부와 작전사령부 통합은 서류상으로만 가능
 
  ‘국군조직법’을 개정해 우리 군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려 한다면, 개정되는 법률에 따라 군이 개편되었을 때 상부조직뿐만 아니라 하부조직까지도 검토하고 어떤 효과, 어떤 부작용이 있는지 충분히 검증한 후 법률을 개정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그런데 이번 법률 개정안과 관련된 군 상부 지휘구조에는 아직도 확정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 국방부는 지난 5월 13일 발행한 홍보책자 <상부 지휘구조 개편>에서 ‘각군 참모총장의 전·평시 위치와 지휘통제 방안은 작전의 효율성, 지휘의 폭, 시설·C4I체계 보완소요, 단계별 통합계획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참모총장의 근무 위치를 정하지 못한 것은 지휘체계와 참모구성을 확정짓지 못한 것이다. 이런 안을 가지고 법률부터 개정하는 것은 일단 저질러 놓고 보자는 식의 무모함일 뿐이다.
 
  국방부는 각군 본부와 사령부 통합에 따른 여러 가지 기대효과를 나열하고 있지만, 그것은 허상(虛像)이다. 각군 본부와 작전사령부는 서류상으로만 합쳐지는 것이고, 실제로는 2개 지역에 분산돼 있어 통합의 효과를 거둘 수가 없는 것이다. 각군 본부를 <도표 2>와 같이 편성한다고 한다.
 

  각군 본부는 계룡대에 위치하고 작전본부는 현 작전사령부의 위치(육군-용인, 해군-부산, 공군-오산)에 둔다고 했다. 그렇다면 제1차장이 현 작전사령부 위치로 가게 될 것이다. 정보·작전·지휘통신·지원참모부는 계룡대에 둔다는 것인지, 용인으로 간다는 것인지도 명확하지 않다. 또한 2군사령부 등 일부 부대는 합참이 지휘하는지 총장이 지휘하는지도 결정되지 않았다. 아직도 여론에 따라 개편안은 우왕좌왕(右往左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태로는 합동성 강화나 전투형 군대는 고사하고 우리 군을 누가 어디에서 어떻게 지휘하는 것인지조차도 불확실한 상황이 될 것이다.
 
 
  국방개혁안은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이번 군 상부 지휘구조 개편안은 왜 개편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리가 부족하다. 더구나 개편 내용 곳곳에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부 지휘구조를 바꾸기만 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고 완벽한 군대로 탈바꿈할 수 있는 것처럼 선전하고 있다.
 
  ‘통합군’이라는 침대를 만들어 놓고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Procrustean bed·프로크루스테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노상강도로, 지나가는 나그네를 집으로 초대해 쇠침대에 뉘어놓고 침대 길이보다 짧으면 다리를 잡아늘이고 길면 잘라버렸다고 한다. 자기의 일방적인 생각과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억지로 맞추려는 것을 비유하는 관용구로 쓰인다.)’처럼 선전하고 있다.
 
  합참의 업무 부담을 말하면 대장급 차장을 둔다 하고, 각군 총장의 지휘 폭을 말하면 2명의 차장을 두고 또 작전지휘본부를 만들면 된다 하고, 각군 총장의 위치가 어디냐고 물으면 계룡대와 용인·부산·오산으로 왔다 갔다 하면 된다고 한다. 국군교육사령부·군수사령부 창설은 유보하고 합참의장에게 일부 군정권을 주는 문제는 재고(再考)할 수도 있다고 한다.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된 처방은 없고, 늘리고 잘라서 억지로 맞춘 모양밖에는 없다. 상부 지휘구조 개편은 ‘장기 과제’가 돼야 한다. 그것도 어떤 목표 연도를 인위적으로 정할 것이 아니다. 유럽의 몇몇 국가들처럼 주변에 군사위협이 없어지고 통일을 이루고 군의 규모를 대폭 감축시키는 등 획기적인 안보상황의 변화가 있을 때 적용할 수 있도록 계속 연구·발전시켜야 할 과제인 것이다.
 
  지금은 우리 합참이 전작권을 차질 없이 행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한미연합사 해체 후 미군과의 연합작전 협조체계를 확립할 수 있는 전략적 전환계획의 완성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할 때다. 합참의 조직을 ‘3군 균형’으로 편성해 합동작전계획 수립과 시행이 가능하도록 발전시켜야 한다. 우리 군의 각 작전사령부와 미군 측의 각 구성군 사령부 간의 협조체계를 효율적으로 완성해 나가야 한다. 각군 본부가 군령권을 갖고, 합참이 각군 본부를 작전지휘하는 ‘국군조직법 개편안’과는 전혀 다른 방향에 문제의 핵심이 있다. 국방개혁은 하루빨리 이 방향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 해군의 시각: 安炳泰 前 해군참모총장
 
  참모총장이 군정, 군령권을 다 갖게 되면 전쟁지휘, 전쟁 지속능력 확보 등 어느 것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 지휘계선이 더 늘어나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현재는 합참의장→작전사령관 2단계다. 개편안은 합참의장→합참1차장(대장)→참모총장→1참모차장(육군은 대장)→2군사령관(육군)으로 4~5단계로 늘어나게 했다.
 
   국민들은 정부가 국방개혁을 한다는데 왜 해군, 공군이 그렇게 반대하느냐고 생각할 것이다. 여기에는 ‘자군 이기주의’ 때문이라고 몰아붙인 국방부의 홍보가 주효했던 것 같다. 지난 6월 22일, 국민들과 언론들은 국회 국방위 공청회를 보고 지금과는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당연한 일이다. 그간 국방 당국이 본질을 숨기고 있었던 것들이 하나둘씩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방부가 제시한 ‘군 상부구조 개편안’을 해·공군만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전직 국방장관, 합참의장을 지낸 예비역들이 그간 국방부 정책안에 대해 이토록 반대한 적이 없다. 왜 그런가. 국방부에서 제시한 안(案)대로 가면, 국가안보가 크게 위협받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국가의 안전보장을 위해 평생을 바친 그분들이 무슨 야심이 있어 그렇게 하겠는가. 첫 진단부터 잘못되었다. 국방부는 작년 3월 26일 천안함 폭침 사태가 지휘관들의 능력과 리더십 문제였음에도 합동성 결여라고 보고하며 군제(軍制)를 변경해야 한다고 했다.
 
  군 전문가들은 천안함·연평도 사태를 가져온 것은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음주로 인해 대전에서 서울까지 오는 동안 전화도 받지 못한 합참의장, 적의 포격을 받아 전우가 죽어 가는데도 보복공격조차 진언하지 못한 합참의장, 우리 영토가 불바다가 되고 있는데도 한 시간 반 동안이나 국회에서 시간을 허비하고 있던 국방장관, 이들이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일어난 일인데, 왜 얼토당토않게 제도에 손을 대려 하는가.
 
 
  문민통제 원칙과 헌법정신에 위배
 
  국방부가 추진하는 군 상부 지휘구조 개편은 ‘헌법정신’에 위배된다. 국방부가 내놓은 개편안을 국방부는 합동군제라고 하나 실제로는 통합군제다. 헌법은 군에 대한 군정과 군령 모두를 행사할 수 있는 권한, 즉 통수권(統帥權)은 오직 대통령에게만 부여하고 있다.
 
  국방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행사하는 사람이다. 따라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현역(現役) 합참의장 1인에게 군령과 군정을 아우르는 과도한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문민통제 원칙과 헌법정신에 위배된다. 헌법소원의 대상이 될 수도 있고, 직무정지 가처분신청을 받을 수도 있다.
 
  지휘구조 개편은 대통령의 통수권 행사에 지장을 줄 수도 있다. 미국의 경우 ‘골드워터 니콜스법’에 따르면, ‘미국 헌법에 의해 대통령은 유일한 군의 총사령관이다. 합참의장은 대통령, 국가안보회의, 그리고 국방장관에 대한 군의 최고 조언자다. 그는 합참이나 또는 어느 군부대에 대해서도 군사지휘를 할 수 없다’고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과거 태평양 지역사령관이나 태평양 함대사령관이 사용하던 총사령관(Commander in Chief)이라는 명칭도 대통령에게만 사용하게 했다. 이렇게 미국은 문민통제를 위해 용어 하나에까지 신경을 쓰고 있다. 문민통제 원칙이 그 핵심인 것이다. 군의 지나친 권한 강화는 자유민주주의의 근간(根幹)을 해칠 수 있다. 그러므로 국방장관은 합참의장을 통해 군령권을 행사하고, 각군 총장을 통해 군정권을 행사함으로써 ‘견제와 균형(Check & Balance)’을 유지하는 것이 문민통제의 원칙에 합당한 일이다.
 
  미국 같은 나라가 대통령 통수권의 엄중함과 문민통제 원칙을 강조한 것은 쿠데타의 염려 때문이었겠는가. 그 정신을 부각시킨 것이다. 이를 분명하고 굳건히 해야 뒤에 따라오는 모든 관계법령, 조직의 기본이 제대로 서기 때문이다. 미국의 합참의장은 막대한 권한을 행사하지만 지휘관이 아니다. 그는 장관의 권한을 위임받아 군을 통제할 뿐이다. 그에 비해 우리의 합참의장은 3군의 작전 조직을 지휘하는 지휘관이다. 더구나 그에게 일부 군정권까지 부여하려 한다.
 
 
  이스라엘, 통합군이라 强軍이라고?
 
  통합군제는 우리 여건에 맞지 않는 제도다. 통합군제는 군종(軍種)이 불분명하거나, 군의 규모가 작거나, 공산국가나 독재국가에서 채택하는 군제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의 정치체제와는 맞지 않는다. 우리는 ‘당(黨)의 군대’, ‘김정일(金正日) 군대’로 지칭되는 북한군과 같은 통합군제를 채택해서는 안 된다. 이런 나라들은 정치보위부 같은 군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또 다른 조직을 두고 있다. 통합군제는 평상시에는 효율적인 것 같지만, 전투 패배 등 난관에 봉착하면 재편성해 다음 작전에 임하는 데 극히 비효율적이다.
 
  이 같은 사실은 제2차 세계대전과 6·25전쟁에서 증명됐다. 국방장관은 지난 6월 13일 국회 국방위에서 “40년 전에 박정희(朴正熙) 대통령 시절 추진했던 이스라엘군 같은 통합군제가 가장 이상적인 군제”라며, “지금은 중간단계를 거친다”고 했다. 20년 전에 추진한 ‘818계획’을 구시대적이라고 하면, 40년 전에 추진한 통합군제는 더 구닥다리 아닌가. 박 대통령은 자신도 모르게 통합군제를 추진하는 것을 뒤늦게 알고 통합군제 연구 책임자인 당시 특검단장을 보직 해임시켜 버렸다. 그러나 통합군제 맹신론자들은 이것을 서랍에 넣어 두었다가 기회만 되면 다시 추진하려고 한다.
 
  많은 사람은 이스라엘이 통합군제를 채택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스라엘은 총참모장 예하에 육군의 남부 및 북부사령관, 해군, 공군사령관이 있어 통합군제 같이 보인다. 하지만 총참모장이 육군사령관을 겸하고 있다. 총 참모장과 해군, 공군사령관이 각군의 군정, 군령 업무를 상호 간섭 없이 행사해 오히려 ‘3군 병립제’에 가깝다. 그리고 총참모장의 기능은 지휘(command)가 아니라 조정(coordination)이라고 한다.
 
  이스라엘군이 강한 것은 통합군제 때문이 아니라, 헤브라이즘과 시오니즘에 의한 민족정신 때문이다.
 
  2000년 동안 나라 없이 전 세계를 떠돌다가 되찾은 땅이기 때문에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나라를 지키겠다는 신앙에 가까운 애국심 때문이다. 이스라엘 주변국들이 통합군제를 채택하고 있어도, 이스라엘을 이기지 못하는 이유를 군제로서는 설명하지 못한다.
 
 
  참모총장이 군정·군령권을 다 갖게 되면…
 
  참모총장이 군정, 군령권을 다 갖게 되면 전쟁지휘, 전쟁지속 능력 확보 등 어느 것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 지휘계선이 더 늘어나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현재는 합참의장→작전사령관 2단계다. 개편안은 합참의장→합참1차장(대장)→참모총장→1참모차장(육군은 대장)→2군사령관(육군)으로 4~5단계로 늘어나고 있다. 각군의 작전사를 해체하고 편법을 쓰려 하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지휘(指揮)와 참모(參謀)의 개념도 모호하다.
 
  현대전은 전장(戰場) 반응속도가 급격히 단축되고 있다. 1990년 걸프전 때는 3시간, 1998년 코소보 전쟁 때는 30분, 2003년 이라크 전쟁 때는 3분으로 단축됐다. 그런데 육군의 경우 지휘라인에 합참의장, 합참 1차장, 육군총장, 육군 1차장, 2군 사령관 등 육군대장 5명이 연결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도 발생한다. 이렇게 군 지휘조직을 복잡하게 만들어도 현대전의 빠른 속도를 따라갈 수 있다고 보는지 이해할 수 없다. 5명의 육군대장 간에 갈등과 마찰 없이 신속한 작전수행이 가능하겠는가를 우려하는 육군 예비역들이 많다.
 
  다음으로 전쟁지휘와 전쟁지속 능력 확보를 참모총장 한 사람이 수행할 수 없다. 전쟁이 나면 전후방이 따로 있을 수 없다.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고 함정·항공기·전차 등 각종 무기체계, 비행장·항만·작전지휘부 등 군사시설이 피격될 것이다. 따라서 인력과 물자와 산업시설을 총동원해야 한다. 작전지휘와 전쟁지속 능력 확보, 둘 다 중요성과 긴급성을 동시에 갖고 있다. 참모총장이 작전에만 매달려 있으면, 지휘소를 떠날 수 없고, 따라서 전쟁지속 능력을 제대로 확보할 수 없다.
 
  그 임무에 전념해 분초(分秒)를 다투는 작전지휘를 소홀히 해서도 안 된다. 전쟁지속 능력 확보가 전쟁 업무의 90%를 차지하고, 작전은 10%를 차지한다고 한다. 전시(戰時)가 되면 110만여 명의 병력유지, 각종 동원, 인력충원, 병력획득과 교육훈련, 군수지원, 수송, 병원운영 등 복잡한 업무가 밀려든다. 작전지휘와 전쟁지속 능력 확보를 분담해 자기 임무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참모총장이 군정, 군령권을 다 갖게 되면, 자군 중심의 작전이 돼 오히려 합동성이 결여된다. 지금은 합참의장이 전 작전부대를 지휘하기 때문에 전력준비, 임무조정 등이 가능하다. 그러나 각군 총장이 작전부대를 지휘하면, 자군 중심의 작전이 돼 오히려 합동성이 결여된다고 본다. 합참의장이 조정통제하면 되지 않느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이론상으로는 그럴듯해 보인다.
 
  이 대목에서 지금껏 드러내 놓고 하지 않은 말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군정에 이어 군령권까지 행사하게 돼 엄청나게 힘이 세진 육군총장과 합참의장 간의 보이지 않는 ‘권력투쟁(power struggle)’은 불을 보듯 번한 일이다. 이것이 군 조직 운용에 얼마나 심각한 영향을 끼칠지 알 수 없다. 합참의장을 역임한 모 예비역 육군 대장은 “군정권 하나를 가진 육군총장을 통제하기도 쉽지 않다”면서 “그런 그에게 군령권까지 준다면, 합참의장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군 원로들이 가장 심각하게 우려하는 일 중의 하나가 이것이다.
 
 
  美참모총장들은 軍政 업무에만 진력
 
  각군 총장이 군령권(軍令權)을 행사하게 되면 전쟁에서 승리하기 어렵다. 육군의 1군과 3군을 합해 ‘지상군작전사’를 만들려던 계획이 무산되었기 때문에 육군 참모총장은 군단, 사단을 직접 지휘해야 한다. 그 지역의 작전은 당연히 해당 지휘관들이 가장 잘 알 것이다. 계룡대에 있는 총장이 무엇을 더 잘할 수 있겠는가. 전쟁지속 능력 확보를 위한 모든 활동을 차치하고도 그렇다. 해군총장은 작전사가 해체되기 때문에 각 함대를 직접 지휘해야 하고, 공군은 아예 총장이 작전지휘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분초를 다투는 공중전투 상황에서 군정업무를 하던 총장은 상황파악조차 힘들 것이다. 따라서 총장은 작전에 참견 않는 것이 도와주는 길이다. 각군 총장은 작전지휘에 참여하지 말고, 각 지휘관들이 작전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 주는 군정업무에 진력해야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
 
  혹자는 C4I 시스템을 이용하면 되지 않느냐고 한다. 전시에 파괴되고, 고장 날 가능성은 그만두고라도, 대략 1조원에 달한다는 예산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그러한 예산을 투입해 가며 군의 상부구조를 개편할 필요가 있는지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군 구조, 제도 등 모든 분야에서 모델로 삼고 배워 온 미국의 참모총장들은 작전지휘를 하지 않는다. 군정업무에만 진력할 뿐이다.
 
  국방부는 각군의 작전사를 해체하고 본부와 합치며, 합참에 차장 2명, 각군에 참모차장 2인을 두어 그중 한 사람에게 작전지휘 임무를 부여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어떻게 그런 기본을 무시하는 소리를 할 수 있을까. 참모는 지휘결심을 할 수 없다. 예하의 지휘관들이 그 참모의 명령에 복종할 것 같지 않다.
 
 
  現 군제의 일부를 보완하는 것이 유일한 대안
 
  2012년은 우리나라 총선·대선과 함께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을 비롯, 4대 강국의 정권이 교체되는 해다. 특히 북한은 ‘강성대국 완성의 해’로 선포해 놓고 있고, 3대 세습을 정착시키기 위해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높은 해다. 안보취약 시기다. 2015년 연합사 해체에 따른 작전통제권 전환을 앞두고 지금은 대북 전비태세를 더욱 공고히 할 때이지 군 구조와 군심(軍心)을 흐트릴 때가 아니다. 새로운 군의 제도가 정착되려면, 실제 훈련을 통해 가능성과 문제점을 검증해야 한다. 지난 ‘태극훈련’ 사흘 동안 새로운 지휘조직을 검증해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한다.
 
  현재의 분위기로는 그때의 문제점을 각군 본부에서 정확히 보고하기 어려울 것이다. 미국의 럼즈펠드 전 국방장관이 ‘효과중심 작전(Effects-Based Operations)’ 개념 한 가지를 적용하는 데도 교리 개발, 작전실험, 실전적용을 거쳐 4년 동안 검증을 통해 미군에 적용했다. 실전이 아닌 모의훈련을 통해 지휘조직을 3일 만에 검증했다면, 한국군은 ‘천재’이고, 미국군은 ‘바보’일 수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합참의장 예하에 각군 총장을 예속시켜 작전지휘를 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 각군 총장에게 군령권을 부여하지 말고 군정에 진력하게 한다. 각군의 작전사를 현재와 같이 존속시킨다. 아울러 미국의 ‘골드워터-니콜스법’과 같이 합참의장의 권한과 책임을 구체화한다. 합참에 2명의 차장을 두되, 합참의장과 차장은 다른 군으로 각각 임명한다. 합참 작전 본부에 육·해·공군의 작전부장을 신설하고, 위의 3인과 같이 팀을 이뤄 해당 군의 작전을 관할하도록 한다. 결심은 물론 합참의장이 한다.
 
  국방부, 합참에 육·해·공군의 균형보직을 통해 합동성이 강화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하고, 합동참모회의를 활성화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국방부와 합참에 중복되는 부서가 있는 정보사, 의무사 등 각종 ‘기능 사령부’를 해체해 각군으로 환원시켜야 한다.
 
  현재 잘 운용되고 있는 군의 상부구조를 합동군제라는 미명하에 통합군제로 개편하려는 시도는 국가 장래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우리는 자유민주주의와 문민통치 이념에 일치되는 군의 상부구조를 유지해야 한다. 각군의 전문성이 보장되고, 합동성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합참의장의 임무를 간명화하고, 합동참모회의의 기능을 활성화해야 한다. 각군의 총장들은 전쟁지속 능력 확보에 전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곧 현 군제의 상부구조를 일부 보완하는 방법으로서 가장 효율적이고 민주적이며, 경제적인 방안이다.⊙